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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일은 놀이와 같아요. 늘 평생 배우고자 합니다. 내 마케팅 연구는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박물관, 공연예술 조직, 교회 등을 포함하죠. 경제학 연구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성과를 개선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늘 새로운 주제를 탐구하지요.” 팔순을 훌쩍 넘긴 노교수의 공부 열정만은 20대 못지않았다. 세계적 마케팅 석학인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86)는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디지털 시대 기업과 국가의 덕목으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세상엔 기후변화 같은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사람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혁신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데 난 후자”라고 말하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업들은 왜 디지털화에 더딘가. “성공한 기업들은 성공한 일만 계속한다. 실패한 뒤에야 신선한 생각을 한다. 결국 선두를 뒤쫓아 가는 일만 하게 된다. 내 주문(mantra)은 되도록 빨리 디지털화하라는 것이다.” ―여론 쏠림, 가짜 뉴스 현상은 디지털화의 위험 요인 아닌가. “디지털화로 같은 생각을 하는 ‘부족집단(tribe)’의 구미에 맞춘 미디어 수단이 확산됐다. 사람들은 이 ‘부족집단’ 내에서만 보고, 읽고, 대화한다.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와 가짜 뉴스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을 다룬 “‘실업 시대’의 삶(Life in Jobless World)”이라는 글을 미국 언론에 기고했다. AI, 로봇 등이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있는데…. “기업은 더 적은 비용으로 업무를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다면 AI를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일자리가 모두 없어진다는 건 과장된 얘기다. 로봇이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진 않을 거 아닌가. 교사 직업은 남아 있을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회계사의 통찰까지 대체할 순 없다.” ―어떤 직업군이 가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나. “자율주행 트럭이 등장하면 트럭 운전사들은 타격을 받는다. 많은 상점이 문을 닫을 것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회사를 무너뜨린 곳에서 전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아마존의 물류센터 같은 곳 말이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특정 산업과 일자리를 파괴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이론이 있다. ‘보편적 기본 소득’ 아이디어도 있다. ‘모두에게 똑같이 1000달러는 준다’는 식인데, 부자들은 그 돈을 받을 필요가 없지 않나. 이보다 저소득층이 ‘사람다운 삶(livable life)’를 살 수 있게 ‘순소득적자(Net Earned Income Deficit)’를 보전해 주는 개념을 더 지지한다.” 그는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소셜미디어 기업을 “매우 강력한 기업들”이라고 평가하며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을 무너뜨리진 못하겠지만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도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는 건가. “한국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민과 공직자들이 앞으로 성장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디지털화, 소프트웨어, 로봇 등이었다. 일본은 좋은 판단을 내렸다.” ―한국 정보기술(IT)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인데…. “진짜 문제는 알리바바를 이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느냐다.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는가? 한국 기업들이 고품질, 가치 지향적 가격 정책, 상품과 서비스 혁신에 매진했으면 한다. 스스로를 파괴하거나 정체된 다른 사업을 파괴하는 걸 도전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스포츠 마케팅 관점에서 조언을 해 달라. “상황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미국이나 북한이 ‘정신 나간(crazy) 일’을 하진 않을 것 같다. 평창 올림픽에 북한을 초대하는 것이 현명하다. 사태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마켓 4.0 관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소통을 평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뉴스거리를 만들어 중요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트위터 활용 방법은 현명하지 않다. 특히 다른 사람을 공격할 때 그렇다. 트위터를 아예 쓰지 않는 게 낫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해외로 간 미국 기업을 돌아오라고 압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코틀러 교수는 다음 달 6일 ‘동아비즈니스포럼 2017’에서 한국 최초로 ‘코틀러 어워드’를 시상한다. 그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을 이룩한 기업들에 주어지길 바란다. 기업들의 마케팅 품질과 영향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토론토=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돈줄을 끊기 위해 북한 선박에 대한 첫 제재에 나섰다. 북한을 위해 돈세탁과 원자로 부품 반입에 관여한 중국인 등 중국 기업 4곳도 제재 대상에 올려놨다. 미 재무부는 21일(현지 시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불법적 자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인 1명과 북한 및 중국 기관 13곳, 북한 선박 20척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전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무더기 대북 제재를 발표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오늘 제재는 북한과 오랫동안 관계해온 제3국인과 북한의 수익 창출 및 영업에 기여한 교통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 해사감독국, 육해운성 등 해상 교역과 물류를 관장하는 정부 기관과 능라도선박, 능라도용악무역 등 무역회사 및 해운회사, 남남협조회사를 비롯한 북한 노동자 송출회사 등 북한 회사 9곳이 미국의 제재망에 걸려들었다. 이 회사들이 운영하는 부흥 1호, 능라 1·2호, 양각도, 원산 2호 등 북한 선박 20척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재무부에 따르면 이번 제재는 북한에 들렀던 선박이 180일 이내로 미국에 입항할 수 없도록 조치해 북한의 해상 활동을 본격적으로 봉쇄한 것으로 평가되는 9월 말 발표된 행정명령 13810호의 연장선상으로, 해당 선박들은 미국인은 물론 미국 기업 해외지부 등과의 모든 거래가 금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월 출범 이후 이번을 포함해 모두 6번의 대북 제재를 통해 기관 46곳, 개인 49명, 선박 20척을 제재 대상에 올려놨다. 북한과 거래해온 중국인과 중국 기업도 철퇴를 맞았다. 단둥커화무역, 단둥샹허무역, 단둥훙다무역 등 중국 회사 3곳은 2013년 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노트북 컴퓨터 등 약 650만 달러어치의 제품을 북한에 수출하고, 북한으로부터 철광석 석탄 등을 1억 달러어치 이상 수입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단둥둥위안실업과 이 회사 대표 쑨쓰둥(孫嗣東)도 제재에 포함됐다. 북한의 위장회사로 의심되는 단둥둥위안실업은 2800만 달러 이상의 자동차, 전자기계, 원자로 관련 품목 등을 북한에 불법 수출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돈세탁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방위 외교전도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한 달 반 동안 유엔의 대북 제재에 참여한 국가 외에 20개국이 북한 노동자 축소 및 추방, 대사관 인력 축소 등을 통해 제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도 대북 제재에 나섰다. AFP통신은 21일 아프리카 앙골라 건설 현장의 북한 노동자 154명이 19일과 20일에 앙골라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국무부 카티나 애덤스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대해 “중국은 다른 국가가 자국법을 적용한 일방적인 제재로 (법의 범위를) 확대해 관할하는 잘못된 행동을 일관되게 반대해왔다”며 비판했다. 한편 북한은 22일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을 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이 테러지원국 딱지를 붙인 것은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며 난폭한 침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나리·한기재 기자}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16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 아르헨티나 대표단은 2023년 엑스포 개최지로 자국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호명되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서로 얼싸안은 채 키스를 주고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막판 경합을 벌였던 미국 대표단은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약 40년 만의 엑스포 유치에 도전했지만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예전만 못하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날개 꺾인 트럼프의 ‘엑스포 드림’ 미국은 제조업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한 1980년대 이전까지 11번의 엑스포를 개최하며 세계 최고 기술과 문화를 선보였다. 1939년 뉴욕 엑스포에선 세계 최초로 TV를 선보였고, 미소 냉전 시기인 1964년 뉴욕 엑스포에서는 인공위성 궤도가 설치된 대형 지구본 구조물과 월트디즈니의 테마파크 등을 소개하며 미국의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1984년 뉴올리언스 엑스포를 끝으로 엑스포 개최국 명단에서 사라졌다. ‘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 제품을 산다(hire American, buy American)’는 슬로건을 내건 트럼프 행정부는 부활하는 미국 경제와 산업을 보여줄 무대로 엑스포를 선택했다. 미 국무부는 부장관이 나서 미네소타 엑스포 개최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외신기자들까지 불러 홍보전을 펼쳤지만, 국제사회의 외면으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 부상하는 중국, 주도권 내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직후 엑스포 개최 무산 말고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생채기를 낸 일이 또 생겼다. 6∼17일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에서 미국의 위상은 예전만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밝히면서 졸지에 주변국으로 전락했다. 미국 대표단은 소규모였고, 그나마 석탄 관련 행사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인 중국은 유럽과 친환경 기술 개발 협력을 강화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로 생긴 기후변화 리더십의 공백을 중국이 메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시리아까지 포함해 200개국이 파리협약 이행을 다짐하는 상황에서 미국만 외톨이가 됐다는 비난 여론도 불거졌다. ○ 껄끄러운 ‘트럼프 건너뛰기’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fK의 국가브랜드지수(NBI) 조사에서 지난해 1위를 차지한 미국은 올해 6위에 그쳤다. NBI 조사를 개발한 사이먼 안홀트 정치 컨설턴트는 “미국이 거버넌스 분야에서 점수가 하락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정치적 메시지에 주력하면서 발생한 트럼프 효과”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 요직을 비워두면서 국무부의 기능 약화와 사기 저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예 일부 유럽 국가가 미 실리콘밸리 주재 대사직을 신설하는 등 백악관을 건너뛰어 미국 주 정부나 도시를 직접 상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티안 엘러 유럽의회 대미관계대표단장은 “유럽의회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서방세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명품 선글라스 절도로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가 석방된 미 대학 농구선수에 대해 “그냥 감옥살이를 하게 내버려뒀어야 한다”며 발끈했다. 그의 부친이 석방을 위한 자신의 노력을 무시했다는 게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3명의 농구선수들이 중국에서 수년간의 감옥살이를 하지 않고 나오자, 리앤절로 볼의 아버지 라바르는 내가 아들을 위해 한 일을 인정하지 않고, 절도가 별일이 아니라고 말한다”며 이 같이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시간 뒤에 다시 “중국에선 징역 5~10년을 살 수 있는 매우 큰 일이다. 하지만 부친 라바르에겐 아닌 모양이다. 나의 다음 방중 때 그 아들을 꺼내줬어야 한다”며 불편한 속내를 다시 들어냈다. 리앤젤로 등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농구 선수 3명은 상하이에서 열린 PAC-12(미 서부 12개 대학) 체육연맹 농구대회 개막전에 참가하기 위해 항저우에 머물다가 유명 브랜드 매장에서 선글라스를 훔치다가 체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방중 기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농구선수들이 풀려나오자 트위터에 “10년 동안 감옥에서 썩을 뻔했다” “시 주석에게 크게 감사하라”며 잔뜩 생색을 냈다. 하지만 라바르가 17일 스포츠 전문채널 ESPN과 인터뷰에서 “그가 무엇을 했느냐”며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무시했다. 그는 “모두들 그가 나를 도와준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어한다. 별 거도 아닌 것을 때때로 떠들썩하게 만든다. 나는 로스앤젤레스(LA) 출신인데, 선글라스를 훔치는 것보다 더 나쁜 짓도 수없이 봤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유머 감각 넘치는 ‘괴짜 교수’다. 근엄한 상아탑 밖으로 나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팝스타 설리나 고메즈와 함께 투기와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의 심리를 설명했던 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2년 전 영화 출연 직후 받지 못한 상에 대한 보상”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상금은 연구와 일관되게 최대한 비이성적인 곳에 쓰겠다”고 큰소리를 쳐 좌중을 웃겼다. 세일러 교수가 생각하는 사람은 ‘천재인 동시에 바보’다. 직관적이고 통제하기 어려운 ‘행동하는 자아’와 숙고하고 의지력이 있는 ‘계획하는 자아’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빨간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건 ‘행동하는 자아’의 소비 일탈을 차단하기 위한 ‘계획하는 자아’의 통제력이 발휘된 사례다. 그래서 똑똑한 선택으로 이끄는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유연하며 비강제적인 ‘자유주의적 개입’인 ‘넛지(nudge)’를 대안으로 제시해 일체의 정부 개입을 반대하는 자유주의자들을 설득한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거나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뜻으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말한다. 그는 제자가 박사학위 논문을 마감하지 못할까 봐 수표를 미리 받아놓고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할 때마다 돈을 인출해 ‘당신을 빼고’ 파티를 열겠다는 거래를 제안해, 기한 내에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게 유도한 적이 있다고 2008년 저서 ‘넛지’(사진)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출간된 지 10년이 다 돼가는 이 책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 발표 이후 베스트셀러로 재등극했다. 뉴욕타임스 논픽션 페이퍼백 부문에서 지난주까지 5주 연속 5위 안에 들었고, 한국에서도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동안 손놓고 있다가 떠들썩한 노벨상 수상 소식에 너도나도 이 책을 집어 드는 건 사람들이 얼마나 ‘사람다운’지 보여준다. 굳이 말하자면 최근 접한 소식에 큰 영향을 받는 ‘가용성(availability) 편향’이다. 노벨상 수상 이후 넛지에 대한 재해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 등과 같은 부정적 선택에 넛지가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쁜 쪽 선택을 유도하는 ‘슬러지(Sludge)’나 원한이나 나쁜 감정을 품게 만드는 ‘그러지(Grudge)’와 같은 부작용이다. 모든 것을 다해 줄 것처럼 떠드는 포퓰리즘 시대에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의미를 짚어보고 한계와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게 세일러 교수를 선택한 노벨상위원회의 넛지는 아닐는지.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 주석의 3색(色) 메시지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17일 방북했다. 쑹 부장은 이날 오후 평양에서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회동했다. 앞서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 귀빈실에서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30여 분간 환담했다. 쑹 부장은 3박 4일로 예상되는 방북 기간에 지난주 정상회담에서 미중, 한중 정상들이 조율한 메시지를 들고 김정은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은 쑹 부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의사가 있으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등 도발 중단이 필요하다는 뜻을 김정은에게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쑹 부장의 방중 전날 큰 기대를 나타낸 것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쑹 부장을 통해 김정은에게 전할 메시지를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긴밀하게 조율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은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쑹타오가 (북한을 압박할) 강경한 메시지를 가지고 간다고 알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대북 군사공격 옵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발언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16일(현지 시간) “북한이 2개월여간 도발을 멈춘 상황을 미군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제시한 구체적인 대북 대화 조건도 쑹 부장의 메시지에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통신은 매티스 장관이 “그들이(북한이) (핵·미사일) 실험과 개발을 중단하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으면 대화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초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직후로 예상되던 테러지원국 지정 발표를 미룬 것도 김정은이 쑹 부장을 통해 북핵 문제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본 뒤 최종 판단을 내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쑹 부장은 문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중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전달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의 대북 메시지도 김정은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요청을 포함해 남북대화 의지가 있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김정은에게 전달될 수 있는 기회다. 한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해 중국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에게 “평창 올림픽 때까지 도발을 중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쑹 부장은 한국 정부의 이런 메시지도 김정은에게 전할 예정이다. 지난달 집권 2기를 시작한 시 주석은 협력과 공영의 신형 국제관계를 선언한 뒤 한국 일본 동남아 국가 등과 전방위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북-중 관계가 최악인 만큼 시 주석은 쑹 부장을 통해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또다시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할 경우 원유 공급 중단 같은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며 김정은을 압박할 것이 유력하다. 한편 미국은 외교적 노력과 동시에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막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백악관이 북한 미사일이 한반도 상공을 떠나기 전에 요격하기 위해 40억 달러(약 4조4000억 원)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방어청(MDA)이 올해 80억 달러를 받은 것에 더해 새로운 북한 미사일 요격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추가 예산을 요구한 것이다. 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부근 요격은 ‘발사 전’ 단계와 ‘발사 직후’ 단계에 이뤄진다. 발사 징후가 보이면 사이버 무기를 활용해 북한 통제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발사 직후엔 한반도 부근을 떠나기 전 드론(무인항공기)이나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해 요격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미 서부 해안에서 대기권에 재진입한 핵탄두를 요격하는 ‘3중 방어막’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정동연 채널A 특파원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이 다음 주 초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다. 중국 특사가 방북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변수를 고려한 조치다. 미국 정부는 최근 두 달 넘게 도발을 멈춘 북한을 주시하며 외교적 돌파구를 찾는 동시에 북한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해 한반도 부근에서 요격하는 방안을 포함한 ‘3중 미사일 방어막’을 추진하고 있다. ● 북 테러지원국 지정 여부 내주 초 발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 초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여부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이나 직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발표 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도발을 멈춘 지 60일이 넘었다는 점과 중국이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을 북한 특사로 파견한 점을 주목하며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잠시 접어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서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 큰 움직임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보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쑹타오 특사는 한국 미국 등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특사를 통해 미국은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하지 않을테니 핵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오라는 뜻이 전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 두달 도발 멈춘 북한에 대화 조건 제시 북한은 올해 들어 15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수소폭탄 실험까지 자행했다. 하지만 9월 15일 이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이후 두 달 넘게 도발을 멈췄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USA투데이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는 이유는 기술적이거나 정치적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북한이 2개월여 간 도발을 멈춘 상황을 미군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에 구체적인 대화의 조건도 제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이날 미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로 향하는 공군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북한이) (핵미사일) 실험과 개발을 중단하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으면 대화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의 정책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이며 외교적 노력을 통해 달성할 것”이라며 “북한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를 예측하는 건은 어떤 것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쌍중단 이견 등의 변수 여전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시아 순방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과거에 실패한 동결 대 동결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여전히 ‘쌍중단(雙中斷)’을 지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허커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서로 다르다”며 이견을 인정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향후 각자 다른 입장을 가질 것이고 따라서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북핵 해법에 미중간 이견이 있으며 이를 좁히지 않으면 진전이 없다는 점에 대해 서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쌍중단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핵·미사일 도발이 ‘도덕적 등가성’을 갖는 것으로 비쳐지질 수 있다”며 “북핵 대치를 미국 행정부와 북한 김정은 간의 갈등으로 단순화시키려는 중국 프레임에 말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측면에서 쌍중단을 수용하지 않기 위한 선제적 못박기로 풀이할 수 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태평양 해역에서 시작된 미일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허커비 대변인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군사 훈련을 지속하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해법에 대한 미중간 이견이 붉거지자 미국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에 비해 대화 재개엔 서툴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핵정책프로그램 이사는 “대북 협상 재개를 위한 제대로 된 밑그림이 없어 보인다”며 “중국의 쌍중단에 대한 뾰족한 대안도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 한반도 부근에서 미사일 요격 추진 미국은 외교적 노력과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을 차단해 핵 억지력을 높이고 향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다목적 카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백악관이 북한 미사일이 한반도 상공을 떠나기 전에 요격하기 위해 40억 달러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방어청(MDA)가 올해 80억 달러를 받은 것에 더해 새로운 북한 미사일 요격 방법 개발을 위한 추가 예산을 요구한 것이다. NYT에 따르면 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부근 요격은 ‘발사 전 단계(Left lunch)’와 ‘발시 직후’ 단계에 이뤄진다. 미사일 발사 징후가 보이면 사이버 무기를 활용해 북한의 통제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미사일 발사된 직후엔 한반도 부근을 떠나기 전에 드론(무인항공기)나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해 요격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다가 미 서부 해안에서 대기권을 재진입한 핵탄두를 요격하는 ‘3중 방어막’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의 인터넷 의존도가 낮아 사이버무기 활용도가 낮은 데다 드론의 레이저 요격은 2025년 이후에나 상용화가 될 수 있으며 한반도 상공에서 북 미사일을 요격할 경우 북한의 반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은 흐리고 쌀쌀했다. 간간이 비가 내렸다. 닷새 전엔 차량 테러까지 일어나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이날 삼엄한 경계 속에서 5만여 명이 참가한 뉴욕 마라톤대회가 치러졌다. 뉴욕 시민들은 테러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에 안도했다. 또 여자부에서 40년 만에 미국 선수가 우승했다는 소식을 듣고 박수를 쳤다. 뉴욕 시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 준 뉴욕 마라톤의 히로인은 셜레인 플래너건(36)이다. 플래너건은 마라토너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모태 마라토너’다. 4세 때부터 달리기 대회에 나간 그는 여자는 물론이고 남자들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타고난 승부사다. 올봄 피로골절로 쉰 것을 빼고는 7년간 휴가 한 번 가지 않은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하지만 유독 큰 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그런 그가 30대 중반에 메이저대회인 뉴욕 마라톤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자 그의 부모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가 정상에 오르기까지 지나온 길은 결과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2016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마라톤 미국 대표 선발전. 플래너건은 골인 지점을 몇 마일 남기고 다리가 풀려버렸다. 기진맥진해 뒤처진 그에게 기적처럼 수호천사가 나타났다. 앞서 가던 에이미 크래그(33)가 속도를 늦추더니, 헐떡거리는 그의 곁에 붙어 물통까지 건네며 독려하기 시작했다. 밀어주고 끌어주며 몇 마일을 그렇게 따로 또 같이 달렸다. 크래그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탈락 위기에 몰렸던 플래너건은 세 번째로 들어와 극적으로 생애 네 번째 국가대표로 뽑혔다. 결승선을 힘겹게 통과한 플래너건은 크래그의 목을 감은 채 품에 안겨 주저앉았다. 긴 승부를 끝낸 두 여성 마라토너의 뜨거운 포옹은 강렬한 사진으로 남았다. 미국 언론은 동료이자 경쟁자를 따뜻하게 보듬어준 두 여성 마라토너의 우정 속에서 플래너건의 ‘팀맘(Team Mom)’ 리더십을 주목했다. 크래그는 원래 플래너건이 만든 여성 마라톤클럽에서 함께 훈련하던 후배. 같이 땀을 흘리며 대회를 준비한 이들은 경기장에서 순위 싸움을 벌이는 순간에도 서로 밀고 끌어주며 꿈을 향해 함께 달려간 것이다. 크래그 외에도 플래너건과 함께 연습한 11명의 여성 마라토너들은 모두 올림픽에 출전했고, 플래너건도 그들과 함께 운동하며 뉴욕 마라톤 정상까지 올랐다. 플래너건은 “다른 여성들과 함께 운동하며 더 나은 선수, 사람이 됐다. 달리기와 훈련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플래너건의 더 큰 업적은 그녀가 재능이 있는 주변의 여성들을 키워주고 도와준 것”이라며 이를 ‘셜레인 효과(Shalane Effect)’로 표현했다. 마라토너 로런 플레시먼은 “셜레인은 최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지 않겠다는 믿음을 갖고 젊은 후배들을 이끄는 ‘팀 맘’이라는 새 브랜드를 개척했다”고 말했다. “우린 목표를 향해 수천 마일을 함께 달렸어요. 그녀는 나와 함께하며 땀을 흘렸습니다. 우리 모두에겐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셜레인과 같은 사람이 있죠. 그가 우리를 챙겨줬듯이 우리도 똑같이 그렇게 할 겁니다.”(에이미 크래그) 경쟁자를 가차 없이 찍어 누르거나 집단 속에 숨어 숨죽이고 살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 플래너건의 42.195km가 이를 보여준다. 이왕 달릴 거라면 플래너건처럼 해보면 어떨까. 누군가와 함께 정상에 오르면 외롭지도 않을 테니까.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은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 논란과 ‘러시아 스캔들’ ‘북한 설전’ 논란에 휘말리며 미국 내에서 평가 절하되는 분위기다. 환대에 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휘둘리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하며 리더십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찰스 슈머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2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은 완전한 실패작”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과 중국에는 애완견(lap dog)처럼 굴었지만 동남아시아 친구들은 거칠게 대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기간 대중 무역적자 원인에 대해 “중국이 아니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전임 행정부들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돌리자 발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대와 겉포장만 화려한 ‘선물 보따리’에 취해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DNI)은 이날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레드카펫, 의장대 등 의전에 매우 민감한 것 같다”며 “중국인과 러시아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BBC방송도 “그(트럼프 대통령)를 왕처럼 대우하면 정중한 손님처럼 행동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시 주석 옆에서 비판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선 침묵을 지키던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뒤늦게 불공정 무역행위를 비판하고 다자 무역을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백악관은 국제사회의 북핵 공조 강화, 인도 태평양 지역의 개방과 자유, 미국의 번영이라는 3가지 목표별로 분류된 순방 성과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치적 알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미국 언론의 반응은 냉랭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위협에 전 세계가 결집할 것을 주장한 반면 통상 문제와 관련해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모순된 요구를 했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등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다가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홍콩은 이날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보란 듯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스텝이 꼬인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돋보이게 하고 중국의 기만 살려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발간한 ‘더 인터프리터’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만 더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존 브레넌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았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조종 가능한 인물로 인식됐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긴 순방으로 피로감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력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해오던 멜라니아 여사가 돌아갔다고 해도 대통령의 태도가 이처럼 갑자기 바뀐 것을 설명하긴 어렵다”며 “보좌진은 부인하지만 71세의 트럼프 대통령이 피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뉴욕타임스가 12일(현지 시간) 당선 1주년(8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헌법 문맹(constitutional illiteracy)’이라고 몰아붙였다. 일요판 ‘선데이리뷰’에 ‘트럼프 대통령, 헌법을 읽어보시라’는 제목의 전면 사설(사진)을 싣고 각을 세운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그(트럼프 대통령)가 2015년 대통령 출마를 위한 긴 여정을 시작했을 때 부동산 개발업자/리얼리티쇼 호스트/미인대회 심사위원에게 기대할 수준의 헌법지식을 갖고 있었는데 당선 1년, 취임 선서를 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헌법을) 더 많이 알게 됐는지, 알려고 하는지 불분명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대통령이 헌법을 유도등(Guiding light)이라기보다 거추장스러운 장애물로 다루고 있다”거나 “그의 헌법 문맹이 사람들을 때론 즐겁게 하다”고 비꼬았다. 또 “트럼프가 법 규정을 집행하고 촉진하기보다 우회하는 식으로, 부동산법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경향이 있다”는 코리 브레트슈나이더 브라운대 교수의 발언도 인용했다. 특히 수정헌법 27개 조항 중 13개 조항을 게재하고 지난 2년 반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연설, 인터뷰한 내용 10개를 뽑아 대비시켰다. 올해 10월 17일 “네트워크뉴스가 편파적이고 왜곡된 가짜뉴스가 되고 있어 필요하면 허가를 철회해야 한다”는 발언은 수정헌법 1조 언론 출판의 자유와 관련이 있고, 올해 7월28일 지역 경찰에게 범죄 용의자들을 “잘 해주지 말라”고 한 발언은 수정헌법 14조 정당한 법 절차 규정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이날 의회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 중인 존 켈리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 참모들이 대통령 트윗을 정책에 반영하기 바쁘다는 소문에 대해 “트윗은 트윗일 뿐이며 우리는 정상적이고 전통적인 참모들의 방식으로 정책을 개발한다”고 일축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8일(현지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필드카운티. 풀을 뜯는 소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대형 풍력발전기 사이로 40m 높이의 원유 시추탑과 방아 찧듯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10m 정도 되는 로봇 팔 모양의 ‘펌핑 유닛’이 번갈아 나타났다. 셰일가스와 원유를 채취하는 시설들이다. 안형진 SK플리머스 부장은 “한국 기업 최초로 2014년 미국 현지에서 셰일가스광구를 인수해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108개 유정이 우리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9월 시추한 ‘허버트-5-3H’ 광구. ‘윙윙’ 소리를 내는 발전기가 전기 펌프를 돌려 하루 250배럴의 원유를 지하에서 뽑아내고 있었다. 지하 1.6km 셰일 지층을 가로질러 ‘L자’ 모양의 파이프를 박고(수평 시추공법), 고압의 물줄기를 분사해 지층에 균열을 낸 뒤(수압 파쇄공법), 펌프를 이용해 지층 틈 속의 가스와 원유를 끌어올리는 식이다. 가스와 원유가 올라오는 철제 펌프 파이프에선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 SK플리머스는 서울 면적의 약 28%인 170km² 광구에 108개 유정을 뚫어 하루 2700배럴의 셰일가스와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SK가 직접 뚫은 유정은 40여 개. 유가 하락세를 반영해 올해는 7개만 개발했다. 켄 에드워즈 현장소장은 “유가가 많이 떨어지면 생산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는 일반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는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셰일가스 개발 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안 부장은 “트럭, 물, 모래 등 셰일가스 시추 설비와 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나 오일은 탐사가 비교적 쉽고 시추 기간이 20∼30일에 불과하지만 생산비는 중동산 원유 시추 비용의 약 10배(300만 달러)가 든다. 탐사가 아닌 생산성에서 승부가 갈리는 셈이다. ○ 미국, 60년 만에 천연가스 수출국 전환 셰일가스 개발은 천연가스 순수입국이었던 미국을 수출국으로 바꿔 놓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내년에 천연가스 순수출국으로 전환된다.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곳이 텍사스주 휴스턴 남쪽 멕시코만의 프리포트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이다. 7일 방문한 이곳에선 440만 t 규모의 천연가스 액화시설 3기가 건설되고 있었다. 이 터미널은 원래 LNG 수입을 위해 추진됐는데, 2008년 셰일가스 붐을 타고 수출기지로 전환됐다. 미국에는 모두 4곳의 LNG 수출기지가 있다. 마이클 스미스 프리포트LNG개발 회장은 “미국이 셰일가스를 수출해 에너지 독립의 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포트 터미널은 약 4조∼6조 원의 경제적 효과와 4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연간 천연가스 수입량(약 3600만 t)에 맞먹는 매장량을 보유한 오클라호마에 셰일가스 광구 지분을 확보한 SK E&S도 이곳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임시종 SK E&S 미주본부장은 “일본 도시바와 함께 이곳의 액화시설 1기를 확보해 2019년부터 연간 220만 t의 미국산 LNG를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 미국 찍고, 중국 시장 진출 미국산 LNG는 유럽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폴란드에 이어 리투아니아도 미국산 LNG 수입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LNG 외교’를 통해 미국산 LNG 수출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가스 소비를 늘리고 있는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국 중국도 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가스 소비량은 2022년까지 연평균 8.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동수 SK이노베이션 E&P 대표는 “미국에서 경험을 쌓아 2021년 이후엔 중국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LNG는 중동산과 달리 유가가 아닌 미국 현지 가격에 연동되는 데다 ‘도착지 제한’(계약 지역에서만 사용)이나 ‘의무인수’(소비량에 상관없이 계약 물량 인수)와 같은 구매자에게 불리한 계약 관행도 없다. 중동과 동남아산이 71%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LNG 수입처를 미국으로 다변화할 경우 대미 통상 마찰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일본은 연간 LNG 수입량의 20% 정도를 미국산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미국산 LNG 값은 중동산의 반값이지만, 장거리 운송비가 붙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업계에선 원유 수입처 다변화를 위한 운임 지원 제도와 같은 대책이 거론된다. 오클라호마(헌터)·텍사스(프리포트)=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끔찍한 테러를 당한 뉴욕 시민들을 응원하기위해 동포들과 열심히 달렸습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47)가 5일(현지 시간) 삼엄한 테러 경계 속에서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한 뒤 “민간인 대상 테러가 더는 없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뉴욕시는 지난달 31일 로어맨해튼 지역에서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인 사이풀로 사이포프의 트럭 테러로 8명이 죽고 11명이 다치자 5만 명이 참가하는 뉴욕마라톤의 테러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경찰은 이날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브루클린, 퀸스를 거쳐 맨해튼 센트럴파크로 이어지는 42.195km의 마라톤 코스 주변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하고, 사복 경찰과 폭발물 탐지견 등을 투입했다. 그는 “지난주 테러가 발생해 마라톤대회가 취소되는 게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뉴욕마라톤에 처음 도전한 그는 “현역 때 인연이 없어 뉴욕에서 뛰지 못했다. 꼭 나가고 싶어 두 달간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2시간47분에 골인해 연령그룹(45∼49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날 남자 부문에서 케냐의 제프리 캄워러(24)가 2시간10분53초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는 “현역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성적이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2시간12분39초)을 땄고, 2000년 도쿄 마라톤에 출전해 2시간7분20초로 한국기록을 세웠다. 이봉주는 내년 1월까지 약 2주 간격으로 제주, 마카오, 대만, 일본 등의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 그는 “이 정도 페이스면 현역에 복귀해도 될 것 같다. 내년 동아마라톤에도 출전하고 싶다”며 웃었다. 한편 이날 뉴욕마라톤 여자 부문에서 섈레인 플래너건(36)이 2시간26분53초로 우승했다. 미국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1977년 이후 40년 만이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마을 주민이 360명에 불과한 미국 시골 마을의 평화로운 일요일이 비극의 날이 됐다. 5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서덜랜드스프링스의 교회에서 불명예 제대한 퇴역 군인이 총기를 난사해 26명이 숨졌다. 지난달 1일 라스베이거스 콘서트장 사건으로 58명이 사망한 데 이어 불과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총기사건으로 미국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아시아를 순방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한 악마의 행동(act of evil)”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예배가 시작된 일요일 오전 11시 20분. 경건한 분위기를 깨고 괴한이 예배당 안으로 들이닥쳤다. 검은 군복에 방탄조끼 차림의 20대 청년은 교회 앞에 차를 주차한 뒤 AR-15 소총의 한 종류인 AR-556을 난사하며 뛰어들었다. 탄창을 여러 번 갈아 끼우며 공격하던 괴한은 현장에서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달아났다. 이 사건으로 23명이 교회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2명은 교회 밖에서, 1명은 병원에서 숨졌다. 26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프랭크 포머로이 목사의 14세 딸도 현장에서 사망했다. 희생자 연령대가 5세부터 72세까지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과 뉴욕타임스(NYT)는 5일 벌어진 텍사스주 서덜랜드스프링스 제1침례교회의 참극을 이렇게 묘사했다. 대부분 주민이 농사를 짓거나 목장을 하는 소박한 마을마저 미국에서는 무차별 총격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아직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사회는 연이은 총기 난사 사건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NYT는 이번 사건으로 주민 7%가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2000년 인구통계조사에 따르면 서덜랜드스프링스의 주민은 360명, 로이터통신은 900명이라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이곳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뉴브라운펄스에 사는 데빈 패트릭 켈리(26)였다. 현지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뉴브라운펄스에 거주하던 용의자는 2014년 공군에서 불명예 제대했다. 앤 스테파넥 미 공군 홍보책임자는 “뉴멕시코 공군기지에서 근무하던 켈리가 부인과 아이들을 공격한 혐의로 2012년 군법회의에 회부돼 12개월 형을 받고 2014년 공군에서 불명예 전역했다”고 밝혔다. 차를 타고 인근 과달루페카운티로까지 달아난 켈리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 조니 랑겐도프 씨 등 주민 2명이 총을 쏘며 시속 150km로 추격전을 벌여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날 부모를 모두 잃은 스콧 홀콤비 씨(30)는 “너무 놀라 말문이 막힌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는 마음이 따뜻했고 설교를 좋아하는 좋은 분이셨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 전 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주민들의 모습이 유튜브에 공개돼 미국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서덜랜드스프링스를 관할하는 윌슨카운티의 조 태킷 보안관은 “이 작은 마을에선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던 일이 오늘 일어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제1침례교회’는 백인들이 주로 다니는 교회다. 군인 출신 백인이 일요일 예배 시간에 교회를 공격해 충격을 더했다. 경찰은 현재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조직과의 연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켈리가 왜 집에서 50km나 떨어진 이 교회까지 와서 총기를 난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총기 규제 여론이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 사용된 루거사의 ‘AR-15’류 소총은 총기 난사 사건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무기다. 미군이 사용하는 자동소총과 유사한 모델로, 민간인은 반자동 모델만 합법적으로 보유할 수 있다. 정당 500∼900달러에 팔린다. 1994년 시행된 연방 공격무기 금지법에 의해 규제를 받다가 2004년 이 규제가 폐지되면서 AR-15 모델의 판매가 급증했다. 켈리의 차 안에서는 또 다른 총기도 발견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3만8000명이 총기 사건으로 사망했다. 총기 사망자는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12명으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총기 자살이 60%로 가장 많았고, 총기 살인(36%), 의도치 않은 총기 사고나 경찰 등의 총기로 인한 사망(1.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방문국인 일본 도쿄에서 6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도중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우리는 힘을 합칠 때 강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원인은 ‘정신 이상’”이라며 총기 허가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까지 백악관과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김수연 기자}

3일(현지 시간) 시작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백악관이 한국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봉합한 ‘3노(NO) 원칙’과 관련해 “확정적(definitive)인 건 아니다”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사진)은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뉴스 등 5개 순방국 언론사 인터뷰에서 한중 사드 갈등 합의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 확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 장관이 언급한 사드 추가배치 계획 없고,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3NO’를 돌이킬 수 없는 최종 합의로 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인지 회의적”이라며 백악관의 불편한 시각도 드러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중국이 스스로를 방어한 한국을 말도 안 되게 벌주는 일을 더는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라고 한중 관계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사드 관련 ‘3NO’가 포함된 한중 관계 개선 합의문이 나온 것은 이번 아시아 순방의 변수로 꼽힌다. 한중 관계 개선이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지만, 3NO 합의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MD 등 한미일 공조 노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순방 외교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은 물론이고 독자 대북 제재를 요구할 것임을 암시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적 고립을 늘리도록 다른 나라에 요청하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국회 연단에 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한국도 대북 독자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에 대해 “북핵 위협에 맞서 어느 때보다 더욱 긴밀한 협력과 동맹이 필요할 뿐 아니라 북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고통받는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군사옵션에 대해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등 모두가 전쟁 없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며 외교적 해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 속에서 군사적 노력 가능성에 대해 대화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그 토픽이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앞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옵션으로 전체적인 북한 전략의 한 부분으로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남 암살을 거론하며 “공항에서 신경작용물질을 이용해서 친형을 살해하는 족벌 정권”이라며 “그것은 분명한 테러 행위로 북한이 여태껏 해온 일들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지정 여부에 대해선 “검토 중이며 조만간 더 많은 것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미 의회가 정한 재지정 여부 검토 시한은 2일까지였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3일(현지 시간) 시작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백악관이 한국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봉합한 ‘3노(NO) 원칙’과 관련해 “확정적(definitive)인 건 아니다”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뉴스 등 5개 순방국 언론사 인터뷰에서 한중 사드 갈등 합의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 확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 장관이 언급한 사드 추가배치 계획 없고,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3NO’를 돌이킬 수 없는 최종 합의로 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인지 회의적”이라며 백악관의 불편한 시각도 드러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중국이 스스로를 방어한 한국을 말도 안 되게 벌주는 일을 더는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라고 한중 관계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사드 관련 ‘3NO’가 포함된 한중 관계 개선 합의문이 나온 것은 이번 아시아 순방의 변수로 꼽힌다. 한중 관계 개선이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지만, 3NO 합의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MD 등 한미일 공조 노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순방 외교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은 물론이고 독자 대북 제재를 요구할 것임을 암시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적 고립을 늘리도록 다른 나라에 요청하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국회 연단에 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한국도 대북 독자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에 대해 “북핵 위협에 맞서 어느 때보다 더욱 긴밀한 협력과 동맹이 필요할 뿐 아니라 북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고통받는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서도 한국에 대북 독자 제재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군사옵션에 대해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등 모두가 전쟁 없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며 외교적 해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 속에서 군사적 노력 가능성에 대해 대화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그 토픽이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앞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옵션으로 전체적인 북한 전략의 한 부분으로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남 암살을 거론하며 “공항에서 신경작용물질을 이용해서 친형을 살해하는 족벌 정권”이라며 “그것은 분명한 테러 행위로 북한이 여태껏 해온 일들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지정 여부에 대해선 “검토 중이며 조만간 더 많은 것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미 의회가 정한 재지정 여부 검토 시한은 2일까지였다. 한편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2일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의 통로 역할을 한 단둥은행이 미국의 금융체계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3일 보도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고 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한 불법적인 수단으로부터 미국 금융체계를 더 잘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뉴욕의 심장부 맨해튼이 2001년 9·11테러 이후 최악의 차량 테러 공격을 받아 8명이 사망하는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핼러윈에 대형 테러 사건이 발생해 미국인들의 충격이 더 컸다. 뉴욕 경찰(NYPD)과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오후 3시 5분 우즈베키스탄 이민자인 사이풀로 사이포프(29·사진)가 몬 소형 트럭이 로어맨해튼 서남쪽 허드슨 강변의 자전거도로로 질주해 아르헨티나 관광객 5명 등 8명이 죽고 2명의 어린이 등 11명이 다쳤다. 범인은 이날 뉴저지주 홈디포에서 빌린 트럭을 몰고 약 1.1km, 14블록의 길을 질주하며 자전거 탄 관광객과 행인을 뒤에서 덮쳤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이후 트럭은 뉴욕 명문고로 꼽히는 스타이버선트고교 앞 사거리에서 록펠러 공원 방향으로 급하게 좌회전을 하다가 스쿨버스와 부딪히며 멈췄다. 스쿨버스에 탄 어른 2명과 학생 2명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차에서 내린 사이포프는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고 모조 총기 2정을 휘두르며 도로 위 운전자와 행인을 위협하다가 경찰이 쏜 총에 배를 맞고 붙잡혔다. 사건 현장에서 조깅을 하고 있던 톰 켄드릭 씨(36)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다친 사람과 부서진 자전거가 도로 옆 수풀 등에 쓰러져 있어 도와주려고 다가갔지만 피투성이에 의식이 없고 팔다리가 축 늘어져 있었다”며 “소름 끼치고 비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시의 고교 동창생들이 졸업 30주년을 맞아 9명이 뉴욕 여행을 왔다가 5명이 숨지는 변을 당했다. 벨기에 관광객도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뉴욕총영사관은 “한국 국적자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 주변에는 학교 3곳이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스타이버선트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기무라 히로 군(15)은 “매우 큰 자동차 충돌 소리가 난 뒤에 총격 소리를 들었다”며 “아이들이 우르르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총격에 놀란 일부 학생들은 핼러윈 복장을 한 채 2시간 동안 학교에 갇혀 공포에 떨었다. 사이포프가 체포된 현장은 9·11테러가 발생했던 ‘9·11 메모리얼’에서 800m 떨어진 번화가여서 뉴욕 시민들의 충격이 더 컸다. 트럭에서는 “이슬람국가(IS) 이름으로 공격했다. IS는 영원하다”는 아랍어 쪽지와 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주권자인 사이포프는 2010년 이민 와 플로리다주 탬파에 살다가 뉴저지 패터슨으로 옮겨 6개월 전부터 우버 운전사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현재까지의 정보로 볼 때 무고한 시민을 노린 비겁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광범위한 테러 모의 증거가 ‘외로운 늑대(lone wolf)’의 범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테러 동기와 배후 등을 조사 중이다. 이날 테러에도 맨해튼에선 5시간 후 1만여 명이 참가하는 핼러윈 퍼레이드가 예정대로 열렸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우리는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고 트위터에 “방금 국토안보부에 ‘극단적인 입국심사 프로그램’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글을 올렸다. 우즈베키스탄은 트럼프 대통령의 여행 금지 행정명령 대상 국가는 아니다. 원시적인 차량 테러 공격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009년 이후 세계에서 169건의 차량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했다. 지난해 프랑스 니스에선 차량 테러로 86명이 사망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지난달 31일 한중이 관계 개선 방침을 공동으로 발표한 이후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평창 올림픽 때까지 도발을 중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일 베이징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전날 중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한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이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북한과 접촉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평창 올림픽 때까지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한중이 상황 관리를 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남북 대화 통로가 끊겨 있어 중국을 통해 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중국 측이 북한에 언제 어떤 식으로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한국 측에 답했는지는 전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불거진 한중 갈등이 완화된 것을 환영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과 중국이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북한 위협과 역내 및 세계적 불안정에 좋은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사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며 “(사드는) 한미 동맹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공격을 위한 게 아니라 방어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인식 변화를 묻는 질문에 “중국은 북한을 ‘가시(thorn)’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도 일단 환영했지만 한중 관계 개선의 조건처럼 내걸린 3개 항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직전의 합의에서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엿보인다”며 “중국이 미국 일본으로부터 대북 강경노선을 압박받는 가운데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문재인 정권과 힘을 합해 대응하려 할 것”이라는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또 중한 관계 개선은 중일 관계에도 영향을 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중이 교류 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은 평창 올림픽과 춘제(春節·중국의 설)가 있는 내년 2월 본격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씨트립’, ‘투뉴’ 등 중국 대형 여행사들은 춘제에 맞춰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 뉴욕=박용 특파원}

“캬하∼, 좋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주 북쪽 부어스트버로의 ‘두메산골 김씨농장’. 야외 테이블을 차지한 손님 윤준석 씨(뉴욕 브루클린 거주)가 동료들과 막걸리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윤 씨는 “뉴욕에서 만들어서 그런지 신선하다”고 말했다. 영락없는 한국의 단풍 나들이 풍경이었다. 농장주인 고희영 씨는 3년의 도전 끝에 2012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막걸리 생산 허가를 따냈다. 고 씨는 “미국 주류 허가 기준에 막걸리가 없어 ‘라이스 와인’이라는 항목으로 간신히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에서 채취한 더덕을 넣은 ‘뉴욕 생막걸리’를 농장의 양조장에서 5년째 빚고 있다.○ ‘미국 소주’ ‘미국 막걸리’ 붐 최근 미국에서 한국 음식과 반찬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막걸리와 소주를 직접 빚는 술도가가 늘고 있다. 막걸리만 해도 국순당 등 한국 주류회사가 수출하는 제품 외에 뉴욕 생막걸리, 기린스테이크하우스 막걸리(시애틀) 등이 있다. 소주는 11일 뉴욕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 행사에 참석한 미국 영화배우 조너선 베넷이 ‘소주 봄(bomb·소주 폭탄주)’을 외칠 정도로 꽤 대중화됐다. ‘미국 소주’ 술도가도 늘고 있다. 28일 뉴욕 브루클린의 밴 브런트 양조장. 입구부터 달짝지근한 술 익는 냄새가 풍겨 왔다. 컴컴한 양조장에서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 브랜던 힐 씨가 구릿빛 증류기에서 투명한 술을 뽑아내고 있었다. 80도의 소주 원액이었다. 냄새만 맡았을 뿐인데도 술기운이 확 올라왔다. 힐 씨는 하와이대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2011년 토끼해에 한국에서 소주 빚는 법을 배웠다. 한국의 전통소주 제조 기법에 미국의 양조 과학을 응용해 브루클린 양조장에서 지난해 ‘토끼 소주’를 선보였다. 힐 씨는 “설탕이나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고 한국의 밀밭에서 배양해 가져온 누룩과 브루클린의 효모, 캘리포니아산 유기농 찹쌀로 만든다”며 “한국 전통소주의 참맛을 미국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수입된 녹색병의 일반 소주가 병당 3달러 안팎이지만 23도, 40도 두 종류의 토끼 소주는 30∼40달러에 팔린다. 힐 씨는 “올해 오미자 소주를 개발했고 내년에는 감잎차를 이용한 소주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언젠가 생산과 보관이 까다로운 막걸리 제조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안주문화 타고 사케에 도전장 뉴욕에는 토끼 소주 외에 한국계 변호사인 캐럴라인 김 씨가 만든 ‘여보 소주’도 고급 식당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브루클린에서 한식당 ‘인사’를 운영하고 있는 셰프 신용섭 씨는 “천연 재료를 쓴 순수한 소주는 새로운 시장이어서 미국인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소주와 한국 음식의 품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주와 막걸리의 현지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힐 씨가 혼자 만드는 토끼 소주의 생산량은 한 달에 400∼500병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 사케는 고령화로 국내 소비가 급감하고 양조장이 전성기의 3분의 1로 줄자 해외에서 활로를 찾았다. 최근 10년간 사케의 해외 수출은 갑절로 늘었다. 힐 씨는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미국인에게 여럿이 함께 술을 마시며 음식과 경험을 나누는 한국의 안주문화가 매우 매력적”이라며 “스시 인기를 타고 사케가 성공한 것처럼 한국 술도 안주문화를 타고 미국시장에 뿌리내렸으면 한다”고 기대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미국의 주요 한국 술도가△막걸리: 김씨농장 ‘뉴욕 생막걸리’(뉴욕), 기린스테이크하우스 막걸리(시애틀), 슬로시티 막걸리(시카고·생산 중단)△소주: 브랜던 힐의 ‘토끼 소주’(뉴욕), 캐럴라인 김의 ‘여보 소주’(뉴욕)}

지난여름 복날 미국 뉴욕 맨해튼 번화가인 파크 애비뉴 한국 영사관 앞에서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한국의 개고기 유통을 멈춰 달라”며 끔찍한 사진이 실린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건물 앞에 나타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2018년 평창 올림픽 보이콧” 등을 주장하는 개고기 반대 전단지를 나눠 줬다. 영사관 직원들은 “매년 복날이 되면 반복되는 일”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한국의 개고기 유통을 고발하는 ‘한국개()’ 홈페이지까지 운영하고 있다. 몇 년 전엔 한국에서 식용으로 팔려갈 뻔한 개가 구출돼 미국으로 입양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구출된 슬픈 눈의 누렁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항구에 도착하는 장면은 미국 지상파 뉴스의 전파를 탔다. 누렁이의 ‘아메리칸 드림’을 보고 한국의 수많은 식용견들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은 개에게 천당과 지옥이 공존하는 곳이다. 복날을 위해 비참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식용견이 있는가 하면, 전용 미용실을 다니며 유기농 사료로 호의호식하는 애완견의 삶이 공존한다. 하지만 동물로서 개의 습성을 배려하지 못하면 개에겐 천국도 지옥처럼 느껴질 것이다. 미국에선 7000만 마리의 개가 3억2000만 명과 공존하며 살아간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만난 한 ‘도그 워커(개 산책시키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는 개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족처럼 대하면 된다.” 공원에는 많은 개들이 주인과 함께 산책하고 있었지만, 목줄 없는 개는 볼 수 없었다. 다른 사람과 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이긴 하지만, 그게 가족과 같은 자신의 개를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걸 주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개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크고 작은 약속이 많다. 목줄이나 배변 봉투는 기본이고, 공공장소엔 개가 들어갈 수 있는 곳과 시간이 정해져 있다. 아파트 같은 거주 공간은 애완동물에 대한 규정이 있다. 개를 키울 수 없는 곳, 고양이는 허용이 되는 곳, 애완동물은 아예 키울 수 없는 곳 등 사정도 제각각이다. 개도 가족의 일원이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려면 얼마의 돈을 내야 하는 아파트도 있다. 일종의 ‘개 월세’를 받는 셈이다. 개는 개다. 개에게 물리거나 떠밀려 넘어지는 사고, 다른 개를 무는 사고에 대한 책임은 주인에게 철저히 묻는다. 뉴욕에는 개 물림 사고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변호사도 있다. 제도가 마련돼 있고 주인들이 조심해도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미국에서 연간 450만 건 발생한다. 개와 공존하기 위한 준비가 덜 된 한국은 오죽할까. 한국은 인구 밀도가 세계적으로 높다. 도시화도 90% 이상 진척돼 있다. 가족 수가 줄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은 빠르게 늘고 있다. 사람과 개의 거리가 점점 좁아지고, 개와 사람이 부닥칠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밑도 끝도 없는 착각은 주인과 이웃은 물론이고 가족과 같은 개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세상이 위험한 것은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방관하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다.”(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한국개 사이트는 식용견 금지를 촉구하며 이 글을 인용해 놨다. 최근 한국의 ‘무는 개 논란’에 빗대 살짝 바꾸면 ‘개가 위험한 것은 방관하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 아닐까. 한국의 개들에게 또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사진)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선다. 망명 후 첫 해외 일정으로 북한 핵개발과 미사일 자금줄 차단에 나선 미 의회를 선택한 것이다. 에드 로이스 미국 외교위원회 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은 다음 달 1일(현지 시간) 태 전 공사가 참석한 가운데 ‘내부자가 본 북한 정권(An Insider’s Look at the North Korean Regime)’을 주제로 청문회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망명한 태 전 공사가 미국 여행은 물론이고 언론에 공개되는 대외 활동에 나서는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북한 해외 공관의 외화벌이 실태와 제재 회피 수법 등을 잘 알고 있는 그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 자금줄 차단에 나선 미 의회의 입법 활동에 힘을 보태고,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