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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 횡단보도 앞 인도에서 보행자 3명이 신호를 기다렸다. 화물차 한 대가 우회전을 한 뒤 횡단보도를 그대로 통과하자 경찰관이 멈춰 세웠다. 이날부터 시행된 새 도로교통법에 따라 횡단보도에선 건너려고 기다리는 사람만 있어도 신호에 관계없이 차량이 일단 멈춰야 한다. 화물차 운전자 강모 씨(59·서울 송파구)는 “습관적으로 그냥 지나왔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일시 정지요?”… 개정 법 몰라올 1월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27조 1항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개정 전 법은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는 경우’ 일시 정지하도록 했는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인도에 대기자가 있더라도 정지하도록 한 것이다. 1962년 도로교통법 제정 당시부터 있던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가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종로구 이화사거리와 서울 송파구 잠실역사거리 등을 살펴본 결과 바뀐 법을 잘 모르는 운전자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 35분경 이화사거리에서 우회전해 보행자가 대기 중인 횡단보도를 지나간 화물차 운전자 유성기 씨(52·서울 종로구)는 “법이 바뀐 줄 몰랐다”고 했다. 잠실역사거리에서 규정을 위반한 한 운전자도 “(건너는 사람이 없어) 서행했다”며 과거 규정대로 운전했음을 강조했다. 취재팀은 오전 11시 50분부터 10분 동안 이화사거리를 지켜봤는데 보행자가 건너려고 대기 중인 횡단보도로 우회전한 차량 90대 중 88대가 일시 정지하지 않고 지나갔다. 잠실역사거리에서도 오전 10시 40분부터 5분 동안 같은 상황에서 일시 정지한 차량은 60대 중 2대뿐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 뒤로 지나가는 차량도 발견됐다. 이는 개정 전 법으로도 처벌 대상이다. 김원신 손해보험협회 사고예방팀장은 “일관된 기준으로 현장 단속을 지속해야 국민들도 빠르게 인지할 것”이라며 “공익광고 등을 통한 홍보를 병행해 보행자 중심의 교통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어린이보호구역 일시정지 ‘0대’이날부터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이 설치돼 있지 않은 횡단보도에선 무조건 차량이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도 시행됐다. 개정 전에는 보행자가 없는 경우 멈추지 않고 주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어린이 보호구역인 송파구 해누리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를 지나간 차량 50여 대 중 일시 정지한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대부분이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약간 줄인 후 차량을 완전히 멈추지 않고 다시 속도를 높였다. 운전자 이요한 씨(34)는 “서행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일시정지까지 해야 하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경찰은 이 씨의 차량을 멈춰 세우고 바뀐 법 내용을 설명했다. 이날부터 시행된 보행자 보호 의무 조항을 위반하면 운전자에겐 범칙금 6만 원(승용차 기준) 및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경찰은 이날부터 1개월간 계도 기간을 두고, 이후 법 위반 시 범칙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통행하려 할 때’ 해석 놓고 혼란도이날 계도 현장에선 단속 기준을 두고 일부 혼란도 있었다. 특히 우회전 시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할 때 일시정지 해야 한다’는 조항의 해석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경찰은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발을 디디려고 한 경우 △손을 드는 등 운전자에게 횡단 의사를 표시한 경우 △횡단보도 인근에서 차도, 차량, 신호 등 주위를 살피는 경우 △인도에서 횡단보도를 향해 빨리 걷거나 뛰어올 경우에 일시 정지하지 않은 차량을 단속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경찰청은 “해당 조항은 보행자의 통행 의사가 외부로 표출된 경우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횡단보도 앞에 그냥 서 있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계도 현장에서 혼란이 일었다. 계도 현장에선 휴대전화를 보는 등 별다른 통행 의사 표출 없이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경찰이 멈춰 세운 한 차량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게 아니라 그냥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계도에 나선 경찰들도 혼란스러워했다. 현장 경찰관들은 “보행 의사가 있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서로 묻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애매할 땐 일단 멈추라고 조언했다. 정경일 교통 전문 변호사는 “모든 상황에서 보행자의 의사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운전자는 횡단보도가 보이면 일단 멈추고 주위를 살핀 후 간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라고 조언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최근 치러진 국가공무원 5급 행정직 공채(행정고시) 2차 시험 문제 중 정치학 과목 2문항이 서울 소재 A대가 운영하는 고시준비반 자체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행정직 공채 2차 시험 정치학 과목(100점 만점)은 논술형 문제가 출제된다. 지난달 28일 치러진 시험에선 제1문 2번 문항(20점)으로 ‘뉴 미디어의 확산이 여론과 정치성향의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시오’라는 문제가, 제2문 1번 문항(10점)으로 ‘립셋과 로칸의 사회 균열 개념을 설명하고 그에 기초한 정당과 유권자 간 관계의 형성 및 변화에 대해 논하시오’가 출제됐다. 최근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이 두 문항이 행정직 공채 시험보다 19일 앞선 지난달 9일 치러진 A대 고시반 모의고사 문제와 거의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모의고사에서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등 새로운 언론 및 정보 환경 등이 정서적 양극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하시오’ ‘정당체계의 생성과 발전에 대한 립셋과 로칸의 모델을 간단히 설명하고, 위에서 제시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정당 체계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 논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됐다는 것이다. 일부 수험생은 “공채 시험 문제가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시험에 응시한 정모 씨(27)는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두 문항 배점을 더한) 30점은 비중이 엄청나다”라며 “시험 주관기관이 의혹을 명백하게 밝히길 바란다”라고 했다. A대 고시반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전해진 B 교수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모의고사 문제를 출제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은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주제이다 보니 출제위원도 관심을 갖고 같은 주제로 문제를 낸 것 같다”라고 했다. 인사혁신처 역시 본보에 서면 답변을 보내 “이번 공채 시험 정치학 과목 출제위원 6명 가운데 A대 교수는 없다. 시의성 있는 주제로, 일반적으로 출제될 수 있는 문제였다”고 해명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노동계의 여름 투쟁인 ‘하투(夏鬪)’가 본격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그동안 억눌려 있던 임금 인상 요구가 최근 분출한 데다 새 정부 출범 후 노정 간의 ‘주도권 다툼’ 등이 맞물리면서 하반기(7∼12월) 내내 노사정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도심서 4만9000명 집회“노조 탄압 중단하라!” “생존권을 쟁취하자!” 2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는 ‘물가폭등 못살겠다’ 등의 손팻말을 든 시위대의 외침으로 가득 찼다. 이날 민노총이 주최한 ‘7·2 전국노동자대회’에는 경찰 측 추산 4만9000명이 모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도심 대규모 집회다. 시위대가 왕복 8차로 중 6차로를 점거해 자동차들은 나머지 2개 차로에서 거북이걸음을 했다.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 1만7000명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행진했다. 서울경찰청은 대통령 집무실 앞 행진을 금지했지만 1일 서울행정법원은 ‘행진 인원 3만 명 이내, 버스 전용차로 침범 금지, 오후 6시 반 이전 해산’ 등의 조건을 달아 허가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재벌 부자들 편에서 노동자와 민중을 외면하는 윤석열 정부에 경고한다”며 “경고가 쌓이면 다음은 퇴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와 행진으로 차량 운전자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나모 씨(70·서울 종로구)는 “시청에서 은평구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시위 때문에 버스가 운행되지 않았다”며 “불편한 다리로 남대문시장까지 걸어가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본격화된 노동계 ‘여름 투쟁’이번 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하반기 노사정 갈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단일 사업장 노조로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1일 조합원 71.80%의 찬성으로 파업 가결했다. 임금협상 난항 등이 이유다. 실제 파업에 나선다면 2018년 이후 4년 만의 파업이 된다. 현대차 노조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2019년 이후 무분규 임금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다른 주요 기업 역시 최근 노사 갈등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노사협의회를 통해 9% 임금 인상에 합의했지만 노조와 협상을 마치지 못했다. SK하이닉스, 한국GM도 여전히 노조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산하 레미콘운송노조는 1일 파업에 돌입했지만 3일 가까스로 운송료 인상에 합의했다. 개별 기업뿐 아니라 상급단체 차원의 총파업도 예고됐다. 이달 중순 금속노조, 8월 15일 민노총이 각각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친기업 정책 추진 등이 이유다. 노동계 안팎에선 이번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노사 양측의 임금협상 여지가 크지 않은 데다 정부 역시 노동 개혁 등을 예고하면서 양측의 중재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새 정부 출범 후 노조의 ‘주도권 잡기’ 차원의 대규모 파업도 우려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공공부문과 노동 개혁 등이 장기적으로 노동계와의 대화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경제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노동계를 설득하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학교폭력 가해 학생일지라도 거주지로부터 너무 먼 학교로 강제 전학을 보내는 건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24일 나왔다.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A 군은 동급생을 폭행하고 돈을 빼앗는 등 학교폭력을 저질러 다른 중학교로 강제 전학됐다. 이후 A 군의 부모는 “거주지에서 약 25km 떨어져 등하교에 왕복 3시간이 걸리는 학교로 배정된 것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부산시 해운대교육지원청은 ‘현재 학교로부터 직선거리 2.5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배정한다’는 자체 지침에 따랐으며 최근 4년간 다른 강제 전학 학생에 대해서도 같은 규정을 적용해왔기에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가해 학생을 강제 전학시켜 피해 학생과 분리할 필요성은 있지만, 과도한 등하교 시간으로 A 군의 행동자유권과 건강권, 학습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A 군의 학교를 재배정하고, 피해 학생 보호 및 가해 학생 선도·교육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강제 전학과 관련된 지침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폐기물로 만들어졌다는 점 때문에 현수막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인식이 아직 좋지 않고, 구매자도 많지 않아요. 선거 현수막을 수만 장 가져온다고 해도 모두 재활용하는 건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20일 경기 파주시 폐현수막 재활용 업체 ‘녹색발전소’에서 만난 김순철 대표(64)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업체는 현수막을 활용해 에코백, 모래주머니 등을 만든다. 이날 창고 안에 쌓여 있는 현수막 수만 장 가운데 선거용 현수막은 300여 장에 불과했다. 김 대표는 “선거 현수막은 부동산 홍보 현수막 등과 달리 돌가루 등 불순물 비율이 높아 재활용하기 썩 좋지 않다”라며 “제품 재료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선거 때마다 현수막 수만 장이 버려지며 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재활용되는 것은 여전히 4장 중 1장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3월 열린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현수막이 6만6144장 사용됐다고 추산했다. 6·1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10만567개가 쓰였다. 이는 각 선거캠프가 현수막을 건다고 신고한 장소 수로 추산한 것이다. 같은 장소에 현수막 여러 장이 번갈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쓰인 현수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선거 현수막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선 기간 쓰인 현수막 1111t 가운데 재활용된 것은 273t(24.6%)이었고, 561t(50.5%)은 소각됐으며, 나머지 277t(24.9%)은 매립됐거나 관공서 창고 등에 보관 중이다. 현수막을 소각 또는 매립하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시도별 재활용률 편차도 컸다. 경기, 대구, 울산 등은 선거 현수막 재활용률이 40% 이상이었지만 세종과 제주는 0%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 업체 등의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의 재활용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선거 때 현수막을 가능하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수막 등을 수거해 재활용 업체에 공급하는 서울시 재활용센터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전기현 팀장은 “공급에 비해 소비자 수요가 따라주지 않아 지금보다 현수막 재활용률을 높이는 건 어렵다”며 “선거 때 현수막을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정치권이 앞다퉈 친환경 공약을 내세우지만 선거철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현수막 폐기물 개선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현수막 사용을 자제하고 인터넷과 모바일 등 시대에 맞는 홍보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폐기물로 만들어졌다는 점 때문에 현수막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인식이 아직 좋지 않고, 구매자도 많지 않아요. 선거 현수막을 수만 장 가져온다고 해도 모두 재활용하는 건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20일 경기 파주시 폐현수막 재활용 업체 ‘녹색발전소’에서 만난 김순철 대표(64)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업체는 현수막을 활용해 에코백, 모래주머니 등을 만든다. 이날 창고 안에 쌓여 있는 현수막 수만 장 가운데 선거용 현수막은 300여 장에 불과했다. 김 대표는 “선거 현수막은 부동산 홍보 현수막 등과 달리 돌가루 등 불순물 비율이 높아 재활용하기 썩 좋지 않다”라며 “제품 재료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선거 때마다 현수막 수만 장이 버려지며 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재활용되는 것은 여전히 4장 중 1장 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3월 열린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현수막이 6만6144장 사용됐다고 추산했다.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10만567개가 쓰였다. 이는 각 선거캠프가 현수막을 건다고 신고한 장소 수로 추산한 것이다. 같은 장소에 현수막 여러 장이 번갈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쓰인 현수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선거 현수막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선 기간 쓰인 현수막 1111t 가운데 재활용된 것은 273t(24.6%)이었고, 561t(50.5%)는 소각됐으며, 나머지 277t(24.9)은 매립됐거나 관공서 창고 등에 보관 중이다. 현수막을 소각 또는 매립하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시·도별 재활용률 편차도 컸다. 경기, 대구, 울산 등은 선거 현수막 재활용률이 40% 이상이었지만 세종과 제주는 0%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 업체 등의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의 재활용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선거 때 현수막을 가능하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수막 등을 수거해 재활용 업체에 공급하는 서울시 재활용센터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전기현 팀장은 “공급에 비해 소비자 수요가 따라주지 않아 지금보다 현수막 재활용률을 높이는 건 어렵다”며 “선거 때 현수막을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정치권이 앞 다퉈 친환경 공약을 내세우지만 선거철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현수막 폐기물 개선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현수막 사용을 자제하고 인터넷과 모바일 등 시대에 맞는 홍보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15일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보수단체 시위 중단을 요구하며 이틀째 ‘맞불집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자택 앞 집회에 대해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1시경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 8명은 윤 대통령 사저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건너편에서 “패륜집회 비호하는 윤석열은 사과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주최 측은 “아크로비스타 주민들도 들어보라”며 전날에 이어 양산 집회 영상을 재생했다. 같은 시간 현장에서 25m가량 떨어진 곳에선 보수 성향 ‘신자유연대’ 회원 4명이 서울의소리 집회에 맞대응하는 시위를 벌였다. 양측 사이에는 고성과 야유가 오갔지만 경찰의 제지로 물리적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주민들은 집회 소음 자제를 요청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날 오후 아크로비스타 외벽에는 “집회 소음으로 아기가 잠을 못 자고 울고 있습니다”, “조용한 시위를 부탁드립니다!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 2개가 설치됐다. 아크로비스타 관리실 관계자는 “집회 소음에 대한 주민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며 “입주민대표회의 요청으로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자택 앞 집회에 관한 기자들의 물음에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이니까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와 관련해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경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기간에 여러 차례 미신고 불법집회를 벌인 대학생 진보 단체를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20∼22일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에 미신고 시위를 반복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련) 회원들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숙소였던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 집회를 시작으로 22일까지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과 용산 대통령 집무실, 국립중앙박물관, 평택 미 공군기지 등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이 있는 장소마다 따라다니며 기습 시위를 반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진련 회원 10여 명은 당시 “전쟁위기 고조시키는 바이든 방한 반대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바이든은 이 땅에서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방한 이틀째인 21일 오후 9시경에는 하얏트호텔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2시간 30분 넘게 경찰과 대치하면서 반복된 해산 명령에 불응했다. 경찰은 이 단체 집회 현장에서 채증한 영상 분석을 최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15일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보수단체 시위 중단을 요구하며 이틀째 ‘맞불집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자택 앞 집회에 대해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1시경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 8명은 윤 대통령 사저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건너편에서 “패륜집회 비호하는 윤석열은 사과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주최 측은 “아크로비스타 주민들도 들어보라”며 전날에 이어 보수 유튜버의 노골적 욕설이 담긴 양산 집회 영상을 재생했다. 같은 시간 현장에서 25m가량 떨어진 곳에선 보수 성향 ‘신자유연대’ 회원 4명이 서울의소리 집회에 맞대응하는 시위를 벌였다. 양측 사이에는 고성과 야유가 오갔지만 경찰의 제지로 물리적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주민들은 집회 소음 자제를 요청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날 오후 아크로비스타 외벽에는 “집회 소음으로 아기가 잠을 못 자고 울고 있습니다”, “조용한 시위를 부탁드립니다!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 2개가 설치됐다. 아트로비스타 관리실 관계자는 “집회 소음에 대한 주민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며 “입주민대표회의 요청으로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자택 앞 집회에 관한 기자들의 물음에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이니까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와 관련해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14일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열리고 있는 보수단체 집회를 비판하며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회원 등 참가자 3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경 윤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건너편에서 ‘윤석열 김건희는 양산 주민 괴롭히는 욕설·패륜집회 중단시켜라’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형 스피커 2대와 확성기 2대를 동원해 “양산 시위 비호한 윤석열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꽹과리와 북을 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아크로비스타 주민들도 겪어 보라”며 보수 유튜버의 노골적 욕설이 담긴 양산 집회 영상을 대형 스피커를 통해 여러 차례 재생했다. 경찰은 집회가 소음 기준치(65dB)를 초과했다며 경고했으나, 집회 주최 측이 스피커 음량을 줄였다가 다시 키우는 상황이 반복됐다. 주최 측은 “양산 집회가 끝날 때까지 우리도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같은 시간 25m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보수 성향 ‘신자유연대’ 회원 10여 명이 맞대응하는 시위를 벌였다. 양 집회 참가자와 집회를 생중계하는 유튜버 등이 몰리면서 거친 욕설과 고성이 오갔지만 경찰의 제지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시민은 양측 시위대를 향해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며 항의하기도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14일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이 문재인 전 대통령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열리고 있는 보수단체 집회를 비판하며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회원 등 참가자 3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경 윤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건너편에 모여 “윤석열·김건희는 양산주민 괴롭히는 욕설·패륜집회 중단시켜라”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형 스피커 2대와 확성기 2대를 동원해 “양산시위 비호한 윤석열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꽹과리와 북을 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아크로비스타 주민들도 겪어보라”라며 보수 유튜버의 노골적 욕설이 담긴 양산 집회 영상을 대형 스피커를 통해 여러 차례 재생했다. 경찰은 집회가 소음 기준치(65데시벨)를 초과했다며 경고했으나, 집회 주최 측이 스피커 음량을 줄였다가 다시 키우는 상황이 반복됐다. 주최 측은 “양산 집회가 끝날 때까지 우리도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같은 시간 25m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보수 성향 ‘신자유연대’ 회원 10여 명이 맞대응하는 시위를 벌였다. 양 집회 참가자와 집회를 생중계하는 유튜버 등이 몰리면서 거친 욕설과 고성이 오갔지만 경찰 제지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시민은 양측 시위대를 향해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3일 오전 장애인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해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장연 박경석 공동대표와 회원 등 4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 8분경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서울역, 회현역 등에서 휠체어를 탄 채 지하철 객차 출입문을 막아서며 시위를 벌였다. 이 여파로 4호선 상행선이 1시간 7분, 하행선이 1시간 3분가량 지연됐다. 이어 오전 11시경에는 서울시의회 앞 세종대로 횡단보도를 점거해 왕복 7개 차로 가운데 5개 차로의 차량 통행이 약 7분간 중단됐다. 박 대표는 “기획재정부에 장애인 예산 관련 실무자 면담을 계속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며 “면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20일 다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6시 36분경 1호선 남영역에서 6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해 남영역에서 청량리까지 상행선 열차 운행이 1시간 가까이 중단되기도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3일 오전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장연 박경석 공동대표와 회원 등 4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 8분경부터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등에서 휠체어를 탄 채 지하철 객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를 막아서길 반복했다. 전장연은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서울역, 회현역 등에서도 같은 시위를 이어갔다. 전장연의 시위로 이날 4호선 상행선(진접 방면)이 1시간 7분, 하행선(오이도 방면)이 1시간 3분 지연됐다고 서울교통공사는 밝혔다. 직장인 최모 씨(20·서울 강북구)는 “미아역에서 서울역까지 원래 20분이면 갈 거리지만 오늘 1시간 20분이 걸렸다. 욕을 하면서 버스를 타러 나가는 승객도 적지 않았다”라며 “한두 번도 아니고 시위 때마다 지각하게 되니 업무에 큰 차질이 생기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시위가 벌어진 역사와 열차 안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시민들이 전장연에 항의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남성 승객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받아야 하느냐. 이게 할 짓이냐”라고 소리치며 욕설을 했다. 시위대는 이어 이날 오전 10시 59분경 서울시의회 앞 세종대로 횡단보도를 점거하고 약 7분간 차량 통행을 가로막았다. 이로 인해 왕복 7개 차로 가운데 5개 차로에서 차량이 지날 수 없었다. 전장연은 출근길 시위를 4월 22일 이후 잠정 중단해오다 이날 52일 만에 재개했다. 박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반영에 관한 실무자 면담을 되풀이해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가 거부했다”라며 “(당장은 시위를 중단하지만) 다음주 월요일(20일) 아침까지도 기재부 답변이 없다면 20일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다시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3일 오전 6시 36분경 1호선 남영역 인근 선로에서 선로에 뛰어든 60대 남성이 열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남영역에서 청량리까지 상행선 열차 운행이 1시간 가까이 중단됐다.송진호기자 jino@donga.com 송진호기자 jino@donga.com}

“부∼웅.” 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 앞. 이준서 군(15)이 조종하는 드론이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 하늘로 떠올랐다. 순식간에 100m 높이까지 올라가더니 청와대와 인왕산 상공을 찍은 영상을 조종기에 부착된 모니터로 보내왔다. 이 군이 청와대에서 드론을 날린 건 이번이 처음. 지난해 드론의 매력에 푹 빠진 뒤 자격증까지 딴 이 군은 “오늘만 손꼽아 기다렸다”며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함께 온 아버지 이승윤 씨(48)는 “어릴 적 살던 인왕산 근처 동네까지 드론으로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도 “격세지감”이라며 신기해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간 뒤 청와대 인근이 새 드론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 반경 약 8.3km(4.5해리) 상공은 ‘P-73’으로 불리는 비행금지구역이었다. 주요 국가 행사가 열리거나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비행이나 항공 촬영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맞춰 이 지역이 비행금지구역에서 풀려 미리 신청만 하면 드론을 날릴 수 있게 됐다. 반면 집무실 이전으로 드론 비행이 불가능해진 곳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반경 약 3.7km(2해리)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정했다. 청와대보다 비행금지구역이 줄어든 건 한강 남쪽 항로를 이용하는 항공편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반경 약 1.9km(1해리) 상공도 다음 달 9일까지 비행을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거처를 옮길 때까지다. 집무실 이전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영등포구 여의도에 이르는 한강 둔치도 포함돼 있다. 한강 둔치는 서울에서 드론 비행과 촬영이 가능했던 ‘명소’였던 만큼 동호인들 사이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송모 씨(40)는 “여의도 63빌딩과 한강철교 일대에서 드론으로 ‘한강 뷰를 찍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이젠 그럴 수 없게 됐다”며 “한강을 대신해 ‘바다 뷰’를 찍으려 인천이나 경기도를 찾는 동호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집무실 이전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변경 안내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드론 원스톱’ 사이트(drone.onestop.go.kr)에는 비행금지구역 변경 안내문과 지도가 올라와 있지만 이 지도만으로 구역 경계를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드론 동호인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 씨(48)는 “담당자에게 (비행 가능 구역이 어디까지인지) 문의하면 ‘일단 (드론 비행) 신청하면 그 다음에 가능한지 심사해서 통보하겠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부~웅” 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 앞. 이준서 군(15)의 드론이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하늘로 떠올랐다. 순식간에 100m 높이까지 올라간 드론은 청와대 상공 구석구석을 다니며 청와대 전경을 촬영했다. 지난해 드론의 매력에 푹 빠진 뒤 드론 자격증까지 딴 이 군은 “오늘만 손꼽아 기다렸다”며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 군이 청와대에서 드론을 날릴 건 이날이 처음이다. 현장에 함께온 아버지 이승윤 씨(48)는 “어릴 적 살던 인왕산 근처 동네까지 드론으로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 군의 드론을 지켜보면 시민들도 “격세지감”이라며 신기해했다. ●청와대 ‘하늘 길’ 새로운 드론 명소로 지난달 1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맞춰 청와대 일대가 비행금지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청와대 인근이 새로운 드론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금단의 영역’이었던 청와대 상공에서 드론을 날리려는 동호인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 반경 4.5해리(약 8.3km) 상공은 ‘P-73’으로 불리는 비행금지구역이었다. 주요 국가 행사나 위급 상황을 제외하면 항공기는 물론 드론의 비행이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비행금지구역 해제 이후 일반인도 사전 신청만 하면 취미용 드론을 날리고 항공 촬영도 가능해졌다. 반면 집무실 이전으로 드론 비행이 불가능해진 곳도 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반경 2해리(약 3.7km)와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반경 1해리(약 1.85km) 상공은 지난달 1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임시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임시 비행금지구역인 건 윤 대통령의 거처를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인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옮길 것으로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신규 비행금지구역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영등포구 여의도에 이르는 한강 둔치가 포함돼 있다. 한강 둔치는 서울에서 드론 비행과 촬영이 가능했던 대표 ‘명소’였던 만큼 동호인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송모 씨(40)는 “평소 여의도 63빌딩과 한강철교 일대에서 드론을 ‘한강 뷰를 찍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이젠 그럴 수 없게 됐다”며 “한강을 대신해 ’바다 뷰‘를 찍으려 인천이나 경기도를 찾는 동호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비행금지구역 안내 미흡” 동호인들은 “집무실 이전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변경 안내가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드론 비행 신청 창구 ’드론원스톱‘ 사이트는 안내문과 신규 비행금지구역 지도가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이 지도만으로 금지구역 경계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드론 동호인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 씨(48)는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일단 신청해보라‘고 하기 일쑤다. 신청 전에 금지구역인지 알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지역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는 대표자가 당선되길 바란다.” 1일 오전 5시 40분경 서울 동작구 상도종합사회복지관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는 주민들 18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유권자들은 운동복 등 편한 옷차림을 한 채 6시에 시작하는 투표시간을 기다렸다. 이들 중 가장 앞에 서있던 박민석 씨(56)는 “1등으로 투표해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얼른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6·1지방선거 투표가 시작된 이날 전국 곳곳의 유권자들은 새벽부터 투표소에 나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산불 피해를 당해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는 유권자들도 속속 투표소를 찾았다. 유권자들은 한 표를 행사하며 “우리 지역이 더 살만한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산불 이재민도 한 표 행사이날 시민들은 새벽부터 일찌감치 투표소에 들렀다. 오전 6시 20분경 가방을 메고 서울의 한 투표소에 들른 김모 씨(28)는 “급등한 집값이 바로 잡혀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 표를 행사한 뒤 공무원시험 학원으로 향했다. 전북 전주시로 여행을 떠나기 전 여자친구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대학원생 박기태 씨(25)도 “누굴 찍든 젊은층 투표율이 높아야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줄 거 같았다”고 했다. 올해 3월 발생한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 이재민들도 투표를 잊지 않았다. 40년간 살던 집을 화마(火魔)로 잃은 박현순 할머니(78)는 “집이 타버려 임시 숙소에 살고 있는 건 여전히 마음 아프지만 투표는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재민들을 많이 도와주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진·삼척 산불 최초 신고자인 윤석현 씨(56)도 “갖고 있던 총 8만 평 규모 산 2개가 홀랑 타버려 피해가 크다”며 “산불 피해 지역에 개발사업을 진행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만 18세 학생, 외국인도 투표공직선거법 개정으로 2020년부터는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선거일 기준)로 낮아졌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장연서 씨(18)는 이번 선거에서 생애 첫 투표를 했다. 장 씨는 “얼마 전까지 고3이었기 때문에 특히 신중하게 교육감 투표를 했다”며 “하지만 정작 학교를 다니는 대다수 청소년들의 의견은 교육감 선출에 반영되지 않는 거 같아 아쉬운 맘이 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의 경우 한국 영주권을 취득한 후 3년이 지난 만 18세 이상 외국인도 투표권이 있다. 이날 오전 9시경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앞은 중국인과 베트남인 약 5명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만삭인 몸을 이끌고 투표소를 찾은 캄보디아 출신 이와카나 씨(37)는 “한국에 온 지 벌써 12년째”라며 “외국인도 한국에 사는 주민으로서 불편함 없이 살 수 있게 해주는 후보가 뽑혔으면 좋겠다”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9분 30초.’ 26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동아일보 기자가 어머니 최은경 씨(60)를 도와 중증 뇌병변장애인 노호영 씨(26)의 옷을 갈아입히는 데 걸린 시간이다. 기자에겐 꺾인 채 굳어 있는 노 씨의 손목을 옷소매에 넣는 것조차 버거웠다. 최 씨는 “몸만 어른이지 갓난아이를 돌보는 거랑 같다”며 익숙한 듯 노 씨의 양말을 신겼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 씨를 최 씨 승합차에 그대로 들어올려 태우고 나자 등줄기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노 씨는 키 158cm, 몸무게 45kg으로 체구가 작은 편인데도 키 181cm, 몸무게 79kg인 기자는 그를 차를 태우며 몇 번이나 호흡을 가다듬었다. 26년째 혼자서 아들의 외출 준비를 해 온 최 씨는 허리와 손목에 만성 통증을 달고 산다.○ “한 번도 웃는 모습 못 봤다”23일 인천 연수구에서 중증 장애를 가진 딸(39)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어머니 A 씨(62)가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날 서울 성동구에서도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6세 아들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과 연수구에 따르면 A 씨의 딸은 중증 뇌병변과 지적장애, 뇌전증을 함께 앓았다. A 씨의 딸은 최근 대장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녀가 살던 아파트 경비원 조모 씨(70)는 “A 씨는 밤낮 가리지 않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딸을 묵묵히 달래곤 했다”며 “이웃과 전혀 말을 나누지 않았다.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본 적 없다”고 기억했다. 동아일보는 26, 27일 중증 뇌병변장애를 가진 가족을 둔 6명을 인터뷰해 비극이 되풀이 되는 이유를 물었다. 이들은 “가족들이 평생 짊어져야 하는 돌봄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당연히 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부모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고도 했다. 30년 넘게 딸(37)을 돌봐온 어머니 홍효송 씨(63)는 “뉴스에 나오지 않을 뿐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라며 “중증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게 소원”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중증 장애인 대부분은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가는 등 기본적인 일상조차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생계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중증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24시간 아이 곁을 떠날 수 없는 이유다. 끝이 안 보이는 돌봄의 굴레에 부모들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다고 했다. 딸(24)이 장애를 가진 김미경 씨(55)는 “아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증 장애인을 돌봐야 하는 가족들은 사회적 관계도 단절된다. 김혜경 씨(53)는 장애를 가진 아들(24)이 태어난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경조사에 가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없다. 친했던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다. 김 씨는 “아이가 어릴 적에는 같이 외출도 했는데 클수록 같이 외출하는 게 버겁다. 하루 종일 아이와 둘이 있다 보면 서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중증 장애인 긴급돌봄 부족”… 전문인력·시설 시급중증 장애인 가족을 위한 정부 지원 제도가 있긴 하지만 현장에선 ‘돌봄 부담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활동지원사 파견이다. 중증 장애인의 경우 신체 활동을 돕는 활동지원사를 구하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활동지원사들은 장애가 조금이라도 덜한 장애인을 돌보기를 원하기 때문. 중증 장애인 돌봄은 일은 고되지만 수당은 경증 장애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 대부분 수당이 동일하고 일부 지역에서 시간당 1000원가량을 더 주는 정도다. 활동지원사 조정숙 씨(59)는 “7년간 중증 장애인을 돌보다 허리와 팔꿈치를 다쳐 수술을 했다”며 “경증 장애인과 급여 차이가 없어 다들 상대적으로 돌보기 편한 장애인을 맡으려 한다”고 했다. 중증 뇌병변장애인 딸(26)을 둔 어머니 백모 씨(53)는 활동지원사를 구하기까지 1년 넘게 기다렸다. 백 씨는 “일주일간 활동지원사 4명이 그만둔 적도 있다. 아이 상태만 보고 바로 떠나신 분도 있었다”고 했다. 급한 일을 볼 동안 장애 자녀를 맡길 곳이 없는 것도 문제다. 장애인 딸(26)을 돌보는 어머니 이정욱 씨(55)는 최근 아이를 들어 옮기다 오른쪽 어깨 힘줄이 끊어졌다. 그런데도 아이를 돌봐줄 곳을 찾지 못해 수술을 차일피일 미뤄야 했다. 최복천 전주대 재활학과 교수는 “일부 지자체에서 긴급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중증 장애인 돌봄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가 없다 보니 현실적으로는 맡길 수 없는 여건”이라며 “위급할 때 잠시라도 중증 장애인을 맡길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땅콩도 이젠 못 드려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5번 출구 근처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박모 씨(42)는 미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기본 안주로 주던 땅콩과 진미채를 지난달부터 내지 못하고 있다. 안주값은 7000원씩을 유지하고 있지만 양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렸다. 최근 재료값이 크게 오른 탓에 그대로는 버틸 수 없었다고 했다. 박 씨는 “‘예전엔 접시에 수북하게 담아주더니 요샌 조금만 준다’고 불평하는 손님이 꽤 계시다”며 “많이 드리지 못해 나도 속상하다”고 했다. 손님 우민우 씨(35)는 “이 동네는 값도 싸고 양도 많아 친구들과 10년 가까이 찾고 있는데, 요즘은 좀 아쉽다”고 했다.○ “재료값 두 배 돼 별수 없어”최근 물가 급등의 여파가 서민이 주로 즐기는 노점 음식마저 직격하고 있다. 탑골공원을 들른 어르신이나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년들이 요기와 술추렴을 하는 종로구 ‘송해길’(육의전빌딩∼낙원상가) 일대 노점과 식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격이 착한’ 것으로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이 일대 가게에서는 5000원이면 넉넉하게 배를 채우고, 1만 원짜리 한 장이면 소주 한 병에 안주를 두 개까지도 곁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기자가 방문한 종로3가역 인근 노점 15곳 중 9곳은 재료값 인상 탓에 최근 3개월 내 음식값 또는 술값을 올렸다고 했다. 떡볶이와 호떡, 닭꼬치 등 음식값은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3000원까지 올랐다. 도넛을 파는 노점상 정동하 씨(65)도 원가 인상 탓에 2008년 이래 2개 1000원에 팔던 도넛 가격을 지난달부터 3개에 2000원으로 올렸다. 식당, 주점도 마찬가지였다. 주점 ‘고향집’ 주인 박모 씨(55)는 지난주 부추전 가격을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등 안주 가격을 각각 1000∼2000원씩 올렸다. 박 씨는 “재료값 상승으로 도무지 이윤이 남질 않아 어쩔 수 없었다”며 “오른 가격을 듣고 주문을 취소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국밥집 주인 이규복 씨(68)는 “7개월 전에 국밥 가격을 6000원으로 1000원 올렸는데, 더 올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여기마저 오르면 어디서 즐기나”특히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다. 도넛을 파는 정 씨는 “작년까지 2.5kg에 2800원 하던 밀가루 한 포대가 요즘 4500원씩 하고, 다른 재료비도 대체로 2배 가까이로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20년간 분식을 팔아온 노점상 정양님 씨(69)는 “18L짜리 식용유 한 통이 작년 3만5000원이었는데, 요즘 6만 원”이라며 “물가가 올라 상인은 상인대로, 손님은 손님대로 힘들다”고 했다. 정 씨는 3월부터 떡볶이 1인분 값을 4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단골들은 울상이다. 종로구에 사는 양제규 씨(67)는 “포장마차에서 한 병에 2500원 하던 소주가 3000원이 됐다”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손님에겐 500원, 1000원도 큰 차이다 보니 요즘 불평들이 많다”고 했다. 가끔 지하철로 이 동네 노점을 찾는 게 낙이라는 A 씨(78·서울 양천구)는 “요즘 포장마차 음식값이 모두 올라 전에는 2개씩 시키던 안주를 1개만 시키고 있다”며 “돈 없는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이었는데, 계속 올 수 있을까 싶다”고 했다. 이날 한 노점상에서 술을 마시던 한 노인은 주인이 안주값을 올릴 생각이라고 하자 “지금도 비싼데 더 오르면 못 사먹는다. 여기마저 오르면 대체 어디 가서 사먹느냐”고 하소연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땅콩도 이젠 못 드려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5번 출구 근처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박모 씨(42)는 미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기본 안주로 내던 땅콩과 진미채를 지난달부터 내지 못하고 있다. 안주 값은 7000원씩을 유지하고 있지만 양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렸다. 최근 재료값이 크게 오른 탓에 그대로는 버틸 수 없었다고 했다. 박 씨는 “‘예전엔 접시에 불룩하게 담아주더니 요샌 조금만 준다’고 불평하는 손님이 꽤 계시다”며 “많이 드리지 못해 나도 속상하다”고 했다. 손님 우민우 씨(35)는 “이 동네는 값도 싸고 양도 많아 친구들과 10년 가까이 찾고 있는데, 요즘은 좀 아쉽다”고 했다. ● “재료 값 두 배 돼 별 수 없어”최근 물가 급등의 여파가 서민이 주로 즐기는 노점 음식이나 저렴했던 술안주마저 직격하고 있다. 탑골공원을 들른 어르신이나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년들이 요기와 술추렴을 하는 종로구 ‘송해길’(육의전빌딩~낙원상가) 일대 노점과 식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격이 착한’ 것으로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이 일대 가게에서는 5000원이면 넉넉하게 배를 채울 수 있고, 1만 원 짜리 한 장이면 소주 한 병에 안주를 두 개까지도 곁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기자가 방문한 종로3가역 인근 노점 15곳 중 9곳은 재료 값 인상 탓에 최근 3개월 내 음식값 또는 술값을 올렸다고 했다. 떡볶이와 호떡, 닭꼬치 등 음식값은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3000원까지 올랐다. 도넛을 파는 노점상 정동하 씨(65)도 원가 인상 탓에 2008년 이래 2개 1000원에 팔던 도넛 값을 지난달부터 3개에 2000원으로 올렸다. 식당, 주점도 마찬가지였다. 주점 ‘고향집’ 주인 박모 씨(55)는 지난주 부추전 값을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등 안주 가격을 각각 1000~2000원씩 올렸다. 박 씨는 “재료값 상승으로 도무지 이윤이 남질 않아 어쩔 수 없었다”며 “오른 가격을 듣고 주문을 취소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국밥집 주인 이규복 씨(68)는 “일곱 달 전에 국밥 가격을 6000원으로 1000원 올렸는데, 더 올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여기마저 오르면 어디서 즐기나”특히 밀가루와 식용유 값 상승 영향이 컸다. 도넛을 파는 정 씨는 “작년까지 2.5kg에 2800원 하던 밀가루 한 포대가 요즘 4500원씩 하고, 다른 재료비도 대체로 2배 가까이로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20년간 분식을 팔아온 노점상 정양님 씨(69)는 “18L 식용유 한 통이 작년 3만5000원이었는데, 요즘 6만 원”이라며 “물가가 올라 상인은 상인대로, 손님은 손님대로 힘들다”라고 했다. 정 씨는 3월부터 떡볶이 1인분 값을 4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단골들은 울상이다. 종로구에 사는 양제규 씨(67)는 “포장마차에서 한 병에 2500원 하던 소주가 3000원이 됐다”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손님에겐 500원, 1000원도 큰 차이다 보니 요즘 불평들이 많다”고 했다. 가끔 지하철로 이 동네 노점을 찾는 것이 낙이라는 A 씨(78·서울 양천구)는 “요즘 포장마차 음식값이 모두 올라 전에는 2개씩 시키던 안주를 1개만 시키고 있다”며 “돈 없는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이었는데, 계속 올 수 있을까 싶다”고 했다. 이날 한 노점상에서 술을 마시던 한 노인은 주인이 안주 값을 올릴 생각이라고 하자 “지금도 비싼데 더 오르면 못 사먹는다. 여기마저 오르면 대체 어디 가서 사먹느냐”고 하소연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21일 오후 9시 37분경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인근 버스정류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시야에 들어오자 20여 명의 대학생이 “바이든 방한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도로 쪽으로 접근했다. 경찰 60여 명이 이들을 에워싼 뒤 방패를 들고 앞을 막아섰다. 실랑이와 몸싸움이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머무르는 20∼22일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찬반 집회 수십 건이 서울 곳곳에서 열렸다. 경찰은 방한 기간 돌발사태에 대비해 경호와 경비 수준을 최고 등급으로 올리고 서울에만 기동대 125개 중대, 1만 명 이상을 투입했다. ○ 바이든 동선 따라 기습 시위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서울에 머문 3일 동안 동선을 따라다니며 기습 시위를 반복했다.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에어포스원’ 비행기가 출발하는 경기 평택 미 공군기지에서 바이든 대통령 방한 규탄 시위를 했다. 대진연은 “미 대통령 방한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요하고 한국을 식민지화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한 첫날인 20일 하얏트호텔 인근 집회를 시작으로 21일 국립서울현충원, 용산 대통령 집무실, 국립중앙박물관 등 관련 일정이 있는 장소마다 나타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20일 저녁 하얏트호텔 앞에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일부 회원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119구급대에 실려가기도 했다. 참여연대와 전국민중행동은 21일 오후 1시경부터 집무실 건너편에서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자주평화대회’를 진행했다. 당초 경찰은 집회가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라는 이유로 금지했지만, 주최 측이 금지 통고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20일 일부 인용하면서 집무실 약 50m 앞에서 열릴 수 있었다. 참석자들은 ‘종속적 한미관계 바꿔내자’ 등의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 30여 명도 21일 만찬이 진행된 국립중앙박물관 맞은편 인도에서 집회를 했다.○ 보수단체 환영 집회…용산 일대 교통 정체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환영하는 보수단체 집회도 열렸다.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하얏트호텔 인근에선 자유대한호국단 회원이 성조기를 흔들며 ‘한미동맹 강화’ 등을 외쳤다. 서울시재향군인회 회원 800여 명(경찰 추산)도 2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낮 12시경부터 현충원 정문 인근에 모였다. 이들은 ‘반미 활동 즉각 중단’ ‘미국은 혈맹’ 등의 구호를 외쳤고 바이든 대통령이 탄 차량을 보며 환호했다. 이날 정상회담과 만찬이 열린 용산 일대는 경찰의 교통 통제로 교통 정체를 빚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앞은 만찬 시간인 오후 7시 반을 전후해 8차선 도로가 전면 통제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A 씨(30)는 “21일 저녁 동작대교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쪽으로 이동했는데 차가 정체돼 20분가량 도로에 서 있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과 상관없는 도심 집회도 곳곳에서 열렸다.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선 22일 오후 2시 반부터 2시간 동안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간호법 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약 2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집회를 위해 여의도공원 앞 7개 차로 중 3개가 통제되면서 인근에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