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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18일(현지 시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자산의 전개 및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 시 한미 양국이 이에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데이비드 헬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 언론들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전략자산의 전개 및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효과적인 억지력과 방위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들 중 하나”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모두발언에서는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은 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해 우리의 군사적 훈련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략자산의 전개와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는 최근 워싱턴의 전직 고위 군 인사들과 싱크탱크, 의회에서 쏟아져 나온 요구이기도 하다. 특히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018년 이후 중단된 B-2, B-52 등의 폭격기와 F-35 전투기, 항공모함, 핵잠수함 같은 전략자산 전개를 재개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대상을 거론했다.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자산들로 목표를 정밀 폭격하거나 초토화시킬 수 있는 압도적인 위력을 갖췄다. 또 헬비 차관보 대행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목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북한에는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FFVD는 미국 정부의 목표이자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의해 공유되고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치를 공유하는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대북제재도 언급했다. 한국 군 당국의 접근은 이에 비해 훨씬 신중하다. 17일 북한 총참모부의 군사행동 예고 등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던 북한이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섣부른 맞대응은 북한의 위협 수위를 다시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군 안팎에서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필두로 한 북한의 위협이 남한에 집중된 상황에서 한미 간 대북 압박 기조에 온도차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군은 북한의 육해공 도발 시나리오 20여 개에 대한 방어적 차원의 군별·제대별 대응태세를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미묘한 입장 차이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시행 여부 및 규모 등을 놓고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되는 만큼 향후 대응 수위는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르면 25일 예정된 전화 회담에서 이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태세를 강조한 펜타곤과는 별개로 국무부는 중국을 움직여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하와이에서 진행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 간 고위급 외교회담이 끝난 이후 기자들과 가진 전화 간담회에서 “중국과의 협력에 관해 북한은 명백히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이 문제에 협력한다면 북한은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핵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규진 기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패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잇단 위협 속에서 진지한 대북 해법 논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미 언론은 볼턴 전 보좌관이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에서 폭로한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가로 공개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hooked)”며 “김정은을 만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의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이날 트위터에서 회고록을 발췌해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비용에 불만이 컸다.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을 줄이거나 없애기를 원한다고 하자 그는 군 장성을 무시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또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스몰딜, 그냥 걸어 나가는 것 중 마지막 선택지를 택했다”며 “그는 마이클 코언의 (하원 청문회) 증언을 보면서 밤을 새웠고 어떤 선택을 해야 (코언의 증언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코언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못하게 하려고 ‘노딜’을 선택했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볼턴 전 보좌관을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밝혀 추가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미친(wacko) 존 볼턴이 북한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보고 있다고 했을 때 다 망쳐버렸다”며 “나와 잘 지내던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마치 그의 미사일처럼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 모델은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비핵화 방식이다. 백악관 및 외교안보 부처 고위 당국자들도 비난에 가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국민과의 신성한 신의를 저버려 미국에 피해를 준 배신자”라고 맹비난했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리벤지 포르노”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아형 기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패 책임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잇단 위협 속에서 진지한 대북 해법 논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볼턴 전 보좌관이 최근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과정의 뒷이야기를 폭로한 이후 양측은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미친(wacko) 존 볼턴이 북한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보고 있다고 했을 때 다 망쳐버렸다”며 “나와 잘 지내던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마치 그의 미사일처럼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 모델은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비핵화 방식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는 그의 주변 어디에도 볼턴을 두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볼턴의 멍청한 모든 발언은 북한과 우리를 심하게 후퇴시켰고 지금까지도 그렇다”고 썼다. 이와 함께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이 볼턴 전 보좌관이 출간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대해 “불만에 가득 찬 오만하고 독선적인 전쟁광이 해고된 뒤 기밀로 가득찬 책을 쓰는 것만큼 나쁜 일은 없다”고 비난한 글을 리트윗했다. 백악관 및 외교안보 부처 고위당국자들도 비난에 가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볼턴의 최종 공적 역할이 미국에 해를 끼치는 반역자라는 사실은 슬프고도 위험하다”고 했고,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복수극 포르노”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CNN방송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hooked)”며 “김정은을 만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의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볼턴 전 보좌관을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 검증하겠다고 밝혀 추가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방미해 한미 간 대응 조율에 나섰지만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데이비드 헬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18일(현지 시간) 최근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지속적인 경계를 요구하는 비상한 역내 위협”이라며 한국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한 경계태세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헬비 차관보 대행은 이날 인도태평양 지역 언론들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북한은 여러 어려운 표적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표적 중 하나”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 내에 무엇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면서도 “우리는 어떤 종류의 위협과 도발에도 방심하지 않고 계속해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필요시 가장 효과적인 억지력과 대응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날마다 한국과 긴밀하고 효과적이며 열린 의사소통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략자산의 전개 및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재개 요구 관련 질문에는 “미래의 결정에 대해 앞서 나가지 않겠다”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억지력과 방위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동맹인 한국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들 중 하나”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언급한 것과 관련, “FFVD는 단지 국방부의 목표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목표이자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의해 공유되고 있는 목표”라고 답했다. “북한의 최근 발언과 행동들이 이 목표를 단념하게 하지는 못했다”고도 했다. 북한의 위협에도 FFVD라는 미국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헬비 차관보 대행은 이날 국방부가 추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해 우리의 상호적, 다자적인 안보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우리의 군사적 훈련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고, “가치를 공유하는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대북제재도 언급했다.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있어 한국을 비롯한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이 각자의 안보 역량을 위해 적절하게 투자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주독 미군의 감축 결정이 주한미군에 미칠 여파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직면한 위협 및 동맹에 대한 의무에 근거해 병력이 필요한 곳에 확실히 배치되도록 하기 위해 전 세계적 병력 태세를 들여다보고 있다고만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미래의 잠재적인 결정에 대해 가정하지 않겠다”며 “우리의 병력 태세가 우리의 전략과 안보 환경, 그리고 동맹의 의무에 부합, 타당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지속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기존 경제 제재를 1년 더 연장하며 북한을 “비상하고 특별한(unusual and extraordinary) 위협”으로 규정했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은 고강도 군사 위협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여기에 한미 군 안팎에선 B-52 등 핵폭격기를 비롯한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 훈련 재개를 통해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쇄 말 폭탄과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섰던 북한이 어떤 추가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통지문 및 관보 게재문을 통해 행정명령 13466호 등 기존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물질의 존재와 확산 위험, 미군과 역내 동맹, 교역 상대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북한 정부의 행동과 정책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 정책 및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완파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제재 불만을 쏟아낸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고삐를 틀어쥔 것. 한미 조율도 긴박해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겸직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북한의 대남 압박에 대한 한미 대응을 논의하는 한편 김여정이 비판한 ‘한미워킹그룹’의 대북 제재 기능 등을 놓고서도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북한이 자신이 도를 넘었을지도 모른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폭격기, F-35, 항공모함 및 핵잠수함 등의 전개가 그 옵션”이라고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월 훈련(UFG·을지프리덤가디언)이 강력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18일 항공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인 리벳조인트(RC-135W)가 이날 수도권 상공을 비행하며 대북 정찰 활동을 전개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현지 시간) 미국을 전격 방문했다. 1월 북한 개별 관광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이후 5개월 만에 대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방문한 것. 정부는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둔 방문”이라며 추가적인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기 위한 긴밀한 한미 조율을 예고했다.○ 北 ‘적대 행위’ 나선 뒤 첫 韓美 고위급 협의이 본부장의 방미는 북한의 대남 도발이 본격화된 가운데 한미 간 채널이 가동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미가 굳건한 동맹임을 재차 확인하고, 강경한 입장을 내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는 비핵화 대화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대북 사업 추진 속도를 놓고 종종 이견도 노출해 왔는데 이번 북한발 위기로 공조가 긴밀해질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도발에 대항하는 한미 결속이 공고해지면 그 울림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워싱턴에서 국무부 대북협상특별대표를 겸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부장관 등과 협의를 갖는다. 비건 부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16, 17일 하와이 회담에 배석한 이후 20일경 워싱턴으로 돌아와 이 본부장을 만나는 것을 감안하면 미중 간 대북 논의에 이어 한미가 협의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번 한미 협의에서는 한미 간 소통 채널 강화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레 한미워킹그룹의 명운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여정은 17일 담화에서 남북 협력의 장애물로 한미워킹그룹을 콕 집어 비난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한미워킹그룹에서 벗어나라’는 주문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순기능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워킹그룹은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남북 협력사업들을 효율적으로 논의하는 한미 간 협의체”라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11월 출범 이래 워킹그룹을 통해 최종 제재 면제가 이뤄진 남북사업 12건 중 남북공동유해발굴사업 등 8건은 북한의 호응이 없어 중단됐다. 미국의 ‘제동’보다는 북한의 ‘무응답’이 주된 걸림돌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한미 협의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꺼리고 있다. 한껏 날이 선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미 워싱턴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이 본부장은 평소 출장 때와는 달리 “지금 말하면 안 된다. 죄송하다”고만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예고 없이 방미가 진행된 것에 대해 “비공개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북 위기 공조의 대가 요구할 수도”미 조야에서는 이번 기회에 느슨했던 한미 간의 대북 ‘2인 3각’을 재점검해 보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미 민주당 상원 동아태 소위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과 하원 동아태·비확산소위원회 위원장인 아미 베라 의원은 17일(현지 시간) 한미동맹 강화 법안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발의할 예정이라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두 의원은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간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대통령이 한미 상호방위조약 관련 정책을 바꾸려고 조치하기 전에 이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다만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깊숙이 대북 문제에 관여하거나 한미동맹 강화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에 북한 문제는 현재 중요치 않다. 북한이 손들고 나와서 협상 테이블에 임해 성과가 보장된다거나 북한이 미사일 발사 위협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유인이 없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한국이 아쉬운 소리를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를 더 요구할 수도 있고 미중 갈등에 더 동참시킬 수 있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도하는 북한의 대남 공세와 군사 도발이 위험 수위로 치달으면서 미 전략자산의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미 양국 모두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다. 북한이 현 상황을 오판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 고강도 군사 도발을 강행하는 파국적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한미가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통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에 이어 군을 앞세운 고강도 도발 위협 등 대남 파상 공세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핵무장의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핵무력’을 틀어쥔 오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를 뒷배로 삼아 2인자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확전을 불사한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작정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것. 이 때문에 한미가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타깃으로 상정하고 각종 강공 시나리오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필요하면 미 전략자산을 2017년 수준으로 한반도에 재전개하고, 한미 연합훈련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지한파이자 2017년 한반도 위기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었던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17일(현지 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핵폭격기 등 전략자산 전개 및 연합훈련 재개를 통해 북한을 흔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허드슨연구소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을 몰아내고 한반도를 통일하려는 것”이라며 “우리의 군사적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강경 기류는 미 의회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테드 요호 의원(공화당)은 미 전직의원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정말로 강경한 대북제재 이행과 함께 군사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군 안팎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지휘부의 동시다발적 타격이 가능한 B-1B 전략폭격기와 미국의 대표적 핵우산인 B-52, B-2 전략폭격기 등 ‘3대 폭격기 전력’을 한반도에 순환 전개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전날 B-52 전략폭격기 2대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와 함께 동해 일대에서 연합작전을 전개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이날 미 공군 정찰기 리벳조인트는 수도권 상공을 비행하며 대북정찰 활동을 벌이는 등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정점으로 치달은 2017년 10월에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보내 당시 평양 시내까지 바짝 긴장시킨 바 있다. 주일미군에 배치된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는 방안도 실행 가능한 옵션이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배치된 현존 최강의 전투기인 F-22 스텔스전투기를 오산기지에 잠정 배치해 북한을 압박하는 수순도 검토할 수 있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할 경우 발사 후 평양에 30분이면 도달하는 미니트맨3 ICBM 시험 발사로 맞대응하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론도 확산되고 있다. 2018년부터 대북 협상을 이유로 축소·연기해 온 연합훈련을 ‘원상복구’해 북한의 도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 군 관계자는 “북한의 초강경 공세를 꺾으려면 당장 올 하반기(8월) 연합훈련부터 예전처럼 환원시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미 증원전력 전개와 함께 연합 작전계획(OPLAN)을 원칙대로 적용해 대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군 연구기관의 책임연구위원은 “‘김여정발(發) 위협’의 본질은 한미를 겨냥한 핵위협”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미 전략자산 등 강력한 확장 억제와 연합훈련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 정부가 북한을 향해 “역효과를 낳는(counterproductive) 추가적 행위를 삼갈 것을 촉구한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간)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미국은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틀 전인 14일 국무부가 “북한은 도발을 피하고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했던 것보다 경고 수위가 높아졌다. 미 정부가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 없이 경고를 보낸 것은 북한이 향후 무력 도발에 나설 경우 외교와 협상을 강조해온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눈에 띈다. 남북경협의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논평에서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lockstep) 한다’는 전제를 달았던 것과 차이가 있다. 한국 정부에 일단 힘을 실어주면서 북한이 무력시위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서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협상에 국내외 관심이 쏠려 있던 시기에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바로 반응을 내놓던 것과는 달라졌다.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멀어져 있는 북한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17일 하와이에서 회담을 갖는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겸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동석할 것으로 알려져 북한 문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정부가 북한을 향해 “역효과를 낳는(counterproductive) 추가적 행위를 삼갈 것을 촉구한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간)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미국은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틀 전인 14일 국무부가 ‘북한은 도발을 피하고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했던 것보다 경고 수위가 높아졌다. 미 정부가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 없이 경고를 보낸 것은 북한이 향후 무력 도발에 나설 경우 외교와 협상을 강조해온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눈에 띈다. 남북경협의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논평에서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lockstep) 한다’는 전제를 달았던 것과 차이가 있다. 한국 정부에 일단 힘을 실어주면서 북한이 무력시위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서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협상에 국내외 관심이 쏠려 있던 시기에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바로 반응을 내놓던 것과는 달라졌다.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멀어져 있는 북한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17일 하와이에서 회담을 갖는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겸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동석할 것으로 알려져 북한 문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독일의 국방비 지출 수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주독미군을 최대 규모의 절반인 2만5000명까지 줄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주독미군 감축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걸려 있는 주한미군 감축 논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내야 할 방위비를 내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독일은 나토에 수십억 달러를 빚지고 있고 이런 채무 불이행을 수년간 지속해왔다”며 “독일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과 진행해온 무역협상에 대해서도 “우리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데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독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며 “다른 여러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 돈을 낼 때까지 우리는 절반 규모로 병력을 감축할 것”이라며 “2만5000명 수준까지 감축한 뒤 어떻게 할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미국이 독일에 파견하는 미군 규모는 순환배치 병력 등을 포함해 최대 5만2000명까지 가능하며 현재 주독미군의 수는 3만4500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9월까지 주독미군을 현재 규모보다 9500명 감축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중국의 위협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파트너 및 동맹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한국을 이들 국가 중 하나로 명시했다. 또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원칙을 언급하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중국 공산당이 던지는 도전 속에서 역내 동맹 및 파트너들과 보다 긴밀한 안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미국이 역내 반중(反中) 체제를 구축해 중국 봉쇄에 나선 상황에서 군사적으로도 이런 정책 강화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는 발언이다. 에스퍼 장관은 국방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뒤 △대비 태세 △파트너십 강화 △보다 네트워크화된 지역 촉진 등 3가지 기둥에 대한 큰 진전을 봤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기둥인 파트너십 강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여기에는 북한의 FFVD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과 함께하는 우리의 노력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북-미 협상 과정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FFVD라는 표현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다시 사용한 것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북한이 대남, 대미 위협 수위를 높이는 시점에 미국의 원칙론을 꺼내 들며 강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날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이 진행한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의 강경한 행보에 대해 “일종의 한미 동맹에 대한 시험”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 정부에 굴욕감을 주려고 시도하는 일은 좀 더 정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한국과 미국 사이의 간극을 더 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우리는 매우 형편없이 하고 있다. 우리 군에 대한 주둔국의 지원 이슈와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를 비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주독미군 감축(9500명)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도 해당되는 문제라고 언급한 것은 주한미군도 예외가 아니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방위비의 공정한 분담(fair share)을 거부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있는 ‘유럽 심장부’는 물론이고 한반도에서도 미군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주독미군을 최대 파견 규모의 절반 수준인 2만5000명까지 줄이려는 이유를 설명하며 ‘채무불이행(delinquent)’이라는 단어를 7번이나 썼다. 우리 정부는 독일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국방비(2.6%)가 독일(1.35%)보다 배가량 많은 점을 들어 일단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과의 ‘방위비 갈등’을 이유로 주독미군 감축을 강행한 만큼 주한미군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이 미국의 증액 요구(1년 계약·13억 달러)를 거부하면서 11월 미 대선까지 방위비 협상이 표류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축소 등 감축 카드를 들이밀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인종차별 항의시위의 대응 실책으로 곤경에 처한 그가 지지층을 겨냥한 ‘미국 우선주의’의 주된 성과로 주한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의 감축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유세 과정에서 주독·주한미군을 세금 갉아먹는 ‘주범’으로 규정하며 해당국이 ‘적정한 부담’을 거부하면 궁극적으론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 측은 미군의 한국 주둔 비용이 본토보다 15%가량 더 든다면서 이를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트럼프로선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계철선(trip wire·한국에서 전쟁이 터지면 주한미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원칙)’ 역할 수행에 따른 부담을 더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담보하는 장치라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군사분계선(MDL) 인근 최전방에 주둔했던 미 2사단 등이 평택기지로 옮겼지만 인계철선의 기능은 여전히 작동하는 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평택기지 등 주한미군의 거점은 개전 초 북한군의 장사정포·대남신종무기의 최우선 타깃이어서 대량 피해가 불가피하다. 북한이 평택기지를 상정해 초대형 방사포 등을 여러 차례 쏘는 도발을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군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 7함대와 대규모 해병대 등 주일미군이 지척인 한국에 2만8500명이나 되는 미군을 북한군 위협에 노출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미군 감축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사령관-주한미군 부사령관 체제의 미래연합사령부 휘하에 대규모 미 지상군을 두는 것을 미국이 원치 않을 수 있다는 것. 군 소식통은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이 지상작전을 주도하고, 해공군은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방위 체제를 미국이 선호할 개연성이 있다”며 “이 경우 주한미군은 병력이 대폭 감축되고, 공군력 위주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독일의 국방비 지출 수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최대 규모의 절반인 2만5000명까지 줄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주독미군 감축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걸려 있는 주한미군 감축 논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내야 할 방위비를 내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독일은 나토에 수십 억 달러를 빚지고 있고 이런 채무불이행을 수년간 지속해왔다”며 “독일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과 진행해온 무역협상에 대해서도 “우리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데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독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며 “다른 여러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 돈을 낼 때까지 우리는 절반 규모로 병력을 감축할 것”이라며 “2만5000명 수준까지 감축한 뒤 어떻게 할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미국이 독일에 파견하는 미군 규모는 순환배치 병력 등을 포함해 최대 5만2000명까지 가능하며 현재 주독 미군의 수는 3만4500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9월까지 주독 미군을 현재 규모보다 9500명 감축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5일경 화상 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종 결정되면 판문점 선언 2년여 만에 북한이 또다시 ‘벼랑 끝 전술’을 앞세워 위기 국면을 조성한 이후 이루어지는 한미 국방 수장의 공식회담이 된다. 1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군은 한미 국방장관 화상 회담을 25일 개최하는 안을 미국에 제의했다. 미 국방부도 긍정적인 검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미 측이 최종 확답을 해오면 양 장관은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25일 회담을 하게 된다. 회담이 열리면 양 장관은 최근 북한이 연이어 도발 위협·공세에 나선 배경과 연합 대응 태세 점검 등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당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이 의제로 상정됐지만 북한이 도발을 예고한 만큼 이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협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필두로 북한 당국자들이 남북 관계의 전면 단절에 이어 무력 도발까지 예고하는 등 대남 총공세에 나선 현 상황을 양 장관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14일(현지 시간)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방침을 묻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북한의 담화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강력한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데 지속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군사적 도발 시 동맹국인 한국과 함께 대응에 나설 것임을 확인하는 발언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북한이 전승기념일로 삼고 있는 7월 27일 등 특정일에 미국을 상대로 무력시위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한미 정보 당국은 정찰위성과 무인기 등 감시전력을 증강해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주시 중이다. 한편 미국은 종종 북한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뉴욕 채널도 사용해 왔으나 현재는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일단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면 대화 과정에서 상당한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며 “그러나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논의를 전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초 한미 국방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양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던 싱가포르의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취소되자 11일에 화상 회담을 하기로 했다가 미국이 돌연 연기를 요청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불화설이 재점화될 경우 한미 국방장관 화상 회담이 또 연기되거나 이달 중 개최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이 남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 협박을 앞세워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동시에 높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북한의 강경한 대남 공세가 남한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움직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막상 미국이 대응할 카드가 없다시피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14일(현지 시간)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방침을 묻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북한의 담화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데 지속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군사적 도발시 동맹국인 한국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에 나설 것임을 확인하는 발언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 북한이 전승기념일로 삼고 있는 7월27일 등 특정일에 미국을 상대로 무력시위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연락 창구로 사용해온 뉴욕채널은 현재 작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의 요청이나 연락에도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조차 단절된 상황에서 미국은 “도발을 자제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국무부나 국방부의 수사적 반응 외에 북한의 태도를 바꿀 전략적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실제 바라는 것은 제재 완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로 부과된 제재는 국제사회를 움직이지 않고는 풀기 어렵고 미국의 독자제재 또한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의회의 거센 반발을 무릅써가며 완화하는 게 쉽지 않다. 8월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또 다시 취소 혹은 연기하는 것도 ‘당근’으로 거론되지만, 이는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는 가역적인 카드라는 점에서 현재 북한을 설득할 카드로는 약하다. 식량 및 인도적 지원의 경우 미국이 이미 여러 차례 의향을 타진했는데도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안할 가능성도 낮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대가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마당에 실속 없는 회담을 섣불리 추진하기는 백악관으로서도 부담스럽다. 결국 미국은 연말까지 최대한 상황 관리에 주력하면서 북한의 거친 수사와 일부 도발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답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북한이 대선 앞두고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고강도 도발에는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북한의 도발은 앞으로 계속되더라도 지금까지 했던 대로 로우키 대응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일단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면 대화 과정에서 상당한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며 “그러나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이 유연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를 전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2주년이 지났는데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북한의 대남, 대미 위협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놓고 미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 나라의 오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군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은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 해외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막상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 “우리는 끝없는 전쟁의 시대를 끝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주둔 미군을 줄이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의 대남, 대미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남북 갈등과 비핵화 문제에서 한 발 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그는 “만약 우리 국민이 위협당한다면 나는 결코 행동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의 적들에게 알려라”고 강조했다. 남북 간 분쟁에는 관여하지 않겠지만 북한이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경우 미국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의 반응도 맥락을 같이한다. 국무부는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및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담화에 대한 언론 질의에 “북한이 도발을 피하고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존 원칙론 외에 ‘도발 자제 촉구’를 추가한 것은 미국을 향해 군사도발을 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견제와 경고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실패를 지적하면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올가을에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 MSNBC방송은 이날 “북한과의 협상이 무너지면서 아름다운 편지가 어두운 악몽으로 변했다”며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대선) 캠페인 기간에 그를 벌하기 위해 가을쯤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준비도 거의 없이 리더 간 외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위험 속에서 진행됐던 이 시도(북핵 협상)가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연구해볼 사례”라고 덧붙였다. 미 공영라디오 NPR도 “북한은 더 많은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2주년이 지났는데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북한의 대남, 대미 위협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놓고 미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 나라의 오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군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은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 해외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막상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 “우리는 끝없는 전쟁의 시대를 끝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주둔 미군을 줄이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의 대남, 대미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남북 갈등과 비핵화 문제에서 한 발 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그는 “만약 우리 국민이 위협당한다면 나는 결코 행동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의 적들에게 알려라”고 강조했다. 남북 간 분쟁에는 관여하지 않겠지만 북한이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경우 미국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의 반응도 맥락을 같이한다. 국무부는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및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담화에 대한 언론 질의에 “북한이 도발을 피하고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존 원칙론 외에 ‘도발 자제 촉구’를 추가한 것은 미국을 향해 군사도발을 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견제와 경고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실패를 지적하면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올 가을에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 MSNBC방송은 이날 “북한과의 협상이 무너지면서 아름다운 편지가 어두운 악몽으로 변했다”며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대선) 캠페인 기간에 그를 벌하기 위해 가을쯤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방송은 한반도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이 미국 본토를 파괴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의 개발 완성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준비도 거의 없이 리더 간 외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위험 속에서 진행됐던 이 시도(북핵 협상)가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연구해볼 사례”라고 덧붙였다. 미 공영라디오 NPR도 “북미 관계가 2년 전의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북한은 더 많은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가 11일(현지 시간) “우리는 한국과 일본에서 미군을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적극적인 한반도 개입(engagement) 기조에서 물러서려는 태도를 취한 것. 북한은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오히려 싱가포르 합의 폐기를 위협하고 나섰다. 최소한 올해 말까지 별다른 대화 모멘텀 없이 한반도에서 긴장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리넬 전 대사는 이날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납세자들은 다른 나라 안보에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은)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는 이슈(hotly contested issue)”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확실하게(very clear) 한국과 일본, 독일,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로부터 군대를 데려오길 원한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간 공식, 비공식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이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최측근 인사가 한국을 지목한 만큼 미 대선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년 전 대선에서 백인 표를 모으는 데 주효했던 ‘미국 우선주의’ 카드를 꺼내 든 동시에, 대선에서 치명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외교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 관계자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앞둔 11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과의 의미 있는 협상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성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북핵 협상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것으로, 싱가포르 합의의 틀을 지키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현상 유지 기조를 내비친 것이다. 반면 북한은 12일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핵 전력 증강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1월 임명 이후 첫 담화문을 낸 리선권 외무상은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미 대선 전 ‘새로운 전략 무기’를 공개하고 미국을 겨냥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강경대응에 나선 청와대는 북한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가 취한 노력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당장 통신선 복구 등 호응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박효목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11일(현지 시간) 한국이 반중(反中) 경제블록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나 화웨이 제재 등에 동참해 중국의 보복 조치에 직면할 경우 “미국은 한국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전 세계가 중국의 위협과 보복에 맞서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에 미국의 강경한 대중정책 동참과 연대를 요구했다. 크라크 차관은 이날 인도, 브라질 등 5개 국가 주요 언론사들과 진행한 전화 간담회에서 미국의 대중 경제제재 및 정책 구상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밝혔다. 한국 언론사 중에서는 동아일보가 유일하게 간담회에 참여했다. 그는 미국이 우방들에 ‘미국의 대중정책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나 미국 중 한쪽을 선택하라는 게 아니다”며 “선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결국 어느 쪽을 신뢰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의 우방국들이 민주주의와 인권, 투명성, 지식재산권 보호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라는 점을 거듭 설명했다. 크라크 차관이 ‘가치’와 ‘신뢰’를 강조한 것은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국가들에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한다면 미국을 믿고 지지해 달라’는 우회적인 압박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 제안을 받은 상황에서 압박과 협력을 병행하며 대중 압박에 한국의 동참을 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날 1시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에서 △나스닥의 중국 상장기업 규제 △미국 공적연금의 중국 투자 중단 △5G 분야에서 화웨이 제재 △EPN 구축 등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대중 경제정책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크라크 차관은 미 국무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외교 및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당국자로 꼽힌다. ‘EPN은 크라크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그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을 만나 그 구상을 설명하고, 최근 한국 측에 이를 공식 제의한 이도 크라크 차관이었다. 반중(反中) 경제블록 구상인 EPN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그는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크라크 차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중국이 공격적인 행보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홍콩 통제 강화, 인도와의 국경 분쟁,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확대 등을 거론했다. 이에 맞설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왜 이 수많은 국가들과 EPN을 형성하려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EPN의 성격에 대해서는 “중국의 공격적인 전술에 맞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들이 연대하는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는 코로나19 위기 초기 국면에서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 전략물품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을 상기시키며 “예를 들면 의료 장비와 식량, 안보 관련 물품들의 공급망 확보를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국이 보복조치에 나설 경우 한국 등 파트너 국가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는 질의에 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 한국 △중국의 반체제 인사를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한 노르웨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트윗을 올린 미국프로농구(NBA) 단장 등에 대한 중국의 보복 사례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이어 중국이 최근 영국 HSBC은행에 대해 보복 위협을 한 것에 대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영국을 돕기 위해 무엇이라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것을 소개하며 “이것은 우리의 파트너인 한국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최근 위협을 강화하며 ‘보복의 각본’을 되풀이하려 하고 있고 전 세계는 이런 보복에 질렸다”고 비판했다. 또 크라크 차관은 “한국은 전 세계의 경제적, 기술적 파워하우스이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무역 파트너”라며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선 “세계 3대 5세대(5G) 관련 기업 중 하나이며 가장 발달한 반도체 생산업체다. 미국에도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훌륭한 기업”이라며 “이런 관계를 미국은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인 만큼 5G에 강한 삼성과의 관계는 돈독히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내 미군 감축을 원하고 있다는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사진)의 인터뷰가 미 대선을 5개월 앞두고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유럽 내 미국의 군사적 요충지인 독일에서 미군 감축 논의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주한미군 감축설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넬 전 대사는 11일(현지 시간)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주독미군 철수 논의가 나온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하는 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것은 미국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독일 등지에서 미군을 데려오고 싶어 한다. 이것은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리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정책 기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측근. 지난해 2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후임자로도 거론됐고, 올해 2월에는 국가정보국장(DNI) 대행에 선임됐다. 이후 지난달 22일 존 랫클리프 신임 DNI에 대한 상원 인준안 표결이 통과되면서 대행직을 마무리했다. 일단 한미 외교가에선 그의 발언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나왔다는 분석이 많다. 그리넬 전 대사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의 방위비 지출이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방위비로 GDP의 1.2%를 지출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그의 언급을 트럼프의 대선 전략과 연계해서 봐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잘못 다룰 경우 선거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북핵과 같은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한반도 등 해외 이슈에서 한동안 발을 빼거나 적극적 관여 정책(engage)을 펴지 않겠다는 메시지라는 것. 트럼프는 2016년 미 대선전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펴며 ‘러스트 벨트’ 등에 집중된 백인 노동자층에게 어필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주한미군을 비롯한 해외 주둔 미군의 대대적인 철수 또는 방위비 인상론이었다. 그리넬 전 대사의 언급은 ‘미국 우선주의 2.0’의 신호탄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위험 지역에서의 미국 철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을 수개월 안에 감축하기로 이라크와 합의했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의 미군 철수 계획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패트리엇 미사일 2개 포대를 철수시켰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철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아무튼 트럼프 핵심 측근발 주한미군 감축설에 청와대 등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독일과 한반도 상황은 전혀 다르다. 독일 기준으로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외교·국방당국도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이런 전망과 달리 주독미군 감축(9500여 명)이 현실화되면 주한미군 주둔 체계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해외 주둔 미군 가운데 주한미군(2만8500여 명)은 병력 규모로 보면 주일미군(5만4000여 명), 주독미군(3만4670여 명)에 이어 세 번째. 하지만 육군(지상군) 병력은 2만여 명으로 주독미군(2만770여 명) 다음으로 많다. 주일미군의 경우 육군은 2500여 명이고, 대부분 해군·해병대 병력이다. 군 소식통은 “예산 절감 차원의 해외 미군 감축은 대부분 육군에서 이뤄졌다”면서 “주독미군 다음의 감축 순위는 주일미군보다는 주한미군이 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향후 주한미군이 감축될 경우 그 규모는 최소 3500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가 3만7500여 명에서 2만5000명으로 순차적 감축에 합의한 뒤 감축을 추진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단된 최종 감축분(3500여 명)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소식통은 “9개월 주기의 미군 순환배치 병력(5000명 안팎)을 일거에 확 줄이거나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국면을 봐가면서 2,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정은 / 파리=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