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지훈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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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asyhoo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8~2026-02-07
문화 일반59%
환경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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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3%
인물/CEO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인사일반3%
기타17%
  • 어보 2점 돌아왔지만… 375점 중 40여점은 여전히 감감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문정왕후 어보(御寶)와 현종 어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전용기에 실려 2일 국내로 돌아왔다. 두 어보는 조선왕실 유물을 조사, 연구하는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운반돼 다음 달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어보는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을 위해 제작된 의례용 도장으로 왕실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유물이다. 문정왕후 어보는 명종 2년(1547년) 중종의 계비인 문정왕후에게 ‘성렬대왕대비’라는 존호를 올릴 때 만들어졌다. 현종 어보는 효종 2년(1651년) 임금의 맏아들인 현종이 왕세자로 책봉됐을 때 제작됐으며 문정왕후 어보보다 약간 더 크다. 지난달 30일 오전 미국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두 어보의 반환행사가 열렸다 어보의 반환은 양국 정부 사이에 4년간의 공조를 통해 이뤄졌다. 과거 미국 정부는 2014년 4월 고종 황제가 수강태황제로 받들어지는 의식을 치르는 걸 기념해 제작된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 2015년 4월 미국 시애틀미술관이 소장하던 덕종 어보를 반환한 바 있다. 조선왕실 어보는 대부분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단종 금보’와 ‘정순왕후 금보’, 국립중앙박물관은 ‘고종 옥보’와 ‘명성황후 옥보’ 등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과 대한제국 때 만들어진 어보 375점 가운데 40여 점은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전쟁을 거치며 상당수의 어보가 분실, 훼손됐으며 외국으로 유출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이 2010년 발간한 ‘조선왕실 어보’에 따르면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는 어보는 1408년 만들어진 ‘태조금보’부터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 만들어진 ‘순종황태자 금보’까지 다양하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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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인표 할리우드 진출

    배우 차인표(사진)가 제작자 겸 배우로 할리우드 영화계에 진출한다. 그가 설립한 영화제작사 TKC픽쳐스는 2일 “차인표가 미국 할리우드 영화 ‘헤븐퀘스트: 필그림스 프로그래스’에 제작자 겸 배우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TKC픽쳐스와 미국 영화제작사인 킹스트리트픽처스가 공동 제작한다. 이 작품은 존 버니언이 1600년대 발표한 소설 ‘천로역정’을 각색해 만든 액션 판타지물이다. 영화는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3일부터 미국에서 촬영된다. 미국, 호주, 멕시코 등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한국 배우로는 차인표와 리키 김이 출연한다. TKC픽쳐스 측은 “차인표는 향후 3년간 미국 영화사에서 제작하는 세 편의 영화에 출연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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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미 “내 영화 인생에 완성작은 아직 없어”

    1957년 서울 중구 명동의 배꽃다방 인근. 당대 영화계를 대표하던 김기영 감독은 거리에서 17세 소녀를 만난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감탄한 감독은 소녀를 자신의 영화 ‘황혼열차’의 주연배우로 캐스팅했다. 이후 소녀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연기자로 살게 된다. 소녀의 이름은 배우 김지미(77). 60년 후 소녀는 백발의 원로가 됐다. 세월은 눈가를 주름지게 하고 머리칼을 희게 했지만 좌중을 압도하는 눈빛과 꼿꼿한 걸음걸이는 여전했다. “수백 편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완성작은 아직 한 작품도 없습니다. 아직 배울 게 많은, 철 안 든 배우일 뿐입니다.” 29일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한국영상자료원 주최) 개막식을 찾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비구니’ ‘토지’ ‘춘희’ 등 그의 대표작 20편을 상영한다. 영화평론가 주유신은 김지미를 이렇게 평했다. “한국영화의 상승기, 전성기 그리고 침체기를 관통한 배우.” 한국영화사(史)는 배우 김지미의 필모그래피와 궤를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영화의 침체기였던 1970년대, 한 해 20∼30편씩 찍던 그는 수년의 공백기를 갖는다. “저희 같은 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배우라면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죠.” 이 시기 그는 다작 대신 연기의 폭을 넓혔고 ‘잡초’ ‘토지’ ‘육체의 약속’ 등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배우로만 살던 그가 1984년 돌연 영화제작자로 변신한다. ‘지미필름’이라는 영화제작사를 만들면서부터다. “군사 독재 시대에 ‘이런 영화는 만들지 말라’며 심의, 검열이 심했어요. 여배우는 늘 기생이나 유흥가를 떠도는 여성을 연기해야 했죠. ‘혼이 담긴 영화’를 하고 싶어 스스로 제작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혼을 담아 연기하려던 그의 대표작으로는 ‘길소뜸’과 ‘티켓’이 꼽힌다. 두 작품에서 그는 각각 친아들을 앞에 두고 모성을 억누르는 중년 여성과 처연한 슬픔과 광기를 지닌 다방 마담을 연기한다. 모두 임권택 감독의 작품이다. 불교계 반발로 제작이 중단됐던 ‘비구니’(1984년)도 마찬가지다. “감독님은 배우를 마음껏 쓰는 감독이에요. 배우가 가진 재능이 100이라고 하면 보통 70∼80을 뽑아 쓰는데 임 감독 같은 분은 90 이상을 뽑아내죠. 그런 면이 나는 좋았습니다.” 인생이 곧 필모그래피인 그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일까. “영화는 사회 문제를 반영하는 거울일 수도 있고 시청각 교육 자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나와야 사회에 기여하는 것 아니겠어요?” 평소 ‘배우는 영화의 소재’라는 말을 즐겨 해온 그는 “60년간 어림잡아 700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700가지 인생을 살았다”고 했다. “안 해본 역할은 없지만 인생에 만족이 어디 있겠어요. 그간 행복하고 신나게 연기했지만 요즘은 불러주는 데가 없어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웃음)”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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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촛불혁명 ‘전문 시위꾼’ 아닌 ‘평범한 시민’이 이끌었다”

    《헌정사상 최초로 광장의 촛불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20차례 열린 촛불집회를 두고 ‘촛불혁명’ ‘명예혁명’과 같은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촛불의 주체는 누구였는지, 어떻게 광장을 찾았는지, 왜 촛불을 들었는지 팩트(fact)를 따져본 연구는 아직 없었다. 경험적 자료를 기반으로 광장의 촛불을 최초로 분석한 책 ‘탄핵 광장의 안과 밖: 촛불민심 경험분석’(책담)이 30일 출간된다. 저자는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에서 한국 정치를 연구하는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지호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대우교수,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집회 참가자 25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현장면접을 실시했다. 광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정치학자 3명을 1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만났다.》  이현우 교수는 “촛불의 주체는 정권을 반대해 온 ‘전문 시위꾼’이 아닌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 개인의 일탈행위에 분노한 ‘평범한 시민’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26∼29일 조사한 결과, 촛불집회 참가자 중 82.9%가 1, 2회 참석했다고 응답했다. 3회 이상 참가자는 17.1%에 그쳤다. 이 교수는 “반복 참가가 매우 적었는데도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는 건 참가자들의 폭이 넓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참가자들이 광장에 머문 시간도 짧았다. 지난해 11월 19일 4차 집회를 분석한 결과 참가자의 53%가 1시간 이내로 집회 장소에 머물렀다. 전체 참가자들의 평균 체류 시간은 80분에 불과했다. 집회가 보통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10시간가량 진행된 것을 미뤄 봤을 때 대부분의 참가자가 집회 장소에 짧게 머물렀음을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머문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것 또한 정치적 반대를 위한 조직적 동원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참가자는 자발적으로 친구, 직장동료, 가족과 함께 광장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 참가자 205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뉴스를 접하고 스스로 판단해 참가했다’고 답했다. ‘친구나 직장동료, 가족과 함께 참가했다’고 답한 이가 82%였고, ‘정당·단체·동호회 회원과 함께였다’는 답변은 3%에 그쳤다. 이지호 교수는 “이번 집회는 투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역사적 순간을 보고 즐기는 축제 같은 현장이었다”며 “나도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뒤 맥주를 한잔씩 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 책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와 비교, 분석한 내용도 실렸다. 조사에 따르면 2008년엔 진보-보수 참가율 차이가 3배였던 데 비해 2016년엔 2배에 그쳤다. 특히 중도-보수의 참가율을 비교해보면 2008년 중도 성향의 시민 참가율(10.7%)이 보수(4.9%)의 2배였지만 2016년엔 두 집단 간 참여율 차이가 2%포인트에 불과했다. 표본오차를 감안하면 두 집단 참가율 차이는 거의 없는 셈이다. “‘쇠고기 촛불’은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 반미 성향이 강한 이들의 집회였다면 ‘박근혜 촛불’은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이뤄진 시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이현우 교수) 6월 민주항쟁의 주역이던 386세대, 즉 50대가 ‘박근혜 촛불’의 ‘키 맨(중심인물)’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2008년 당시 40대였던 386세대의 집회 참가율은 12.8%였으나 이들이 50대가 된 후 2016년 촛불집회 참가율은 23.4%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386세대는 1987년 6월 항쟁의 격변기를 경험한 이들입니다. 이전 세대에 비해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등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죠. 나이가 들면서 보수화됐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적 태도는 60대 이상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이지호 교수) 촛불집회는 국민들의 민주주의나 정치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켰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인 2016년 6월엔 ‘민주주의는 다른 어떤 제도보다 더 낫다’라는 명제에 응답자의 52.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이 밝혀진 12월엔 ‘민주주의가 더 낫다’는 응답자가 75.5%로 늘었다. 연구자들은 이를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정치적 시민’의 발견”이라 평했다. “‘정치적’이라는 어휘의 의미를 바꾼 사건입니다. 과거엔 당리당략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됐다면 이젠 민주시민이라면 해야 할 합당한 의무, 역할을 뜻하게 됐죠. 시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해졌고, 정치를 내 삶의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서복경 교수)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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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영만 “만화, 메시지 앞서 일단 재밌어야죠”

    만화가 허영만(70)은 이탈리아 만화가 지피(본명 잔 알폰소 파치노티·52)의 신작 ‘아들의 땅’을 보고 이렇게 평했다. “단숨에 읽었다. 늘 이런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탤 설명이 있나. 당장 만나고 싶다.” 지피는 ‘전쟁 이야기를 위한 노트’(2006년)로 프랑스 앙굴렘 만화축제 최고작품상을 받았고 ‘하나의 이야기’(2013년)로 만화가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 중 하나인 스트레가상 최종심에 올랐다.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그는 ‘지구상의 마지막 남자’(2011년)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는 주한 이탈리아문화원 초청으로 15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신작 ‘아들의 땅’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이 작품은 종말을 맞이한 세계에서 살아남은 아버지와 두 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지피와 허영만, 양국의 두 거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9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지피의 ‘전공’은 그래픽 노블이다. 한 편의 소설에 한 폭의 그림이 덧입혀진 듯한 이 장르는 유럽에서 예술로 분류된다. “제 작품이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을 때 논란이 많았어요. 이후 이탈리아에선 만화를 예술로 보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죠.”(지피) 43년간 만화가로 살아온 허영만은 한국에서 만화는 예술은커녕 ‘불량식품’ 대우를 받았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직후 신문에 만화를 연재할 때만 해도 만화가를 저널리스트로 대우해줬어요. 하지만 1960년대 이후에는 만화를 저질, 불량으로 낙인찍어 버렸죠.”(허영만) 이탈리아에서 예술로서의 만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만화가를 양성하기 위해 1980년대 세워진 전문학교의 도움이 컸다. “심의나 검열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만화가들은 맘껏 표현할 수 있었죠. 좋은 학교에서 교육 받은 만화가들이 혁신적인 글과 그림을 그려냈고 그래픽 노블 붐의 출발점이 됐습니다.”(지피) 지피에 따르면 유럽에서 만화가의 원고는 장(張) 단위로 거래된다. 만화를 예술작품으로 여기는 풍토 덕분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원고도 사는 사람이 종종 있어요. 저 역시 작품을 낱장으로 팔아 생계를 유지한 적이 있었죠.”(지피)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이에 합당한 가치를 매기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정착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상업성만 좇는 한국 만화계의 인식 변화도 선행돼야죠.”(허영만) 예술로서의 만화가 메시지 전달을 위해 본래의 재미를 저버리는 것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경계했다. “메시지부터 시작하면 사람들은 만화책을 집어던질 겁니다. 메시지가 무엇이냐 하는 것은 나중 이야기죠. 재밌어야 손에서 만화를 놓지 않겠죠.”(허영만) “제 관심사는 오로지 이야기를 통해 독자를 감동시키고 만화 속 인물들이 생생하게 숨쉬게 하는 거예요. 만일 독자들이 제 만화에서 메시지를 읽었다면 그건 내재된 저의 세계관일 겁니다.”(지피)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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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뭐든 일단 재밌고 볼 일이다

    영화를 볼 때 사람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게 다르다. 내 경우엔 메시지 혹은 주제의식이었다. 화려한 미장센이나 흥미로운 내러티브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로 영화 ‘곡성’이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을 보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최근 영화 ‘악녀’를 보고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이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와 별개로 화려한 액션만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동감한다. 인물이나 설정은 낡았고 메시지는 진부했지만 장면들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악녀’는 제대로 된 오락 영화였다. 동서고금의 철학자들이 탐구해온 행복의 시작이 결국 오락은 아닐까. 오락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곧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말이다. 행복을 견인하는 ‘마차’ 격인 오락은 아주 근사한 창작임에 틀림없다. 오락을 내려다보는 분위기에서 평생 오락을 만들었던 만화가 허영만의 말이다. “일단 재밌어야 사람들이 눈을 떼지 않을 거 아냐. 그래야만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는 거지.”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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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돌하고 거침없는 용순이… 저질러라, 그래도 응원한다”

    《 “뜨거웠던 시절, 뜨거웠던 아이들의 이야기.” 감독의 표현은 이랬다. “악역이 없는, 따뜻한 인물들로만 꾸며진 영화.” 배우는 이렇게 소개했다. 8일 개봉한 영화 ‘용순’은 엄마가 용을 써 낳았다고 ‘용 용(龍)에 순할 순(順)’의 용순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열여덟 여고생이 겪은 여름날을 그렸다. 사소한 것들도 크게만 느껴졌던 그 시절 이야기를 스크린 속 영상으로 표현해낸 감독 신준(31)과 배우 이수경(21)을 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  주인공은 한창 첫사랑 중인 여고생이다. 실제 성격이 여고생 같다며 자신을 소개한 신 감독이 운을 뗐다. “영화에서 용순이를 표현할 때 의도적으로 ‘소녀’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어요. 여고생은 소녀가 아니에요. 제 생각에 여고생은 가장 에너지 넘치고 작은 것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사실은 참을 줄도 아는 어른스러운 이미지예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배우 이수경은 “용순이는 학교 다녔을 때의 저랑 많이 닮았다”고 했다. “소극적이고 부끄러워하고 당당하지 못한 여고생이 아닌 누구보다 당돌하고 거침없는 여고생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게 저랑 더 잘 맞기도 하고요.(웃음)” 영화에는 용순을 흔드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용순의 첫사랑이자 육상 여고대항전 감독으로 온 체육 교사(박근록)와 죽은 엄마 대신 아빠가 데려온 몽골인 새엄마(얀츠카)다. 사춘기 여고생에게 불어닥친 연애사와 가정사는 가혹하기만 하다.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무뚝뚝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용순이가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필요했고 그게 선생님을 좋아하는 모습으로 투영됐죠. 몽골인을 새엄마로 설정한 건 똑같은 외양에도 불구하고 차별을 겪는 이주민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였어요.”(신 감독)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상영된 한국 독립영화는 48편. 상업영화(108편)의 절반에 못 미친다. 같은 기간 흥행 순위 20위에 이름을 올린 독립영화는 단 한 편뿐이다. 속된 말로 ‘용순’은 돈 안 되는 영화다. “상업영화가 요구하는 장르적 특성, 드물게 흥행하는 독립영화 특유의 사회 비판적 시각 모두 제 색깔은 아니었어요. 양극에서 고민하다 졸업 작품으로 찍었던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 기회가 생겼죠. 모두 잊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기다렸던 영화이길 바랍니다.”(신 감독) 영화를 향한 애정은 감독만의 것은 아니었다. 출연료도 받지 않고 용순이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배우가 있었기 때문. “싱그럽고 아기자기한 일본 영화를 좋아해요. 영화 ‘용순’의 시나리오를 보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떠오르더라고요. 오래 기다렸던 장르의 영화여서 기쁜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어요.”(이수경)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담임선생님과 육탄전을 벌이고 이별을 막기 위해 임신했다며 거짓말까지 하는 용순. 아버지와 새엄마에게 일상적으로 폭언을 퍼붓는 등 갖은 사건 사고를 저지르는 주인공이지만 신 감독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도 난 용순이를 응원한다. 저질러라’라는 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영화를 통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하하.”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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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규석 만화 ‘100℃’ 6월 항쟁 30주년 맞아 재출간

    만화가 처음 세상에 나온 건 2007년. 1987년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이었던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숨진 지 스무 해가 흐른 뒤였다. 당시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만화 ‘100℃(뜨거운 기억, 6월 민주항쟁)’는 누리꾼들부터 큰 호응을 얻어 2009년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 작품이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은 올해 다시 출간된다. 작가는 웹툰 ‘송곳’으로 유명한 최규석이다. 반공 교육을 철저히 받아온 모범적인 대학생 영호와 그의 어머니가 각성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호는 대학 입학 후 처음 5·18민주화운동을 접하게 되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겪으면서 학생운동에 뛰어든다. 빨갱이라 하면 치를 떨던 영호의 어머니도 아들 영호가 구속되는 일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변화한다. 반공정신과 애국심 투철했던 국민이 자유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개인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 대한민국 민주주의 공고화와 대통령 직선제로의 이행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2009년 초판 발간 이후 단권 만화로는 이례적으로 4만 부 이상 판매됐다. 특별한정판으로 발간된 재출간본은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2000부만 한정 판매한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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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성 “증거자료 무궁무진… 위안부 강제동원 입증 더욱 분발해야”

    《‘일본 해군 특경대(特警隊)가 위안부 조달 책임을 맡고 거리에서 마구잡이로 여성을 체포했으며 강제적으로 신체검사를 받게 한 후 위안소에 넣었다. 여성이 위안소에서 탈출할 경우 가족을 체포해 학대했으며 심지어 살해한 경우도 있었다.’2007년 4월 공개된 네덜란드 정보부대 문서 ‘일본 해군 점령기 동안 네덜란드령 동인도 서보르네오에서 발생한 강제 성매매에 대한 보고서’에 기록된 내용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권위자인 하야시 히로부미 간토가쿠인대 교수는 “이 문서는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뒤집을 수 있는 명백한 자료”라고 평했다.》  이 문서를 발굴·공개한 이는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64)다. 일본군 위안부 연구의 권위자인 그가 2004년 펴낸 ‘일본군 성노예제’ 개정판이 최근 출간됐다. 네덜란드 정보부대 문서를 비롯해 다양한 발굴 자료가 실린 저서로 2004년 이후 발굴한 자료들을 추가했다. 5일 연구실에서 만난 정 교수는 “일본 정부의 ‘증거는 없고 증언만 있다’는 입장을 뒤엎을 만한 자료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발굴하지 않아서 그렇지 자료는 무궁무진합니다. 위안부 강제동원을 입증하는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데에 힘써야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국외 자료를 발굴하려는 그의 시도가 무산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대 인권센터에서 여성가족부 지원을 받아 진행하던 ‘일본군 위안부 국외 자료 조사’가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인 지난해 1월 취소 통보를 받았다. ‘제안서가 허술하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였다. 같은 시기 여성가족부는 서울대 인권센터뿐 아니라 나눔의 집,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단체에 지원을 중단해 논란이 됐다. 정 교수는 합의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 학자였다. “1년 넘게 준비한 프로젝트였는데 충분한 설명 없이 취소 통보가 왔습니다. 12·28 한일 합의 이후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바뀐 거죠. 외교 관계를 넘어서 위안부 문제에 관해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게 우선돼야 합니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 합의 재협상’ 공약에 대해 “진작 그랬어야 했다”고 잘라 말했다. “안보·경제·환경 등 많은 분야에 걸쳐 일본이 협력해야 할 이웃 국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피해 할머니들이 세상을 뜨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잘 풀어가면서도 역사적 진실은 철저히 입증하는 투 트랙(two track)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정 교수는 1984년 대학원생 때 일제강점기의 사회 변동에 관한 논문을 쓰며 자연스럽게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게 됐다. 그는 1992년 유엔 인권소위원회에서 한국인 위안부 피해사실을 처음으로 알려 유엔 결의안 채택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 사회 반응은 싸늘했다는 게 그의 회고다. “우리 민족의 창피한 역사를 국제무대에서 드러내는 게 못마땅하다는 반응이었어요. 심지어 몇몇 여성 지식인은 ‘화대 받는 것도 아니고 배상 요구하지 마라’는 막말도 했어요.” 1990년대 초반에 비하면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한국사회의 태도는 진보했지만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로 후퇴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일본 정부의 태도는 바뀌지 않는 상수(常數)입니다. 외교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바꾸려 하기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역사적 사실로 밝히는 일에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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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자’ 개봉, 멀티플렉스 3사 ‘멀티 반응’

    국내 상영관 점유율 2위인 롯데시네마가 동시 개봉만 아니면 ‘옥자’를 상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극장-온라인 플랫폼의 동시 개봉은 영화 산업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선례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옥자’의 넷플릭스 공개 이후에는 재개봉 형식으로라도 극장에서 영화를 틀겠다는 게 롯데 측 입장이다. 메가박스는 “동시 개봉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확답을 유보했다. CGV를 포함한 멀티플렉스 3사는 한때 넷플릭스에 맞서 극장 선(先)개봉을 강하게 요구해 왔지만 롯데시네마가 한발 물러나면서 이들의 공동전선이 무너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옥자’의 국내 배급사 NEW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3사에 공식입장을 밝힐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반면 CGV는 선개봉이 아니면 ‘옥자’를 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최소 상영 기간 1, 2일을 보장하는 방식으로는 협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극장 선개봉 불가라는 넷플릭스의 방침에도 변함이 없다. NEW 측은 5일 “동시 개봉에 대한 극장 사업자들의 고충은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넷플릭스의 동시 개봉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CGV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모기업인 CJ가 극장뿐 아니라 티빙(t-ving) 등 넷플릭스와 유사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어 플랫폼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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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이어 영화제작 나서며 충돌 본격화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비디오와 DVD 대여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및 음악을 실시간 재생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분야의 강자로 올라섰다. 넷플릭스는 ‘릴리해머’(2012년)를 시작으로 마이클 돕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정치 스릴러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를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2019년까지 20여 편의 시리즈를 제작할 방침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영화 제작에까지 나서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잇따른 드라마 성공에 힘입어 넷플릭스가 영화 제작에 눈을 돌린 것은 2015년부터다. 첫 영화는 아프리카 소년병 이야기를 다룬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Beasts of No Nation·2015년)’. 당시 AMC 등 미국의 대형 멀티플렉스 4사는 “영화 유통 배급 체계를 흔드는 넷플릭스에 반대한다”며 극장 개봉을 보이콧했다. 영화 유통 주도권을 둘러싼 넷플릭스와 극장 사업자 사이의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두 번째 영화는 ‘와호장룡’의 속편인 ‘와호장룡: 운명의 검’(2016년). ‘매트릭스’ ‘킬빌’의 무술감독 위안허핑(袁和平)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됐지만, 극장에서 상영된 것은 홍콩이 유일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당시 계약에 따라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었다. 제70회 칸 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영화 ‘옥자’와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감독 노아 바움백) 등 넷플릭스 영화 2편이 경쟁부문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수여한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봉 감독의 ‘옥자’가 호평에도 불구하고 빈손으로 돌아선 것은 넷플릭스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세계적으로 9300만 명, 국내에서는 약 10만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실제 유료 가입자는 훨씬 많지만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성장세는 엄청나다. 2009년부터 8년간 주가상승률은 2476%에 달한다. 2009년 당시 5.67달러였던 넷플릭스의 주가는 현재 163.22달러(5월 31일 기준)까지 상승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한국은 극장 인프라가 잘돼 있지만 세계적으로 극장이나 문화 공간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국가가 많다”며 “넷플릭스가 컴퓨터만 있으면 양질의 콘텐츠를 환경 제약 없이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창구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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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영화관-넷플릭스 힘겨루기… ‘옥자’ 극장 동시개봉 불투명

    《 넷플릭스가 제작비 590억 원을 투자한 ‘옥자’(감독 봉준호)의 국내 극장 상영이 불투명해졌다. 최근 폐막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벌어졌던 극장업계와 넷플릭스의 갈등이 국내에서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옥자’는 29일 190개국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고,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는 봉 감독의 뜻에 따라 극장에서도 개봉될 예정이었다. 》 ○ CGV, “상영 보이콧 가능성 높아” 1일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영관을 가진 CGV 측은 “개봉 2주 전쯤 상영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만큼 시간이 남아있지만 CGV는 ‘옥자’ 상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016년 기준 국내 스크린 점유율은 CGV가 48%로 1위이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합치면 ‘빅3’가 전체 상영관의 91%를 차지한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측은 ‘옥자’의 극장 상영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봉 감독처럼 흥행 감독의 작품은 극장이 알아서 상영관을 잡는 게 일반적이다. ‘옥자’처럼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을 두고 상영 여부를 검토 중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배급사가 ‘옥자’의 개봉 여부를 망설이는 것에는 국내 영화산업 유통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넷플릭스 방침대로 ‘옥자’를 인터넷 플랫폼과 극장에서 함께 공개할 경우 ‘선(先) 극장 개봉, 후(後) 인터넷TV(IPTV) 방송’이라는 전통적 배급 질서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홀드백(hold back) 기간(한 편의 영화가 극장 상영 뒤 IPTV와 케이블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최소 상영 기간)이 3주다. 최소 상영 기간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프랑스(3년), 미국(90일)에 비해 훨씬 짧은 기간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단지 극장 업계뿐 아니라 IPTV와 케이블 등 전통적 배급 체계와 연계된 사업자 전체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쉽게 물러설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플랫폼 등장 받아들여야”아직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넷플릭스 측은 극장 사업자들의 반발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봉 감독의 작품을 오래 기다려온 관객과 '옥자'가 극장에서도 상영되기를 바라는 봉 감독을 위해 동시 개봉을 추진했다"며 "넷플릭스가 직접 투자,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게 통상 원칙"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봉 감독과 관객의 극장 관람 기회 제공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극장 개봉 때 예상되는 수입은 물론이고 동시 개봉으로 화제성이 높아지면 넷플릭스 가입자가 단시간에 크게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봉 감독의 이전 작품인 ‘괴물’(1091만 명)과 ‘설국열차’(935만 명)는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한 바 있다. ‘옥자’의 국내 배급을 맡은 NEW 측은 “아직 협의 중인 상황이라 공식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과 영국에서는 극장에서의 상영 기간에 제한을 두는 것과 달리 한국만 유일하게 극장 상영 기간을 무제한으로 하기로 넷플릭스와 합의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빅3의 갈등은 영화 관람 플랫폼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이미 IPTV와 극장에서의 동시 개봉이 있어 왔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관객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투자 주체가 늘면서 창작자들의 기회가 확대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CGV 측은 ‘옥자’ 상영 여부에 대해 이번 주 안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CGV 결정에 따라 국내 영화계와 관객들 사이에서는 ‘옥자’를 둘러싼 논란이 크게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장선희 기자}

    • 201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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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섀넌 그린 “文대통령, 트럼프와 궁합 안맞을수도”

    “도널드 트럼프는 오랜 동맹국보다 힘을 과시하는 권위주의 성향의 ‘스트롱맨(Strong man)’ 리더들과 어울리는 걸 편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과는 좋은 궁합이 아닐 수 있습니다.” 섀넌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인권이니셔티브 소장이 ‘2017 서울인권콘퍼런스’(한국연구재단·SKK인권포럼 주최) 참석차 방한해 5월 30일 고려대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중도 성향의 CSIS는 브루킹스연구소,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워싱턴에서 유력한 싱크탱크의 하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위원을 지낸 그는 “트럼프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교정책에서 분리시키고 있다”며 “사업만 함께 할 수 있다면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터키 지도자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는 반면 인권을 중시해 온 전통적인 동맹국 리더들과 부드럽지 못한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은 중요한 동맹국 지도자가 ‘미국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건 매우 우려스러운 현실입니다.” 그는 6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는 모든 걸 ‘거래’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문 대통령이 그런 대화에 익숙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민주주의 가치’와 같은 얘기에 대해선 매력을 못 느낄 것”이라며 “트럼프를 칭찬해 주거나 공통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이중잣대가 나타나는 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오바마나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었다면 무시했을 내용인데도 트럼프를 공격합니다. 공화당 지지자들도 이메일 스캔들로 힐러리 클린턴을 그렇게 공격하더니 트럼프가 적국과 기밀을 공유했을 땐 눈을 감고 있습니다. 비판의 잣대를 들이댈 때는 스스로 공평한가를 끝없이 자문하지 않으면 정파적 정치에 휩쓸리게 됩니다.” 그는 인터뷰 중 한국에서 정치인에 대한 ‘문자폭탄’이 직접민주주의의 한 표현 방식이라는 주장이 있다고 하자 “정말인가?”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원들을 압박하는 형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SNS가 좋은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지만 학대와 협박의 창구로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계층이 전체의 뜻을 대변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번 포럼에서 그가 발표한 주제는 ‘극우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권위주의 확산’이다. 그는 극우 포퓰리즘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기저에는 경제·사회·문화적 불만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스트롱맨의 딸(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패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매주 100만 명에 이르는 시민이 시위를 벌여도 체포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극우 성향으로 물들어가는 세계 흐름과 반대로 가는 나라도 있다는 좋은 예시였죠.”이지훈 easyhoon@donga.com·한기재 기자}

    • 20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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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재정권 때 만화 ‘사회악’ 취급… 갓난아기 알몸 그림도 검열”

    ‘대한민보’에 발표된 이도영의 삽화(1909년)로부터 한국 만화는 시작됐다. 그의 만화는 세태를 풍자하고 민중 계몽을 담아냈다고 해서 일제로부터 ‘먹칠’된 채 발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광복 이후에도 검열은 계속됐다. 독재정권은 만화를 ‘6대 사회악’으로 지목해 탄압했다. 1980년대엔 사전검열이 당연한 듯 벌어졌다. 서슬 퍼런 시기, 심의·검열기관에서 주는 상을 거부한 만화가가 있다. ‘골목대장 악동이’ ‘삼국지’ 등 작품으로 유명한 이희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65)이다. 7월 9일까지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빼앗긴 창작의 자유’전을 여는 그를 18일 만났다. 그는 1988년 ‘골목대장 악동이’로 한국도서잡지주간신문윤리위원회가 주는 ‘한국만화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만화의 심의·검열을 관장하는 기구에서 준 상을 어떻게 받느나”며 거부했다. 당시 함께 수상자 명단에 오른 ‘공포의 외인구단’의 이현세 작가와 ‘질 수 없다’의 허영만 작가도 거부 대열에 동참했다. 이 이사장은 “나를 순치(馴致)시키려 상을 주는 것 같아 영광스럽지 않았다. (수상 사실이) 평생 흉터로 남을 듯해 이틀 고민하다 상을 반납했다”고 했다. “만화는 늘 싸구려, 불량, 하위문화라는 인식 때문에 계도의 대상이 되어 왔죠. 부당한 권력이 총칼로 나라를 잡아놓고 정의사회를 구현한답시고 만화를 희생양 삼은 겁니다.” 환상과 허구를 주로 다루던 한국 만화계에서 현실을 그대로 그려온 그는 리얼리즘의 선구자로 불린다. ‘사실’을 쉬쉬하던 시대에 사실주의자였던 그는 걸핏하면 검열의 표적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거미줄’(1982년)이다. “두 쌍둥이 소년이 갓 태어난 장면이었는데 ‘성기가 보인다’는 이유로 심의에 걸렸죠. 모태에서 막 나온 아이들이 기저귀 차고 옷 입을 새가 있겠습니까.” 민주정부하에서도 만화는 여전히 사회악으로 간주됐다. 이현세 작가의 ‘천국의 신화’ 기소 사건이 대표적이다. 1997년 미성년자보호법이 개정되고 ‘불량만화 처벌’ 조항이 생겨났다. 검찰은 “강간, 윤간, 수간 등 비윤리적인 성교 장면이 너무 많고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와 과도한 폭력성 등의 문제가 있다”며 이 작가를 기소했다. “야만적이지 않은 신화가 있나요? 그리스, 중국, 일본 신화에도 이런 이야기는 넘쳐납니다. 문명이 정착되지 않은 야만의 시대였기에 야만적으로 그린 건데 그걸 걸고넘어진 거죠.” 6년을 끌어온 긴 소송은 2002년 법 조항이 위헌 판결됨에 따라 이 씨의 무죄로 마무리된다. 40년을 만화가로 살던 그는 현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으로 동료, 선후배 작가들의 창작 환경을 지원하는 위치가 됐다. 평생을 표현·창작의 자유 확대를 위해 살아왔다는 그는 “자유 확장에 걸림돌이 있다면 하나는 권력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동료이자 식구”라고 했다. “지금은 우리 만화가들에게 큰 자유가 주어지는 편입니다. 자유를 누리려면 책임을 져야지요. 작가로서 소명을 갖고 책임감 있게 만화를 그리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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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백인 동성애자로서 법과 차별을 말하다

    저자는 복합적 정체성을 지녔다. 인종차별 제도로 악명 높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보육원에 보내질 정도로 가난했다. 유능한 인권 변호사로 활약하다 고등법원 판사가 됐지만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동성애자다. 그는 남아공 최고 법원인 헌법재판소 현직 재판관 에드윈 캐머런이다. 남아공은 소수의 백인이 다수의 비백인(非白人)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차별하는 아파르트헤이트의 나라다. 동시에 1994년 세계 최초로 성소수자에게 평등을 약속하는 차별 금지 조항을 헌법에 명시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이중적 법체계 속에서 특권자인 동시에 소수자인 그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았을까. 저자의 경험을 담은 책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백인으로서 비백인 차별에 항거했던 인권 변호사 시절의 경험과 HIV에 감염된 동성애자로서 성 소수자 권익을 위해 투쟁을 벌였던 개인적 역사.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시절 흑인의 이동을 금지했던 ‘통행법’ 폐지 재판, 만델라의 변호사 자격 박탈을 둘러싼 재판, HIV 감염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재판, 에이즈 치료제의 보급을 막았던 ‘민주 정부’와의 법정 투쟁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2014년 영어로 출간됐다가 올해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도 남아공처럼 법치주의를 준수하는 입헌 국가로서, 헌법을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고 적었다. 하나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최근 군사법원은 동성 군인과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동성애자 장교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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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리 심심해도 비주얼은 여전히 압도적

    짙은 눈 화장과 땋아 내린 수염, 거들먹거리는 걸음걸이와 과장된 말투까지. 배우 조니 뎁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매김한 전설의 해적 잭 스패로가 돌아왔다. 24일 개봉하는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전편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2011년)에서 해적선 ‘블랙 펄’호와 선원까지 모두 잃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그에게 바다의 학살자 캡틴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모든 걸 압도하는 화려한 비주얼은 여전하다. 죽은 자들이 물 위를 달려오고 앙상한 가시만 남은 해적선이 해군 함선을 집어삼키는 광경, 둘로 갈라진 바다 아래서 펼쳐지는 전투까지. 129분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8년)에서 무자비한 살인마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살기 가득한 눈빛 연기는 오싹함을 더한다. 비주얼에 비하면 스토리는 심심하다. 저주에 걸려 ‘플라잉 더치맨’호에 갇힌 아버지 윌 터너(올랜도 블룸)를 구하려는 아들 헨리(브렌턴 트웨이츠)와 아버지가 남긴 일기를 들고 뿌리를 찾겠다며 나선 천문학자 카리나 스미스(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잭 스패로의 일행으로 합류한다. 두 젊은 남녀의 ‘아빠 찾아 삼만리’가 스토리의 전부나 다름없다. 동명의 놀이기구를 모티프 삼아 만들었다는 영화답게 놀이기구에 탄 듯한 짜릿함은 느낄 수 있다. 아무 고민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를 보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 (5개 만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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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진구 “왕세자 광해, 그는 백성을 사랑한 지도자”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는 열여덟 살 광해에게 조정을 나눈 분조(分朝)를 맡기고 의주로 피란한다. 왕세자 광해는 아버지가 버린 나라와 백성을 이끌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영화 ‘대립군’(31일 개봉)은 임진왜란 당시 분조를 이끌었던 광해와 남의 군역을 대신하며 먹고사는 대립군의 이야기를 그린다. 24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광해 역을 연기한 배우 여진구(20·사진)를 만났다. “‘광해’는 왕으로서의 권위는 부족했어도 사람을 사랑하는 타고난 품성을 지닌 인물이에요. 정치적으로 노련했다기보다 진심으로 백성을 위하는 군주였기에 호감이 갔습니다.” 영화에서 광해는 백성을 향한 측은지심이 투철했던 지도자로 묘사된다. 왕세자 신분임에도 광해는 백성들과 함께 길에서 비를 맞으며 밤을 지새운다. 조선 중기의 문신 정탁(1526∼1605)이 쓴 피란행록(避亂行錄)에도 기록된 내용이다. “광해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던 지도자라고 생각해요. 어릴 적 비참한 전쟁을 겪었기에 중립외교와 같은 국제정치를 펼친 거죠. 백성을 위해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애민(愛民)의 지도자 광해를 연기한 그가 내년엔 민주화 투사가 된다. 영화 ‘1987’(2018년 개봉)에서 고문으로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 역을 맡았다. “분에 넘치는 역할입니다. 누가 되지 않게만 연기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8세에 영화 ‘새드무비’(2005년)로 데뷔한 그는 이후 주요 방송사 드라마의 주인공 아역을 도맡았다. “드라마 ‘자이언트’ 촬영할 때 유인식 감독님한테 ‘네가 연기한 강모는 어떤 아이인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고 왠지 모르게 울컥했어요. 그때부터 계속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아요.” 올해 스무 살이 된 그는 아역 출신이지만 과거에 갇히지 않는 대표적 배우로 꼽힌다.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2년)로 그는 괴물 신인답게 제34회 청룡영화제, 제33회 영화평론가협회상, 제14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등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아역 출신이라서 팬들에게 제 존재 자체가 추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기분이 좋아요. 앨범 보며 추억을 회상하듯 제 연기를 봐주시는 거잖아요.”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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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열 “남 위해 자신을 불태운 연탄 보고 작품의 영감 얻어”

    《4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하얗게 타버린 연탄에 꽂힌 장미 한 송이. 팻말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뜨거울 때 꽃이 핀다.’ 강남역 사거리 한복판에 놓인 이 연탄꽃은 설치미술가 이효열(32)의 작품이다. 일본군 위안부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재조명하는 ‘목련 꽃할머니’전에 그의 연탄꽃이 전시됐다. 전시가 한창이던 지난달 서울 종로구의 한 갤러리에서 그를 만났다.》  “김복동 할머니가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일을 많이 하셨잖아요. 뜨거울 때 피우는 연탄꽃과 닮았죠. 이런 뜻깊은 전시에 작가로 참여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연탄꽃은 그의 대표작품이다. 다 타버린 연탄에 오아시스(물을 머금은 스펀지)를 넣고 봉오리 상태의 꽃을 꽂아둔 것. 연탄꽃을 처음 만들게 된 건 4년 전인 2013년 겨울이었다. “퇴근길이었어요. 집 앞에 쌓여 있는 연탄이 보이더라고요. ‘연탄은 남을 위해 저렇게 하얗게 불태우고 생을 마감했는데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도 뭘 하고 있나. 저 연탄처럼 뜨거울 때 꽃이 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그가 사는 곳은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이다. 가스보일러가 널리 쓰인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의 가족과 이웃은 아직도 연탄을 땐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연탄과 인연이 깊어요.” “사춘기의 가난은 정말 힘들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마천루가 즐비한 부촌(富村) 한가운데 놓인 그의 집터는 구경거리가 되기 일쑤였다. “아침에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로 집에서 나왔는데 사진 동아리 하는 분들이 그 모습을 찍더라고요. 특별하게 취급당하는 것 자체가 상처였어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은 쉬이 잊히지 않았다. 중학교 졸업식 날, 꽃 한 송이 사올 형편이 안 됐던 어머니는 여동생과 그를 데리고 편의점에 간다. 1000원어치만 고르라고 어머니는 말했지만 그와 여동생은 1000원이 약간 넘는 과자를 골랐다. “그때 엄마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1000원이 넘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그 표정요.”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체육학과에 진학하지만 그는 부상을 당했고 꿈을 접어야 했다. 방황하던 그를 사로잡은 건 우연히 접한 ‘권총 굴뚝’ 광고였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환경오염을 경계한다는 메시지를 그토록 간명하게 표현해 내다니…. 그 광고를 만든 이제석 씨에게 배우고 싶어 무작정 메일을 보냈어요.” 그렇게 광고인으로 살게 됐다. 광고는 재밌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어도 그가 하고 싶은 건 순수예술이었다.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 같은 게릴라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어렵게 들어간 광고회사를 결국 그만뒀죠.” ‘일상을 가장한 예술’을 하고 싶다는 그에겐 연탄꽃 외에도 다양한 작품이 있다. 그의 이름이 수놓인 ‘정류장 노란 방석’이 그중 하나다. “3년 전 사람들의 귀갓길이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건데 지금 200개 정도 될 거예요. 연탄꽃이든 방석이든 사람들이 보고 용기를 얻고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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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 로맨스 영화, 日 지고 대만 떴다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라면 “오겐키데스카(잘 지내나요)?”로 대표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년)를 떠올릴 것이다. 소년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당시 115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러브레터뿐만 아니라 ‘4월 이야기’(1998년) ‘철도원’(1999년) 등은 풋풋하고 순수한 감성을 담아낸 대표적 로맨스 영화였다. 모두 일본 감독의 작품이었다. 이렇게 일본이 주름잡던 로맨스 영화 시장에 ‘대만산(産) 청춘영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화장기 없는 민낯의 교복 입은 남녀, 푸른빛이 감도는 풍경 속 자전거들, 조심스럽고 섬세한 손짓과 표정…. ‘영원한 여름’(2006년)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년) ‘청설’(2009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년) ‘나의 소녀시대’(2015년), 그리고 11일 개봉한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까지. 대만에서 건너온 청춘영화가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세대 청춘영화라 할 수 있는 ‘영원한 여름’의 관객 수는 4507명에 그쳤지만 저우제룬(周杰倫)이 연출·출연해 화제가 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9만 명이 넘게 봤다. 2016년 개봉한 ‘나의 소녀시대’는 40만9689명의 관객몰이를 하는 등 정점을 찍었다. 대만에서 청춘영화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건 2000년대 이후부터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을 거치며 대만 정부는 자국 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검열도 완화됐다. ‘광음적고사’(1982년) ‘샌드위치 맨’(1983년)으로 촉발된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에드워드 양, 허우샤오셴(侯孝賢) 같은 감독의 활동이 두드러지며 대만의 사회와 역사, 정치를 반추하는 걸작이 다수 탄생한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상업성이 약했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시장을 잠식했다. 자국 영화 제작 환경이 위축됐고 소자본·소규모로 짧은 기간 내 큰 위험 없이 제작할 수 있는 청춘영화가 이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대만 청춘영화는 작위적이고 유치한 설정이 다분하지만 청춘을 소재로 하므로 ‘추억 마케팅’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대만 특유의 아름다운 날씨와 풍경도 청춘영화가 인기를 끄는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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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를 재료로 쓴 만화” “의미굴절 노심초사”

    두려워도 계속 ‘소년을 노래하고 싶다’는 시인과 ‘나는 아이가 아니야’라고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이고 싶은 만화가가 있다. 시인은 “만화가의 작품을 위해 시와 이야기를 빌려줬다”고 했고, 만화가는 “의미가 굴절될까 조심스러워 허투루 연필을 잡지 못했다”고 했다. 시구(詩句)를 재료 삼아 만화로 구현해낸 만화시편(Graphic Poem)인 ‘구체적 소년’이 출간됐다. 시와 만화가 만나는 제3의 장르를 탄생시킨 두 사람, 시인 서윤후(27)와 만화가 노키드(본명 김영식·35)를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은 만화가의 작품입니다. 제 작품이 다른 장르와 닿았을 때 이토록 유연해지고 구부러질 수 있어 너무 좋은 기분입니다.”(서윤후) 만화시편 ‘구체적 소년’에 나오는 시 스무 편은 서 씨의 작품이다. 첫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에 수록된 작품 50편 중 일부로 ‘구체적 소년’에 담긴 시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소년성(少年性)이다. “소년이라는 존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위치잖아요. 그때 느끼는 공포감에서 비롯된 감정을 말하고 싶었어요.”(서윤후) 서 씨의 시엔 서사가 있다. 고운 문장으로 구성된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그의 시는 만화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책의 편집자 이지웅 씨는 “서윤후의 시는 묘사어구가 많지 않음에도 읊다 보면 풍경이 그려진다”고 평했다. “서윤후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그림들이 마구 떠올라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고 제안을 받았을 때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죠.”(노키드) 시를 만화로 옮기면서 그는 ‘허니와 클로버’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우미노 지카(羽海野チカ)를 떠올렸다. “주인공들이 대사를 나누는 도중, 컷과 컷 사이에 독백을 넣는 일본 작가예요. 대사 도중 인물들의 생각이 내레이션으로 표현되거든요. 가슴을 뭉갤 만큼 탁월한 기법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시도해보고 싶었어요.”(노키드) 일러스트풍 그림들과 중간중간에 자리한 시구의 조합은 웹툰 작가 이슬아의 표현대로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바쁘게 한다. 이 작품을 위해 두 작가는 시와 그림에 대한 A4용지 20장 분량의 코멘트를 이메일로 주고받았다. “시인이 의도한 바가 있고 이걸 오해 없이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어요. 굴절 없이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모호하고 또 어려웠지만 즐거운 작업이었어요.”(노키드) “오히려 시와 만화의 의미가 어긋나야 재미있지 않을까요? 시를 읽는다는 건 각자 팔레트의 다른 물감을 녹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시를 보고도 저마다 다른 물감이 녹는 게 시를 읽는 재미니까요.”(서윤후)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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