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8일 오전 8시 반경 서울 마포구에 있는 A초등학교 앞. 학교 주변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돼 있지만, 인근 시장을 드나드는 트럭 여러 대가 학교와 맞닿은 좁은 도로를 빠른 속도로 지나다녔다. 일부 구간은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따로 없어 등교하는 아이들이 차량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이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모 씨(36)는 “안 그래도 도로가 좁은데 거칠게 운전하는 차들이 많아 항상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25일은 일명 ‘민식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 1주년을 맞는 날이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군(당시 9세)을 계기로 스쿨존 교통사고 처벌 기준을 강화한 해당 법이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교통안전 강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서울시는 이달 2일부터 19일까지 시·구·경찰합동단속반 250명을 투입해 스쿨존 집중 단속을 진행했다. 동아일보가 합동단속반과 동행해 둘러본 현장은 스쿨존에서 속도를 낮추는 차량들도 상당했지만,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았다. 특히 불법 주정차와 차도·인도 구분은 시급해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서울의 B초교 스쿨존 역시 무단으로 세워진 차량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단속반은 스쿨존에 주차한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차량을 모두 견인 조치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집중 단속 기간에만 스쿨존 주정차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1만3077건에 이른다”며 “스쿨존은 무조건 주정차가 불법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맘 편히 걸어 다닐 수 있는 ‘안전한 인도 확보’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19일 서대문구에 있는 C초교 앞 도로는 폭이 좁은데도 양방향으로 차량 통행이 가능했다. 이러다보니 서로 피해가려는 차들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 쪽까지 수시로 침범했다. 해당 도로는 스쿨존을 알리는 빨간색 페인트가 선명하게 칠해져 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인근에 있는 D초교 스쿨존은 인도가 아예 구분돼 있지도 않고, 스쿨존 노면 표시도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흐릿했다.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통학로 안전지수’를 개발한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전공대학원 교수는 “스쿨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인도 확보”라며 “보차혼용도로라면 인도를 구분할 구 있는 경계석이라도 설치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서울대가 2031년까지 학과 중심 교육과정을 통합 교육과정으로 전면 개편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도록 ‘다(多)전공’에 제한을 두는 제도도 없앨 방침이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평생 직업을 서너 번은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며 “학생들이 이 같은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Inno-Edu 2031’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10년에 걸쳐 매년 10% 남짓한 학과의 교육과정을 개편할 예정이다. 2031년이면 모든 학과의 커리큘럼이 전면 리뉴얼된다. ‘학생설계전공’을 활성화하기 위해 복수전공, 부전공, 연합전공의 선택에 대한 제도적 제한이 사라져 선택 폭이 크게 넓어진다. 서울대는 이르면 4월부터 자연과학계열 실험실 대학원생 등 1800여 명을 상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시험 도입하기로 했다. 오 총장은 “실험과 실습이 필수적인 자연과학계열 대학원생을 시작으로 노하우가 쌓이면 예체능과 공과대, 소규모 세미나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대학의 근본적인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인터넷 강의로 지식 전달은 가능했지만 대학은 사회적인 교류도 중요하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68)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캠퍼스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9년 2월 총장직에 취임한 오 총장은 취임사에서 “서울대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했다. 18일 서울대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융합’과 ‘창의’, 그리고 ‘독창성’을 강조했다.》 ―4년 임기 중 절반이 지났다. “제가 취임하기 전에 서울대가 비정상적인 상태였다. 첫해엔 정상화를 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였고, 정상적으로 학교가 운영돼 뭐 좀 하려고 했더니 코로나 사태로 정신없었다.” ―코로나19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시험 도입한다고 들었다. “지난해에는 워낙 갑작스러워 학내에서 감염이 발생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1년이 지나고 나니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됐다. 대학은 사회적인 교류도 중요하다. 학생들이 모여서 토론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올해는 방역 지침을 지켜가면서 그런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4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전문 의료진이 면봉으로 코 안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은 같다. 하지만 신속 분자진단 검사 방식은 일반 검사와 달리 1, 2시간 내로 현장에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험실을 써야 할 때 2시간 일찍 학내 임시 검사소에 와서 검사를 받고, 음성이면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신속 진단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 공고도 냈다. 관악구 보건소,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을 파견 받는다. 국내 대학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검사의 정확성은 검증됐나.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이미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코로 하는 기존 검사 방식은 전문 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해 하루에 채취할 수 있는 검체의 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타액(침)을 통한 검사는 분석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질병청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타액 검사, 셀프 검체 채취도 허용하고 있다. 서울대는 기존 검사와 함께 타액 검사를 실시해 관련 데이터를 질병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언제쯤 대면 강의가 가능할까. “시험 도입은 현장 실험 실습이 필수적인 자연과학계열 대학원생 및 교직원 1800여 명이 대상이다. 검사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이면 예체능, 공과대, 15인 이하 토론 수업 등 소규모 세미나로 확대할 생각이다. 2학기에는 대면 강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검체 채취 및 검사가 얼마나 쉬워지느냐에 따라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다른 대학, 초중등학교까지 확대되면 좋겠다.” ―서울대가 질적으로 탁월한 연구가 부족하다며 근본적이고 독창적인 연구를 강조했다. “서울대 하면 딱 기억나는 연구 분야가 없다. 그런 논문을 쓰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남이 안 하는 분야를 해야 한다. 그래서 교수 평가에서도 논문 개수보다 질적인 면을 따진다. 최장 3년까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특별연구년제’를 이번 달부터 시범 시행 중이다. 6년에 1년씩 주는 안식년을 발전시킨 것으로 교수들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독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학생 교육에 있어서 융합을 강조해 왔다. “앞으로 전공 하나로 졸업해서 평생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직업을 서너 번은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 서울대는 학과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통합적 교육과정으로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Inno-Edu 2031’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10% 내외 학과의 교육과정을 개편해 2031년까지 전(全) 학과 커리큘럼을 리뉴얼할 것이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전공을 설계하도록 지원하는 ‘학생 설계 전공’과 융합교육 활성화를 위해 복수전공, 부전공, 연합전공 선택이 자유롭도록 제도적 제한을 없애고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언제든 수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해서 추진할 부분이다.” ―입시제도에서 정시 확대에 부정적 입장이었는데…. “지금 수능은 문제를 틀리지 않게 훈련시키는 것에 그친다. 몇 개의 ‘킬러 문제’로 변별력을 주고 있다. 정시를 아예 없앨 순 없겠지만 전체 입학 정원의 40% 정도가 최대치라고 생각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공정성 시비 논란도 있다. “학종이 공정성에 시비 논란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종은 학생이 관심 분야를 탐구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반면 정시는 결과만을 반영한다. 결과만 보면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안 듣고 학원에서 공부한다. 결과적으로 교실이 망가진다. 2023년도 정시에 내신을 ‘교과평가’로 반영하는 것도 이를 막기 위해서다. 학생이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지 않게 하자는 취지다.” ―올해가 법인화 10주년이다. 서울대의 장기발전 계획은…. “법인화 취지 중에는 서울대가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재정적 자립을 하라는 것도 있다. 서울대 1년 예산이 연구비를 제외하면 약 8000억 원 수준이다. 세계적인 대학이 되려면 재정 규모가 두 배는 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이나 등록금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올해 ‘SNU홀딩스’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지주회사를 통해 벤처기업 창업을 돕고 대가로 기업 주식을 받는다. 회사가 커서 상장하면 주식이나 로열티 등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구조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실리콘밸리, 중국 칭화대의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을 모델로 삼았다.” ―지역 상생모델로 ‘관악S밸리’ 사업을 추진 중인데…. “학교 인근인 대학동, 낙성대동 일대를 창업 생태계로 활성화하고 벤처 창업도시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미 대학동에 창업공간을 마련했다. 문화관을 리모델링해 서울대 구성원만 쓰는 공간이 아닌 관악구민, 나아가 서울시민들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이번 학기부터 신임 교수 연구정착금을 실험과 실습 분야 1억 원(기존 4000만 원), 이론 분야 5000만 원(기존 3000만 원)으로 확대했다. 이전에는 막 부임한 젊은 교수들이 샘솟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구를 하려고 해도 실험 장비 갖추는 데만 수년을 허비했다. 노벨상이 아이디어는 20, 30대에 나와서 10년 넘게 연구를 하고, 20년 동안 다른 학자들이 검증을 해서 60대 넘어 받는 게 대부분이다. 그만큼 젊을 때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젊은 교수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68)△서울대 물리학과 졸업△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한국연구재단 이사장△기초과학연구원 초대 원장△제20대 국회의원(2016년 5월∼2018년 10월)△제27대 서울대 총장(2019년 2월∼)정리=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서울시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내렸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이틀 만에 철회했다. 서울시는 외국인 근로자 대상 코로나19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검사 권고로 변경한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외국인 근로자 진단검사 명령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올 1~3월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며 지역사회 내 감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17일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시의 행정명령을 두고 각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사이언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는 18일 “불공정하고 과하며 효과적이지 않다”고 비판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다음날 오전 인권위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명의로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정책은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 신속하게 차별과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외국인 교수 등이 100여 명 있는 서울대도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집단감염 발병의 근본 원인은 밀집 밀접 밀폐로 감염에 취약한 노동 조건과 열악한 주거환경이지 근로자의 국적에 있지 않다”는 의견서를 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되는 ‘3밀(밀접 밀집 밀폐)’ 고위험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이달 31일까지 진단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같은 사업장에 고용된 한국인에게도 같은 권고가 내려졌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서울시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각계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외국인 교수 등이 100여 명 있는 서울대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는 18일 대사관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메시지에서 “영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서울시에 이런 조치가 불공정하고 과하며 효과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며 “인권위에도 해당 문제를 긴급사안으로 제기했다”고 밝혔다. 스미스 대사는 다만 “(국내에 있는) 영국 국민들은 검사를 거부할 경우 상당한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니 일단 검사명령을 따를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서울대도 서울시의 행정명령을 ‘명백한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이러한 취지에서 의견서를 이르면 19일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대 측은 “외국인을 내국인과 명확하게 차별하는 조치”라며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2019년 기준 전임교원 가운데 105명이 외국 국적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국내 체류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국적 기준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해 외국인 교원들의 반발이 거세다”며 “법적 강제력을 가진 가처분 신청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17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31일까지 2주간 시행한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을 어기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8일 “외국인 근로자들은 함께 밀접하게 활동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올 1∼3월 확진자 중 외국인 비율이 지난해 말보다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며 “지역사회 내 감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태 oldsport@donga.com·이청아 기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준용 DL(옛 대림산업) 명예회장(83)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20억 원을 기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기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복지 사각지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웃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이 회장은 2019년 사랑의열매에 10억 원을 기부하며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와 폭우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총 20억 원을 전달했다. 이 회장이 그동안 사랑의열매에 기부한 금액은 70억 원이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본명 정윤호·35·사진)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 따른 영업 제한 시간을 넘긴 자정까지 음식점에 머물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유노윤호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노윤호는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음식점에서 지인 3명과 자정까지 함께 있다 경찰에 적발됐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15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에 한해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서울 지역 음식점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한 상태였다. 현행 거리 두기는 이달 14일까지 계속된다. 유노윤호는 평소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구설수가 없었던 터라 누리꾼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유노윤호라서 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난이 일자 동방신기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9일 공식 입장을 내고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유노윤호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많은 분께 실망을 드린 점을 깊이 자책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성균관 ‘문묘’(보물 제 141호)의 동삼문에 사다리차가 떨어져 지붕 일부가 파손됐다. 8일 문화재청과 종로구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0분경 문묘와 대성전 주변 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위해 사다리차를 크레인으로 옮기던 중 크레인 바가 끊어지면서 차량이 기와 지붕 위에 떨어졌다. 파손된 지붕은 문묘의 동쪽 건물인 ‘동무’ 옆에 있는 ‘동삼문’ 지붕으로 알려졌다. 문묘는 유교의 성인인 공자와 선현들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유학 교육을 맡아 왔으며 건축사 연구의 중요한 사료로 꼽힌다. 동삼문은 조선시대 임금이 제례의식에 참석하기 위해 문묘를 출입할 때 사용하던 문이다. 김동목 성균관 전례위원장은 “문묘는 공자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사당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국가유산”이라고 말했다. 종로구는 해마다 3월경 문묘 주변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묘의 좁은 문으로 사다리차가 들어갈 수 없어 크레인으로 사다리차를 들어 담장 너머로 옮긴 후 작업을 해왔다. 종로구 관계자는 “소방당국의 조치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지붕 위로 떨어진 차량을 수습한 뒤 파손 정도를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서울대 교수가 자신이 집필·번역한 책 여러 권을 강의 ‘필수 교재’로 지정하자 학생들이 “구매 강요”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의 특징이 드러나는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5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울대 게시판에는 “이번 학기 교육학개론 주 교재 6권 중 5권이 교수님이 직접 집필하거나 번역한 책이다. 책을 안 사면 풀 수도 없는 오픈북 퀴즈를 매주 내면서 ‘책을 사라고 강매한 적은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수업은 이 대학 교육학과 A 교수가 진행하는 ‘교육학개론’이다. A 교수는 “교재 구입이 필수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학생들은 “교수가 매주 교재를 읽고 ‘쪽글’을 제출하게 하는가 하면 불시에 오픈북 시험을 보겠다고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교육학개론은 사범대 학생이 교직 이수와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다. 이번 교육학개론 강의는 단 2개로 학생들은 “수강신청 자체가 어려워 선택권이 없다”고 호소한다. 교육학개론 강의계획서에 따르면 A 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책 1권과 번역한 4권 등을 포함해 책 6권을 주 교재로 지정했다. A 교수가 집필·번역한 5권 가격을 합하면 9만500원으로 수업 정원은 100명이다. 학생들은 A 교수의 요구가 “교수의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A 교수가 2019년 9월 더불어민주당이 대학 입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발족시킨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일부 학생은 “민주당 교육공정성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하신 분인데 교재 10만 원어치를 살 돈이 없는 학생들은 제대로 학점을 받지 못하는 게 공정한 교육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A 교수는 학생들의 반발에 주 교재를 6권에서 3권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업 관련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교, 학생들과 해결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대 교수는 “MZ세대는 절차의 합리성을 중시하는 세대로 ‘이 책이 왜 필요한지, 어떤 취지에서 읽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며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이 극심해지며 학생들이 평가 과정에 훨씬 예민해졌다”고 전했다. 최근 대학가에선 공정성 이슈를 놓고 MZ세대가 반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연세대 학생들이 학점 포기 관련 학칙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진행된 비대면 시험에서 오픈북 시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이 책을 펴보는 등 부정행위를 한 게 발단이 됐다. 학생들은 이 수업 수강을 철회하려 했으나 ‘재수강 3회 제한’ 조항이 정당한 선택을 가로막고 있다며 학칙 개정을 요구한 것이다. 같은 달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 문제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모의시험 해설 자료와 유사하게 출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공론화한 것도 MZ세대다. 이른바 ‘복붙(복사해 붙여넣기) 시험’ 논란에 법무부가 전원 만점 처리를 해결책으로 내놓으며 반발은 더 거셌다. 수험생들은 “문제 유출로 인한 불공정을 해소하겠다며 또 다른 불공정을 자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촛불집회로 부당하고 올바르지 않다고 느낀 현실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 바꾼 경험이 있다. ‘참여를 통해 공정성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체득했기 때문에 공정성 이슈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이지윤·이소연 기자}

SBS 현직 아나운서인 김윤상 씨(33·사진)가 새벽에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한 건물 주차장 벽을 들이받았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4일 오전 3시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김 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술에 취해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가 건물 주차장 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벽에 설치된 소화전이 파손됐다. 조사 결과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의 요구에 따라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채혈 검사 분석을 의뢰했다”며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한 상태며, 출석 일정이 조율되는 대로 김 씨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2015년 SBS에 입사한 김 씨는 ‘SBS 8시 뉴스’에서 평일 스포츠뉴스 진행을 맡아왔다. SBS는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김 씨는 진행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으며, 차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떤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썼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서울 도심에서 어린아이들이 타고 있는 승용차 뒷좌석에 벽돌을 던지고 달아난 오토바이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으나 차 유리창이 크게 부서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3일 오후 7시 17분경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 사거리 인근 2차선 도로에서 차량에 벽돌을 던지고 달아난 혐의(특수재물손괴)로 30대 후반 오토바이 운전자 A 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피해를 입은 승용차 운전자 B 씨는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호 대기하던 중 ‘퍽’ 소리가 나서 처음엔 누가 차를 들이받은 줄 알았다. 뒤돌아보니 뒷좌석 유리창이 깨져 있었다.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급히 사라지는 모습이 모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B 씨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사건 직전에) 한 오토바이가 무리하게 앞으로 끼어들어 경적을 짧게 울렸다. (나중에)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인근 공사장에서 벽돌을 집어 들고 따라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며 “뒷자리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놀라서 울고불고 정신이 없었다. 차량이 파손된 것보다 만약 아이들이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겠느냐”고 분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A 씨를 특정해 4일 오전 11시 23분경 강남구에서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10개월밖에 안 된 어린 애기가 그 추운 날 쫄쫄 굶으며 차에 갇혀 있다고 하니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걱정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집으로 오라고 했지.” 강원 양양군 서면 공수전리에서 이장을 맡고 있는 박용관 씨(61)는 1일 폭설 대란이 벌어졌던 날을 떠올리며 “애가 아프다는데 살려야겠단 생각밖에 없었다”고 떠올렸다. 당일 박 이장이 사는 자두마을도 오전부터 눈이 쏟아져 도로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인근 도로에선 모든 차가 멈춰선 상황이라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이들을 도우러 나섰다. “급한 대로 차들은 도로변으로 옮기고, 차에 있던 열댓 명은 마을회관과 초등학교로 대피시켰지. 근데 9시쯤 파출소에서 전화가 옵디다. 애기 상태가 안 좋다는 거예요. 어쩌겠어, 살리고 봐야지. 마을회관까지 아이 부모가 역주행을 해서 겨우 오고, 내가 삽으로 길을 내면서 집에 데려왔어요. 데운 우유를 먹이니 그제야 혈색이 돌아오더군요. 어디 보내기도 그래서 우리 집에서 부모랑 아이를 하룻밤 재웠지. 다음 날 서울에 잘 도착했다며 연신 ‘고맙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1일 폭설 대란으로 혼란이 벌어진 강원도는 길에서 고립된 시민들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네 이웃들은 주변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눈 폭탄이 쏟아지는데도 밖으로 나가 처음 보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속초에서 활동하는 한 ‘자율방재단’도 1일 큰 공을 세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오후부터 현장에 나가 깊은 밤까지 눈을 치웠다. 최윤선 부단장(51)은 이날 방재단의 1t 트럭 앞에 ‘제설 삽날’을 달고 교동과 노학동 등 곳곳을 누볐다. 제설 삽날은 눈을 길가로 밀어낼 수 있는 장비로, 제설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좁은 도로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2, 3일에는 단원 80여 명과 함께 삽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고 한다. 최 부단장은 “우리 단원은 모두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지역 소상공인, 은퇴자들로 구성돼 있다”며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돕는 건 같은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일 뿐이다”라며 겸양했다. 소셜미디어에도 폭설로 고난에 처한 시민들을 도운 ‘숨은 영웅들’의 사연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20, 3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경기 화성에서 속초까지 8시간이 걸렸는데 눈길에 차바퀴가 헛돌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렀다”며 “그런데 지나가던 시민들이 차를 세우고 내리더니 같이 뒤에서 도로변으로 차를 밀어줬다. 너무 감사한 분들”이라고 글을 올렸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유채연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편의점에 갔더니 정말 100명 넘게 바글바글했어요. 너무 배고팠는데 겨우 커피와 초콜릿만 간신히 사왔어요.” 1일 오후 9시 반경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서울 방향 내린천휴게소에 당도했던 김은정 씨(43·여)는 당시 상황을 “재난영화”에 비유했다. 그는 속초 톨게이트에서 약 58km 떨어진 휴게소까지 가는 데 무려 8시간이 걸렸다. 몇 시간씩 차에 갇혀 있던 시민들은 이미 다른 음식점 등은 문을 닫아 편의점에서 요기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좁은 곳에 너무 많이 몰려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걱정도 들었다”며 “딸아이가 너무 힘들고 배고파해서 어쩔 수 없이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 먹을 걸 샀다”고 했다.○ “4시간 동안 제설차 1대도 못 봐” 강원 지역에 1일 오전부터 내리던 진눈깨비가 눈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간은 오후 1시 반경이었다. 시간당 3cm의 눈이 쏟아지며 1일 서울∼양양과 동해, 영동고속도로 등은 순식간에 마비돼 버렸다. 한국도로공사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고속도로 주요 구간에 제설제를 살포했지만, 쏟아지는 눈이 쌓이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후 들어 눈발이 거세진 것을 확인한 도로공사는 눈을 밀어낼 수 있는 제설차 166대를 본격적으로 투입했다. 하지만 이미 고속도로 위는 서울로 향하는 귀경 차량으로 가득 차버려 현장으로 이동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1월 6일 수도권에서 퇴근시간대에 폭설이 내려 제설차가 주요 도로에 투입되지 못했던 상황과 똑같았다. 실제로 동해시에서 출발해 양양 방향으로 가던 이문환 씨(33)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동해고속도로에서 제설차는 1대도 보지 못했다”며 “운전자가 눈길 위에 버리고 간 차량을 정리하는 인력도 없어 도로 위는 아수라장 상태였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이에 대해 “투입 가능한 제설차를 모두 동원해 고속도로 내 구간별로 분산시켜 운영했으나, 일부 장비가 정체 구간에 갇혀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제설 차량과 인력이 보이지 않자 일부 시민들은 직접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바퀴가 눈에 파묻혀 움직이지 못하는 차들을 주변 운전자들과 함께 밀어 이동시켰다고 한다. 몇몇 시민들은 직접 눈을 치워 이동로를 만드는 사례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양양군에서 경기 수원으로 출발했던 김승연 씨(51)는 오후 5시경 한계령 인근을 지나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쓰러져 통행을 방해하는 것을 보고 직접 톱으로 잘라내기도 했다. “마침 차량에 톱이 있어서 동행한 지인 2명과 나뭇가지를 손으로 부러뜨리고 톱질을 하면서 도로를 막은 나무 4그루를 치웠어요. 주변에 제설 인력이 보이지 않아서 직접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등교, 출근 늦어 망연자실” 2일 초중고교가 개학했지만 강원 지역 폭설로 도로에서 고립되며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 출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양양군에서 1일 오후 3시경 초등학생 자녀 2명과 서울로 출발한 길모 씨(41·여)는 국도를 경유해 2일 오전 9시 반경에야 집에 도착했다. 귀가하는 데 무려 18시간 30분이 걸렸다. 결국 길 씨의 아이들은 개학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계속 차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바로 보낼 수가 없었어요. 오전 11시쯤 간신히 학교에 갔습니다.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날에 아이들이 너무 고생을 한 거죠. 저 역시 오후에 간신히 출근했어요.” 강원 지역에선 도로 제설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2일 강원 지역의 온라인 커뮤니티 ‘맘 카페’ 등에선 “2일 오전 9시 50분에야 ‘폭설로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은 결석 처리하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이렇게 늦게 안내를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하소연이 올라왔다.이윤태 oldsport@donga.com·김윤이·지민구 기자}

“그래도 3·1절, 광복절엔 태극기를 찾는 분들이 좀 있었는데, 올해는 정말 한 개도 팔리질 않네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국기·깃발 판매업체. 사장 김모 씨(52)는 “오늘도 손님이 한 명도 찾아오질 않았다”면서 “올해 들어 태극기는 하나도 팔아보질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동안 가게에 머물렀지만, 문의를 하려고 잠시 들르는 고객조차 없었다.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죠. 국경일이면 일주일 전부터 태극기를 찾는 시민이 꽤 있었어요.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엔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어요.” 한반도를 가득 메웠던 독립만세의 함성을 기념하는 3·1절을 맞았지만, 주인공 ‘태극기’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오프라인 행사를 대부분 중단하면서 관련 업체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러 집회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태극기는 저렴한 ‘중국산’이 대부분이라 국내 제조사들엔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찾아간 서울 서초구의 한 태극기 제조업체는 이런 휑한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1990년대부터 태극기를 제조해왔다는 이 업체의 창고에는 약 4만5000장의 태극기가 갈 곳 없이 쌓여만 있었다. 한때 국경일이 다가오면 40∼50대의 재봉틀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던 광경은 이미 오래전 일. 이면식 대표는 “3·1절은 물론이고 제헌절 광복절 등이면 단체 주문이 밀려와 정신이 없었지만, 올해는 아예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며 “매출이 80% 이상 줄어들어 직원을 내보내야 한다. 사무실도 없앨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극기 업계가 타격을 입은 건 단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저가의 중국산 태극기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도 골칫거리다. 특히 집회에서 시민들이 손에 들고 다니는 작은 크기의 태극기는 집회 측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인지 중국산을 선호한다고 한다. 한 태극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라 엄격하게 태극기를 만들다 보니 제작비용이 아무래도 높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산은 제대로 규격도 맞지 않지만, 관공서와 달리 이를 지킬 필요를 못 느끼는 민간에선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자신들이 피해를 입는 것도 문제지만 갈수록 중국산만 찾다 보면 “더 이상 국기(태극기)를 생산하지 않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종로구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래원 씨(77)는 “중국산 태극기는 원단 재질과 마감 처리도 떨어지지만, 태극기 건곤감리가 잘못돼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를 운영하는 정구택 대표는 “제대로 만들어진 국산 정품의 태극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태극기를 이용하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일반 가정의 태극기 구입도 크게 줄었어요. 한 지인에게 물었더니 언젠가부터 태극기 하면 일부 집단의 ‘정치적 상징’처럼 돼버려서 스스럼없이 바깥에 내다 걸기가 어색해졌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지키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태극기가 이런 대접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A 태극기 제조업체 대표)전남혁 forward20@donga.com·이지윤·이윤태 기자}

“꼭 이렇게 우리가 집회를 열어야만 합니까. 여행업계 종사자 10만 명의 울음이 들리지 않습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22일 오전 10시경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중소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명섭 씨(61)의 목소리에는 짙은 울음이 묻어났다. 손에는 ‘매일 국내 여행 자제, 여행업 생태계 무너진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김 씨는 지난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집을 담보로 8000만 원 대출까지 받았다고 한다. 적자를 메우려 농장에서 사과를 땄고, 일용직 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수십 년 동고동락한 직원 7명 가운데 6명이나 내보내야 했다. 김 씨는 “방역당국의 여행 자제 권고가 1년 가까이 이어졌다. 여행사 운영 35년 만에 맞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최근 코로나19로 힘겨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여행업계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해당 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 가운데 한 곳인 건 분명하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업계 매출은 2조580억 원으로 전년(12조6439억 원) 대비 83.7%가 감소했다. 이날 한국여행업협회와 전국 여행사 단체들로 구성된 ‘여행업 생존 비상대책위원회’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벼랑 끝에 선 심정에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당장 한두 푼의 지원을 바라고 여기에 나온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정부와 소통할 제대로 된 창구가 없다는 게 제일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은 “예를 들어, 무작정 14일 격리조치 기간을 줄여달라는 게 아니다. 어떤 근거로 격리 기간을 정한 건지 아무리 문의해도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속상해했다. 사실 ‘소통 부재’는 여행업계에서만 나온 지적이 아니다. 올해 들어 카페와 피트니스센터, PC방 등 수많은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항의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막상 만나 보면 대다수가 하나같이 “우리 얘기 좀 들어 달라”고 했다. 여행업계가 청와대 앞에 모였던 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 역시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거듭된 면담과 협의 요청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물론 정부가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대책에 손을 놓고 있다는 건 아니다.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주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한목소리로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대목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만난 한 영세상인은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보다 제대로 답을 주지 않는 정부가 더 원망스럽다”고 했다. 국민을 위로하고 보듬는 일은 정부의 기본 의무다. 힘들고 고달파도 원칙을 잊어선 안 된다. 이윤태 사회부 기자 oldsport@donga.com}

“버티려면 버스라도 팔아야 하는데, 살 사람은 없고…. 1년 넘게 운행을 못 하니 차들에 부식까지 일어났어요. 말 그대로 주차장에서 썩고 있는 거죠.” 21일 서울 양천구 목동종합운동장 주차장. 중소여행사 대표인 정모 씨(61)는 한쪽에 늘어선 전세버스 20여 대를 바라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뒤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행사나 관광 자체가 없다 보니 버스들이 기존의 1%도 운행을 못 했다고 한다. 정 씨는 “식당은 낮에라도 여니까 손님을 받기는 하지만, 우리는 버스 대절 관광이 아예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소 완화되며 일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등으로 단체여행이나 행사는 여전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여행업계 피해 규모는 약 7조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3953개 여행사가 사실상 폐업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이미 폐업을 신고한 여행사도 202곳에 이른다.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도 별 소용이 없다. 직원이 30여 명인 A여행사를 운영하는 김용동 씨는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직원들의 4대 보험과 임금 10%를 사업주가 보전해야 한다”며 “매출이 없으니까 이마저도 버틸 수 없어 지난해 말 일부 직원을 내보냈다”고 토로했다. 전세버스의 경우엔 여행이나 행사 수요만 없어진 게 아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며 통학 및 통근 버스도 대부분 운행이 중단됐다.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측은 “국내 단체여행도 끊겨 막막해지자 일부 업체는 사채를 빌려 차량 대금을 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체 전세버스 가운데 82% 이상이 운행 중단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행업계 전체가 도산 위기이다 보니, 업계 종사자들도 고통에 허덕인다. 프리랜서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해온 박수현 씨(44)는 지난해 투어를 단 1건도 나가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 일본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 강사 일을 시작했다. 박 씨는 “주변 통역사 중에 알바를 안 하는 사람이 없다. 일 자체가 끊겨 생계를 위협받을 지경”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세버스 업계가 18일 서울 여의도 등지에서 차량 시위를 벌인 데 이어, 22일엔 ‘여행업 생존 비상대책위원회’(여행업 비대위)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여행업 비대위는 △4차 재난지원금 및 손실보상법 제정 시 집합금지 업종에 준하는 지원 △무담보 신용대출 확대 및 대출조건 완화 △ 자가격리 14일 기준 완화 △관광산업 재난업종 지정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측은 “22일 오전 10시경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생존권 확보를 위한 집회를 열 계획”이라며 “23∼26일에는 1인 피켓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창희 공동위원장은 “방역당국의 여행자제 권고 등으로 영업이 사실상 막혀 있는데도 여행업은 일반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여행업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전남혁 기자}
“버티려면 버스라도 팔아야 하는데, 살 사람은 없고… 1년 넘게 운행을 못하니 차들에 부식까지 일어났어요. 말 그대로 주차장에서 썩고 있는 거죠.” 2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종합운동장 주차장. 중소여행사 대표인 정모 씨(61)는 한쪽에 늘어선 전세버스 20여 대를 바라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뒤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행사나 관광 자체가 없다보니 버스들은 기존의 1%도 운행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 씨는 “식당은 낮에라도 여니까 손님을 받기라도 하지만, 우리는 버스 대절 관광이 아예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소 완화되며 일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등으로 단체여행이나 행사는 여전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여행업계 피해규모는 약 7조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3953개 여행사가 사실상 폐업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이미 폐업을 신고한 여행사도 202곳에 이른다.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도 별 소용이 없다. 직원이 30여 명인 A여행사를 운영하는 김용동 씨는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직원들의 4대 보험과 임금 10%를 사업주가 보전해야 한다”며 “매출도 없는데 이마저 버틸 수 없어 지난해 말 일부 직원들을 내보냈다”고 토로했다. 전세버스의 경우엔 여행이나 행사만 없어진 게 아니다. 자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며 통학·통근 버스도 대부분 운행이 중단됐다.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측은 “국내 단체여행도 끊기며 막막하다보니 일부 업체는 사채를 빌려 차량 대금을 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체 전세버스 가운데 82% 이상이 운행 중단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행업계 전체가 도산위기다보니, 업계 종사자들도 고통에 허덕인다. 프리랜서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해왔던 박수현 씨(44)는 지난해 단 1건도 투어를 나가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 일본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 강사 일을 시작했다. 박 씨는 “주변 통역사 중에 알바를 안 하는 사람이 없다. 일 자체가 끊겨 생계가 위협받을 지경”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세버스 업계가 18일 서울 여의도 등지에서 차량시위를 벌인데 이어, 22일엔 ‘여행업 생존 비상대책위원회(여행업 비대위)’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여행업 비대위는 △4차 재난지원금 및 손실보상법 제정 시 집합금지 업종에 준하는 지원 △무담보 신용대출 확대 및 대출조건 완화 △ 자가 격리 14일 기준 완화 △관광산업 재난업종 지정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측은 “22일 오전 10시경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생존권 확보를 위한 집회를 열 계획”이라며 “23~26일까지 1인 피켓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창희 공동위원장은 “방역당국의 여행자제 권고 등으로 영업이 사실상 막혀있는데도 여행업은 일반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여행업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남양주=전남혁 기자 forward20@donga.com}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앞. 인근에 대학로까지 있는 이곳은 평소 대학생을 비롯해 젊은층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다. 특히 해마다 이때쯤이면 더욱 유동인구가 늘어난다. 졸업식을 전후로 새내기 환영회, 오리엔테이션(OT) 등이 빈번해지며 입학식 시즌까지 밤늦도록 왁자지껄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해 질 녘부터 휑했던 거리는 저녁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지나가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렵사리 마주친 몇몇 대학생도 “잠깐 친구만 만나고 집에 가는 길” “학교에서 처리할 게 있어서…”라며 곧장 사라졌다. 저편에 서 있는 대학 건물들이 아니라면 대학가의 정취라곤 찾아볼 길이 없다. 성균관대 학생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주점 ‘싸코스’는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2002년 이곳에 문을 연 싸코스는 성균관대생들에겐 성지나 다름없다. 웬만한 과모임, 동아리모임의 뒤풀이는 다 여기서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게 벽면만 봐도 학생이 붙여놓은 각종 학회와 동아리 포스터가 가득하지만 싸코스는 지난해 12월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오래 장사해서 그런지 단골 학생들은 ‘저 결혼했어요’라며 소식을 알려올 정도로 관계가 돈독했죠.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앞에선 다 소용없네요. 지난해 매출이 80% 가까이 떨어져서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이후엔 하루 종일 손님이 없는 날이 허다했죠. 결국 문을 닫고 말았어요.”(서명진 사장·63) 1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음식점과 카페, 주점 등 자영업자 치고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이들이 없지만, 대학가들은 다가오는 봄이 유독 을씨년스럽다. 지난해 내내 겨우겨우 버티면서도 2021학년도 1학기는 달라질 줄 알았건만, 신학기 특수는커녕 분위기는 더 삭막해졌다. 특히 상당수 대학들이 졸업식과 입학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1학기 수업 역시 지난해처럼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대학가 주변 원룸과 하숙집들은 월세를 낮춰도 찾는 학생이 없다며 울상이다.○ 과잠이 사라진 대학가… 졸업식 없어 꽃집도 울상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선영 씨(50·여). 강남구 가로수길에 빗대 ‘샤로수길’이라 부르는 번화가에 터를 잡은 지 3년째지만 요즘처럼 답답한 경우는 처음이다. “오후 7시 반인데 거리에 사람이 한 명 없네요. 진짜 ‘쥐죽은 듯 조용하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 봐요.” 이 씨가 운영하는 호프집은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쓸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현재 아르바이트생도 없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터진 뒤 한 명씩 내보내기 시작해 이젠 남편과 둘만 남았다. 2019년 5월 호프집을 차릴 때만 해도 이 씨는 너무 바빠서 행복했다. 다양한 수제맥주를 저렴한 가격에 선보여 ‘과잠(대학 과 점퍼)’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과 행사나 모임 뒤풀이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도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자영업자들처럼 코로나19를 피해 갈 순 없었다. 월 2000만 원이 넘던 매출은 올해 1월 400만 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씨는 “월세 330만 원 내기도 빠듯하다. 재료비나 공과금 등 다른 고정 지출 500만 원은 그대로 적자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쌓여가던 빚에 허덕이는 이 씨 부부는 결국 최근 평생을 일해 장만했던 집을 처분했다. 다른 집으로 이사하며 남은 1억 원은 그대로 빚 갚는 데 들어갔다. 이 씨는 “달리 방법이 없어 이러고 있지만, 신학기 특수도 이미 물 건너갔다. 이대로라면 여름까지 버티기 힘들 것 같다”며 울먹였다. 하지만 대학가 자영업자들에게 들려오는 소식은 여전히 한숨만 나오게 만든다. 연세대는 1학기 전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실험·실습 수업은 거리 두기가 1단계로 내려갈 경우에만 대면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서울대와 고려대, 한양대 등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이화여대는 최근 22일 예정됐던 학위수여식을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어렵사리 코로나19를 견디며 졸업식 특수를 고대하던 꽃집 등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다. 인근에서 17년째 꽃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원래 졸업식 시즌인 2월은 매출이 3000만 원을 넘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150만 원도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양대 인근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김계원 씨(64)는 최근 배달도 직접 뛰고 있다. 어떻게든 꾸려가려고 매일 오전 9시면 일을 시작하지만, 고객은 씨가 마른 지 오래. 간혹 단골들에게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요리를 가져간다. 김 씨는 “일단 학생들이 대학가에서 사라져 주문 자체가 없다. 배달대행 서비스에 맡기면 수수료 떼고 남는 게 없어 그냥 배달까지 맡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버는 돈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반도 되질 않는다고 한다. 2월 특수가 사라진 대학가는 밤이 되면 더욱 삭막하다. 갈수록 휴업이나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 거리 자체가 어두침침해졌다. 수도권에 있는 A대학 주변 상가연합회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20% 안팎의 업소들이 문을 닫거나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나마 올봄이 찾아오면 사정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분위기는 더 나빠졌다. 폐업 절차 등을 알아보는 동료 상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월세 10만 원씩 내려도 공실만 가득”“지난해 이맘때쯤 월 50만 원씩 받아도 빌려줄 방이 없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40만 원까지 낮췄는데도 문의 전화가 없습니다. 오히려 기존에 살고 있던 학생들도 나가겠다고 하네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근에서 10년째 원룸 임대업을 해온 장모 씨(79)는 요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원래 대학가는 2월 초순만 돼도 가까운 곳에선 방을 구하기 힘들다. 하지만 올해 장 씨가 꾸리는 원룸 18개 가운데 아직 7개나 공실로 남아있다. 심지어 최근 고려대가 비대면 수업 방침을 밝힌 뒤 학생 2명이 이달 말 방을 빼고 고향으로 내려간다고 통보해왔다. 장 씨는 “세를 더 낮춘다고 해서 누가 찾아올 것 같지도 않아서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성동구 한양대 인근에서 여학생 전용 하숙집을 운영해온 이정순 씨(65)도 며칠째 잠이 통 오질 않는다. 방 20개 가운데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월세를 기존 45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낮췄는데도 별 소용이 없다고 한다. 이 씨는 “학생들에게 부탁해 한양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 글도 올렸지만 큰 효과는 못 봤다”면서 “최근 한 달 사이에 1, 2명 문의가 왔을까…. 올해는 아직 새로 들어온 학생이 1명도 없다”며 한숨지었다. 학생들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대학가에서 아무리 방세를 낮춰도 쉽게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수업은 대부분 비대면인 데다 도서관 등 주요 시설은 문을 열지 않아 학교 인근에 있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대학가 상권이 몰락하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도 씨가 말라버렸다. 그나마 짭짤했던 과외도 대면 수업이 어렵다 보니 불가능하다. 연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강진우 씨(21)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교에 가지 않고 부산 고향집에 머물기로 했다. 올해 수강 과목 모두가 비대면 수업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강 씨는 “요즘은 수업 조모임조차도 줌으로 진행해 서울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곤 있지만, 대학가 자영업자들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했다. 서울 홍익대 주변에서 작은 커피숍을 하는 최모 씨(48)는 “결국 대학가 상권은 대학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대학에 오지 않아 분위기가 살지 않으면 결국 다른 유동인구의 유입도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시국에 누굴 탓할 수도 없으니 더 답답한 지경”이라고 말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이상환·김수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다 함께 캠퍼스를 거닐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한 예비 대학생들이 있다. 연세대 공과대 21학번 신입생들이다. 물론 이들이 진짜 캠퍼스에서 만난 건 아니다. 새내기 OT가 열린 곳은 ‘스위트 캠퍼스’. 컴퓨터 3D로 구현한 가상의 공간이다. 연세대 공과대학생회 ‘벡터(VECTOR)’는 코로나19로 얼굴을 맞대기도 어려워진 학생들을 위해 가상의 연세대 교정을 만들었다.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처럼 스위트 캠퍼스에 접속해 들어가 서로 인사도 나누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겼다. 스위트 캠퍼스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게임도 인기를 끌었다. 화제의 모바일게임 ‘어몽 어스’를 패러디해 ‘교수님께 메일 쓰는 법’ ‘공학물리 실험’ 등 맞춤형 미션을 수행하도록 했다. 한 명에게 교수(술래) 역할을 맡기고, 다른 학생이 술래를 피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형식이다. 학생회는 16일 유튜브 라이브방송 등을 통해서 비대면 OT를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회 간부인 이기창 씨(21)는 “비대면으로 치러졌지만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재밌는 요소들을 담았다”며 “대면으로 교류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올해도 잦아들지 않으면서 대학가의 신입생 OT 문화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에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모조리 취소돼버렸다. 하지만 올해는 대학과 학생회 등이 미리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준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성균관대는 21학번 입학식 행사 가운데 하나로 19일 ‘온라인 패션쇼’를 개최했다. “그동안 매일 교복만 입었는데, 대학생처럼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신입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대학에서 마련한 생중계에는 다른 두 스타일의 옷을 입은 모델이 등장했다. 신입생들은 이를 지켜보며 마음에 드는 쪽에 투표를 하고, 1위를 한 스타일에 투표한 이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기도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된 OT나 환영회를 즐기지 못한 20학번 학생들을 위해 ‘헌내기 OT’를 준비했다. 5일 20학번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미 배움터’였다. OT를 ‘새내기 새로배움터’라고 부르는 것에 착안해 지은 이름이다. 행사의 초점은 1년간 대학을 다녔지만 제대로 만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교류’에 맞춰졌다. 학생 200명이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으로 만나 10명씩 조별로 모여 게임을 진행했다. 공식 행사도 반응이 뜨거웠지만 아쉬움이 남은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소규모 화상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평소 대학가 인근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뒤풀이 성격이다. 박영민 씨(20·재료공학부 20학번)는 “함께한 지 1년이 됐는데 마치 새로운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대학 축제도 올해는 어떻게든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지윤 asap@donga.com·이윤태 기자}

한글날인 9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 서울 도심에는 보수단체의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 버스로 만든 차벽이 개천절에 이어 다시 등장했다. 경찰은 주요 길목을 차량과 펜스 등으로 모두 막고, 서울 시내에 57곳의 차량 검문소를 설치해 교통을 통제했다. 휴일 도심 이동을 제한받은 시민들은 도보에서도 목적지와 신분 등을 묻는 경찰의 불심검문이 잇따르자 불편함을 호소했다. 집회 금지를 통보받은 보수단체는 대규모 집회 대신 서울 시내 곳곳에서 기습 기자회견과 1인 피켓 시위, 자전거 시위 등을 열어 정부를 규탄했다.○ 차벽과 펜스, 불심검문에 시민들 불편 호소 서울지방경찰청은 9일 새벽부터 경찰버스 400여 대를 동원해 광화문 누각에서 시청광장까지 주요 도로 진입을 막기 위해 차벽을 설치했다. 차벽 너머에는 미로 같은 철제 펜스를 촘촘히 놓아 시민들의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3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을 모두 둘러쌌던 ‘경찰버스 차벽’ 대신 철제 펜스로 대신했다. 광화문역은 광화문광장 쪽으로 나가는 출입구 7개를 개천절 때와 똑같이 차단벽을 내려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차벽과 펜스의 주변에는 경찰 경력 약 1만1000명을 배치해 집회에 참석하려는 시민들의 집합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보수단체 등이 한글날 신고한 집회 1220건 가운데 10인 이상이거나 금지구역에서 신고한 139건에 대해서 금지를 통고했다. 대규모 집회가 모두 금지됐지만 일부 단체에서 집회 강행을 예고해 집합 자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우려했던 보수단체의 집회 움직임이 없자 오후 2시를 전후해 차벽을 해제했다. 또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했다. 하지만 경찰관의 불심검문으로 인한 통행 불편과 영업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청계천 나들이를 나왔다는 김미경 씨(48)는 “휴일을 맞아 나왔는데 길을 건널 때마다 ‘무슨 목적으로 왔냐’고 경찰관들이 달라붙어 신원을 물어와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권일원 씨(26)는 “부모 세대가 겪었다는 불심검문을 처음 당해봤다”고 했다. 시청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55)는 “출입을 통제해 아예 가게 인근으로 지나다닐 수가 없게 막으니 평소에 비해 손님이 5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피켓 시위, 기자회견, 자전거 시위로 정부 비판 경찰이 금지한 대규모 집회 대신 서울 곳곳에선 기습 기자회견과 자전거 시위, 1인 피켓 시위 등이 열렸다. 광화문 인근에서 2000명 규모의 집회를 열려다 금지 통고를 받은 ‘8·15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인근에 “집회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주요 수단 중 하나”라며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국민의 장치가 집회·결사의 자유인데, 이 수단이 법원의 정치 판결로 인해 종말을 고했다”고 했다. 사랑제일교회 등이 참여하는 ‘8·15 광화문 국민대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대문구 독립문과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집회 금지 조치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외신 기자들도 광화문 일대 통제에 주목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의 채드 오캐럴 기자는 9일 트위터에 “지금 서울은 말 그대로 미쳤다(Insane). 평양의 열병식 취재도 다녀왔지만 이런 건 처음 본다”고 적었다. 윌리엄 갤러 미국의소리(VOA) 서울지국장은 서울시청 앞에 미로처럼 설치된 철제 펜스를 지나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며 “경찰은 시위대를 막기 위해 실로 엄청난 수의 차단벽과 검문소를 설치했다”고 했다. 한성희 chef@donga.com·박종민·이윤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