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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E형 간염의 감염원으로 지목됐던 유럽산 햄과 소시지를 검사한 결과 원인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잠정 수입·판매 중단 조치도 12일 만에 해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4일 유럽산 비가열 햄, 소시지의 유통을 잠정 중단하고 이미 시판되고 있던 제품 202건(20t)을 수거해 검사했다. 영국의 특정 슈퍼마켓의 햄과 소시지를 사먹은 소비자들의 E형 간염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돈가공육을 통해 E형 간염이 전파된다”는 의혹이 나오자 취한 조치였다. 그 결과 E형 간염을 일으키는 ‘HEV G3-2’ 바이러스는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국산 제품 18건을 추가로 수거해 검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식약처는 유럽산 햄, 소시지의 국내 유통·판매를 재개하되 수입품은 통관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검사하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E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 소시지 등은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웹툰 작가와 요리사, 의사, 배우…. 살면서 한자리에 모일 일이 별로 없어 보이는 이들이 ‘암 예방’을 위해 뭉쳤다. 보건복지부는 5일 새로운 암 예방 홍보대사로 웹툰 작가 양경수 씨, 배우 최여진 씨, 양재진 진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리사 장진우 씨(장진우컴퍼니 대표)를 위촉했다. 이들은 6일부터 ‘암 예방 4인 4색 캠페인’을 벌인다. 말 그대로 각양각색의 전문성을 살려 암 예방 수칙을 국민에게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양경수 씨는 ‘아, 보람 따윈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등 회사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기존 작품처럼 재미있는 그림체로 ‘암을 예방하기 위해 바꿔야 할 회식 문화’ 등을 공개한다. 최 씨는 암 예방을 위한 운동법, 양 원장은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관리법, 장 씨는 타거나 짜지 않은 ‘항암 요리법’을 각각 선보인다. 이들이 제작에 참여한 콘텐츠는 암 예방 마이크로사이트()에 공개된다. 복지부가 중견 연예인 위주였던 홍보대사를 평균 연령 35.3세인 젊은 전문직 종사자로 바꾼 것은 상대적으로 암 예방 의식이 낮은 젊은층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위촉식은 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에서 열린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E형 간염의 감염원으로 지목됐던 유럽산 햄과 소시지를 검사한 결과 원인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잠정 수입·판매 중단 조치도 열이틀 만에 해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럽에서 수입해 유통 중이던 비가열 햄, 소시지 제품 202건(20t)과 국산 제품 18건을 지난달 24일부터 수거해 검사했다. 영국에서 특정 슈퍼마켓의 햄과 소시지를 사먹은 소비자들의 E형 간염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돈가공육을 통해 E형 간염이 전파된다”는 의혹이 나온 데 따른 조치였다. 그 결과 E형 간염을 일으키는 ‘HEV G3-2’ 바이러스는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유럽산 햄, 소시지의 국내 유통·판매를 재개하되 수입품은 통관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검사하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E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 소시지 등 육가공 제품은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회사원 박모 씨(42)는 최근 ‘피를 토하는’ 기분을 알게 됐다. 과음한 뒤 속이 울렁거려 화장실로 달려갔더니 구토물에 피가 섞여 나왔다. 진통제로 버텨 보려 했지만 위장을 후비는 듯한 아픔이 밤새 그치지 않았다. 다음 날 병원을 찾은 박 씨는 위궤양 진단을 받았다. 평소 식사가 불규칙적이었던 데다 치아가 좋지 않아 음식을 꼭꼭 씹지 않고 삼켰던 탓이다. 박 씨 같은 위궤양 환자가 중장년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위궤양으로 병·의원을 찾은 환자 99만9242명 중 40∼60대가 64만342명(64.1%)이었다고 3일 밝혔다. 특히 30대 환자(8만8312명)보다 40대 환자(18만7671명)가 배 이상 많아 연령에 따른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직장 내 스트레스와 과도한 음주, 흡연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인 탓으로 보인다. 위궤양은 위벽이 헐어 파인 듯한 상처가 생긴 상태다. 위벽은 다섯 층으로 구성되는데 위염은 첫째 층인 점막층에만 염증이 국한되지만 점막하층과 근육층까지 손상된 경우엔 위궤양이라고 한다. 증상을 방치하면 가장 바깥인 장막까지 뚫려 위산이 복강으로 새어나가는 위 천공으로 악화되고 위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위 점막엔 감각신경이 많지 않다. 공복 시 윗배가 타는 듯 아프다면 이미 위궤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음식을 먹으면 잠시 편안하지만 30분∼1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픈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원인은 스트레스와 흡연, 잦은 음주, 불규칙한 식사다. 위산 분비를 필요 이상으로 촉진해 점막을 상하게 한다. 다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아스피린 등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로 인한 위궤양은 줄어드는 추세다. 그 덕에 전체 환자는 6년 새 25.3% 감소했다. 위내시경으로 위궤양이 확진되면 △통증과 소화불량 등 증상을 완화하고 △궤양이 아물도록 촉진하며 △재발 방지 처치를 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동시에 제산제를 4∼8주 복용하면 서서히 치료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검출되면 제균 치료를 받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서정훈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궤양의 재발을 예방하려면 충분히 쉬고 자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아주 차거나 뜨거운 음식을 피하고 커피도 너무 자주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보건당국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뒤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인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역학조사에 나섰다. 전국 맥도날드 매장은 식중독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불고기 버거의 판매를 2일부터 중단했다. 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초등학생 7명과 교사 1명 등 총 8명은 지난달 25일 “전주시 맥도날드 H매장에서 햄버거 등을 구입해 종교 행사에서 먹은 뒤 설사 증상이 나타났다”며 전주시보건소에 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맥도날드에서 어린이용 불고기 버거를 먹은 5세 여아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린 뒤 발병 원인을 햄버거로 지목한 점을 감안해 보건당국에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설사 증상을 나타낸 환자 8명의 검체와 해당 매장의 조리 도구 등을 수거해 식중독 바이러스나 균이 검출되는지 분석 중이다. 결과는 6일경 나온다. 같은 매장에서 식사했던 손님 중 설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 3일까지는 추가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근 두통으로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박모 씨(63). 박 씨를 진료한 인턴은 과거에 두통이 없었던 만큼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필요하다고 응급의학과 전공의에게 보고했다. 20분 후 응급실로 온 이 전공의는 뇌 CT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담당 응급의학과 교수에게 보고했다. 교수는 뇌척수액 검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뇌출혈이 의심되자 전공의는 다시 신경외과 전공의에게 협진을 의뢰했다. 신경외과 전공의는 응급실을 찾아 박 씨를 진단한 뒤 신경외과 교수에게 보고했다. 신경외과 교수는 전화로 추가 검사와 입원을 지시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일반 대학병원 응급실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9월부터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선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서울대병원은 응급환자를 인턴이나 전공의가 아닌 교수가 직접 진료하는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시스템’을 9월 1일부터 도입한다고 30일 밝혔다. 응급의학 전문의의 초진과 응급실 전담 임상 교수의 협진이 본격 실시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응급실 진료의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진료시간이 짧아지고 검사 비용도 줄어든다.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은 응급환자 초진을 담당할 응급의학과 교수를 1명 충원하고 협진 교수로 내과 2명, 외과 1명, 신경외과 1명, 신경과 1명 등 모두 5명의 전담교수를 임용한다. 전담교수들은 주간에 응급실에 상주하고 야간엔 해당 진료과의 교수들이 협진을 한다. 현재 전담교수가 외래 없이 응급실에만 상주하는 대학병원은 국내에 없다. ‘서울대병원의 실험’이 성공하면 다른 대학병원의 응급진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협진 교수가 즉각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결정하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을 도입하면 촌각을 다루는 응급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자들이 오랫동안 응급실에 대기하는 불편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시스템이 정착되면 ‘2-3-6-12 골든타임 응급진료’가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도착 △2시간 내 응급의학과 전문의 초진 △3시간 내 해당 진료과와의 협진 완료 △6시간 내 환자 진료 방향 결정 △12시간 내 응급실 퇴실 목표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응급실에서 1∼3일을 대기하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신 교수는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를 통해 응급실 전문의 초진율을 지난해 34%에서 올해 50%, 내년 9월까지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해당 진료과 전문의와의 협진율도 지난해 20%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7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시스템이 대학병원의 중요한 기능인 전공의 교육 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응급진료팀제’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전담교수와 전공의, 인턴, 간호사, 응급구조사를 한 팀으로 묶어 응급환자 진료에 동시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공의와 인턴 교육이 소홀해지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김연수 진료부원장은 “대형병원의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 심각해 중증 응급환자가 신속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전담교수 진료시스템이 정착되면 권역응급센터로서 신속한 양질의 응급진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지난달 28일 A 씨(65)는 간에서 뇌로 전이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피는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머리에 칼을 대지 않고 감마선을 종양 및 기형 부위에 쬐어 치료하는 뇌 질환 방사선 수술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A 씨의 수술로 국내 병원 중 처음으로 뇌 질환 방사선 수술 1만 건을 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기존 수술법과 달리 두피나 두개골을 절개할 필요가 없어 주변 조직이 손상되거나 감염 탓에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머리를 둘러싼 장비가 201∼1248개의 방향에서 각각 감마선을 쏘아, 마치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는 것처럼 이상 부위에만 방사선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뇌 질환 방사선 수술을 1만 건 이상 시행한 의료기관은 미국 피츠버그대병원 등 전 세계에서 10곳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올해 개교 107주년을 맞은 동덕여대에는 ‘최초’가 많다. ‘여성학센터’를 국내 대학 최초로 건립했고 ‘여성학박물관’을 개관해 조선시대 여성 유물을 선보였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공연예술센터와 강남구 청담동의 디자인연구센터를 ‘계열별 캠퍼스’로 만들었다. 창의 감성을 중요시하는 ‘창감’과 여성 리더십·취업률 향상을 위한 ‘글로벌여성과자기계발’ 영역의 교양수업도 동덕여대에서만 받을 수 있다. 동덕여대는 △글로벌MICE전공 △평생교육사 과정 △리더십 인증과정 등 특별한 전공과 과정을 개설해 시행하고 있다. 글로벌MICE전공은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MICE) 산업이 요구하는 전문 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실무 현장 집중 교육 프로그램이다. 2개 이상의 전공이 결합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통합형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2018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동덕창의리더전형 △고른기회전형Ⅰ·Ⅱ △학교부 교과 우수자 전형 △일반(실기고사) △특기자 △특성화고 등 고졸재직자전형으로 나눠 다음 달 11일부터 15일까지 총 943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학생부 교과 우수자 전형은 2017학년도 서류평가가 포함된 단계별 전형에서 학생부 교과 성적 100%만 반영되는 일괄합산전형으로 변경됐다. 전형 유형을 바꾼 첫해인 데다 선발인원이 늘어 2015학년도(2018학년도와 유사한 전형유형이 실시됨)와 2017학년도의 중간선에서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과 성적 반영 방식을 기존 3개 교과에서 4개 교과로 변경한 점,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있는 점을 고려하는 게 좋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동덕창의리더전형, 고른기회전형Ⅰ·Ⅱ, 고졸재직자전형으로 구분해 총 291명을 선발한다. 동덕창의리더전형은 인문·자연, 디자인·미술계열에서 각각 172명, 14명, 15명을 모집한다. 서류 100%로 1단계에서 3∼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의 성적과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인문·자연 계열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디자인·미술(큐레이터학과 제외) 계열은 여기에 활동보고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2017학년도와 달리 모둠면접은 빠지고 개별면접만 실시한다. 고른기회전형Ⅰ·Ⅱ는 동덕창의리더전형(인문·자연)과 전형방법이 대체로 같지만 2단계 개별면접에서 발표면접은 실시하지 않는다. 특성화고 등 고졸 재직자 전형은 지원자의 학교생활기록부 및 제출서류에 대한 서류평가 30%와 면접 70%로 학생을 선발하며 세무회계학과(야) 및 토탈뷰티케어학과(야)에서 총 66명을 모집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947년 창학한 서경대는 지혜와 용기, 어진 품성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그동안 국가에 기둥이 되고 사회에 힘이 되는 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다. 서경대의 강점은 ‘실용’과 ‘혁신’, ‘글로벌’로 집약된다. 사회와 시대가 필요로 하는 ‘CREOS형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실용교육 중심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서경대는 특성화와 실용화, 국제화를 위해 2007년부터 교과과정을 조정했다. 문학, 역사, 철학과 어학을 분리시켜 인문학은 문화콘텐츠학부로 묶고 언어는 국제비즈니스어학부로 진화시켰다. 문화콘텐츠학부에선 캐릭터, 테마파크, 문화기획 등 새로운 학문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국제비즈니스어학부는 4개의 학과를 통합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 5개 전공으로 구성하고 영어 전공을 필수로, 나머지를 선택전공으로 둬 학부 재학생이라면 최소 2개 언어를 전공하고 졸업하도록 하고 있다. 미용 관련 학과를 학사 석사 박사과정으로 운영하고 단과대학 규모로는 세계 최초로 미용예술대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공연예술학부는 국내 최초로 실무 현장과 동일한 프로덕션 시스템을 교육과정에 도입했다. 예술대 특성화의 일환으로 패션을 통한 통합형 공연예술 창의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교육 활동과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석, 평가해 학교 전체의 교육 역량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서경혁신원은 CREOS지원센터 등 9개 센터로 구성돼 정규교육은 물론이고 기타 집중교육이 필요한 역량을 효율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9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담을 줄이고,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후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복지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 등 생애주기별 소득을 보장하는 ‘현금 지원’이 특히 많다. 》 보건의료 분야에선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이 크게 늘어난다. 반면 중증외상 및 응급의료기관 지원금은 삭감돼 응급의료 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7월부터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병·의원비를 연간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의 수혜 기준이 중위 소득의 80%(1인가구 기준 월 130만 원)에서 소득 하위 50%(167만 원)로 완화된다. 적용 대상도 4대 중증 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 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된다. 재난적 의료비란 의료비 지출이 전체 생활비의 최대 40%를 넘는 경우를 뜻한다. 월 160만 원을 버는 회사원이 한 해 병원비로 500만 원을 쓰면 이 중 250만∼35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혜자는 현재 1만4000여 명에서 8만여 명으로 늘어난다. 소요 예산은 올해 525억 원에서 내년 704억 원으로 증가한다. 장애인이 어려움 없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9억 원을 들여 전용시설을 갖춘 건강검진기관 10곳을 새로 지정한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의 국가건강검진 수검률은 67%(중증은 55.3%)로 비장애인(77.7%)에 비해 크게 낮은 점을 감안했다. 중증외상 전문진료체계 구축,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 육성 등에 쓰이는 응급의료 관련 예산은 올해 1249억 원에서 1117억 원으로 준다. 전국 권역외상센터 중 전담 전문의의 최소 인력 기준(20명)을 충족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데다 응급의료 취약지역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예산 삭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원격의료 사업의 예산도 56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대폭 깎였다. 미세먼지 관리 지출은 크게 늘린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 대상은 올해 6만 대에서 내년 11만6169대로, 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NOx) 동시 저감 장치 부착 대상은 60대에서 3000대로 늘린다. 건설기계 264대에만 지원한 매연저감장치(DPF) 부착이나 엔진 교체 대상은 3395대로 확대한다. 이에 대한 총예산은 727억 원에서 1597억 원으로 늘어난다. 수도권 운행 제한 제도(LEZ)를 위반한 노후 경유차를 단속할 폐쇄회로(CC)TV 설치비(57억 원)와 어린이 통학차량 친환경 교체비(45억 원)도 편성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은 김모 씨(60). 수술 뒤 급성신장손상이 발생했다. 수술 직후 혈액검사에서 신장 기능 수치는 dL당 1mg으로 정상(1.4mg 이하)이었다. 만약 이 수치만 보고 퇴원이 결정됐다면 김 씨는 다시 병원 신세를 져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 개발한 ‘급성신장손상 감시 인공지능(AI) 시스템’ 덕분에 김 씨는 곧바로 추가 치료를 받았다. 이 시스템이 김 씨의 신장 수치는 정상이지만 주치의에게 급성신장손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AI 시스템이 김 씨의 6개월간 혈액검사 결과를 분석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급성신장손상 환자를 상대로 국내 처음으로 AI 기술을 도입해 임상에 활용한 결과 치료 회복 가능성이 70%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AI 컴퓨터가 환자의 신장 기능 상태를 파악해 의료진에 알려주고, 그에 따른 치료 효과를 측정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진호준 교수팀은 2014년 6월 병원 의료정보팀과 함께 ‘급성신장손상 감시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두 교수팀은 AI 시스템 도입 이전인 2013년 1월부터 1년간 찾아온 입원 환자 2만1554명과 시스템 도입 뒤 2014년 6월부터 1년간 찾아온 입원 환자 2만5000여 명을 분석했다. 이들 입원 환자 중 AI 시스템 도입 전 급성신장손상이 발생한 환자(1884명)와 도입 이후 환자(1309명)의 주요 지표를 분석한 결과 시스템 도입 이후 신속 치료가 이뤄진 환자가 4.29배 늘었다. 또 급성신장손상의 회복 가능성은 70%나 높아졌다. 반면 급성신장손상이 상당히 진행돼 투석을 요구하는 중증 신장 손상을 유발할 위험은 시스템 도입 이후 14% 감소했다. 이 AI 시스템은 환자의 최근 6개월간 혈액검사 수치를 분석해 입원 후 신장 기능이 악화되는 즉시 감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급성신장손상을 진단하게 한다. 또 신장 손상 정도를 3단계로 분석해 주치의에게 바로 알려주고 신장내과 협진까지 연계시켜 준다. 급성신장손상은 신장 세포가 손상돼 신장 기능이 약화되는 질환으로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투석을 해야 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급성신장손상의 사망률은 50%에 이른다. 김세중 교수는 “기존엔 급성신장손상을 간과하지 않으려면 의사가 직접 환자의 이전 신장 기능 검사 결과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며 “이 때문에 환자의 신장 기능 악화를 조기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연간 입원 환자가 40만여 명에 달해 과거 검사 결과 대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AI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입원 환자 전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AI를 질환 진단에 활용하면 병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위험이 줄어들고 의료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대학병원들이 의료용 AI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뷰노 등 국내외 소프트웨어 업체와 함께 초음파 및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대장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뇌파를 이용해 뇌전증 발생 지점을 예측하는 알고리즘도 설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진료과별로 각기 다른 환자의 입력 정보를 통일해 조기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연세의료원은 아토피와 당뇨병, 수면장애 등을 진단하거나 치료법을 제안하는 소프트웨어를 100건 이상 개발한다는 목표로 ‘한국형 왓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의료용 AI 개발은 주로 진단 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미 구글의 ‘텐서플로’처럼 무료로 공개돼 누구나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또 슈퍼컴퓨터급의 서버를 아마존 등으로부터 대여해 사용할 수도 있다. 핵심은 양질의 의료용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다. 국내 병·의원은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개방성이 낮아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대한의료정보학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관건은 데이터”라며 “의료용 AI가 발전하려면 표준화된 환자 데이터를 충분히 쌓아 활용할 수 있도록 법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AI 시스템은 초기 단계인 진단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입원 환자의 신장 손상을 미리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 지침을 해당 의사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는 단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장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미국 신장질환 저널(American Journal of Kidney Diseases)’ 최신호에 발표됐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박모 씨(31·여)는 올해 초 회계사무소에 취업한 뒤부터 소화제를 달고 산다. 식사를 7분 만에 마치고 숟가락을 내려놓는 팀장과 매일 점심을 함께 먹다가 기능성 소화불량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간혹 식사 중간에 넌지시 업무 실수를 지적하는 상사 탓에 낮 12시가 다가오면 누군가 가슴을 움켜쥐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박 씨는 “심할 땐 밥이 도저히 목으로 넘어가지 않아 몰래 화장실로 달려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 씨처럼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환자가 전체 인구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기능성 소화불량 △스트레스성 위염 △역류성 식도염 등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이 꼽은 대표적인 스트레스성 소화기 질환 3건으로 병·의원을 찾은 환자가 528만 명이었다고 27일 밝혔다. 10년 전(274만 명)부터 환자가 꾸준히 늘었지만 전체 인구 대비 환자 수가 10%를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환자 수를 소득 수준과 대조한 결과 특히 저소득층 환자의 증가세가 고소득층보다 배 이상 가팔랐다.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상위 20% 환자는 최근 5년간 7.8% 늘었지만 소득 하위 20% 빈곤층에선 17.5% 증가했다.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이 특정 계층의 문제는 아니지만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더 심해지는 ‘을(乙)의 질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각 연령층마다 ‘식사’가 스트레스로 연결되는 과정을 분석해 봤다.○ 20대 ‘혼밥’과 스마트폰의 잘못된 만남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소화불량이 나타나는 이유는 식도, 위, 대장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소화 효소와 위액 등이 필요한 만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소화기가 노화할수록 심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최근 5년 새 청장년층 중에서 환자가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은 20대였다. 30대 환자는 2.5%, 40∼50대 환자는 8.8% 오르는 데 그쳤지만 20대 환자는 12.5% 늘어났다. 이는 20대의 취업 및 결혼 준비 스트레스가 심해진 데다 혼자 급하게 끼니를 때우는 ‘혼밥(혼자 먹는 밥)’ 습관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혼자 밥을 먹더라도 원하는 메뉴와 시간을 골라 여유롭게 먹으면 원치 않는 사람과 함께 먹을 때보다 스트레스가 덜할 수 있지만, 문제는 비자발적인 혼밥이다. 지난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63.5%는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어렵거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혼밥을 택했다. 스스로 혼밥을 택했다는 응답은 28.1%에 불과했다. 혼밥 중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습관은 소화불량의 주범이다.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씹지 않고 넘길 뿐 아니라 뇌가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과식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올해 처음으로 ‘100세 건강을 위한 10대 수칙’을 발표하며 “식사 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을 넣었다. ○ 회식-육아 스트레스 시달리는 3040 지난해 남성 소화불량 환자는 20대 16만 명, 30대 26만 명, 40대 41만 명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50대(45만 명)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전 연령대 대비 환자 수가 30, 40대에 가장 크게 증가하는 이유는 본격적인 회사 생활이 시작되고 원치 않는 식사와 술자리가 늘면서 밥 먹는 일 자체가 곧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마케팅 업체 직원 유모 씨(35)는 “고객업체의 접대 자리, 성격이 까다로운 상사와의 식사 후에는 항상 속이 쓰렸는데, 알고 보니 위액이 식도로 넘어오는 역류성 식도염이었다”고 말했다. 여성 환자는 육아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시간이 주된 발병 원인이다. 시민단체 활동가 윤모 씨(35)는 지난해 초 아이를 낳은 뒤 식사 시간이 들쭉날쭉해졌다. 퇴근 후 급하게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온 후 끼니를 챙겨주다 보면 정작 자신은 저녁식사를 거르기 일쑤다. 아이가 자는 틈에 배를 채우기 위해 싱크대에 찬밥과 밑반찬을 차리고 선 채 밥을 먹은 적도 많다. 윤 씨와 같은 30, 40대 여성 환자는 지난해 89만 명으로 같은 연령대의 남성(67만 명)보다 33.4% 더 많았다. 박수경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여성에게 육아의 책임이 몰리면서 업무와 병행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가 크고,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우울증과 함께 오는 5060 소화불량 보습학원 원장 겸 강사 임모 씨(52)는 학원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배가 아프고 설사가 멈추지 않아 강단에 서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내과에서는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불면증까지 나타난 탓에 방문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항우울제 처방을 받은 후에야 소화불량 증세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50대 소화불량 환자는 111만 명, 60대는 91만 명으로 모든 연령대 중 1, 2위였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에 정년퇴직이나 이직을 앞두고 겪는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악화하는 과정에서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울과 불안에 따른 호르몬의 불균형이 소화기능에 영향을 미쳐 만성적 소화불량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구 10만 명당 우울증 환자는 2015년 기준으로 40대가 1010명이었지만 50대에 1430명, 60대 2298명 등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우울증 환자들은 본인의 스트레스를 자각하지 못하다가 소화불량으로 처음 병원을 찾는 사례가 잦다. 보건복지부가 가정의학과, 내과 등 동네의원에서 우울증 선별검사를 실시하게 하는 까닭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이 의심되면 심리 상담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하며 적은 양의 항우울제를 처방받기를 권한다”며 “스트레스에 지친 몸이 보내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스트레스성 소화기 질환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나는 식사할 때만큼은 먹기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음식에 집중하는 것이다. 식도와 위, 대장은 우리 몸의 장기 중에서도 특히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변연계(감정중추)와 연수(신경중추)가 영향을 받아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몸이 긴장 상태로 변한다. 이 때문에 입과 식도에선 점액 분비가 줄어들고, 위장 운동이 약해지면서 소화 효소가 적절히 나오지 않거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한다. 음식물을 삼켜도 몸이 제대로 분해하거나 흡수하지 못하는 이유다. 원치 않는 사람과의 식사, 식사와 업무를 병행하는 습관 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면 식습관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우선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어 먹기를 권한다. 침에는 당분 분해 효소가 있어 음식물과 섞이면 소화를 돕는다. 맵고 짠 음식은 금물이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위 점막에 해롭고, 짜게 먹는 습관은 위 건강을 해친다. 규칙적으로 적게 먹는 게 좋고, 특히 아침은 적게나마 먹는 것이 좋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이나 저녁에 허기를 느껴 과식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잠들기 2, 3시간 전 야식을 먹으면 역류성 식도염이 악화할 수 있는 데다가 다음 날 허기를 덜 느껴 다시 아침식사를 거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위 기능을 촉진하는 효능을 표방한 소화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유도 마찬가지다. 잠깐은 속을 달래주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우유 속 단백질을 소화시키기 위해 위산이 과다 분비돼 더 쓰릴 수 있다. 김도훈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커피, 콜라 등 카페인 음료를 피하는 게 좋다. 섬유소가 많이 들어있는 잡곡과 과일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2년까지 30조6165억 원을 투입해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 진료비를 전부 건강보험으로 흡수하는 보장성 강화 대책이 10월부터 실시된다. 하지만 정부 감시망을 피해 새 치료법을 강요하는 ‘비급여 풍선효과’나 일부 환자의 무분별한 ‘닥터쇼핑’을 못 잡으면 오히려 선량한 환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의료계의 선결 과제를 찾아봤다. 》 정부는 이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시행되면 연간 13조5000억 원에 달하는 비급여 의료비를 4조8000억 원 규모로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로써 국민 1명당 연간 평균 의료비 부담을 50만4000원에서 41만6000원으로 덜어주고, 병·의원에 연간 500만 원 이상을 쓰는 ‘의료난민’ 저소득층을 현재의 2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전문가들은 새 제도가 성공하려면 새로운 비급여를 늘리는 병원이나 닥터쇼핑을 일삼는 환자의 행태를 예방하는 등 적잖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천차만별 진료비에 ‘정가’ 매기는 게 관건 정부는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 항목 3800여 개에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그런데 의료 현장에서 비급여 항목 각각에 매기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문제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처럼 같은 장비로 촬영해도 병원마다 수십만 원씩 가격 차이가 나거나, 도수치료(맨손으로 하는 물리치료)처럼 서비스 내용에 따라 값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 건강보험 수가(酬價)를 정해 가격을 통일하려면 의료계와 협의해야 하지만 병원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대책에 향후 5년간 30조6165억 원이 추가로 투입된다고 밝히면서도 추계에 사용한 예상 수가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도 적정성 논란이 커지는 걸 우려해서였다. 일부 병원이 협의에 앞서고 비급여 가격을 미리 부풀리는 사례도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필요성 높은 진료부터 본인부담률 낮춰야 복지부는 비급여 항목 중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일부 의료행위는 ‘예비급여’로 분류해 본인부담률 50∼90%를 매긴다. 이 항목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3∼5년간 평가한 뒤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본인부담률을 낮추고, 반대의 경우엔 건강보험에서 퇴출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을 새로 적용하더라도 본인부담률이 70∼90%에 해당하면 “사실상 비급여인데 생색만 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금전적 부담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골격계 질환처럼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환자가 늘어나지만 신의료기술이 주로 도입돼 의료비 부담이 큰 경우엔 예비급여로 분류하더라도 본인부담률을 낮추고, 빨리 건강보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병원은 주로 비급여 진료로 수익을 내왔다. 건강보험 수가의 원가 보전율이 69.6%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병원이 환자를 치료할 때 들이는 인건비, 시설 및 장비유지비, 건물 임차료 등이 1000원이라면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내는 돈은 696원이라는 뜻이다. ‘부르는 게 값’이었던 비급여 진료비에 원가보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를 매겨 가격을 통제하면 병원의 사정은 지금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선 건강보험 수가만으로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진료비를 편법으로 부풀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정부는 2013∼2014년 4대 중증(암, 심장, 뇌혈관, 희귀) 질환과 관련된 비급여 항목 125개를 건강보험에 포함시켰지만 이 질환들의 건보 보장률은 77.7%로 전과 변함이 없었다. 주사, 처치·수술, 영상진단, 방사선 치료 등 나머지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 과잉진료 막을 대책 시급 과잉진료를 막을 방안도 필요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는 늘어나고, 저소득층의 본인부담금 상한이 현행 120만∼200만 원에서 80만∼150만 원으로 줄어들면 마음에 드는 의사를 찾아 병원을 불필요하게 전전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면 과다 이용에 따른 환자들의 평균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 경증 환자는 동네 의원을, 중증 환자는 대형 병원을 이용하는 ‘의료 전달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질환별로 입원에서 퇴원까지 입원비와 처치료, 약값을 하나로 묶어 미리 가격을 정하는 ‘신포괄수가제’를 대폭 확대하는 게 관건이다. 현재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병·의원 42곳에선 비급여 수입의 비중이 7.9%로 다른 병원(17.1%)의 절반 이하였다.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시범사업 의료기관을 2022년까지 200곳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보건당국이 햄과 소시지로 전파된다는 의혹이 제기된 E형 간염의 감염 경로를 조사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E형 간염의 발생 규모, 중증도, 감염 원인 등을 이르면 다음달부터 조사해 관리방안을 마련한다고 27일 밝혔다. E형 간염 파문은 ‘살충제 계란’으로 논란을 겪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공중보건국(PHE)이 최근 E형 간염 환자 중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6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육가공식품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한 결과 특정 슈퍼마켓의 자체 브랜드 햄과 소시지를 사먹은 경우 발병 위험이 1.9배로 높았다. 보고서는 매년 영국인 15만¤20만 명이 수입한 돼지로 만든 육가공제품을 섭취해 E형 간염을 일으키는 ‘HEV G3-2’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추정했다. 다만 해당 슈퍼마켓에서 수거한 제품에선 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우선 간염 환자를 주로 대면하는 개원의들을 통해 E형 간염 환자를 역추적할 방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통계에 따르면 연간 100여 명이 E형 간염으로 병·의원을 찾지만, 이 중 상당수는 황달 등 간염의 주요 증상은 나타나지만 A~C형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환자에게 의료진이 임의로 진단명을 붙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국내에선 멧돼지 담즙, 노루 생고기를 먹고 E형 간염이 확진된 사례는 있지만 가열, 훈제 등을 거친 육가공제품이 원인으로 확인된 경우는 없다.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5¤60일(평균 40일) 잠복기를 거쳐 피로, 복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발생한 후 황달, 진한 색 소변, 회색 변 등의 증상을 보인다. 건강한 성인은 치명률은 3% 정도이지만 임신부, 장기이식 환자 등은 발병 시 위험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연간 감염자가 2000만 명이고, 이 중 증상 발현자가 330만 명, 사망자가 4만4000명이라고 추산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대병원이 소속 의료진의 직업윤리 위반 여부를 심사할 ‘의사직업윤리위원회(일명 백남기 위원회)’를 발족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9월 사망한 백남기 씨의 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병사(病死)’로 기재했다가 올해 6월 ‘외인사(外因死)’로 고쳐 논란을 초래한 데 따른 조치다. 이 위원회는 백 씨 사건 때처럼 환자를 진료한 의사 개인과 의료인 집단의 전문적인 견해가 충돌할 때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집단 지성’을 적용하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하면 권고 형식으로 심사 결과를 통보한다. 위원회는 김연수 진료부원장 등 내부위원 8명과 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등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됐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한국은 의사들 스스로 의료행위의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서울대병원 소속 의사들이 스스로 합의하는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지키기 위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노모 씨(31·여)는 이직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풀다가 몸무게가 같은 키의 남성보다 20kg가량 더 나가게 됐다. 그 탓일까, 최근엔 어릴 적 심하게 앓았던 아토피 피부염이 다시 시작됐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습진과 딱지가 생기며 심하게 가려운 아토피 피부염은 주로 어린 나이에 시달리는 질환이지만 성인 환자도 2011년 32만2000명에서 4년 만에 36만4000명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다. 소아·청소년 환자 중 40%는 성인이 돼도 증상이 남기 때문이다. 도시에 사는 비만 여성은 아토피 피부염이 재발할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질병관리본부의 2008∼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19∼40세 5202명을 조사해보니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으로 ‘비만’에 해당하면서 허리둘레가 80cm 이상인 여성은 아토피 피부염 발병률이 정상군의 3.29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농촌 지역보다는 도시 거주자가 이런 경향을 더 뚜렷하게 보였다. 특이한 것은 나이가 든 후 아토피 피부염에 새로 걸린 환자보다는 어렸을 때 잠시 앓았다가 회복한 환자가 몸무게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는 점이다. 강남성심병원 연구팀은 2011∼2015년 병원을 찾은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 280명 중 18세 이전에 발병한 환자 232명의 증세를 살펴보니 비만 환자의 상태가 더 심각했다. 반면 성인이 된 후 발병한 환자(48명)의 비만 정도는 증세 심각도와 별 관계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비만이 만성 염증 상태를 일으키고, 이 상태가 면역 기능 저하와 피부 자극 과민 반응을 유도해 예전에 앓았던 아토피 피부염을 재발시킨다고 보고 있다. 잘 움직이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는 생활습관도 피부염 예방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는 피부염을 유발하는 매연 등 환경오염 물질이 많은 도시 지역에서 더 심할 가능성이 있다.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나타나면 피부과 또는 알레르기내과를 찾아 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주로 피부염 치료를 위한 부신피질호르몬제, 가려움증을 치료하기 위한 항히스타민제를 연고 형태로 쓴다. 복용약은 염증뿐 아니라 다른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어 오랜 기간 쓰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꾸준한 치료다. 완치됐다 싶어도 재발하는 일이 많기 때문. 박천욱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간혹 증상이 약간 나아지거나, 반대로 차도가 없다며 병원에 발길을 끊는 환자가 있는데 이는 증상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대병원 교수가 동료 교수를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나 직무가 정지됐다. 서울대병원 인사위원회는 어린이병원 소속 A 교수가 최근 후배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신고에 따라 자체 조사를 벌여 이달 1일 직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정직 처분은 14일부터 시작된다. A 교수는 회식 후 귀갓길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직무정지는 병원 차원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병원 측과 별도로 조만간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A 교수에 대한 최종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대 측은 해임을 포함한 중징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5년간 건강보험 지출을 30조6000억 원 늘려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관건은 ‘지속가능성’이다. 10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원 조달책이 불분명해 ‘건보료 폭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현실적으로 건전 재정을 유지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사회복지 및 경제 전문가 10명과 함께 ‘문재인 케어’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했다.○ 건보료 인상, 지난 10년 수준으로 유지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직접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건보료를 “지난 10년보다 높지 않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지난 10년’에 건보료가 동결된 올해가 빠지고, 대신 건보료가 크게 오른 2007년(6.5% 인상)을 포함했다는 것이다. ‘10년’을 2008∼2017년으로 보면 평균 건보료 인상률은 2.6%인 반면 2007∼2016년으로 계산하면 3.2%다. 정부는 3% 이상의 인상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분명한 건보료 상승 폭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문가 10명 중 6명은 문재인 케어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계획대로라면 현재 본봉의 6.12%인 건보료율을 7%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데, 임금 상승에 따른 자연 증가분과 고령화로 인한 실질 인상률까지 감안하면 7.5%가 넘을 수도 있다”며 “건보료 인상 계획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동의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는 건보료율이 8%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과거 5년간 평균 인상률(1.1%)을 유지하면 건보료율이 상한에 도달하는 건 2042년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건보료율을 매년 3.2%씩 올린다면 당장 9년 후인 2026년에 상한을 돌파하게 된다. 건보료율의 ‘한계’가 무려 16년이나 앞당겨지는 셈이다.○ 2023년 이후 건보 재정 추계는 무의미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충분히 협의해 재원 마련 대책을 꼼꼼히 검토했고,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재정 건전성과 건보 지출 추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은 ‘그해 걷어서 이듬해 쓰는’ 단기보험이어서 2023년 이후 추계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과거 건보 재정의 고갈을 예측한 연구 결과들이 모두 틀렸다는 점이 그 근거다. 하지만 전문가 10명 중 7명은 “정부가 중장기 추계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계치 공개의 본질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건보 보장성 계획을 짤 때 가용한 모든 변수를 넣어 매년 추계치를 수정해 나가야 긴 안목으로 현 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은 “미국에선 매년 10년 치 사회보험의 재정을 추계한 뒤 ‘내 양심을 걸고 가장 합리적인 추계치다’라는 문구에 연구 책임자의 서명을 넣어 발표한다”며 “이를 국내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노인 의료비 증가가 메르스 탓? 정부는 노인 의료비가 예전처럼 빠르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전체적인 건보 지출도 크게 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60, 70대 자녀가 80, 90대 부모의 의료비를 내주지 못하는 이른바 ‘노노(老老) 케어의 저주’가 실현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노인 의료비는 2003∼2007년 연평균 20.2%로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2011∼2016년 연평균 증가율이 9.3%에 그치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해 급증한 노인 의료비를 의도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눈속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노인 의료비는 25조187억 원으로 전년(21조9210억 원)보다 14.1% 늘었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탓에 진료를 받지 않던 노인 환자들이 지난해 대거 병·의원에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의료비가 늘어났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노인 인구의 급증이 본격적인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65년 한국이 고령화로 추가 지출해야 하는 돈은 연평균 5조6000억 원에 이른다. 의료비뿐만 아니라 복지 수요도 급격히 늘기 때문이다. 김영봉 세종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1%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현 건강보험 정책에 가장 비판적인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지속가능성을 두고 토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유근형 기자}

9일 발표된 ‘문재인 케어’는 보험 혜택보다 비급여 의료비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풍선 효과’를 잡기 위한 강력한 처방이다. 건강보험 지출은 2008년 26조6543억 원에서 2015년 45조7602억 원으로 71.7%나 늘었지만, 건보 보장률은 62.6%에서 63.4%로 별 차이가 없다. 병·의원이 수익을 내려고 비급여 의료행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면서 가구당 건보료(월 9만4000원)보다 더 많은 돈(월 27만6000원)이 민간보험으로 흘러 들어가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정부는 비급여 항목 3800여 개의 안정성을 평가해 2022년까지 급여화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통해 전 국민 비급여 의료비 부담을 2015년 13조5000억 원에서 2022년 4조8000억 원으로 낮춰 건강보험 보장률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1인당 전체 의료비 부담을 연평균 50만4000원에서 41만6000원으로 17.7% 줄이는 게 목표다. 얼마나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사례별로 살펴봤다.○ 중증 치매로 반년 입원한 80대→ 본인부담금 1559만 원→150만 원(내년부터) 치매와 뇌경색 등 합병증에 시달리는 A 씨(83)가 162일간 병원에 입원하면 의료비로 1559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2, 3인실 입원비, 간병비 등 1141만 원의 ‘비급여 폭탄’을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A 씨의 부담은 150만 원 정도로 줄어든다. 올해 10월부터 중증 치매 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은 10%로 경감되고 내년부터 MRI 검사비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특히 일반병실(4인실 이상)이 없어 어쩔 수 없이 2, 3인실을 사용하는 환자도 내년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악성 결핵 등 중증 호흡기 질환자나 산모는 1인실을 이용해도 2019년부터 혜택을 받는다. 특진비(선택진료비)도 내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A 씨가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면 현재는 개당 60만 원을 내야 하지만 내년부터는 36만 원만 내면 된다. 65세 이상의 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률을 50%에서 30%로 낮추기 때문이다. ○ 급성 폐렴으로 입원한 8세 어린이→ 127만 원→41만 원(올해 10월부터) 천식과 급성기관지염을 동반한 폐렴으로 열흘간 입원한 B 군(8)에게 청구된 진료비는 127만 원이다. 초음파 검사와 2, 3인실 입원비 등 비급여 비용 77만 원 외에도 건강보험 진료비의 20%인 50만 원을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현재 아동 입원진료비 특례(본인부담률 10%)는 0∼5세 아동에게만 적용된다. 하지만 10월부터 아동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이 5%로 줄고 대상은 0∼15세로 대폭 늘어난다. 이 경우 B 군이 내야 할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은 28만 원으로 22만 원이 감소한다. ○ 목 디스크 수술 받은 저소득층 40대→ 203만 원→104만 원(올해 10월부터) 월 소득 61만 원으로 살고 있는 C 씨(43)는 목 디스크 수술비로 총 203만 원을 부담해야 했다. 디스크 수술 시 MRI 검사가 필수지만 현재는 건보에서 제외돼 있다.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해도 연 120만 원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C 씨의 부담이 104만 원으로 줄어든다. MRI 검사 시 건강보험은 △치매·디스크(2018년) △혈관성질환·간·췌장(2019년) △근육·염증성질환(2020년) 순으로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초음파 검사도 폐·심장·부인과(2018년), 두경부·갑상샘(2019년), 근골격계·혈관(2020년) 등에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진다. ○ 고가 항암제 처방받은 50대→ 4590만 원→1377만 원(내년부터) 대장암 수술을 받은 D 씨(55)에게는 화학요법 및 표적치료제가 듣지 않았다. 건강보험에서 제외된 고가의 3차 항암제 쓰는 방법만 남았을 뿐이다. 그가 지불하는 약값은 연간 4590만 원 수준. 이처럼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건보 재정을 감안해 비급여로 남겨뒀던 의약품은 내년부터 개별 심사를 거쳐 ‘선별급여’로 분류해 본인부담률을 30%로 낮춰준다. D 씨의 약값 부담이 1377만 원으로 뚝 떨어진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