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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또 그렇고 그런 경찰 이야기인가” 싶다. 그런데 이 영화, 기존 범죄수사극의 틀을 부순다. 경찰은 상위 1% 부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무엇이 올바른 수사윤리인지 관객에게 묻는다. 절대 선(善)은 없다. 부패도 설득력이 있다. 영화 ‘경관의 피’ 이야기다. 5일 개봉하는 새해 첫 한국 영화로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극 중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반장 박강윤(조진웅)은 수사의 신이다. 국가정보원과 검경 합동수사로 일망타진됐다고 보도된 거대 마약조직도 알고 보면 그가 혼자 활약해 검거한 것. 강윤은 독보적으로 유능하다. 그런데 수상하다. 월급쟁이 경찰이 서울 강남의 고급빌라에 살고 비싼 외제차를 탄다. 시계, 셔츠, 슈트까지 모든 게 명품 일색. 경찰 내에선 그가 막대한 후원금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마약조직의 검은 돈이 출처라는 소문도 돈다. 그의 비위 의혹을 내사하기 위해 강력계 형사 최민재(최우식)가 광수대로 위장 투입된다. 영화는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대어를 잡기 위해선 다른 범죄자들과의 결탁도 마다하지 않는 현실주의자 강윤과, 수사는 반드시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주의자 민재의 대립을 보여준다. 강윤은 상위 1%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마약범죄 등을 수사하려면 경찰 스스로 상위 1%가 돼 그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막대한 수사비를 감당하려면 범죄조직의 돈이라도 써야 한다는 것. 영화는 강윤과 민재가 서로의 수사방식에 조금씩 끌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명분 있는 부패’를 일삼는 강윤에게 마음이 조금 더 기우는 게 사실이다. 인물들의 상반된 신념과 고민을 깊이 있게 보여주지만 지루하지 않다. 빠른 비트의 음향과 적당히 흔들리는 카메라, 반전을 거듭하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지루할 틈이 없다. 이야기가 늘어질 조짐이 보이면 금세 질주하는 이규만 감독의 완급 조절 솜씨는 탁월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관전 포인트. 액션 누아르를 접목한 범죄 수사극은 비장감이 넘치는 연기로 자칫 관객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할 수 있지만, 배우들은 힘을 뺀 연기를 보여준다. 담백한 연기 덕에 영화 속 경찰세계에 빠져 이들과 함께 고민하게 된다. 최우식은 흔들리는 원칙과 현실의 벽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표현하며 기존 코믹 캐릭터의 틀을 벗어던진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며 소신을 밀고 나가는 조진웅의 연기는 강윤의 행태를 ‘착한 부패’로 보이게 만들 정도로 설득력 있다. 강윤은 기존 한국 영화에선 보기 드문 경찰 캐릭터로 매력이 넘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유명해진 채경선 감독이 미술을 맡았다. 두 인물의 서로 다른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빛과 조명, 선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찾아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올해 드라마 라인업은 눈부시다.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솟는 감독과 배우, 작가들이 각 드라마에 포진해 있다. 시청 욕구가 폭발하는 신선한 이야기도 기본이다. ○ ‘제3, 제4의 오징어게임’ 기대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건 ‘오징어게임’과 ‘지옥’으로 글로벌 연타 홈런을 친 넷플릭스의 올해 첫 오리지널 K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과 ‘추노’의 천성일 작가가 의기투합해 기대감을 높인다. 28일 공개될 ‘지금 우리…’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며 일어난 일을 다룬다. 넷플릭스는 ‘지금 우리…’로 새해를 시작한 뒤 다음 달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김혜수 주연의 법정 드라마 ‘소년 심판’을 공개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군도’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인 ‘수리남’도 올해 공개된다.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등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끈다. 디즈니플러스도 올해 오리지널 K드라마를 선보인다. 시작은 1, 2월 중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청춘 로맨스물 ‘너와 나의 경찰 수업’. 아이돌 스타 강다니엘이 주인공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가 집필하고 서강준이 주연을 맡은 미스터리 스릴러 ‘그리드’를 비롯해 올해 K드라마 4편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연달아 공개된다. 애플TV플러스는 재일교포의 삶을 다룬 드라마 ‘파친코’를 공개한다. 미국 본사에서 제작해 K드라마는 아니지만 윤여정 이민호 등 한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준K드라마’라는 평가를 받는다.○ 토종 OTT 반격 국내 OTT 가운데 티빙은 14일 초짜 개원의(이서진)의 적자 탈출 생존기를 다룬 드라마 ‘내과 박원장’을 공개한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이야기의 흥행성은 입증된 작품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서진의 대머리 분장 투혼도 관심을 끈다. 자본과 스타 감독으로 무장한 글로벌 OTT에 맞서 코미디 장르를 택해 기획력으로 승부하려는 틈새 전략이 돋보인다. ‘지옥’의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쓴 ‘괴이’와 연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돼지의 왕’ 등 ‘연상호 세계관’을 보여주는 드라마도 티빙을 통해 선보인다. 놀라운 세금 추징 능력을 가진 국세청 조세5국 이야기를 다룬 웨이브의 ‘트레이서’(7일 공개)도 토종 OTT의 저력을 보여줄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 극장가 거장의 귀환 극장가는 팬데믹으로 개봉이 미뤄진 대작을 선보이며 부활에 나선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 ‘비상선언’. ‘관상’의 한재림 감독이 연출한 데다 이병헌 송강호 전도연 김남길 등 출연 배우 면면이 화려한 만큼 극장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작품으로 손꼽힌다. 팬데믹 국면에서 지난해 ‘모가디슈’로 관객 360만 명 이상을 모은 류승완 감독의 ‘밀수’, ‘타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등 유명 감독들의 차기작도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다. 침체된 극장가에 다시 흥행 열풍이 불지 기대를 모은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일본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현지 월간지에 칼럼을 써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렸던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사진)가 1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8세. 북한 김일성종합대 1회 입학생이었던 고인은 1947년 월남해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종교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60년부터 덕성여대 교수를 지냈고 월간 ‘사상계’ 주간으로 일했다. 1972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여대 교수 등을 지내며 약 20년간 망명생활을 했다. 고인은 일본 망명 기간 일본 진보 성향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TK생(生)’이라는 필명으로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15년간 연재했다. 이 칼럼은 세계에 한국 민주화운동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TK생’의 정체가 고인이라는 사실은 2003년에야 ‘세카이’를 통해 드러났다. 고인은 1993년~2003년 한림대 한림과학원 일본학연구소 소장을, 1994년~2004년 한림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2007년에는 일본에서 집필한 칼럼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저서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출간했다. 유족은 부인 강정숙 씨, 아들 형인 효인 영인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은 4일 오전 7시다. 02-2072-2020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올해 K스타들은 세계인의 눈과 귀,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윤여정은 4월 영화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94개 국가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에 오른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세계 언론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시시각각 전하는 스타 감독이 됐다.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이정재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선정 ‘올해의 일약스타’에 포함됐다. 그는 내년 1월 진행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함께 출연한 오영수도 남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달 미국 3대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올해의 아티스트’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블랙핑크는 9월 세계적 팝가수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유튜브에서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가수로 올라섰다.콜드플레이 등 유명 팝스타도 ‘BTS 홀릭’4주새 1억4200만 계정 시청 ‘오겜 신화’세계를 매혹시킨 K스타 방탄소년단은 미국 시장의 ‘원더 보이’를 넘어 올해 세계 음악계의 ‘키 맨’으로 올라섰다. ‘Butter’는 미국 최고 인기곡을 꼽는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무려 10주간 1위를 차지하고 또 다른 노래 ‘Permission to Dance’마저 같은 차트의 정상을 밟았다. 국제적 팝스타들의 러브콜도 쏟아졌다. 방탄소년단은 팬층이 상대적으로 젊고 결속력이 높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급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9월 영국의 대표적 록 밴드 콜드플레이와 합작한 싱글 ‘My Universe’는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올랐다. 콜드플레이가 이 차트 1위를 한 것은 2008년 ‘Viva La Vida’ 이후 처음이다. 블랙핑크는 여성그룹의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해 넷플릭스에 이어 올해에는 디즈니플러스에 멤버들의 공연과 삶을 다룬 두 번째 다큐멘터리를 배급하며 글로벌 플랫폼을 휘저었다. 2월 연 온라인 콘서트에는 소속사 추산 약 28만 명의 전 세계 팬이 유료 접속했다. 10월에는 구글이 주최한 환경 캠페인 ‘디어 어스’에 특별 연설자로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황,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출연한 행사다. 미국 아카데미상을 포함해 영국 아카데미, 미국 배우 조합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쓴 윤여정은 “우리 모두 승자”라고 수상소감을 밝혀 팬데믹으로 절망에 빠진 세계인을 위로했다. 연기력의 비결에 대해 “연기자가 가장 연기를 잘할 때는 돈이 궁할 때”라고 답하는 등 솔직하고 재치 있는 그의 말에 세계인은 열광했다. 콘텐츠 업계에선 넷플릭스 공개 4주 만에 세계 1억4200만 계정이 시청한 ‘오징어게임’의 기록을 뛰어넘는 드라마가 향후 수년간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종전 넷플릭스의 4주간 최고 시청 기록은 미국 드라마 ‘브리저튼’의 8200만 계정이다. 종전 기록을 무의미한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황동혁 감독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에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정재 박해수 정호연은 올해 10월 미국 유명 토크쇼인 NBC TV의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한 것을 포함해 해외 유수 방송국에서 섭외 요청이 쏟아져 들어왔다. 특히 정호연은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드라마 공개 직전 40만 명에서 30일 현재 2380만 명으로 급증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떠올랐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은 공개 다음 날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오르며 K콘텐츠의 홈런을 이어갔다. ‘지옥’은 ‘제2의 오징어게임’으로 불리기도 했다. 유아인은 선인인지 악인인지 짐작하기 힘든 미스터리한 연기로 큰 호평을 받으며 단숨에 세계인이 주목하는 배우로 발돋움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올해도 역시나 쓸쓸한 연말이다. 곳곳에서 마지막 축제처럼 고조되던 연말 분위기는 팬데믹에 휩쓸려 사라졌다. 화려하고 자유롭던 연말이 그리우면서도 곧 밀어닥칠 신년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시기. 설레는 연말 분위기를 담아냈거나 복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 코로나 비껴간 동화 29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에 공개된 ‘해피 뉴이어’는 연말이 시간적 배경인 로맨틱 코미디.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 작품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을 머금게 한다. 호텔 ‘엠로스’를 배경으로 여러 주인공 이야기가 한꺼번에 펼쳐진다. 호텔 레스토랑 캡틴 소진(한지민)이 짝사랑하는 ‘남사친’ 승효(김영광)의 결혼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지는 이야기, 노년의 문턱에서 호텔 고객과 직원으로 재회한 옛 연인(이혜영 정진영) 이야기 등. 강하늘 이진욱 임윤아 서강준 등 주연 배우 14명이 각자의 사연을 풀어나가지만 작품 막바지엔 하나의 이야기처럼 버무려진다. 영화엔 결말이 뻔한 클리셰가 많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이 스위트룸에서 호텔 대표(이동욱)가 있는 줄 모르고 노래를 부르며 춤추다 그와 마주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클리셰, 오히려 반갑다. 긴장을 내려놓고 영화를 보며 편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라는 듯 감독은 클리셰를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다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호텔 결혼식 피로연 현장,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불꽃으로 수놓인 밤하늘 등 영화 속 세계는 팬데믹이 비껴간 세상처럼 아름답다. 현실과 동화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영화를 보고 나면 연말 파티에 다녀온 듯 적당히 기분이 좋아진다. 인간애 가득한 캐릭터들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열심히 위로한다. ○ 차분한 새해 위한 절제미 29일 개봉한 ‘노웨어 스페셜’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창문 청소부 존(제임스 노턴)이 홀로 키우는 네 살 아들 마이클(대니얼 러몬트)을 입양할 양부모를 찾는 여정을 다룬다. 존은 양부모 후보들을 만나지만 매번 자신의 판단이 틀릴까봐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전개 속도는 느리다. 양부모 찾기 여정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 슬픔을 짜내지 않는다. 영화 ‘스틸 라이프’로 2013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을 차지한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절제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화는 신문 기사에 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아빠의 죽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러몬트와 담담하려 애쓰는 노턴의 연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30일 개봉한 ‘긴 하루’는 단편 4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이다. 첫 영화 ‘큰 감나무가 있는 집’은 시골마을 한적한 집으로 이사한 소설가 현수(김동완)가 과거 이 집에 살았다며 찾아온 윤주(남보라)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4편은 명확한 결론 없이 끝난다. 모두 누군가의 긴 하루를 건조하게 담아낸다. 그 배경은 강릉과 동해. 파도가 밀려드는 조용한 해변과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일상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결론이 명확했더라면 비현실적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국내 여행조차 꺼리게 되는 시기. 올해를 되돌아보기 위해 강릉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선물하는 영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공상과학(SF) 드라마 ‘고요의 바다’의 주연 배우 공유(42·사진)는 30일 진행된 언론사 공동 화상 인터뷰 초반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 공유가 달 탐사 기지인 발해기지 탐사대장 한윤재 역을 맡아 열연한 이 드라마는 29일 현재 넷플릭스 TV쇼 부문 스트리밍 세계 순위 3위다.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도 기뻐하기 어렵다. 앞서 ‘오징어게임’이 장기간 세계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옥’이 공개 다음 날 세계 1위에 오르면서 K드라마 순위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공유는 “(작품을 촬영할 때) 큰 부담은 갖지 않았다”라면서도 “다만 ‘작품의 결과를 절대적인 수치로 평가해선 안 될 텐데’라고 생각한 적은 있다”고 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고요의 바다’를 두고 ‘캐릭터의 결함’ ‘따분한 이야기’ ‘황량하고 단조로운 환경’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유는 “장르가 SF다 보니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라고 예상했다”면서 “다만 SF 장르물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첫걸음치고는 꽤 훌륭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최근에 촬영한 영화 같지가 않다. 1950년대에 촬영한 필름을 70년 가까이 지난 뒤 꺼내 스크린에 펼쳐 놓은 느낌. 영화 속 1950년대 뉴욕 맨해튼 슬럼가나 인물들은 1950년대 그 자체다. 균질하지 않은 화면 질감 등 세부 만듦새 역시 1950년대에 제작된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야기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75세의 스필버그가 연출한 뮤지컬 영화.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동명의 뮤지컬이 원작이다. 1961년에 영화화돼 작품상 등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을 휩쓴 작품을 다시 영화로 만들었다. 거장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인 만큼 팬들의 관심도 높다.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푸에르토리코에서 뉴욕으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갱단 ‘샤크파’와 폴란드계 백인 갱단 ‘제트파’가 슬럼가에서 벌이는 세력다툼을 다룬다. 샤크파 소속 오빠를 둔 마리아(레이철 제글러)와 제트파의 토니(앤설 엘고트)는 두 집단의 화해를 위해 경찰이 마련한 댄스파티에서 만나 첫눈에 반한다. 뮤지컬의 원작이 ‘로미오와 줄리엣’인 만큼 줄거리는 예측 가능하다. 이 때문에 관전 포인트는 이야기 전개보다는 뮤지컬 무대를 스크린에 얼마나 잘 옮겨놓았는지에 있다. 토니가 댄스파티가 끝난 뒤 마리아 집 발코니를 찾아가 사랑을 속삭이며 대표곡 ‘Tonight’를 부르는 장면은 뮤지컬 무대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두 사람은 댄스파티가 열리는 농구장 관중석 뒤편 어두운 곳에서 처음 만난다. 관중석 틈을 비집고 들어온 농구장 조명은 어둠 속 이들을 비추며 만남의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만든다. 이처럼 조명과 그림자를 활용한 세밀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장면이 많다. 아카데미 촬영상을 두 차례 수상한 야누시 카민스키 감독의 촬영기법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음악도 눈길을 끈다. 다만 러닝타임이 156분에 달해 다소 긴 느낌이다. 내년 1월 12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내 모습이 비쳐 나왔는데 작은 조각에 불과했다. 라사지(羅斯紙) 위에 진면목이 완연히 박혀 있었다.” 조선 사절단이 청나라를 방문했을 당시 수행원으로 간 말단 관리 이항억이 쓴 글이다. 이항억은 음력 1863년 1월 29일 베이징 주재 아라사관(러시아공사관)에서 신문물인 사진을 처음 목격했다. 러시아 사진가는 이들을 피사체로 사진을 찍었다. 며칠 뒤 인화된 사진을 본 이항억은 이를 ‘작은 조각’이라 표현하며 놀라웠던 당시 느낌을 ‘연행일기’에 기록했다. 이 책은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인 저자가 30년 가까이 한국 사진 역사를 연구한 결과물을 집대성한 책. 100여 년에 이르는 한국 사진사가 한 권에 담겼다. 저자에 따르면 서양에선 1840년대부터 사진이 실용화됐지만 조선은 1863년에야 이를 처음 접했다. 이마저도 이항억처럼 관광객 입장에서 구경한 수준. 1883년 정부 관리를 지낸 김용원이 한양 사대문 내(현재 서울 중구 저동)에 처음 사진관을 만든 것을 계기로 조선에도 하나둘 사진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 땅에서 사진을 찍는 진정한 의미의 한국 사진사가 시작된 것이다. 저자는 조선으로의 사진 도입 과정, 일제가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사진을 악용한 역사 등을 두루 담았다. 예술사진 작가군이 처음 등장한 1920년대 후반 이야기와 사회주의 리얼리즘 사진과 살롱 사진으로 양분돼 좌우익이 대립했던 광복 직후 이야기 등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사진사를 옛날 이야기하듯 쉽게 풀어냈다. 1934년부터 동아일보 사진부장을 지내며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 사건’을 주도한 한국 사진학의 선구자 신낙균 선생부터 1980년대부터 죽음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담아내는 등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를 끊임없이 보여준 구본창 작가 등 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진사의 굵직한 인물도 총망라해 소개한다. 1863년 촬영된 조선 사절단의 굳은 표정을 한 인물 사진부터 무한한 형식의 현대 사진까지 사진과 도판 300여 점이 담겼다. 그 덕분에 600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사진전을 보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도전.’ 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국내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 제작발표회에서 감독, 작가, 배우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다. 24일 공개되는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의 올해 마지막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5년 전 의문의 사고로 폐쇄된 한국 최초의 달 탐사기지(발해기지)에 특수 임무를 띤 정예 대원들이 도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공상과학(SF)물이다. 항공우주국 최연소 탐사대장 한윤재 역을 맡은 공유는 이날 “장르물 자체와 장르 확장에 대한 갈증이 컸는데 SF라는 장르나 소재가 신선했다. 도전 욕구가 컸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탐사팀에 합류한 우주생물학자 송지안 역의 배두나는 “상상력을 현실로 표현하는 게 가능할 것 같은 작품이어서 도전정신이 생겼다”고 했다. 이 작품은 최항용 감독이 201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사 졸업 작품으로 만든 동명의 단편영화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필수 자원이 고갈돼 인류가 생존 위기에 직면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정예 대원들이 발해기지로 향하는 것도 달에서 생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것이다. 최 감독은 “대원들의 생존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고 인류 생존까지 범위를 넓혀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제작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배우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가 갖고 있는 고유의 정서가 세계인에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수십 년간 쌓아 온 내공이 세계무대에서 대폭발했다. 올해 K콘텐츠의 세계적 열풍을 이끈 대표 주자 한국 드라마 얘기다. 세계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를 만난 한국의 대표 영화감독들은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넷플릭스는 투자를 결정하면 제작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 만큼 창작자들은 하고 싶은 장르를 택해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었다. 작품은 전에 없던 초고속 유통망을 타고 190여 개국에서 동시 공개됐다. 이렇게 해서 글로벌 히트를 친 작품이 ‘오징어게임’과 ‘지옥’이다. ○ 드라마 메가 히트, 세계가 놀랐다 ‘오징어게임’은 9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4주 만에 세계 1억4200만 계정이 시청하며 한국 드라마 역사는 물론이고 넷플릭스 역사까지 새로 썼다. 종전 넷플릭스의 4주간 최고 시청 기록은 미국 드라마 ‘브리저튼’의 8200만 계정이었다. 90개가 넘는 나라에서 ‘오늘의 톱10’ 1위에 오른 ‘오징어게임’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란 한국말 음성을 배경으로 이 놀이를 즐기는 세계인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에 대거 올라오는 등 드라마 속 놀이가 유행했다. 달고나 뽑기는 레알 마드리드 같은 세계적 스포츠 구단이나 아델을 포함한 유명 팝가수가 앞다퉈 패러디했다. 초록색 트레이닝복과 가면남들의 의상은 올해 핼러윈 최고 인기 의상이었다.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이정재는 최근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일약 스타’에 포함됐다. 이정재는 다음 달 진행될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오징어게임’은 작품상 후보로, 배우 오영수는 남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한국 드라마와 배우가 이 시상식 후보에 오른 건 처음이다. ‘지옥’은 공개 다음 날 세계 1위에 올랐다. CNN이 ‘지옥’을 ‘제2의 오징어게임’이라며 호평했다. ‘지옥’에서 열연한 유아인 역시 세계인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 눈부신 ‘미나리’…한국 영화는 악전고투 올해 4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한국 배우의 저력을 보여줬다. 윤여정은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우리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우리 모두 승자”라고 수상 소감을 밝혀 팬데믹으로 절망에 빠진 세계인을 위로했다. 윤여정은 영국 아카데미, 미국 배우 조합상을 포함해 수많은 영화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미나리’도 올해 2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 영화는 악전고투했다. 제작 인력이 OTT로 유출되고 팬데믹으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모가디슈’가 관객 361만여 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이 자리도 위태롭다. 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개봉 7일 차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5203만 명. 영화관 암흑기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줄었다. 올해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든 한국 영화는 ‘모가디슈’(1위)와 ‘싱크홀’(6위)로 두 편뿐이고 ‘스파이더맨: 노웨이홈’(2위), ‘이터널스’(3위), ‘블랙위도우’(4위) 등 할리우드 대작이 다수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안방은 넷플릭스가, 영화관은 할리우드가 장악한 데다 팬데믹까지 겹친 역대 최악의 조건 속에 모가디슈처럼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몇몇 영화만 어렵게 빛을 봤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도전’. 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발표회에서 감독, 작가, 출연배우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다. 24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는 ‘고요의 바다’는 넷플릭스의 올해 마지막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한국 최초의 달 탐사기지였으나 5년 전 의문의 사고로 폐쇄된 발해기지에 특수 임무를 받은 정예대원들이 도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SF물이다. SF 시리즈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에서 새로운 장르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줄 작품이 탄생한 셈이다. 항공우주국 최연소 탐사대장 한윤재를 연기한 배우 공유는 이날 “한국 작품들은 장르의 다양성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라며 “장르물 자체와 장르의 확장에 대한 갈증이 컸는데 SF라는 장르나 소재가 신선했다. 도전 욕구가 컸던 작품”이라고 했다. 탐사팀에 합류한 유명 우주생물학자 송지안 역을 맡은 배우 배두나는 “우리나라에서 SF물에 도전하는 건 다소 조심스러웠지만 ‘고요의 바다’는 상상력을 현실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 도전정신이 자극됐다”라고 했다. ‘고요의 바다’는 최항용 감독이 201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사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동명의 단편 영화를 시리즈화한 작품. 배두나는 “단편 영화를 먼저 봤는데 할리우드처럼 거대 자본으로 만든 것도 아닌데 놀랍도록 잘 만들어져있었다”라며 “이분(최 감독)이 만드는 우주 관련 시리즈라면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이 고갈돼 인류가 생존 위기에 직면한 미래를 무대로 한다. 정예 대원들이 발해기지가 있는 달로 가는 것도 인류 생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함이다. 최 감독은 “단편 영화가 시리즈화 되면서 대원들 생존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고 지구와 인류의 생존까지 범위를 넓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오징어게임’과 ‘지옥’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가 글로벌 연타 홈런을 치면서 ‘고요의 바다’가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고요의 바다’의 성공이 최근 K콘텐츠의 성공이 반짝 유행으로 끝날지 장기간 이어질지를 판가름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 작품의 제작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배우 정우성은 “부담이 되긴 한다”며 “모든 배우들이 도전정신으로 작품에 참여했다. (앞선 작품들처럼) ‘고요의 바다’가 갖고 있는 고유의 정서도 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jtbc 신규 드라마 ‘설강화’가 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광고가 끊기고 방영 중단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은 게재 하루 만인 20일 현재 29만여 명이 동의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관련 민원이 450건 이상 접수됐다. 18, 19일 2회분이 방송된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요원들에게 쫓기던 남파간첩 임수호(정해인)를 운동권 대학생으로 오인한 여대생 은영로(지수)가 구해주며 시작된다. 간첩이 미화된 모습으로 대학생들과 친밀하게 어울리는 점, 안기부 직원이 정의의 사도처럼 묘사된 점 등이 비판을 사고 있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을 배경으로 자칫 간첩이 이에 개입한 듯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온라인 커뮤니티들에는 ‘설강화’에 협찬 또는 광고하는 기업 명단과 불매 요청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푸라닭’과 ‘티젠’ 등은 20일 광고와 제작 지원에 대해 사과하며 이를 철회했다. 일부 시청자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해외로 공개되는 이 드라마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북한이 개입한 사건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스트리밍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세계인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된다. 제작진과 방송사의 역사 인식에 대한 각성을 촉구한다”라고 썼다. 청년단체인 세계시민선언은 22일 법원에 ‘설강화’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설강화’가 올 3월 역사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jtbc 관계자는 “드라마 속 인물과 기관, 설정 등은 모두 가상이며, 대학생과 간첩으로 나오는 인물들은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서 “방송 중단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전개를 더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을 사 먹기가 쉽지 않아졌다. 팥,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붕어빵 노점이 급격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붕어빵을 파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할 정도로 붕어빵을 찾아 나서는 이들이 많아진 가운데 특히 인기를 끄는 붕어빵 맛집들이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총각네 붕어빵’은 매서운 추위에도 손님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하얀 김이 새어나오는 틀 덮개를 열자 줄지어 누운 붕어빵들이 자태를 드러냈다. 이곳은 ‘붕어빵 성지’로 불린다. 주말에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그 맛을 볼 수 있다. 여기서 파는 붕어빵은 팥호두, 슈크림, 고구마, 피자의 4가지 맛. 1인당 최대 4개까지만 살 수 있다. 팥호두 1000원, 피자 2000원 등 붕어빵 치고는 다소 비싼데도 인기를 끄는 건 재료를 차별화했기 때문. 피자 붕어빵에는 쇠고기, 찰토마토, 자연치즈 등 17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반죽엔 우유를 섞어 고소함을 더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박기남 씨(53)는 “모든 재료를 직접 만들고 최상급 재료만 쓴다. 속도 최대한 꽉 채운다”고 했다. 붕어빵을 더 자주 먹고 싶어서 아예 붕어빵 카페를 차린 이도 있다. 붕어빵 노점을 그냥 지나쳐본 적이 없다는 윤다현 씨(28)는 올해 9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 카페 ‘붕메리카노’를 열었다. 카페엔 검은색 붕어틀이 장착된 기계와 밀가루 반죽이 든 양은 주전자가 놓여 있다. 노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팥(800원) 등 5가지 맛 붕어빵을 만든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길거리 붕어빵을 먹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 윤 씨는 “노점 붕어빵 틀과 주전자는 길거리 붕어빵 특유의 바삭한 식감은 물론이고 감성까지 구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고급 디저트로 변신한 붕어빵도 있다.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파리크로아상 붕어빵’의 붕어빵은 4개에 1만3000원. 파이생지로 만든 크루아상에 팥, 애플망고, 블루베리 등 8가지 속을 넣어 굽는다. 겉에 사탕수수를 묻혀 달콤함을 더했다. 붕어빵을 만드는 이는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이 있는 주인 최다혜 씨(28·여)다. 최 씨는 “관공서나 어린이집 등에서 행사용 간식으로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정민 ‘반장선거’긴장감 넘치는 선거 스릴러초5들의 ‘미니대선’ 방불케해 한 초등학교 5학년 2반에서 ‘미니 대선’이 열린다. 유력 후보는 기호 1번 유장원(강지석)과 2번 주선영(박효은). 진영 간 경쟁은 과열되고 욕설까지 주고받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다. 그때 ‘제3지대’ 후보가 돌연 출사표를 낸다. 2반의 ‘동네북’ 정인호(김담호)다. 군소 후보의 등장에 아이들은 의문을 품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존재감이 없어 표 분산 우려가 없어서다. 게다가 공약조차 모양이 많이 빠진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별다른 공약도, 의지도 없는 데다 평소 잘 나서지 않는 인호는 왜 출마한 걸까. 그는 양강 구도의 선거판에 미세한 파장이나마 일으킬 수 있을까. 배우 박정민(34)이 연출한 단편영화 ‘반장선거’의 줄거리다. 박정민을 포함해 30대 충무로 대세 배우 4인이 각각 감독한 단편 4편을 엮은 ‘언프레임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를 통해 8일 공개됐다. 손석구(38)의 ‘재방송’, 최희서(35)의 ‘반디’, 이제훈(37)의 ‘블루 해피니스’ 등 4인 4색의 영화가 선물세트처럼 담겼다. 각본도 이들이 직접 썼다. 배우들의 색깔이 뚜렷한 만큼 각 단편의 초반부만 보면 누가 연출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반장선거’는 대선 정국인 만큼 가장 눈길을 끈다. 초등학생들의 선거는 대선만큼 치열하다. 영화는 정인호가 왜 출마했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선거 스릴러’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긴장감을 높인다. 내내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음악감독을 맡은 래퍼 마미손이 만든 리듬감 넘치는 힙합 음악을 중간에 삽입해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하며 완급을 조절했다. 박정민은 6일 제작발표회에서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관념을 조금 비트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이제훈 ‘블루 해피니스’희망 잃은 채 주식에만 몰두…정해인이 대변한 ‘청춘의 얼굴’ ‘블루 해피니스’에는 청년들의 어두운 모습이 담겼다. 주식이나 코인 외에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청년들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찬영(정해인)은 우연히 투자 전문가 친구(이동휘)를 만난 후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 친구가 찍어준 종목은 하루 만에 27% 넘게 오른다. 40만 원을 넣어 10만 원가량 벌었지만 그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하다. 신용·미수거래로 종잣돈 규모만 키우면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루 종일 주식창만 보느라 모든 일에 소홀해진 찬영의 인생은 한 방에 역전될 수 있을까. 이제훈은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할 찬영 역에 정해인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며 “(정해인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하겠다’고 해 신이 났다. 감독 마음이 이렇구나 싶었다”고 했다.최희서 ‘반디’말 더듬는 9살 딸과 싱글맘담담하게 그린 연출력 돋보여 ‘반디’는 싱글맘 이야기다. 감독 최희서가 말을 더듬는 아홉 살 딸 반디(박소이)를 키우는 소영으로 나온다. 소영은 점점 커가는 딸의 얼굴에서 죽은 남편을 본다. 우는 듯 웃는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는 소영의 얼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남편이 살던 동네 뒷산을 거니는 모녀를 담담하게 담아낸 연출력이 돋보인다.손석구 ‘재방송’세상서 환영 못받는 이모-조카담백하고 애틋한 생활연기 일품 손석구의 ‘재방송’은 단역 배우이지만 ‘어딜 봐도 배우 같지 않은’ 외모를 가진 조카 수인(임성재)과 그의 연로한 이모(변중희)가 외손자 결혼식장에 함께 가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 세상에서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는 비슷한 처지의 이모와 조카 이야기는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관객을 스며들게 만든다. 무뚝뚝함 속 서로를 향한 애틋함을 표현한 두 배우의 생활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5학년 2반에서 ‘미니 대선’이 열린다. ‘거대 양당’ 후보는 기호 1번 유장원(강지석), 2번 주선영(박효은). 양 진영의 경쟁은 과열되고 욕설까지 주고받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여러 번 벌어진다. 그때 ‘제3지대’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다. 2반 ‘동네북’ 정인호(김담호)다. 군소후보의 등장에 아이들은 의문을 품어보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존재감이 없어 표 분산 우려가 없기 때문. 게다가 그의 공약은 모양이 많이 빠진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별다른 공약도, 의지도 없어 보이는데다 평소 나서지도 않는 그는 왜 출마한 걸까. 그는 양강 구도의 선거판에 미세한 파동이나마 일으킬 수 있을까. 배우 박정민(34)이 연출한 단편영화 ‘반장선거’의 일부 내용이다. 박정민을 포함해 충무로 대세 30대 배우 4인이 감독으로 변신해 만든 단편 4편을 담은 ‘언프레임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를 통해 8일 공개됐다. ‘언프레임드’엔 손석구(38)의 ‘재방송’, 최희서(35)의 ‘반디’, 이제훈(37)의 ‘블루 해피니스’ 등 4인4색 영화 4편이 선물세트처럼 담겼다. 각본도 이들이 직접 썼다. 각 배우 색깔이 뚜렷한 만큼 각 단편 초반부만 보면 누가 감독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이중에서도 ‘반장선거’는 대선 정국인 만큼 가장 눈길을 끈다. 초등학생들의 선거는 실제 대선 만큼이나 치열하다. 박정민은 정인호는 대체 왜 출마했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박정민은 선거 스릴러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러나 내내 어둡고 조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음악감독 래퍼 마미손이 만든 리듬감 넘치는 힙합음악을 중간중간 삽입해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하며 완급을 조절했다. 박정민은 6일 제작발표회에서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관념을 조금 비트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제훈의 ‘블루 해피니스’에는 이 시대 청년들 모습이 담겼다. 주식이나 코인 외에 별다른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절망한 청년들 모습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찬영(정해인)은 우연히 주식 투자 전문가인 친구(이동휘)를 만난 것을 계기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 친구가 ‘찍어준 종목’은 하루만에 27%나 오른다. 40만 원을 넣어 10만 원 가량 번 게 전부지만 그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하다. 신용거래와 미수거래로 종잣돈 규모를 키울 수만 있다면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루종일 주식창만 보느라 아르바이트에도 여자친구에도 소홀해져버린 찬영의 인생은 한방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면 한방에 나가떨어져버리는 인생이 될까. 이제훈은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할 찬영으로 정해인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라며 “(정해인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하겠다’고 해 정말 신이 났다. 이게 감독의 마음이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최희서의 ‘반디’는 싱글맘 이야기를 다룬다. 최 감독이 말을 더듬는 9세 딸 반디(박소이)를 홀로 키우는 소영으로 나온다. 소영은 점점 커가는 딸 얼굴에서 죽은 남편 얼굴을 본다. 딸을 우는 듯 웃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소영의 얼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남편이 살던 동네 뒷산을 거니는 모녀의 모습을 담아낸 최희서의 담담하고 절제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손석구는 ‘반디’를 두고 “아이 눈망울이 담긴 한 장면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손석구의 ‘재방송’은 단역 배우이지만 ‘어딜 봐도 배우같지 않은’ 외모를 가진 조카 수인(임성재)과 그의 연로한 이모(변중희)가 이모의 외손자 결혼식장에 함께 가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 세상에서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는 비슷한 처지의 이모와 조카 이야기는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관객을 스며들게 만든다. 무뚝뚝함 속에 녹아든 서로를 향한 애틋함을 표현하는 두 배우의 생활 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할 이유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정권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고를 친다. 화상회의 카메라가 켜진 줄 모르고 변태적인 사생활을 만천하에 노출한 것. 청와대는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후임 장관 물색에 나선다. 후보자 선정에 동원한 방법은 일명 ‘손병호 게임’. 다주택자 접고, 아들 군 면제, 탈세, 논문 표절, 장관 자리 주면 대선에 관심 가질 사람까지 접었다. 10여 명 중 남은 사람 0명. 대통령비서실장이 외친다. “다시 펴! 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사진)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는 ‘충격은 파격으로 덮는다’는 인사 전략 아래 신임 문체부 장관이 된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정은(김성령)이 대선 잠룡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대선 잠룡을 다룬 드라마가 대선 정국을 만난 데다 당정청, 야당 등에 대한 풍자를 두고 ‘극사실주의’라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12일 공개된 이 드라마는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각본을 공동 집필한 윤성호 감독(45)은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내용은 대부분 상상으로 만든 것이다. 정치 블랙코미디인 만큼 짓궂은 상상일수록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다만 국회를 출입한 기자들을 취재하는 등 팩트 체크를 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드라마 속 세계는 국회, 정부 부처, 청와대, 언론의 현실을 길어 올린 다음 상상과 유머를 더해 재창조한 제2의 현실 같다. 디테일한 설정은 드라마 몰입에 큰 몫을 한다. ‘80년대 김연아’ 이정은은 위기를 겪던 야당(2016년 당시엔 여당)의 영입으로 20대 국회의원이 된다. 그러나 거수기 역할만 하다가 차기 공천에서 배제된다. 직업 없이 지내다가 진보 시사평론가와 결혼하고 보수 정당 출신의 진보 정권 장관으로 돌아온다. 윤 감독은 “이정은 캐릭터를 만드는 데 전 야당 의원과 전 장관 등 여러 인물을 참고하긴 했다”라며 “국회 내용은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주로 활동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참고했다”고 했다. 드라마는 OTT를 볼 때 유행하는 10초 건너뛰기가 어려울 정도로 대사와 스토리로 꽉 채워져 있다. 윤 감독은 “일단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게 만들기 위해 각본의 밀도와 속도감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풍자라는 잽은 쉴 새 없이 날아든다. 여기에 현실감 넘치는 대사가 더해지면서 보는 내내 킥킥거리게 된다. 그 칼날은 특정 진영을 향하진 않는다. 진보 보수 모두 평등하게 풍자한다. 4선 야당 의원인 차정원(배해선)이 1.8%인 자신의 지지율을 나타낸 그래프를 보며 “이거 뭐 그래프야 볼펜똥이야”라며 자조하는 장면 등 감독을 ‘풍자의 신’이라 해도 될 만한 명대사도 많다. 그러나 정작 감독은 “누구도 풍자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폐부를 찔러 누군가를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재미가 최우선이었죠. 누군가를 가르치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요. 다만 ‘뭔가 아이러니하네’ 정도만 느끼실 수 있다면 블랙코미디로는 괜찮은 것 아닐까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소니(축구선수 손흥민 별칭)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다. 그의 광팬이다.” 전 세계 국가 가운데 15일 한국에서 처음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주인공 톰 홀랜드(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역)는 손흥민 얘기에 “그래(Yeah)!”라고 외쳤다. 7일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다. 홀랜드는 그간 손흥민 팬임을 여러 번 밝혔다. 손흥민은 홀랜드와 찍은 사진을 4일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최근 경기에서는 거미줄을 쏘는 스파이더맨 세리머니를 잇달아 선보였다. 이날 홀랜드는 “얼마 전 소니를 만났는데 한 시간가량 내가 질문을 쏟아냈다. 그의 축구 스타일은 정말 우아하다”고 했다. 이어 “최근 봉준호 감독과 만나 소니 얘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피터 파커의 연인 MJ 역의 여배우 젠데이아는 “‘오징어게임’의 배우 정호연을 최근 미국 행사장에서 만났다.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노 웨이 홈’은 홀랜드가 스파이더맨 역을 맡으며 시작된 ‘홈커밍’ 시리즈의 완결판. 전작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년)에서 정체가 드러난 스파이더맨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받던 중 다중우주(멀티버스)가 열리고, 그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한 빌런들이 나타나며 더 큰 위기를 맞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홀랜드와 젠데이아, 피터 파커의 절친 네드 역의 제이컵 바털론은 1996년생 동갑. 2017년 홈커밍 당시부터 호흡을 맞추며 실제로도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됐다. 홀랜드와 젠데이아는 연인이 됐다. 바털론은 “이 영화는 캐릭터와 팬이 함께 성장한 특별한 영화”라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소니(손흥민 선수 별칭)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다. 나는 그의 빅팬이다.” 15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주인공 톰 홀랜드(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역)는 축구선수 손흥민 이야기가 나오자 신이 난 듯 “Yeah!”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7일 열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한국 언론 대상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자리에서다. 그는 최근 손흥민과 직접 만났고, 손흥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4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앞서 여러 차례 손흥민의 팬임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한국 기자들에게서 “얼마 전 손 선수와 톰 홀렌드 배우의 만남이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어땠나?”라는 질문을 받은 그는 “지금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영국 런던의) 이 호텔, 이 방에서 손 선수와 한 시간 정도 얘기했다. 내가 인터뷰하듯이 일방적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그의 축구 스타일은 정말 우아하다”고 극찬했다. 손흥민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최근 봉준호 감독과 만난 사실도 기습 공개했다. 홀랜드는 “며칠 전 봉 감독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영화 이야기는 하나도 안하고 손 선수 이야기만 잔뜩 했다. 그 정도로 팬이다”라고 했다. 이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비롯한 ‘스파이더맨: 홍커밍’ 3부작 시리즈에서 피터 파커가 짝사랑하는 여성이자 조력자인 MJ 역을 맡은 젠데이아 콜먼은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배우 정호연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최근 정호연은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히트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 해외 스타들을 언급하며 “콜먼이 나를 팔로우한 것이 가장 신기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은 최근 미국의 한 행사장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다. 콜먼은 “나는 2017년 ‘스파이더맨: 홈커밍’으로 첫 장편 영화에 데뷔한 이후 굉장히 큰 변화를 겪었다”며 “정호연 역시 ‘오징어게임’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점이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간다”고 했다. 이어 “정호연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재능있는 배우”라며 “앞으로도 직접 보고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전편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정체가 탄로난 스파이더맨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받던 중 새로운 다중 세계(멀티버스)가 열리고, 이 과정에서 그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한 빌런들이 대거 나타나며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2017년 시작된 ‘스파이더맨: 홈커밍’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얼핏 보면 ‘3시간 17분’ 같다. 그래도 주저하게 된다. 언제든 정지, 재생할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와 유튜브 쇼트폼 콘텐츠의 확산으로 멈추는 것이 불가능한 긴 영상은 제쳐놓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 3시간이 넘는 극장용 영화라니. 2시간만 넘어가도 표 구입을 망설이는 시대에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3시간 17분도 아니다. 317분, 무려 5시간 17분이다. 시대를 역행하다 못해 비웃는 듯한 이 작품, ‘일본 봉준호’로 불리는 하마구치 류스케(濱口龍介·43) 감독의 ‘해피아워’다. ‘드라이브 마이카’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등 유명 국제 영화제를 휩쓸고 있는 젊은 거장의 작품이다. 세계 무대에 거장의 이름을 알린 시작점인 이 영화는 일본에서 개봉한 지 6년 만에 국내에서 9일 개봉한다. ‘해피아워’는 긴 러닝타임 탓에 보기로 결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특이한 작품. 그러나 결심이 반이다. 정작 보기 시작하면 5시간 17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영화는 30대 후반 절친 여성 4명의 우정과 일상을 다룬다. 함께 워크숍에 참가하고 온천 여행을 하는 이들에겐 각자의 고민이 있다. 남편의 외도로 ‘돌싱’이 된 아카리(다나카 사치에), 자신의 외도로 이혼소송 중인 준(가와무라 리라), 남편에게마저 사생활의 선을 긋는 후미(미하라 마이코), 남편과 아들에게 헌신하고 살다가 자기 자신을 잃은 사쿠라코(기쿠치 하즈키)까지 공감을 이끌어내는 4인 4색 캐릭터가 나온다. 영화는 내내 이들의 고민과 일상,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주인공들이 참가한 ‘중심’이란 주제의 워크숍 장면을 보여주는 데만 약 30분을 할애하기도 한다. 그 덕분인지 관객은 영화 속 워크숍에 함께 참가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워크숍 장면이 끝나면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관객도 ‘자신이 중심을 찾아야 타인과의 균형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 4명이 전문 배우가 아니라는 걸 알고 보면 조금 더 재밌어진다. 하마구치 감독은 과거 ‘즉흥 연기 워크숍’을 열어 만난 이들 4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미하라의 속을 알 수 없는 연기와 가와무라의 텅 빈 눈빛 연기는 어쩌면 연기를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들 4명은 아마추어임에도 2015년 로카르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상영 중간에는 쉬는 시간 10분이 주어진다. 티켓은 1만8000원. 주말 기준 1만4000원(2D 영화 기준)인 일반 영화보다는 비싸다. 앞서 1997년 말 개봉한 호러 컬트 영화 ‘킹덤’은 4시간 3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도 전 회가 매진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당시와 달리 미디어 환경이 급변한 데다 상영 시간 내내 잔잔하고 담담한 ‘해피아워’ 특성상 킹덤의 흥행을 재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영화를 수입한 이은경 영화사 조아 대표는 “짧은 영상, 10초 건너뛰기가 가능한 영상이 확산된 현 시대에 ‘해피아워’의 긴 러닝타임은 드물고 신선해 오히려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세계무대에 내놓으려면 유아인이 제격이지’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배우 유아인(35·사진)은 3일 언론사 공동 화상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쑥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 국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글로벌 흥행 이후 평가 중 가장 기분 좋았던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지옥’은 하루를 빼고 1일까지 세계 1위에 줄곧 올랐다. 극중 사이비 종교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를 연기한 유아인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세계 1등이라는 건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모르는 개념이어서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했다. 유아인은 ‘지옥’에서 선인인지 악인인지 짐작하기 힘든 미스터리한 연기를 펼친다. ‘최소한의 등장으로 최대의 긴장감을 만들어내야 하는 인물’ 정진수를 표현하기 위한 것. 이를 위해 텅 빈 눈빛을 보여주기에 적당한 눈꺼풀 높이까지 연구했다. ‘연기의 신’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천사가 나타나 특정인에게 지옥행 날짜를 고지하고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는 내용이나 초자연 현상에 대한 새진리회의 해석을 믿지 않는 이들에 대한 혐오 등 ‘지옥’의 세계관은 얼핏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유아인은 ‘지옥’이 현실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지옥’이 인터넷에서 매일 벌어지는 전쟁이나 정치판을 풍자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장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지옥’ 속 현실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어디서 주워들은 한 줄의 정보를 맹신하고,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고….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혐오나 폭력, 집단 광기를 이 작품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거죠.”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