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상처받고 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 담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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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의 단편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펴낸 공지영

공지영은 자신을 ‘소설가’가 아닌 ‘작가’라고 지칭했다. 그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가 죽는 날까지 지향해야 하는 양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공지영은 자신을 ‘소설가’가 아닌 ‘작가’라고 지칭했다. 그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가 죽는 날까지 지향해야 하는 양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딸이 1988년생인데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이 됐습니다. 그해에 데뷔했으니 소설을 쓴 지 서른 해째 됩니다. 상처받는 것들, 약한 것들, 어린 것들에 대한 지지와 연민이 제 소설 인생 30년을 관통하는 큰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공지영 씨(54)가 13년 만에 단편소설집을 냈다.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장편에 담아내지 못했던 편린들, 장편으로 꾸미기엔 적합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이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2001년 문학사상에 발표했던 작품이다. 소설 속 화자의 할머니는 죽을병에 걸렸지만 죽지 않는다. 그 대신 막냇삼촌, 큰외숙모, 파출부 등이 죽어나간다는 기이한 내용이다. 그는 “한 노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약하고 여리고 상처받은 자들을 말살해가면서 삶을 화석화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활 무렵’에 등장하는 순례라는 이름의 여성도 사회적 표상을 지니고 있다. 18년간 집안일을 도와줬던 아주머니의 경험담에 의지해 썼다는 이 작품은 분당 토박이지만 개발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부잣집에서 집안일을 도우며 살아가는 순례의 삶을 그린다. 그는 “순례는 타인을 살려내고 치유하지만 자신의 것은 점점 잃어가는, 영원한 을의 상태에 놓이는 인물”이라고 했다.

소설집에는 두 작품을 비롯해 ‘월춘장구(越春裝具)’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맨발로 글목을 돌다’가 실려 있다.

공 씨는 현재 악인(惡人)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다. 제목은 ‘해리’. 주인공의 이름이자 해리성 인격장애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악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쓰기 힘들어 시작도 못했는데 올해 말까지 완성할 것”이라며 “현실에서의 악이 너무 창궐해서 쓰다말고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공지영#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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