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임산부의 날… 한국 vs 해외 선진국, 출산교육 실태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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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알아서 韓 ‘임신백과’ 사보고 인터넷 검색
정부가 알아서 英 조산사 통해 ‘출산전 교실’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앞둔 7일 건국대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한 산모가 모자동실에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있다.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앞둔 7일 건국대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한 산모가 모자동실에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있다.
 “‘임산부의 날’요? 그게 뭐죠?”

 임산부를 독려하고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임산부의 날’(10월 10일)이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연년생 아이를 출산한 김지윤 씨(35)는 “애를 둘이나 낳고도 그런 날이 있는 줄 몰랐다”며 “정말 임산부를 위한다면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실질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독학으로 모으는 임신·출산 정보

 현재 국내의 임신·출산 관련 지원 정책은 ‘임산부의 날’ 같은 일회성 행사나 진료비 등 금전적인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나마 임산부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금전적 지원은 50만 원의 진료비 혜택뿐이고, 나머지 지원금은 대부분 저소득층이나 고위험 임산부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된다. 평범한 임산부가 체감하는 임신·출산 관련 정책이 거의 없는 이유다.

 국내 임산부는 임신·출산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나 걱정거리를 혼자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보건 당국이 믿을 만한 임신·출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고 ‘임신 백과사전’ 같은 책을 사보거나 병원 검진 때 잠깐 짬을 내 의사에게 묻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해결한다. 정부 차원의 임산부 대상 교육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출산 후에는 많은 산모가 아이와 함께 생활하며 애착을 키우고 모유수유 성공률도 높일수 있는 병실(모자동실) 사용을 원하지만 이런 병실을 가진 병원은 전체의 6%에 불과하다. 회복기간엔 상당수가 수백만 원을 내고 산후조리원을 찾는다. 친정 등 마땅히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산모는 신생아 육아 과정에서 겪는 육체적, 심리적 어려움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 임산부에게 꼭 필요한 △믿을 만한 임신·출산 관련 정보 제공 △부모 되기 교육 △출산 후 관리가 정부 차원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초보 부모 이끌어주는 선진국

 한국과 달리 뉴질랜드, 호주, 영국 등은 정부가 주관하는 ‘출산 전 교실(antenatal classes)’을 중심으로 임산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과 교육, 복지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출산 전 교실은 임신 30주 전후에 받는 소그룹 형태의 강좌다. 이 시기가 되면 병원을 통해 교육 일정이 안내되고, 매주 한 번 2∼3시간씩, 3∼7회 차에 걸쳐 남편과 함께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은 정부가 관리하는 조산사가 맡는데, 이들은 준산부인과 전문의 수준의 의료지식을 갖춘 출산 전문가다.

 이들은 임신부와 그 가족이 알고 싶어 하고 걱정하는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 임신 중 통증이나 이상 징후, 출산 징후뿐만 아니라 수중분만 등 다양한 분만법 및 고통을 줄여주는 출산 포즈를 소개한다. 분만 시 선택할 수 있는 무통주사 등 여러 의학적 처치와 관련해서도 임신부의 선택권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와 함께 출산 전 교실에서 반드시 빠지지 않는 것은 ‘모유수유 교육’과 ‘부모 되기 교육’이다. 기저귀 가는 법, 신생아 목욕시키는 법, 돌연사를 막는 안전한 잠재우기 방법 등 기본적인 아기 돌보기법부터 부모의 자세 등 여러 주제에 대해 부부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참석자들은 토론을 통해 자신의 부모가 어땠었고 또 자신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를 이야기한다.

○ 출산 후에도 꾸준한 밀착 관리

 정부의 임산부 지원은 출산 후에도 꾸준히 이어진다. 뉴질랜드의 경우 출산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도 정부가 관리하는 조산사가 6주간 수시로 가정을 방문해 아이의 건강과 산모의 심리 상태를 돌본다. 만약 아이에게 문제가 있거나 산모가 산후우울증 등 이상 증세를 보이면 즉시 클리닉과 연계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플렁킷(Plunket)’의 간호사도 산후 관리 및 초보 부모의 육아에 큰 도움을 준다. 이들은 6주간의 조리사 관리가 끝나면 산모와 아기의 정보를 넘겨받아 수시로 가정을 방문하고 육아를 지원한다. 뉴질랜드 엄마들은 한밤중에 갑자기 아이가 울 때, 또 이유 없이 잠을 안 자고 보챌 때도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 플렁킷의 간호사 상담 콜센터는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이다. 모든 산모가 누릴 수 있는 이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플렁킷의 밀착 관리 서비스는 아이가 만 5세가 될 때까지 꾸준히 제공된다. 구강 검사부터 인지발달 체크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는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해 부모의 양육에 도움을 준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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