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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제재가 북한의 태도를 반드시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제재들이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돈줄을 끊을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5일(현지 시간) 미국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기한 추가 대북 제재 결의의 목표는 북한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쓰이는 돈줄을 차단하는 데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헤일리 대사는 돈줄 차단을 위한 구체적인 추가 수단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4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11일 표결에 부칠 것을 제안하면서 중국 등 북한 원유 공급처를 차단하는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원유 공급을 차단할 경우 북한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난색을 보여 표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동부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중반 한인 A 씨는 부모 손에 이끌려 어린 시절 미국에 온 ‘드리머(Dreamer·미국 체류가 허용된 불법체류자 자녀)’다. 불법체류자인 부모와 형제들은 최근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그는 21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영주권 취득 특례 대상에서 제외됐다. A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자리도 얻었다.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도입한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다카)’ 덕분이었다. 2년에 한 번씩 노동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빼고는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A 씨는 내년 3월 이후 미국을 떠나거나 일자리를 잃고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 살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5일 “다카는 위헌”이라며 폐지를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혼란을 막기 위해 6개월간의 유예 기간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의회가 이 기간 안에 다카를 입법화하지 못한다면 80만 명의 미국 내 드리머는 추방될 위기에 놓인다. 다카 폐지로 미국 내 1만5000명의 한인 ‘드리머’의 운명도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다. 이날 미국 한인 이민 전문 변호사 사무실에는 다카 적용을 받는 한인 청년들과 부모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3월 5일 이후에는 다카에 따른 노동허가의 갱신이 불가능하다. 유예 기간에도 신규 신청은 받지 않고 연장만 해준다. 연장 신청도 10월 15일까지 해야 한다. 뉴욕과 뉴저지에서 활동하는 박제진 변호사는 “다카 폐지로 추방을 피하려면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구제 방법이 없다”며 “대상자들이 유예기간 안에 미국 의회가 입법을 해주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카 폐지 결정에 대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집단 반발하는 등 비판 여론도 들끓고 있다. 다카에 서명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성명에서 “(드리머) 젊은이들은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타깃으로 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백악관이 이 젊은이들에 대한 책임을 의회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멸적(self-defeating)’ ‘잔인한(cruel)’ 등의 수식어를 동원해 트럼프 행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미국 정치에서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드리머들은 서류만 빼면 생각이나 마음이 모두 미국인”이라며 “대통령으로 재임 중 의회에 그들이 합법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법안을 요구했지만, 그런 법안은 나오지 않았다”며 의회의 책임도 물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하게 규탄하고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45분부터 4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통화에서 “이제는 차원이 다른,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 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대응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특히 한미 정상은 한국군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해 북한에 대한 한국군의 자체 공격 역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4일(현지 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강력한 새 대북 제재안 논의에 착수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유엔 안보리의) 24년간 노력에도 북한 핵프로그램은 더 발전했고 위험해졌다”며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the strongest measure)를 채택해야 한다”고 유엔 차원의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다. 헤일리 대사는 “김정은은 핵보유국의 책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핵 위협이 전쟁을 구걸(begging for war)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김정은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연쇄 도발을 벌이는 데 격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추가 대북 제재 과정에서 대북 원유 공급 등에 전격적으로 찬성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미국은 3일(현지 시간)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을 ‘완전히 전멸(total annihilation)’시킬 군사옵션이 있다며 전례 없는 군사적 위협을 날렸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후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란 나라를 완전히 전멸시키는 것을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많은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두고 보자(We‘ll see)”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를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를 꺼냈다.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고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국이 주요 타깃이지만 그 밖의 나라도 북한과 거래를 하면 정상 거래와 불법 거래를 막론하고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와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중국이 도우려고 하지만 성과가 거의 없다”며 중국이 북한에 더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대북 경제 제재의 새로운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재무부가 북한의 외화벌이나 돈세탁에 관여한 중국의 대형 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려놓는 데서 나아가 식량 등 일반 교역 기업과 은행까지 손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 국가는 물론이고 그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도 제재하는 수단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의 효과는 이란에서 입증됐다. 2010년 미국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이 확정되자 이란은 수출 길이 막혀 경제난에 허덕였고 5년 뒤인 2015년 결국 핵협상에 서명했다.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 제재로 해석된다. 북한 교역의 90%가량을 중국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기업이 받을 영향과 중국의 통상 보복을 우려해 앞선 북핵 위기 때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은근히 시사하면서도 실제 시행에 나서진 못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올해 1월 상원 인준청문회 과정에서부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7월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세컨더리(보이콧) 옵션을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말로만 중국을 겁줬던 미국의 태도가 더 구체적이고 강경해진 것은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을 통해 북한을 최대한으로 압박해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움직여야만 하는데 중국이 말을 듣지 않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앤서니 루지에로 전 미 재무부 부국장은 지난달 25일 폭스뉴스 기고를 통해 “중국 은행은 불법 네트워크 운용에 필수적 역할을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을 타깃으로 압박을 강화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가 미중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고 나아가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 역시 미국이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제프 플레이크 미 상원의원(공화)은 CNN에 출연해 “북한과 관련해 미국이 갖고 있는 좋은 옵션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므누신 장관이 꺼내든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는 4일부터 시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새 대북 제재 협상 과정에서 중국을 압박해 대북 원유 공급 차단 또는 감축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강 장관도 국회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협의 사실을 공개하면서 “유엔 안보리 협상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인 제재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부분은 저희와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조은아 기자}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전멸(annihilation)’이라는 초강경 용어까지 언급하면서 대북 군사옵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오후 3시 45분(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 소회의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 나타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뒤에는 대장 계급장이 달린 카키색 해병대 정복을 입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매티스 장관은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성명을 1분 15초간 발표했다. 현장 생중계를 지켜보던 미국 CNN 출연자는 “좀처럼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국방장관과 군복 차림의 합참의장이 함께 등장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분석했다. 최대 규모의 북한 핵 도발을 미국이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SC 참석에 앞서 교회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가 “북한을 공격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지켜보자(We’ll see)”는 짧은 답변만 내놨다. 이어 트위터를 통해 “그들은(북한은) 하나만 오직 이해한다”며 대화보다 대북 군사 대응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모든 대북 군사옵션을 보고받고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 ‘엄청난 군사적 대응’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 ‘전멸’ 등의 용어를 써 가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매티스 장관의 성명은 백악관의 엄중한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라는 한 나라의 완전한 전멸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많은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다”며 성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군사옵션을 실행하려면 걸림돌이 너무 많다. 우선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50km 떨어진 서울을 향해 북한이 대량 보복 공격을 할 경우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국 전역에 거주하는 미국 민간인의 대피도 선행돼야 한다. 또 대북 군사 행동에 앞서 패트리엇(PAC-3) 미사일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대북 방어 전력은 물론이고 증원 병력과 2개 이상의 항모전단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이 사전에 유출될 경우 선제타격 효과가 사라지고 한국 경제와 대외신인도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도 대북 군사옵션의 한계와 취약점을 꿰뚫어 보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핵·미사일 폭주를 강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정은의 ‘핵 맹신’도 주목할 대목이다. 5대 핵 강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과 사실상의 핵보유국(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처럼 핵무장을 하게 되면 어떤 나라도 북한을 건드릴 수 없다고 김정은은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5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1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4개 부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4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4명씩 참여해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진행됐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 》 ▼강의 약속 지키려 靑 오찬요청 거절… “조용히 나의 길 걸었을 뿐”▼[교육]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7)가 잠시 공연, 도서 윤리위원을 맡았던 때의 일이다. 당시엔 전두환 대통령과 신군부가 집권해 나는 새도 떨어뜨릴 위세였다. ‘대통령과 윤리위원들 오찬이 있으니 일주일 뒤 청와대로 들어오라’는 연락이 왔다. 마침 그 시간에 다른 대학에 강의 일정이 있던 김 교수는 “학생들과 한 약속을 어길 수 없어 못 간다”고 했다. 오찬 거절 뒤 윤리위원에서 해임됐다는 전화가 왔다. “잘됐다”는 게 그의 답이었다. 평생을 교육자로 헌신한 김 교수의 성품을 보여주는 일화다. 그는 중앙중고교에서 연세대로 옮기면서 ‘다른 데 눈 돌리지 말고, 교수다운 교수로 평생을 살자’고 다짐했다. 연세대에서 보직을 맡아 달라는 총장의 요청에도 다른 교수를 그 자리에 추천하면서 자신은 사양했다. “중앙학교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 선생을 5, 6년 동안 가까이 뵈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그중 중요한 게 전체를 위해 자신보다 유능한 사람을 밀어주는 것과 편 가르기를 경계하는 것이었어요. 그게 아무나 잘 안 되는데 왜 인촌 선생은 됐느냐, 애국심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도 그렇고요.” 김 교수가 중앙중고교와 대학에서 길러낸 후학들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 유수 대학에서 학자로 성장했다. 중앙중 시절 제자들은 여든이 넘은 이들이 적지 않다. 제자들의 귀가 먼저 어두워지기도 하지만 사제간의 정이 지금도 돈독하다. 책에 ‘○○군에게’라고 써서 제자에게 선물하면 여전히 어린애처럼 좋아한다는 게 노교수의 말이다. 대학에서 정년퇴직하면서 김 교수는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의 마음으로 사회에서 일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강연과 저술을 통해 오늘날까지 ‘사회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근간 ‘백년을 살아보니’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을 뿐 아니라 올해, 내년, 그리고 한국 나이로 백 살이 되는 후년에도 각각 한 권씩 신간을 출간할 예정이다. “제자들이 70대 중반쯤 되니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기도 하더군요. 저는 그 나이 때가 삶에서 제일 좋은 성숙기였습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수상 소감을 묻자 김 교수는 “조용히 나의 길을 걸었을 뿐 별다른 업적이 없는데, 왜 나에게 상이 돌아왔는지…”라고 말했다. 이내 그는 “6·25전쟁, 4·19, 민주화… 내가 살아온 100년이 우리 민족에게도 참 어려운 시간이었는데, 그동안 사회에 여러 책임을 지고 사느라 고생 많았다고 인촌 선생이 위로해주시는 것 아닌가 싶다”며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 공적 1947∼1954년 서울 중앙중고교에서 교사와 교감으로 재직했고, 이후 1985년까지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철학을 통해 한국 교육과 문화 발전에 헌신했다. ‘헤겔과 그의 철학’ ‘종교의 철학적 이해’ 등 저술 90여 권을 냈다. 타계한 안병욱 김태길 교수와 함께 ‘3대 철학자이자 수필가’로 불렸고 6·25전쟁으로 상처받은 국민과 젊은이들의 실존적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했다는 평가다. 중앙중고교 시절 설립자인 인촌 선생의 애민정신에 감명 받아 인촌의 교육 헌신을 현장에서 실천했다. 대학에서도 직책을 사양하고 후학 양성과 연구에 전념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앉아 있으면 학생이 되고, 서 있으면 선생님이 된다’는 신념으로 대학 강단을 떠난 뒤에도 사회의 강단에서 왕성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대표’ 대관령음악제 산파… “내년엔 ‘인천뮤직’ 판 키울것”▼[언론·문화]강효 美 줄리아드음악원-예일대 음대 교수“최고 수준의 예술축제가 있는 나라는 매력과 힘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강효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및 예일대 음대 교수(73)의 오랜 꿈은 2004년 강원도 평창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열매를 맺었다.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만난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약 30년간 애스펀음악제에 교수로 참여하며 폐광촌 애스펀(미국 콜로라도주)이 세계적 음악도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예술총감독을 맡아 7년간 활동한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애스펀처럼 세계 수준의 음악가 공연을 소개하고 젊은 유망주들에게 레슨 기회를 주는 ‘국가대표 음악제’로 성장했다. 음악가의 꿈과 교육자로서의 소명이 마침내 앙상블을 이룬 것이다. 강 교수는 인촌상을 수상하게 된 소감에 대해 “문화와 인재 양성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한 인촌 선생의 이름을 딴 큰 상을 받게 돼 무척 영광”이라며 “음악 활동을 하면서 같이 일하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서울대 음대와 줄리아드음악대학원을 나온 강 교수는 1994년 한국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젊은 연주자로 구성된 현악 실내악단인 세종솔로이스츠를 창단해 국내에 실내악 붐을 일으켰다. 세종솔로이스츠는 창단 이후 23년간 세계 120개 도시에서 500차례 이상 공연을 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초대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제자들의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강조하는 그는 음악 영재를 세계적 음악가로 키워내 ‘천재들의 스승’으로 불린다. 지금도 일주일에 사흘씩 뉴욕 줄리아드음악원과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의 예일대를 오가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는 청년들을 위해 탄탄한 기초와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마음가짐, 연주실력, 지식 등이 얼마나 준비됐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성장 시기가 다르다”며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에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것만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해지면 하는 일이 재밌어집니다. 결과도 좋아지죠. 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요.” 강 교수는 올해 처음 열린 ‘인천 뮤직 힉 엣 눙크(hic et nunc·‘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의 라틴어)!’의 예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음악계의 흐름을 소개하는 이 행사를 내년에 더 키워볼 계획”이라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공적40여 년간 바이올린 연주자, 교육자, 예술감독의 길을 걸었다. 길 샤함, 김지연, 장영주 등 음악영재를 세계적 음악가로 키워내 ‘바이올린계의 스승’으로 불린다. 1985년 동양인 최초로 세계적 음악 명문대인 줄리아드음악원 정교수가 됐고 2008년 예일대 음악대 정교수로 임용돼 1000여 명의 음악인을 길러냈다. 7년간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총감독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대표 음악제로 키웠다. 1994년 현악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를 창단해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저변을 넓혔다. 미국 CNN은 세종솔로이스츠를 ‘세계 최고의 앙상블’ 중 하나로 평가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은 세종솔로이스츠 공연을 보고 감탄해 세 차례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2003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영미문학비평-사전학 큰 족적… “우리말에 깊은 관심 갖길”▼[인문·사회]이상섭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수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아버지, 형제들과 우리말에 대해 이야기하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1일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만난 이상섭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80)는 우리말 사전 편찬에 큰 획을 긋게 만든 동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교수의 아버지는 평양요한학교 교장, 연세대 신학과 교수를 지낸 이환신 목사(1902∼1984)로 자녀들에게 우리말을 정확히 사용해야 한다고 가르치며 수시로 우리말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덕분에 이 교수는 어려서부터 주변 사람의 말을 듣거나 가게 간판, 현수막, 글 등을 볼 때 유심히 살피는 게 버릇처럼 굳어졌다고 한다. 이 교수는 수상 소감으로 “인촌 선생은 먹고살기도 힘겨웠던 이 땅에 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 수많은 씨앗을 뿌렸던 선각자였다”며 “말할 수 없이 기쁘면서도 이처럼 큰 상을 과연 내가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몇 번이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미문학비평과 사전학, 언어학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다. 활발한 비평 활동을 하며 문학비평용어를 우리말 의미를 잘 살려 엮은 ‘문학비평용어사전’을 편찬했다. 우리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실제 사례를 소개한 첫 사전인 ‘연세한국어사전’을 발간해 우리말 활용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학창 시절 영한사전 대신 영영사전을 보며 공부했어요. 옥스퍼드 사전과 달리 우리말 사전은 단어의 용례가 없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나중에 제대로 된 우리말 사전을 꼭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는 연세한국어사전을 만들기 위해 15년간 영국 학자, 출판인, 서점 관계자 등과 꾸준히 교류하며 조언을 구했다. 퇴직 후에는 10년간 매달린 끝에 셰익스피어 전집 번역을 완성했다. 기존 문어체 번역과 달리 네 글자씩 우리말 운율을 맞추는 4·4조를 창의적으로 자연스럽게 살려 옮긴 것. 출판계에서는 한국어판 셰익스피어 전집이 일본어판의 영향에서 벗어나 영어 문화의 정수를 맛보게 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한다. “셰익스피어는 연극이나 낭송을 위해 작품을 썼어요. 내용 못지않게 리듬이 중요하죠. 문어체가 아니라 운율이 있는 글로 번역해야 원서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습니다.” 평생 연구와 글쓰기에 매진하며 학자로서 외길을 꼿꼿하게 걸어온 이 교수는 “우리말을 충실하게 잘 구사하다 보면 외국어를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우리말에 대해 보다 깊은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적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에머리대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지내며 자기만의 색깔이 또렷한 비평을 많이 남겼다. ‘언어와 상상’, ‘역사에 대한 불만과 문학’ 등 저서를 통해 언어 활용에 대해 고찰했다. 외국어 문학비평 용어를 우리말 특성에 맞게 정리한 결과를 엮어 ‘문학비평 용어사전’으로 편찬했다. 영문학자이면서도 우리말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우리말 사용의 실제 사례를 처음 넣은 ‘연세한국어사전’을 편찬했다. 국내 최초로 말뭉치 수집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시작해 사전학과 언어학 발전에 기여했다. 정년퇴임 후 셰익스피어 전집을 우리말 운율에 맞춰 옮긴 것은 독창적이면서도 탁월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보관문화훈장, 대한민국문학상, 외솔상 등을 받았다. ▼암세포 표적치료 획기적 성과… “항암제 부작용 크게 줄어들것”▼[과학·기술]김종승 고려대 화학과 교수“개인적으로 크나큰 영광이다. 연구팀 모두가 지난 10여 년간 한 분야만 연구한 결과를 인정해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암과 싸우며 고통당하는 환자들에게 공헌할 방법을 찾기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다.” 인촌상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인 김종승 고려대 화학과 교수(54)는 암 세포에만 약물을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그 과정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약물 전달 복합체’ 연구로 세계 화학계에서 주목하는 연구자다. 그의 오랜 연구가 집약된 결과는 세계적 화학저널인 미국화학회지(JACS) 8월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암 세포를 치료할 물질을 담을 수 있는 약물 전달 복합체를 유기화학합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김 교수는 “암 세포에만 항암제를 실어 나를 배를 만든 것으로, 모든 항암제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 항암제 치료는 필수다. 그러나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역질이 나는 등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 부작용이 현격히 적은 표적치료제도 있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암 종류는 적다. 김 교수의 연구는 박사 과정 시절인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각종 가스나 병원균 등을 화학적으로 찾아내는 ‘화학센서’를 연구했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 이런 탐색 기술을 의학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예 암 세포를 추적해 약물을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암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테라그노시스(Theragnosis)’ 개념을 적용한 연구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다. 테라그노시스는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의 합성어다. 암 세포를 추적하고 약물을 전달하는 표적치료 물질에 대한 연구는 2012년부터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화학회지에 표지논문과 주목할 논문으로 관련 기술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2012년 당시에는 암 세포를 추적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물질의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지만 5년이 지난 올해에는 그 약물 전달 물질을 유기화학합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데도 성공한 것이다. 연구는 곧 실용화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교수는 “5년 안에 임상시험을 종료하고, 10년 후에는 상용화까지 끝마쳐 병원에서 환자 치료에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적공주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화학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테크대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건양대와 단국대 교수를 거쳐 2007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임 중이다. 2009년부터 정부의 연구개발사업단인 ‘발광센서 재료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저널에 논문 300여 편을 게재하고, 국내외 특허 40여 개를 출원하며 관련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과 ‘지식창조 대상’을 2013년 3월과 11월에 잇달아 받았다. 2015년엔 김 교수의 연구 성과가 미래부 선정 ‘우수연구 100선’의 최우수 성과에 뽑혔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자 대한화학회 부회장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 제31회 인촌상 심사위원(가나다순)▽교육 △위원장 정진곤 전 민족사관고등학교장 △위원 나승일 서울대 교수, 신현석 고려대 교수, 조영달 서울대 교수▽언론·문화 △위원장 윤영철 연세대 교수 △위원 김영나 서울대 명예교수, 우찬제 서강대 교수, 최맹호 전 동아일보 부사장▽인문·사회 △위원장 박찬욱 서울대 부총장 △위원 이재열 서울대 교수,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 주경철 서울대 교수▽과학·기술 △위원장 국양 서울대 교수 △위원 김기문 포스텍 교수, 유명희 KIST 책임연구원, 유진녕 LG화학 기술연구원 사장}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은 중국이 ‘북한의 생명선’인 원유 공급을 중단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중국의 원유가 북한 소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대북 원유 금수 조치는 폭주하는 김정은의 셈법을 바꿀 최후의 경제 제재 카드다. 특히 10월 18일 집권 2기를 여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장기집권 플랜을 마련하려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로(大怒)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중국 측의 결단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핵실험 뒤 주중 북한대사관 고위 관리를 불러 항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논의 과정에 미국의 요구에 못이기는 척하며 원유 중단을 결정하거나 밀무역이 성행하는 국경 지역을 폐쇄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안보리 논의에서 미국이 이런 요구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중국이 예봉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원유 공급 중단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4일(현지 시간) 긴급회의가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한미일 3국은 지난달 5일 통과된 2371호에 포함되지 않은 북한의 원유 수입 차단 및 북한의 의류 및 섬유 수출 금지 등 대북 금수 조치의 전면 시행 카드를 집중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논의할 새 대북제재 결의안에서도 미중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어느 정도 합의하느냐가 관건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완전 중단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 온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합의에 이르더라도 완전 중단이 아니라 일시 중단이나 공급량 축소 정도에서 타협을 볼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공급량 감소 가능성을 높게 봤고,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중단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현실화될 경우 이 또한 대북 제재 역사에 중대한 성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대북 원유 공급 완전 차단이 중국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 보복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겅솽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원유 공급 중단을 묻는 질문에 “안보리 회원국의 토론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완전한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제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웃 국가인 북한과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3일에도 “원유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북-중 접경지역 무역을 닫으면 양국 사이에 대립이 일어날 것이고, 그러면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한복판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핵 활동이 동북지역을 오염시키지 않는 한 중국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대북 제재를 피해야 한다”며 그 나름의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원유 제재에 부정적이면서도 ‘완전한 중단’에 한정한 점이 주목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시진핑 지도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런 중국의 딜레마를 간파하고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직전인 3일 오전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어떤 전문가들은 핵실험의 주요 목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시 주석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10월 열리는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이 국내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북한이 간파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외교정책 담당자와 가까운 인사가 “북한 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종이호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13년까지 북한에 매년 50만 t 이상의 원유를 수출했다. 현재 중국의 해관총서(세관)는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량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중국은 단둥(丹東)의 송유관을 통해 매년 약 50만 t의 원유를 무상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만 t 규모의 유상 제공 역시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매년 필요한 원유량 110만∼120만 t의 90% 이상을 중국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2차 북핵 위기 때인 2003년 3일간 원유 공급을 중단하자 북한이 손을 들고 대화에 나온 적도 있다. 북한이 6개월 분량의 원유를 비축해 공급 중단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난 6개, 대통령은 한 타(打)의 절반이라고 얘기했는데, 대통령과 의견이 다르다고 말한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대북 대응 노선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백악관도 “대화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며 정책 혼선 논란 진화에 나섰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타임스 등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이날 미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 정책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을 직접 해명했다. 매티스 장관은 전날 송영무 국방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우리는 절대 외교적 해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발언해,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대화는 답이 아니다”라고 트윗을 날린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매티스 장관은 이에 대해 “대통령과 내 말에는 모순이 없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는 “(어제) 질문은 ‘우리가 외교적 옵션에서 벗어났느냐’는 것이었고, 난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지금 북한과 대화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대통령과 정확하게 의견이 일치한다. 우리는 지금 대화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이 내 발언을 잘못 해석했다”며 “내가 6개, 대통령은 한 타의 절반이라고 얘기하면 언론들이 이걸 대통령과 이견을 보인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는 답이 아니다’는 트윗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협상이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든 것이 포함돼있다.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옵션들이 분명히 포함된다”고 답변했다.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한국과 미국 국방장관이 한반도 전술 핵무기 배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내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해 한국의 핵 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즈먼 연구원은 31일(현지 시간) 미 CNN에 기고한 칼럼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국과 일본을 보호하는 확실한 ‘확장된(extended)’ 핵 억지력을 제공해야 한다”며 “미국의 현대적 전략 핵무기를 보강하거나 전투 목표에 효과적인 소형 핵무기의 한국 배치 또는 남한 핵무장을 수용하기로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북한과 중국이 미국의 보복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빈틈없는 억제력을 구축하려면 미국의 전략 핵무기 강화 외에도 1991년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 핵무기 배치나 남한의 핵무장까지 선택지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화염과 분노’ 위협은 북한에 대한 현실적인 군사옵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운을 뗀 뒤 “미국은 물론이고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대응 방안을 짜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어 “북한이 곧 한반도를 핵무기 보유 지역으로 만들고 모든 동아시아 동맹국을 핵무기로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며 “1~2년 내에 미 서부지역 주요 도시까지 타격하는 정교하고 신뢰성이 있는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발사할 역량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이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핵심 질문”이라며 “핵을 억제하고 북한의 어떠한 핵 협박이나 핵무기 사용에 대응하겠다는 의지에 대해 의문을 남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과감한 파괴적 핵무기 옵션을 통해 북한을 괴멸시킬 수 있는 타격 역량과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코즈먼 연구원은 핵 보복 능력 외에 북한 핵을 막기 위한 방어시스템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에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에 대한 최신예 미사일 방어막을 제공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진전되는 단계마다 이 같은 역량과 의지를 다각도로 높여나가는 대응이 필요하다”며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군사력과 핵 억제력 구축을 위한 행동이야말로 현실 세계의 협상과 군축에서 최고의 접근법”이라고 주장했다.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일본 상공 너머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도발을 만장일치로 규탄하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29일(현지 시간) 채택했다. 국제사회가 사상 최고 강도의 대북제재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한목소리로 내놓은 것이다. 안보리는 이날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의 터무니없는 행동을 규탄하며 북한은 모든 도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보리는 “북한의 행동들이 지역은 물론이고 유엔 회원국 모두에 위협이 된다”며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 내놓는 언론성명보다 강도가 높은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은 국제사회가 그만큼 이번 북한의 도발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북한 측에 “국제적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고 대화 채널을 다시 여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4시 반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는 3시간 비공개 이후 공개로 전환됐다. 이번 성명에선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미국 일본 한국이 추가 제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조만간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은 한국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새로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안보리에서 “미국은 그들의(북한의) 무법이 지속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은 북한의 도발은 규탄하지만 추가 제재에는 미온적인 태도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0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현재 다른 유엔 안보리 회원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 중”이라며 “안보리 회원들의 공통 인식에 근거해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북한의 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계를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하면서도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이번에도 “모든 당사자가 지역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상호 도발적 행동을 자제하고 피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중단을 다시 거론했다. 유엔 차원에서 남은 제재 카드로는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반입이나 북한의 남은 달러 수입원인 의류와 섬유 수출 차단 등이 거론된다. 이달 5일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의 5대 수출품 중 석탄 광물 수산물 수출을 차단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원유 반입까진 막지 못했다. 한 유엔 소식통은 “지난번에 원유 반입 제한 조치가 빠졌지만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포함될 수 있다는 명분은 축적됐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 기업들이 북한 공장에서 생산된 섬유나 의류를 들여다가 ‘메이드 인 차이나’로 원산지를 바꿔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장원재 특파원}

28일 미국 뉴욕 맨해튼 57번가 유기농 식품 전문매장 홀푸드마켓. 입구에 들어서자 미국 온라인 유통회사인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인 ‘에코’ 판매대가 나타났다. 179달러(약 22만 원)짜리 에코는 정상가의 44%인 99달러에 팔렸다. 유기농 슈퍼마켓에 등장한 AI 스피커 할인판매대는 아마존과 홀푸드마켓의 합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마존은 이날 홀푸드마켓 인수절차를 마무리하고 미 전역 470개 홀푸드 매장에서 100여 종의 유기농 식품 등을 최대 30%까지 할인 판매하는 ‘가격 전쟁’에 돌입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슬로건까지 내걸었다. 과일 매장에서는 아마존과 홀푸드 브랜드가 함께 붙은 세일 안내 표지판이 걸린 가운데 사과, 바나나, 아보카도 등이 평소보다 20∼30% 싸게 판매됐다. 내딘 갤란자 씨는 “연어, 아보카도, 사과와 같은 세일 상품을 샀다”며 “품질이 유지된다면 (아마존과 홀푸드의 합병은) 소비자에게 엄청난 혜택”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 공룡인 아마존과 오프라인 유기농 슈퍼의 결합은 미국 현지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매장 계산대에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긴 줄이 생겼다. 매장 앞에서는 블룸버그뉴스 등 현지 언론의 취재 경쟁도 벌어졌다. 아마존에 인수되기 전 홀푸드는 경쟁 식료품점에 비해 15% 정도 높은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는 ‘고가 전략’을 펼쳤지만 시장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브렌던 위처 포레스터리서치 유통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아마존이 다른 식료품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홀푸드의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를 발표했을 때 미국 내에서는 독과점을 우려해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와 반독점법이 빠르게 변하는 현대 기업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미 공정거래위원회(FTC)는 최근 아마존이 홀푸드마켓을 137억 달러(약 15조3400억 원)에 인수하는 것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맨해튼에서 부동산중개인으로 일하는 게리 월 씨는 “소비자나 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에겐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인수가 도움이 되지만 내가 자주 쇼핑하는 타깃과 같은 전통적인 유통업체에는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 혼란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홀푸드의 결합은 미국 유통시장의 판도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2015년 뉴욕 등에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워싱턴주 시애틀에 무인 상점인 ‘아마존 고’를 선보였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벽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홀푸드 상품 판매도 시작했다. 아마존은 홈페이지를 통해 “유료 회원인 프라임 회원과 홀푸드의 보상 프로그램을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5일 사상 최강의 대북 제재 결의안(2371호)을 내놓은 지 한달도 안 돼 29일 오후(한국시간 30일 새벽) 긴급회의를 연다. 28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한국 미국 일본 3국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방안 논의할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회의에서는 북한 도발을 규탄하는 언론 성명 등을 내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벳쇼 고로(別所浩郞) 유엔 주재 대사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강도 높은 대북 규탄 성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석탄과 광물, 수산물 수출까지 금지한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와 21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25일 안보리 의장국인 이집트에 한미 합동군사훈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유엔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이 같은 요구가 실제 회의 소집보다는 정치적 주장을 전달하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도발이 있을 때마다 긴급회의를 열고 국제사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해왔다. 북한 도발을 감시하고 규탄하는 국제 사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가 있다. 안보리는 북한이 ‘화성 14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직후인 지난달 5일에도 긴급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한미일과 북한 문제와 관련해 포괄적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온 중국 러시아의 견해차로 난항을 겪었다. 지난달 말 북한의 2차 ICBM 발사 도발 직후에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현저히 강화하지 않는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긴급회의 소집까지 요청하지 않는 강수를 뒀다. 이 결과 진통 끝에 이달 5일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그들(북한)이 15년간 갇혀 있어야 한다고 늘 얘기했는데, 석방 15분 전에 풀려난다고 알려주더군요. … 한국인이었다면 아마 절 죽였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캐나다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에 2년 7개월간 억류됐다가 풀려난 임현수 캐나다 큰빛교회 담임목사(62·사진)가 27일(현지 시간) 캐나다 언론인 CBC뉴스 인터뷰를 통해 북한 억류 과정에서 겪은 고통을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북한에서 고문을 받지는 않았고, 당국도 최대한 잘 대우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힘든 강제 노동과 24시간 감시받는 노동교화소의 삶은 고통스러웠다. 그는 “모든 사람이 적으로 느껴졌다”며 당시의 심적 고통을 털어놨다. “비디오카메라 3대로 24시간 감시를 받았다. 작은 화장실에도 카메라가 있었고 잠을 잘 때도 감시를 받았다. 2명의 경비병이 2시간마다 감시했다. 자유가 전혀 없었다.” 그는 “감옥에 있는 동안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천국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늘 갖고 있었으나 그날이 언제 올지는 몰랐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미국과 캐나다를 한통속이라고 생각해 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임 목사는 “풀려난 뒤 알게 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이 석방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분노를 느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난 그들을 용서했고 사랑한다”며 “북한이 다시 초대한다면 기꺼이 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법과 정책을 따를 것이며 정부가 반대하면 가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임 목사는 “북한은 미국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미국이 자신들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북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한 달간 가족과 여행을 떠난 뒤에 교회로 돌아와 캐나다를 포함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탈북자를 돕는 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목사는 2015년 1월 종교를 통해 북한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는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돼 평생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노동교화소에 갇혔다. 북한은 임 목사가 과거 한 기도회에서 북한을 ‘악 자체’라고 부르고 “빨리 망할 가능성이 많다”고 표현한 것을 문제 삼았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27일(현지 시간)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미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한이 26일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도발 행위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반도 및 북한의 다른 미래에 대한 대화 개시의 협상 테이블로 평양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동맹국 및 중국과 함께 평화적 압박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본토나 괌을 위협하지 않는 북한의 ‘저(低)강도 도발’을 맞받아쳐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인내심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도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를 반영하고 있다”며 “북한과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 대화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달 2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사일 발사 실험과 괌 포위사격 발언 이후 도발을 멈추자, 틸러슨 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권이 과거와는 달리 어느 정도 수준의 자제를 분명히 보여준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김정은이)이 미국을 존중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로 섣부른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잉 대해 틸러슨 장관은 “우리가 틀렸다는 것을 모르겠다. 판단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맞섰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아주 길고 스트레스가 많은 4년이 될 겁니다(만약 우리가 살아남는다면요). 이 책은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반스앤드노블 서점에 들렀다가, 책 한 권에서 시선이 멈췄다. 직원 추천도서 코너 맨 위에 놓인 ‘트럼프 서바이벌 가이드(The Trump Survival Guide·사진)’라는 책이었다. 도발적 제목보다 서점 직원이 볼펜으로 정성껏 꾹꾹 눌러 쓴 추천 글이 눈길을 끌었다. 아마존 등 온라인 서점과 경쟁하기도 바쁠 텐데 나라 걱정까지 해야 하다니. 서점 직원의 갑갑한 마음이 손글씨로 전해졌다. 이 서점에서 5번가를 따라 몇 블록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트럼프타워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여름 휴가 막바지에 이곳에 들렀다. 취임 후 처음 자택으로 금의환향했건만, 뉴욕 시민들은 대체로 싸늘했다. 트럼프타워 앞엔 귀향한 대통령을 옹호하는 시위대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아 보였다. ‘트럼프 서바이벌 가이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낙담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현실이 실망스럽더라도 정치에 등을 돌리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라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주장처럼 폭력적이진 않다. 저자는 “트럼프와 그의 팀이 이 나라에 심각한 해를 끼치려고 한다면 당차게 맞서는 게 우리의 의무다. 할 수 있는 한 법적이고 지적이며 사려 깊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생존 가이드라는 제목답게 교과서처럼 친절하고 일목요연하다. 예를 들어 시민권 항목에선 미국사회의 민권운동의 역사와 배경을 설명한다. 증오범죄방지법 서명처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 일과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려는 일을 대비시킨다. 이어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제시한다. 투표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민권 관련 시민운동에 관여하거나 관련 시민단체에 기부하는 것이다. 또 증오범죄를 보면 문제를 제기할 것을 당부하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것도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시민권과 관련해 읽어두면 좋은 책 목록을 제시한다. 경제 안보 교육 등 나머지 11개 항목도 같은 식이다. 저자는 책 첫 장에 “’우리나라는 다수에 의해 지배되지만 소수를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미국인의 이상에 이 책을 바친다”고 헌사를 썼다. 책을 덮을 때쯤 성숙한 시민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기본기를 잊고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자각이 트럼프 시대가 주는 뜻밖의 선물이다. “조직 참여, 자원봉사, 보이콧, 서명운동, 정치인과 연락하기 같은 일과 참여와 기부를 할 만한 단체, 읽은 만한 책도 소개해주죠. 너무 늦기 전에 꼭 읽어보세요.”(반스앤드노블의 직원)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글로벌 금융위기로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렀는지 이미 잊은 사람들이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급진적인 금융 규제 완화에 반기를 들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연준 의장이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옐런 의장은 25일(현지 시간) 와이오밍 주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몇몇 사람들이 금융위기의 기억을 잊고 있다”며 “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렀으며, 왜 그런 조치를 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추진한 핵심 개혁이 신용 여력이나 경제 성장을 제한하지 않고 경제를 회복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규제 틀에 대한 조정은 관련 은행과 대형 딜러들의 회복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지나친 금융규제가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금융감독 강화법안인 도드-프랭크법 규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도드 프랭크법 규제 때문에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는 바람에 친구들이 대출을 받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옐런 의장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급격한 금융 규제 완화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옐런 의장은 “은행의 자본 투자를 제한하는 ‘볼커 룰’과 중소은행에 대한 규제는 시장 유동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점진적 규제 완화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스탠피 피셔 연준 부의장도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흐르자 모든 사람들이 금융위기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며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단견”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뉴욕타임즈(NYT)는 연준 고위 간부의 잇단 정부 비판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엔 정부 규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거의 없는 옐런 의장이 급격한 변화를 막기 위해 점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옐런 의장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를 비판하면서,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그의 연임 가능성도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의 시장 전망 서베이에 따르면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옐런 의장보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콘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개혁의 설계자로 꼽히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연준 의장 후보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밖에 케빈 워쉬 전 연준 이사,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교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한편, 옐런 의장은 이날 내놓은 19쪽 분량의 연설문에서 금융시장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시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온건한 신호로 받아들였다. 노무라증권은 “시장에서는 최근 위험자산 가치의 상승이 금융안정성 유지에 별다른 위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인들은 식당에서 밥값을 낼 때 계산서를 꼼꼼히 챙겨 본다. 세금과 종업원에게 줄 봉사료(팁)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각종 비용을 더하면 음식값은 메뉴판보다 20% 넘게 올라간다. 브라이언 씨도 그랬다. 그는 얼마 전 워싱턴의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점인 오셔네어에서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건네받았다. 내야 할 돈을 찬찬히 살피던 그는 낯선 문구를 발견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비용 상승 때문에 3% 부가요금을 청구합니다.” 이 식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가요금이 있다는 걸 메뉴판 등에 알리지도 않고, 계산서에 슬쩍 올려놓았다. 브라이언 씨는 이 ‘꼼수 청구서’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사람들은 “근근이 살아가는 종업원들만 비난을 받게 만든 처사” “사기나 다름없는 행동”이라며 흥분했다. 미국인들을 더 화나게 한 건 이 레스토랑 체인의 모회사인 랜드리스의 최고경영자(CEO)인 틸먼 퍼티타의 과거 발언 때문이었다. 미국 최고의 외식업 부자인 그는 주식 가치만 3억 달러에 이른다. 그는 2014년 CNBC 방송에 출연해 “최저임금 인상에 불만이 없다. 고객들도 ‘왜 음식 가격을 올렸느냐’고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놓고선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은 음식값이 싼 것처럼 메뉴판 가격은 유지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비용은 종업원 핑계를 대며 고객에게 떠넘기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억만장자가 소유한 레스토랑이 최저임금 비용을 청구했다”고 비판했다. 당당하지 못한 오셔네어의 꼼수와 말과 행동이 다른 대기업 CEO의 행태에 비난이 쏟아진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걸로 모든 일이 다 말끔해지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최저임금 인상 청구서에 지불해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셔네어가 내민 ‘진짜 청구서’다. 한국에서도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 청구서’가 날아든다. 최저임금이 올해 6470원에서 내년엔 7350원으로 16.4% 오른다. 이렇게 큰 폭으로 최저임금이 오른 적은 여태 없었다. 정부가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목표에 집착할수록 청구서는 더 쌓여 갈 것이다.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오셔네어 꼼수’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한 정부도 난감하다. 한 경제 관료는 “영세 사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미국식 팁 제도까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영세 고용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평균인상률을 상회하는 인상분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북 치고 장구 치며 최저임금 인상 청구서까지 대납해 주겠다는 것인데, 나라 재정을 생각하면 오래 버틸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정부가 구상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소득’은 나라 곳간보단 시장에서 나와야 더 설득력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 청구서’를 기꺼이 부담할 사장님이나 손님이 없으면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는 길은 험난해진다. 미국 미주리주 등 일부 지역은 누가 청구서를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해 최저임금 인상을 원점으로 돌리는 ‘역주행 압력’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가설로만 존재하는 소득주도 성장을 입증할 밑천을 만드는 일이다. 지난 100일간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고 세금으로 청구서를 대납하는 정책을 무더기로 쏟아냈으니, 시장에서 일자리와 소득이 만들어지도록 북돋는 일이 남았다. 돈 잘 버는 회사 옆에 고급 식당이 몰리는 게 정부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는 건 이용섭 부위원장도 모를 리 없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로 국제 금융망을 이용할 수 없는 북한이 복수의 위장회사와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등 해외 협력회사를 통한 돈세탁 수법으로 석탄을 판매하고 원유를 수입해 온 사실이 미국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북한과 중국 기업은 마셜제도 등에 위장업체를 세우고 미국 은행을 통해 돈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을 금지한 미국 애국법 311조에 구멍이 뚫린 것이어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 법무부는 22일(현지 시간) 워싱턴 연방검찰을 통해 북한 금융기관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싱가포르의 벨머 매니지먼트, 트랜스애틀랜틱 파트너스와 중국의 단둥(丹東)청타이무역 등 3개 회사의 자산 1100만 달러(약 124억3000만 원)를 몰수하는 소송을 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낸 북한 관련 몰수 소송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피소된 3개 회사는 이날 발표된 미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장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부동산 관리회사 벨머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러시아 석유회사인 IPC에 7차례에 걸쳐 685만 달러를 송금하고 5월 중유를 공급받아 북한에 제공한 뒤 북한 위장회사 4곳에서 700만 달러를 송금 받은 혐의다. 검찰은 또 중국 단둥청타이무역의 다른 이름인 단둥즈청(至誠)금속재료유한공사의 위장 회사들인 ‘츠위펑네트워크’가 북한의 석탄을 불법 수입하고, 그 대가로 북한의 핵·미사일에 전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제품과 사치품 등을 지급해 온 사실을 적발해 석탄 수입 대금에 해당하는 400만 달러에 대한 몰수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미 재무부는 돈세탁을 한 3개 회사를 포함해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나미비아 기관 10곳과 중국, 러시아, 북한인 6명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중국은 “일방적인 (미국의) 제재에 반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조치는 문제 해결뿐 아니라 관련(북한) 문제에 대한 중미 간 상호 신뢰와 협력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미국이 즉각 관련 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RM 1801, NO. 96 진장가, 단둥, 랴오닝성, 중국.’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이 주소지엔 3개의 중국 회사가 등록돼 있다. 단둥즈청금속재료, 단둥청타이무역, 순마오마이닝이다. 중국 최대의 북한 석탄 수입회사다. 이 회사의 대주주인 츠위펑(사진)은 홍콩과 중국에 각각 람보리소스와 뤼즈리소스를, 마셜제도에 메이슨무역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츠위펑의 아내인 중국 국적인 장빙은 2005년 중국 산둥성에 설립된 단둥즈청의 관리자다. 미국 연방검찰의 수사 결과 북한은 이 6개 회사로 구성된 ‘츠위펑의 범죄 네트워크’를 통해 석탄 수출대금을 ‘돈세탁’하고 그 대가로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거래를 금지한 핵·미사일에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제품, 사치품 등을 대신 구입해 왔다. 미 검찰은 공소장에서 “츠위펑 네트워크 소속 회사들은 주소지, 전화번호, 직원, 거래처까지 공유하는 범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2013년부터 2017년 2월까지 7억 달러 규모의 북한산 석탄을 수입했다”고 적시했다. 츠위펑 네트워크는 북한산 석탄 수입대금을 북한에 곧바로 결제하지 않았다. 그 대신 관계사인 메이슨무역, 뤼즈리소스, 람보리소스 등으로 하여금 북한이 필요로 하는 휴대전화, 럭셔리 제품, 설탕, 고무, 석유 제품, 콩기름 등을 사서 보내도록 했다. 일종의 물물교환인 셈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국제사회의 달러 거래 금지를 피하기 위한 돈세탁이다. 미국 NBC뉴스는 22일(현지 시간) 츠위펑 네트워크 소속으로 추정되는 중국 단둥둥관인더스트리얼 소유주 선시동이 미국 내에서 북한 돈세탁을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선시동은 지난해 12월 미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130만 달러 방 5개짜리 주택을 구입했으며 미 정부가 북한 돈세탁 관련 제재 대상에 올린 단둥즈청과 같은 e메일 주소를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미 정부는 츠위펑 네트워크가 직간접으로 돈세탁에 연관된 액수는 최소 6000만 달러(약 680억 원)이고 미국에 만든 대리계좌를 통한 거래도 최소 2500만 달러인 것으로 파악했다. 람보리소스는 올 3월 28일 중국 에너지회사로부터 북한산 석탄 수입대금 219만3693달러를 미 은행 계좌를 통해 송금받으려다 미 당국에 적발됐다. 미 법무부는 북한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대금 돈세탁에 관여한 싱가포르 부동산관리회사 ‘벨머 매니지먼트’ 역시 북한 은행의 위장회사인 싱가포르의 ‘트랜스애틀랜틱 파트너스’와 싱가포르, 홍콩의 또 다른 3개 회사로부터 자금을 송금받아 러시아 석유회사 ‘IPC’에 원유 수입대금을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벨머의 주문에 따라 5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선적된 원유는 북한 동해안 항구로 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5월 전후 벨머의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이들의 조직적인 범죄 행위를 파악했다. 미 재무부는 벨머와 트랜스애틀랜틱 운영 및 북한 은행과 거래에 관여한 이리나 후이시, 미하일 피스클린, 안드레이 세르빈 등 러시아인 3명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 세관 등의 발표를 토대로 한 북한 대외무역 통계를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가령 석탄 수입대금을 북한에 주지 않고 물품으로 사서 보내는 경우 무역 통계에서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사라지고 수입액만 기록된다. 이번 사건과 같은 방식의 돈세탁 규모가 연간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특히 북한과의 불법 거래에 관련된 위장회사가 미국 대리은행을 통해 최소 2500만 달러나 되는 돈세탁 거래를 한 사실을 미 당국과 유엔 전문가패널그룹 등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을 밝히지 않은 채 간접적인 방법으로 미 은행을 우회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을 미국은 애국법 311조를 통해 금지하고 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주성하·김수연 기자}

미국 최대 철도역인 뉴욕 맨해튼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엔 하루 75만 명이 오간다. 역사 지하엔 서울역의 3배가 넘는 44개 플랫폼에 67개 노선의 열차가 정차한다. 뉴욕시 지하철 3개 노선도 교차한다. 테러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뉴욕경찰(NYPD),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 경찰, 주 방위군이 이중, 삼중의 삼엄한 경계를 펼친다. 역사 내 시설물은 쓰레기통 하나까지 테러 위험에 대비해 만들어졌다. 지난달 말 렉싱턴가 그랜드센트럴 역사 출입구. 마이크 매츠 그랜드센트럴터미널 보안국장이 원통형 쓰레기통 뚜껑을 들어올리자, 두께 약 6인치(15.2cm)에 무게 400파운드(181kg)인 콘크리트 쓰레기통의 속살이 드러났다. 매츠 국장은 “휴지통 내부의 폭발물이 터질 때 파편이 위로 솟구치도록 몸체를 두꺼운 콘크리트로 제작했다”며 “이스라엘에서 설계한 이 테러 방지용 쓰레기통이 역사에 100개 넘게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역사 보안팀이 가장 신경 쓰는 건 ‘임자 없는 짐’이다. 유럽 등의 세계 대도시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가 짐 속에 숨긴 폭발물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경찰과 군인이 순찰을 돌고 폐쇄회로(CC)TV 카메라로 역사를 실시간으로 감시하지만 역사와 승강장, 열차를 일일이 감시하긴 쉽지 않다. MTA는 2002년부터 ‘If you see something, say something(뭔가를 발견하면 얘기해주세요)’ 캠페인을 시작해 시민 참여를 유도했다. 취재 도중에도 수시로 ‘수상한 물건을 발견하면 신고하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됐다. MTA엔 연간 12만 건의 제보가 접수된다. 시민 제보는 사소한 것 하나도 흘려보내지 않으며, 의심스러운 물건이 발견되면 기차를 세우고 승객을 내리게 한 뒤 수색하기도 한다. MTA의 이 캠페인이 성과를 내자, 미 국토안보부는 이를 2010년 국가 캠페인으로 확대했다. 시민들의 활약은 제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역사 화재에 대응하는 자원봉사 소방대가 활동하고 있으며 화생방 테러에 대비한 유해물질긴급대응기술(HEAT)팀 전원은 시민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다. 이 같은 시민 참여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뉴욕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라는 게 MTA 관계자의 설명이다. 테러 방지를 위한 첨단기술도 도입하고 있다. 1200대의 열차마다 CCTV 카메라가 12대씩 설치돼 있다. 2013년 운전원의 조작 미숙으로 대형 사고가 발생한 뒤 설치됐다. 이 카메라는 기관차에 탑승한 엔지니어들의 운전 조작을 모니터링하고 객차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기록하는 ‘블랙박스’ 역할을 한다. 직원 출입증의 디자인과 색깔은 1년마다 바뀐다. 테러범이 신분증을 위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출입증에 보안 수칙이 깨알같이 적힌 안내문을 끼우고 다녀야 한다. 여기엔 총을 가진 테러범이 나타나면 ‘Run-Hide-Fight(뛰고 숨고 싸워라·먼저 최대한 멀리 피하고, 달아날 수 없으면 몸을 숨기되 최후의 순간엔 맞서 싸우라는 것)’ 원칙 등 위기의 순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요령이 담겨 있다. 매츠 국장은 “사이버 테러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에도 사이버 테러 위협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경찰은 최근 바르셀로나 테러 사건 이후 도심에 차량 돌진을 막는 시멘트 기둥, 차량 번호 판독기 등을 설치하며 그랜드센트럴터미널 등 주요 공공시설물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