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나의 한수○‘Long run, long learn.’이의범 회장이 직원에게 늘 강조하며 언급하는 표현이다. 정석(定石)을 배우지 않으면 바둑의 재미를 만끽할 수 없는 것처럼 인생과 사업, 학업 등 모든 분야에서 ‘롱런’하고 싶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일정이 바쁜 그에게 ‘속기로 두자’고 했다. 선선히 그러자고 하던 그는 막상 승부에 들어가자 뚝딱뚝딱 두지 않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기자의 세력 작전에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실속을 챙기던 그는 조금 불리한 국면이라고 여기자 계가를 거듭하며 끈질긴 추격전을 펼쳤다. 결과는 기자의 1집 반 승이었지만 그의 집중력과 승부근성에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SG그룹 이의범 회장(53)을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 SG그룹 사옥 집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넷 바둑 사이트인 사이버오로에서 기자와 똑같이 6단을 둔다고 해 호선으로 대결을 벌인 것. 이 회장은 SG배 페어바둑 최강전과 BASSO배 직장인 바둑대회를 7년째 후원하고 있고, 여자바둑리그에는 SG골프 팀(박지은 루이나이웨이 9단, 송혜령 강다정 초단)으로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바둑계의 열혈 후원자다. 대전 출신으로 서울대 계산통계학과(82학번)를 졸업한 그는 인수합병을 통해 연 매출 1조3000억 원의 SG그룹을 일궜다. 1991년 생활정보지 ‘가로수’를 창업한 뒤 2000년 상장시켰고 이후 제도샤프 제조업체인 마이크로, 자동차 시트 제조사 KM&I, 의류업체 세계물산, 충남방적, 신성건설 등을 인수했다. “인수합병은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대우차에 시트를 납품하던 KM&I는 연간 100억 원 이상 적자를 기록하고 강성 노조가 있던 곳이라 모두 인수를 반대했어요. 그러니까 싼값에 나왔겠죠. 하지만 납품가만 정상화한다면 회생 가능하다고 봤어요. 강성 노조도 겉으론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으론 이익을 원한다는 속성을 알고 있어 대처할 수 있다고 봤고요. 서두르지 말고 참고 기다리며 따질 것을 다 따지면 인수합병의 승률을 90% 이상으로 올릴 수 있어요. 이 기업을 못 사면 다른 기업을 사면 돼요. 제일 좋아하는 바둑 격언이 가볍게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라는 뜻의 ‘신물경속(愼勿輕速)’이에요.” 앞서 둔 그의 바둑처럼 사업 원칙도 비슷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역시 화제에 올랐다. 그는 내용적으로 배울 게 많다며 10분 이상 조목조목 설명했다. 상대 돌을 잡으려고 덤비지 않는 것, 몇 집 손해 보더라도 선수(先手)를 잡는 것,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는 것 등 기존에 알고 있던 얘기지만 알파고가 다시 한번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바둑에서 상대 돌 하나를 잡으려면 4개의 돌이 필요하잖아요. 알파고는 상대 돌을 잡으려고 하지 않더군요. 비효율적이라고 본 거죠. 사업이나 인생도 남을 꼼짝 못하게 잡으려고 하면 안 돼요.” 그는 바둑을 책으로 배웠다. “중3 때 고교 평준화가 되며 입시가 없어졌어요. 시간이 남아돌았죠. 헌책방에서 우연히 본 우칭위안(吳淸源)의 일대기가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1930년대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 기사들을 모조리 물리친 이야기가요. 그의 기보를 이해하고 싶어서 기초 책부터 정석 책을 들입다 외웠어요.” 그는 요즘 지난해 세운 스크린골프 업체 ‘SG골프’에 힘을 쏟고 있다. “골프존이 국내 시장 75%를 점유한 스크린골프 시장에 왜 뛰어드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해외 시장을 보면 아직 블루오션이죠. 세계 최고의 스크린골프 기술력을 국내에서 썩히고 있어요. 저희가 곧 세계 시장을 겨냥한 비장의 제품을 내놓을 테니까 지켜봐 주세요.” 기자는 그가 보통의 아마추어와는 달리 여러 번 계가하는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죠. 요즘 창의력 교육을 강조하는데, 저는 판단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판단엔 근거가 있어야 하고 바둑에선 그게 계가죠. 그에 따라 작전이 달라지잖아요.”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64로 귀의 백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참고도 흑 1로 이을 때 백 2가 교묘한 수. 쉽게 떠오르지 않지만 삶의 급소다. 백 10까지 여유 있게 산다. 수순 중 흑 5로 ‘가’에 젖히면 패가 나지만 이건 흑도 부담이 커서 당장 결행할 순 없다. 조한승 9단은 우상 귀를 보류해두고 흑 65로 밀고 67로 끊어 하변 백 대마를 다시 압박한다. 백의 행마가 좀 궁하지 않나 싶었는데, 역시 국내 랭킹 1위인 박정환 9단은 백 68의 호수를 들고 나온다. 흑의 응수를 물어보며 어떻게 활로를 열어갈지 정하겠다는 것. 결국 흑은 백 두 점(68, 70)을 잡고 백은 72, 74로 거의 완생의 형태를 갖추는 선에서 타협했다. 백 76으로 좋은 응수타진. 실전처럼 흑 77로 받으면 하변에서 한 눈을 추가로 만들 수 있어 100% 완생이 된다. 만약 흑이 물러서면 백이 집으로 이득을 본다. 여기까지 백 대마가 깔끔하게 수습되고 선수마저 뽑아 우상 귀 백 82로 끊을 수 있어서 백이 유리한 형세가 유지되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일정이 바쁜 그에게 ‘속기로 두자’고 했다. 선선히 그러자고 하던 그는 막상 승부에 들어가자 뚝딱뚝딱 두지 않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기자의 세력 작전에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실속을 챙기던 그는 조금 불리한 국면이라 여기자 계가를 거듭하며 끈질긴 추격전을 펼쳤다. 승부는 기자의 1집반 승이었지만 그의 집중력과 승부근성에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SG그룹 이의범 회장(53)을 최근 경기 판교 SG그룹 사옥 집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넷 바둑 사이트인 사이버오로에서 기자와 똑같이 6단을 둔다고 해 호선으로 대결을 벌인 것. 그는 SG배 페어바둑 최강전과 BASSO배 직장인바둑대회를 7년 째 후원하고 있고, 여자바둑리그에는 SG골프 팀(박지은 루이나이웨이 9단, 송혜령 강다정 초단)으로 참가하고 있는 바둑계의 열혈 후원자다. 대전 출신으로 서울대 계산통계학과(82학번)를 졸업한 그는 인수합병을 통해 연 매출 1조 3000억 원의 SG그룹을 일궜다. 1991년 생활정보지 ‘가로수’를 창업한 뒤 2000년 상장시켰고 이후 제도샤프 제조업체인 마이크로, 자동차 시트 제조사 KM&I, 의류업체 세계물산, 충남방적, 신성건설 등을 인수했다. “인수합병은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당시 대우차에 시트를 납품하던 KM&I는 연간 100억 원 이상 적자를 기록하고 강성노조가 있던 곳이라 모두 인수를 반대했어요. 그러니까 싼 값에 나왔겠죠. 하지만 납품가만 정상화한다면 회생 가능하다고 봤어요. 강성노조도 겉으론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으론 이익을 원한다는 속성을 알고 있어 대처할 수 있다고 봤고요. 서두르지 말고 참고 기다리며 따질 것을 다 따지면 인수합병의 승률을 90% 이상으로 올릴 수 있어요. 이 기업을 못 사면 다른 기업을 사면 돼요. 제일 좋아하는 바둑 격언이 가벼이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라는 ‘신물경속’(愼勿輕速)이예요.” 앞서 둔 그의 바둑처럼 사업 원칙도 비슷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결이 역시 화제에 올랐다. 그는 내용적으로 배울 게 많다며 10여분 이상 조목조목 설명했다. 상대 돌을 잡으려고 덤비지 않는 것, 몇 집 손해 보더라도 선수를 잡는 것,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는 것 등 기존에 알고 있던 얘기지만 알파고가 다시 한번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바둑에서 상대 돌 하나를 잡으려면 4개의 돌이 필요하잖아요. 알파고는 상대 돌을 잡으려고 하지 않더라구요. 그게 비효율적이라고 본 거죠. 사업이나 인생도 남을 꼼짝 못하게 잡으려고 하면 안돼요.” 그는 알파고의 승리를 또 다른 측면에서 인간의 승리라고 봐야지, 바둑 승부에서 졌다고 인간의 패배라는 시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것 역시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는 시야가 있어야 가능한 관점이라는 것. 그는 바둑을 특이하게 배웠다. 보통 어깨너머로 보다가 실전을 통해 배우는데 그는 전적으로 책을 통해 배웠다. “중 3 때 고교 평준화가 되며 입시가 없어졌어요. 시간이 남아돌았죠. 헌책방에서 우연히 본 우칭위안(吳淸源)의 일대기가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1930년대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 기사들을 모조리 물리친 이야기가요. 그의 기보를 이해하고 싶어서 기초 책부터 정석 책을 들입다 외웠어요. 나중에 고등학교 때 바둑반에 들어가 테스트해보니 4급이더라구요. 당시엔 아마 단이 없어 1급이 아마 최고수였으니까 지금으로 치면 아마 2,3단 정도 되겠네요.” 이후 대학 시절이나 가로수를 창업할 때 한번도 바둑 돌을 잡지 않다가 거의 25년만인 2004년 다시 인터넷 바둑으로 돌을 잡았다. “불현 듯 다시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 두니까 이 좋은 걸 왜 그동안 잊고 살았나 후회가 되더라구요. 바둑에 한번 몰입하면 스트레스 받던 문제를 까맣게 잊게 되는데 바둑이 끝난 뒤 ‘내가 왜 그런 문제로 스트레스를 세게 받았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토요일 밤 늦게까지 인터넷 바둑을 붙잡고 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예요.” 그는 요즘 지난해 세운 스크린골프 업체 ‘SG골프’에 힘을 쏟고 있다. 골프 팬이기도 하지만 세계 최고의 스크린골프 기술력을 갖고 있는 한국 업체들이 너무 국내에서만 싸우고 있다는 것. “골프존이 국내 시장 75%를 점유한 스크린골프 시장에 왜 뛰어드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해외 시장을 보면 아직 블루오션입니다. 저희가 곧 세계 시장을 위한 비장의 무기를 내놓을 테니까 지켜봐주세요.” 기자는 그가 바둑을 두면서 끝까지 여러 번 계가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보통 아마추어들은 귀찮아서 계가를 하지 않고 감으로 형세의 유불리를 판단한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죠. 요즘 하도 창의력 교육을 얘기하는데, 저는 판단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판단엔 근거가 있어야 하고 바둑에선 그게 계가죠. 그에 따라 작전이 달라지잖아요.”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5일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통합예선에서 최정 6단이 중국의 저우허시 6단을 물리치고 본선에 올랐다. 여성 기사가 이 대회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올라간 것은 처음이다. 흑 ●가 백의 약점을 정확히 찔러간 수. 백 말 행마가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백 48로 미는 수는 프로 감각으론 절대 두고 싶지 않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백은 우변 흑 진에 침입하기는커녕 백 50으로 탈출하기에도 급급한 상황. 그래도 백 52가 좋았다. 둔탁해 보여서 얼핏 눈에 띄지 않는 곳이지만 백 말 전체에 탄력을 주고 있다. 흑으로선 참고도 1로 빳빳하게 늘어 계속 공격을 하고 싶은데 백 2, 4로 우변이 무너진다. 흑 7로 봉쇄하려 해도 백 16까지 흑이 되레 곤란해진다. 그래서 흑 53의 보강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틈을 타 백은 54, 56으로 백 말을 안정시켰다. 아직 100% 산 건 아니지만 크게 시달릴 형태는 아니다. 흑은 57로 흑 한 점을 살려 나오는 수순을 차지할 수 있게 돼 우하 공방에서 이득을 봤다. 아직 좌상귀의 손해를 다 만회한 건 아니지만 빨리 간격을 좁힌 건 흑으로선 다행이다. 백 62로 흑 진에서 백 한 점이 움직이면서 좌상 우하에 이어 세 번째 공방이 벌어질 조짐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직접 관할하는 직영사찰 4곳의 지난해 수입과 지출 명세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조계종은 1일 서울 조계사와 봉은사, 경북 경산시 선본사, 인천 강화군 보문사의 사찰재정 공개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사찰별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나눠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봉은사가 150억 원으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렸고, 조계사 138억 원, 팔공산 갓바위로 잘 알려진 선본사 73억 원, 보문사 36억 원이었다. 지출액은 수입액과 같았다. 이번 직영사찰 재정 공개는 지난해 3월 제3차 100인 대중공사(大衆公事·사찰 내 대소사를 결정하는 열린 모임)에서 진행된 ‘사찰 재정 투명화’ 논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대중공사 이후 “직영사찰과 연간 수입 30억 원 이상의 사찰, 총무원에 분담금을 많이 내는 특별분담금 사찰 등의 재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직영사찰 자료를 15일까지 게시하고 앞으로 연 1회 공개할 방침이다. 조계종에 따르면 서울 도선사, 경기 과천시 연주암, 강원 양양군 낙산사, 강원 인제군 봉정암, 경북 경주시 석굴암, 경남 남해군 보리암, 전북 정읍시 내장사 등 특별분담금 사찰 7곳과 경주 불국사를 비롯한 주요 교구 본사 등 30여 사찰의 지난해 재정도 사찰별 홈페이지나 사보(寺報)를 통해 연내 공개된다. 조계종 관계자는 “사찰 재정 투명화를 위한 노력의 첫걸음”이라며 “공개 범위 확대와 횟수 추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35를 놓는 조한승 9단의 손길에 힘이 없다. 참고 1도 흑 1로 수상전을 하고 싶은데 백 6까지 흑이 수부족이다. 흑 9, 11처럼 바깥으로 돌파하려고 해도 백 12가 음미할 만한 묘수. 결국 백은 상변 흑 넉 점을 잡고 흑은 좌변을 돌파하는 정도로 정리됐는데 백의 실리가 크다. 게다가 선수를 잡았다. 백 40 역시 좋은 작전. 흑 43으로 참고 2도 흑 1로 받으면 백 2의 요처를 빼앗긴다. 그래서 흑 43을 뒀는데 백 44로 호구한 모양이 기분 좋다. 백은 우하 2점만 제대로 타개하면 좋은 형세. 그런데 백 46이 그럴싸한 행마 같지만 잘 가다가 덜컥 제동을 건 수. 흑이 우변을 받아주면 백 모양을 정비하겠다는 뜻이지만 불리한 흑이 순순히 받고 있을 리 없다. 백은 좌상과 좌하에서 포인트를 땄기 때문에 47의 곳 등에 둬 견고한 모양을 갖추는 게 좋았다. 조 9단은 흑 35를 둘 때와는 달리 흑 47을 힘차게 내려놓으며 선공에 나섰다. 흑이 반격의 계기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조한승 9단이 초반 세력 위주의 3연성 포진을 들고 나온 데 대해 박정환 9단이 ‘그렇게는 못해 주겠다’고 반발하자 조 9단은 곧 방향을 전환했다. 조 9단이 대국 전 구상을 하고 나온 것이 분명한데 너무 일찍 그 뜻을 접은 것은 아닐까. 흑 19로 두어 백 20과 교환한 것은 이득으로 보인다. 그냥 흑 21로 두면 백이 흑● 한 점의 근거를 빼앗으며 공격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흑 21을 외면하고 백 22, 24로 좌상귀 흑 두 점을 공격하고 나서자 흑의 응수가 쉽지 않다. 흑 25로 간명하게 두려면 참고도 흑 1로 달아나는 수가 있는데 백 2, 4가 알찬 수법. 흑은 근거 없이 백의 공격에 시달릴 모양이다. 흑의 스텝이 약간 꼬인 상황. 조 9단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 수를 읽는다. 이윽고 흑 25로 강하게 젖혔는데 박 9단은 백 26으로 더 강력하게 나온다. 이젠 흑도 물러설 곳이 없다. 흑 27, 29로 귀의 백과 수상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 전투의 결말이 어떻게 날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도전자 조한승 9단이 막판에 몰렸다. 배수진을 치고 맞은 3국. 흑을 잡은 조 9단은 양화점에 이어 흑 5, 7을 선수하고 흑 9로 3연성 포석을 펼친다. 막판인데도 20년 이상 맥이 끊긴 세력바둑을 재연하는 과감함을 선보인다. 백 10의 걸침에 흑 11의 협공은 세력작전을 노골적으로 펼치겠다는 뜻. 백 12로 참고 1도처럼 귀에 침입하면 흑은 원하는 세력을 쌓을 수 있다. 백도 충분히 둘 수 있는 진행이지만 상대의 작전에 끌려가는 것 같아 싫다. 박정환 9단은 백 12로 뛰어 흑의 주문을 거스른 데 이어 백 14로 오히려 백이 세력을 쌓자고 나섰다. 흑 15는 조한승의 방향 전환. 참고 2도 흑 1, 3으로 나와 끊을 수 있지만 흑 17 이후 백 ‘기’로 끊는 뒷맛이 기분 나쁘다고 본 것. 최근 거의 보지 못한 3연성 포석을 펼친 조 9단과 상대의 의도를 받아주지 않은 박 9단.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세 싸움이 치열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경남 합천에서의 1국에서 무난하게(?) 졌던 조한승 9단은 2국에서 초반부터 신발 끈을 바싹 묶었다. 백 48, 50의 좋은 감각으로 선취점을 딴 것. 백의 우세가 점쳐질 즈음 흑 89, 91이 터지며 형세의 균형을 잡았다. 그러나 백 128에 흑 129로 느슨하게 응수한 것이 백에게 여유를 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백 130, 132가 선수로 국면은 백에게 기울었다. 백이 무난하게 결승점에 닿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무렵 흑은 우변에서 161로 패를 유도하며 반전을 꾀하고자 했다. 그런데 백이 패를 양보한 대가로 얻어낸 180이 과수였다. 참고도 백 1로 꽉 이었으면 중앙에서 적어도 10집은 난다. 그러나 백 180 때문에 흑 185까지 중앙이 뚫리면서 역전됐다. 그 차이는 반집이었으나 이후로는 뒤집을 기회가 없었다. 2국마저 극적으로 반집을 이긴 박정환 9단은 타이틀 방어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62 68 74=46, 65 71 77=51, 168 174 186 195=160, 171 177 189=165, 179 191 220=63, 184 194=100, 200=127, 230 244=116, 233 280=131, 241 257=181, 254 281=10, 271 277=21, 274 279=172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승패를 떠나 오랜만에 동료 기사와 감정을 나누며 수담(手談·바둑의 별칭)을 가져 즐거웠습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이 끝난 뒤 보름 만에 인간계로 돌아온 이세돌 9단(33)이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다. 이 9단은 30일 제17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8강전에서 김지석 9단(27)을 상대로 알파고와의 대결 이후 처음으로 공식 대국을 가졌다.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열린 이날 대국에서 이 9단은 돌을 가린 결과 백을 잡게 됐다.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 때처럼 짙은 감색 양복에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고 나왔다. 이 9단의 ‘대국 의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즐겨 입는 옷. 대국 도중 오른손 검지를 빠르게 까딱거리며 계가하는 것이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고개를 좌우로 젓는 행동도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9단은 이날 우변 전투에서 상대의 약점을 적극 공략해 우세를 확보하며 하변 흑 말을 잡아 17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한동안 심각한 표정을 짓던 이 9단은 중반 무렵 우세가 확실해지자 가벼운 손길로 돌을 내려놓았다. 이 9단은 대국 후 “알파고 이후 첫 대국이어서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내용이 좋은 바둑을 둬 만족한다”며 “김 9단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와의 대결 이후 자신의 바둑에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내 실력에 큰 차이가 생긴 것 같지는 않다”며 “다만 그동안 감각에 의존해 당연하게 여겼던 수들에 대한 재검토와 정확한 수읽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고 그렇게 두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파고와의 대결은 경험하기 힘든, 뜻깊은 대국이었고 대국 방식이 부당했다거나 사전 정보를 주지 않았다거나 하는 세간의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바둑은 알파고, 인간 누구와 두든지 똑같은 바둑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와의 재대결과 관련해선 “어려운 문제이며 알파고가 계속 발전한다면 한 판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이 9단은 다음 달 하순 4년 만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대회인 응씨배에 출전한다. 그동안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최철한 9단이 우승한 바 있다. 이 9단은 “응씨배 우승을 바라지만 지금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밖에 더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 9단은 최근 편당 3억∼4억 원의 출연료를 받고 여러 편의 광고를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스님에게 감화 받은 사진가가 있었다. 그는 2년 넘게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등으로 스님을 따라다니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찍은 사진 수만 장 중 일부가 세상에 나왔다. 4월 11일까지 서울 인사동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선류(禪流)’는 사진가 김홍희 씨가 안국선원을 통해 간화선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수불 스님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다. 전시 사진은 52장. 사진마다 수불 스님의 선시(禪詩)가 친필로 더해졌다. ‘마냥 흘러가되 흐르지 않고 흐르지 않지만 흘러가는구나, 묘하고 묘한 신령스러움이 시절 인연 따라 드러나도다’, ‘주인공아, 허망한 그림자에 속지 말지어다’ 등 선시가 사진 분위기에 맞춰 밑에 달렸다. 494쪽의 사진집에는 200여 장의 사진이 실렸다. 사진들은 경내와 예술, 포교 활동, 신자와 함께 등 6개 분야로 분류됐고, 선시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번역해 실었다. 수불 스님은 “사진과 선시는 진리가 세상에 드러나는 찰나를 포착한 것”이라며 “한글 게송이 더해져 시·서·사진(詩·書·寫眞)의 조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개신교 집안 출신인 김 씨는 “선시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사진은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사진 찍다가 수불 스님의 서슬 퍼런 에너지를 자주 느꼈다”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듯이 나는 나를 짚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4년 만에 에세이집 ‘괜찮아, 나는 나니까’(담앤북스)를 펴낸 성전 스님(56)은 책 표지에 이 말을 직접 골라 넣었다. 성전 스님은 월간 ‘해인’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불교신문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불교계의 문사(文士)로 통한다. 그는 이 책에서 “‘나는 나니까’는 주위 상황이나 남들의 평가에 우왕좌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모든 가치와 기준의 생산자로서 자신의 삶을 열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 문제가 생겼다면 나로부터 해결해야 한다. 나의 희망은 ‘나 자신’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동안 경남 남해군 용문사 주지를 8년간 하다가 절 위의 조그만 암자(염불암)로 이사한 뒤 쓴 91편의 글을 선보였다. “실제 고통보다는 생각이 빚어낸 고통이 너무 많아요. 지금 여기에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고, 앞날은 준비하되 미리 걱정하지 말길 바랍니다.” 그는 특히 요즘 너무 처지를 비관하고 현재를 최악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했다. 그는 “살아 있으면 최악은 아닙니다. 내가 남이나 환경을 바꾸긴 어렵지만 나를 바꾸는 건 가능하잖아요. 거기서 출발해야 행복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들려준 우화가 재미있었다. 식솔이 많이 딸린 한 남자가 현자를 찾아갔다. 집이 너무 좁다는 가족의 성화가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현자는 소 한 마리를 집에 들여놓으라고 했다.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하자 가족들은 집이 더 좁아졌으니 소를 제발 빼달라고 했다. 남자가 소를 빼자 가족들은 “이제 좀 살 만하다”고 말했다. 성전 스님은 2005년부터 불교방송(BBS)에서 ‘행복한 미소’의 DJ로 활약하며 ‘미소 스님’이란 애칭도 얻었고 최근에는 불교TV의 ‘뮤직에세이 편지’를 진행하고 있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없다, 노래 CD나 만들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처음엔 동문서답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현답(賢答)인 거 같았다. 그 느낌이 궁금해 그의 책을 다시 읽었다. 이 구절이 가슴에 닿았다. “돈도 명예도 사랑까지도 잡으려 하지 말거라. 그 어떤 것도 모두 지나가는 것이니 그냥 아름답게 작별하는 법을 배우고 살아라.”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이 인간계로 돌아온다. 이 9단은 30일 제17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8강전에서 김지석 9단과 대결을 펼친다. 알파고와의 대결이 끝난 뒤 보름 만이다. 알파고에게 예상 밖의 1-4 패배를 당한 뒤여서 이 9단의 ‘멘털’이 제대로 작동할지 관심거리. 이 9단은 “아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 9단은 다음 달 중순에 열리는 제8회 응씨배 등 굵직한 세계 대회를 겨냥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 ○는 당장 팻감이 되는 수는 아니다. 지금 남아있는 반집짜리 패 세 개를 서로 잇는 평범한 진행이면 백이 반집을 지기 때문에 한번 비틀어 본 것. 그러나 박정환 9단은 역시 냉정했다. 백 ○에 현혹되지 않고 그냥 79로 이어 백의 마지막 도전을 무산시켰다. 흑 81 이후 백은 참고도 1, 3으로 패를 만들 순 있다. 하지만 백은 5의 팻감밖에 없는데 흑은 8의 팻감이 있어 우상 패 역시 흑 승이 된다. 흑 8의 팻감을 만들기 위해 실전 흑 79로 잇는 것이 중요했던 것. 팻감 부족인 백은 82로 공배를 잇고 흑은 83으로 가일수해 치열했던 대국이 끝났다. 박 9단의 반집 승. 5번기 전적은 2-0. 박 9단이 타이틀 방어에 1승만 남겼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듯이 나는 나를 짚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4년 만에 에세이집 ‘괜찮아, 나는 나니까’(담앤북스)를 펴낸 성전 스님(56)은 책 표지에 이 말을 직접 골라 넣었다. 성전 스님은 월간 ‘해인’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불교신문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불교계의 문사(文士)로 통한다. 그는 이 책에서 “‘나는 나니까’는 주위 상황이나 남들의 평가에 우왕좌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모든 가치와 기준의 생산자로서 자신의 삶을 열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 문제가 생겼다면 나로부터 해결해야 한다. 나의 희망은 ‘나 자신’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동안 경남 남해 용문사 주지를 8년간 하다가 절 위의 조그만 암자(염불암)로 이사간 뒤 쓴 91편의 글을 선보였다. “실제 고통보다는 생각이 빚어낸 고통이 너무 많아요. 지금 여기에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고, 앞날은 준비하되 미리 걱정하지 말길 바랍니다.” 그는 특히 요즘 너무 처지를 비관하고 현재를 최악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했다. 그는 “살아있으면 최악은 아닙니다. 내가 남이나 환경을 바꾸긴 어렵지만 나를 바꾸는 건 가능하잖아요. 거기서 출발해야 행복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들려준 우화가 재미있었다. 식솔이 많이 딸린 한 남자가 현자를 찾아갔다. 집이 너무 좁다는 가족의 성화가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현자는 소 한 마리를 집에 들여놓으라고 했다. 남자가 시킨 대로 하자 가족들은 집이 더 좁아졌으니 소를 제발 빼달라고 했다. 남자가 소를 빼자 가족들은 “이제 좀 살만하다”고 말했다. 성전 스님은 2005년부터 8년불교방송(BBS)에서 ‘행복한 미소’의 DJ로 활약해 ‘미소 스님’이란 애칭도 얻었고 최근에 불교TV의 ‘뮤직에세이 편지’를 진행하고 있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없다, 노래 CD나 만들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처음엔 동문서답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현답(賢答)인 거 같았다. 그 느낌이 궁금해 그의 책을 다시 읽었다. 이 구절이 가슴에 닿았다. “돈도 명예도 사랑까지도 잡으려 하지 말거라. 그 어떤 것도 모두 지나가는 것이니 그냥 아름답게 작별하는 법을 배우고 살아라.”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그는 맨발로 무대에 섰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그가 무대의 진동으로 소리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그는 40분 가까이 무대 앞쪽의 타악기 세트와 뒤쪽의 드럼 팀파니 실로폰 사이를 누비며 강렬한 연주를 들려줬다. 청각 장애를 극복한 세계적 타악기 주자 에벌린 글레니가 들려준 슈반트너의 ‘퍼커션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었다. 24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35개 그룹사 대표이사, 임직원, 가족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개관 전 첫 공연을 펼쳤다. 1부 글레니의 힘찬 퍼모먼스에 이어 2부엔 요엘 레비가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위치한 롯데콘서트홀은 사기업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으로 약 1500억 원을 투자해 건립되었다. 좌석 수는 총 2036석. 국내 최초로 객석이 무대를 에워싸는 비니어드(Vineyard) 스타일로 설계됐다. 또 대규모 클래식홀로는 처음으로 5000여 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파이프오르간도 설치된다. 8월 18일 개관 공연은 세계 작곡계를 이끌 차세대 작곡가 5명 중 한명으로 꼽히는 진은숙의 창작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를 서울시향이 세계 초연한다. 이어 지휘자 임헌정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말러의 ‘천인 교향곡’을 들려주고,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과 합창단이 함께 내한해 베르디와 로시니의 작품을 선보인다. 고음악과 현대음악의 시리즈 연주도 귀 기울여볼 만하다. 고음악의 경우 파이프오르간과 하프시코드 연주자이자 바흐 해석에 정통한 톤 코프만이 그의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내한하고 프랑스 고음악의 거장 윌리엄 크리스티는 23년 만에 레자르 플로리상과 한국을 찾아 특별 프로그램인 ‘목소리의 정원’을 공연한다. 현대음악의 경우 1월 타계한 프랑스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가 창단한 현대음악 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이 처음으로 내한해 불레즈의 작품인 ‘메모리알레(M´emoriale)’ 등을 들려준다. ‘윌리엄 켄트리지 & 마티아스 괴르네의 겨울 나그네’는 독일 가곡에 정통한 괴르네(바리톤)가 슈베르트의 가곡을 노래하는 가운데 켄트리지의 비디오 영상이 펼쳐지는 이색 무대. 롯데그룹은 콘서트홀 운영을 위해 지난해 9월 롯데문화재단을 출범시켰고 신동빈 회장이 사재 100억 원을 출연했다. ▼공연 Tip! 합창석 앉는 재미 꽤나 쏠쏠하답니다▼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매년 가장 많은 공연이 열리는 곳 중 하나다. 홀의 합창석은 가장 가격이 저렴한 편에 속한다. 합창석은 음악 감상에 좋지 않다는 말이 많다. 물론 악기배치도 뒤집혀 있고, 악기 음량의 균형도 문제지만 좋은 점도 많다. 1층 앞자리에서 보다 악단을 더 가까이 볼 수 있고 지휘자의 정면을 볼 수도 있다. 색다른 음악 감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합창석은 한 번쯤 앉아 볼만한 자리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43이 석 집짜리 끝내기로 마지막 남은 큰 곳이다. 이제는 후수 2집 이하 끝내기만 남았다. 누가 이기더라도 반집승이 되는 상황. 이제 끝내기 자체는 쉽다. 하지만 반집 패가 승부의 마지막 변수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팻감이 누가 많은지가 관건이다. 서로 끝내기를 하면서 팻감을 많이 남기려고 하고 있다. 흑 53이 그런 의미의 수. 평상시라면 손을 대지 않는 곳이지만 지금은 75의 곳을 먹여치는 팻감을 만들기 위해 둔 것이다. 지금 패 모양인 곳은 백 ○, ○, ◎ 등 3곳. 서로 1곳씩 잇고 마지막 1곳에서만 패를 하면 되는데, 누가 어느 쪽 패를 잇느냐에 따라 팻감이 달라진다. 백 ○ 쪽 패가 팻감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흑 71, 백 74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백 78이 묘하다. 당장 팻감은 아닌데 무슨 뜻일까. 백 78로 참고도 백 1로 팻감을 쓰면 백 7 쪽이 마지막 패가 되는데 흑은 8의 곳, ‘나’, ‘다’ 세 곳에 팻감이 있는 반면 백은 ‘가’밖에 팻감이 없다. 따라서 마지막 패를 흑이 이겨 흑 반집 승이 된다. 조한승 9단은 이 결말을 막기 위해 백 78로 비튼 것인데…. 44=○, 54=◎, 57=41, 74=○, 77=71.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로 이어 패도 이기고 중앙 백 진도 뚫었다. 이로써 흑이 2, 3집 우세한 상황. 큰 끝내기가 사라진 현 시점에서 이 정도 우세는 프로기사 바둑에선 뒤집기 힘든 차이다. 백 98은 놓쳐서는 안 되는 곳. 만약 백이 손을 빼면 흑이 99의 곳을 먼저 둘 때 응수가 괴롭다. 102부터 110까지는 백의 권리. 백 112가 역끝내기로 최선의 곳. 백은 불리하지만 끝까지 따라붙고 있다. 흑 119는 보기보다 큰 곳. 5집 크기로 반상 최대의 끝내기다. 그런데 이게 국면을 어지럽게 만든 수였다. 중요한 수순 하나를 빠뜨린 것. 참고도 흑 1과 백 2를 먼저 교환한 뒤 흑 119를 뒀으면 완벽했다. 백 2를 두지 않으면 우상 백이 위태로워진다. 흑이 참고도 교환을 생략하자 백 120으로 잇는 수가 성립한다. 백 122가 선수여서 흑 125로 둘 때 백이 손을 빼도 된다. 흑이 끊어도 백이 안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즉, 선수였어야 하는 흑 125가 후수가 되면서 형세는 눈 터지는 반집 승부로 변했다. 백 128도 역끝내기 1집 반 정도 되는 곳. 이제 여유가 전혀 없는 박정환 9단은 백이 130으로 따내자 남은 시간을 쏟아붓는다. 과연 패를 할 것인가, 아니 해야만 하는가.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81로 단수 치고 83으로 쏙 나오는 것이 살짝 욕심을 낸 백 ○를 응징하는 수순이다. 조한승 9단의 수읽기 착오가 있었다. 백 84로 참고 1도 백 1로 두는 수가 있다고 본 것. 하지만 흑 8로 먹여치는 수가 있어 흑 10까지 패가 되는데 좌하 귀에 흑이 절대 팻감을 갖고 있어 백이 곤란하다. 어려운 수읽기가 아닌데 조 9단의 착각이었다. 백 84로 패를 따내 진로를 바꿨지만 흑 85로 뚫어 백이 10집 정도 낼 수 있었던 중앙이 공배가 됐다. 그렇다고 흑은 패를 이길 수도 없다. 흑 87로 팻감을 쓰고 우변 패를 따내자 역시 백은 팻감 부족이다. 백 92로 참고 2도 백 1처럼 끊을 수도 없다. 흑 2, 4로 백은 지리멸렬한 상황에 빠진다. 흑 8까지 우변 백이 그대로 잡힌다. 결국 백 92로 따내고 흑 93으로 연결해 일단락됐다. 백이 패도 지고 중앙 집도 못 지은 최악의 결과. 간단한 수읽기 착오로 흑 우세가 확실해졌다. 89=●, 91=●, 94=84, 95=86.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2006년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이 된 정진석 추기경(85·사진)의 서임 1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식이 24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렸다. 축하식은 세 번째 추기경인 염수정 서울대교구장 등이 집전한 가운데 사제와 신도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정 추기경은 “80세가 지나면서 세속에 있는 모든 것의 애착을 끊게 되고 하느님의 길만 따라가는 삶을 사는 것이 자유로운 삶을 사는 길임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추기경은 1961년 사제품을 받고 39세 때인 1970년 최연소로 주교가 됐다. 청주교구장,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서울대교구장 등을 지냈으며 2012년 은퇴했다. 지금까지 저서와 역서 59권을 펴냈고 교회법의 권위자로 꼽힌다. 이날 사제 수품 60주년을 맞은 김희선 신부, 50주년(금경축)을 맞은 심용섭 김형식 김수길 안상인 차인현 김성태 신부의 축하식도 함께 진행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이 2014년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된 한국전력 부지(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환수를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다. 조계종 한전부지환수위원회(환수위)는 2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스님과 신도 등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전부지 환수 기원법회’를 열고 “한전 부지를 원래 소유주인 봉은사로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한전 부지는 1970년 조계종 총무원이 당시 상공부에 매각한 봉은사 토지 약 33만 m²(약 10만 평) 중 7만9200m²(약 2만4000평)로 한전은 이를 2014년 10조5500억 원에 현대자동차에 매각했다. 환수위는 이날 “정부가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워 강제로 매매 계약을 맺은 것은 원인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시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르면 주지가 사찰 재산 매매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데 당시 매매 계약서에는 주지 서운 스님 대신 조계종 총무원장인 청담 스님이 계약 주체로 나와 원인 무효라는 것이다. 환수위는 집회에 앞서 본보에 ‘공공용지 수용 시 협의 취득이 권리가 없는 자로부터 이루어진 경우 진정한 권리자가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2001년 11월 대법원 판결을 원인 무효의 법적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민법에선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평온하고 과실 없이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조항이 있어 법적 논란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1984년 소유권 등기를 했으며 조계종은 2007년부터 한전에 땅을 되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계종 측은 또 본보에 해당 부지를 강제 수용 당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최근 발견한 7건의 문서를 제시했다. 1969년 12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후락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서명한 총무원 부지 매각 동의서, 1970년 9월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청담 스님과 서영철 상공부 차관 간의 매매계약서 등 1970년을 전후해 작성된 것들이다. 환수위 공동위원장인 혜일 스님(총무원 기획실장)은 서울시에 대해 “시가 한전 부지를 산 현대로부터 1조7400억 원의 공공기여금을 받기로 하고 전례 없이 빨리 인허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즉시 인허가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환수위는 이후 소송 제기와 함께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4월에 기원법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조계종과 한전 사이의 문제인 만큼 서울시에서 따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조계종 측에서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낸다는 얘기도 있는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서정보 suhchoi@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