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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 같은 새로운 제품군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 없습니다.” 덴마크 프리미엄 전자 기업인 뱅앤올룹슨(B&O)의 튜 맨토니 최고경영자(CEO·39·사진)는 27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B&O는 계속해서 핵심 역량인 오디오와 비디오 관련 제품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른 전자 기업들처럼 B&O 역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장 찾기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맨토니 CEO는 최근 스마트워치를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신성장 동력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 대신 그는 자동차와 호텔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 주목했다. 맨토니 CEO는 “애스턴 마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같은 고급차 브랜드에 자동차용 오디오와 스피커를 판매한 게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다른 고급차 기업을 대상으로도 제품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급차 시장에서 생긴 (B2B 사업) 노하우를 최근에는 고급 호텔 사업에도 적용시키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고급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도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어폰과 헤드폰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으로 구성된 ‘베오 플레이’도 새로운 시장 창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맨토니 CEO는 “2012년 처음 선보인 베오 플레이 제품들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들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기존 오디오와 스피커 제품 판매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에 “B&O가 디자인을 앞세우는 것처럼 핵심 경쟁력을 계속 강조하는 게 지속 가능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2011년 3월부터 B&O를 이끌고 있는 맨토니 CEO는 글로벌 전자 기업 CEO로는 드물게 30대다. 1999년 덴마크 코펜하겐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전략컨설팅 기업인 매킨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영국 모터사이클 기업인 트라이엄프에서 CEO를 지내기도 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효성은 다양한 소재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을 선도해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탄소섬유 제조와 양산 기술이 꼽힌다. 탄소섬유 제조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부 기업만이 갖추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효성은 철보다 약 10배 강한 강도를 자랑하는 탄소섬유를 자체 기술로 개발한 뒤 지난해 5월 전북 전주시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대형 공장을 설립하고 상업화를 추진했다. 효성 관계자는 “소재 산업은 파급 효과가 커 새로운 산업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창조경제 활성화에도 적합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탄소섬유의 경우 무엇보다 부가가치가 큰 업종에서 다양하게 쓰인다는 점이 장점이다. 탄소섬유는 항공기, 자동차, 고속 스텔스함 같은 제품에 많이 쓰인다. 또 일반 소비재 중에서도 노트북, 골프채, 자전거 등 다양한 제품에서 활용되고 있다. 재계에서도 이런 다양한 활용도 때문에 탄소섬유를 산업 육성 효과가 큰 업종으로 평가하고 있다. 탄소섬유 기술을 활용한 효성의 창조경제 움직임은 활발하다. 효성은 이미 전북 지역 탄소섬유 산업과 연계된 14개 중소기업과 함께 국제 복합재료 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자체적인 투자와 일자리 늘리기는 물론이고 이 중소기업들과의 동반성장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움직임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또 다른 고성능 신소재인 ‘폴리케톤’을 이용한 경제 활성화에도 관심이 많다. 폴리케톤은 나일론 대비 충격 강도가 2.3배나 되며 내화학성도 30% 이상 우수한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다. 효성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폴리케톤 개발과 양산에 성공했다. 약 10년간 500억 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인 결과다. 효성은 2012년 울산에 폴리케톤 종합 생산 설비를 구축한 데 이어 2015년까지 추가로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효성은 2020년까지 폴리케톤 개발 인력과 생산 인력 등 산업전반에 걸쳐 8700명 수준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탄소섬유와 폴리케톤을 창조경제를 이끌어나갈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최근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각종 의혹을 낳고 있는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의 거래은행들을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일제검사에 착수한다. 은행권 대출 규모가 6700억 원대로 큰 데다 ‘대표적 혁신기업’으로 꼽히던 업체가 갑자기 몰락하며 큰 파장을 낳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대출심사 과정부터 대출자금 흐름 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매출의 8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는 모뉴엘이 수출서류를 조작하고 부풀린 매출채권을 통해 대출을 일으켰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대출해준 은행이나 채권을 보증해준 무역보험공사 등은 사전에 이를 눈치 채지 못해 한국의 수출금융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7일부터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외환은행 국민은행 등 모뉴엘 거래은행 10곳에 검사역을 파견해 대출 관련 긴급검사를 실시한다. 금감원이 파악한 10개 은행의 모뉴엘 여신 규모는 9월 말 현재 총 6768억 원이다. 이 중 담보대출이 3860억 원, 신용대출은 2908억 원으로 모뉴엘의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대규모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다. 특히 담보대출 3860억 원은 일부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외하고 3200억 원 정도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수출로 대부분의 매출을 내는 모뉴엘은 그동안 해외 수입업체나 국내 총판업체에 제품을 넘기면서 현금 대신 매출채권(수출채권·수출환어음)으로 결제대금을 받았다. 모뉴엘은 이 매출채권을 은행에 할인 매각해 자금을 융통해왔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담보를 요구했고,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실적증명서, 현금입출금명세서 등을 근거로 보증서(선적후신용보증)를 발급해줬다. 하지만 관세청 조사 결과 모뉴엘은 현지 수입업체와 짜고 실제보다 더 많은 수출이 이뤄진 것처럼 신용장 등 수출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이를 근거로 매출채권을 발행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매출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다른 ‘가공(架空)매출’을 일으켜 다시 채권을 발행하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해온 것이다. 문제는 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모두 ‘서류’만 믿고 거액의 대출을 해줬다는 점이다. 은행이 발급한 수출입 관련 서류만 보고 보증서를 내준 무역보험공사나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만 믿고 돈을 빌려준 은행 모두 부실 대출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를 바탕으로 대출이 나가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모뉴엘은 홍콩 등 제3국에서 제품을 제조해 수출하는 것도 많기 때문에 은행이 직접 컨테이너를 열어 실물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무엇을 수출했는지 서류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서류상 문제는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2004년 설립된 모뉴엘은 삼성전자 출신인 박홍석 대표가 2007년에 전체 지분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영업과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2010년 매출액 2953억 원, 영업이익 251억 원이던 회사 실적은 지난해 매출 1조2737억 원, 영업이익 1104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박 대표는 또 조세회피 지역인 마셜 제도의 명예영사로 임명돼 PC를 기증하는 등의 활동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마셜 제도에 계좌 등을 개설해 모뉴엘의 회사 자금 중 일부를 해외로 유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매출채권 ::거래처에 납품하면서 나중에 돈을 받기로 하고 현금 대신 채권을 받는 일종의 외상 거래.정임수 imsoo@donga.com·이세형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주식매수청구권은 기업 간 인수합병(M&A) 때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자신들의 보유 지분을 일정한 가격에 되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날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뜻이 담긴 서면을 두 회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갖기 위해서는 합병 주주총회가 열리는 27일 하루 전인 26일까지 합병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삼성중공업의 지분 5.91%(1364만3311주)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90%(235만8877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1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고,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로부터 합병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은 후 12월 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려는 것은 양사의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24일 2만2800원으로 마감해 합병 발표일인 지난달 1일(2만8950원)에 비해 21.2% 하락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24일 5만4300원에 장을 마감해 같은 기간 주가가 24.5% 떨어졌다. 이는 삼성중공업(2만7003원)과 삼성엔지니어링(6만5439원)이 합병 발표를 공시하면서 제시한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각각 15.6%, 17.0%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27일 주총에서 합병에 대한 반대표 또는 기권표를 던져야 한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기권표를 던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표를 던져 합병이 무산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국민연금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은 분명 시너지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이 합병의 가치와 효과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며 “합병 결의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측이 어떤 의사 표시를 하는지 지켜보겠다”라고 밝혔다. 박민우 minwoo@donga.com·이세형 기자}

올해 4분기(10∼12월) 전자업계에서는 김치냉장고가 ‘반짝 스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만도 등 주요 김치냉장고 업체들은 올해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15% 늘어난 110만∼12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치냉장고는 보통 4분기에 연간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팔릴 정도로 판매가 집중된다. 올해는 배추와 무 같은 김장 채소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져 직접 김장을 담그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04년과 2005년에 대대적인 김치냉장고 구입 현상이 있었다는 것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백색가전 제품에서 주로 나타나는 ‘10년 교체 주기’를 김치냉장고가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김치냉장고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총 105만 대 정도 팔렸던 지난해 실적은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만도 등은 지난달부터 유통업체 등과 손잡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땅에 묻는 김장독 효과를 갖추고 있는 프리미엄 김치냉장고 ‘지펠아삭 M9000’(사진)을 앞세워 지난달부터 가격 할인 이벤트를 시작했다. LG전자는 유산균 기술을 적용한 ‘디오스 김치톡톡’을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김치냉장고 광고를 내보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원조 김치냉장고’ 업체로 유명한 위니아만도도 롯데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과 함께 ‘딤채’ 신제품 소개 및 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삼성전자가 2010년 5월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던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중 조명 분야에서 사실상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LED 조명과 관련된 해외 사업(판매, 마케팅 등)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현재 북미와 유럽 등 주요 해외 법인과 지사에서 LED 조명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조직과 인력을 철수시키고 있다. 또 해외 거래처에도 ‘더이상 LED 조명 관련 해외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늦게 시장에 진입하다 보니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이 버거웠던 데다 최근에는 저가 공세를 펼치는 업체도 많아져 이같이 결정했다”며 “앞으로는 LED 부품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열등과 할로겐 조명보다 수명은 길면서 전력 소비량이 적어 차세대 조명으로 각광받는 LED 조명은 필립스와 오스람 같은 유럽계 글로벌 전자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견·중소 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국내에서는 LED 조명 사업을 접지 않을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일부 제품 영역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공격적인 시장 확대는 불가능하다. 전자업계에서는 LED 시장의 큰 축을 이루는 △디스플레이용 백라이트유닛(BLU) 등 전자 제품용 부품 △조명 △자동차용 부품 중 삼성전자가 전자 제품용 부품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LED 관련 매출의 90% 이상이 전자 제품용 부품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LED 부품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부문에서도 향후 시장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LED,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바이오제약)에 대한 전략 수정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삼성SDI가 주도하는 태양전지 사업에서도 결정계 제품과 관련해선 사업화를 중단했다. 박막형 제품에 대해서만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또 의료기기 사업을 해온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을 삼성전자로 합병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대전에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SK그룹의 비전은 명확하다. 바로 기초과학 연구 중심 지역으로 성장해온 대전을 ‘벤처 대박 특구’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대전은 1973년 조성된 대덕 특구를 중심으로 기초과학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해온 지역이어서 그동안 벤처기업 창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대전에 있는 연구기관들의 기술력이 높음에도 창업을 통해 수익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우는 매우 적었던 것을 개선하겠다는 게 SK그룹의 목표다. 이달 10일 대전 유성구 KAIST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전 창조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도 대전 지역의 연구기관들이 창업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 중 “대전은 세계적인 과학 도시로 발돋움했지만 창업과 기업 활동이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연구소와 대학의 풍부한 연구 성과를 제대로 사업화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 벤처기업 창업과 성장 가능한 생태계 구축 대전을 벤처 대박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SK그룹은 우선 ‘벤처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SK그룹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집중적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대전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미 지난달 공모를 통해 10개의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에 1000만 원의 초기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사무 공간과 제품 제작을 위한 장비도 제공하고 있다. 또 마케팅 활동을 지원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또 SK그룹은 이번에 선정된 벤처기업들이 국제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경우 SK텔레콤 미주 지역 투자 자회사인 이노파트너스와 글로벌 창업 기획사인 랩나인을 활용해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해외진출 노하우 부족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술에 목마른 예비 창업자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배려했다. 대덕특구 내 연구기관들과 SK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기술을 예비 창업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술 사업화 장터’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플랫폼에는 올해 말까지 2400건의 기술이 등록되고, 매년 1100건의 기술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들 기술 중 일부는 무료로 공개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의 시도를 이상적인 ‘대기업과 벤처기업 상생모델’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또 정부가 창조센터 조성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를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꿈틀거리고 있는 대전 창조센터 대전 창조센터에서는 ‘벤처 대박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추고도 확실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벤처기업들이 창조센터에 입주하고 SK그룹의 지원을 받으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벤처기업들은 제품 시연회를 준비하거나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만 찍으면 자동적으로 동영상이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엠제이브이’의 경우 조만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가해 ‘유튜브’를 공략할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엠제이브이 관계자는 “해외 시장 진출 경험이 풍부한 지원군을 얻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SK그룹이 갖고 있는 사업 노하우, 자금력, 해외 네트워크는 벤처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CT 업계에서 차세대 핵심 시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 관련 벤처기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체온을 전기로 전환해 스마트폰 같은 제품의 보조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테그웨이’ 같은 업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테그웨이는 애플 아이폰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흥하이그룹과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이 많은 나이키로부터 ‘제품 샘플을 보고 싶다’는 연락을 최근 받았다. 테그웨이 관계자는 “신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표준화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데 솔직히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SK그룹의 유통망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소형 분광센서기를 개발한 ‘나도람다코리아’도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일부 글로벌 기업보다도 먼저 스마트폰에도 장착할 수 있을 만큼 작은 분광센서기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도람다코리아 관계자는 “SK그룹의 지원으로 시제품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국내외 잠재적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해외에서 제품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로드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도 일부 스마트폰 출고 가격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23일 ‘갤럭시 S4 LTE-A’ 출고가를 69만9600원에서 64만4600원으로 5만5000원 낮췄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올해 3월 ‘갤럭시 S5’가 시장에 나오면서 주력 모델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꾸준히 인기를 누려왔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스마트폰 가격 인하 압박으로 삼성전자가 시장에 나온 지 오래된 제품에 한해 가격을 내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최근 스마트폰 부문 이익이 줄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 가격을 내린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비슷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업계에선 LG전자가 40만∼70만 원대 제품 위주로 가격을 낮춘 것처럼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가격대 제품들에 대해 추가로 가격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갤럭시 알파’(74만8000원)와 ‘갤럭시 노트3 네오’(59만9500원) 등이 향후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22일 ‘G3’의 보급형 모델인 ‘G3비트’와 ‘G3A’ 등 3개 제품의 가격을 5만∼7만 원 내렸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이른바 '해외 직구족(해외 직접 구매족)'들은 일인당 연평균 87만4000원을 해외 쇼핑에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년간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산 적이 있는 소비자 4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3일 발표한 결과다. 같은 기간 해외여행을 통해 현지 면세점, 백화점, 아웃렛에서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 548명은 1인당 연평균 96만5000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쇼핑 지출액에서 해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전체 조사 대상자들의 65.6%가 '해외쇼핑 비중이 늘었다'고 답했다. '감소했다'고 답한 이들은 7.3%에 그쳤다. 또 '앞으로도 해외 쇼핑을 늘리겠다'와 '해외 쇼핑을 지인에게 추천하겠다'고 답한 이들도 각각 74.9%와 77%나 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해외여행 확대와 해외직구 열풍으로 해외쇼핑 지출액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절대적인 금액뿐 아니라 전체 쇼핑 지출액에서 해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쇼핑 과정에서 주로 이용하는 장소는 면세점(46.2%)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대형쇼핑몰과 아울렛(30.1%), 백화점(11.3%), 로드샵(6.8%) 순이었다. 온라인 채널은 이른바 '직구 사이트(54.5%)'가 가장 많았다. 종합 온라인몰(25.6%), 해외 브랜드 자체 온라인몰(10.9%)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의 경우 해외쇼핑에서 주로 구입하는 상품이 의류(26.1%), 시계와 선글라스 등 액세서리(19.6%), 화장품(13.9%) 순이었다. 또 여성은 화장품(26.0%), 가방·지갑(16.4%), 시계·선글라스 등 악세사리(15.5%), 의류(13.1%) 순이었다. 해외쇼핑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저렴한 가격'(58.7%)과 국내에 없는 브랜드 구매(24.1%)가 많았다. 상품 가격과 종류에서는 '해외가 낫다'는 의견이 각각 78.3%와 60%로 높게 나왔지만 프로모션은 '국내가 더 낫다'는 의견이 53.9%로 더 높았다. 또 애프터서비스도 '국내가 낫다'는 의견이 87.1%로 훨씬 높았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해외직구 열풍과 해외관광 활성화로 해외쇼핑이 일반적인 구매 행태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국내 유통업체들은 해외로 향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잡기위해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제품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LG디스플레이가 시장 예상에 부응하는 3분기(7∼9월) 실적을 내며 10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에 매출 6조5469억 원, 영업이익 4741억 원을 올렸다고 22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1.8% 늘어난 것이다. 2분기(4∼6월)와 비교해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5%와 190.7% 증가했다. 전자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선전한 이유로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모바일 기기 판매가 꾸준히 늘어난 것을 꼽는다. 애플의 3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3927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2%나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3’가 LG전자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1000만 대 판매’를 기대할 만큼 시장에서 선전한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업계 관계자는 분석하고 있다. TV용 패널에서는 초고화질(UHD) TV를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 업체들의 대형 TV 생산량이 늘어난 게 실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TV 시장의 프리미엄화와 대형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4분기(10∼12월)에도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긍정적인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SK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여성 친화적인 고용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대기업으로 꼽힌다. SK그룹은 이미 지난해 8월 말 250여 명의 경력 단절 여성을 SK텔레콤의 시간 선택제 상담사로 채용했다. 특히 이들에게 정규직 종일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복리후생과 승진 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단순히 일자리만 만든 게 아니라 고용의 질도 보장했다는 게 특징”이라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육아와 가사 부담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SK그룹에서 근무하게 된 여성 인력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SK텔레콤 장안고객센터 상담사로 근무 중인 신지원 씨(34·여)는 “업무 시간을 적절히 조정할 수 있어 회사 업무, 육아, 가사를 모두 챙기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도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총 500명 정도의 경력 단절 여성 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다. 올해 주요 모집 분야는 △판매 서비스(고객상담, 영업매장 서비스 등) △사무지원 △개발지원(연구실험 보조, 웹 디자인)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워킹맘’들의 경력 단절 현상을 막기 위한 제도도 도입했다. 바로 육아 휴직 자동전환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는 출산을 끝낸 여직원들이 육아 휴직을 원할 경우 자동적으로 1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원할 경우 자유롭게 육아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회사에 다니고 있는 여직원들을 위한 인프라 지원도 다양하다.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어야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 SK C&C,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같은 계열사들은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교대 근무자가 많다는 반도체 기업 특성을 고려해 ‘24시간 국·공립 어린이집’도 운영 중이다. SK그룹은 지속적으로 여성 인력을 위한 조직문화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인프라 구축을 넘어서서 제도와 근무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여성 인력의 활용과 육성을 그룹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여성 구성원의 역량을 키우고 기업문화 자체를 여성 친화적으로 구축하는 데 더욱 많은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삼성전자가 백혈병 근로자 피해보상 협상과 관련해 ‘협상 참여자만을 보상하려고 한다’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측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21일 공식 블로그인 ‘삼성 투모로우(www.samsungtomorrow.com)’에 올린 ‘조정위원회 출범에 즈음해’란 글을 통해 “원칙과 기준을 세운 뒤 협상 참여자뿐 아니라 기준에 해당되는 모든 분들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단 한 번도 협상 참여자만을 보상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가 마치 회사(삼성전자)가 협상 참여자만을 보상할 것처럼 사실을 왜곡해 가족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올림 교섭단에서 나와 ‘삼성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한 피해자 6명의 가족들과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반올림은 조정위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올림의 조직위 구성 방해와 흠집 내기가 지나치다고 판단해 블로그를 통해 공식적으로 반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SK하이닉스는 갑자기 전력 공급이 멈춰도 데이터를 저장 및 복구할 수 있는 16GB(기가바이트)급 ‘비휘발성 메모리 모듈(NVDIMM)’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개발한 모듈은 D램과 D램 2배 용량의 낸드플래시를 결합해 예상치 못한 전력 공급 중단 상황이 발생하면 D램 데이터를 낸드플래시로 전송해 보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제품은 1.2V의 동작 전압에서 2133M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낼 수 있다. 또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서버 관련 제품에 장착될 예정이다. 보안 시스템 관련 시장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1∼6월)부터 이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LG디스플레이가 TV와 모니터에 주로 쓰이는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에서 20개 분기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1일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3분기(7∼9월) 9.1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시장에 총 3930만3000대를 출하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이 21.6%로 집계됐다. LG디스플레이는 2009년 4분기(10∼12월)부터 계속해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대만 이노룩스는 TV용 패널을 중심으로 3706만3000대를 출하하며 20.4%의 시장 점유율로 2분기(4∼6월)에 이어 3분기에도 2위에 올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출하량 3601만7000대, 시장 점유율 19.8%로 3위에 그쳤다. 4위와 5위는 대만계인 AU옵트로닉스(16.2%)와 중국계인 BOE(9%)가 각각 차지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친 짓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최초로 개발한 성과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60)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한국이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어떤 게 필요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산단로 서울반도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카무라 교수는 “셀렌화아연을 이용해 LED 소재를 개발하는 게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에 질화갈륨을 사용한 게 청색 LED 소재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며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했던 시도가 큰 성과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는 “똑똑한 학생들이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 ‘샐러리맨’이 되는 상황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힘들다”며 “대기업들은 수많은 보고 단계와 관료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파격적이거나 새로운 연구를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카무라 교수가 내세운 건 ‘작은 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선호’ 문화. 나카무라 교수는 “우수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에서 자유롭게 기발한 연구를 하고, 성과가 나오면 스톡옵션 등으로 파격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문화가 조성된다”며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중 기업인은 모두 작은 기업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 중 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내가 운영하는 벤처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에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19명을 낼 때까지 한국은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데 대해선 과학기술 분야의 역사와 중견·중소기업의 저변 차이를 꼽았다. 그는 “두 나라 모두 대기업 선호 현상이 강하지만 일본에는 연구력을 갖춘 중견·중소기업들이 그래도 다양하게 존재한다”며 “한국은 4, 5개 대기업에 대한 집중도가 너무 높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한국보다 일본이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연구와 교육 역사가 더 깊고 인력층도 넓다”며 “10년, 20년 안에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산=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삼성전자는 20나노 8GB(기가바이트) DDR4(더블데이터레이트4) 서버용 D램(사진)을 이달부터 세계 최초로 생산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나노 공정이 적용된 D램을 △PC △모바일 △서버 분야에서 모두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업체가 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과 지난달부터 각각 20나노 공정을 적용한 PC용 D램과 모바일용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생산하기로 한 서버용 D램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이전 제품보다 30% 빠른 2400Mbps다. 그러나 동작 전압은 1.2V로 1.5V였던 이전 제품보다 낮아져 전력 소모는 적다. 삼성전자는 최근 DDR4 전용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가 개발된 만큼 이번에 생산하는 서버용 D램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 오전에 열리는 ‘수요 사장단 회의’ 강연 주제가 기업경영 이슈 위주로 바뀌고 있다. 올해 5월 1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데다 계열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동아일보가 올해 5월 중순 이후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회의 주제 19건을 분석한 결과 기업경영 이슈는 모두 10건이었다. 정치사회와 리더십 관련 주제는 각각 6건과 2건에 그쳤다. 올해 1월부터 5월 중순 이전에 진행된 총 18건의 강연 주제는 기업경영 6건, 정치사회 4건, 창의력 3건, 리더십 2건 등으로 비교적 다양했다. 또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와 2012년에는 각각 14건(총 45건)과 8건(총 46건)만이 기업경영 관련 주제였다. 5월 중순 이후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다룬 강연 주제 중 기업경영 이슈들은 모두 삼성그룹이 처해 있는 현실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6월 11일 회의 주제였던 ‘IT 기반의 지속성장 모델’과 7월 9일 회의 주제였던 ‘선도기업의 딜레마와 극복 전략’은 현재 삼성그룹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과 연관이 있다. 또 7월 16일 회의 주제였던 ‘사물인터넷 시대의 다음 10년을 준비하라’, 9월 17일 회의 주제였던 ‘최신 인공지능 트렌드’, 9월 24일 회의 주제였던 ‘창조경제와 창업’ 등은 삼성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과정에서 관심을 보여 온 주제들이다. 특히 이 이슈들은 ‘다시 전략이다’(2월 12일) ‘불황, 저성장의 역발상’(2월 19일) ‘콘셉트를 이끄는 경영’(4월 2일) 같은 5월 중순 이전 기업경영 관련 주제보다 훨씬 구체적이라는 특징도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요 사장단 회의 주제가 실적 악화를 포함해 삼성이 당면한 문제들을 자세히 짚어보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사장단부터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5월 중순 이후 강연에서는 이른바 사회 원로급으로 인정받는 인사들의 강연이 늘었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는다. 복거일 문화미래포럼 대표(최신 인공지능 트렌드·9월 17일),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사람과 삶∼진보란 무엇인가·10월 1일),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한국경제의 도전과 개혁과제·10월 8일), 이문열 소설가(작가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현실과 기업의 역할·10월 15일) 등이 모두 5월 중순 이후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강연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신 교수는 “기업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건 사람이고, 창조는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삼성은 변방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 대표는 “조직 문제는 궁극적으로 관료주의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관료주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행사인 ‘가전전시회(CES)’가 중국에서도 열립니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 가전협회(CEA)는 내년 5월 26∼27일 중국 상하이(上海)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인터내셔널 CES 아시아’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습니다. 이른바 ‘세계 3대 전자제품 전시회(CES, 월드모바일콩그레스·MWC, 유럽 가전전시회·IFA)’의 아시아 시장 특화 행사가 처음 생긴 것이죠. 국내외 전자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와 하이센스, TCL, 하이얼, 화웨이 등 중국 전자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을 CEA가 반영한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을 글로벌 전자업계의 ‘짝퉁 시장’이 아닌 ‘테스트베드’로 키우고 싶어 하는 중국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CEA에 따르면 성인 기준 중국 소비자의 연간 가전제품 구매 규모는 평균 917달러(약 97만5000원)로 483달러(약 51만3000원)인 미국 소비자보다 큽니다. 또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과 브랜드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중국 업체들은 기존 제품군은 물론이고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도 신제품을 내놓으며 ‘위협적인 추격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이한 건 CES 아시아의 후원 또는 참가 기업 명단에 인텔, IBM, 아마존 같은 미국 기업들은 있지만 한국 기업 이름은 아직 없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참가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LG전자는 참가를 안 한다는 방침입니다. 두 회사 모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본행사와 얼마나 차별화된 행사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대형 전시회에서 신제품을 공개할 때마다 중국 기업들의 ‘카피캣(모방꾼)’ 행태를 경험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굳이 또 한 번의 ‘베끼기 기회’를 중국 기업들에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CES 아시아 참가에 소극적이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적극적인 참가 없이 CES 아시아가 국제적인 위상을 갖춘 전시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세형·산업부 turtle@donga.com}

과학기술 연구개발(R&D)형 창조경제 엔진이 SK그룹 주도로 대전과 세종에서 가동된다. SK그룹은 대전과 세종에 총 935억4000만 원(대전 876억 원, 세종 59억4000만 원)을 투자해 실리콘밸리형 ‘벤처 대박 사례’를 만들어내겠다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대전 유성구 KAIST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센터) 확대 출범식’과 ‘세종 창조마을 시범사업 출범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이미 개발해 놓고 활용하지 않는 기술은 ‘장롱면허’나 다를 바 없다”며 “(대전의)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와 대학의 풍부한 연구 성과가 제대로 사업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SK 관계자들에게 “10개 회사가 성공하면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용기를 내 창업하게 돼 요원의 불길처럼 창조경제의 불씨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5일에는 삼성그룹이 주도하는 ‘대구 창조센터’의 확대 출범식에도 참석했다. 대통령이 지방에서 열리는 같은 성격의 행사에 연달아 참석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이 지역 창조센터 육성에 관심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국 17개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근 대기업과 연계해 벤처기업 육성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기업 장점인 자금력-노하우 전수” SK의 대박 벤처 만들기 작업은 파격적인 재정 지원과 멘토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 관계자는 “대전 지역 대학이나 연구소들의 R&D 역량은 이미 수준급”이라며 “대기업의 자금력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벤처기업 육성에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창조센터를 통해 잠재력 있는 벤처기업들을 발굴해 단기적으로는 벤처·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에 상장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드림 벤처 스타 공모전’을 통해 180개 기업 중 10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선정해 창조센터에 입주시켰다. 이 기업들 중에는 ‘테그웨이’(사람 체온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 ‘씨메스’(산업용 3D 스캐너) ‘엑센’(이산화탄소 농도 감지) 등이 포함돼 있다. SK는 이 기업들에 2000만 원의 창업 준비금을 지원했고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확실하게 기술력이 검증될 경우 실리콘밸리 진출을 돕고 회사당 최대 25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총 450억 원의 벤처 육성펀드를 조성해 지속적으로 이 지역의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SK 동반성장펀드 중 150억 원을 대전 지역에 배정하고 중소기업청과 함께 300억 원의 창업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테스트베드와 벤처기업들의 기술 검증 인프라로 쓰일 ‘사이언스 빌리지’도 총 250억 원을 들여 만들기로 했다. ○ “개인 발명가와 벤처기업에 기술문호 개방” 재정과 멘토링 지원을 통해 벤처기업 창업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못지않게 다양한 기관이 공동으로 ‘창업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는 것도 대전 창조센터의 특징이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SK 주요 계열사 3곳이 출연연 19곳과 대전지역 5개 대학 등과 함께 ‘기술 사업화 장터’를 만들어 각 기관의 보유 기술을 공유하고 개방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예다. 기술 사업화 장터 데이터베이스(DB)에는 올해 말까지 2400여 건의 기술이 등록될 예정이다. 또 내년 이후에는 연간 1100여 건의 기술이 추가된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당분간은 출연연, 대학, SK 관계자 위주로 기술이 등록될 예정이지만 향후에는 개인 발명가와 벤처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 대전시, 대덕특구 내 30개 출연연, SK 협력사 10개 등 총 45개 기관이 공동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벤처기업 육성 조치는 창업 분위기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벤처기업의 ‘옥석 구별’에도 효과적”이라며 “정부 주도 정책보다 전체 벤처기업 생태계 수준을 높이는 데 훨씬 더 적합하다”고 평가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이재명·서동일 기자}

《 2001년 4월 산업자원부는 ‘전통 주력 제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기술개발 전략의 범정부적 추진체계 마련’이라는 제목의 정책 안건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당시 산자부는 “IT를 통해 전통산업을 혁신하고 지식기반경제에 부합하는 디지털화된 첨단 융합산업구조를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산자부가 지식경제부로 바뀐 뒤에도 비슷한 이름의 정책은 반복됐다.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융합 촉진 전략’ ‘국가의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6개 미래산업 선도기술 선정’…. 지식경제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바뀐 현 정부에서도 제조업 혁신과 융합, 소프트웨어, 창조경제를 제목에 포함시킨 정책들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제조업 진흥 정책과는 별개로 2008년 이후 국내 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주요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최근 국내 수출 부진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중국발 타격 역시 10여 년 전부터 중국 정부가 전방위적인 산업 고도화 정책을 펼침에 따라 일찍이 예견됐던 일이다. 그럼에도 결국 위기가 현실로 나타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에 적잖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정권마다 주력산업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5년마다 반복되는 형식적인 정책이었을 뿐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 대신 각종 규제와 법안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기업들의 신규투자와 신사업 진출 시도를 가로막았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역시 법안 심의나 국정감사가 있을 때마다 ‘갑(甲)질’을 벌이며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기술’보다 ‘규제’와의 싸움 최근 수년간 한국 수출을 사실상 이끌어온 전자·정보통신 분야는 다른 어떤 제조업보다도 ‘속도’가 중요하다. ‘IT업계의 1년은 다른 업계의 10년’이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빠른 기술 진보와 시장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 2007년 아이폰발 ‘스마트폰 쇼크’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큰 위기를 겪었던 국내 전자업계는 이후 신기술 개발과 신제품 출시에 모든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과 규제는 여전히 수년 전 수준에 머물러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막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국내용 ‘갤럭시 노트4’에 혈중 산소포화도 센서를 탑재하지 못한 게 대표적인 사례. 혈중 산소포화도 센서는 피부에 빛을 쏴 혈액의 투명도를 측정하고 몸속 산소량을 파악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피로도를 감지한다. 사용자에게 휴식이나 환기를 권해주는 첨단기술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선점뿐 아니라 의료기기 등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과도 연관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끝내 국내 출시용 갤럭시 노트4에 이 기능을 넣지 못했다. 국내법상 해당 센서를 탑재하면 갤럭시 노트4는 의료기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가 필요해 출시가 6개월가량 늦어진다. 판매도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별도 의료기기 유통망을 통해야 가능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미래 유망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테스트하는 것도, 출시하는 것도 모두 어렵다”며 “삼성 같은 대기업도 힘든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기술 △스마트 홈 △커넥티드 카 등 차세대 동력으로 꼽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반복되고 있다. IoT나 스마트 홈 같은 사업을 하려면 빅데이터 활용이나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충족해야 하지만 관련 국내법과 고시 조항은 100개가 훌쩍 넘는다. 하드웨어 중심의 국내 전자제조업 경쟁력을 키워줄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도 10년 넘게 ‘공염불’ 수준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지금까지 모든 정부는 소프트웨어 육성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기업만 바라보는 정부와 갑질 국회 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정책 비전이 오히려 20, 30년 전보다도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국내외 시장 상황도 잘 모르고, 그래서 뭘 해야 할지도 잘 모른 채 기업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 부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실적과 관계없이 국내 자동차부품 수출이 건재하려면 국내 부품사들이 해외에 원활히 수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는데 정부가 그걸 안 한다”고 꼬집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요즘 해외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려면 ‘연구역량’과 ‘생산물량’ 두 가지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최근 잇따른 리콜사태를 경험한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구매부서에까지 엔지니어를 배치해 부품업체들의 기술과 생산여력을 꼼꼼히 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림이 빠듯한 국내 부품업체들은 대부분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생산 규모도 해외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만큼 크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적극적인 부품업체 R&D 지원과 연합생산체제 구축을 중재해야 하는데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업을 상대로 한 국회의 갑질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200여 명이라는 역대 최다 기업인을 불러낸 국회는 올해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수십 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요구하고 있다.임우선 imsun@donga.com·이세형·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