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지훈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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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asyhoo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8~2026-02-07
문화 일반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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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3%
인물/CEO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인사일반3%
기타17%
  • 방탄소년단, 美 빌보드 ‘트위터 톱 트랙’ 1위…역시 ‘대세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영국 보이밴드 원디렉션을 제치고 미국 빌보드 ‘트위터 톱 트랙’ 차트 1위를 차지했다. 15일 빌보드 최신차트에 따르면 지난주 24위였던 방탄소년단의 ‘낫 투데이’(Not Today)는 20일자로 원디렉션 멤버들의 솔로곡인 해리 스타일스의 ‘스위트 크리처’(Sweet Creature)와 나일 호란의 ‘슬로우 핸즈’(Slow Hands)를 넘어 1위를 차지했다. 원디렉션은 영국의 보이밴드로 지난해 6월 포브스가 집계한 1년간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스타 중 2위에 오른 세계적인 인기 밴드다. 방탄소년단이 정상을 차지한 ‘트위터 톱 트랙’ 차트는 매주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거나 언급된 노래를 기준으로 선정된다. 그 밖에도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아티스트 100’ 차트에서도 10위를 차지하며 한국 가수 중 최고 기록을 냈다. 방탄소년단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스거스에서 열리는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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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재성 소설가 “돈-명예 마다하고 역사의 퇴비가 된 사람”

    합수(合水). 두 줄기 물이 합쳐진다는 뜻으로 호남지방에서는 똥과 오줌이 합쳐진 거름을 가리키기도 한다. “똥거름처럼 살겠다”며 합수를 자신의 호(號)로 삼은 이가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마지막 수배자 윤한봉(사진)이다. 그는 1980년 5월 전남도청 장악 투쟁을 계획한 혐의로 현상수배 명단에 오른다. 죄명은 내란음모죄. ‘살아남아 달라’는 동료들의 청에 못 이겨 이듬해 4월 미국으로 망명했다. 12년 만에 수배가 해제되고 1993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죽기 전까지 12평 임대아파트에 살다 폐병으로 2007년 세상을 떴다. 그로부터 10주기 되는 해 그의 삶을 톺아보는 평전 ‘윤한봉’이 출간됐다. 작가는 노동운동가이자 소설가인 안재성(57)이다. 그는 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다.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인간 윤한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윤한봉의 꿈은 목장을 운영하며 앞 못 보는 아내에게 피리를 불어주는 거였어요. 전남대 축산학과에 진학했지만 어수선한 시국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죠.” 그가 민주화운동에 투신하게 한 것은 유신이 계기였다. 1972년 박정희 정권은 대통령 직선제를 폐지하고 대통령 중임 제한을 없앴다. 당시 상황을 그의 여동생 윤경자 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라디오에서 ‘유신체제가 선포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오자 열불이 터진 합수는 책과 영어사전을 볼펜과 연필로 마구 찍어대고 황소처럼 벽을 머리로 들이받으며 고함을 질렀어요.” 길고 고된 투쟁의 시작이었다. 민청학련사건, 5·18민주화운동…. 독재에 맞서는 광주 학생운동의 중심에는 윤한봉이 있었다. 작가는 윤한봉이 좌우(左右)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일성의 항일운동은 인정하지만 북한 체제는 비판했던 그는 좌파 운동권으로 완벽히 흡수되지 못했고, 망명 후 통일운동을 했던 그를 우파에서는 친북파라 비난했다. “윤한봉은 인도주의와 민족적인 의미에서 통일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사회주의체제에서 평등은 수용했지만 공산주의나 억압적 정치체제에 대해선 비판했죠.”(안재성) 2015년 겨울 그의 평전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은 안재성은 8개월가량 기자처럼 취재했다. 광주에 사는 윤한봉 가족뿐 아니라 미국에 있는 그의 지인 50여 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녹취록만 1만 페이지가 넘었다. “그때 만난 사람들 대부분 윤한봉을 ‘합수 형(兄)’, 이렇게 부르더라고요. 그는 탈권위적인 사람이에요. 저 역시 40년 넘게 운동했지만 아무 직위도 없이 퇴비처럼 살다 간 사람은 처음 봅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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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윤선 “알란 쿠르디 비극을 접하고, 이방인의 이야기 그렸어요”

    《아이는 세 살 되던 해 터키의 한 해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내전을 피해 소형보트에 몸을 싣고 유럽으로 가던 길이었다. 파도는 아이가 탄 배를 삼켰고 아이의 다섯 살 난 형도 죽었다. ‘알란 쿠르디의 비극’이다.엎드려 잠자는 듯한 모습으로 발견된 아이의 주검을 찍은 사진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적셨다. 난민 수용에 부정적이던 유럽의 나라들도 대책 강구에 나서게 했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 앙굴렘에 사는 만화가 박윤선 씨(37)는 아이의 사진에 달린 댓글에 충격을 받는다. 아이를 모욕하는 내용이어서다. “‘어마어마한 댓글’이라 기억이 안 날 정도입니다. 그 일을 겪은 후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1일 전화로 만난 박 씨는 2008년 한국을 떠난 후부터 줄곧 프랑스에 살고 있다. 낯선 곳에서 이방인의 삶을 사는 그가 ‘프랑스 속 이방인’에 관해 그린 만화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사계절)가 지난달 출간됐다. “한국에선 낯선 이방인들이 눈에 안 들어왔는데…. 저 역시 이방인이어서일까요. 그 속에 살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만화엔 프랑스에서 그가 만난 다양한 이방인들이 나온다. 자식은 선진국에서 잘살게 하겠다는 의지로 망명을 신청한 아르메니아 청년, 프랑스 거주 자격을 얻기 위해 프랑스 남성과 결혼하려는 북아프리카계 여자, 프랑스-알제리 전쟁 때 프랑스 편에 서 동포들을 학살한 알제리인 할아버지. 사는 곳과 국적이 달라 부침을 겪는 이방인들이다. “‘경계인’으로 사는 사람들이죠. 전쟁 같은 거대한 것들의 피해자들이에요. 국가가 뭐예요? 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는 스스로를 “‘외계인’이자 ‘이방인’이었다”고 고백했다. 서울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취업은 마다하고 일러스트 작업에 뛰어들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는 달랐다. “전집에 삽화 넣는 작업을 주로 했어요. 빨리 여러 개를 그려야 했죠. ‘1인 공장’이 되어버린 기분이었죠.” ‘좋은 그림’을 못 그리고 있단 생각에 지칠 무렵 그는 ‘작가의 집’(maison des auteurs)이라는 프랑스의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2008년 3월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한국을 떠난 그는 “딱히 잃을 것도 없었기에 쉬이 떠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인 남편 그리고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그는 어느덧 10년 차 이방인이다. “한참 지난 일인데 이상하게 생각이 난다”며 그는 동양인 어린아이와의 에피소드를 에필로그로 그렸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아이를 그저 한참을 바라만 보던 그가 지나칠까 고민하다 “괜찮니?”라고 묻는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네!”라고 대답했다. “저는 스스로 남한테 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존재로만 여겼던 거예요. 근데 느꼈죠. 아, 나도 이제 남을 도와야 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결론은 그거예요. 우리 함께 외국인도 도와주고 어린이도 도와주며 살아요.(웃음)”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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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생’ 오과장, 이번엔 열혈 ‘경상도 아재’로

    “공권력이 제대로 범인을 잡아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이 직접 수사에 나서는 거죠. 주인공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캐릭터입니다. 고집스러운 면이 저를 닮은 거 같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벌건 두 눈의 ‘오상식 과장’으로 열연했던 배우 이성민(49)이 허세 가득한 ‘경상도 아재’로 돌아왔다. 그는 2일 개봉한 영화 ‘보안관’에서 과잉 수사로 낙향한 전직 형사 ‘대호’ 역을 맡았다.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오지랖 넓은 다혈질 아저씨’를 영웅으로 내세운 보급형 히어로물이다. “‘찌질’한 아저씨들이 수컷 행세를 하며 허세 부리는 이야깁니다. 대호랑 저랑 싱크로율이 100%라고 하는데…. 원래 저는 대호보다 훨씬 온순하고 술도 못해요.(웃음)”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풍자극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영화를 촬영하고 보니 코미디가 맞더라. 만화책 읽듯 낄낄대며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그는 해직된 전직 형사를 연기한다. 대호는 감투를 벗고도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며 마을에서 벌어지는 온갖 잡다한 일에 간섭하는 ‘오지랖 넓은 아재’다. 성공한 사업가 종진(조진웅)이 마을에 내려온 뒤로 해운대 일대에 마약이 돌기 시작하고 대호는 처남 덕만(김성균)과 함께 ‘나 홀로 수사’에 나선다. 1985년 연극으로 데뷔한 그는 2001년엔 전국 연극제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지기까진 시간이 꽤 걸렸다. 영화, 드라마에서 조연을 맡던 그가 ‘미생’(2014년)을 만나고 데뷔 후 처음 전성기를 맞았다. 31년 만에 영화 ‘로봇, 소리’(2016년)에서 첫 주연을 맡았고 이번이 두 번째 주연이다. 그는 “‘콘트라스트’가 강한(성격 변화가 심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젠 극적이고 반전이 있는 캐릭터도 욕심이 납니다. 이제 시작이죠.”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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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듯 모자란듯 친숙함 더하는 영웅들

    “1편이 한 가족이 만들어지는 이야기였다면, 2편은 그들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감독 제임스 건의 말이 딱 맞아떨어졌다. 전편에서는 은하계 절대악 ‘타노스’에 맞서 우주를 구하고 영웅이 된 그들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오갤) 2’를 통해 단순한 동료를 넘어 진짜 가족이 된다.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역)와 그의 죽은 어머니의 이야기가 1편에 소개됐다면 2편은 부성(父性)이 주제다. 오랜 시간 아버지를 그리워한 스타로드 앞에 나타난 친아버지 에고(커트 러셀 역). 어린 스타로드와 아내를 두고 지구를 떠난 그는 가족과 헤어진 이후 오랫동안 아들을 찾아 헤맸다. 그가 아들 스타로드를 간절히 찾아 헤맸던 건 부성 때문일까.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에고의 정체가 밝혀지고 이야기는 급하게 반전된다. 어릴 적 스타로드를 납치해 길러낸 욘두(마이클 루커 역)와의 관계는 이번 편에서 새롭게 정의된다. 욘두는 스타로드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나 이를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켰던 인물이다. 이번 편에서 그의 자세한 속사정이 공개된다. ‘가오갤’의 캐릭터들은 분명 히어로지만 어딘가 모르게 친숙하다. 완벽한 듯하면서 어쩐지 부족한 모습 때문일까. 너구리와 나무 모양 휴머노이드, 더듬이 달린 외계인…. 캐릭터 분장에만 3∼6시간이 걸렸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리얼하다.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스튜디오에서 창조된 광활한 우주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우주적인 장면 중간에 흘러나오는 서정적 OST는 차가운 장르의 이 영화를 따뜻하게 만든다. 5월 3일 개봉. ★★★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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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규빈 작가 “건달 장세출은 측은지심 지닌 캐릭터”

    지나치게 만화적이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대권에 도전하는 건달이다. 거기에다 항상 약자의 편에 서고, 타협이라곤 않는 대쪽 같은 성품까지 지녔다. 하지만 내용은 현실적이다. 한국 사회를 둘로 나눈 지역감정, 후보 단일화에서의 부당 거래, 비리에 연루돼 낙마하는 정치인들…. 최근 출간된 만화 ‘롱리브더킹(Long Live The King·황제 폐하 만세·서울문화사)’ 얘기다.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롱리브더킹’을 그린 만화가 임규빈 씨(39)를 만났다. “주인공 장세출이 지나치게 올곧고 바른 길만 가려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라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독자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현실엔 없는 인물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롱리브더킹’은 전라도 목포의 폭력조직 팔룡파 두목인 ‘장세출’이 대통령에 도전하는 내용을 그린다. 고졸, 건달, 흙수저, 전라도 출신 등 그를 수식하는 말들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장세출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이죠. 슬램덩크의 강백호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요. 정치물이라기보단 한 사람의 성장 드라마라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임 작가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그런 그가 ‘호남 정치인’의 성장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 반항아’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대통령을 여럿 배출한 경상도보단 전라도가 정치권력의 상대적 약자이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했고요.” 주인공 장세출은 전직 대통령 오두식과 황태산의 조언을 얻어 정계에 입문한다.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는 국회 입성 후 신당을 창당한 다음 적진(敵陣)인 대구에 출마한다.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설정이다. “안철수의 신당 창당과 김부겸, 이정현의 국회의원 출마 전에 그렸어요. 현실과 맞아떨어진 건 정말 우연이에요.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듯 지역 기반이 아닌 곳에 출마하는 건 예전에도 종종 있었죠.” 만화에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주인공은 5%의 지지율로 시작해 198표 차로 아깝게 낙마한다.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호남 출신 정치인을 적대하는 대구 시민의 모습 또한 자세히 그려진다. “한번은 대구에 계신 독자가 연락이 와선 대구 사람을 왜 이렇게 나쁘게 그리느냐고 항의한 적도 있습니다. 대구가 지역감정 때문에 다른 당의 인재를 못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인데, 제가 대구 사람이니까 그런 자아비판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까도 내가 까’라는 심정으로요(웃음).” 진부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건달 출신 정치인 장세출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임 작가는 “장세출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지닌 지도자”라고 했다. 장세출은 크레인 고공 농성을 하다 추락 위험에 빠진 노동자를 구하고 바쁜 선거기간 와중에도 하루 두 시간씩 보육원을 찾아가 아이들과 놀아준다. 뻔하지만 현실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3년 전 바다에서 수백 명의 국민이 죽어갈 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7시간 후에야 나타나는 모습에 우리 모두 분노했잖아요. 차기 대통령은 약한 모든 것에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부족하지만 선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장세출 같은 사람요.”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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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의 남자’ 세번 보면서 장면-각본 달달 외워

    배리어프리(barrier-free). ‘장벽을 허물자’는 이 운동은 1974년 시작됐다. 장애인과 노약자가 문턱 없이 다닐 수 있는 건축물을 짓자는 내용의 유엔 보고서에서였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한 사회’란 구호 아래 배리어프리 영화도 만들어졌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제공으로 구성되는 이 영화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주민, 약시·난청을 가진 어르신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도 2008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고 2012년 국내 최초로 일반영화와 동시 개봉한 배리어프리 영화 ‘달팽이의 별’이 나왔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장벽은 무너졌을까. 20일은 장애인의 날. 청각장애인 이수연 씨(28)가 겪고 있는 장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혼자 허물기엔 높았던 장벽 태어날 때부터 들리지 않았다. 한글을 익혔지만 타인과의 대화는 쉽지 않았다. 자연스레 홀로 지내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봤다. 혼자여도 덜 외로울 수 있었다. 배우 메릴린 먼로와 말런 브랜도, 영화 ‘패왕별희’와 ‘파이트 클럽’을 좋아하지만 한국 영화나 배우엔 관심이 없다. 자막이 없는 한국 영화는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그럴 바엔 좋아하지 않는 게 낫다 여겼다. 볼 수 없는 것보다 보지 않는 편이 나았다. 외화도 마찬가지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장면에선 추측만 할 뿐이었다. 여럿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올 땐 열심히 입 모양과 자막을 맞춰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영화 포스터를 봤다. 영화 ‘왕의 남자’(2005년)였다. 색감이 예뻐 눈길이 갔다. 1000만 관객이 들었다던데…. 보고픈 마음에 ‘미친 짓’을 하기로 결심했다. 영화는 총 세 번 봤다. 처음 볼 때 장면을 다 외우려고 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대사를 긁어모았다. 장면 순서대로 대사를 배열해 각본을 만들었고 통째로 외웠다. 그리고 영화를 두 번 더 봤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비장애인이면 두 시간에 끝났겠지만 꼬박 나흘이 걸렸다. 애써 좋아하지 않는다고 외면했던 한국 영화다. ‘그토록 대단한 걸 놓치고 살았다니….’ 집에 오는 내내 펑펑 울었다.○ 배리어프리 영화 도입됐지만 여전히 높은 장벽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1조 1항) 하지만 이 씨가 속한 세계에서 이 조항은 한 줄 문장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청각장애인은 약 26만 명, 시각장애인은 약 25만 명이다. 하지만 같은 해 배리어프리 영화를 본 장애인 관람객은 3만8000여 명에 불과하다. 중복관람을 감안하면 시청각 장애인 100명 중 단 7명 이하가 ‘장벽 없는 영화’를 감상한 셈이다. 영화 편수도 절대적으로 적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만들어진 배리어프리 영화는 160편 안팎. 한 해 개봉 영화가 1520편(2016년 기준)인 데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장벽을 허무는 데 큰돈이 드는 건 아니다. 배리어프리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1500만∼2000만 원.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 한 편의 평균 제작비는 45억500만 원, 홍보·마케팅 비용은 18억8000만 원에 이른다. 김수정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처럼 영화를 만들 때 배리어프리 버전을 의무로 제작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이 씨는 서울 종로구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시간 위의 집’을 보기 위해서다. 한국 배우만 나온 영화라 여느 때처럼 자막이 없었다. 스릴러물이었기에 바람이나 비명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이 많았다. 영화 중후반, 암전된 화면이 약 20초간 이어졌다. 영화가 끝난 후에야 그 장면이 내레이션으로만 꾸며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0개월 만에 본 한국 영화였다. 12년 전 ‘왕의 남자’를 봤을 때와 달라진 건 없었다. 누구에게나 장벽은 있다. 하지만 이 씨의 그것은 더 높고 견고하기만 하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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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암동에 싹틔운 신인작가 양성소

    ‘작가(pen)를 꿈꾸는 이들에게 열려 있는(open) 기회(opportunity)를 선물한다.’ CJ E&M(대표 김성수)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 드라마와 영화 신인 작가 양성소인 ‘오펜(O-pen) 센터’를 개관했다. CJ는 2020년까지 130억 원을 투자해 △드라마·영화 작가 모집 △대본·시나리오 기획 및 개발 △영상 제작 △편성 및 제작자 연결 등 콘텐츠 창작자 육성 지원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스타 PD, 작가들이 오펜 센터의 멘토로 참여한다. ‘커피프린스1호점’의 이윤정 PD, ‘시그널’ ‘싸인’의 김은희 작가, ‘대장금’ ‘이산’을 연출한 이병훈 감독, ‘해를 품은 달’의 진수완 작가 등 16명이 오펜 센터에서 강연한다. 이윤정 PD는 “신인 작가는 경험이 많고 역량 있는 감독과 작업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다”며 “다양하고 실험적인 콘텐츠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J는 1월 공모를 통해 1기 작가를 모집했다. 두 달에 걸쳐 3700명이 지원했고 드라마 작가 20명, 영화 작가 15명 등 총 35명이 선발됐다. 2기는 2018년에 모집할 계획이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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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에도 연애-결혼-출산이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인가요”

    한국의 청년만큼 별칭이 많은 이들도 없다. 1990년대 X세대로 시작해 88만 원 세대, 그리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가 됐다. 이제는 포기할 게 많아지는 바람에 N포세대까지 나왔다. ‘월간 잉여’ 편집장이자 ‘흙수저 게임’ 창시자인 최서윤(31), ‘계간 홀로’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펴낸 이진송(30), ‘캠퍼스 씨네21’ 기자 김송희(32).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세 사람은 ‘OO세대’보다는 차라리 ‘미운 청년 새끼’가 되겠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들이 최근 출간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도 나이든 사람들을 N포세대로 부를 수 있어요. 시간과 취미 등 사적인 즐거움을 포기하고 산업화 역군이 돼 살아 왔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어른들을 그렇게 부르진 않죠.”(이진송)‘명명(命名)도 권력’이라는 것. 포기라는 말에는 마땅히 해야 하거나 갈망하는데 여건이 안 돼 못하게 됐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어 달갑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N포세대라는 별칭에는 청년들이 빨리 정상 궤도에 진입해 국가 미래 자산이 되길 바라는 기성세대의 속셈이 깔려 있다는 것. “사회안전망, 경쟁 완화 같은 대책 하나 없이 청년들이 국민연금의 재원이 되고 자신들의 노후를 책임져 주길 바라죠. 청년을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이 싫어요. 그리고 연애, 결혼, 출산이 요즘에도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인가요?”(최서윤) 한데 이런 별칭이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공론화됐다는 거죠. 그런데 청년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어떤 정책이나 법이 나왔나요? 수조 원을 쏟아부었다고는 하는데 체감되진 않던데요.”(김송희) 청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는 건 세대 간 인식 차이 때문. 곧 세대갈등이다. “‘우리 땐 먹을 게 없어 수돗물 마셨어’라는 식의 말을 들을 때면 역지사지로 이렇게 말해 주고 싶죠. ‘요즘 어른들은 참 편해. 토익공부 안 하고 자소서를 수십 장 안 써도 되니까!’”(최서윤) “아버지 세대는 대부분 주말까지 일에 매달렸죠. 잘살게 될 거라는 환상으로 착취나 억압을 때로 받아들인 세대죠. 그러니 생각이 다를 수밖에요.”(이진송) 선배 세대처럼 청년들도 잘살게 될 거란 희망으로 버틸 수 있을까.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청년들이 ‘달관세대’가 되거나 현재에만 충실한 ‘욜로(YOLO·You Only Live Once)’가 됐다는 것이다. “미래에는 불행한 순간이 많을 건데 하고 싶은 일이나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작은 행복의 조각이라도 만들자는 거죠.”(최서윤) “근데 그 미래라는 게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거든요. 방이 구분된 공간에 소파나 침대 놓고 살 수 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집다운 집, 먹고살 만한 월급 딱 그거거든요.”(김송희)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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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떡해, 나 벌써 늙었나봐”

    《 금융권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양성준(가명·28) 씨는 얼굴이 나이보다 더 들어 보여 고민이 많다. 탈모는 아니지만 이마가 M자 형인 데다 팔자주름도 깊은 편이다. 얼마 전 학교 취업상담센터에서 받은 면접 조언은 충격적이었다. “어려 보이는 외모는 경쟁력이므로 면접 전 외모 관리가 필요하다”는 평을 받은 것. 그는 “상반기 면접 시즌에 대비해 팔자주름을 없애는 필러시술을 할 계획”이라며 “각종 자격증과 영어점수, 학점에 외모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노화공포증’ 노인 아닌 20, 30대서 최근 두드러져‘노화공포증(Gerascophobia).’ 그리스어로 노년을 뜻하는 ‘Geras’와 공포를 의미하는 ‘Phobos’를 합친 말이다. 의학적으로 죽음을 앞둔 노인이 겪는 심리적 병리현상을 뜻하는 말이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노년층뿐 아니라 20, 30대 청년층에도 노화 공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회사 엠브레인이 최근 10대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노화가 두렵냐’는 질문에 30대의 10명 중 7명(72.5%)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50대 이상(56.8%)보다 높은 수치다. 20대(52.5%) 역시 절반 이상이 ‘노화가 두렵다’고 답했다. 서른을 한 해 앞둔 초등학교 교사 임지연 씨는 얼마 전 지인에게서 ‘상폐녀’라는 말을 들었다. 이는 주식 상장이 취소된다는 의미의 상장 폐지를 서른이 넘은 여성에게 빗댄 말이다. 임 씨는 “나도 모르게 주름개선 크림을 사고 얼마 전엔 어려 보이기 위해 앞머리를 잘랐다”며 “이런 말에 동요하는 나 자신이 싫으면서도 어쩔 수 없더라”고 털어놨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화는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특히 취업난 등으로 경쟁이 심한 20, 30대 젊은층에서 잉여나 쓸모없어짐에 대한 불안, 공포가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등에서 24세 여성을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부르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12월 24일까지 인기를 끌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부턴 재고로 쌓인다는 것이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을 대상화해 나이와 외모로 품평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라고 말했다. 노화를 비하하는 상황도 위험 수준이다. SBS ‘런닝맨’의 경우 다른 출연자들이 35세의 송지효에 대해 ‘노안이다’ ‘늙어 보인다’ ‘어려 보이려 애쓴다’는 말로 놀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이 대다수를 이루는 아이돌그룹의 경우 20대 후반만 돼도 멤버에게 ‘성인돌’ ‘원로’ ‘왕언니’라는 딱지를 붙인다. 걸스데이의 소진(31)을 ‘막내 혜리와 여덟 살 차이’라는 말로 수식하는 식이다. 20대 초반도 예외는 아니다. 평균 연령이 19세인 걸그룹 I.O.I(아이오아이)의 나영(22) 세정(21)은 20대 초반이지만 ‘맏언니’라는 이유로 놀림감의 대상이 된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나이든 사람을 고집 세고 사리분별 못 해 비웃음을 사는 존재로 묘사하는 풍토가 있다”며 “특히 여성 연예인에 대해선 나이에 대한 편견이 성차별적으로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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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60년 안성기 “오래 연기해 배우 정년 늘려야죠”

    ‘별은 언제나 과거의 빛이다. 저 별의 현재는 이미 먼 미래가 되어 버렸다. 현재를 아주 보잘것없이 만드는 그 막대함이 마음에 든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1998년)에서 배우 안성기(65)가 연기한 인공의 대사다. 반세기가 훌쩍 넘는 시간을 영화인으로 살아온 그를 꾸미는 말로도 손색없다. “자꾸만 획을 긋는 게 싫어서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많이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나이를 50대 중반으로 알고 계시는 분이 많은데 행사 때문에 나이가 밝혀져 잃는 것도 많은 듯하네요.(웃음)” 그의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전)’ 개막식이 13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렸다. 28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년)를 비롯해 그의 주요 작품 27편이 상영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국민배우라는 애칭에 어울리게 특유의 편안한 미소와 함께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예매부터 (영화관에) 찾아가서 앉기까지, 귀찮은 과정을 감내하고 컴컴한 자리에 앉아 감동을 기다리는 관객의 마음이 제겐 참 소중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장르보다 영화가 가장 좋습니다.” 단막극에 한 번 출연한 걸 제외하면 그의 60년 배우 인생은 영화로만 꾸며진다. 5세 때 ‘황혼열차’(1957년)로 데뷔한 그가 영화를 업(業)으로 삼기로 마음먹게 된 작품은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이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장(場)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 영화에서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없는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살아가는 그 시대 민중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인물 덕배를 연기했다. “평생 연기하겠다고 생각한 후 처음 선택한 작품입니다. 1980년대는 녹록지 않은 시대였습니다. 검열도 많았고 영화에 대한 사람들 인식도 안 좋았습니다. 영화 하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동경의 대상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품 선택에도 신중했습니다.” 130여 편의 필모그래피 중 ‘인생작품’은 몇 편일까? 그는 ‘바람불어 좋은 날’ ‘만다라’ ‘고래사냥’ ‘하얀전쟁’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실미도’ ‘라디오 스타’, 8편을 골랐다. 그는 “보통 하나만 꼽아달라고 하시는데…. 그건 고문에 속한다”며 “특히 이준익 감독과 했던 ‘라디오 스타’는 작은 영화지만 캐릭터가 저와 많이 닮아 애정이 간다”고 했다. 스크린 밖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그리고 2010년부터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00년 스크린쿼터수호천사단 단장을 맡은 것에 대해 “앞장서 외치는 게 개인적으로 잘 안 맞는데 사명감으로 했다”며 “단장 역을 ‘연기’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영화인생 60년 뒤 또 다른 꿈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일단 오래 하는 겁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에너지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 목표를 말하는 중에도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길게 연기하다 보면 후배들의 ‘정년’을 길게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게 맡겨진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합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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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달콤 쌉쌀한 봄

    봄꽃이 절정을 향하고 있다. 여름에 금세 자리를 내주곤 하는 봄이지만 매년 풍선처럼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건 남녀노소, 지위 고하, 애인 유무와 별개인가 보다. 화사한 봄꽃과 달리 봄은 ‘잔인한 계절’이기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다른 계절보다 1.5배 많다고 한다. 현대인이 겪는 여러 정신질환은 ‘비교’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타인의 행복에서 자신의 불행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창 너머로 전시되는 타인의 행복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행복은 무한 확산된다. ‘좋아요’의 엄지에 절반의 진심은 담겨 있을까, SNS를 도배한 행복들은 진짜일까. 사진 기술로 경험을 더욱 근사하게 만들어 행복을 가장해본 적 있는 나로선 의심이 들 수밖에…. 어찌됐든 봄은 설렘, 그리고 박탈의 계절이다. 때론 불행을 행복으로 포장해야 하는 ‘위장의 계절’이기도 하다. 달콤 쌉쌀한 봄이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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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일독립 길 연 송진우 선생은 언론인의 귀감”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 사장을 지내며 조국을 위해 몸 바쳤던 고하 송진우(古下 宋鎭禹·1890∼1945·사진) 선생은 21세기에도 여전히 민족 언론인으로 모든 이의 귀감이 되는 분입니다.”(남시욱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 교육자 정치가였던 고하 송진우 선생에 대한 ‘민족 언론인 동판 헌정식’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재단법인 서재필기념회(이사장 안병훈)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이 주최한 헌정식에는 유족 대표인 송상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전 국제형사재판소장)을 비롯해 각계 인사 50여 명이 참석했다. 민족 언론인은 2011년부터 선정해 왔으며 독립신문을 창간한 서재필 박사를 필두로 이승만 박은식 배설 남궁억 양기탁 이종일 오세창 등이 선정됐다. 안 이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언론재단과 함께 민족 언론인 초상의 부조를 동판으로 만들어 한국프레스센터 ‘명예의 전당’에 모시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민족지 동아일보를 지켰던 ‘민족의 거목’ 송진우 선생을 선정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올해 민족 언론인 선정위원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남 이사장은 “최근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을 둘러싸고 나라 전체는 물론 언론이 엄청난 파동을 겪고 있다”며 “탁월한 식견과 통찰력을 지닌 고하 선생과 같은 훌륭한 분을 민족 언론인으로 선정하는 건 지금의 언론인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대표인 송 회장은 고하의 민족 언론인 선정과 헌정식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고하는 일제강점기 암흑 시절에 동아일보를 짊어지고 당시 2000만 민중의 등불로 줄기찬 항일 독립의 길을 걸었다”며 “국제정세를 고루 살피며 국권 회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민족 지도자의 공적을 또 한번 되새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고하 송진우 선생 기념사업회’ 김창식 이사장도 “고하 탄생 127주년을 맞는 올해 이런 큰 상이 주어져 기념사업회 일원으로 영광스럽다”며 “선생은 정부가 없던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가 민족을 이끄는 정부의 역할을 하도록 방향을 제시했던 분”이라고 했다. 고하는 일제강점기 중앙학교 교장을 지내며 국내외 각계 지도자와 제휴해 3·1운동을 계획했고 동아일보 사장을 세 차례 지냈다. 광복 후 국민대회준비회 위원장, 한국민주당 수석총무로 활동하다 1945년 12월 극우 청년들에게 암살됐다. 정부는 1963년 고하에게 건국공로훈장을 추서했다. 정양환 ray@donga.com·이지훈 기자}

    •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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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선제타격 막으려 방북… 카터의 결정은 옳았다”

    학계에서 미국의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는 두 인물로 읽힌다. 보수 성향의 일부 학자들은 그를 친(親)김일성 정치인이라고까지 평가하는 반면 진보 진영에선 1994년 북한 핵 위기 때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에서 구한 인물이라고 본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56)가 7년여 집필 끝에 ‘카터 시대의 남북한―동맹의 위기와 민족의 갈등’을 최근 펴냈다. 그는 2011년 30여 년 만에 비밀 해제된 ‘카터 시기 한미 외교 문서’를 통해 1976∼79년 당시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의 관계를 연구해 왔다.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교수는 “카터는 도덕주의자로 불리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인”이라며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비판하면서도 북한의 인권 탄압과 5·18민주화운동 당시 한국 상황엔 눈감았던 걸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좌파 학계가 집필을 주도한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우파 학계 주도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의 저자로 모두 참여했던 중도적 학자다. 그는 또 ‘한국전쟁’(2000년) ‘삼팔선 획정의 진실’(2001년) 등 한국 냉전사(史)를 다룬 저서를 여러 권 냈다. “카터 시기 한미 동맹이 위기에 빠졌던 건 박정희 정권이 핵무장을 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김일성과 직접 접촉해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한국의 핵 무장을 불필요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카터의 생각이었습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1974년부터 한국의 핵 개발 움직임을 감지했다. 1977년 대통령이 된 카터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한다. “북한은 북-미 양자회담을 원했지만 카터는 남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는 3자회담을 추진했습니다.” 그는 카터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동북아 외교의 핵심 의제로 삼은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전쟁 억제 △한국의 핵 무장 견제 △개인의 정치적 업적 달성이다. “카터는 냉전 종식을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중동 최초의 평화협정이라 불리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1979년)도 그 일환인 거죠.” 하지만 카터가 추진했던 3자회담은 김일성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는다. 카터는 퇴임 후에도 한반도 평화 사절로 나섰다. 1994년 북한 영변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선제타격론이 나왔을 때 카터는 이를 막기 위해 방북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훗날 선제타격하지 않은 걸 ‘임기 내 최대 실수’라 밝혀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 교수는 당시 카터의 행보가 옳았다고 평가했다.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북한을 선제타격하면 100만 명의 희생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죠. 6·25전쟁 때 300만 명이 희생됐어요. 피의 대가로 평화를 얻는다 해도 온전히 치유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옳은 결정이었습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과 도널드 트럼프 시대 개막,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등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동북아 정세에서 내달 출범하는 새 정부가 카터에게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대결 국면으로 가기엔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한국이 잃을 게 너무나 많습니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미국의 핵우산 아래 남북 간 대화협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심지어 전쟁 중이라도 대화 채널은 있어야 합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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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年 11조 쓰는데… 청년은 체감 못하는 ‘청년 예산’

    청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의 대부분이 기업이나 학교 등으로 흘러가는 소모성 사업이나 학자금 대출에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2020행복원정대 취재팀이 5일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과 공동으로 2017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올해 청년 예산은 11조79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청년 예산의 49.5%가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 편성됐다. 기업과 학교 등에 지원금 형태로 배정된 예산도 28.0%를 차지했다. 이철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이 직접 수혜를 받지 못하는 연구개발(R&D), 대학사업 지원 예산은 청년에게 직접 이익을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업이나 대학이 아닌 청년들을 직접 지원하는 ‘청년 투자’ 예산은 전체의 1.5%인 1810억 원에 불과했다. ‘청년 투자’는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기업이나 학교가 아닌 청년을 직접 지원하며 △장학금 이외에 청년의 ‘미래 소득’을 위해 투자하는 정책으로 정의했다. 이 같은 요건에 해당하는 ‘청년 투자’ 예산은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인건비 지원(1010억 원) 등에 그쳤다. 정부는 2015년 7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지난해 4월 청년 여성 취업 연계 강화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청년 실업률은 5년째 증가하며 지난해 말 9.8%로 치솟았다. 신 의원은 “정부에서 ‘청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진행하는 사업이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는 데다 중복되는 것도 많아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업 규제 완화와 신사업 육성으로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직무 역량 강화를 통해 청년들의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청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이건혁 기자}

    • 201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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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먼 인 컬처]“이 사회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 책 속에서 답을 찾다

    대형 서점가에 몇 년 전만 해도 인기서적 코너에서 볼 수 없었던 페미니즘 관련 서적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출판전문지 ‘기획회의’가 지난해 꼽은 ‘2016 출판계 키워드 30’에서 ‘페미니즘’이 두 번째 키워드로 꼽힐 정도로 열풍이 불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페미니즘 도서 종류는 2015년 73종에서 지난해 114종으로 1년 새 2배 가까이로 늘었다. 페미니즘 서적 전년 대비 판매 증감률 역시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2016년 171.4%, 올해 1, 3월 기준 244%의 성장세다. W.I.C(우먼 인 컬처)요원 에이전트 35(김정은)·에이전트 31(장선희)·에이전트 9(이지훈)는 궁금해졌다. 대체 왜 이 시점에 ‘페미니즘’이 대세인지를…. 먼저 요원들은 페미니즘 책을 출간한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한결같이 “최근 몇 년 새 20,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서적 시장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일상 속의 성차별’을 출간한 출판사 미메시스 관계자는 “대형 서점들이 출판계 페미니즘 시장 기류에 발맞춰 페미니즘 코너를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며 “출판사 입장에선 크게 홍보를 하지 않아도 기대 이상의 판매액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0, 30대 여성들은 왜 페미니즘 책에 열광하는 걸까. 온라인 서점 YES24의 2016년과 2017년(1∼3월) 통계를 보면 모두 20대 여성이 각각 23.8%, 24.5%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구매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20대 여성들이 페미니즘 열풍을 선도하게 된 계기로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꼽았다.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 마 살인’으로 사회적 충격을 줬던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불거진 여성혐오 논쟁이 페미니즘 도서 열풍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정끝별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3포 세대가 생겨나며 소득의 불평등 및 사회적 갈등이 성(性)대결을 비롯한 세대 갈등으로 변화했다”며 “결국 계층 간 갈등이 성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극단화됐고, 여성들이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페미니즘 서적을 즐겨 읽는 대학원생 서미진 씨(25)의 말이다.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이 이뤄지는데 일부에선 페미니즘을 ‘꼴펨’이라며 격하시켜 부른다. 논리적으로 대응하고 싶어 6개월 전부턴 친구 3명과 페미니즘 독서클럽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다른 이유는 없을까. 높아진 여성의 사회적 위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답을 찾는 의견도 있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합당한 보상과 존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이는 페미니즘의 대중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요원들이 만난 대기업 입사 2년 차 윤지혜 씨(25)는 이러한 의견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남자 상사 중에 ‘여자 직원은 감정적이라 같이 일하기 피곤하다’ 등의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는 분이 있어요. 늘 불편했는데 조직생활 하려면 참아야지 하고 싫은 내색을 안 했죠. 그러다 최근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을 읽고 펑펑 울었어요” 윤 씨 등의 사례를 들은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20, 30대 여성 직장인들은 대학에서 민주적인 교육을 받고 평생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우리 사회 조직들엔 아직 성차별적인 문화가 많아요. 수십 년간 배워온 성 평등과 능력주의라는 가치관이 사회생활 하며 뿌리째 흔들리는 거죠. 결국 자기 삶을 이해하기 위한 힐링도서로 페미니즘 서적을 찾게 되는 겁니다.” 흑…. <다음 편에 계속> 이지훈 easyhoon@donga.com·장선희·김정은 기자}

    •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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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탤런트 강부자-이묵원 부부 금혼식

    결혼 50주년을 맞은 탤런트 강부자 씨(76)와 남편인 탤런트 이묵원 씨(79)의 금혼식(사진) 사진이 공개됐다. 4일 방영된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한 강 씨는 최근 열린 금혼식 사진을 공개하면서 부부의 결혼에 얽힌 사연을 들려줬다. 두 사람은 1962년 KBS 공채 2기 탤런트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1967년 결혼했다. 강 씨는 “이번 생은 남편이 나보다 덜 바쁜 배우였다”라며 “다시 태어난다면 (남편을) 아주 바쁜 배우로 만들고 내가 의상 챙기고 스케줄 관리해 주고 된장국 먹여 보내고, 덜 바쁜 배우로 살아 볼까 싶다”라고 말했다. 금혼식에는 이미숙 박지영 전미선 씨 등 후배 탤런트들이 참석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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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영 “상처받고 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 담아”

    “딸이 1988년생인데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이 됐습니다. 그해에 데뷔했으니 소설을 쓴 지 서른 해째 됩니다. 상처받는 것들, 약한 것들, 어린 것들에 대한 지지와 연민이 제 소설 인생 30년을 관통하는 큰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공지영 씨(54)가 13년 만에 단편소설집을 냈다.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장편에 담아내지 못했던 편린들, 장편으로 꾸미기엔 적합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이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2001년 문학사상에 발표했던 작품이다. 소설 속 화자의 할머니는 죽을병에 걸렸지만 죽지 않는다. 그 대신 막냇삼촌, 큰외숙모, 파출부 등이 죽어나간다는 기이한 내용이다. 그는 “한 노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약하고 여리고 상처받은 자들을 말살해가면서 삶을 화석화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활 무렵’에 등장하는 순례라는 이름의 여성도 사회적 표상을 지니고 있다. 18년간 집안일을 도와줬던 아주머니의 경험담에 의지해 썼다는 이 작품은 분당 토박이지만 개발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부잣집에서 집안일을 도우며 살아가는 순례의 삶을 그린다. 그는 “순례는 타인을 살려내고 치유하지만 자신의 것은 점점 잃어가는, 영원한 을의 상태에 놓이는 인물”이라고 했다. 소설집에는 두 작품을 비롯해 ‘월춘장구(越春裝具)’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맨발로 글목을 돌다’가 실려 있다. 공 씨는 현재 악인(惡人)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다. 제목은 ‘해리’. 주인공의 이름이자 해리성 인격장애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악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쓰기 힘들어 시작도 못했는데 올해 말까지 완성할 것”이라며 “현실에서의 악이 너무 창궐해서 쓰다말고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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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을 바꾸는 건 사랑과 관심”

    이야기엔 두 소년이 나온다. 감정의 냉온(冷溫)은 느낄 수 없지만 날 때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아온 소년, 감수성을 타고났지만 한 톨의 애정도 받지 못한 소년. 소설 ‘아몬드’는 두 소년이 운명적으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아몬드’는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손원평(38)의 첫 장편소설이다. 출판평론가 한기호가 평했듯 이 작품은 한국형 영어덜트(Young-adult) 소설이다. “타깃을 생각하고 만드는 영화와 달리 독자의 연령대를 한정 짓고 쓰지 않았어요. 아이와 어른 모두 책을 읽고 위로와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합니다.” 소설은 감정표현 불능증에 걸린 소년 윤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감정을 느끼게 하는 편도체를 작게 타고난 그에겐 공감 능력이 없다. 공포, 두려움, 슬픔, 기쁨 모두 소년에겐 학습해야 하는 활자일 뿐이다. 그 대신 소년에겐 무한한 사랑을 주는 두 여인이 있다. 엄마와 할머니다. 편도체가 아몬드 모양인 걸 알고 두 여인은 윤재의 편도체가 커지길 바라면서 미신처럼 삼시 세 끼 아몬드를 먹이고, 희로애락애오욕 7자를 부적처럼 집 안 곳곳에 붙여 둔다. 또 다른 주인공은 동갑내기 소년 곤이다. 대학교수 아버지와 기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곤이는 어릴 때 미아가 돼 보육원에서 길러진다. 한 줄기의 사랑도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곤이는 문제아로 낙인찍혀 자란다. “메마른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물을 주고 햇빛을 비추어 인간이 된 윤재, 감수성을 지녔지만 사랑을 못 받고 자라 낙인에 찍혀 살다 ‘괴물’이 된 곤이. 두 소년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소설에선 둘을 얽는 운명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처음엔 친해지기 힘들어 보이지만 둘은 서서히 친구가 되어간다. “친구가 된 두 소년은 변합니다. 서로를 한 번 더 바라봐주고 손 내밀어주고 찾아주고…. 아이들에겐 그게 전부인 거죠.” 작가가 ‘아몬드’를 쓰게 된 건 2013년 봄에 태어난 딸 때문이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발가벗겨진 채 태어나요. 몇 시간만 홀로 놔둬도 죽어버리는 존재죠. 그런 아이들이 잘난 인간이 되기도 하고, 비참하게 살아가기도 하고…. 그게 슬펐어요.”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작품 중 곤이를 이해하게 된 윤재의 독백에 담겨 있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작가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의 가능성을 다시 강조했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가능성을 닫아버리기 전에 한 번 더 관심과 손길을 주었으면 합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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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헌책방부터 도서관까지 책의 숲을 찾아 떠나다

    첫 페이지에서 저자는 어릴 때 자주 드나들던 헌책방을 추억한다. 작고 낡은 건물에 있던 헌책방엔 퀴퀴한 지하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특유의 냄새에 저자는 안도감을 느끼며 책을 둘러보곤 했다. 10년 새 서점의 3분의 2가 사라졌다.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화장품 로드숍이 길가를 점령했고 책을 파는 상점은 거대한 몸집을 갖추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했다. 여행작가인 저자 윤정인 씨는 “책과의 교감은 책을 대면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어서 오로지 서점에서만 책의 존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눈과 코로 책을 대면하고 손으로 열심히 뒤적여야 비로소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집 앞 서점이 사라지는 걸 목격한 저자는 ‘책들이 머무는 공간’을 찾아다니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찾아낸 서점은 전국의 23개 책방이다. 헌책방, 동네서점, 도서관 등 책이 머무는 공간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인천 배다리마을의 오래된 헌책방인 ‘아벨서점’, 추리소설만의 공간인 ‘추리문학’ 서점,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마을 책방인 ‘느티나무도서관’…. 저자는 오랜 시간 책과 공간을 지켜온 사람들, 그리고 그 공간을 찾은 사람들과 나눈 대화도 책에 담았다. 책방 지킴이들이 추천한 책 목록도 볼 수 있다. ‘독서만담’ ‘오래된 새 책’의 저자 박균호 씨는 이 책을 추천하며 이렇게 적었다. “딸아이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손을 잡고 동네서점을 갈 때였다. 딱히 무슨 책을 사겠다는 목적 없이, 딸아이는 서점을 거닐면서 책을 구경하고 나는 서점 주인과 차를 마시던 때가 그립고 또 그립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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