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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와의 접경지역인 터키 안타키아 시의 한 시리아 난민학교. 교실 벽에는 비행기가 폭격하는 장면, 군인이 주민들에게 발포하는 장면, 집이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 등을 그린 아이들의 그림이 걸려 있다. 온통 붉은색이다. 300여 명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이 학교의 무스타파 샤크르 교장은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아이들의 머릿속은 붉은색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다 보니 그림 전체를 붉은색으로만 그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는 “터키 내 시리아 난민 어린이 4명 중 3명은 내전으로 가족을 잃었고, 아이들의 절반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끔찍한 경험을 한 아이들의 가슴에는 적개심과 미움이 넘친다. 채 열 살도 되지 않은 한 소녀는 “아사드(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를 죽이는 게 꿈”이라고 한다. 시리아에 남아 있는 아이들의 삶은 더욱 끔찍하다. 8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시리아 밥알살람 난민촌의 어린이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한 난민은 “어린 딸은 평소처럼 밤늦게까지 놀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추위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숨져 있었다”고 CNN에 털어놨다. 아침 해가 뜨면 아이들은 풀을 뜯어 먹으며 허기를 달랜다. 이미 약 50만 명의 시리아인이 해외로 도피했고, 시리아 내에도 2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흩어져 있다. 9일에는 중부 홈스 인근에서 정부군의 폭격으로 생후 7개월∼16세의 4남매가 한꺼번에 숨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정부군이 반군 지역 학교 운동장에 폭탄을 떨어뜨려 10여 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5월 훌라의 학살 현장에서 발견된 108구의 시신 가운데 어린이가 49명이었다.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쓰기도 한다고 유엔은 지적했다. 반군에게 커다란 공포감을 주기 위해 친정부 민병대가 어린이와 여성을 골라서 학살한다는 증언도 있다. 시리아 내전은 1971년부터 43년째 부자 세습 독재를 이어오고 있는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반발에서부터 비롯됐다. 2011년 3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6만 명에 달한다고 유엔이 3일 발표했다. 그럼에도 아사드 대통령은 6일 물러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반군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할 준비까지 마쳤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슬람 시아파로 구성된 시리아 현 지도부를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지지하고 있고, 시리아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달갑지 않은 러시아와 중국도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내전은 길어지고 있다. 내전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 ‘핏빛’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의 싸움에 죄 없는 아이들의 삶이 파괴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천진난만한 여섯 살 아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장택동 국제부 차장 will71@donga.com}

지난해 12월 11일 쿠바에서 네 번째 암 수술을 받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네스토 비예가스 통신정보장관은 3일 발표한 성명에서 “차베스 대통령이 심각한 폐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호흡 곤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차베스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날 전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각 부처의 수장들을 교체하는 것이 당연시되지만 감사원장은 사정이 다르다. 헌법으로 임기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98조 2항은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는 4년으로 하며,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도 개별법에서 임기를 정하고 있지만 감사원장의 임기는 헌법에 명시된 만큼 그 무게가 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감사원장의 임기도 헌법을 따르기보다 정치 현실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김영준 감사원장이 바로 물러났고,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전윤철 감사원장이 사퇴했다. 반면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당시 이종남 감사원장은 교체되지 않고 임기를 마쳤다.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감사원장 교체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감사원장 교체에 반대하는 측은 권력의 변화와 상관없이 직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원장의 임기를 보장한 헌법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2011년 3월 취임한 양 원장은 첫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의 한 인사는 사견을 전제로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는 양 원장을 특별한 이유 없이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물러난 김영준 전윤철 전 원장은 모두 4년의 임기를 한 차례 마친 뒤 연임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바뀌었기 때문에 임기 보장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반면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새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묻는 차원에서라도 일단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23일 감사원장을 포함한 ‘5대 권력기관장’의 교체 여부에 대해 언급하며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사람의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박 당선인 측에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교체 쪽에 무게가 더 실린 발언’으로 해석했다. 전윤철 전 원장은 2008년 사퇴할 때 “흔쾌히 새 대통령에게 ‘프리핸드(재량권)’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당선인이 공약대로 상설특별검사제,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면 사정기구가 늘어나게 되는 것도 고려 사항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장이 새 대통령의 신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게 되면 감사원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 원장이 물러날 경우 새 감사원장 후보로는 박 당선인 선거캠프의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1순위로 꼽힌다. 법조계의 신망이 두텁고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보수 성향의 박일환 전 대법관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름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군에 거론되는 목영준,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도 거론된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원장의 임기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다른 기관들이 감사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장택동·손영일 기자 will71@donga.com}

2011년 1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1주일 앞두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출신인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사퇴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평생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고 살아왔으며, 살고 있는 집 외에 땅 한 평 소유해 본 적이 없다”며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정 후보자가) 그 자리에까지 올라가려고 얼마나 자기 관리를 잘했겠느냐. 나하고 가깝다고 (감사원장을) 시키려 한 게 아니다”며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 후보자나 이 대통령 모두 낙마(落馬) 원인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 독립성’이었다.① “정치적 독립성이 감사원장의 생명” 한 전직 감사원 고위간부는 “정 후보자의 경우 전관예우 등에 관한 의혹도 있었지만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이 감사원장이 되면 정치적 외풍(外風)을 막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고 지적했다.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낸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주요 이유도 ‘코드 인사로는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감사원은 무려 6만4235개의 기관에 대해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국가의 돈이 들어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감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감사원은 ‘정권의 무기’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한국의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 기관이다. 의회 소속인 미국 영국이나 독립기관인 프랑스 독일에 비해 대통령과 권력의 입김이 미칠 소지가 크다. 그만큼 독립성을 수호하려는 감사원장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감사원은 구조적으로 독립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권력형 비리에 눈을 감지 않고 부조리를 척결해 나갈 원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② 힘센 기관들의 압박을 견뎌낼 강단 필요 감사원장은 이른바 ‘힘센’ 기관들과 부딪쳐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010년 감사원장 재직 당시) 저축은행 감사에 들어갔더니 오만 군데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토로한 바 있다. 외압을 이겨낼 강단이 있어야 이런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 ‘가장 강단 있는 감사원장’으로 평가돼온 인물은 이회창 전 원장이다. 1993년 감사원이 군 전력증강 사업인 율곡사업에 대해 감사에 착수하자 군은 ‘창군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강력하게 저항했다. 그러나 이 전 원장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당시 감사원은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청와대도 봐주지 않았다. 이 전 원장은 또 700억 원의 국민 성금을 모은 뒤 흐지부지됐던 ‘평화의 댐’ 건설 사업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였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정부 관계자는 “감사원이 자료를 받기 위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를 찾아가자 ‘못 들어온다. 돌아가라’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며 “이 전 원장이 성역(聖域)이었던 청와대와 군, 안기부까지 감사하면서 감사원의 활동 영역이 크게 확장됐다”고 평가했다.③ 감사 대상을 압도할 도덕성과 청렴성 갖춰야 감사원장은 ‘남의 눈에 있는 들보’뿐만 아니라 때론 ‘사소한 티끌’까지 잡아내야 하는 자리이다. 국회 동의가 있어야 임명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작은 흠도 없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추지 못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감사원 원로들 중에는 제5, 6대 감사원장(1971년 7월∼1976년 7월)을 지낸 고 이석제 전 원장을 ‘대표적 청렴 감사원장’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전 원장은 1961년 5·16 군사정변의 주역 중 한 명이었는데도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청렴한 자세를 끝까지 잃지 않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말년까지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18평 임대아파트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헌 전 원장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감사원의 한 간부는 “한 전 원장은 선비 같은 꼿꼿함과 검소한 생활로 직원들의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④ “원장 리더십 약하면 감사원은 모래알처럼 흩어질 수도 있다” 사정기관인 검찰 경찰의 수장은 내부 인물 중에서 기용되지만 감사원장은 감사원 출신이 맡은 적이 없다. 1963년 설립 이후 초대 이원엽 원장부터 현 양건 원장까지 16명의 감사원장 중 법조인 출신이 7명, 군 출신이 5명, 행정관료 출신이 2명, 학자 출신이 2명이다. 외부에서 온 원장이 1000여 명의 감사원 직원을 이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감사원 직원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자칫 모래알처럼 흩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리더십 측면에서는 판사 출신인 김황식 총리가 감사원 내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편이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현 감사원 직원들에게 ‘어떤 원장을 존경하느냐’고 물으면 상당수가 ‘김 총리’라고 답할 것”이라며 “김 총리는 따뜻한 리더십으로 감사원 직원들을 이끌며 조직의 화합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⑤ “비리 척결 위한 통찰력과 경험 갖춰야” 비리의 핵심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그런 문제를 척결해 본 경험, 부패 문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감사원의 운용 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감사원장의 중요한 몫이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21세기 감사원의 과제”라며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감사원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아는 감사원장이라야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거성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은 “감사원장은 실무적인 감사 기술보다는 국가의 반부패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어떤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에 귀화한 일본 여성의 편지에 이례적으로 친필 답장(사진)을 보냈다고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1961년 귀화해 함경남도 영광군에 거주하는 일본 출신의 임경심 씨는 최근 김정은에게 ‘장남이 노동당에 입당할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 이에 김정은은 26일 임 씨에게 “우리 당은 가슴속에 아픈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더 깊이 품어주고 내세우고 있다”고 답장을 보냈다. 김정은이 일본 출신 북한 거주자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비리로 해임된 경력을 숨기고 공공기관에 취업한 전직 공직자가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관에서 비리 혐의로 퇴임한 뒤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전직 공직자 A 씨에 대해 해임 및 고발을 요구했다고 30일 밝혔다. A 씨는 공직자로 재직할 당시 직무 관련 업체에서 1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제공받은 혐의로 해임됐다. 하지만 A 씨는 이 사실을 숨기고 3년 만에 지경부 산하의 다른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부패 행위로 파면이나 해임된 공직자는 5년 동안 공공기관이나 퇴직하기 전에 하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북한군의 핵심 수뇌부인 현영철 총참모장은 29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정은 군 최고사령관 추대 1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국방공업 발전에 최우선적인 힘을 넣어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영철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해 “혁명군대를 내세워 강성번영의 기적을 이룩해 나가는 창조와 건설의 거장”이라고 찬양한 뒤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의 건군 위업이 새로운 높은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 나라에 군사중시 기풍을 철저히 세우고 전국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기어이 성취하고야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는 당·군·정 핵심 인사들과 함께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 등 장거리로켓 발사에 기여한 과학자들도 참석했다. 김정은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냥 문자나 수업 게시판에 ‘O일 수업 휴강합니다’라고 공지할 뿐이죠. 보강해 준 교수님은 몇 명 없었던 것 같아요. 학생들 모두에게 맞는 날을 잡기가 어렵다면서….”(서울 A대 2학년 최모 씨) 교수가 출장이나 개인 사정을 이유로 휴강한 뒤에 보충하지 않는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연간계획에 따라 실시해 26일 발표한 종합감사에서 이런 문제가 다시 확인됐다. 근무시간에 경마장을 상습적으로 드나든 국립대 교수도 적발됐다. 평택대 교수 9명은 학기 중 총장의 허가 없이 해외여행을 떠났다. 보강 계획서는 제출하지 않았고, 보강(총 119시간)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과 강의료를 100만2000원이나 받았다. 다른 교수 9명도 국외 출장을 가면서 수업을 73시간이나 빼먹었다. 그러면서도 초과 강의료 121만8000원을 수령했다. 목포해양대 교수 14명 역시 국내외 출장, 연가를 이유로 휴강하고 보강을 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듣지 못한 수업시간은 교수별로 2∼92시간이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강의를 빼먹은 교수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휴강하면 학교에 보강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수가 자발적으로 보강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이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학기말 강의 평가에 “교수가 수업을 모두 실시했다” “빼먹은 강의는 보강했다” 같은 항목을 넣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대학은 학생들의 출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평택대는 출석요건(수업일수의 4분의 3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외국인 유학생 5명에게 성적을 줬다(총 26개 과목). 교원 9명은 17개 강좌 수강생 전원의 출결 상황을 실제와 다르게 처리했다. 교원 60명은 총 112개 강좌에 대한 출석부를 아예 제출하지도 않았다. 목포해양대의 교원 19명은 실습선에서 근무하는 직원 9명이 출항 중에도 일반대학원에 출석했다고 허위 기재하고 학점을 줬다. 한편 모 국립대 A 교수는 2010년 11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근무시간에 경마장을 92차례나 드나들다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A 교수처럼 근무시간이나 출장 중에 근무지를 이탈해 경마장과 경륜장 등 사행성 사업장을 드나든 공무원 20명을 조사 중이다. 감사원은 정부 교체기를 맞아 27일부터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125개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에 대한 공직기강 특별점검에 착수한다.최예나·장택동 기자 yena@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총리 권한은 △국무위원 후보를 3배수 정도 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국무회의를 총리가 사실상 주재하도록 해 정책 조정·주도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 헌법에는 총리의 권한으로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대통령 궐위 시 권한대행권, 총리령 발령권도 규정하고 있다. 공약이 실현되고 헌법상 권한을 총리가 실제 행사한다면 막강한 인사권과 국정운영권을 가진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위상을 갖게 된다. 역대 총리 가운데 이런 ‘책임총리’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는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라고 전문가들은 꼽는다. 하지만 정용덕 서울대 교수는 “이 총리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여권 내 지지 기반이 약했기 때문에 힘을 실어준 것일 뿐 지금까지 책임총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새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진정한 의미의 책임총리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상 책임총리제를 운영하는 프랑스 전직 총리들도 “총리는 까다로운 유권자와 거만한 대통령 사이에 끼인 신세”라고 토로했다고 르몽드지는 보도한 바 있다. 그만큼 대통령중심제에서 책임총리제의 실현은 쉽지 않다. ‘3배수 제청권’에 대해서도 관가에서는 “인사가 대통령 권한의 핵심인데 실질적인 제청권 행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책임총리의 레버리지(지렛대)는 인사와 예산”이라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장관 제청권보다 해임건의권을 강화하고 차관 인사권을 총리에게 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 노태우 정부의 이현재 총리는 차관 인사권을 상당 부분 위임받아 행정부에 대한 장악력을 높였다. 이 관계자는 “총리가 정책을 조정하면서 예산까지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분적으로라도 갖는다면 실권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2005년 3월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경제부총리로 영전하고 국무조정실(현 국무총리실)의 차관급 자리가 하나에서 둘로 늘어나는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는 후임 국무조정실장은 물론이고 차관급 두 자리도 모두 국무조정실 내부 인물을 승진시키려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들에서 ‘국무조정실이 좋은 자리를 독식한다’는 불만이 흘러나왔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이 총리가 ‘일을 안 했으면 안 했지 나와 일할 사람을 내가 선택하지 못한단 말이냐’며 밀어붙여 결국 성사시켰다”고 회고했다. 2009년 9월 정운찬 총리가 취임했지만 보통 총리와 진퇴를 같이하는 총리 정무실장은 한동안 바뀌지 않았다. 정 총리가 국가정보원 출신 김유환 씨를 정무실장에 앉히려고 하자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2010년 2월에야 정무실장은 교체됐다. 정 총리는 사석에서 “나와 일할 사람 한 명조차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로했다고 한다.이처럼 국무총리의 위상은 시기에 따라, 인물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인사와 정책을 좌우하는 ‘실세 총리’가 있는가 하면 실권도 없이 ‘의전 총리’ ‘대독 총리’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며 ‘책임총리제’를 약속함에 따라 새 정부에서 총리의 위상은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시 시대’가 시작됨에 따라 책임총리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책임총리제가 실현되려면 대통령의 의지,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그 위상에 맞는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대통령과의 신뢰 속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되 책임총리로서의 소신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도덕성과 경륜, 대통합의 상징성도 책임총리가 갖춰야 할 자질이다.① 대통령과의 돈독한 신뢰관계전문가와 전·현직 관료들은 ‘대통령과의 신뢰’를 책임총리의 첫 번째 요건으로 꼽는다. 책임총리라도 ‘대통령 보좌’라는 헌법상 위상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총리실에서 정무비서관 등을 지낸 이재원 한국외국어대 재단 이사는 “대통령과의 신뢰, 시대적 상황, 본인의 능력이 맞아떨어져야 총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이 중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세종시 시대에 걸맞은 위상-권한 스스로 챙길 줄 알아야” ▼한 예로 김황식 현 총리는 2010년 김태호 총리후보자의 낙마 이후 ‘대타 총리’로 임명된 측면이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도 없다. 하지만 점차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지면서 지난해 검경 수사권 문제 등 주요 갈등 사안의 해결을 김 총리에게 맡겼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는 주요 현안을 대통령이 총리와 실질적으로 협의해 처리했다”며 “지금까지 ‘실세 총리’로 불렸던 총리들에 비해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② 대통령의 보완재 역할이런 이유로 책임총리는 대통령과 대칭관계에 있는 인물보다는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인물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총리의 임면권을 대통령이 가진 현실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충돌하면 결국 총리의 사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통령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현 국정운영 시스템상 대통령과 총리가 생각이 다를 경우 총리가 대통령을 설득할 여지는 없다고 봐도 좋다”며 “잘못했다간 역린(逆鱗)으로 비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김영삼 대통령 시절 ‘대쪽 총리’로 신망을 받던 이회창 총리는 헌법상 총리의 권한을 그대로 행사하려 했다. 그는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내용이 자신에게 보고되지 않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고, 대통령 해외 방문 때 국방부와 일선 부대를 시찰하고 보고를 받았다. 결국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끝에 그는 4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정치적 경험과 대통령 철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보완재 성격을 갖춘 총리가 필요하다”며 “태양이 두 개가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③ 책임총리에 걸맞은 강단과 소신하지만 책임총리에게 걸맞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세도 동시에 요구된다. 과거 일부 총리의 위상이 지나치리만큼 낮았던 것은 “청와대가 기침을 하면 감기에 걸릴 정도”(전직 총리실 간부)로 스스로 움츠러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첫 책임총리는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총리는 책임총리의 자질로 “강단이 있어야 한다”며 “국무위원 제청권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총리실 출신인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도 “책임총리는 자기 밥그릇을 챙길 줄 알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그런 총리는 이회창, 이해찬 총리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창영 전 총리 공보실장은 “권한도 중요하지만 언제든지 자리를 던질 각오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④ 도덕성은 기본, 경륜은 필수총리로 임명되려면 국회의 과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필요 없는 대통령실장이나 국회 인사청문을 거치지만 국회 동의가 필수 요건이 아닌 장관과 주요 권력 기관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이 때문에 도덕성은 책임총리의 필수불가결한 자질이다. 김대중 정부의 장상 장대환, 현 정부의 김태호 총리후보자가 야당의 ‘도덕성’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총리의 권한이 강화될수록 검증의 강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부 통할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행정 경험과 경륜도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이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는 “통합력과 행정부 장악력, 경륜이 있으면서 사회적인 평판을 갖춘 인물이라야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⑤ 대통합과 전문성의 상징적 인물이전 대통령들도 지역 화합이나 정치적 배려를 총리 인선의 주요 잣대로 삼아왔다. 하지만 ‘100%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제시한 박 당선인에게 총리 인선은 대통합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반면 총리에게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 부분 위임하려면 당선인이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총리와 국정을 분담하려면 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써야 하고, 대통합을 위해서는 상징성이 있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징성을 갖췄으면서도 당선인의 핵심 어젠다에 전문성이 있는 인물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장택동·고성호 기자 will71@donga.com}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고 김태효 전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 등 393명에게 훈·포장을 주는 내용의 영예수여안을 의결했다. 김 전 기획관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공로를 인정받아 황조근정훈장을 받게 됐다. 정부는 당초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김 전 기획관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내용의 영예수여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으로 물러난 그에게 대선을 앞두고 훈장을 수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자 영예수여안 상정을 연기한 바 있다. 정부는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강동석 위원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기로 했고, 울산 하수처리장에 빠진 인부를 구조하다 순직한 박용복 소방장에게는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정부는 제18대 대통령 당선인 예우 및 인수위원회 운영비용으로 우선 1억490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일반예비비 지출안도 처리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외국의 우수한 정보기관들은 수장의 제일 조건으로 ‘전문성’을 꼽는다. 능력을 인정받으면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일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46년간 정보 분야에서 몸담은 정보 베테랑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조지 테닛 전 국장은 1997년 7월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그를 계속 기용해 2004년 6월까지 7년간 재직했다. 린든 존슨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6년 9개월 동안 CIA 국장을 지낸 리처드 헬름스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무마하라는 닉슨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한 대가로 이란 대사로 좌천됐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의 국장은 대부분 내부에서 승진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고, 재임기간도 길다. 한 예로 2002년 임명된 메이르 다간 국장은 8년 동안 재직하며 아리엘 샤론, 에후드 올메르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일했다. 현 타미르 파르도 국장도 모사드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영국의 국내정보국(MI5)과 해외정보국(MI6)의 국장은 뒤에서 조용히 일할 뿐 전면에 나서지 않기로 유명하다. 존 소어스 MI6 국장은 2010년 10월 언론인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는데 1909년 MI6가 생긴 이후 국장이 대중연설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은 “미국 CIA, 독일 연방헌법보호청을 비롯한 외국 정보기관은 전문성과 경험, 애국심, 정치적 독립성을 갖춘 인물을 수장으로 선발한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측근을 정보기관장으로 데려다 놓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장택동·이정은 기자 will71@donga.com}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불우이웃을 돕는 데 앞장서온 공무원이 훈장을 받았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1일 박준재 서울 도봉구 지방행정주사보(49)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하는 등 공직복무관리 우수공무원 44명에게 훈·포장을 수여했다. 뇌병변 3급 장애를 갖고 있는 박 주사보는 2001년부터 토요일마다 요양원을 찾아가 노인들에게 평소 배운 지압과 안마를 해주면서 말벗이 돼 주는 등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해왔다. 또 박래기 경북 상주시 화서우체국 정보통신장(37)은 집배원으로 일하며 홀몸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공과금을 대신 납부해주는 등 봉사활동을 한 공로로, 나권호 서울시 지방기계장은 상수도 현장업무를 담당하며 신공법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 공로로 각각 옥정근정훈장을 받았다. 이 밖에 윤광상 경기 고양시 일산경찰서 경위 등 5명은 근정포장, 이갑수 관세청 서기관 등 19명은 대통령표창, 황원철 경남 밀양시 지방행정주사 등 17명은 국무총리표창을 각각 받았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황식 국무총리는 21일 “총리가 국무위원을 (실질적으로) 제청하려면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자료를 100%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책임총리제와 관련한 질문에 “지금은 총리에게 국무위원을 제청하라고 하더라도 기본 자료가 갖춰져 있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대통령이 총리 의견을 참조하고 존중하는 쪽으로 (제청권의 취지를) 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관 임명과 관련해 대통령과 협의한 경우도 있고, 먼저 제시한 경우도 있다”며 “총리가 아무런 제청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단언할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이번 대선에서 세대별로 투표성향이 뚜렷하게 차이가 난 것에 대해 “부모와 자식 간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인데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현실이 고단해도 나름대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반면 5060세대는 살아온 궤적을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주문했다. ‘현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임기 후반에는 소통을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초반에 소통이 부족했다는 인상을 줘서 오해도 쌓이고 잘못 인식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국가관과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 보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확인하면 된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극구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2·17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둔 유세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이같이 압박하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공개를 촉구했다.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대화록 공개를 계속 추진할지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향방을 결정하게 될 첫 테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공개할 경우의 부담이 앞으로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대에 오르는 대북정책 이 밖에도 박 당선인 앞에는 중요한 대북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당장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문제는 아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 수위도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이 강경 일변도로 대응할 경우 새 정부 초반부터 남북관계가 얼어붙을 위험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가 이뤄진다면 6개월 정도 경색국면이 더 지속되고 최악의 경우 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맞대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안보와 억지력을 중시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어 이명박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서울과 평양에 남북교류사무소를 설치해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은 계속하겠다고 밝히는 등 현 정부보다 유연한 게 사실이다.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한 윤병세 서강대 교수는 “신뢰 프로세스의 초·중기 단계까지는 비핵화와 연계되지 않는 상호 호혜적 분야의 협력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이런 남북 교류와 함께 국제 공조의 투 트랙으로 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핵·개방 3000’ 정책을 밀어붙이다 5년 내내 남북관계 경색을 풀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과거 정부들의 실패를 바탕으로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앞으로 박 당선인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 합의를 모두 부정하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경중을 따져 진행할 것”이며 “5·24 조치는 남북교류 확대, 개성공단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융통성 있게 풀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박 당선인은 어느 대북 전문가 못지않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다. 이어 재임 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만나게 되면 북한의 부자(父子) 지도자를 모두 만나게 되는 첫 대통령이 된다. 박 당선인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북한의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 밝혀왔다.○ 동북아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대외적으로 박 당선인의 취임을 전후해 동북아 지역의 갈등이 고조될 소지가 크다. 우경화 공약을 내걸고 총선에서 압승한 일본 자민당은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 사흘 전인 내년 2월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를 지방 행사에서 정부 공식 행사로 승격시키겠다고 밝혔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싼 중일 갈등이 일촉즉발의 무력충돌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여기에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 한국은 주요 2개국(G2)의 중간에 끼여 어정쩡하게 눈치만 보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균형외교’를 공언해 왔지만 이를 구체화할 청사진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찰떡공조를 과시했던 한미관계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민감한 문제들이 양국 정부 앞에 놓여 있어 얼굴을 붉히는 협상을 피하기 어렵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한미관계가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좋았지만 양국 간 이슈들을 냉정하게 따져보면 앞으로는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상 첫 여성 군 통수권자의 리더십 국방 분야에서 박 당선인은 사상 첫 여성 군 통수권자라는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취임일인 내년 2월 25일 0시를 기해 군정과 군령을 포괄하는 군 통수권을 행사한다. 군 관계자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냉전이 시퍼런 한국에서 여성 통수권자가 탄생한 것은 일대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박 당선인으로선 군 경험이 없는 여성이 군을 통솔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을 딛고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군 안팎에서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뼈대로 한 국방개혁안에 대해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 참모진 사이에 부정적 의견이 많아 원안대로 추진되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의 차질 없는 전환을 위한 한미 연합군사조직 신설과 차기전투기(FX), 대형 공격헬기 도입사업 등 10조 원대 무기 도입사업도 박 당선인이 떠안아야 할 과제다.이정은·장택동·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lightee@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를 구성해 국정을 운영하는 데 국무총리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총리·국무위원의 권한과 정책 책임성이 미흡해 ‘제왕적 대통령제’로 비판받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국무회의를 사실상 주재하면서 정책을 주도하고 조정하도록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당선인 측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도 9월 “(새 정부에서) 책임총리제를 실시하겠다”며 총리가 3배수 정도의 국무위원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들 중에서 국무위원을 임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87조 1항에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총리,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를 제외하면 총리가 제청권을 실제로 행사한 사례는 거의 없다. 따라서 공약대로 총리가 장관을 추천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갖고, 정책 결정을 주도하게 된다면 명실상부한 ‘2인자’의 위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헌법상 총리의 역할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총리에 대한 임면권도 대통령이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총리에게 장관 3배수를 제청하라고 하면 사전에 대통령의 의중을 살핀 뒤 명단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총리의 위상 강화는 대통령이 어떤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고 ‘운영의 묘’를 살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진정한 책임총리제를 실현하려면 정치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세대·지역 측면에서 당선인과 대립각에 있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페이스북 글쓰기는 진정한 소통방법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글쓰기를) 그만두기에 적합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황식 국무총리(사진)가 17일 페이스북 국무총리실 계정에 ‘연필로 쓰는 페이스북’ 100번째이자 마지막 글을 올렸다. 김 총리는 지난해 3월 27일 ‘서울대 어린이 병원을 다녀와서’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매주 월요일마다 메모지에 손으로 글을 썼고, 이를 총리실 직원이 스캔해 페이스북에 올려왔다. 김 총리는 마지막 글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총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생각을 전하고자 했다”며 “그 내용은 따뜻한 세상에 관한 것이길 바랐다”고 적었다. 그가 써온 글에는 국정 현안에 관한 것도 있지만 자살한 학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어려운 환경 속에도 꿈을 잃지 않은 어린이에 대한 격려 등 인간적인 내용이 많다. 김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대신 “민생현장 방문이나 행사 참여 시 손을 높이 들어 흔드는 제스처를 일부러 피했다”고 소개했다. 2년여 동안 조용하고 꼼꼼하게 국정을 챙기면서도 외부에는 부각되지 않는 길을 걸어온 그의 스타일을 보여준 셈이다. 메모를 시작할 당시 1만 명도 되지 않았던 총리실 페친(페이스북 친구)은 23만 명으로 늘었고 오프라인에서 세 차례 모임도 가졌다. 글쓰기를 마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갖고 갈 것, 버리고 갈 것을 가리고 마음자락을 정리하면서 (세종시로) 이사를 준비한다”며 “마침 이번 글이 100번째이고 총리로서 일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적었다. 끝으로 그는 김광섭 시인의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시구를 소개하며 아쉬움을 표현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지난해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1년 동안 북한 당·군·정의 핵심 요직 가운데 적어도 3분의 1가량은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와 매체 보도, 한국 정보당국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 분석한 결과 당·군·정의 요직 195개 중 60개(30.8%)는 인물이 교체(신설, 추가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전문가는 16일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내용, 남한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핵심 요직 중 절반가량이 바뀌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 대상은 통일부의 ‘북한 권력기구도’와 ‘북한 주요 기관·단체 인명록’을 근거로 △노동당에선 제1비서, 정치국 후보위원 이상, 중앙군사위 위원 이상, 비서, 전문부서장, 도당 책임비서 △군부에서는 최고사령관, 국방위원 이상, 총정치국·총참모부·인민무력부·국가안전보위부·인민보안부 부책임자 이상 △국가기관(정)에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의장·부의장·전문위원장, 내각 장관급 이상, 도 인민위원장으로 정했다. 분야별로 보면 가장 큰 변화가 벌어진 곳은 군이었다. 30개 요직 가운데 13개(43.3%)가 교체됐다. 수뇌부인 최고사령관(김정일→김정은), 총정치국장(공석→최룡해), 총참모장(이영호→현영철), 인민무력부장(김영춘→김정각→김격식)이 모두 바뀌면서 1년 내내 요동쳤다. 최근 손철주가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으로, 노광철이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으로 임명된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여기에다 일선 군단장 6명이 교체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정명도 해군사령관도 교체설이 돌고 있다. 더욱이 16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정일 1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정은 체제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최룡해가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앞서 현영철(차수→대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 최부일 부총참모장(대장→상장)도 계급이 강등됐다. 반면 김격식은 대장으로 복권됐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군 핵심 인사들의 직책을 바꾸고 계급을 흔들면서 ‘김정은의 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에서는 91개 요직 가운데 27개(29.7%)가 교체됐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당 비서, 고모부인 장성택이 정치국 위원, 최룡해가 정치국 상무위원 및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차지하면서 당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정에서는 74개 자리 가운데 20개(27.0%)가 바뀌었다.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반면 내각에선 부총리 4명이 교체 또는 추가됐고, 장관에 해당하는 내각의 상(相)과 위원장 10명이 교체됐다. 장성택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도 신설됐다. 김정은 체제 1년 동안 장성택과 김경희, 최룡해가 급부상했다는 점에는 당국자와 전문가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또 올해 당 정치국 위원·당 중앙군사위원·국방위원회 위원·인민보안부장을 맡은 이명수(공안), 당 정치국 후보위원·비서·계획재정부장·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을 차지한 곽범기(경제)도 김정은 체제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김정은의 남자’로 불렸던 이영호 전 총참모장은 숙청됐고, 김영춘 김정각 전 인민무력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박명철 체육상 등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친인척과 측근을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하면서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장택동·조숭호 기자 will71@donga.com}
1998년 설립된 남북 합영기업 평화자동차의 박상권 사장이 경영권을 북측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14일 방송된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그(북한) 사람들이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넘겨준다”며 “현재 중국 쪽에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평화자동차가 수익을 내지 못해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최근) 5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수익이 나고 있고 앞으로도 수익이 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로켓의 1단 추진체 잔해가 14일 서해에서 인양됐다. 북한 로켓의 잔해가 인양된 것은 처음이다.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해군 구조함인 청해진함이 14일 0시 26분경 변산반도 서쪽 160km 지점에서 북한 장거리미사일의 1단 추진체 잔해를 인양했다”며 “잔해는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옮겨져 군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이 정밀 분석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에는 옛 소련과 이란이 개발한 탄도미사일을 분석한 경험이 있는 미국의 로켓 전문가들도 기술자문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 낮 청해진함에 실려 경기 평택시의 해군 2함대사령부로 옮겨진 로켓의 잔해는 길이 7.6m, 지름 2.3m, 무게 3.2t 규모이며 1단 추진체의 산화제 탱크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의 로켓 발사 당일(12일) 오전 8시에 친필로 쓴 ‘발사 승인’ 명령을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에 하달한 뒤 오전 9시 평양 서북쪽에 있는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찾아 로켓 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했다.이 통신이 공개한 친필 명령에는 “당 중앙은 위성발사를 승인한다. 2012년 12월 12일 오전 10시에 발사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김정은은 후계자 시절이던 2009년 4월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지휘소에서 장거리로켓 발사를 참관한 바 있다.김정은은 현장에서 “우리 과학기술이 도달한 높이를 만방에 과시한 자랑스러운 쾌승”이라며 “앞으로도 인공지구위성 발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로켓 발사를 직접 명령하고 지휘소를 방문한 것은 발사 성공을 자신의 업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14일 오전 11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로켓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평양시 군민(軍民) 경축대회’를 열었다. 이 행사는 조선중앙TV가 생중계했으며, 15만 명이 참가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한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중국이 공식 발표한 것은 발사 뒤에 알았다고 했다”며 “그전까지는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조숭호·윤완준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