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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했던 보이그룹 멤버들이 돌아온다. H.O.T.부터 동방신기, 샤이니까지 1·2세대 아이돌 계를 휩쓸었던 K팝 남성그룹의 멤버들이 솔로 컴백을 대거 앞두고 있다. 소녀시대에 이어 블랙핑크, 아이브, 뉴진스까지 2~4세대 여성그룹이 여름 가요계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1·2세대 보이그룹 멤버들의 귀환에 국내외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여는 이는 데뷔 15년차 장수그룹인 샤이니의 멤버 키. 키는 지난달 30일 정규 2집 ‘가솔린’(Gasoline)을 발매했다. 지난해 9월 발매한 미니앨범 1집 ‘배드 러브’ 이후 11개월 만에 내놓는 앨범이자, 정규 1집 ‘페이스’ 이후 3년 9개월 만에 내놓는 정규 앨범이다. 타이틀곡인 가솔린을 비롯해 ‘바운드’ ‘빌런’ 등 11곡을 수록했다. 가솔린은 발매 직후 핀란드, 브라질, 호주, 칠레, 러시아 등 23개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키는 작사를 비롯해 뮤직비디오와 앨범 콘셉트 기획 전반에 참여했다. 타이틀 곡 가솔린은 리듬감 있는 드럼과 웅장한 브라스가 돋보이는 힙합 댄스곡. 이 곡 역시 키가 작사에 참여했다. 키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랑 얘기도 좋지만, 이제는 앨범 생명력을 위해 자전적인 게 들어가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11번 트랙 ‘프라우드’에 대해 “생각해보니 온전히 나를 위해 쓴 가사가 별로 없더라. ‘기범아, 고생했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가사를 썼다”고 전했다. 키의 컴백을 이을 타자는 17년 만에 정규앨범을 내놓는 H.O.T. 출신 강타다. 그는 정규 4집 ‘아이즈 온 유’(Eyes On You)로 이달 7일 컴백한다. 강타의 데뷔 26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자, 2005년 발매한 정규 3집 ‘페르소나’ 이후 17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26주년 기념 앨범인 만큼 앨범 공개 날짜도 그의 데뷔 날짜에 맞췄다. 1996년 9월 7일 H.O.T.의 정규 1집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강타는 그룹 해체 뒤에도 솔로 가수로서 ‘북극성’ ‘상록수’ 등 다양한 솔로 곡을 선보인 바 있다. 새 앨범에는 신곡을 포함해 데뷔 25주년 프로젝트로 선보인 곡 등 10곡이 수록됐다. 동방신기 출신인 김재중은 13일 세 번째 정규앨범 ‘본 진’(BORN GENE)으로 컴백한다. 이번 앨범은 2016년 정규 2집 ‘녹스’ 이후 약 6년 만에 발매되는 정규 앨범. 2집에서 하드락, 팝 펑크,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 만큼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음악적 도전을 했는지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앨범 발매와 함께 9월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태국에서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개최하고 국내외 팬들을 만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블랙핑크가 미국 ‘2022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한국 여성 그룹 처음으로 2관왕에 올랐다. 방탄소년단(BTS)은 4년 연속으로 ‘올해의 그룹’ 상을 받았다. 블랙핑크는 28일(현지 시간) 미 뉴저지 프루덴셜센터에서 열린 MTV VMA에서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 ‘베스트 K팝’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새로 생긴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는 가상현실에서 가수들의 아바타가 진행한 공연에 주어지는 상으로, 저스틴 비버와 트웬티 원 파일러츠 등이 함께 후보에 올랐다. ‘베스트 K팝’ 상은 블랙핑크 멤버인 리사가 솔로앨범 ‘라리사’로 수상했다. 2019년에 신설된 이 상은 지난해까지 BTS가 3년 연속 수상했다. 블랙핑크는 이날 한국 여성 그룹 최초로 VMA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BTS는 브루노 마스가 결성한 실크소닉, 이매진 드래건스 등과 경쟁해 ‘올해의 그룹’ 상을 석권했다. 2019년부터 4년 연속이다. 남성 그룹 세븐틴도 이날 ‘푸시 퍼포먼스 오브 더 이어’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청동을 소재로 여성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온 조각가 박임향 작가의 개인전 ‘스며듦(Permeation)’전시가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산지갤러리에서 열린다. 서울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1974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 입선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는 한국현대조각대전, 한국여류조각가회전, 서울조각회전, 한국현대조각대전 등에 참여했다. 인간을 향한 애정 어린 관심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성을 관찰해온 작가는 모성애의 아름다움과 애틋함을 담백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표현해왔다. 그의 대표작 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40여 년의 예술혼을 집약한 박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모성애를 때론 섬세한 곡선으로, 때론 투박한 면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통해 박 작가의 끊임없는 조형적 탐구정신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오픈식은 24일 3시에 열린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조선 시대 청백리로 뽑힌 문신이자 학자인 청련(靑蓮) 이후백 선생(1520∼1578)의 뜻을 기리는 학술대회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20일 열렸다. 한국계보연구회(회장 김학수)와 연안 이씨 청련공파도문회(회장 이철진)가 ‘청련 이후백의 학문과 관료정신’을 주제로 마련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도승지와 이조·호조·형조판서를 지낸 선생의 관직생활과 가풍을 조명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시학과 성리학에 조예가 깊었던 선생은 인사권을 공정하게 행사하고 청렴하게 업무에 임하며 공도를 실천하는 데 힘썼다”고 밝혔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선생은 인재를 등용할 때 반드시 아랫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의견이 일치하면 기용했다”며 “서인 기호학파와 남인 영남학파의 대립이 격화되던 시대에 화합과 균형의 가치를 내면화해 가풍으로 확립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새해 소원이 팬들과 눈을 맞추는 것이었어요. 무대에 서서 행복해요.”(에스파 닝닝) “라이브는 이렇게 환호 속에 즐겨야죠!”(동방신기 유노윤호)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일 열린 ‘SMTOWN LIVE 2022’ 콘서트. 3만여 명의 관객 앞에 선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국내외에서 열리던 ‘SM타운 라이브’가 2019년 일본 공연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개최됐기 때문이다. 에스파의 ‘Next Level’로 시작한 이날 공연에서 가수들은 오후 6시 50분부터 4시간 동안 43곡을 선보였다. 5년 만에 완전체 활동을 시작한 소녀시대의 효연은 “너무 재밌어서 눈물이 난다”며 울먹였다. 이날 무대에는 보아, 동방신기, 엑소 등이 출연했다. 팬들은 가수 이름이나 얼굴이 담긴 플래카드와 응원봉을 열정적으로 흔들며 콘서트를 즐겼다.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3년여간 콘서트를 미룬 가수들이 오프라인 공연에 나섰다. 아이유는 3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 다음 달 17,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는 티켓 8만여 장이 매진됐다. 취소된 표를 기다리는 대기 인원만 34만여 명에 달한다. 19일 2집 정규 앨범 수록곡 ‘핑크 베놈’을 선공개하며 1년 10개월 만에 완전체 활동을 시작한 걸그룹 블랙핑크도 팬들을 만난다. 10월 15, 16일 송파구 KSPO DOME(옛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본 핑크 월드 투어’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대면 콘서트다. 블랙핑크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 태국 등을 돌며 내년 6월까지 월드투어를 진행한다. 해외 스타의 내한공연도 이어진다. 4220만 명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보유한 영국 디제이 앨런 워커는 다음 달 14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WALKERVERSE: THE TOUR’ 콘서트를 연다. 10월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에는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앤 마리가 출연한다. 세계적인 팝밴드 마룬5도 11월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3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끔찍한 사고로 만신창이가 된 한 남자가 있다. 다행히 뇌는 다치지 않았고, 그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뇌를 갈아 끼우는 ‘복제 몸 수술’ 보험도 들어 놓았다. 문제는 몸이 완성되기까지 2년 동안 뇌를 보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 고민에 빠진 아내에게 보험사 직원은 “저렴한 방법이 있다”며 아내의 자궁에 뇌를 보관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남편을 살릴 유일한 길이었기에 여자는 2년간 남편의 뇌를 마치 태아처럼 자신의 자궁에 보관한다. 복제 몸이 완성되자 자궁에서 뇌를 꺼냈지만 트라우마는 남았다.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인간성을 잃었고, 그 탓에 불구나 다름없는 존재가 됐다.’ 16일 출간된 SF 단편집 ‘내가 행복한 이유’의 첫 번째 소설 ‘적절한 사랑’의 이야기다. 책은 대학병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저자가 쓴 SF 단편을 모았다. ‘적절한 사랑’처럼 육체와 의식을 동시에 파고드는 과학기술,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현존하는 최고 SF 작가로 꼽히는 테드 창과 함께 ‘하드 SF계의 양대 산맥’이라 불린다. 하드 SF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SF 소설이다. 표제작 ‘내가 행복한 이유’도 과학기술로 인해 신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 주인공은 죽어버린 행복 뇌세포를 되살릴 수 있다는 의사의 제안으로 인공 뇌를 이식받는다. 하지만 인공 뇌는 4000명의 뇌 데이터를 집적해 만든 것이었기에 주인공은 혼란에 빠진다. 4000명의 취향이 모두 섞여 주인공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판단할 수 없게 된다. 주인공을 치료할 과학기술은 남아있다. 하지만 그게 주인공을 진정으로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사는 음악, 음식 등 취향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수술을 진행한다. 내가 어떤 인간이 될지 선택할 수 있게 되지만 주인공은 행복해지지 못한다. 리모컨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내 뇌를 통제할 수 있기에, 자신이 느끼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허무감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가능케 하는 선택지 앞에 선 인간의 고뇌를 읽다 보면 ‘내가 이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함께 따라올 것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블랙핑크는 데뷔 때부터 ‘반전’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신곡 ‘핑크 베놈(Pink Venom)’은 ‘사랑스러운 독’이란 뜻이죠. 저희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아닐까요.”(블랙핑크 멤버 제니) 여성그룹 블랙핑크(사진)가 정규 2집 ‘본 핑크’ 발매를 앞두고 19일 앨범에 수록된 ‘핑크 베놈’을 먼저 공개했다. 멤버들은 이날 신곡 공개에 앞서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다려주신 만큼 멋진 음악으로 돌아왔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핑크 베놈은 한국 전통 악기가 어우러진 힙합 장르의 곡. 이날 오후 1시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약 1시간 만에 조회 수 1100만 회를 돌파했다. 지수는 “도입부부터 전개되는 비트가 강렬하다”며 “거문고의 사운드와 중독성 넘치는 훅까지 매력이 많다”고 소개했다. 로제는 “노래에 ‘잔인할 만큼 아름다워’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 가사처럼 블랙핑크가 가진 상반된 두 가지 매력을 함께 담았다”고 전했다. 다음 달 16일 발매하는 앨범 ‘본 핑크’도 블랙핑크의 정체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제니는 “말 그대로 ‘우리는 태어나기를 블랙핑크이고 그것이 우리의 본질’이란 의미”라며 “블랙핑크를 가장 뚜렷하고 선명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했다. 리사는 “우리의 강점을 살리면서 새로운 시도도 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블랙핑크는 28일(현지 시간) 한국 여성그룹 최초로 미국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무대에 오른다. 10월 15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월드투어 콘서트도 이어간다. 앨범 본 핑크는 예약 판매 1주일 만에 선주문 150만 장을 넘어섰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북미 지역의 가장 오래된 음악축제 라비니아 페스티벌이 올 6월 주최한 ‘제4회 브리지 작곡 콩쿠르’에선 한국인 최초의 우승자가 나왔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정지수 씨(28)가 그 주인공이다.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예원학교, 서울예고로 이어지는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일본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피아노 콩쿠르 1위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을 휩쓴 클래식 유망주였다.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만난 정 씨는 “저도 어릴 땐 성진이처럼 될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예원학교 동기다. “피아니스트의 가장 큰 숙제는 쇼팽 같은 거장의 곡을 완벽히 연주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저는 악보에서 다른 게 보였어요. 표현 욕구가 폭발했죠.”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 입학한 그는 1년 뒤 돌연 자퇴를 선언하고 미국 버클리 음대에 진학해 재즈 피아노와 재즈 작곡을 전공했다. 이후 CJ문화재단의 장학프로그램에 선발돼 미국 맨해튼 음대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19일 CJ아지트에선 그의 단독 공연이 펼쳐진다. 브리지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둔 ‘Moment to Journey’를 비롯해 그가 작곡한 클래식과 재즈 퓨전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Moment to Journey’는 클래식 현악4중주와 재즈트리오(피아노와 베이스, 드럼), 트럼펫 연주가 들어간 크로스오버 곡이다. “재즈와 클래식 아티스트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브리지 작곡 콩쿠르 우승자의 연주를 보고 ‘나도 둘 다 해보자’는 용기를 얻었어요.” 지난해에는 장구 연주자와 듀오를 결성해 피아노와 장구 듀오 앨범 ‘Hi, We are Jihye & Jisu’도 발매했다. 정 씨는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재즈를 통해 K팝, K클래식에 이은 K재즈 열풍도 꿈꾼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다니면서 한국의 음악교육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어요. 모두 서울대라는 목표를 향해 똑같이 연주하죠. 표현하고 싶은 것이 억압되는 모습을 보면서 시스템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고, 이를 후학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엄마는 “제 정신이냐”고 했다. 친구들은 “너 정말 별종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예원학교, 서울예고로 이어지는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지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28·여)가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를 1년 다닌 뒤 한국에 돌아와 돌연 자퇴를 선언했을 때 주변 반응이었다. 유년시절 일본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피아노 콩쿠르 1위, 한음 콩쿠르 1위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을 휩쓴 클래식 유망주의 ‘파격 선언’이었다. ●재즈 뮤지션으로 전향한 클래식 학도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만난 정 씨는 “저도 (조)성진이처럼 될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예원학교 동기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가장 큰 숙제는 쇼팽,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등 거장의 곡을 완벽히 쳐 내는 거에요. 그런데 저는 악보에서 다른 게 보였어요. 내 색깔과 개성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고등학교 때 폭발했죠. 대학 진학 후 독일에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면의 소리를 들었고,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됐어요.” 드레스덴대를 자퇴한 그는 미국 버클리 음대에 진학해 재즈피아노와 재즈작곡을 전공했다. 이후 CJ문화재단(이사장 이재현)의 장학프로그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맨해튼 음대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클래식 음악가 정지수도 나의 일부가 돼 버렸다”는 그의 말처럼 재즈를 새롭게 익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재즈와 클래식은 아티스트의 호흡이나 표현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 클래식은 정확한 주법과 매끄러운 화성진행이 중요한 반면, 재즈는 즉흥성과 박자감이 더 중요하다. 현존하는 최고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도 재즈와 클래식을 둘 다 연주하는 콘서트를 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불가능하다. 두 장르가 필요로 하는 두뇌 회로가 다르다”고 답하기도 했다. “재즈의 언어를 체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재즈 아티스트의 솔로 음원을 노래로도 불러보고, 음들을 그대로 카피해 전부 다 외우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나 브래드 멜다우의 즉흥연주 구간을 악보에 음표로 받아 적은 뒤 다 외우고, 음원을 틀어 놓고 똑같이 치는 거죠.”●한국인 최초 브리지 작곡 콩쿠르 우승 ‘사용하는 뇌가 다르다’고 할 정도로 판이한 장르로의 전향. 이는 일면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지만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는 올해 6월 북아메리카 지역의 가장 오래된 음악축제 라비니아 페스티벌(Ravinia Festival)이 주최하는 제4회 브리지 작곡 콩쿠르(Bridges Composition Competition)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뒀다. 주최 측은 축제의 메인 장르인 재즈와 클래식을 융합한 작곡으로 대회를 개최했다. 최초의 클래식과 재즈 퓨전 장르 콩쿠르다. 그가 작곡한 ‘Moment to Journey’는 바이올린과 첼로, 비올라가 포함된 클래식 현악4중주와 재즈트리오(피아노와 베이스, 드럼), 트럼펫 연주가 들어간 크로스오버 곡이다. “재즈로 전향은 했지만 클래식 아티스트로 지낸 15년이 사라지진 않더군요. 재즈와 클래식 아티스트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브리지 콩쿠르 우승자의 연주를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보게 됐어요. ‘나도 클래식과 재즈 둘 다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그 때 처음 했고, 대회에까지 나가게 됐죠.” 재즈 뮤지션으로는 처음으로 19일 CJ아지트에서 단독 공연도 연다. 이 역시 CJ문화재단 장학프로그램의 일환. 7곡의 연주곡은 그의 음악적 여정을 반영한다. 첫 두 곡은 클래식 학도 정지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바흐와 쇼팽의 곡. 이후 5곡은 정 씨가 작곡한 곡이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에서 재즈 뮤지션으로 전향한 그의 삶의 궤적처럼 뒤로 갈수록 점점 재즈 색채가 짙어지도록 곡의 순서를 정했다는 게 그의 설명. 두 장르의 크로스오버 곡을 선보이는 만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룻, 색소폰, 베이스, 드럼 연주자가 한 자리에 모인다. ●“획일화된 한국 클래식 교육 바꾸고 싶다” 끓어오르는 창작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클래식 학도에서 재즈 뮤지션으로 변모했듯,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새로운 음악적 영감이 넘친다. “한국인만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국악”이라는 그는 재즈와 국악의 융합에도 도전했다. 버클리 음대에서 알게 된 장구 연주자와 듀오를 결성해 피아노와 장구 듀오 앨범 ‘Hi, We are Jihye & Jisu’도 지난해 발매했다.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재즈를 통해 K팝, K클래식에 이은 K재즈 열풍도 꿈꾼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다니면서 우리나라 음악교육의 현실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모두 서울대라는 목표를 향해 똑같이 연주해야 하죠. 각자 표현하고 싶은 것이 억압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시스템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클래식 외의 타 장르도 시도하면서 열린 시야를 갖게 된 만큼 계속해서 새로운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고, 이를 후학에게 전해주는 역할도 하고 싶어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블랙핑크(사진)가 한국 여성 그룹 최초로 미국의 대표적 음악 시상식인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MTV VMA)’ 무대에 선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28일(현지 시간) 미 뉴저지주 푸르덴셜센터에서 열리는 MTV VMA에서 스페셜 무대에 올라 공연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MTV VMA는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미 대중음악 시상식 가운데 하나다. 블랙핑크의 무대는 국내 가수로는 2020년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이후 두 번째다. 국내외 여성 그룹으로 따져도 영국 ‘스파이스걸스’와 미국 ‘TLC’ ‘피프스 하모니’에 이어 4번째다. 블랙핑크는 2020년 MTV VMA에서 ‘How You Like That’으로 ‘올여름 최고의 곡’ 상을 받았다. 올해도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으며, 멤버 리사는 솔로곡 ‘LALISA’로 ‘베스트 K팝’ 후보에 올랐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모든 걱정을 떨치세요. 원하는 만큼 움직이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노래해요. 춤추고 울어요!”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룰 브레이커’가 서울의 습한 밤공기마저 부숴버렸다. 15일 오후 8시 20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 무대에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본명 빌리 오코널·21)가 열광적 환호 속에 등장했다. 그는 공연 내내 “기존 팝가수의 관행을 파괴했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 ‘룰 브레이커’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어둡고 음침한 음악, 약물중독과 불안장애 등을 다룬 우울한 가사, 속삭이는 듯한 창법,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펑퍼짐한 패션…. 본인은 “부숴야 할 규칙이 무엇인지 의식한 적 없다”며 별명을 맘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그는 전에 없던 음악과 개성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는 Z세대의 아이콘이자 1억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린 ‘팝 센세이션’이 됐다.○ 4년 만에 관객 2000명에서 2만 명으로 한국 무대에서 아일리시는 팬들이 기대한 모습 그 자체였다. 트레이드마크인 양 갈래 묶음 머리, ‘Dead or Alive’가 적힌 커다란 티셔츠를 입고 무대를 휘저었다. 1시간 20분 동안 23곡을 소화하는 내내 ‘뛰어!’를 외쳤다. 20, 30대 관객이 대다수였지만,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도 보였다. 그를 따라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외국인 팬도 많았다. 아일리시는 2018년 광복절 첫 내한공연을 열었다. 당시 2000명 앞에서 노래했던 신인 가수는 2만여 좌석을 20분 만에 매진시킨 스타로 돌아왔다. 아일리시는 “정확히 4년 전 같은 날 첫 내한공연을 했다.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레이디 가가와 에미넴, 폴 매카트니 등의 내한 무대를 열어온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팬데믹 여파로 2020년 영국 밴드 퀸 공연 후 2년 7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아일리시는 ‘안티 팝’(기존 대중음악과 다른 음악)의 선두주자답게 그의 노래 중 가장 안티 팝스러운 ‘Bury a Friend’를 첫 곡으로 골랐다. ‘친구를 묻어버려’ ‘네 혀를 스테이플러로 찍어’ 등 공포스러운 가사와 등에 주사기가 잔뜩 꽂힌 기괴한 장면이 담긴 뮤직비디오로 그의 곡 중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하지만 이 곡의 전주가 깔리자 관객들은 “빌리!”를 외치며 환호했다. 관객들이 가장 열광한 곡은 피날레를 장식한 ‘Happier Than Ever’. 그의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널(25)이 80달러짜리 기타 한 대로 작곡한 이 노래는 잔잔한 발라드로 시작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드럼과 기타 연주가 휘몰아치는 록 색깔을 드러냈다. 클라이맥스에 달했을 때 음원에 없는 드럼 솔로, 피니어스의 화려한 기타리프, 여기에 빌리의 단단한 고음이 얹히자 객석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Bellyache’가 나올 때는 지정좌석제가 무색하게 관객 모두 일어나 뛰었고, 대표곡 ‘Bad Guy’에선 2만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떼창’을 했다.○ 이번에도 광복절에 태극기 들고 무대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일리시와 모든 곡을 함께 만든 피니어스였다.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무대에 선 적 있는 그는 이날 기타리스트로 변신했다. 무대 뒤에서 연주하던 그는 잔잔한 기타 선율과 아일리시의 몽환적인 가창력이 어우러진 발라드 ‘Your Power’와 ‘The 30th’에선 무대 중앙으로 나와 아일리시와 함께 연주를 이어갔다. 아일리시는 “피니어스는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하고 재밌는 사람”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 팬에 대한 사랑도 아낌없이 표현했다. 그는 첫 내한 당시 팬이 건넨 태극기를 걸치고 공연을 이어가 화제가 됐다. 이날도 한 관객이 태극 문양에 아일리시의 이름을 흰색으로 적은 태극기를 건넸다. 아일리시는 받은 태극기를 펼친 채 T자 모양 무대를 이곳저곳 다니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태극기를 손에 쥔 채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과 RM이 함께 공연장을 찾아 음악에 맞춰 뛰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의 배우 정호연도 무대를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2016년 열다섯의 나이에 음원 공유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Ocean Eyes’로 데뷔한 아일리시는 2019년 발매한 정규 1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로 스타가 됐다. 이 앨범으로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등 주요 부문 4개상을 석권했다. 한 가수가 그래미 본상 전 부문을 수상한 건 1981년 미국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39년 만이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모든 걱정을 떨치세요. 원하는 만큼 움직이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노래하고 춤추고 울어요!”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룰 브레이커(rule breaker)’가 서울의 습한 밤공기마저 깡그리 부셔버렸다. 15일 오후 8시 20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열광적인 환호 속에 무대에 등장한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본명 빌리 오코널·21)는 자신이 바로 이 시대의 아이콘이란 걸 여지없이 증명했다. “기존 팝가수의 인식과 관행을 파괴했다”는 룰 브레이커란 별명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 4년 만에 관객 2000명에서 2만 명으로 아일리시는 한국 무대에서도 팬들이 기대한 차림새 그대로였다. 트레이드마크인 양 갈래 묶음 머리에 ‘Dead or Alive’가 적힌 오버사이즈 티셔츠를 입고 무대를 휘저었다. 1시간 20분 동안 23곡을 소화하는 내내 ‘뛰어!’를 외쳤다. 사이키델릭한 영상과 공연장을 가득 메운 단단한 목소리는 관객을 압도했다. 2030 관객들이 대다수였지만,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도 보였다. 그를 따라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외국인 팬들도 많았다. 아일리시의 내한 공연은 2018년 광복절 이후 4년 만. 당시 2000명 관객 앞에서 노래했던 신인 가수는 2만 여 좌석을 20분 만에 매진시킨 스타로 돌아왔다. 아일리시는 “정확히 4년 전 같은 날 첫 내한공연을 했다. 정말 신기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레이디 가가와 에미넴, 폴 매카트니 등의 내한 무대를 열어온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2020년 영국 밴드 퀸 공연 이후 2년 7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곡은 정규 1집 수록곡 ‘bury a friend.’ 컴컴한 공연장에 무대를 향한 빨간 조명이 켜지고, 아일리시 음악의 상징인 극저음 비트가 깔리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8월 발매된 정규 2집 수록곡 ‘I Didn’t Change My Number‘와 ’NDA‘, ’Therefore I Am‘까지 네 곡을 연달아 부른 아일리시는 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히트곡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Bellyache‘이 나올 때는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뛰었고, 마지막에서 두 번째 곡이었던 ’Bad guy‘에서는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떼창‘을 했다. ● 이번에도 광복절에 태극기 들고 무대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일리시와 모든 곡을 함께 작곡하고 프로듀싱하는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넬(25)이었다. 이날 오코넬은 기타리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잔잔한 기타 리프와 아일리시의 단단하면서도 몽환적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발라드 ’Your power‘와 ’The 30th‘에서는 아일리시와 함께 무대 중앙에서 연주를 이어갔다. 아일리시는 “피니어스는 제가 아는 가장 똑똑하고 재밌는 사람이다. 그는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고 말하며 오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일리시는 공연 내내 한국 팬들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곡이 끝날 때마다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고,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아일리시는 2018년 내한 당시 팬이 건넨 태극기를 걸치고 공연을 이어가 화제가 됐다. 이날도 무대 중반 객석에서 태극기를 받아들어 펼쳐보였고, 무대가 모두 끝난 뒤에도 태극기를 손에 쥔 채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과 RM이 함께 공연장을 찾아 음악에 맞춰 뛰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정호연도 무대를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 BTS, ’오징어게임‘ 정호연도 객석에서 환호그래미상 최연소 본상 4관왕의 위업을 이룬 아일리시는 ’룰 브레이커‘라는 수식언답게 기존 팝 아이돌의 음악과 패션, 언행까지 모든 규칙을 깨부쉈다. 어둡고 음침한 음악, 약물중독과 자살, 불안장애 등을 다룬 우울한 가사, 속삭이는 듯한 창법,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펑퍼짐한 패션까지. 본인은 “부숴야 할 규칙이 무엇인지 의식한 적 없다”며 별명을 그다지 맘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의도가 무엇이었든 그는 분명 전에 없던 음악과 개성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는 Z세대의 아이콘이자 1억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팝 센세이션이 됐다. 아일리시는 10대부터 천재성을 드러냈다. 14살이던 2015년, 오빠와 작곡한 ’Ocean Eyes‘를 녹음했고, 이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해당 곡 뮤직비디오는 하루 만에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겼다. 그를 세계적 팝 스타 반열에 올린 건 2019년 정규 1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다. 이 앨범으로 아일리시는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등 주요 부문 4개상을 석권했다. 한 가수가 그래미 본상 전 부문을 수상한 건 1981년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39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최우수 팝 보컬 앨범‘까지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난해 발매한 싱글 ’Everything I wanted‘로도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상을 받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조던 필이 조던 필다웠다. 17일 개봉하는 공상과학(SF) 공포영화 ‘놉’은 그의 장기를 잘 살린 작품이다. 필 감독은 ‘겟 아웃’(2017년)으로 일약 미국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주목받은 이. 2019년 ‘어스’는 평단과 관객의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독특한 미장센 속에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스타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특히 국내에선 ‘조동필’이란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놉’은 남매가 말을 키우는 농장에 괴생명체가 출몰한다는 SF 호러적 설정이 뼈대. 이들은 괴물을 촬영해 돈과 명예를 얻고픈 욕망을 지녔다. 여기에 동물 쇼로 돈벌이하는 놀이공원 운영자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이 얽힌다. 스티븐 연도 반갑지만, 남매로 나온 대니얼 컬루야와 키키 파머는 ‘겟 아웃’에 이어 두 번째로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피 한 방울 튀지 않고도 소름 끼치게 만드는 비주얼은 필 감독표 호러의 가장 큰 매력. ‘놉’ 역시 꽃을 닮은 아름다운 괴물이 잔혹하게 사람들을 해친다. 다만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쫄깃했던 공포는 다소 수위가 낮아졌다. 괴생명체의 실체가 다소 빨리 드러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데 따른 긴장감이 줄었다. 영화 시작을 알리는 구약성경 나훔서 3장 ‘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들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여 너를 구경거리가 되게 하리니’는 의미심장하다. “구경거리에 대한 인간의 중독을 다룬 영화”라는 감독의 설명대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욕구가 반영됐다. 말이 조명에 비친 자신의 눈을 보고 발작하는 장면은 왠지 모를 은유가 가득해 섬뜩하게 다가온다. 공포영화답지 않게 12세 관람가.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찬반이 나뉘는 다중우주론은 우주가 하나가 아닌 다수로 존재한다고 보는 이론이다. 영국 이론물리학자 폴 디랙(1902∼1984)을 기려 만든 ‘이론물리학계의 노벨상’ 폴 디랙 상 수상자인 저자는 다중우주론자다. 그는 다중우주의 관찰이 불가능할지라도 우주 밖 다른 우주의 존재 가능성을 끊임없이 찾아가듯 절대적 진리는 없다는 믿음을 갖고 데이터와 증거를 기반으로 과학적 오류를 수정하는 계몽주의 과학자다. 그는 “이상적 지식의 근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오류를 발견하고 제거하는 객관적 설명을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뛰어넘는 양자컴퓨터가 미래에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만 구분하지만, 양자역학을 이용해 연산하는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공존시킬 수 있어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인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인간의 ‘확신’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1000년 동안은 확실히 신기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이를 리처드 파인먼의 ‘실수’라고 지적하며 모든 대상에는 더 새로운 기본 법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불변의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거기 그곳(진리)에 도달했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것은 독단주의와 폭정을 피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43)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SM엔터테인먼트 공채 출신으로 입사 15년 만에 등기이사가 돼 화제가 됐던 그는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등 아이돌 그룹에 실험적인 콘셉트를 적용해 성공시켰다. 2019년 하이브 최고브랜드경영자(CBO)로 자리를 옮긴 그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를 차렸다. 어도어 대표로 처음 선보인 5인조 다국적 걸그룹 ‘뉴진스’는 1일 데뷔 직후부터 인기몰이에 나서 ‘민희진표 걸그룹’의 성공을 알리고 있다. 뉴진스의 멤버는 하니 다니엘 혜인 해린 민지로, 하니는 베트남과 호주 이중국적자, 다니엘은 한국과 호주 이중국적자다. 뉴진스에 쏟아지는 관심은 앨범 판매량에서 드러난다. 9일 한터차트에 따르면 데뷔 앨범 ‘New Jeans’는 발매 당일인 8일 26만2815장이 팔렸다. 역대 걸그룹 데뷔 음반 발매 첫날 판매량 중 최고치다. 타이틀곡 ‘어텐션’과 ‘하이프 보이’ ‘쿠키’는 7일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한국 ‘주간 톱 송’ 차트에서 각각 1위, 3위, 7위를 차지했다. 뉴진스의 인기 비결로는 기존 걸그룹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콘셉트가 꼽힌다. JYP의 있지, SM의 에스파, 하이브의 르세라핌 등 4세대 걸그룹은 진취적이고 당당한 ‘걸크러시’ 콘셉트를 강조한다. 이에 비해 뉴진스는 긴 생머리, 옅은 화장, 스포티한 의상 등 청량하고 건강한 10대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처음 뉴진스를 봤을 때 ‘독특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요즘 유행하는 일렉트로 팝이 아닌 1990년대 R&B 장르 곡을 내놨고, 도전과 당당함을 담은 다른 4세대 걸그룹 노래 가사와 달리 10대 소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게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고 말했다. 인기만큼이나 논란도 있다. 민 대표가 앞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0대 소녀의 노출이 담긴 영화 장면을 올려왔다는 점에서 ‘롤리타’ 콘셉트를 14∼18세 소녀들로 구성된 뉴진스에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 뉴진스 앨범 구성품 가운데 멤버의 사진을 담은 카드 일부가 롤리타 콘셉트를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나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여러분은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팬덤입니다. 살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 봐요.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7일 열린 음악 축제 ‘하우스 오브 원더’ 무대에 선 미국 싱어송라이터 존 케이는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제 인생에 서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다. 이 모든 걸 오롯이 느끼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갖자”며 1만5000여 명의 관객을 응시하기도 했다. 존 케이는 한국에서 유독 큰 사랑을 받는 가수다. 글로벌 누적 스트리밍 6억 회 중 한국이 1억 회 이상을 차지한다. 대표곡 ‘parachute’는 블랙핑크 제니가 나온 광고의 음악으로도 쓰였다. 지난해 발매한 앨범 ‘love + everything else’의 국내 판매량은 2만 장을 넘겼다. 존 케이를 공연 전 대기실에서 만났다. 그는 공항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한 팬이 ‘당신의 음악은 내 인생 최악의 순간에 큰 힘이 됐다’는 내용의 편지를 건넨 이야기를 꺼냈다. “7년 전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목표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음악을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누군가를 따라 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죠. 내 길이라 믿는 걸 추구했는데, 그 음악을 알아봐주는 팬들이 한국에 있더라고요. 한국에서 받은 모든 사랑에 겸허해집니다.” 그는 이날 공연에서 5일 발매된 싱글 ‘Guitars and Drugs’의 첫 라이브 무대도 선보였다. 연인을 각각 기타와 마약에 비유한 대담한 가사를 비롯해 당돌한 기타 소리를 들으면 ‘존 케이의 노래 맞나?’ 싶다. 그는 “처음 작사가가 ‘Guitars and Drugs’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만들자고 했을 때 ‘나는 사랑 노래를 부르는 가수인데?’라고 했다. 하지만 기존에 했던 걸 완전히 뒤집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대중이 내게 예상하는 음악만 만드는 건 재미없지 않나”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우연히 출연한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계기로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2017년 미국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 ‘엘비스 듀란 쇼’에서 ‘OT’를 부를 기회를 잡았고, 이는 2019년 소니뮤직 산하 레이블인 에픽레코드와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세계적 밴드 원리퍼블릭의 투어 오프닝 무대에 섰다. “비틀스를 가장 존경해요.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비틀스의 음악을 들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도 된다는 용기를 얻어요. 음악은 제 한계를 시험하는 수단이에요. ‘안주하지 말자(Not be safe)’는 게 제 모토예요.” 고양=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여러분은 전 세계를 통틀어 제 최고의 팬덤입니다. 살면서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어요.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음악 축제 ‘하우스 오브 원더’의 무대에 선 미국 싱어송라이터 존 케이(John K)는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방한한 그는 무대 중간에 “지금은 제 인생에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다. 이 모든 걸 오롯이 느끼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가지자”며 어두운 공연장을 수놓은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을 가만히 응시하기도 했다. 하우페는 종합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플랫폼 원더월이 올해 처음 개최한 축제로, 콜드, 기리보이, 지코, 뉴 호프 클럽, 코난 그레이 등 MZ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6, 7일 이틀 간 1만50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존 케이는 한국에서 유독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누적 스트리밍 6억 회 중 국내 스트리밍이 1억 회 이상을 차지한다. 그의 대표곡 ‘parachute’는 블랙핑크 제니가 나온 침대 광고 배경음악으로도 쓰였다. 지난해 발매한 앨범 ‘love + everything else’의 국내 판매량은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로부터 ‘더블 플래티넘’(2만 장) 인증을 받았다. 한국 팬들의 사랑에 화답하듯 존 케이는 이날 최고의 팬 서비스를 선보였다. ‘Cheap Sunglasses’를 부를 땐 큰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 온 플라스틱 선글라스들을 객석에 던졌고, 무대 중반 ‘자몽 소주’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오기도 했다. ●“Parachute의 ‘떼창’이 가장 기대” 무대에 오르기 전 존 케이를 대기실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처음 한국에 온 그를 공항에서 기다리던 한 팬은 ‘당신의 음악은 인생 최악의 순간에 큰 힘이 됐다’는 내용의 편지와, 루피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선물했다. 6일 관객으로서 하우스 오브 원더 공연을 지켜보던 그를 알아본 수십여 명의 팬들이 주변에 몰리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받는 모든 사랑에 겸허해진다”고 말했다. “7년 전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목표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음악, 끊임없이 나를 도전하게 만드는 음악을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누군가를 비슷하게 따라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죠. 내 길이라고 믿는 방향을 추구해왔는데, 그 음악을 알아봐주고 공감해주는 팬들이 한국에 있더군요. 한국 팬 덕에 제가 가야 하는 길이 더 명확해졌어요.” ‘Cheap sunglasses’, ‘Chill’, ‘A LOT’, ‘6 months’, ‘If we never met’ 등 수많은 그의 인기곡 중 이날 공연에서 가장 폭발적인 호응이 쏟아진 곡은 ‘parachute’. “관객들이 이 곡 후렴구의 멜로디를 ‘떼창’하는 장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질 것”이라고 그가 인터뷰에서 예상한대로, 관객들은 드럼 비트와 존 케이의 진두지휘에 맞춰 ‘떼창’을 했다. 그는 “정말 즐겁게 작업한 곡이다. 몇몇 멜로디는 그 자리에서 나온 애드립”이라며 “다만 후렴구 마지막 가사 ‘Then I would fall without a parachute’(난 낙하산도 없이 떨어질 거야)는 가장 마지막에 나왔다. 그 한 줄을 위해 한 시간도 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공연에서 5일 발매된 싱글 ‘Guitars and Drugs’의 첫 라이브 무대도 선보였다.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사랑 노래를 주로 선보였지만 신곡은 확연히 다르다. 사랑하는 연인을 각각 기타와 마약에 비유한 대담한 가사, 박자감 넘치는 기타 소리를 들으면 ‘존 케이의 노래 맞나?’ 싶다. 그는 “처음 작사가가 ‘Guitars and Drugs’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난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냐. 난 사랑 노래를 부르잖아’라는 게 내 첫 반응이었다. 하지만 기존에 해왔던 걸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도전적인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대중이 나에게 예상하는 음악만 계속 하는 건 재미없지 않나”라고 말했다.●“안주하지 말 것, 제 음악 커리어 모토” 그는 곧 발매될 새 싱글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제목은 ‘Something Worth Working On’. 줄여서 ‘SWWO’라고 할지 고민 중이다. “아내와 비행기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있을 때가 많고, 떨어져 있는 게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아내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있어’라고 말해줬죠. 그 순간을 노래를 만들면 좋겠다 싶어 ‘Something worth working on’이란 구절을 휴대전화에 적어 놓은 게 시작이었요. 애정을 가득 담은 노래예요.”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을 좋아했던 올랜도 출신의 청년은 우연히 출연한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계기로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2017년 사운드 클라우드에 소개한 비공식 싱글 ‘OT’가 미국 유명 라디오 진행자 엘비스 듀란의 관심을 끌었다. 그가 진행하는 ‘엘비스 듀란 쇼’에서 이 곡을 노래했고, 그 무대는 2019년 소니뮤직 산하 레이블인 에픽 레코드와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밴드 원리퍼블릭 투어의 오프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존 케이에게 ‘커리어 하이’는 아직 오지 않았다. “비틀즈를 가장 존경해요.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죠.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도 된다는 용기를 얻어요. 최근에는 제 목소리에 ‘소울’을 더 담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저는 노래하는 것을 사랑하고, 음악은 제 한계를 시험하는 수단이에요. ‘안주하지 말자’(Not be safe). 이게 게 제 음악커리어의 모토예요.”고양=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공연장에서 직접 즐기는 오프라인 콘서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던 음악 축제들이 3년 만에 온전히 돌아왔다. 5∼7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음악 축제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펜타포트)은 역대 최다인 13만여 명이 찾았다.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온라인으로 열린 펜타포트가 오프라인으로 개최되자 콘서트에 목말랐던 팬들이 대거 몰린 것. ‘떼창’과 가수가 객석으로 몸을 던지는 ‘다이빙’은 폭염도 날려버릴 기세였다. ○ 아이 안은 엄마도 “룩, 룩, 룩셈부르크” “여러분, 너무 오랜만이죠? 3년 동안 록 페스티벌을 끊고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요!” 5일 개막한 펜타포트 무대에 선 그룹 크라잉넛. 보컬 박윤식의 말에 관객들은 함성을 내질렀다. 2019년 펜타포트에도 참석했던 크라잉넛은 3년간 묵힌 에너지를 발산했다. ‘룩셈부르크’ 전주가 흐르자 관객들은 양손을 높게 치켜들고 “룩, 룩, 룩셈부르크”를 외쳤다. 하늘이 어둑해졌을 무렵 대표곡 ‘말 달리자’가 나오자 관객들의 환호가 송도달빛축제공원을 뒤덮었다. 박윤식은 객석으로 몸을 던졌고, 관객들은 양팔을 뻗어 그를 공중에 띄웠다. 펜타포트에는 첫날 크라잉넛을 비롯해 넬, 선우정아, 적재 등이 출연했다. 둘째 날에는 새소년, 잔나비, 미국 인디 팝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가 무대를 달궜다. 마지막 날에는 체리필터, 글렌체크, 자우림 등이 출연했다. 맥주를 든 20대 커플부터 돗자리를 펴고 앉은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축제를 찾았다. 아이를 안고 넬의 무대를 즐기던 박영선 씨(34·여)는 “아이도 코로나19로 어린이집을 못 갔고, 저희 부부도 재택근무를 하며 답답한 3년을 보냈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쐬러 나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온 직장인 이석현 씨(32)는 “매년 오던 록 페스티벌을 못 즐겼다. 오랜만에 현장에서 함성 소리를 들으니 슬래밍(뛰면서 서로 몸을 부딪치는 행위)을 하던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 음원 차트 채운 해외 가수 한자리에 7일 오전 11시부터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앞은 음악축제 하우스 오브 원더(하우페)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100m가 넘게 줄을 서서 티켓을 받은 이혜민 씨(23·여)는 “콜드와 존 케이를 평소에도 좋아한다. 둘 다 오늘 공연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찍 예매했다. 앞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서둘러 왔다”고 말했다. 종합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플랫폼인 원더월이 올해 처음 개최한 하우페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관객 1만5000여 명이 찾았다. 6, 7일 열린 축제에는 자이언티, 콜드, 기리보이 등 국내 가수와 이모셔널 오렌지스, 뉴 호프 클럽, 존 케이, 코넌 그레이 등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해외 가수도 대거 출연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영국 밴드 뉴 호프 클럽과 미국 가수 코넌 그레이는 각각 ‘Know me too well’과 ‘Maniac’이라는 노래로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유명 가수다. 인천·고양=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818년 영국령 서인도제도 바베이도스의 페이스 농장. 종신 노예 신분인 흑인 남자아이 조지 워싱턴 블랙이 태어났다. 그의 삶은 예기치 못한 폭력과 자유의 박탈로 점철됐다. 페이스섬의 한 노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주인은 그 노예를 “도둑놈”이라고 말한다. “노예는 내 소유물인데 자살을 했으니 내 것을 훔친 셈”이라는 궤변. 조지는 폭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독함과, 숨조차 마음대로 쉬지 못하는 연약함을 동시에 안고 자란다. 책은 청년 조지가 페이스 농장에서부터 미국 버지니아주와 북극, 캐나다를 돌아다녔던 삶의 여정을 회고 형식으로 다룬 소설. 나치 점령기 흑인 뮤지션의 삶을 그린 ‘혼혈 블루스’(2011년)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캐나다 최고 문학상 길러상을 수상한 저자는 인종차별의 폭력성과 인간이 지닌 자유의지를 섬세한 묘사로 그려낸다. 이 책으로 저자는 두 번째 길러상을 받았고,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소설에서 티치와의 만남은 조지의 삶에 변곡점이 된다. 티치는 페이스 농장주의 남동생으로, 부와 권력을 지닌 백인 남성. 하지만 돈보다 호기심을 좇는 발명가 기질,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혁신적 사상으로 주류 사회에 속하지 못한다. 열기구를 발명하는 데 골몰하는 티치는 명석해 보이는 조지를 조수로 쓴다. 두 사람은 함께 개발한 열기구를 타고 농장에서 도망친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채워진 족쇄로부터 해방되고자 힘을 합치는 과정은 통쾌하기도, 절박하기도 하다. 조지는 “티치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거예요”라며 티치를 따라다니지만 타인에게 끌려 다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미정’의 상태에서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방법을 배운다. 티치와 이별한 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에서 만난 소녀 태나와 바다의 생물을 탐구하고 이를 그림으로 그리며 생애 처음 사랑을 경험하는 과정은 그림자 같은 존재였던 흑인 노예가 자유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소녀시대인 저희가 소녀시대의 팬이에요. 8명의 의견을 모으는 게 쉽진 않았지만, 소녀시대를 지키려는 마음은 모두 같아요.” 걸그룹 ‘소녀시대’ 리더인 태연은 5일 오전 소녀시대 정규 7집 앨범 ‘FOREVER 1’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혔다. 2017년 6집 이후 5년 만에 데뷔 15주년을 맞아 ‘완전체’로 앨범을 냈다. 태연은 물론 써니와 티파니 영, 수영, 효연, 서현, 윤아, 유리 등 멤버도 이날 모두 참석했다. 유리는 15년간 그룹을 유지한 것에 대해 “요즘 들어 한자리를 오래 지키는 분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15년 동안 한 그룹을 지켰단 의미가 멤버들에게도 특별하다”며 “각자 각개전투를 하면서도 멤버들과 소녀시대를 지키자는 의지를 다져왔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FOREVER 1’을 비롯해 멤버들 자작곡 ‘Seventeen’, ‘Villain’ 등 10곡이 실렸다. 멤버들은 데뷔 때 16∼18세였다. 현재 막내인 서현이 서른한 살이 됐다. 10대에서 20대를 지나 30대에도 함께하는 이들은 앞으로도 완전체 유지를 다짐했다. “예전에 즐겨 듣던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뭉클해져요. 소녀시대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윤아)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