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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경임 논설위원입니다.

woohaha@donga.com

취재분야

2026-05-14~2026-06-13
칼럼97%
사건·범죄3%
  • [횡설수설/우경임]급할 때만 찾는 ‘진료보조(PA) 간호사’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투입하겠다고 하자마자 대한간호사협회가 “사전 협의된 바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지난해 5월 간호법 사태 이후 의사와 간호사 간 골이 깊은데도, 간협이 의사 파업을 거드는 듯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정부 지시대로 대체 인력으로 일했다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고 의사들로부터 고발당했던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를 대리하는 PA 간호사의 업무는 불법이다. 4년 전 환자 곁을 지켰다가 봉변을 당한 간호사들은 이번에는 “간호사에 대한 보호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의 동원령에 발끈했다. 하지만 전공의가 떠난 병원에선 의사 업무가 간호사에게 물밀듯이 넘어오고 있다고 한다. 의료 현장에선 “지시를 거부할 수도 없는데 혹시라도 환자가 잘못되면 불법을 추궁당할까 두렵다”고 아우성이다. ▷PA는 주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의사들조차 “PA가 없으면 수술실이 마비된다”고 할 정도로 관행이 됐다. 다만 존재 자체를 ‘쉬쉬’하다 보니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진 않는다. 주로 의사들이 기피하는 외과나 흉부외과에 속해서 수술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고 혈액 검사를 하는 등의 사전 준비부터 절개와 봉합까지 수술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부서 이동 없이 수술실에서만 일하다 보니 저연차 인턴·레지던트보다 숙련도가 높은 경우도 많다. ▷전공의를 뽑기 힘든 병원으로선 이들보다 비용이 덜 드는 PA 채용을 늘리지 않을 까닭이 없다. 2020년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PA는 약물 처방, 검사, 수술 등 사실상 의사 업무 전반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PA를 제도화하면 될 터인데 의사들이 “간호사가 의사 가운을 입는다”며 반발해 논의조차 쉽지 않다. 석박사 수준의 과정을 밟고 면허를 따서 일하는 미국, 캐나다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체계적인 교육과 자격 검증 없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PA 제도화를 시도했지만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우는 의사 단체에 밀려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정부가 ‘PA 카드’로 의사를 달랬다, 간호사를 달랬다 하면서 환자 안전을 도외시한 탓도 크다. 불법인 PA가 관행이 된 것은 그만큼 수술실과 입원 병동의 의료 인력 부족이 심각해서다. 이번에 의대 정원이 늘더라도 의사 양성까지는 10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의사 단체의 벽을 넘지 못한 PA뿐만 아니라 비대면 진료,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대 등도 논의를 서둘러 의료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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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의대 증원’ 지역전형 확대… ‘꼼수 지방 전학’ 판칠까 걱정

    올해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은 “SKY(서울·고려·연세대) 위 대학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숫자다. 의대 증원이 발표된 이튿날인 7일 한 대형학원의 ‘의대 재수, 반수 전략’ 온오프라인 설명회에는 41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의대 증원에 따른 입시 전략을 세우려는 수요라는 것이 학원 측의 설명이다. 의대 합격이 아슬아슬했던 상위권 고3 학생과 N수생, 의대에 떨어지고 이공계로 진학한 반수생, 심지어 미래가 불안한 직장인까지 의대에 도전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 지역 국립대와 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신입생의 60%까지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의대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이 기존의 두 배인 2018명으로 증가한다. 현재 입학 정원이 49명인 강원대 의대를 예로 들면, 두 배가량 늘어날 정원의 상당 부분을 강원 지역 고등학생으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춘천에 사는 고등학생이 강원대 의대에 합격할 확률이 올라간다. 지금도 지역 의대 수시 전형의 경쟁률은 수도권 의대의 3분의 1 수준인데, 이 경쟁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역인재전형은 고등학교를 해당 지역에서 졸업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3년 뒤인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부터 지역에서 다녀야 한다. 이미 지역 공공기관의 ‘기러기 부부’들이 서울 살림을 접고 재결합했다거나 자녀의 지방 전학을 위해 KTX를 타고 아버지가 서울로 ‘역출근’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강남 학원가에는 아이만 지역 중고교로 진학시키는 ‘지방 유학’ 문의도 늘고 있다. 세종 천안 아산같이 수도권과 가깝고 도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인기라고 한다. ▷지자체들은 의대 증원 효과로 인구 유입이 늘고 대학 상권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이 지역에 남아 의사로 일해준다면 ‘지역 의료 대란’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체리 피커’처럼 각종 보조금을 챙기고, 의대 입시 혜택만 누리는 ‘꼼수 전학’이다. 이를 우려한 지역 대학에선 “중학교가 아닌 초등학교부터 지역에서 졸업하도록 해야 사람들이 정주한다” “지역 의대를 졸업하면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의대 입학 정원이 동결되면서 의사는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 가장 안전한 직업이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를 홀로 지방 유학을 보내거나 온 가족이 이사를 감수할 만큼 의대 진학이 자녀 교육의 전부가 된 현실은 씁쓸할 따름이다. 의대의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려는 본래 취지는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를 키워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똑똑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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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간호사도 필러 시술… ‘무천도사’ 사라지나

    ‘프티 시술’은 보톡스, 필러 같은 주사나 레이저 시술처럼 수술의 통증 없이 살짝 예뻐지는 시술을 지칭한다. 미용·성형 카페에서 ‘프티 시술’ 잘하는 곳을 물으면 무조건 최근 출시된 제품이나 장비를 쓰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그다음이 시술 경험이 많은 의사다. 의료 기술의 발전이 의사 손 기술을 앞선다는 경험칙이 통하는 셈이다. 실제 피부과는 인턴·레지던트를 거치지 않은, 즉 임상 경험이 전무한 일반의가 많은 진료 과목이다. ▷일반의로 개원해서 미용 시술을 하는 의사를 ‘무천도사(無千都師)’라고 부른다. 전문의를 따지 않고도(無), 월 1000만 원 이상을 벌고(千), 도시에서 일하는(都) 의사(師)라는 뜻이다. 과거 의료계에선 전문의를 따지 못하면 낙오자로 여겼지만 요즘에는 그런 동료 압력도 사라졌다. ‘워라밸’을 포기하며 고되게 일해 봤자 개원의보다 소득은 낮은 대학병원 의사들이 되레 자괴감을 느낀다고 한다. 일반의는 최근 전체 의대 졸업생의 약 15%까지 늘어났다. ▷갓 의대를 졸업한 일반의뿐만 아니라 다른 진료과목 의사들의 개원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성형외과 의원(1115곳)은 10년 전보다 34%, 피부과 의원(1387곳)은 33% 늘어났다. 지난해 6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바로 적용하는 보톡스’ ‘고지혈증 일타 강사의 족집게 강의’ 등 다른 진료과목을 배우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저출산으로 미래가 어두운 소청과 의사 800여 명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정부가 ‘프티 시술’ 일부를 의사 면허 없이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을 1일 밝혔다. ‘프티 시술’의 의사 독점 구조를 깨서 레드오션 시장이 되면 의사들의 개원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은 사람을 살리는 어려운 수술은 싸고, 미용에 가까운 피부과 시술은 비싸다. ‘프티 시술’은 건강보험의 가격 통제에서 벗어난 비급여 진료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사 공급을 늘리더라도 이런 왜곡된 보상 체계로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쏠림을 막을 수 없다. 의사들은 부작용 등을 이유로 반발하지만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프티 시술’뿐만이 아니다. 현재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를 보면, 의사가 꼭 해야 하나 싶은 것들이 있다. 문신, 피어싱, 제모 등이 모두 의료 행위다. 반면, 정작 의사가 진료해야 할 아토피 피부염, 건선 같은 피부질환 환자들은 동네 의원서 치료받기가 어렵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 뒤에는 낮은 수가를 벌충하고자 비급여 진료에 치중하게 되는 ‘풍선 효과’가 있다. ‘프티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의사는 의사가 할 일을 할 때 보상과 보람을 얻을 수 있도록 이참에 건강보험 수가 체계도 재설계해야 한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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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443조 빚더미 中 ‘부동산 공룡’ 몰락… ‘헝다’로 끝일까

    약 443조 원의 부채를 진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 홍콩 법원이 청산 명령을 내렸다. 올해 우리 정부 예산이 657조 원이다. ‘부동산 공룡’으로 불리던 헝다의 부채가 얼마나 천문학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청산에 돌입한다면 중국 역사상 최대 파산이 된다. 2021년 역외 채권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며 ‘중국 경제 위기론’의 진원지였던 헝다가 다시금 중국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비관론이 흘러나온다. ▷중국 경제는 ‘콘크리트 GDP(국내총생산)’라고 불린다. 그만큼 주택 및 인프라 투자에 기대 성장했다. 중국 정부는 매년 GDP의 4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했고, 이런 ‘건설 주도 성장’ 덕분에 토지를 소유한 지방정부도, 집을 산 개인도 부자가 됐다. 그런데 2년 전부터 헝다, 완다 계열사,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 개발사들이 줄줄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최근에는 이들 기업에 대출해준 중즈그룹이 파산하며 금융시장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0년 고도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의 성장 모델이 고장 난 것 같다”고 했다. ▷헝다그룹 회장 쉬자인은 허난성 빈민촌에서 태어나 중국 최고 부자가 됐다. 1996년 선전시에 ‘헝다 부동산’을 차린 그는 저리로 땅을 빌려 건설사에 외상 발주하며 기업을 키워 왔다. 미리 받은 분양대금으로는 축구 영화 생수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대출을 조이면서부터다. 곧바로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내가 가진 모든 것과 헝다그룹이 이룬 것은 당과 국가, 사회 전체가 준 것이다.” 쉬자인이 중국 공산당에 극진한 감사함을 표한 것이지만, 사실에도 부합한다. 중국에서 토지는 지방정부 소유이고, 은행은 국영이다. 헝다그룹은 정부로부터 토지도, 자금도 빌려 빚잔치를 벌인 셈이다. 헝다의 빚 폭탄을 넘겨받은 데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추가적인 부양 부담도 지게 된 중국 정부야말로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일지 모른다. 지난해 9월 해외로 자산을 불법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쉬자인과 그의 아들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 때문에 창업주 개인 비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헝다와 은행, 지방정부의 권력형 비리로 보고 중국 정부가 칼을 빼 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홍콩 법원의 결정을 중국 본토 법원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므로 중국 경제에 미칠 여파가 크지 않다고도 한다. 하지만 1위 부동산 개발사인 비구이위안의 ‘도미노 위기설’이 재부상했고, 이들 기업의 직원과 협력업체, 분양받은 집 주인까지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경제 전쟁 중에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여전히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한국에도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가뜩이나 세계 무역 질서의 재편으로 고전하는 우리 기업들에 숙제가 또 늘었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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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1441일 만에 문 닫은 코로나 선별진료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동안 긴 줄이 늘어섰던 전국의 선별진료소 506곳이 지난해 12월 31일 일제히 문을 닫았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함에 따라 선별진료소 운영을 종료하고, 확진자를 수용할 격리병상 376개도 모두 지정 해제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월 20일부터 1441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운영됐던 선별진료소가 사라진다니 코로나19의 종식이 새삼 실감이 난다. ▷선별진료소는 확진자를 신속히 골라내 격리하고 치료하는 ‘K방역’의 최전선이었다. 거의 4년에 달하는 선별진료소 운영 기간 1억3100만 건의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이뤄졌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약 2.5회씩 검사를 한 셈이다. 주로 컨테이너에 설치됐던 선별진료소는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며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공중전화 부스 같은 1인용 음압 부스에 의료진이 손만 집어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워크 스루’ 등으로 진화했다. 대기와 소독 시간이 줄면서 검사 횟수가 최대 10배까지 늘어났다. ▷의료진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던 시기에도 빠른 검사가 가능했지만 지금껏 선별진료소가 차질없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말 그대로 의료진의 헌신 덕분이다. 의료진도 미지의 감염병이 두려웠다고 한다. 혹시 모를 감염 우려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두려움과 싸우면서도 레벨D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를 낀 의료진은 묵묵히 밀려드는 검사를 했다. 확진자가 폭증할 때는 끼니도 거르고 화장실도 못 가기 일쑤였다. ▷골목을 돌고 돌아 늘어선 행렬을 안내하던 공무원들은 여름에는 더위, 겨울에는 추위와 싸웠다. 휴일 없이 일하면서도 위험한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시민들의 응원 덕분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빵과 커피 등 간식을 보내고 ‘힘내세요’ ‘감사해요’ 손 편지를 남기며 지친 그들을 위로했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 격리 등을 자율에 맡겨 왔다. 현재 표본 감시로 집계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1000명에 못 미친다. 오미크론이 유행하던 2022년 3월 하루 최대 62만 명까지 확진자가 늘었던 것에 비하면 이제 독감처럼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 된 것이다. 변이를 거듭한 바이러스가 남아있긴 하지만 치명률은 미미하다. 최근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이 “코로나19로부터 일상을 회복했다”고 응답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전례 없이 길었던 팬데믹…. 이젠 잘 견뎌냈다고, 잘 헤쳐왔다고 서로서로 등을 두드려줘도 될 것 같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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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우경임]한국 응급실에만 보이지 않던 것

    “의료 강국 아니었나….” 우리나라 응급실이 다른 나라 응급실과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18년째 3058명인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두 부처 소관인 소방당국과 병원이 협력해야 하는 응급환자 실시간 이송 시스템 도입, 대형병원과 동네병원의 원격 협진…. 하나같이 중증·응급환자의 생사가 달린 정책이지만 우리나라에선 10년 넘게 아무런 진척이 없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다녀온 나라들에선 이미 실행 중이었다. ‘시스템 도입이 어렵진 않았냐’는 질문에는 “환자를 살려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동아일보는 10월 24∼30일 ‘환자 표류 해법, 해외에서 찾다’ 시리즈를 통해 일본, 독일,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의 해외 응급의료 시스템을 상세히 보도했다. 3월 28일∼4월 3일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시리즈에서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을 찾아 떠도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의 실태를 보도한 뒤, 그 후속 작업이었다. 어느 나라에서건 필수의료 분야 의사는 힘들고 고된 직업이었고, 응급실은 피하고 싶은 직장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처럼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표류’ 같은 일은 볼 수 없었다. 장기 전망에 따라 의사들을 길러내고 있었고, 의사와 환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가까운 병원에 경보를 울리는 ‘마못테(まもって·지켜줘) 네트워크’와 구급대원 단말기에 이송 가능한 병원을 자동으로 띄워주는 ‘오리온 시스템’을 도입했다. 독일은 중앙구조관리국이, 캐나다 앨버타주는 전원·의료지도센터가 지역 내 모든 병원의 병상과 의료진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환자를 치료할 병원을 찾아준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시스템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의료진과 병상 현황이 실시간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정부는 상황실 인력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는 예산을 쓰지 않는다. 소방당국은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부담을 피하려 환자 정보를 응급실과 연동하는 것을 꺼린다. 그런데 정부가 법적으로 이를 정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한 한국에서 수동으로 환자가 갈 병원을 찾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의사 수요 증가에 따른 의사 양성에도 게을렀고 필수의료 의사에 대한 처우 개선은 외면해 왔다. 의사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호소하는데도 과감한 지원은 없었다. 캐나다는 의사의 책임보험을 의무화했고, 보험료(연간 500만 원)의 80%를 주 정부가 부담한다. 대만은 아예 출산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의사 과실이 전혀 없더라도 국가가 배상한다. 독일에서 취재팀이 만난 한 의사는 한국의 응급환자 ‘표류’ 현상을 설명하자 “인간이 만드는 어떠한 법제든 시스템이든 생명에 최우선을 두고 맞춰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신경외과 의사가 비번인 날 뇌출혈이 일어나고, 휴일에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길거리를 헤매다 자칫 생명을 잃는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응급실 어디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는 정부는 볼 수 없었다. 어쩌면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그들의 가족은 응급실 앞에서 내쳐진 적 없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경임 정책사회부 차장 woohaha@donga.com}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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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우경임]의약분업 트라우마에 갇힌 의대 입학 정원 3058명

    ‘아이의 심장 수술을 기다린 지 1년이 지났다. 수술 날짜는 아직도 기약이 없다. 해외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해 주겠다는 브로커를 떠올렸다.’ 이런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게 된 건 동아일보가 10일 대한소아심장학회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를 읽으면서다. 이 보고서는 2035년 소아·청소년 심장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가 단 17명이 남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이 지나면 심장 수술을 받으러 비행기를 진짜 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필수 의료 ‘의사 대란’을 두고 의료계는 의사 총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 배분이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사 수가 늘더라도 피부과·안과·성형외과로 쏠릴 뿐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는 외면당할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몸이 아플 때 부작용이 있더라도 약을 써서 치료하듯이, 지금의 필수 의료 대란 역시 부작용이 있더라도 의사 증원이란 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가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에 못 미친다는 통계를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의사가 부족하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병원에 가도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환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 반년을 기다려 3분 진료를 받는다. 뇌출혈 환자가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구급차에 실려 거리를 떠돈다. 수술실에 들어갔더니 의사 대신 간호보조인력(PA)이 수술을 보조하고 있다. 과연 의사 총량 증가 없이 적절한 배분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의대 입학 정원은 3058명으로 17년째 그대로다. 필수 의료 대란이 닥치기까지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 취재원을 만날 때마다 그 이유를 물어봤다. “의약분업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2000년 병원과 약국의 기능을 분리하는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이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세 차례 파업을 했다. 전국적인 의료 대란이 벌어졌다. 의사, 약사 직역 갈등에 쩔쩔매던 정부에 국민들까지 등을 돌렸다. 우여곡절 끝에 의약분업이 시행됐지만, 2001년 건강보험 재정이 진료비와 조제료 인상으로 4조 원의 적자를 냈다. 비판 여론에 감사원은 감사에 돌입했고, 대통령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했던 보건복지부는 차관부터 과장까지 줄줄이 징계를 받게 된다. 당시 사태가 트라우마로 남아 의약계와 대립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정부가 소극적이라는 설명이다. 정책 파트너인 의료계도 같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의약분업 당시 세 차례 이뤄진 수가 인상이 건강보험 적자가 커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쌓였다. 정부는 실망한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밀실에서 의대 입학 정원 동결을 약속했다. 2002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감축해 2006년 3058명이 된 배경이다. 다음 주 정부는 의대 증원 방침과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다음이 더 중요하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약분업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립으로 치닫는다면, 의대 증원뿐 아니라 국민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된 필수 의료, 지역 의료 대란을 풀어갈 길이 없다. 상상 속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이번만큼은 부디 대화를 통해 해법을 만들어 가야 한다.우경임 정책사회부 차장 woohaha@donga.com}

    •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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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자 10명 중 4명, 전자담배 병용 ‘다중 흡연자’

    국내 남녀 흡연자의 10명 중 4명은 일반 담배뿐만 아니라 궐련형, 액상형 전자담배 등 2, 3개를 섞어 피우는 ‘다중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일 ‘덜 해로운 담배? 담배 규제 정책 관점에서 바라본 전자담배’를 주제로 금연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해 11월 성인 남녀(20∼69세)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 사용 행태 및 조사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남성 흡연자의 40.3%, 여성 흡연자의 42%가 ‘다중 흡연자’였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62%는 ‘다중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마치 금연보조제인 것처럼 홍보하거나 맛과 향을 첨가해 담배가 아닌 것처럼 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행법(담배사업법)상 담뱃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정의하지 않아 각종 규제를 피해 판매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 사용 행태가 급변하고 신종 담배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어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담배제품통제센터(CTP) 소장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킹 박사는 “미국 내에서도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가 확산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연초를 쓰지 않더라도 니코틴을 함유한 제품이라면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FDA로부터 사전에 판매를 허가받지 않은 담배는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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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자 10명중 4명은 연초-전자담배 ‘다중 흡연’…액상형 규제필요

    국내 남녀 흡연자의 10명 중 4명은 일반 담배뿐만 아니라 궐련형, 액상형 전자담배 등 2, 3개를 섞어 피는 ‘다중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규제 사각지대에서 ‘다중 흡연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일 ‘덜 해로운 담배? 담배규제 정책 관점에서 바라본 전자담배’를 주제로 금연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해 11월 한 달간 성인 남녀(20~69세)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 사용행태 및 조사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남성 흡연자의 40.3%, 여성 흡연자의 42%가 ‘다중 흡연자’였다. 다중 흡연자의 비율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62%),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58%), 일반담배 흡연자(46%) 순으로 높았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마치 금연보조제인 것처럼 홍보되거나 다양한 맛과 향을 첨가해 담배가 아닌 것처럼 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74.2%는 ‘건강을 생각해서 핀다’고 했고 64%는 ‘금연을 위해 핀다’고답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고, 금연에 도움이 되며, 남에게 피해도 덜 준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담배사업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사용해야 담배로 정의된다. 즉 담뱃잎이 아닌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각종 담배 규제를 피해 판매되고 있다. 이날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 시장과 사용행태가 급변하고 신종 담배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가 신종마약을 흡입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민경 인하대 의대 교수는 “담배가 정의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며 “담배 원료의 종류, 니코틴 종류와 함량 등과 상관없이 담배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미국에서도 다양한 담배 제품이 출시되면서 담배 산업이 팽창하고 있고, 특히 청소년이 가향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해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담배제품통제센터(CTP) 소장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킹 박사는 “미국 내에서도 합성니코틴 전자담배가 확산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연초를 쓰지 않더라도 니코틴을 함유한 제품이라면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다”며“FDA로부터 사전에 판매를 허가받지 않은 담배는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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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우경임]국민 눈높이에 맞는 연금 개혁이란 없다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1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했다. ‘올해 20세가 90세가 되는 2093년까지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지 않으려면.’ 이런 문제를 내고 모두 18개의 풀이를 썼다. 그중 정답은 5개로 추려진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올리고,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춰 ‘최적의 조합’을 찾으면 된다. 이번 보고서에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담기지 않았다. ‘아끼고 모아두자’는 재정안정론자와 ‘당장 쓸 곳이 많다’는 노후소득보장론자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노후소득보장론자들은 “연금의 본질은 노후 안정이지 기금 적립이 아니다”고 한다. 다음 날인 2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수리적·논리적 합리성보다 더 중요한 게 국민적 수용성”이라고 했다. 보험료율을 올리려면 소득대체율을 함께 올려야 개혁을 설득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은 2028년 소득대체율이 40%에 도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31.2%다. 소득이 100만 원이었다면 연금을 31만 원 받는다.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은 노동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늦게 취직해서 일찍 퇴직하는 구조에서는 보험료를 오래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보험료를 꾸준히 내기 힘든 사각지대도 넓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보다 실제 수령 대상을 늘리고 오래 붓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노후소득보장론자들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2.2%)에 못 미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7명이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OECD는 한국 기초연금(32만 원)의 소득대체율을 7.8%로 추산하고 있다. 복잡한 공식을 건너뛰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단순하게 합해 보자면 소득대체율은 38.7%로 뛴다.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20조 원이다. 10년 전에 비해 3.5배가 늘었다. 모두 세금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기금까지 고갈되어 ‘그해 걷어 그해에 주는’ 부과식으로 바뀐다면 다음 세대에는 재앙이다. 2050년이면 가입자 1명이 수급자 1명을 부양하는 구조가 되는데 보험료를 내다 생계를 꾸리기 힘든 수준이다. 더욱이 심각한 저출산 추세를 고려한다면 부과식 전환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보험료율도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달콤한 사탕’을 주면서 사탕값을 알려주지 않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5%포인트, 10%포인트 올린다고 가정하면 각각 2.5%포인트, 5%포인트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본다. 보험료율을 단 1%포인트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국민이 수용할 수 있을까. 조 장관이 국민적 수용성을 언급한 인터뷰는 5년 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복지부가 보고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았던 일을 상기시킨다. 결국 지난 정부 내내 국민연금 개혁은 실종됐다.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내건 정부라면 달라야 한다. 우리 모두 알고 있둣이, 국민적 수용성이 높거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이란 없다.우경임 정책사회부 차장 woohaha@donga.com}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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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료조직은 어떻게 잼버리를 망쳤나 [광화문에서/우경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우여곡절 끝에 11일 막을 내렸다. 150여 개국 3만5000여 명의 청소년이 더위 속에서 ‘생존 게임’을 벌이다 사실상 대회가 중단됐다. 잼버리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백서를 남길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동아일보는 관계 기관의 전·현직 책임자를 인터뷰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단 한 명도 반성을 하지 않은 탓에 결국 백서는 쓰지 못했다(본보 8월 14일자 A1면). 여야는 대놓고 ‘네 탓’을 한다. 여당은 “전북도와 전 정부가 새만금 개발에 잼버리를 이용했다”고, 야당은 “여성가족부와 현 정부가 부실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기 때문에 화장실이 더러웠을까. 여가부가 폐지될 부처라 상한 달걀이 제공됐을까. 잼버리 파행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한국스카우트연맹 관계자에게 두루 물어봤다. 책임을 미루면서도 공통된 답이 있었다. ‘공무원이 할 일을 하지 않더라.’ 잼버리 사태는 관재(官災)라고 했다. 기자와 통화한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요청해도 조직위원회가 상전처럼 굴며 움직이지 않았다” “전·현 정부를 대리한 두 공동조직위원장 간 갈등이 심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전북도, 여가부가 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잼버리에서 의료 봉사를 했던 한 의사는 “관료 조직이 그 정도로 경직된 줄 몰랐다. 현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데 아무도 책임 있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1년 전 잼버리 파행을 예고했던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화장실 위생 문제가 복잡한 정책인가, 엄청난 예산이 드나”라고 되물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官)이 한국스카우트연맹 등 민(民)을 압도하는 기이한 구조로 치러졌다. 원래 세계잼버리대회는 청소년들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스스로를 단련할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행사로 관료 조직은 거들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여가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참여한 비대한 조직위원회가 꾸려졌다. 집행위원회는 새만금 개발이 시급한 전북도로 별도 구성됐다. 정치적 의도가 끼어들고 나태한 관료 조직이 이를 방관하면서 ‘잼버리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최근 보도된 한국스카우트연맹 회의록을 보면, 독일은 “개영식이 다중 인파 관리 실패로 위험을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조기 철수를 시사했다. 그러자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6일 콘서트에는 500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포르투갈은 “증원이 아니라 똑바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일갈한다. 공무원들은 왜 움직이지 않았을까. 개막 이틀 차인 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야영장 변기를 닦았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냉방버스와 냉장냉동 탑차를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그제야 공무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동안 잼버리 현장에 리더십이 부재했다는 방증이다. 조직위원장이 몇 명이든 잼버리 대회 주무 부처는 여가부이고, 그 수장은 김 장관이다. 김 장관은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처음으로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누구의 책임인지는 감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우경임 정책사회부 차장 woohaha@donga.com}

    •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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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최저임금 보장한 가사근로자 급여 낮춰 달라” 촉구

    정부가 올해 안에 필리핀, 태국 등 외국인 가사근로자 약 100명을 고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가 “최저임금을 보장한 외국인 가사근로자 급여를 낮춰 달라”고 촉구했다. 여협은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국의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육아에 대한 부담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라며 “서울시가 제안한 외국인 가사 인력 도입은 저출산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가사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 월 200만 원 가량의 급여를 줘야 한다면 일반 가정에서 이를 부담하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 급여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비용 부담 감소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협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월급이 40만 원~70만 원 수준인 홍콩과 싱가포르 사례를 들었다. 54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여협을 이끄는 허명 회장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가정과 외국인 가사근로자 모두를 고려한 적정 비용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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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약 개발에 진료 데이터 활용… 병원이 플랫폼 역할해야”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2006년 세계 최초로 복강경 간 절제술, 2010년 세계 최초 간 이식 수술에 성공한 간·담도·췌장암 분야의 명의다. 외과의사인 그가 4월 ‘정보통신의 날’에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는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센터 구축 및 의료정보 전송 연구(2017년), 블록체인 기반 의료데이터 보안성 연구(2018년) 등 의료 ICT를 연구해 온 성과를 인정받았다. 현재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를 지난달 20일 만나 의료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임상의사로서 의료 ICT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2년부터 ICT를 통해 의학영상·환자기록 등 데이터를 주고받거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원격의료를 시작했다. 2002, 2003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KOREN)을 활용해 일본외과학회, 아시아태평양과학회 등에 복강경 수술을 생중계했다. 서울대병원의 사명이 우리나라 국민만의 건강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과 행복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의사를 교육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수술 집도 장면을 공유하고 수술법을 전수했다. 덕분에 우리나라 외과 우수성이 알려지며 위상도 많이 올라갔다. 현재 외국 의사들이 공부하러 한국에 많이 오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거리 산업이 될 것”이라며 “의료기관이 애플처럼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좋은 TV와 냉장고를 갖기를 원했다. 지금은 건강한 나를 원한다. 바이오기술(BT)은 국운을 걸 만한, 성공 가능성이 있는 미래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이 연구자, 기업가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병원은 환자를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이렇게 생산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기기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를 진료하면 운동이 혈당에 좋다 또는 나쁘다는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통해 디지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식이다. 병원이 이런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이 되자는 뜻이다.” -비대면 진료조차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2015년 분당서울대병원 부원장으로 있을 적에 비대면 진료를 시도한 적이 있다. 국내 의료 수준이 굉장히 높긴 해도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면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들이 있다. 미국·유럽 외 제3세계 국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이나 재외국민이다. 르완다 가나 피지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우리 국민이 갑자기 아프게 되면 화상으로 연결해서 우리 병원 의사들이 진료했다. 바로 그 직전에 르완다 외교관 부인이 복통이 있어서 케냐의 큰 병원으로 가려고 비행기를 탔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들었다. 비대면 진료가 환자에게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지금도 결정이 어려울 때면 ‘내가 환자라면 뭐가 좋을까’ 묻는다.” -인공지능(AI)이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AI는 청진기와 같다. 과거에 의사들은 모두 청진기를 갖고 있었다. 지금은 심장내과 외에는 쓰지 않는다. AI로 의사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청진기처럼 의사 진단을 돕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의사가 더 나은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의사과학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이 따로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의사로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컴퓨터 공학자, 디지털헬스케어 기업가 등과 만나게 되면서 지금 디지털헬스케어포럼연합을 이끌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병원이 문을 활짝 열어 플랫폼이 된다면 의사과학자가 줄줄이 배출될 것이다. 블록체인 등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의학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언젠가 병원의 담이 허물어질 것이란 믿음이 있다.” -외과의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7년 전에 췌장암이 큰 혈관 주위로 재발한 65세 여성 환자가 찾아왔다. 진통제를 아무리 써도 듣지 않는 상태로 의학 교과서상으로 보면 수술을 포기해야 할 환자였다.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보며 수술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수술하고 나니 감쪽같이 고통이 사라졌다. 5년을 재발 없이, 고통 없이 더 사셨다. 환자에게는 선물이 됐다고 생각한다.” -외과의사로서 새로운 길을 제시해 왔다. 후배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결정이 어려울 때, 길이 막막할 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하고 싶다. 의학 교과서에서 췌장암의 간 전이는 수술 안 된다고 하는데 환자는 수술을 원한다. 그러면 의사는 최선의 의술을 연구해야 한다. 만약 환자가 오지에 살거나 병원에 오기 힘든 상황이라면 비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 의사는 늘 환자의 곁에 서야 한다.” 한 교수는 디지털 건강관리 등 의료의 미래에 대해 “어차피 가게 될 길”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복강경 간 절제술을 했을 때, 복강경 담낭암 수술했을 때 모두가 우려했고, 위험한 수술을 한다고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개복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이 더 선호되는 것처럼 디지털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해도 이 방향이 의학의 미래라고 본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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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고령사회 돌봄-의료 연계한 스마트 케어로 준비해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디지털 기반의 고령친화서비스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을 통한 고령화시대 돌봄 및 의료 연계 강화 방안을 공유하기 위한 ‘스마트 케어 정책포럼’을 13일 개최했다. 동아일보·채널A가 주최한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 부대행사로 열린 이번 스마트 케어 정책포럼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는 “돌봄 영역의 데이터와 의료영역의 데이터가 연계된 생태계가 구성되고 개인을 중심으로 데이터 수요자와 수급자를 연결하는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며 고령자를 위한 기술의 최적화를 제안했다. 이어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소장은 “국내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익명 멘털 관리 솔루션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네이버 자체 AI기술을 이용한 홀몸노인 안부전화서비스 클로바 케어콜 등을 선보이고 있다”고 디지털 헬스케어의 국내 현황을 소개했다. 국내 최초로 돌봄과 의료를 연계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스마트 케어서비스 모델의 사례들도 소개됐다. 이성희 ㈜비알프레임 상무는 “2021년 11월부터 부산 영도구서 하고 있는 멀티모달 기반 통합 맞춤형 스마트 케어 실증사업은 연령, 성별, 소득, 건강수준 등 고려해 구성된 고령자 80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전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신명준 부산대학교병원 교수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노인은 서비스 대상자이면서 중요한 데이터 생산자가 될 수 있다”며 “고령자 대상 스마트 케어(돌봄‧의료)는 신성장사업으로서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며, 성장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종합패널토론에서는 박영란 강남대 교수를 좌장으로 스마트 케어 분야의 산‧학‧관‧연 전문가(경희대학교 김영선 교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정일영 본부장, 주식회사 코그넷 한선호 부사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택식 단장)가 참여, 초고령사회에서 스마트 케어가 가지는 의미와 국내 스마트 케어서비스 발전방안을 논의하였다.진흥원 고령친화서비스단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 케어 또는 디지털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사업들이 산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기술수준의 적정성이나 효과성에 대한 검증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포럼이 국내 스마트 케어에 국가 차원의 발전 방향이 모색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 영상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공식 유튜브 채널 및 동아일보 톡투건강이진한TV, 건강기상청(BODYCAST) 등에 공유돼 스마트 케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원하는 전문가들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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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덜 쓰고, 잘 버리고,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생태계’ 만든다

    영국 링컨셔 바닷가에서 2년 전 길이 4.5m 정도의 어린 범고래가 사체로 발견됐다. 파도를 타고 쓸려온 것으로 보이는 범고래를 조사했더니 위 안에 플라스틱이 가득 차 있었다. 돌고래는 부패했는데도 플라스틱은 그대로 남아 있어 충격을 줬다. 범고래는 펭귄부터 상어까지 잡아먹어 킬러 고래(Killer Whale)로 불린다. 그런데 플라스틱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2018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플라스틱 때문에 범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범고래만 위기에 처한 것일까. 지난해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호주 뉴캐슬대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 인구 1인당 매일 5g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5㎜ 이하라 하수 처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하수구를 통해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해조류나 생선 섭취를 통해 인간의 몸속에 축적된다. 모르는 사이 내 몸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셈이다. 플라스틱 소비량부터 줄여야 플라스틱은 가볍고 단단해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실제 국내 플라스틱 소비량을 보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우리 국민이 쓰는 일회용 컵과 빨대만 세어도 1인당 연간 400억 개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연간 일회용 컵 570개, 빨대 206개를 쓰는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동안 배달과 일회용품 사용이 더욱 늘어나면서 생활용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2019년 418만 t에서 2021년 488만 t까지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17.7%나 증가했다. 플라스틱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각국은 플라스틱 관련 규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비닐·음식 용기·컵 등 10개 품목 판매를 금지했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10월부터 특정 일회용품이나 재활용하기 어려운 제품은 아예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막대, 폴리스타이렌 및 EPS 스티로폼 음식 포장 용기 및 음료 용기 등이다. 이에 앞서 2019년에는 일회용 봉투, 일회용 비닐 쇼핑백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폐플라스틱, 폐금속 등 폐기물 수입을 제한했고 2021년부터는 전국의 식당과 주요 도시의 상점에서 플라스틱 빨대 제공을 금지했다. 지난해 초 유엔환경총회는 2024년 말까지 법적 구속력을 지닌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플라스틱 국제 협약 논의가 본격화되면 생산, 유통, 소비, 수거, 재활용 및 국제 무역 등 플라스틱 전(全) 주기에 걸쳐 단계마다 규제가 이뤄지고 개인 일상과 기업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2022년 ‘자원순환기본법’을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으로 개정하고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탈플라스틱, 정부·기업·지자체·국민 모두 노력할 일 탈플라스틱 사회로 가려면 원칙적으로 플라스틱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 그다음에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제대로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60%에 머물고 있다.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환경부는 △생산 △유통 △소비 △수거 △재활용 단계마다 탈플라스틱 대책을 마련했다. 꼭 필요한 만큼만 생산해 현명하게 소비하고, 다시 태어나도록 잘 버리는 ‘플라스틱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먼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재활용이 쉬운지 등을 평가하는 순환이용성 평가 제도를 강화한다. 현재는 폐기물로 처리되는 순간에만 재활용이 어려운지, 쉬운지를 평가하지만 앞으로는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 수리가 편리한지까지 포함해 평가한다. 제품 유통 단계에서는 공산품의 묶음 포장 등 과대 포장을 금지하는 한편 낱개 포장이 많은 농산물의 친환경 포장을 유도하기로 했다. 택배나 배달 용기도 과대 포장 기준과 검사 방법을 마련해 관리한다. 소비 단계에서는 일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꾸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해 6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시범 도입됐다. 현재 대형 슈퍼마켓에선 일회용 비닐봉지와 쇼핑백 사용이 금지됐다. 이에 더해 우산 비닐 등 금지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일회용기를 사용하는 카페나 식당에 대여 및 세척 비용을 지원해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면서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수거 단계에서는 단독주택 단지에 ‘재활용 동네마당’, 농촌 지역에 폐비닐 공동 집하장을 설치해 재활용 분리배출이 쉽도록 한다. 광학 선별기나 로봇을 도입해 재활용품 선별 시설을 자동화한다. 재활용 단계에서는 기업의 플라스틱 활용 원료 및 연료화 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페트병 생산자가 일정 비율 이상을 목표로 정해 폐플라스틱 재생 원료를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환경의 날 ‘플라스틱 줄이기’ 행사5일은 제28회 환경의 날이다. 올해 ‘환경의 날’ 슬로건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우리가’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 생태계 변화 등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 모두의 실행과 노력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해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환경의 날 기념식에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행사가 진행된다. ‘쓰.확.행(쓰레기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 카드지갑 만들기, 자투리 가죽을 활용한 가방참(키링) 만들기 등 재활용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환경의 날을 계기로 기업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녹색경영·녹색투자를 시작하고, 개인은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고 다회용기, 재활용품 사용을 늘리는 생활 속 변화를 시작해 달라”고 당부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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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철 식중독 유행… 요리 전에 손 꼭 씻고, 조리식품은 냉장 보관을

    지난달 부산 A어린이집에서 원아와 교사 13명이 집단으로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등원한 원아 한 명이 “배가 아프다”며 구토를 했다. 이후 원아의 구토물을 치운 선생님과 같은 반이었던 원아들도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식중독 의심 신고는 1605명(146건)으로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평균인 1240명(71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영유아 시설을 중심으로 식중독 신고가 급증했다. 영유아 시설의 식중독 의심 신고는 올해 1분기 601명(49건)으로 최근 5년 같은 기간 평균 231명(19건)의 2.6배에 달한다. 영유아 시설 집단 감염 유행 최근 식중독의 급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바깥 활동이 잦아지고 외식이 늘어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등교가 제한되고 외식이 줄면서 식중독 발생 건수가 급감했던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영유아 시설 식중독 신고가 유독 증가한 것은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의 유형이 바뀐 탓이 크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이 새로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에 집중적으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가 올해 1분기 식중독 사례를 분석해 보니 전체의 79%가 노로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에서도 노로바이러스는 극소량만 묻어 있어도 사람 간 전파가 되는 강력한 바이러스다. 오염된 음식을 먹지 않아도, 감염된 사람과 접촉만 해도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원래 노로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11월부터 증가해 이듬해 1, 2월이면 줄어든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유아 시설에서는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으로 인한 식중독뿐 아니라 구토 또는 설사 등으로 감염이 확산되는 사례도 많다”며 “아이의 구토물을 닦을 때 알코올이 주성분인 손소독제는 소용이 없다. 락스를 물에 희석해서 써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식중독 원인균은 다양 식중독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먹으면 감염되는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이다. 감염형 또는 독소형 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감염형 식중독은 살아 있는 유해 세균을 섭취할 때 발생한다. 주로 계란, 우유, 어패류 등에서 증식한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대장균 등이 원인이다. 통상 오염된 음식을 먹고 다음 날 혹은 이틀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발열과 혈변, 점액변 등이 주요 증상이다. 증상이 심하다면 항생제 복용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독소형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상한 음식을 먹은 후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차량 내부, 트렁크 등에 김밥 등과 같은 조리 식품을 2시간 이상 방치하면 식중독균 증식의 위험이 있다. 아이스박스 등을 이용해 10도 이하로 보관, 운반해야 한다. 음식이 조금이라도 상했다는 생각이 들면 아까워도 무조건 버리는 것이 좋다. 가벼운 식중독은 별다른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기도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미음이나 죽 같은 부드러운 음식부터 식사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병원을 찾아 수액을 맞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식중독에 의한 설사가 지속될 경우 탈수 증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간혹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는데 이는 오히려 독소의 배설을 막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6대 예방 수칙 기억하세요식약처는 ①손 씻기 ②익혀 먹기 ③끓여 먹기 ④세척·소독 ⑤구분 사용 ⑥보관 온도 등 6대 예방 수칙만 잘 지켜도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①손 씻기=식중독 예방의 가장 기본 원칙은 개인위생 관리다. 손 씻기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음식을 조리하기 전후, 화장실 사용 후, 외출에서 돌아온 후 비누 등 손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깨끗하게 손을 씻어야 한다. ②익혀 먹기·③끓여 먹기=육류, 가금류, 달걀 등은 내부까지 충분히 가열·조리한 후 섭취한다. 중심 온도 75도로 1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 굴 등 어패류는 중심 온도가 이보다 높은 85도로 1분 이상 완전히 익혀야 한다. 식수는 생수 또는 끓인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④세척·소독=식재료는 흐르는 물로 깨끗이 세척하고 식재료는 항상 냉장 보관한다. 식재료를 담는 조리 기구도 열탕 또는 살균소독제로 철저하게 세척·소독을 하고 조리대와 개수대도 중성세제와 염소 소독제를 사용해 자주 소독을 해주도록 한다. ⑤구분 사용=번거롭더라도 칼·도마는 채소용, 육류용, 어류용 등 식재료별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달걀·육류 등을 냉장 보관할 때는 조리 없이 그대로 섭취하는 채소 등과 직접 닿지 않도록 각각 다른 칸에 보관해 교차 오염을 방지하도록 한다. ⑥보관 온도 등=육류, 달걀 등은 조리하기 전까지 냉장고에 보관한다. 음식은 1회 식사량만큼 준비하는 것이 식중독도 예방하고 음식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조리된 음식은 빠르게 식혀서 냉장 상태로 보관한다. 일반 식중독균과 달리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노로바이러스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감염 환자의 구토물 및 그 주변을 반드시 소독해야 한다. 감염을 예방하려면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거나 용변을 보고 나서 변기 뚜껑을 덮고 물을 내려야 한다. 배탈,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나면 가급적 집에서 쉬어야 한다. 식약처, 식중독 지도·점검 나서기로 이에 따라 식약처는 최근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34개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식중독대책협의회를 열고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정기 점검을 시작하기로 했다. 올해 전국 어린이집 집단 급식소 총 1만1000여 곳을 전수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5월 한 달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체의 약 60%에 해당하는 6600여 곳을 점검한다. 주요 점검 내용은 손 씻기 등 식중독 예방 수칙 준수와 소비(유통)기한 경과 제품 사용 여부, 식품의 위생적 취급, 기구 세척·소독 등 급식 시설 위생 관리 등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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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인터뷰]“탄소중립, 경제 패권 달린 생존 문제… 한국판 IRA 서둘러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최근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지난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이어받되 부문별 목표를 재조정했다. ‘남은 기간 이를 달성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과 동시에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는 당위론이 엇갈리고 있다.이번 기본계획 수립을 주도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을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만났다. 그는 “기후변화를 두고 산업적, 기술적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은 경제 및 에너지 안보가 달린 국가의 생존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우리가 달성해야 할 탄소중립은 어떤 뜻인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은 무엇인가. “탄소중립은 탄소 배출을 무작정 막을 수 없다면 배출량을 줄이고 배출한 만큼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개념이다. 그 핵심은 에너지다. 에너지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이른바 ‘탈(脫)탄소’다. ‘탈원전’은 잘못된 방향이다.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었던 문재인 정부 초반(2017,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각 2.4%씩 늘었다. 원전 발전을 줄인 대신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다. 화석연료에 의존한 전기에너지는 탄소중립에 역행한다. 지난 정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다음에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다.” ―그렇다면 이번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그 핵심을 제대로 담고 있나. “완벽한 계획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내놓았다.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지난 정부가 60점을 맞고 이번 정부에 100점을 맞으라는 식이니 얄밉기도 하지만 그 약속은 지키는 것이 맞다. 문제는 전 정부가 떠넘긴 40%라는 숫자의 근거와 수단이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2년 전 발표에선 NDC 산업부문 감축 목표가 14.5%였는데 화학산업의 경우 이를 이행하려면 콩이나 옥수수 같은 식물로 만든 바이오 나프타 2360만 t가량이 필요하다. 전 세계 공급량(880만 t가량)의 3배를 수입해야 하는데 말이 되나. 이번에 산업부문 감축 목표치를 3.1%포인트 줄인 11.4%로 조정한 배경이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행 가능하도록 재구성한 게 이번 계획이다. 이행 점검을 통해 하나씩 확인해 가면서 실행력을 확보해 갈 것이다. 2050년까지 6개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이번 정부는 단단한 디딤돌을 깔 것이다.” ―온실가스 중 상당량은 기업이 배출한다. 산업부문 감축량을 줄이면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철강 화학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탄소중립에 있어 도전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기업이 탄소중립을 이행할 잠재력 또한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이미 전기차 같은 모빌리티는 역량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 세계 3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포함한 2차전지 기술도 완성도가 높다. 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경쟁력의 시점을 어제가 아니라 내일에 두라는 것이다. 대항해 시대에 부를 축적하던 범선 업체들이 18세기 후반 증기선이 나왔는데도 범선을 잘 만들려고 하다 파산했다. 기업이 미래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유럽의 탄소국경제도(CBAM) 같은 국제 질서를 읽고 기술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기업이 탄소중립 기술과 역량이 있는데도 ‘탈탄소’가 늦어지는 이유가 있나. “개인도 사회도 변화하려면 아픔이 뒤따른다. 탄소 경제를 탈탄소 경제로 전환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든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인 전기요금 현실화와 같은 고통스러운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 지금 누구도 그런 고통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지난 정부에서 원전보다 비싼 가스 발전을 늘리면서도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 대란까지 겹치면서 이제 전기요금을 조정하기가 너무 어렵게 됐다. 정치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빠져 있고 국민이 그에 호응하는 한 ‘탈탄소 경제’로 변화할 추동력은 생기지 않는다.” ―정치가 기후위기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이야기인가.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저서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임기 안에 갈등을 회피하는(Not in my term) 정치의 속성은 장기적이고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봤다. 기후위기만큼은 정치가 포퓰리즘 유혹을 벗어나야 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일관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다음 정부에서 폐기되면서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그만뒀고, 한국은 글로벌 리더가 될 기회를 잃었다. 소비자로서 권력을 가진 시민도 기업을 움직일 수 있다. 친환경 제품을 사고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헌법 제정 당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구조적 변화인 △기후위기 △인공지능 △인구변동 등 세 가지를 헌법에 담자는 제안이다. 그는 “헌법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토대인데 이 세 가지 변화는 헌법의 본질을 건드리는 문제”라며 “미래 개헌 시점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헌법적 토대를 만드는 작업을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한미가 안보동맹에서 기술동맹으로 나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은 지정학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등 컴퓨팅 △백신 등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세 분야에서 기술 패권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특히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이 그 목적이다. 단언컨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였던 기술동맹의 핵심은 녹색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정상 공동 선언문에도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전체 양해각서(MOU) 체결 50건 중 13건이 소형모듈원전(SMR),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등 청정에너지 분야다. 한미가 글로벌 전략적 녹색동맹으로 간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포획되듯이 끌려가선 안 된다. 큰 그림은 같이 그리되 2차전지나 원전 등에서 기술적인 우위를 가짐으로써 핵심적 국익은 지켜 나가야 한다.” ―한국이 경제 안보와 에너지 안보를 지키려면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후테크 산업을 키워야 한다. 미국이 IRA를 발표한 건 기후위기를 기회 삼아 탄소중립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거다. 유럽연합(EU)의 그린딜(Green deal) 산업 계획은 미국의 IRA에 대응해 EU 국가별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유럽판 IRA라 할 만하다. 두 법안 모두 ‘탈탄소’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역내 생산량이 많을수록 보조금을 주도록 설계됐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쪽으로 변화할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생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도 한국판 IRA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생산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등 지원과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 한국은 산업정책을 잘해 성공한 나라다. 그런데 기득권을 가진 산업에 갇혀 기후테크 육성에 소극적이다. 해외에선 벌써 어마어마한 투자금이 기후테크 기업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김상협언론인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미래비전비서관, 녹색성장기획관을 역임하며 ‘녹색성장’ 정책의 기반을 닦았다. 2013년부터 KAIST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부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후에너지팀을 이끌었고, 지난해부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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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과 선언’ 나선 소아과 의사들 “의료체계 개편안 현실성 없어”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는 29일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과 진료 수가 인상 등을 요구하며 ‘폐과 선언’을 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다. 의사회는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소아 의료 체계 개선 대책’에 대해서도 “전국의 모든 소아 관련 의료 인프라가 동시에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라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복지부 개선 대책을 보면 정부는 중증 소아 환자를 담당하는 어린이 공공진료센터와 24시간 소아 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각각 4곳씩 늘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응급실에 데려올 정도면 중증 환아일 가능성이 높아 소아과 레지던트 등 소아과 의사가 필요하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소아과 의사 공백으로 진료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 핵심인데 복지부는 시설 확충을 해결책이라고 내세웠다”고 말했다. 현재도 응급실과 병실을 갖추고도 소아과 의사가 없어 응급 소아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대학병원이 많다는 것이다.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육성에 대해서도 소아과를 택한 전공의가 유입되지 않고 있는데 추가적인 수련을 거친 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마취과, 소아정형외과 등 분야별 전문의를 길러낼 수 있냐는 회의론을 내놓았다. 평일에는 오후 11시, 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어린이 환자들을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에 대해서도 “이미 6년간 시행해 실패한 정책을 재탕도 모자라 확대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의사회의 이날 폐과 선언으로 실제 소아청소년과가 폐과되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항의성 선언’에 불과한 것으로, 의사회는 과거에도 두 차례 폐과 선언을 한 바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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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결핵발생률 26년째 OECD 최고…4년내 환자 절반으로 줄인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결핵 발생률은 2013년 89.6명에서 지난해 39.8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결핵환자 수가 꾸준히 지속적으로 줄고 있음에도 결핵 발생률은 2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인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제13회 결핵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제3차 결핵관리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는 한편, 유공자를 포상했다. 정부는 현재 인구 10만 명당 40명 가까운 발생률을 2027년까지 20명 이하로 낮추기 위해 결핵 검진과 치료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꾸준한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고위험군인 고령층의 결핵환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등 결핵 퇴치까지 더욱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차질 없이 결핵관리종합계획을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결핵 예방의 날’을 맞아 이관호 영남대학교병원 교수와 이성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교수가 국가결핵관리사업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민진홍 국립마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민진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조교수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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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보건의료 전문가 한자리에… ‘메디컬 코리아’ 개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온 A 씨는 4년간 두통에 시달렸는데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8월 한국을 찾아 B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고 나서야 뇌수막종임을 알게 됐다. 바로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후유증 없이 건강을 회복했다. A 씨같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가 지난해 20만 명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춤했던 국내 의료 관광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약 50만 명이다. 2009년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이 시작된 이래 약 8.3배 늘었다. 한국 병원의 의술과 서비스를 경험하고 주위에 추천을 하거나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019년 외국인 환자들은 국내에 머무는 동안 3조331억 원을 썼고, 이로 인한 생산 및 부가가치 생산유발액은 8조1000억 원, 취업유발 인원은 약 4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 외국인 환자 수는 약 12만 명, 2021년 약 15만 명으로 급감했고, 최근에야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에도 병·의원의 해외 진출은 늘어나고 있다. 병·의원의 해외 진출 건수는 2020년 25건, 2021년 34건, 2022년 37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국 의료의 역량이 주목받으면서 ‘메디컬 코리아(Medical Korea)’의 브랜드 가치가 제고됐기 때문으로 진흥원 측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진흥원은 2020년부터 45개국 486명의 외국 의료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연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23, 24일에는 세계 각국의 글로벌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학술회의 ‘메디컬 코리아’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수석연구원으로 보건·외교전문가인 제이미 메츨과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4개 포럼, 6개 세미나에 65명의 연사가 참여한다. 모든 포럼과 세미나는 현장에서 등록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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