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노다지 미국에 ‘코리안 油井’ 108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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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리머스 오클라호마 광구 르포

《 8일(현지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필드카운티. 풀을 뜯는 소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대형 풍력발전기 사이로 40m 높이의 원유 시추탑과 방아 찧듯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10m 정도 되는 로봇 팔 모양의 ‘펌핑 유닛’이 번갈아 나타났다. 셰일가스와 원유를 채취하는 시설들이다. 안형진 SK플리머스 부장은 “한국 기업 최초로 2014년 미국 현지에서 셰일가스광구를 인수해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108개 유정이 우리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9월 시추한 ‘허버트-5-3H’ 광구. ‘윙윙’ 소리를 내는 발전기가 전기 펌프를 돌려 하루 250배럴의 원유를 지하에서 뽑아내고 있었다. 지하 1.6km 셰일 지층을 가로질러 ‘L자’ 모양의 파이프를 박고(수평 시추공법), 고압의 물줄기를 분사해 지층에 균열을 낸 뒤(수압 파쇄공법), 펌프를 이용해 지층 틈 속의 가스와 원유를 끌어올리는 식이다. 가스와 원유가 올라오는 철제 펌프 파이프에선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
 

땅밑 1.6km 뚫은 ‘펌핑 유닛’ 8일(현지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필드카운티의 SK플리머스 
셰일가스 광구 ‘K-2-8WH’의 모습. 미국은 광물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땅 주인은 지상 임대료 외에 지하자원 생산량의 8% 
안팎의 로열티를 받는다. K는 땅주인 이름의 이니셜이다. 오클라호마(헌터)=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땅밑 1.6km 뚫은 ‘펌핑 유닛’ 8일(현지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필드카운티의 SK플리머스 셰일가스 광구 ‘K-2-8WH’의 모습. 미국은 광물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땅 주인은 지상 임대료 외에 지하자원 생산량의 8% 안팎의 로열티를 받는다. K는 땅주인 이름의 이니셜이다. 오클라호마(헌터)=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SK플리머스는 서울 면적의 약 28%인 170km² 광구에 108개 유정을 뚫어 하루 2700배럴의 셰일가스와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SK가 직접 뚫은 유정은 40여 개. 유가 하락세를 반영해 올해는 7개만 개발했다. 켄 에드워즈 현장소장은 “유가가 많이 떨어지면 생산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는 일반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는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셰일가스 개발 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안 부장은 “트럭, 물, 모래 등 셰일가스 시추 설비와 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나 오일은 탐사가 비교적 쉽고 시추 기간이 20∼30일에 불과하지만 생산비는 중동산 원유 시추 비용의 약 10배(300만 달러)가 든다. 탐사가 아닌 생산성에서 승부가 갈리는 셈이다.

○ 미국, 60년 만에 천연가스 수출국 전환

셰일가스 개발은 천연가스 순수입국이었던 미국을 수출국으로 바꿔 놓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내년에 천연가스 순수출국으로 전환된다.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곳이 텍사스주 휴스턴 남쪽 멕시코만의 프리포트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이다. 7일 방문한 이곳에선 440만 t 규모의 천연가스 액화시설 3기가 건설되고 있었다. 이 터미널은 원래 LNG 수입을 위해 추진됐는데, 2008년 셰일가스 붐을 타고 수출기지로 전환됐다. 미국에는 모두 4곳의 LNG 수출기지가 있다. 마이클 스미스 프리포트LNG개발 회장은 “미국이 셰일가스를 수출해 에너지 독립의 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포트 터미널은 약 4조∼6조 원의 경제적 효과와 4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연간 천연가스 수입량(약 3600만 t)에 맞먹는 매장량을 보유한 오클라호마에 셰일가스 광구 지분을 확보한 SK E&S도 이곳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임시종 SK E&S 미주본부장은 “일본 도시바와 함께 이곳의 액화시설 1기를 확보해 2019년부터 연간 220만 t의 미국산 LNG를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 미국 찍고, 중국 시장 진출

미국산 LNG는 유럽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폴란드에 이어 리투아니아도 미국산 LNG 수입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LNG 외교’를 통해 미국산 LNG 수출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가스 소비를 늘리고 있는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국 중국도 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가스 소비량은 2022년까지 연평균 8.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동수 SK이노베이션 E&P 대표는 “미국에서 경험을 쌓아 2021년 이후엔 중국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LNG는 중동산과 달리 유가가 아닌 미국 현지 가격에 연동되는 데다 ‘도착지 제한’(계약 지역에서만 사용)이나 ‘의무인수’(소비량에 상관없이 계약 물량 인수)와 같은 구매자에게 불리한 계약 관행도 없다. 중동과 동남아산이 71%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LNG 수입처를 미국으로 다변화할 경우 대미 통상 마찰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일본은 연간 LNG 수입량의 20% 정도를 미국산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미국산 LNG 값은 중동산의 반값이지만, 장거리 운송비가 붙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업계에선 원유 수입처 다변화를 위한 운임 지원 제도와 같은 대책이 거론된다.

오클라호마(헌터)·텍사스(프리포트)=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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