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주

조동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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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동주 기자입니다.

djc@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정당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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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법원판결17%
국회8%
선거6%
사법6%
사회일반3%
대통령3%
산업2%
  • “러 정부, 트럼프 위한 선물로 ‘스노든 美송환’ 검토”

    러시아가 자국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의 신병을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NBC 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스노든은 2013년 미국 정보 당국의 무차별 감시 프로그램 실태를 폭로한 뒤 러시아에서 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그를 ‘사형감인 스파이이자 배신자’라고 비난해 왔다. NBC 방송은 익명의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정보기관 활동을 다룬 미국 정보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심을 쓰는 방안 중 하나로 스노든의 미국 송환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유사한 정보가 복수로 수집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체류 중인 스노든은 트위터를 통해 “마침내 내가 러시아 정보기관에 절대 협조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왔다”라고 오히려 반기는 기색이다. 자신이 러시아에 협력했다면 러시아가 미국 인도 방안을 검토했을 리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는 취지다. 그는 “그 어떤 나라도 스파이를 거래하지 않는다”라며 “다른 스파이들이 자기가 다음 차례일 거라고 두려워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스노든은 이어 “얼마 전 러시아 정부의 억압적인 ‘빅 브러더 법’을 비판했는데 이젠 위협적인 루머가 나온다”라며 “루머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난 두렵지 않고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빅 브러더 법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효한 반테러법(일명 야로바야법)이다. 통신사업자들이 누리꾼들의 사이트 접속과 교신 내용 등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보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기관의 발표가 아니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방송 보도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스노든은 2013년 6월 홍콩에서 러시아를 거쳐 남미로 가려다가 미 당국의 여권 말소 조치로 모스크바 국제공항 환승구역에서 발이 묶인 후 러시아의 거주 허가를 받았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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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올초 하마스에 무기 대량 밀수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군사조직이 지난달 초 리비아와 이집트를 경유해 북한산 대(對)전차미사일 ‘불새-2’를 대거 밀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치자금 조달에 혈안이 된 북한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를 아랑곳하지 않고 새해 벽두부터 중동과 불법 무기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스라엘 군사정보 웹사이트 데브카파일은 최근 “지난달 컨테이너 선박에 실린 불새-2는 리비아에서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옮겨진 뒤 이집트 국경도시 라파에 뚫린 비밀 터널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자치지구인 가자로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불새-2는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 카삼 여단이 2014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분쟁 때도 사용한 무기다. 하마스 군사조직이 이번에 밀반입한 북한산 무기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사들인 북한산 불새-2는 1500여 대로 추정된다고 데브카파일은 추정했다. 하마스 측은 반(反)정부군이 활동해 경비와 검문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이집트 국경도시 라파와 가자지구 사이에 4, 5개의 터널을 교란용으로 뚫어두고 1개의 터널을 통해서만 무기를 밀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해안 경비가 삼엄해 가자지구에 직접 하역할 수 없기 때문에 각종 이슬람 무장단체가 활개 치는 시나이 반도로 우회하는 것이다. 사거리 2.5km 정도인 불새-2는 북한이 옛 소련 대전차미사일 ‘9K111 파곳’을 분해해 모방한 것으로, 레이저빔으로 탱크 등의 타깃을 조준해 발사하는 무기다. 하마스 군사조직은 이스라엘 탱크에 대응하기 위해 불새-2를 사들이고 있다. 북한은 유엔의 제재로 정상국가를 상대로 한 무기거래가 막히자 하마스, 시리아 반군, 쿠르드 반군, 헤즈볼라 등 지역별 무장단체에 무기를 몰래 팔고 있다. 북한산 무기는 제3국으로 국적 세탁한 선박에 실려 홍해나 지중해를 거쳐 중동으로 유입된다. 이때마다 수에즈 운하를 보유한 중동의 해상허브 이집트를 거쳐야 하는데,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2014년 취임 이후 북한과 거리를 두고 남한과 가까워지려 하고 있어 북한의 무기 밀매가 과거만큼 수월하지 않다. 시시 대통령이 1991년 영국 왕립 군사학교에서 교육받을 때 1년 동안 동고동락한 강웅식 한국이집트발전협회 회장(60·육사 37기)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해왔고, 건설 경기 부양을 통한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선망해왔다”며 “친(親)북파인 가말 압델 나세르,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달리 시시는 친한파”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영국 유학 시절 시시 대통령을 등교하는 차에 태워주며 친분을 쌓았고, 시시 대통령 취임 이후 매년 만나며 우호를 유지하고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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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협박’에 맞받아친 하메네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대(對)이란 적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하메네이가 대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하메네이는 7일 열린 공군 창설 기념식에서 “트럼프는 ‘나를 두려워하라’고 겁박하지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싫다’”라며 “이란 국민은 어떤 위협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메네이는 특히 ‘이란은 고사할 위기에서 (핵 협상으로) 자신을 구해준 오바마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트위터 글을 문제 삼았다. 그는 “(오바마가) 대이란 제재를 했기 때문에, 이슬람국가(IS)를 태어나게 했기 때문에, 이라크와 시리아에 불을 질렀기 때문에?”라고 반문하며 “도대체 무엇에 감사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우리가 정말로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미국의 새 대통령”이라며 “우리가 38년간 얘기해 온 정치, 경제, 사회, 도덕적으로 타락한 미국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조롱했다. 안팎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해선 “공항에서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를 구금하는 짓을 한다”며 “이게 미국이 내세우는 인권의 실상”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맞서 미국이 3일 대이란 제재를 발표하자 중국이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이란의 제재 대상 단체 12곳과 개인 13명 중에 중국 기업 2곳과 중국 국적자 3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중국 회사와 개인이 관련돼 있어 미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이란과의 거래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된 중국 기업 2곳의 사례를 소개하며 관련 업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토바이, 튜브 등의 물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역업체 닝보신스제(寧波新世界)수출입유한공사 측은 “이란과의 모든 거래는 정상적이었다”며 “(제재를 당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중국이 긴장하는 진짜 이유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북핵 관련 제재를 발표할 때 중국 기업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가동하기 위한 전초전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발동되면 불법 거래가 아니라도 북한 측과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기업이나 은행이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카이로=조동주 djc@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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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토확장 발톱 드러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불법 정착촌 합법화 법안 통과

    이스라엘 국회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사유지에 들어선 불법 정착촌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팔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법안 통과로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 소유의 개인 부동산을 합법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합병하려는 야욕을 법제화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국회는 6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불법 정착촌 주택 4000여 채를 합법화하고, 국가가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 60 대 반대 52로 통과시켰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법안에는 이스라엘 정착민이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집을 지었더라도 당초 팔레스타인 땅 주인이 있다는 걸 몰랐거나 국가 지시로 지어졌다면 집을 합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땅 주인은 이스라엘 정부에서 토지보상금이나 대체 토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땅 주인이 매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보상을 강제할 수 있도록 규정해 사실상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사유지를 이스라엘이 합법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법안은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의 연정 파트너인 강경보수파 유대가족당이 주도했다. 표결 당일 유대가족당은 “그 땅(서안지구)은 원래 우리 땅”이라며 표결 통과를 주장했고, 야당 등 반대파는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파괴시키는 미친 법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야당과 시민단체 측은 강제 수용 부분이 부동산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대법원에 진정해 법안을 무효화하겠다며 반발했다. 이스라엘 검찰은 “이 법은 명백한 위헌이며, (법안 유효 여부를 따지는 사건이) 대법원에 가면 법안을 변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표결 전 미국에 법안을 충분히 설명하며 조율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영국 정상회담차 런던에 있다는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법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져 달라고 요구한 연정 파트너인 유대가족당과, 정착촌 확대에 긍정적이지 않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기류를 모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법안이 시행되면 불거질 사건들이 국제형사재판소로 가 분쟁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의 법안을 ‘땅 도둑질’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와 극단주의자 연합 정부가 법을 파괴하면서 평화와 안정을 위한 두 국가 해법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유엔 중동특사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크게 해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의 대담한 행보 뒤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조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정착촌 건설을 강하게 반대해 온 미국은 이번 사안에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법안 통과 전 트럼프 행정부와 사전조율을 했다는 반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의 새 정착촌 건설이 이-팔 평화에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바마 때처럼 강경하지는 않았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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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동주의 ‘앗살라말라이쿰’]피라미드의 뜨겁디 뜨거운 축구사랑

    외국 살면 애국자 된다더니, 아프리카에 위치한 중동 빈국(貧國) 이집트에 살다보면 한국에선 당연하게 여겼던 숱한 것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계기가 많다. 그 중 하나가 스포츠를 즐길 권리다. 이집트는 올해 가봉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7년 만에 결승에 올랐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집에서 TV로 경기를 보지 못한다. 대회의 아랍 중계권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 6만 달러(6900만 원)로 세계 6위인 부국(富國) 카타르 위성방송사가 갖고 있는데, 가난한 이집트의 지상파 방송국이 중계권을 못 샀기 때문이다.●유료채널 못 봐 2000원 내고 까페 집단관람 이집트는 1957년 첫 아프리카 네이션스컵부터 7차례 우승을 거머쥔 아프리카의 축구맹주라 한국 못지않게 축구 열기가 뜨겁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이집트 축구대표팀은 2006~2010년 대회 3연패를 이뤄내며 최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이후 국내 정세가 혼란해지자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 3연속 예선 탈락했다. 7년 만에 다시 밟은 이번 결승무대에는 상처 받은 전통강호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하는 전 국민적 열망이 담겨 있었다. 이집트 정부는 결승에 진출한 선수단 전원에게 1인당 10만 이집트파운드(620만 원)를 지급하며 우승할 경우 더 큰 포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집트 총리는 직접 결승 현장인 가봉으로 응원을 갔다. 아프리카의 맹주를 가리는 이 대회를 이집트에서 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매달 1000이집트파운드(6만2000원)를 내고 카타르 위성방송 유료채널을 신청해 집에서 보거나, 경기 때마다 동네 카페나 식당 등에 관람료 명목으로 30이집트파운드(1860원) 가량을 따로 내고 들어가 대형스크린으로 시청해야 한다. 모처럼 대목을 맞은 일부 카페와 식당 등이 가격을 2, 3배씩 부풀리는 건 애교로 봐줘야 한다. 기자의 집에선 위성방송 유료 채널이 안 나온다. ‘특파원 나왔으니 이집트판 붉은 악마를 느껴보자!’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경기가 열린 5일 밤 이집션(이집트 사람들) 지인들과 카이로 시내 헬리오폴리스의 한 카페로 향했다.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9시보다 1시간 일찍 왔는데도 카페엔 250여명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입장료 30이집트파운드를 내고 음료를 따로 시켜야했지만 자리가 부족해 의자 1개에 2명이 나눠 걸터앉을 정도였다. 이슬람국가인 이집트에선 술을 마시지 않아 경기를 보러 온 가족, 부부, 친구들은 맥주 대신 콜라를 손에 쥐고 스크린을 바라봤다. 펩시 콜라캔에는 이집트 국가대표 유니폼 디자인에 축구선수 등번호와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이번 대회를 맞아 콜라업체에서 특별판을 만든 듯 했다. 이집트는 술엔 엄격하지만 담배엔 관대하다. 남녀 가리지 않고 물담배인 시샤를 피우느라 카페 내부는 뽀얀 연기로 가득했다.●산산조각 난 피라미드의 왕좌 복귀 오후 9시 정각에 경기가 시작되자 정면의 대형스크린과 측면의 TV 2대에 시선이 쏠렸다. 결승 상대인 카메룬과의 상대전적에서 5승 2무 1패로 앞선지라 우승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다. 이집트 국기와 아프리카 악기인 부부젤라를 들고 응원 온 무함마드 메드하트 씨(35)는 점수 예측을 묻자 “몇 대 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무조건 이긴다”며 한껏 들떠있었다. 이집트는 월드컵에 2번 밖에 나가지 못했지만 피파 랭킹은 35위로 한국(37위)보다 높고,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제법 많다. 전반 22분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에서 뛰는 미드필더 무함마드 살라(25)의 패스를 받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소속 무함마드 엘네니(25)가 첫 골을 성공시키자 카페 전체가 함성과 부부젤라 굉음으로 뒤덮였다. 유럽 빅리그 슈퍼스타 못지않게 국민적 관심을 받는 선수는 44세의 노장 투혼을 불사르는 골키퍼 에삼 하다리다. 그는 1998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멤버인데 2006, 2008, 2010년에도 주전을 뛰었고, 이번 대회에선 3순위 후보 골키퍼로 선발됐는데 앞선 두 골키퍼가 모두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다시 주전으로 무대에 섰다. 4강 부르키나파소전까지 딱 1골만 내주는 철벽수비에다 4강전 승부차기에서 선방으로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이번 결승에서도 하늘색 유니폼에 빨간 장갑과 신발을 신고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7년 만에 왕좌 복귀를 노린 피라미드의 꿈은 후반전 들어 산산조각이 났다. 이집트는 후반 14분에 이어 후반 43분에 잇따라 카메룬에 골문을 내주며 결국 1-2로 패했다. 골이 터질 때마다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하던 이들은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썰물처럼 카페를 빠져나갔다. 메드하트 씨는 “다른 아랍국가들이 우리의 패배를 한껏 기뻐할 걸 생각하니 더욱 분하다”며 이를 악물었다.●축구장 직접 관람 못하는 이집트 패배의 분노는 도로 점거로 이어졌다. 한적했던 도로는 순식간에 인파로 가득 차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졌다. 우승을 대비해 준비해온 폭죽을 분풀이 삼아 연신 터뜨려대는 바람에 카이로 전체가 폭발음에 휩싸였다. 거리 차량들도 ‘빠빠 빠빠빠~’ 박자에 맞춰 경음기를 울리며 분한 감정을 표출했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에서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교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안전 공지를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카이로 시민 아흐메드 사리프 씨(35)는 “만약 우리가 우승했다면 이보다 훨씬 요란스럽게 도로를 막아 집에 가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집트는 한국의 붉은 악마만큼이나 축구 열기가 뜨겁지만 정작 자국 리그 경기는 축구장에서 직접 관람할 수 없다. 모든 경기는 관중 없이 치러지고, 국민은 TV 중계로만 경기를 봐야 한다. 축구 사랑이 워낙 뜨겁다보니 경기장에서 대형 인명사고가 잇따라 정부가 내린 특단의 조치다. 이집트의 지중해 연안도시 포트사이드의 축구장에선 2012년 2월 홈팀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직후 홈팀과 원정팀 관중끼리 돌을 던지고 각목을 휘두르며 무력 충돌을 벌여 70명 넘게 사망하는 사고가 터졌다. 이후 정부는 주동자 11명을 사형시키고 축구장에 관중 입장을 금지시켰다. 사고 3년 만인 2015년 2월 카이로 에어디펜스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경기 관람을 재개시켰다가 입장권 없이 축구장에 들어가려던 시민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무력충돌로 또 다시 30명 넘게 숨졌다. 그 이후 지금까지 무관중 경기가 유지되고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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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몰아붙이는 트럼프정부… 오바마의 핵합의 뒤집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 후 외국 중에선 처음으로 이란에 대해 대대적인 제재를 발표했다. 이란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도발에 나섰다는 이유다. 미 재무부는 3일 성명을 내고 이란의 최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개인 13명과 단체 12곳을 제재 대상에 새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 및 지원에 연루된 인물과 단체들이다. 단체의 경우 이란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레바논, 중국 등에 근거지를 둔 회사도 포함돼 있다. 이란의 이스트스타, 중국의 코세일링무역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 개인 및 단체는 앞으로 미국 및 미국인과 모든 형태의 경제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존 스미스 재무부 제재국장 대행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불안을 초래하는 행동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한 조치”라며 “금융 제재를 포함해 모든 사용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의 도발적 행동(미사일 시험 발사)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가만히 앉아 가볍게 대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란이 분명히 이해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적 대응 가능성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군사적 대응이 미칠 충격 또한 잘 이해하고 있다”라며 군사 대응은 최후의 조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3일 일본 방문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관해 말하자면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한 미-이란 핵 협상을 뒤엎기 위한 포석을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이란 핵 합의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조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한 핵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넘어 북한 등 이른바 ‘적성국’에 대한 광범위한 경고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예고한 북한도 이번 경고 조치의 또 다른 타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란과 북한을 ‘적(adversary)’으로 규정한 뒤 “이들 국가가 국제 규범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3일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최소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을 지지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미국의 개인과 회사를 상대로 보복 조치를 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응하는 조치로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지원·형성에 역할을 한 일부 미국인과 회사에 법적인 제재를 가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도 이날 미사일까지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개시했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 20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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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이별’ 7개국 국민, 美가족과 감격의 포옹

      ‘세계는 미국 문 다시 닫히기 전에 비행기 타러 공항으로, 미국은 그들을 환영하기 위해 공항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연방법원의 제동으로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적으로 ‘공항행 러시’가 이뤄졌다. 전 세계 항공사는 행정명령 대상이었던 이슬람권 7개국 국민에 대한 미국행 항공권 발권을 즉각 재개했다.  행정명령 이후 미국에 사는 가족들과 생이별해야 했던 7개국 국민은 다시 가족의 품에 안겼다고 BBC 등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일주일 전 미국에 있는 아내와 아들을 만나려다 입국을 거부당했던 시리아인 나엘 자이노 씨는 이날 오후 1시경 터키 이스탄불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미국 보스턴에 도착해 마중 나온 가족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란 국적의 아크람 카제할리 씨도 행정명령 발동 이후 3번째 입국 시도 끝에 이날 보스턴 공항에서 손녀와 재회했다. 가족과 뉴욕으로 가려다 입국을 거절당했던 이라크인 후아드 샤리프 씨도 이민 비자 효력이 되살아나면서 입국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7개국 유학생들은 항공권 구매가 가능해지자마자 새 학기를 위해 미국행 티켓을 서둘러 끊었다. 피츠버그대 의대에 재학 중인 이란인 페드람 파라고미 씨도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뉴욕타임스(NYT) 기자에게 “법이 계속 바뀌고 있어 불안하지만 이번만큼은 미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의 주요 국제공항인 뉴욕 JFK, 워싱턴 덜레스, 시카고 오헤어, 보스턴 로건 공항 등엔 이들 입국자를 환영한다는 시민들이 다양한 환영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모여들었고, 자원봉사 변호사들도 공항 안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JFK 공항에선 ‘자유의 여신상’ 복장을 한 한 중년 여성이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라는 환영 팻말을 들고 서 있었고, 덜레스 공항에서도 중년 부부가 ‘우리는 (미국의) 관문도 열고 우리의 마음도 열었다’는 글귀로 공항 도착 승객들을 반겼다. 변호사들은 아랍어와 영어로 ‘공항에서 (행정명령 때문에) 구금된 사람이 있으면 우리(자유를 위한 변호사들)에게 알려 달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공항에서 아랍인으로 보이는 승객들이 마중 나온 가족과 재회하는 장면이 목격될 때마다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부의 관문인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지지하는 집회와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맞불 집회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벌어졌으나 무력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여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CBS 방송이 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에 찬성하는 유권자는 45%, 반대는 51%였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 20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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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취재노트]‘아랍의 봄’ 6년… 외국자본 발길 돌리는 이집트

     며칠 전 이집트 카이로의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박스에 27이집트파운드(약 1700원)였던 1.5L짜리 12개들이 수입 생수 가격이 며칠 새 39이집트파운드(약 2400원)로 44%나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극심한 외화난에 시달리던 이집트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120억 달러(약 14조400억 원)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경제 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IMF 체제 돌입 이후 달러당 8.8이집트파운드 고정환율제가 폐지되자 환율은 곧바로 달러당 19이집트파운드까지 치솟았다. 순식간에 화폐 가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생필품 가격이 폭등했다. 최근 한국의 계란 파동 때처럼 일부 업체가 가격이 더 오르리라 예상하고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서 설탕과 의약품 대란까지 벌어졌다. 기자가 단골로 가는 마트에서 설탕을 찾자 종업원이 “단골에게만 주는 것”이라며 선심 쓰듯 설탕 한 봉지를 쥐여줬다. 이집트 국민은 6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 4대 문명 발상지라는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재현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2011년 1월 25일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내자”며 아랍의 봄 시민혁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민주화만 이뤄내면 희망찬 새 시대가 올 줄 알았다. 하지만 혁명 6주년을 맞은 지금 피라미드는 메말라가고 스핑크스는 배를 곯고 있다. 통치자의 무능에다 6년 동안 두 차례나 정부가 전복된 불안정성이 겹치면서 외국인과 자본이 이집트를 떠난 탓이 컸다. 군 출신인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2014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97%라는 ‘파라오급’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최근 지지율이 40∼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랍의 봄 발발 6주년 기념일인 25일 민주화 성지 타흐리르 광장 주변엔 경찰이 집중 배치됐다. 반정부 시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근 만난 친정부 매체 기자는 집에 가보처럼 모셔둔 시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씁쓸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으로 이민 가고 싶다.” 그만큼 민심은 서서히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조동주 카이로 특파원 djc@donga.com}

    • 2017-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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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혁명 6주년, 정부에 등돌린 민심…“미국으로 이민 가고 싶다”

    며칠 전 이집트 카이로의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박스에 27이집트파운드(약 1700원)였던 1.5L짜리 12개들이 수입산 생수 가격이 며칠 사이에 39파운드(2400원)로 44%나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극심한 외화난에 시달리던 이집트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120억 달러(14조400억 원)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경제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IMF 체제 돌입 이후 달러 당 8.8파운드 고정환율제가 폐지되자 환율은 곧바로 달러 당 19파운드까지 치솟았다. 순식간에 화폐가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생필품 가격이 폭등했다. 최근 한국의 계란 파동 때처럼 일부 업체가 가격이 더 오르리라 예상하고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서 설탕과 의약품 대란까지 벌어졌다. 기자가 단골로 찾은 마트에서 설탕을 찾자 종업원이 "단골에게만 주는 것"이라며 선심 쓰듯 설탕 한 봉지를 쥐어줬다. 이집트 국민들은 6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 4대 문명 발산지라는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재현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2011년 1월 25일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내자"며 아랍의 봄 시민혁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민주화만 이뤄내면 희망찬 새 시대가 올 줄 알았다. 하지만 혁명 6주년을 맞은 지금 피라미드는 메말라가고 스핑크스는 배를 곪고 있다. 통치자의 무능에다 6년 동안 두 차례나 정부가 전복된 불안정성이 겹치면서 외국인과 자본이 이집트를 떠난 탓이 컸다. 군 출신인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2014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97%라는 '파라오급'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최근 지지율이 40~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랍의 봄 발발 6주년 기념일인 25일 민주화 성지 타흐리르 광장 주변엔 경찰이 집중 배치됐다. 반정부 시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근 만난 친정부 매체 기자는 집에 가보처럼 모셔둔 시시 대통령과의 사진을 씁쓸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으로 이민 가고 싶다." 그만큼 민심은 서서히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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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등에 업은 이스라엘 정착촌 강행

     이스라엘 정부가 24일 팔레스타인인 거주지인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 이스라엘인을 위한 신규 주택 2500채 건설을 승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강경 행보에 그동안 유지돼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가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틀 뒤인 22일 팔레스타인과 대립 지역인 동예루살렘에 566채 건설을 승인한 것에 이은 것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돈독한 관계에서 비롯된 자신감의 발현으로 분석된다. CNN은 2013년 이후 최대 규모의 주택 건설 승인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팔레스타인 정착촌 건설 중단 촉구 결의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와 가까운 사이인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국제사회가 반대해 온 동예루살렘과 서안 지역 내 정착촌 건설에 반대하지 않았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밝혀 왔다.  트럼프가 지명한 차기 주이스라엘 대사인 데이비드 프리드먼과 정통 유대교도인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가족도 이번에 주택 건설을 승인한 서안지구의 베이트엘 정착촌에 기부를 해왔을 만큼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하다. 팔레스타인과 유엔은 즉각 반발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평화와 안정보다 땅을 도둑질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게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유일한 방안인 ‘두 국가 해법’을 통한 평화 정착을 방해하는 (이스라엘의) 독단적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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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공화당 대선후보 피용, 메르켈에 대러시아 관계 개선 촉구

    프랑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 제재가 무의미하다고 비판하며 대러시아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그동안 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보수인 메르켈 총리는 이념은 달라도 반러시아 정책과 이민자 포용, EU 통합 등에 한목소리를 내며 브렉시트 이후 EU를 함께 이끌어 왔다. 하지만 이런 공조체제가 프랑스 대선 결과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용 전 총리는 23일 독일 보수 싱크탱크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 초청으로 베를린을 방문해 1시간 동안 메르켈 총리와 만났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피용 전 총리는 "EU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프랑스와 독일을 향한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을 없앨 수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병합 후 시행된) 경제제재는 아무 효과가 없으니 대화를 모색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의 미국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가 EU를 배제한 채 유대를 굳건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해서도 피용 전 총리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피용 전 총리는 "프랑스는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으며 메르켈 총리의 EU 회원국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에 반대했다. EU 가입을 열망해 온 터키에 난민 수용을 전제조건으로 걸고 가입 협상을 조율하려는 메르켈 총리의 정책 방향에도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피용 전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난민과 경제정책 등에 다양한 이견이 있다는 걸 부인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 극복하자"고 말했다. 한편 EU는 올해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 등 주요국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의 가짜 뉴스와 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EU 전략사령부에 80만 유로의 추가 펀드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EU에 따르면 러시아는 국가 미디어 운영에 10억 달러를 쓰는 등 온라인 여론 조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전략사령부가 최근 개괄적으로 수집한 허위 정보가 18개 언어로 된 25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카이로=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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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네타냐후 2월 美서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2일 전화 통화를 하고 2월 중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정상회담이 열리면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포함해 이란 핵 합의,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유대인 정착촌 건설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측은 두 정상의 통화에 대해 “매우 좋은 대화 분위기였다”고 밝혔고, 이스라엘 총리실 측도 “매우 훈훈한 대화였다”고 논평했다. 이란 핵 합의 등을 추진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때 불편했던 미-이스라엘 관계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의 기본 원칙인 ‘2국가 해법’(이-팔 간 갈등 최소화 및 공존 지향)이 폐기될지가 주목된다. 이스라엘 정책 전환을 둘러싸고 미국 내 유대계 간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내 유대인들 중 거물급 인사들이 ‘친(親)트럼프’와 ‘반(反)트럼프’ 진영에 동시에 포진해 있고,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트럼프 진영의 가장 대표적인 유대인은 트럼프의 사위이며 가장 강력한 ‘문고리 권력’이란 평가를 얻고 있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트럼프는 19일 열린 주요 기부자들과의 만찬에서 “당신(쿠슈너)이 중동 평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그 누구도 못 하는 것”이라고 말해 쿠슈너가 이-팔 문제를 담당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그룹의 법무 업무를 19년간 담당했고, 국제협상 특별대표로 지명된 제이슨 그린블랫은 드러내 놓고 유대인 정체성을 강조하는 인물로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지지한다. 고교와 대학을 모두 유대인이 설립한 학교를 나왔고, 유대교의 모자인 ‘키파’도 자주 쓴다. 주이스라엘 미 대사로 임명된 데이비드 프리드먼도 오바마 행정부의 2국가 해법에 반대한다. 그는 지명 직후 “대사직을 예루살렘에서 수행하고 싶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반트럼프 진영 유대인들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인물은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버몬트 주). 샌더스는 꾸준히 2국가 해법을 지지했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대응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통신의 창업자이며 뉴욕시장을 지낸 마이클 블룸버그도 트럼프의 ‘저격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판적이다. 한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때 미국 내 유대인 중 약 70%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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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지대공미사일 터키 PKK서 발견

    터키에서 분리 독립 운동을 벌이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이라크 국경 은신처에서 북한산 무기가 발견됐다. 북한이 이집트 등 중동 국가에 이어 반군이나 테러단체에도 무기를 불법 판매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터키 경찰은 최근 터키 하카리주의 이라크 국경도시 추쿠르카에 있는 쿠르드군 벙커를 급습해 북한산 지대공 미사일 HT-16PGJ 여러 대를 발견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터키 매체 하베를레르에 따르면 이 동굴 벙커에서는 러시아산으로 추정되는 로켓포, 탱크저지용 무기, 대형 배터리, TNT 폭탄, C4 폭탄, 폭발 케이블 등 다수의 폭파 장비도 함께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HT-16PGJ가 어떤 경로를 통해 터키까지 흘러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이 이라크와 시리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이슬람국가(IS)나 시리아 반군 등에 무기를 팔아온 점으로 볼 때, 이라크나 시리아를 거쳐 터키까지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HT-16PGJ는 2013년 2월 시리아 반군의 알레포 거처에서 발견됐고, 2014년 8월 IS 대원이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공군이 없는 IS나 시리아 반군이 시리아 정부군 등의 전투기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로 북한산 지대공 미사일을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그동안 이집트 등 우호 관계인 중동국가에 무기를 밀매하며 외화벌이를 해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분위기로 정상국가를 상대로 한 무기 판매가 시들해지자 반군이나 테러단체로까지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카이로=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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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패 스캔들’ 네타냐후 아들도 부적절 ‘향응’ 의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총리와 부인, 아들이 유명 가수 머라이어 케리의 전 약혼남인 호주 백만장자 제임스 패커 등 부호들로부터 부적절한 향응과 선물을 제공받은 혐의로 잇달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스라엘 경찰은 패커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고가의 향응을 제공하고 이득을 챙긴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아들 야이르(25)를 4시간 동안 불러 조사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야이르는 이스라엘과 미국을 오가면서 수백만 원 상당의 항공권과 호텔비를 패커에게서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이르는 “패커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뿐 아버지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패커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아들에게 금전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패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 요시 코헨에게도 호텔비를 대준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와 부인 사라는 이스라엘 영화계 거물인 아르논 밀한에게서 수천만 원 상당의 샴페인과 시가를 선물로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달 초부터 이미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부패 스캔들이 확산돼 사퇴 여론이 나오고 있지만 계속 버티고 있다. 그는 “나는 결백하며 결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퇴임 이틀 전인 18일 열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이스라엘 행보가 ‘갑작스럽고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일 취임식에서 미국의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방안을 발표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우경화 정치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두 국가’ 해법이 이-팔 분쟁 해결의 유일한 방안임을 강조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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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이스라엘-멕시코 美외교의 ‘뜨거운 감자’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이란 이스라엘 멕시코가 ‘3대 핫스폿(hot spot·분쟁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며 현상 타파를 꾀할 기세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강대국 관계가 장기적인 재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3국 문제는 언제라도 분쟁으로 비화돼 지역과 국제정세를 급격한 불안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장 뜨거운 핫스폿은 이란이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의 최대 외교 업적으로 꼽히는 이란 핵 합의가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판하며 취임 후 재협상을 공언해 왔다. 반면 이란은 핵 합의가 미국과 이란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 중국까지 개입해 성사된 만큼 트럼프 한 명 때문에 재협상할 순 없다고 강조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 핵 협상에 따른 제재 해제 1주년을 맞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재협상을 하자는 트럼프의 주장은 셔츠를 목화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공허한 얘기’라고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란 핵 합의를 흔들고 이란과 갈등관계에 들어설 경우 중동 지역의 정세 급변과 불안은 피하기 어렵다. 중동의 맹주이며 군사·경제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이란이 거세게 반발할 경우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조만간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시리아 평화협상을 두고도 삐걱거린다. 러시아와 터키는 미국의 참여를 원하는 반면 이란은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이란 못지않게 불안하다. 트럼프는 대선 때부터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유대인들의 마음의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감안해 대사관을 텔아비브에 설치한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사관 이전은 이-팔 간 무력충돌 억제와 공존을 지향하는 ‘2국가 해법’을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뜻이다. 이-팔 갈등이 심해지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아랍 국가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가능성도 높다. 아랍 국가들에 예루살렘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메디나와 더불어 ‘3대 성지’이며,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하고 있는 곳으로 인식된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 내정자와 제이슨 그린블랫 국제협상 특별대표 등 트럼프의 이스라엘 정책 라인도 불안 요소다. 정통 유대교인으로 요르단 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 같은 이스라엘 강경파의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인접국인 멕시코의 경우 국경 장벽 설치와 국경세 부과가 ‘뜨거운 감자’다. 이를 통해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의 미국 유입을 억제하겠다는 것은 트럼프의 핵심 정책이다. 트럼프는 당선 뒤에도 이 조치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멕시코는 ‘친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루이스 비데가라이 전 재무장관을 외교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대화 의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장벽 설치와 국경세 등은 절대 못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의 ‘멕시코 비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워낙 강해 ‘약한 모습’을 쉽게 보일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트럼프의 국경세 부과 발언이 나오자 멕시코는 곧바로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맞섰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 201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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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덴마크-스웨덴 교민들 ‘정유라 송환’ 촉구 시위

    덴마크와 스웨덴, 영국 등 유럽 교민들이 14일(현지 시간) 덴마크 올보르 시내에서 정유라 씨의 조속한 송환과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구치소를 한 바퀴 돌고 시내로 이동해 현지인들에게 영어로 정 씨 송환의 당위성을 호소했다. 올보르=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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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라 아들 일행, 덴마크 당국이 관리하는 듯

     아기와 보모, 남성 조력자 2명 등 정유라 씨 일행이 덴마크 올보르 은신처를 빠져나갈 당시 이용한 차량과 트레일러가 정 씨와 삼성의 말 거래를 중개한 헬그스트란 승마장 주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 씨 소유의 다른 승마장에서 발견됐다. 동아일보가 13일(현지 시간) 찾은 덴마크 올보르 외곽 우게르할네 승마장 주차장에는 정 씨가 독일에서 타고 온 폴크스바겐 밴이 있었다. 정 씨 일행이 짐과 개, 고양이 등을 옮길 때 쓴 것과 같은 트레일러도 함께 발견됐다. 정 씨의 옛 은신처 앞집 주민이 이사 당시 찍은 사진의 트레일러와 일치했다. 건립한 지 50년이 넘은 우게르할네 승마장은 정 씨가 말을 탔던 헬그스트란 승마장에서 불과 400m 거리이며 헬그스트란 씨가 2015년 구입해 새롭게 단장했다. 정 씨 일행은 이미 노출된 폴크스바겐 차량을 승마장에 맡기고 새 차량을 구해 덴마크 당국이 마련해준 새 은신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경찰은 한국 정부가 보낸 범죄인 인도청구 서류를 바탕으로 다음 주 3일에 걸쳐 정 씨를 조사한 뒤 주말까지 검찰에 심문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정 씨 송환 여부는 이달 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철 주덴마크 대사는 이날 덴마크 경찰청장과 코펜하겐 경찰청장을 30분 동안 만나 정 씨의 범죄인 인도청구 심사를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씨는 1일 체포되기 직전까지 덴마크에서 쇼핑을 즐기고 독일에서 한국 식품을 조달해 생활한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가 11일 정 씨 일행이 떠난 집에서 나온 쓰레기봉지를 확인해보니 가격표도 뜯지 않은 여성용 S사이즈 카디건 등 정 씨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가 여럿 나왔다. 이 옷은 덴마크에서 판매되는 브랜드로, 가격은 400크로네(약 6만8000원)로 적혀 있었다. 다른 쓰레기봉지에서는 독일 수입 라벨이 붙은 한국 라면 수십 개가 발견됐다. 라면 유통기한이 올해 5월 6일까지인 것으로 볼 때 최근까지 독일을 오가며 ‘원정 장보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올보르=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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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라 일행 차량, 덴마크 외곽서 발견…새 차량으로 은신처 이동

    아기와 보모, 남성 조력자 2명 등 정유라 씨 일행이 덴마크 올보르 은신처를 빠져나갈 당시 이용한 차량과 트레일러가 정 씨와 삼성의 말 거래를 중개한 헬그스트란 승마장 주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 씨 소유의 다른 승마장에서 발견됐다. 동아일보가 13일(현지 시간) 찾은 덴마크 올보르 외곽 우게르할네 승마장 주차장에는 정 씨가 독일에서 타고 온 폴크스바겐 밴이 발견됐다. 이 밴은 넓은 공터인 주차장 구석에 주차돼있었다. 정 씨 일행이 짐과 개, 고양이 등을 옮길 때 쓴 것과 같은 트레일러도 발견됐다. 정 씨의 옛 은신처 앞집 주민이 이사 당시 찍은 사진의 트레일러와 일치했다. 주차장에는 이 트레일러를 포함해 말을 옮길 때 쓰는 트레일러 14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당초 정 씨 일행이 이 승마장에 새 은신처를 마련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이들은 이미 노출된 폴크스바겐 차량을 승마장에 맡기고 새 차량을 구해 덴마크 당국이 마련해준 새 은신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립한 지 50년이 넘은 우게르할네 승마장은 정 씨가 말을 탔던 헬그스트란 승마장에서 불과 400m 거리이며, 헬그스트란 씨가 2015년 구입해 새롭게 단장했다. 덴마크 언론에 따르면 말 50필을 보관할 수 있고, 20x60m 규모의 승마시설 두 곳을 가지고 있다. 덴마크 경찰은 한국 정부가 보낸 범죄인 인도청구 서류를 바탕으로 다음 주 3일에 걸쳐 정 씨를 조사한 뒤 주말까지 검찰에 심문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정 씨 송환 여부는 이달 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철 주덴마크 대사는 13일 덴마크 경찰청장과 코펜하겐 경찰청장을 30분 동안 만나 정 씨의 범죄인 인도청구 심사를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씨는 1일 체포되기 직전까지 덴마크에서 쇼핑을 즐기고 독일에서 한국식품을 조달해 입맛에 맞는 생활을 누린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가 11일 정 씨 일행이 떠난 집에서 나온 쓰레기봉투를 확인해보니 가격표조차 뜯지 않은 여성용 S사이즈 새 가디건 등 정 씨 옷으로 보이는 옷가지가 여럿 나왔다. 이 옷은 덴마크에서 파는 브랜드로, 가격은 400크로네(6만8000원)로 적혀있었다. 또 다른 쓰레기봉투에서는 독일 수입 라벨이 붙어있는 새 한국 라면이 수십 봉지 발견됐다. 라면 유통기한이 올해 5월 6일까지로 적혀있던 것으로 볼 때 최근까지도 독일을 오가며 '원정 장보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올보르에도 한국식품을 파는 아시안마트가 한 곳 있지만 품목이 적어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마트 주인은 기자가 정 씨와 조력자 이모 씨 사진을 보여주자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답했다.올보르=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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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라 아들 데리고 사라진 ‘제3의 한국여성’ 누구?

     10일 오후 1시경 덴마크 올보르의 정유라 씨 집 앞에 하얀 BMW 차량이 들어섰다. 한 한국인 여성이 내리더니 집 문을 두들겼다. 한눈에 봐도 어려 보이는 이 여성은 몸매가 드러나게 딱 붙는 점퍼를 입고 털모자로 얼굴을 꽁꽁 싸맨 상태였다. 평소 취재진이 찾았을 때는 절대 문을 열지 않았지만 이 여성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정 씨 아들의 보모로 추정되는 여성이 나왔다. 둘은 문을 사이에 두고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정 씨 바로 앞집에 사는 주민 비비 씨는 10일(현지 시간) 본보에 마지막으로 본 정 씨 일행의 모습을 이렇게 증언했다. 이후 집 안에 있던 보모와 정 씨 아기는 자취를 감췄다. 정 씨 일행이 집을 비우는 과정에서 목격된 ‘어리고 마른 한국 여성’은 그동안 정 씨 조력자로 알려진 20대 남성 2명이나 중년 여성인 보모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비비 씨는 “평소 기자들이 오면 그 집에선 절대 문을 안 열어주는데 이 여성이 오자 바로 안에서 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이 여성의 정체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이 타고 왔다는 하얀 BMW는 최순실 씨 일가가 독일에서 자주 타고 다녔다고 교민들이 주장하는 차량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정 씨의 새로운 조력자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 여성이 집을 찾아오기 5시간여 전인 오전 7시 30분∼8시에는 말이 들어갈 만큼 큰 검은색 동물 운반용 트레일러가 집 앞에 섰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1시간여에 걸쳐 집에 있던 짐과 함께 평소 집에서 키우던 개와 고양이 여러 마리를 모두 싣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정 씨가 독일에서 타고 왔고 늘 집 앞에 주차돼 있던 폴크스바겐 밴도 누군가가 운전해 함께 떠났다. 일각에서는 이 여성이 구치소에 구금돼 있는 정 씨 아니냐는 추정까지 나왔다. 이번 이사는 정 씨 일행이 매일같이 집을 찾는 취재진 때문에 사생활을 침해받고 있다며 덴마크 아동복지부서에 새 거처로 옮겨 달라고 요구해 이뤄진 만큼 인도주의가 강한 덴마크 정부가 정 씨 일행이 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워할 수 있는 아기를 잠깐이나마 볼 수 있게 배려해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올보르 구치소 관계자는 “정 씨의 아기가 정 씨를 보러 면회를 올 수는 있어도 정 씨가 아기를 보러 나갈 수는 없다”고 부인했다. 정 씨 일행이 은신처를 빠져나간 다음 날인 11일 오전에는 하얀색 방역복을 입은 청소업체 직원들이 대형 트레일러를 단 차량 등 2대를 몰고 와 집을 청소했다. 이들이 집 안을 정리하며 내다버린 검은색 대형 쓰레기봉투는 20여 개에 이르렀다. 정 씨 일행은 뜯지도 않은 음식과 새것과 다름없는 옷을 버려두고 집을 빠져나왔을 만큼 급하게 몸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봉투를 열어보니 멀쩡한 새 라면 50여 개와 미역, 가다랑어포, 즉석카레 등 한국 식품들이 가득했다. 올보르=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20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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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라 일행, 덴마크 올보르 은신처서 급하게 이사

    정유라 씨 일행이 덴마크 올보르의 은신처를 빠져나간 다음날인 11일 오전 하얀색 방역복을 입은 청소업체 직원들이 대형 트레일러를 단 차량 등 2대를 몰고 와 집을 청소했다. 이들이 집 안을 정리하며 내다버린 검은색 대형 쓰레기봉투는 20여 개에 달했다. 정 씨 일행은 뜯지도 않은 음식과 새 것과 다름없는 옷을 버려두고 집을 빠져나왔을 만큼 급하게 몸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봉투를 열어보니 멀쩡한 새 라면 50여개와 미역, 가다랑어포, 즉석 카레 등 한국 식품들이 가득했다. 장기간 은신을 위해 미리 한국 음식을 잔뜩 준비해뒀지만 언론에 은신처가 발각되자 모두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집에서 쓰던 그릇 등 주방집기와 이불, 사이즈상 정 씨가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 여성용 니트 등도 발견됐다. 한편 정 씨는 변호사를 통해 일체 언론과의 접촉을 거부했다. 정 씨의 덴마크 변호사 피터 마틴 블링켄베르그(peter martin Blinkenberg)는 이날 "지금은 (정 씨로부터) 사건에 대해 언론과 이야기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라며 입을 닫았다. 하지만 이어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이런 입장은 변할 수 있다"며 "추후에 (정 씨나 변호사가)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건이 장기화되고 대중의 분노가 잦아들면 언론을 통한 여론전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을 풀이된다.올보르=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 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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