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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울산 남구 삼성정밀화학에서 수압을 시험하던 도중 1400t 규모의 물탱크가 폭발했다. 박경탁 울산 남부소방서 소방장(45·사진)이 처음 구조한 노모 씨(22)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노 씨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방학 기간에 하청업체 직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를 당했다. 노 씨를 본 순간 박 소방장은 한 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빨리 (남은 사람들을) 살려야겠다.’ 높이 17m의 물탱크에서 쏟아진 물에 떠밀려 바닥에 떨어지거나 철판에 깔린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종잇장처럼 구겨진 철판 수십 장을 크레인으로 소방관들이 힘을 합쳐 하나하나 들어올렸다. 대형 사고였지만 그나마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구조 덕분이었다. 박 소방장은 대형 사고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41회 소방안전봉사상’ 대상을 받는다. 출동이 두려운 적도, 죽음 앞에서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낀 적도 많다는 그는 “사람을 구하고 난 뒤 보람 때문에 계속하다 보니 19년째 일하고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은 2년 전 가까운 동료를 잃었을 때. 한동안 슬픔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웠다. 이를 극복한 것은 역시 우울증을 앓다 강에 뛰어든 아이를 구해내고 나서다. 올해 소방안전봉사상에는 대상인 박 소방장을 포함해 19명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한국화재보험협회(KFPA)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대상 △박경탁 소방장(울산 남부소방서) ◇본상 △이영병 소방장(서울 중부소방서) △문교은 소방장(서울 중부소방서) △박대서 소방장(부산 소방안전본부) △임성호 소방장(대구 소방안전본부) △이영남 소방장(인천 소방안전본부) △김병철 소방장(광주 북부소방서) △이광재 소방교(대전 서부소방서) △이태주 소방장(세종 소방본부) △노명규 소방장(경기 성남소방서) △채종영 소방사(경기 일산소방서) △우인철 소방장(강원 춘천소방서) △홍성용 소방장(충북 충주소방서) △김동규 소방장(충남 예산소방서) △박은주 소방장(전북 전주완산소방서) △유용상 소방장(전남 광양소방서) △박운탁 소방장(경북 경주소방서) △박춘석 소방장(경남 통영소방서) △현경민 소방장(제주 동부소방서)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개별소비세를 신설하는 정부의 담뱃세 인상안에 따르면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6 대 4로 역전된다면서 서울시가 개선을 요구했다. 담뱃세 인상 등으로 늘어난 세수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파이 나누기’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서울시는 16일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국세에 편중된 조세체계는 시정돼야 할 문제임에도 이번 담뱃값 인상안은 오히려 국세와 지방세 재원배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며 “담뱃값에서 지방세가 최소 현재 비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 과정에서 내용이 수정,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 개별소비세 신설로 국세 비중은 38%에서 56.3%로 높아지는 반면에 지방세 비중은 62%에서 43.7%로 낮아진다.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역전될 뿐만 아니라 지방세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담뱃값을 2000원 올릴 경우 담배 소비가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정대로 담배 소비가 줄어들면 국세 수입은 1조9432억 원 늘어나지만 지방세 수입은 196억 원이 오히려 줄어든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16일 ‘지방세 인상 등 세제개편안’이 “지방세원 확보의 첫걸음”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국세인 개별소비세 신설에는 반대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정부가 부랴부랴 지방세 개편에 나선 것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방치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지자체가 부담하는 복지 지출은 6조3900억 원으로 2009년(1조1400억 원)보다 5.6배로 늘어난 반면 올해 지방세수는 지난해보다 2조8000억 원이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 택시기사 A 씨 세금 얼마나 더 낼까 이번 지방세 인상으로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은 ‘주민세가 적은 지역에 살며 담배를 피우는 택시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종로구의 공시지가 2억 원짜리 아파트(82m²)에 살면서 담배를 피우는 택시기사 A 씨를 가정해 보자. 내년에 A 씨는 지방세만 7만7820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먼저 주민세가 4800원에서 내년에는 7000원, 이듬해는 1만 원으로 오른다. 개인용 택시(2500cc)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도 현재는 1cc당 19원이지만 2017년에는 38원으로 연차적으로 100%까지 오른다. 이렇게 되면 현재 4만7500원인 자동차세가 내년에는 7만2500원, 2017년에는 9만5000원이 된다. 담배를 피우면서 내는 세금도 적지 않다. A 씨가 한 달에 10갑 정도 담배를 피운다면 내년에는 담배소비세로만 12만840원을 물게 된다. 특히 201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소득수준 하위층의 평생 흡연율은 44.2%로 상위층(39.3%)보다 5%포인트 높다. 소득이 낮을수록 담배소비세를 더 내는 ‘역진 현상’이 일어난다. 담배에는 이 밖에 부가가치세,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도 포함돼 있다.○ ‘서민 증세’ 논란 거세질 듯 12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여러 차례 ‘서민 증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세금으로서 기능을 잃은 세목을 조정하는 차원이라는 것. 또 세수 확보 효과가 가장 큰 지방세 감면제도 폐지의 경우 호텔신라 같은 대기업에 돌아가는 혜택부터 줄어든다. 배진환 지방세제정책관은 “장애인 취득세·자동차세 면제, 서민생계용 자동차에 대한 과세 특례와 같이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지방세 감면제도는 유지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세도 생계용으로 많이 쓰이는 1t 이하 화물차는 50%까지만 올린다. 즉, 현재 연간 6600원인 자동차세가 1만 원까지만 오른다. 하지만 20년간 오르지 않던 지방세가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는 없다”는 약속과 배치돼 앞으로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도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9일 당정청 협의에서 ‘지방세법 개정안’ 논의가 무산된 뒤 정부가 나서서 먼저 입법예고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을 의식한 탓인지 이주석 안전행정부 지방세제실장은 “이번 지방세 개편안은 지자체의 주도적인 요구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의 증세라는 점을 강조하고, 지자체장들이 국회의 협조를 받아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정부가 담뱃세 인상에 이어 주민세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택시와 화물차 등 영업용 자동차 451만 대에 대한 자동차세도 2017년까지 50∼100% 인상된다. 세법 개정으로 고소득자의 퇴직소득세율을 높이기로 한 데 이어 담뱃세와 주민세 등이 줄줄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의도하지 않은 증세(增稅)”라고 밝혔지만 ‘임기 내 증세는 없다’고 공언해 온 박근혜 정부가 조세저항이 작은 분야의 세금을 올리는 ‘손쉬운 증세’ 카드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12일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방안을 담은 ‘지방세 개편 방향’을 확정해 발표했다. 주민세를 현재 전국 가구당 평균 4620원(시군구에 따라 2000∼1만 원)에서 2년에 걸쳐 1만 원 이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15인승 이하 생계형 승합차를 제외한 택시와 버스, 화물차 등 영업용 자동차에 대한 세금은 2017년까지 100%, 1t 이하 화물차는 50% 인상된다. 또 안행부는 ‘재산세 세 부담 상한제도’를 개편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재산세 인상 한도를 전년도의 105∼130%에서 110∼135%로 5%포인트씩 높이고 올해 시한이 만료되는 지방세 감면 제도를 대거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방안으로 세수가 1조50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두고 내년 기초연금과 ‘반값 등록금’ 등 복지 지출을 크게 늘리고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적자재정을 펴기로 한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담뱃세를 인상해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고 2000만 원 이상의 이자와 연금 소득에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한 바 있다. 또 연봉 1억20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의 퇴직금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고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부 역시 사실상 증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담뱃세나 주민세 인상이 증세가 아니라고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증세가 의도된 것이라기보다는 결과적으로 따라온 것”이라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세수가 얼마나 필요한지, 증세의 목적이 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그때그때 흐름에 편승해 세금을 올리면 납세자들의 불만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 / 우경임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가족끼리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을 찾았던 남모 씨(37)는 낭패를 봤다. 나무 아래 돗자리를 깔고 쉬고 싶었지만 20대 남녀가 치킨을 시켜 술을 마시다 취한 채로 크게 싸우는 바람에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남 씨는 “금연구역은 있는데 금주구역은 없다. 술이나 담배나 똑같이 건강에 좋지 않고 남에게 피해도 주는데 유독 (우리 사회가) 술에 관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11일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추진한다는 ‘금연대책’을 발표했지만, 건강에 해롭기는 마찬가지인 술에 대한 규제는 담배에 비해 느슨하다. 최근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음주정책통합지표와 OECD 국가 간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음주정책 평가 지표는 7점(21점 만점)으로 조사 대상 30개 나라 가운데 22위였다. 먼저 금연구역에는 공공건물 병원 학교 음식점뿐 아니라 대부분의 건물(연면적 1000m² 이상 규모)이 포함된다. 버스정류장 공원 길거리 등은 조례 제정을 통해 금연구역으로 정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금연구역이 광범위하게 지정된 반면 금주구역은 따로 없다. TV 광고도 술에는 더 관대하다. 담배는 광고뿐 아니라 흡연 장면도 노출할 수 없지만 술은 오전 7시∼오후 10시만 피하면 부분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다. 담배 판매 여부도 가게 외부에서 알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술 광고판은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음주에 관대한 문화에서 비롯된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담배는 백해무익하지만 술은 과음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2012년 서울시내 공원에서 아예 음주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고, 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도 좌절되면서 공원 내 음주를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강릉시는 경포대해수욕장에 음주 금지 규제를 했지만 결국 이듬해 음주를 허용했다. 관광객 감소를 우려한 현지 상인들이 거세게 반대했을 뿐 아니라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해변에 왔는데 맥주 한두 잔으로 기분도 못 내냐”는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뉴욕 주와 캐나다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개봉한 채 들고 다니기만 해도 처벌한다. 영국은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사람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선진국의 예를 따르지 않더라도 연세대 보건대학원 이선미 박사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과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20조990억 원(2007년)에 이르는 만큼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조사에서는 음주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7조8050억 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고 술값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이 4조4702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 밖에 음주 관련 질병의 의료비용, 숙취 해소용 음료 구입비, 음주 관련 사고의 재산 피해액까지 음주에 따른 비용은 막대했다. 이에 정부는 병원, 청소년수련시설, 초중고교, 대학교 등 공공시설에서 음주와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황인찬 기자}

동네 문화시설과 행사를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체험 기회를 만들어주는 마을공동체 ‘서초 어린이원정대’를 운영하는 최연수 씨(39). 3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재미난 마을’을 견학 갔다가 깜짝 놀랐다. 카페 공방 도서관이 옹기종기 한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다. ‘서초 어린이원정대’는 15가족이 모여 매달 한두 번씩 마을 탐방을 갈 정도로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까지도 함께 모일 공간이 없는 탓이다. 최 씨는 “임차료가 비싸 놀이터에서 만나거나 카톡방 같은 온라인 만남을 자주 여는 상황”이라며 “강남 엄마들이 개인공간을 침해당하고 싶어 하지 않아 거점 공간이 없다 보니 마을공동체 규모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서초구 마을활동가 30명은 잘되는 마을공동체의 비법을 배우기 위해 강북구 삼각산 아래에 터 잡은 ‘재미난 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정말 자발적으로 이렇게 모인 것이냐” “카페는 어떻게 마련했느냐”는 등 부러움이 담긴 질문을 연신 던졌다. 재미난 마을은 1998년 공동육아를 위한 꿈꾸는 어린이집에서 시작돼 대표적인 마을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조례를 만들어 마을공동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강남에서 실적이 저조하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성북 52개, 은평 41개, 구로와 강동구가 각각 40개로 주로 강북지역에서 활성화됐다. 반면 강남구는 6개, 서초구는 14개에 불과하다. 마을공동체가 강북지역에서 잘되는 이유는 △주민들이 모이는 장소 임차료가 싸고 △오래된 거주민들의 유대감이 끈끈하며 △교육, 문화 수요를 반영했다는 점이 꼽힌다. 토박이들이 오랫동안 모여 사는,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에서 마을공동체가 활발하다는 분석이다. 이날 재미난 마을 견학에 나선 서초구 마을활동가들의 의견도 같았다. 조진영 씨(45)는 “유대감이 부족하면 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광자 씨(71)는 “강북구에 비해 서초구는 문화시설이 잘돼 있어 오히려 마을 활동에 호응이 적다”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마을공동체 654개 사업(12개 분야)에 133억 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거주민이 자주 바뀌고 아파트처럼 폐쇄적인 공간이 많은 도시에서 공동체가 복원될 것인지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자생적인 풀뿌리 공동체와는 성격이 달라 서울시가 예산을 투입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권을 뺀 일부 지역만을 위한 사업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하지만 김정윤 서울시 마을기획팀장은 “도시 맞춤형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 강남권을 비롯한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도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과도기 안전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과도기’는 무슨 의미일까.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신속하게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신설하겠다던 국가안전처가 출범하기 전까지다. ‘안전관리 계획’은 당초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주도적으로 만들 예정이었다. 정부는 4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정쟁을 벌이느라 125일째 ‘처리 법안 건수 0’을 기록한 국회에 꽁꽁 묶여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안전처 신설을 염두에 둔 정부는 “안전 분야 지휘부를 일원화한다”고 했지만 당분간 안행부 제2차관, 소방방재청 차장, 해양경찰청 차장이 참여하는 ‘삼두체제’의 안전관리협의체로 운영된다. 안전 강화 대책도 나왔다. 40m 이상 심해 구조업무를 맡은 특수구조단을 현재 남해 한 곳에서 서해와 동해에 추가로 설치하고 전국 연안 90개 파출소에 12t급 고속 구조정을 배치한다. 중앙119구조본부를 확대해 수도권 충청강원권 영남권 호남권에 119특수구조대를 설치한다. 단, 이런 계획에는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면’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예산은 확보됐는지, 구체적 추진 일정이 어떤지 궁금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겠다”를 반복하는 정종섭 안행부 장관의 답변은 안쓰럽게 느껴질 만큼 무력함이 묻어났다. ‘식물 국회’가 ‘식물 정부’를 만든 셈이다. 이날 합동브리핑은 국회를 향해 “정부조직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는 호소의 뜻도 담고 있었다.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국민담화문에서 “(세월호 참사 같은)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국민의 개혁 열망은 높아졌는데 정부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에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본보는 7월 일반 국민 800명과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국가대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설문조사를 했다. 국민 88%가 “국가대혁신이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개혁 대상 1위로 정치인(일반국민 56.9%, 전문가 73%)이 꼽혔다. 국가대혁신의 골든타임을 또 ‘정치’ 때문에 놓친다면 “그 따위 국회 없애라”는 주장이 나와도 할 말이 없지 싶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국비 지원 없으면 복지 디폴트 위기다.” “국비 지원 늘릴 만큼 늘렸다.” 무상보육·기초연금 도입으로 복지 지출이 급증하면서 부족한 예산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중한 복지비용 때문에 지방정부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조충훈 협의회장(순천시장)은 “보편적 복지는 국가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비용을 지방에 전가해 심각한 지방재정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시장 군수 구청장 226명은 △기초연금 전액 국비 지원 또는 평균 국고보조율 90% 이상 확대 △보육사업 국고보조율을 기존 서울 35%, 지방 65%에서 각각 40%, 70%로 인상 △지방소비세율 11%에서 16%로 인상 및 20%까지 단계적 확대 등을 요구했다. 지자체가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공통의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달 12일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성명을 발표한 이후 두 번째다. 지자체의 복지예산은 2008년 22조 원에서 올해 40조 원으로 연평균 11% 증가했다. 이는 지방예산 연평균 증가율 4.7%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정부는 지난해 말 지자체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했다며 추가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이날 협의회의 회견이 끝나고 한 시간 뒤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갖고 지자체의 논리를 반박했다. 문 장관에 따르면 작년 말 정부는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5%에서 11%로 확대하고 △보육료와 양육수당 국고보조율을 15% 인상했으며 △지방소득세 개편 등을 통해 지방 재정을 확충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지자체 재원이 연평균 3조2000억 원가량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민병선 bluedot@donga.com·우경임 기자}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최저임금제’를 강화한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도입한다. 정부의 올해 최저임금(시급)은 5210원이지만 서울시 올해 생활임금(시급)은 6582원으로 1372원이 많다. 서울시의 이 같은 제도는 다른 도시에 비해 주거비가 높고 생활비가 많이 드는데 현재 최저임금은 이런 지역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도입됐다. 가족과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시는 서울연구원과 함께 서울시 평균 가구원수인 3인(맞벌이부부 2인+자녀 1인)을 기준으로 평균 지출 값의 50%에다 최소 주거비와 평균 사교육비의 50%를 합산해 생활임금을 산출했다. 서울시의회와 11월 중 ‘서울시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만든 뒤 생활임금위원회를 통해 내년도 생활임금을 산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 서울시와 투자·출연기관의 직접고용 근로자 가운데 현재 임금이 생활임금보다 낮은 118명에게 바로 적용된다. 공공뿐 아니라 민간에도 확대될 수 있도록 생활임금 적용 우수기업에 대해선 도심형 특화산업지구 입주 기회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동대문구 장안동 326 일대(4257m²). 아파트 대단지에 둘러싸인 동네지만 유독 재개발 추진에 어려움을 겪던 곳이다. 이 지역이 서울시의 미니 재개발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 첫 대상지로 선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2일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분담금을 산정하는 사업성 분석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최근 예산 2000만 원을 지원했다. 사업성 분석이 완료되는 연말 조합 설립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뉴타운 사업 같은 대규모 개발의 부작용을 지적해온 박원순 서울시장의 해법이다. 1만 m² 미만의 소규모 사업용지에 대해 종전 도로를 유지하면서 단독·다세대주택 등을 재정비하는 사업. 사업 추진 기간이 짧고 이해 당사자가 적은 만큼 뉴타운 해제 지역에서 사업 추진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2012년 도입 이후 단 한 곳도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7층까지만 지을 수 있어 추가 분담금이 높거나 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7월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사업성 분석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사업 시행 인가 전이라도 조합이 설립되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 조합원이 100명 이하로 자금 조달 능력과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어 SH공사를 공동사업 시행자로 참여시키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분양이 안 되는 85m² 이하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매입하는 등 사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동대문구 장안동 외에도 서초구 반포동, 중랑구 면목동 주민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검토 중”이라며 “미니 재개발이 활성화되면 대규모 개발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청년 사장 전통시장 진출기 안양 중앙시장 대박농산물 김수환 사장동아일보-채널A-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연중캠페인맛과 가격의 조화 자부심… 직접 고른 과일로 고객 사로잡아10월엔 전국택배서비스 시작…프랜차이즈도 꿈꾼답니다《 빨갛게 익은 사과에서 아삭아삭 소리가 들릴 듯했다. 알알이 통통한 포도에는 달콤함이 배어 있었다. 어설픈 주부가 보아도 과일 품질은 최상이었다. 26일 찾은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중앙시장 ‘대박농산물’에는 알록달록 과일들이 나란히 누워 싱싱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게도 크지 않고, 과일 종류도 단출했지만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 올해 5월 개업한 과일가게 ‘대박농산물’은 청년 사장 김수환 씨(28)가 운영한다. 김 씨는 동아일보·채널A와 경기도가 함께 주최한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 오디션을 통해 청년 사장으로 데뷔했다. 그때 선발된 6명 가운데 가장 먼저 청년 사장님이 됐다. 》 “장사만 한 일자리 없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 씨가 과일 가게를 내기로 결심한 것은 ‘밭떼기’로 과일을 서울 아파트 직거래 장터에 공급하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군대를 다녀온 뒤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택배기사, 막노동까지 쉼 없이 일을 했다. “하루 두 가지 이상 일을 한 적도 많았어요. 추석 전후 택배 물류센터에서 밤새워 12시간 동안 택배 물건을 분류해 배달 차에 싣는 일이 정말 쓰러질 것같이 힘들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한 달에 200만 원을 벌기 어렵더라고요.” 그러던 중 아버지를 도우러 갔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아파트 직거래 장터를 보니 하루 순익이 200만 원이나 되는 사람도 있었다. 어차피 힘든 일을 해야 한다면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졌다. 2년간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웠고 이때 모은 돈이 창업 종잣돈이 됐다. 김 씨는 시장 구석구석 발품을 팔아 드나드는 손님을 세어 가며 시장 조사를 했다. 특히 하루 방문객이 2만 명에 달하는 안양중앙시장은 맛 좋은 과일만 공급한다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다만 안양중앙시장은 과일 값이 여느 시장보다 싼 편이었다. 점포 수가 1200여 개여서 상인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가격을 낮추지 않고 품질을 올리는 전략을 세웠다. “어릴 적 아버지가 과일 농사를 하셔서 사과 맛, 배 맛은 기막히게 볼 줄 알거든요.”대박농산물 성공 비결은 맛, 맛 김 씨는 저장이 가능한 사과와 배 등은 산지와 직거래해 맛과 신선도를 유지한다. 저장이 어려운 참외 바나나 같은 여름 과일은 매일 새벽 도매시장을 찾아 직접 먹어보고 사 온다. 김 씨의 ‘첫 번째도 맛, 두 번째도 맛’ 전략은 고객들에게 통했다. 종종 덤을 달라고 하는 손님이 있어도 거절했다. 대신 시장에서 싼 과일을 파는 곳을 추천했다. 최고의 맛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고 있다는 자부심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화를 내며 과일을 놓고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손님도 있었다. 한 번 과일 맛을 본 손님은 단골이 됐다. 하루 200만 원이던 매출이 한 달 만에 350만 원이 됐다. “자정 무렵 도매시장에 나가 밤새 과일을 먹어가며 골라옵니다. 매일 서너 시간밖에 못 자지만 남에게 맡길 수가 없어요. 과일 맛이 금세 달라지거든요.” 김 씨는 10월부터 인터넷 블로그를 열고 전국 택배 서비스도 시작한다. 2호점, 3호점 내면서 과일가게 프랜차이즈도 운영해 볼 계획이다. “정장 차려입은 친구들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다가도 10년 뒤 내 모습을 상상하면 이 일을 선택한 데 대해 후회가 없어요. 지금은 고생스럽지만 10년 뒤면 월급쟁이 친구들보다 성공해 있을 겁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평소 서울 광진구 중곡 제일시장을 자주 찾는 김은영 씨(41·서울 광진구)는 올 추석 장을 보기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할 예정이다.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10% 할인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제수용품 가격이 저렴한 데다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하면 10% 추가 할인을 받는 셈. 연말에는 소득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 김 씨는 “넉넉히 사서 추석 선물 마련에도 사용활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추석(9월 8일)은 유난히 일찍 찾아왔다. 추석을 맞는 마음이 분주하다. 집 가까운 전통 시장을 찾아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후한 인심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온누리상품권 10% 특별 할인판매를 6일까지 실시한다. 1인당 30만 원까지다. 최대 5년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미리 구입해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9년부터 발행했다. 전통시장 및 상점에서 쓰는 상품권이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전국 전통시장 1200곳, 가맹 점포 17만 곳에서 취급하고 있어 동네 어디서나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전통시장 이용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멀리까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꼭 전통시장을 찾지 않고도 이용이 가능하다. 온누리상품권은 온라인 전통시장에서도 전자결제가 가능하다. 직접 짐을 나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전자상품권 결제가 가능한 온라인 전통시장관(mall.ePOST.kr), 이지웰페어(onnuri-sijang.com), 인터파크 비즈마켓(e-jangter.com), 제주상인연합회쇼핑몰(market.jeju.kr)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클릭 한 번으로 전통시장 제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라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전통시장 스마트폰 앱 ‘매력 넘치는 우리시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102개 전통시장의 정보를 제공하고 장보기 배송 신청이 가능하다. 포인트도 적립하고 쿠폰도 제공한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경쟁력에 정보기술이 더해져 호응이 높다.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동네 가게도, 지하상가 점포에서도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한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구의 경우 광장시장, 금천교시장 뿐만 아니라 종각지하쇼핑센터나 종로 지하쇼핑센터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가맹점 확인은 ‘전통시장 통통’ 홈페이지(sijangtong.or.kr)에서 확인하거나 콜센터(1357)에 물어보면 된다. 이처럼 온누리상품권 이용이 확대되면서 전통시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았던 신규 고객이 늘어나 전통시장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종이상품권(5000, 1만 원)과 전자상품권(5만, 10만 원)은 11개 시중 은행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까운 은행을 방문하면 되며, 신분증은 필수다. 또 올 추석부터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을 일부 전통시장이나 전통시장 인근 우리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은 안양 남부시장, 파주 금촌시장 등을 포함해 전국 전통시장 안팎의 우리은행 91개 지점에서 온누리상품권 수납·판매가 가능한 ATM을 설치·운영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전국 전통시장 175곳에서 6일까지 ‘온누리 고객 감사 대잔치’를 합니다. 백화점이나 마트 세일과 다름없이 할인판매와 함께 경품 행사도 열립니다.” 어릴 적 이웃 간 정이 오가던 5일장을 보고 자란 이일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64·사진). 그가 “전통시장이 달라지고 있다”며 추석을 맞아 직접 전통시장 홍보에 나섰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올해 1월 기존의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을 통합해 새롭게 출범했다. “전통시장 36곳의 가격을 비교해 봤더니 대형마트보다 11.3%, 대기업슈퍼마켓보다 15.6% 가량 저렴합니다. 여기에 10% 할인 판매되는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하면 더욱 알뜰하게 추석 장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전통시장이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부탁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와 경쟁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위생적인 시설을 갖추고 서비스교육을 도입하기도 했고 전국 전통시장 80곳에서는 배송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시장에 갈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를 위해 장보기 대행 서비스도 시작했다. 베테랑 주부가 소비자와 직접 통화를 하면서 대신 물품을 구입하고 배달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대전 중앙시장은 한 달 주문건수가 180건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이 이사장은 추석 연휴를 마무리할 무렵 고향 인근 전통시장을 한번 찾아보기를 권했다. 부산 깡통야시장이나 충남 공주 산성시장은 밤에 장을 보며 관광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요즘 전통시장에 가 보면 시설도 많이 깨끗해졌고, 상인들의 마음가짐도 예전과 다릅니다. 저렴한 가격, 푸짐한 인심 같은 전통시장의 매력을 살리면서 변화해 간다면 전통시장은 틀림없이 부활할 것이라 장담합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 사대문 안 도심이 걷기 편해진다. 서울시는 31일 도심 차량 진입을 줄이고,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도로 다이어트’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보행 안내 표시를 따라 걸으면 누구나 고궁 박물관 쇼핑명소를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도심 보행로를 연결한다. 먼저 모양과 색상이 제각각인 안내보행 표시 체계를 통일해 누구나 알아보기 쉽도록 한다. 새로운 안내판을 설치하기보다 걷다가 쉽게 시선이 닿을 수 있도록 바닥에 표시하거나 벽면에 붙이기로 했다. 폭이 좁은 보도에 자리 잡은 가로수, 활용도가 낮은 공중전화기를 옮겨 보행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도심 횡단보도도 개선한다. 녹색 신호 시간을 초당 1m에서 0.8m를 걸을 수 있도록 늘린다. 최근 노인 인구가 늘고 가족 단위로 도심을 방문하면서 녹색 신호 시간이 횡단보도를 건너기에 짧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횡단보도를 도로보다 높게 설치하는 ‘고원식 횡단보도’를 도입해 차량이 속도를 줄이게 유도하기로 했다. 9월까지 시범지역인 서대문∼동대문 구간을 새로운 보행 안내 표시를 적용하는 등 우선적으로 정비한다. 보행로 주차 단속도 강화한다. 9월부터 재래시장 주변이나 소규모 음식점 앞 등 주차 단속 완화 지역이라 하더라도 보행로를 침범하면 예외 없이 단속할 방침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뉴타운으로 지정해 달라고도, 취소해 달라고도 한 적이 없습니다. (서울시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동네만 흉흉해졌어요.” 지난달 26일 찾은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12구역(장위동 231-233 일대 4만8514m² 규모)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빼곡했고 사이사이 낡은 단독주택이 있었다. 햇빛이 좋은 날씨였지만 인적은 드물었다. 10년간 뉴타운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스산했다. 지나가는 주민에게 재개발 사업 이야기를 꺼내자 ‘휘휘’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돌렸다. 올해 1월 장위뉴타운 추진조합 설립 인가가 취소됐다. 이에 시공사는 조합이 빌려간 사업 추진비용 31억 원을 돌려받기 위해 조합 임원 7명의 재산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에 조합 임원들이 다시 조합설립인가 취소 절차에 적극 가담했던 57명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기 위해 5300만 원씩 가압류를 신청했고 최근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 뉴타운 해제 이후 주민 갈등 폭발 2005년 지정된 장위뉴타운은 2008년 장위재정비촉진 계획이 결정, 고시되고 이듬해 조합이 설립되면서 사업이 순풍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사업은 지지부진해졌다. 2012년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뉴타운 수습 전략을 발표했다. 실태를 조사한 뒤 주민들이 반대하면 뉴타운을 해제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찬반을 둘러싼 주민들 간 반목은 더욱 심해졌다. 땅값 보상금은 턱없이 적고, 분담금도 내기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주민 571명 가운데 302명(52.8%)이 조합 해산에 찬성했다. 이제 집도 팔 수 있고, 이사도 갈 수 있게 됐으니 오랜 갈등이 해소될 줄 알았지만 매몰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처음에는 시가 매몰비용을 지원해 줄 것처럼 나서다가 이제 와서 이를 주민들한테 다 떠넘긴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당초 서울시는 매몰비용에 대해 ‘정부와 함께 지원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가 올해 상반기 매몰비용을 지원한 곳은 단 2곳. 추진위 단계에서 해제된 지역에 한해 검증된 매몰비용의 70%인 2억여 원을 지원했다. 장위뉴타운처럼 설계를 맡기거나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 단계에서는 매몰비용이 훨씬 크지만 이런 곳을 지원하려는 계획은 없다. ○ 매몰비용 놓고 추가 갈등 우려 “재개발요? 그거 아주 잘못됐습니다. 동네 사람끼리 형님 동생 하고 지내다가도 원수가 됩디다. 이제라도 매몰비용만 청산된다면 재개발 얘기는 꺼내기도 싫습니다.” 장위 12구역 조합원 72%가 다가구·다세대주택에 산다. 서울에 올라와 집값 싼 곳을 찾아, 인근 개발지역에서 밀려나서 정착한 전형적인 서민 동네다. 무분별한 뉴타운 추진으로 인한 매몰비용을 떠안게 된 주민들이 서로에게 화살을 겨누며 마을은 파탄났다. 재개발조합은 “재개발 추진한다 해서 월급 받은 죄밖에 없다. 사업 무산의 책임을 묻겠다”며,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60, 70대 노인을 대상으로 가압류를 신청한 것은 협박용이다. 무턱대고 개발을 추진한 조합의 비리를 밝혀내겠다”며 맞서고 있다. 서울시가 들었다 놔버린 재개발 현장엔 남은 주민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부산지역 수해 현장을 찾았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천마을 일대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복구 작업에 나선 주민들을 위로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기장군에는 25일 시간당 최대 160mm의 폭우가 쏟아진 데다 좌천마을을 지나는 좌광천 상류 내덕저수지가 붕괴하면서 44만여 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마을 주택과 상가 130여 채가 침수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등에게 “21일에도 경북 영천의 괴연저수지가 무너져 큰 재산 피해가 난 만큼 이번 기회에 전국 노후 저수지를 일제히 점검하고 보강해 유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내덕저수지는 1945년 준공됐다. 또 박 대통령은 “피해조사가 끝나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겠다”며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조속한 생활 안정을 위해 재난지원금 및 긴급 생활구호물품 지급, 집안 정리와 도배 지원 등이 최대한 조속히 이뤄지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석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수재민들이) 가능한 한 다 집에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수해 현장 방문은 전날 저녁 늦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8일 오라시오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었지만 파라과이 국내 사정으로 방한이 연기되면서 박 대통령 일정도 비게 됐다. 전날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박 대통령이 공연을 관람한 것을 두고 야권이 “공연 관람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2차 외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점을 의식해 민심 다잡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과 안행부는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정부조직법’ 개정과 공무원연금 개혁 등 공직사회 혁신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는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포함해 추석 이후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9조8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으로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를 ‘국민안전처’로 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국민의 안전을 다룬다는 의미에서 국민안전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안행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egija@donga.com·우경임 기자}
서대문구에는 연세대·이화여대 등 대학 8곳이 모여 있다. 이곳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 7만 명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집을 구할 경우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주인이 임차료를 비싸게 불러도 사정을 몰라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1만1500명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대문구가 부동산 정보에 어두운 대학생·외국인이나 직접 방문이 힘든 장애인들을 위해 중개사무소 580곳과 연계해 매물 정보를 매칭해 주는 ‘부동산 맞춤 정보 서비스’를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 자신이 원하는 매매나 임대 정보를 직접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받아 볼 수 있다. 이용 방법은 희망 지역과 건물 종류, 매매, 전월세 여부, 가격 등을 적어 넣은 신청서를 작성해 팩스나 이메일을 이용해 구청 지적과로 보내면 된다. 문의 서대문구 지적과 02-330-1257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지방자치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는 지방자치단체 간 경제적 격차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산업이 이탈하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에서 자치는 어쩌면 사치일 수도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해당 지역이 생산한 부가가치)을 보면 2012년도 16개 시도의 GRDP는 1377조 원이었다. 이 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48.2%로 절반에 육박한다. 각종 인프라와 인재가 집중되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도별 GRDP 규모를 보면 서울(313조4790억 원) 경기(288조1470억 원) 경남(95조6350억 원) 순이며 서울은 충북(43조6280억 원)의 7배가 넘는다. 지역 간 경제적 격차가 이렇게 커진 건 1차 산업과 2차 산업에 기반을 두고 성장한 지역들이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이 전국 시군구를 대상으로 △인구가 현저히 감소한 지역 △총 사업체 수 감소 등 산업 이탈이 발생된 지역 △노후주택 증가 등 주거환경이 악화되는 지역 가운데 1개 항목에 해당하는 지역은 쇠퇴징후 지역, 2개 이상에 해당하는 지역은 쇠퇴 진행 지역으로 나눴다. 그 결과 전국 230개 시군구 가운데 38개(16.5%)가 쇠퇴 징후 지역으로 조사됐고 128개(55.7%) 지역이 쇠퇴가 이미 진행됐거나 심화된 지역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 농산어촌 지역이나 3차 산업을 유치하지 못한 지방 대도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쇠퇴하는 도시들은 인구 감소 및 고령화로 재정악화가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 놓여 있다. 지방자치가 흔들리는 데는 무리한 선심성 공약 같은 지자체 행정 실패 문제도 있지만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가 진행되는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한국 지방도시도 일본 유바리(夕張) 시처럼 ‘파산’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유바리 시는 기간산업인 석탄산업이 쇠락하자 이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관광산업을 육성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우리나라 지방 도시에서도 그대로 재연될 위험성이 높다. 강원 태백시의 오투리조트나 전남 영암군 F1 경기장처럼 인구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관광산업에 치중하고 있는 지역들이 이미 빚더미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기간시설을 유치하거나 관광산업으로 지역 경제를 지탱하려는 정책은 오히려 지역 경제가 자생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막는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지방대 육성,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정부가 ‘균형 발전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격차는 오히려 심화됐다. 결국 지역 기업과 주민이 스스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야 지역 경제가 뿌리를 내리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북 고창군은 2003년 깨끗한 자연 환경을 내세워 매일유업을 유치했다. 임야도 완만하고 바닷바람이 무덥지 않아 소를 키우기 적당한 지역이었다. 매일유업은 공장을 짓고 고창군은 유기농 사료 값과 축사 개조 비용을 지원했다. 매일유업 유기농우유의 지난해 연매출은 1550억 원이다. 매일유업이 상하면에 내는 지방세는 1년에 1억 원이 넘는다. 이처럼 외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내 자원을 개발해 자생적 성장 모델을 만드는 것만이 앞으로 지역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해법이라는 진단이 나온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재정은 ‘1할 자치’, 업무는 ‘2할 자치’. 올해 성년(20년)을 맞은 민선(民選) 지방자치가 돈도, 권한도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자조 섞인 말이다. 살림을 잘해 보고 싶어도 곳간은 텅 비었고, 재량껏 사람을 뽑을 수도 없다. 더구나 국가 정책이 실행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결정권도 전혀 없다. 지역을 발전시키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할 것이라던 당초 기대와 달리 민선 지방자치는 성숙의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재정은 악화 일로다.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체사업 예산은 2008년 46.1%에서 2014년 37.6%로 뚝 떨어졌다. 여기에는 도로시설 유지·보수 같은 고정비용이 포함돼 지자체가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10% 정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1할 자치’라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동아일보가 2014년 재정통합공시를 통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244곳(시도 포함)의 자체사업 비중을 분석했더니 10% 미만인 곳이 3곳(대구 동구, 대구 남구, 대전 대덕구)이었다. 10% 이상∼20% 미만이 52곳, 20% 이상∼30% 미만이 93곳이었다. 지자체 10곳 가운데 6곳은 예산의 30% 미만을 자체사업에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가 성숙하려면 지자체가 스스로 벌어 쓰고 평가받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실질적인 자치가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갖는 자치사무의 비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총 4만2316건의 사무 가운데 국가 사무는 80%, 지방 사무는 20%를 차지한다. 스스로 공무원 정원과 조직을 결정할 권한(자치조직권)도 없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수십 년 동안 도로 개통 민원을 넣었지만 사업비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대구 남구 이천동 주민들은 미군부대인 캠프 헨리 옆 골목만 보면 답답하다. 20여 년 동안 도로가 나지 않아 불편한 데다 주거 환경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기 때문. 이곳은 1980년대 도시 확장에 따른 도로(폭 8m, 길이 200m) 개통 계획이 있었지만 아직도 추진되지 않고 있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남구가 도시 기반 확충 사업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남구에는 이런 도로 계획이 4개 구간, 600m다. 남구는 자체 투자 사업을 벌일 여력이 거의 없다. 대구 남구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자체사업예산이 7.7%로 가장 낮다. 재정자립도 역시 10.12%로 최하위 수준이다. 올해 전체 예산 2231여억 원 중 57%(1272억여 원)는 기초노령연금이나 영·유아 보육료, 가정양육수당, 기초생활보장 등 사회복지예산으로 쓰인다. 공공질서 및 안전을 비롯해 환경보호, 교육, 문화관광 등 이것저것 빼고 보면 가용예산은 10%(220억여 원)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전북 부안군은 347억여 원을 들여 조성한 부안자연생태공원 내에 쓰지 않는 시설 한 곳을 청소년수련원으로 꾸미고 싶지만 비용 1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부안군의 자체 사업 예산 비중은 12.91%다.○ 복지사업 확대에 손발 묶인 지자체 국비와 지방비를 일정 비율로 분담하는 복지사업은 지방 재정난의 주범이다. 기초연금이 도입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감당해야 하는 예산은 더욱 늘어났다. 올해 한 해에만 1조2600억 원, 내년에는 2조530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 따르면 2007년 32조 원(지방예산의 약 28%)이었던 국고보조사업은 올해 61조 원(37%)으로 급증했다. 반면 국비 보조율은 2007년 68.4%에서 올해 61.8%로 떨어졌다. 최근 복지사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매칭 비용을 대느라 자체 사업을 포기하는 지자체가 속출하고 있다. 법령상 지자체는 국고보조사업을 인건비보다 먼저 예산에 편성해야만 한다. 세출은 늘었지만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세입은 한정돼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지방세의 주요 세원인 취득세와 재산세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세가 재산세와 취득세 같은 부동산에 기반을 두다 보니 경기에 민감하고, 난개발이 발생한다”며 “개인과 기업의 활동을 장려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지방세를 수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결정한 지방세 감면도 세수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 2007년 18.3% 수준이던 지방세 감면율이 2012년에는 22.2%까지 높아져 무려 15조 원이 넘어섰다. 전체 세입 가운데 국세와 지방세의 배분 비중은 8 대 2에 머물고 있다.○ 자치조직권 없어 조직은 경직 스스로 살림을 꾸려나갈 돈이 부족한 것 외에도 살림을 꾸려나갈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것도 지방자치의 성숙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소방담당과장을 예로 들면, 부산시는 지방소방준감, 대구시는 지방소방정, 세종시는 지방소방령으로 지자체 종류와 인구 규모별로 26개 유형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인구 1000만 도시인 서울시는 복지, 경제문화, 교통문화 부문의 부시장 자리를 만들고 도시재개발청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중앙정부의 허락을 얻지 못해 실패했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내 사람 심기’나 ‘예산 나눠주기’가 횡행해 무작정 풀어 줄 수는 없다는 것이 중앙정부의 설명이다. 김홍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연구위원은 “선진국에 비해 조직과 기구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어 주민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기 힘든 구조”라며 “그동안 지방자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만큼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과정에서는 배제 올해 7월부터 시행 중인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최대 20만 원까지 지급하는 기초연금법은 도입되기까지 1년간 보건복지부와 청와대, 입법예고 이후에는 여야 간 치열한 합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서도 지자체 의견이 반영될 기회는 없었다. 기초연금의 30%는 지방비로 부담해야 하는데도 그랬다. 이는 중앙정부 정책결정과정에 지방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예산을 부담해야 하는 국가사업은 2012년부터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지난해 말까지 모두 다섯 차례 열렸지만 국비와 지방비가 결부되는 어떤 복지사업에도 제동을 걸지 못했다. 심의 결과에 강제성이 없고 지자체에서 먼저 회의 개최를 요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앙부처가 지자체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법령 제정 및 개정 시 지방재정영향 평가를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지방재정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 개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지자체가 각종 복지정책의 집행상의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해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음에도 이를 앞 다퉈 도입한 정치권을 견제할 장치는 없다. 임 교수는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 협의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장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