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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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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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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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부족 아프리카서 백신폐기… “선진국, 유통기한 다 된 것 줘”

    아프리카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미처 사용하지 못하고 대량 폐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유통기한 만료가 임박한 백신을 아프리카에 넘겨주는 탓이다. 이처럼 선진국의 백신 지원이 ‘재고 처리’나 다름없이 지속되면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에선 오미크론 변이와 같은 새 코로나19 변이 출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이지리아는 접종하지 못한 코로나19 백신 약 100만 회분을 조만간 폐기할 것이라고 13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나이지리아는 올해 8월 이후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와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으로부터 1000만 회분에 가까운 백신을 받았다. 그런데 주로 유럽 국가에서 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중 일부는 유통기한 6개월 중 4∼6주만 남은 상태로 도착했다. 백신 포장을 풀고, 배송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제때 접종하기엔 일정이 너무 빠듯했다고 오사기에 에하니레 나이지리아 보건장관은 최근 밝혔다. 나이지리아 보건당국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백신은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서아프리카 국가 세네갈도 선진국에서 받은 백신 20만여 회분이 접종하지 못한 채 유통기한이 지났고, 이달 말이면 20만 회분이 더 만료될 예정이라고 현지 보건당국 관계자가 13일 밝혔다. 최근 남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도 지원받은 백신을 유통기한 안에 접종할 수 없어 일부 되돌려 보냈다. 나미비아도 같은 이유로 수천 회분을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남아프리카 말라위는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 2만 회분을 올 5월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소각했다. WHO에 따르면 아프리카 8개국에서 올해 7월 기준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만 45만 회분에 이른다. 리처드 미히고 WHO 아프리카 지부 백신 담당자는 “지원받는 백신 대부분의 유통기한이 임박해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각국은 대부분 도로와 전력 공급 사정이 좋지 않아 백신 운송과 보관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백신 물량을 신속히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의 백신 지원 물량은 들쭉날쭉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백신까지 한번에 대량으로 들어오면 일부는 그냥 버릴 수밖에 없다고 현지 보건당국자들은 토로하고 있다. WHO와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은 지난달 29일 공동성명을 통해 “선진국은 유통기한이 적어도 10주 이상 남은 백신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가뜩이나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프리카 각국의 백신 접종은 좀처럼 진척이 안 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약 2억1000만 명)는 백신 접종 완료 인구 비율이 2%가 채 안 된다. WHO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의 7.5%인 약 1억200만 명만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아프리카 각국 국민의 백신 불신 성향도 접종 지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여 회분 백신이 접종됐지만 이런 어마어마한 업적을 끔찍한 (접종) 불평등이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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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시 고, 한국계 여성 첫 美연방고법 판사 올라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사상 최초로 미국 연방고등법원 판사가 됐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이 루시 고(고혜란·53·사진)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 판사를 제9연방고법 판사로 인준하는 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0표 대 반대 45표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의 연방고법 판사는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발탁된 허버트 최(최영조·1916∼2004)다. 고 판사는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제9연방고법 판사로 지명됐지만 당시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인준을 받지 못했다. 올해 9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를 다시 지명했고 이번에는 집권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로 인준을 통과했다. 제9연방고법은 미국 13개 연방고법 중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서부 지역을 관할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고 판사가 연방고법에 부족한 다양성을 보충해 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968년 수도 워싱턴에서 태어난 고 판사는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첫 한국계 연방지법 판사로 발탁됐다. 특허 및 상법 전문가로 2014년 삼성과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 1심을 주관했다. 남편 마리아노플로렌티노 케야르 캘리포니아주 대법관(49)과 두 자녀를 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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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서 한국계 여성 첫 연방고법 판사 탄생…루시 고 상원 인준 통과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사상 최초로 미국 연방고등법원 판사가 됐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이 루시 고(53·한국명 고혜란)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 판사를 제9연방고법 판사로 인준하는 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0표 대 반대 45표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의 연방고법 판사는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발탁된 허버트 최(1916~2004·한국명 최영조)다. 고 판사는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제9연방고법 판사로 지명됐지만 당시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인준을 받지 못했다. 올해 9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를 다시 지명했고 이번에는 집권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로 인준을 통과했다. 제9연방고법은 미국 13개 연방고법 중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서부 지역을 관할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고 판사가 연방고법에 부족한 다양성을 보충해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968년 수도 워싱턴에서 태어난 고 판사는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첫 한국계 연방지법판사로 발탁됐다. 특허 및 상법 전문가로 2014년 삼성과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 1심을 주관했다. 남편 마리아노플로렌티노 케야르 캘리포니아주 대법관(49)과 두 자녀를 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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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스타 앵커 크리스 월러스, 18년 몸 담은 폭스뉴스 떠나 CNN 行

    미국 폭스뉴스에서 18년 간 일했던 스타 앵커 크리스 월러스(74)가 CNN의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에 합류한다. 월러스는 12일(현지 시간) 자신이 18년 간 진행해 온 ‘폭스뉴스 선데이’에서 “슬프게도 오늘이 이 방송에서 내가 여러분을 만나는 마지막 날”이라며 “정치를 넘어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폭스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송 직후 CNN+는 월러스의 합류 소식을 알렸다. 월러스는 폭스뉴스에서 중도 성향을 가진 대표적인 언론인이었다. 폭스뉴스는 최근 극우 성향 진행자 터커 칼슨 등을 중심으로 1·6 의회 폭동 음모론이나 백신 회의론을 퍼뜨리면서 시청률을 높여왔다. 이런 가운데 1·6 의회 폭동에 관한 가짜 뉴스를 담은 칼슨의 다큐멘터리 ‘애국자의 추방’이 방영된 것을 두고 월러스가 경영진에게 우려를 표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그의 측근들은 월러스가 정치뿐 아니라 비즈니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취재 영역을 넓히고 싶어 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월러스는 CNN+에서 선거 방송은 물론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6년 폭스뉴스 앵커 최초로 미국 대통령 선거 토론을 진행했고 2018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인터뷰로 언론인 최초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를 “능글맞다”고 표현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간 인터뷰를 거절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그를 불편해하며 그의 아버지이자 CBS의 대표 시사 프로그램 ‘60분’의 진행자 고(故) 마이크 월러스와 비교하기도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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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의 죽음을 그린 모네는 왜 생전에 작품을 공개하지 않았을까 [김민의 그림이 있는 하루]

    인상파의 시작을 알린 그림 ‘인상, 해돋이’로 많은 사람들은 프랑스의 화가 클로드 모네를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고정된 시점과 빛을 떠나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포착한 그림으로 모네는 잘 알려져 있는데요. 밝은 태양이 비쳐서 한 없이 푸른 잔디, 불그스름한 노을이 비춘 잔잔한 바다, 새벽빛에 신비로운 보라색으로 물든 건물. 이런 것들이 우리가 모네의 그림을 기억하는 방식입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평생 집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아주 개인적이고 내밀한 그림이 있었습니다. 모네의 침실에 있었다는 것으로 전해지는 이 그림에는 서명도 없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이 표시를 위해 남긴 이름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뿐이죠. 1960년대 프랑스의 한 갤러리스트가 유족에게 사들여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비로소 존재가 알려진 그 작품을 오늘은 감상해보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그림 속 인물은 흰 시트 위에 누워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보랏빛이 감도는 푸른색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난도질하듯 그어진 선들 위로 얼굴이 떠오르고 있는데요. 그 얼굴은 눈이 감겨 있고, 코는 힘든 숨을 내쉰 듯하며 입은 살짝 벌어져 있습니다.이 그림은 클로드 모네가 자신의 아내 카미유가 세상을 떠난 마지막 순간을 포착한 그림입니다.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인 머리와 입술 사이로 드러난 치아가 기력을 다한 그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요. 또 얼굴 아래 손이 있을 위치에는 흐릿하게 놓여진 꽃이 보입니다.카미유와 클로드 모네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보기 전에 그림부터 먼저 더 자세히 볼까요. 제가 이 그림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거친 붓 터치로 빳빳한 듯이 그려진 시트 속에 파묻혀버린 카미유의 모습입니다. 그녀의 눈, 코, 입이 간신히 그가 살아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지만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카미유가 고목이나 화석이라도 된 것처럼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너무 적나라하게 그렸다는 느낌도 듭니다.미술사의 전통을 봐도 죽음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린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뭉크의 ‘누이의 죽음’처럼 슬픔이 극대화된 순간으로 대신하거나, 대다수의 종교화나 역사화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죽음을 미화시키기도 하지요. 그런데 모네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영영 세상을 떠나버린 순간 느끼는 충격을 재연이라도 하려는 듯, 똑바로 대면하고 그리고 있네요. 카미유의 죽음은 모네에게 어떤 의미였던 걸까요.○ 고통 속에 떠난 여인모네는 1865년 모델 일을 했던 카미유를 만났고, 그녀를 그리다 연인이 됩니다. 위 그림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무렵 그려진 것으로 젊고 아름다운 카미유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사업을 돕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뜻을 꺾고 화가가 된 모네는 이 그림으로 처음 파리에서 인정을 받습니다. 1866년 파리 살롱전에 이 작품을 출품해 입선했고, 좋은 평가도 받았거든요. 그리고 이 그림을 팔아 돈을 벌기도 했습니다.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난관에 부딪치게 됩니다. 바로 모네의 아버지가 이들의 만남을 반대한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노르망디의 부유한 도매상이었습니다. 가수였던 어머니의 지지로 모네는 화가가 되었지만 그가 17살 때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 파리에 온 뒤로도 모네는 그림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아버지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습니다.심지어 1867년 카미유가 모네의 아이를 낳았을 때도, 아버지는 “아이와 여자를 버리지 않으면 지원을 끊겠다”고 합니다. 모네는 결국 아버지로부터 아들 장과 카미유를 숨겼지만, 아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1870년 귀스타브 쿠르베를 증인으로 결혼을 하게 됩니다. 결혼식에 모네의 가족은 참석하지 않았고, 경제적 도움도 끊기게 됩니다.이 무렵 두 사람의 고통은 시작되었습니다. 카미유의 부모님은 돈이 없는 딸에게 미리 유산을 상속해주는데, 빚쟁이에 시달리는 모네에게 빼앗기지 않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에 전쟁이 일어나 모네가 입대해야 하는 위기에 처해, 영국으로 피신하게 됩니다.차가운 파리의 단칸방에서 카미유는 혼자 아이를 돌보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모네는 그림을 팔거나, 컬렉터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가족을 다시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합니다. 돈이 없어 여관에서 세 가족이 쫓겨난 적도 있다고 하네요. 이런 과정 속에서 카미유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하게 됩니다.결국 카미유는 32살인 1879년, 둘째 아이를 낳은 뒤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숨을 거두고 맙니다. 미술사가들은 그녀가 골반 암을 앓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모네는 아내가 숨을 거두고 난 뒤 너무나 슬퍼하며 그녀가 좋아했던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고 합니다.○ 본다는 것의 의미모네가 아내의 죽음을 그렸다는 것은 그가 죽고 난 뒤에야 알려졌다고 말씀 드렸죠. 모네는 이 그림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카미유가 세상을 떠나고 40년 뒤 어느 날, 모네는 친한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조르주 클레망소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 놓습니다. “내가 갖는 그림에 대한 집착, 기쁨, 고통을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나는 아주 오래 전 아주 사랑했던, 지금도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지켜본 적이 있네. (…) 그런데 그 비참한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무의식 중에 빛과 그림자 속에 드러난 색을 구별하고 있더군. 나에게 그렇게 많은 의미를 가졌던 얼굴인데 평소의 습관이 그런 반사작용을 일으켰던 거야.”이 발언은 모네가 그림을 대하고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언급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과거 미술의 방식에서 탈피하고 자신의 눈으로 ‘직관’하기 위해 모네가 했던 피나는 노력을 실감해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그것을 맨눈으로 보려는 습관이 작동을 했으니 말이지요.그런데 그러한 모네를 ‘그림에 미친 사람’으로만 본다면 너무 단순한 결론일 것입니다. 왜냐면 그 과정을 통해 모네가 풀어 놓은 결과물은 곧 미화되거나 포장되지 않은 정직한 죽음이며, 그 때의 고통을 솔직하게 대면했던 순간의 개인적이면서 보편적인 기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한다면 모네는 단순히 색깔을 구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눈으로 느꼈던 감각을 집중해서 포착하고 있었던 것이지요.여기서 ‘본다’는 행위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은 과연 객관적일까요? 우리가 구별하는 색깔, 형태가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요.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은 한 없이 예쁘게 보다가, 그 사람에게 실망하면 갑자기 못난이로 보는 것처럼 많은 주관이 작용하진 않나요? 결국 인상파 작가들이 던진 질문도 바로 이것이며, 이것에 대한 대답으로 개별성의 길을 열어 미술사에서 불멸로 남게 된 것입니다.그래서 ‘카미유의 죽음’은 모네의 내밀하면서도 가장 정직한 그림 중 하나인지도 모릅니다. 영국의 미술 평론가인 존 버거가 이 그림에 대해 한 이야기를 보시고 다시 한 번 감상해보세요.“흰색, 회색, 보라색 물감이 눈보라를 일으킨다…. 상실이라는 고통에 울부짖는 눈보라가 카미유의 얼굴을 영원히 지워버릴 것만 같다. 죽음을 다룬 그림 중 이렇게 강렬하게 감각을 내뿜으면서, 극도로 주관적인 표현성을 드러내는 그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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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연일 中 압박…‘센스타임’ ‘SMIC’ 등 中기술기업 견제

    미국이 주최한 전 세계 110개국을 모은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막을 내리는 10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인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의 안면인식기술 기업 ‘센스타임’을 투자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로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센스타임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침해에 연루됐다고 보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가하게 될 제재 중 하나로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고 FT에 밝혔다. 이날은 센스타임의 공모주 청약 마지막 날인데 미국의 제재 소식이 최종 공모가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센스타임은 17일 홍콩증시에 상장한다. 미국 재무부는 센스타임을 ‘중국 군·산 복합기업’ 명단에 올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주식 매매가 금지되며 해당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는 재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투자자들은 1년 내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는 센스타임 지분 3%를 갖고 있다. 피델리티와 퀄컴도 센스타임 지분 약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연일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 SMIC에 대한 미국 기업의 주요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국방부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와 국방부는 중국 SMIC가 그간 규제를 피해 미국의 핵심 기술 부품을 매입해온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이달 중 논의한다. WSJ은 미국이 향후 수개월 간 센스타임 외 다른 중국 기술기업들도 블랙리스트에 추가로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내년에 아시아 국가들과 새로운 형태의 ‘매우 강력한’ 경제 기본협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뉴욕 블룸버그 본사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러몬도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적 우선 목표가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 기본협정은) 일본이나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도 포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독재 국가에 대해 민감한 상품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도 협정의 주요내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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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렘브란트 자화상’ 고국 품으로…네덜란드, 2330억원에 매입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을 대표하는 거장 렘브란트의 1636년 작품 ‘기수((旗手)’를 1억 7500만 유로(약 2330억 원)에 매입할 예정이라고 BBC 등이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1844년부터 유대계 금융재벌인 로스차일드 가문이 프랑스에서 소유해 왔으며 네덜란드는 자국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상징하는 이 작품을 사들이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이 그림은 1568~1648년 네덜란드가 스페인과 ‘80년 전쟁’이라 불리는 독립 전쟁을 벌였을 때 참전했던 렘브란트 본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당시 30세였던 렘브란트는 그림 속에서 기수의 복장을 입고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전쟁에서 이긴 네덜란드는 독립을 쟁취했고 활발한 무역 등을 통해 부흥기를 누렸다. 매입 자금은 예산 1억5000만 유로에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렘브란트협회가 각각 내놓은 1000만 유로, 1500만 유로를 더해 마련했다. 의회 승인을 거쳐 매입이 끝나면 몇몇 국가를 순회 전시한 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소장품이 된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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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지사 친형 성추문 무마하려다…CNN 간판 앵커 해고

    미국 CNN 방송이 간판 앵커 크리스 쿠오모(51)를 해고했다. 그가 앵커 지위를 이용해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뉴욕 주지사를 지낸 형 앤드루(64)의 성추문 무마에 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CNN은 지난달 30일 이미 쿠오모에 대한 무기정직 처분을 내리고 외부 법률회사에 그의 행위가 부적절했는지에 대한 검토를 맡겼다. CNN은 4일 성명을 통해 “외부 법률회사와 검토한 결과 쿠오모를 즉시 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해고와 관계없이 그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사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예일대와 포덤대 로스쿨을 졸업한 쿠오모는 2013년 CNN에 합류했다. 매일 오후 9시 ‘쿠오모의 프라임타임’이란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한때 동시간대 시청률 1위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매일 직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전국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앤드루를 이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시켜 형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쿠오모는 형이 사퇴하기 전부터 사건 무마에 형 못지않게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실제 뉴욕 검찰 또한 지난달 말 “그가 성추행 피해자의 관련 정보를 직접 수집했고 형의 입장문도 써줬다. 사건에 관한 다른 언론사의 보도 동향 또한 형의 보좌관과 공유했다”고 공개했다. 쿠오모는 해고 직후 성명을 통해 “이런 식으로 CNN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며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줄곧 자신의 행위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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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한 순간도 아름답다[김민의 그림이 있는 하루]

    머리가 아닌 마음 깊은 곳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감정은 어떨 때 일어나는 걸까요. 어려운 것을 성취했거나, 경쟁에서 이기거나,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을 때의 기쁨이 과연 우리의 마음까지 뒤흔들 수 있을까요.오히려 아주 짧은 순간의 기억.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노을을 지켜본 추억, 친구들과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하며 마음껏 웃음을 터뜨린 기억,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먹은 떡볶이의 맛. 이런 것들을 떠올릴 때 머리가 쌓아 놓은 장벽은 와르르 무너지고, 마음은 주체할 수 없이 흔들립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아, 그 때 생각나. 너무 좋았어”하며 행복함을 느낍니다.저는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마들렌, 밀란 쿤데라의 소설 ‘불멸’에서 나온 여인의 손짓을 이런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때로는 이성이 요구하는 성취보다 사소하고 평범한 순간이 더 위대한 힘을 발휘하고, 불멸로 남는다는 것을요. 오늘 만나볼 그림은 이런 찰나의 순간을 불멸로 남기기를 시도한 작가의 작품입니다. 거꾸로 매달린 다리먼저 그림을 보겠습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의 붉은 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위로 살짝 걸쳐진 발을 따라 시선을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거대한 욕조가 보이죠. 욕조 속에는 누군가의 다리가 두둥실 떠 있습니다. 그리고 욕조를 따라 위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창문 옆에 놓인 잡동사니들이 들어옵니다.제가 이 그림을 본 순서대로 설명을 해 보았는데요. 이렇게 작가가 펼쳐 놓은 시선을 따라가면서 저는 정말 대담하고 독특한 매력을 가진 그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면 캔버스의 절반을 커다란 욕조와 다리가 차지하고 있거든요.가장 어색한 것은 마치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것 같은 다리의 모습입니다. 무심코 보면 자연스러운 듯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상해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그런데 이 어색함을 감춰주는 것은 극도로 배제된 색채이죠. 무채색에 가까운 표현으로 욕조는 조금 가볍게, 그리고 카펫의 화려한 색으로 이 어색함을 더욱 덜어 주고 있습니다.작가는 어떤 사람 이길래, 이런 이상한 구도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 한 걸까요?욕조 속 여인그림 속 여인을 통해 작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에르 보나르는 욕조 속 여인의 모습을 많이 남겼는데요. 그 여인은 바로 보나르의 아내 마르트 드 멜리니입니다.두 사람은 1893년 처음 만나 멜리니가 세상을 떠난 1942년까지 5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했습니다. 보나르의 그림들 속 등장하는 여인 대부분이 멜리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보나르는 멜리니를 모델로 여러 차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는 흔히 생각하는 예술가와 뮤즈의 낭만적이기만 한 관계는 아니었습니다.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 보나르는 두 번에 걸쳐 다른 사람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인 르네 몬채티와는 결혼을 이야기하는 사이까지 가게 되는데요. 몬채티는 보나르를곁에 두려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1925년 보나르는 마음을 바꿔 멜리니에게 돌아가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소식을 알게 된 몬채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죠.단순한 시각으로 본다면 보나르와 멜리니의 관계가 마치 금이 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두 사람은 그 뒤 오랜 시간 함께하며 결국 끝까지 서로의 곁을 지켰습니다.보나르가 특히 욕조 속에 있는 멜리니를 많이 그린 이유는 그녀의 건강 문제 때문입니다. 다양한 질환을 앓았던 멜리니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매일 약물에 목욕을 했습니다. 게다가 멜리니가 사람들을 싫어하는 탓에 말년에는 두 사람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보나르는 1932년 동료 화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멜리니가 “여전히 사람들을 혐오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사람을 피하는 것이 치료 방법”이라며 “그래서 나는 완전히 고립된 채로 지내고 있고, 그림 테크닉을 연구하고 올리브를 수확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합니다.불안한 순간이 아름답다아픈 연인과 고립된 삶. 약간은 우울한 기분이 감돕니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정한 순간을 보나르는 캔버스에 그려내며 그것을 다른 차원으로 승화했습니다. 보나르의 마법은 바로 ‘유머’입니다.앞서 본 ‘욕조 속 누드’의 엉뚱함이 이 그림에서 더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고개를 숙인 여인, 얼굴을 쑥 뺀 강아지, 그리고 그 아래 와인병. 보통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식탁과 의자와 사람과 동물이 잘 보이도록 구별해서 그릴 것 같은데, 보나르는 이들을 기이하게 연결시켜 화면의 생동감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아니 이렇게도 구도를 만든다고?”라고 허탈한 웃음이 나올 것 같은 그림이죠.보나르의 친구들도 그가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보나르의 친구이자 화가겸 작가 오렐리앙 뤼네-포는 이렇게 썼습니다. “보나르는 유머가 넘쳤다. 그의 무심한 듯 능청맞은 유쾌함과 재치는 그림 속에서도 드러났는데, 장식적 요소에 담겨 있는 엉뚱한 날카로움이 그러했다.”그러니 무언가 정적이고 고요한 순간에도 보나르는 멜리니의 욕조 속 다리, 강아지의 주둥이처럼 슬쩍 꼬집을 만한 것을 찾아내고 거기서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학교 앞 떡볶이 냄새, 매일 볼 수 있는 노을, 데굴데굴 구르는 나뭇잎과 같은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해 보여준 것이지요.이런 보나르의 예술을 피카소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에게 보나르에 대해 묻지 말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보나르는 선택할 줄을 모른다. 하늘을 그릴 때면 처음엔 하늘과 비슷한 푸른색을 칠해놓고는 여기저기 보라색을 더해 얼버무린다. (…) 결과물은 ‘선택장애’의 꽃다발이다.”그러면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던지죠. “그림은 그런 식으로 그리는 게 아니다. 그림은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힘을 쥐는 것, 대상을 정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연이 좋은 조언을 해주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여기서 피카소와 보나르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즉 피카소는 ‘떡볶이 냄새 같은 사소한 것을 은은하게 그리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고, 누가 봐도 힘이 넘치는 것을 그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육즙이 줄줄 흐르는 스테이크나 시뻘건 마라탕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욕망의 화신 피카소다운 평가입니다.둘 중 누구 한 사람만이 옳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피카소가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걸 보면 지금까지는 그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고소하고 달콤한 마들렌 냄새의 아름다움을 줄줄 풀어 놓을 수 있었던 보나르의 그림이 오늘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두 작가의 그림을 비교해보면서 오늘은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나를 정말로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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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돌이 푸 잡는 시진핑’… 伊, 中반대에도 전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곰돌이 푸에 빗대어 희화화하고 친중국파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시 주석과 닮은 모습으로 그린 작품들이 이탈리아 미술관에 등장했다. 중국 당국은 이 전시를 막으려 압박을 가했지만 시도가 무산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NYT에 따르면 이러한 초상화를 포함한 중국의 현대미술가 바디유초(35·사진)의 개인전이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브레시아의 ‘산타 줄리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중국은 가깝(지않)다―반정부 예술가의 작품들’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13일 개막했다.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비판하면서 작가의 피로 그린 회화 작품 ‘시계(watch)’도 전시됐다. 곰돌이 푸는 시 주석과 닮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시 주석을 조롱할 때 이 캐릭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바디유초의 전시회 소식이 알려지자 주이탈리아 중국대사관은 브레시아 시장에게 전시 취소를 요구하는 e메일을 보냈다.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중국대사관은 메일에 “(바디유초의 작품이) 반중국적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며 “전시를 강행하면 이탈리아와 중국의 우호적 관계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시와 미술관은 전시회를 강행했다. 에밀리오 델 보노 시장은 “이 전시는 중국을 나쁘게 비추는 것이 아니며 사회 비판은 예술의 기능”이라며 “브레시아시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측으로부터 답변은 오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중국 출신으로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디유초는 중국의 유명 반체제 예술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64)의 조수로 일했다. 2018년 홍콩에서도 중국을 비판하는 작품을 전시하려다 상하이에 있는 가족이 중국 정부로부터 협박을 받자 그만두기도 했다. 수년 동안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가명을 사용했기 때문에 ‘중국의 뱅크시’라는 별명도 붙었지만 2019년 다큐멘터리를 통해 얼굴을 공개했다. 바디유초는 전시 개막 이후 AFP통신과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나의 예술을 중국 정부의 거짓말을 드러내고 그들을 비판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며 “이는 당국의 압박에도 중국 시민이 얼마나 용감하게 맞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바디유초의 전시는 내년 2월 13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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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희화화 작품들 伊미술관 전시…中 “거짓 가득” 반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곰돌이 푸에 빗대어 희화화하고 친중국파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시 주석과 닮은 모습으로 그린 작품들이 이탈리아 미술관에 등장했다. 중국 당국은 이 전시를 막으려 압박을 가했지만 시도가 무산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NYT에 따르면 이러한 초상화를 포함한 중국의 현대미술가 바디유초(35)의 개인전이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브레시아의 ‘산타 줄리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중국은 가깝(지않)다-반정부 예술가의 작품들’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13일 개막했다.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비판하면서 작가의 피로 그린 회화 작품 ‘시계(watch)’도 전시됐다. 곰돌이 푸는 시 주석과 닮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시 주석을 조롱할 때 이 캐릭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바디유초의 전시회 소식이 알려지자 주이탈리아 중국 대사관은 브레시아 시장에게 전시 취소를 요구하는 e메일을 보냈다.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중국 대사관은 메일에 “(바디유초의 작품이) 반중국적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며 “전시를 강행하면 이탈리아와 중국의 우호적 관계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시와 미술관은 전시회를 강행했다. 에밀리오 델 보노 시장은 “이 전시는 중국을 나쁘게 비추는 것이 아니며 사회 비판은 예술의 기능”이라며 “브레시아시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측으로부터 답변은 오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중국 출신으로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디유초는 중국의 유명 반체제 예술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64)의 조수로 일했다. 2018년 홍콩에서도 중국을 비판하는 작품을 전시하려다 상하이에 있는 가족이 중국 정부로부터 협박을 받자 그만두기도 했다. 수년 동안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가명을 사용했기 때문에 ‘중국의 뱅크시’라는 별명도 붙었지만 2019년 다큐멘터리를 통해 얼굴을 공개했다. 바디유초는 전시 개막 이후 AFP와 인터뷰에서 “나는 나의 예술을 중국 정부의 거짓말을 드러내고 그들을 비판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며 “이는 당국의 압박에도 중국 시민이 얼마나 용감하게 맞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바디유초의 전시는 내년 2월 13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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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잠수함 건조, 한국 등 7개국서 비밀 지원”

    대만이 한국 등 7개국에서 기술과 인력, 부품 등을 비밀리에 조달해 중국과 맞서기 위한 현대식 디젤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대만은 2025년까지 1척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국영 조선소 CSBC에서 잠수함을 건조하기 시작했다. 전체 건조 계획은 8척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과정에서 대만이 미국과 영국 등에서 기술과 부품 등을 은밀하게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잠수함의 전투 시스템 부품과 음파 탐지기 등 제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대만에 지원했다. 영국 정부는 잠수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지난 3년간 대만에 부품, 기술,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수출하는 것을 승인했다. 또 영국 해군 제독 출신 인물이 전문 인력을 모집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만은 한국과 호주, 인도, 스페인, 캐나다 등 5개국 출신의 기술자와 전직 해군 장교를 고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대만은 지난 20년간 현대식 디젤 잠수함을 구매하고자 했으나, 각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팔겠다는 나라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디젤 잠수함 제조를 중단한 지 오래됐다. 이에 대만은 2017년 잠수함 건조에 착수했다.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산은 최대 160억 달러(약 19조 원)로 전해졌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당국이 잠수함 건조를 위해 외부 세력과 결탁하고 있다”며 “대만에 군사적 지원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선택”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어 “각국은 대만 독립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만은 현재 잠수함 4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쓰던 것으로 훈련용이다. 나머지 2대는 1987년 네덜란드가 만든 잠수함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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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이비통 첫 흑인 수석 디자이너 아블로 사망

    흑인 최초로 프랑스 유명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의 수석디자이너가 됐던 버질 아블로(사진)가 암 투병 끝에 28일(현지 시간) 사망했다. 향년 41세. 2013년 자신의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설립한 그는 케이블 타이를 운동화 장식으로 사용하는 과감한 실험으로 ‘밀레니얼세대의 카를 라거펠트(샤넬의 전 수석디자이너)’로 불렸다. 아블로의 유족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2년 전 희귀 심장암인 심장혈관육종 진단을 받았으나 본인이 알리지 않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아블로는 1980년 미국 일리노이주 록퍼드에서 아프리카 가나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났다. 위스콘신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후 2009년 ‘펜디’의 인턴으로 패션계에 입문했다. 그는 ‘폴로랄프로렌’의 인기 없던 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한 후 자신만의 독특한 프린트 디자인을 입혀 비싼 가격에 되팔았다. 가구 브랜드 IKEA, 에비앙 생수, 맥도널드 등과도 협업했으며 2018년 루이비통에 스카우트됐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그룹 회장은 성명을 통해 “천재 디자이너, 선구자였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영혼과 위대한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고 애도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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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인 최초 루이뷔통 수석 디자이너 아블로, 암투병 중 사망…향년 41세

    흑인 최초로 프랑스 유명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의 수석 디자이너가 됐던 미국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암 투병 끝에 28일(현지 시간) 사망했다. 향년 41세. 2013년 자신의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설립한 그는 케이블 선을 운동화 끈으로 사용하는 과감한 실험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칼 라거펠트(샤넬의 전 수석 디자이너)’로 불렸다. 아블로의 유족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2년 전 희귀 심장암인 심장혈관육종 진단을 받았으나 본인이 알리지 않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아블로는 1980년 미국 일리노이주 락포드에서 아프리카 가나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났다. 위스콘신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후 2009년 ‘펜디’의 인턴으로 패션계에 입문했다. 그는 ‘폴로 랄프로렌’의 인기 없던 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한 후 자신만의 독특한 프린트 디자인을 입혀 비싼 가격에 되팔았다. 가구 브랜드 IKEA, 에비앙 생수, 맥도날드 등과도 협업했으며 2018년 루이비통에 스카웃됐다. 래퍼 카니예 웨스트, 가수 비욘세, 방송인 킴 카다시안, 배우 티모테 샬라메,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 등이 그의 옷을 입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그룹 회장은 성명을 통해 “천재 디자이너, 선구자였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영혼과 위대한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또한 “패션을 예술, 음악, 정치, 철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디자이너였다”고 평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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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을 수 없는 엄마의 손을 그린 화가 [김민의 그림이 있는 하루]

    당신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스포츠 스타나 유명인, 혹은 일반인 까지도 인터뷰를 하다가 ‘엄마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면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엄마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내가 탯줄로 연결되었던 세상의 유일한 사람. 때로는 그 연결 고리에서 숨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또 애틋한. 한 마디 말로는 정리하기 힘든 그런 복잡한 존재가 바로 엄마일 것 같습니다.한 작가가 어릴 적 자신과 엄마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있습니다. 우선 그림을 먼저 볼까요.○ 하얗게 칠해진 꽃무늬 치마왼쪽이 당시 8살이었던 작가,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엄마입니다. 그런데 보통 엄마라고 하면 떠올리는 따스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조각상 속에 갇힌 듯 뻣뻣한 자세를 하고 있고, 또 소년의 오른쪽 팔과 엄마의 왼쪽 팔이 닿을 듯 말 듯, 전혀 접촉하고 있지 않은 모습입니다.또 눈길을 끄는 것은 엄마의 검은 눈동자가 눈에 비해 굉장히 크게 묘사되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작가가 원래 사람의 눈을 이런 식으로 그린 걸까, 확인하기 위해 소년의 눈과 비교해 보면 엄마의 눈동자가 훨씬 더 크고 흐릿하게 묘사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그럼 소년의 엄마가 원래 이런 눈을 갖고 있었던 걸까? 다행히 이 그림과 비교할 수 있는 사진이 있습니다. 한 번 보겠습니다.이 사진이 작가가 보고 그린 원본입니다. 엄마의 눈이 좀 더 크지만 소년의 눈보다 더 또렷하죠. 사진과 비교해보면 마치 동공이 풀린 듯 비정상적으로 크게 묘사됐다는 걸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작가는 왜 엄마의 눈을 이렇게 그린 걸까요?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원본 사진을 다시 한 번 살펴볼까요. 이 사진에서 보는 사람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바로 엄마의 옷입니다. 꽃무늬가 빽빽하게 그려진 옷을 사진 속 엄마는 입고 있지요. 그런데 그림을 다시 볼까요.엄마의 치마는 무늬가 모두 사라진 흰 색으로 거칠게 칠해져 있습니다. 밝은 색 덕분에 화면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긴 합니다. 이 흰 덩어리를 두고 엄마의 팔, 소년의 옷과 손에 쥐고 있는 꽃의 색이 정해졌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또 가장 특이한 것은 엄마의 손입니다. 치마 위에 가지런히 놓였던 손은 마치 붕대가 감긴 듯 동그란 원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화가가 엄마를 왜 이렇게 묘사했을까요. 여기에는 비극적인 사연이 있습니다.○ 잡을 수 없는 손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아르메니아 출신의 미국 작가 아실 고르키(1904~1948)입니다. 그가 10대였던 1915년, 고르키의 엄마는 아들의 품에서 굶주린 채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엄마와 아들 그리고 세 자매는 집을 잃고 길거리를 전전하던 부랑자였습니다.그 원인은 1915~16년에 있었던 아르메니아 학살 사건입니다. 고르키의 가족은 당시 오스만투르크 제국 접경지대에 살았는데, 이 때 오스만 제국이 아르메니아인을 무차별 학살하고 강제 이주 시킵니다. 고르키의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피하기 위해 1908년 미국으로 떠난 상태였습니다.당시 오스만제국은 영국군이 침략해오자 반란을 막겠다는 이유로 아르메니아인을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으로 이주 시켰고 이 과정에서 100만 명이 넘는 아르메니아인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과정에 있었던 고르키 또한 집을 떠나야만 했고, 1년 뒤 어린 소년의 품에서 엄마가 숨을 거두었던 것이지요.세상을 떠나기 전 엄마는 소년 고르키를 대리석 의자에 앉혀 놓고 “너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당시 어머니가 생각했던 가장 아름다운 것이 ‘시’였고, 아들이 그런 아름다운 삶을 살기를 바랐던 것입니다.그런 엄마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소년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래서 꽃무늬 치마를 하얗게 칠해버린 걸까요. 어쨌든 소년 고르키는 엄마의 말을 잊지 않고 사명처럼 여기며 예술가가 됩니다. 1920년 미국으로 떠난 고르키는 다시 만난 아버지로부터 엄마의 사진을 건네받게 됩니다. 떨어져있었던 아버지에게 가족들의 안부를 전하려 엄마가 보낸 사진이었습니다. 고르키는 뭉크가 누이의 마지막 모습을 평생에 걸쳐 그렸던 것처럼, 엄마의 모습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그렸습니다. 비록 세상을 떠나 손을 잡을 수도, 눈을 맞출 수도 없지만 영원히 그리운 엄마를 계속해서 그림 속에서 만났던 것이지요.○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고르키는 미국으로 이주한 뒤 마치 과거를 지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원래 이름 보스타니크 마누그 아도이안을 지우고 ‘아실 고르키’라는 이름을 새로 지은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물론 새로 지은 이름에서도 그는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놓지 않습니다. ‘아실’은 러시아어로 쓰다(bitter)는 뜻이고, 고르키는 러시아의 작가 막심 고르키에서 따온 것입니다. 비극이 준 쓴 맛을 이름으로 새긴 다는 것도 평범하지 않습니다.고르키는 뉴욕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작품에 걸맞는 충분한 평가를 받진 못했습니다. 고르키 자신도 도시의 삶에서 끊임없는 외로움을 느낀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많은 친구를 만나도, 수천 명의 사람들 사이에 둘러 싸여 있어도 나는 언제나 외로움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영원히 빼앗겨버린 엄마, 그리고 집과 고향에 관한 것이었겠지요.그림만은 열심히 그렸던 고르키는 결혼한 뒤 아기를 키우기 위해 버지니아주로 이주하고 이곳에서 자연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때 그의 그림 또한 변화를 맞게 되는데요. 이전에는 세잔과 피카소의 영향을 받은 입체파 스타일에 가까웠다면, 점차 물감이 눈물처럼 흐르는 등 작가의 심상을 더욱 과감하게 드러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세잔과 피카소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위 그림을 그릴 무렵 고르키는 이렇게 털어 놓습니다. “나는 어릴 적 고향에서 쫓겨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의 가장 생생한 기억들은 그 고향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 때 나는 빵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처음으로 붉은 꽃을 보았으며 달을 보았다. 이 기억들이 나중에 형태가 되고 색채가 되었다.”결국 엄마를 비롯한 어린 시절의 행복을 평생 그리워했고, 그 때의 기억을 끊임없이 변주하며 작품을 하고 있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그 곳을 말이죠.고르키의 삶을 보며 지금도 유럽 곳곳을 전전하고 있는 난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체로 보면 골칫거리지만 개개인의 삶을 보면 커다란 비극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고르키의 삶과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집은 안락하고 소중한 곳인데 그것을 떠나야만 하고, 영원히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삶은 무엇인지….누군가는 예술을 화려한 장식, 유리장 속 보석과 같은 아름다움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고르키와 같은 작가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개개인이 갖고 있는 삶의 다양한 감정들이 시시각각 자아내는 정직한 리듬입니다. 그가 평생 떨칠 수 없었던 슬픔을 흐르는 물감에 풀어냈듯이 말이죠. 단순한 예쁨이 아닌 진한 아름다움. 오늘 고르키의 그림 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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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봉쇄만이 유일한 브레이크”… 유럽 비상체제 돌입

    “오늘은 10만 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희생자를 애도해야 하는 아주 슬픈 날입니다.” 25일(현지 시간) 독일과 폴란드의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무거운 표정으로 이같이 말하며 “접촉에 대한 제한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때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독일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서고 일일 신규 확진자가 7만5961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자 총리직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가 직접 비상조치 필요성을 내비친 것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 중남미 등에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새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타나면서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보고된 지 2년을 앞둔 세계 각국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진원지로 꼽히는 유럽에선 확진자 폭증세로 ‘끔찍한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5일 기준 프랑스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증가율은 181%, 스페인은 132%에 이른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의 확산세는 더욱 가파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5∼21일 보고된 유럽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약 243만 명으로, 세계 전체의 67%에 이른다.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 3명 중 2명은 유럽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AFP통신에 따르면 25일 기준 유럽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50만 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은 비상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프랑스는 26일부터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고 18세 이상 모든 성인을 부스터샷 대상으로 정했다. 정부가 30일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체코는 술집과 클럽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크리스마스 행사를 취소했다. 오스트리아는 22일부터 20일간 전면 봉쇄령(lock-down)에 나섰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각국의 뒤늦은 대응을 지적하며 “정부의 대응이 실패할 때 유일한 비상 브레이크는 비참한 봉쇄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둔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일주일간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9만2800명으로 전주 대비 18% 증가했다. 하루 평균 입원 환자 역시 약 5600명으로 전주보다 6% 늘었다. 여기에 뉴욕 맨해튼에서 25일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2년 만에 재개되는 등 연말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유럽 수준의 폭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범미국보건기구(PAHO) 카리사 에티엔 사무국장은 24일 “유럽의 감염세가 미국에서 몇 주 뒤 그대로 나타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유럽에서 시작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방역 조치의 빗장이 풀린 데다 겨울철을 맞아 실내 활동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일주일 평균)는 8월 19일 65만 명에서 10월 16일 40만 명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5일 현재 55만 명으로 늘어난 상황이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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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FT’… 英콜린스, 올해의 단어에 선정

    영국의 사전 출판사인 콜린스가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24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NFT 사용 빈도수는 올해 들어 1만1000% 증가했다. 콜린스는 NFT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예술과 기술, 상업의 독특한 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라며 시대적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콜린스 사전은 NFT를 “블록체인에 저장되는 디지털 인증서로 예술 작품이나 수집품 같은 자산의 소유권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콜린스는 이 밖에 추기(cheugy·유행이 지난, 쿨하지 못한), 기후 불안(climate anxiety), 가상화폐(crypto), 하이브리드 근무(hybrid working·재택과 출근을 유연하게 하는 근무),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 등 총 10개를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지난해 콜린스가 선정한 단어는 ‘봉쇄(lockdown)’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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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콜린스 사전, 올해의 단어로 ‘NFT’ 선정

    영국의 사전 출판사인 콜린스가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24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NFT 사용 빈도수는 올해 들어 1만1000% 증가했다. 콜린스는 NFT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예술과 기술, 상업의 독특한 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라며 시대적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콜린스 사전은 NFT를 “블록체인에 저장되는 디지털 인증서로 예술 작품이나 수집품 같은 자산의 소유권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올해 캐나다 출신 가수 그라임스의 디지털 작품 컬렉션 NFT는 600만 달러(약 71억 원)에 판매됐고 화제가 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나 콘텐츠) ‘재난 소녀’(Disaster Girl) NFT는 47만3000달러(약 5억 원)에 팔려 주목을 받았다. 콜린스는 이밖에 츄기(cheugy·유행이 지난, 쿨하지 못한), 기후 불안(climate anxiety), 가상화폐(crypto), 더블백스드(double-vaxxed·백신 2차 접종 완료), 하이브리드 근무(hybrid working·재택과 출근을 유연하게 하는 근무),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 네오대명사(neopronoun·성별중립적 인칭 대명사), 핑데믹(pingdemic·코로나19 관련 긴급 알림을 여러 명이 동시에 받는 현상을 팬데믹에 빗댐), 리젠시코어(regencycore·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으로 유행한 리젠시 시대 의상) 등 총 10개를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지난해 콜린스가 선정한 단어는 ‘봉쇄’(lockdown)였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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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코인 금지’에 채굴기 200만대 해외 이동… 전세계 ‘채굴 붐’

    중국 정부가 5월 가상화폐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채굴장을 폐쇄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자 미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파라과이 등 세계 곳곳에서 ‘채굴 붐’이 일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채굴업자들이 중국에서 급처분된 채굴 기계를 저렴하게 인수해 이들 국가로 옮기거나 중국 회사가 채굴장을 해외로 옮기는 등의 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채굴 금지 조치 후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14개 글로벌 기업은 채굴 기계 최소 200만 대를 중국 밖으로 이동시켰다. 미국의 가장 큰 채굴 기업 중 하나인 비트디지털은 국제 운송 회사와 계약을 맺고 약 2만 대의 채굴기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빼내고 있다. 이날도 비트디지털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낸 채굴기 1000대가 뉴욕항을 통해 들어오기로 했다고 FT는 전했다. 비트디지털의 샘 타바 최고전략책임자는 “아직 중국에 남아 있는 372대는 수명을 다해 폐기할 예정”이라고 FT에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채굴 회사 헛8는 5월 이후 수많은 중국 회사로부터 채굴기 매입을 요청받았다. 헛8는 6월 중국의 한 채굴 회사로부터 채굴기 2만5000대를 인수했다. 중국 회사들의 ‘처분 러시’로 7월 채굴기 가격은 5월 대비 41.7%나 떨어졌다. FT가 14개 글로벌 가상화폐 채굴 기업이 5월 이후 중국에 있던 채굴기를 어디로 옮겼는지 조사한 결과 러시아가 20만5000대로 가장 많았고 카자흐스탄(8만7849대), 미국(8만7200대), 캐나다(3만5400대), 파라과이(1만5500대), 베네수엘라(7000대) 등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에서 채굴업자들이 속속 빠져나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도 달라지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대체금융센터 연구에 따르면 8월 해시레이트(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연산능력) 점유율은 미국(35.1%), 카자흐스탄(18.1%), 러시아(11.2%), 캐나다(9.6%) 순이었다. 중국은 5월 44%에서 7월 0%로 급감했다. 미국은 특히 2019년 전력의 20%를 풍력에너지로 생산하는 등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달한 텍사스주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6월 트위터에 “텍사스는 가상화폐 산업에 열려 있다”며 채굴을 장려했다. 중국과 인접한 카자흐스탄은 중국의 채굴 기업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석탄이 풍부하고 건축 규제가 느슨하다는 이점이 있다. 중국 회사 비트푸푸는 채굴기 8만 대를, 비트마이닝은 7849대를 카자흐스탄으로 옮겼다. 또 러시아 채굴 회사 비트리버는 채굴기 20만 대를 중국에서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채굴 기계 70만여 대가 중국의 창고에 처박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전기를 많이 먹는 구형 모델들은 베네수엘라, 파라과이처럼 전기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처해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일반 가정에서도 채굴기를 1대씩 놓고 가상화폐를 채굴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채굴 회사 닥터마이너의 공동 설립자 후안 호세 핀토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작은 채굴장을 운영하는 수천 명이 있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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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코인금지에 채굴기 200만대 이동…美-러 등 세계 곳곳 ‘채굴 붐’

    중국 정부가 5월 가상화폐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채굴장을 폐쇄하는 등 대대적 단속에 나서자 미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파라과이 등 세계 곳곳에서 ‘채굴 붐’이 일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채굴업자들이 중국에서 급처분된 채굴 기계를 저렴하게 인수해 이들 국가로 옮기거나 중국 회사가 채굴장을 해외로 옮기는 등의 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채굴 금지 조치 후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14개 글로벌 기업은 채굴 기계 최소 200만 대를 중국 밖으로 이동시켰다. 미국의 가장 큰 채굴 기업 중 하나인 비트디지털은 국제 운송 회사와 계약을 맺고 약 2만 대의 채굴기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빼내고 있다. 이날도 비트디지털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낸 채굴기 1000대가 뉴욕항을 통해 들어오기로 했다고 FT는 전했다. 비트디지털의 샘 타바 최고전략책임자는 “아직 중국에 남아 있는 372대는 수명을 다해 폐기할 예정”이라고 FT에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채굴 회사 Hut8는 5월 이후 수많은 중국 회사로부터 채굴기 매입을 요청받았다. Hut8는 6월 중국의 한 채굴 회사로부터 채굴기 2만5000대를 인수했다. 중국 회사들의 ‘처분 러시’로 7월 채굴기 가격은 5월 대비 41.7%나 떨어졌다. FT가 14개 글로벌 가상화폐 채굴 기업이 5월 이후 중국에 있던 채굴기를 어디로 옮겼는지 조사한 결과 러시아가 20만5000대로 가장 많았고 카자흐스탄(8만7849대), 미국(8만7200대), 캐나다(3만5400대), 파라과이(1만5500대), 베네수엘라(7000대) 등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에서 채굴업자들이 속속 빠져나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도 달라지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대체금융센터 연구에 따르면 8월 해시레이트(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연산능력) 점유율은 미국(35.1%), 카자흐스탄(18.1%), 러시아(11.2%), 캐나다(9.6%) 순이었다. 중국은 5월 44%에서 7월 0%로 급감했다. 미국은 특히 2019년 전력의 20%를 풍력 에너지로 생산하는 등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달한 텍사스주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6월 트위터에 “텍사스는 가상화폐 산업에 열려 있다”며 채굴을 장려했다. 중국과 인접한 카자흐스탄은 중국의 채굴 기업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석탄이 풍부하고 건축 규제가 느슨하다는 이점이 있다. 중국 회사 Bitfufu는 채굴기 8만 대를, BIT Mining은 7849대를 카자흐스탄으로 옮겼다. 또 러시아 채굴 회사 비트리버는 채굴기 20만 대를 중국에서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채굴 기계 70만여 대가 중국의 창고에 처박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전기를 많이 먹는 구형 모델들은 베네수엘라, 파라과이처럼 전기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처해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일반 가정에서도 채굴기를 1대씩 놓고 가상화폐를 채굴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채굴 회사 닥터마이너의 공동 설립자 후안 호세 핀토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작은 채굴장을 운영하는 수천 명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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