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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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9~2026-02-08
문화 일반73%
인사일반18%
문학/출판9%
  • 사랑제일교회 철거 시도에 화염병 저항

    법원과 재개발조합이 2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세 번째 강제 집행에 나섰으나 교회 관계자 등과 충돌이 벌어져 모두 10여 명이 다쳤다. 교회 측은 화염병까지 던지며 격렬하게 반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북부지법은 이날 오전 1시 20분경부터 집행 인력 570여 명을 투입해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명의양도 집행에 나섰다. 하지만 교회 측과 대치 끝에 7시간 10분 만인 오전 8시 30분경 철수했다. 강제 집행을 신청한 서울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 측은 “교회의 반발이 극심해 이례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야간 강제 집행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교회 측은 교회로 들어가는 길목에 버스 등을 세워두고 40여 명이 현장에서 법원 쪽 업체 직원들의 진입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화염병 수십 개를 투척하며 물리력을 행사했다. 또 일부 교회 관계자는 자신의 몸에 인화 물질을 뿌리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 직원들과 교회 측이 부딪치며 크고 작은 부상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양쪽 통틀어 12명이 화상과 골절상 등을 입었으며, 이 가운데 7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 여러 대가 화염병 투척으로 불에 타기도 했다. 강제 집행 현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300여 명을 비롯해 소방대원 44명, 소방차량 12대가 배치됐다. 경찰은 교회 측이 화염병 투척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전담팀 18명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채증한 영상과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법원의 강제 집행은 올 6월 시작돼 이번이 세 번째다. 서울북부지법은 5월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이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교회 측은 보상금 563억 원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해왔다. 교회가 있는 장위10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며 대다수 주민이 떠난 상태다.김태언 beborn@donga.com·지민구 기자}

    •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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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안 대기 줄 빽빽… PC방선 QR코드 체크 안해

    “추운 날씨에 손님들을 밖에 세워둘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4일 낮 12시 4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근무하는 직원 A 씨(23·여)는 이렇게 말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33m²(약 10평) 남짓한 카페 내부엔 30명 넘는 손님이 다닥다닥 붙어 주문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23일 서울시가 발표한 ‘천만시민 긴급 멈춤’ 방역 지침에 따르면 식당 카페에선 주문 및 대기 인원 간 2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카운터 아래 바닥에는 2m 거리 두기를 안내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자 무용지물이었다.○ 자영업자들 “방역 지침 확인할 인력 없어” 최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24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특히 서울시는 ‘천만시민 긴급 멈춤 기간’을 지정해 정부보다 강도 높은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둘러본 서울의 다중이용 시설들은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거나 편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일일이 지침을 확인하고 관리할 인력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낮 12시경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선 직원 2명이 손님들을 좌석으로 안내하고 음식을 나르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 식당 외부에 마련된 대기석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 야외에서 대기하는 손님들을 위해 따뜻한 국물을 시식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해 놓았는데 손님들이 먹고 내려놓은 다회용 컵 5개가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식당 문 앞에서 기다리던 손님 7명은 2m 거리 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은 채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식당 직원 임모 씨(62·여)는 “음식 갖다 줄 새도 없이 바빠서 대기석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 PC방도 사정이 비슷했다.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서대문구의 한 PC방엔 상주하는 직원이 아예 없었다. 입장 시 QR코드를 찍고 내부로 들어오도록 했지만 안내 직원이 없어 이 단계를 건너뛰고 입장하는 것도 가능했다. 인근의 또 다른 PC방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는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직원 수를 대폭 줄였다”며 “손님들이 방역 지침을 지키는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놨다.○ “예식홀―식당 인원 쪼개기 안 돼” 100인 이상 모임·행사가 금지되면서 일부 예식장 중에서 편법 영업을 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음 달 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30대 B 씨는 24일 예식업체로부터 “홀에 99명, 식당에 160여 명을 수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서초구에서 내려온 공문에는 ‘예식이 진행되는 홀에는 100명 미만을 수용해야 한다’고만 적혀 있었을 뿐 뷔페 등 식당에 대한 인원 제한 지침은 없었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B 씨에게 “편법이 아니라 우리도 먹고살려고 방법을 찾아보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쪼개기’ 운영이 방역 지침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 디저트카페와 브런치카페 등의 2단계 적용 여부를 놓고도 혼선이 빚어졌다. 그러자 방역당국은 커피를 주 메뉴로 판매하는 매장은 모두 실내 취식을 금지하기로 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본부장은 “전국적 대유행을 막기 위해 ‘2020년에 더 이상 모임은 없다’는 생각으로 연말연시 모임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언·김소민 기자}

    •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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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 지침 걸핏하면 바뀌니…” 투명 칸막이 치는 음식점들

    “자꾸만 바뀌는 질병청 지침에 맞춰 방역 방법을 매번 다르게 적용하기엔 힘이 듭니다.” 19일 오전 11시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에 있는 한 음식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기 전 만난 사장 A 씨는 “서울시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1.5단계로 올라갔단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방역 지침을 세세하게 확인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A 씨는 “지쳐서”라고 했다. 그는 1단계 때부터 어떤 단계든 상관없이 비말을 차단할 수 있도록 모든 테이블 양 끝에 투명 칸막이를 설치해뒀다. 최근 서울과 경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19일 0시부터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됐다. 하지만 이날 동아일보가 둘러본 서울의 다중이용시설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며 시민들의 피로감이 늘어났다. 자칫 방역 노력을 포기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거리 두기 격상으로 바뀐 방역지침에 따르면 이날부터 식당이나 카페 등은 기존에 150m² 이상의 시설에서만 의무였던 핵심 방역수칙 준수 사항이 50m² 규모까지 확대됐다. 많은 업소들이 지침에 따라 운영하고 있지만 “원래부터 해오던 방식”이라고 했다. 115m²(약 35평) 남짓한 카페를 운영하는 전모 씨는 “코로나19 상황을 매일 확인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바뀐 지침을 손님이 와서 알려줄 때도 있다”고 했다. 거리 두기 격상 자체를 모르고 있는 업소도 적지 않았다. 동대문구에 있는 한 PC방의 직원 B 씨(37)는 “그런 지침은 솔직히 몇 달 전부터 안 챙겨봤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해당 PC방에서는 3명이 줄지어 앉는 등 한 명씩 띄어 앉아야 하는 1.5단계 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직장인들이 많이 몰리는 여의도도 거리 두기 1.5단계 격상이 무색할 정도로 이전과 바뀐 게 없었다. 오전 11시 45분경 한 식당은 비가 오는데도 고객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간격은 30cm가 안 될 정도였다. 식당 내부 역시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반면 이미 고객 발길이 끊긴 지 오래라 딱히 방역지침 준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종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 씨(46)는 ‘사회적 거리 두기 1.5단계에 따른 지침 변경’에 대해 묻자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김 씨는 “코로나19가 터진 뒤 사람들이 오질 않아 방이 차본 적도 없다”며 “‘고객이 이용한 방은 소독 30분 뒤 재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일어나지도 않는 일”이라고 혀를 찼다. 성북구에 있는 한 미용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직원 곽모 씨(29)는 “제한할 인원이 찾아오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시큰둥해했다. 미용실은 4m²(약 1.21평)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되고 음식 섭취도 안 되는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하나. 곽 씨는 “1년째 파리만 날리고 있는데 누구라도 찾아오면 방역지침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잠깐의 방심이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힘들더라도 방역지침 준수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오늘부터 2주간 우리 사회가 철저한 비대면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특히 회식이나 음주는 일절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김태언 beborn@donga.com·박종민·조응형 기자}

    • 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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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욕탕-수영장 탈의실서도 마스크 써야 하나” 곳곳서 혼선

    “선생님, 잠시만 멈춰주세요! 마스크 쓰셔야죠!” 13일 오전 8시 20분경 서울 중구의 한 빌딩 앞 버스정류장. 출근길 직장인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갑자기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남성이 공무원에게 제지당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남성은 당황한 표정으로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는데도 마스크를 써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담당 공무원이 “혼잡한 출근길에서 거리 두기가 어려우니 써주셔야 한다. 과태료를 물 수 있다”고 하자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마스크를 꺼내 썼다. ‘턱스크’를 한 채 이어폰을 끼고 걸어가던 중년 남성은 공무원이 다가가자 얼른 마스크를 코까지 올려 쓰기도 했다. 30분 동안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아 지적을 받은 시민이 모두 5명. 이들은 단속 나온 공무원들의 1차 경고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해 별도의 과태료는 물지 않았다.○ 시민들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긍정적” 지난달 13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내용을 담은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계도 기간 한 달이 지났다. 13일 이후 마스크 미착용이 적발되면 위반 횟수와 상관없이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오전 8시경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 지적받은 시민이 한 명도 없었다. 파란 조끼를 입은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이 ‘위반확인서’를 들고 개찰구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하지만 위반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가 6개월 가까이 돼서 시민들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역에서 단속을 지켜보던 시민 김재원 씨(31)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건 좋은 일이다. 일일 확진자가 세 자릿수로 유지되고 있어 위험하지 않나. 의무화를 해야 시민들이 경각심을 더 느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민 안모 씨(62)는 “요즘은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거의 없지만 일부 극성인 사람들이 안 쓰는 경우도 있으니 단속을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욕탕·탈의실에서도 써야 하나” 불안한 업주들 개정안에 따르면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 지침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업주들도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한 번 위반하면 최대 150만 원, 두 번 이상이면 과태료만 300만 원이다. 이날 동아일보가 돌아본 목욕탕, PC방 등 업주들은 뜻하지 않게 과태료를 물게 될까봐 걱정했다. 이날 낮 12시경 종로구의 한 목욕탕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려는 직장인이 10여 명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탈의실에서 옷을 벗으며 마스크도 함께 라커룸에 집어넣고 탕으로 이동했다. 목욕탕이나 수영장에서도 물속이나 탕 안이 아닌 탈의실 등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목욕탕을 운영하는 70대 A 씨는 “(마스크를 써달라고) 안내문을 붙여놓긴 했지만 들락날락하는 손님들에게 매번 마스크를 쓰라고 권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PC방 이용객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지만 음식이나 음료를 먹기 위해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음식점 등에서 뭔가를 먹거나 마시고 있을 때는 잠시 마스크를 내려도 된다. 하지만 PC방에서는 손님들이 게임을 하며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경우가 많아 마스크를 벗고 있는 시간이 길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양승제 씨(31)는 “게임을 하면서 과자 등을 오랫동안 먹는 경우는 난감하다. ‘빨리 다 드시고 마스크를 써달라’고 얘기했다가는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주들은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눈에 띄는 곳에 붙여두기만 하면 과태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손님이 있다면 관할 기관에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김태언 기자}

    • 202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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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 참사’ 막은 승객들 경찰 표창

    경기 고양에서 버스 운전사가 정신을 잃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을 막아냈던 버스 승객들이 경찰 표창을 받았다. 고양경찰서는 10일 오후 2시경 신정무 씨(26)와 박예은 씨(23·여)의 공로를 인정해 표창장을 전달했다. 신 씨는 2일 오후 고양시 통일로에서 60대 마을버스 운전사가 운전 중 일시적 쇼크로 졸도하자 운전석으로 뛰어들어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다. 이후 운전사를 버스 통로에 눕히고 온몸을 주무르는 등 위험한 상황을 막았다. 박 씨도 신 씨를 도와 브레이크를 이어 밟고 119에 구조 요청을 하는 등 적극 나섰다. 두 사람은 현장에서 사고가 마무리될 때까지 경찰 조사에도 협조했다. 박 씨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좋은 일에 보탬이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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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하마터면… 버스기사 의식 잃자 승객들이 대형사고 막았다

    2일 오후 5시 반경.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선 아찔한 교통사고가 벌어질 뻔했다. 통일로에서 내리막길인 4차로 경사로를 운행하던 마을버스의 60대 운전사가 갑자기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신호를 기다리다가 일시적인 쇼크로 졸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근시간에 접어들며 차량이 많이 몰렸던 시간대. 버스가 휘청거리며 미끄러져 위험천만한 찰나였다. 그때 버스에 타고 있던 신정무 씨(26·사진)가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대형 사고를 막아냈다. 4일 오후 동아일보와 만난 신 씨는 “당시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버스가 이동하질 않고 경사로를 따라 밀려 내려가는 느낌이 들어 운전석에 큰일이 났음을 직감했다”고 떠올렸다. 해당 버스 운전사는 평소 탑승할 때마다 승객들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 인상이 좋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다급하게 도움이라도 요청하듯 뒤쪽으로 손짓을 해 신 씨와 승객들은 깜짝 놀랐다. 신 씨는 무작정 운전석으로 뛰어가선 재빨리 무슨 일인지 살폈다. 버스 운전사는 발작 증세까지 보이며,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있었다. 신 씨는 무작정 운전석의 칸막이로 몸을 들이밀고는 오른발로 브레이크 페달부터 밟았다. 그 덕에 버스는 사고 없이 멈춰 설 수 있었다. 하지만 긴급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버스 운전사의 상태가 너무 나빠 보였다. 신 씨는 후진 기어를 넣고 다른 승객에게 브레이크를 밟아달라고 부탁한 뒤, 운전사를 좌석에서 버스 통로로 꺼냈다. 바닥에 눕힌 채 팔다리를 주물렀다. 다른 승객들도 곧바로 경찰과 소방에 구조요청을 보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이 6분. 오후 5시 38분경 구급차 사이렌이 들릴 때쯤 기적적으로 버스 운전사도 힘없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정신이 바로 돌아오진 않았지만 신 씨는 “깨어났다”는 안도감에 다리 힘이 턱 풀렸다고 한다. 뒤이어 오는 차량에 양해를 구하고 버스를 갓길에 세운 것도 신 씨였다. 전에 따놓은 1종 대형 면허가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신 씨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부끄럽다”며 버스 운전사의 안부부터 물었다. “정말 좋은 분이시거든요. 괜히 이번 일로 피해를 당하거나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혼자 한 것도 아니에요. 다른 승객분들도 다 함께 고생해서 사고를 막은 겁니다. 구급 신고도 나서서 해주시고 다들 훌륭하셨어요.” 버스 운전사는 다행히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회사 관계자는 “음주운전이나 지병이 있는 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전날은 휴무였고, 사고 당일에도 오후 2시경 이상 없이 출근했다”고 전했다. 고양경찰서는 신 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 씨의 기지가 아니었으면 상상하기도 싫은 큰 사고가 벌어질 뻔했다”며 “덕분에 승객 모두 큰 부상 없이 약간의 경상만 입어서 모두 건강하게 퇴원한 상태”라고 말했다.고양=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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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등 2개 기업, 고려대 정보연구원에 5억원 기부

    글로벌 바이오유전체 빅데이터 기업인 ‘이원다이애그노믹스’와 ‘피엘케이스트레티지’가 고려대 정보보호연구원 산하 사이버리질리언스연구센터에 5억 원을 기부한다. 고려대는 “지난달 30일 고려대 본관에서 이와 같은 기부 약정식을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올해 발족한 사이버리질리언스연구센터는 사이버 재난 피해를 표준화하고 유형별로 분석한 뒤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 등을 고안한다. 사이버보안을 중시해온 고려대는 1999년 국내 최초로 정보보호 전문기관인 ‘정보보호연구원’을 설립했다. 강성호 피엘케이스트레티지 이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비대면 사회에서 사이버 공간이 무너지면 현실세계가 마비되고 국가 안보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우수한 특허와 연구 인력의 요람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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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재단, 26명에 의수-의족 지원

    “두 팔이 생기면 가장 먼저 우리 아이를 한껏 안아주고 싶었어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첨단보조기구 전달식’에서 수혜자 대표로 연단에 나온 나형윤 씨(36)가 자신의 딸을 보며 말했다. 이날 포스코와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국가유공자 26명에게 로봇 의수·의족 등 첨단보조기구를 지원했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3년간 포스코그룹 임직원들의 급여 1% 기부로 운영되는 포스코1%나눔재단의 기금으로 진행된다. 장애 유형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된 첨단보조기구는 일반 의족이나 의수와 달리 기계적인 관절이 있고 달리기 등 여러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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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세 직전까지 환자 돌본 한원주 의사에 ‘박애장’

    94세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로 활동하다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난 한원주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내과과장(사진)이 대한적십자사의 ‘박애장 금장’을 수상했다. 대한적십자사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창립 115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고인의 공로를 인정해 박애장 금장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박애장은 인명을 구제하거나 어려운 이웃의 복지 증진에 탁월한 공로가 있는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독립운동가 부부의 딸로 태어난 한 과장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 요양병원에 투신해 타계 직전까지도 환자들의 곁을 지켰다. 고인은 정식 직함이 내과 과장이나 병원과 동료들이 존경의 뜻을 담아 ‘원장님’이라 불렀다. 이날 시상식에서 고인의 상은 김윤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장(78)이 대리 수상했다. 김 원장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배의 상을 대신 받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 과장은 박애장 금장의 대표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사회복지법인 성촌재단의 고 김영주 이사장과 오헌봉 유성건설 회장도 공동 수상했다. 요양병원 측은 한 과장을 기리는 추모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뜻을 모은 동료와 후배들이 12월을 목표로 추모비와 명패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추모의 길’도 마련할 계획이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한원주 과장님이 떠나신 뒤 ‘그런 의사가 있던 곳이면 신뢰할 만하다’며 입원 문의가 들어오곤 한다”며 “고인의 부재는 슬프고 아쉽지만 뜻을 이어가면 우리 마음에 언제나 살아계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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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경호에 기대는 스토킹 피해자[현장에서/김태언]

    “피해자는 심리적 충격을 받고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형사 사법절차를 통해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사설 경호원을 고용할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심해 보인다.” 2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프로 9단 바둑기사 조혜연 씨(35)를 1년 넘게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된 정모 씨(47)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때 밝힌 양형 이유엔 ‘사설경호업체’가 등장한다. 조 씨가 유명인사라 경호원을 둔 거라 짐작할 수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경호 전문 법인 ‘이지스시큐리티’는 “스토킹으로 경호를 의뢰하는 건수가 많을 땐 전체의 30%가량 차지할 정도”라고 밝혔다. 그만큼 일반인 피해자들도 사설 경호를 많이 찾는다. 스토킹은 엄연한 범죄인데 피해자들이 공권력에 기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분류된다. 최대 처벌 수위가 벌금 10만 원이고, 대부분 상대방에게 구두 경고 정도로 그친다”고 했다. 당연히 이런 조치는 별다른 효력이 없다. 오히려 더 끔찍한 스토킹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여성 김모 씨(24)가 그랬다. 한때 사귀던 남성이 이별 뒤에도 끈질기게 괴롭혔다. ‘다른 남자를 만나면 너와 가족을 해코지하겠다’는 문자가 수십 통씩 쏟아졌다. 대뜸 찾아와 대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결국 김 씨는 지난해 8∼10월 4번이나 경찰에 신고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첫 신고는 훈방. 2, 3번째는 벌금 10만 원씩. 마지막엔 구두 경고. 그러자 그는 더욱 대담해졌다. 김 씨가 없을 때 열쇠수리공을 불러 문을 따고 집에 들어오기도 했단다. 모텔을 전전하고 몰래 이사를 반복하다가 결국 한 업체에 24시간 경호를 의뢰했다. 김 씨는 “경찰도 누구도 내 편에서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게 너무 서러웠다”고 했다. 스토킹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몇 년씩 이어지기도 한다. 김 씨 역시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외출 전후 꼭 집 안 곳곳의 사진을 찍는다. 혹 누군가 다녀갔을까 확인하는 것이다. 올 8월 경호 전문 법인을 찾은 20대 A 씨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 범죄는 마무리됐지만, 집 밖에 쓰레기 버리러 갈 때조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했다. 방범창과 적외선 센서도 위안이 안 돼 결국 경호를 신청했다. 물론 스토킹을 엄벌에 처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자칫 과도한 법 적용은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범죄 예방도 중요한 공권력의 책무임을 감안하면 현 대처 수준은 아쉽기 짝이 없다. 인터뷰로 신분이 드러날까 겁나하던 또 다른 여성 피해자는 “살고 싶다”는 표현까지 썼다. “우리나라는 누가 희생돼 이슈가 돼야 관련법이 마련되잖아요. 제 이름이 걸린 ‘×××법’이 마련돼야 스토킹이 해결될까요? 제발 살려주세요.” 김태언 사회부 기자 beborn@donga.com}

    •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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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식 되찾아 과자 들고 웃더니… ‘라면 형제’ 동생 끝내 하늘로

    “하늘나라에서는 배고픔 따위는 잊고 마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온라인 익명게시판) 지난달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 중상을 입었던 인천 초등학생 형제 가운데 동생이 21일 오후 3시 40분경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 입원한 지 37일 만이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던 동생 A 군(8)은 전날 저녁부터 호흡 곤란과 구토 증세를 호소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1도 화상을 입었던 동생은 화재 당시 유독가스를 많이 들이마신 탓에 호흡기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아왔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기도 폐쇄 증상이 일어나 2시간 넘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동생은 추석 연휴 기간이던 5일 형 B 군(10)과 함께 의식을 회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으나 결국 안타까운 비극을 맞았다. 형은 온몸의 40%에 이르는 부위에 3도 화상을 입어 피부 이식 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현재 휴대전화로 학교의 원격수업을 가끔 들을 정도로 호전된 상태로 알려졌다. 형제 곁을 지키며 이들을 돌봤던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 측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재단 관계자는 “동생은 지난 주말까지도 시민들이 보내온 과자를 들고 해맑게 웃곤 했다”면서 “20일에도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싶다고 해서 오늘 사러 가려던 참이었는데…”라고 했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동생을 기리는 글들이 이어졌다. ‘작고 어린 천사의 명복을 빈다’, ‘저세상에선 넘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동생을 잃은 형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남기는 이들도 많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형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익명의 시민은 “신이 있다면 혼자 남겨진 아이가 외롭지 않길, 주변의 관심과 사랑으로 힘든 치료 과정을 극복할 수 있길, 동생의 몫까지 반듯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썼다. 정치권에서도 동생의 죽음을 추모하는 반응이 나왔다. ‘미추홀구 형제 화재 참사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가슴이 무너진다.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인천 형제의 이웃들은 2018년 9월부터 올 5월까지 방임 학대가 의심된다며 3차례 신고했다. 기관에선 신고 때마다 엄마 C 씨에게 아이들을 지역아동센터로 보내길 권고했다. 하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던 C 씨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 10분경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평소라면 학교에 갔을 시간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가 중단돼 집에 머물렀다. 학산나눔재단에 따르면 형제가 사고를 당한 뒤 현재까지 2억2700만 원의 성금이 기부됐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주 형제가 좋아하는 과자인 ‘바나나킥’ 등이 담긴 선물 두 상자를 병원에 보냈는데, 제대로 맛보지도 못하고 떠났다”며 울먹였다. 미추홀구는 학산나눔재단과 함께 후원금 일부를 A 군의 장례비용으로 지원할 계획이다.이소연 always99@donga.com / 인천=황금천 / 김태언 기자}

    •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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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아동기관-주민센터, 입양아 사망 막을 ‘3각 방패’에 구멍

    13일 발생한 16개월 입양아 A 양 사망 사건은 아동학대 정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었던 관련 기관들의 여러 허점이 겹쳐 생긴 비극이었다. 경찰은 A 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를 3차례 받아 조사했지만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민간기관으로 조사 권한이 제한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부모의 일방적 진술에 기대 상황을 파악했다. A 양의 집 가까이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던 인근 주민센터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은 A 양 사망 후 이틀이 지나도록 사건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문제없다” 부모 말만 믿은 아동보호전문기관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A 양 사망 당일인 13일 오전 11시경 A 양의 부모와 통화하면서 A 양의 상태와 관련해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 A 양은 뇌와 복부에 큰 상처를 입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도착한 상태였다. 5월부터 4개월간 학대 의심 정황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상황에서 A 양 부모의 주장이 사실인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속한 현장 확인이나 경찰 신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날 A 양이 치명적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린 것은 병원 측이었다. A 양의 몸에서 복합골절 등 학대 정황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A 양은 결국 이날 오후 6시경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A 양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개골 골절과 복부 출혈 등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상처가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의심 가정의 1차 조사를 맡고 있지만 민간기관이어서 조사에 한계가 있다. 부모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해도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기 어렵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의 경우 부모가 “문제가 없다”고 거짓말을 해도 제대로 따지기 어려운 구조다.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 양 입양 이후 8개월 동안 아동학대 문제로 3차례나 경찰 조사가 이뤄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조사 때마다 양부모의 말을 믿고 A 양과 양부모를 적극 분리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A 양을 진료한 의사는 아이 영양 상태가 의심돼 112에 신고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 입안에 염증이 나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 체중이 줄었을 뿐”이라는 양부모의 해명을 듣고 학대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 역시 A 양 부모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 내렸다. 해당 의사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도 800g에서 1kg이 빠지기 어렵다”고 진술했지만 기관과 경찰은 부모 말을 더 신뢰했다. 경찰은 A 양이 결국 사망하자 이제야 A 양 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재차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의사는 학대 정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문가 판단을 좀 더 신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A 양 집 코앞에 있던 주민센터도 몰랐다 주민센터 등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역할도 아쉬운 대목이다. 동마다 있는 주민센터 소속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은 아동학대 의심 가정에 확인 방문을 할 수 있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가정방문을 통해 학대 정황을 발견하면 신고의무자로서 경찰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이 학대 가능성을 사전 인지하고 수시로 가정방문을 했다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도 있었다. A 양 주거지 인근의 주민센터는 불과 343m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본보가 숨진 A 양 관련 취재를 위해 15일 연락할 때까지 A 양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해당 공무원이 A 양 학대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경로는 거의 닫혀 있었다. 주민센터 담당관들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위기아동 명단을 접수한다. 시스템은 학대 피해 사실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예방접종, 학교 결석 여부 등 41개 정보에 근거해 분기별로 관리 대상 아동을 선정한다. A 양은 이 기준에 해당되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은 A 양 학대 관련 정황을 지자체와 공유하지도 않았다. 현 규정상 정보 공유 의무가 없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지자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의 정보를 알 길이 없고, 지자체가 관리하는 위기아동 정보 역시 공유되지 않는 상태”라며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유관 기관들 간 적극적인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박종민·김태언 기자 / 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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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짝꿍요? 아… 가장 친한 친구? 우리집 햄스터요”

    “상훈이는 짝이 누구야?” “짝…, 그게 뭐야?” 경기 안산에 사는 원상훈(가명·7) 군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4일 만난 상훈에게 짝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학교에서 옆에 같이 앉는 친구’를 말한다고 했더니 그제야 “아하…”라면서도 머뭇거렸다. 상훈의 어머니는 “학교를 거의 가지 못하다 보니 친구 이름을 잘 모른다. 게다가 요즘은 옆에 붙여 앉히질 않으니…”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상훈이는 학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1학년이면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어쩌다 가봤자 자리에 앉아서 책만 읽고 온다”며 툴툴댔다. 친구 이름도 한참 만에 4명쯤 얘기하고는 더는 모른다고 했다. 친구들 생김새를 물어보니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정확히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나온 건 올 1월. 그 여파로 전국 초등학교는 제대로 입학식도 개학식도 치르지 못했다. 그 여파는 지금껏 이어졌다. 19일부터 서울과 인천 등에서 초1을 시작으로 전원 등교를 개시한다지만 상황이 다시 나빠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코로나19 시대는 초1 신입생들에게 특히 가혹했다. 짝은커녕 친구 사귈 기회가 거의 없었고, 담임교사의 얼굴도 낯설다. 급식마저 칸막이로 갈라진 자리에 앉아 먹어야 했다. 그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저 빨리 수업만 듣고 오는 곳이었다. 2020년 ‘학교가 처음이었던’ 2013년생 아이들을 만나봤다.○ 학교가 낯설고 힘겨운 1학년들 상훈이는 달리기를 잘한다. 그래서 축구도 무지 좋아한다. 하지만 올해 학교에서 축구는 한 번도 해보질 못했다. 마스크를 쓰고 뛰면 숨 쉬기가 힘들어 좀처럼 공을 차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았는데. 상훈이는 요즘 어린이집이 너무 그립다. 상훈에게 지금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일까. “호두랑 히어로요.”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이름을 댔다. 학교가 낯설고 어려운 건 다른 1학년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용인에 사는 강시원 군은 최근 “학교를 1주일에 한 번만 가니까 아쉽지”란 엄마의 말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학교는 평일 매일매일 가는 곳이란 개념조차 없었던 것이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있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장난치고 논다는 말도 어리둥절해했다. 어머니 박성란 씨(38)는 “지금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학교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학교랑 너무 달라 대화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학교에서 제대로 된 친구 1명 사귀지 못한 아이들도 적지 않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김윤지 양은 얌전하고 내성적인 성격. 하필 올해 봄 서울에서 이사 오는 바람에 학교에는 유치원 친구도 없다. 그렇다 보니 언젠가부터 윤지는 학교 가기 전날이 되면 눈에 띄게 불안해한다. 어머니 홍정은 씨(38)는 “등교하는 아침마다 윤지가 가기 싫다고 울곤 해서 억지로 학교에 보내는 게 과연 맞는 걸까 고민스럽다”며 “학교에서는 친구들한테 물건도 못 빌리게 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겠지만, 한창 사회성을 길러야 할 나이에 ‘친구들과 거리 두는 법’부터 배우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EBS 강의나 컴퓨터 원격 수업도 아이들에겐 쉽지 않다. 대구에 사는 권도윤 군은 최근 EBS 수업을 듣다가 묘한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엄마, 열심히 손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날 시켜주지 않아.” 녹화방송이란 걸 몰랐던 도윤은 TV에 나오는 선생님도 유치원 때처럼 똑같이 해야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학교에 대한 기대가 컸던 도윤이는 이런 수업 방식으로 인해 학교에 대한 실망이 클 수도 있다. 경기 광주에 사는 이승희(가명) 양도 도무지 TV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학교에 못 가는 것도 아쉽고, 친구도 만날 수 없다 보니 자꾸 딴짓을 하기 일쑤라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어”라고 했더니 “너무 답답해.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짓기도 했다.○ 가족 중심 ‘콘택트’로 위기 극복해야 아이들이 안쓰러운 건 단순히 엄마들이 느끼는 감정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코로나 1학년’들의 학교생활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이들이 또래와 교류하며 소통하고, 갈등이 생겨도 해결하는 방법을 체득할 시기에 전혀 그런 사회화 과정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설규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친구들과 싸운 뒤 화해도 하고 선생님의 꾸지람도 받아봐야 나름 사회적 규칙을 배우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교감이 줄어드는 건 학생들의 자존감 형성에도 차질을 빚는다. 초1 아이들은 또래 집단에서 자신의 성격과 능력을 발견해 나간다.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8, 9세는 동료를 자기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시기다. 이 과정이 없으면,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감정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김기전 우리두리 아동청소년발달센터 원장은 “실제로 최근 1학년 중 일부가 이를 갈거나 소리를 지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가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만지지 마라’ ‘나가면 안 된다’ 같은 부정어를 주로 듣다 보니 아이들에게 감정이 억눌리는 경험이 많아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체 능력의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안 그래도 바깥 활동이 줄었는데, 학교에 가도 땀 흘려 뛰어놀 기회가 없다. 수업이 비대면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아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시간만 길어졌다. 정성우 부산교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놀이 중심의 운동이 절실한데, TV나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보니 시력도 나빠지고 거북목 증세가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낙담하지 말고 자녀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꿔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기를 기회 삼아 ‘사회적 언택트(untact)’를 ‘가족 중심의 콘택트(contact)’로 바꾸는 것이다. 심미경 인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가족 간의 게임’과 ‘마주 보기’를 권장했다. 집에서 가족끼리 할 수 있는 보드게임 등으로도 아이들은 또래와 놀 때처럼 사회화를 배울 수 있다. 아빠와 엄마가 아이와 동등하게 놀이를 함으로써 수평적 관계에서 오는 소중한 체험도 줄 수 있다. 마주 보기는 표정 감정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인터넷 맘카페 등에는 ‘마스크만 쓰고 있다 보니 아이들이 타인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심 교수는 “가족끼리 한자리에서 마주보고 대화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며 “사회생활에 필요한 협상이나 역지사지의 자세 등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고 조언했다. 학교에서도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송재홍 제주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예를 들어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학원 등을 다니는 아이들과 형편상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은 적응력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간 불규칙한 등교로 학교 규율에 익숙지 않은 1학년들에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다소 엄격한 학교생활이 힘겨울 수 있다. 윤현철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등교를 재개하면 초반에 몇몇은 늦잠을 잘 수도 있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틀에 적응할 시간을 최대한 넉넉히 줘야 한다”고 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김태언 기자 / 김희량 인턴기자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졸업 / 조지윤 인턴기자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4학년 / 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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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짝? 그게 뭐에요?” 제대로 입학식도 못한 ‘코로나 초등 1학년들’

    “상훈이는 짝이 누구야?” “짝…, 그게 뭐야?” 경기 안산에 사는 원상훈 군(7·가명)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4일 만난 상훈에게 짝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학교에서 같이 옆에 앉는 친구’를 말한다고 했더니 그제야 “아하…”라면서도 머뭇거렸다. 상훈의 어머니는 “학교를 거의 가지 못하다보니 친구 이름을 잘 모른다. 게다가 요즘은 옆에 붙여 앉히질 않으니…”라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상훈이는 학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1학년이면 한참 뛰어놀 나이인데 “어쩌다 가봤자 자리에 앉아서 책만 읽고 온다”며 툴툴댔다. 친구 이름도 한참 만에 4명쯤 얘기하고는 더는 모른다고 했다. 친구들 생김새를 물어보니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정확히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나온 건 올 1월. 그 여파로 전국 초등학교는 제대로 입학식도 개학식도 치르지 못했다. 그 여파는 지금껏 이어졌다. 19일부터 서울과 인천 등에서 초1을 시작으로 전원 등교를 개시한다지만 상황이 다시 나빠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코로나19 시대는 초1 신입생들에게 특히 가혹했다. 짝은커녕 친구 사귈 기회가 거의 없었고, 담임교사의 얼굴도 낯설다. 급식마저 칸막이로 갈라진 자리에 앉아 먹어야 했다. 그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저 빨리 수업만 듣고 오는 곳이었다. 2020년 ‘학교가 처음이었던’ 2013년생 아이들을 만나봤다.●학교가 낯설고 힘겨운 1학년들상훈이는 달리기를 잘한다. 그래서 축구도 무지 좋아한다. 하지만 올해 학교에서 축구는 한번도 해보질 못했다. 마스크를 쓰고 뛰면 숨쉬기가 힘들어 좀처럼 공을 차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았는데. 상훈이는 요즘 어린이집이 너무 그립다. 상훈에게 지금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일까. “호두랑 히어로요.”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이름을 댔다. 학교가 낯설고 어려운 건 다른 1학년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용인에 사는 강시원 군은 최근 “학교를 1주일에 한번만 가니까 아쉽지”란 엄마의 말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학교는 평일 매일매일 가는 곳이란 개념조차 없었던 것이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있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장난치고 논다는 말도 어리둥절해했다. 어머니 박성란 씨(38)는 “지금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학교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학교랑 너무 달라 대화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렇다보니 지금까지 학교에서 제대로 된 친구 1명 사귀지 못한 아이들도 적지 않다. 남양주에 사는 김윤지 양은 얌전하고 내성적인 성격. 하필 올해 봄 서울에서 이사 오는 바람에 학교에는 유치원 친구도 없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윤지는 학교 가기 전날이 되면 눈에 띄게 불안해한다. 어머니 홍정은 씨(38)는 “등교하는 아침마다 윤지가 가기 싫다고 울곤 해서 억지로 학교에 보내는 게 과연 맞는 걸까 고민스럽다”며 “학교에서는 친구들한테 물건도 못 빌리게 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겠지만, 한참 사회성을 길러야 할 나이에 ‘친구들과 거리 두는 법’부터 배우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EBS 강의나 컴퓨터 원격 수업도 아이들에겐 쉽지 않다. 대구에 사는 권도윤 군은 최근 EBS 수업을 듣다가 묘한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엄마, 열심히 손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날 안 시켜주지 않아.” 녹화방송이란 걸 몰랐던 도윤은 TV에 나오는 선생님도 유치원 때처럼 똑같이 해야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학교에 대한 기대가 컸던 도윤이는 이런 수업방식으로 인해 학교에 대해 실망이 클 수도 있다. 경기 광주에 사는 이승희 양(가명)도 도무지 TV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학교에 못 가는 것도 아쉽고, 친구도 만날 수 없다보니 자꾸 딴 짓을 하기 일쑤라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어”라고 했더니 “너무 답답해.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짓기도 했다.●가족 중심 ‘컨택트’로 위기 극복해야아이들이 안쓰러운 건 단순히 엄마들이 느끼는 감정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코로나 1학년’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이들이 또래와 교류하며 소통하고, 갈등이 생겨도 해결하는 방법을 체득할 시기에 전혀 그런 사회화 과정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설규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친구들과 싸운 뒤 화해도 하고 선생님의 꾸지람도 받아봐야 나름 사회적 규칙을 배우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 했다. 교감이 줄어드는 건 학생들의 자존감 형성에도 차질을 빚는다. 초1 아이들은 또래 집단에서 자신의 성격과 능력을 발견해나간다.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8, 9세는 동료를 자기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시기다. 이 과정이 없으면,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감정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김기전 우리두리 아동청소년발달센터 원장은 “실제로 최근 1학년 중 일부가 이를 갈거나 소리를 지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가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만지지 마라’ ‘나가면 안 된다’ 같은 부정어를 주로 듣다보니 아이들이 감정이 억눌리는 경험이 많아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체 능력의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안 그래도 바깥 활동이 줄었는데, 학교에 가도 땀 흘려 뛰어놀 기회가 없다. 수업이 비대면 위주로 운영되다보니 아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시간만 길어졌다. 정성우 부산교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놀이 중심의 운동이 절실한데, TV나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보니 시력도 나빠지고 거북목 증세가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낙담하지 말고 자녀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꿔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기를 기회 삼아 ‘사회적 언택트(untact)’를 ‘가족 중심의 콘택트(contact)’로 바꾸는 것이다. 심미경 인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가족 간의 게임’과 ‘마주 보기’를 권장했다. 집에서 가족끼리 할 수 있는 보드게임 등으로도 아이들은 또래와 놀 때처럼 사회화를 배울 수 있다. 아빠와 엄마가 아이와 동등하게 놀이를 함으로써 수평적 관계에서 오는 소중한 체험도 줄 수 있다. 마주보기는 표정 감정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인터넷 맘 카페 등에는 ‘마스크만 쓰고 있다보니 아이들이 타인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심 교수는 “가족끼리 한 자리에서 마주보고 대화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며 “사회생활에 필요한 협상이나 역지사지의 자세 등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고 조언했다. 학교에서도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송재홍 제주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예를 들어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학원 등을 다니는 아이들과 형편상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은 적응력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간 불규칙한 가정생활로 학교 규율에 익숙지 않은 1학년들에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다소 엄격한 학교생활이 힘겨울 수 있다. 윤현철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시 등교를 재개하면 초반에 몇몇은 늦잠을 잘 수도 있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틀에 적응할 시간을 최대한 넉넉히 줘야 한다”고 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희량 인턴기자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졸업조지윤 인턴기자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4학년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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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 조심했어야 하지 않나” 편견에 두번 우는 임신중절여성

    “낙태까지 했다는 건 ‘닳고 닳았다’는 뜻 아닌가요.” 대학생 정모 씨(24)는 최근 한 온라인 게시글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2018년 첫 남자친구와 사귀다가 불가피하게 임신중절수술을 한 경험이 있다. 피임을 철저히 했는데도 벌어진 사고였다. 수술 뒤 그는 사회생활이 힘들었다. 모두가 자신을 ‘생각 없이 관계 맺는 여성’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얼마 뒤 듣던 수업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찬반 토론’은 더 괴로웠다. 한 남학생이 “솔직히 그런 수술까지 치러본 여성들은 경험이 적지 않을 텐데, 스스로 조심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당시 정 씨는 혹시라도 속내를 들킬까 봐 괜히 더 낙태죄 폐지에 열을 올려 반대했다고 한다.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워 상처는 더 커져 갔어요.”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한 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나는 낙태했다’ 해시태그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임신중절수술을 경험했던 여성들이 자신이 겪었던 사회적 편견과 심리적 고통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당당히 맞서 싸우고 있다. 이들 가운데 동아일보가 만난 여성 5명은 길게는 10년이 지나도 몸과 마음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수술 당일 경험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낙태 여성을 향한 성희롱과 모욕적인 시선 때문이었다. 몇 년 전 수술했던 김모 씨(28)는 수술 후 겪은 성희롱으로 사람 만나는 걸 꺼렸다. 당시 남자친구의 지인들이 끔찍한 전화를 걸어댔다고 한다. 무작정 걸어놓고 아무 말도 없이 이상한 신음소리만 내다 끊었다. 김 씨는 “내가 더러운 사람이라고 여겨져 이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만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울먹였다. 임신은 남녀 공동 책임인데도 연인관계에서 여성을 죄인 취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모 씨(37)는 9년 전 수술 당일에 남자친구가 나타나지 않았던 걸 떠올렸다. 이후 집으로 찾아온 그는 “널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자서 몸이 쑤신다”며 안마를 요구했다고 한다. 박 씨는 “남자친구에게 의지하고 싶어 ‘저 사람도 힘들 거야. 내 부주의지’ 하며 더 헌신적으로 대했다”고 말했다. 낙태는 예상치 못한 후유증도 만들었다. 김모 씨(30)는 2009년 수술 뒤 하복부 통증이 심해졌다고 한다. 담당 의사는 “아무리 검사해도 몸에 이상이 없다.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커져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고는 누구나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수술한 여성들에게는 ‘불결하다’고 말해요. 이젠 괜찮아졌다고 스스로 말해보지만…. 주위의 시선이 상처를 더 아프게 만듭니다.”(이모 씨·37)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조지윤 인턴기자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4학년}

    •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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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202명 9회나 실패한 수색… 40분만에 찾았죠”

    익숙한 냄새가 나. 코를 갖다 대고 킁킁. 아무 냄새가 안 난다고? 그래, 사람들은 거의 모르지. 하지만 가축 사체 썩은 냄새와는 다른 뭔가가 있어. 가만히 주의를 기울여.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다가가. 역시나. 이건 바로 ‘시체’ 냄새야. 깜짝 놀랐어? 웬 오싹한 공포영화인가 싶지. 하하, 너무 겁먹지는 마. 소개가 늦었네. 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소속된 경찰견 ‘미르’라고 해. 올해 여섯 살로 혈기왕성한 ‘체취증거견’이지. 벌써 5년 차야. 내 직업이 낯설겠지만 한마디로 어딘가에 매장되거나 숨겨진 시체를 주로 찾고 있어. 그래서 다들 시체수색견이라고도 불러. 견종은 머나먼 벨기에 핏줄인 ‘말리누아’. 신체 사이즈를 공개하자면 65cm에 28kg. 지구력이 강해 산악 지형 수색에 강점이 있단 칭찬을 받아. 다들 2018년 6월을 기억할까. ‘강진 여고생 살인사건.’ 온 나라의 이목이 전남 강진군 도암면으로 쏠렸었지. 그때 나도 현장에서 다른 6마리 경찰견과 열심히 수색에 나섰어. 아마 정상 뒤편 어디쯤이었을 거야.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어. 경찰 동료들이 우리에게 “앉아, 앉아” 했는데, 내가 움찔움찔거렸어. 대표 시그널인 내 ‘바짝 세운 꼬리’를 보더니 그들도 눈빛이 딱 달라지더군. 내가 곧장 사건 현장으로 달려갔지. 실종됐던 여고생이 9일 만에 차디찬 시신으로 발견된 순간이었어. 그 사건을 포함해서 내가 지금까지 찾은 시체는 무려 26구나 돼. 내가 경찰에 투신한 건 2016년 6월부터야. 아기 티를 막 벗은 한 살 때였지. 원래 경찰견 배지를 달려면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해. 경찰견으로서의 품성이나 사회성을 지켜봐야 하거든. 특히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없어야 해. 아, 물론 성격만 좋다고 경찰견이 될 순 없어. 두 가지 중요한 조건이 더 필요해. 먼저 ‘공’에 대한 집착이 강해야 해. 뜬금없다고? 우리들에겐 공놀이가 성과를 올린 뒤 주어지는 최고의 보상이거든. 그리고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장애가 없는지도 중요하지. 예를 들어, 다리가 비틀어진 체형이면 체력이 빨리 떨어지거든. 이런 조건을 다 만족해도 마지막 코스가 남아있어. 약 6개월 동안 기초훈련을 잘 받아야 해.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이 과정을 제대로 통과한 건, 전국에서 나를 포함해 17마리뿐이야. 특히 난 전공 분야에 맞게 경기 포천시에 있는 ‘코리아 경찰견 훈련소’ 등에서 시체 냄새를 분별해내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어. 어떤 훈련이냐고? 음… 여러 개의 플라스틱 박스가 있다고 쳐. 그럼 후각을 최대한 발휘해서 시체 냄새가 나는 화학약품이 담긴 단 하나의 박스를 찾아 짖는 거야. 썩은 고등어 박스랑 섞어 놓으면 처음엔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였고. 연습과 훈련으로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어. 최근 들어 이런 훈련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 올해 8월 21일 경기 의정부시에서 탈북민 한모 씨(33)가 시신으로 발견됐어. 당시 경찰 202명이 투입돼서 9차례나 수색했는데도 찾질 못했지. 하지만 10차 수색에 내가 투입되자 게임 오버. 40분 만에 찾아냈지. 물론 항상 일이 순탄했던 건 아니야. 정처 없이 떠도는 치매 환자분들을 찾는 게 참 어려워. 그래서 경찰 동료들이 실종자의 고향이나 인간관계 같은 배경조사를 잘해줘야 해. 몇 가지 단서가 있어야 수색 범위도 좁힐 수 있거든. 특히 실종자 가족들에겐 우리는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라는 걸 잘 알아. 수색 없을 때도 나는 쉬지 않아.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는 꼭 훈련을 받아. 보통 산을 뒤지며 시료를 찾아. 시료는 내 ‘친구’가 군부대 협조를 받은 산에 2개월 전쯤 묻어 놓은 거야. 초반에는 낙엽만 걷어내면 찾을 수 있는 10cm 깊이의 땅부터 시작해. 지금은 1m 땅 속에 있는 것도 찾아내지. 종종 가시덩굴 안에 묻기도 하더라고. 아차. 내 ‘친구’가 누구냐고? 훈련이나 현장 지휘 같은 전반적인 사항을 관리하는 사람, ‘핸들러’라 불러. 정식 직위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최영진 경위야. 최 경위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핸들러가 됐어. 그전에는 강력계 형사만 해왔는데, 2009년 자신이 담당했던 장기 실종 사건을 수사했지만 결국 피해자 시신을 못 찾았다더군. 정황상 피의자를 특정했지만 기소할 수가 없었대. 이 사건 뒤로 시신을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거지. 최 경위한테는 내가, 나한테는 최 경위가 참 특별해. 서로가 처음이거든.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해. 둘도 없는 친구지. 언젠가 훈련 중에 시료가 묻힌 땅을 찾아 파다가 문득 고개를 뒤로 젖혀서 최 경위를 봤어. 근데 최 경위가 “너 지금 ‘여기 맞지?’ 하고 물어본 거지?”라며 웃더라. 친구가 웃어서 나도 기뻤어. 힘들 때 날 위로하는 것도 최 경위야. 난 지치면 꼬리가 내려가는데 그때마다 귀신같이 알아채곤 공을 꺼내 기분을 들뜨게 해줘. 처음에는 최 경위가 “네가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 그런데 요샌 아냐. “네가 말까지 했으면 얼마나 성가시겠어”라며 너털웃음을 짓더라니까. 최 경위도 이 일을 하며 많이 변했어. 놀라운 건 ‘냄새가 보인다’는 표현을 써. 사실 냄새는 보이는 게 아니잖아. 하지만 내가 수색하다 나무 주변을 돌고 파인 구멍에 고개를 박고 있으면 “냄새가 흐르는 길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그 표현이 인상 깊더라. 가끔 최 경위한테 섭섭할 때도 있어. 최 경위의 또 다른 친구 ‘폴리’ 때문이야. 폴리는 한국 최초의 방화탐지견이야. 방화탐지견은 방화가 의심되는 현장에서 소방 수색팀이 조사해도 화인(火因)이 확인되지 않을 때 투입돼. 이 친구는 세 살 ‘래브라도레트리버’로 지난해 12월부터 활동했어. 가끔 최 경위가 폴리랑 공놀이하는 걸 보면 조금 샘이 나. 그걸 아는지 최 경위도 내 훈련 시간에는 폴리를 다른 장소로 보내. 마냥 질투만 하는 건 아니야. 폴리도 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거든. 그 녀석은 인화성 물질 8가지에 반응을 해. 시너와 경유, 등유 같은 거 말이야. 사실 화재 현장에서는 인화성 물질도 함께 타. 그리고 소방이 물을 뿌리니 씻겨 나가기도 하지. 폴리는 희미한 냄새만으로도 인화성 물질을 찾아내야 해. 반응을 보인 5건 중 3건은 벌써 방화범을 잡았대. 역시 같은 경찰견 동료라 듬직하더라고. 실은 난 요즘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어. 다들 잊지 않았지? 올해 8월 강원 춘천시에서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을 하던 배가 전복돼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잖아. 나랑 최 경위는 8월 중순부터 일주일에 2번씩 현장 수색을 하고 있어. 그런데 아직 그 ‘실종자’ 한 분을 찾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까워. 가족들은 “더 이상은 무리다”며 말리지만 우린 그게 안 돼. 우리 관할 지역도 빠짐없이 수색하고 있어. 요즘 남양주시 삼패공원에서 가평군 강가 수풀 지역까지 돌아다니면서 모든 수색 범위를 ‘지우고’ 있어. 이건 우리끼리 쓰는 용어인데, 지역을 조금씩 나눠 돌면서 내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이곳엔 시신이 없다’고 믿고 수색을 멈추는 거지. 우리 힘이 닿는 데까지는 낱낱이 수색해보는 게 남은 가족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누군가는 매번 시체 냄새를 맡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 난 시체 냄새가 나쁜 냄새라고 생각하지 않아. 꼭 찾아서 가족 품에 돌아가게 할 ‘마지막 끈’이지. 은퇴하는 그날까지 난 실종자와 죽은 이들의 잔흔을 쫓을 거야. 혹시 길을 가다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강아지들을 보면 나와 폴리를 떠올려 줄래. 최선을 다해 인간을 돕는 개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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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이 부를 때까지… 94세 의사는 진료를 멈추지 않았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5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한 70대 환자가 ‘고향의 봄’을 부르기 시작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손뼉까지 치는데 몇몇 직원들은 뒤돌아서 손끝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이 동요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환자에게 한원주 ‘원장’이 가르쳐준 노래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기억에 동구 밖 지천에 피어나던 꽃들로 남은 이. 한원주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내과과장이 지난달 30일 우리 곁을 떠나갔다. 향년 94세로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였던 그는 삶을 마감하는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환자들을 돌봤다. 어쩌면 그의 헌신적인 삶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일지도 모른다. 한 원장은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인 한규상 선생과 역시 독립운동가인 박덕실 선생의 슬하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발자취를 따라 언제나 베푸는 삶에 관심이 컸다.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개업의로 일하며 언제나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봉사했다. 특히 1978년 과학자였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엔 개인병원을 정리하고 줄곧 무료 진료를 해왔다. 노년의 여생을 지키는 요양병원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8년. 당시 의료선교의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그에게 손의섭 매그너스의료재단 이사장이 연락을 취해왔다. 한 원장은 자신의 저서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에서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끝까지 기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됐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당시 ‘한 원장님’은 죽을 때까지 의사 하고 싶다는 한 가지 조건만 내걸었다”고 전했다. 정식 직함은 내과과장인 그를 주변 모두가 원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뭘까. 실은 한 원장은 몇 년 전 병원 측에서 ‘명예 원장’ 직함을 제안했지만 끝내 마다했다. 한사코 “그런 거 관심 없다”며 손사래를 쳤단다. 하지만 의료진과 환자들은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90대 고령에도 자상하게 솔선수범하는 그를 “원장님”이라 불렀다. 한 원장은 항상 환자들과의 대화와 스킨십을 중시했다. 자주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을 로비에 모아놓고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도록 권했다고 한다. ‘고향의 봄’도 그때 가르쳐준 노래였다. “평균 나이 70이 넘은 치매환자들이 대다수인 요양병원에서 대화는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라고 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한 환자는 한 원장이 정성으로 깊은 관심을 기울인 끝에 오랫동안 앓아왔던 당뇨를 치유하는 ‘작은 기적’도 벌어졌다. 세상을 보듬었던 한 원장의 삶은 의료계에서도 빛이었다. 2017년 헌신적인 공로를 인정받아 ‘제5회 성천상’을 수상했다. 성천상은 의료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감동을 주는 참의료인에게 수여된다. 당시에도 그는 상금 1억 원을 모두 기부했다. 지난달 8일 숙환으로 쓰러져 10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한 원장은 전날까지도 변함없이 환자를 돌봤다. 실제로 기록 차트엔 7일 10명의 환자를 진료한 기록이 남아 있다. 아직도 여러 환자들은 그의 영면을 모른 채 “원장님, 어디 가셨느냐. 보고 싶다”고 찾는다고 한다. 삶의 끝자락이 다가왔음을 느낀 한 원장은 지난달 23일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생의 마지막 병원’으로 선택한 곳에서 눈감길 원해서였다. 운명의 시간, 그의 침상을 지키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딱 세 마디를 남겼다. “힘내라.” “가을이다.” “사랑해.” 한 원장이 떠난 병원엔 여전히 그의 향기가 진하게 남아 있다. 병원 마당엔 보리수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섰다. 정성으로 돌봐 완치된 그 당뇨 환자가 한 원장을 위해 심었다. 완연한 가을볕을 머금은 나뭇가지엔 이런 팻말이 붙어 있다. “한원주 원장님, 감사합니다.”김태언 beborn@donga.com·이소연 기자}

    • 20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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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청장 “개천절 차량시위자 면허정지”

    경찰이 다음 달 3일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외곽부터 ‘3중 차단 검문소’를 운영한다. 또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차량 시위 참가자의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기로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5일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대규모 차량 시위도 준비와 해산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며 “교통 방해와 교통사고 발생도 우려되는 만큼 3중으로 차단해 도심 진입을 막겠다”고 밝혔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와 도로교통법 6조에서는 위험 방지와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집회 또는 시위 차량의 통행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 차량의 서울 도심 진입을 막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우선 서울 외곽과 한강 다리 위, 도심까지 3중으로 검문소 95개를 운영한다.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부터 한남대교, 남산 1·3호 터널에도 검문소를 설치한다. 불법 차량 시위 운전자의 운전면허는 정지·취소하고 차량은 즉시 견인한다. 도로교통법 46조(공동 위험행위의 금지) 1항에는 도로에서 운전자 2명 이상이 공동으로 2대 이상의 자동차를 앞뒤로 또는 좌우로 줄지어 통행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교통상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해 구속되면 면허가 취소된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도 단체 또는 다중이 교통 방해를 하면 면허정지 또는 취소가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가 다음 달 11일까지 10인 이상 집합을 금지했고 10대 이상의 차량 집합도 10명 이상의 모임으로 간주된다”며 “차량에 플래카드나 깃발을 달거나 동시에 경적을 울리는 행위도 집회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일부 보수단체는 현장 집회와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8·15시민비상대책위원회(8·15비대위)는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법을 지키며 끝까지 싸우겠다. 전원 2m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도 착용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은 여의도를 출발해 광화문광장을 거쳐 서초경찰서까지 차량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김 청장은 “모든 불법 행위는 면밀한 채증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예외 없이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드라이브스루 집회가 방역에 전혀 지장이 없고 교통에 방해가 안 된다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인데 그것을 금지할 명분이나 근거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천절 집회를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광복절 집회로 확진자 627명이 발생해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했다”고 밝혔다.김태언 beborn@donga.com·이소정 기자}

    •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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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천절 집회 막으려 ‘3중 차단 검문소’…차량시위자 면허 정지·취소도

    경찰이 다음 달 3일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외곽부터 ‘3중 차단 검문소’를 운영한다. 또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차량 시위 참가자의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기로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5일 오전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대규모 차량 시위도 준비와 해산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며 “교통 방해와 교통사고 발생도 우려되는 만큼 3중으로 차단해 도심 진입을 막겠다”고 밝혔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12조와 도로교통법 6조에는 위험 방지와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집회 또는 시위의 차량 통행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시위 차량의 서울 도심 진입을 막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우선 서울 외곽과 한강 다리 위, 도심까지 3중으로 95개의 검문소를 운영한다.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IC)부터 한남대교, 남산 1·3호 터널에도 검문소를 설치한다. 경찰 관계자는 “도심에서 집회를 벌일 우려가 있는 차량부터 우선적으로 단속한다”며 “주요 교차로에 경찰관을 배치해 단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병력도 광복절 집회 당시 1만 여 명보다 많은 인원이 투입된다. 불법 차량 시위 운전자는 운전면허를 정지·취소하고 차량은 즉시 견인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도로에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교통상 위험을 발생시켜 구속 또는 운전자가 단속 경찰을 폭행해 형사 입건될 경우 면허가 취소된다. 경찰은 검거 인원이 많을 경우 인천경찰청, 경기남부·북부경찰청 산하 경찰서 유치장에 분산 수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경찰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일부 보수단체는 현장 집회와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8·15시민비상대책위원회(8·15 비대위)는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법을 지키며 끝까지 싸우겠다. 전원 2m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도 착용하겠다”고 밝혔다. 8·15 비대위는 서울행정법원에 경찰의 개천절 집회 금지통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서도 제출했다. 8·15 비대위가 광화문 광장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200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23일 신고하자 경찰은 다음날 금지 통고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새한국)도 여의도를 출발해 광화문광장을 거쳐 서초경찰서까지 차량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김 청장은 “모든 불법 행위는 면밀한 채증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예외 없이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드라이브 스루 집회가 방역에 전혀 지장이 없고 교통에 방해가 안 된다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인데 그것을 금지시킬 명분이냐 근거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천절 집회를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광복절 집회로 627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했다”고 밝혔다. 당시 집회 관리를 위해 현장에 나온 경찰도 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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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개천절 차량 이용한 드라이브스루 집회도 원천 차단”

    몇몇 보수단체가 다음 달 3일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를 차량을 이용해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어떤 형태의 집회도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새한국) 등이 22일 신고한 차량 행진에 대해 방역당국의 집회금지 기준, 교통 정체 및 사고 우려, 대규모 집회 확산 가능성 등을 감안해 금지 통고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들 단체는 개천절 오후 1∼5시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광화문광장을 거쳐 서초경찰서까지 차량 행진을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규모는 차량 200대다. 이에 경찰 측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등을 적용해 모두 금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집시법 12조에 따르면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 6조는 도로에서의 위험 방지와 원활한 교통 소통을 위해 보행자나 차량의 통행을 금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드라이브스루 방식은 서울시가 개천절 도심 집회를 모두 금지하자 일부 단체와 정치권 등에서 대안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은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를 위해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만큼, 차량 집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2007년 판례를 보면 대법원은 2대의 차량이 신고하지 않은 집회를 한 것을 명백한 집시법 위반으로 판단했다”며 “차량을 이용한 집회도 모두 신고 대상이며, 서울시 방침에 따른 제재 대상”이라고 했다. 개천절과 한글날(10월 9일) 신고한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받은 ‘8·15 집회 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이번 주 서울행정법원에 집회 금지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하기로 소속 단체들끼리 합의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의 최인식 사무총장은 “방역 실패의 책임을 광화문 집회 참가자에게 떠넘기는 정부를 두고 볼 수 없다”며 “합법적으로 집회 자격을 획득해 누명을 벗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처분 신청이 접수될 경우 서울시 등과 협력해 인용되는 일이 없도록 법원에 경찰 측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방침이다. 차량 시위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렬)는 22일 서울시의 집합 금지명령을 무시하고 현장 예배를 강행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종사자 및 교인 등 14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대상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69)도 포함됐다. 종로경찰서도 같은 날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와 김수열 일파만파 대표에게 집시법,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광복절 집회 당시 신고된 범위를 벗어나 집회를 개최하고, 집회 허가를 받지 못한 단체들의 현장 합류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은 개천절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대규모 집회를 통한 감염병 전파가 현실적인 위험임이 확인됐다”며 “불법 집회를 강행하면 즉시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불응하면 현장에서 체포하겠다”고 밝혔다.강승현 byhuman@donga.com·김태언·지민구 기자}

    •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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