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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어머니,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고등학교 시절 기자를 꿈꿨던 소년. 그 소년이 30여년 뒤 아시아 국적 감독 최초 에미상 드라마시리즈 부문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올릴 줄 누가 상상했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51)은 기자가 되고 싶어 서울대 신문학과에 진학했지만 대학교 3학년 때 휴학했다. 영화에 관심이 생긴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는 “하숙집에서 비디오를 빌려 친구들과 영화만 봤다. 액션, 홍콩, 에로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제대로 영화를 공부하기로 맘먹은 그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로 떠나 영화학 석사를 받았다. 유학 기간 중 제작한 단편 영화 ‘미라클 마일’은 2005년 칸영화제 단편 부문에 출품됐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실화에 바탕을 둔 사회비판적 작품을 만들었다. 장편 데뷔작 ‘마이파더’(2007년)는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주한미군이 돼 돌아온 아들과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 아버지 이야기를 다뤘다. 1994년 발생한 ‘월곡동 황금장 여관 모녀 토막 살인사건’이 모티브였다. 4년 뒤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토대로 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진 비인간적 행위를 고발한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원작으로 영화 ‘도가니’(2011년)를 연출했다. 영화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도가니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2014년 심은경 주연의 코믹 판타지 ‘수상한 그녀’로 변신을 꾀했다. 70대 할머니가 스무 살 청춘의 몸으로 돌아가는 코믹한 설정으로 영화는 866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 영화는 8개국 이상에서 리메이크된 최초 작품이 됐다. 김훈 작가의 소설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2017년)도 빼어난 완성도로 호평을 받으며 사극, 코믹물 등 여러 장르를 자유자재로 연출하는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세계 1억1100만 가구가 시청한 오징어게임을 연출하며 그는 인생 2막을 맞았다. 올해 5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차기작은 극단의 분열이 낳은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 ‘KO 클럽’(Killing Old People Club)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미국 방송계의 오스카(아카데미상).’ 미 텔레비전 예술 과학 아카데미(ATAS)가 1949년부터 주관하고 있는 에미상은 미 대중문화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은 ‘아카데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언젠가 꼭 받고 싶다”고 했던 ‘그래미’와 함께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다. 후보와 수상작은 전년도 6월 1일부터 시상식 당해 5월 31일까지 방영된 방송 콘텐츠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배우, 감독, 의상담당, 편집자 등 약 1만 6000명의 ATAS 회원이 투표에 참여한다. 1차 투표로 후보를 선정하고, 2차 투표로 수상작을 가린다. 작품상, 남녀주연상, 감독상을 비롯해 조명감독상, 메이크업상 등 스태프를 대상으로 한 상도 세밀하게 제정해 상 개수는 100개가 넘는다. 최근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TV드라마 최우수작품상인 ‘더 크라운’과 TV 리미티드 시리즈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퀸스 갬빗’도 넷플릭스 콘텐츠였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머리스타일을 바꾸고 기타를 메니 20대 때로 돌아간 기분이네요.”(배철수·69) “아직도 떨릴 정도로 흥분했어요. 무대에 서니 코끝이 찡하고 목이 멥니다.”(구창모·68) 청바지를 입은 푸른빛 송골매가 서울의 밤하늘을 록으로 날갯짓했다. 11일 오후 7시경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 모습을 드러낸 1980년대 전설의 록밴드 ‘송골매’ 기타리스트 겸 보컬이던 배철수와 리드보컬 구창모는 들뜬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자 검은 가죽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배철수와 흰색 재킷에 티셔츠를 걸친 구창모는 웬만한 젊은 뮤지션을 뛰어넘는 열정을 뽐냈다. 이날부터 부산과 광주 등으로 이어지는 전국투어 ‘열망’은 송골매의 주축이던 둘이 1984년 구창모가 밴드를 탈퇴한 뒤 38년 만에 함께 오른 무대. 첫 곡으로 송골매 최고의 히트곡 가운데 하나인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약 1만 명이 들어찬 객석은 열광으로 들썩였다. 특히 50, 60대 여성 팬들은 ‘송골매’가 적힌 형광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를 쏟아냈다. 배철수는 “대한민국 록 콘서트 중 가장 평균 연령이 높은 것 같다. 콘서트 제목대로 열망 가득했던 20대 시절로 돌아가 보자”며 열기를 부채질했다. 한국항공대 록밴드 ‘활주로’ 출신 배철수가 1979년 결성한 송골매는 1982년 홍익대 밴드 ‘블랙테트라’의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모두 다 사랑하리’ ‘빗물’ ‘모여라’ 등 내놓는 노래마다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구창모가 빠지고 1990년 배철수도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 DJ에 주력하며 본격적인 활동은 잠정 중단했다. 당시 멤버였던 김정선 이봉환이 여전히 송골매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 투어에는 일정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2시간 반 동안 27곡을 소화한 콘서트는 44년 지기인 배철수와 구창모의 ‘티키타카’(말을 주고받기)도 볼거리였다. 구창모가 “다시 이런 큰 무대에 설 줄 몰랐다”고 하자 배철수는 “내가 된다고 했지 않느냐”며 친구를 북돋았다. 배철수는 “1978년 TBC 해변가요제 예선에서 누가 노래를 하는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미성이라 첫눈에 반해 버렸다”며 구창모를 회고했다. 구창모도 “당시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를 연주할 때 드럼 치며 노래하는 배철수가 정말 멋있었다. 나도 반했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는 무대를 열었던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다시 한번 들려주고 또 다른 히트곡인 ‘모두 다 사랑하리’로 마무리했다. 하얗게 센 머리에 눈가엔 주름이 가득했지만 지칠 줄 모르는 연주와 노래는 여전히 청년 송골매였다. 부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는 윤규남 씨(62)는 “당시 함께 노래를 듣던 20대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살이 떨릴 정도로 흥분을 했어요. 무대에 서니 코끝이 찡하고 목이 메네요.” (구창모)“머리스타일도 바꾸고 기타를 메니 20대 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배철수)11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1980년대 전설의 록밴드 '송골매'의 기타리스트 겸 보컬 배철수(69)와 리드보컬 구창모(68)는 들뜬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약 1만 명의 관객들은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구창모) “제가 된다고 했잖아요”(배철수)라며 격한 감동을 주고받는 두 사람에게 연신 환호를 보냈다. 송골매는 11,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11월까지 부산, 대구, 광주, 인천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을 이어 나간다.송골매는 1979년 한국항공대 동아리 록 밴드인 ‘활주로’ 출신인 배철수가 결성했다. 1982년 홍익대 밴드 ‘블랙테트라’ 멤버인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한 뒤 2집 앨범을 발매하며 밴드의 전성기를 맞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KBS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를, 후속곡 ‘모두 다 사랑하리’는 4주간 1위를 차지했다. ‘처음 본 순간’ ‘빗물’ ‘하늘나라 우리님’ ‘모여라’ 등 여러 히트곡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었다. 1984년 구창모가 밴드를 탈퇴했고, 1990년 배철수가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을 맡으며 정규 9집을 끝으로 밴드는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번 콘서트는 38년 만에 두 사람이 함께 꾸린 무대다.공연의 시작을 알린 곡은 송골매의 최대 히트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익숙한 전주에 맞춰 검정색 가죽 자켓에 청바지 차림의 배철수, 송골매 티셔츠에 흰색 재킷을 걸친 구창모가 등장하자 객석은 말 그대로 열광으로 가득찼다. 5060 여성 팬들은 ‘송골매’가 적힌 형광 응원봉을 흔들며 ‘소녀팬’이던 시절로 돌아갔다. 객석에선 플래카드를 흔드는 이도 눈에 띄었다. 특히 무대가 객석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움직이자 환호는 극에 달했다. 무대가 이동한 위치의 객석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고, 팔로 크게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송골매의 음악을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객석을 채운 5060세대들이 청춘의 시절로 돌아간 듯 느끼게 만든 기획들이 눈에 띄었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 홀로 사무실에 남은 가장이 퇴근길 차 안에서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듣다가 1980년대의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영상으로 공연이 막을 열었다. 공연 중간에는 스케이트를 타거나 디스코장에서 미친 듯 몸을 흔들며 춤추는 1980년대 청춘들의 영상들이 향수를 자극했다. 배철수는 “대한민국 락 콘서트 중 가장 평균연령이 높은 것 같다”며 “콘서트 제목대로 ‘열망’이 가득했던 10대, 20대 시절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44년 지기인 배철수와 구창모의 ‘티키타카’(말을 주고받기)는 더욱 재미를 배가시켰다. 2시간 반 내내 두 사람은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구창모가 탈퇴했던 당시 상황, 이후 솔로를 이어갔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978년 TBC 해변가요제에서 처음 만났던 순간을 회고하며 배철수는 “예선전에서 누가 노래를 하는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미성이었다. 알고 보니 구창모였다. 그 때부터 반했다”고 했다. 구창모는 “당시 배철수가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의 드럼을 치면서 노래를 하고 있더라. 정말 멋있었다. 그 때 나도 반했다”고 화답했다. 송골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두 다 사랑하리’를 앙코르곡으로 들려주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오후 9시 30분까지 2시간 반 동안 27곡을 소화하면서도 무대 끝까지 눈을 빛내며 노래하는 두 사람에 관객들은 흠뻑 빠져들었다. 20대에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머리는 하얗게 샜고, 눈가에 주름은 졌지만 청바지 차림의 두 뮤지션은 여전히 청춘이었다. 이날 부인과 공연장을 찾은 윤규남 씨(62)는 “아내와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들었던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하루였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에게 가수 오존(본명 오준호·29)은 익숙한 이름이다. tvN ‘미스터 션샤인’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검블유) ‘지리산’까지…. 그는 인기 드라마 속 여러 OST를 불렀다. 최근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OST ‘Better than birthday’ 역시 그의 곡이다. OST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장의 EP(싱글과 정규앨범의 중간 길이 앨범)를 발매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다. 내년 초 발매를 목표로 여섯 번째 EP 작업에 한창인 그를 6일 전화로 만났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특유의 몽환적인 목소리 덕에 드라마 OST에도 많이 참여했다. 오존 역시 드라마 OST 러브콜이 많은 이유로 자신의 목소리를 꼽았다. 그는 “목소리가 과하지 않아서 OST 제안이 많이 오는 것 같다”며 “장면을 헤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OST 역시 드라마 제작진의 요청으로 참여하게됐다. 그는 “우영우가 강태오의 선물을 자신의 사무실에서 풀어보는 비하인드컷에 ‘Better than birthday’가 삽입된 장면을 보고 기분이 묘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OST를 통해 자작곡에서는 못했던 새로운 음악에 도전해볼 수도 있어서 재밌어요. ‘검블유’의 ‘우리 사이 은하수를 만들어’는 드라마가 종영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많이 들어주시더라고요.” 최근엔 CJ문화재단의 인디 뮤지션 지원사업 ‘튠업’을 통해 서울 용산구 노들섬라이브하우스에서 열린 ‘디어 마이 플레이리스트’ 무대에도 섰다. “관객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긴장이 되는 편이에요. 이번 공연은 400석 이상 규모의 중형 공연장이라 그런지 마음 편히 노래했죠.” 그는 대중에게 ‘목소리로 위안을 주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주로 저녁이나 밤 시간을 생각하고 만드는 곡이 많아요. 사람들이 자기 전에 편안하게 제 노래를 듣고, 그 속에서 위로를 얻는다면 되게 기분 좋을 것 같아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6년 간 저를 지켜본 팬들이 이번 앨범을 듣고 제 팬인 걸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멤버 강타가 7일 정규 4집 ‘아이즈 온유’로 컴백했다. 이번 앨범은 데뷔 26주년 기념 앨범이자 2005년 발매된 정규 3집 ‘페르소나’ 이후 17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타이틀곡 ‘아이즈 온 유’를 비롯해 10곡이 담겼다. 이날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앨범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부담이 컸다. 하지만 이젠 성공 여부를 떠나 함께해 준 팬들에게 선물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앨범을 듣고 ‘강타가 진화했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이틀곡은 빠른 드럼과 여유로운 스트링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는 R&B 장르다. NCT의 태용이 랩에 참여한 ‘스킵’, R&B 그룹 헤리티지가 참여한 ‘버킷리스트’ 등 협업 곡도 포함됐다. 강타는 신곡에 대해 “야경 아래 춤을 추는 콘셉트라 개인 레슨을 통해 안무를 배웠다. 안무가가 처음 시안을 보여줬을 때는 요즘 춤이었는데 제가 추니 1990년대 분위기와 섞여 뉴트로가 됐다”며 웃었다. 데뷔 26주년을 맞은 강타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음악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그는 “팬들에게 ‘늙고 지쳐도 함께해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항상 팬들 곁에서 음악을 하는 가수로 남고 싶다”고 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당신은 경추골절로 인한 척수신경 손상으로 전신마비가 됐습니다. 앞으로 걷지 못할 것이고,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패션 회사의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된 것을 기념해 친구들과 클럽에서 술잔을 부딪친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눈을 떴을 때 주치의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했다. 축구를 좋아했던 건장한 28세 청년 박위는 만취 상태에서의 낙상 사고로 하루아침에 휠체어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가 됐다. 신을 원망할 수도, 불운에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저자는 삶의 밑바닥에서 기적을 발견했다. 기도삽관 때문에 물도 마실 수 없고, 대소변도 스스로 볼 수 없던 절망의 시간을 지나면서 그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과 젓가락으로 라면을 집어 먹는 사소한 일상이 가능해졌다는 것에 감사한다. 책에는 사고가 난 2014년 5월부터 8년간 고난 속에서 저자가 기적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담겼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놀랍다. 그가 샤워를 마친 뒤 휠체어에 앉은 채 반려견을 쓰다듬으려다 알몸으로 바닥에 고꾸라진 상황. 비참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오히려 저자는 혼자 바닥에서 침대로 올라가는 것을 연습할 기회로 받아들인다. 결국 2시간의 사투 끝에 성공해낸다. 어느 날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자는 생각에 집 앞 한강공원에서부터 휠체어를 밀고 11km를 이동한 뒤 ‘앞으로 누구의 도움 없이도 11km는 움직일 수 있겠구나’라고 용기를 얻기도 한다. 혼자만의 기적을 발견한 데서 끝나지 않았다. 저자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유튜브를 시작한다. 2019년 그의 이름 ‘위’와, 기적을 뜻하는 ‘미라클’을 합친 채널 ‘위라클’을 개설했고, 구독자는 3년 반 만에 41만 명이 됐다.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20세 청년부터 한쪽 팔이 절단된 헤어디자이너까지 그가 전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절망 속 희망을 발견한다. 한때 두 발로 다시 걷겠다는 집념으로 가득 찼던 저자는 이제 걷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의사 말대로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희망을 품고 달려오면서 느낀 기쁨과 행복은 나를 이미 일으켜 세웠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한 시대를 풍미한 보이그룹 멤버들이 돌아온다. 1990년대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H.O.T.부터 동방신기, 샤이니까지…. 1, 2세대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솔로 컴백을 대거 앞두고 있다. 걸그룹이 여름 가요계를 장악한 상황에서 보이그룹 멤버들의 귀환 소식이 들려오자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첫 주자는 데뷔 15년 차 장수그룹인 샤이니의 멤버 키. 키는 지난달 30일 정규 2집 ‘가솔린’을 발매했다. 정규 1집 ‘페이스’ 이후 3년 9개월 만에 내놓은 앨범이다. 타이틀곡인 가솔린을 비롯해 ‘바운드’ ‘빌런’ 등 11곡이 수록됐다. 앨범은 발매 직후 핀란드 브라질 호주 칠레 러시아 등 23개국 아이튠스 ‘톱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타이틀곡 가솔린은 리듬감 있는 드럼과 웅장한 브라스가 돋보이는 힙합 댄스곡으로, 키가 작사가로 참여했다. 키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랑 얘기도 좋지만, 이제는 앨범의 생명력을 위해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키의 컴백을 이은 이는 H.O.T. 메인 보컬 출신의 강타다. 그는 데뷔 26주년을 맞아 정규 4집 ‘아이즈 온 유’로 이달 7일 컴백한다. 26주년 기념 앨범인 만큼 앨범 공개 날짜도 그의 데뷔 날짜에 맞췄다. 2005년 발매된 정규 3집 ‘페르소나’ 이후 17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어서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996년 9월 7일 H.O.T.의 정규 1집으로 데뷔한 강타는 그룹 해체 후에도 솔로 가수로서 ‘북극성’ ‘상록수’ 등 다양한 히트곡을 선보였다. 그룹 동방신기 출신의 김재중은 13일 세 번째 정규앨범 ‘본 진(BORN GENE)’으로 돌아온다. 2016년 정규 2집 ‘녹스’ 이후 6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앨범이다. 김재중은 9월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태국에서 아시아 투어 콘서트에 나선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한 시대를 풍미했던 보이그룹 멤버들이 돌아온다. H.O.T.부터 동방신기, 샤이니까지 1·2세대 아이돌 계를 휩쓸었던 K팝 남성그룹의 멤버들이 솔로 컴백을 대거 앞두고 있다. 소녀시대에 이어 블랙핑크, 아이브, 뉴진스까지 2~4세대 여성그룹이 여름 가요계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1·2세대 보이그룹 멤버들의 귀환에 국내외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여는 이는 데뷔 15년차 장수그룹인 샤이니의 멤버 키. 키는 지난달 30일 정규 2집 ‘가솔린’(Gasoline)을 발매했다. 지난해 9월 발매한 미니앨범 1집 ‘배드 러브’ 이후 11개월 만에 내놓는 앨범이자, 정규 1집 ‘페이스’ 이후 3년 9개월 만에 내놓는 정규 앨범이다. 타이틀곡인 가솔린을 비롯해 ‘바운드’ ‘빌런’ 등 11곡을 수록했다. 가솔린은 발매 직후 핀란드, 브라질, 호주, 칠레, 러시아 등 23개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키는 작사를 비롯해 뮤직비디오와 앨범 콘셉트 기획 전반에 참여했다. 타이틀 곡 가솔린은 리듬감 있는 드럼과 웅장한 브라스가 돋보이는 힙합 댄스곡. 이 곡 역시 키가 작사에 참여했다. 키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랑 얘기도 좋지만, 이제는 앨범 생명력을 위해 자전적인 게 들어가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11번 트랙 ‘프라우드’에 대해 “생각해보니 온전히 나를 위해 쓴 가사가 별로 없더라. ‘기범아, 고생했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가사를 썼다”고 전했다. 키의 컴백을 이을 타자는 17년 만에 정규앨범을 내놓는 H.O.T. 출신 강타다. 그는 정규 4집 ‘아이즈 온 유’(Eyes On You)로 이달 7일 컴백한다. 강타의 데뷔 26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자, 2005년 발매한 정규 3집 ‘페르소나’ 이후 17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26주년 기념 앨범인 만큼 앨범 공개 날짜도 그의 데뷔 날짜에 맞췄다. 1996년 9월 7일 H.O.T.의 정규 1집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강타는 그룹 해체 뒤에도 솔로 가수로서 ‘북극성’ ‘상록수’ 등 다양한 솔로 곡을 선보인 바 있다. 새 앨범에는 신곡을 포함해 데뷔 25주년 프로젝트로 선보인 곡 등 10곡이 수록됐다. 동방신기 출신인 김재중은 13일 세 번째 정규앨범 ‘본 진’(BORN GENE)으로 컴백한다. 이번 앨범은 2016년 정규 2집 ‘녹스’ 이후 약 6년 만에 발매되는 정규 앨범. 2집에서 하드락, 팝 펑크,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 만큼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음악적 도전을 했는지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앨범 발매와 함께 9월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태국에서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개최하고 국내외 팬들을 만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블랙핑크가 미국 ‘2022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한국 여성 그룹 처음으로 2관왕에 올랐다. 방탄소년단(BTS)은 4년 연속으로 ‘올해의 그룹’ 상을 받았다. 블랙핑크는 28일(현지 시간) 미 뉴저지 프루덴셜센터에서 열린 MTV VMA에서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 ‘베스트 K팝’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새로 생긴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는 가상현실에서 가수들의 아바타가 진행한 공연에 주어지는 상으로, 저스틴 비버와 트웬티 원 파일러츠 등이 함께 후보에 올랐다. ‘베스트 K팝’ 상은 블랙핑크 멤버인 리사가 솔로앨범 ‘라리사’로 수상했다. 2019년에 신설된 이 상은 지난해까지 BTS가 3년 연속 수상했다. 블랙핑크는 이날 한국 여성 그룹 최초로 VMA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BTS는 브루노 마스가 결성한 실크소닉, 이매진 드래건스 등과 경쟁해 ‘올해의 그룹’ 상을 석권했다. 2019년부터 4년 연속이다. 남성 그룹 세븐틴도 이날 ‘푸시 퍼포먼스 오브 더 이어’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청동을 소재로 여성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온 조각가 박임향 작가의 개인전 ‘스며듦(Permeation)’전시가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산지갤러리에서 열린다. 서울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1974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 입선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는 한국현대조각대전, 한국여류조각가회전, 서울조각회전, 한국현대조각대전 등에 참여했다. 인간을 향한 애정 어린 관심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성을 관찰해온 작가는 모성애의 아름다움과 애틋함을 담백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표현해왔다. 그의 대표작 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40여 년의 예술혼을 집약한 박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모성애를 때론 섬세한 곡선으로, 때론 투박한 면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통해 박 작가의 끊임없는 조형적 탐구정신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오픈식은 24일 3시에 열린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조선 시대 청백리로 뽑힌 문신이자 학자인 청련(靑蓮) 이후백 선생(1520∼1578)의 뜻을 기리는 학술대회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20일 열렸다. 한국계보연구회(회장 김학수)와 연안 이씨 청련공파도문회(회장 이철진)가 ‘청련 이후백의 학문과 관료정신’을 주제로 마련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도승지와 이조·호조·형조판서를 지낸 선생의 관직생활과 가풍을 조명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시학과 성리학에 조예가 깊었던 선생은 인사권을 공정하게 행사하고 청렴하게 업무에 임하며 공도를 실천하는 데 힘썼다”고 밝혔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선생은 인재를 등용할 때 반드시 아랫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의견이 일치하면 기용했다”며 “서인 기호학파와 남인 영남학파의 대립이 격화되던 시대에 화합과 균형의 가치를 내면화해 가풍으로 확립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새해 소원이 팬들과 눈을 맞추는 것이었어요. 무대에 서서 행복해요.”(에스파 닝닝) “라이브는 이렇게 환호 속에 즐겨야죠!”(동방신기 유노윤호)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일 열린 ‘SMTOWN LIVE 2022’ 콘서트. 3만여 명의 관객 앞에 선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국내외에서 열리던 ‘SM타운 라이브’가 2019년 일본 공연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개최됐기 때문이다. 에스파의 ‘Next Level’로 시작한 이날 공연에서 가수들은 오후 6시 50분부터 4시간 동안 43곡을 선보였다. 5년 만에 완전체 활동을 시작한 소녀시대의 효연은 “너무 재밌어서 눈물이 난다”며 울먹였다. 이날 무대에는 보아, 동방신기, 엑소 등이 출연했다. 팬들은 가수 이름이나 얼굴이 담긴 플래카드와 응원봉을 열정적으로 흔들며 콘서트를 즐겼다.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3년여간 콘서트를 미룬 가수들이 오프라인 공연에 나섰다. 아이유는 3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 다음 달 17,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는 티켓 8만여 장이 매진됐다. 취소된 표를 기다리는 대기 인원만 34만여 명에 달한다. 19일 2집 정규 앨범 수록곡 ‘핑크 베놈’을 선공개하며 1년 10개월 만에 완전체 활동을 시작한 걸그룹 블랙핑크도 팬들을 만난다. 10월 15, 16일 송파구 KSPO DOME(옛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본 핑크 월드 투어’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대면 콘서트다. 블랙핑크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 태국 등을 돌며 내년 6월까지 월드투어를 진행한다. 해외 스타의 내한공연도 이어진다. 4220만 명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보유한 영국 디제이 앨런 워커는 다음 달 14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WALKERVERSE: THE TOUR’ 콘서트를 연다. 10월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에는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앤 마리가 출연한다. 세계적인 팝밴드 마룬5도 11월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3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끔찍한 사고로 만신창이가 된 한 남자가 있다. 다행히 뇌는 다치지 않았고, 그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뇌를 갈아 끼우는 ‘복제 몸 수술’ 보험도 들어 놓았다. 문제는 몸이 완성되기까지 2년 동안 뇌를 보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 고민에 빠진 아내에게 보험사 직원은 “저렴한 방법이 있다”며 아내의 자궁에 뇌를 보관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남편을 살릴 유일한 길이었기에 여자는 2년간 남편의 뇌를 마치 태아처럼 자신의 자궁에 보관한다. 복제 몸이 완성되자 자궁에서 뇌를 꺼냈지만 트라우마는 남았다.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인간성을 잃었고, 그 탓에 불구나 다름없는 존재가 됐다.’ 16일 출간된 SF 단편집 ‘내가 행복한 이유’의 첫 번째 소설 ‘적절한 사랑’의 이야기다. 책은 대학병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저자가 쓴 SF 단편을 모았다. ‘적절한 사랑’처럼 육체와 의식을 동시에 파고드는 과학기술,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현존하는 최고 SF 작가로 꼽히는 테드 창과 함께 ‘하드 SF계의 양대 산맥’이라 불린다. 하드 SF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SF 소설이다. 표제작 ‘내가 행복한 이유’도 과학기술로 인해 신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 주인공은 죽어버린 행복 뇌세포를 되살릴 수 있다는 의사의 제안으로 인공 뇌를 이식받는다. 하지만 인공 뇌는 4000명의 뇌 데이터를 집적해 만든 것이었기에 주인공은 혼란에 빠진다. 4000명의 취향이 모두 섞여 주인공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판단할 수 없게 된다. 주인공을 치료할 과학기술은 남아있다. 하지만 그게 주인공을 진정으로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사는 음악, 음식 등 취향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수술을 진행한다. 내가 어떤 인간이 될지 선택할 수 있게 되지만 주인공은 행복해지지 못한다. 리모컨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내 뇌를 통제할 수 있기에, 자신이 느끼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허무감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가능케 하는 선택지 앞에 선 인간의 고뇌를 읽다 보면 ‘내가 이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함께 따라올 것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블랙핑크는 데뷔 때부터 ‘반전’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신곡 ‘핑크 베놈(Pink Venom)’은 ‘사랑스러운 독’이란 뜻이죠. 저희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아닐까요.”(블랙핑크 멤버 제니) 여성그룹 블랙핑크(사진)가 정규 2집 ‘본 핑크’ 발매를 앞두고 19일 앨범에 수록된 ‘핑크 베놈’을 먼저 공개했다. 멤버들은 이날 신곡 공개에 앞서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다려주신 만큼 멋진 음악으로 돌아왔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핑크 베놈은 한국 전통 악기가 어우러진 힙합 장르의 곡. 이날 오후 1시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약 1시간 만에 조회 수 1100만 회를 돌파했다. 지수는 “도입부부터 전개되는 비트가 강렬하다”며 “거문고의 사운드와 중독성 넘치는 훅까지 매력이 많다”고 소개했다. 로제는 “노래에 ‘잔인할 만큼 아름다워’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 가사처럼 블랙핑크가 가진 상반된 두 가지 매력을 함께 담았다”고 전했다. 다음 달 16일 발매하는 앨범 ‘본 핑크’도 블랙핑크의 정체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제니는 “말 그대로 ‘우리는 태어나기를 블랙핑크이고 그것이 우리의 본질’이란 의미”라며 “블랙핑크를 가장 뚜렷하고 선명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했다. 리사는 “우리의 강점을 살리면서 새로운 시도도 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블랙핑크는 28일(현지 시간) 한국 여성그룹 최초로 미국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무대에 오른다. 10월 15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월드투어 콘서트도 이어간다. 앨범 본 핑크는 예약 판매 1주일 만에 선주문 150만 장을 넘어섰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북미 지역의 가장 오래된 음악축제 라비니아 페스티벌이 올 6월 주최한 ‘제4회 브리지 작곡 콩쿠르’에선 한국인 최초의 우승자가 나왔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정지수 씨(28)가 그 주인공이다.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예원학교, 서울예고로 이어지는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일본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피아노 콩쿠르 1위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을 휩쓴 클래식 유망주였다.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만난 정 씨는 “저도 어릴 땐 성진이처럼 될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예원학교 동기다. “피아니스트의 가장 큰 숙제는 쇼팽 같은 거장의 곡을 완벽히 연주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저는 악보에서 다른 게 보였어요. 표현 욕구가 폭발했죠.”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 입학한 그는 1년 뒤 돌연 자퇴를 선언하고 미국 버클리 음대에 진학해 재즈 피아노와 재즈 작곡을 전공했다. 이후 CJ문화재단의 장학프로그램에 선발돼 미국 맨해튼 음대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19일 CJ아지트에선 그의 단독 공연이 펼쳐진다. 브리지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둔 ‘Moment to Journey’를 비롯해 그가 작곡한 클래식과 재즈 퓨전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Moment to Journey’는 클래식 현악4중주와 재즈트리오(피아노와 베이스, 드럼), 트럼펫 연주가 들어간 크로스오버 곡이다. “재즈와 클래식 아티스트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브리지 작곡 콩쿠르 우승자의 연주를 보고 ‘나도 둘 다 해보자’는 용기를 얻었어요.” 지난해에는 장구 연주자와 듀오를 결성해 피아노와 장구 듀오 앨범 ‘Hi, We are Jihye & Jisu’도 발매했다. 정 씨는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재즈를 통해 K팝, K클래식에 이은 K재즈 열풍도 꿈꾼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다니면서 한국의 음악교육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어요. 모두 서울대라는 목표를 향해 똑같이 연주하죠. 표현하고 싶은 것이 억압되는 모습을 보면서 시스템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고, 이를 후학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엄마는 “제 정신이냐”고 했다. 친구들은 “너 정말 별종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예원학교, 서울예고로 이어지는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지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28·여)가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를 1년 다닌 뒤 한국에 돌아와 돌연 자퇴를 선언했을 때 주변 반응이었다. 유년시절 일본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피아노 콩쿠르 1위, 한음 콩쿠르 1위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을 휩쓴 클래식 유망주의 ‘파격 선언’이었다. ●재즈 뮤지션으로 전향한 클래식 학도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만난 정 씨는 “저도 (조)성진이처럼 될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예원학교 동기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가장 큰 숙제는 쇼팽,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등 거장의 곡을 완벽히 쳐 내는 거에요. 그런데 저는 악보에서 다른 게 보였어요. 내 색깔과 개성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고등학교 때 폭발했죠. 대학 진학 후 독일에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면의 소리를 들었고,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됐어요.” 드레스덴대를 자퇴한 그는 미국 버클리 음대에 진학해 재즈피아노와 재즈작곡을 전공했다. 이후 CJ문화재단(이사장 이재현)의 장학프로그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맨해튼 음대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클래식 음악가 정지수도 나의 일부가 돼 버렸다”는 그의 말처럼 재즈를 새롭게 익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재즈와 클래식은 아티스트의 호흡이나 표현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 클래식은 정확한 주법과 매끄러운 화성진행이 중요한 반면, 재즈는 즉흥성과 박자감이 더 중요하다. 현존하는 최고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도 재즈와 클래식을 둘 다 연주하는 콘서트를 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불가능하다. 두 장르가 필요로 하는 두뇌 회로가 다르다”고 답하기도 했다. “재즈의 언어를 체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재즈 아티스트의 솔로 음원을 노래로도 불러보고, 음들을 그대로 카피해 전부 다 외우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나 브래드 멜다우의 즉흥연주 구간을 악보에 음표로 받아 적은 뒤 다 외우고, 음원을 틀어 놓고 똑같이 치는 거죠.”●한국인 최초 브리지 작곡 콩쿠르 우승 ‘사용하는 뇌가 다르다’고 할 정도로 판이한 장르로의 전향. 이는 일면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지만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는 올해 6월 북아메리카 지역의 가장 오래된 음악축제 라비니아 페스티벌(Ravinia Festival)이 주최하는 제4회 브리지 작곡 콩쿠르(Bridges Composition Competition)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뒀다. 주최 측은 축제의 메인 장르인 재즈와 클래식을 융합한 작곡으로 대회를 개최했다. 최초의 클래식과 재즈 퓨전 장르 콩쿠르다. 그가 작곡한 ‘Moment to Journey’는 바이올린과 첼로, 비올라가 포함된 클래식 현악4중주와 재즈트리오(피아노와 베이스, 드럼), 트럼펫 연주가 들어간 크로스오버 곡이다. “재즈로 전향은 했지만 클래식 아티스트로 지낸 15년이 사라지진 않더군요. 재즈와 클래식 아티스트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브리지 콩쿠르 우승자의 연주를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보게 됐어요. ‘나도 클래식과 재즈 둘 다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그 때 처음 했고, 대회에까지 나가게 됐죠.” 재즈 뮤지션으로는 처음으로 19일 CJ아지트에서 단독 공연도 연다. 이 역시 CJ문화재단 장학프로그램의 일환. 7곡의 연주곡은 그의 음악적 여정을 반영한다. 첫 두 곡은 클래식 학도 정지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바흐와 쇼팽의 곡. 이후 5곡은 정 씨가 작곡한 곡이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에서 재즈 뮤지션으로 전향한 그의 삶의 궤적처럼 뒤로 갈수록 점점 재즈 색채가 짙어지도록 곡의 순서를 정했다는 게 그의 설명. 두 장르의 크로스오버 곡을 선보이는 만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룻, 색소폰, 베이스, 드럼 연주자가 한 자리에 모인다. ●“획일화된 한국 클래식 교육 바꾸고 싶다” 끓어오르는 창작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클래식 학도에서 재즈 뮤지션으로 변모했듯,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새로운 음악적 영감이 넘친다. “한국인만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국악”이라는 그는 재즈와 국악의 융합에도 도전했다. 버클리 음대에서 알게 된 장구 연주자와 듀오를 결성해 피아노와 장구 듀오 앨범 ‘Hi, We are Jihye & Jisu’도 지난해 발매했다.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재즈를 통해 K팝, K클래식에 이은 K재즈 열풍도 꿈꾼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다니면서 우리나라 음악교육의 현실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모두 서울대라는 목표를 향해 똑같이 연주해야 하죠. 각자 표현하고 싶은 것이 억압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시스템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클래식 외의 타 장르도 시도하면서 열린 시야를 갖게 된 만큼 계속해서 새로운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고, 이를 후학에게 전해주는 역할도 하고 싶어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블랙핑크(사진)가 한국 여성 그룹 최초로 미국의 대표적 음악 시상식인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MTV VMA)’ 무대에 선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28일(현지 시간) 미 뉴저지주 푸르덴셜센터에서 열리는 MTV VMA에서 스페셜 무대에 올라 공연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MTV VMA는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미 대중음악 시상식 가운데 하나다. 블랙핑크의 무대는 국내 가수로는 2020년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이후 두 번째다. 국내외 여성 그룹으로 따져도 영국 ‘스파이스걸스’와 미국 ‘TLC’ ‘피프스 하모니’에 이어 4번째다. 블랙핑크는 2020년 MTV VMA에서 ‘How You Like That’으로 ‘올여름 최고의 곡’ 상을 받았다. 올해도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으며, 멤버 리사는 솔로곡 ‘LALISA’로 ‘베스트 K팝’ 후보에 올랐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모든 걱정을 떨치세요. 원하는 만큼 움직이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노래해요. 춤추고 울어요!”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룰 브레이커’가 서울의 습한 밤공기마저 부숴버렸다. 15일 오후 8시 20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 무대에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본명 빌리 오코널·21)가 열광적 환호 속에 등장했다. 그는 공연 내내 “기존 팝가수의 관행을 파괴했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 ‘룰 브레이커’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어둡고 음침한 음악, 약물중독과 불안장애 등을 다룬 우울한 가사, 속삭이는 듯한 창법,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펑퍼짐한 패션…. 본인은 “부숴야 할 규칙이 무엇인지 의식한 적 없다”며 별명을 맘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그는 전에 없던 음악과 개성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는 Z세대의 아이콘이자 1억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린 ‘팝 센세이션’이 됐다.○ 4년 만에 관객 2000명에서 2만 명으로 한국 무대에서 아일리시는 팬들이 기대한 모습 그 자체였다. 트레이드마크인 양 갈래 묶음 머리, ‘Dead or Alive’가 적힌 커다란 티셔츠를 입고 무대를 휘저었다. 1시간 20분 동안 23곡을 소화하는 내내 ‘뛰어!’를 외쳤다. 20, 30대 관객이 대다수였지만,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도 보였다. 그를 따라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외국인 팬도 많았다. 아일리시는 2018년 광복절 첫 내한공연을 열었다. 당시 2000명 앞에서 노래했던 신인 가수는 2만여 좌석을 20분 만에 매진시킨 스타로 돌아왔다. 아일리시는 “정확히 4년 전 같은 날 첫 내한공연을 했다.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레이디 가가와 에미넴, 폴 매카트니 등의 내한 무대를 열어온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팬데믹 여파로 2020년 영국 밴드 퀸 공연 후 2년 7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아일리시는 ‘안티 팝’(기존 대중음악과 다른 음악)의 선두주자답게 그의 노래 중 가장 안티 팝스러운 ‘Bury a Friend’를 첫 곡으로 골랐다. ‘친구를 묻어버려’ ‘네 혀를 스테이플러로 찍어’ 등 공포스러운 가사와 등에 주사기가 잔뜩 꽂힌 기괴한 장면이 담긴 뮤직비디오로 그의 곡 중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하지만 이 곡의 전주가 깔리자 관객들은 “빌리!”를 외치며 환호했다. 관객들이 가장 열광한 곡은 피날레를 장식한 ‘Happier Than Ever’. 그의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널(25)이 80달러짜리 기타 한 대로 작곡한 이 노래는 잔잔한 발라드로 시작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드럼과 기타 연주가 휘몰아치는 록 색깔을 드러냈다. 클라이맥스에 달했을 때 음원에 없는 드럼 솔로, 피니어스의 화려한 기타리프, 여기에 빌리의 단단한 고음이 얹히자 객석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Bellyache’가 나올 때는 지정좌석제가 무색하게 관객 모두 일어나 뛰었고, 대표곡 ‘Bad Guy’에선 2만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떼창’을 했다.○ 이번에도 광복절에 태극기 들고 무대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일리시와 모든 곡을 함께 만든 피니어스였다.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무대에 선 적 있는 그는 이날 기타리스트로 변신했다. 무대 뒤에서 연주하던 그는 잔잔한 기타 선율과 아일리시의 몽환적인 가창력이 어우러진 발라드 ‘Your Power’와 ‘The 30th’에선 무대 중앙으로 나와 아일리시와 함께 연주를 이어갔다. 아일리시는 “피니어스는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하고 재밌는 사람”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 팬에 대한 사랑도 아낌없이 표현했다. 그는 첫 내한 당시 팬이 건넨 태극기를 걸치고 공연을 이어가 화제가 됐다. 이날도 한 관객이 태극 문양에 아일리시의 이름을 흰색으로 적은 태극기를 건넸다. 아일리시는 받은 태극기를 펼친 채 T자 모양 무대를 이곳저곳 다니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태극기를 손에 쥔 채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과 RM이 함께 공연장을 찾아 음악에 맞춰 뛰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의 배우 정호연도 무대를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2016년 열다섯의 나이에 음원 공유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Ocean Eyes’로 데뷔한 아일리시는 2019년 발매한 정규 1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로 스타가 됐다. 이 앨범으로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등 주요 부문 4개상을 석권했다. 한 가수가 그래미 본상 전 부문을 수상한 건 1981년 미국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39년 만이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모든 걱정을 떨치세요. 원하는 만큼 움직이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노래하고 춤추고 울어요!”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룰 브레이커(rule breaker)’가 서울의 습한 밤공기마저 깡그리 부셔버렸다. 15일 오후 8시 20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열광적인 환호 속에 무대에 등장한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본명 빌리 오코널·21)는 자신이 바로 이 시대의 아이콘이란 걸 여지없이 증명했다. “기존 팝가수의 인식과 관행을 파괴했다”는 룰 브레이커란 별명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 4년 만에 관객 2000명에서 2만 명으로 아일리시는 한국 무대에서도 팬들이 기대한 차림새 그대로였다. 트레이드마크인 양 갈래 묶음 머리에 ‘Dead or Alive’가 적힌 오버사이즈 티셔츠를 입고 무대를 휘저었다. 1시간 20분 동안 23곡을 소화하는 내내 ‘뛰어!’를 외쳤다. 사이키델릭한 영상과 공연장을 가득 메운 단단한 목소리는 관객을 압도했다. 2030 관객들이 대다수였지만,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도 보였다. 그를 따라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외국인 팬들도 많았다. 아일리시의 내한 공연은 2018년 광복절 이후 4년 만. 당시 2000명 관객 앞에서 노래했던 신인 가수는 2만 여 좌석을 20분 만에 매진시킨 스타로 돌아왔다. 아일리시는 “정확히 4년 전 같은 날 첫 내한공연을 했다. 정말 신기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레이디 가가와 에미넴, 폴 매카트니 등의 내한 무대를 열어온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2020년 영국 밴드 퀸 공연 이후 2년 7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곡은 정규 1집 수록곡 ‘bury a friend.’ 컴컴한 공연장에 무대를 향한 빨간 조명이 켜지고, 아일리시 음악의 상징인 극저음 비트가 깔리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8월 발매된 정규 2집 수록곡 ‘I Didn’t Change My Number‘와 ’NDA‘, ’Therefore I Am‘까지 네 곡을 연달아 부른 아일리시는 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히트곡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Bellyache‘이 나올 때는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뛰었고, 마지막에서 두 번째 곡이었던 ’Bad guy‘에서는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떼창‘을 했다. ● 이번에도 광복절에 태극기 들고 무대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일리시와 모든 곡을 함께 작곡하고 프로듀싱하는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넬(25)이었다. 이날 오코넬은 기타리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잔잔한 기타 리프와 아일리시의 단단하면서도 몽환적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발라드 ’Your power‘와 ’The 30th‘에서는 아일리시와 함께 무대 중앙에서 연주를 이어갔다. 아일리시는 “피니어스는 제가 아는 가장 똑똑하고 재밌는 사람이다. 그는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고 말하며 오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일리시는 공연 내내 한국 팬들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곡이 끝날 때마다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고,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아일리시는 2018년 내한 당시 팬이 건넨 태극기를 걸치고 공연을 이어가 화제가 됐다. 이날도 무대 중반 객석에서 태극기를 받아들어 펼쳐보였고, 무대가 모두 끝난 뒤에도 태극기를 손에 쥔 채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과 RM이 함께 공연장을 찾아 음악에 맞춰 뛰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정호연도 무대를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 BTS, ’오징어게임‘ 정호연도 객석에서 환호그래미상 최연소 본상 4관왕의 위업을 이룬 아일리시는 ’룰 브레이커‘라는 수식언답게 기존 팝 아이돌의 음악과 패션, 언행까지 모든 규칙을 깨부쉈다. 어둡고 음침한 음악, 약물중독과 자살, 불안장애 등을 다룬 우울한 가사, 속삭이는 듯한 창법,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펑퍼짐한 패션까지. 본인은 “부숴야 할 규칙이 무엇인지 의식한 적 없다”며 별명을 그다지 맘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의도가 무엇이었든 그는 분명 전에 없던 음악과 개성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는 Z세대의 아이콘이자 1억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팝 센세이션이 됐다. 아일리시는 10대부터 천재성을 드러냈다. 14살이던 2015년, 오빠와 작곡한 ’Ocean Eyes‘를 녹음했고, 이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해당 곡 뮤직비디오는 하루 만에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겼다. 그를 세계적 팝 스타 반열에 올린 건 2019년 정규 1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다. 이 앨범으로 아일리시는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등 주요 부문 4개상을 석권했다. 한 가수가 그래미 본상 전 부문을 수상한 건 1981년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39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최우수 팝 보컬 앨범‘까지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난해 발매한 싱글 ’Everything I wanted‘로도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상을 받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