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울에서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니 ‘고향에 온 느낌’이에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미국인 극작가 케이트 케리건(45)과 작사가 네이선 타이슨(48)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뮤지컬은 미 대공황 직전인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작품. 하지만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아시아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한 작품이기에 한국을 고향으로 부른 것이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샴페인과 재즈가 넘실대는 뉴욕의 파티 뒤에 숨겨진 물질주의에 대한 허무함과 좌절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4월 미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을 보인 뒤 올 4월 영국 웨스트엔드까지 진출했으며, 이달 1일 국내에서 개막했다. 케리건 극작가와 타이슨 작사가는 올해 결혼 10년 차를 맞은 부부이기도 하다. 케리건은 2009년 가족 뮤지컬 ‘헨리와 머지(Henry and Mudge)’로 클레반상을 받았으며, 타이슨은 ‘파라다이스 스퀘어(Paradise Square)’로 토니상 후보에 오른 적 있다. 하지만 이 부부가 같은 작품을 함께 작업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타이슨은 “수많은 천방지축 작가들과도 일한 적이 있어서 아내와 함께라면 좋은 시너지가 날 거라 생각했다”고 웃었다. 두 사람은 ‘위대한 개츠비’의 작곡가인 제이슨 하울랜드를 통해 신 대표를 소개받았다. 케리건은 “신 대표는 제작비를 줄이려 드는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과 달리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게 해줬다”고 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개츠비가 연인 데이지 뷰캐넌을 잊지 못해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원작은 데이지의 사촌 닉 캐러웨이의 시선으로 전개되지만, 뮤지컬은 다양한 캐릭터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케리건은 “1920년대는 여성들이 투표권을 얻긴 했지만, 여전히 남편들이 바람을 펴도 용인되던 시기”라며 “특히 데이지와 그의 절친 조던 베이커, 데이지의 남편 톰 뷰캐넌의 애인 머틀 윌슨이 당대 여성으로서 살아남는 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데이지의 솔로 넘버 ‘뷰티풀 리틀 풀(Beautiful Little Fool)’은 이런 고민의 결과였다. 원작에선 초반에 스쳐 지나가는 대사지만, 뮤지컬에선 2막 후반부에 배치했다. 케리건은 “관객이 데이지를 충분히 이해한 뒤 그의 감정에 공감하길 바랐다”고 했다. 노래 가사는 원작 소설의 임팩트를 충분히 담으려 노력했다. 타이슨은 “소설 속 닉의 내레이션은 시적이지만 빽빽해서, 캐릭터의 대화에서 가능한 한 많이 가져오려고 했다”며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닉이 톰과 머틀의 외도를 목격하는 넘버 ‘더 멧(The Met)’이다. 장난기 있고 섹시하며 완결성 있는 곡”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1막에서 개츠비가 그려낸 환상의 세계가 2막에서 무너져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케리건은 “인물들이 각자 좇던 목표가 허상이었던 사실을 깨달으면서 꿈이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그렸다”고 말했다. “소설 ‘채식주의자’나 영화 ‘기생충’을 보면 한국 사회는 젠더와 계급에 대한 깊은 논의가 있는 나라 같아요. 우리 작품이 그 대화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케리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클래식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동시에 현대적인 기술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관객들이 무대를 즐기고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타이슨)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프랑스 철학자 장자크 루소(1712∼1778)는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1762년에 집필한 ‘사회계약론’은 근대 정치철학의 핵심 고전으로, 민주주의와 시민 사회 개념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가 생계를 위해 악보 필사를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루소는 1770년부터 1777년까지 총 1만1200쪽에 이르는 악보를 손으로 베껴 썼다. 오페라 발레 ‘마을의 점술가’를 비롯한 여러 음악 작품을 손수 작곡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철학자의 이미지는 ‘세속과 단절된 채 사유에 몰두하는 사람’에 가깝다. 그러나 루소의 사례만 보더라도 철학자가 반드시 그런 모습인 건 아니다. 철학 교사이자 박사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이름난 철학자 40여 명의 숨겨진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조명한다. 여기엔 변호사나 수학자처럼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직업은 물론이고 프로 사이클 선수처럼 강인한 신체를 필요로 하는 이색 직업들도 등장한다. 도덕적으로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이력도 있어 흥미롭다.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1952∼2020)는 20대 시절 은행을 털었다가 5년간 복역했고, 감옥에 있는 동안 철학을 공부했다. 그는 이후 인간과 기술의 본질적 관계를 탐구하는 논문을 발표했고, 유명한 음악 및 기술 연구소 이르캄(IRCAM)의 소장을 지냈다. 철학자에 대한 통념을 허물고, 개별 사상가들의 삶과 사유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사례는 풍부하고 문체는 유쾌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은 팬들이 더 나은 사람(better person)이 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 미국 음악전문매체 빌보드가 최근 몇 년 동안 자국 내에서 “인기가 폭발한(exploded in popularity)” K팝을 고찰하는 보고서 ‘미국의 K팝 팬덤(K-POP FANDOM IN THE U.S.)’을 공개했다. 빌보드는 그간 K팝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 왔으나, 연구 보고서까지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 빌보드는 K팝 팬인 자사의 독자 약 14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번 보고서를 만들었다. 미국 내 K팝 팬들의 연령이나 성별, 지역 분포는 물론 K팝을 소비하는 방식이나 반응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했다. 해당 설문은 지난해 8월 15일부터 30일까지 만 14세 이상 K팝 팬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K팝 팬들은 “당신은 K팝 팬덤으로부터 무엇을 얻는가”라는 문항에서 49%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고 했다. 41%는 “아이돌은 내게 훌륭한 롤모델이 된다”고도 했으며, 61%는 “팬 커뮤니티를 통해 소속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앞으로 뭔가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62%),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85%)는 응답도 많았다. K팝 팬덤은 충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4%는 “5∼10년간 K팝 팬으로 활동해 왔다”고 했으며, “10년 이상”이라는 답도 12%나 됐다. ‘4∼5년’(17%)도 적지 않아 최소 4년 이상 K팝을 꾸준히 좋아한 팬들이 절반 이상(53%)을 차지했다. K팝의 시장적 가치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41%는 지난 1년간 CD 구매에만 100달러(약 14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20%는 250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K팝 CD를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한 팬은 전체의 63%였다. 빌보드는 “K팝 팬들은 수집가(collectors)”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다. 앨범 구매뿐만 아니라 아이돌 관련 굿즈 등을 모으는 데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응답자 절반 이상(52%)은 “최근 1년 안에 동일 앨범의 다른 버전(variant)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도 했다. 빌보드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글렌 피플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K팝을 다른 장르 음악과 뚜렷하게 구별 짓는 핵심은 바로 팬”이라며 “K팝 팬들은 단순한 청취자가 아니다. 헌신적이고(dedicated), 활발하고 열정적이며, 자발적으로 조직화됐다”고 분석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은 팬들이 더 나은 사람(better person)이 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미국 음악전문매체 빌보드가 최근 몇 년 동안 자국 내에서 “인기가 폭발한(exploded in popularity)” K팝을 고찰하는 보고서 ‘미국의 K팝 팬덤(K-POP FANDOM IN THE U.S.)’을 공개했다. 빌보드는 그간 K팝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 왔으나, 연구 보고서까지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빌보드는 K팝 팬인 자사의 독자 약 14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번 보고서를 만들었다. 미국 내 K팝 팬들의 연령이나 성별, 지역 분포는 물론 K팝을 소비하는 방식이나 반응까지 다양한 분야을 망라했다. 해당 설문은 지난해 8월 15일부터 30일까지 만 14세 이상 K팝 팬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보고서에 따르면 미 K팝 팬들은 “당신은 K팝 팬덤으로부터 무엇을 얻는가”라는 문항에서 49%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고 했다. 41%는 “아이돌은 내게 훌륭한 롤모델이 된다”고도 했으며, 61%는 “팬 커뮤니티를 통해 소속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앞으로 뭔가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62%),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85%)는 응답도 많았다.K팝 팬덤은 충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4%는 “5~10년간 K팝 팬으로 활동해왔다”고 했으며, “10년 이상”이라는 답도 12%나 됐다. ‘4~5년(17%)’도 적지 않아 최소 4년 이상 K팝을 꾸준히 좋아한 팬들이 절반 이상(53%)을 차지했다.K팝의 시장적 가치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41%는 지난 1년간 CD 구매에만 100달러(약 14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20%는 250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K팝 CD를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한 팬은 전체의 63%였다.빌보드는 “K팝 팬들은 수집가(collectors)”라고 정의내리기도 했다. 앨범 구매 뿐만 아니라 아이돌 관련 굿즈 등을 모으는 데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응답자 절반 이상(52%)은 “최근 1년 안에 동일 앨범의 다른 버전(variant)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도 했다.빌보드 보고서를 주도한 글렌 피플즈 수석 애널리스트는 “K팝을 다른 장르 음악와 뚜렷하게 구별짓는 핵심은 바로 팬”이라며 “K팝 팬들은 단순한 청취자가 아니다. 헌신적이고(dedicated), 활발하고 열정적이며, 자발적으로 조직화됐다”라고 분석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사진)가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 시상식인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총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5일(현지 시간) 공개된 VMA 후보 명단에 따르면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듀엣곡 ‘아파트(APT.)’로 주요 부문인 ‘올해의 노래’ ‘올해의 비디오’를 비롯한 7개 부문에 지명됐다. 여기에 솔로 앨범 ‘로지(rosie)’의 수록곡 ‘톡식 틸 디 엔드(toxic till the end)’가 ‘베스트 K팝’ 부문 후보로 오르면서 로제는 총 8개 부문에서 수상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로제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방금 후보 지명 소식을 들었다. 충격적이고 말문이 막힌다”며 기쁨을 드러냈다.‘베스트 K팝’ 부문에는 로제를 비롯해 제니 ‘라이크 제니(like JENNIE)’, 지수 ‘어스퀘이크(earthquake)’, 리사 ‘본 어게인(Born Again)’ 등 블랙핑크 멤버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VMA는 다음 달 7일 미국 뉴욕 UBS 아레나에서 열린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하얀 상의에 검은 레깅스를 갖춰 입은 일곱 명의 소년.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선율에 맞춰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다리를 곧게 뻗고 팔을 천천히 들어올리는 발레 동작은 아직 서툰 구석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를 꿈꾸는 눈빛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 연습실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아역 배우 최종 오디션인 ‘쇼 앤드 텔(Show & Tell)’이 개최됐다.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선발된 빌리 역 최종 후보 7명과 마이클 역 후보 6명이 참여한 마지막 관문이었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 발레에 재능을 발견한 소년이 사회적 편견과 현실의 장벽을 넘어 무용수로 성장하는 여정을 그렸다. 동명 영화(2000년)를 뮤지컬로 만들어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됐으며, 미국 토니상 10개와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 5개를 휩쓸었다. 국내에선 2010년 초연 뒤 2017년과 2021년에 이어 내년 4월 네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주인공 빌리를 연기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만 8∼12세의 남아로 키는 150cm 이하, 변성기가 아직 오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여기에 발레와 탭댄스, 애크러배틱 등 무용 등에 대한 재능도 필요하다. 이번 시즌의 1차 오디션엔 139명이 빌리 역에, 117명이 마이클 역에 지원했다. 1차 오디션에 합격한 지망생들은 ‘빌리 스쿨’이라고 불리는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이 과정은 웬만한 성인 뮤지컬 연습 못지않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4, 5시간씩 발레와 댄스, 보컬 등을 훈련했다. 주인공으로 선발되면 2시간 30분이 넘는 공연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쇼 앤드 텔’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빌리 엘리어트의 대표 넘버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를 부르며 맑은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했다. 빠른 박자의 탭댄스 장면에선 박자가 딱 맞아 쾌감을 주는 ‘칼군무’도 선보였다. 무대가 끝난 뒤엔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면서 “잘했어”라는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해맑고 대견했다. 제작진은 노래와 춤 실력뿐 아니라 ‘감정의 전달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에드 번사이드 해외협력 연출은 “작품의 오리지널 연출가 스티븐 돌드리는 빌리 역을 ‘마라톤을 뛰며 햄릿을 연기하는 것’에 비유했다”며 “빌리라는 정답을 정해두고 똑같이 로봇처럼 만들기보단 아이들을 잘 알아가려 한다”고 했다. 톰 호지슨 해외협력 안무가도 “기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감정을 몸으로 표현할 줄 아는 배우를 찾는다”고 했다. 이정권 국내협력 안무가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 힘들 땐 절에 다녀오기도 했다”면서 “마지막까지 해낸 아이들을 보면 모든 수고가 보상받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최종 합격자들이 출연할 네 번째 시즌 ‘빌리 엘리어트’ 무대는 내년 4월 14일부터 7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펼쳐진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하얀 상의에 검은 레깅스를 갖춰 입은 일곱 명의 소년들이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선율에 맞춰 조심스레 몸을 움직인다. 다리를 곧게 뻗고 팔을 천천히 들어올리는 발레 동작은 아직 서툰 구석도 있었지만, 무대를 향한 눈빛만큼은 진지하다.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신시컴퍼니 연습실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아역 배우 최종 오디션 ‘쇼 앤드 텔(Show & Tell)’이 열렸다. 이날은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선발된 빌리 역 최종 후보 7명과 마이클 역 후보 6명이 오디션에 응하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취재진은 물론 아역의 부모들도 오디션을 참관했다.‘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발레에 재능을 발견한 소년이 사회적 편견과 현실의 장벽을 넘어 무용수로 성장하는 여정을 그렸다. 2000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겨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됐으며, 토니상 10개와 올리비에상 5개를 휩쓸었다. 국내에선 2010년 초연 이후 2017년, 2021년에 이어 내년 4월 네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주인공 빌리를 연기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만 8세에서 12세 사이의 남자 아이로, 키는 150cm 이하이며, 변성기가 아직 오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여기에 발레와 탭댄스, 아크로바틱 등 춤에서 뛰어난 재능도 갖춰야만 한다. 이번 1차 오디션에는 총 139명이 빌리 역에, 117명이 마이클 역에 지원해 경쟁이 치열했다.1차 오디션에 합격한 아이들은 ‘빌리 스쿨’이라 불리는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이 과정은 웬만한 성인 뮤지컬 연습만큼 고되다. 아역들은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4~5시간씩 발레, 댄스, 보컬 등을 훈련받았다. 주인공으로 선발되면 2시간 30분 넘는 공연을 무리 없이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이날 ‘쇼 앤드 텔’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빌리 엘리어트의 대표 넘버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를 부르며 맑은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했다. 빠른 박자의 탭댄스 장면에선 박자가 딱 맞아 쾌감을 주는 ‘칼군무’를 선보였다. 무대가 끝난 뒤엔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잘했어”라는 말을 주고받는 아이들다운 해맑은 모습을 보였다.제작진은 단순 실력 이상의 ‘감정의 전달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에드 번사이드 해외협력 연출은 “작품의 오리지널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는 빌리 역을 ‘마라톤을 뛰며 햄릿을 연기하는 것’에 비유했다”며 “빌리를 똑같은 모습을 정해두고 로봇처럼 만들기보단 아이들을 잘 알아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톰 호지슨 해외협력 안무가도 “기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감정을 몸으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를 찾는다”고 했다.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본 국내 제작진도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이정권 국내협력 안무가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 힘들 땐 절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해낸 아이들을 보면 모든 수고가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웃었다. 최종 합격자들이 출연할 네 번째 시즌 ‘빌리 엘리어트’는 내년 4월 14일부터 7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오늘 밤은 여러분의 평생 기억에 남을 밤이 될 거예요.” 2일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공연장 전광판에 이런 문구가 떴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등장한 이들은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펄프(Pulp). 오아시스, 블러, 스웨이드와 함께 브릿팝 4대 천황으로 불리는 펄프가 결성한 지 47년 만에 처음 한국 무대에 올랐다. 이날 펄프는 1995년 발표한 대표 앨범 ‘디퍼런트 클래스(Different Class)’의 수록곡 ‘소티드 포 에스&위즈(Sorted for E’s & Wizz)’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서 ‘디스코 2000(Disco 2000)’이 흐르자 관객들은 환호와 점프로 응답했다. 검은 슈트와 뿔테 안경 차림의 보컬 자비스 코커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예순 둘의 나이가 무색한 보컬은 여전히 견고했고, 몸짓은 매혹적인 브릿팝 그 자체였다. 코커는 티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 ‘아크릴릭 애프터눈스(Acrylic Afternoons)’에서 티백을 관객석으로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중간중간 “감사합니다” 등의 짧은 한국말도 섞으며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했다. 펄프는 영국 중북부 도시 셰필드에서 1978년 결성된 밴드다. 데뷔 초기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1994년 네 번째 앨범 ‘히즈 앤 허즈(His ‘n’ Hers)’로 이름을 알린 뒤 이듬해 낸 ‘디퍼런트 클래스’의 성공으로 브릿팝을 대표하는 그룹이 됐다. 오아시스나 블러에 비해 대중적 관심은 적었지만, 보다 실험적이고 비주류적인 감성으로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 왔다. 공연의 정점은 최고 히트곡 ‘커먼 피플(Common People)’이었다. 상류층 여성이 “가난한 사람처럼 살아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을 풍자한 곡으로 계급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이름 없는 삶에 대한 긍정을 동시에 담았다. 관객들은 “I want to live with common people like you(너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 살고 싶어)”를 부르며 함께 원을 그리고 춤을 췄다. 이날 펄프는 올해 6월 24년 만에 발매한 여덟 번째 정규 앨범 ‘모어(More)’의 수록곡도 여럿 불렀다. 공연 초반 선보인 신곡 ‘스파이크 아일랜드(Spike Island)’는 몽환적인 사운드를 내뿜었다. “사랑이 필요하다”는 한국어 멘트와 함께 부른 ‘갓 투 해브 러브(Got to Have Love)’는 신나는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펄프가 과거 명성에만 기대지 않고 현재형 밴드로서의 존재감이 뚜렷하다는 것을 입증한 무대였다. 1∼3일 사흘간 열린 올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는 국내외 아티스트 58팀이 참여했다. 해외에선 영국 래퍼 리틀 심즈, 일본 록밴드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등이 무대에 섰고, 국내에선 자우림, 크라잉넛, 3호선 버터플라이 등이 노래했다.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는 그래미상을 8차례 수상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벡(Beck)이 장식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을 소재로 만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사진)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Golden)’이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K팝이 이 차트 정상을 차지한 것은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후 13년 만이다. 1일(현지 시간) 공개된 영국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골든’은 발매 6주 차에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데이지스(Daisies)’를 제치고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전주보다 3계단 높은 순위다. 이 노래는 6월 말 93위로 처음 ‘톱 100’에 진입한 뒤 영화 흥행과 함께 31위, 20위, 9위, 4위 순으로 가파르게 순위가 올랐다. 같은 영화에 삽입된 사자보이스의 ‘유어 아이돌(Your Idol)’과 ‘소다 팝(Soda Pop)’은 각각 10위와 11위, 트와이스가 부른 ‘테이크다운(Takedown)’은 63위에 올랐다. 이 차트는 미국 빌보드 차트와 함께 세계 양대 차트로 꼽힌다. 오피셜 차트의 마틴 탤벗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는 전 세계를 지배하는(globally dominating) 한국 음악 장르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되는 순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골든’은 케데헌 속 가상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노래다. 국내 대표 음원 사이트인 멜론 ‘톱 100’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도 2위를 차지하는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 한국계 미국인 가수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불렀다. 애니메이션 OST가 이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2022년 ‘엔칸토’에 삽입된 ‘위 돈트 토크 어바웃 브루노(We Don‘t Talk About Bruno)’ 이후 3년 만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을 소재로 만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Golden)’이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K팝이 이 차트 정상을 차지한 것은 2012년 싸이 이후 13년 만이다.1일(현지 시간) 공개된 영국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골든’은 발매 6주 차에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데이지스(Daisies)’를 제치고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전주보다 3계단 높은 순위다. 같은 영화에 삽입된 사자보이스의 ‘유어 아이돌(Your Idol)’과 ‘소다 팝(Soda Pop)’은 각각 10위와 11위, 트와이스의 ‘테이크다운(Takedown)’은 63위에 올랐다.이 차트는 미국 빌보드 차트와 함께 세계 양대 차트로 꼽힌다. 오피셜 차트 측은 “K팝 아티스트가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정상을 밟은 것은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골든’은 케데헌 속 가상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노래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 한국계 미국인 가수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불렀다. 애니메이션 OST가 이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2022년 ‘엔칸토’에 삽입된 ‘위 돈트 토크 어바웃 브루노(We Don‘t Talk About Bruno)’ 이후 3년 만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키이우(우크라이나의 수도)에서 전쟁 발발.” 2022년 2월 24일, 아들과 함께 이집트 여행 중이던 저자는 짧은 속보를 접했다.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이었다. 귀국 비행편이 끊긴 채 공항의 텅 빈 터미널에 남겨진 그는 그 순간을 이렇게 기록한다. “유령 같던 평화의 계절은 끝났다. 모든 것이 사막 한가운데의 이 햇살처럼 분명해진다.” 신간은 우크라이나 작가인 저자가 남긴 ‘전쟁 일기’다. 그는 원래는 새 소설을 준비 중이었지만, 전면전이 시작되자 비정부기구(NGO) ‘트루스하운드’의 교육을 받고 전쟁범죄 조사원으로서 현장으로 향한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각자의 인간성을 지키며 저항했는지를 치열하게 기록했다. 익숙한 소설 대신 피해자와 목격자의 증언을 써내려 간 그는 전쟁의 잔혹함을 전하면서도, 그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인간적인 반짝임을 포착해 낸다.책에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등장한다. 예우게니야 자크레우스카는 원래 전직 변호사였지만 군에 입대해 드론 조종사가 됐다. 러시아보다 수적으로 열세인 우크라이나는 정확도를 고려해 발사체를 보다 신중히 쏴야 했다. 민간인을 타격하지 않으려고 주의도 기울였다. 테탸나 필립추크는 20세기 우크라이나 작가들의 초판본을 피란시키기 위해 난민 열차의 화물칸에서 야간 보초를 섰다. “이 작가들은 1930년대에 학살당해서 공동묘지에 묻히고, 구소련 시절에는 추모조차 금지된 ‘처형당한 르네상스’에 속한 자들이다. … 하지만 어둠 속에서 원고를 지키는 테탸나 필립추크 같은 사람들에게 그들은 세상의 전부이다.” 이 외에도 러시아군에 납치돼 고문당했지만 예순의 나이에 의무부대에 입대한 이리나 도우한, 러시아 관영 언론의 프로파간다를 추적하는 변호사 카테리나 라셰우스카 등이 등장한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여성들의 실명은 이 책을 지탱하는 뼈대다. 저자는 고문과 학살을 반복하는 악인들의 서사 대신 평범하지만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에 천착한다. 단지 전쟁의 비극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장의 한복판에서도 살아남으려 애쓰는 사람들의 다정함을 끝까지 붙든다. “생존을 위한 규칙은 없지만 삶을 위한 규칙은 있다. 우리는 여전히 사슴벌레를 구하고, 파란불에 길을 건너고, 예의를 지키고, 우아함을 잃지 않고, 인간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슬프게도 이 책은 미완이다. 2023년 6월 27일, 저자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의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머리에 치명상을 입고 나흘 뒤 세상을 떠났다. 향년 서른일곱이었다. 책은 전체의 약 60%가 완성된 상태였다. 남은 원고는 동료 작가들과 편집자들이 메모와 초고를 엮어 정리했다. 하지만 미완의 틈은 오히려 더 강렬하다. 파편처럼 흐트러진 원고를 얼기설기 엮은 날것의 흔적들이 전쟁의 참혹함을 마주한 한 인간의 실존적인 고민을 더욱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소설보다 극적인 현실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낸 글을 읽다 보면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게 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소중랑(蘇中郎) 북해상(北海上)에 편지 전하던 기러기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한 우리 부친 전에 편지 일장 전하여라.”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의 리허설 현장에선 심청가의 대표 대목 ‘추월만정(秋月滿庭)’이 애절하게 울려 퍼졌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노래하던 심청의 목소리에 심 봉사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엔 감격이 아닌 깊은 괴로움이 서려 있었다. ‘심청’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립창극단이 공동 제작한 창극으로, 창극단의 모든 단원을 비롯해 배우 157명이 출연하는 대작이다. 이달 13, 14일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첫 무대를 올린 뒤, 다음 달 3∼6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해 온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이 연출과 극본을 맡았다. 그는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가 선정한 ‘올해의 연출가’이자, 2020년 독일 예술상인 파우스트상 후보에 올랐던 바 있다. 지난해엔 국립오페라단의 ‘탄호이저’를 연출해 호평을 받았고, 이번에 판소리 기반 작품에 처음 도전했다. 이번 공연의 음악은 창극 ‘보허자’, ‘리어’ 등에 참여했던 한승석 음악감독이 맡았다. 공연은 ‘효녀 심청’의 익숙한 서사를 과감히 벗어났다. 심청의 희생으로 모두가 구원받는 전통적 권선징악(勸善懲惡) 구조 대신 인물 하나하나의 결핍에 집중했다.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요나 김은 “심 봉사는 자기 연민에, 심청이는 효에, 뺑덕어멈은 탐욕에 눈이 먼 인물”이라며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 눈이 멀어 있는 건 아닐까’란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청 역엔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된 김율희와 창극단 소속 김우정이 더블 캐스팅됐다. 김율희는 “기존 심청은 모든 걸 감내하는 1차원적인 캐릭터였다”며 “이번 작품에선 왜 심청이 죽어야만 했는지, 그를 죽음으로 내몬 진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고민했다”고 했다. 김우정은 “심청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했다. 심 봉사 역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맡았다. 김준수는 “작품 속 모든 인물이 저마다 업보를 지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심 봉사는 눈을 뜨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유태평양은 “원전의 심 봉사는 딸만 생각하는 철부지였던 데 비해 이번 작품에선 무기력한 아버지로 그려진다”고 했다. 연꽃에서 나온 심청이 황제와 결혼하는 원전의 ‘용궁 로맨스’도 이 공연엔 없다. 요나 김은 “동화적인 해피엔딩은 어린 소녀를 물에 빠뜨린 죄책감을 덮기 위한 판타지라고 생각했다”며 “아직 결말을 실험 중이지만, 남성의 권력에 기대 행복을 추구하는 결말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소중랑(蘇中郎) 북해상(北海上)에 편지 전하던 기러기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한 우리 부친 전에 편지 일장 전하여라.”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의 리허설 현장에선 심청가의 대표 대목 ‘추월만정(秋月滿庭)’이 애절하게 울려 퍼졌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노래하던 심청의 목소리에 심봉사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엔 감격이 아닌 깊은 괴로움이 서려 있었다.‘심청’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립창극단이 공동 제작한 창극으로, 창극단의 모든 단원을 비롯해 배우 157명이 출연하는 대작이다. 다음달 13, 14일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첫 무대를 올린 뒤, 9월 3~6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이 작품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해온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이 연출과 극본을 맡았다. 그는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가 선정한 ‘올해의 연출가’이자, 2020년 독일 예술상인 파우스트상 후보에 올랐던 인물이다. 지난해엔 국립오페라단의 ‘탄호이저’를 연출해 호평을 받았고, 이번에 판소리 기반 작품에 처음 도전했다. 이번 공연의 음악은 창극 ‘보허자’, ‘리어’ 등에 참여했던 한승석 음악감독이 맡았다.공연은 ‘효녀 심청’의 익숙한 서사를 과감히 벗어났다. 심청의 희생으로 모두가 구원받는 전통적 권선징악(勸善懲惡) 구조 대신 인물 하나하나의 결핍에 집중했다.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요나 김은 “심봉사는 자기 연민에, 심청이는 효에, 뺑덕어멈은 탐욕에 눈이 먼 인물”이라며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 눈이 멀어 있는 건 아닐까’란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심청 역엔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된 김율희와 창극단 소속 김우정이 더블 캐스팅됐다. 김율희는 “기존 심청은 모든 걸 감내하는 1차원적인 캐릭터였다”며 “이번 작품에선 왜 심청이 죽어야만 했는지, 그를 죽음으로 내몬 진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고민했다”고 했다. 김우정은 “심청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했다.심봉사 역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맡았다. 김준수는 “작품 속 모든 인물이 저마다 업보를 지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심봉사는 눈을 뜨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유태평양은 “원전의 심봉사는 딸만 생각하는 철부지였던데 비해 이번 작품에선 무기력한 아버지로 그려진다”고 했다.연꽃에서 나온 심청이 황제와 결혼하는 원전의 ‘용궁 로맨스’도 이 공연엔 없다. 요나 김은 “동화적인 해피엔딩은 어린 소녀를 물에 빠뜨린 죄책감을 덮기 위한 판타지라고 생각했다”며 “아직 결말을 실험 중이지만, 남성의 권력에 기대 행복을 추구하는 결말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은선 창극단 예술감독은 “고전을 두고 ‘이렇게까지 해석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우리 삶이 여행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5년 만에 솔로 미니 앨범 ‘여행자’로 돌아온 싱어송라이터 권순관(43·사진)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2013년 1집 ‘어 도어(A Door)’에 진한 이별 감성을, 2020년 2집 ‘커넥티드(Connected)’에 관계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 이번 앨범은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 자전적 이야기다. 29일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뮤직에서 만난 그는 “오랜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고 했다. 2008년 정욱재와 함께 인디 듀오 ‘노리플라이’로 데뷔한 그는 ‘그대 걷던 길’ ‘끝나지 않은 노래’ 등 다정한 감성의 노래를 꾸준히 선보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윤하, 2AM, 정승환, 소유 등 여러 가수의 노래를 만든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이번 앨범은 2022년 그가 처음으로 한 달간 혼자 여행을 다녀온 경험에서 비롯됐다. 데뷔 후 줄곧 몰입했던 음악과 멀어져 슬럼프에 빠졌던 때다. “일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존재해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지는 노을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맛있는 음식을 온전하게 누리는 시간을 보낸 뒤에야 초심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만든 5곡이 이번 앨범에 수록됐다. 첫 트랙이자 메인 타이틀곡인 ‘댄싱 앳 나이트(Dancing at Night)’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춤에 빗댄 로맨틱한 노래다. 그는 “예전엔 어둠을 감추려 했다면, 이제는 낮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지는 ‘시절인연’은 지나간 인연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은 곡이다. 3번 트랙이자 서브 타이틀곡인 ‘여행자’는 러닝타임이 6분이 넘는다. 그는 “숏폼에 맞는 곡을 만들어보려 한 적도 있지만 나완 맞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예기치 않게 잠시 머무르는 과정조차 여행”이라며 “간결함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4번 트랙 ‘에펠 타워’는 홀로 떠난 프랑스 파리 여행에서 느낀 외로움을 담았다. “반짝이는 불빛, 다들 행복해 보이던 그곳에서 문득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지 못한 외로움이 떠올랐어요.” 이 곡은 권순관이 올 2월부터 진행해 온 프로젝트 ‘신스 오브 어 모멘트(Scenes of a MOMENT)’에서 가수 방예담에게 줬던 노래이기도 하다. ‘신스 오브…’는 곡에 어울리는 보컬을 그가 섭외하는 방식으로 신곡을 차례로 선보인 프로젝트다. 방예담과 인피니트의 남우현, 여자친구의 유주, 에이티즈(ATEEZ)의 종호와 협업했다. 그는 “‘권순관스러운’ 음악을 젊은 아이돌이 소화하면 어떤 느낌일까 싶었다”고 했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 ‘기지개’는 팬데믹 당시 “지쳐 있던 어느 날,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위안을 받고 만든 노래”다. 2017년 결혼해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며 많이 배운다”고 덧붙였다. “세상이 너무 빠르고 뜨겁게 돌아갈 때 들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치열한 하루가 끝난 조용한 밤, 잠시 머리를 식혀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우리 삶이 여행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5년 만에 솔로 미니 앨범 ‘여행자’로 돌아온 싱어송라이터 권순관(43)은 이렇게 말했다. 정욱재와 함께 인디 듀오 ‘노리플라이’로 2008년 데뷔한 그는 ‘그대 걷던 길’, ‘끝나지 않은 노래’ 등 다정한 감성의 노래를 주로 선보여왔다. 2013년 1집 ‘어 도어(A Door)’에선 진한 이별 감성을, 2020년 2집 ‘커넥티드(Connected)’에선 관계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면, 이번엔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 자전적 이야기로 풀어냈다. 29일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뮤직에서 만난 권순관은 “오랜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며 웃어보였다. 이번 앨범은 2022년 그가 처음으로 한 달간 혼자 여행을 다녀온 경험에서 비롯됐다. 데뷔 후 줄곧 몰입했던 음악과 멀어져 슬럼프에 빠져 있던 시기다. “일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존재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지는 노을을 그 자체로 아름답게 바라보고, 맛있는 음식을 온전하게 누리는 시간을 겪고 나니 다시 초심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선 그의 음악적 성장이 돋보이는 5곡이 수록됐다. 첫 트랙이자 메인 타이틀곡인 ‘댄싱 엣 나이트(Dancing at Night)’는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보내는 순간을 춤에 비유한 로맨틱한 곡이다. “예전엔 어둠을 노래에서 감춰보려 노력했다면, 이젠 빛이 쨍쨍할 땐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량한 멜로디의 2번 트랙 ‘시절인연’은 지나가 버린 한 때의 인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묘사했다.서브 타이틀곡이자 3번 트랙 ‘여행자’는 러닝타임이 6분이 넘는다. 채 3분이 안 되는 댄스 음악이 인기를 얻는 요즘 트렌드는 확실히 아니다. 그는 “숏폼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 보려 노력한 적도 있지만 잘 안 됐다”라며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예기치 않게 잠시 머무르는 과정조차 여행인 만큼 ‘간결함’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즈풍의 4번 트랙 ‘에펠 타워(Eiffel Tower)’에는 지난해 홀로 프랑스 파리를 여행했을 때 느낀 외로움이 오롯이 담겨 있다. “반짝이는 불빛과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하는 외로움이 떠오르더라고요.” 이 곡은 권순관이 올 2월부터 진행해온 프로젝트 ‘신스 오브 어 모먼트(Scenes of a MOMENT)’에서 가수 방예담이 먼저 불렀던 노래다. 이전엔 가수에 맞는 곡을 만들었다면, 이번엔 곡을 먼저 쓰고 어울리는 보컬을 권순관이 직접 섭외해 신곡을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방예담 뿐 아니라 인피니트의 남우현, 여자친구의 유주, 에이티즈(ATEEZ)의 종호과 협업했다. 그는 “권순관스러운 음악을 젊은 아이돌이 소화하면 어떤 느낌일까 싶었다”며 “즐겁고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했다.마지막 트랙 ‘기지개’는 그의 주특기인 차분한 감성을 목가적인 느낌으로 표현했다. “지쳐 있던 어느 날,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점에 위안을 받아 만든 노래”라고 말했다. 2017년 결혼한 그는 현재 세 아이의 아빠기도 하다. 그는 “가족이 생긴 뒤 안정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며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며 많이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하, 박지윤, 2AM, 소유, 정승환 등 여러 뮤지션의 노래를 만든 작곡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는 홍익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에게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치열한 하루가 끝난 조용한 밤, 이 음악이 잠시 머리를 식혀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2세대 아이돌은 심장을 울리는 뭔가가 있는 것 같음.”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이달 15일 출연한 유튜브 채널 딩고뮤직의 ‘킬링보이스’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슈퍼주니어는 이 영상에서 2009년 발매한 최대 히트곡 ‘쏘리 쏘리(Sorry, Sorry)’부터 ‘미스터 심플(Mr. Simple)’ ‘로꾸꺼’ ‘미라클(Miracle)’ ‘유(U)’를 거쳐 8일 발매한 정규 12집 타이틀곡 ‘익스프레스 모드(Express Mode)’까지 지난 20년을 아우르는 히트곡 18곡의 하이라이트를 이어 불렀다. 영상의 조회수는 28일까지 328만 회를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댓글로 “25분이 이렇게 짧았나”, “다음엔 1시간짜리로 만들어 달라”, “라이브를 너무 잘해서 놀랐다”는 등의 호평을 남겼다. ● 유튜브로 ‘중심 이동’한 음악 예능 최근 음악 예능의 플랫폼과 포맷이 모두 변화 중이다. 과거엔 토크쇼 중심의 심야 TV 음악 프로그램이 대세였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KBS2), ‘음악예능 라라라’(MBC), ‘김정은의 초콜릿’(SBS) 등 지상파 3사가 모두 이런 형식의 음악 예능을 제작했지만, 지금은 KBS2의 ‘더 시즌즈’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대신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다양한 음악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킬링보이스’는 가수가 자신의 히트곡 중 ‘킬링파트’만 부르는 음악 예능이다. 별다른 소품도 없이 마이크만 있지만, 20분 내외 동안 대표곡을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다. 2019년 시작됐는데, 지금은 컴백한 주요 아티스트들이 적잖이 출연한다. 아이유 영상은 누적 6998만 회 조회됐고 성시경(6959만 회), 세븐틴(6421만 회), 마마무(5294만 회), 태연 편(4949만 회)도 인기를 모았다. 최근엔 가수들이 운영하는 1인 음악 예능도 눈에 띈다. 성시경의 ‘부를텐데’, 아이유의 ‘팔레트’ 등은 아티스트 고유의 감각과 음악 세계를 보여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유명 아티스트가 손수 진행하다 보니 비중 있는 출연자가 나오는 경우도 잦다. 이무진의 ‘리무진 서비스’는 처음엔 유튜브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가 지상파 정규 편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K팝 아티스트가 해외 유튜브 음악 예능에 나가기도 한다. ‘원테이크 라이브’ 방식으로 가수의 실력을 보여주는 일본 유튜브 채널 ‘더 퍼스트 테이크’엔 에스파 아이브 스트레이키즈 등이 출연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퍼포먼스 위주의 케이팝이 대세가 되면서 차분한 심야 음악 쇼는 줄고, 유튜브에서 훨씬 자유로운 포맷이 등장하고 있다”며 “가수들이 방송 출연 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활용해 팬덤과 영향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소셜미디어 예능에선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음악 장르를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어 다양성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사도 새로운 포맷 개발방송사들도 새로운 포맷을 실험 중이다. 지난달 20일 처음 방송된 엠넷 ‘라이브 와이어’는 출연자가 다음 아티스트를 지목하는 릴레이 구조를 도입했다. 아티스트의 ‘팬심’이나 인연에 기반한 무대가 이어지며 예측 불허의 시너지를 만든다. 최근 방송에선 이찬혁의 지목으로 출연한 밴드 YB가 컬래버레이션 무대 ‘파노라마’를 꾸몄다. 연출을 맡은 신유선 PD는 “이런 형식을 통해 ‘스토리텔링 있는 무대’, ‘진정성 있는 대화’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봤다”며 “아티스트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라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설마 지금도 듣는 사람이 있을까.”아이유가 등장한 유튜브 채널 딩고뮤직의 ‘킬링보이스’ 영상에 지난달 달린 댓글이다. 이에 “저요”, “10년 뒤에도 들을 듯” 같은 대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4년 전 올라온 이 영상은 28일 기준 조회수 6998만 회를 기록했다.‘킬링보이스’는 가수가 자신의 히트곡 중 ‘킬링파트’만 짧고 강렬하게 부르는 음악 예능이다. 마이크와 카메라만 활용한 단순한 구조지만, 20분 내외 짧은 시간에 대표곡을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시작된 이후 지금은 컴백을 앞둔 아티스트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관문이 됐다. 아이유뿐 아니라 성시경(6959만 회), 세븐틴(6421만 회), 마마무(5294만 회), 태연(4949만 회) 등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유튜브 중심의 음악 예능최근 음악 예능은 플랫폼과 포맷 모두에서 변화 중이다. 과거엔 ‘토크쇼’를 기반으로 한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 주류였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KBS2), ‘라라라’(MBC), ‘김정은의 초콜릿’(SBS) 등 지상파 3사가 모두 음악 예능을 제작했지만, 지금은 KBS2의 ‘더 시즌즈’만 명맥을 유지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퍼포먼스 위주의 케이팝이 대세가 되면서 차분한 심야 음악 쇼는 줄고, 유튜브에서 훨씬 자유로운 포맷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유튜브에는 다양한 음악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가수들이 직접 운영하는 1인 음악 예능이 특히 눈에 띈다. 성시경의 ‘부를텐데’, 아이유의 ‘팔레트’ 등은 아티스트 고유의 감각과 음악 세계를 보여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유명 아티스트가 직접 진행하다 보니 섭외도 유연하다. 이무진의 ‘리무진 서비스’처럼 처음엔 유튜브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가 방송사 정규 편성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이무진과 게스트가 듀엣 라이브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국경을 넘어선 프로그램이 주목받기도 한다. 일본 유튜브 채널 ‘더 퍼스트 테이크’는 ‘원테이크 라이브’ 방식으로 가수의 실력을 보여준다. 에스파, 아이브, 스트레이키즈 등 한국 아티스트의 출연도 이어지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OTT 시대에는 굳이 심야 시간대를 기다릴 필요 없이 원하는 시간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며 “유튜브 콘텐츠는 특정 취향에 맞는 장르를 깊이 즐길 수 있어 음악 예능의 다양성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방송사 “새로운 포맷으로 대응”방송사들도 변화에 맞춰 새로운 포맷을 실험 중이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된 엠넷 ‘라이브 와이어’는 출연자가 다음 아티스트를 직접 지목하는 릴레이 구조를 도입했다. 음악적 팬심이나 개인적 인연에 기반한 무대는 예측불허의 케미스트리를 만든다. 최근 방송에선 이찬혁의 지목으로 출연한 밴드 YB가 콜라보 무대 ‘파노라마’를 꾸몄다.연출을 맡은 신유선 PD는 “이제는 아티스트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이기에 방송사는 ‘시청자가 우리를 봐야 할 이유’를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지목 릴레이 형식은 ‘스토리텔링 있는 무대’, ‘진정성 있는 대화’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밴드 YB의 윤도현은 “후배지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찬혁의 지목이 흥미로웠다”며 “콜라보는 서로 원할 때 가능해지는 건데, 이 콘셉트가 모두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김헌식 평론가는 “예전엔 방송에 나오지 않으면 인기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팬덤과 영향력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며 “음악 예능도 다양한 경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금속이 들어간다. 회로에는 금이, 회로기판엔 주석이, 마이크엔 니켈이 들어간다. 화면에 들어가는 작은 인듐 조각은 휴대전화가 손가락 터치를 세밀하게 인식하도록 돕는다. 충전식 드릴과 로봇 청소기는 물론이고 전기차까지 문명의 이기 중 금속류가 포함되지 않는 것들이 거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전기차 제조업체의 금속 수요가 2022년의 5배(코발트), 10배(니켈), 15배(리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친환경 에너지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태양과 바람은 더러운 석탄, 끈적이는 석유와 비교하면 ‘깨끗한 존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태양과 바람에서 에너지를 얻어 전송하기 위한 기계 장치에는 수많은 금속이 필요하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디지털 사회와 친환경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재화인 ‘금속’을 집중 해부했다. 인류가 새로운 산업을 위해 핵심 금속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비극도 날카롭게 조명한다. 저자가 취재를 통해 깨달은 것은 “모든 것엔 대가가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 발전과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금속을 위해 많은 이들이 혹독한 일을 겪어야 한다. 구리 절도가 성행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경비원들이 목숨을 잃고, 아타카마 사막에선 리튬 광산이 물을 다 빨아들여 식수가 부족하다. 저자가 칠레, 나이지리아, 미국 등을 누비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사례가 이를 더 선명하게 와닿게 한다. 결국 핵심은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는 것이다. 한번 산 물건은 오래 쓰고,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활용하면 금속을 아껴 쓸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그 변화의 속도와 규모에 탄력이 붙는 동안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속 시원한 탭댄스로 공연 때마다 인기가 뜨거운 스테디셀러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돌아왔다. 10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제목 그대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중심가인 42번가가 배경이다. 1930년대 대공황에도 열정을 잃지 않고 공연 무대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1933년)가 원작으로 1980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됐다. 국내에서는 1996년 초연됐으며, 한국 뮤지컬 대중화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즌은 배우 박칼린이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맡아 더 관심이 커졌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아메리칸 드림’을 담아낸 전형적인 쇼 뮤지컬. 시골 출신의 페기 소여가 재기를 꿈꾸는 연출가 줄리안과 만나 무대에 서게 되는 줄거리는 친숙한 얘기. 무명의 코러스 걸이던 페기는 배우 도로시 브록의 부상으로 대신 주연을 맡으며 마침내 스타로 거듭난다. 결말은 이젠 어지간히 알려진 대로 ‘해피엔딩’이지만, 30여 명의 앙상블이 펼치는 화려한 군무는 여전히 지루하지 않다. 무릎까지 내려온 커튼 아래로 보이는 다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프닝 장면과 천장 거울을 활용한 퍼포먼스도 명불허전. 미세한 각도까지 신경 쓴 듯한 ‘칼박자’의 군무는 땡볕에 지친 마음을 유쾌하고 상쾌하게 만든다.‘순한 맛’의 스토리도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극 중 인물들은 주연 자리를 꿰찬 페기를 질투하기보다 진심으로 응원하며 도와준다. 처음엔 그를 오해했던 도로시 역시 나중에는 따뜻한 조언을 건네며 후배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 트렌드처럼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파고드는 서사는 아니지만,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입문용’으로 이만한 작품도 없다. 9월 14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속 시원한 탭댄스로 공연 때마다 인기가 뜨거운 스테디셀러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돌아왔다.10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제목 그대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중심가인 42번가를 배경이다. 1930년대 대공황에도 열정을 잃지 않고 공연 무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1933년)가 원작으로 1980년 뉴욕에서 초연됐다. 국내에서도 1996년 초연됐으며, 한국 뮤지컬 대중화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즌은 배우 박칼린이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맡아 더 관심이 커졌다.브로드웨이 42번가는 ‘아메리칸 드림’을 담아낸 전형적인 쇼 뮤지컬. 시골 출신의 페기 소여가 재기를 꿈꾸는 연출가 마쉬와 만나 무대에 서게 되는 줄거리는 친숙한 얘기. 무명의 코러스 걸이던 페기는 배우 도로시의 부상으로 대신 주연을 맡으며 마침내 스타로 거듭난다.결말은 이젠 어지간히 알려진대로 ‘해피엔딩’이지만, 30여 명의 앙상블이 펼치는 화려한 군무는 여전히 지루하지 않다. 무릎까지 내려온 커튼 아래로 보이는 다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프닝 장면과 천장 거울을 활용한 퍼포먼스도 명불허전. 미세한 각도까지 신경 쓴 듯한 ‘칼박자’의 군무는 땡볕에 지친 마음을 유쾌하고 상쾌하게 만든다.‘순한 맛’의 스토리도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극중 인물들은 주연 자리를 꿰찬 페기를 질투하기보다 진심으로 응원하며 도와준다. 처음엔 그를 오해했던 도로시 역시 나중에는 따뜻한 조언을 건네며 후배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 트렌드처럼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파고드는 서사는 아니지만,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입문용’으로 이만한 작품도 없다. 9월 14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