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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에서 대학원에 다니는 유학생 김모 씨(28·여)는 9일 미국 대통령으로 이민자와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는 걸 보며 큰 충격과 고민에 빠졌다. 지금도 학위를 딴 뒤 미국에서 취업하는 게 쉽지 않은데, 앞으로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일상생활에서도 차별받을까 걱정이 앞섰다. 김 씨는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니 모든 것이 이민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술렁이는 한인 유학생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 내 한인 유학생 및 유학준비생 사이에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유학생의 절대 다수는 적법한 서류와 자격을 갖춘 유학생들임에도 ‘잘못하면 유학생도 쫓겨날 수 있다’ ‘인턴십이나 취업비자 취득이 몹시 어려워질 것이다’라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간 해 온 모든 행정명령을 취소하겠다’고 말한 만큼 서류 미비 청소년 추방유예정책(DACA)이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DACA는 합법적인 체류 기간은 끝났지만 오랫동안 미국에서 유학한 청소년의 안정적인 미국 체류를 위해 추방 관련 절차를 일시중단해 주는 조치다. 이 행정명령 시행 이후 지난 4년간 현지에서 이 혜택을 누린 한국 청소년은 모든 국가 중 5번째로 많았다. 국내 한 인터넷 유학 커뮤니티에는 9일 이후 하루 만에 미국 유학을 고민하는 글이 100건도 넘게 올라왔다. 유학생들은 ‘조지 W 부시 정부 때도 입국심사가 까다로워져 비자 발급이 힘들었다’며 우려했다. ○ 이민사회 “비상사태”…캐나다 뉴질랜드까지 긴장 미국 이민사회의 긴장감은 더욱 높다. 9일(현지 시간) 한인단체 40여 곳은 현 상황을 비상사태로 바라보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트럼프로 인한 걱정은 이민을 준비 중인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아이 교육문제로 뉴질랜드 이민을 고민해 온 주부 이모 씨(31)는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시민이 캐나다 뉴질랜드 이민에 몰린다고 들었다”며 “그 여파로 한국인의 뉴질랜드 이민 문만 좁아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대선 결과가 발표되면서 캐나다와 뉴질랜드의 공식 이민 사이트는 미국 이용자 접속이 폭주해 한때 마비되는 소동을 빚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트럼프의 기본 생각은 미국 내 외국인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 ‘잡 킬링(job killing)’을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막으려 기준을 까다롭게 하다 보면 한국인에게도 불이익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서점가는 트럼프 열풍 국내에선 트럼프 관련 책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하루 평균 5권가량 판매되던 트럼프 책이 9, 10일 이틀간 630권 팔렸다고 10일 밝혔다. 예스24에서도 트럼프 책 판매량은 하루 평균 4권이었지만 9, 10일에는 456권이 팔렸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씨가 쓴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라온북),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살림) ‘불구가 된 미국’(이레미디어)이 특히 인기가 높다. ‘트럼프…’는 미국 사회의 보수화 현상이 국제 정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진단하며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예스24에 따르면 책을 구매한 독자는 남성이 62.9%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30대 남성(26.2%)이 가장 많이 샀고, 40대 남성(18.9%)이 뒤를 이었다. 여성 가운데는 20대(15.6%)가 관심이 높았다.노지원 zone@donga.com·임우선·손효림 기자}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김지원(가명·17) 양은 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 위해 오전 6시에 눈을 뜬다. 김 양이 사는 곳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이지만 그가 다니는 특수학교인 서울정진학교는 20km 떨어진 구로구에 있기 때문이다. 김 양의 어머니는 새벽부터 딸을 씻기고, 밥 먹이고, 옷 입히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모녀는 집에서 15분을 걸어 7시 25분까지 통학버스 정류장에 가야 한다. 통학버스는 김 양을 태운 뒤 강서구를 돌며 다른 학생들을 태운다. 원래는 8시 40분에 학교에 도착하지만 길이 막히면 한 시간 늦을 때도 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김 양과 친구들에게 차 속에 꼼짝없이 머물러야 하는 2시간은 그야말로 ‘고문’이다. 스트레스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울고 소리치고 자신을 때리기 일쑤다. 학교에 도착해 수업이 시작될 때면 녹초가 돼 잠이 든다. 엄마는 억장이 무너져도 다른 방법이 없다. 집 근처에 갈 수 있는 특수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학교 110개 생길 동안 특수학교는 ‘0’ 서울시교육청이 4일 강남·서초지역(옛 언남초등학교 부지)에 공립특수학교를 건립하겠다고 행정 예고를 했다. 8월 강서지역에 특수학교 건립 계획을 발표한 뒤 두 번째다. 시교육청은 내년 중 동부지역에도 부지를 확보해 2019년까지 특수학교 3개교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서울의 특수학교가 태부족인 탓에 김 양 같은 학생이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1만2929명에 달한다. 그러나 특수학교가 29곳에 불과한 탓에 이 중 4496명만 특수학교를 다니고 있다. 나머지는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서 공부하거나 일반교실에서 통합수업을 받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일반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 중 1700여 명이 특수학교 진학을 원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리가 없다”며 “7명이 정원인 특수학교 교실에 10명, 11명씩 배정해도 도저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장애학생 학부모 이모 씨는 “거리가 얼마나 멀든, 과밀 학급이든 아니든 지금으로서는 특수학교를 배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습권이나 교육의 질 같은 건 아예 따질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2002년 이후 14년 동안 서울에 단 한 개의 특수학교도 신설되지 않았으니 이런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셈이다. 반면 이 기간에 일반학교는 110개나 신설됐다. 유독 특수학교만 지역주민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신설이 무산된 것이다. ‘집값 떨어진다’ ‘동네 이미지 망친다’ ‘왜 하필 우리 동네냐’는 게 주된 반대 이유였다.○ 지역주민 반발에 두 번 우는 장애학생 시교육청이 최근 특수학교 건립을 속속 발표하면서 갈등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시교육청이 강서구의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 건립을 행정 예고한 뒤 해당 지역에서는 인근 아파트 주민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주민대표가 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가 하면 아파트 주민 사이에 특수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연판장이 돌기도 했다. 주민들은 “강서구엔 이미 특수학교가 있고 오히려 양천구는 한 곳도 없는데 왜 또 강서구에 짓느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강서구에 특수학교가 있지만 강서구 장애학생의 절반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고, 양천구는 부지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애학생 어머니 김모 씨는 “아무리 특정 지역에 학교가 있어도 학생이 많으면 또 짓는 게 상식인데 비장애 아이들이 다 떠나가고 남은 폐교에 들어가는 것도 안 된다 하니 참담한 심정”이라며 “매일 아침 집 근처 학교에 가는 평범한 일상조차 꿈꿀 수 없는 게 한국 장애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및 부실 학사관리 의혹을 밝히기 위해 교육부가 31일 이화여대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교육부는 감사요원 12명을 투입해 2주간 집중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의혹에 관련된 교수들은 물론이고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조사까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2015학년도 체육특기생 대상 종목을 확대하면서 승마를 포함한 이유 △지원자 면접 과정에서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말했다는 의혹 △원서 마감일 이후에 획득한 금메달이 평가에 반영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예정이다. 또 이화여대가 올해 1학기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학생이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하도록 학칙을 개정한 것이 정 씨를 위한 조치였는지, 정 씨가 과제물을 제대로 내지 않고도 학점을 받았는지 등도 감사를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 이번 감사에서 각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정 씨는 이화여대 입학이 취소되고, 소속팀이 없어지면서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돼 선수 생명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최 씨가 금전 등 이익을 제공하고 합격을 청탁했다면 배임수증재죄가 적용돼 함께 처벌될 수 있다. 또 입학 비리에 연루된 대학의 운동부 학생들은 대회 출전 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 밖에 입학 비리 연루 대학은 입학정원의 최대 10%까지 모집 정지될 수 있다. 한편 정 씨가 이화여대 입학에 앞서 청담고 재학 중 승마 국가대표란 이유로 인정받은 ‘공결’(결석이지만 출석한 것으로 인정) 횟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 선수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지난달 27일 가진 ‘청담고 장학결과 중간발표’에서 “정 씨의 공결 횟수는 다른 국가대표 선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정 씨와 비교한 대상은 승마 선수가 아닌 심 선수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심 선수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국제 쇼트트랙 경기에서 지금까지 총 71개의 메달을 따낸 쇼트트랙 세계기록 보유자다. 반면, 정 씨의 국제대회 수상 기록은 인천 아시아경기 단체전 금메달이 유일하다. 선수의 위상과 종목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을 비교한 것은 황당하다는 지적에 대해 시교육청은 “승마 국가대표 명단을 확보해 재조사하겠다”고 해명했다.유덕영 firedy@donga.com·임우선 기자}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 국가대표란 이유로 인정받은 '공결(결석이지만 출석한 것으로 인정)' 횟수가 쇼트트랙 국가대표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 선수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 선수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국제 쇼트트랙 경기에서 지금까지 총 71개의 메달을 따낸 쇼트트랙 세계 신기록 보유자다. 3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최근 정 씨의 공결 요구 횟수가 정당한지 여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27일 가진 '청담고 장학결과 중간발표' 자리에서 '정 씨의 공결 횟수가 정상적인 수준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른 국가대표 선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말한 '다른 국가대표 선수'는 정 씨와 같은 승마 국가대표 선수가 아닌, 쇼트트랙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 심 선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승마 국가대표 명단은 대한승마협회가 관리하기 때문에 시교육청 차원에서 정 씨와 비교할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같은 국가대표 선수라는 점에서 심 선수의 출결 상황과 비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 씨와 심 선수는 선수의 위상과 경기 종목의 수준이 현격히 다르다는 점에서 시교육청 비교는 황당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대한승마협회를 통해 당시 국가대표 명단을 파악한 뒤 정 씨와 같은 시기 승마 국가대표 선수들의 출결 상황을 다시 비교·확인해보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제빙상연맹 홈페이지에 등록된 심 선수의 공식 수상기록에 따르면 심 선수는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열린 국제 쇼트트랙 대회에 참가해 △올림픽에서 금1·은1·동1 △월드챔피언십에서 금5·은2·동2 △월드주니어 챔피언십에서 금2 △월드컵에서 금38·은12·동7 등 총 71개의 메달을 수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정 씨의 국제대회 수상기록은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이 유일하다. 이와 별도로 이날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정 씨가 중학교(선화예중) 시절부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송 의원이 확보한 '정유연(정 씨의 개명 전 이름) 출결 상황(2009~2011학년도)'에 따르면, 정 씨는 선화예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총 수업 일수 205일 가운데 86일만 제대로 출석했다. 나머지 119일은 △질병조퇴 46일 △공결 42일 △질병결석 22일 △질병지각 6일 △질병결과 3일 등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 의원은 "정 씨는 청담고 재학 내내 연중 상시적으로 4교시 수업만하고 조퇴를 했는데 학교장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모든 조퇴가 '출석인정조퇴'가 아닌 '출석'으로 처리되는 등 학사처리를 부당하게 한 정황도 추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1최순실 모녀에 뿔난 수험생들"화나서 수능을 망칠 것 같아요"#.2“수능이 코앞인데 정유라 사건 때문에 정말 화가 나고 의욕이 꺾여요. 인성은 바닥에 맞춤법도 틀리는 친구가 '엄마 빽'으로 명문대에 가는 게 공정한 사회인가요”- 수험생 김 모 양#.3 "결국 노력과 상관없이 금수저들이 흙수저들을 밀어내는 거 아닌가.뉴스를 보면 멘탈이 흐트러져 보고 싶지 않은데 시사 면접에 '최순실 사건'이 나올까봐 안 볼 수도 없다"- 한 수험생#.411월 17일 2016년 수능 시험을 앞두고전국 고3 수험생들까지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습니다.최순실-정유라 모녀를 통해 권력자의 입시특혜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죠.#.5고3들이 주축인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연일 분노, 실망감, 허탈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수능을 끝낸 후 정권 퇴진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수험생도 많죠.#.6"힘들게 공부해도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대학에 가도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고, 취직을 못하면 빚만 남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데 이런 일이 생기나. 억울하다"-한 누리꾼"수시전형과 논술 모두 객관적 채점 기준이 없어 불안한데최순실 게이트로 불안감이 더 커졌다.이런 일이 또 없다고 누가 장담하나." -수험생 차 모 군- #.7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에서도 민심이반이 심각합니다.누리꾼들은 최씨를 순시리로 부릅니다.그의 이름 ‘순실’과 애플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인데요. 그가 대통령을 아바타처럼 조종했다는 조롱이 담겼죠.#.828일 공개 후 이틀 만에 5000건 이상의 내려받기 횟수를 기록한 ‘순실이 빨리와’ 게임.승마로 대학에 들어간 딸 정유라 씨를 포함해 말 타는 최 씨를 캐릭터로 표현했죠.“순siri(시리)가 말 타고 집을 나가서 안 들어와요! 언니가 큰일 나서 애타게 찾고 있으니 빨리 돌아와!"#.9또 다른 스마트폰 게임 ‘순실이 닭 키우기’ 역시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조종하듯국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비꼬고 있죠.#.10나라 꼴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입시에 최선을 다하자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요?이런 세상을 갈아엎으려고, 이런 세상과 같이 몰락하지 않고 당당히 두발로 졸업하려고"-한 수험생#.11"화가 나지만 정유라가 부럽진 않다. 최순실 같은 엄마보다 고생하며 떳떳하게 살아오신 우리 엄마가 훨씬 좋다.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하다"-또 다른 수험생#.12전 국민을 분노, 비탄, 침통함에 빠트린 최순실 게이트;하지만 분노와 냉소만으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나라의 미래인 수험생들이 이번 사태에 휘둘리지 않고수능 시험에서 모두 좋은 성적 거두기를 응원합니다.원본 : 임우선·서형석·정동연 기자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이고은 인턴}
"수능이 코앞인데 정유라 사건을 보니 정말 화가 나고 의욕이 꺾인다. 인성은 바닥에, 맞춤법 하나 모르는 애가 '엄마빽' 하나로 명문대에 가는 게 공정한 사회인가." (수험생 김모 양) "수시나 논술이나 객관적인 채점기준이 없고 떨어져도 이유도 몰라 안 그래도 불안했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 이런 일이 또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나." (수험생 차모 군) 수능 시험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입을 앞둔 수험생들 사이에서 박탈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전국을 뒤흔든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사건을 통해 정당한 실력이나 노력과 무관한 입시특혜 구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주축이 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분노와 실망감, 허탈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수능만 끝나면 정권 퇴진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수험생들도 나타나고 있다. 30일 교육계와 수험생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수험생들은 최 씨 모녀의 국정농단 및 입시비리 사건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요 포털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수험생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표출됐다. 한 누리꾼은 '평생 잠도 제대로 못자고 힘들게 공부해도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대학에 가도 학자금 대출받아 공부해야 하고 취직 못하면 빚만 남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게 사는데 이런 일이 생기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생하며 공부하는 걸까'라고 자조했다. 그는 '수능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이런 꼴을 보니 진짜 더 화가 난다. 결국 노력과 상관없이 금수저들이 흙수저들을 밀어내고 올라앉는 입시구조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이에 다른 수험생이 '뉴스를 보면 멘탈이 흐트러져 수능에 집중하기 위해 지금은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적자 또 다른 수험생들은 '그러다 시사면접에 최순실이 나오면 어쩌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성평가' 위주의 수시제도 문제점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시제도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의견부터 수시제도의 장점은 살리되 투명성이 보장되게 손봐야 한다는 의견까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수험생 김모 양은 "대학 리포트에 '해도 해도 안 되는 망할 새끼들' 같은 표현을 쓰는 애가 명문대에 가는 게 말이나 되냐"며 "평소 이화여대 진학을 희망했는데 이렇게 돼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학생들 힘으로 끝까지 부조리를 밝혀내는 모습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수험생들은 수능만 끝나면 시위에 나서겠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한 고3 수험생은 "정유라 사건을 보며 가장 실망하고 가장 분노한 게 한창 입시로 고생 중인 현재의 고3들 아니겠느냐"며 "지금은 수능이 남아있어 움직이지 못하지만 며칠만 더 참고 수능이 끝나면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시위 참가를 독려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나라꼴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입시에 최선을 다하자는 학생들 간에 위로도 눈에 띄었다. 수험생들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다른 수험생의 글에 '이런 세상을 갈아엎으려고', '이런 세상과 같이 몰락하지 않고 당당히 두발로 졸업하려고'라고 댓글을 달며 응원했다. 또 다른 수험생도 '화가 나긴 하지만 정유라가 부럽진 않다'며 '최순실 같은 엄마보다 떳떳하게 살아온 우리 엄마가 훨씬 좋고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특기생으로 청담고에 재학하던 시절, 3년 동안 '공결(출석하지 않았지만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것)' 일수가 229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고등학교의 1년 총 수업일 수가 193일인 것을 감안하면 3년 중에 1년 이상을 학교를 나오지 않고도 출석을 인정받은 셈이다. 또 정 씨가 실제 학교에 출석한 날 중 오전 오후 수업을 다 듣고 하교한 경우는 3년 동안 단 하루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매번 오전 수업만 듣고 조퇴를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육특기생 신분이라 출석으로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최 씨는 "딸의 출석을 인정해 달라"며 교사들에게 금품 제공을 시도하고, 잦은 결석을 제기한 교사에게 고성과 폭언을 쏟아 부은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정 씨에 대한 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청담고를 장학 감사한 중간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25일부터 장학관 3명과 감사실 직원 3명 등 총 6명을 청담고로 파견해 정 씨의 3년 동안 학교생활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해 왔다. 특히 시교육청은 정 씨에 대한 출석 인정 특혜 의혹을 비롯해 정 씨의 모친 최 씨가 교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시교육청은 정 씨의 3년간(2012~2014학년도) 출결 현황을 나이스시스템 전산상의 일일출결상황 및 승마협회 공문, 내부결제 현황 등과 비교해보고 관련 교사들을 대면 조사했다. 그 결과 정 씨는 △1학년 수업일수 194일 중 질병으로 12일을 결석했고 대회 및 훈련 참여를 이유로 48일을 결석했으나 승마협회 공문 덕에 출석을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실제 학교에 나온 날은 134일이었지만 134일 모두 오전 수업만 하고 조퇴했다"고 밝혔다. △2학년 때는 수업일수 195일 중 질병으로 3일을 결석했고 기타결석 2일, 대회 및 훈련 참여 41일을 결석(출석으로 인정)해 실제 출석일은 149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가 국가대표로 선발된 △3학년 때에는 승마협회의 훈련 및 대회 참가 공문이 폭증해 140일을 결석하고도 출석을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 정 씨가 실제 학교에 출석한 일수는 50일에 불과했고 그나마 이 역시도 모두 오전수업만 한 후 조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의 출석을 인정해주는 과정에서 당시 학교 관계자 및 담당 교사들의 업무 실수도 확인됐다. 정 씨에 대한 출결 관리 시 대회 참가 및 훈련으로 인한 결석은 '출석'이 아닌 '출석 인정'으로 처리해야 하지만 학생에 대한 공식 기록이 남는 나이스 전산 시스템에 출석인정이 아닌 출석으로 처리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승마협회 공문을 접수한 후 공결 처리를 해야 함에도 일단 출석을 인정해 준 뒤 사후에 공문을 받아 처리하는 형식으로 관련 절차도 부적절하게 운용한 것이 확인됐다. 당시 교장 박 모 씨는 "훈련이 급하다고 해 일단 결석을 용인하고 이후 공문을 받아 공결 처리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승마협회 공문이 과연 진짜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훈련을 하지 않고도 훈련을 했다고 공문을 보내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서류상 문제는 없었고 훈련 진위여부는 승마협회를 조사해봐야 알 것"이라며 "그러나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공결 처리를 받으려면 보충학습 이행 계획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그런 서류는 잘 붙어있었다"며 "정 씨가 집에서 스스로 보충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학습 도우미(동급생)도 매년 2명씩 배정돼 있었다"고 전했다. 단, 실제 정 씨가 이 계획서에 준해 스스로 수업 보충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그간 언론을 통해 제기됐던 최 씨의 교사들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 및 폭언 행위도 사실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이 당시 정 씨를 맡았던 청담고 교사들을 대면 조사한 결과 교사들은 "최 씨가 돈 봉투 전달을 시도했지만 거부했다"고 진술했다. 교사들에 따르면 최 씨는 2012년 가을 교장실을 찾아가 교장에게 돈봉투를 전달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같은 해 체육교사에게도 돈봉투 전달을 시도했으며 2014년에도 담임교사에게 돈봉투 전달을 시도했다. 또 2013년 5월 경 최 씨는 '시교육청 학교체육업무 매뉴얼에 따라 정 씨의 전국승마대회 출전이 연 4회로 제한된다'는 말을 듣고 학교에 찾아왔다. 이어 학교 체육관과 체육부 교무실을 찾아가 당시 정 씨를 담당하던 신규 임용 체육여교사를 찾아내고 고성을 지르며 폭언을 퍼부었다. 해당 교사는 정 씨에 대한 수업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다음 학기에 교체됐다. 시교육청은 "지금까지의 감사는 본격감사라기보다는 기초조사로봐야 한다"며 "제대로 조사를 하려면 학부모인 최 씨를 소환해 조사해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승마특기생 자격으로 서울 강남구 청담고에 재학하며 과도한 출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는 당초 성악 전공자였지만 대한승마협회가 주최한 승마대회에 3번 이상 출전했다는 이유로 체육특기생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서울시교육청 및 교육계에 따르면 정 씨는 2011년까지 선화예중(선화예술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2010년 열린 선화음악영재아카데미 제1회 정기연주회에서 소개된 정 씨의 프로필에는 △2008년 재단법인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주최 성악부문 금상 △2009년 더 뮤직 콩쿠르 중등부 3등 △경복초 예술제 성악부 독창 △2009년 오페라 토스카 출연 △선화음악영재아카데미 졸업 등이 주요 경력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정 씨는 2012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돌연 체육특기자가 됐다. 시교육청의 2012학년도 고입 체육특기자 심사대장을 보면 정 씨는 △제23회 춘계전국승마대회 마장마술경기 C클래스 중고등부 △2011 춘계전국승마대회 마장마술경기 C클래스 학생부 △제6회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전국승마대회 마장마술경기 B클래스 중고등부 출전을 근거로 체육특기자에 지원했다. 3개 대회는 모두 정 씨의 출석 인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학교 측에 보낸 대한승마협회가 주최한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한체육회나 산하단체가 주관하는 대회에 3번 이상만 출전하면 체육특기생 신청 자격이 생긴다”며 “(초급 대회이긴 하지만) 서류상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 씨가 지원한 청담고는 당초 체육특기생이 지원할 수 있는 체육특기학교가 아니었지만 2011년 시교육청에 승마부문 체육특기학교 지정 신청을 해 2012년부터 승마특기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 체육특기자 심사대장에 따르면 2012년(후기) 청담고가 모집한 승마특기생은 1명이었고, 그해 승마특기생으로 고입을 지원한 사람은 서울 전역에서 정 씨가 유일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노지원 기자}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대기업 모금 경위와 자금 유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전담 수사팀을 24일 구성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존에 수사하던 형사8부에 검사 3명을 더 보강해 모두 7명 규모로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추가로 투입된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별수사1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첨단범죄수사2부 소속 검사 1명씩이다. 검찰은 재단 설립 과정과 대기업을 통한 800억 원대 모금에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단서를 포착했다. 검찰은 최 씨 모녀의 귀국을 압박하기 위해 최 씨가 미르재단 자금을 해외로 은닉했거나 일가 자산을 해외로 도피시킨 정황이 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 씨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매입 자금을 마련해 독일로 송금했다면 탈세와 재산 도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한편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는 서울 청담고에 다닐 때도 10일 중 7일꼴로 결석했지만 무사히 졸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청담고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정 씨는 2014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133일간 학교에 나오지 않았지만 출석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의 연간 수업일수가 193일인 것을 감안하면 70%가량을 결석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곧 담당자를 청담고에 보내 정 씨의 3년간 출결 등 학사 내용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씨의 고3 담임교사는 동아일보에 “2014년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렸는데 정 씨는 3월 중순부터 학교에 빠졌고 이후에도 10월 말 전국체전 준비를 이유로 학교에 다시 잘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사관리 규정에 따르면 학교장의 허가를 받으면 학교를 대표한 경기나 경연대회 참가, 훈련 참가에 따른 결석은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70% 가까이 결석하고도 ‘공결’(공적인 사유에 따른 결석)로 인정받은 건 지나친 혜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딸이 고교에 거의 가지 않아 제적될 뻔하자 최 씨가 교사와 교장에게 아주 거칠게 항의했다”며 “이후 승마협회가 공문을 보냈고, 정 씨의 결석이 ‘공결’ 처리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청담고 교장이었던 박모 씨는 “연간 훈련계획서를 작성하게 하고, 수업 결손 보충학습도 계획해 놓는 등 규정대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정 씨가 국가대표 규정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대한승마협회는 정 씨의 국가대표 신분을 유지시켜 주고, 정 씨에게 국가대표 훈련비와 수당까지 지급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장관석 jks@donga.com·최지연·임우선 기자}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양국 간 대학 교류 및 과학기술 협력을 도모하는 ‘제1회 한불 고등교육·연구·혁신의 만남’ 행사가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프랑스 교육진흥원 주최로 올해 처음 열린 이날 행사의 개막식에서 나자트 발로벨카셈 프랑스 교육연구장관은 파비앵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협업할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불과학기술공동위원회 회의에서 앞으로 협력해 나갈 주요 분야로 △신소재·나노 △생명과학·생명공학 △보건·실버경제 △정보통신 △우주항공 △환경과학·기후·해양을 정했다. 페논 대사는 “현재 프랑스에는 6500명의 한국 학생이 있는데 70%는 어학과 인문학을 배우러 온 사람”이라며 “프랑스는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강국인 만큼 앞으로는 생명공학과 소재공학 분야 등에서도 더 많은 학생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앞으로 과학기술뿐 아니라 스타트업 정책도 공유하면서 창조경제 발전을 이루자”고 화답했다. 개막식 후 3개 세션에 걸쳐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연구 분야 협력’ ‘신소재와 나노 테크놀로지’ 등 11개 주제에 대한 양국 과학자들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11일 오전 7시 반 서울 강북의 한 일반고인 A고 정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달여 앞둔 가을 아침의 공기는 고3 학생의 마음만큼이나 스산했다.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의 얼굴은 모두 플라스틱 가면을 쓴 듯, 표정이 없고 푸석하다. 그런데 그 얼굴 중 하나에서 빨간 것이 흘러내린다. 코피다. 여학생은 잠시 멈춰 코를 더듬다 손에 묻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엉거주춤 고개를 젖힌 채 교문 바로 앞 지구대로 종종걸음을 옮긴 학생은 얼마 뒤 경찰관에게 얻은 하얀 휴지로 코를 막은 채 나왔다. 그리고 곧 학교 1층 검은 입구 속으로 사라졌다.○ 알바에 코피 흘리는 고3의 현실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등굣길에 코피가 날까. 안타까워하는 기자에게 이 학교 교무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공부도 공부지만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피곤했을 겁니다. 일반고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시를 챙겨야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지요. 안타까워요.” 이맘때 매스컴을 장식하는 입시 풍경에는 중산층 미만의, 서민 학생들의 이야기는 없다. 언제나 전력을 다해 학업에 매진하며 학교와 집과 학원만을 오가는, 부모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수능을 준비하는 고3의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반고 건물 안에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 입시철, 한국 사회에서 그들은 ‘있어도 없는’ 사람들이다. 아니, 입시철뿐 아니라 어쩌면 입시를 향해 가는 학교생활 내내 그랬을지 모른다. 강남도, 목동도 아닌 강북의 평범한 동네에 위치한 A고 주변에는 다세대주택이 많다. 그만큼 서민 가정의 아이들도 적지 않다. 10명 중 1명 정도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이다 보니 가장 큰 벌은 ‘4시가 넘었는데도 집에 보내주지 않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에 늦기 때문이다. 과거 학교 주변이 단독주택 단지였을 때는 서울대 의대 동창회장까지 배출했던 학교지만, 큰 주택 주인들이 하나둘씩 집을 팔고 그 자리에 다세대주택들이 들어서면서 학교의 입시 성적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이제는 전교생 800여 명 가운데 이른바 ‘SKY’를 포함해 서울 상위 10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재수생까지 꼽아도 다섯 남짓이다. 은퇴가 몇 년 남지 않은 교장은 평생 몸담아 온 교육계와 입시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교육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못 하게 된 지 이미 오래죠. 우리나라 대학입시 제도가 이렇게 가면 학교 교육은 절대 정상화될 수가 없어요. 신도 풀 수 없는 실타래가 한국 교육이지요. 정책 한두 개로 풀려고 하지 말고 통째로 끊어내야 하는데….” 교장의 한탄은 분노로, 안타까움으로, 그리고 그 판을 바꾸지 못한 교육자인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끝없이 이어졌다.○ 희망은 안 보여도 진학률은 70% 어려운 환경의 아이가 많은 A고이지만 이 학교의 대학 진학률은 놀라울 정도다. 10명 중 7명이 대학에 가는데 그중 3명은 4년제 대학에, 나머지는 전문대에 간다. 어떤 대학, 어떤 과에 갔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쨌든 공식적인 학교의 대학 진학률이 ‘70%’라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 학생에게도, 학교에도 ‘대학에 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내년에 고3이 되는 임모 군 역시 같은 마음이다. 그에게 대학에 가고픈 이유를 묻자 배시시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대학에 가야 지금보다 좀 더 삶이 나아질 것 같아서요.” 그러나 아이들이 대학에 간다고 지금보다 삶이 더 나아질지는 미지수다. “때론 아이들을 졸업시키며 죄의식이 들어요. 아이들도 대학에 가길 원하고 학부모들도 원하니 최대한 합격할 만한 학교를 찾아 권하지만 정말 이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이름 없는 지방 사립대의 배만 불리는 건 아닐까, 아이들이 빚내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받을 만큼 자격이 있는 대학일까. 아이는 이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죠.” 지난해 고3 담임이었던 임모 교사의 말이다. 지난해 그의 반에서 대학을 간 아이 가운데 4명 중 1명은 빚을 내거나 스스로 돈을 벌어서 등록금을 해결해야 했던 아이들이었다. 그는 “종종 대입 진학지도를 하는 게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교사와 학교의 욕심이 아닌가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며 “그럼에도 지금의 고등학교 목표는 대입이고 대입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교사의 숙명이자 딜레마”라고 말했다. A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학 진학률이 69.8%로 최고 수준인 한국의 대입 현실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고3의 필수품은 담요와 베개 입시가 절대 유일의 목표인 고3 교실에서 수업이나 교육이 사라진 건 이미 오래다. 수능의 70%가량이 교육방송(EBS) 교재에서 나오면서부터 고3 수업시간은 자습 아니면 수능 대비 EBS 문제집 풀이가 전부가 돼 버렸다. 수능 최저점수가 필요한 중상위권 대학 지원자 두세 명을 제외하고는 교실의 모든 학생은 ‘자습’ 명령과 함께 일제히 책상에 엎드린다. 일반고 고3에게 엎드려 자는 행위란 공부가 필요한 친구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긴긴 하루를 견디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A고 3학년 김영주 양(가명) 역시 하루하루를 엎드려 자며 보내고 있다. 영주는 문제아가 아닌, 서울과 경기 지역 6개 중하위권 대학에 원서를 낸 지극히 ‘평범한’ 일반고 학생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수시 최저를 맞추거나, 정시에 응시하려고 수능을 파는데, 제가 지원한 학교들은 수능 점수가 필요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EBS를 풀거나 자습을 할 이유가 없어요. 그래서 자요.” 영주의 책상 위엔 베개와 담요가 항상 놓여 있다. 영주는 3학년이 된 후 교과서를 써 본 기억도 없다. 교과서는 새 책 그대로 집 책상 위에 꽂혀 있다. 3월부터 이미 수업은 ‘EBS 수능특강’으로 이뤄졌다. 중간·기말고사 시험 범위도 그 안에서 정해졌다. 영주는 수능을 포기했지만, 수업에 참여하고 내신을 따기 위해 EBS 교재를 샀다. 오늘도 8시 20분, 1교시 수업 종과 함께 들어온 교사는 “자, 오늘 진도 어디지?”라는 말 대신 “자습!”이라는 짧은 말로 수업을 마친다. 다른 교시도 마찬가지다. 어떤 날은 1교시부터 7교시까지 내내 자습이다. 영주는 자다자다 지치면 스마트폰으로 웹 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한다. 노트북을 꺼내 두드리거나, 책을 읽을 때도 있다. 앞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눈 화장을 고치기도 한다. 교실 맨 뒤에 책상을 붙여놓고 친구 너덧 명과 소곤거리기도 한다. 그래도 떠들진 않는다. 좋은 대학을 가려는 친구들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의리다. 30개가 조금 넘는 영주 반 책상에서 긴장감이 느껴지는 자리는 두세 자리뿐이다. 엎드려 자거나 게임을 하는 대부분의 반 친구들에게 고3 교실이란 그저 길고, 고요하고, 지루한 공간일 뿐이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 교실이 ‘학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좋은 대학을 지원하는 두세 명뿐이고, 그렇지 않은 우리들은 그냥 ‘나머지’ 같다고.○ 교사에게도 자괴감 주는 교육 이런 교실 상황에 자괴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건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교탁 앞에 교사가 뻔히 서 있는데도 엎드려 자고, 잡담을 하고, 화장을 고치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 중요한, 수능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대입을 준비시키려면 자습이나 EBS 문제집 풀이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A고의 한 교사는 “내가 EBS 문제풀이를 하려고 고교 교사가 된 것은 아닌데…. 교사로서 회의감이 들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목표가 대입이 돼 버린 지금, 자습이란 말을 외치고 한 시간 동안 교실에 서서 허공을 바라보다 나오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는 게 교사들이 처한 현실이다. 자습을 시킨다고 교사 생활이 딱히 편한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가 입시기관이 돼 버린 지금, 교사가 수업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특히 어느 누구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고3 담임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챙길 게 너무나 많지요. 입시제도와 요강은 매년 바뀌죠. 대학 가려는 아이들 봉사활동이나 독서활동, 창의적 체험활동도 다 적어서 관리해 줘야죠. 학생의 생각을 적어야 하니까 불러서 듣고 피드백하고…. 고3 담임은 저주예요. 지금의 입시는 일반고가 감당하기 너무 어려운 제도죠.”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반고에서는 교사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학생도, 학부모도 막연히 ‘인(in) 서울’을 희망할 뿐 어디가 나은지, 어떻게 갈지 방법도 모르고 판단도 못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댈 곳은 오로지 학교 선생님뿐이다. A고의 열정 있는 교사들이 방과후 모의면접 교실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고 고3 부장교사는 “12명의 교사가 각 대학의 인재상과 과별 특성을 공부해 35명의 학생을 3인 1조로 3번씩 총 105회 모의면접하고 있다”며 “지난해 이렇게 해보니 합격률이 훨씬 좋아져 올해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고3 교실 앞 칠판 위 액자에는 스스로를 응원하는 급훈이 걸렸다. A고 3학년생들은 오늘도 대학을 꿈꾸며 자습을 한다. A고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고3 교실 대부분이 그렇다.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노지원 zone@donga.com·임우선 기자}

“‘임산부의 날’요? 그게 뭐죠?” 임산부를 독려하고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임산부의 날’(10월 10일)이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연년생 아이를 출산한 김지윤 씨(35)는 “애를 둘이나 낳고도 그런 날이 있는 줄 몰랐다”며 “정말 임산부를 위한다면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실질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독학으로 모으는 임신·출산 정보 현재 국내의 임신·출산 관련 지원 정책은 ‘임산부의 날’ 같은 일회성 행사나 진료비 등 금전적인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나마 임산부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금전적 지원은 50만 원의 진료비 혜택뿐이고, 나머지 지원금은 대부분 저소득층이나 고위험 임산부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된다. 평범한 임산부가 체감하는 임신·출산 관련 정책이 거의 없는 이유다. 국내 임산부는 임신·출산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나 걱정거리를 혼자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보건 당국이 믿을 만한 임신·출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고 ‘임신 백과사전’ 같은 책을 사보거나 병원 검진 때 잠깐 짬을 내 의사에게 묻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해결한다. 정부 차원의 임산부 대상 교육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출산 후에는 많은 산모가 아이와 함께 생활하며 애착을 키우고 모유수유 성공률도 높일수 있는 병실(모자동실) 사용을 원하지만 이런 병실을 가진 병원은 전체의 6%에 불과하다. 회복기간엔 상당수가 수백만 원을 내고 산후조리원을 찾는다. 친정 등 마땅히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산모는 신생아 육아 과정에서 겪는 육체적, 심리적 어려움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 임산부에게 꼭 필요한 △믿을 만한 임신·출산 관련 정보 제공 △부모 되기 교육 △출산 후 관리가 정부 차원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보 부모 이끌어주는 선진국 한국과 달리 뉴질랜드, 호주, 영국 등은 정부가 주관하는 ‘출산 전 교실(antenatal classes)’을 중심으로 임산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과 교육, 복지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출산 전 교실은 임신 30주 전후에 받는 소그룹 형태의 강좌다. 이 시기가 되면 병원을 통해 교육 일정이 안내되고, 매주 한 번 2∼3시간씩, 3∼7회 차에 걸쳐 남편과 함께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은 정부가 관리하는 조산사가 맡는데, 이들은 준산부인과 전문의 수준의 의료지식을 갖춘 출산 전문가다. 이들은 임신부와 그 가족이 알고 싶어 하고 걱정하는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 임신 중 통증이나 이상 징후, 출산 징후뿐만 아니라 수중분만 등 다양한 분만법 및 고통을 줄여주는 출산 포즈를 소개한다. 분만 시 선택할 수 있는 무통주사 등 여러 의학적 처치와 관련해서도 임신부의 선택권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와 함께 출산 전 교실에서 반드시 빠지지 않는 것은 ‘모유수유 교육’과 ‘부모 되기 교육’이다. 기저귀 가는 법, 신생아 목욕시키는 법, 돌연사를 막는 안전한 잠재우기 방법 등 기본적인 아기 돌보기법부터 부모의 자세 등 여러 주제에 대해 부부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참석자들은 토론을 통해 자신의 부모가 어땠었고 또 자신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를 이야기한다. ○ 출산 후에도 꾸준한 밀착 관리 정부의 임산부 지원은 출산 후에도 꾸준히 이어진다. 뉴질랜드의 경우 출산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도 정부가 관리하는 조산사가 6주간 수시로 가정을 방문해 아이의 건강과 산모의 심리 상태를 돌본다. 만약 아이에게 문제가 있거나 산모가 산후우울증 등 이상 증세를 보이면 즉시 클리닉과 연계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플렁킷(Plunket)’의 간호사도 산후 관리 및 초보 부모의 육아에 큰 도움을 준다. 이들은 6주간의 조리사 관리가 끝나면 산모와 아기의 정보를 넘겨받아 수시로 가정을 방문하고 육아를 지원한다. 뉴질랜드 엄마들은 한밤중에 갑자기 아이가 울 때, 또 이유 없이 잠을 안 자고 보챌 때도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 플렁킷의 간호사 상담 콜센터는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이다. 모든 산모가 누릴 수 있는 이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플렁킷의 밀착 관리 서비스는 아이가 만 5세가 될 때까지 꾸준히 제공된다. 구강 검사부터 인지발달 체크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는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해 부모의 양육에 도움을 준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동혁 기자}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선생님 되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2017학년도 공립 초등학교, 유치원 및 특수학교 교사 임용시험 계획을 발표했다. 선발 인원은 △초등 846명 △유치원 37명 △특수교사 19명 등 총 902명으로, 지난해(999명)보다 97명이 줄었다. 당초 교육부에서는 현재 국내 초등교사 1인당 학생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많은 만큼 교육환경 개선 및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교육청 측에 1000명의 신규 초등교사를 임용하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폭이 워낙 큰 데다 최근 공무원연금법에 대한 교사들의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명예퇴직 교사 수가 반으로 줄어 신규 임용 자리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지난해 임용고시를 통과한 예비 초등교사 960명 가운데 380여 명은 자리가 없어 미발령 상태로 대기 중이다. 반면 교사가 부족한 유치원은 인력 충원을 못하고 있다. 올해 서울 지역 공립 유치원 교사 임용 규모는 37명으로 지난해 30명보다 7명 늘었을 뿐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유치원 교사 수는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보다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최대한 많이 뽑으려 했지만 정부에서 할당된 선발 인원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 있는 201개 공립 유치원에 필요한 교사 수는 690명이지만 560명만 근무 중이고 나머지 130명은 기간제 교사로 충당하고 있다. 여기에 출산, 육아로 100여 명이 휴직 중이라 인력 부족 현상은 훨씬 심각하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선생님 되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2017학년도 공립 초등학교, 유치원 및 특수학교 교사 임용시험 계획을 발표했다. 선발 인원은 △초등 846명 △유치원 37명 △초등 특수 10명 등 총 902명으로, 지난해(999명)보다 97명이 줄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선발 규모가 작년보다 줄었지만 사실 서울지역 초등학교에서 실제 필요한 인원보다는 훨씬 많이 뽑는 것"이라며 "학생인구 절벽 현상에 퇴직 교사 숫자마저 줄어 자리가 많지 않지만 최대한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교육부에서는 현재 국내 초등교사 1인당 학생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많은 만큼 교육환경 개선 및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교육청 측에 1000명의 신규 초등 교사를 임용하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폭이 워낙 큰 데다 최근 공무원 연금법에 대한 교사들의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명예퇴직 교사 숫자가 반으로 줄어 신규 임용 자리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지난해 임용고시를 통과한 예비 초등교사 960명 가운데 380여명은 자리가 없어 미발령 상태로 대기 중이다. 반면 교사가 부족한 유치원은 인력 충원을 못하고 있다. 올해 서울 지역 공립 유치원 교사 임용 규모는 37명으로 지난해 30명보다 7명 늘었을 뿐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유치원 교사 숫자는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보다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최대한 많이 뽑으려 했지만 정부에서 할당된 선발 인원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 있는 201개 공립 유치원에 필요한 교사 수는 690명이지만, 560명만 근무 중이고 나머지 130명은 기간제 교사로 충당하고 있다. 여기에 출산, 육아로 100여 명이 휴직 중이라 인력 부족 현상은 훨씬 심각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초등교사 선발 규모는 행정자치부에서 정해주기 때문에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며 "앞으로는 초등교사 인원을 줄이고 유치원 교사 선발을 늘리는 식의 조정을 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장면1. 서울지역 일반고 2학년생 신모 군은 학교 수학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을 신뢰한다. 학교 선생님은 끙끙대는 문제를 학원 선생님은 간단히 풀어내기 때문. 신 군은 “학교 수학 선생님이 학원 선생님보다 더 좋은 대학을 나왔는데, 상위 3%만 간다는 대학을 나온 선생님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 학교 선생님은 ‘고인 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면2. 2013년 초등교사에 임용된 4년 차 교사 김모 씨는 아직도 부임 첫날의 당혹감을 잊지 못한다. 김 씨는 “신규 임용 때 딱 3일간 연수를 받았는데 학교폭력 관련 내용이나 학교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 같은, 교양과목 같은 연수가 고작이었다”며 “아무리 교대를 나왔다고 해도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니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우수한 역량을 갖춘 교사의 확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교사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교원별 편차를 줄이기 위한 연수 시스템은 너무 낡고 부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시설, 급식 등 ‘하드웨어’는 평준화가 이뤄졌지만 더 중요한 교사의 수준은 개인별 격차가 워낙 커 공교육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년까지 단 한 번만 받으면 되는 자격연수 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교사들이 62세 정년퇴임 때까지 의무적으로 받는 자격연수는 단 한 번뿐이다. 교원 연수는 크게 교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자격연수’와 직무 전문성을 함양하기 위해 받는 ‘직무연수’ 두 종류로 나뉘는데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자격연수가 교직생활 내내 단 한 차례뿐인 것. 박 의원은 “교감 교장으로 승진할 때는 각각 이에 따른 별도의 자격연수를 받지만 평교사로 남는 경우에는 임용 3년 차 이후에 받는 ‘1급 정교사 연수’가 전부”라며 “아이들을 실제 가르치는 사람이 평교사라는 점에서 질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1급 정교사 연수 시간은 2012년 180시간에서 90시간으로 축소됐다. 이는 교사 자격에 유효기간이 있어 5년마다 180시간의 연수를 받아야 자격이 유지되는 미국 위스콘신 주 등 선진국 사례에 비해 매우 느슨한 것이다. 자격연수의 내용도 문제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사 전모 씨는 “연수 내용이 실제 교사 자격과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게 아니고 일방적인 주입식 암기식 이론 평가가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점수가 훗날 교감 교장 임용까지 따라다녀 사실상 교사를 성적대로 줄 세우기 위해 치르는 연수”라고 비판했다. 자격연수 성적은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계산돼 석차로 반영되고 승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직무연수는 자격연수와 달리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교사 개인의 선택에 따른다. 직무연수 이수 시간은 학교 평가나 교사 성과급 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사가 매년 일정 시간 이상의 직무연수를 받기는 한다. 지난해 교사 1인당 평균 직무연수 시간은 113.2시간에 달해 양적으로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직무연수 프로그램의 질이다. 개설 과정의 절반가량이 원격 동영상 강의 형태로 이뤄져 몰입도가 낮고, 이마저도 교사의 수업 전문성 함양과는 거리가 먼 ‘문화센터 교양강좌’ 수준의 연수가 많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최근 5년간 전체 교원 연수자 중 39%는 원격 교육연수원에서 동영상 시청 방식으로 연수를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연수기관인 서울교육연수원의 경우에도 전체 113개 과목 중 원격 프로그램이 61개로 54%에 달했다. 원격 프로그램 과목은 △음악과 함께하는 유럽 문화 기행 △행복한 삶과 미래 설계 △올바른 걷기를 통한 내 몸 바로 세우기 등 교사 전문성과 무관한 교양성 과목이 대부분이었다. 113개 중 직무와 직접 관련된 과목은 △중등 영어회화 직무연수 △2015 개정 통합과학 교육과정의 이해 등 9개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지역의 한 교사는 “솔직히 직무연수가 수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다”며 “시간은 채워야 하는데 일은 많고 흥미도 떨어지다 보니 틀어만 놓고 보지는 않은 채 연수 시간만 계산 받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털어놨다.○ 연수 방식 및 질적 제고 절실 하지만 직무연수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당국의 노력은 지지부진하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사 연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서울의 경우 교원이 워낙 많고 연수원이나 교육청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감당할 역량도 충분치 않아 무작정 시간을 늘리거나 수준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직무연수 기준 시간은 시도 교육청별로 다르며 대부분의 지역이 80시간인 데 반해 서울은 60시간에 불과하다. 모니터만 보는 일방적 수동적 교육이란 지적을 받는 원격(온라인) 연수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오프라인 연수를 늘릴 여력이 없고 교사들도 싫어해 앞으로 원격 연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교사들이 선진국형 쌍방향 수업이나 참여식 토론식 수업 진행 능력을 함양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 교사들은 교원별 편차를 줄이고 전체적인 공교육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연수 시스템은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내 한 고교 교사는 “실제 수업을 하거나 아이들을 지도할 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연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같은 학년 혹은 같은 과목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교수법을 연구해 공유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교사 연구회 중심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직 생애단계별 연수 모형을 만들어 내년부터 시범 운영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신규 교사가 받는 연수 시간도 현재 50시간에서 2018년 80시간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임우선 imsun@donga.com·노지원 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공교육으로 유명한 핀란드에서 정규 교사가 되려면 반드시 현지 대학에서 교육학 석사 이상 학위를 받아야 한다. 핀란드 대학의 교육학부는 지원자 중 상위 10%가량만 입학이 허용된다. 이런 인재들은 대학 재학 동안 일반학습 교수법뿐 아니라 질적, 양적으로 강도가 매우 높은 과목학습 교수법 및 학교에서의 현장 훈련을 이수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장기간 전문 교사 역량을 쌓은 뒤 현장에 배치되는 만큼 핀란드 사회는 교사를 독자적이고 지위가 높은 전문직으로 인정한다. 핀란드에서 초등교사는 대학교수와 비슷한 사회적 대우를 받고, 일반 기업에 스카우트되는 경우가 많다. 핀란드 교사들은 교사가 된 뒤에도 당국의 주문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사 스스로 자기 주도적인 계발과 교수법 혁신을 해 나가는 게 특징이다. 1972∼1991년 핀란드 교육혁신을 이끈 에르키 아호 전 국가교육청장은 교육개혁 보고서에서 “과거 시행하던 의무적이고 전통적인 재직 중 연수는 40년에 걸쳐 추진된 대대적인 교사양성 시스템 개혁으로 교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부분 폐지됐다”며 “이제는 학교나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장기 프로그램과 전문성 개발 과정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핀란드는 교실 내 모든 학생이 같은 속도로 같은 내용을 공부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각각 다른 수준의 학생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르칠 것인지 끊임없이 토론하고 방법을 공유한다. 핀란드의 교사양성 교육과정 및 현직교사 재교육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 역시 이를 위한 ‘창의적인 교수법’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교사 집단인 만큼, 핀란드는 교사를 신뢰하고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한다. 교사들은 공통의 학습목표만을 공유할 뿐 수업계획을 지시받지도, 표준화된 시험을 요구받지도 않는다. 교사 주도로 지역과 교실 상황에 맞게 독자적 교육과정을 짜고 전략적 교수법을 시행할 수 있다. 성과 평가도 없다. 교사들의 수준이 이미 높기 때문에 통제나 감시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교사가 신뢰와 존중을 받으려면 가장 중요한 건 수준 높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전 비서실장 조현우 씨(54)가 건설업자에게 5000만 원대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동부지법 정상철 영장전담판사는 30일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조 전 비서실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통보를 받고도 의원면직(사표 수리) 처리를 했다가 번복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규정상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공무원의 사표는 비리 은폐 및 징계 회피에 악용될 수 있어 수리할 수 없다. 일각에선 시교육청이 막후 실세로 알려진 조 전 비서실장의 비리 문제가 조 교육감에게 확대될 것을 우려해 사전에 관련 의혹을 차단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전 비서실장은 8월 11일 2년 임기 계약이 만료되자 재계약했다. 그러나 재계약 9일 만인 8월 20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고 지난달 5일부터는 연가에 들어갔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6일 검찰 경찰 감사원 교육부 및 시교육청 감사관실에 그에 대한 비위사실 조회를 요청했다. 행정규칙에 따르면 의원면직을 하려면 대상자를 면직해도 문제가 없는지 관련 기관에 문의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달 13일 검찰은 “조 전 비서실장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사표 수리를 불허한 것. 하지만 해당 공문을 받은 시교육청 인사담당 여직원은 이를 보고하지 않고 같은 달 23일 의원면직 결재를 올렸다. 총무과장 및 부교육감 등은 조 전 비서실장이 수사 대상임을 모른 채 면직 결재를 했다. 당시 조 교육감은 핀란드 출장을 떠나 구두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조 전 비서실장은 26일자로 의원면직이 됐다. 그러나 검찰이 28일 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하고 조 전 비서실장을 긴급체포하면서 그의 혐의가 외부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압수수색 전날 뒤늦게 여직원이 검찰 공문 보고를 누락한 사실이 파악돼 9월 26일자 면직 결재를 번복했다”며 “조 전 비서실장에게는 면직 통보를 하지 않아 인사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검찰 수사 사실 보고를 누락한 건 여직원의 단순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면직 시 비위사실 조회가 필수라는 점은 신입 공무원들도 다 아는 기본 지식”이라며 “검찰이 공문을 보냈는데도 실수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당 여직원은 업무 처리가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라고 전했다. 시교육청은 코드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으로 최근 주요 보직에 임명된 H 씨의 경우 채용 공고가 뜨기도 전에 내정설이 파다했다. 공석인 조 전 비서실장 자리에는 동향인 청와대 행정관 출신 L 씨의 내정설이 나돌고 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단비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 체포된 조현우 전 서울시교육감 비서실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통보를 받고도 의원면직(사표 수리) 처리를 했다가 번복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규정 상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공무원의 사표는 비리 은폐 및 징계 회피에 악용될 수 있어 수리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시교육청이 막후실세로 알려진 조 전 비서실장에 대한 논란이 조희연 교육감으로 확대될까봐 사전 차단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전 비서실장은 지난달 11일 2년 임기 계약이 만료되자 임기를 재계약했다. 그러나 재계약 9일 만인 20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고 이달 5일부터는 연가에 들어갔다. 시교육청은 6일 검찰 경찰 감사원 교육부 및 시교육청 감사관실에 그에 대한 비위사실 조회를 요청했다. 행정규칙에 따르면 의원면직을 하려면 대상자를 면직해도 문제가 없는지 관련 기관에 문의해야 한다. 그런데 13일 검찰은 "조 비서실장은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인물"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사표 수리를 불허한 것. 하지만 해당 공문을 받은 시교육청 인사담당 여직원은 이를 보고하지 않고 23일 의원면직 결재를 올렸다. 총무과장 및 부교육감 등은 조 전 비서실장이 수사대상임을 모른 채 면직 결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교육감은 핀란드 출장을 떠나 구두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조 전 비서실장은 26일자로 의원면직이 됐다. 그러나 검찰이 28일 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하고 조 전 비서실장을 긴급체포하면서 그의 혐의가 외부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있기 전날 뒤늦게 여직원이 검찰 공문 보고를 누락한 사실이 파악돼 26일자 면직 결재를 번복했다"며 "조 전 비서실장에게는 면직 통보를 하지 않은 상태라 인사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검찰 수사사실 보고를 누락한 건 담당 여직원의 단순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면직 시 비위사실 조회가 필수라는 점은 신입 공무원들도 다 아는 기본 지식"이라며 "검찰이 공문을 보냈는데도 실수로 보고를 안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당 여직원은 업무 처리가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시교육청은 코드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으로 최근 한 주요 보직에 임명된 H씨의 경우 채용 공고가 뜨기도 전에 내정설이 파다했다. 공석인 조 전 비서실장 자리에는 고향이 같은 청와대 행정관 출신 L씨의 내정설이 나돌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공채는 말뿐이고 주요 보직은 공고도 하기 전에 이미 사람이 다 결정돼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매번 측근 중심의 '깜깜이 인사'가 이뤄지다보니 내부 견제가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긴급 상황입니다. 긴급 상황입니다. 방금 전 수도권 북부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23일 오전 10시 25분 서울 강북구 송중초등학교에서 지진을 알리는 비상 안내방송이 시작됐다. 2학년 2반 학생들은 방송이 들리자마자 재빠르게 가방 속 물건을 비워내고 최대한 가방을 가볍게 만들어 머리에 얹은 채 책상 밑으로 들어갔다. 한 반의 모든 학생이 책상 밑에 숨기까지 5초 정도 걸렸다. 이윽고 2분 뒤, 학교에 불이 났으니 당장 건물을 빠져나가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손수건으로 코를 막은 채 일사불란하게 줄을 맞춰 움직였다. 반별 담임과 학생들은 이미 자신들이 어느 현관 출구로 나가야 할지 알고 있었다. 복도마다 배치된 안내교사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안전한 대피를 유도했다. 이날 이 학교 전교생 702명은 4분 만에 전원 건물을 탈출해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송중초는 서울지역에서 최초로 올 하반기 국제안전학교 인증을 앞두고 있다. 강북구가 ‘안전도시’를 목표로 내걸면서 안전학교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됐고 2014년부터 집중적인 안전교육을 펼쳐 왔다. 서석영 송중초 교장은 “평소 반복적으로 지자체, 소방서 등과 협조해 재난 및 생활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며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중간놀이 시간에 다양한 화재 발생 상황을 가정해 15분씩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학교의 경우 지진 대피 체험은 물론이고 이론 수업조차 거의 받지 못한다. 기껏 해야 1년에 한 번 정도 지진 대피 훈련을 하는 데 그친다. 훈련을 마친 1학년 5반 최서윤 학생은 “무섭지 않다. 옛날에도 대피 연습을 했고 안전체험관에 현장학습을 가서도 지진 때 어떻게 할지 배웠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지진의 위협은 이제 일상이 됐지만 현재 국내에서 지진에 대처하기 위한 교육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아이들의 교과서에서부터 지진 현장 체험 학습에 이르기까지 보완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초등 1, 2학년 교과서에는 지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관련 내용은 초등 3학년부터 과학 또는 체육 교과서에서 나오는데 대부분이 지진의 발생 원리나 피해 사례 등 ‘과학적 이론’뿐이다.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실제 지진 발생 시 대처법은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고 탁자 밑으로 대피한다’나 ‘방석으로 머리를 보호하면서 공터로 이동한다’ 수준으로만 다뤄지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육부는 아이들에게 안전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안전한 생활’ 과목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등 1, 2학년부터 매주 1시간 안전 수업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 부실 교육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전한 생활 수업의 기본이 될 교과서가 워낙 짧은 시간에 개발돼 내용과 삽화 등이 졸속이란 것이다. 실제 안전한 생활 교과서는 지난해 10월 집필진이 확정된 다른 교과서와 달리 올 1월에야 집필진이 정해졌다. 현장 검토본 역시 다른 개정 교과서는 이미 현장 검토가 끝났지만 안전한 생활은 이달 18일에야 교사연구회에 배포됐다. 현장 검토 마감은 11월 20일이고 12월에는 실제 인쇄에 들어가야 한다. 개발도, 검토도, 수정·보완도 제대로 이뤄질 여유가 없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안전한 생활 교과서 심의 관계자는 “처음 만들어지는 과목의 교과서인 만큼 다른 교과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잘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엉터리”라고 꼬집었다. 아이들이 지진 대비 훈련을 받을 만한 시설도 태부족이다. 현재 서울에는 광진구 광나루안전체험관과 동작구 보라매안전체험관 두 곳이 전부다. 지난해 보라매안전체험관 방문객은 14만8313명. 올해는 9월까지 11만1029명이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의무가 아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나들이’처럼 체험에 나선다. 그나마 학교장이나 교사가 관심이 있는 경우다. 또한 보라매의 경우 미취학 아동은 체험이 불가능하고 초등학생은 보호자가 동반해야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광나루체험관은 6세 이상부터 이용이 가능하지만 이미 11월 교육까지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하루 3회, 회당 180명만 교육이 가능하고, 체험 시설도 14년 이상 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임우선 imsun@donga.com·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