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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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문학/출판30%
인사일반22%
문화 일반11%
사회일반11%
음악7%
미술4%
교육4%
여행4%
만화4%
정당3%
  • 이진숙 복귀로 방통위 ‘2인 체제’ 재가동…‘지상파 재허가’ 등 현안처리 속도낼 듯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이 위원장은 즉각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지 174일 만에 방통위는 ‘2인 체제’로 돌아왔다. 그간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사실상 주요 안건 의결을 하지 못한 채 ‘식물 방통위’로 운영되던 방통위도 업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이날 선고 후 취재진에 “방송사 재승인, 해외 거대 기업들에 대한 과징금 부과 이슈 등 직무 복귀해서 업무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방통위는 지난해부터 위원장 탄핵 추진과 사퇴가 반복되고,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시급히 심의, 의결해야하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당초 방통위는 지난달 31일까지 KBS 1TV, MBC TV, EBS TV를 포함한 국내 12개 사업자 146개 채널에 대해 재허가 심사와 의결을 마쳐야 했지만, 1인 체제에서 전체회의를 열 수 없어 결국 무산됐다. 방통위 파행으로 ‘무허가 방송’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에 대한 의결이 빠르게 추진될 전망이다.지난해 발표한 주요업무의 연내 이행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구글·애플 등 빅테크의 인앱결제 위반에 대한 과징금 처분,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실태조사 결과 발표,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제한 지분 규제 완화 시행령 개정 추진 등이 주요 사안이다.올해 초 방통위는 신년 업무계획을 발표 당시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 갑질 방지를 위해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SA)을 본뜬 ‘온라인서비스 이용자보호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는만큼, 이에 대한 후속 작업도 추진한다. 또 플랫폼에 대한 금지행위 규율체계를 마련하고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을 글로벌 규제 수준에 맞춰 상향하겠단 방침이다.헌재가 방통위 2인체제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한 만큼, 이 위원장을 탄핵소추한 야권에서는 야당 추천 몫인 방통위 상임위원에 대한 추천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다만 헌법재판관 4인이 방통위 2인 의결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해 탄핵 인용 의견을 냈던 만큼 이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방통위원장은 이날 이에 대해 “헌재가 답변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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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공연예술의 새 요람” 5개 연습실 갖춘 아르코

    제주 제주시 옛 도심 중앙로에 있는 한 조용한 골목. 한때는 영화관이 있어 늘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시내 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약 7년 전 영화관이 문을 닫으며 인적도 끊기고 을씨년스러워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곳은 찾는 이들이 늘어나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연습 공간이 절실했던 제주 지역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다. 한 예술인은 “한적한 분위기가 오히려 연습에 집중할 최적의 환경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거리의 분위기를 바꾼 이 건물은 바로 제주 지역의 첫 국공립 예술 연습센터인 ‘아르코공연연습센터@제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는 두 개 층 약 726㎡ 면적 공간에 크고 작은 공간 6개로 구성했다. 오케스트라와 연극, 국악, 무용 등 거의 모든 장르의 예술인들이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현지에서 해당 연습센터를 “제주 공연예술의 새로운 요람”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아르코공연연습센터@제주는 예술위가 ‘공연예술 연습 공간 조성 및 운영’ 사업의 일환으로 제주도, 제주문화예술재단과 함께 국비 20억 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무료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뒤 12월 20일 공식 개관식을 가졌다. 센터 관계자는 “시범 운영 기간에만 지역 예술인 1700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엄청나다”고 전했다. 2월부터 정식으로 문을 열면 유료로 운영되지만, 지역 예술인들의 발길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서 사설 연습 시설의 이용료는 평균 3시간당 4만∼6만 원. 하지만 센터는 1만 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게다가 중연습실 2개와 소연습실 1개, 개인연습실 2개, 리딩룸 1개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별도의 분장·탈의실 등 부대시설과 전자피아노, 음향 및 조명 기기 등 첨단 시설도 갖추고 있다. 시범 운영 때 연습실을 이용했던 제주빌레앙상블의 부희주 비올리스트는 “규모가 큰 단체는 연습 공간을 찾는 게 고역”이라면서 “쾌적한 공간에서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연습의 질도 향상됐다”며 기뻐했다. 한국연극협회 제주지회 소속으로 제주신화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남성민 배우도 “기존 연습 시설은 접근성이 떨어졌는데 도심에서 배우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 어린이합창단인 ‘노래하자 춤추자’의 강지성 군은 “주택가에서 소음 때문에 가슴 졸이며 연습했는데, 이젠 마음껏 춤추고 노래할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예술위의 공연예술 연습 공간 조성 및 운영 사업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민간 공연예술단체 및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연습 공간과 더 나은 창작 여건을 제공하려는 취지다. 예술위와 지방자치단체, 지역문화재단의 3자 협력으로 주로 유휴시설을 리모델링해 공연연습센터를 조성했다. 2015년에 처음 시작한 사업은 현재 전국에서 21곳을 운영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연습센터가 지역문화의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예술인들의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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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어느 소방관의 고백… 삶을 위한 죽음의 기록

    소방서로부터 출동 지령이 내려졌다. 도착한 곳엔 신고자가 서 있었다. 흐느끼며 두 눈을 가린 채 집 안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구석 다용도실 안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건장한 남성이 보였다. 최근 대기업에 입사해 신입사원 연수를 앞둔 신고자의 아들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기뻐하며 그를 자랑스러워했다고 했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저자는 그저 ‘옆에 있었다면 인생 선배로서 조언이라도 해줬을 텐데…’라는 상념에 잠시 젖는다. 하지만 이내 그런다고 죽음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다른 출동현장으로 묵묵히 발길을 돌린다.8년간 소방관으로 재직한 저자가 목격한 응급현장의 여러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소방관으로서 겪어야 했던 고충과 인생 이야기도 담담하게 풀어냈다.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해 독립영화를 찍던 저자는 30대에 늦깎이 소방관이 됐다. 사명감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여러 현장으로 출동하길 반복하며 입사 초기부터 트라우마로 극심한 불안장애에 시달렸다.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는 “마주하는 모든 죽음에 눈을 빼앗기면 마음이 남아나질 못한다”며 “지나간 죽음은 곱씹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운다. 글은 좋은 해결책이 됐다. 죽음을 마음속 아무 곳에나 처박아 두기보다는, 잘 정리된 전화번호부나 백과사전처럼 정리해둬야 죽음의 잔상이 불현듯 자신을 뒤흔들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책에는 저자가 마주한 죽음 혹은 죽음에 가까웠던 사례가 다양하게 소개된다. 운이 좋게 구급대원이 환자를 일찍 발견해 무사히 응급실에 인계했는데 결국 지병으로 사망한 환자부터 아파트 7층에서 몸을 던진 학생, 연인과 결별한 뒤 목숨을 끊으려던 이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는 이런 사연을 통해 세상엔 남모를 고통을 안고 사는 이들이 많다고 전한다.‘웃픈’ 에피소드도 나온다. 길에서 구급차를 막아서는 이를 보고 좋지 않은 직감이 들어 몸이 굳었는데, 알고 보니 맛있는 어묵을 나눠주려는 선량한 시민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건진 환자를 보고 “(이 정도라) 다행이야”라는 혼잣말을 했는데, 가족들이 “이게 왜 다행이냐”며 항의했단 일화도 나온다. 묵묵히 시민 곁을 지키는 소방관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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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김의철 前 KBS사장 해임 취소” 권태선-남영진 이어 또 뒤집혀

    김의철 전 KBS 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권태선 이사장과 남영진 전 KBS 이사장 등도 승소하며 현 정부의 공영방송 인사 해임 처분은 모두 법정에서 뒤집혔다.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16일 김 전 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KBS 이사회가 주장한 해임 사유는 모두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의 방만 경영으로 KBS에 심각한 경영 위기가 초래됐다거나 경영상 잘못이 해임 처분에 이를 정도의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편파 방송으로 국민 신뢰를 상실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KBS 신뢰도 및 영향력이 상실됐다거나 그 결과가 전적으로 원고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KBS 이사회 측이 해임 사유로 내세운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직무유기나 편향적 인사 등의 사유도 받아들이지 않으며 “이런 사정만으로 원고를 해임하는 건 KBS의 독립성을 해치는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이라고 지적했다.KBS 이사회는 2023년 9월 12일 김 전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당일 해임안을 재가했다. 김 전 사장은 이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냈고, 해임 효력을 임시로 중단해 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집행정지 신청은 1,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다만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김 전 사장의 임기는 지난해 12월 9일로 만료돼 복직은 불가능하다.김 전 사장은 판결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저의 해임은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 그 자체였다”며 “오늘 판결이 KBS 정상화의 조그마한 계기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지난해 12월 19일 법원은 권 방문진 이사장과 남 전 KBS 이사장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두 사람의 손을 들어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들의 해임을 의결할 당시 언급한 방만 경영이나 편파 방송 등은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지난해 9월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업무에 복귀한 권 이사장은 차기 이사진이 임명되지 않아 현재 재직 중이다. 남 전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임기가 만료됐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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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딥페이크, 피해자에 ‘삭제 요구권’… 신속 차단후 심의

    앞으로 인공지능(AI)으로 이미지를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불법 사진이나 동영상 등에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직접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삭제 요구권’이 마련된다. 디지털 불법·유해 콘텐츠는 확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기관이 먼저 적극 차단한 뒤 나중에 심의할 방침이다.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는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딥페이크 합성 콘텐츠에 대해 정보 주체의 ‘삭제 요구권’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누구든 온라인 불법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었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심의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이 컸다. 앞으로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강화하고, 악성 콘텐츠에 대한 처리 절차도 간소화할 예정이다. 소셜미디어에서 타인을 사칭하거나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는 개인정보 합성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개보위 관계자는 “지난해 사회적 논란이 됐던 성적 허위 영상물뿐만 아니라 유명인 사칭 광고 등 각종 불법 합성물 제작을 근절하고자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업무 추진계획에서 “성범죄물 등 불법 온라인 콘텐츠는 먼저 빠르게 차단한 뒤 이후 심의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담긴 ‘AI 이용자 보호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불법 콘텐츠의 확산 속도를 고려할 때 심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줄이려는 것이다. 마약이나 도박 등 불법성이 명백한 콘텐츠도 48시간 이내 차단, 삭제할 수 있도록 관리 및 감독 절차를 강화한다. AI 사업자를 유형별로 차등 규제하고, 향후 AI 사업자의 이용자 보호 업무도 평가할 예정이다. 최근 숫자가 크게 급증한 불법 스팸은 사업자의 범죄수익을 몰수하고 과징금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AI 스팸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신 사업자들과 협의해 ‘해외 문자 차단함’ 신설도 추진된다. 쇼핑·배달·교육 등 민생과 밀접한 플랫폼 서비스와 관련해 이용자 피해 유발 행위도 집중 점검한다. 특히 요금·이용 조건 등 중요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이용자를 기만하는 ‘다크패턴’ 광고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나 방송평가에선 저출생 위기 극복 및 재난피해 예방 프로그램 편성 내역 등을 공익성 심사 및 평가에 반영한다. 아울러 방송사들의 규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방송사업 허가·승인 시 원칙과 사유를 공개하고 허가·승인 유효기간도 늘릴 방침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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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딥페이크, 피해자가 요구땐 심의前 삭제

    앞으로 인공지능(AI)으로 이미지를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불법 사진이나 동영상 등에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직접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삭제 요구권’이 마련된다. 디지털 불법·유해 콘텐츠는 확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기관이 먼저 적극 차단한 뒤 나중에 심의할 방침이다.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는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딥페이크 합성 콘텐츠에 대해 정보 주체의 ‘삭제 요구권’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누구든 온라인 불법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었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심의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이 컸다. 앞으로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강화하고, 악성 콘텐츠에 대한 처리 절차도 간소화할 예정이다.소셜미디어에서 타인을 사칭하거나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는 개인정보 합성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개보위 관계자는 “지난해 사회적 논란이 됐던 성적 허위 영상물뿐만 아니라 유명인 사칭 광고 등 각종 불법 합성물 제작을 근절하고자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업무 추진계획에서 “성범죄물 등 불법 온라인 콘텐츠는 먼저 빠르게 차단 뒤 이후 심의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담긴 ‘AI 이용자 보호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불법 콘텐츠의 확산 속도를 고려할 때 심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줄이려는 것이다. 마약이나 도박 등 불법성이 명백한 콘텐츠도 48시간 이내 차단, 삭제할 수 있도록 관리 및 감독 절차를 강화한다. AI 사업자를 유형 별로 차등 규제하고, 향후 AI 사업자의 이용자 보호 업무도 평가할 예정이다.최근 숫자가 크게 급증한 불법스팸은 사업자의 범죄수익을 몰수하고 과징금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AI 스팸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신 사업자들과 협의해 ‘해외문자 차단함’ 신설도 추진된다.쇼핑·배달·교육 등 민생과 밀접한 플랫폼 서비스와 관련해 이용자 피해 유발 행위도 집중 점검한다. 특히 요금‧이용조건 등 중요 정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거나 이용자를 기만하는 ‘다크패턴’ 광고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나 방송평가에선 저출생 위기 극복 및 재난피해 예방프로그램 편성 내역 등을 공익성 심사 및 평가에 반영한다. 아울러 방송사들의 규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방송사업 허가·승인 시 원칙과 사유를 공개하고 허가·승인 유효기간도 늘릴 방침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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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풍 옷을 韓전통의상’ 전시한 호주 전쟁기념관

    호주 캔버라에 있는 전쟁기념관이 중국 청나라 시대 유물로 보이는 의복을 태극기와 함께 전시(사진)하며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고 잘못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시된 옷은 깃과 소매의 재단 방식, 색의 배합, 자수 등이 한국의 전통 방식이 아닌 중국풍”이라며 “지난해 호주 교민 등의 제보를 받아 해당 전쟁기념관 측에 여러 차례 항의 이메일을 보냈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가 공개한 사진 등에 따르면 태극기를 배경으로 전시된 옷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어린이 전통 의상”이라고 소개돼 있다. 1941년 문을 연 호주 전쟁기념관은 호주가 참전했던 전쟁의 군인들을 기리고 관련 물품들을 전시해 호주에서 중요한 국가 기념관 중 하나로 대접받는다. 호주는 6·25전쟁 당시 1만7000여 명의 군인을 파병해 한국을 도왔다. 서 교수는 “해당 전시관은 해외 방문객도 많은 곳으로 오류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오류를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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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공무원 출신의 뼈 때리는 내부 비판

    “관료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기르기보다는 공직사회의 영리한 무능을 익히는 데 탁월하다.”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서기관 출신의 저자가 공직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저자는 대학 졸업 전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문체부 사무관으로 2013년부터 약 10년을 근무했다. 이후 서기관으로 승진하며 축하를 받은 것도 잠시. 곧 사표를 던져 주변을 놀라게 했다.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기보단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항상 바쁘기만 한” 공직사회에 염증을 느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신간은 저자가 문체부 근무 시 겪었던 다양한 이슈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하려 했는지를 상세하게 전한다. 동시대 회사원들의 고충만큼이나 생생하다. 여러 일화를 들여다보면 그가 어떤 고민 끝에 환멸을 느꼈는지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 팬들을 분노케 한 ‘호날두 노쇼’ 사건 당시 저자는 실무자로 논란을 수습하려다가 되레 국회 보좌진의 호통을 들어야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때는 저자가 “운 좋게” 군 복무 중이라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법한 지시는 늘 있지만 늘 운이 좋을 순 없다”며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정부의 ‘과잉 홍보’ 지침으로 그럴듯한 면피성 영상 홍보물을 내놓았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부처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혼선을 겪는 어려움도 토로한다. 한글 사용을 강조했던 전 장관과 눈에 띄는 홍보 문구를 위해 외국어 사용도 장려했던 차기 장관 사이에서 실무자들은 갈팡질팡한다. 보고서에 “신한류” “누리 소통 매체(소셜미디어)”라는 표현을 쓰던 공무원이 장관 교체 뒤 “K-챗GPT” 같은 정체불명의 용어를 사용한 일화는 쓴웃음을 짓게 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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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풍 옷, 韓전통의상으로 전시”…호주 전쟁기념관, 항의에도 방치

    호주 캔버라에 있는 전쟁기념관이 중국풍 의복을 태극기와 함께 전시한 뒤 한국의 전통의상이라고 잘못 소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기념관에는 현재 “한국 전쟁 당시 어린이 전통의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해당 의상과 태극기가 함께 전시된 것으로 나타났다.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0일 기념관 측에 잘못을 시정하라고 수차례 항의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해 호주 교민들과 누리꾼들의 제보를 받아 호주 한인들과 함께 전쟁기념관 측에 몇 차례 항의 이메일을 보냈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전시된 옷은 깃과 소매의 재단 방식, 색의 배합, 자수 등이 한국의 전통 방식이 아닌 중국풍”이라고 설명했다.서 교수는 해당 박물관이 호주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기념관이자 해외 관광객들이 많은 찾는 곳이라며 “오류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빠른 시일 내 오류를 시정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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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웹툰, 연매출 2조원 돌파… 3년만에 2배로

    ‘정년이’ ‘조명가게’ ‘내 남편과 결혼해줘’…. 최근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모은 웹툰들이다.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다른 장르에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한국 웹툰 산업이 6년 연속 성장하면서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2조 원을 돌파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일 발간한 ‘2024 웹툰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도 웹툰 산업 총매출액은 전년도(1조8290억 원) 대비 19.7% 증가한 2조189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조538억 원으로 1조 원을 넘은 뒤 3년 만에 두 배가 된 것이다. 웹툰 산업 매출은 관련 실태조사를 시작한 2018년 이후 해마다 늘었다. 실태조사는 11개 웹툰 플랫폼, 236개 웹툰 에이전시 및 스튜디오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전체 매출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웹툰 플랫폼과 제작사, 작가 등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2023년 웹툰 해외 매출을 지역별로 보면 일본의 비중(40.3%)이 가장 컸고, 이어 북미(19.7%) 중화권(15.6%) 동남아시아(12.3%) 유럽(8.2%) 순으로 나타났다. 웹툰 매출의 대부분은 플랫폼(64.4%)에서 발생했다. 산업 성장세와 비교했을 때 창작자들의 수입은 저조한 편이었다. 2023년 작품을 연재한 경험이 있는 작가의 연 수입은 평균 4268만 원으로 전년(6476만 원) 대비 2208만 원 줄었다. 평균 수입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웹툰 스튜디오 등에 소속돼 근로계약을 맺고 직장인처럼 월급을 받으며 활동하는 작가가 늘어난 점이 꼽힌다. 글, 그림, 스토리 등 작가별 활동 분야가 세분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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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대인 아이들을 살린 신문광고 속 ‘숨은 SOS’[책의 향기]

    “11세짜리 똑똑한 제 아들을 가르쳐주실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1938년 8월 3일 영국 일간 ‘맨체스터 가디언’엔 이런 내용의 짤막한 ‘과외’ 구인 광고가 실렸다. 광고엔 구체적 급여나 시간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 대신 “오스트리아 빈의 좋은 가정에서 길러졌다”는 짧은 소개와 함께 광고주 집으로 추정되는 주소지와 광고주 이름만 적혀 있었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자신의 아이를 바다 건너 영국에 있는 낯선 이에게 덜컥 맡기겠다니. 부모가 너무 경솔한 건 아닐까. 하지만 알고 보면 이는 무책임함이라기보단 당시의 긴박함을 드러내는 광고였다. 히틀러가 오스트리아 병합을 선언하고 빈에 거주 중이던 유대인들을 색출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해당 광고는 나치의 세력 확장이 두려웠던 유대인 가정 부모들이 자녀들만이라도 먼저 해외로 빼내기 위해 유럽 전역에 ‘과외’를 명목으로 한 ‘홀로코스트 구출’용이었다. 광고 속 11세짜리 아이는 다행히 광고를 본 영국의 한 가정에 보내져 화를 면했고 이후 그곳에 정착했다고 한다.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벌어졌던 기막힌 이야기들은 이처럼 살아남은 아이들의 후손에게로 전해져 내려왔다. 신간의 저자도 그 후손 중 한 명. 당시 광고 속 11세짜리 아이 ‘로베르트 보저’가 저자의 아버지다.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국제 분쟁 전문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저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추억하다 아버지가 평생 말하기 꺼렸던 홀로코스트의 기억들을 추적하고 이를 에세이로 풀어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서 출발한 글쓰기였지만, 인종청소나 집단폭력이 어떻게 전이됐는지를 파헤치려는 직업적 소명 의식이 발동했다. 공교롭게도 아버지를 구한 광고가 실린 맨체스터 가디언은 바로 저자가 몸담고 있는 가디언의 전신이다. 저자는 가디언 기록 보관소에서 발견한 작은 광고와 기사, 사료 등을 토대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간다. 알려지지 않았던 홀로코스트의 이면도 숨 가쁘게 따라간다. 책 전반부는 저자의 아버지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후반부에선 그 밖에도 당시 빈에서 영국 등 세계 곳곳으로 넘어간 아이 7명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부모의 품을 떠난 아이들의 상흔은 후대에도 이어져 현재 영국과 이스라엘, 프랑스, 미국, 중국 등에 남아 있다. 10대 초반의 소년 소녀들이 먼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른인 척하고, 생존 기술을 배우며, 처절하게 적응해야 했다. 국가적 폭력이 얼마나 무수한 이들의 우주를 파괴했는지 느끼게 된다. 유럽에서 약 87년 전 벌어졌던 비극이 지금 한국 독자들에겐 먼 얘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홀로코스트의 상처는 당대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곳곳에도 스며들어 있다. 한국 역시 ‘아동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도 유럽과 중동에선 두 개의 전쟁이 이어지며 수많은 고아와 전쟁 난민이 끝도 없이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취재 과정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인 한 교수와 나눈 서신 가운데 한 구절을 짤막하게 책에 담았다. “가해자가 되지도 말고 피해자가 되지도 말되, 절대, 결단코 방관자가 되지도 말라.”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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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재판관 임명 누구와 상의했나”… 계엄사과 거부 김문수 등 거센 반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4시 반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히자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관 임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시기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데도 최 권한대행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취지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대부분의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발언을 들으면서 알게 됐다. 이어 국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국무위원이 아닌 배석자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반발했다. 이들은 “누구와 상의했느냐” “법리 검토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최 권한대행은 “혼자서 고민을 많이 했고 몇 분에게 물어봤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은 “내가 (대행으로서) 월권했다면 사직하겠다”며 “무안(참사)만 아니었어도 이미 사직하려고 했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국무위원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지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결정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우려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반발한 김 장관과 유 장관은 12·3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야당 의원 요구에 한 총리와 다른 국무위원들은 모두 일어나 고개를 숙였지만 김 장관은 유일하게 자리에 앉은 채 응하지 않았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간담회에서 최 권한대행은 재판관 임명에 대한 참석자들의 우려를 들은 뒤 먼저 집무실로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의가 끝나고 일부 국무위원들 앞에서 (최 권한대행이)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결정에 동의하는 참석자들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무위원은 “대외 신인도나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와중에 안정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 “한 총리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안 하기로 결단할 때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 최 권한대행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고위 관계자도 “임명 결정이 급작스럽긴 해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 건 있지만 최 권한대행이 짊어진 스트레스는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27일 권한대행을 맡기 전부터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된다는 소신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헌법학자나 원로 등으로부터 여러 조언을 들어 결정한 뒤 국무회의 전날 여당 지도부에 헌법재판관 2명 임명 방침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 직무대행은 최 권한대행 결정에 반발해 전날 국무회의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직무대행의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방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3인 등 위원 전원이 모두 부재한 ‘0인 체제’가 된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이 수장 역할을 대리하게 되지만 직무대행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김 직무대행은 3일 방통위 시무식엔 참석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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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권했다면 사직” 눈물 보인 崔…‘비공개 국무회의’서 무슨 일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4시 반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히자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관 임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시기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사안인데도 최 권한대행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취지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대부분의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발언을 들으면서 알게 됐다. 이어 국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국무위원이 아닌 배석자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반발했다. 이들은 “누구와 상의했느냐”, “법리 검토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최 권한대행은 “혼자서 고민을 많이 했고 몇분에게 물어봤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은 “내가 (대행으로서) 월권했다면 사직하겠다”며 “무안(참사)만 아니었어도 이미 사직하려고 했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국무위원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지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결정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우려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반발한 김 장관과 유 장관은 12·3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야당 의원 요구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다른 국무위원들은 모두 일어나 고개를 숙였지만 김 장관은 유일하게 자리에 앉은 채 응하지 않았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간담회에서 최 권한대행은 재판관 임명에 대한 참석자들의 우려를 들은 뒤 먼저 집무실로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의가 끝나고 일부 국무위원들 앞에서 (최 권한대행이)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결정에 동의하는 참석자들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무위원은 “대외신인도나 경제 불확실성 높아지는 와중에 안정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 “한 총리도 헌법재판관 임명 안하기로 결단할 때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 최 권한대행이 결정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고위 관계자도 “임명 결정이 급작스럽긴 해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 건 있지만 최 권한대행이 짊어진 스트레스는 일반 사람들은 이해못할 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권한대행을 맡기 전부터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된다는 소신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헌법학자나 원로 등으로부터 여러 조언도 들어 결정한 뒤 국무회의 전날 여당 지도부에게 헌법재판관 2명 임명 방침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 직무대행은 최 권한대행 결정에 반발해 전날 국무회의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직무대행의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방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3인 등 위원 전원이 모두 부재한 ‘0인 체제’가 된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이 수장 역할을 대리하게 되지만 직무대행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김 직무대행은 3일 방통위 시무식엔 참석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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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 함께”… 제야의 종 행사 축소-콘서트 취소-기업들 조기 게양

    179명이 숨진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여파가 2025년 새해맞이 각종 행사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카운트다운 행사는 물론이고 문화, 예술 행사, 각종 공연 등도 잇달아 취소했다. 다음 달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이 운영될 예정인 가운데 역대 ‘가장 조용한 새해맞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 새해맞이 행사 잇따라 취소 서울시는 31일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제야의 종 타종행사’의 공연과 퍼포먼스를 취소하고 타종식만 진행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타종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을 제외한 민간 인사만 참여한다. 당초 서울시는 31일 오후 11시부터 1월 1일 오전 1시까지 타종식을 비롯해 레이저와 조명을 이용한 화려한 불꽃쇼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전날 행정안전부는 공문을 통해 ‘국가 및 지자체가 주최하는 연말연시 각종 행사를 당초 계획대로 하되 국가애도기간임을 고려해 차분하게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시가 이달 13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진행하는 청계천 빛초롱축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제야의 종 타종행사 등 ‘2024 서울윈터페스타’도 일부 축소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보신각에 모인 시민들이 함께 조의와 애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새해 해맞이 명소들도 잇달아 행사를 취소했다. 한반도 내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 울주군은 5억 원을 들여 계획한 해맞이 행사 ‘간절곶, 한반도의 첫 아침을 열다’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도는 대표 일출 행사인 제32회 성산일출축제 취소를 결정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역시 각각 ‘제야의 용고타고’ 행사와 ‘대정 동일 해넘이 축제’ ‘제26회 서귀포 겨울바다 국제 펭귄수영대회’ 일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문화예술·스포츠계도 추모 물결 동참 연말 콘서트 등 각종 문화, 예술 행사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KBS는 31일로 예정됐던 ‘KBS 2025 카운트다운 쇼 LIGHT NOW’를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MBC도 29일 연예대상 시상식을 취소한 데 이어 30일로 예정된 연기대상 시상식 생방송도 취소하고 녹화 방송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각종 공연도 취소됐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콘X월드케이팝페스티벌 카운트다운’, 제주 신화테마파크의 ‘제주신화월드 카운트다운 2025’ 콘서트 주최 측은 공연을 취소했고 가수 테이, 이승환, 김장훈도 앞으로 예정된 콘서트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연예계 추모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걸그룹 아이브는 내년 2월 3일 세 번째 미니앨범 ‘아이브 엠파시(IVE EMPATHY)’ 발매를 앞두고 프로모션 콘텐츠 공개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그룹 세븐틴의 유닛(소그룹) ‘부석순’도 두 번째 싱글 ‘텔레파티(TELEPARTY)’ 공식 사진 공개를 미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30일 긴급회의를 열고 내년 1월 4일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2024∼2025시즌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국가애도기간임을 고려할 때 팬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 분위기에서 행사를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맹 측은 애초 올스타전 2, 3주 연기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각 구단의 경기 일정 조정, 경기장 대관 문제 등이 얽혀 있어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 기업들도 이벤트 취소하고 ‘애도의 시간’ 롯데는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에서 진행하는 모든 퍼레이드를 내년 1월 4일까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기간 스테이지·길거리 공연과 불꽃놀이도 중단된다. 31일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개최하려던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 ‘해피 뉴 이어 일렉트릭 파티’도 취소했다. 삼성전자는 30일 수원, 서초, 광주 등 주요 사업장에 조기를 게양한 데 이어 내년 1월 2일 사내 임직원 대상 시무식에서 애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도 이날 각각 사옥에 조기를 게양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 1월 3일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는 등 애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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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계 행사 취소 잇따라…문화·종교계 추모 물결

    29일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 관련 국가애도기간을 맞아 문화계와 연예계도 이틀째 추모와 함께 자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연말에 예정됐던 문화, 예술행사, 콘서트 등도 잇따라 대거 취소되고 있다. KBS는 30일 “‘KBS 2025 카운트다운 쇼 LIGHT NOW’의 개최를 취소한다”며 “사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카운트다운 쇼’는 오는 31일 서울 명동스퀘어 신세계 본점 앞 야외무대에서 KBS 2TV 생방송으로 중계될 예정이었다. MBC도 사고 당일인 29일 연예대상 시상식을 취소한 데 이어 30일로 예정된 연기대상 시상식 생방송을 취소하고 녹화방송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연말 콘서트 등 각종 문화 예술 행사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콘X월드케이팝페스티벌 카운트다운’ 행사 주관사인 비이피씨탄젠트 측은 “참사에 큰 슬픔을 금할 수 없으며 국가애도기간에 취소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이틀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다이나믹듀오, 지코 등 다수의 유명 가수들이 출연 예정이었다. 제주신화월드 측도 오는 31일 신화테마파크에서 열 예정이었던 ‘제주신화월드 카운트다운 2025’ 콘서트를 취소했다. 자우림과 악동뮤지션, 이무진 등 가수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이밖에도 가수 테이, 이승환, 김장훈 등이 예정된 콘서트 취소를 공지했다. 30일 예정됐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제작보고회도 취소됐다. 케이팝 그룹은 예정된 홍보 행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걸그룹 아이브는 내년 2월 3일 세 번째 미니앨범 ‘아이브 엠파시(IVE EMPATHY)’ 발매를 앞두고 프로모션 콘텐츠 공개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그룹 세븐틴의 유닛(소그룹) ‘부석순’도 두 번째 싱글 ‘텔레파티(TELEPARTY) 공식 사진 공개를 미뤘다. 연예계 추모 물결도 계속되고 있다. 가수 지드래곤은 자신의 SNS에 검은 바탕에 흰 꽃 이미지를 올리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배우 고소영도 국화꽃 사진을 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배우 김혜수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분들을 추모합니다.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적었다. 가수 장윤정, 옥주현도 고인들을 추모했다. 가수 임영웅은 29일 진행된 콘서트 중 “비행기 사고로 소중한 생명들이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끼면서 희생자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보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유튜브를 통해 활발히 활동해 온 방송인들은 당분간 콘텐츠를 올리지 않기로 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방송인 김나영과 개그우먼 이영자, 배우 이청아,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등이 예정된 콘텐츠 공개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종교계도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명하고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안전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희생자분들의 극락왕생을 간절히 발원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희생자들의 영혼을 품어 안아 주시기를, 또 유가족의 슬픔과 상처를 어루만져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의장인 이용훈 주교 명의로 애도문을 발표했다. 김종혁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은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으며, 정서영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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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막히고 의미 있게 확장” 외신 극찬 속, 골든글로브 작품상 도전

    “기가 막히고 의미 있게 확장됐다.”(그레이스 랜돌프 ‘로튼토마토’ 평론가)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인간 심리를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아유시 샤르마 영화평론가)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넷플릭스에 26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되기 전부터 외신들의 극찬 세례가 이어지고 있다. 작품이 정식 방영 전부터 이례적으로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오르면서 3년 전 신드롬을 재현해 골든글로브 작품상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영화협회(MPA) 인증 엔터테인먼트 저널리스트 라마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작보다 훨씬 더 미쳤다”며 “시즌1 주인공의 복수를 기반으로 액션 연기도 가득하다. 이정재가 다시 한번 맹렬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극찬했다. ‘오징어 게임’ 2는 다음 달 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라가 있다. 정식 방영되기도 전에 작품이 후보에 오르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이다. 그만큼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 다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출품 요건상 올해 안에 방영돼야 하며 주최 측에 11월 4일까지 해당 작품을 제공해야 한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전 세계 동시 방영과 별개로 시즌2를 심사위원단에 미리 공개했다. 앞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2022년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오영수)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그중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번에는 작품상 부문에서만 후보에 올랐다. 올해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른 경쟁작으로는 일본 배경 드라마 ‘쇼군’(디즈니플러스)과 ‘외교관’(넷플릭스), ‘슬로 호시스’(애플TV+),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프라임비디오), ‘더 데이 오브 더 자칼’(피콕) 등이다. 과거 비영어권 작품에 배타적인 성향이 강했던 골든글로브는 2021년까지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뒀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한국계 미국 감독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모두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이에 다양성 부족으로 비판을 받자 심사위원진 변화 등 대대적 개혁을 했다. 수상자 선정을 위해 투표하는 심사위원 규모는 기존의 3배인 300명으로 확대됐다. 출신 국가도 6개 대륙 70여 개국으로 다양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심사위원진은 라틴계 26.3%, 아시아계 13.3%, 흑인 11%, 중동계가 9%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골든글로브의 작품상은 한일 대결이라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오징어 게임 2에 대한 수상 기대감 못지않게, 앞서 에미상 ‘18관왕’이라는 최다상 신기록을 쓴 디즈니플러스의 ‘쇼군’이 강력한 수상 후보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쇼군’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깊게 다루면서도 서구적인 시각과 연출, 영상미까지 더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평단의 호평도 받았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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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김수미 유작이 된 영화… 내달 개봉 앞 스틸컷 공개

    고 김수미 배우의 유작인 영화 ‘귀신경찰’의 촬영 현장 모습이 공개됐다. 촬영 중간 잠시 휴식 중인 김수미와 고인이 아들처럼 여겼던 배우 신현준의 모습 등이 함께 담겼다. 24일 영화 귀신경찰의 배급사인 제이앤씨미디어그룹은 현장 스틸컷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사진 속 고인과 신현준 배우는 나란히 앉아 밝게 웃고 있다. 신현준은 최근 ‘귀신경찰’ 포스터와 예고 영상 등을 공개하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현준은 고인을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어머니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갔던 영화. 어머니와 함께라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었다. 영화 귀신경찰은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김수미는 앞서 10월 25일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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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권기금으로 2000만명에 책-영화관람 선물

    #1.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버느라 수년째 책 볼 시간도, 친구 만날 시간도 없이 지내던 신현아(가명) 씨. 문화누리카드를 발급받고 몇 년 만에 서점을 찾았다. 요동치는 마음을 느끼고 나서야 어린 시절 늘 작가가 되고 싶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 두 권을 5시간 동안 내리읽고 펑펑 울었다. 중학생 때 백일장 글을 쓰며 행복해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신 씨는 “지금은 가난한 청년이지만 책을 통해 꿈을 위해 역경을 헤쳐갈 힘과 여유를 얻었다”고 말했다. #2. 김유하(가명) 씨는 가족들의 연이은 암 투병으로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웹툰 작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문화누리카드로 미술서적을 주문한다. 검정고시로 고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꿈을 놓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김 씨는 “문화누리카드는 새 인생 기회를 열어 준 복지 혜택 이상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문화예술 활동 등을 지원하는 문화누리카드(통합문화이용권)가 도입 10주년을 맞았다.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약 260만 명의 문화예술 활동을 돕는 국내 대표 공익사업이다. 지원금은 매해 늘어 올해는 1인당 연간 13만 원을 지원했다. 공연, 영화, 전시, 도서, 관광, 교통, 숙박, 체육시설 등 전국 3만여 곳의 문화누리카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을 지원받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분석한 ‘문화누리카드 10주년 주요 성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문화누리카드의 누적 지원 금액은 약 1조8000억 원, 누적 수혜 인원은 약 2000만 명이다. 올해는 261만9804명에게 카드가 발급됐다. 1인당 지원금은 초기 5만 원에서 매해 상승해 올해 1인당 13만 원, 2025년엔 14만 원을 지원한다. 지원금 이용 분야로는 도서(62.9%)가 가장 많았다. 이어 영화 등 영상 관람 분야(45.6%), 교통수단(29.1%), 공연(20.2%) 순이다. 청년층뿐 아니라 전 세대에서 만족도가 고루 높았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 이용자들은 “먹고살기 어려워도 책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고 공연을 통해 마음의 풍성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 및 참여 욕구, 행복감 등이 향상되는 데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문화누리카드는 사업의 효과적 운영 및 이용자 편의 제고를 위해 매년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 중이다. 2019년 주민센터 방문 없이 가능한 전화(ARS) 재충전 서비스, 누락 대상자를 발굴하는 권리구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1년에는 자동 재충전 서비스를 도입했고 올해는 민간 플랫폼 앱에서도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 복권기금사업 성과 평가에서도 매년 ‘우수’ 등급을 받았다. 내년엔 264만 명이 사업의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비는 올해보다 약 341억 원 늘어난 3695억 원으로 확대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수혜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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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김수미 유작 영화 ‘귀신경찰’ 촬영 현장 사진 공개

    고(故) 김수미 배우의 유작인 영화 ‘귀신경찰’의 촬영 현장 모습이 공개됐다. 촬영 중간 잠시 휴식 중인 김수미와 고인이 아들처럼 여겼던 배우 신현준의 모습 등이 함께 담겼다. 24일 영화 귀신경찰의 배급사인 제이앤씨미디어그룹은 현장 스틸컷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사진 속 고인과 신현준 배우는 나란히 앉아 밝게 웃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는 꽈배기를 든 채 웃고 있는 신현준과 텀블러에 담긴 차를 즐기는 김수미의 모습이 담겼다. 사진 속 꽈배기는 김수미가 신현준을 위해 직접 준비한 간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준은 최근 ‘귀신경찰’ 포스터와 예고영상 등을 공개하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현준은 고인을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어머니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갔던 영화. 어머니와 함께라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SNS에 적었다. 신현준과 김수미는 앞서 ‘맨발의 기봉이’ ‘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에 출연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영화 귀신경찰은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김수미는 앞서 10월 25일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후 1980년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 역을 맡으며 국민배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다양한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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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국가 운명 좌우하는 리더의 선택… 역사 속에 답 있다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시종일관 해주고 있었다. 존슨은 냉전에서 매파이기도 했지만 베트남에서 그쯤 물러나 손실을 줄이면 자신이 나약하고 남자답지 못한 사람으로 비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제36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린든 존슨은 미국 정계 및 민주당 내에서 영민한 백전노장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모든 국민이 잘사는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야심 찬 대통령의 첫발을 뗀 그였다. 하지만 그는 미국을 ‘베트남전의 수렁으로 끌어들였다’는 박한 평가를 받는다. 저자는 “로버트 맥너마라 국방장관은 (확전을 원하는) 존슨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데이터가 틀렸음을 깨닫고도 정권을 유지하고자 전황이 순조롭다는 거짓 보고를 일삼았다”고 지적한다. 존슨 대통령은 이를 믿고 추가 징병 및 파병을 단행했으나 전황은 처참했다. 점차 악화한 여론으로 국내 개혁도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권력을 위한 권력’을 좇았던 두 리더의 결정으로 미군 5만8000명, 베트남인 3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존슨은 민심을 잃고 재선 도전도 하지 않았다. 레임덕에 시달리다 쓸쓸한 말로를 맞았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역사학과 리더십을 가르치는 저자가 역사 속 리더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현 시대 진정한 리더의 조건에 대해 묻는다. 세계 최고의 공공정책대학원으로 꼽히는 케네디스쿨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등을 배출한 명문. 이곳에서 10년 넘게 명강의로 꼽힌 저자의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 강연을 책으로 묶었다. 수강생들은 주로 세계 각지에서 공직에 뜻을 품고 찾아온 이들이다. 저자는 “리더가 역사를 만드는가, 아니면 역사가 리더를 만드는가”라고 되물으며 강의가 일종의 ‘사고 실험’이었다고 회고한다. 신간은 저자와 수강생들이 여러 역사적 맥락에서 당대 리더들의 삶, 결정, 비전 등을 함께 공유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강의에서 곁들여졌던 영화, 사진, 시청각 자료 등 예시를 풍부하게 더해 내용을 쉽게 풀어낸다. 역사 속 리더들도 약점을 지닌 인간이라는 것을 특히 강조한다. 일본에 1945년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한 미국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이는 4년 전 황당무계한 진주만 공격 계획을 늘어놓던 일본의 지도부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대중의 요구에 부응해 ‘뉴딜 정책’을 내놓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편법을 쓰며 정책을 밀어붙였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엔 ‘국가 안전’을 명목으로 일본인들을 법적 근거 없이 강제 구금하기도 했다.당대 정치 지도자나 최고 권력자들만을 리더로 규정하진 않는다. 도미니카공화국 독재자의 폭정에 결연히 반기를 든 미라발 자매. 미국 내 여성 참정권을 위해 힘쓴 시민 운동가,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과 맬컴 엑스의 사례도 언급된다. 또한 역사 속 위대한 투사가 아니더라도 공공선을 생각하는 개개인이라면 모두 리더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한다. 진정한 리더십의 부재로 국가적 위기를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저자는 “권력과 공공의 이익은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걸고 싸움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가 지닌 가장 강력한 권한”이라는 점을 일깨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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