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中에 나선부두 빌려준적 없다”… 50년 사용권 전면 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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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북한 경제]
장성택 처형 후 14개 경제특구 지지부진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임차해 사용 중인 나진항 3호 부두. 중국 기업이 사용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1호 부두는 북한 당국이 임대 사실을 부인했다. 사진 출처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홈페이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임차해 사용 중인 나진항 3호 부두. 중국 기업이 사용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1호 부두는 북한 당국이 임대 사실을 부인했다. 사진 출처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홈페이지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경제에 심상찮은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외부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중(對中) 무역이 크게 줄어든 데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특구 조성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중국 해관(海關·세관)에 따르면 올해 2월과 3월 북-중 교역량은 지난해 대비 각각 14%, 13% 감소했다. 특히 대중 수입이 21%씩 감소했다. 이러한 수입 감소는 원유 수입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둥(丹東) 등지의 대북 무역상들은 일반 물품의 수요도 크게 줄었다고 전한다. 한 무역상은 “올 들어 북한 측에서 요구하는 물품 주문이 급감해 다들 개점휴업 상태”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무역 라인이 개편되는 과정에서 몸을 사리는 측면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대북 사업가는 “수년간 거래하던 북한 회사 사장이 장성택 사건 이후 처형됐다”며 “밀린 결제 대금을 받을 데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거래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를 관장했던 장성택이 갑작스럽게 사라지면서 북한이 의욕적으로 발표한 14개 특구는 아직까지 진척 상황이 없다. 다롄(大連)의 한 대북 사업가는 “장성택은 특구를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끌고 갈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 그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조율할 세력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3차 핵실험 이후 강화된 대북 제재도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최대 후원국인 중국도 북한을 다각도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외부에 알려진 제재 외에도 북한으로 가는 자국민의 현금 소지량까지 제한하고 있다.

나진-선봉(나선) 경제특구의 금삼각주은행 직원은 홍콩 펑황(鳳凰)위성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해관이 중국인의 북한 입국 때 현금을 2만 위안(약 330만 원)까지만 갖고 갈 수 있게 규정했다. 북한 은행과의 외화결산을 불허하는 데다 현금마저 제한하다 보니 중국인 투자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북한의 재정과 통치자금이 말라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매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북-중 접경 지역에선 북으로 들여보낼 화물이 폭증해 트럭을 구하기 어려웠지만 올해는 빈 차가 많았다. 선양(瀋陽)의 한 대북 소식통은 “함경도 일대에서는 공무원 월급이 7개월째 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심각한 연료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석유가 고갈되다시피 해 당국이 최근 오토바이 (주행) 단속령을 내렸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중국산 오토바이가 많이 보급됐고 오토바이 소유주들은 장마당에서 암거래를 통해 석유를 구매해왔다.

북한이 2012년부터 추진해온 이익잉여 처분 등 경제개선 조치도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펑황TV에 따르면 중국은 나선 경제특구에 고효율농업시범구를 조성해 여기서 나온 작물 중 정부 귀속분을 뺀 나머지를 처분하고 있다. 사오중우(邵忠武) 시범구 서기는 “북한이 중국 측 인원과 농업 설비의 유출입을 제한하는 등 시범구 외 기타 농업지역에 새로운 기술 보급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단둥=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주성하 기자
#북한 경제#나선부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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