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나갔다 실적압박-열정페이에 상처… “현장 관리감독 강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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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실습생 열악한 처우

올 1월 전북 전주시의 한 특성화고 3학년 홍모 양(19)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 양은 지난해 9월부터 한 통신사의 하청 콜센터에서 실습생으로 일했다. 그런데 중학교 배구부 주장을 할 만큼 씩씩했던 홍 양은 실습생활 시작 후 자주 눈물을 보였다.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콜 수를 못 채웠다. 실적 압박이 심하다”며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 홍모 씨(57)는 “딸이 콜 수를 못 채웠다며 야근이 잦아졌고, 밥을 제대로 못 먹는 날이 많았다. 회사에서 욕을 먹었다고 집에 와서 많이 울었다”고 밝혔다. 숨지기 전날에는 맥주병을 깨 손목을 긋는 자해 행위까지 했다. 어머니 이모 씨(49)는 “병원에 다녀와 한 첫 마디가 ‘회사 그만두고 싶다’였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홍 양이 일한 곳은 계약해지 담당 부서다. 악성 민원인이 많아 업계에서는 ‘욕받이 부서’로 불린다. 그는 수습 기간 3개월 동안 근로계약서에 명시한 월급 160만5000원(세전)보다 적은 100만 원 안팎을 받았다. 수습 기간에는 정상 월급의 80% 정도만 지급된다. 홍 양이 일했던 콜센터 측은 “홍 양의 노동 강도가 다른 부서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었고 야근을 시킨 적도 없다”며 “회사 문제로 자살한 게 아니다”라는 태도다.

사실 홍 양 같은 특성화고 실습생 중 어린 나이에 갑자기 직장생활을 하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마다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 1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기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간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특성화고 3학년 2학기부터 기업체에 훈련 목적의 교육을 나가는 실습생 제도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으로 실습생 권익을 보호해야 하지만 심각한 ‘열정페이’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습생은 1일 7시간, 주 35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또 학교의 직업교육훈련교원이 현장지도를 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많지 않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학교 등이 관리감독을 해야 하지만 현장 실사 등 확인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학교는 서류만으로 실습 기업을 선정하기 때문에 근로환경이 정확히 어떤지 사전에 알기 어렵다. 연말마다 관계 부처가 합동점검을 나가지만 민원이 접수된 곳에만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문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본부 교육부장은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려고 근무 여건은 잘 따져보지 않은 채 학생을 내보내고, 기업은 학생을 값싼 노동력으로 본다”며 “실습생에 대한 현장 관리감독 여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 / 전주=백승우 기자
#특성화고 실습생#열정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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