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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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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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과 수교 추진 사우디 빈살만 “팔레스타인 편에 설것”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격화하면서 중동 아랍 국가들이 ‘이슬람 형제’로 불리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던 아랍 국가들도 당분간 거리 두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사진)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통화에서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양호한 삶을 누릴 적법한 권리, 희망과 포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성취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슬람교 수니파 맹주로 시아파 맹주 이란과 중동 패권을 다투는 사우디는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때문인지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틀간 침묵하다 이날 팔레스타인 지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사우디를 비롯해 팔레스타인에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이집트 요르단 같은 주변국은 민간인 인질 석방과 지역 평화를 내세우며 이-팔 양측 중재에 나서고 있다. 카타르는 “이번 충돌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면서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모스크 일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탄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지지를 줄곧 밝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전날 이-팔 양측과 접촉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폭격을 멈출 것과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정착촌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히면서 이-팔 양측이 요청하면 분쟁 종식을 중재하겠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던 아랍에미리트(UAE)는 하마스의 공격 첫날부터 “심각한 도발”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중동 지역 여러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에 힘써 왔지만 하마스에 대한 보복 공습 등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늘면서 다시 수세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은 중동 아랍국들의 ‘이스라엘 거리 두기’는 하마스 공격을 승인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란의 이스라엘 고립 전략이 먹히는 것이라고도 분석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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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마스 패배시킬 것” “인질 한명씩 처형”…극단 보복전 격화하는 이팔 전쟁

    “하마스와의 대결은 문명과 야만의 대결이다. 문명 세계가 이슬람국가(IS)를 패배시킨 것처럼 하마스를 패배시킬 것이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인질을 한 명씩 처형할 것임을 선언한다.”(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최소 900명의 자국민이 숨진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선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힘으로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며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을 변화시키겠다”는 공격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전쟁 시작과 함께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한데 이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방위로 포위하고 있어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끌고 온 민간인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삼겠다고 위협하는 등 극단적인 보복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하마스 지휘부 제거 작전 착수”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현재 양측의 사망자는 1700명에 육박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하레츠는 이스라엘 보건당국을 인용해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약 900명이 숨지고 24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가 침투한 가자지구 접경지를 장악하고 남부지역 통제권을 거의 회복했다”면서 민간인 사망자와 별도로 하마스 무장대원의 시신 1500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도 크게 늘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대대적인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부 암살 작전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는 “서방이 (테러단체) IS에 했던 것처럼 하마스를 겨냥해 모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의 지도부와 전투원을 제거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고사 작전’도 시작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9일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2007년부터 생필품과 의약품 반입이 제한된 가자지구에 전기, 식량, 연료 공급이 추가로 제한되면 주민 약 237만 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주민 약 12만 명이 이미 피난길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지상군 투입” 공언해도 걸림돌 많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대한 ‘끝장 보복’을 선언한 만큼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8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나약함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상 작전 계획을 만류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실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우선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약 150명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처드 헤흐트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이날 “인질을 죽인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리한 작전으로 인질들이 연이어 살해될 경우 국내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의 폭격에 따라 19세 이스라엘 군인을 포함해 인질 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도 자체 영상 분석을 토대로 이스라엘인 4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규모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데다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틈에 깊숙이 숨어있어 공격 대상을 식별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이 2014년 병력 6만 명을 가자지구에 파견해 하마스와 전쟁했을 때 팔레스타인인 2000여 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면 국제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지상전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 전쟁에 일부 참전한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두 단체를 후원하는 이란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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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이란 대리전’으로 번지는 중동전쟁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체를 흔드는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안보조약을 맺은 이스라엘에 ‘철통 방어’를 약속하며 핵추진 항모전단 등을 급파하고, 그간 하마스를 후원해 온 이란이 이번 이스라엘 공격을 승인했다는 등 배후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틀째인 8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제럴드포드함과 5척의 순양함 및 구축함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을 이스라엘로 파견했다. 또 최신예 전투기인 F-35 등 전투기 25대 안팎을 증파하기로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미국은 필요시 억지 태세를 추가로 강화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본거지이자 대대적 로켓 공격이 시작된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스라엘은 자국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에 인명 피해가 클 수 있어 그간 전면적인 지상전을 피해왔다. 수많은 사상자 발생은 물론이고 주변 아랍국가와의 확전을 각오하고서라도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 배후에 있다는 정황도 나타나며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 ‘강 대 강’ 대리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이란 지원 무장단체 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8월부터 격주마다 만나 이번 공격을 준비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방어를 지지한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8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은 이 지역 국가들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책임이 있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했다. 이란 국영통신사 IRNA는 라이시 대통령이 앞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 지도자와 각각 통화해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고도 전했다. 사상자는 연일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양측의 사망자는 9일 현재 1193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전쟁에서 희생된 이스라엘 민간인 수가 지난 20여 년 사이 희생된 규모보다 더 크다고 전했다. 부상자 수도 총 5050명을 넘어섰다.美, 항모전단 파견-전투기 지원 착수… “이란, 2일 하마스 작전 승인”[중동전쟁]美-이란 대리전 양상 본격화이, 지상전 앞두고 美에 무기 요청바이든, 네타냐후와 이틀 연속 통화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하마스를 돕는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하는 조짐이다.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이스라엘은 미국에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Iron Dome)’ 요격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 지원을 요청하며 전면전 채비에 나섰다. 미국은 대규모 항모전단까지 급파하며 추가 지원에 착수했다. 이란 정부는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승인했다는 정황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그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추진 등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를 통해 친미 진영의 복원을 꾀해 왔다. 반면 이란은 중동의 ‘앙숙’ 사우디와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모두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미국과 이란이 각각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물러설 수 없는 대리전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스라엘 지원하는 美, 하마스 돕는 이란미국은 지상군 투입 등 전면전 채비에 나선 이스라엘의 지원 요청에 구체적 지원책을 발표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이 미국에 아이언돔 요격 미사일과 재래식 폭탄을 유도 기능을 갖춘 스마트 폭탄으로 바꾸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기관총 탄약 등의 지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날 해군 최대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함과 순양함 5척, 구축함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을 이스라엘로 파견했다. 또 최신예 전투기 F-35를 비롯한 전투기 25대를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틀 연속 통화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상황에 대한 안보팀 보고를 받은 뒤 추가 무기 지원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 의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1억 달러(약 1350억 원) 규모 대통령사용권한(PDA) 추가 무기 지원 예산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이란 지원 무장단체 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8월부터 격주마다 만나 이번 공격을 준비했으며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사방에서 위협할 수 있는 다중전선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은 하마스의 공습을 두둔했다.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8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응에 관여돼 있지 않으며 순전히 팔레스타인이 스스로 한 것”이라고 배후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70년간 이어진 불법적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자행해 온 억압적 강점과 극악무도한 범죄들에 맞선 전적으로 합법적인 방어”라고 발표했다.● 미국발 ‘중동 데탕트’ 견제하려는 이란미국의 발 빠른 군사 지원은 이란이나 다른 무장단체가 ‘판을 흔들 수 있다’는 오판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사태로 공을 들여온 중동 데탕트 구상이 타격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조약을 맺은 이스라엘을 ‘철통 방어’하겠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이란의 하마스 배후 지원 정황 등이 드러나며 이번 중동전쟁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전쟁은 최소 수주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대규모 항모전단을 전진 배치하는 것은 이란이나 다른 무장단체들의 하마스 무기 지원이나 직접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반면 하마스의 이번 공습 결정에는 미국 중재로 추진돼 온 사우디-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막으려는 전략적 목표가 주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아랍권의 화해로 이른바 중동 데탕트가 이뤄질 경우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강경 투쟁 노선을 고수해 온 하마스는 입지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수니파 아랍권의 밀착이 자국 안보와 지정학적 입지를 위협한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온 이란의 이해에도 부합한다. 이란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최소한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이유다. 국제사회의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8일 ‘비공식 협의’를 긴급 소집해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 안보리 협의를 앞두고 주유엔 이스라엘대사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대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여론전을 벌였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판 9·11 사태”라고 강조했다. 반면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대사는 “유혈사태를 중단하고, 봉쇄를 풀어야 할 때”라고 맞섰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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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판 9·11”… 아이언돔-모사드 다 뚫렸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새벽 시간대 전방위 공격으로 이스라엘 본토와 방공망이 뚫렸다. 1973년 이집트, 시리아 등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욤 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의 전방위 공격으로, ‘이스라엘판 9·11테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공격에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유명한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Iron Dome)’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해 온 정보기관 모사드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스라엘은 “강력한 보복”을 천명하며 전쟁에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했던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접경한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하며 ‘신(新)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오전 하마스 최고사령관 모하메드 데이프는 “지구상의 마지막 점령을 끝내기 위한 가장 큰 전투의 날”이라며 ‘알아크사 홍수’ 작전 개시를 발표했다. 하마스TV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오전 6시 30분경부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중·남부 일대 도시를 향해 미사일 7000발을 퍼부었다. 동시에 육로, 해상, 하늘을 통해서 무장대원이 이스라엘 내부로 침투해 민간인, 군인을 인질로 잡았다. 이번 기습 공격으로 8일 현재 양측의 사망자가 최소 713명, 부상자는 4038명이라고 CNN,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하루 만인 8일 성명에서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전쟁 돌입을 선언했다. 이어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숨어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며 철저한 응징을 예고했다. 직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공습을 단행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하마스,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며 중동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하고 긴급 연설에 나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어떤 정파라도 이 공격으로 이익을 추구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반면 이란은 외교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라며 하마스를 옹호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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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지구 통치’ 하마스, 무장투쟁 중시… 민간 공격 마다안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름은 ‘이슬람 저항 운동’을 뜻하는 아랍어 약자에서 유래했다. 1987년 이스라엘의 압제에 항거하는 제1차 시민 봉기(인티파다) 당시 아메드 야신이 설립했고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종파가 다른데도 ‘철천지 원수’ 이스라엘과 싸우는 수니파 하마스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하마스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온건 노선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으며 과격파 주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테러 등 무장투쟁을 중시해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서방국으로부터 테러단체로 지정됐다. 야신은 2004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암살됐다. 북한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는 2014년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이란을 거쳐 하마스로 유입되는 ‘3각 거래’ 가능성을 제기했다. 무기가 필요한 하마스와 돈이 급한 북한 모두 이란을 중개인으로 활용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것이다. 하마스의 근거지이며 이번 공격이 시작된 가자지구는 원래 이집트 땅이었고 1967년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세종시와 비슷한 약 365㎢ 규모에 지난해 기준 약 240만 명이 거주해 인구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2005년 평화협정에 따라 가자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폐쇄하고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했다. 그러나 2007년 하마스가 집권하면서 끊임없는 갈등이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지중해에 면한 서쪽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방향에 모두 높은 장벽을 쌓아 생필품 반입을 통제하고 주민 이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펴고 있다. 가족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체포 이력이 있으면 가자지구를 벗어날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식이다. 가자지구에 ‘하늘만 뚫려 있는 세계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탄압으로 코너에 몰린 하마스가 이번에 ‘맞불 작전’으로 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측은 그간 수차례 대규모 무력충돌을 벌여왔으며 이스라엘의 압도적 전력 우위로 피해는 대부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집중됐다. 가자지구의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최근에는 하마스 또한 적잖은 주민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자살폭탄 테러 등 더 극단 노선을 표방하는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공격에 하마스가 사용한 ‘깟삼’ 로켓은 1930년대 영국령 팔레스타인에서 반(反)영국, 반유대 무장투쟁을 벌인 이슬람 성직자 잇줏딘 깟삼의 이름을 땄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무장단체의 정식 명칭 역시 ‘깟삼 여단’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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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마스, 새벽 로켓포 7000발 기습… 오토바이-낙하산-보트 침투도

    “도로에 시체가 수북이 쌓여 있다.”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 거주하는 주민 샬로미 씨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다음 날인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곳곳에 시체와 불에 탄 자동차가 가득하다”고 참혹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곳곳에서 숨진 가족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시민들, 부모를 잃고 하염없이 우는 아이 등이 목격됐다. 이스라엘 본토가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에 최대 규모로 뚫린 것은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이번 공격의 사전 인지에 실패한 데다 유대교 명절 ‘수막절(수코트·6일)’ 직후 안식일인 7일 새벽에 공격이 이뤄진 탓으로 풀이된다. 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이라는 첨단 방어망에도 수천 발의 로켓을 동원한 기습 공습에 더해 지상과 해상, 공중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무장대원이 침투하자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긴 셈이다. ● 패러글라이더 타고 국경 넘은 대원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수천 발의 로켓포를 집중적으로 퍼부으면서 이스라엘군을 혼란시킨 후 가자지구 남쪽 국경의 이스라엘 마을로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탄 대원들을 침투시켰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여러 명의 하마스 대원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로 이스라엘 국경 장벽 위로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은 픽업트럭, 오토바이, 모터보트 등을 이용해 북쪽과 동쪽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내 20여 개 마을과 군기지에 침투했다. 이후 최소 수십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붙잡아 가자지구로 돌아갔다.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동부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혼비백산해 사막을 뛰어다녔다. 현지 언론 하아레츠는 당시 현장을 ‘학살’, ‘전쟁터’ 등으로 묘사하며 오토바이를 탄 하마스 대원들이 군중 속으로 돌진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축제에 참가했다 실종된 500여 명을 찾기 위해 명단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 하마스 대원들은 총기를 들고 민간인 거주 지역을 이 잡듯 뒤지며 사실상의 민간인 사냥에도 나섰다. 이날 X(옛 트위터) 등에는 이들이 여성, 노인, 어린이 등 이스라엘 민간인을 강제로 끌고 가는 영상이 확산했다. 대원들은 피를 흘리는 민간인 여성의 머리채를 잡은 채 지프에 강제로 태웠다. 이 여성의 양팔은 케이블타이로 묶여 있었다. 또 다른 대원들은 “나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애원하는 또 다른 여성을 억지로 오토바이에 태워 떠났다. 일부 대원은 이스라엘군 탱크에서 이미 의식을 잃은 듯 보이는 병사를 끌어내 내동댕이쳤다. ● 정보전 완패한 이스라엘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겼다. 이번 사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과 기술력을 자랑해온 모사드(해외 첩보), 신베트(국내 첩보)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유대교 안식일 새벽을 기해 수천 발의 로켓포 세례를 퍼붓는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가자지구로 침투하기까지 모사드 등은 아무런 낌새를 채지 못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기만정보나 역정보 공작에 이스라엘이 당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적의 대규모 도발 징후를 놓친 정보전의 실패가 주요 패착이라는 얘기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 또한 대량 포격 방어엔 한계를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그간 하마스의 로켓포탄 공격에 아이언돔의 요격률이 90%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수천 발을 퍼붓는 이번 물량 공세엔 속수무책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력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CNN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기습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평한 이유다. 이 매체는 조만간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이 이번 사태에서 중요 정보를 왜 놓쳤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망신을 당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지상군 공격을 벌여 점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7개 지역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려 전면적인 군사작전 전개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약 8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했던 2014년 하마스와의 분쟁 때보다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하마스 또한 추가 공격으로 응수하는 ‘피의 보복’ 악순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칭 전력, 기습 도발” 한국에도 시사점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우리 군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휴전선 인근에 장사정포 1000여 문을 배치한 북한은 시간당 1만여 발의 포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 또 레이더 포착이 힘든 수백 대의 저고도 침투용 AN-2기, 대규모 특수전부대, 각종 무인기까지 보유한 북한의 비대칭·기습전 능력은 하마스보다 몇 배 우위로 평가된다. 군 소식통은 “하마스의 공격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기습도발 대비책을 철저히 점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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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해공 동시다발 침투에 이스라엘 ‘아이언돔’ 속수무책

    “도로에 시체가 수북히 쌓여 있다.”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 거주하는 주민 샬로미 씨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다음 날인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곳곳에 시체와 불에 탄 자동차가 가득하다”며 참혹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곳곳에서 숨진 가족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시민들, 부모를 잃고 하염없이 우는 아이 등이 목격됐다.이스라엘 본토가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에 최대 규모로 뚫린 것은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이번 공격의 사전 인지에 실패한 데다 유대교 명절 ‘수막절(수코트·6일)’ 직후 안식일인 7일 새벽에 공격이 이뤄진 탓으로 풀이된다. 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이라는 첨단 방어망에도 수천 발의 로켓을 동원한 기습 공습을 한 데 더해 지상과 해상, 공중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무장대원이 침투하자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긴 셈이다. ● 패러글라이더 타고 국경 넘은 대원외신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수천 발의 로켓포를 집중적으로 퍼부으면서 이스라엘군을 혼란시킨 후 가자지구 남쪽 국경의 이스라엘 마을로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탄 대원들을 침투시켰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여러 명의 하마스 대원들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로 이스라엘 국경 장벽 위로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은 픽업트럭, 오토바이, 모터보트 등을 이용해 북쪽과 동쪽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내 20여 개 마을과 군기지에 침투했다. 이후 최소 수십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붙잡아 가자지구로 돌아갔다.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동부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혼비백산하며 사막을 뛰어다녔다. 현지 언론 하레츠는 당시 현장을 ‘학살’, ‘전쟁터’ 등으로 묘사하며 오토바이를 탄 하마스 대원들이 군중 속으로 돌진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축제에 참가했다 실종된 500여 명을 찾기 위해 명단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하마스 대원들은 총기를 들고 민간인 거주 지역을 이잡듯 뒤지며 사실상의 민간인 사냥에도 나섰다. 이날 X(옛 트위터) 등에는 이들이 여성, 노인, 어린이 등 이스라엘 민간인을 강제로 끌고 가는 영상이 확산했다. 대원들은 피를 흘리는 민간인 여성의 머리채를 잡은 채 지프에 강제로 태웠다. 이 여성의 양 팔은 케이블 타이로 묶여 있었다. 또 다른 대원들은 “나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애원하는 또 다른 여성을 억지로 오토바이에 태워 떠났다. 일부 대원은 이스라엘군 탱크에서 이미 의식을 잃은 듯 보이는 병사를 끌어내 내동댕이쳤다. ● 정보전 완패한 이스라엘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겼다. 이번 사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과 기술력을 자랑해온 모사드(해외 첩보), 신베트(국내 첩보)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유대교 안식일 새벽을 기해 수천 발의 로켓포 세례를 퍼붓는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가자지구로 침투하기까지 모사드 등은 아무런 낌새를 채지 못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기만정보나 역정보 공작에 이스라엘이 당한 것으로밖에 볼수 없다”고 지적했다. 적의 대규모 도발 징후를 놓친 정보전의 실패가 주요 패착이라는 얘기다.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 또한 대량 포격 방어엔 한계를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그간 하마스의 로켓포탄 공격에 아이언돔의 요격률이 90%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수천 발을 퍼붓는 이번 물량 공세엔 속수무책이었다.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력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CNN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기습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평한 이유다. 이 매체는 조만간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이 이번 사태에서 중요 정보를 왜 놓쳤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전했다.망신을 당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지상군 공격을 벌여 점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7개 지역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려 전면적인 군사작전 전개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약 8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했던 2014년 하마스와의 분쟁 때보다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하마스 또한 추가 공격으로 응수하는 ‘피의 보복’ 악순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칭 전력, 기습 도발” 한국에도 시사점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우리 군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휴전선 인근에 장사정포 1000여 문을 배치한 북한은 시간당 1만여 발의 포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 또 레이더 포착이 힘든 수백대의 저고도 침투용 AN-2기, 대규모 특수전부대, 각종 무인기까지 보유한 북한의 비대칭·기습전 능력은 하마스보다 몇배 우위로 평가된다.군 소식통은 “하마스의 공격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아니라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기습도발 대비책을 철저히 점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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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부터 가자지구 통치… 하마스는 어떤 단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름은 ‘이슬람 저항 운동’을 뜻하는 아랍어 약자에서 유래했다. 1987년 이스라엘의 압제에 항거하는 제1차 시민 봉기(인티파다) 당시 아메드 야신이 설립했고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하마스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해방운동(PLO)의 온건 노선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으며 과격파 주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테러 등 무장투쟁을 중시해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서방국으로부터 테러단체로 지정됐다. 야신은 2004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암살됐다.하마스는 북한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는 2014년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이란을 거쳐 하마스로 유입되는 ‘3각 거래’ 가능성을 제기했다. 무기가 필요한 하마스와 돈이 급한 북한 모두 이란을 중개인으로 활용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것이다. 이란 또한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하마스의 근거지이며 이번 공격이 시작된 가자지구는 원래 이집트 땅이었으며 1967년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세종시와 비슷한 약 365㎢ 규모에 지난해 기준 약 240만 명이 거주해 인구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2005년 평화협정에 따라 유대인 정착촌을 폐쇄하고 현지에서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했다. 그러나 2007년 하마스가 집권하면서 끊임없는 갈등이 이어졌고 이스라엘은 지중해에 면한 서쪽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방향에 모두 높은 장벽을 쌓아 생필품 반입을 통제하고 주민 이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펴고 있다. 가족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체포 이력이 있으면 가자지구를 벗어날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식이다. 가자지구에 ‘하늘만 뚫려 있는 세계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극단적 봉쇄와 탄압으로 코너에 몰린 하마스가 이번에 ‘맞불 작전’으로 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측은 그간 수차례 대규모 무력충돌을 벌여왔으며 이스라엘의 압도적 전력 우위로 인해 피해는 대부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집중됐다. 이번 공격에 하마스가 사용한 ‘까삼’ 로켓은 1930년대 영국령 팔레스타인에서 반(反)영국, 반유대 무장투쟁을 벌인 이슬람 성직자 이즈 앗딘 알까삼의 이름을 땄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무장단체의 정식 명칭 역시 ‘까삼 여단’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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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판 9·11테러 발생”…하마스 공습에 50년 만에 이스라엘 본토 뚫렸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새벽 시간대 전방위 공습으로 이스라엘 본토와 방공망이 뚫렸다. 1973년 이집트, 시리아 등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욤 키푸르 전쟁’ 이후로 50년 만의 일로, ‘이스라엘판 9·11테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공습에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유명한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Iron Dome)’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해온 정보기관 모사도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스라엘은 즉각 “강력한 보복”을 천명하며 전쟁에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했던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접경한 이스라엘 북부의 군사시설 등에 대한 공격에 가세하며 ‘신(新)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7일(현지 시간) 오전 하마스 최고사령관 모하마드 데이프는 “지구상의 마지막 점령을 끝내기 위한 가장 큰 전투의 날”이라며 ‘알 아크사 홍수’ 작전 개시를 발표했다. 하마스TV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0분경부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중·남부 일대 도시를 향해 미사일 7000발을 퍼부었다. 동시에 육로, 해상, 하늘을 통해서 무장대원이 이스라엘 내부로 침투해 민간인, 군인을 인질로 잡았다. 이번 기습 공격으로 이날 현재 이스라엘에서만 300명 넘는 주민이 숨지고 1500명 이상 다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하루만인 8일 성명에서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전쟁 진입을 선언했다. 이어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숨어 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며 철저한 응징과 보복을 예고했다. 직후 가자지구에 공습을 단행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하마스,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며 중동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하고 긴급 연설에 나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어떤 정파라도 이 공격으로 이익을 추구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반면 이란은 외교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라며 하마스를 옹호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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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여성인권운동가 모하마디, 올해 노벨평화상 ‘옥중 수상’

    올해 노벨평화상은 이란 내 여성 억압과 인권 탄압에 맞서 수십 년간 싸워 온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사진)에게 수여됐다.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 시간) 모하마디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이란 여성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의 인권과 자유를 신장하기 위한 싸움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2021년 경찰에 체포돼 현재 수감 중인 모하마디는 지난해 옥중에서 여성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고문, 학대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모하마디 가족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상은 이란인 모두의 것”이라며 대신 소감을 발표했다. ‘이란 여성인권’ 30년 투사, 옥중 노벨평화상 나르게스 모하마디 수상자로 선정31년 징역형-154차례 채찍질형 고초“승리는 쉽지 않지만 분명히 온다”노벨상委 “12월 시상식 참석 허가를” “올해 수상자는 여성이자 인권투사다. 표현의 자유와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며 개인의 큰 희생이 있었다. 이란 당국은 그를 13차례 체포해 31년의 징역형과 154차례 채찍질형을 선고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이란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를 선정했다고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평화상은 지난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란 정부의 차별과 억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함께 기린다. 당시 시위자들이 외쳤던 ‘여성, 삶, 자유’라는 구호는 수상자인 모하마디의 헌신과 노력을 적절하게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히잡 착용 규정 위반으로 도덕경찰의 조사를 받던 22세 여성 마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뒤 이란 전역에선 반정부 시위가 크게 확산됐다. 젊은 물리학도였던 모하마디는 1990년대부터 여성 인권 활동가로 투신해 진보 성향의 신문사에서 칼럼니스트 등으로 일했다. 2003년에 이란 비정부기구인 인권수호자센터(DHRC)에 합류해 현재 이 센터 부소장직을 맡고 있다. 이 센터는 무슬림 여성 최초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시민운동가이자 인권 변호사인 시린 에바디(76·여)가 세운 단체다. 구금과 석방을 반복해온 모하마디는 2021년 반국가 선전물 유포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도 테헤란 소재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1일 이란에서 아르미타 게라반드라는 16세 여성이 히잡 규정 위반으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번지자 모하마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가 아르미타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고 옥중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날 모하마디의 가족은 수감 중인 그를 대신해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용기로 세계를 사로잡은 이란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모하마디가 자주 하는 말을 인용해 “승리는 쉽지 않지만 분명히 온다”고도 했다. CNN은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이름은 이란 인권 투쟁과 동의어가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노벨평화상은 중동 지역 국가에서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을 세계가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모하마디의 이번 수상이 테헤란(이란 정부)을 분노케 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베리트 레이스아네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란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하는 정부라면 모하마디를 석방하고, 12월에 열릴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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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평화상, 이란 여성운동가 모하마디 ‘옥중 수상’

    “올해 수상자는 여성이자 인권투사다. 표현의 자유와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며 개인의 큰 희생이 있었다. 이란 당국은 그를 13차례 체포해 31년의 징역형과 154차례 채찍질형을 선고했다.”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이란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를 선정했다고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평화상은 지난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란 정부의 차별과 억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함께 기린다. 당시 시위자들이 외쳤던 ‘여성, 삶, 자유’라는 구호는 수상자인 모함마디의 헌신과 노력을 적절하게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히잡 착용 규정 위반으로 도덕경찰의 조사를 받던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뒤 이란 전역에선 반정부 시위가 크게 확산됐다.젊은 물리학도였던 모하마디는 1990년대부터 여성 인권 활동가로 투신해 진보 성향의 신문사에서 칼럼리스트 등으로 일했다. 2003년에 이란 비정부기구인 인권수호자센터(DHRC)에 합류해 현재 이 센터 부소장직을 맡고 있다. 이 센터는 무슬림 여성 최초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시민운동가이자 인권 변호사 시린 에바디(76·여)가 세운 단체다. 구금과 석방을 반복해온 모하마디는 2021년 반국가 선전물 유포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도 테헤란 소재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1일 이란에서 아르미타 게라완드라는 16세 여성이 히잡 규정 위반으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번지자 모함마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가 아르미타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고 옥중 비판을 하기도 했다.이날 모하마디의 가족은 수감 중인 그를 대신해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용기로 세계를 사로잡은 이란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모하마디가 자주 하는 말을 인용해 “승리는 쉽지 않지만 분명히 온다”고도 했다.CNN은 “나그레스 모하마디의 이름은 이란 인권 투쟁과 동의어가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노벨평화상은 중동 지역 국가에서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을 세계가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모하마디의 이번 수상이 테헤란(이란 정부)을 분노케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란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하는 정부라면 모하마디를 석방하고, 12월에 열릴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Nagres MohammadiBerit Reiss-AndersenShrin Ebadi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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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잡 안 쓰고 지하철 탄 이란 소녀, 혼수상태…경찰 폭행 의혹

    이란의 1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로 불리는 이란 지도순찰대에게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란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인권보호 단체인 헨가우는 지도순찰대의 심각한 폭행이 있었다며 이들을 고소했다. 이란 당국은 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4일 BBC 등에 따르면 1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지하철에서 아르미타 게라완드(16)가 여성 도덕경찰과 히잡 규정 위반 문제로 충돌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헨가우에 따르면 히잡 단속 과정에서 도덕경찰이 게라완드에게 심각한 폭행을 가했으며, 그로 인해 게라완드는 현재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란 국영 IRNA 통신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지하철역 플랫폼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하철에 탑승한 게라완드는 얼마 뒤 이어진 영상에서 지하철에서 플랫폼 밖으로 도덕경찰과 일부 승객에 의해 끌려 나온다. 게라완드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기절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당국은 “저혈압성 쇼크일 뿐”이라고 했지만, 헨가우는 “명백한 폭력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하철 내부 영상의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테헤란 지하철 운용사 대표인 마수드 도로스티는 IRNA 통신에 “승객과 지하철 직원 간에 말싸움이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고 말했다.헨가우에 따르면 현재 게라완드의 부모는 딸과의 면회가 금지됐으며, 경찰은 부모가 사건 관련 사진을 소셜미디어 등에 올리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게라완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한 이란 언론인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당국은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이란 전역을 들끓게 한 이른바 ‘히잡 시위’가 당시 22세였던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규정 위반 조사 중 의문사한 사건으로 인해 촉발됐기 때문이다. 당시 아미니의 유족 측은 구타 흔적이 있다며 경찰의 고문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아미니의 기저 질환이 사인”이라며 폭행을 부인했다.아미니 사태 1년여 만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란 당국은 전국적인 반(反)정부 시위가 재현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미니 사망 1주기를 맞아 이란 전역에서 추모식이 열렸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이란 정부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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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균열 우려속 EU 외교장관들 우크라 집결 “내년 7조원 지원”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2일 비(非)회원국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서 회의를 열고 내년에도 50억 유로(약 7조 원)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뜻을 밝혔다. 이날 회의는 EU 국경 밖에서 이뤄진 EU 외교장관의 첫 공동회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단결이 필요하다”며 서방의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다만 미국과 서방 주요국에서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비용 부담 증가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미국 야당 공화당은 자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일종의 ‘이면 합의’를 했다며 매카시 의장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막기 위해 각종 거짓 정보와 음모론을 퍼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키이우에 집결한 EU 외교장관들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최대 50억 유로의 지원 패키지를 우크라이나에 제안했다. 연내 관련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석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동맹 간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놀아나지 말자”고 했다. EU 주요국 장관은 동조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벌이는 잔혹한 방식을 목격했다. 우리가 가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이번 회의의 목적은 우리의 단호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리의 ‘전쟁 피로감’을 기대하게 해선 안 된다”고 가세했다. EU가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지난달 30일 EU 회원국인 슬로바키아에서 친(親)러시아·반(反)EU 성향의 야당 사회민주당이 1위를 차지하고, 미국 폴란드 등에서 거듭된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이 있다. 위기감이 확산되기 전 불식시키려는 시도인 셈이다. 보렐 대표는 “아직 EU 회원국 중 어떤 국가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접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쿨레바 장관은 슬로바키아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아직 연정 구성이 끝나지 않았다”며 친러 정당의 집권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물론이고 러시아에 공격용 무인기(드론)를 지원하는 이란에 대한 EU 차원의 제재를 확대하고, 추가 방공망 지원 또한 요청했다. ● 바이든-매카시 ‘이면합의’ 논란미 정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공방이 확대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취재진으로부터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을 처리했지만 다음 협상 과정에서 매카시 의장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관해 (합의를) 하나 맺었다. 그러니 두고 보자”고 답했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의 이면합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2일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발의했다. 매카시 의장이 임시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등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비밀 거래’를 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공화당 강경파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고 중남미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미 국경 보호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올 1월 의장에 선출될 때도 집권 민주당에 지나치게 온정적이라는 이유로 당내 강경파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15차례 투표 끝에 겨우 의장이 됐다. 당시 그는 강경파의 요구대로 의원 한 명이 단독으로 의장 해임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는데 이번에 이 조항이 자신의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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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축구장에 솔레이마니 동상… 사우디, 경기 거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위해 이란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정팀이 경기장에 놓인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동상을 이유로 출전을 거부해 2일 경기가 취소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스파한 나크시에 자한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안방 팀 세파한SC와 방문 팀인 알이티하드의 경기에서 방문 팀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나가는 입구에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동상이 설치된 것을 보고 입장을 거부했다. 동상을 치우지 않으면 출전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안방 팀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6만여 명의 관중은 경기 시작 지연에 “필드에 정치를 끌어들이지 말라”며 항의했지만 끝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AFC는 “이 문제를 관련 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은 이란 혁명수비대를 이끌었던 인물로 2020년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란에서는 영웅으로 통하지만 사우디에서는 자국 남부 및 예멘에서 활동하는 후티 반군을 지원했으며 사우디 드론 테러 사건을 일으킨 원흉으로 통한다. 서방에선 그를 테러리스트로 분류했다. 올해 초 중국의 주재로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던 양국 간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비롯해 최근 사우디 남부 국경 및 내전 중인 예멘에서도 충돌이 잇따르며 양국의 관계가 경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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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르키예 수도서 7년만에 쿠르드족 폭탄테러

    1일 튀르키예의 행정수도 앙카라에서 2016년 이후 7년여 만에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계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집권 내내 쿠르드족을 탄압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반(反)쿠르드 정책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또한 “테러범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고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날 오전 내무부 청사 입구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와 관련해 “용의자 2명 중 1명을 PKK 조직원으로 확인했다. 나머지 1명의 신원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2명 중 1명은 자폭으로 숨졌고 나머지 1명은 경찰이 사살했다. 경찰관 2명이 부상을 당했으나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다. PKK는 쿠르드계 매체 ANF 통신을 통해 “우리 ‘불멸 여단’ 소속 팀이 희생 작전을 벌였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PKK는 2016년 3월 앙카라 도심에서 폭탄을 실은 차량이 폭발하면서 37명이 숨졌을 때도 배후로 지목받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 개원이 예정됐던 이날 수도 한복판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그는 의회를 찾아 “시민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범은 결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개원 연설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일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약 35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으로 불린다. 이 중 튀르키예에 가장 많은 140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이는 튀르키예 인구의 약 16%를 차지한다. 1978년 결성된 PKK는 쿠르드족의 주요 단체 중 급진주의 성향이 가장 강하다. 튀르키예 남동부, 시리아 북부 등에서 무장투쟁 중심의 독립활동을 벌여 왔다. 중립국이던 스웨덴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신청하자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가 막고 있는 배경에도 PKK가 있다.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여기는 PKK에 스웨덴 정부의 조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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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르키예 앙카라서 PKK 소행 폭탄 테러…용의자 2명 사망

    1일 튀르키예의 행정수도 앙카라에서 2016년 이후 약 8년 만에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계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집권 내내 쿠르드족을 탄압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반(反)쿠르드 정책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또한 “테러범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고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튀르키예 당국은 이날 오전 내무부 청사 입구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와 관련해 “용의자 2명 중 1명을 PKK 조직원으로 확인했다. 나머지 1명의 신원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2명 중 1명은 자폭으로 숨졌고 나머지 1명은 경찰이 사살했다. 경찰관 2명이 부상을 당했으나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다. PKK는 쿠르드계 매체 ANF 통신을 통해 “우리 ‘불멸 여단’ 소속 팀이 희생 작전을 벌였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PKK는 2016년 3월 앙카라 도심에서 폭탄을 실은 차량이 폭발하면서 37명이 숨졌을 때도 배후로 지목받았다.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 개원이 예정됐던 이날 수도 한복판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그는 의회를 찾아 “시민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범은 결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개원 연설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일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약 35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세계 최대의 나라없는 민족’으로 불린다. 이 중 튀르키예에 가장 많은 140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이는 튀르키예 인구의 약 16%를 차지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내내 쿠르드족을 거세게 탄압했다. 고유 언어 및 역사 교육, 전통 복장 착용 등도 금지했다. 1978년 결성된 PKK는 쿠르드족의 주요 단체 중 급진주의 성향이 가장 강하다. 튀르키예 남동부, 시리아 북부 등에서 무장투쟁 중심의 독립활동을 벌여왔다. 중립국이던 스웨덴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신청하자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가 막고 있는 배경에도 PKK가 있다.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여기는 PKK에 스웨덴 정부의 조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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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량난에 발라디 값 2~5배 오른 이집트… ‘제2 아랍의 봄’ 우려도[글로벌 현장을 가다]

    《23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 근교 한 재래시장. 서민들이 주식으로 먹는 납작한 빵 ‘아이시 발라디’가 가게마다 개당 0.5∼1이집트파운드(약 21.7∼43.4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집트 국민이 거의 모든 식사에 곁들여 먹는 발라디 값은 지난해보다 2∼5배로 늘었다. 한 상점 주인은 “올 초만 해도 개당 0.2파운드에 겨우 팔 수 있었는데 밀 가격이 많이 올라 그렇게 팔기 어렵다. 손님들이 불평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가게를 찾은 한 손님도 “1, 2년 전만 해도 현재 가격 절반도 안 됐다”며 착잡한 표정으로 빵을 봉지에 담았다.》 밥상 물가 상승에 서민들 고통 세계 최대 밀 수입국 이집트는 전체 밀 수입의 약 60%를 러시아에, 20%는 우크라이나에 의존해 왔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 밀 주요 수출 통로를 막으면서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나마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통해 밀을 수입할 수 있었으나 올 7월 러시아가 협정 연장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밀 수급 위기가 커졌다. 이달 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곡물협정 복귀를 설득했으나 소득 없이 끝나며 ‘급한 불’도 끄지 못했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리야드 무함마드 씨는 “뉴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곡물협정 (중단) 얘기도 잘 알고 있다”며 “먹고살아야 하니 밀이 비싸져도 다른 방법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밀 부족 현상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이달 초 찾은 ‘10월6일시(市)’에 있는 대형 곡물 저장창고(사일로) 단지는 인적이 드물었다. 카이로 도심에서 약 40km 떨어진 이곳에는 이집트 곡물 유통 대기업들의 사일로가 한데 모여 있어 곡물을 실어나르는 대형 트럭들로 붐볐다. 이곳에 저장된 밀은 가공 작업을 거쳐 카이로 및 인근 대도심 상점들로 유통된다. 곡물창고 단지에서 10년 넘게 먹거리 노점상을 하고 있다는 상인은 “예전 평일 같으면 곡물 포대를 가득 담은 차들이 밤낮없이 지나다녔는데 요즘 평일 오후에는 눈에 띄게 도로가 한산하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30∼4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일로 경비원도 “오늘 창고로 들어오는 차가 늦게나 한 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카이로 인근 뉴카이로 지역에서도 사람들은 밀 수급이 옛날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마트 빵집에서 일하는 아티아 씨는 “예전처럼 매일 아침 빵 나오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하기 힘들다”며 “주문한 밀이 공장에서 언제쯤 도착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외식 부담에 도시락 싸서 다녀” 밀뿐만 아니라 쌀, 감자, 해바라기씨유(油), 옥수수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카이로 시내 소매점 다섯 곳을 둘러본 결과 올 초 1kg당 15파운드에 팔리던 쌀은 대체로 30파운드가 넘었다. 쌀 품종에 따라 50파운드를 넘는 것도 있었다. 감자는 1kg당 6파운드에서 12∼15파운드로 올랐다. 30파운드이던 800mL 용량 해바라기씨유 1병은 현재 69파운드 안팎에 팔린다. 이집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인 양파와 토마토 값도 2배 이상 뛰었다. 택시 운전사인 칼레드 압둘라 씨는 “식당에서 보통 끼니를 해결했는데 요즘엔 외식 물가도 부담스러워 일주일에 사흘은 도시락을 싸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농산물과 식료품 가격 상승이 의료, 주택을 비롯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이끄는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 현상도 뚜렷하다. 10일 이집트 통계청(CAPMAS)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7월 38.2%에서 1.5%포인트 오른 39.7%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곡물, 육류, 가금류, 생선, 과일 상승 폭이 매우 컸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7.4%나 상승했다. 지난해 말까진 2021년 대비 CPI 상승률이 10%대였지만 올 2월부터 줄곧 30%를 웃돌고 있다. 올해 한국의 전년 대비 CPI 상승률은 2∼3%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흑해곡물협정 재개마저 안갯속이 되자 이집트 정부는 자국 밀 생산량을 늘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생산된 밀은 약 980만 t. 2021년 생산량 900만 t에서 1년 만에 80만 t을 늘렸다. 2010년(720만 t)부터 1년에 20만 t 이내로 늘려 오던 생산량을 급히 늘린 것이다. 또 리비아 남동부, 수단 북서부와 국경을 맞댄 샤르끄엘오와이나트 지역을 대규모 밀 생산지대로 개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사막지대를 경작하기 위해 국민을 집단 이주시켜 연간 곡물 300만 t 생산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인구 약 1억500만 명인 이집트 밀 소비량을 충족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이집트는 매년 밀을 약 1200만 t 수입하고 있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주요 밀 수입국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심에서 호주 브라질 불가리아 프랑스 독일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등으로 다각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식료품 구매를 위한 보조금 지원도 1277억 파운드(약 5조5700억 원) 규모로 늘릴 방침이다.‘아랍의 봄’ 다시 부르나 이집트 정부가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해 여러 정책과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곡물을 비롯한 식료품 가격이 당장 떨어지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자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내년 2월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경기 침체와 이집트파운드화 가치 폭락이 겹치며 민생이 불안해지자 ‘제2의 아랍의 봄’ 같은 사태가 벌어져 정권 교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당시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집결한 시위대 수만 명은 “빵, 자유, 정의”를 외쳤다. 2014년부터 장기 집권하고 있는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양파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탐욕스러운 무역업자들 때문”이라며 비판의 화살을 수입업자들에게 돌렸다. 가격 안정화를 위해 이집트에서 난 양파 수출을 3개월 동안 제한하는 조치도 발표했으나 민심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22일 감자 수송 트럭에서 감자를 훔친 남성 1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감자 절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지며 큰 화제가 된 사건이었다. 절도범들은 감자 포대를 싣고 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 옆에 오토바이와 트럭을 탄 채 바짝 붙어 달리며 포대에 구멍을 내고 감자를 옮겨 담았다. 담지 못하고 쏟아져 내린 감자들로 차로 하나가 가득 차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일간지 더내셔널은 26일 “누군가 절도를 비난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를 식량난 조짐으로 본다”며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성난 이집트 민심을 보도했다. 이집트 상공회의소 채소연합 관계자는 더내셔널에 “대외적 악조건도 있었지만 정부도 식량난, 물가 상승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윤 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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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내년 국방예산, 우크라戰 이전의 3배로 늘려 150조원

    러시아의 내년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 규모인 약 150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에는 GDP의 2.7% 수준이었다. 예산액으로는 약 3배로 증가한 것이다. 러시아의 전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러시아 예산 계획 초안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내년 국방 예산은 올해 6조5000억 루블(약 90조2000억 원)에서 10조8000억 루블(약 150조 원)로 늘었다. 2021년 국방 예산은 3조6000억 루블이었다. GDP 대비로는 2021년 2.7%, 올해 3.9%에서 내년 6%로 치솟게 된다. 초안에 따르면 특히 내년 예산 가운데 기밀 또는 불특정 항목에 11조1000억 루블(약 151조 원)이 배정돼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아졌다.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 의회 견제 등을 피하기 위해 국방 예산과 별도로 편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300조 원가량이 내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셈이다. 예산안은 상·하원 승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확정된다. 우크라이나는 23일 크림반도 일대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 공군기지 등을 나흘째 미사일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 공습으로 러시아 해군 고위 지휘관이 숨졌고 사상자 수십 명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자포리자를 비롯한 남동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격퇴해 대규모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났으며 탱크와 미사일 시스템도 많이 파괴했다고 맞섰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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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내년 국방예산 150조원…우크라戰 이전의 3배로 늘려

    러시아 내년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6% 규모인 약 150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에는 GDP 2.7% 수준이었다. 예산액으로는 약 3배로 증가한 것이다. 러시아의 전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22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러시아 예산 계획 초안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내년 국방 예산은 올해 6조5000억 루블(약 90조2000억 원)에서 10조8000억 루블(약 150조 원)로 늘었다. 2021년 국방 예산은 3조6000억 루블이었다. GDP 대비로는 2021년 2.7%, 올해 3.9%에서 내년 6%로 치솟게 된다. 초안에 따르면 특히 내년 예산 가운데 기밀 또는 불특정 항목에 11조1000억 루블(약 151조 원)이 배정돼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로 많아졌다.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 의회 견제 등을 피하기 위해 국방 예산과 별도로 편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300조 원가량이 내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셈이다. 예산안은 상·하원 승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서명을 거쳐 확정된다.우크라이나는 23일 크림반도 일대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 공군기지 등을 나흘째 미사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 공습으로 러시아 해군 고위 지휘관이 숨졌고 사상자 수십 명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러시아는 자포리자를 비롯한 남동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격퇴해 대규모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났으며 탱크와 미사일 시스템도 많이 파괴했다고 맞섰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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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한쪽선 처절한 수색, 한쪽선 야시장 관광

    “여기 쇼 보고 가세요. 보고 사진 찍었으면 돈 내고 가시고.” 12일 오후 8시경, 나흘 전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많은 건물이 무너진 모로코 중부 도시 마라케시의 구(舊)도심 제마 엘프나 광장. 지진으로 안식처를 잃거나 여진 공포에 집을 뛰쳐나온 이들이 집단 노숙하던 광장에 거리 공연가, 기념품 판매상, 야시장 상인, 외국인 관광객 등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기념품 노점상은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관심 끌어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불과 20∼30m 곁에선 여전히 이재민들이 잠을 청하고 있었고 100m 남짓 떨어진 곳의 허물어진 유적 벽돌들은 그대로 쌓여 있었다. 사망자가 2901명으로 집계된 이날 시간을 다투는 수색 및 구조 활동이 벌어지는 아틀라스산맥 산간 마을들과 달리 마라케시 구도심은 빠르게 일상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약 50km 떨어진 산간지대에서는 여전히 수천 명이 무너진 건물 밑에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광장에 펼쳐진 임시 야시장은 흥겨운 노랫가락과 호객꾼들의 외침이 가득했다. 서늘한 날씨를 즐기러 가족 단위로 온 이도 적지 않았다. 어두운 광장 한구석에선 이재민들이 얇은 이불을 깔고 누워 시름을 달래고 있었다.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가족과 함께 있던 이르함 씨는 “지진 당시 생각 때문에 어제도, 그제도 한두 시간 자다 깨곤 했다”며 “넓은 광장에 나와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가족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집 천장과 벽 타일들이 다 떨어져내렸고 내부 계단도 부서졌다.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웃들도 피해가 있었고 산 쪽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이렇게 지진 전으로 돌아가는 광장 모습이 조금 낯설고 이상하다”고 했다. 모하메드 6세 국왕은 이날 마라케시의 병원을 찾아 부상자들을 위로했다. 부상자 치료에 필요한 헌혈 운동에도 동참했다. 하지만 참사 당시 파리 초호화 저택에 머물면서 인명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왕의 ‘보여 주기’식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외신들은 모로코가 국가 주요 수익원인 관광산업에 해를 끼치는 대외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피해 규모나 실상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모로코 국민은 국왕이나 정부 대응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국가 위기 상황을 맞은 국왕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광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국왕과 정부의 지진 대책을 묻는 질문에 “왕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 큰일 난다”며 말을 아꼈다. 마라케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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