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호 백신’ 개발을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달리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가 뛰어들었다. 세계 20여 개 기관과 기업이 속도전을 펼치면서 영국과 미국에서 올해 안에 백신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내 성공 가능성 있다” 20일(현지 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대와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1차 임상시험의 경우 항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참가자 상당수가 피로와 두통 등을 호소했지만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도 일부 부작용이 있었지만 2단계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중국 제약사 칸시노바이오로직스(시노백)와 베이징생명공학연구소는 연말까지 최대 1억 명분의 백신 제조가 목표다. ‘의미 있는 진전’을 알리는 소식이 이어지자 낙관적인 반응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옥스퍼드대 연구를 주도하는 세라 길버트 교수는 이날 “연내에 백신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소속 A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만드는 백신이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국내에서도 백신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해외 백신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개발에 성공할 경우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아직까지는 신중한 의견이 많다.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백신 연구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탓이다. 사스와 메르스의 경우 주요 선진국에서 유행하지 않다 보니 투자가 저조한 탓이 컸다. 고령층이 포함된 피실험자 1만∼3만 명 규모의 임상 3상에서 치명적 부작용 없이 통과하기도 쉽지 않은 편이다. 또 부작용이 없어도 효과가 낮을 수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화항체가 생겼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백신 개발의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라며 “단정적으로 평가하기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제의 연내 개발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편이다. 방지환 서울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1일 “치료제는 투여 후 환자가 낫는지 보면 된다. 하지만 백신은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 접종한 후 정말 감염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성·유효성 검증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백신과 달리 국내 여러 제약사도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승인된 임상시험은 모두 11건이다. 정부는 올해 혈장치료제, 내년 항체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신 개발 후 물량 확보도 관건 해외에서 백신이 개발되면 국내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백신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종 임상시험 완료 전인 9월부터 백신을 미리 생산할 계획이다. 연간 20억 명분 생산이 목표인데 이미 8억 명분은 주인이 정해졌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이 계약을 체결했고 브라질과 일본까지 예약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도 뛰어들었다. 21일 보건복지부는 아스트라제네카, SK바이오사이언스와 3자 간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후보물질을 생산하게 된다. 이 물량 중에서 일부를 국내에 공급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백신이 부족해 접종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미국 등의 선례를 보면 의료진, 임신부 등이 1순위, 국가안보 관련 종사자, 요양시설 직원 등이 2순위, 어린이 등이 3순위, 65세 이상 고령자 등이 4순위다. 이상일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경우 사망률이 높은 노약자가 최우선 순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보건의료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아마도 최우선 순위에 들어갈 것”이라며 “한국적 상황에 맞춰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이미지·강동웅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6개월간 계속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은 2월 18일 ‘31번 환자’ 발생이었다. 그는 대구 신천지예수교 교인이었다. 이후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대구에서만 확진자 6932명이 나왔다. 그중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5213명이었다. 각각 국내 지역사회 감염과 집단 감염 환자 수에서 가장 많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확진자 발생이 줄면서 5월 6일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로 전환됐다. 그러나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등 방역망의 틈을 타고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다. 신규 확진자 수는 다시 50명 안팎까지 증가했다. 수도권 방역강화 조치 시행으로 하루 확진자는 19일 34명으로 떨어졌다. 지역사회 감염은 최근 2주간(7월 5∼18일) 일평균 21.4명으로 크게 줄었다. 반대로 해외 유입에 따른 위험은 다시 증가세다.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2주간 해외 입국 일평균 신규 확진자는 27.4명이다. 그 전 2주간 15.8명에 비해 10명 이상 늘었다. 중국 외 아시아 지역 유입이 늘면서(전체 해외 입국 환자의 38.6%) 신규 환자 수에서 해외 입국 환자가 지역사회 환자 수(21.4명)를 앞질렀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도 여전히 많다. 최근 2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의 7.8%다. 신규 확진자 중 자가 격리 상태에서 확진된 비율을 일컫는 방역망 내 관리 비율도 80% 미만이다. 코로나19가 강한 전파력을 가진 데다 무증상에 가까운 ‘숨은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6개월을 앞두고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8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를 잘 알지 못했을 때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나 각국의 지침을 그대로 말씀드린 점을 항상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3월 3일 브리핑에서 WHO 권고를 언급하며 “마스크 착용을 우선해 권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 방역강화 조치는 20일부터 일부 해제된다. 5월 29일 발표된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공공시설 이용에 불편이 커짐에 따라 수도권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 등 공공시설만 운영을 재개한다. 프로스포츠 무관중 경기와 유흥주점 등 고위험시설 운영 자제 권고는 계속된다. 방역당국은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까지 일상과 방역을 함께 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삶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에 대비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도 재정비하고 가을겨울 재유행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4단계로 늘리고 좀 더 정교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 기자}

14일 오전 11시 50분경.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근처에 있는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앞. 점심식사를 하러 이곳을 찾은 인근의 직장인 등 15명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 안 4인용 테이블 8개는 이미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밖에서 대기하던 손님들 중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얘기를 주고받는 이들도 5명 있었다. 가게 안 테이블 사이 거리는 1m가 채 안 됐다. 출입문 말고는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창문이 없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손님들은 명부 작성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 가게는 전자출입 명부 작성 의무가 없다. 일반음식점이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 시설’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분류한 코로나19 ‘고위험 시설’과 ‘고위험 활동’이 서로 맞지 않아 국민들에게 혼선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험도가 높다고 분류된 활동을 하는 곳 중 고위험 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 있고, 위험도가 낮다고 본 활동을 하는 장소가 고위험 시설로 지정돼 있는 경우도 있다.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일상생활 활동별 위험도를 정해 발표했다. 외식과 물놀이, 노래, 운동이 위험도가 높은 활동으로, 게임이나 공부 등은 저위험 활동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이런 분류가 방역당국이 앞서 6월에 지정해 놓은 고위험 시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놀이를 하는 수영장과 외식을 하는 일반음식점은 고위험 시설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음식점의 경우엔 뷔페전문점과 헌팅포차, 감성주점만 고위험 시설로 지정돼 있다. 14일 오후 5시경,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 어린이수영장. 이곳을 찾은 8세 이하의 아이들과 부모들도 전자출입 명부를 작성하지 않았다. 수영장에는 50여 명의 어린이가 있었다. 대기실에는 아이들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대화하고 있었다. 수영장 직원은 “코로나19 발생 후에도 수강하는 아이들은 줄지 않았다. 하루에 200여 명의 아이들이 온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15일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한해 PC방을 고위험 시설로 지정했다. 그런데 이달 8일 일상생활 활동별 위험도를 분류하면서 게임은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해 놨다. 서울 송파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위험시설 지정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감염 방지를 위해서라면 손님이 많은 음식점이나 다른 업종도 고위험 시설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위험도를 평가하면서 일관된 원칙을 적용하지 않으면 국민도 방역수칙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업종별 분류 대신 세부 방역수칙 준수 여부에 따라 고위험 시설을 정하고 고위험 시설로 지정된 업체라도 내부시설 리모델링 같은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명부 작성 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이라크에 있는 국내 건설사 현장에서 일하다 귀국한 한국인 직원 31명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라크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온 현대건설, SK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건설사 4곳과 협력사 임직원 중 3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양성 혹은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인 상태였다. 이에 따라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를 탄 뒤 인천공항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후 자가 격리 중인 직원들 중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해당 기업은 컨소시엄을 이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120km 떨어진 카르발라 지역에 원유정제시설 관련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현지 한국인 직원은 640여 명이 근무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 대규모 철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14일 부산 감천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러시아 선원이 지난달 하선해 부산항 밖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선원은 지난달 17일 임시상륙허가증을 발급받아 감천항 인근 식당 등을 방문하고 같은 날 오후 늦게 배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탄 투발루 국적 카이로스호(499t)는 지난달 12일 일본에서 출항해 선체를 수리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감천항에 들어왔다. 검역 당국은 해당 선원이 감천항 밖에서 감염됐는지, 한국으로 오기 전에 감염됐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 중이다. 검역 당국은 러시아 선원들과 접촉한 선사 대리점 직원 4명, 선박 수리공, 협력업체 직원 등 45명을 자가 격리 조치했다. 수도권에서도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이어졌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화생명 사무실과 관련해 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11일 성동구에 거주하는 사무실 직원 A 씨가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2일과 13일에 각각 A 씨의 직장 동료와 지인이 확진자로 판명됐다. 방역 당국이 A 씨의 접촉자를 포함해 63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 결과 15일 오전 2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경기 시흥시 시흥서울대효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노인 환자 2명이 잇달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요양병원에 대해 코호트 격리를 결정했다. 병원 내 환자와 의료진을 모두 격리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입원 중인 다른 환자 63명과 간병인 13명, 의료진 등 100여 명을 검사 중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수도권 확산세는 주춤한 모습이다. 8일부터 14일까지 최근 1주간 수도권의 일평균 확진자는 11명으로, 직전 주(1∼7일) 18.1명보다 7명가량 줄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조만간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의 조정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는 5월 29일 시행됐다. 비수도권 확진자도 감소세다. 최근 1주간(8∼14일) 일평균 확진자는 9명으로 직전 1주(17.4명)보다 8명가량 줄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시민들의 거리 두기 참여가 지역 집단 감염의 확산세를 꺾는 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조윤경 yunique@donga.com·강동웅 / 부산=강성명 기자}

국내 거주지가 없는 외국인이 하루 평균 200명 넘게 들어오는데 이들을 수용할 임시생활시설은 500여 실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해외 유입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여 시설 확충이 시급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인천과 경기 등 전국의 임시생활시설 8곳 3022실 가운데 이날 0시 기준 2523실(83.5%)이 사용 중인 상태다. 499실만 남아 있다는 뜻이다. 7월 첫 주 임시생활시설 하루 평균 입소 인원은 244명이다. 임시생활시설은 국내 거처가 없는 입국자가 14일간 자가 격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정한 시설이다. 4월 1일부터 입국자 전원에 대한 자가 격리가 의무화하면서 생겼다. 주로 단기체류 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들이 입소한다. 지금과 같은 입국 추이가 계속된다면 임시생활시설이 곧 만실이 된다는 게 방역당국의 전망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해외 입국자 중 외국인 비율은 4월 24.6%에서 5월 32.7%, 6월 35.5%, 7월 1∼8일 48.1%로 계속 늘고 있다. 외국인 일평균 입국자 수도 5월 1185명, 6월 1397명에서 이달 들어 8일 기준 1760명으로 급증세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3일 브리핑에서 “해외 입국자 경향을 보면 대부분 90일 이내 단기 방문이나 단기 취업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임시생활시설 입소 대상자가 많다는 뜻이다. 실제 12일 서울에 새로 문을 연 임시생활시설에는 개소 당일에만 외국인 90여 명이 입소해 전체 348개 객실 중 약 30%가 찼다. 이런 증가 추이를 감안하면 추가 시설 확보가 시급하지만 지역 주민들 반대로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대본 관계자는 “생활치료센터와 달리 임시생활시설은 주로 외국인들이 묵을 뿐만 아니라 호텔 등 주변 상권과 가까운 숙소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아 개소 반대가 심하다”고 전했다. 경기 용인시 임시생활시설 2곳의 경우 개소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주민들이 감염 위험과 상권 타격을 이유로 여전히 폐쇄 요구 집회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장기화하면서 입국자들이 계속 늘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국자 격리와 확진은 고스란히 국민의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번 신규 시설을 찾아 헤맬 게 아니라 장기화 추세에 맞춰 외국인들을 안정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고정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 기자}

클럽 간 대항전에 참가했던 광주의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과 가족 등 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잇따라 감염됐다. 72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서울 양천구 탁구장에 이어 실내 체육시설에서 또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1일 가장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남성 회원이 방역당국에 대항전 참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바람에 접촉자들이 일주일 이상 지나 검사를 받고 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전남대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배드민턴 동호회 간 대항전에 2개 클럽 회원 60명이 참가했다. 대항전에 출전했던 70대 남성 A 씨가 1일 가장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금양오피스텔 관련 확진자의 접촉자다. 일주일 뒤인 8일에는 배드민턴 클럽 회원인 50대 남성 B 씨의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방역당국이 B 씨의 대항전 참가 사실을 알고 이때부터 접촉자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동호회원과 이들의 가족, 지인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대항전에 나섰던 동호회원 3명이 10일, 이들의 가족과 지인 등 3명이 1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회원과 가족, 지인 89명은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광주시에 따르면 A 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방역당국에 ‘스포츠센터 주변 벤치에 있었다’고만 말하고 대항전 참가 사실은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접촉자인 대항전 참가자들의 검사가 늦어졌다. 10일과 11일에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A 씨의 확진 이후 일주일 동안 사우나와 병원, 상점 등을 들른 것으로 파악돼 이들을 통한 추가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배드민턴 동호회 관련 확진자가 속출하자 광주시는 지역 내 17개 대학이 운영하는 체육관과 실내체육시설의 운영을 25일까지 중단하도록 했다. 또 탁구와 배드민턴 등 생활체육 동호회 활동, 친선경기, 리그경기 등의 집단 체육활동과 에어로빅, 댄스스포츠 등 신체 접촉이 많은 실내 스포츠 활동도 금지했다. 배드민턴은 가벼운 셔틀콕을 주고받는 종목이어서 대부분 실내에서 이뤄진다. 그만큼 환기가 쉽지 않고 특히 격한 운동이어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실내 체육시설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의 경우 확산세가 빨랐다. 지난달 4일 첫 확진자가 나온 양천구 탁구장 집단 감염의 경우 서울 44명, 경기 28명 등 총 7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2월 24일부터 시작된 충남 천안시 운동시설 줌바댄스 집단 감염 관련 확진자는 111명이나 됐다. 방역당국이 발표한 실내 체육시설 방역수칙에 따르면 이용자는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 유지가 불가능할 경우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또 창문을 상시 열어둬야 하고 에어컨 사용으로 창문을 열어두기 힘들 때는 매일 2회 이상 주기적으로 환기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평상시라면 비말이 가라앉아야 하는데 한정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격한 활동을 하니 가라앉지 않고 계속 떠있을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격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시간에 격한 운동을 하는 것보다 긴 시간 동안 필요한 만큼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보건당국이 운동의 질과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수칙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부터 항만을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 선원은 임시생활시설에서 의무적으로 2주간 격리된다. 최근 2주간 해외 유입 일일 평균 환자 수는 19.7명으로 그전 2주의 14.3명에 비해 5.4명이 증가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 / 광주=이형주 / 강동웅 기자}
방역당국이 국민 3055명의 혈청을 검사한 결과 0.03%에 해당하는 1명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체 보유율로 감염자 수나 집단의 면역력을 추정해 볼 수 있지만 이번 검사는 표본 수가 적은 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 지역이 조사 대상에서 빠져 전체 감염 규모를 추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항체가(價)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가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잔여 혈청 1차분 1555건(4월 21일∼6월 19일 수집)과 영등포구 등 서울 서남권 5개구 의료기관 내원 환자 혈청 1500건(5월 25∼28일 수집)을 검사한 결과 서울 서남권의 검체 중 1건에서만 항체가 확인됐다. 8일(현지 시간)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00만 명을 넘은 미국 뉴욕의 항체 보유율은 21.2%, 영국 런던 17%, 중국 우한 3.2%, 일본 도쿄는 0.1%로 조사됐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대구 지역이 포함돼 있지 않고 대표성 확보가 부족한 상태여서 이번 결과로 우리나라 전체 감염 규모를 추계하기는 어렵다”며 “우리나라의 면역률이 극히 낮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돼 집단 면역을 통한 대응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백신 개발 전까지는 방역수칙 준수로 바이러스 유행을 억제해야 한다”고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국내 한 변호사 단체가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환자에게 약물을 투입해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착한법만드는사람들(착한법)은 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존엄사 입법촉구’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직접적·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존엄사 입법안을 제안했다. 세미나에는 착한법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 변호사와 원혜영 전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착한법은 새로운 법 제도를 연구하거나 도입하고, 잘못된 법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설립된 단체로 변호사 200여 명이 속해 있다. 김재련 착한법 이사는 발표문을 통해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소극적·간접적 안락사만 인정하고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직접적·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 도입을 촉구했다. 연명치료를 위한 약물 투입의 중단뿐 아니라 의사의 도움으로 약물을 주입해 죽음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2018년 2월부터 환자나 가족들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존엄사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환자의 호전 목적이 아닌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뤄지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통상 ‘소극적 안락사’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존엄사법 시행 이래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택한 사람은 지난달 기준으로 10만7522명에 이른다. 세미나에 참석한 서영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난해 3월 한국인 2명이 스위스에서 의료진의 도움으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인들이 고민을 국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해외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며 “‘적극적 안락사’를 충분히 검토해볼 때가 된 듯하다”고 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생물학적 백신은 개발 전이지만 생활 속 백신으로 유행을 꺾을 수 있습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7일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막기 위한 ‘생활백신’을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위생수칙 준수다. 권 부본부장은 “이동량이 많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지적 유행이 언제라도 전국에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느슨해진 거리 두기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7일 통계청이 분석한 이동통신 가입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직전인 1월 18일 하루 평균 이동량은 3994만 건. 대구경북에서 확산되던 2월 말에는 2503만 건으로 떨어졌다. 이른바 황금연휴(4월 말∼5월 초) 때 반짝 증가 후 다시 줄다가, 최근 증가세로 전환한 뒤 지난달 27일 3992만 건까지 늘었다. 국내 첫 확진 직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해외 상황도 비슷하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7일(현지 시간)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04만1129명. 미국 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봉쇄 해제 후 확진자 급증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이날 “아직 1차 감염 파도의 무릎선 정도밖에 오지 않았다”며 “군중을 피하고 모임이 있다면 실외에서 만나라”고 당부했다.강동웅 leper@donga.com·김예윤 기자}

“설마 걸릴까요?” 이번 주말 전북 전주시로 여행을 떠날 예정인 안모 씨(28·서울 강동구)가 물었다. 안 씨가 장거리여행을 가는 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처음이다. 안 씨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곳이라 조심스럽긴 하다”며 “하지만 20대는 감염돼도 상태가 심한 경우가 별로 없어 괜찮아 보인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 씨(26·여)도 요즘 주말여행을 즐긴다. 김 씨는 “부산이나 전라도 바닷가로 간다”며 “야외로 많이 다니기 때문에 감염 위험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회식이나 모임 분위기도 달라졌다. 대구에 직장을 두고 있는 강모 씨(32·여)는 1일 인사 발령 후 당일 저녁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이 회사는 4월까지만 해도 모든 회식을 무기한 연기했지만, 지난달부터 수차례 회식을 하고 있다. 강 씨는 “코로나19 초기에는 회사에서 도시락을 시켜 먹었는데 지금은 점심시간에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가끔 ‘코로나19가 끝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가까이 계속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방학, 휴가와 맞물리면서 ‘방역의식’이 집단적으로 느슨해지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이동통신 이용 실태를 통해 본 ‘국민 이동량’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한 이동통신사 가입자의 6월 27일 이동량은 3992만 건이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1월 20일) 직전인 1월 18일 이동량 3994만 건과 거의 같다. 이동량은 가입자가 자신이 사는 시군구를 벗어나 다른 시군구로 이동해 30분 이상 체류한 경우를 1건으로 집계한다. 코로나19 발생 후 이동량은 5월 2일 4163만 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치마저 훌쩍 뛰어넘었다. 4월 말∼5월 초가 코로나19 사태 들어 첫 황금연휴였기 때문이다. 4월 30일 부처님오신날을 시작으로 5월 5일 어린이날 사이 6일간 전국적으로 이동량이 크게 늘어났다. 정부가 5월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전환한다고 예고한 상황이라 사람들의 긴장감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무장 해제’된 거리 두기의 결과는 대규모 집단 감염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경기 부천시 쿠팡물류센터 등에서 잇달아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하지만 집단 감염 발생 충격에 따른 이동량 억제 효과도 1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초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발생 당시 첫 일주일 이동량은 일평균 3362만 건이었다. 확산 우려에 2주 차에 3308만 건으로 줄었지만 3주 차(3355만 건)에 곧바로 증가세로 바뀌었고 4주 차에는 3431만 건으로 늘어났다.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집단 감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거리 두기가 해이해지면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백신이 언제 개발될지, 방어력(효과)은 어느 정도일지,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의와 경각심이 다시금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경각심을 강력히 높이지 않으면 수도권과 지방 간 이동이 늘어나는 휴가철에 전국적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말이 되기 전에 거리 두기 단계를 높여 국민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강동웅 leper@donga.com·김상운·김소민 기자}

광주시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그만큼 광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은 탓이다. 3단계는 코로나19 초기 내려진 고강도 거리 두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정부가 새로 발표한 단계별 방안에 따라 10명 이상 모임이 금지되고 모든 교육기관의 등교가 중단되는 등 강도가 더욱 세졌다. 사실상 지역 내 경제활동이 대부분 멈춰서는, ‘극약 처방’이다. 집단 감염 확산에도 불구하고 3단계 격상 결정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6일 “만약 감염이 계속 확산하면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광주를 중심으로 한 확산세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광주 광륵사 집단 감염을 통해 하루 평균 9.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4, 5월 ‘황금연휴’ 직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클럽(8.2명), 경기 부천시 쿠팡물류센터(4.8명), 서울 관악구 리치웨이 방문판매업체(6.8명)보다 전파가 빠르다. 인구가 밀집하고 대중교통이 발달한 수도권에서 더 빨리 확산된다는 기존 통설을 뒤집은 것이다. 방역당국은 빠른 확산의 원인으로 바이러스 변이와 에어로졸 전파 등의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특히 국내에서 추출한 바이러스 526건을 분석한 결과 333건이 변이바이러스 중 하나인 ‘GH’형이었다. GH형은 광륵사를 비롯해 대전 방문판매업체 등 최근 집단 감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응원가 크게 부르는 분께 응원도구 선물 드립니다!” 3일 오전 4시경 서울 마포구의 한 스포츠 펍(pub)에서 사장의 말에 어깨동무를 한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약 60m² 공간에 모인 80여 명은 대형 스크린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경기 중계를 보며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불렀다.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갈수록 허술해지는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관중’ 스포츠 경기가 계속되면서 최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단체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스포츠 펍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동아일보가 3일 새벽부터 4일 밤까지 서울 마포구와 송파구 일대 스포츠 펍 5곳을 둘러본 결과 방역수칙은 현장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4일 오후 6시경 송파구의 한 스포츠 펍. 야구 팬 20여 명이 마스크 없이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경기를 관람 중이었다.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외치는 것은 기본이고 얼싸안는 일도 다반사였다. 한 직원은 “주요 경기가 있을 때마다 40명 정도 몰려와 가게를 꽉 채운다”며 “다들 흥분해 방역수칙을 지켜 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스포츠 펍은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전자출입명부 작성 의무도 없다. 5곳 가운데 그나마 수기 명부라도 작성을 요구한 곳은 마포구 업소 1곳뿐이었다. 해외에서 입국해 2주간 자가 격리 중인 상황에서 다시 외국을 다녀오는 황당한 사례도 발생했다. 5일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미국에서 입국한 정모 씨(23·여)가 자가 격리 기간인 1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27일 재입국했다. 정 씨가 출국 전 휴대전화를 정지하면서 안전보호 애플리케이션(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출입국사무소에도 자가 격리 사실이 통보되지 않아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강남구는 뒤늦게 4일 정 씨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달 4일까지 감염병예방법 위반자 1071명 중 492명이 기소됐다. 반복해서 자가 격리 조치를 위반해 구속된 사람도 7명이나 된다. 5월 26일부터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수사를 받은 경우도 110건에 이른다. ○ 커지는 ‘2차 유행’ 위험 신호방역수칙 준수가 느슨해지면서 지역 감염 환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감염이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이태원 클럽 및 쿠팡 물류센터발 수도권 집단 감염이 잦아드는 듯하더니 곧이어 지방의 지역 감염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최근 2주간 수도권 이외 지역 환자 일평균 발생은 그 직전 2주간 3.4명에서 11.7명으로 크게 늘었다. 확진자 50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대중교통 이용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보건당국은 ‘작은 집단 감염이 다수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파 속도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번 대구경북에서의 유행 때보다 최근 코로나19 전파 속도가 더 빠르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높일 수준은 아니지만 1단계 내의 위기 수준은 계속 엄중한 상황”이라며 경각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방역 감수성’이 사람마다 달라 큰 집단 감염이 터지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며 “정부가 거리 두기 단계의 기준을 더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강동웅 leper@donga.com·조응형·이지훈 기자}

“응원가 크게 부르는 분께 응원도구 선물 드립니다!” 3일 오전 4시경 서울 마포구의 한 스포츠 펍(pub)에서 사장의 말에 어깨동무를 한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66㎡ 남짓한 공간에 모인 80여 명은 대형 스크린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중계를 보며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갈수록 느슨해지는 거리 두기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관중’ 스포츠 경기가 계속되면서 최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단체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스포츠 펍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동아일보가 3일 새벽부터 4일 밤까지 서울 마포구와 송파구 일대 스포츠 펍 5곳을 둘러본 결과 방역수칙은 현장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4일 오후 6시경 송파구의 한 스포츠 펍. 야구 팬 20여 명이 마스크 없이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경기를 관람 중이었다. 잔을 부딪치며 ‘건배’하는 건 기본이고 얼싸안는 일도 다반사였다. 한 직원은 “주요 경기가 있을 때마다 40명 정도 몰려와 가게를 꽉 채운다”며 “다들 흥분해 방역수칙을 지켜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스포츠 펍은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전자출입명부 작성 의무도 없다. 5곳 가운데 그나마 수기 명부라도 작성을 요구한 업소는 1곳뿐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방역수칙을 소홀히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의 지원을 받는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5, 26일 강원도의 한 호텔에서 단체로 걸그룹 공연을 즐기며 술을 마신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서 회원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나와 어깨동무를 하며 유흥을 즐겼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자가격리 중 무단으로 해외에 다녀오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7일 미국에서 입국한 정모 씨(23·여)는 자가격리 기간인 나흘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 27일 재입국했으나 출입국 과정에서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강남구는 뒤늦게 4일 정 씨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월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감염병예방법 위반자 1071명 중 492명이 기소 송치됐다. 일부러 반복해서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해 구속된 사람도 7명이나 된다. 5월 26일부터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수사를 받은 경우도 110건에 이른다. ● 다시 켜진 ‘2차 유행’ 위험 신호방역수칙 준수가 느슨해지면서 지역 감염 환자 수는 여전히 하루 3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2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46.9명이고 이 중 31.1명이 지역사회 환자였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의 비율은 앞선 2주보다 0.8%포인트 상승해 10.7%를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상향 기준(10% 이상)을 넘긴 것. 방역망 내 관리비율은 지난 2주간과 마찬가지로 80% 미만을 기록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감염이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태원 클럽 및 쿠팡 물류센터발 수도권 집단감염이 잦아드는 듯 하더니 곧이어 지방의 지역감염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최근 2주간 수도권 일평균 확진자 수는 19.4명으로 이전 2주(33.4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 이외 지역 환자 발생은 3.4명에서 11.7명으로 크게 늘었다. 보건당국은 ‘작은 집단 감염’이 다수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방역 감수성’이 사람마다 달라 큰 집단감염이 터지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고 본다”며 “거리 두기 단계의 기준을 더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서울에서 일가족 7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관악구에 사는 60대 남성이 확진된 데 이어 그의 아내와 차남 부부, 손자, 사촌 등 6명이 차례로 양성이 나왔다. 그러나 첫 확진자의 감염 경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의 대기업과 금융권 사업장에서도 확진자가 잇달아 나왔다. 종로구 KT광화문빌딩과 송파구 삼성SDS 사옥에서도 확진자가 각각 1명씩 나왔다. 이들의 감염 경로도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KT와 삼성SDS 측은 해당 사옥을 긴급 방역하고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또 강남구 NH농협은행 역삼금융센터에서도 직원 2명의 감염이 추가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과 1일 확진자를 포함해 총 4명이 감염됐다. 앞서 입주민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의정부시 장암주공 7단지 아파트에서도 3명의 감염이 추가로 확인됐다. 확진자는 5가구 9명으로 늘었다. 주민이 다녀간 헬스장을 통한 2, 3차 감염을 더하면 관련 확진자는 16명에 이른다. 가족을 제외한 입주민 사이 전파 경로는 불투명하다. 방역당국은 승강기 내 감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입주민들이 접촉한 승강기 버튼의 항균 필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본보가 최근 2주간(지난달 17∼30일) 새로 발생하거나 전파가 진행 중인 집단 감염 19건을 분석한 결과 16건(84%)은 첫 확진자(지표환자)의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집단 감염은 지난달 2일 발생했지만 여전히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이다. 리치웨이발 누적 확진자는 총 210명에 달한다. 5월 24일 첫 확진자가 나온 경기 부천시 쿠팡물류센터도 40일 가까이 지났지만 지표환자의 감염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쿠팡물류센터 관련 누적 확진자는 2일 기준 152명이다. 같은 달 28일 발생한 인천 계양구 일가족 집단 감염도 마찬가지. 연쇄 감염의 고리를 끊으려면 지표환자의 발생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사회에서 ‘숨은 감염’이 계속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첫 확진자의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면 숨은 환자가 돌아다니면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지역 사회 내 ‘깜깜이 환자’ 비율은 방역당국이 추정하는 10%보다 훨씬 높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강동웅 leper@donga.com·김하경·김소민 기자}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의 한 종합병원. 20대 남성 A 씨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갑자기 난입했다. A 씨는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50대 여의사의 머리 등을 수차례 가격했다. 안전요원이 진료실로 뛰어 들어갔을 땐 이미 의사가 머리와 팔을 다친 상태였다. A 씨는 3개월 전까지 이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다. 2년 전부터 진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환자가 의사를 폭행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노원구의 한 병원에서 진료 중이던 의사가 5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치는 일이 있었다. 두 달 뒤인 같은 해 12월 충남의 한 병원에서는 환자 유족들이 의사를 진료실에 가두고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 올해 2월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도 의사와 보안요원이 환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일이 잇따르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는 “병원 내 주차장에서 낯선 사람과 마주치기만 해도 피하게 된다”고 했다. 그만큼 불안감이 크다는 얘기다. 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쩌다 보니 의사들은 개인 진료실 안에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뒷문을 만들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 이후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의료 현장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4월 이른바 ‘임세원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켜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였다. 의료진 안전을 위해 병원 내에 보안장비를 설치하고 보안인력을 배치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보안인력 배치를 위한 지원금이 1명으로 제한돼 있어 의료진 폭행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주의 병원에서 의사가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접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시행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와 경찰에 요구했다. 학회 역시 ‘임세원법’ 시행 이후로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또 “이번과 같은 의료진 피해가 반복되는 진료 환경이 지속된다면 학회는 의료진과 환자 보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료 현장에는 과부하가 걸려 있다. 이런 의료진들이 언제 당할지 모를 폭행 피해로 불안감까지 갖게 해서는 안 된다.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고민하고 대응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강동웅 정책사회부 기자 leper@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효과를 보인 렘데시비르가 국내에도 공급된다. 1일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렘데시비르 수입자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와 국내 도입 협의를 거쳐 의약품 무상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약 대상자는 △흉부엑스선 또는 컴퓨터단층촬영(CT)상 폐렴 소견 △산소포화도 94% 이하 △산소치료 시행 중 △증상 발생 후 10일 이내 등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중증환자여야 한다. 1일 0시 기준 국내 중증 이상 환자는 33명이다. 렘데시비르는 7월 한 달간 무상으로 수입해 투약 대상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식 승인을 받지 못한 렘데시비르는 지난달 3일 정부의 특례수입 결정에 따라 일부 물량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렘데시비르의 투약 대상자 선정 등 약품 관리 업무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위탁받아 한다. 병원이 국립중앙의료원에 렘데시비르 공급을 요청하면 중앙임상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투약 대상자를 결정한다. 렘데시비르를 만드는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약 1병 가격을 공공보험 가입자는 390달러(약 47만 원), 민간보험 가입자는 520달러(약 63만 원)로 책정한 바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남과 다른 교육’은 한국 사회에서 매번 논란을 부른다. 2009년 조기 유학 열풍이 거셀 당시 “한국에서도 양질의 국제 교육을 시행하자”며 국제중학교가 첫선을 보였다. 의무교육인 중학교 단위에서 국제중은 예체능 중학교와 함께 교과 과정에서 ‘평준화의 틀’을 일부 허물었다. 서울에 2곳, 경기 부산 경남에 1곳씩 전국에 5곳이 설치됐다. 이후 정권이 달라지고 교육감이 바뀌면서 국제중이 시행하는 교육에 대한 규정은 ‘국제교육’에서 ‘특권교육’으로 달라졌다. 급기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9일 서울의 국제중 2곳에 대해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또 평가 결과에 따라 서울에 있는 대원국제중, 영훈국제중 두 학교의 특성화중 재지정 불가를 선언했다. 이 결정대로라면 이들 학교는 내년부터 일반중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특성화 학교 평가와 재지정은 교육 당국의 권한이지만 해당 학교들은 행정소송, 나아가 헌법소원까지 강행하기로 했다. 개별 학교가 교육청에 맞서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왜 그렇게 반발하는 것일까. 18일 서울 광진구 대원국제중에서 강신일 교장(62)을 직접 만나 이야기해 봤다.》 ―평가 결과에 왜 반발하나. “서울시교육청이 이번에 평가라는 절차를 밟긴 했지만 공정한 평가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번 평가에는 교육의 본질을 벗어난, 교육 외적인 것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교육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평가를 할 수 있는가 싶다.” ―어떤 부분이 ‘교육 외적’이라는 건가.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을 없애겠다는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평가에 나섰다. 재지정 평가 기간이 올해 2월까지였는데 평가계획서가 지난해 12월 학교에 도착했다. 준비 시간이 짧았다. 게다가 서울시교육청이 5년 전에 했던 평가와 다른 항목들이 도착했다. 재지정 평가에서 가장 배점이 높은 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만족도다. 통상 국제중의 점수가 높은 부분이다. 5년 전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 3개 구성원의 배점이 각각 5점씩 총 15점 만점이었다. 이번엔 각각 3점씩 총 9점으로 낮아졌다. 우리 학교가 그 항목에서만 예년 배점으로 평가를 받았더라도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을 것이다.” ―평가 과정에서 나온 다른 문제는 없었나. “5년 전 재지정 평가 때는 평가단이 학교에 와서 이틀 동안 실사를 하고, 서류 검토를 토대로 학교 측에 질문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번 평가단은 딱 반나절 있다가 갔다. 7명이 왔는데 그중 1명은 1시간도 안돼 떠났다. 평가단이 교장과 만나 이야기한 일도 없었다. 이번 평가 자체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비민주적이고 비전문적인 데다 비소통 상태였던 ‘3비(非) 평가’였던 것이다.”―이번에 경기 청심국제중, 부산 부산국제중은 재지정됐다. 서울 국제중 2곳만 취소됐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이번에 재지정 평가를 발표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경기, 부산교육청과 협의해서 국제중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안다. 표면적으로는 그 말이 맞다. 국제중 재지정 기준점을 60점에서 70점으로 올리고, 감사 지적사항에 따른 감점을 5점에서 10점으로 높인 건 동일하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아까 말한 학교 구성원의 만족도 항목에서 서울은 총점을 크게 깎았지만, 경기 부산은 5년 전 평가 지표 그대로다. 감사 결과로 감점을 받도록 한 것 역시 서울은 감사 한 건에 지적된 인원수에 따라 감점을 차등화했지만, 경기 부산은 감사 건수대로 감점을 줬다. 서울 지역 국제중이 감사 1건당 감점을 두세 배 이상 받게 되는 구조다. 서울만 점수를 적게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게 뭔가.” ―만약 그렇다면 유독 서울만 국제중 재지정 기준을 높인 이유가 뭔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출마 공약이 자율형사립고, 국제중 폐지였다. 이미 조 교육감은 국제중 폐지 의사를 수차례 발표했다. 5년 전부터 있던 평가 지표를 평가 직전에서야 급하게 바꾸고, 현장의 의견 수렴도 받지 않는 건 의도가 뻔하다. 어린아이도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국제중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올해 우리 학교의 경쟁률은 21.8 대 1이었다. 해마다 20 대 1 안팎 수준이다. 그렇게 학생과 학부모가 몰리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자. 결국 우리 교육이 너무나 획일화되어 있어서다. 처음 국제중을 만든 목적은 해외 유학을 통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조금 다른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또 어렸을 때 해외에 있다가 한국에 돌아오는 학생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모두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게 옳은 방향일까. 나는 우리 학교 같은 국제중이 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국제중이 폐지 불가의 ‘성역’은 아니지 않나. “맞다. 국제중도 자사고나 특수목적고처럼 시대정신에 의해 법으로 만들거나 없앨 수 있다. 국제중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교육청이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우리 학교에 대한 폐지 결정을 내렸다면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지만 결국 수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 그런 과정이 있었나? 5년 전 평가를 할 때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표를 만들고, 배점을 구성한 뒤에야 평가에 나섰다. 이번엔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 ―국제중이 사라지면 서울에서 중학교 단계의 특화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가 얼마나 남게 되나. “아예 없다. 사실 특화교육, 엘리트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다만 많은 국가가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특화교육을 하고 있다. 국민이 엘리트교육을 인정하고 합의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런 학생들이 성장해서 앞으로 국가를 발전시키고 먹여 살릴 것이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이 우리보다 먼저 외국어 교육기관을 만들어 인재를 길러 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원국제중이 오후 9시까지 영어 교육을 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건 어떻게 보나. “우리 학교가 가장 경계하는 게 ‘사교육 유발’이다. 학생들이 사교육 받는 걸 막으려고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시키고 학생의 참여를 늘렸다. 나는 우리가 대한민국 어느 학교보다 방과후 학교 교육을 많이 시킨다고 자부한다. 특히 일주일에 이틀은 야간자율학습을 오후 9시까지 시킨다. 학원에 가는 대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고, 공부 방법을 터득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 시간에 학원 숙제는 못하게 하고 영어 원서나 책을 읽도록 시킨다. 국제 인재를 기르는 학교가 영어 교육을 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서울시교육청도 국제중의 반발을 염두에 두고 결정했을 것 같다. “조 교육감이 최근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국제중 폐지 정책 관련 질의가 나오자 ‘법적 소송은 현재로서는 교육청이 유리한 지위에 놓여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충격을 받았다. 만약 우리가 소송을 해서 교육청이 지게 되면 세금으로 소송에 대응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미 자사고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정 취소 처분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인용됐다. 그런 게 국민 세금 낭비다.” ―개별 학교 입장에서 시교육청과 충돌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듯한데…. “사실 국제중 폐지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졸업생을 포함하더라도 수천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 입장에선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절박한 느낌을 받는다. 교육청 입장에선 적당히 평가해서 취소하는 게 쉬운 일일 수 있지만, 우리는 그걸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고 평가 준비도 열심히 했는데 선입견과 편견에 함몰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떤 절차가 남았는지. “25일 서울시교육청의 청문 절차를 밟는다. 이후 ‘공’이 교육부로 넘어가면 교육부가 교육청의 국제중 지정 해제에 대해 동의하거나 비동의하게 된다. 청문 과정이나 교육부의 동의검토 과정에서 무엇이 옳은지 조금만 더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 특히 서울 국제중의 세부 평가항목이 경기, 부산과 달랐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강 교장과의 인터뷰가 끝난 뒤 서울의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른 22일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학부모 60여 명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조 교육감의 특성화중 지정 취소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 학부모는 “서울의 국제중 폐지가 확정되면 살아남은 국제중과 일부 고비용 국제학교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의 이른바 ‘8학군’이 부활할 것이란 불만도 터져 나왔다. 강 교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청문이 끝나면 우리 학교가 받았던 평가 점수를 모두 공개하고 조목조목 따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국제중은 서울시교육청 지정 기준 점수(70점)보다 낮은 60점 중반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일 대원국제중 교장△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1984∼2005년 대원중 대원고 대원여고 교사△ 2005∼2009년 대원외고 교무부장△ 2009∼2015년 대원국제중 교감 △ 2015∼2018년 대원고 교장 △ 2018년∼현재 대원국제중 교장 박재명 jmpark@donga.com·강동웅 기자}

‘남과 다른 교육’은 한국 사회에서 매번 논란을 부른다. 2009년 조기 유학 열풍이 거셀 당시 “한국에서도 양질의 국제 교육을 시행하자”며 국제중학교가 첫선을 보였다. 의무교육인 중학교 단위에서 국제중은 예체능 중학교와 함께 교과 과정에서 ‘평준화의 틀’을 일부 허물었다. 서울에 2곳, 경기 부산 경남에 1곳씩 전국에 5곳이 설치됐다. 이후 정권이 달라지고 교육감이 바뀌면서 국제중이 시행하는 교육에 대한 규정은 ‘국제교육’에서 ‘특권교육’으로 달라졌다. 급기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9일 서울의 국제중 2곳에 대해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또 평가 결과에 따라 서울에 있는 대원국제중, 영훈국제중 두 학교의 특성화중 재지정 불가를 선언했다. 이 결정대로라면 이들 학교는 내년부터 일반중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특성화 학교 평가와 재지정은 교육 당국의 권한이지만 해당 학교들은 행정소송, 나아가 헌법소원까지 강행하기로 했다. 개별 학교가 교육청에 맞서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왜 그렇게 반발하는 것일까. 강신일 대원국제중 교장(62)을 18일 서울 광진구 대원국제중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해 봤다.―평가 결과에 왜 반발하나. “서울시교육청이 이번에 평가라는 절차를 밟긴 했지만 공정한 평가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번 평가에는 교육의 본질을 벗어난, 교육 외적인 것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교육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평가를 할 수 있는가 싶다.” ―어떤 부분이 ‘교육 외적’이라는 건가.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을 없애겠다는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평가에 나섰다. 재지정 평가 기간이 올해 2월까지였는데 평가계획서가 지난해 12월 학교에 도착했다. 준비 시간이 짧았다. 게다가 서울시교육청이 5년 전에 했던 평가와 다른 항목들이 도착했다. 재지정 평가에서 가장 배점이 높은 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만족도다. 통상 국제중의 점수가 높은 부분이다. 5년 전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 3개 구성원의 배점이 각각 5점씩 총 15점 만점이었다. 이번엔 각각 3점씩 총 9점으로 낮아졌다. 우리 학교가 그 항목에서만 예년 배점으로 평가를 받았더라도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을 것이다.” ―평가 과정에서 나온 다른 문제는 없었나. “5년 전 재지정 평가 때는 평가단이 학교에 와서 이틀 동안 실사를 하고, 서류 검토를 토대로 학교 측에 질문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번 평가단은 딱 반나절 있다가 갔다. 7명이 왔는데 그중 1명은 1시간도 안돼 떠났다. 평가단이 교장과 만나 이야기한 일도 없었다. 이번 평가 자체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비민주적이고 비전문적인 데다 비소통 상태였던 ‘3비(非) 평가’였던 것이다.”―이번에 경기 청심국제중, 부산 부산국제중은 재지정됐다. 서울 국제중 2곳만 취소됐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이번에 재지정 평가를 발표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경기, 부산교육청과 협의해서 국제중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안다. 표면적으로는 그 말이 맞다. 국제중 재지정 기준점을 60점에서 70점으로 올리고, 감사 지적사항에 따른 감점을 5점에서 10점으로 높인 건 동일하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아까 말한 학교 구성원의 만족도 항목에서 서울은 총점을 크게 깎았지만, 경기 부산은 5년 전 평가 지표 그대로다. 감사 결과로 감점을 받도록 한 것 역시 서울은 감사 한 건에 지적된 인원수에 따라 감점을 차등화했지만, 경기 부산은 감사 건수대로 감점을 줬다. 서울 지역 국제중이 감사 1건당 감점을 두세 배 이상 받게 되는 구조다. 서울만 점수를 적게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게 뭔가.” ―만약 그렇다면 유독 서울만 국제중 재지정 기준을 높인 이유가 뭔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출마 공약이 자율형사립고, 국제중 폐지였다. 이미 조 교육감은 국제중 폐지 의사를 수차례 발표했다. 5년 전부터 있던 평가 지표를 평가 직전에서야 급하게 바꾸고, 현장의 의견 수렴도 받지 않는 건 의도가 뻔하다. 어린아이도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우리 사회에 국제중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올해 우리 학교의 경쟁률은 21.8 대 1이었다. 해마다 20 대 1 안팎 수준이다. 그렇게 학생과 학부모가 몰리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자. 결국 우리 교육이 너무나 획일화되어 있어서다. 처음 국제중을 만든 목적은 해외 유학을 통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조금 다른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또 어렸을 때 해외에 있다가 한국에 돌아오는 학생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모두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게 옳은 방향일까. 나는 우리 학교 같은 국제중이 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국제중이 폐지 불가의 ‘성역’은 아니지 않나. “맞다. 국제중도 자사고나 특수목적고처럼 시대정신에 의해 법으로 만들거나 없앨 수 있다. 국제중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교육청이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우리 학교에 대한 폐지 결정을 내렸다면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지만 결국 수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 그런 과정이 있었나? 5년 전 평가를 할 때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표를 만들고, 배점을 구성한 뒤에야 평가에 나섰다. 이번엔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국제중이 사라지면 서울에서 중학교 단계의 특화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가 얼마나 남게 되나. “아예 없다. 사실 특화교육, 엘리트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다만 많은 국가가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특화교육을 하고 있다. 국민이 엘리트교육을 인정하고 합의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런 학생들이 성장해서 앞으로 국가를 발전시키고 먹여 살릴 것이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이 우리보다 먼저 외국어 교육기관을 만들어 인재를 길러 냈다.”―서울시교육청은 “대원국제중이 오후 9시까지 영어 교육을 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건 어떻게 보나. “우리 학교가 가장 경계하는 게 ‘사교육 유발’이다. 학생들이 사교육 받는 걸 막으려고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시키고 학생의 참여를 늘렸다. 나는 우리가 대한민국 어느 학교보다 방과후 학교 교육을 많이 시킨다고 자부한다. 특히 일주일에 이틀은 야간자율학습을 오후 9시까지 시킨다. 학원에 가는 대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고, 공부 방법을 터득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 시간에 학원 숙제는 못하게 하고 영어 원서나 책을 읽도록 시킨다. 국제 인재를 기르는 학교가 영어 교육을 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시교육청도 국제중의 반발을 염두에 두고 결정했을 것 같다.“조 교육감이 최근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국제중 폐지 정책 관련 질의가 나오자 ‘법적 소송은 현재로서는 교육청이 유리한 지위에 놓여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충격을 받았다. 만약 우리가 소송을 해서 교육청이 지게 되면 세금으로 소송에 대응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미 자사고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정 취소 처분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인용됐다. 그런 게 국민 세금 낭비다.”―개별 학교 입장에서 시교육청과 충돌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듯한데…. “사실 국제중 폐지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졸업생을 포함하더라도 수천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 입장에선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절박한 느낌을 받는다. 교육청 입장에선 적당히 평가해서 취소하는 게 쉬운 일일 수 있지만, 우리는 그걸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고 평가 준비도 열심히 했는데 선입견과 편견에 함몰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앞으로 어떤 절차가 남았는지. “25일 서울시교육청의 청문 절차를 밟는다. 이후 ‘공’이 교육부로 넘어가면 교육부가 교육청의 국제중 지정 해제에 대해 동의하거나 비동의하게 된다. 청문 과정이나 교육부의 동의검토 과정에서 무엇이 옳은지 조금만 더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 특히 서울 국제중의 세부 평가항목이 경기, 부산과 달랐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강 교장과의 인터뷰가 끝난 뒤 서울의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른 22일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학부모 60여 명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조 교육감의 특성화중 지정 취소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 학부모는 “서울의 국제중 폐지가 확정되면 살아남은 국제중과 일부 고비용 국제학교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의 이른바 ‘8학군’이 부활할 것이란 불만도 터져 나왔다. 강 교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청문이 끝나면 우리 학교가 받았던 평가 점수를 모두 공개하고 조목조목 따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국제중은 서울시교육청 지정 기준 점수(70점)보다 낮은 60점 중반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방글라데시에서 같은 비행기로 입국한 11명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동승객 중 추가 확진 가능성이 있어 해외발 확산의 뇌관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18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대한항공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온 한국인 2명과 방글라데시인 7명이 인천, 경기, 전북, 제주 등 각지로 흩어진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입국 당시 발열 등의 증상이 없어 자택 또는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한 뒤 진단검사를 받았다. 같은 비행기로 온 방글라데시 이외의 외국인 2명은 인천공항 검역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원 284명에 거의 만석으로 온 해당 비행기 탑승객 중에는 아직 진단검사를 안 받은 이들도 있어 추가 확진이 이어질 수 있다. 지역으로 이동한 뒤 확진된 9명의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방글라데시에서 감염된 뒤 무증상 상태로 입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해 19일 기준 누적 확진자가 9만8489명이다. 19일 0시 기준 우리나라 신규 확진자 49명 중 해외 유입은 17명이다. 4월 12일(24명) 이후 최고치다. 유입 지역은 중국 이외 아시아 14명, 미주 2명, 아프리카 1명으로 아시아 비중이 절대적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오는 국가의 확진 사례가 늘고 있다.강동웅 leper@donga.com·이미지 기자}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아시아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유입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서남아시아 각국에서 코로나19가 폭증하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여기에 한동안 한국행을 미뤄왔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방글라데시발 무더기 감염’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지역감염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해외발 위험 요소까지 커지는 형국이다.○ 무증상·경증 입국자 방역 비상해외 입국자들의 경우 유증상자는 공항에서 바로 격리해서 검사를 하는 반면 무증상자는 일단 거주지나 임시격리시설로 이동해 진단검사를 받는다. 18일 방글라데시에서 온 확진자 11명 중 9명이 전국 각지로 이동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북 남원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방글라데시 남성은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전북에서 일한 뒤 자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다. 재입국 당시 아무 증상이 없었다. 경기 화성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또 다른 30대 방글라데시 남성 역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을 때까지도 증상이 없었다. 한국인 확진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부터 방글라데시에서 유학하다 귀국해 경기 남양주시로 이동한 10대 청소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입국해 경기 광주시로 이동한 40대 남성 모두 무증상으로 인천국제공항 검역을 통과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라도 지역이나 진료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무증상 또는 경증 입국자가 늘어나는 것은 방역에 큰 위험 요소다.○ “위험 국가, 입국 제한” 목소리 방글라데시발 무더기 확진이 국내 확산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코로나19 위험 국가를 대상으로 입국 제한 등 강력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오는 국가들에서 코로나19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에 방역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남아시아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심각하다. 방글라데시는 18일 하루에만 신규 확진자가 4008명이나 나왔다. 19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9만8489명으로 우리나라(1만2306명)의 8배다. 파키스탄 상황은 더 안 좋다. 18일 5358명이 새로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16만 명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는 18일 신규 확진자 1031명, 누적 확진자 4만1431명을 기록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근로자 중 상당수가 이들 국가 출신이다. 3월 말 기준으로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한국에 체류 중인 인도네시아인은 2만7268명, 방글라데시인은 9137명, 파키스탄인은 2968명에 달했다. 이 중 일부는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된 3, 4월 자국으로 돌아갔다가 최근 재입국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 자국으로 갔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난달 말부터 자국 확진자가 늘어나자 한국으로 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이 18일 “국내 농어업 근로자 수요가 늘어 외국인 입국자가 많고 앞으로 위험 요인이 커질 것”이라고 예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각국의 코로나19 발생 상황을 지켜보면서 유행이 심각한 국가에 대한 입국 제한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강동웅 leper@donga.com / 화성=이경진 / 전주=박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