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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만 읽으면 ‘소설을 가장한 맛집 기행문’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대학 시절 먹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단팥빵’을 먹어보고 죽겠다는 암 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전국의 단팥빵 맛집을 소개하는 기행문 말이다. 폐암 말기인 경희와 딸 미르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날아온다. 경희가 그토록 먹고 싶어 하는 단팥빵을 파는 빵집이 대전에 있어서다. 그러나 빵집은 없어진 지 오래. 모녀는 전국 투어를 시작한다. 경희는 유명 단팥빵을 먹을 때마다 고개를 젓는다. 전국을 돌다 다다른 곳은 전남 목포의 빵집. ‘전설의 단팥빵’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단팥빵 빼고 다 판다. 초고수가 자신이 만든 단팥빵 맛이 변했다며 10년 전 사라지면서 단팥빵이 ‘영구 결번’이 된 것. 미르는 이 빵집 종업원으로 취직한다. 초고수의 흔적이라도 찾겠다면서. 소설 속 단팥빵 묘사를 읽고 있으면 이를 먹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작가의 말을 통해 ‘빵이 너무 좋다’고 밝힌 저자가 소설 형식을 빌려 그간 하고 싶었던 빵 이야기를 다 풀어놓은 것 같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빵 이야기이되 빵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빵으로 책을 가볍게 펴도록 한 뒤 심오한 인생 이야기를 풀어낸다. 경희가 찾으려고 한 건 단팥빵이 아니라 그 시절을 살던 자신인지 모른다. 남들이 최고의 맛이라고 칭찬해도 스스로 성에 차지 않아 절망한 단팥빵 초고수 정길에게선 자신의 글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는 저자가 겹친다. 정길은 빵의 수준이 대중과 너무 멀어지면 자기만족의 허세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고뇌한다. 저자 역시 과도하게 독특하거나 실험적인 문체로 자기만족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따갑지는 않으나 결만큼은 충분히 예리해진 6월의 햇살’처럼 공감을 자아내는 세밀한 묘사가 많다. 미르, 경희, 정길 등 세 사람의 시점에서 각각 쓰인 구성과 경희의 숨은 사연에 관한 단서를 하나둘 던지며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모습을 보면 30여 년간 소설을 써온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탄탄한 서사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문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을 읽고 나면 초반부만 보고 단팥빵을 사먹어 버린 게 민망해진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로봇 찌빠’ 등으로 1970, 80년대 큰 인기를 끈 ‘명랑만화의 전설’ 신문수 화백이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1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7월 신장암 판정을 받은 뒤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올해 7월까지도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장면을 만화로 그리는 등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고인은 1963년 동아일보에 보낸 독자투고 만화가 채택된 것을 계기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65년 잡지 ‘로맨스’에 병영 생활 이야기 ‘카이젤 상사’를 연재하며 정식 데뷔했다. 고인은 1974년부터 연재한 ‘도깨비감투’로 명랑만화계에서 명성을 떨쳤다. 이어 1979년부터 대표작 ‘로봇 찌빠’를 14년간 소년중앙에 연재했다. 고인은 ‘로봇 찌빠’의 성공으로 ‘꺼벙이’의 길창덕 화백, ‘맹꽁이 서당’의 윤승운 화백과 더불어 명랑만화계 3인방으로 불렸다. 고인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1년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공로상에 이어 2014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2∼2005년 한국만화가협회장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자 씨와 딸 소영 유라 혜라 주라 씨, 사위 조준우 배태희 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발인은 2일 오전 6시,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도깨비감투’ ‘로봇 찌빠’등의 명랑만화로 1970, 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신문수 화백이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7월 신장암 판정을 받은 뒤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고인은 병세가 악화되던 와중인 올해 7월까지도 자화상과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장면을 만화로 그리는 등 마지막까지 창작 활동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고인은 1963년 동아일보 보낸 독자투고 형식의 만화가 채택된 것을 계기로 창작 활동을 본격화한 뒤 1964년 잡지 ‘로맨스’에 명랑만화 ‘너구리 형제’를 게재하며 직업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1965년 병영생활을 소재로 한 ‘카이젤 상사’를 연재하는 등 창작 활동에 매진하던 고인은 1975년 ‘도깨비감투’가 히트하면서 명랑만화계의 대표적인 만화가로 반열에 올랐다. 1979년부터는 대표작 ‘로봇 찌빠’를 14년간 ‘소년중앙’에 연재했다. 고인은 ‘로봇 찌빠’의 히트로 스타 만화가가 되면서 ‘꺼벙이’를 그린 길창덕 화백, ‘맹꽁이 서당’을 그린 윤승운 화백과 함께 한국 명랑만화의 대부 3인방으로 불렸다. 고인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1년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공로상을 수상했고, 한국만화가협회 고문을 지내던 2014년엔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2~2005년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한국 만화계를 이끌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자 씨와 딸 소영·유라·혜라·주라 씨, 사위 조준우·배태희 씨가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은 2일 오전 6시.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 031-787-1510.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채널A는 굵직한 특종과 균형 있는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정의를 밝혀왔다. 채널A는 개국 10주년을 맞아 새 단장을 한 오픈스튜디오에서 더 투명한 보도로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 더 투명해진 뉴스 채널A는 개국 당시 서울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 1층에 만들었던 오픈스튜디오를 새로 단장해 1일부터 메인 뉴스인 ‘뉴스A’를 이곳에서 만든다. 뉴스 제작 현장을 모두에게 공개해 ‘더 투명한 뉴스, 시민들 곁으로 다가서는 뉴스’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오픈스튜디오는 시민들에게 방송 현장을 더 많이 공개하기 위해 면적과 층고를 대폭 확장했다. 자료 영상 등을 띄우는 미디어월도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이 장착된 첨단 장비로 2개를 설치했다. 이 중 높이 3.7m, 길이 7.2m의 초고화질 메인 미디어월은 화면이 시시각각 바뀌면서 역동적인 뉴스를 구현하게 된다. 오픈스튜디오에서는 1일부터 오후 7시에는 뉴스A가, 이에 앞서 오전 8시 50분부터는 ‘김진의 돌직구 쇼’가 진행된다. ○ 강하고 젊은 뉴스 채널A의 강한 특종은 사회를 바꿔왔다. 장기 미제였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복역 중인 이춘재였음을 2019년 10월 단독 보도한 것이 대표적. 억울한 옥살이 피해자를 조명하고, 경찰이 다른 장기 미제사건까지 재수사에 나서게 하는 등 파급력이 컸다. 채널A는 개국 10주년을 맞아 1일부터 4주간 뉴스A의 ‘다시 간다’ 코너를 통해 특종 보도의 그 후 현장을 찾아갈 예정이다. 1일 이춘재 건을 시작으로 8일 탈북 모자 아사 사건(2019년 8월 보도), 15일 암호명 ‘킹크랩’(2018년 4월) 단독 보도의 뒷이야기를 다룬다. 올해 초부터는 ‘보수를 말한다’ ‘진보를 말한다’ ‘중도를 말한다’ 등 ‘말한다’ 시리즈로 고품격 정치토론 프로그램을 한 달에 한 번꼴로 선보이고 있다. 채널A는 젊은 뉴스를 지향한다. 2019년부터 뉴스A를 진행해 온 남녀 앵커 모두 30대에 발탁됐다. 뉴스A의 ‘여랑야랑’과 ‘팩트맨’ 코너도 이를 잘 보여준다. 여랑야랑은 여야 정치권의 뒷이야기를 가벼운 음악과 톡톡 튀는 내용으로 전달한다. 팩트맨은 사회적 논란이나 궁금증이 있는 사안을 꼼꼼히 따져줘 2030 시청자의 호응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의구심이 크던 5월 정확한 사실 확인으로 서울대 팩트체크센터가 주는 한국팩트체크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대표 시사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김진의 돌직구 쇼’와 ‘뉴스 TOP10’은 오랜 기간 채널A 시청자들의 아침과 저녁을 책임지고 있다. 2013년 7월 시작한 ‘김진의 돌직구 쇼’는 조간신문을 바탕으로 다양한 뉴스를 다뤄 동시간대 종편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같은 해 10월 시작한 ‘뉴스 TOP10’은 중요도, 파급력 등을 기준으로 뉴스 순위를 매기는 형식을 처음 만들었다. 유튜브 실시간 접속자 수가 경쟁 프로그램을 2, 3배 앞서는 등 인기를 자랑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잔디밭에 누워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무를 그렸어요. 나뭇잎을 잘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다 물감을 면봉에 묻혀 찍어봤어요. 잘했죠?” 한 여성이 노트북 카메라를 향해 캔버스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캔버스 가장자리에는 ‘가끔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쓰인 문구가 붙어 있었다. 화면에 비친 다른 참가자들은 그림을 보고 박수를 보냈다. 최근 줌 화상회의로 진행된 예술치유 프로그램 ‘예술로 마음을 밝히다’의 한 장면이다. 이날 강의 주제는 ‘나를 힘나게 하는 것’을 물감으로 그려 보는 것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이 마련했다. 문체부와 진흥원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예술처방전’ 사업에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올해 포함시켰다. 미술, 음악, 무용 분야에서 다섯 종류의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올 9월부터 최근까지 프로그램별로 5회의 비대면 강의를 진행했다. 전국 260개 정신건강복지센터 중 15곳의 이용자들과 1곳의 직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이용자들은 대부분 우울감 등으로 상담을 받고 있는 이들이다. ‘예술로 마음을 밝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태은 차의과대 미술치료대학원 교수는 “참여자들이 미술치료가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소감을 전해 왔다”며 “비대면 프로그램 덕에 면 단위 지역주민들도 만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미술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술치유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업무가 폭증해 우울증에 빠질 우려가 있는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도 진행됐다. 하경진 남원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편해졌다.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분들도 잘 견디고 있는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찾아가는 예술처방전’ 사업에는 ‘예술체험 키트’를 나눠주는 사업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5000개에 이어 올해 약 2000개의 키트를 배포했다. 올해는 각계 예술 전문가들이 참여한 워크숍을 통해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5종의 키트를 새로 개발했다. 진흥원은 나무 조각 200여 개로 ‘나만의 나무’를 만들 수 있는 ‘아트 온 마인드(Art On Mind)’ 키트를 마련했다. 올해 키트 등 5종으로 만든 작품 중 약 100개를 선정해 26일부터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있다. 김인설 가톨릭대 공연예술문화학과 교수는 “예술치유는 정신적 회복을 돕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사업도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습니다. 이런 장르를 즐기는 분들이 좋아해주실 거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신기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세계 1위 등극으로 글로벌 스타 감독이 된 연상호 감독(43·사진). 그는 25일 화상 인터뷰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1위라고 해서 어리둥절했다”며 드라마가 공개 하루 만에 세계 1위를 차지한 소감을 밝혔다. 25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24일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다. 공개 하루 만인 20일 1위였다가 다음 날 2위로 내려간 뒤 22일부터 다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드라마로는 최단기간에 1위에 오른 데다 흥행세가 지속되면서 ‘지옥’은 ‘제2의 오징어게임’으로 불린다. 연 감독은 ‘지옥’을 포함한 한국 콘텐츠의 인기에 대해 “그간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쌓아온 신뢰가 폭발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저는 ‘결괴(決壞·방죽이나 둑이 물에 밀려 터져 무너지는 것)’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10여 년 전부터 한국 콘텐츠가 세계시장이라는 벽에 균열을 냈고, 이 균열들이 모여서 둑이 무너진 거죠.” ‘지옥’은 장르물의 재미와 정의 등에 관한 철학적 심오함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연 감독은 “대학 때 정말 재밌게 본 (일본 만화) ‘20세기 소년’의 균형감을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했다. ‘지옥’은 천사가 특정인에게 지옥행 시간을 고지하고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지옥의 고통을 시현한다는 설정이 핵심. 궁금증을 유발하는 설정 자체가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지만 결말에도 지옥행 고지와 시현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답이 없어 아쉽다는 평가도 많다. 그는 “‘지옥’은 거대한 우주적 공포와 그것을 맞닥뜨린 인간의 모습을 다루는 코스믹(cosmic) 호러 장르”라며 “코스믹 호러는 미스터리한 상황은 미스터리한 대로 두고 그 상황을 맞닥뜨린 인간들의 모습을 현실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지옥’ 시즌2 제작에 대한 관심도 높다. 연 감독과 최규석 만화가가 함께 만든 동명 원작 웹툰과 달리 드라마의 결말 부분에 시즌2의 여지를 남기는 장면이 추가된 것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연 감독은 “내년 하반기에 후속 이야기를 우선 만화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영상화 여부는 논의해 봐야 한다”고 했다. 연 감독은 차기작으로 배우 강수연, 김현주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SF영화 ‘정이’를 제작 중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보편적인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했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해주실 거라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신기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이 세계 1위에 오르면서 글로벌 스타 감독이 된 연상호 감독(43)은 25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고 일어났더니 1위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러웠다”라며 드라마가 19일 전세계 공개 이후 하루 만에 세계 1위를 차지한 소감도 밝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공개 다음날인 20일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에 등극했고, 21일 2위로 내려갔다가 22일부터 1위 자리를 탈환한 뒤 3일 연속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드라마로는 최단기간 내에 1위에 오른데다 흥행세가 지속되면서 ‘지옥’에는 ‘제2의 오징어게임’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연 감독은 ‘지옥’을 포함한 한국 콘텐츠의 인기를 두고 “그간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쌓아온 신뢰가 폭발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저는 ‘결괴(決壞·방죽이나 둑이 물에 밀려 무너지는 것)’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10여 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시장이라는 벽에 균열을 냈고, 이 균열들이 모여서 둑이 무너지듯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거죠.” ‘지옥’을 두고는 장르물의 재미와 삶과 죽음, 정의 등에 관한 철학적 심오함의 균형을 잘 맞춘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 감독은 “대학 때 (일본 만화) ‘20세기 소년’을 보며 너무 재밌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라며 “‘20세기 소년’의 균형감을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했다. ‘지옥’은 천사가 특정인에게 지옥행 시간을 고지하고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지옥의 고통을 시현한다는 설정이 핵심. 궁금증을 유발하는 설정 자체가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동력이지만 결말에도 지옥행 고지가 왜 일어나는지 등에 대한 해답이 없어 아쉽다는 평가도 많다. 연 감독은 “‘지옥’은 거대한 우주적 공포와 그것을 맞닥뜨린 인간의 모습을 다루는 코스믹 호러 장르”라며 “코스믹 호러는 미스터리한 상황은 미스터리한대로 두고 그 상황을 맞닥뜨린 인간들의 모습을 현실성 있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지옥’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시즌2 제작에 대한 관심도 높다. 원작 웹툰과 달리 결말 부분에 시즌2의 여지를 남기는 장면이 추가된 것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 연 감독은 “(웹툰을 함께 만든) 최규석 작가와 올 여름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려고 논의하고 있다”라며 “내년 하반기에 후속 이야기를 만화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을 영상화할지는 추후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K팝이 어우러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면 정말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영재(51), 윤나라(37) 디즈니 애니메이터가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엔칸토·사진) 개봉일인 24일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입을 모았다. 엔칸토가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하는 등 디즈니가 인종·지역적 다양성 반영에 공을 들이는 만큼 조만간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윤 애니메이터는 “디즈니는 아프리카계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등 다문화적인 IP(지식재산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향후 디즈니가 한국 문화를 다룰 수도 있다는 기대를 높였다. 두 사람은 디즈니에서만 각각 15년, 8년을 일하며 겨울왕국 1·2편, 주토피아 등 다수의 작품을 제작한 베테랑 애니메이터. 애니메이터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근육과 관절 등을 조절해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한다. 이들은 엔칸토에서도 미라벨 등 주인공들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구현해 내는 작업을 했다. 엔칸토는 콜롬비아 숲속 마을이 배경인 만큼 주인공들이 콜롬비아 전통춤을 추거나 콜롬비아인 특유의 제스처를 하는 장면이 많다. 최 애니메이터는 “디즈니는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지역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한다”며 “엔칸토에는 콜롬비아인들만 알 수 있는 제스처까지 반영됐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실시간 소통을 통한 협업이 필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애니메이터들이 재택근무를 해야 해 엔칸토 제작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윤 애니메이터는 “함께 일하는 분위기를 내려고 다 함께 페이스타임 통화를 하는 등 최대한 많이 소통했다”며 “그 결과 엔칸토는 기존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들은 애니메이터 지망생들에게 ‘꿈의 회사’로 통하는 디즈니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한국 청년들을 위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한민족은 끈기로 유명하잖아요.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고 올라오면 디즈니에 올 수 있는 한국인들은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최영재)”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이 미국 애니메이션 ‘아케인(ARCANE)’에 내준 세계 1위 자리를 하루 만에 되찾았다. 2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 지 하루 만인 20일 세계 1위에 올랐던 지옥은 21일 2위로 내려갔다가 22일 다시 1위에 올랐다. 21일 1위에 올랐던 아케인은 22일 2위로 밀려났다. 지옥이 1위를 차지한 국가도 늘고 있다. 20일 1위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4개였지만 22일엔 일본, 인도, 프랑스, 브라질 등이 1위 대열에 합류하며 35개국으로 증가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지옥과 같은 날 공개된 미국 드라마 ‘카우보이 비밥’이 1위에 오른 가운데 지옥은 22일 기준 3위에 올라 있다.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중국에서도 지옥의 흥행세가 시작된 분위기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23일 오후 3시 기준 지옥의 중국 내 불법 유통 작품명인 ‘지옥공사(地獄公使)’ 관련 게시물을 읽은 사람이 1억3000만 명을 넘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전 세계가 지난 주말 ‘지옥의 문’을 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hellbound·사진)’이 공개 하루 만에 세계 1위에 오른 것. ‘오징어게임’이 공개 6일 만에 세계 1위에 오른 것에 비해 1위 등극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라졌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인이 믿고 보는 콘텐츠가 됐음을 보여주는 성적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19일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된 ‘지옥’은 20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싱가포르, 멕시코, 벨기에, 아랍에미리트 등 24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TV쇼 부문 스트리밍 순위 1위에 올랐다. 앞서 ‘오징어게임’은 9월 17일 공개 이후 같은 달 23일 세계 1위에 올랐다. ‘지옥’은 프랑스 브라질 인도 등에서 2위, 미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 3위에 올라 있어 1위 국가는 조만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게임’은 지금까지 9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지옥’이 이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드라마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다”며 “‘1위를 못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첫날부터 1위를 하니까 너무 놀랍다”고 말했다. 9월 23일부터 단 5일을 제외하고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오징어게임’은 또 다른 한국 드라마의 등장으로 2위 자리로 밀려났다. 세계 드라마 시장이 한국 드라마끼리 경쟁하는 ‘K콘텐츠 각축장’이 되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오징어게임’이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준 영향이 컸다. 삶과 죽음, 죄와 벌, 어떻게 살아야 하나 등 ‘지옥’이 다루는 주제가 보편적이다 보니 인기가 있는 것 아닌가 한다.” 19일 공개 이후 하루 만에 세계 1위에 등극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옥’의 글로벌 흥행 요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오징어게임’에 연이어 ‘지옥’까지, 누구나 관심 가질 요소를 기발하고 세련되게 풀어내는 힘이 한국 드라마를 세계인의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강렬함과 몰입감 최고‘지옥’은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미리 공개됐을 당시부터 ‘제2의 오징어게임’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천사가 나타나 특정인에게 지옥에 갈 거라 고지하고, 실제로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불태운다는 설정이 참신해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였다. ‘지옥’의 흥행에는 강렬한 도입부의 효과가 컸다. 1화에서 타이틀이 나오기 전 5분여간 지옥행 선고를 받은 남자가 도심 도로에서 지옥의 사자들에게 쫓기다 지옥의 고통을 당한 뒤 불에 타는 장면을 보여준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지옥의 사자들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문제의 남자가 처형당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서라도 관객들은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된다. 연 감독은 “6화가 한꺼번에 공개되다 보니 한꺼번에 볼 수 있을 정도의 몰입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초반부는 영화를 만들 듯 만들었다”고 했다. 선인인지 악인인지 판단할 수 없게 하는 배우들의 ‘줄타기 연기’도 호기심 자극에 한몫한다. 작품은 궁금증을 품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인 뒤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죄인이라면 만인 앞에서 고통을 받는 것이 정당한지, 대세가 된 신념에 반하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행은 정당한지 등 철학적 질문을 마구 던진다. 종교적·정치적 아집에 사로잡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전 세계 누구나 고심할 만한 문제들이다.○ 믿고 보는 ‘K드라마’‘오징어게임’으로 시작된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열풍은 ‘지옥’의 1위 등극에 따라 장기적 현상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는 넷플릭스를 통해 소재나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는 제작 환경이 마련되면서 창작자들이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웹툰, 웹소설 등 그간 축적된 다양한 장르의 지식재산권(IP) 역시 뛰어난 한국 영상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게 만드는 배경이다. 넷플릭스와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한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특정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의사 결정 자체는 늦지만 한 번 결정하면 ‘네 꿈을 마음껏 펼쳐 봐’라는 식으로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준다”며 “한국 창작자들은 처음 접하는 제작 환경에 신이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 장르물이 빈부격차, 죄와 벌 등 세계인 모두에게 소구할 만한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국만의 정서적, 환경적 특이점을 가미해 차별화시킨 점도 인기 요인이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사람들의 눈길이 먼저 가는 건 문법이 확실한 장르물”이라며 “한국 콘텐츠는 장르물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적 독특함이 더해져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게임 학습효과로 세계인의 신뢰도가 높아진 만큼 한국 콘텐츠의 세계 1위 등극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전 세계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이 공개 하루만에 세계 1위에 등극한 것. ‘오징어게임’이 공개 6일만에 세계 1위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한국 드라마의 1위 등극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2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19일 전세계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된 ‘지옥’은 20일 현재 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벨기에 등 24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세계 TV쇼 부문 스트리밍 순위 1위에 올랐다. 앞서 ‘오징어게임’은 9월 17일 공개 이후 6일만인 23일 세계 1위에 올랐다. ‘오징어게임’은 지금까지 90여 개국에서 한 번씩 세계 1위를 차지했는데, ‘지옥’이 이 기록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화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는 20일 오후 기준 ‘지옥’의 신선도를 100%로 평가하며 지옥의 흥행이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실었다. 9월 23일 이후 닷새를 제외하고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했던 ‘오징어게임’은 또다른 K드라마 ‘지옥’의 등장으로 2위 자리로 밀려났다. 세계 드라마 시장이 K드라마끼리의 경쟁장이 된 것. ‘지옥’은 공식 공개 전 부산국제영화제, 언론시사회 등을 통해 미리 공개될 당시부터 글로벌 흥행이 유력시되며 ‘제2의 오징어게임’으로 불린 작품. 그러나 공개 하루만에 세계 1위에 등극한 건 예상을 크게 웃도는 돌풍 수준이다. 이처럼 ‘지옥’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힘 중 하나는 1화 도입부 6분 남짓한 장면에서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도입부에는 천사로부터 지옥에 갈 날짜와 시간을 고지받은 한 남자가 서울 도심의 한 카페에 초조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나온다. ‘지옥의 사자’는 실제로 해당 시간에 이 남자를 찾아오고 도심 도로에서의 추격전 끝에 이 남자를 잔인하게 폭행하며 지옥의 고통을 시현한 끝에 불에 태우는 방식으로 처형한다. 도입부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장면만 응축해 보여주며 “도대체 저 남자는 왜 지옥에 가게된 걸까”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이처럼 “도대체 왜?”라는 궁금증이 지옥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가장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공간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설정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처럼 몰입도를 높이는 한편 공포감을 극대화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이비 종교단체인 ‘새진리회’ 의장으로 분한 배우 유아인, 지옥행 고지를 받은 아이 엄마 박정자로 분한 배우 김신록 등 ‘연기의 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지옥’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은은한 조명에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완벽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한 카페에 앉아 친구와 대화하려는 찰나, 댄스 음악이 귓전을 때린다. 볼륨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 이런 카페를 두고 ‘소리를 디자인하는 사람’의 저자는 “공간 사운드 디자인에 완벽하게 실패한 장소”라고 지적한다. 그가 카페에서 금세 나가는 일이 잦은 것도 공간에 스며들지 못한 사운드가 귀를 괴롭혀서다. 저자는 주로 영상에 들어가는 음악이나 소리를 제작하고 편집하는 ‘사운드 디자이너’. 책엔 공간에 어울리는 사운드 디자인 등 우리가 24시간 노출되는 소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세상에 좋은 소리를 입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는 “빠른 비트의 화려한 음악이 장소의 청춘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며 사운드에 무신경한 일부 공간 소유주에게 일침을 가한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튼 순간 회색도시가 낭만 넘치는 도시로 보였던 경험을 언급하며 ‘소리의 힘’도 강조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면 좋겠다. 세상이 좋은 소리로 가득 차도록.” 우리가 24시간 노출되는 건 빛도 마찬가지. 조명 디자이너인 ‘빛의 얼굴들’ 저자는 자연광과 인공조명 등 빛에 대한 전문 지식을 쉽게 풀어낸다. 회사만 가면 우울해지는 데는 조명이 한몫을 한다. 사무실 조명은 모든 공간에 균등한 조도를 주는 방식으로 배치되는데 이는 흐린 날의 자연광과 비슷하다. 직사광이 사라지고 하늘을 뒤덮는 균일한 빛인 천공광만 존재하는 우울한 분위기가 회사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 저자가 소개하는 ‘빛 환경 개선법’ 중엔 실천에 옮기고 싶은 것들이 많다. 당장 집안 조명을 모조리 바꾸고 싶게 만드는 게 이 책의 단점이랄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무거운 현실을 내려놓고 천혜의 비경을 숨겨둔 남미의 한 고산지대 숲속 마을로 ‘109분간의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관람한 건 애니메이션인데 풍경이 생동감 넘치는 덕에 실사 영화를 본 기분도 든다.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엔칸토) 이야기다. ‘엔칸토’는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남미 콜롬비아에 있는 가상의 숲속 마을 엔칸토 이야기를 다룬다. 이곳의 마드리갈 가족은 온갖 꽃을 피우는 능력 등 저마다 한 가지씩 마법 능력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엔칸토는 낙원이 된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들이 가진 마법 능력의 원천인 저택에 균열이 생긴다. 마법 능력도 점점 사라진다. 수십 년간 이어진 엔칸토의 기적도 물거품이 될 위기. 3대에 걸친 대가족 구성원 중 유일하게 마법 능력이 없는 미라벨은 스스로를 엔칸토와 가족, 그리고 집을 구해낼 인물이라 여긴다. 뮤지컬 애니메이션 엔칸토는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라틴 음악 특유의 흥겨운 리듬을 바탕으로 한 노래들을 OST에 다수 포함시켰다. 브로드웨이 최고 인기 뮤지컬로 손꼽힌 ‘해밀턴’의 음악을 작사 작곡하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 OST를 작곡한 린마누엘 미란다가 음악 프로듀서를 맡아 듣는 재미를 끌어올렸다. 아코디언과 기타 등 각종 악기 연주가 더해진 라틴 음악을 들으며 제작진이 콜롬비아 산악지대 마을을 탐방한 뒤 나무 등 현지 식물까지 고스란히 재현해낸 자연 풍광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을 망각하게 된다. 애니메이션 속 풍광은 실제 풍경을 촬영한 뒤 보정한 것이라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현실감 넘친다. 세밀한 감정을 전달하는 각 캐릭터의 눈동자 움직임 등을 보고 있으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이 정점에 달했다는 호평이 절로 나온다. 제작진은 마드리갈 가족의 저택 등 엔칸토의 여러 집을 구현해내기 위해 콜롬비아 전통 건축 양식도 따로 취재했다. ‘겨울왕국2’의 총괄 제작을 맡고 ‘주토피아’를 연출한 바이런 하워드가 감독인 데다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디즈니는 엔칸토가 ‘겨울왕국’ 시리즈의 신드롬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콜롬비아의 비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그러나 OST 9곡은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반면에 영화가 끝난 뒤엔 겨울왕국의 ‘렛잇고’처럼 뇌리에 깊이 남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OST 흥행에 힘입은 겨울왕국 신드롬을 재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4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느낄 법한 공포를 다룬다. 해외에서 더 재밌게 봐주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배우 박정민) “책(대본)을 보기도 전에 마음이 갔다. 보고 나서는 미쳐 버렸다.”(배우 유아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에서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16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190여 개국에서 19일 동시에 공개되는 지옥은 악마 형상의 초자연적 존재로부터 지옥에 갈 날짜와 시간을 고지 받은 누군가가 실제로 해당 시간에 ‘지옥의 사자’에게서 무자비하게 구타당한 뒤 불태워지는 등 ‘지옥의 고통’을 받고 죽는 이야기를 다룬다. 유아인이 연기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은 고지가 죄인에게만 이뤄지고, 이는 신이 인간에게 “더 정의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박정민은 새진리회가 지배하는 세상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가족에게 지옥행 고지가 내려지자 그들을 파헤치는 배영재 PD 역을 맡았다. 자신이 만든 동명 웹툰을 영상화하며 드라마 데뷔를 하게 된 연상호 감독은 “지옥의 세계관엔 극단적 설정이 있고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좋은 설정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배우들도 출연 결정 이유로 이야기의 강렬함을 꼽았다. 유아인은 “지옥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처음 봐서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지옥이 ‘제2의 오징어게임’으로 불리는 이유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참신한 설정, 제목 ‘지옥’이 주는 강렬함이 꼽히고 있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드라마가 미리 공개된 가운데, 선인인지 악인인지 알 수 없게 하는 유아인의 미스터리 같은 연기를 두고 호평이 이어졌다. 지옥은 19일 6부작 전편이 한꺼번에 공개된다. 시청을 이어가게 할 호기심 유발 장치가 곳곳에 있다. 죄인이라면 만인 앞에서 고통받는 것이 정당한지를 포함해 생각해볼 만한 내용도 많다. 연 감독은 “단순히 소비되는 작품이 아니라 여러 담론을 생산해 내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느낄 법한 공포를 다룬다. 어쩌면 해외에서 더 재밌게 봐주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배우 박정민) “책(대본)을 보기도 전에 마음이 갔다. 보고 나서는 미쳐버렸다.”(배우 유아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에서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16일 온라인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지옥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지옥은 주제가 참신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누구나 느낄만한 공포를 주는 만큼 ‘오징어게임’ 못지않은 신드롬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일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되는 지옥은 악마 형상의 초자연적 존재로부터 지옥에 갈 날짜와 시간을 고지 받은 누군가가 실제로 해당 시간에 지옥에 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지옥의 사자는 고지 받은 사람을 데려가기에 앞서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고열로 불태우는 등 지옥의 고통을 시현한다. 가장 비현실적인 일이 서울 한복판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공간에서 일어난다. 사실상의 사이비 종교인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유아인)은 고지가 죄인에게만 이뤄지며 이는 신이 인간에게 “더 정의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새진리회는 지옥행 고지와 시현이 잇달아 일어나며 세상이 혼란해진 것을 이용해 교세를 확장하고 공권력도 건드리지 못하는 초법적 단체가 된다. 자신이 만든 동명 웹툰을 영상화한 연상호 감독은 이날 마이크를 두 손으로 꼭 쥔 채 “떨린다”라며 공개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지옥으로 첫 드라마 데뷔를 하게 된 연 감독은 “지옥은 내가 영화적인 놀이터처럼 만든 작품”이라며 “지옥의 세계관엔 극단적인 설정이 있고 그 속에 여러 모습을 한 사람들이 있다. 아주 좋은 설정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배우들 역시 출연을 선택한 이유로 작품 속 설정 등 세계관의 강렬함을 꼽았다. 유아인은 “지옥이라는 제목 자체가 강렬했다”며 “지옥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처음 봐서 호기심이 생겼다”라고 했다. 새진리회와 맞서 싸우는 민혜진 변호사 역을 맡은 배우 김현주는 “지옥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굉장했다”고 했다. 지옥이 공개도 되기 전에 ‘제2의 오징어게임’으로 불리는 이유로도 ‘지옥’이라는 제목 자체가 주는 강렬함이 꼽히고 있다. 드라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3명이 함께 등장하는 ‘지옥의 사자’. 웹툰에선 사람의 형태에 가까운 괴수 모습으로 나오는 것과 달리 드라마에선 ‘킹콩’에 가까운 모습으로 구현됐다. 연 감독은 “우리가 상상하는 지옥의 모습을 캐릭터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라고 했다. 사자를 3명으로 구성한 것에 대해선 “집단 린치를 했을 때 공포가 극대화되는 인원이 몇 명일까 고민하다 3명으로 결론낸 것”이라고 했다. 웹툰에선 지옥행 고지를 하는 존재가 아름다운 모습의 천사로 나온다.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정반대로 가장 섬뜩한 고지를 하는 모습은 공포를 배가시킨다. 드라마에선 이 존재가 악마 형상으로 바뀌어 공포감을 오히려 줄어들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와 언론시사회 등을 통해 드라마가 미리 공개된 가운데 가장 큰 찬사가 쏟아진 건 유아인의 정진수 의장 연기다. 선인인지 악인인지, 신의 메시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퍼뜨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하는 그의 연기를 두고 “유아인의 연기가 장인 반열에 올랐다” “웹툰에서 그대로 걸어나온 듯하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앞머리를 내고 살도 빼는 등 외모 변신을 한 덕분에 드라마 초반 그의 모습을 보면 그가 유아인인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유아인은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할 때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었다. 이번엔 칭찬들이 흥미롭고 재밌었다”라며 “이 인물만이 가진 절대적인 고독과 외로움의 실체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 감독 역시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하는 건 굉장히 힘든데 유아인은 진짜 미스터리한 인물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지옥은 웹툰을 만든 연 감독이 직접 연출한 만큼 드라마 속 공간이나 인물 등이 모두 웹툰과 똑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평소 웹툰 ‘지옥’의 팬을 자처해온 배우 박정민(배영재 PD 역)은 “내가 너무나 사랑한 웹툰이 영상화가 고스란히 잘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옥은 6부작으로 19일 전편이 동시에 공개된다. 정말 죄인에게만 지옥행 고지와 고통의 시현이 이뤄지는 것이 맞는지, 정진수 의장의 정체는 무엇인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등 6부까지 시청을 이어가게 만들 호기심 유발 장치가 곳곳에 심어져있다. 죄인이라면 만인 앞에서 고통받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등 생각해볼만한 내용도 많다. 연 감독은 “단순히 소비되는 작품이 아니라 여러 담론을 생산해내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토종 애니메이션 2편이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이어지는 극장가에 잇달아 선보인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태일이’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한국 노동 운동사의 상징적 인물인 전태일 열사의 일대기를 다룬다. 1995년 배우 홍경인 주연의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2003년부터 연재된 최호철 작가의 만화 ‘태일이’가 그의 일대기를 다룬 바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처음이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개봉 역사상 최고치인 220만 명 관람 기록을 세운 명필름이 10년 만에 내놓은 애니메이션이어서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는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동대문시장과 거리 등 서울 풍경을 생동감 있게 되살려냈다. 동대문평화시장 건물이 나오는 장면 등 일부 장면은 실사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됐다. 시장 내부 소규모 봉제공장들의 다락방 구조는 물론이고 공장 내부에 떠다니는 먼지까지 구현해낸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은 그 시절로 시간여행을 간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전 열사, 그의 어머니, 아버지 역을 각각 맡아 목소리 출연을 한 배우 장동윤, 염혜란, 진선규의 연기력은 실사 영화 못지않게 관객을 집중시킨다. 절제된 모성애를 보여준 염혜란의 연기는 관객을 여러 번 울컥하게 만든다. ‘태일이’의 홍준표 감독은 11일 열린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열사로서의 전태일보다) 우리와 비슷한 ‘동료 태일이’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전 열사의 분신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태일이’는 분신 장면을 간략하게 다룬다. 홍 감독은 “(분신에 이르는) 그 과정에서 태일이가 이야기하고자 한 것과 그가 동료들과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에 더 집중했다”고 했다. ‘태일이’는 토종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탓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약 2억 원을 모으는 등 제작비 30억 원을 어렵게 마련했다. 크라우드 펀딩 참여, 전태일재단 계좌 입금 등을 통해 2만 명이 넘는 국민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달 24일 개봉하는 ‘무녀도’는 김동리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 애니메이션. 미혼모이자 무녀인 모화는 무속신앙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삶의 위기를 맞는다. 어린 시절 절에 보낸 아들 욱이가 10년 뒤 기독교인이 돼 돌아오면서 모화와의 갈등은 본격화된다. ‘소나기’ ‘봄봄’ 등 한국 근대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의 안재훈 감독이 연출했다. 뮤지컬계 스타인 소냐가 모화 역을, 김다현이 욱이 역을 맡아 목소리 출연을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오징어게임’ 시즌2는 반드시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기훈(이정재)은 돌아올 것이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시즌2 제작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황 감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넷플릭스 주최로 8일(현지 시간) 열린 행사에서 “시즌2에 대해 너무나 많은 요구와 관심, 사랑을 받고 있어서 시즌2를 안 할 수가 없는 상태”라며 “머릿속에 어느 정도 구상은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시즌2가 언제 나올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까지는 지금 단계에서는 말씀드릴 수가 없다. 하지만 약속할 수 있는 건 기훈이 돌아와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할 것이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황 감독은 시즌2 제작에 대한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틀니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확답을 피해왔다. 그는 “오징어게임을 만들면서 너무 힘들어 이가 6개나 빠졌다”고 밝힌 바 있다. 황 감독과 이정재 박해수 정호연 등 오징어게임 주연 배우들은 넷플릭스가 마련한 오징어게임 특별 스크리닝 등 홍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방문 중이다. 이정재는 미국 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날 행사에서 이정재는 “미국에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안녕’ 하고 인사한다. 놀라운 일이다. 이 모든 사랑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호연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첫 번째 팬을 만났다. 그에게 사인을 요청한 출입국관리소 직원이었다. 박해수는 세계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이정재 이병헌 정호연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있다. 국내외 유명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선 시즌2 가상 시나리오, 합성 영상으로 만든 예고편이 올라오는 등 시즌2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누리꾼은 시즌2가 오징어게임의 대장 가면남인 프런트맨(이병헌)이 어떤 사연으로 프런트맨이 됐는지 소개하는 ‘오징어게임: 더 비기닝-프런트맨의 탄생’이 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는 등 ‘시즌2 내용 맞히기’를 즐기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공개 4주 만에 전 세계에서 1억4200만 계정이 시청해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 시청 기록을 세웠다. 극 중 배우들이 입었던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비롯해 달고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등은 세계 곳곳에서 큰 인기를 끌며 오징어게임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내 콘텐츠 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넷플릭스가 장악한 국내 시장에 4일 애플TV플러스에 이어 12일 디즈니플러스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글로벌 공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의 전면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콘텐츠 백화점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콘텐츠 업계 전반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는 화려함, 방대함으로 요약된다. ‘겨울왕국’ 등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물론 ‘토이스토리’로 대표되는 픽사 애니메이션,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어벤져스’ 등 마블 시리즈, 루커스필름의 ‘스타워즈’ 시리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콘텐츠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 기존 콘텐츠만으로도 충성도 높은 마블 등 디즈니 계열 국내 팬덤은 열광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여기에 더해 2019년 11월 북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공개한 ‘완다비전’ ‘로키’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한국에서 대거 쏟아낸다. 특히 완다비전은 서비스 개시일인 12일에 9개 에피소드를 동시에 볼 수 있다. 기존 서비스 국가에서 순차 공개한 작품들을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일시에 퍼붓는 방식으로 구독자를 쓸어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북미에서 디즈니플러스 서비스 시작 하루 만에 1000만 명 유입에 성공한 ‘오픈 이벤트 신화’를 한국에서 재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승기 잡아라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연착륙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넷플릭스만큼의 입지를 얼마나 빨리 다지느냐다. 이를 위해 디즈니플러스 역시 넷플릭스처럼 현지화 전략, 즉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 점유율 약 40%로 1위 자리를 지키는 비결 중 하나는 한국 감독 및 제작사와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다.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히트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올해 3분기에만 전 세계 구독자 438만 명을 늘렸다. ‘K콘텐츠’ 파워를 제대로 체감한 넷플릭스는 흥행성이 입증된 한국 유명 제작진과 손잡는 전략을 펴고 있다. 영화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19일 공개)은 메가히트 후보로 꼽힌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다모’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의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군도’를 만든 윤종빈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 ‘수리남’까지, 차기 라인업은 호화롭다. 디즈니플러스도 만만치 않다. 아이돌 스타 강다니엘이 주연인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비롯해 드라마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가 집필한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그리드’ 등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걸그룹 ‘블랙핑크’의 데뷔 5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핑크: 더 무비’로 기존 팬덤 흡수도 노린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OTT는 오징어게임처럼 화제성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구독자를 유인한 뒤 나머지 콘텐츠를 대거 노출시켜 가두는 ‘록인(lock-in)’ 전략을 쓴다”며 “디즈니플러스는 기존의 방대한 콘텐츠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적절히 혼용할 예정인 만큼 유인과 록인이 단기간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양강 구도 될 듯” 전문가들은 글로벌 OTT의 국내 격돌은 이들 중 하나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일정 규모로 공유하는 형태로 결론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애플TV플러스는 애플 기기가 아니면 시청이 쉽지 않은 만큼 시장 확장성에 한계가 있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양강 구도가 예상된다. 한국인 상당수는 넷플릭스를 통해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학습한 만큼 넷플릭스에서 아예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강대강 대결’ 구도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디즈니플러스에 중복 가입하는 방식으로 소강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TV플러스는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닥터 브레인’을 공개했고, 윤여정 이민호 등 한국 배우가 대거 출연해 재일교포의 삶을 그린 ‘파친코’도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콘텐츠 총량이 적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작자-감독은 환호, 토종 OTT는 비상 글로벌 OTT의 상륙에 국내 콘텐츠 업계는 희비가 엇갈린다. 감독 및 제작자는 환영하는 반면 유통사는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OTT와 드라마를 제작 중인 제작사 대표 A 씨는 “토종 OTT도 글로벌 OTT와 마찬가지로 흥행 수익을 배분하지 않고 저작권도 OTT에 귀속하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같은 조건이라면 세계적인 히트를 칠 가능성이 있고 향후 몸값도 더 높일 수 있는 글로벌 OTT와 손잡지 누가 토종 OTT와 손잡겠느냐”고 했다. 글로벌 OTT로 인해 한국이 콘텐츠 제작의 하청기지가 된다는 우려에 대해선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티빙과 웨이브 출범을 주도했던 김종원 작가는 저서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에 이렇게 썼다. “과거 하청기지라는 의미는 브랜드가 없는 생산 활동을 뜻했다. 내가 만들었지만 나를 내세울 수 없는 환경을 말한다. 그러나 콘텐츠는 다르다. 한국이라는 공간, 제작사, 배우, 원천 스토리들이 총체적으로 이미지를 구성한다. (중략) 이런 스토리를 보유한 한국의 문화적 위상도 높아진다.” 국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코드커팅’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OTT 성장세가 가속화된 2019년 2190만 가구가 케이블TV 서비스를 해지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추고 국내에 상륙한 글로벌 OTT는 토종 OTT는 물론 유료방송 시장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토종 OTT들이 인수합병으로 ‘토종 슈퍼 OTT’를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발목을 잡는다. 한국 OTT포럼 회장을 지낸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토종 OTT 사업자들이 공동투자조합을 만들어 오징어게임 같은 대작을 함께 만든 다음 토종 OTT에서만 방영하는 식으로 콘텐츠 질을 높인 후 세계로 나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문화부 기자 hjson@donga.com}

“한국 문화는 현재의 시대정신과 부합한다. 문화 산업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드웨인 존슨) “(‘오징어게임’의) 이런 흥행만 봐도 알 수 있지만 한국 콘텐츠 수준은 아주 높다.”(갈 가도트)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깊이 있다. 나는 한국 문화의 진짜 팬이다.”(라이언 레이놀즈) 세계적인 영화배우 3인이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메가 히트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K콘텐츠’를 예찬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드 노티스’의 공개(한국 기준 12일 세계 동시 개봉)를 앞두고 5일 진행된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 언론 대상 온라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국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서였다. 레드 노티스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의 예술 범죄 전문 프로파일러 존 하틀리 역을 맡은 존슨은 “오징어게임의 흥행은 정말 뛰어난 현상”이라고 했다. 가도트 역시 “핼러윈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징어게임 분장을 한 모습을 봤다”며 “(한국 문화는) 모두에게 어필하는 보편적 속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레드 노티스는 ‘원더우먼 1984’의 주인공 가도트와 ‘분노의 질주’ 시리즈 주연 존슨, ‘데드풀’ 시리즈 주연 레이놀즈가 동시 출격하면서 “이 시대의 슈퍼 히어로를 한자리에 모은 보기 드문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레이놀즈 역시 이날 기존 범죄 액션 영화와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세 명의 스타가 모인 것 자체가 차별점”이라고 자평했다. 레드 노티스는 프로파일러 하틀리가 전 세계에 지명 수배가 내려진 예술품 도둑이자 사기꾼 더 비숍(가도트)을 잡기 위해 또 다른 희대의 예술품 도둑 놀런 부스(레이놀즈)와 손을 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액션 코미디극. 하틀리는 클레오파트라가 남긴 전설의 보석을 훔친 부스를 체포하려다가 보석을 빼돌렸다는 누명을 쓰고 부스와 함께 감옥에 갇힌다. 부스가 훔친 보석도 알고 보니 비숍이 만든 가짜 보석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덫을 놓은 비숍을 잡기 위해 ‘임시 동맹’을 맺고 탈옥한다. 세 사람은 이탈리아, 러시아 등 대륙과 대륙을 넘나드는 추격전을 벌인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인 2억 달러(약 2373억 원)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영화인 만큼 탈옥을 위해 헬기를 탈취하는 장면 등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의 볼거리가 많다. 액션 연기로 정평이 난 세 사람의 액션 조합도 흥미를 끌어올리는 요인. 존슨은 “아주 수준 높은 액션 장면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액션 장면마다 디테일에 신경을 썼고, 액션 스타일도 아름답다”고 했다. 영화는 킬링 타임용 오락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라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레이놀즈 특유의 말개그와 우아한 모습으로 쿨하게 사기를 치는 비숍, 그에게 번번이 당하는 부스와 하틀리의 어리숙한 모습도 관전 포인트. 가도트는 “영화를 한 번 보면 (반전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높였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