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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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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0~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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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들은 수업 파일 1개에 5000원”… 강의 녹음까지 사고파는 캠퍼스

    대학생 김민정(가명·23) 씨는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져 음성 파일 20여 개를 구했다. 모두 교수의 강의 내용이 녹음된 파일이었다. 김 씨가 개인 사정 때문에 결석한 수업들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금액은 대부분 파일 1개당 5000원 안팎. 전체 구입비만 10만 원이 넘었다. 일부는 현금 대신 커피 등 모바일 상품권을 대신 보냈다. 김 씨는 “학점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필기나 강의 내용을 공유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차라리 돈 주고 사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인터넷의 각 대학 커뮤니티에는 강의 녹음 파일을 구한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온다. 이화여대 학생 커뮤니티 ‘이화이언’에는 최근 한 달 동안 강의 녹음 파일을 사고파는 글이 190개 넘게 올라왔다. 같은 기간 고려대(38개), 연세대(11개), 서울대(5개) 등에도 매매 글이 이어졌다. 대부분 수업에 빠졌다가 시험 준비 때문에 급하게 강의 내용을 찾는 학생들이다. 판매자는 보통 복습을 위해 강의 내용을 녹음했다가 매매를 원한다는 글을 보고 응한다. 결석한 강의가 아니라 앞으로 참석하지 못할 수업의 강의를 녹음해줄 사람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1회 수업 분량의 파일 1개 가격은 5000원 안팎. 학점 경쟁이 치열한 전공과목의 경우 가격이 2배로 오르기도 한다. 판매자는 e메일이나 카카오톡 음성파일 전송을 통해 전달한다. 시험 때마다 녹음 파일을 구매하는 대학생 최모 씨(23)는 “시험공부가 목적이고 고마움의 뜻에서 약간의 사례만 한 것이라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의를 녹음해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저작권자의 복제권과 공중송신권 배포권 등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개인적 필요에 의해 교수의 동의를 구하고 강의를 녹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로 인해 금전적 이득을 보게 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7일 “저작권 윤리는 상식의 문제”라며 “성취 만능주의 탓에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최고야 best@donga.com·김하경 기자}

    • 20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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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진도-목포로 추모발길 이어져

    세월호가 침몰한 지 3년이 된 16일 전국 곳곳에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이 이어졌다. 특히 참사 3년 만에 세월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추모 행사장마다 미수습자의 귀환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가득했다. 이날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서는 시민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 ‘기억식’이 열렸다. 고 오경미 양(단원고)의 아버지는 “3년이 지났지만 해가 지날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커진다”며 “세월호가 인양됐으니 흩어진 아이들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신호성 군(단원고)의 아버지 신창식 씨는 “다음 대통령은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희생자 304명 외에 살아 있는 모든 국민에 대한 도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인 희생자 유족들도 이날 인천가족공원 세월호일반인희생자추모관에서 3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인천시립합창단, 청소년들이 함께했다. 정명교 세월호일반인희생자대책위원회 대변인(37)은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청소년 대상의 안전교육이나 장학사업을 펼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는 미수습자 9명의 귀환을 기원하고 희생자 넋을 위로하는 추모식이 열렸다. 진도군과 진도군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진행한 추모식에는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수습자 허다윤 양(단원고)의 아버지 허홍환 씨는 “미수습자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며 “우리 미수습자 가족을 3년간 보살펴준 주민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에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찾은 일반 추모객은 약 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제자들을 구하고 숨진 남윤철 교사가 안장된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천주교 공원묘지에도 유족과 단원고 졸업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군복무 중 휴가를 받아 찾은 제자들은 남 교사의 묘소 앞에 스승이 평소 좋아했던 빵과 와인 등을 놓고 추모했다. 한편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한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시민 10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촛불을 들고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세월호 생존자 김성묵 씨(41)는 “사고 3년이 지났는데 이제 겨우 배가 목포신항에 거치됐을 뿐 해결된 것이 없다”며 “다음 대통령은 세월호 진상 규명과 미수습자 수습, 적폐 청산 등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김예윤 / 목포=이형주 기자}

    •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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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군 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 색출, 형사 처벌 지시” 주장 제기

    육군 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형사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과정에서 강압적 수사로 인권 침해가 일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13일 서울 서대문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준규 육참총장의 지시로 육군 중앙수사단 사이버수사팀에서 동성애자 군인을 표적해 동성 군인 간 성관계 여부를 강압 수사했다”고 밝혔다. 육군은 현역 장병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 하는 것은 군형법 제92조 6항 추행죄에 의거해 처벌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장 총장 지시로 육군 중앙수사단 사이버수사팀은 2, 3월 두 달에 걸쳐 40~50명의 병사들을 동성 간 성관계를 한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센터에 15명이 인권 침해 사실을 알려왔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이날 오전 동성 병사를 추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센터는 수사 과정에서 대상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수사관들이 성적 취향, 선호 체위, 피임도구 사용 여부, 성정체성 인지 시점, 자주 가는 동성애자 술집 이름 등 추행죄와 무관한 성희롱성 질문으로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말했다. 센터는 육참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UN성소수자 인권 특별조사관의 방문 조사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육군은 이날 정훈공보실 반박 자료를 통해 “육참총장이 동성애자를 색출해 형사처벌 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현역 군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성 군인과 성관계한 동영상을 게재한 것을 인지하고 관련자들을 법적절차에 따라 형사입건해 조사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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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이젠 집에 가자, 집에 가자….” 31일 오전 7시 10분쯤 어업지도선을 타고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호를 뒤따르던 박은미 씨(47)는 바다를 타이르듯이 되뇌었다. 박 씨를 비롯한 미수습자 가족의 바람처럼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는 순조로웠다. 시속 18.5km로 꾸준히 운항한 반잠수식 선박은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해역을 출발한 지 6시간 30분 만에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접안했다. 항해는 무사히 마쳤지만 4월 6일로 예상되는 완전 거치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현재 부두와 나란히 놓여 있는 세월호 선체는 4월 3일쯤 배를 90도로 돌려 뒤쪽부터 육상에 올려진다. 다 올려진 선체는 다시 90도로 돌려 놓인다. 바다 위에서 흔들리는 반잠수식 선박을 육지에 설치된 모듈 트랜스포터와 정교하게 맞춰야 한다. ○ 4월 6일 완전히 육지에 옮겨질 듯 현재 부두에 나란히 접안한 세월호 선체는 완전 거치까지 6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반잠수식 선박과 선체를 고정한 와이어를 해제하고 세월호 선체 밑으로 흘러내린 진흙과 펄도 모두 제거해야 한다. 반잠수식 선박 갑판과 부두를 수평으로 맞추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밀물과 썰물의 차가 특히 큰 서해안에서 반잠수식 선박에 바닷물을 넣고 빼면서 높낮이를 조절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조석 간만의 차가 작은 소조기에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장 가까운 소조기는 4∼8일이다. 육상 거치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총 462개의 모듈 트랜스포터도 준비돼 6줄로 조립된다. 현재 세월호 선체와 내부 퇴적물, 안에 들어있는 바닷물 등의 무게를 잰 뒤 모듈 트랜스포터의 최종 설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선체의 방역과 세척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해수부의 선체 절단 입장에 반대해 선체 내부 수색 방식은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이날 해수부에 “(미수습자) 수습을 우선시해야 하고 선체를 절단하다가 전기계통 등이 훼손될 수도 있다”면서 “절단을 미리 계획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수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구체적인 수색 방법은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선체조사위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선체 내부 수색 난항 예상 해수부는 이르면 10일부터 세월호 선체 내부 수색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간 침몰했던 선박에서 유해를 찾는 일은 전례가 드문 데다 전문가도 부족해 자문단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돼지 뼈 소동을 겪은 직후인 지난달 30일에야 국내 유일의 유해 발굴 민간 전문가인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가 투입된 게 전부다. 해수부는 최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전문가 2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국방부가 불가하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해수부 측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법률상 민간인 유해 발굴에 투입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날 “해수부에서 공식 파견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장기간 바닷속에 있던 유해는 뼈대가 원형 그대로 유지됐는지, 시랍화(피부 같은 연조직이 투명하게 변하는 현상)나 생체 부식이 됐는지에 따라 수습할 때 고도의 작업이 요구된다. 펄과 유해가 뒤섞였다면 이를 구분하는 교육도 필수적이다. 더욱이 해저에서 끌어올린 선체에서 유해를 수습해본 인력도 없다. 바닷속에서 유해가 어떻게 변형되는지 연구하는 해양사체변화학은 국내 연구가 전무하다.목포=최혜령 herstory@donga.com / 최고야 기자 / 공동취재단}

    • 20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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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미대선… 얼굴 감춘 폴리페서들

    “캠프 전체회의에 어림잡아 교수 200명이 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너도나도 ‘내 이름은 노출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걸 보고 더 놀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대선 캠프 자문위원인 한 국립대 A 교수는 최근 열린 자문위원 전체회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A 교수처럼 대선 캠프에 참여하면서도 공식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교수가 18대 대선 때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동아일보가 19대 대선 주자 6명(민주당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의 캠프와 산하 자문조직 등에서 활동하는 교수를 조사(캠프 발표 및 언론 보도 기준)한 결과다. 31일 각 캠프가 공개적으로 밝힌 참여 교수는 줄잡아 2260여 명이었지만 이름을 밝힌 교수는 120여 명뿐이다. ‘두더지페서(두더지+프로페서·비공개로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교수)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39일 남은 ‘장미 대선’의 폴리페서들은 어떤지 들여다봤다.19대 대선은 가성비 ‘甲’ “지난 대선 때 같으면 청와대 입성을 위해 1년을 공들여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길어야 3개월이다.” 최근 한 대선 주자 캠프에 자문위원으로 합류한 서울 사립대 B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자기 ‘장’이 선 것이 오히려 교수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선거일까지 준비 기간이 짧아 ‘투자 대비 효율’이 높다는 것이다. 폴리페서 논란에도 교수들이 대거 각 후보의 캠프로 몰리는 이유다. 캠프에 투신하고도 대부분 비공개를 요구한다. 자신이 도운 후보가 떨어졌을 때 불이익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등 교수 출신 인사들의 연이은 추락의 영향이 크다. 2012년 대선 때만 해도 캠프 참여 교수들은 선거일까지 1년 이상 후보를 도왔다. 원치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름이 알려졌다.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박근혜 후보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은 2010년 12월 발족했다. 이 연구원에 참여한 안 전 수석은 2007년 대선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의 공부 모임 멤버였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경선 일정까지 길어야 2, 3개월만 투자하면 학문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하다”는 것. 노력을 적게 들여도 장차관이나 청와대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비공개 활동 중인 다른 사립대 C 교수는 각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를 체크하는 게 일과다. 그런데 2월 들어 같은 당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지율이 20%를 넘자 안 지사 캠프의 문을 몰래 두드렸다. 하지만 안 지사의 지지율이 주춤해지자 문 후보 캠프에 남기로 했다. 캠프에 발을 담그면 선거 후 공직에 가지 않더라도 캠프 인맥을 통해 국고보조 연구사업 선정 등에서 유리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립대 E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었듯 학계에서도 정부에 비판적이면 미운털이 박혀 연구비 신청을 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실명을 밝히지 않기도 한다”고 전했다.전체 교수의 3%가 캠프행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대학·대학원 교수는 7만5479명이다. 주요 대선 주자 캠프에 몸담은 교수 2260명은 전체 교수의 3% 수준이다. 2260명 가운데 자신의 실명을 떳떳이 공개하고 활동하는 교수는 123명으로 5% 정도다. 나머지 95%는 두더지페서인 셈이다. 2012년 대선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교수 550여 명 가운데 433명이 이름을 드러낸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박 후보 캠프는 대선 2개월 전 교수 193명을 공개했다. 문 후보 캠프도 교수 181명의 이름을 밝혔다. 안 후보 캠프도 자문 교수 150명 가운데 59명을 공개했다.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 캠프는 참여 교수가 1000명을 넘지만 이름을 잘 공개하지 않는다. 문 후보 측은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참여하는 교수 1000명을 비롯해 대선 캠프인 ‘더문캠’ 및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400명을 합치면 1400여 명이 돕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캠프 및 언론을 통해 실명이 드러난 교수는 주요 직책을 맡은 51명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싱크탱크 ‘전문가광장’에 참여한 교수 560여 명 중 주요 직책을 맡은 35명만 공개했다. 안 지사 측은 “핵심 자문그룹 ‘홈닥터’의 50명을 포함한 자문 교수 100명이 있다”고 밝혔지만 이름이 알려진 교수는 16명뿐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 측은 “경남지역 교수 중심으로 150여 명이 정책 자문을 담당한다”고 밝혔다가 “숫자와 명단 모두 비공개”라고 입장을 바꿨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인 유승민 캠프 측도 100여 명 가운데 5명만 알려졌다.대세 좇아 옮기는 ‘메뚜기’ 행태도 캠프를 바꿔 탄 교수들도 눈에 띈다. 해바라기처럼 대세를 좇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린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지난달 15일 문재인 캠프의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으로 합류했다.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을 맡았던 김 교수는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자문을 담당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집권 후 배제돼 정부 핵심 요직은 맡지 못했다. 김 교수와 2007년부터 공부모임을 같이 한 안 전 수석은 오히려 ‘한 길’을 걸은 폴리페서다. 김 교수와 함께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캠프를 갈아탔다. 김상조 교수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역시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공부모임 ‘해와 달’ 멤버였다. 김호기 교수는 2007년에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캠프의 핵심 역할을 하다가 18대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정책 자문에 응했다. 표학길 서울대 교수는 2007년 박근혜, 2008년 이회창 같은 보수진영 인사를 돕다가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노선을 바꿨다. “청와대에 들어가겠다”며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는 경우도 많다. 교수가 정치권으로 진출하면 대학원생은 지도교수를 잃게 되거나 학기 중 갑작스럽게 시간강사 수업으로 대체되는 등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수석비서관을 지낸 교수 출신 인사는 선거철이 아닌 평소에도 학기 중 정치 일정 때문에 수업을 등한시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일주일 수업 두 시간 중 한 번은 조별활동만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주장한 ‘통일은 대박이다’를 주제로 글짓기 숙제를 내주며 호의적인 평가를 강요하기도 했다. 이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한 학생(25)은 “학생들 사이에서 ‘수업을 날로 먹는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 지방대에선 총선에 6번 나갔다가 번번이 낙방한 교수가 매번 돌아와 수업을 맡기도 했다. 1996년 15대 총선 때부터 지역구 의원에 도전하기 시작한 F 교수는 지난해 또 총선에 나가면서 학생들에게 지탄을 받자 휴직했다. 4·13총선에서 낙방한 교수는 올해 다시 대학원과 학부 수업을 맡았다.최고야 best@donga.com·백승우·황하람 기자}

    • 20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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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인종 의인’ 사건 방화범에 징역 10년

    다세대주택에 화재가 발생하자 초인종을 눌러 이웃 주민들을 깨우다 연기를 마시고 사망한 ‘초인종 의인’ 안치범 씨 사건의 방화범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양섭)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및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김모 씨(26)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9일 오전 3시경 헤어진 여자친구 서모 씨가 사는 서울 마포구의 한 빌라에 불을 질러 2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동거하던 서 씨가 헤어지자고 통보한 뒤 연락을 끊고 만나주지 않자 불을 질렀다. 이 사고로 안 씨가 사망하고 건물 4층에 거주하던 심모 씨(30)가 건물 밖으로 뛰어내려 전치 4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1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당시 안 씨는 화재를 피해 1층으로 대피했다가 이웃들을 대피시키려 다시 건물에 들어가 집집마다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대피하지 못하고 옥상으로 가는 5층 계단에서 유독가스에 중독 돼 숨진 채 발견됐다. 보건복지부는 이웃의 생명을 구하다 숨진 안 씨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해 10월 그를 의사자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2명의 사상자와 1억 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냈음에도 피해 변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범행에 대해서도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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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수부 “객실 절단해 수색” vs 유가족 “침몰 증거물 훼손”

    “누워 있는 세월호를 제대로 수색하려면 3등분해야 한다.”(해양수산부) “절단하면 증거가 훼손돼 침몰 원인을 영원히 못 밝힐 수 있다.”(유족 측)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면 해수부와 유족 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세월호 절단 문제에 당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는 좌현으로 90도 누운 세월호를 바로 세우기는 어렵다고 보고 선체를 절단해 내부를 수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들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일한 일부 민간 전문가는 반대하고 있다.○ 세월호 선체 절단 놓고 이견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 위의 세월호는 물과 기름을 빼내고 이르면 28일 87km 떨어진 목포신항으로 출발한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목포신항까지 10∼12시간이 걸린다. 목포신항으로 오면 화이트말린 선체 바닥의 높이 1m 철제 받침대에 놓인 세월호 선미가 먼저 철제 부두에 정박한다. 대형 구조물 운반에 쓰이는 멀티모듈 76대를 사용해 1만1000t으로 추정되는 세월호를 들어 철제 부두 쪽으로 300m가량 옮겨 거치하는 것도 고난도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는 기울어진 세월호 선체를 세우기는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내부 화물이 움직이면서 벽을 파손하는 등 위험 요소도 많다. 그러나 출입구가 바닥을 향해 있어 막힌 상태에서는 시신 수습과 사고 원인 조사가 쉽지 않다. 해수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세월호를 인양하면 선체를 아랫부분 화물 덱과 윗부분 여객 덱을 수평, 수직으로 3등분해 유해 수색에 나서겠다고 지난해 8월 발표했다. 무리하게 세우면 내부의 각종 집기 등이 엉켜 진입통로 확보조차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유족과 일부 전문가는 절단을 하면 선체 내부에 엉킨 화물 등이 쏟아지면서 침몰 원인을 밝힐 증거가 사라질 수 있고 유해가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흥석 전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은 “400t으로 추정되는 적재 화물이 쏟아져 내리면 증거로서의 세월호가 훼손된다”며 “고열로 쇠를 녹인 뒤 바람으로 쇳물을 날려버리는 ‘산소 절단’ 방식도 주변부 훼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유해 발굴 전문가인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부분적으로 잘라낸다 해도 외부 충격으로 유해가 섞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일단 “1차 확인 작업을 거친 후 선체조사위원회와 협의하겠다”며 절단 여부 결정을 유보했다. 그러나 배를 잘라도 진상 규명에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장기욱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과장은 “화물 적재 위치와 상태를 체크해 두면 화물이 쏟아진다고 해도 증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면서 “기계·전기적 결함 확인을 위해 조타실, 기관실로 이어진 배선은 하나씩 표기해 뒀다가 다시 연결하면 된다. 기술적으로 간단한 문제”라고 말했다.○ 절단 위치-선체조사위 역할도 논란 조사위가 선체 절단에 동의한다 해도 자르는 위치가 문제다. ‘ㅗ’ 모양으로 배를 3등분하는 해수부안(案)에 대해 이상갑 한국해양대 교수는 “여객 덱 선미 부분 2층과 3층 사이에 외부로 통하는 구멍이 뚫려 있어 그곳을 절단하면 선체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해수부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쟁점들을 조율해야 할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꾸려지지도 않았다. 2일 국회를 통과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조사위 구성을 위해 국회는 28일에야 본회의에서 선체조사위원 8명 선출안을 의결한다. 특별법과 관련한 시행령은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황이다. 특별법에 명시된 조사위 권한도 모호해 또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에 따르면 조사위 업무는 △세월호 선체 조사 △인양 과정에 대한 지도·점검 △미수습자 수습, 선체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 과정 점검 등이다. 명시된 ‘점검’과 ‘지도’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추천된 일부 조사위원은 ‘인양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장완익 변호사는 “해수부가 수색과 선체 정리 작업을 주도하고 조사위는 의견 표명만 하는 역할로 남지 않도록 구체적 시행령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이 인양 지점에서 조류를 타고 10km 떨어진 섬까지 퍼지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군 등에 따르면 1580ha에 이르는 해당 섬 지역 양식장 중 미역 양식장 약 400ha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최고야 best@donga.com·김단비 / 진도=이형주 기자}

    •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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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습 나갔다 실적압박-열정페이에 상처… “현장 관리감독 강화해야”

    올 1월 전북 전주시의 한 특성화고 3학년 홍모 양(19)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 양은 지난해 9월부터 한 통신사의 하청 콜센터에서 실습생으로 일했다. 그런데 중학교 배구부 주장을 할 만큼 씩씩했던 홍 양은 실습생활 시작 후 자주 눈물을 보였다.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콜 수를 못 채웠다. 실적 압박이 심하다”며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 홍모 씨(57)는 “딸이 콜 수를 못 채웠다며 야근이 잦아졌고, 밥을 제대로 못 먹는 날이 많았다. 회사에서 욕을 먹었다고 집에 와서 많이 울었다”고 밝혔다. 숨지기 전날에는 맥주병을 깨 손목을 긋는 자해 행위까지 했다. 어머니 이모 씨(49)는 “병원에 다녀와 한 첫 마디가 ‘회사 그만두고 싶다’였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홍 양이 일한 곳은 계약해지 담당 부서다. 악성 민원인이 많아 업계에서는 ‘욕받이 부서’로 불린다. 그는 수습 기간 3개월 동안 근로계약서에 명시한 월급 160만5000원(세전)보다 적은 100만 원 안팎을 받았다. 수습 기간에는 정상 월급의 80% 정도만 지급된다. 홍 양이 일했던 콜센터 측은 “홍 양의 노동 강도가 다른 부서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었고 야근을 시킨 적도 없다”며 “회사 문제로 자살한 게 아니다”라는 태도다. 사실 홍 양 같은 특성화고 실습생 중 어린 나이에 갑자기 직장생활을 하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마다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 1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기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간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특성화고 3학년 2학기부터 기업체에 훈련 목적의 교육을 나가는 실습생 제도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으로 실습생 권익을 보호해야 하지만 심각한 ‘열정페이’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습생은 1일 7시간, 주 35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또 학교의 직업교육훈련교원이 현장지도를 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많지 않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학교 등이 관리감독을 해야 하지만 현장 실사 등 확인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학교는 서류만으로 실습 기업을 선정하기 때문에 근로환경이 정확히 어떤지 사전에 알기 어렵다. 연말마다 관계 부처가 합동점검을 나가지만 민원이 접수된 곳에만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문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본부 교육부장은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려고 근무 여건은 잘 따져보지 않은 채 학생을 내보내고, 기업은 학생을 값싼 노동력으로 본다”며 “실습생에 대한 현장 관리감독 여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 / 전주=백승우 기자}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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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따라 춤추는 청년일자리정책… 대학 상담사들 ‘파리목숨’

    “채용상담사도 언제 실업자가 될지 모르는 파리 목숨인데 학생들 채용상담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수도권 사립대의 대학청년고용센터(고용센터) 채용상담사였던 이은지(가명·29) 씨는 1년 넘게 실업자로 지내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2월까지 민간 채용컨설팅업체 계약직 직원으로 고용센터에서 학생 취업상담을 했다. 그러나 해당 대학이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고용센터를 접고 박근혜 정부의 대학창조일자리센터(일자리센터)로 바꾸면서 고용이 승계되지 않았다. 이 씨는 “기존 대학의 일자리센터 사업권을 따낸 다른 채용컨설팅업체로 옮기는 데도 실패해 1년간 재취업 준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지원사업이 바뀌면서 취업 지도를 하는 대학의 채용상담사조차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2010년 시작한 고용센터를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일자리센터로 사실상 이름만 바꿨지만 대학들이 민간 위탁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존 채용상담사 중에 일자리를 잃는 사례가 생긴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고용센터는 학교와 컨설팅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정부 사업에 지원해 선정되면 고용노동부가 사업금액의 절반가량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컨설팅업체의 계약직인 상담사들은 고용센터에서 진로상담, 기업 매칭, 자기소개서 첨삭 등 학생에게 일대일 취업지도를 했다. 2011년 지원 학교 44곳을 정해 본격 추진했고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2015년까지 전국 53개 대학에서 고용센터를 운영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박근혜 정부는 고용센터를 일자리센터로 바꾸는 사업을 내놨다. 고용센터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역할은 비슷하지만 창업상담 기능 등을 더한 일자리센터로 일원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고용센터는 지난해 24곳, 올해 13곳으로 줄었다. 고용센터의 채용상담사도 2015년 137명에서 지난해 58명, 올해 32명으로 감소했다. 당초 정부와 대학이 5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 13곳의 고용센터 상당수도 내년 2월 운영이 종료될 확률이 높다. ‘미(未)채용’ 채용상담사가 거리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방 사립대 고용센터의 채용상담사인 이하나(가명·30) 씨도 11개월 뒤면 일자리를 잃는다. 이 씨는 “내년 2월은 졸업을 앞두고 상반기 취업상담을 활발하게 할 시기인데…. 내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학생 지도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기업별 취업전략을 짜 주는 채용상담사들마저 고용절벽의 위기에 처했는데 원활한 취업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걱정도 있다. 2015년 21곳을 시범 운영했던 일자리센터는 지난해 41곳으로 늘어났다. 올해 20개 학교에 추가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그러나 센터의 역할은 비슷하지만 채용상담사가 고용센터에서 일자리센터로 갈아타는 것은 쉽지 않다. 학교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민간 컨설팅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고용 승계는 공염불이 된다. 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센터가 있는 41개 대학 중 그전에 고용센터를 운영하던 학교는 13곳뿐이다. 아예 일자리센터 자체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5월 9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일자리센터의 운명도 고용센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를 상징한 창조라는 말이 붙은 사업을 그냥 두겠느냐는 것이다. 내년 2월 문을 닫는 또 다른 대학 고용센터의 채용상담사는 “대통령이 파면된 마당에 이번 청년일자리사업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새 정부가 새 사업을 시작하면 채용상담사들은 고용절벽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 승계를 바라는 게 사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자리정책만큼은 정권이 바뀌어도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라는 지금, 새 정부가 들어서도 일자리정책만은 여야가 합의해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고야 best@donga.com·이호재·백승우 기자}

    •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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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턴채용 압력 의혹’ 최경환 직권남용혐의 기소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사진)이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자신의 지역사무소에서 일한 인턴을 채용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이수권)는 2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의 혐의로 최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수사 결과 혐의가 없다고 한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친박(친박근혜) 핵심 최 의원을 기소한 것이다. 최 의원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원내대표이던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 하반기 직원 채용에서 지역사무소 인턴으로 일한 황모 씨가 합격하도록 당시 박철규 공단 이사장에게 압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공채에서 황 씨는 1차 서류전형과 2차 인·적성 검사에서 합격선에 모자라는 점수를 받았고, 면접시험도 최하위 점수를 받았으나 그때마다 공단 측이 점수를 조정해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월 황 씨의 특혜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박 전 이사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최 의원은 서면 조사만 한 뒤 직접적으로 관여한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이사장은 지난해 9월 공판에서 최 의원으로부터 채용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박 전 이사장은 법정에서 “2013년 8월 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최 의원이 황 씨를 채용하라고 말했다”며 “최 의원이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성실하고 괜찮으니 믿고 써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후 재수사를 벌였고 3일 최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9시간 넘게 특혜채용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최 의원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17-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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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관 얼굴에 화염’ 영상 튼 태극기집회… “승복” 목소리도

    ‘2017년 정유년에는 촛불에게 굴복당한 정유팔적이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 ‘국민저항본부’에 게시된 글이다. 커뮤니티는 탄핵반대 단체인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에서 이름을 바꾼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가 운영 중이다. 만장일치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헌재 재판관을 을사오적에 빗대 ‘정유팔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13일 퇴임하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 ‘퇴임 선물로 붉은 물감 묻은 헤어롤’을 주겠다는 협박성 글도 올라왔다. “자결해라”, “빨갱이다” 등의 댓글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헌재의 탄핵 인용 선고에 불복하는 일부 친박 지지자들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재판관 협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재판관의 가족사까지 들먹이며 노골적으로 테러를 위협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벌어진 태극기 집회에서 주최 측은 재판관들의 얼굴을 화염으로 불태우는 듯한 컴퓨터그래픽 영상을 상영했다. 영상은 박한철 전 헌재소장 등 9명의 전현직 재판관들을 ‘법치주의 살해범’이라고 지목했다. 마이크를 잡은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재판관들이 대한민국에서 얼굴을 들고 살 수 없도록, 가족들한테도 얼굴을 못 들도록 하겠다”고 소리쳤다. 재판관 비난 발언이 나올 때마다 집회 참가자들은 “쓰레기”라고 외쳤다. 경찰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과 집회 현장 채증 자료 등을 분석해 증거를 수집하고 살인예비 음모죄에 해당하는지 법리적 검토를 할 계획이다. 또 헌재의 요청에 따라 이정미 권한대행이 퇴임한 뒤에도 일정 수준의 경호를 유지할 계획이다. 탄핵 불복 움직임 속에 ‘경찰이 태극기 집회 참가자를 죽였다’ 등 가짜 뉴스도 확산되고 있다. 국민저항본부 게시판에는 ‘살인행위를 저지른 경찰’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영상에는 경찰이 경찰버스에 올라탄 검은색 옷차림의 남성을 버스 아래로 밀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게시자는 “해당 남성이 집회 현장에서 사망한 남성 3명 가운데 1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버스 아래에 깔아 놓은 에어매트 위에 떨어져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탄기국 사무총장 민모 씨(57)를 포함해 집회에서 모두 5명이 사망했다는 가짜 뉴스도 나왔다. 이에 대해 탄기국 운영진까지 “사무총장은 무사하다”며 사망자 수를 3명으로 정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여전히 극단적이고 과격한 표현이 나오고 있지만 집회 현장에서 승복과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이재철 씨(73)는 “지금은 헌재의 결정을 승복하고 훗날 역사가 다시 판결할 것을 기다리겠다”며 “탄핵 인용이 아닌 다른 생각도 있음을 알리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는 탄핵찬성 단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촛불집회도 열렸다. 마지막 주말 촛불집회였다. 참가자 윤병근 씨(56)는 “누가 이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법으로 애국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화해하자, 싸우지 말자’고 승복 선언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최고야·차길호 기자}

    •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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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파면 소식에 대성통곡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는 소식을 들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는 검찰청사 내 구치감에서 큰 소리로 통곡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전남편이자 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때 비서실장이던 정윤회 씨(62)는 본보 기자에게 “이런 일을 방지할 수 있었던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며 회한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 중 탄핵 소식 들은 최순실 박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난 이날 오전 최 씨는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오전 10시 재판이 시작된 뒤 서류를 직접 검토하며 재판에 임하던 최 씨는 헌재 탄핵심판 선고가 예정된 오전 11시가 되자 법정에 걸려있는 시계를 자주 쳐다보며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씨는 오전 11시 21분 곁에 앉은 최광휴 변호사의 스마트폰으로 박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순간 최 씨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물을 연신 들이켜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공판검사가 잠시 뒤 “방금 헌재에서 만장일치로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며 “이제 법률적으로 전(前) 대통령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검찰 쪽을 굳은 표정으로 노려봤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 “최 씨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회오(悔悟·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하고 형사재판에서 자신에게 부여되는 책임을 감수하고자 한다.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최 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7·구속 기소)는 “(오전 재판을 마친 뒤 검찰청에서 이모 최 씨가) 대성통곡을 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모가 2014년 딸 유라의 임신 소식을 듣고 (딸 부부를 갈라놓기 위해)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당하자 그때부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고 폭로했다. 장 씨는 최 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요청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재판 내내 침묵을 지키던 최 씨는 “대통령 탄핵 소식에 심경이 복잡해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자식 얘기가 나와서 한마디 하겠다”며 “딸 관련 얘기는 진실이 아니며 이 밖에 장 씨 말은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지만 이모로서 일일이 얘기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정윤회 “내가 간다면 위안이 될까” 정 씨는 이날 수척한 모습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잘하셔서 국민한테 좋은 것만 남겼으면 참 좋았을 것을…”이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민간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의 안위도 걱정했다. 그는 “좋을 땐 사람들이 모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누가 가까이 가서 도와드리겠느냐”며 “내가 간다면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걸 원하시겠느냐”고 말했다. ‘정치인 박근혜’의 평가를 요구하자 그는 “장점이 많은 분이었다. (옆에) 가족이 없어서 개인적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대장·리더로 자격을 갖췄기에 직장이 아니라 내 신념, 내 일이라 생각하고 모셨다”고 했다. 정 씨는 박 전 대통령 보좌를 그만둔 2007년 대선 경선 때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헛된 바람도 털어놨다. 그는 “내가 있을 때까진 대통령이 항상 바른 선택을 했고 그래서 계속 성공할 수 있었다”며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최고야 best@donga.com·권오혁 기자}

    • 201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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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어버린 캠퍼스의 봄… 입학하자마자 취업스펙 쌓기

    “인턴에 지원하려면 영어 성적은 뭐가 필요한가요?”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다목적홀에 마련된 인턴십 상담부스 앞에 앳된 얼굴의 새내기들이 몰려들었다. 부스 앞에는 순식간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줄을 섰다. 일대일로 상담하던 멘토들은 학생이 몰리자 두세 명을 상대로 상담을 진행했다. 새내기들은 재학생이나 졸업생 선배 멘토가 설명하는 국내외 인턴십 종류와 영어 성적 및 자격증 조건, 면접 잘 보는 팁 등을 놓칠세라 수첩에 빼곡히 받아 적었다. 7, 8일 이틀간 이화여대가 신입생의 경력 관리를 위해 마련한 ‘1학년 커리어 디자인 박람회’ 현장의 모습이다. 36개 부스는 입학과 동시에 취업 계획을 세우려는 3000여 명의 새내기로 붐볐다. ○ 새내기? 예비 취준생! 요즘 대학 신입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예비 취업준비생(취준생)’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새내기들의 취업 고민은 진로 탐색 수준을 넘어 자격증과 인턴십, 어학 성적 등 고학년 취준생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열린 이화여대 커리어 박람회 현장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상담부스 중 하나가 행정고시 상담이다. 문 열자마자 2시간 만에 50여 명이 상담을 받고 돌아갈 정도였다. 행정고시 합격자로 멘토링에 나선 졸업생 오정현 씨(29)는 “시험 과목별 대비 방법과 휴학 시기 등 전반적인 고시 준비 계획을 구체적으로 꼼꼼히 묻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연간 공무원 시험 일정을 다 알고 참가한 신입생도 있었다. 김세희 씨(19·행정학과)는 “다음 달 8일에 있는 9급 검찰공무원 시험에 원서를 냈다. 바로 시험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며 “5급 교육행정직에도 관심이 있어 정보를 얻으러 박람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신입생들은 “지금부터 취업 준비를 해도 이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률 씨(19·차세대기술공학부)는 “대학 3학년인 언니가 토플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언니보다 더 빨리 공부를 시작해 어학점수와 자격증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리사시험 상담 부스를 찾은 최연우 씨(19·물리학과)는 “취업 시장이 하도 어렵다고 해서 미리 교직 이수 과정과 호주 교환학생, 학군사관후보생(ROTC) 등에 대해서도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취업 프로그램 경쟁도 치열 대학들도 새내기 대상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서강대는 지난해 1월 저학년 대상 진로캠프 ‘점프 업’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틀 동안 80명이 구체적인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수업이다. 올 1월에는 신청 접수 하루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세종대는 2015년부터 방학 때 3일간 진로캠프를 연다. 첫해 참가한 1학년은 10명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40명 넘게 참가했다. 세종대 관계자는 “고학년 대상 취업캠프나 기업 탐방, 인사 담당자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학년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3, 4학년생이 주로 활동하는 취업 동아리에도 새내기 가입이 늘고 있다. 인턴이나 취업에 필요한 프레젠테이션, 자기소개서 특강, 모의면접 등을 동아리에서 배우기 위해서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의 연합 프레젠테이션 학회인 ‘인사이트그래피’는 올해 지원자 절반가량이 1, 2학년이었다. 인사이트그래피 관계자는 “기업 면접에 나올 만한 주제를 공부하고 공모전, 프레젠테이션 실습을 할 수 있어 신입생 지원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최고야 best@donga.com·황하람 기자}

    •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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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션-정혜영 부부, 또 1억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

    홀트아동복지회는 가수 션(본명 노승환·45·오른쪽)과 배우 정혜영(44·가운데) 부부가 1억 원을 기부했다고 9일 밝혔다. 홀트아동복지회 홍보대사인 션, 정혜영 부부는 위기 가정 아동 교육비 지원 프로그램인 ‘꿈과 희망 지원금’에 매년 1억 원씩 기부했고 이번이 9년째다. 대학생 장학금까지 합치면 부부가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한 금액은 13억 원에 이른다. 또 홀트아동복지회를 포함해 승일희망재단과 푸르메재단 등에 기부한 돈은 4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모금을 시작한 꿈과 희망 지원금 사업은 현재 전국 아동 300여 명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션은 “가정환경 때문에 아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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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논란뒤 명동 화장품 매출 반토막

    “지난해 초엔 하루에 고기 100kg을 준비해도 다 팔렸어요. 점차 60kg까지 줄였는데 이젠 더 줄여야겠네요.” 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고깃집 주인 신모 씨(38)는 텅 빈 식당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하던 테이블은 비었다. 지난해 7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매출이 40% 넘게 줄었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생 14명 가운데 반을 내보냈어요. 이 비싼 명동 땅 임차료는 또 어쩝니까.” 신 씨의 시름은 깊어 보였다. 전날 중국 정부가 베이징(北京)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내린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 금지 조치는 중국인 관광객이 점차 줄고 있던 관광시장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상인들은 “이미 작년부터 매출이 반 토막”이라며 “이번 조치로 중국인 손님이 더 줄면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저기서 중국어가 들리던 동대문 패션타운 일대도 6∼7개월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날도 중국인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전세 관광버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성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양모 씨(23·여)는 “3월이 되면 날씨가 풀려 손님이 느는데, 중국 정부 조치 때문인지 주말을 앞둔 금요일인데도 어제보다 손님이 없다”며 울상이었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업계와 화장품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면세업계에서는 손님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을 60∼70%로 본다. 국내 화장품업체는 면세점을 통해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동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유명 건물에 입주한 한 화장품 매장은 지난해 사드 배치 논란 이전에 비해 매출이 40%로 떨어졌다. 한때 하루에 중국인이 1만 명 이상 방문해 화장품을 싹쓸이해 가기도 했던 곳이다. 매장 매니저 이모 씨(24)는 “아르바이트생 무급휴가를 더 보내야 할 것 같다. 중국에서 세게 나오는데, 우리 정부도 대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롯데그룹 면세점은 중국의 보복 조치 하루 만에 영향이 나타났다. 한 직원은 “단체 관광객들이 사드 배치 때문에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일정에서 빼버리자고 해 오늘 갑자기 방문이 취소된 곳도 있다”고 전했다. 면세점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후사사(胡莎莎·28) 씨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을 대변해 그 정도 조치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숙소와 가까운 롯데면세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당국 제재의 영향을 크게 받는 단체 관광객보다 ‘싼커(散客)’라 불리는 개별 여행객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별 예약으로 한국에 오는 싼커에게 중국 조치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관광업계는 베이징 여행사뿐 아니라 일부 중국 온라인 여행 사이트들까지도 한국행 관광 제한 지침을 하달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별 관광객의 항공권 및 호텔 예약을 단순 중개하는 것도 당국이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한국을 찾는 단체 및 개별 관광객을 전체의 70% 정도로 보고 있다.최고야 best@donga.com·김단비·이새샘 기자}

    • 2017-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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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뒤 정규직’ 헌신짝… 1년 넘게 인턴중

    “정규직 되고 싶어? 그럼 인턴 6개월만 더 해!” 지난해 6월 말 한 여행사 인턴이었던 A 씨(26)가 회사로부터 받은 통보다. 그는 같은 해 1월 이 여행사 신사업기획 부서에 6개월짜리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뽑혔다. 하지만 기간 종료 후 정직원이 되지 못했다. 물론 채용연계형 인턴 모두가 정식 채용되는 건 아니다. 다만 A 씨는 중간평가에서 동기 중 1등을 했기에 내심 기대가 컸다. 실망한 그에게 회사 관계자는 인턴생활 6개월 연장을 제안한 것이다. 집안 사정이 어려운 A 씨는 12월까지 인턴 기간을 연장했다.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밥 먹듯 했지만 추가 수당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식 채용의 꿈을 위해 견뎠다. 약속한 6개월이 얼마 남지 않자 갑자기 회사 분위기가 바뀌었다. 팀장들은 돌아가며 그에게 업무를 맡겼고 A 씨가 실수라도 하면 폭언이 쏟아졌다. “알아서 나가라는 의미였다.” A 씨가 정규직 꿈을 접고 회사를 나온 이유다. 광고·홍보대행사 인턴 B 씨(26)는 1년째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원래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일한 뒤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회사는 “자리가 나는 대로 정식 채용하겠다”며 인턴 기간 연장을 제안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도 붙였다. B 씨는 약속을 굳게 믿고 지금까지 정규직 사원과 똑같은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월급 120만 원 외에 추가 수당은 없다. 정규직 채용과 연계하겠다며 인턴을 뽑은 뒤 이를 조건 삼아 인턴 기간을 계속 늘리는 기업들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규직 전환 시기가 되면 “아직 자리가 안 났다”며 인턴 기간을 슬쩍 연장한 뒤 추가 근무를 시키고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채용연계형 인턴들은 수련생과 근로자 신분 사이에 끼여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법적 지위가 따로 없다. 대부분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일경험 수련생’으로 분류된다. 정부의 ‘일경험 수련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근무 기간은 최대 6개월, 하루 8시간(주간 40시간)까지만 가능하다. 교육 담당자 배치와 훈련일지 작성 등도 기업의 의무다. 하지만 실제 이들의 역할은 정규직 사원이 할 일을 대신하는 근로자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채용 때부터 정규직 전환 시기, 인원 등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깜깜이’ 채용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2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인턴 채용 공고 267건(2015년 7월 1일∼8월 31일)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채용 연계’를 명시한 86곳 가운데 인원 공개는 6곳에 불과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금 추후 협의, 채용 인원 ○○명 등 추상적 표현 말고 명확한 내용을 공고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안일한 인식도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처음부터 기간제 근로자로 계약한 뒤 최대 2년 이상 근무하면 자동으로 정규직 전환이 돼 인턴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견만 내놓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은 인턴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들이 정당한 근로자 처우를 못 받고 있는 것”이라며 “채용을 무기로 저임금 편법 노동을 시키지 못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백승우 기자}

    •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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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절에 열린 수요집회… 전국 곳곳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앙증맞지만 힘찬 목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바지를 입은 어린이 40여 명이 모였다. 손에 태극기를 쥔 아이들은 목청껏 대한독립을 외쳤다. 아이들은 3·1절 기념행사로 열린 만세운동 재현 행렬의 맨 앞에 서서 인근 보신각까지 행진했다.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함께 “만세”를 외치며 축제처럼 치러졌다. 유관순 열사 등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됐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서도 만세운동을 재현한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행사가 열렸다. 애국지사 후손과 어린이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127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다. 추운 날씨 탓에 한동안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이날 함께했다. 김복동(91) 이용수(89) 이옥선(90) 길원옥 할머니(89)는 시민 1200여 명과 함께 정부의 위안부 합의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김 할머니는 “(현 정부는) 소녀상을 철거하고 위안부를 없는 일로 해버렸다”며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비판했다. 이용수 할머니도 “한국에 소녀상을 세울 곳이 없으면 동양 곳곳에라도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근처에서도 3·1절을 맞아 ‘소녀상을 지키는 천 개의 의자’라는 제목의 행사가 열렸다. 현장에는 의자 1000개가 빽빽하게 설치됐다. 학생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 참가자들은 의자에 앉아 신발을 벗고 소녀상처럼 맨발로 뒤꿈치를 든 채 1분간 침묵시위를 벌였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영사관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과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 윤병세 외교부 장관 사퇴 등을 촉구했다. 제98주년 3·1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전국은 물론이고 온라인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이 소녀상을 모독하는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10시경 한 남성 누리꾼이 ‘위안부 소녀 입술을 빨아주고 왔습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혀로 소녀상 입술을 핥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 누리꾼은 게시 글에서 “성적인 행위가 아니라 미세먼지와 세균을 세척해 주려고 했다. 같은 국민의 아녀자 입술은 같은 국민 남성의 것이지 다른 외간 남자에게 당하는 것은 치욕”이라고 썼다. 비난이 쏟아지자 게시 글은 삭제됐다. 최고야 best@donga.com / 부산=강성명 / 백승우 기자}

    •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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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20억… 끝모를 전세자금 대출 사기

    “이름만 잠깐 빌려주세요. 사례는 톡톡히 하겠습니다.” 유모 씨(36)의 말에 노숙자 여러 명이 솔깃했다. 크게 쓸 일 없는 이름 한 번 빌려주면 술 한잔 먹을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숙자 15명이 유 씨에게 자신의 신상정보를 알려줬다. 유 씨는 이렇게 모은 이름을 전모 씨(38)에게 넘기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씨는 넘겨받은 이름을 임차인으로 하는 가짜 부동산 전세계약서를 만든 뒤 금융기관에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낸 혐의다. 유 씨는 ‘작업대출’ 사기 조직에서 가짜 명의자를 구하는 모집책, 전 씨는 대출 전 과정을 지휘한 총책이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고은석)는 명의 대여자를 모집해 20억5200만 원의 불법 전세자금 대출을 받도록 한 혐의로 유 씨를 구속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전 씨 등 3명과 대출을 도운 혐의로 신용협동조합 직원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주택전세자금 대출은 전세 보증금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연 2%대의 낮은 금리로 정부에서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이때 금융권에서 대출서류 심사를 철저히 하지 않는 점을 노려 가짜 명의를 내세워 임차인으로 꾸미고 불법 대출받은 자금을 가로채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북부지법은 재직증명서와 임대차 계약서 등을 위조해 13억4000만 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일당 10명에게 실형을 내렸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의 명의를 이용해 가짜 서류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세대출 사기조직은 심사 과정에서 대부분 현장실사가 없다는 점을 노린다. 이 과정에서 유령 회사를 만들어 가짜 재직증명서를 제출한 뒤 은행이 확인 전화를 걸면 사기조직의 사무실로 연결되는 수법까지 동원한다. 특히 금융기관의 위험 불감증도 문제다. 임차인이 대출을 갚지 못해도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주택신용보증기금으로 대출금의 90%를 대신 갚아준다. 사기 사건이 잇따르는데도 서류 심사가 느슨한 이유다. 주금공이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자금 사기대출로 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주금공이 대신 변제한 경우는 최근 5년간(2011∼2015년) 422건 총 250억 원에 달한다. 피해를 갚는 데 세금이 쓰일 뿐 아니라 진짜 전세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이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주금공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장실사 등 대출 심사를 강화할 경우 집주인들이 전세 대출을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사기 예방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 현실적으로 심사를 강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세청 소득자료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납부 명세 등 정부가 가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중 점검을 하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최고야 best@donga.com·백승우 기자}

    • 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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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펙보다 품성… 사회적 약자 배려를”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잃을 게 없다’는 긍정의 힘이 봉사활동과 창업의 원동력이 됐어요.” 24일 열린 서울대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축사를 한 이진열 씨(28·종교학과)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시력이 나빠질수록 말과 행동도 움츠러들었다. 대학에 입학해도 내성적인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2학년 때 우연히 교내 봉사단에 들어간 그는 자신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땀을 흘리면서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봉사단장으로 일하며 배운 ‘하면 된다’ 정신은 현재 창업 도전의 밑거름이 됐다. 이 씨는 “남들은 스펙도 안 되는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는 걸 보면서 나 역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선한 인재’ 육성을 강조한 성낙인 총장은 이날 축사에서 배려와 존중의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졸업생에게 “약자를 배려하는 지식인, 바른 정신을 가진 인재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연세대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들이 들고 있던 ‘학생명예선언문’에도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선언문은 김용학 총장이 올해 처음 도입한 것. 성실 정직 배려의 태도로 학교생활을 하겠다고 학생들 스스로 선서하는 것이다. 김 총장은 축사에서 “스펙 쌓기에 자신을 가두지 않아야 한다. 배려와 섬김 나눔을 아는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총장은 모든 신입생 가정에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시집과 편지 학생명예선언문 학교안내서 등을 보냈다. 학생 대표로 선서한 영문학과 신입생 구예린 씨(19)는 “학점 경쟁과 취업난으로 치열한 대학생활에 우려가 컸는데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좋은 인성을 기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 사태로 홍역을 치른 이화여대도 이날 입학식을 치르면서 신입생들을 응원하고 위로했다. 송덕수 총장직무대행(부총장)은 축사에서 “이화여대가 최근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순서에서 남교수중창단은 들국화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축가로 불렀다. 한편 이날 서울대 법과대학에서는 ‘광장’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소설가 최인훈 씨(81)가 입학 65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1952년 법학과에 입학한 그는 1956년 휴학 후 제적 상태에 있었다.최고야 best@donga.com·김동혁 기자}

    • 2017-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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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점 후한 강의 삽니다”… “조교자리 파세요”

    “IT혁신관리 수업 10만 원에 삽니다.” “미디어사회학 양도하실 분에게 사례합니다.” 개강을 앞둔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자주 눈에 띈다. ‘광클릭’에 실패해 수강신청을 못한 학생들이 뒷거래로 강의를 사고파는 것이다. 인기가 높은 건 학점 따기 쉬운 수업. 취업을 위한 학점 관리 때문이다. 최근에는 강의뿐 아니라 취업준비생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용돈벌이를 위한 조교 자리 거래도 등장했다. 수강신청 전쟁에서 패한 학생들은 원하는 강의와 사례를 명시해 거래 글을 올린다. 사례는 커피전문점 모바일 쿠폰부터 고급 화장품 교환권, 현금까지 다양하다. 학점 관리가 절박한 4학년생들은 아예 대놓고 “살려 달라”고 애원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학교 수강신청 시스템 접속자가 별로 없는 새벽 시간에 강의 주고받기가 주로 이뤄진다. 판매 학생이 해당 과목 수강신청을 취소하면 기다리던 구매 학생이 즉각 빈자리를 차지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윤모 씨(23)는 “마지막 수강신청 조정 기간인 3월 첫째 주가 되면 거래 가격이 더 뛴다”고 말했다. 강의 뒷거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1학기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강의 거래 글은 28건이었으나 2학기에 75건, 올해 1학기에 196건으로 늘었다. 이화여대도 같은 기간 4건에서 97건, 134건으로 늘었다. 학교 측은 강의 거래를 학칙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익명 게시판에서 개인 간 거래를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행정이나 수업 보조 역할을 하는 조교 자리도 거래된다. 취업이 안 돼 졸업을 유예한 대학원생이 다른 학생에게 이름값을 주고 조교로 일하는 것이다. 학기 등록생이 아니면 조교를 할 수 없어서 이름을 빌려준 학생에게 장학금의 5%를 수수료로 준다. 대학원생 서모 씨(29)는 졸업 유예를 신청한 지난 학기에 타인 명의를 빌려 조교로 일하며 200만 원가량 벌었다. 서 씨는 “일주일에 20시간 일하고 한 학기에 400만 원을 버는 조교는 ‘A급 조교’, 일주일 10시간에 한 학기 200만 원을 벌 경우 ‘B급 조교’라 부른다”며 “B급 조교 명의를 빌려준 학생에게 사례금 10만 원을 건넸다”고 말했다. 조교 자리는 시급으로 따지면 1시간에 7000원 정도로 보수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대학원생 양모 씨(27)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조교 일은 취업 준비를 병행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최고야 best@donga.com·백승우 기자}

    •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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