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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러시아 무장시위대가 분리주의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는 크림반도와 같은 러시아 합병과정이 재연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외신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인구 구성이 크게 다른 점이 꼽힌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계 주민이 58%로 다수이며 주민투표 결과 합병 찬성률도 96%에 이르렀다. 반면에 동부지역의 러시아계 주민 비율은 도네츠크 38%, 루간스크 39%, 하리코프 26%로 상대적으로 낮다. 도네츠크에서 9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7%만 합병을 찬성했고 친러 시위를 지지한다는 응답도 26.5%에 그쳤다. 역사적 배경과 전략적 가치도 다르다. 토니 브렌턴 전 주러시아 영국대사는 BBC에 출연해 “크림반도는 오랫동안 러시아 영토였고 또 반도여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명확하게 그을 수 있지만 동부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단언컨대 러시아가 크림반도처럼 동부지역을 합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또 부동항을 보유한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포기할 수 없는 전략 요충지이고 흑해 함대도 주둔해와 러시아가 개입할 명분이 있지만 동부지역은 그런 명분을 찾기 어렵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특수부대를 민병대로 위장해 투입했지만 현재 동부지역의 무장시위대는 ‘진짜 민병대’라고 여러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동부지역에서 친러 시위대가 격렬하게 저항하는 이유를 “5월 25일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지 않도록 러시아 정부가 배후 조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에 동부지역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헌법을 채택하도록 압박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고 덧붙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15일 동부지역에서 친(親)러시아 무장시위대에 대한 진압작전을 시작한 가운데 러시아군의 개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동부 도네츠크 주 북쪽 도시 크라마토르스크 인근의 군용비행장을 탈환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비행장을 지키던 무장시위대원들과 교전이 일어나 4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비행장 통제권을 되찾은 뒤 탱크 60여 대와 장갑차를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크라마토르스크와 가까운 또 다른 도시 슬라뱐스크에도 우크라이나 군이 진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AFP통신 등 외신은 이날 “슬라뱐스크 등에서 러시아 국기를 단 장갑차 6대를 봤다”는 시민들의 말을 인용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정부군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한 위장전술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친러 무장시위대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관공서 11곳을 점거하고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에 맞서고 있다. 또 러시아 최정예 부대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침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탈리 야레마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제45공수연대를 비롯한 군 병력 수백 명을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침투시키고 있다”며 “이들은 주로 도네츠크 주의 도시들에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갑차로 무장한 45공수연대는 특수정찰 및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정찰 연대로 1990년대 체첸 전쟁과 2008년 남오세티야 전쟁, 최근 크림반도 합병과정 등에서 활약한 최정예부대다. 야레마 1부총리의 발언 직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실은 “러시아 군인은 우크라이나에 한 명도 없으며 그 같은 주장은 황당무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진압작전이 시작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갈등의 급격한 확산이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내전 직전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작전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옹호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지역에 군을 파견한 것은 ‘러시아가 쳐 놓은 그물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라는 내부 비판도 나왔다. 페트르 메헤트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15일 미국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정부군이 친러 무장시위대를 진압한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한다면 러시아군이 곧바로 개입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동부 전체를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김기용 기자 kky@donga.com파리=전승훈 특파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장남 유언 블레어 씨(29·사진)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인에 도전한다. 영국 언론들은 유언 씨가 내년 총선에서 노동당 텃밭에 ‘낙하산’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12일 보도했다.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들은 “야심 많은 유언은 노동당이 절대 강세를 보이는 북서부 부틀에서 출마하려 하고 있으며 노동당 수뇌부가 그를 어떤 방법으로 공천할지 다음 달 말까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부틀의 현역 의원인 조 벤턴은 내년 총선에 재출마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으나 그는 현재 81세에 이르는 고령이다. 유언의 출마를 두고 부틀 지역에선 찬반양론이 거세다. 찬성파는 블레어 아들의 출마로 지역의 명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지만 반대파는 부틀 지역이 낙하산 출마를 허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영국 하원의 전체 의석은 650석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기원전 알렉산더 대왕은 “매듭을 푸는 자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예언이 걸린, 누구도 풀지 못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러곤 매듭에 묶여있던 전차를 몰고 세계를 정복했다. 김정은도 그랬다. 누구도 죽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장성택을 전광석화로 처형했다. 장성택이란 매듭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단단하게 얽혀있던 끈들이 한칼에 끊어져 버렸다. 하지만 장의 매듭엔 마차가 묶여있지 않았다. 대신 매듭이 끊긴 자리에 남은 것은 40년 동안 권력의 중심에서 왕재상으로 군림했던 장이 그동안 간부들을 관리한 기록이 담겼을 ‘블랙박스’였다. 김정은은 블랙박스 열기를 잠시 유보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끊긴 끈부터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장성택 연관자는 단호하게 숙청하라.” 김일성 생일인 이달 15일 태양절이 숙청 마감일이다. 김정은의 지시에 흑기사 당 조직지도부와 보위부가 큰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피가 튀었다. 최소 수천 명이 직접적인 숙청을 당했고 가족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우연히 행정부에 발령받았단 이유로 전국의 수천 명 당 간부들은 농촌과 광산에 노동자로 끌려갔고 복권 가능성도 영영 없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살벌한 숙청 상황은 외부에 자세히 중계되지 않고 있다. 외부에서 모르기만 하면 10만 명도 숙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한 김정은은 비밀이 새지 못하게 사상 최대의 정보 봉쇄를 함께 단행했다. 올 초 외국에서 급히 공수된 수많은 최신 전파탐지기들이 국경 일대 산과 골짜기를 물샐틈없이 누비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수십 리를 걸어 먼 산에 오르면 수십 분은 통화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를 갖고 이동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한국과 3분 이상 통화하기도 힘들다. 신형 탐지기로 위치를 확보한 보위부가 어느새 그 지역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4개월이 흘러가 어느덧 15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지금까지 북한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북한 소식통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 윤곽이 대략 드러난다. 장성택의 숙청 사유는 “탐욕스러운 데다 더 놔두면 주인을 해칠 수도 있는 위험한 곰”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때려잡았으니 해칠 위험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죽은 몸뚱이를 뜯어 나누는 것뿐이다. 이는 우리가 왕조 시대에 보았던 역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거물을 역적으로 처형하면 그 뒤에 벌어지는 것은 전리품 다툼이다. 공신들은 역적의 여자들까지 전리품으로 나누었다. 장성택 숙청 이후 가죽과 웅담에 비유할 수 있는 값진 것은 김정은이 가졌지만 남은 고기를 놓고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보위부가 서로 더 뜯어가겠다고 으르렁거리는 형국이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군부이다. 권력의 핵심에서 수십 년을 보내 이런 광경이 익숙한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한발 물러서 겸양지덕의 신공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냐”며 극성을 부리는 부하들 때문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이권을 나눠주면 먹는 식이다. 욕심 부려 많이 먹은 자들치고 오래 못 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물론 최룡해는 현재 실권이 크게 없기도 하다. 한국에선 그를 북한의 2인자로 보고 있지만, 실제 북한에서 최룡해의 실권은 조직지도부와 보위부에 한참 못 미친다. 권력에 반비례해 최룡해의 안전지수는 높아진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숨겨놓은 장의 재산이다. 그가 해외에 숨겨놓았을 막대한 달러는 먼저 찾는 자가 임자다. 공신들은 장의 해외 심복들을 소환해 주리를 틀고 있다. 줄다리기와 흥정으로 신경전이 팽팽하다. 끝까지 불지 않으면 자기 돈이 되지만 대신 목숨은 장담 못한다. 칼날 앞에서 “장의 장부를 주고 목숨을 얻느냐, 아니면 버티느냐”를 따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4개월을 보낸 북한의 장성택 일당 숙청 작업은 죽일 놈, 유배 보낼 놈, 살릴 놈으로 거의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성격이 급한 김정은은 다음 차례로 장성택의 블랙박스를 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은 사람은 김정은밖엔 없을 것 같다. 북한에서 장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고위층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장에게 칼을 휘둘렀던 공신들도 마찬가지다. 장성택은 1990년대 말 조직지도부 1부부장을 지냈고 처형되기 전 10년은 보위부를 통솔하는 행정부장이었다. 최룡해와 장의 인연은 매우 오래되고 깊다. 상자가 열리면 조직지도부 조연준 황병서 부부장, 보위부의 김원홍 부장을 포함해 누구도 안전을 장담키 어렵다. 이들은 속으로 김정은을 향해 “여기까지만”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성격으로 보아 찜찜함을 남기고 여기서 멈춰 설 것 같지는 않다. 누구도 믿지 못해 어린 여동생 김여정을 최근 측근에 둔 것만 봐도 그렇다. 판도라 상자를 연다면 아무 때나 누구든지 쳐낼 수 있는 무기도 얻게 된다. 김정은이 블랙박스에 손을 댄다면 누구보다 장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김원홍 부장이 제일 위험해 보인다. 동료 공신인 조직지도부와 군부에 있어서도 김원홍은 자신들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위험인물이다. 지금 고기를 챙겨 넣기에 바쁜 김원홍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그 스스로도 만인의 적이 될 것이란 점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알렉산더는 지혜와 인내로 풀라는 매듭의 예언을 무시하고 잘라버리는 길을 택했다. 그 과격하고도 조급한 성격 때문이었을까. 그는 세상은 얻었을지언정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얻었던 천하도 죽음과 함께 분열됐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장을 한칼에 베어버린 김정은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주성하 기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하리코프 주에서 친러시아계 주민들이 주정부 청사를 점령하고 독립선언서를 채택한 뒤 러시아에 군 파병을 요청했다. 크림 반도의 러시아 편입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또다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말살하고 국가를 분리·파괴하는 데 목적을 둔 러시아의 시나리오”라고 비난하며 급히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친러 시위대 2000여 명은 6일 도네츠크 주정부 청사를 급습해 점령했다. 이들은 7일 오전 청사 안에서 자체 회의를 열고 도네츠크 공화국 주권선언서를 채택했다. 이들은 기존 도네츠크 주의회를 대체하는 주민의회 구성을 선포하고 도네츠크 공화국 창설과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계획을 밝혔다. 시위대는 5월 11일 이전에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 구성된 주민의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으로 러시아군을 평화유지군으로 파견해 달라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시위대는 주정부 청사 건물 앞에 걸려있던 주 깃발을 내리고 정치 단체 ‘도네츠크 공화국’ 깃발을 게양하기도 했다. 도네츠크 주의 이웃 주인 하리코프와 루간스크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이어졌다. 하리코프 주에서는 6일 시위대가 주정부 청사를 점거했다. 3개 주의 반정부 시위대는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 일정을 서로 조율해 발표하는 등 공동보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경제의 핵심인 동부 3개 주가 독립 움직임에 나섬에 따라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내준 우크라이나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하리코프 주는 면적이 3만1400km²로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과 비슷한 크기다. 도네츠크 주(2만6517km²)와 루간스크 주(2만6684km²)까지 합치면 남한 면적에 가까운 영토가 우크라이나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다. 한편 러시아는 시위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국경에서 약 30km 안에 군대를 집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 주가 제2의 크림 반도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7일 러시아 주가는 4.46% 떨어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현재 도박사들이 평가하는 브라질 월드컵의 한국 우승 확률은 0.5% 미만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월드컵 우승은 대박”이라 말한다 해서 문제 삼을 것은 없으리라. 다만 그 경우 “한국이 우승했을 때의 경제적 효과”부터 계산하기 시작한다면 순서가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도 마찬가지다. 아직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언제쯤 통일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한국 사회엔 통일이 되면 경제규모 세계 8위, 국민소득 8만 달러와 같은 장밋빛 계산만 넘친다. 그렇게 될 확률은 누구도 모른다. 지난 회에서 통일로 초래될 문제점을 칼럼으로 쓴 뒤 독자들로부터 “그럼 최선의 통일방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실 남북이 다 같이 윈윈할 수 있는 최상의 통일방식을 마련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그대로 집행하기가 너무 어려울 뿐이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한국의 통일정책은 일관성을 지키기 너무 어렵다. 정권에 따라 좌와 우로 오간다. 대통령이 지지율과 지지계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이 신뢰가 없다고 하지만, 북한도 5년마다 대북정책이 달라지는 한국 정부를 신뢰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둘째로 통일정책은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불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통일방안을 만들어도 북한은 “저런 방법으로 우릴 무너뜨리려 하는구나”라고 받아들여 기를 쓰고 방해만 할 게 뻔하다. 셋째는 북핵 문제이다. 이상적인 통일방안과 핵을 폐기하기 위한 방안이 상충되면 무엇을 앞세울지를 놓고 한국의 여론이 먼저 분열될 것이다. 북한이 끝까지 핵을 움켜쥐겠다면 아무리 좋은 통일정책도 기를 펼 수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상적인 통일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그것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기가 백배는 더 어렵다. 더 나아가 우리에겐 지금 통일방안조차 없는 상태다. 통일을 떠올릴 때 경제적 대박보다 더 중요한 관심 요소는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개개인들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통일로 국민소득이 8만 달러가 된다고 해도 개개인이 행복하지 못한다면 통일의 의미는 반감될 것이다. 2005년 12월 한국의 무역규모 5000억 달러 돌파 소식이 언론의 톱뉴스로 다뤄졌다. 그리고 불과 6년 뒤 다시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수출규모 7위, 무역규모 8위의 강대국이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 행복도가 2배로 높아졌을까. 시대의 패러다임이 성장과 분배에서 바뀌고 있는 것도 결국 “경제는 잘나간다는데 나는 왜 체감하지 못하냐”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통일 한국 역시 경제규모와 국력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개개인들의 행복으로 쉽게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확신은 할 수 없다. 행복은 인내와 노력 없이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은 남북통일이 되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며 바람을 잡는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로저스홀딩스 회장)의 발언에 환호한다. 허나 우리는 로저스가 아니다. 통일이 되면 대박을 맞을 사람들은 분명히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일단 크게 늘어난 세금 고지서부터 받게 될 것이다. 문화와 사고방식이 너무 다른 북한 주민과 이웃으로 살면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이 외에도 예상되는 어려움은 너무나 많다. 통일은 초기에 남쪽 사람들에겐 경제적 희생을, 북쪽 사람들에겐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정신적 희생을 요구한다. 통일시대의 이상적인 지도자는 국민에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인내하고 결집하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통일은 통합에서 시작해 통합으로 끝나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전쟁의 폐허와 혹독한 가난을 딛고 일어선 민족이니 통일이 되면 어떤 상황도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믿는 낙관론자도 꽤 많다. 나도 이 낙관론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처음은 어렵지만 시간이 흐르면 상황은 어떻든 더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문제도 통일이 되면 의외로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북한 주민들의 소득을 단기간에 끌어올릴까 고민하지만 통일이 돼 북한 주민들이 한국이나 중국에서 일하게 된다면 소득격차는 빨리 줄어들지도 모른다. 다만 장기적으로 북한 지역의 공동화(空洞化)라는 만만찮은 부작용도 있다. 그러니 통일은 닥쳐 봐야 한다.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통일은 싫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 체제의 지속 여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할 수 없다면 충격을 준비하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론 통일 과정을 ‘출산 과정’에 빗대고 싶다. 준비할 때에는 희망과 설렘, 근심의 감정이 교차하는 ‘잉태의 인내’라면 통일의 순간이야말로 분만에 비할 수 있는 엄청난 고통과 혼란의 순간이 될 것이다. 또 통일 초기는 갓난이를 젖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잠을 재우느라 정신없이 보내는 유아를 길러내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흘러 보내고, 하루에도 열 번씩 미웠다 고와졌다 하는 자식의 성장기를 거쳐 오랫동안 함께 부대껴 사노라면 어느 순간 있는 정 없는 정이 들기 마련이다. 자식이 다 자란 뒤에야 비로소 흘러간 세월을 돌이키며 “그래도 자식 낳기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바로 그런 것이 통일이다. 통일 한국이 효자가 될지, 불효자가 될지는 앞으로 우리가 쏟아야 할 인내와 희생에 비례함을 ‘대박’이란 단어와 함께 명심해야 할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터키가 23일 시리아 정부군 전투기를 격추하면서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군 대변인은 이날 TV에 출연해 터키-시리아 국경인 라타키아 지역에서 반군을 폭격하던 시리아군 전투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해 F-16전투기를 발진시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도 이날 “우리 군이 출격해 터키 영공을 침범한 시리아 전투기를 명중시켰다”고 이를 확인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겨냥해 “시리아가 (터키) 영공을 침범한다면 우리의 가혹한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격추된 시리아 전투기는 시리아 영토로 떨어졌고 조종사는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투기는 반군이 점령한 카사브 시를 공격하던 중에 터키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총리가 국내의 혼란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시리아와 터키 관계가 일촉즉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터키는 지난해 9월에도 시리아 M1-17 헬기가 터키 영공을 2km가량 침범하자 경고사격 후 격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한 이후 터키와 시리아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시리아 정부는 터키 정부가 수니파인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통일 논의가 활발하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남북을 다 같이 경험한 탈북 지식인으로서 볼 때 최근의 통일 논단에서 공감이 되는 글을 찾기 어렵다. 시장경제 체제라 그런지 한국의 통일 담론은 대개 경제 논리 위주로 접근해 “대박이다”를 외치며 핑크빛 그림만 그리고 있다. 그래서 직접 쓰기로 결심했다. 통일이 가져올 무수한 문제 중 개인적으로 풀기 어렵다고 보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해 보려 한다.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 통일은 대박보다는 쪽박이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첫째는 통일 이후 북한 지역의 공동화(空洞化)를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해답이다. 통일이 됐다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북한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남쪽이나 외국으로 나가려 할 것이다. 치안 불안이나 처벌 우려 때문이 아니라 외국에서 1년만 벌면 북한에선 엄청날 거액을 벌 수 있다는 단순한 경제논리 때문이다. 한국에 온 탈북자 2만6000여 명 대다수의 탈북 동기도 경제적 이유다. 독일은 통일 10년 만에 동독 인구 5명당 1명이 서독으로 이주했다. 통일 10년 뒤 동서독 임금 비율이 4 대 3에 이르렀는데도 이에 만족을 못한 것이다. 2020년이 되면 동독 인구의 40%가 이주한다는 추정도 있다. 남북의 경제격차는 독일과 비교조차 안 된다. 통일 10년 뒤 북한 임금 수준이 남쪽과 3 대 1 정도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희박하다. 북한의 실업률 역시 동독과 비교조차 안 될 것이다. 그러니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의 몇 %가 해외로 나갈지 가늠조차 불가능하다. 한국에 오는 북한 주민들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내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거대한 수용소를 만드는 것도 답이 아니다. 탈출에 필사적인 그들은 잡히면 운이 나빠 잡혔다고 생각하고 또 내려올 것이다. 그렇다고 탈출이 불가능한 수용소를 곳곳에 만든다면 그런 통일이 과연 ‘대박통일’일까. 만약 북한 주민들은 정 한국에 오기 어렵다면 북송돼도 처벌받을 공포가 없어졌으니 중국으로 갈 것이다. 북한의 공동화가 무서운 이유는 첫째로 북한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 세대와 지식층부터 탈출할 것이라는 점이며 둘째는 해외에 나가 2년만 자리 잡으면 북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통일 후 2, 3년만 지나면 북한은 공동화될 확률이 크며 그 이후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젊은이들이 떠나간 한국 농촌에 천문학적 예산을 퍼붓는다고 경제가 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북한 주민들의 탈출을 막으려면 떠나지 않은 사람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으나 해외에 나가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 되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할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돈 대신에 일자리를 주는 방법도 있으나 그 일자리를 2, 3년 안에 만들어주어야 하니 그게 진짜 문제다. 그러지 않으면 사람들은 빠져나간다. 공장은 빨리 건설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북한엔 전력 철도 도로 항만 통신 등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프라가 형편없다. 통일 뒤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늦다. 그래서 토지와 인력이 거의 공짜인 지금 북한에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은 통일을 대비한 최소한의 보험이 될 수도 있지만 문제는 북한 체제를 연장시킨다며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다. 일리가 있어 더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하지만 둘 다 싫어도 한 길은 선택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둘째로, 차별에 따른 남북의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지도 숙제다. 이는 공동화보다 더 어려운 숙제다. 서독의 TV를 시청하던 동독과 분단 44년 만에 통일한 독일도 지금까지 옛 서독인들은 동독 출신들이 게으르다며 ‘오시(Ossi)’로 부르고 동독 출신은 서독인들이 오만하고 거만하다며 ‘베시(Wessi)’라 부르면서 서로 차별한다. 남북 주민의 사고방식 격차는 독일과 비교조차 어렵다. 탈북자로 한국에서 살아본 경험상 한국의 배타성과 약자에 대한 무시는 심각하다. 남쪽으로 온 탈북자는 스스로 자신이 선택한 길이고, 사회적 소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한다. 그렇다 해도 이미 한국으로 온 탈북자의 10% 정도가 외국으로 다시 떠났다. 북한 주민들이 자의가 아닌 뜻밖의 통일을 맞아 결집된 힘으로 남쪽의 차별에 맞선다면 상상하기 싫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안겨주면 북한 주민들이 고마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먹고사는 걱정에서 벗어난 인간이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차별과 멸시다. 통일 뒤 고맙다는 말보단 당장 북한 땅에서 나가달라는 목소리가 크게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는가. 민족주의가 강한 북한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차별을 받아도 동족에게 차별 받는 것은 견디지 못한다. 상상이 어렵다면 한국에 돈 벌러 간 사람이 없는 집을 찾기 힘든 옌볜을 보라. 중국에서 반한 감정이 가장 높다. 바로 한국의 동족들에게서 겪은 멸시 때문이다. 통일 이후 남쪽 사람들이 북한에서 지금 동남아에서 일부 한국인이 보이는 것과 같은 차별과 멸시를 연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존심 강한 북한 남성들이 딸과 누이들이 돈에 농락당하는 모습을 본다면 왜 이런 통일을 했는지를 후회하며 분노할 것이다. 영호남 갈등도 치유 못하는 남쪽이, 정쟁으로 지새우는 한국 정치권이 이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풀어낼 수 있을까. 그러나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 남북은 다 같이 통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위의 두 가지 문제 외에도 통일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경제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통일은 헤어졌던 둘이 한집에서 함께 사는 것이다. 부자인 남쪽의 입장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만 따지면 억지로 합쳐져도 절대 화목해질 수 없다. 이왕 합쳐 행복하게 살기로 결심했다면 가난하고 자격지심이 많은 쪽을 먼저 의식하고 배려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통일 대박은 잘해봐야 남쪽만의 ‘반쪽 대박’일 뿐이며 또 다른 분단의 시작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8일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보잉 777-200(MH370편) 여객기가 이륙 50분 만에 실종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여객기가 테러 공격을 받아 추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 2001년 11월 12일 미국 뉴욕 JFK공항 인근에 추락해 탑승객 260명 전원이 사망한 아메리칸에어라인 추락사고 이후 최악의 항공 참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 여객기는 8일 오전 1시 31분경 아무런 비상 신호도 보내지 않고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여객기에는 중국인(대만인 1명 포함) 154명과 말레이시아인 38명, 미국인 3명 등 14개 국가의 승객들이 타고 있었으며 한국인 탑승객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도난 여권을 사용해 탑승한 승객 2명이 함께 비행기표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이탈리아 및 오스트리아 국적의 여권을 갖고 탑승했지만 이 여권의 실제 소유자들은 각각 지난해 8월과 재작년에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분실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난 여권을 사용한 2명은 중국 난팡항공에서 함께 항공권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또 같은 항공사에서 8일 베이징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항공권도 예약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유럽 여권 소지자가 72시간 동안 중국을 경유하면 비자가 면제된다. 당국은 이들이 도난 여권을 사용한 경위가 항공기 테러와 관련이 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대변인은 9일 오후 “도난 여권 사용자들이 탑승 수속을 할 때부터 탑승구에 도착할 때까지의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해 신원 확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확인 작업에는 세계 최고의 안면 인식기술을 보유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조사팀도 투입됐다. FBI 조사팀은 도난 여권 사용자와 국제 테러 조직원을 비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도난 여권 사용자 2명 외에도 우크라이나 국적으로 추정되는 유럽 여권 소지자 2명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베트남 비행정보구역(FIR) 진입 직전 사라진 사고 여객기가 쿠알라룸푸르로 회항을 시도했음을 알려주는 레이더 신호를 확인하고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긴급신호를 보내지 못한 점을 두고 조종실을 테러범이 장악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사고 여객기보다 약 30분 앞서 비행했던 말레이시아항공의 또 다른 여객기 기장은 “사고기가 실종되기 직전까지 서로 교신했는데 급박한 구조신호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폭발 섬광을 관측할 수 있는 미국 국방부 감시 시스템도 해당 상공에서 폭발이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여객기가 2년 전 오른쪽 날개를 수리했다는 말과 함께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측은 “열흘 전 정밀 검사를 받았을 때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고기 조종사는 말레이시아항공에서 33년간 조종간을 잡아 온 베테랑으로 알려졌지만 조종 과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 현재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미국 등 각국이 파견한 항공기 20여 대와 선박 40여 척이 추락 가능 해역을 수색하고 있다. 수색팀은 9일 오후 늦게 말레이시아 북부 켈란탄 주의 톡 발리에서 약 10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대형 기름띠를 발견해 이 지역을 정밀 수색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사진이 9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공개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했다. 해당 사진은 9일 오전 베이징(北京)을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중국인이 찍은 것으로 쿠알라룸푸르 도착 약 90분 전에 촬영했다. SCMP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다수의 파편 모습이 담겨 있다. 이 해역은 실종된 여객기가 추락한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레이먼드’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 남성은 자신이 베이징 소재 민간은행인 민성(民生)에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오전 6시 45분 아침 기내식을 먹을 때 창밖을 보니 1만1000m 아래 바다 위에 누런 색종이를 찢어 놓은 것 같은 이상한 물건들이 있어 사진을 찍었다”며 올렸다. 신화통신은 “베트남 당국이 부유물 사진이 찍힌 해역에 헬기 1대를 보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정부는 9일 오후 현재 실종된 비행기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 줄기의 거대한 기름 띠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겉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승자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노출시키며 정치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푸틴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설을 통해 “푸틴의 가장 큰 약점은 러시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이라고 지적했다. 3일 러시아 흑해함대가 우크라이나에 최후통첩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러시아 주식시장의 주가는 10% 이상 폭락했다. 이를 통해 사라진 금액은 600억 달러(약 64조2720억 원). 소치 겨울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푸틴 대통령이 쏟아 부었던 510억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이 하루 만에 증발한 것이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날 루블화의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105억 달러(약 11조2400억 원)를 퍼부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 90분간 통화로 철군을 요구할 때까지만 해도 강경 자세를 고수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600억 달러가 날아가는 것을 본 푸틴 대통령은 다음 날 우크라이나 국경지역에서 훈련하던 병력을 모두 철수시켰다. 이 과정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약점이 하나하나 노출됐다. WSJ는 금융시장 패닉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푸틴의 친구들인 ‘올리가르히(신흥재벌)’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이 3일 전 세계 300대 주식 부자 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부자들의 주식 손실액을 집계한 결과 증발된 600억 달러 중 이들의 재산이 128억 달러나 포함됐다.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테크의 지분 절반을 나눠 갖고 있는 겐나디 팀첸코와 레오니트 미켈손은 회사 주가가 18% 주저앉으면서 32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블라디미르 리신 노보리페츠크철강 회장은 12억 달러, 석유업체 루코일의 바기트 알렉페로프 회장은 9억6000만 달러를 잃었다. 우크라이나와의 군사충돌이 벌어져 서방 국가들이 자산동결 카드를 쓴다면 스위스 미국 영국 키프로스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올리가르히들은 파산 직전에 몰릴 수밖에 없다. 결국 군사작전은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재정적 후원자들을 다 잃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시사주간 타임 역시 4일 “푸틴의 우크라이나 도박은 러시아 국민과 핵심 동맹국들의 외면 및 경제 외교적 위기로 인해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WCIOM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73%가 자국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반대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도 푸틴의 행보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큰 타격을 입는다 해도 이것이 곧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한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의 승리로 연결되진 않는다. 푸틴 대통령이 내상을 입었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크림 반도를 사실상 러시아에 내준 데다 국가의 민심이 양분되는 치명적 ‘외상’을 입었다. 반정부 시위로 친서방 정권 탄생이 유력하지만 러시아의 힘을 목격한 이들이 유럽연합(EU)에 다가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다 러시아가 가스 가격을 올리고 만기가 다가오는 우크라이나 외채 상환 카드를 꺼내 들면 우크라이나 경제는 파산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우크라이나 사태가 교전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3일에는 우크라이나 군을 자극해 교전을 유발하는 행위가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저녁 크림 반도 세바스토폴 인근 군 기지를 100여 명의 무장괴한이 습격해 현지 우크라이나 군 지휘관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위장복과 일반인 복장을 입고 얼굴을 가린 100여 명의 무장 괴한은 기지에 폭음 수류탄을 던졌고 기지를 방어하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공포탄으로 응수했다. 괴한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친러 성향의 무장대원으로 추정된다. 또 이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경비초소들도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창문과 출입문 등이 파손됐다. 이는 6년 전 러시아와 조지아(당시 그루지야) 전쟁 전야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조지아군이 괴한들의 습격에 대응해 실탄을 발사했고 사망자가 발생하자 러시아가 무력을 사용했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 정치적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국가 이익과 시민들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군을 계속 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안드레이 데시차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크림반도에 주둔 중인 러시아 흑해함대를 내보낼 수도 있다”고 맞받았다. 크림에선 긴장이 고조됐지만 러시아와 서방 간에는 대화가 추진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주도하는 진상조사기구와 연락협의체를 설치해 정치적 대화를 시작하자”는 메르켈 총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 승인’ 결의안을 통과시킨 러시아 상원의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의장도 이날 TV에 나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7개국(G7)은 2일 성명을 내고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준비모임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임시정부와 최고 의회(라다) 지도자들과 만나 외교적 해결을 모색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주성하 기자}

1980년대 북한의 한 농촌에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가 고향 방문을 오게 됐다. 마을에선 제일 좋은 집을 내주고 좋은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채워 넣었다. 사업가가 오자 북에 살던 어머니와 형제들은 “수령님 품속에서 이렇게 좋은 집에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별의 순간이 오자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어머니가 불쑥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우린 네가 차라리 죽은 게 나았다.” 사업가는 인민군 포로 출신이었다. 포로 교환 때 북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이를 몰랐던 북한은 그를 전사자로 처리했다. 인민군 전사자 가족은 국가유공자 대우를 받아 대학도 쉽게 가고 간부 승진도 빠르다. 그래서 북에선 출신성분을 따질 때 항일빨치산 가족을 의미하는 ‘백두산줄기’ 다음으로 6·25전쟁 전사자나 참전자 가족을 일컫는 ‘낙동강 줄기’를 꼽는다. 그런데 사업가의 북한 동생들은 형이 불쑥 나타나는 바람에 졸지에 ‘혁명열사 형제’에서 ‘반역자 형제’로 신세가 바뀌었던 것이다. 인민군은 “포로가 되는 것이 최대의 수치”라고 교육받았는데 형이 포로가 된 것도 모자라 철천지원수인 미국에 가서 사업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네가 차라리 죽은 게 나았다”는 어머니의 말은 “너 때문에 이제 네 동생들은 물론이고 조카들까지 망했다”는 뜻이었다. 어머니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사업가 아들은 미국으로 돌아간 뒤 연락을 끊었다. 실제로 형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졸지에 파면을 당한 형제들은 두고두고 푸념을 했다. “이렇게 된 바엔 돈이라도 보내주지.” 그러나 미국에 있다는 형에게 연락할 방법은 없었다. 몇 년 전, 1953년 포로 송환 때 인민군 포로들이 한국에서 준 옷을 벗어던지고 팬티 바람으로 북으로 돌아가며 “공화국 만세”를 외치는 기록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화국이 자기들에게 어떤 가혹한 운명을 안겨줄지 몰랐다. 이들은 ‘귀환병’이란 딱지를 안고 탄광과 제철소 같은 가장 힘든 곳에 보내져 전향 혐의자로 평생 감시 속에 생을 마쳤다. 귀환병 자녀들은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삶을 대물림했다. 북한에선 전사자와 포로를 대하는 태도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1960년대 후반 출신성분 조사를 시작할 때 북한은 전쟁 중 인민군 행방불명자 대다수를 전사자로 인정했다. 초기에 참전해 거의 궤멸된 인민군은 죽었는지 잡혔는지 입증해줄 사람조차 없었다. 이달 20일 열린 1차 이산가족 상봉에는 인민군 포로 출신의 남쪽 상봉자가 2명 포함됐다. 그들의 북한 아들과 형제들은 지금까지는 전사자 가족으로 처리돼 국가의 우대를 받았다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22일 보도했다. 하지만 전사자인 줄 알았던 아버지와 형님이 남쪽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내놓고 “이제 배신자 가족으로 어떻게 사느냐”는 푸념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도청기가 설치된 곳이니 앞으로 닥칠 삶에 대한 걱정 대신 “수령님의 보살핌 속에 행복하게 산다”는 말만 되풀이해야 했을 것이다. 실제로 남쪽 이산가족들 중에는 “내가 북한 입장에선 반동인데 내 존재가 알려지면 혈육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중국을 통해 몰래 혈육을 찾아 나선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넘었으니 고령이 된 북한의 혈육 성분 따윈 개의치 않을 수도 있다. 전사자 가족에게 주는 혜택도 2대부터는 별로 없다. 차라리 요즘에는 자녀들에게 남쪽 혈육을 이어주어 나중에라도 도움 받을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남쪽에 자발적으로 남은 인민군 포로가 있다면 북쪽엔 강제로 남겨진 국군포로가 500여 명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80여 명의 국군포로가 남쪽으로 귀환했다. 이들 대다수는 브로커들이 몰래 빼오는 방식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브로커들은 한국에 가면 엄청난 보상금이 기다리며 나중에 북한 가족도 빼오면 된다고 회유한다. 죽기 전 고향땅을 밟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적잖은 국군포로들은 고령의 몸으로 두만강을 건넜고, 가족을 빼온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요즘은 북한의 집중 감시로 가족까지 데려오기가 여의치 않다. 홀로 남쪽에 와도 평생을 함께 산 가족을 남겨두고 왔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니 몇 년 안 남은 여생이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군포로는 한국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결을 원하는 사안이다. 북한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남았다고 주장하면서 적극적으로 해결할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분에 집착해 실리를 잃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에는 철저히 실리적으로 접근한다. 남쪽의 대북지원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지속됐을 리 만무하다. 이번 역시 남쪽에 ‘배려’를 해줬다고 여기고 대가를 생각할 것이다. 그런 북한이 정작 국군포로가 갖는 파급력은 놓치고 있다. 만약 국군포로 고향방문단을 만들어 남쪽에 보낸다면 한국의 민심이 어떻게 달라질지 북한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남쪽 사람들은 그들이 아오지 탄광에서 학대당했음을 다 안다. 방문 후 북한 가족에게 돌아갈 국군포로들은 말도 조심스럽게 할 것이다. 이제 삶이 별로 남지 않은 80대 후반의 국군포로들이 남쪽 고향에 와서 며칠 지내고 가는 것이 뭐가 두렵단 말인가. 남쪽에서 북한과 등 돌리고 살자는 여론이 커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한으로선 혈육의 정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실리적인 전략이다. 개인적으론 2000년 9월에 대다수가 남파간첩인 비전향장기수 63명을 대가 없이 북송한 것을 대북정책의 가장 큰 잘못 중 하나로 생각한다. 그것이 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만드는 데 기여했는지는 몰라도 사실 남한은 장기수 북송을 북한이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만드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다. 남쪽은 그 좋은 빅 카드를 그냥 버렸다. 북한은 남한이 범한 그런 우(愚)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남쪽과의 협상에서 국군포로라는 빅 카드가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다만 유효기간은 몇 년 남지 않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세계 최대 ‘마약왕’으로 꼽혀온 멕시코의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 로에라(56·사진)가 22일 미국과 멕시코의 공조수사로 체포됐다. ‘엘 차포’는 별명으로 ‘키가 작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의 키는 168cm다. 미국 법무부는 13년간 추적해 온 구스만을 멕시코 태평양 연안 휴양도시 마사틀란의 한 호텔에서 이날 오전 6시 40분경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구스만 검거는 멕시코 해병대가 맡았으며 총격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스만은 멕시코시티 공항으로 이송돼 곧장 수감됐다고 멕시코 당국은 설명했다. 구스만은 미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오사마 빈라덴 다음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2011년 5월 빈라덴이 사살된 뒤에는 세계 최고 수배자가 됐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이번 검거를 빈라덴 사살에 버금가는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구스만은 전 세계에 마약을 공급해온 멕시코 범죄조직 ‘시나로아 카르텔’ 우두머리다. 그는 1993년 체포됐지만 범죄인 인도 명령이 떨어지기 직전인 2001년 1월 멕시코의 과달라하라 감옥에서 세탁물 바구니에 숨어 도망쳤다. 멕시코 아편 재배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 마약 카르텔을 만들었고 잔혹한 방법으로 다른 마약상들을 제거해 10여 년 만에 멕시코 최대의 마약 왕국을 건설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마리화나와 코카인을 팔아 10억 달러(약 1조70억 원) 넘는 재산을 모았다. 포브스가 2009년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프랑스나 베네수엘라 대통령보다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을 관광하던 호주인 선교사가 북한 당국에 체포돼 억류당했다. 호주 일간 오스트레일리안은 북한을 방문한 존 쇼트 선교사(75·사진)가 한국어로 번역된 종교 자료를 소지한 혐의로 17일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1년 넘게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 씨에 이어 또다시 외국인 선교사가 체포된 것이다. 쇼트 선교사는 관광객 신분으로 15일 북한에 입국했다. 그는 부인, 자녀 3명과 함께 홍콩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번이 두 번째 방북이었다. 쇼트 선교사의 부인 케런 쇼트 씨는 AFP통신에 “17일 오전 7시경 북한 경찰이 남편과 중국인 안내인을 데려가며 출국시키겠다고 밝혔지만 끝내 공항에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이 외국인들의 성경 등 종교 서적 소지를 문제 삼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쇼트 선교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전도를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치러진 159차의 피겨 연기 결과를 종합해 “피겨스케이팅에서 러시아 음악에 맞춰 공연했을 때 점수가 더 높았다”고 보도했다. 여자 단체전 쇼트 프로그램 전체 평균 점수는 59.92점이었고 이 중 러시아 음악에 맞춰 연기한 선수의 평균 점수는 72.9점이었다. 반면 재즈나 팝송, 록 음악은 56.32점, 브로드웨이 음악은 62.54점이었다. 이 경향은 남자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 등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에선 브로드웨이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에 나오는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에, 프리 스케이팅에선 아르헨티나의 탱고 거장이 작곡한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각각 연기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필리핀 북부 지역에서 18일 한국인 관광객 1명이 괴한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필리핀에서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이 아닌 한국 관광객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진 것은 처음이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관광도시 앙헬레스에서 한국인 관광객 허모 씨(65)가 이날 오후 7시 45분경 오토바이에 탄 괴한 2명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19일 밝혔다. 허 씨는 함께 관광을 온 지인 3명과 시내에서 좀 떨어진 호텔로 돌아가던 중 괴한들이 쏜 9mm 총탄을 5발 맞고 숨졌다. 당시 허 씨는 일행과 좀 떨어져 뒤에서 따라오다 총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씨의 일행인 이모 씨(37) 등 다른 한국인들은 급히 현장을 벗어나 화를 면했다. 달아난 범인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으며 살해 동기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조숭호 기자}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국경 검문소에서 16일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버스가 폭탄 공격을 받아 현지 한국인 가이드 제진수 씨 등 한국인 2명과 현지인 운전기사를 포함한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서울 종로 소재 기독교전문 D여행사가 모집한 한국인 관광객 31명 등 총 35명을 태운 버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차에 타고 있던 한국인 관광객 31명은 충북 진천 중앙교회 신도로 이들은 10일 이 교회 김동환 담임 목사의 인솔로 현지 성지순례차 이스라엘과 이집트 여행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주(駐)이집트 대사관을 통해 이집트 정부 당국과 접촉하는 한편 대사관 소속 외교관을 현장으로 급파해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BBC와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이날 오후 2시 40분(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 있는 유일한 국경 검문소인 타바 검문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일부와 이집트인 운전사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10여 명의 부상자 중에는 중상을 입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테러는 한국인들을 태우고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버스가 시나이반도 관광을 마치고 이스라엘로 돌아가기 위해 국경에서 약 250m 떨어진 이집트 타바 검문소에 도착한 직후 발생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테러 발생 장소는 이집트 지역이지만 이스라엘 병원으로도 사상자를 이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 등은 차량 폭탄 테러로 추정했다. 하지만 아랍 온라인 뉴스 매체인 ‘알 아흐람’은 이번 공격이 버스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공격을 지난해 7월 군부 쿠데타로 실각해 체포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지지자들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무르시 전 대통령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이집트 공격을 방조한 혐의 등으로 9일 처음으로 법정에 선다. 이번 공격은 재판에 항의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 내륙은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경보 3단계(여행제한) 지역으로 긴급용무가 아니면 귀국을 권유할 만큼 치안이 불안정한 곳이다.주성하 zsh75@donga.com·박희창·조숭호 기자}

북한의 유명 배우 40여 명이 장성택 측근으로 분류돼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25호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복수의 대북소식통들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조선예술영화촬영소와 평양교예(곡예)단, 만수대예술단 소속 배우들이 지난달 17일 두 대의 대형 호송차에 실려 수용소에 수감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들 중에는 이익승 류진아 등 북한의 최고 배우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승은 북한 영화사상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민족과 운명’ 시리즈에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역을 맡아 배우의 최고 명예인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다. 그는 2012년 2월 북한이 최초로 제정한 김정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장성택 일당에게 여배우들을 알선해 줬다는 죄명으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류진아는 모란봉 악단 최초의 공훈배우로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와 함께 지냈던 가수다. 그는 장성택의 연인이란 이유로 숙청됐다고 RFA는 전했다. 북한에서 ‘수성교화소’로 불리는 25호 수용소는 ‘1급 정치범’들만 수감되는 곳이다. 현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가 연루된 1990년대 말 청년동맹사건 때도 ‘중앙청년예술선전대’ 여배우들이 최룡해에게 성 상납을 했다는 이유로 수감됐던 것으로 전해진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라오스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한국 대학생이 9일 북부 루앙프라방의 관광 명소인 쾅시 폭포 주변에서 물에 뛰어내렸다가 익사했다. 서울 K대에 재학 중인 A 씨는 방학을 맞아 친구 6명과 함께 라오스 현지에서 2주간 봉사활동을 한 뒤 귀국 전 해당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353년부터 18세기까지 라오스 수도였던 루앙프라방 지역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특히 쾅시 폭포는 주변의 열대우림과 함께 뛰어난 절경으로 유명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물살이 빨라 익사 사고가 잦다. 2011년 7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말라리아 자문관이었던 가천의대 박모 교수가 이곳에서 숨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