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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심근경색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2)이 ‘저체온 치료’를 마친 뒤 진정제 투여를 통한 ‘진정 치료’를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13일 “이 회장의 안전하고 완벽한 의식 회복을 위해 당분간 진정 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진정제를 투여하기 때문에 의식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수면 상태를 유지하면서 신체의 각종 기능을 서서히 회복시키겠다는 취지다. 병원 측은 언제까지 진정 치료를 진행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 회장의 심장 기능과 뇌파는 대단히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고령이며 평소 호흡기 질환으로 건강이 나빴던 이 회장의 상태를 감안할 때 진정 치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오후 10시 55분경 이 회장에게 나타난 심장마비 증세로 인한 뇌 손상을 막기 위해 시도됐던 저체온 치료는 13일 오후 종료됐다. 통상 저체온 치료는 24시간 동안 체온을 32∼34도 수준으로 떨어뜨린 뒤 다시 24시간 동안 서서히 체온을 높여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게 만들기 때문에 약 48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에 대한 저체온 치료는 11일 오전 5∼6시경부터 시도됐다. 삼성 측은 정확한 치료 종료 시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13일 오후 종료된 것을 감안하면 최소 54시간 이상 걸린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체온 치료에서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시간이 24시간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환자의 상태나 각 병원의 프로토콜에 따라 훨씬 더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회장에 대한 진정 치료를 진행하면서 향후 필요한 후속 치료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의식 회복, 각종 부작용 최소화, 심혈관 기능 유지 등에 필요한 치료 방법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지 않고 호흡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이세형 turtle@donga.com·최지연 기자}
‘삼성은 시스템으로 움직여 온 회사다. 특별히 달라지거나 우려할 만한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비서실 역할을 해온 그룹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은 12일 평소보다 긴장도가 높은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삼성은 ‘비상경영’ 같은 특별 상황을 선언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떨어지고, 올해 상반기 경기 전망이 부정적으로 나오자 곧바로 ‘위기경영’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준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별도의 경영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평소 해오던 대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도 모두 평소처럼 서울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근무했고 매주 월요일 열리는 팀별 주간회의도 그대로 진행됐다. 삼성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수요사장단 회의’도 이전과 같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오전에 이 회장이 입원해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들른 뒤 다시 회사로 나가 임원들과 점심 식사를 했고 업무도 평소처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의 건강 악화 속에서도 삼성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 체계적인 경영 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회장이 큰 비전을 제시하며 메시지를 던지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이 부회장이 만들어 왔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호’란 거대한 배의 방향은 이 회장이 판단하지만 배가 움직이는 데 필요한 크고 작은 작업들은 이 부회장이 직접 담당해 왔다는 것이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해외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주요 시장과 제품 전략,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같은 삼성의 주요 이슈들을 모두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도 이 회장의 ‘공백’이 삼성의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확률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 시간) “이 회장이 삼성 경영에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의 병세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의 와병과 사망 때만큼 삼성 경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애플이 잡스라는 1인의 비전에 의지한 회사인 것과는 달리 삼성은 회사의 각 부문을 담당하는 수많은 경영진이 포진한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월가의 통신담당 애널리스트인 채턴 샤르마 씨는 “이 회장은 삼성 왕국을 건설했지만 애플의 잡스처럼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와 동일시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워싱턴=정미경 특파원}
급성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2)이 뇌 손상을 막기 위한 저체온 치료를 받으면서 서서히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12일 “이 회장의 심장 기능이 회복돼 오늘 오전 8시 반경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고 혈액 순환을 돕는 심폐보조기 에크모(ECMO)를 제거했다”며 “이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저녁 심근경색으로 심장마비가 발생했던 이 회장은 11일 오전 2시경 심장 스텐트 시술을 마친 뒤 에크모로 심장과 폐 혈액 순환을 보완했으며, 현재는 저체온 치료를 받고 있다. 저체온 치료를 마치고 정상 체온을 회복할 때까지는 일반적으로 48시간가량 걸린다. 다만 의료진은 이 회장의 안전하고 완벽한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당분간 진정 치료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의식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저체온 치료는 심장마비로 뇌에 혈액과 산소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이후 혈류 복원 과정에서 오는 뇌 손상을 줄이기 위해 체온을 32∼34도로 떨어뜨리는 요법.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치료를 마친 직후 24시간 동안은 체온을 낮추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현재 상태는 ‘깊은 수면 상태’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이 위기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은 발 빠른 초기 대응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일 밤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던 이 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즉시 인근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이후 심장마비가 발생하자 산소 공급,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곧바로 받았다. 비서진의 침착한 대응과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이 갑작스럽게 안 좋아질 경우를 대비해 행동 요령을 담은 매뉴얼이 있었고 비서진이 이 매뉴얼에 따라 행동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비서진의 긴급 연락을 받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자택에서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으로 갈 것을 조언했고 이후 시술 과정에서 두 병원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가며 협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용석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대개 뇌중풍(뇌졸중), 심근경색 등이 발병했을 땐 무조건 거리가 멀어도 대형 병원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이 회장 사례에서 보듯 제일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가는 것이 정답”이라며 “뇌 혈류 공급이 4분 이상 끊기면 뇌 손상이 올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장마비가 왔을 때의 골든타임, 즉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은 4∼6분. 일반 심근경색의 골든타임은 6∼12시간이지만 심장이 멈췄을 경우엔 분초를 다투어 심폐소생술, 전기치료 등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그 밖에 뇌중풍은 3∼6시간, 혈압이 심하게 떨어지는 등의 중증 외상 등은 1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오 교수는 “혈관이 막히게 될 경우 막힌 혈관의 바로 옆 경계 부위는 혈류가 부족하긴 해도 완전히 죽지는 않은 상태”라며 “이 회장은 골든타임 내에 신속한 응급조치를 받아 위급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최지연 lima@donga.com·이세형 기자}

삼성그룹 출신 임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온 동부그룹이 또 한 명의 ‘삼성맨’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최진균 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65·사진)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했다고 12일 밝혔다. 신임 최 부회장은 이달에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담당했던 2006∼2009년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적자를 내던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 출신으로 그동안 동부대우전자를 이끌었던 이재형 전 부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사임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발생했지만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의 주가는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오너 리스크’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97% 상승한 138만8000원에 마감됐다.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는 삼성생명(4.04%) 삼성물산(2.71%) 등도 주가가 올랐다.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2.69%)와 차녀 이서현 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제일기획(3.93%)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없는 계열사의 주가는 1∼2% 하락했다. 이날 기관은 1110억 원, 외국인은 9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오늘 기관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였다”면서 “이 회장의 건강이 나빠짐에 따라 계열사 재편 및 지분정리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본 기관이 많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이 이 회장 개인에게 크게 의존하기보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회사라는 점도 감안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가가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이나 이미지에 좌우되는 ‘CEO 주가’ 효과가 삼성 계열사들에는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과거에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삼성 계열사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이 회장이 입원했던 2008년 1월 초와 2009년 3월에 삼성전자 주가는 소폭 오른 바 있다. 이는 스티브 잡스라는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던 미국 애플과 대비된다. 애플은 2011년 10월 잡스가 사망할 때까지 건강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5∼6%씩 급락한 바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실적에 따라 좌우되는데 삼성은 CEO의 경영 공백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이 크게 악화될 경우 지금까지와 달리 주가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정지영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2)이 10일 밤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켜 긴급 심폐소생술(CPR)과 심장 시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이다. 1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10일 오후 10시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을 겪어 10시 55분경 근처에 있는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 회장은 병원에 도착한 직후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고, 심장마비 증세가 나타나 CPR를 받았다. 1999년 11월 미국에서 폐 림프암 수술을 받았던 이 회장은 호흡기 건강이 좋지 않아 겨울철에는 날씨가 따뜻하고 공기가 맑은 해외 지역에서 요양해 왔다. 이 회장은 과거에도 호흡기 질환 등으로 입원한 적은 여러 번 있지만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증세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신년행사 뒤 출국해 미국과 일본에서 머물다 지난달 17일 귀국한 이 회장은 귀국한 뒤 닷새 만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했고, 최근까지도 경영화두인 ‘마하경영’ 메시지 전파와 계열사 간 사업 재편, 미래전략실 인사 등을 지휘해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령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은 이 회장이 각종 주요 업무를 직접 보고받고, 결정도 내리는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기온 차가 컸던 최근 날씨도 호흡기 건강이 안 좋은 이 회장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이 입원하자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 가족들은 병원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출장 중이었던 이 부회장은 입원 소식을 전해 듣고 11일 오전 귀국했다. 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과 계열사의 주요 관계자들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그러나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위기 요인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도 당장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비상경영 조치는 취하지 않을 계획이다. 삼성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이 회장이 큰 틀의 전략 수립과 의사 결정만 내리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경영구조를 오래전부터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며 “그룹 경영에서 우려될 만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켰던 10일 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태는 조치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아찔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삼성서울병원을 평소 이용했던 이 회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가까이 있는 순천향대병원을 늦은 밤 급하게 찾았다는 것은 상황이 매우 긴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피떡)으로 막혀 혈액 공급이 안 되는 상태를 말한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오후 10시경 자택에서 호흡 곤란과 함께 가슴 등에 통증을 느낀 이 회장은 10시 55분경 순천향대병원에 도착했다. 도착 직후 심장마비 증세가 나타났고 의료진은 곧바로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다.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온몸의 혈액 순환이 중단된다. 의학 전문가들은 심장이 멈춘 뒤 4, 5분이 지나면 뇌세포가 손상되고 소생 가능성도 크게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 회장 가족과 비서진이 자택 가까운 곳에 위치한 순천향대병원을 찾은 건 매우 적절한 판단이었다. 처음부터 거리가 먼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면 차량 안에서 심장마비 증세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PR를 하면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혈액을 순환시킬 수 있다. CPR를 하지 않거나 늦게 하면 심장 박동이 다시 시작되더라도 의식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존하더라도 심한 뇌손상을 입게 된다. CPR를 통해 이 회장이 위험한 상황을 넘기자 순천향대병원에서는 기도 확장을 위해 기관지 삽관 시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상태가 다소 호전된 11일 0시 15분경 이 회장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한 이 회장은 오전 1시경 심장의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Stent) 삽입 시술을 받았다. 1초, 1분이 급박했던 이 회장의 건강 상태는 오전 1, 2시경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심장과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질 때 하는 ‘체외막산소화 장치(ECMO·에크모)’ 시술을 받고 있다. 에크모는 환자의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장비로 정맥에서 혈액을 체외로 빼낸 뒤 동맥혈로 바꿔 환자에게 주입한다. 삼성은 이 회장이 약물 및 수액 치료와 함께 ‘저체온 치료’를 받으며 깊은 수면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저체온 치료는 인체 조직에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가 혈류 공급이 재개될 때 해로운 물질이 생성되는 것을 줄여준다. 24시간 저체온 치료 뒤 정상 체온을 회복하면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게 된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입원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지만 초기 응급치료와 각종 시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자가 호흡이 돌아왔고 회복 중이라 에크모도 곧 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우려되는 뇌손상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초기 조치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잘한 덕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회장이 고령이고, 과거 폐 림프암을 앓았기 때문에 정확한 예후는 다소 시간이 지나야 파악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이세형 turtle@donga.com·이샘물 기자}

각종 사고와 건강이상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특정 버튼을 누르면 위치정보가 통합관제센터에 전해지고, 보호자(최대 5명)에게도 문자메시지가 전송되는 ‘안심폰’이 지난달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렸다. 11일 에스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 회사가 출시한 안심폰이 지난달 7600대 판매됐다. 3월보다 1000대 이상 더 팔린 것이며, 7000대 이상 나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원 관계자는 “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커졌고, 안심폰 판매량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말부터는 서비스에 대한 문의도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에스원의 안심폰 서비스 누적 가입자는 최근 4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판매 증가 추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에스원 측은 이달 안심폰 판매량이 9000∼1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에스원은 50대 이상의 연령층을 주 이용 대상으로 삼고 피처폰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3월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출시했고, 지난달부터는 어린이 청소년 여성 등 ‘비(非)시니어’ 계층의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안심폰은 이용자의 요청이 있으면 에스원의 출동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전원이 꺼지거나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보호자에게 관련 내용이 자동으로 통보된다. 또 전국 주요 대형병원 86곳의 건강검진과 진료 예약도 할 수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팬택의 새로운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2’가 공개됐다. 팬택은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에서 베가 아이언2 공개행사를 열고 12일부터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출시한다고 밝혔다. 베가 아이언2는 디자인에서 ‘금속’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옆면 금속 테두리가 끊김 없이 이어져 있고 보석 세공에 쓰이는 ‘다이아몬드 컷’ 공정을 이용해 금속의 광택과 질감을 살려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박창진 팬택 마케팅본부장(부사장)은 “베가 아이언2는 금속 테두리 공정 때문에 국내 어느 스마트폰보다 원가가 비싼 제품”이라고 말했다. 스피커를 금속을 이용해 곡면(커브드)으로 만들었고 스마트폰 최대 용량인 3220mAh 배터리가 탑재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팬택은 베가 아이언2의 가격을 70만 원대 후반에서 80만 원대 초반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팬택은 올해 총 24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할 계획인데 내부적으로 베가 아이언2의 판매 목표를 50만∼70만 대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4, 5년 전만 해도 중국 출장을 가면 현지 대기업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나 임원들이 인맥을 동원해 ‘꼭 좀 만나서 조언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요즘은 한국보다 미국이나 유럽 디자인 전문가들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만큼 디자인 역량이 올라갔고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이죠.” 국내 유명 디자인기관의 간부인 A 씨는 “중국 기업들의 디자인 역량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아직은 중국 제품이 한국 제품보다 덜 세련돼 보이지만 지금 추세라면 곧 차이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거세게 추격하듯 디자인에서도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28일부터 게재한 ‘신(新)디자인 경영’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만난 기업인과 전문가 상당수가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이 지금은 중국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디자인 잠재력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에 따르면 베이징에는 디자인 관련 기업이 2만 개 이상 있다. 베이징 취업 인구의 3.8%인 약 25만 명이 디자인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에 두 번째 중국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이징은 세계 디자인 산업의 새로운 주요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상하이만으로는 중국시장과 소비자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베이징에도 디자인연구소를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20, 30대 젊은 디자인 인력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이나 유럽의 디자인 선진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다. 디자인 산업 육성에 대한 중앙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초 ‘문화 창의 및 디자인 서비스와 관련 산업의 융합발전’이란 보고서에서 디자인 산업 등의 경쟁력을 높여 ‘제조’에서 ‘창조’로 경제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중국의 ‘기술 엔진’은 확실히 제 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중국은 ‘디자인 엔진’의 출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는 한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디자인 경영에 나선 지 15년이 되는 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디자인혁명’을 선언하고 3년이 지난 1999년을 전후로 디자인경영이 대기업들 사이에서 본격 도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디자인 엔진 가동을 예의주시하며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 역량을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세형·산업부 turtle@donga.com}

‘3위 일본, 14위 한국, 15위 중국….’ 2012년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 발표한 세계 주요 23개국의 국가 디자인 경쟁력 순위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을 세계 시장에서 앞서거나, 치열하게 경합을 벌일 만큼 성장한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제품 디자인 경쟁력이 꼽힌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 차원의 전체적인 디자인 경쟁력은 일본과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반면에 중국은 바로 턱밑까지 따라왔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산업 차원의 디자인 경쟁력 순위도 11위에 그쳤다. 반면에 일본은 3위였다. 그 밖에 △정책과 제도 △교육 △기반환경 차원의 디자인 경쟁력 역시 일본은 모두 4위에 올랐지만 한국은 13, 14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은 최근 10여 년간 크게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이 한 차원 더 도약하려면 중소·중견기업의 디자인 역량을 한층 더 키우고 디자인 생태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 단기 성과 위주의 대기업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유명 기업들과 경쟁해온 기업들도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의 디자인 전략은 아직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폰 TV 자동차 등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오른 지 5∼10년이 흘렀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 디자인(Designed in Korea)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애플 BMW 닌텐도 몽블랑 나이키 프라이타크 같은 기업의 이름이나 제품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양이나 색깔 같은 특징이 한국 브랜드에는 아직 없다는 뜻이다. 박규원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 이사장)는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전자 같은 기업의 주요 제품에서도 ‘이 브랜드만의 특징’이라고 내세울 만한 요소를 찾는 게 여전히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한국 기업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존 제품을 적당히 변형하고, 단기적인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디자인을 활용할 뿐이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디자인을 이용하는 건 미흡하다는 것이다. 한 소비재 대기업의 디자인센터에 근무하는 A 씨(여)는 “디자인경영에 신경을 많이 쓰는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중장기 과제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다”며 “연구개발(R&D)과 마케팅 부서에서 제품 기획의 틀을 잡으면 디자인은 그때그때 맞춰주는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KIDP의 국가 디자인 경쟁력 측정 결과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단기 성과에만 힘을 쏟고 있다는 게 나타났다. 디자인 R&D 비용, 해외 특허 출원 등 장기 투자와 관련된 부문에서는 특히 약세를 보였다. 장기적으로 디자인 역량을 키우고 성과를 내려면 제대로 된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체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재무, 인사, 영업 분야처럼 디자인 전문가가 경영진에 포함돼 디자인 전략을 세우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 많은 대기업이 CDO가 없거나, 있어도 비전문적인 경우가 많아 체계적인 디자인경영을 실천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전문성 있는 인사를 CDO에 임명하고 권한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은 디자인 활용 낮아 중견·중소기업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IDP에 따르면 디자인 선진국들은 중소기업들도 30% 이상이 디자인 인력을 고용하거나 관련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중소기업은 이 비율이 14%에 그쳤다.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히는 가구업계에도 CDO가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 2월 한샘이 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를 CDO(사장급)로 영입한 게 업계 안팎에서 화제가 된 것도 그만큼 중견기업들이 장기적인 디자인 전략을 구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태용 KIDP 원장은 “디자인 투자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기술 투자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중견·중소기업들도 디자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큰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는 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산업 생태계의 밑바탕을 형성하는 디자인 전문회사들의 열악한 상황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KIDP가 국내 주요 디자인 전문회사 14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2%가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개발비 미지급 △일방적인 계약해지 △무리한 수정 및 추가 개발 요구 같은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디자인 전문회사의 가장 큰 자산인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답한 회사도 48%나 됐다. 피해 유형으로는 아이디어와 시안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디자인의 재산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역량 있는 디자인 전문회사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과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지현 기자}

LG그룹이 오랜만에 웃었다. 화학 부문과 더불어 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자 부문 계열사들이 모두 예상을 웃도는 1분기(1∼3월)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의 주요 전자 부문 계열사들은 모두 증권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았다. ‘1선발’ 격인 LG전자는 1분기에 전년 동기(3495억 원) 대비 44.2% 증가한 504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의 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 원을 넘어선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LG전자의 1분기 실적은 질적인 면에서도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여전히 적자였지만 TV와 생활가전 부문만 놓고 보면 4393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1900억 원)를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특히 TV 부문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가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앞세워 2403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TV와 모바일기기 등의 화면용 패널을 만드는 LG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 943억 원으로 8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고화소 카메라모듈과 조명용 발광다이오드(LED)를 생산하는 LG이노텍의 영업이익은 6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6% 증가했다. LG 관계자는 “프리미엄 TV 수요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선전하는 등 전자 계열사 전반에 걸쳐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고, 원가 절감 작업을 진행한 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LG의 전자 부문 계열사들의 향후 실적은 ‘상고하저(上高下低)’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이사는 “2분기에도 월드컵과 여름 특수로 LG전자가 강세를 보이는 TV와 에어컨 판매가 크게 늘어나며 다른 전자 계열사들도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이사는 “애플의 아이폰6가 출시될 3분기부터는 MC 사업본부를 중심으로 LG전자가 상반기에 비해 실적이 나빠지며 다른 전자 계열사들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삼성전자를 포함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진영을 향해 전방위 공세를 펼쳐 왔던 애플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재판장 루시 고)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 간 제2차 특허소송 1심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양쪽이 모두 상대편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는 내용을 담은 평결을 발표했다. 》배심원단은 애플이 문제 삼은 특허(총 5개)인 △단어 자동 완성(172 특허) △슬라이드 잠금 해제(721 〃) △데이터 태핑(647 〃) △데이터 동기화(414 〃) △통합 검색 관련 특허(959 〃) 중 ‘414 특허’와 ‘959 특허’에 대해 ‘비(非)침해’ 판단을 내렸다. ‘172 특허’에 대해선 재판부가 이미 침해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배심원단은 4개 특허 중 2개에 대해서만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에 21억9000만 달러(약 2조2700억 원)를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했지만 배심원단은 1억1963만 달러(약 1232억 원)만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제1차 특허소송에선 삼성전자가 애플에 9억3000만 달러(약 1조 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배심원단은 또 삼성전자가 반소(反訴·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 청구에서 제기한 애플의 ‘499 특허(디지털 이미지와 음성 기록 전송)’ 침해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삼성전자에 15만8400달러(약 1억6300만 원)를 배상하라고 밝혔다. 이번 평결이 나온 직후 IT 업계에서는 애플이 펼친 ‘특허괴물 따라하기’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당초 애플은 안드로이드 OS의 기본 기능을 문제 삼으며 개발자인 구글 핵심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대거 신청했다. 또 판매된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1대당 40달러씩 로열티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IT 업계에서는 ‘여러 기업으로 전선 확대’와 ‘과도한 로열티 요구 뒤 협상 통해 금액 조정’ 전략을 자주 구사하는 특허괴물의 전략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IT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간 제2차 특허소송 내용과 배상금 규모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판정승”이라며 “애플의 소송 전략이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LG전자가 2012년 2분기(4∼6월)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5000억 원을 넘어서며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는 1분기(1∼3월) 매출 14조2747억 원, 영업이익 5040억 원을 올렸다고 29일 밝혔다. 정보기술(IT) 업계와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3000억 원 중후반대의 영업이익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LG전자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와 44.2% 증가했다. 이전 분기에 비해선 매출은 4.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11.7% 늘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가 매출 4조9463억 원에 240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도 매출 2조7179억 원, 영업이익 1092억 원을 올리며 선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매출 3조4070억 원에 88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3분기 연속 적자를 냈지만 적자폭은 지난해 3분기 797억 원, 4분기 434억 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스마트폰, TV, 가전, 자동차…. 한국 대표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기준으로 최상위권에 오를 만큼 선전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TV는 한국 기업들이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건 물론이고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기술력 못지않게 디자인 경쟁력이 크게 기여했다. 특히 디자인을 제품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승부수를 던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 성공 경험 바탕으로 디자인 역량 더욱 강조 삼성전자의 경우 여러 차례 디자인을 통해 제품 경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TV 시장에서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아보기 힘들고, 삼성전자 브랜드도 특별할 것이 없었던 2000년대 중반 삼성전자는 ‘보르도 TV’를 통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와인잔 모양의 디자인을 앞세운 보르도 TV는 세계 TV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삼성전자가 세계 TV 시장 1위에 오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영준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전무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인 중심의 전략을 짰다”며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사적으로 확실하게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특별한 스토리’를 디자인에 담아내기도 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에서 공개한 ‘셰프 컬렉션’이 바로 그 제품이다. 냉장고와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로 구성된 최고급 프리미엄 주방 가전라인인 셰프 컬렉션은 세계적인 셰프들의 인터뷰와 평가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관계자는 “셰프들을 가전제품 마케팅이나 광고에 활용한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이들의 의견을 디자인에 직접 반영한 건 셰프 컬렉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2000년대 중·후반 ‘초콜릿폰’으로 모바일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디자인 성공 사례는 세계 최초의 휘어진 스마트폰인 ‘G플렉스’ 같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G플렉스는 최근 미국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리포트에서도 독특한 디자인이라는 점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2005년부터 디자인 경쟁력 키우기에 힘쓰며 시장 영향력을 크게 늘렸다. 현대차는 ‘유연한 역동성’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으며 자유롭고, 매끄러운 조각 같은 느낌을 지향하는 디자인 전략을 구사했다. 지난해 11월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유연한 역동성이 담긴 디자인을 적용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차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면서 ‘직선의 단순화’란 디자인 콘셉트를 세운 뒤 획기적으로 디자인 역량이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랑이 코와 입을 모티브로 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개성 있는 ‘패밀리 룩’을 만들어냈다.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이제 한국 기업들도 ‘자신만의 터치’를 디자인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B2B와 서비스로 확대되는 디자인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디자인경영과 관련된 또 하나의 트렌드는 기업 간 거래(B2B)와 서비스 기업에서도 디자인을 특별한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용 중장비 생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최근 공작기계인 ‘푸마 SMX 시리즈’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았다. 국내 공작기계로는 처음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9년과 2011년에 굴착기와 지게차의 콘셉트 모델로 레드닷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두산의 소형장비 부문인 밥캣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콘엑스포 전시회’에서 ‘로더’ 제품 생산 100만 대를 기념하는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중장비산업에서도 디자인은 다른 브랜드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며 “디자인 관련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어버스 A380기를 도입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승부수 중 하나도 디자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A380기의 프리미엄 좌석을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기업인 영국 탠저린에 의뢰해 구성했다. 항공기 인테리어를 혁신해 좋은 평가를 받은 영국항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SK텔레콤, GS건설, 포스코 등도 디자인 경쟁력을 다양한 부문에 적용 중인 기업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T전화’ 같은 사용자 경험(UX)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을 강조했다. GS건설은 지하공간 개발에, 포스코는 기업이미지(CI) 개편 과정에서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김태완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정보홍보실장은 “최근 디자인 부문에서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면서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디자인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있다”며 “B2B와 서비스 기업들도 점차 디자인경영을 자사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필요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박진우 기자}

‘iF 디자인 어워드’, ‘IDEA’,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공통점은?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자사의 제품을 출품하는 대회라는 점이다. 이른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다. 이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한국 기업들의 위상은 빠른 속도로 높아져 왔다.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TV, 가전, 자동차 등의 주요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가파른 상향 곡선을 그린 것과 같은 추세다. 28일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에 따르면 한국 기업과 디자이너들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제품 비중이 지난 10여 년간 크게 늘었다. ‘iF 디자인 어워드’의 경우 한국 기업과 디자이너의 수상 비율이 2005년 3.4%(전체 수상작 892건 중 30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1.4%(1626건 중 185건)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IDEA’에선 2004년 4.6%(130건 중 6건)였지만 지난해에는 16.9%(178건 중 30건)로 늘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2006년 6.6%(804건 중 53건)에서 지난해 9.1%(2241건 중 203건)로 증가했다. 1990년대부터 제품 고급화와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공을 들여온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같은 기업들이 디자인 어워드에서 다수의 제품이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최근에는 현대카드와 KT처럼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수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같이 일반소비재가 아닌 기업 간 거래(B2B)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상을 받기도 했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이처럼 한국 기업들이 국제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꾸준한 수상 실적을 올리는 것은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한국 기업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제품 차별화와 고급화를 위해선 디자인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1999년을 전후해서 과감하게 투자에 들어갔다. 그 결과 2000년대 중반부터는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게 됐다.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실적이 한 국가의 디자인 경쟁력의 전부를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산업계 전반으로 디자인경영의 중요성이 확산됐고, 기업들의 디자인 역량도 올라갔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데는 충분한 지표”라고 분석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한국 기업들이 디자인경영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술이 평준화되고 기술 혁신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을 뚫고 나가려면 디자인을 통한 제품 차별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05년 600여 명이던 삼성전자의 디자인 관련 인력은 최근 1300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자동차는 470여 명에서 750여 명으로, LG전자는 460여 명에서 600여 명으로 늘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iF 디자인 어워드’ ‘IDEA’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한국 제품의 수상 실적도 급증했다. 디자인 분야에서 ‘시장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나서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치열한 도전과 과제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상반기에 9번째 해외 디자인연구소인 중국 베이징 디자인연구소를 연다. 삼성전자는 이미 2004년 상하이에 디자인연구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베이징 디자인연구소는 베이징 지역에 초점을 맞춰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조사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경기 화성시 남양종합기술연구소 단지 안에 기아자동차 전용 디자인센터를 준공했다. 그동안 기아차는 현대차와 같은 공간에서 디자인센터를 운영했지만 이번에 별도 건물로 독립하는 것이다. 한국GM도 이달 25일 약 400억 원을 들여 인천 본사에 디자인센터를 개설했다. 기존 디자인센터의 2배 규모로 GM그룹 글로벌 디자인센터 중 3번째로 크다.○ 10년 만에 주요 기업 디자인 인력 약 2배로 증가 많은 한국 기업들은 2014년을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서는 곳도 많다. 하지만 대기업들 상당수는 디자인 관련 인프라와 인력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많은 산업에서 빠르게 기술 평준화가 이루어졌고 기술 혁신을 계속 보여주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기업들로서는 디자인을 통한 제품 차별화와 브랜드 강화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 움직임은 관련 인력 규모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5년 600여 명 수준이던 디자인 관련 인력이 현재 1300명을 넘어섰다. 10여 년 만에 조직 규모가 2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디자인 인력을 보유한 회사로 꼽힌다. 현대·기아차와 LG전자의 디자인 인력 수도 뚜렷한 증가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5년 470여 명이었던 디자인 인력이 최근 750여 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LG전자도 460여 명이던 디자인 인력이 600명을 넘어섰다. 디자인 관련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중국 영국 이탈리아 인도 등에 8개의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독일 중국 등 7개 지역에, LG전자는 6개 지역에 디자인센터를 구축했다. ○ 시장 선도자 지향하는 한국 기업들 국내 글로벌 기업들은 디자인 부문에서 ‘시장 선도자’(퍼스트 무버)를 지향하는 상황이 됐다. 각고의 노력 끝에 해외 기업들의 기술력을 따라잡은 데 이어 이제는 디자인 분야에서도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시장 영향력이 큰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여러 가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5’의 후면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갤럭시S5는 후면에 미세한 구멍을 뚫은 ‘타공 패턴’을 처음 적용했다. 제품이 공개된 직후 ‘특이하다’ ‘신선하다’ ‘어색하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 “외형 위주 벗어나 소비자 경험 담아내야”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러 의견이 나올 만큼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디자인 역량에 대한 경영진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 커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LG전자도 핵심 제품에 다양한 ‘최초 시도’를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스마트폰인 ‘G2’는 후면에 주요 제조사 중 처음으로 전원과 볼륨 버튼을 배치했다. LG전자의 ‘홈봇 스퀘어’ 로봇 청소기는 ‘로봇 청소기=원형’이란 공식을 깨고 사각형으로 제작돼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영준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전무는 “1990년대까지는 좋은 모양을 벤치마킹하고 소비자 요구를 반영하는 데 디자인 전략의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 소비자 삶 자체를 바꾸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디자인경영의 한계 하지만 국내 기업의 디자인 수준이 특정 부문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을 뿐 종합적인 디자인 경쟁력은 여전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디자인경영이라고 하면 여전히 제품의 겉모습을 멋있게 바꾸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미국 파슨스스쿨의 에린 조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시각적 디자인에선 충분히 글로벌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소비자 경험을 담아내 이들의 행동을 바꾸고 나아가 새로운 시장과 제품을 창조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디자인경영을 완전히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만들어내는 혁신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소니의 ‘워크맨’이나 독일 BMW의 ‘키드니 그릴’같이 기능과 모양에서 모두 혁신 사례로 인정받는 제품이 아직 한국 기업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조 교수는 “제품의 외형 차별화만으로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새로운 시장도 발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위해선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나 교수는 “원천기술 개발에 오랜 시간의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처럼 디자인도 자타가 모두 인정할 수 있는 혁신 사례가 나오려면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견·중소기업들의 디자인경영 인식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사내에 디자인 인력을 고용했거나 정기적으로 외부 디자인 전문기업과 업무를 진행하는 비율이 14%에 불과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박창규 기자}

디자인 역량을 키우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도 주요 기업의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디자인경영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를 위기 극복과 혁신의 시기로 설정한 삼성그룹의 올해 화두는 ‘마하경영’이다. 마하경영은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엔진, 소재, 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는 것처럼 삼성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근본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지론이다. 삼성은 지난달 사내 인트라넷에서 5회에 걸쳐 마하경영의 사례를 임직원들에게 설명했는데 네 번째 주제가 디자인경영이었다. 전략 디자인경영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인 미국 파슨스스쿨 에린 조 교수가 삼성 임직원 10명과 함께 ‘디자인으로 생각하기(디자인 싱킹)’ 작업을 하는 내용이었다. 삼성은 23일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도 조 교수를 초청했다. 조 교수는 이 자리에서 나이키 닌텐도 애플 같은 해외 기업들이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혁신했는지 설명했다. 현대·기아자동차에도 올해 들어 정몽구 회장의 ‘디자인 메시지’가 전파됐다. 3월 유럽디자인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DNA를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현대·기아차의 기술력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이제는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감성적 만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정 회장이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진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들이 나서서 디자인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디자인을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디자인 인력과 해외 연구 기능 강화 같은 투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고기술책임자(CTO)이며 디자인경영센터장인 안승권 사장이 최근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서 디자인경영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안 사장은 “디자인 역량을 시장 선도 제품을 출시하는 데 활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SK하이닉스가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SK하이닉스는 1분기(1∼3월)에 매출 3조7430억 원, 영업이익 1조570억 원을 냈다고 24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234%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비해선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35% 늘었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지난해 2, 3분기 연속으로 1조 원을 넘겼으나 4분기에는 7850억 원에 그쳤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9500억∼9700억 원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화재가 발생한 중국 우시 공장이 정상화되면서 D램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졌고 PC와 서버용 D램 수요가 증가한 게 실적 호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1분기 D램 생산량은 중국 우시 공장의 정상화로 전 분기보다 20%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음악이나 영상 저장장치로 많이 쓰이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전 분기에 비해 평균 판매단가는 14% 떨어졌고 출하량은 8% 감소했다. SK하이닉스가 주로 거래하는 제조사들이 신규 모델을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도 D램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규 스마트폰과 초고화질(UHD) TV의 생산과 판매가 늘어나면서 D램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의 성장도 기대된다. 메모리 반도체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SSD는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보다 속도가 빠르고 안정성이 높아 차세대 저장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여러 개 이용해 만든다. SK하이닉스 측도 1분기 실적 발표 뒤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전 분기 대비 40%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2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부품(DS) 부문이 선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8일 발표한 1분기 실적 잠정치에서 매출 53조 원, 영업이익 8조4000억 원을 올렸다고 밝혔는데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 원 안팎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구글이 삼성전자와 애플 간 제2차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소송 비용 중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개발한 구글이 이번 소송을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에 대한 소송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앞으로도 애플과의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외신들에 따르면 2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재판장 루시 고)에서 열린 재판에서 구글 소속의 제임스 머쿤 특허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제시한 영상 증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머쿤 변호사는 삼성전자와 체결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배포 계약’과 관련 e메일 내용을 설명했는데 여기에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면서 법적 문제가 발생할 때 구글이 삼성전자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소송 비용과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내야 하는 손해배상액 일부를 부담한다는 의미다.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2차 특허소송에서 문제 삼은 것은 △단어 자동 완성 △잠금 해제 △데이터 태핑 △PC-스마트폰 간 데이터 동기화 △통합 검색 관련 특허 등 총 5건인데 모두 안드로이드 OS의 기본 기능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안드로이드 체제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이나 다름없고, 구글도 사실상 삼성전자와 같은 편에서 적극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 1심 재판의 평결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28일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기업과 법원 안팎에선 배심원 평결이 이르면 29일부터 다음 달 2일 사이에 나올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는 애플을 상대로 한 반소(反訴·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 청구 중 아이패드에 관한 부분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애플에 대한 반소 청구액도 694만 달러(약 72억 원)에서 623만 달러로 줄어들게 됐다. 삼성전자는 당초 아이패드의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이 자사(自社)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