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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보잉 777-200(MH370편) 여객기가 이륙 50분 만에 실종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여객기가 테러 공격을 받아 추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 2001년 11월 12일 미국 뉴욕 JFK공항 인근에 추락해 탑승객 260명 전원이 사망한 아메리칸에어라인 추락사고 이후 최악의 항공 참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 여객기는 8일 오전 1시 31분경 아무런 비상 신호도 보내지 않고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여객기에는 중국인(대만인 1명 포함) 154명과 말레이시아인 38명, 미국인 3명 등 14개 국가의 승객들이 타고 있었으며 한국인 탑승객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도난 여권을 사용해 탑승한 승객 2명이 함께 비행기표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이탈리아 및 오스트리아 국적의 여권을 갖고 탑승했지만 이 여권의 실제 소유자들은 각각 지난해 8월과 재작년에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분실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난 여권을 사용한 2명은 중국 난팡항공에서 함께 항공권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또 같은 항공사에서 8일 베이징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항공권도 예약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유럽 여권 소지자가 72시간 동안 중국을 경유하면 비자가 면제된다. 당국은 이들이 도난 여권을 사용한 경위가 항공기 테러와 관련이 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대변인은 9일 오후 “도난 여권 사용자들이 탑승 수속을 할 때부터 탑승구에 도착할 때까지의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해 신원 확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확인 작업에는 세계 최고의 안면 인식기술을 보유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조사팀도 투입됐다. FBI 조사팀은 도난 여권 사용자와 국제 테러 조직원을 비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도난 여권 사용자 2명 외에도 우크라이나 국적으로 추정되는 유럽 여권 소지자 2명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베트남 비행정보구역(FIR) 진입 직전 사라진 사고 여객기가 쿠알라룸푸르로 회항을 시도했음을 알려주는 레이더 신호를 확인하고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긴급신호를 보내지 못한 점을 두고 조종실을 테러범이 장악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사고 여객기보다 약 30분 앞서 비행했던 말레이시아항공의 또 다른 여객기 기장은 “사고기가 실종되기 직전까지 서로 교신했는데 급박한 구조신호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폭발 섬광을 관측할 수 있는 미국 국방부 감시 시스템도 해당 상공에서 폭발이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여객기가 2년 전 오른쪽 날개를 수리했다는 말과 함께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측은 “열흘 전 정밀 검사를 받았을 때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고기 조종사는 말레이시아항공에서 33년간 조종간을 잡아 온 베테랑으로 알려졌지만 조종 과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 현재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미국 등 각국이 파견한 항공기 20여 대와 선박 40여 척이 추락 가능 해역을 수색하고 있다. 수색팀은 9일 오후 늦게 말레이시아 북부 켈란탄 주의 톡 발리에서 약 10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대형 기름띠를 발견해 이 지역을 정밀 수색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사진이 9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공개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했다. 해당 사진은 9일 오전 베이징(北京)을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중국인이 찍은 것으로 쿠알라룸푸르 도착 약 90분 전에 촬영했다. SCMP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다수의 파편 모습이 담겨 있다. 이 해역은 실종된 여객기가 추락한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레이먼드’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 남성은 자신이 베이징 소재 민간은행인 민성(民生)에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오전 6시 45분 아침 기내식을 먹을 때 창밖을 보니 1만1000m 아래 바다 위에 누런 색종이를 찢어 놓은 것 같은 이상한 물건들이 있어 사진을 찍었다”며 올렸다. 신화통신은 “베트남 당국이 부유물 사진이 찍힌 해역에 헬기 1대를 보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정부는 9일 오후 현재 실종된 비행기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 줄기의 거대한 기름 띠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겉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승자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노출시키며 정치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푸틴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설을 통해 “푸틴의 가장 큰 약점은 러시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이라고 지적했다. 3일 러시아 흑해함대가 우크라이나에 최후통첩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러시아 주식시장의 주가는 10% 이상 폭락했다. 이를 통해 사라진 금액은 600억 달러(약 64조2720억 원). 소치 겨울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푸틴 대통령이 쏟아 부었던 510억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이 하루 만에 증발한 것이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날 루블화의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105억 달러(약 11조2400억 원)를 퍼부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 90분간 통화로 철군을 요구할 때까지만 해도 강경 자세를 고수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600억 달러가 날아가는 것을 본 푸틴 대통령은 다음 날 우크라이나 국경지역에서 훈련하던 병력을 모두 철수시켰다. 이 과정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약점이 하나하나 노출됐다. WSJ는 금융시장 패닉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푸틴의 친구들인 ‘올리가르히(신흥재벌)’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이 3일 전 세계 300대 주식 부자 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부자들의 주식 손실액을 집계한 결과 증발된 600억 달러 중 이들의 재산이 128억 달러나 포함됐다.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테크의 지분 절반을 나눠 갖고 있는 겐나디 팀첸코와 레오니트 미켈손은 회사 주가가 18% 주저앉으면서 32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블라디미르 리신 노보리페츠크철강 회장은 12억 달러, 석유업체 루코일의 바기트 알렉페로프 회장은 9억6000만 달러를 잃었다. 우크라이나와의 군사충돌이 벌어져 서방 국가들이 자산동결 카드를 쓴다면 스위스 미국 영국 키프로스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올리가르히들은 파산 직전에 몰릴 수밖에 없다. 결국 군사작전은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재정적 후원자들을 다 잃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시사주간 타임 역시 4일 “푸틴의 우크라이나 도박은 러시아 국민과 핵심 동맹국들의 외면 및 경제 외교적 위기로 인해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WCIOM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73%가 자국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반대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도 푸틴의 행보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큰 타격을 입는다 해도 이것이 곧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한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의 승리로 연결되진 않는다. 푸틴 대통령이 내상을 입었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크림 반도를 사실상 러시아에 내준 데다 국가의 민심이 양분되는 치명적 ‘외상’을 입었다. 반정부 시위로 친서방 정권 탄생이 유력하지만 러시아의 힘을 목격한 이들이 유럽연합(EU)에 다가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다 러시아가 가스 가격을 올리고 만기가 다가오는 우크라이나 외채 상환 카드를 꺼내 들면 우크라이나 경제는 파산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우크라이나 사태가 교전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3일에는 우크라이나 군을 자극해 교전을 유발하는 행위가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저녁 크림 반도 세바스토폴 인근 군 기지를 100여 명의 무장괴한이 습격해 현지 우크라이나 군 지휘관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위장복과 일반인 복장을 입고 얼굴을 가린 100여 명의 무장 괴한은 기지에 폭음 수류탄을 던졌고 기지를 방어하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공포탄으로 응수했다. 괴한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친러 성향의 무장대원으로 추정된다. 또 이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경비초소들도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창문과 출입문 등이 파손됐다. 이는 6년 전 러시아와 조지아(당시 그루지야) 전쟁 전야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조지아군이 괴한들의 습격에 대응해 실탄을 발사했고 사망자가 발생하자 러시아가 무력을 사용했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 정치적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국가 이익과 시민들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군을 계속 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안드레이 데시차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크림반도에 주둔 중인 러시아 흑해함대를 내보낼 수도 있다”고 맞받았다. 크림에선 긴장이 고조됐지만 러시아와 서방 간에는 대화가 추진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주도하는 진상조사기구와 연락협의체를 설치해 정치적 대화를 시작하자”는 메르켈 총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 승인’ 결의안을 통과시킨 러시아 상원의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의장도 이날 TV에 나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7개국(G7)은 2일 성명을 내고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준비모임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임시정부와 최고 의회(라다) 지도자들과 만나 외교적 해결을 모색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주성하 기자}

1980년대 북한의 한 농촌에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가 고향 방문을 오게 됐다. 마을에선 제일 좋은 집을 내주고 좋은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채워 넣었다. 사업가가 오자 북에 살던 어머니와 형제들은 “수령님 품속에서 이렇게 좋은 집에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별의 순간이 오자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어머니가 불쑥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우린 네가 차라리 죽은 게 나았다.” 사업가는 인민군 포로 출신이었다. 포로 교환 때 북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이를 몰랐던 북한은 그를 전사자로 처리했다. 인민군 전사자 가족은 국가유공자 대우를 받아 대학도 쉽게 가고 간부 승진도 빠르다. 그래서 북에선 출신성분을 따질 때 항일빨치산 가족을 의미하는 ‘백두산줄기’ 다음으로 6·25전쟁 전사자나 참전자 가족을 일컫는 ‘낙동강 줄기’를 꼽는다. 그런데 사업가의 북한 동생들은 형이 불쑥 나타나는 바람에 졸지에 ‘혁명열사 형제’에서 ‘반역자 형제’로 신세가 바뀌었던 것이다. 인민군은 “포로가 되는 것이 최대의 수치”라고 교육받았는데 형이 포로가 된 것도 모자라 철천지원수인 미국에 가서 사업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네가 차라리 죽은 게 나았다”는 어머니의 말은 “너 때문에 이제 네 동생들은 물론이고 조카들까지 망했다”는 뜻이었다. 어머니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사업가 아들은 미국으로 돌아간 뒤 연락을 끊었다. 실제로 형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졸지에 파면을 당한 형제들은 두고두고 푸념을 했다. “이렇게 된 바엔 돈이라도 보내주지.” 그러나 미국에 있다는 형에게 연락할 방법은 없었다. 몇 년 전, 1953년 포로 송환 때 인민군 포로들이 한국에서 준 옷을 벗어던지고 팬티 바람으로 북으로 돌아가며 “공화국 만세”를 외치는 기록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화국이 자기들에게 어떤 가혹한 운명을 안겨줄지 몰랐다. 이들은 ‘귀환병’이란 딱지를 안고 탄광과 제철소 같은 가장 힘든 곳에 보내져 전향 혐의자로 평생 감시 속에 생을 마쳤다. 귀환병 자녀들은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삶을 대물림했다. 북한에선 전사자와 포로를 대하는 태도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1960년대 후반 출신성분 조사를 시작할 때 북한은 전쟁 중 인민군 행방불명자 대다수를 전사자로 인정했다. 초기에 참전해 거의 궤멸된 인민군은 죽었는지 잡혔는지 입증해줄 사람조차 없었다. 이달 20일 열린 1차 이산가족 상봉에는 인민군 포로 출신의 남쪽 상봉자가 2명 포함됐다. 그들의 북한 아들과 형제들은 지금까지는 전사자 가족으로 처리돼 국가의 우대를 받았다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22일 보도했다. 하지만 전사자인 줄 알았던 아버지와 형님이 남쪽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내놓고 “이제 배신자 가족으로 어떻게 사느냐”는 푸념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도청기가 설치된 곳이니 앞으로 닥칠 삶에 대한 걱정 대신 “수령님의 보살핌 속에 행복하게 산다”는 말만 되풀이해야 했을 것이다. 실제로 남쪽 이산가족들 중에는 “내가 북한 입장에선 반동인데 내 존재가 알려지면 혈육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중국을 통해 몰래 혈육을 찾아 나선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넘었으니 고령이 된 북한의 혈육 성분 따윈 개의치 않을 수도 있다. 전사자 가족에게 주는 혜택도 2대부터는 별로 없다. 차라리 요즘에는 자녀들에게 남쪽 혈육을 이어주어 나중에라도 도움 받을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남쪽에 자발적으로 남은 인민군 포로가 있다면 북쪽엔 강제로 남겨진 국군포로가 500여 명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80여 명의 국군포로가 남쪽으로 귀환했다. 이들 대다수는 브로커들이 몰래 빼오는 방식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브로커들은 한국에 가면 엄청난 보상금이 기다리며 나중에 북한 가족도 빼오면 된다고 회유한다. 죽기 전 고향땅을 밟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적잖은 국군포로들은 고령의 몸으로 두만강을 건넜고, 가족을 빼온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요즘은 북한의 집중 감시로 가족까지 데려오기가 여의치 않다. 홀로 남쪽에 와도 평생을 함께 산 가족을 남겨두고 왔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니 몇 년 안 남은 여생이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군포로는 한국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결을 원하는 사안이다. 북한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남았다고 주장하면서 적극적으로 해결할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분에 집착해 실리를 잃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에는 철저히 실리적으로 접근한다. 남쪽의 대북지원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지속됐을 리 만무하다. 이번 역시 남쪽에 ‘배려’를 해줬다고 여기고 대가를 생각할 것이다. 그런 북한이 정작 국군포로가 갖는 파급력은 놓치고 있다. 만약 국군포로 고향방문단을 만들어 남쪽에 보낸다면 한국의 민심이 어떻게 달라질지 북한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남쪽 사람들은 그들이 아오지 탄광에서 학대당했음을 다 안다. 방문 후 북한 가족에게 돌아갈 국군포로들은 말도 조심스럽게 할 것이다. 이제 삶이 별로 남지 않은 80대 후반의 국군포로들이 남쪽 고향에 와서 며칠 지내고 가는 것이 뭐가 두렵단 말인가. 남쪽에서 북한과 등 돌리고 살자는 여론이 커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한으로선 혈육의 정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실리적인 전략이다. 개인적으론 2000년 9월에 대다수가 남파간첩인 비전향장기수 63명을 대가 없이 북송한 것을 대북정책의 가장 큰 잘못 중 하나로 생각한다. 그것이 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만드는 데 기여했는지는 몰라도 사실 남한은 장기수 북송을 북한이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만드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다. 남쪽은 그 좋은 빅 카드를 그냥 버렸다. 북한은 남한이 범한 그런 우(愚)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남쪽과의 협상에서 국군포로라는 빅 카드가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다만 유효기간은 몇 년 남지 않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세계 최대 ‘마약왕’으로 꼽혀온 멕시코의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 로에라(56·사진)가 22일 미국과 멕시코의 공조수사로 체포됐다. ‘엘 차포’는 별명으로 ‘키가 작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의 키는 168cm다. 미국 법무부는 13년간 추적해 온 구스만을 멕시코 태평양 연안 휴양도시 마사틀란의 한 호텔에서 이날 오전 6시 40분경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구스만 검거는 멕시코 해병대가 맡았으며 총격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스만은 멕시코시티 공항으로 이송돼 곧장 수감됐다고 멕시코 당국은 설명했다. 구스만은 미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오사마 빈라덴 다음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2011년 5월 빈라덴이 사살된 뒤에는 세계 최고 수배자가 됐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이번 검거를 빈라덴 사살에 버금가는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구스만은 전 세계에 마약을 공급해온 멕시코 범죄조직 ‘시나로아 카르텔’ 우두머리다. 그는 1993년 체포됐지만 범죄인 인도 명령이 떨어지기 직전인 2001년 1월 멕시코의 과달라하라 감옥에서 세탁물 바구니에 숨어 도망쳤다. 멕시코 아편 재배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 마약 카르텔을 만들었고 잔혹한 방법으로 다른 마약상들을 제거해 10여 년 만에 멕시코 최대의 마약 왕국을 건설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마리화나와 코카인을 팔아 10억 달러(약 1조70억 원) 넘는 재산을 모았다. 포브스가 2009년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프랑스나 베네수엘라 대통령보다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을 관광하던 호주인 선교사가 북한 당국에 체포돼 억류당했다. 호주 일간 오스트레일리안은 북한을 방문한 존 쇼트 선교사(75·사진)가 한국어로 번역된 종교 자료를 소지한 혐의로 17일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1년 넘게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 씨에 이어 또다시 외국인 선교사가 체포된 것이다. 쇼트 선교사는 관광객 신분으로 15일 북한에 입국했다. 그는 부인, 자녀 3명과 함께 홍콩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번이 두 번째 방북이었다. 쇼트 선교사의 부인 케런 쇼트 씨는 AFP통신에 “17일 오전 7시경 북한 경찰이 남편과 중국인 안내인을 데려가며 출국시키겠다고 밝혔지만 끝내 공항에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이 외국인들의 성경 등 종교 서적 소지를 문제 삼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쇼트 선교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전도를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치러진 159차의 피겨 연기 결과를 종합해 “피겨스케이팅에서 러시아 음악에 맞춰 공연했을 때 점수가 더 높았다”고 보도했다. 여자 단체전 쇼트 프로그램 전체 평균 점수는 59.92점이었고 이 중 러시아 음악에 맞춰 연기한 선수의 평균 점수는 72.9점이었다. 반면 재즈나 팝송, 록 음악은 56.32점, 브로드웨이 음악은 62.54점이었다. 이 경향은 남자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 등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에선 브로드웨이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에 나오는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에, 프리 스케이팅에선 아르헨티나의 탱고 거장이 작곡한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각각 연기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필리핀 북부 지역에서 18일 한국인 관광객 1명이 괴한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필리핀에서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이 아닌 한국 관광객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진 것은 처음이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관광도시 앙헬레스에서 한국인 관광객 허모 씨(65)가 이날 오후 7시 45분경 오토바이에 탄 괴한 2명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19일 밝혔다. 허 씨는 함께 관광을 온 지인 3명과 시내에서 좀 떨어진 호텔로 돌아가던 중 괴한들이 쏜 9mm 총탄을 5발 맞고 숨졌다. 당시 허 씨는 일행과 좀 떨어져 뒤에서 따라오다 총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씨의 일행인 이모 씨(37) 등 다른 한국인들은 급히 현장을 벗어나 화를 면했다. 달아난 범인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으며 살해 동기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조숭호 기자}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국경 검문소에서 16일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버스가 폭탄 공격을 받아 현지 한국인 가이드 제진수 씨 등 한국인 2명과 현지인 운전기사를 포함한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서울 종로 소재 기독교전문 D여행사가 모집한 한국인 관광객 31명 등 총 35명을 태운 버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차에 타고 있던 한국인 관광객 31명은 충북 진천 중앙교회 신도로 이들은 10일 이 교회 김동환 담임 목사의 인솔로 현지 성지순례차 이스라엘과 이집트 여행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주(駐)이집트 대사관을 통해 이집트 정부 당국과 접촉하는 한편 대사관 소속 외교관을 현장으로 급파해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BBC와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이날 오후 2시 40분(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 있는 유일한 국경 검문소인 타바 검문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일부와 이집트인 운전사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10여 명의 부상자 중에는 중상을 입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테러는 한국인들을 태우고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버스가 시나이반도 관광을 마치고 이스라엘로 돌아가기 위해 국경에서 약 250m 떨어진 이집트 타바 검문소에 도착한 직후 발생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테러 발생 장소는 이집트 지역이지만 이스라엘 병원으로도 사상자를 이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 등은 차량 폭탄 테러로 추정했다. 하지만 아랍 온라인 뉴스 매체인 ‘알 아흐람’은 이번 공격이 버스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공격을 지난해 7월 군부 쿠데타로 실각해 체포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지지자들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무르시 전 대통령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이집트 공격을 방조한 혐의 등으로 9일 처음으로 법정에 선다. 이번 공격은 재판에 항의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 내륙은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경보 3단계(여행제한) 지역으로 긴급용무가 아니면 귀국을 권유할 만큼 치안이 불안정한 곳이다.주성하 zsh75@donga.com·박희창·조숭호 기자}

북한의 유명 배우 40여 명이 장성택 측근으로 분류돼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25호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복수의 대북소식통들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조선예술영화촬영소와 평양교예(곡예)단, 만수대예술단 소속 배우들이 지난달 17일 두 대의 대형 호송차에 실려 수용소에 수감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들 중에는 이익승 류진아 등 북한의 최고 배우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승은 북한 영화사상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민족과 운명’ 시리즈에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역을 맡아 배우의 최고 명예인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다. 그는 2012년 2월 북한이 최초로 제정한 김정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장성택 일당에게 여배우들을 알선해 줬다는 죄명으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류진아는 모란봉 악단 최초의 공훈배우로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와 함께 지냈던 가수다. 그는 장성택의 연인이란 이유로 숙청됐다고 RFA는 전했다. 북한에서 ‘수성교화소’로 불리는 25호 수용소는 ‘1급 정치범’들만 수감되는 곳이다. 현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가 연루된 1990년대 말 청년동맹사건 때도 ‘중앙청년예술선전대’ 여배우들이 최룡해에게 성 상납을 했다는 이유로 수감됐던 것으로 전해진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라오스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한국 대학생이 9일 북부 루앙프라방의 관광 명소인 쾅시 폭포 주변에서 물에 뛰어내렸다가 익사했다. 서울 K대에 재학 중인 A 씨는 방학을 맞아 친구 6명과 함께 라오스 현지에서 2주간 봉사활동을 한 뒤 귀국 전 해당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353년부터 18세기까지 라오스 수도였던 루앙프라방 지역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특히 쾅시 폭포는 주변의 열대우림과 함께 뛰어난 절경으로 유명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물살이 빨라 익사 사고가 잦다. 2011년 7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말라리아 자문관이었던 가천의대 박모 교수가 이곳에서 숨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햇볕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 대남담당부서인 통일전선부(통전부)였다. 한국 정부의 지원에 더해 많은 민간단체가 각종 대북지원 물자를 들고 줄을 서는 바람에 그 처리를 맡은 통전부 간부들이 부자가 됐다. 남쪽의 어떤 민간단체들은 통전부에 “제발 (지원을) 받아 달라”고 사정하는 수준이었다. 대북지원을 제대로 하느냐 여부가 단체가 사느냐 죽느냐 하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통전부는 산하기관들까지 한국산 승용차 버스 화물차를 사용했다. 청사 건설과 보수, 직원용 아파트 건설도 남한 지원용품으로 해결했다. 심지어 공사 때 쓰는 삽과 양동이는 물론 직원용 목욕탕에서 쓰는 바가지조차 한국산이어서 평양 사람들은 “공화국 통전부인지 남조선 통전부인지 알 수 없다”고 수군거릴 정도였다. 통전부는 시멘트와 건설자재 및 설비, 의복, 약품 같은 물자를 선호한다. 식량은 군이나 군수공업 종사자, 평양시민처럼 우선순위가 대충 정해져 있다. 비료도 각 지역 농촌에 배분해 보낼 수밖에 없는데, 농민은 가난해서 로비를 할 능력이 못 된다. 반면 시멘트는 북에서 곧 돈이다. 힘 있는 기관은 아파트를 지어 절반쯤은 간부들이 나눠 갖고 나머지는 분양해 돈을 번다. 그런데 시멘트 수입 허가권은 수도건설총국이나 2경제(군수공업)와 같은 중요기관들만 갖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시멘트나 건설장비가 왔다고 하면 사방에서 손을 내민다. 통전부는 뇌물을 챙겨먹고 이를 분배한다. 물론 수해복구 등의 명목으로 온 지원의 절반쯤은 피해 지역에 가기는 한다. 한국에서 오는 식품은 간부 공급을 담당하는 중앙당 재정경리부에 우선권이 있으며 나머지는 통전부 마음대로다. 의복이나 약품은 몰래 나눠 갖거나 큰손들에게 넘긴다. 통전부는 북한 주민들을 돕자며 모금해놓고는 자기들에게 물자를 갖다 주는 남쪽의 대북지원단체가 제일 고마울 것이다. 영유아 지원처럼 수혜자를 특별히 지정한 지원도 역시 알고 보면 남쪽의 자기 최면에 불과하다. 영유아용 분유가 허약한 군인들의 영양 보충제로 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인데 이를 넘어서 중앙당 간부 공급용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면 어처구니가 없다. 따라서 대북 지원 원칙의 첫째는 지원 물자를 어디에 쓸지를 북한 간부 입장에서 따지는 것이다. 간부도 좋고 주민도 좋은 것도 물론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쌀 포대는 내각 양정부에서 회수해 장사꾼에게 몰래 팔렸다. 2008년 포대 8장은 1달러에 팔렸다. 당시 연평균 40만 t이 지원됐으니 포대 값만으로도 최소 100만 달러 이상을 챙긴 것이다. 방수가 잘되는 한국제 포대는 수십만 척의 목선들에 물돛 제작용으로 팔렸다. 그 덕분에 주민들은 남조선의 국호가 대한민국임을 잘 알게 됐다. 한국의 지원으로 돈을 만진 사람들은 대남 유화파가 될 수밖에 없다. 대북지원이 끊긴 2008년 이후 통전부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다. 통전부 신입들은 선배들이 전하는 ‘꿈의 시절’을 학수고대할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지원물자 분배권을 군부에 준다면 군부도 유화파로 바뀔 것이다. 외부 지원이 특권층들의 배를 불려주는 일은 북한만의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어느 빈국에 가도 얼마나 빼돌려지는가가 문제일 뿐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자는 과거에 식량은 군에 흘러가더라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북한은 군과 민간을 구분하기 어렵다. 영유아가 튼튼하게 크면 결국 이들이 나중에 커서 군인이 된다. 허약한 군인도 그는 어느 백성의 귀한 아들이며, 제대하면 평범한 주민으로 돌아간다. 한 북한군 장교는 “한국 쌀을 군에 가장 주고 싶지 않은 사람은 김정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쌀을 먹으니 군인들의 심리가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인간은 굶을 때 밥을 준 사람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며 총을 쏘긴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북에서 살아보니 식량이 없어 굶어죽는 것은 결국 제일 힘이 없는 백성들이었다. 조금이라도 힘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뺏어먹거나 훔쳐 먹고 살았다. 이것은 유사 이래 불변의 진실이다. 북한 내에 식량이 많으면 식량가격도 떨어졌다. 하지만 기자에게 지금 북에 식량지원을 해야 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노”라고 대답할 것이다. 대북지원이 끊긴 지난 6년간 북한 주민들은 자력갱생으로 먹고 사는 방법을 더욱더 터득해왔다. 이제는 굶어죽는 사람도 거의 없다. 작년에는 태풍 피해가 없어 풍년까지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이 다시 식량지원을 한다면 장마당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배급을 준단 이유로 다시 직장으로 불러내 조직생활을 강요할 것이 뻔하다. 대북 식량지원에 회의적인 훨씬 더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그것은 김정은 체제가 본격적인 개혁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금 북한의 공장과 농촌에는 경영 자율성과 도급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대북지원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굶어죽지도 않는데 긴급 구호 성격의 ‘인도적 지원’을 계속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대북지원은 퍼주기 딱지가 누덕누덕 붙어 있는 인도적 지원에서 벗어나 북한의 ‘개발지원’ ‘개혁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인권법에 인도적 지원 항목을 넣느냐 마냐 같은 문제로 정치권이 다툴 필요도 없다. 김정은이 개혁을 해 인민을 잘살게 만들겠다는데 그 개혁을 못 도와줄 이유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대박 통일’은 준비 없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북한 개발지원의 핵심은 철도 도로 수자원 개발과 같은 인프라 구축과 생산 기술 지원이다. 여기에 더해 부정부패 가능성이 적은 물자를 선별하는 것이다. 포전 관리제(3∼5명 농민들에게 일정한 면적의 토지를 맡겨 수확 농산물 가운데 국가 납부 몫을 뺀 나머지 현물에 대해선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한 북한식 농업개혁조치)가 도입돼 농민들의 생산 의욕이 높아진 지금은 비료만 충분해도 북한은 스스로 먹고살 수 있다. 예방 백신이나, 수돗물 정제약 같은 것도 간부들이 뇌물 받고 빼돌릴 수 없다. 이산가족 상봉이 끝나면 대북 식량지원이 재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남북은 지도자가 바뀌고 세대마저 달라졌다. 김정은이 낚시질을 배우겠다는데, 우리의 인식은 물고기를 주던 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젠 대북지원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국무부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사진)가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 씨의 석방을 위해 이르면 10일 방북할 예정이라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7일 전했다. 조선신보는 이날 평양 시 교외의 특별교화소에 수감 중인 배 씨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며 배 씨가 “현재 처해 있는 자신의 상황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 정부로부터 킹 특사가 내주 월요일에, 늦어도 이달 안으로 이곳(북한)에 들어오고 자신과 만날 예정이라는 소식을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 2등 서기관한테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킹 특사의 방북 소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 북한에 장기 억류 중인 배 씨의 석방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러시아가 최근 몇 년간 탈북자 100여 명에게 임시 망명을 허용했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이 4일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루체이코프 이민국 난민담당 과장은 “북한 주민 100여 명이 인도주의적 취지에서 임시 망명을 허가받았고 그 가운데 난민 지위를 획득한 사람은 몇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탈북자 문제를 최대한 비밀리에 처리하는 러시아 당국이 북한 망명자 수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러시아 정부가 임시 망명을 허락한 탈북자들은 대부분 시베리아에 벌목공으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로 추정된다. 1990년대 중반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인 러시아 당국은 유엔난민기구가 탈출 벌목공을 난민으로 승인해주는 것을 허락했다. 난민 또는 임시 망명을 허가받은 탈출 벌목공들은 유엔이나 현지 정부에서 증명서를 발급받는다. 난민이나 임시 망명을 허가받은 탈북자 가운데 한국행을 원하는 이들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향한다. 하지만 차비 등 여행 비용 약 500달러(약 54만 원)를 구하지 못해 난민 승인을 받고도 시베리아에 머무는 탈북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모스크바에 어렵게 도착한다 해도 러시아 당국이 이들의 한국행을 잘 승인해주지 않아 1년 정도 안가에서 기다려야 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온 한국인 10명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현지 신문 선스타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4일 한국인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묵고 있던 마닐라 외곽 타기그 시의 고급 콘도 두 곳을 급습해 남성 8명과 이모 씨(37) 등 여성 두 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이 개설한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한국인 명단과 암호도 함께 압수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에서 불법 도박을 벌인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은 이날 작전은 한국 당국이 2012년 12월 필리핀 당국에 요청한 수배자 8명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체포된 10명 중 이씨 성을 가진 남성 2명은 서울에서 보낸 수배자 명단에 포함된 인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수천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필리핀으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은 한국과 필리핀 경찰이 공조해 이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수많은 ‘대포통장’과 노트북 18대, 네트워크 장비 등도 압수했다. 필리핀에서는 이번에 체포된 한국인이 운영하던 사이트 외에도 최소 10곳 이상의 한국인 대상 불법 사이트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체포된 한국인들은 도박 사이트 운영이 필리핀 관련법에 따르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변호인을 선임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설인 지난달 31일 어이없는 자막 실수를 해 빈축을 샀다. 시나닷컴 등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BBC는 이날 “전 세계가 말의 해를 환영하며 기념한다”는 뉴스를 내보내면서 ‘말의 해(the year of the horse)’를 ‘매춘부의 해(the year of the whores)’라고 틀린 자막을 올렸다. ‘말’과 ‘매춘부’의 발음 및 알파벳 철자가 비슷해서 빚어진 실수로 보인다. 중국인 누리꾼들이 이 장면을 캡처해 퍼나르면서 많은 중국 누리꾼들이 “매춘부의 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등의 글을 올리며 비웃었다. BBC 자막은 컴퓨터를 통한 자동식별 시스템으로 처리되거나 속기사가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실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에는 ‘장화(wellies)’를 ‘음경(willies)’으로 표기해 구설에 올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씨 왕조의 세도가(勢道家) 장성택이 어린 조카의 손에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 뒤 그에게 줄을 섰던 ‘식객(食客)’들의 신세도 말이 아니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 ‘상객(上客)’들은 처형됐고 차객(次客)들은 수용소와 유배지에 끌려갔으며 하객(下客)들은 의금부의 21세기 버전인 보위부에서 국문(鞫問)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장성택이 동아줄인 줄 알고 잡았는데 포승줄을 잡은 셈이 됐다. 하지만 김씨 왕조에는 또 하나의 세도가가 건재하다. 장씨의 견제를 받아 한때 위축됐지만 그가 숙청되자 몰려드는 식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바로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83)이다. 김씨 왕조는 신하가 측근 그룹을 거느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김정은 체제의 2인자에 오른 최룡해조차 1990년대 자신이 거느린 청년동맹 내부에 소왕국을 만들다가 유배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2대 왕 김정일은 단 두 명에게만은 예외적으로 소왕국을 눈감아 주었으니 바로 장성택과 오극렬이다. 오극렬은 ‘왕’의 부마이자 고모부였던 장성택과 달리 김씨 패밀리에 들어가지 못했을 뿐 가문과 경력은 장씨와 비할 바가 아니다. 그의 집안은 전사한 항일투사를 17명이나 배출한 북한의 으뜸 항일 가문이다. 오극렬의 부친 오중성은 김일성 부대 정치 간부로, 북한에서 충신의 귀감으로 내세우는 5촌 당숙 오중흡은 김일성 부대 7퇀장(연대장)으로 있다 전사했다. 김정일은 어렸을 때 자신을 끔찍하게 챙겨주고 보호해 준 오극렬을 몹시 따랐고 의형제까지 맺었다고 한다. 이런 배경을 업고 오극렬은 불과 36세에 공군사령관에, 48세엔 총참모장에 올랐다. 1989년 무력부장이던 항일 1세 오진우와의 불화 끝에 노동당 작전부장으로 옮겼지만, 이때부터 20년 동안 작전부라는 소왕국에서 제왕 노릇을 했다. 해외 공작 거점을 대거 갖고 있는 작전부는 위조화폐와 마약, 무기 수출 등 ‘마피아 경제’를 운영해 막대한 부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2008년 8월 김정일이 뇌중풍으로 쓰러진 뒤 권력을 빠르게 이양받기 시작한 김정은은 맨 먼저 작전부의 거대한 돈줄부터 눈독을 들였다. 김정은은 오극렬의 소왕국을 분해해 연락소 등 핵심 조직을 심복 김영철의 정찰총국에 이관했다. 졸지에 소왕국을 빼앗긴 오극렬이 측은했던지 김정일은 국방위원회에 3국이라는 조직을 신설해 그에게 맡겼다. 오극렬을 위한 김정일의 마지막 배려였다. 3국은 3자연과학원으로 출범했다가 곧 3국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3국의 대외 명칭은 219국으로 2009년 2월 19일에 만들어졌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소왕국의 90%가량을 빼앗긴 오극렬의 수중엔 3개의 연구기관과 1개의 후방 공급기관, 2개의 무역회사만 남았다. 측근들은 의리를 지켜 정찰총국에 가지 않고 남았다. 다행히 3개의 연구기관들은 북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첫 번째 기관은 해외 최신 과학기술정보 수집을 담당하고 있다. 인터넷도 할 수 있고 해외에 수시로 나갈 수 있으며 해킹팀도 갖고 있었다. 해킹팀은 나중에 정찰총국에 넘어갔다. 이 기관은 2002년 러시아 암호전문가를 매수해 당시 러시아가 해독하고 있던 미국과 한국의 암호체계를 빼왔고, 이를 통해 많은 암호를 풀어내는 공을 세웠다. 물론 지금은 한국의 바뀐 암호체계는 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러시아와 영국에서 공기부양정에 대한 기술을 빼와 자체 개발을 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기관이다. 이를 토대로 북한은 한국 서해 5도 방어에 가장 큰 위협인 공기부양정을 수백 척 생산했고 이란에도 수출했다. 두 번째 연구기관은 핵과 수소폭탄 관련 정보를 수집 연구하는 곳이다. 그에 비하면 존재 자체가 비밀인 세 번째 연구기관은 신비주의적 분위기마저 풍기는 곳이다. 생물마당과 지구마당 등을 극비로 연구한다고 하는데, 미국과 러시아에도 비슷한 연구기관이 있다며 만든 곳이다. 물리 화학 생물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북한에서 ‘초능력자’로 보고 되는 사람들도 이곳에 데려간다. 이곳은 오극렬의 직속이라 누구도 함부로 간섭하지 못하며 연구자들은 신청 다음 날 외국 출장을 갈 정도로 파격 대우를 받는다. 오극렬과 측근들은 소왕국을 빼앗긴 분풀이라도 하듯이 최근 몇 년간 국방위원회의 명칭에 어울리지 않게 잔디연구소, 가축병해충연구소 등 별의별 연구기관을 닥치는 대로 만들어 왔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간부 자제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세운 식객들이 3국에 몰려들었다. 국방위원회 소속이라 군관으로 등용되고 노동당 입당도 쉬운 데다 해외에 출장을 갈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의 주위에 몰려든 불나방들이 그렇듯이 진짜 인재는 열에 한 명이나 될까 말까 하고 나머지는 놀고먹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3국의 구성원 질적 수준은 위상 및 소문과는 거리가 멀다. 3국의 비대해짐과 더불어 오극렬의 위상도 올라가고 있다. 한때 공식석상에서조차 사라졌던 오극렬은 두 달 전 열린 과학자대회에서는 서열 3위로 호칭돼 건재를 알렸다. 하지만 불행히도 너무 늦었다. 83세 오극렬은 지금 치매 초기 단계로 파악되고 있다. 아침에 내린 지시를 저녁에 뒤엎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김정일의 배려로 하사받은 3국도 오극렬의 죽음과 더불어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보당국은 오극렬의 아들 오세원(43)이 평양 로열패밀리 2세 모임인 ‘봉화조’의 리더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과 친형 김정철도 한때 봉화조 맴버였다고 한다. 하지만 고모부 일가도 잔혹하게 멸족시키는 김정은 앞에서 오씨 가문의 명맥도 풍전등화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마지막 전통 세도가 오극렬 가문은 김정은 왕국에서 안녕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이 이용자가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실제 결제할지를 예측해 미리 상품을 발송할 준비를 하는 획기적인 특허를 출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예상 배송(anticipatory shipping)’으로 등록된 이 특허는 특정 방문자가 언제 어떤 물건을 구매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이용자의 과거 구매 품목, 구매 시기, 상품 검색 기록, 구매 희망 목록, 반품 기록 등의 정보를 분석한다. 마우스 커서가 특정 아이템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가도 분석 대상이다. 이러한 분석이 끝나 구매 가능성이 높다고 결정되면 상품을 이용자와 가까운 물류센터로 보낸다. 마치 단골손님을 맞은 가게 주인이 무슨 물건을 살지 미리 짐작해 포장을 해놓는 셈이다. 물류센터에서 대기하던 상품은 이용자가 ‘구매’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배달된다. 전문가들은 예상 배송으로 상품 배달시간이 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봤다. 특히 인기를 끄는 책이나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화장품 분유 같은 생필품 등 당일에 배달받기를 원하는 상품에 예상 배송 서비스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이런 시스템으로 배달 시간이 얼마나 단축될지는 밝히지 않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러시아 북캅카스 지역의 한 이슬람 테러 단체가 2월 7일부터 열리는 소치 겨울올림픽에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 비디오를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올렸다. ‘빌라야트 다게스탄’이란 이름을 내건 이 단체는 비디오에서 “만일 이 경기가 열리게 되면 전 세계에서 흘린 무고한 무슬림들의 피에 대한 선물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소치에 가는 여행자들에게도 ‘선물’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49분 분량의 이 비디오에는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남성 두 명이 폭탄 벨트를 두르고 자동 소총을 든 채 알카에다 깃발과 유사한 문양의 검은 깃발을 배경으로 협박 성명을 낭독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러시아 당국은 이들이 술레이만과 압두라크만이라는 자폭 테러리스트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지난달 말 러시아 남부 도시 볼고그라드에서 벌어진 2건의 자살폭탄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볼고그라드 폭탄 테러는 34명의 생명을 앗아 가면서 다음 달 열리는 올림픽 안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으나 지금까지 이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하원의 마이크 로저스 의원과 마이클 매콜 의원 등은 겨울올림픽에서 미국인들의 안전이 심히 우려된다며 러시아에 치안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미 국무부도 소치 방문객들에게 테러 위협과 범죄 등의 주의를 당부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