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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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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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진 세아이 같은 경로 감염…혈액 통해 세균 번졌을 가능성”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숨진 미숙아 4명 중 혈액 검사를 실시한 3명에게서 똑같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이들의 사망 원인이 같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일반적으로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띈다. 세균 분류법으로는 그람염색을 했을 때 음성에 해당하는 붉은색을 띠는 그람음성균에 해당한다. 세포벽이 얇아 습한 곳을 좋아한다. 건조한 피부 위에서도 살아남는 그람양성균과 비교하면 신생아실에서 옮을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 2010년 대한소아과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지방의 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3474명 중 그람음성균 패혈증 환자는 37명(1%)에 불과했다. 환자 3명이 동시에 각기 다른 경로로 그람음성균 패혈증에 걸릴 가능성은 100만분의 1 수준이라는 뜻이다. 결국 숨진 신생아들은 같은 경로로 세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질병관리본부는 세 신생아의 몸에서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나온 데 주목하고 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대체로 ‘광범위 베타락탐 분해효소(ESBL)’를 갖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항생제 대다수에 저항성을 보인다는 뜻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들이 똑같이 입원 전에 이 균을 몸속에 갖고 있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성인 패혈증 환자에게서는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된 사례가 간혹 있었지만, 집단으로 사망한 미숙아에게서 이 균이 나타난 전례는 국내에서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시트로박터균을 포함한 그람음성균은 급격한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잠재하고 있다. 신승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그람음성균에 의한 합병증은 초기 증상이 경미하고 진행이 빨라 포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자 4명을 부검한 뒤 공통적으로 소장과 대장 일부가 부풀어 있었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혈액을 통해 옮은 세균이 괴사성 장염 등 장내 질환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패혈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세균은 요로나 음식물 섭취로 감염되기도 하지만 이 경우 증상이 환자마다 점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 환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 수액 등을 통해 세균이 혈액에 직접 주입되면 처음엔 극소수의 세균에 감염돼도 금세 배양실에 넣은 것처럼 번식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신생아에게 주사할 영양제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기구 등에 묻어 있던 세균이 수액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녹농균은 습한 곳이라면 60도가 넘는 고온에서도 살아남는다. 비누, 세면대, 심지어 소독제에서도 서식한다. 의료진의 콧구멍이나 가래에서 검출될 때도 있다. 한 종합병원에서 병원체를 전반적으로 조사했을 때 중환자실에서 검출된 전체 세균 중 23%가 그람음성균이었다. 미숙아는 제각기 발달 상태와 필요 영양소가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이 수액을 만들 때 멸균 공간에서 여러 영양제를 조합한다. 이 과정에서 멸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면 수액 자체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국과수는 “수액을 투약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오염된 주사기 등을 통해 세균이 체내에 들어가면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미숙아들의 사망에 화학적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신생아는 체내 염화칼륨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관련 약제를 맞는데, 그 농도나 배합이 잘못돼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과수 양경무 법의조사과장은 “염화칼륨을 과량 투약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의무기록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약물 과다복용 등 화학적 원인이라면 약간의 시차도 없이 곧장 사망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들이 호흡 곤란 등 증상으로 심폐소생술을 받기 시작한 시점은 16일 오후 5시 44분부터 오후 9시 8분까지 시차가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0일경 숨진 신생아들로부터 채취한 검체의 분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조건희 becom@donga.com·김동혁 기자}

    •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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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병원 사망 신생아 4명중 3명서 같은 세균 검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1시간 21분 만에 잇따라 숨진 미숙아 4명 중 3명에게서 똑같은 항생제 내성 의심균이 검출됐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사망자들이 오염된 수액이나 주사제, 모유 등을 통해 같은 세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1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은 16일 오후 생후 6주 된 김모 군 등 3명이 심박 수 감소 등 이상 증세를 보이자 혈액을 채취해 자체적으로 세균 배양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 이 균은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세균으로, 사망 신생아 3명이 원래부터 체내에 지니고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질병관리본부는 병원 내 감염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숨진 신생아 4명에 대한 부검 후 “공통적으로 소장과 대장에서 가스 팽창이 육안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세균 감염 가능성과 함께 수액 또는 약물 투입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들어갔거나 약물 배합이 잘못돼 심정지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4명 모두 정맥 주사로 영양을 공급받고 있었다”며 “체내 칼륨 농도 유지에 필요한 염화칼륨(KCl) 등 일부 약물을 과다 투입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동혁 기자}

    •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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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1분새… 이대병원서 신생아 4명 사망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의 미숙아 4명이 1시간 21분 만에 잇따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7일 서울 양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11시 7분경 “아기가 2명 이상 죽었다. 4명의 아기가 심폐소생술을 받았다”는 유족의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경찰은 “응급치료를 받던 미숙아 4명이 오후 9시 32분부터 10시 53분 사이 순차적으로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인큐베이터 22개가 있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미숙아 16명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 가운데 생후 9일∼5주인 남자 아기 2명과 여자 아기 2명이 연이어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서 심정지 증세를 보였다. 병원 측은 “숨진 4명 모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심정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이례적이다”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신생아 중환자실을 폐쇄하고 생존한 신생아 12명 중 8명을 강남성심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다른 신생아 4명은 퇴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과 질병관리본부, 서울 양천구보건소는 바이러스 등의 감염 여부 등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8일 숨진 신생아 4명의 시신을 부검할 계획이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아기의 배가 부풀어 있었다”는 일부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괴사성 장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한 점을 감안할 때 오염된 수액 등이 혈액에 투여돼 감염됐거나, 인큐베이터의 산소공급기 등 생명유지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조건희 기자}

    •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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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오염된 의약품이 패혈증 등 일으켰을 가능성”

    이대목동병원 내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을 놓고 전문가 대다수는 “4명 모두 같은 원인에 의해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병원 신생아실에서 4명이 숨지는 일이 81분 사이에 우연히 겹쳤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다른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및 감염내과, 산부인과 교수 8명에게 자문한 결과 4명은 오염된 의약품이 염증 반응을 일으켰을 공산이 크다고 추정했다. 특히 바이러스나 세균이 피부 접촉이나 공기 흡입으로 옮았을 가능성보다는 정맥 주사를 통해 혈액에 직접 침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별다른 징후를 보이지 않던 신생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2001년 경기 고양시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아스트로와 로타바이러스에 각각 감염된 신생아 2명이 숨졌지만, 당시엔 혈액이 아닌 음식물을 통해 옮은 것으로 추정됐고 두 영아의 사망 시점도 닷새 이상 차이가 났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 양천보건소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사제와 수액 등을 수거했다. 항생제에 저항성이 있는 아시네토박터균, 녹농균 등에 감염되면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는 패혈증이 생길 수 있다. 성인의 경우 호흡이 가빠지거나 혈압이 떨어지는 등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만, 숨진 영아들이 엄마 배 속에 머문 기간이 25∼34주인 미숙아(재태 기간 37주 미만)라서 이 같은 면역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숙아의 몸속에 흐르는 혈액은 성인의 10분의 1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적은 양의 감염균이 급성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신생아가 사망 9시간 전부터 배가 부풀어 오르는 등의 증상을 보인 점을 들어, 장 세포가 죽어 염증을 일으키는 괴사성 장염이 의심된다는 견해도 나왔다. 박국인 연세대 세브란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집단으로 발생했다면 원래 장이 미성숙해서가 아니라 바이러스나 세균이 옮았기 때문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 8명 중 3명은 일시적으로 산소공급기 등 생명유지 장치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고홍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심장 기능이 연달아 떨어진 것으로 보아 산소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됐을 가능성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현장에서 수거한 검체를 분석해 이르면 18일 바이러스 검출 여부 등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조건희 becom@donga.com·김단비 기자}

    •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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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가출신고 年500명, 끝내 못돌아온다

    손항배 씨(71)의 가슴은 16년째 얼어붙어 있다. 2002년 4월 “출근하겠다”며 집을 나선 아들 인성 씨(실종 당시 30세)의 행방을 여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들이 사라진 직후 경찰서를 돌며 휴대전화 위치 조회를 요청했지만 “단순 가출일 수 있어 수색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혹시 큰일을 당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변사자 유전자(DNA) 대조 요청서를 내봤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손 씨는 “아들의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은데 어디 한 곳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현행 실종아동법상 ‘실종자’는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이나 지적장애인, 치매환자로 한정돼 있다. 성인은 ‘가출인’으로 분류돼 경찰의 수색이나 수사, DNA 대조 대상이 아니다. 성인 실종자 중 99%는 오인 신고나 단순 가출로 판명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손 씨와 같은 성인 장기 실종자의 가족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14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에 접수된 성인 실종자(가출인)는 201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30만2654명이었다. 이 중 가족이 신고를 취소하지도, 경찰이 소재를 확인하지도 못한 ‘미발견자’는 현재 5316명이다. 신고 시점이 비교적 최근인 올해와 지난해의 미발견자를 제외해도 매년 500명 안팎이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경찰이 초기 수색에 나서지 않아 실마리를 놓치는 일이 잦다고 호소한다.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면 자해 가능성이, 채권·채무자였다면 범죄 피해 가능성이 있지만 최소한의 기초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실종자를 찾으려면 초기 12시간 내에 소재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오랜 기간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의 마지막 바람은 “만약 숨졌다면 유해라도 찾게 해 달라”는 것이지만 이것조차 쉽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국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가 발견되면 그 DNA를 따로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 실종자의 유전자는 경찰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결국 변사자와 실종자의 유전자를 대조해 볼 수 없는 상황이다. 2004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접수된 변사자 3605명의 DNA 중 실종자 가족과 대조해 신원을 확인한 것은 226명(6.3%)뿐이었다. 지난해 부산지방경찰청은 관할지역에서 발견된 신원불상 변사자 53명과 장기 미발견자 가족 48명의 DNA를 대조해 4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단발성 프로젝트였다. 지난해 서울의 한 50대 남성은 “아들이 없어졌다”며 전국 각지의 경찰서를 직접 돌아다닌 끝에 1년여 만에 아들의 시신을 찾아냈다. 올해 2월 부산에선 실종자 가족이 끈질기게 유전자 대조를 요청해 경찰이 확인한 결과 해당 실종자는 이미 5년 전 숨진 채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임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신원확인정보관리실장은 “DNA는 민감한 개인정보여서 실종자 찾기에 적극 활용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희 의원은 성인이라도 범죄나 사고 탓에 실종된 것으로 의심되면 실종자로 분류하는 ‘실종자 수색·수사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12일 발의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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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보험사 ‘문재인 케어’ 반사이익 5년간 4조”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라 민간보험사가 누릴 ‘반사이익’이 향후 5년간 4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의사단체가 요구하는 대로 건강보험 의료 수가(가격)를 올리면서도 건강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려면 민간보험의 초과 이익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우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14일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실손의료보험 등 민간보험이 부담한 의료비 상당액을 건강보험이 보장하게 되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민간보험사의 보험금 지출이 총 3조8044억 원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비급여 항목을 ‘예비급여’로 전환해 본인 부담률을 30∼90%로 차등 적용하는 데 따른 반사이익이 1조4586억 원으로 가장 컸다. 민간보험에 가입했다면 본인 부담금 중 일정액을 보험사가 감당했는데, 비급여 항목이 줄어들면 결국 보험사 대신 정부 부담이 늘어 그만큼 보험사가 이득을 보게 된다는 얘기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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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귀순병 오청성, 이르면 15일 軍병원 이송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 오청성 씨(25)가 조만간 군 병원으로 이송된다. 오 씨는 초코파이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됐고, B형 간염 탓에 치솟았던 간 수치도 어느 정도 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씨는 군 병원으로 옮겨진 후 군의관들로부터 재활치료와 함께 국가정보원 및 군의 합동신문을 받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오 씨를 현재 입원 중인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의료진과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 15일경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아주대병원은 군에 “14일에도 옮길 수 있는 상태”라는 의견을 전달해 이송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 오 씨의 이송은 지난달 13일 총상을 입은 지 한 달여 만이다. 총알 4, 5발이 몸을 관통하는 중상을 입은 오 씨는 아주대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혈압이 거의 잡히지 않았고 손상 중증점수(ISS·15점 이상이면 생명 위험)가 22점으로 위독한 상태였다. 하지만 두 차례 대수술 후 차츰 회복해 지난달 18일 의식을 찾았다. 오 씨의 주치의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북에서 고강도 훈련을 견딘 젊은 군인이어서 회복세가 아주 빠르다”고 말했다. 오 씨는 현재 병실 내에서 스스로 걸어 다닐 정도로 나아졌다. 최근 오 씨가 “초코파이가 먹고 싶다”고 부탁해 의료진이 직접 구해다 줬고, 적은 양을 간식으로 먹기도 했다고 한다. 총알이 관통한 소장을 40cm가량 잘라내고 이어 붙여 그동안 미음과 물김치 정도밖에는 먹지 못했지만 소화기능이 상당 부분 회복된 것이다. 의료진은 오 씨가 걷는 시간과 거리를 천천히 늘리는 재활치료를 받을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입원한 병동에는 다른 환자와 보호자가 많아 복도에서 걷거나 재활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진이 민간인 통제가 쉬운 군 병원으로 옮겨 재활치료를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한 이유다. B형 간염과 수술 후유증 탓에 높았던 간 수치는 정상보다 약간 높은 범위까지 내려간 상태다. 정부와 병원 측은 혹시 모를 암살 위험 등에 대비해 오 씨를 군 헬기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이송 시 오 씨와 동행하고, 추후 필요하면 국군수도병원으로 왕진을 할 예정이다.조건희 becom@donga.com·손효주 기자}

    •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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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수능도 ‘아랍어 로또’ 열풍…한 번호만 모두 찍어도 4등급?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아랍어 로또’ 현상이 재현됐다. 한 번호만 모두 찍어도 4등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점수 따기가 쉬웠다는 얘기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2018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아랍어에 응시한 학생이 5만1882명으로, 전체 제2외국어 응시생의 73.5%였다고 12일 밝혔다. 아랍어는 30문항(1점짜리 10문항, 2점짜리 20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수능 아랍어 시험에서 모든 문항의 답을 5번으로 찍었어도 원점수가 11점(50점 만점)으로 전체 9개 등급 중 5등급(표준점수 46점, 백분위 39)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한문 등 6과목은 원점수 11점을 받을 경우 7등급, 베트남어는 6등급을 받게 된다. 아랍어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90점으로 다른 외국어(67점∼79점)보다 높았다. 지난해 수능에서도 제2외국어 과목 중 유일하게 아랍어만 표준점수 최고점인 100점을 받을 수 있어 다른 과목(66~79점)과 현격한 차이가 났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기형적인 제2외국어 선택을 없애려면 절대평가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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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窓]떠난 아들 심장 소리가… 말 잊은채 10년만에 꼭 안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팔을 벌려 서로 안았다. 겨울옷 너머로 박정구 씨(59)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박기월 씨(66·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14년 전 뇌동맥류 파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들 김상진 씨(당시 31세)가 남긴 심장이 여전히 박정구 씨의 몸속에서 힘차게 뛰고 있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8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한화생명 주최로 열린 ‘도너 패밀리 모임’에서 만난 이들은 손을 맞잡고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김 씨로부터 췌장을 이식받은 임명순 씨(58·여)와 이상신(45·간), 엄경희(56·여·콩팥), 윤옥희 씨(48·여·콩팥)가 차례대로 행사장에 도착해 박기월 씨와 포옹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07년 김 씨의 3주기 모임 이후 처음이다. 박정구 씨의 아들(29)이 박기월 씨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아버지에게 새 생명을 주신 덕에 제가 이렇게 자랐습니다”라고 말했다. 박기월 씨는 “건강히 지내줘서 고맙다”고 간신히 대답했다. 김 씨는 결혼 두 달 만인 2004년 11월 29일 갑자기 쓰러져 뇌사에 빠진 뒤 12월 2일 박정구 씨 등 5명에게 생명을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뇌사 시 장기 기증’ 희망자 등록 제도가 도입된 후 이 서약을 실제로 지킨 것은 김 씨가 처음이었다. 박기월 씨는 처음엔 아들과 함께 장기 기증 서약을 했던 것 자체를 후회했다. ‘내가 괜한 일을 한 탓에 건강했던 아들이 갑자기 떠난 게 아닐까….’ 하지만 2005년 김 씨를 주인공으로 한 공익광고가 전파를 타고, 이를 계기로 이식 수혜자들과의 첫 만남이 같은 해 9월 성사됐을 때 마음의 짐이 사라졌다(본보 2005년 9월 5일자 A9면). 박기월 씨는 “아들의 생명을 나눠 가진 5명이 건강히 지내는 것을 눈과 손으로 직접 확인하니 흐뭇하다. 아직 아들이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식 수혜자들은 “새 생명을 선물받은 만큼 더 뜻깊은 삶을 살겠다”는 10년 전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윤 씨는 콩팥 장애인단체를 후원하고 환자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자신은 기적처럼 콩팥을 이식받아 혈액 투석의 고통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괴로움 속에서 사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임 씨도 시간이 날 때마다 집 근처 복지회관에서 장애인시설에 보낼 지원물품을 포장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박정구 씨는 매일 무거운 톱을 들고 산에 올라 소나무재선충병 방역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심장)을 더 건강하게 가꾸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박기월 씨가 “강원 평창군에 집을 새로 지었으니 놀러오라”고 말하자, 박정구 씨는 “직접 재배한 콩으로 쑨 메주를 잔뜩 메고 찾아가겠다”며 웃었다. 김 씨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은 박정구 씨 등 5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뇌사 기증 유가족과 합법적으로 교류하는 이들이다. 현행 장기이식법상 유가족과 수혜자의 신원은 비밀에 부쳐야 한다. 장기 매매를 막기 위해서다. 박정구 씨 등은 모두 공익광고를 통해 신원이 알려져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 교류하고 있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처장은 “기증자 유가족을 설문한 결과 가장 기대하는 예우사업은 ‘이식인과의 만남’이었다”며 “유가족과 수혜자가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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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우스 클릭할 때 눈을 자주 깜빡이세요”

    찬 바람을 쐬다가 사무실로 들어오면 건조한 공기에 코가 꽉 막히고 눈이 따끔거린다. 겨울철 습도가 떨어지고 온열기기가 실내 공기를 더욱 마르게 하면서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안구건조증으로 병·의원을 찾은 환자가 2010년 186만 명에서 2016년 224만 명으로 6년 새 20.4% 증가했다고 10일 밝혔다.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배 이상 많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샘의 기능이 떨어질 때 나타난다. 눈의 표면은 점액, 수성, 지방 등으로 구성된 얇은 눈물층으로 덮여 있다. 눈물층은 세균이나 먼지를 씻어내고 눈이 잘 움직이도록 윤활유 역할을 한다. 눈물의 구성 성분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눈이 따갑고 이물감과 통증을 느끼게 된다. 심하면 눈 뒤쪽이 당기듯 아프다가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물이 2개로 보이는 복시(複視) 현상까지 나타난다. 난방기구의 건조한 바람을 직접 쐬면 눈물이 쉽게 증발돼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모니터를 오래 들여다보는 사무직은 업무에 집중하면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평소의 3분의 1까지 줄어든다. 콘택트렌즈를 하루 8시간 이상 착용하면 안구가 마를 위험성은 더 커진다. 안구건조증은 초기에 치료하고 생활환경에 신경 쓰면 대체로 증상을 줄일 수 있다. 가습기나 젖은 수건을 활용해 실내 습도를 60% 이상 유지하고,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눈을 깜빡이는 식으로 의식적으로 눈을 움직이는 게 좋다. 물을 자주 마시거나 방부제가 없는 인공눈물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하면 얼굴에 특수 레이저(IPL)를 쏘여 눈의 기름샘과 눈물샘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유도하는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최정민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은 “안구건조증을 오래 방치하면 결막염이나 각막염, 각막궤양으로 악화할 수 있으니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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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의 ‘몹쓸 손’… 예비 나이팅게일은 성추행에 웁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A 씨는 최근 “꺅” 하는 비명 소리를 듣고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 올해 초 이 병원에 실습을 나온 간호학과 4학년생 B 씨가 흐느끼고 있었다. 입원 환자가 B 씨를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춘 것. B 씨는 얼마 전에도 병실 커튼을 치자 다른 환자가 엉덩이를 쓰다듬었다고 호소했다. 병원 측은 B 씨의 충격을 고려해 2주간 휴가를 줬지만 그는 끝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A 씨는 “몸이 아프거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핑계를 대며 간호 실습생을 노리고 괴롭히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환자의 생명을 구한다는 자부심으로 간호사의 길을 택한 간호대생의 절반이 병원 실습 도중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성적(性的) 피해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건강간호학회는 지난해 5, 6월 간호학과 4학년 재학생 191명(여성 173명, 남성 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는 응답이 97명(50.8%)이었다고 8일 밝혔다. 이 중 남성 피해자는 5명이었다. 간호학과를 졸업하려면 병·의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1000시간 이상 현장실습을 해야 한다. 가장 흔한 성추행은 고의로 몸을 쓰다듬는 경우였다. 간호사 C 씨는 “실습 당시 체온을 재거나 수액을 교체할 때 꼭 손이나 허벅지를 스치듯 쓰다듬는 환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 경험자 44.3%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밝혔다. 포옹하거나 몸을 밀착시키는 행위(30.9%), 엉덩이 등을 만지는 사례(27.8%)도 흔했다. 언어적, 시각적 성희롱도 심각한 상황이다. 피해 경험자 40.2%는 환자가 특정 신체부위를 빤히 쳐다봐 불쾌했다고 답했다. 음담패설(26.8%)이나 외모를 성적으로 평가하는 말(15.5%)을 들었다는 실습생이 적지 않았다. 환자가 대놓고 성기를 꺼내 보여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응답은 8.2%였다. 하지만 성적 피해를 당한 실습생 중 대학이나 병원 간호부에 피해 사실을 알린 경우는 47.6%에 불과했다.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거나 가해자로부터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과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32.5%)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4.7%)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선 가해자가 주로 환자나 보호자로 나타났지만 간호계에서는 가해자가 의사인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간호학과 4학년생 D 씨는 올해 초 지방의 한 종합병원에서 실습을 하다가 “공짜로 자궁 검사를 해주겠다”는 의사의 요구에 시달리다 못해 실습 병원을 옮겼다. 병원장이 의료기기를 건네받을 때마다 실습생의 손을 쓰다듬었다는 제보도 있었다. 실습생들은 공통적으로 “도움을 청해도 병원이 내 편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연구팀은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대학과 병원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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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초구 동네의원서 항생제 주사 맞은 41명 이상반응…비결핵항산균 검출

    서울 서초구의 한 의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맞은 환자 41명이 고름이 차는 등 이상반응을 보여 치료 중이다. 보건당국은 의원에서 주사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병균이 섞인 것으로 의심하고 조사 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서울 서초구 박연아이비인후과의원에서 7월 25일부터 9월 25일까지 감기 등 증세로 항생제 근육주사를 맞은 143명 중 41명이 고름 형성, 통증, 부어오름 등 이상반응을 보였다고 8일 밝혔다.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의 이상반응을 보인 사례는 없었지만 환자 중 5명은 고름이 심하고 부위가 넓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국은 일부 환자의 피부 조직과 고름에서 검출된 ‘비결핵항산균’에 주목하고 있다. 비결핵항산균은 산과 알칼리에 저항성을 띠는 것 중 결핵균과 나병균을 제외한 것으로, 물이나 흙 등 자연계에 150여 종이 존재한다. 대개는 질환과 관련이 없지만 일부는 폐, 림프절, 피부, 연골 등에 염증을 일으킨다. 오염된 주사제를 통해 주로 전파되고, 사람끼리는 옮지 않는다. 완치까지는 1년가량 걸린다. 당국은 이 의원이 분말 형태의 주사제를 식염수 등에 섞는 과정에서 감염병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각 환자를 조사하고 있다. ‘감염예방을 위한 주사실무’에 따르면 의료진은 주사제를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준비해야 하고, 준비된 약물을 늦어도 1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한다. 항생제 자체는 병균 등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관리를 잘못하면 그 안에서도 병균이 자랄 수 있다. 당국은 같은 제품을 납품받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비슷한 사례가 없는 점으로 미뤄 제품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의원은 9월 26일 이상반응을 알게 된 뒤 주사제 사용을 중단했다고 보고했지만 비결핵항산균 감염증은 잠복기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6개월이다. 이형민 질병관리본부 의료감염관리과장은 “균 배양 검사에 6주 이상 걸려 원인을 추정하려면 적어도 2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의원 방문 후 이상반응이 나타난 환자는 서초구보건소(02-2155-8100)로 문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사제를 통한 비결핵항산균 전파는 2005년 경기 이천시와 2012년 서울 영등포구의 의원에서 각각 일어난 적이 있다. 영등포구 사건 때는 54명이 감염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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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종 예산 201억? 피눈물 난다”

    “201억 원이 ‘이국종 예산’이라고요? 피눈물이 납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은 7일 국회 세미나에서 크게 증액된 내년 중증외상 관련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일 공산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는 북한 귀순병 사건을 계기로 중증외상 예산을 5일 정부안(400억 원)보다 201억 원 늘린 601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주최 조찬 세미나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만들어준 예산”이라고 고마워하면서도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까지 안 내려온다. ‘이국종의 꿈이 이뤄졌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례를 고려하면 꼭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2008년 2000억 원 규모로 확대된 ‘응급의료기금’을 예로 들었다. 당시 일부 병원은 응급의료 장비를 산 것처럼 장부를 꾸며 기금을 빼돌렸다가 감사원에 적발됐고, 한 지방 병원장은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에게 기금을 교부해 달라며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기금 총액 3260억 원 중 상당액은 소방구조 장비 구입에 사용되고 있다.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위한 지출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운영비(43억8800만 원)와 닥터헬기(응급환자 전용 헬기) 운영비(9억8000만 원) 정도다. 이 교수는 연 150억 원을 들여 운행하는 닥터헬기가 무전 장비를 갖추지 못해 지상에서 대기하는 의료진과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현실도 토로했다. 그는 일본의 항공 의무팀이 헤드셋과 스피커폰으로 자유롭게 지상과 통신하는 동영상을 보여준 뒤 “한국은 닥터헬기 도입 후 7년째 몇백만 원짜리 무전기를 달지 않고 있다”며 “예산을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어떻게 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의료진이 환자를 구하기 위해 소방헬기를 타다가 사고로 숨지면 국립현충원에 묻힐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미나가 끝난 뒤 나 의원과 따로 만나서는 “간호사가 환자를 일대일로 돌볼 수 있는 중증외상센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나 의원은 “일부 센터에 시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해군 명예 소령인 이 교수는 이날 오후 해군 정복을 입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조사본부 직원들을 상대로 ‘사관과 신사’를 주제로 한 강의를 했다. “앞장서서 위험을 무릅쓰는 지휘관이 진짜 군인”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북한 귀순병을 신속히 아주대병원으로 옮긴 미군의 헬기 이송체계를 거론하며 “국군도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좀더 강화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당부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박훈상 기자}

    •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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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상센터 지원 예산 200억 늘려… ‘간호사의 눈물’ 닦아준다

    중증외상센터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인건비 지원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북한 귀순병 사건을 계기로 외상센터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호소한 데 이어 간호사 인건비 지원이 전무(全無)한 현실을 지적한 동아일보 보도(11월 24일자 A1·3면)와 후속 보도가 잇따르자 국회가 내년 예산에 새롭게 반영한 것이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도 중증외상 전문진료체계 구축 예산은 정부안(400억4000만 원)보다 201억400만 원 늘어난 601억4400만 원이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당시 관련 예산은 올해(439억6000만 원)보다 오히려 39억2000만 원 줄었으나, 귀순병 오청성 씨를 기적적으로 살린 ‘이국종 효과’가 중증외상센터 예산의 대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가장 큰 증액분은 외상센터 간호사 인건비 지원금 124억3200만 원이다. 현재 전국 권역외상센터 9곳에서 일하는 전담 간호사 591명에게 1인당 2103만 원씩 추가로 지급할 수 있는 액수다. 간호사의 인건비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명환 대한간호협회 정책국장은 “공공성은 높지만 격무 탓에 지원자가 적은 외상센터 간호사의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진영주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격무에 시달리다가 늦게 퇴근해도 ‘사람 살리고 온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자녀의 위로에 간신히 기운을 차린다는 외상센터 간호사의 사연이 동아일보에 보도되면서 예산 편성 과정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고 전했다. 이는 본보가 소개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외상전담 간호사 송서영 씨(36·여)의 사연이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간호사 인건비는 지금껏 논의되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내용이니 반영해 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선 이번에 편성된 예산이 실제로 간호사 처우 개선에 쓰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간호사 인건비 지원금을 권역외상센터에 일괄적으로 내려 보내면 자칫 간호사 인건비 증가는 얼마 되지 않고 센터의 적자 보전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복지부는 간호사를 적정 인원 이상 두고 있지 않은 센터에는 지원금을 덜 주는 식의 보완책을 검토해 내년 1월경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는 권역외상센터 의사 인건비 지원 예산도 339억4400만 원에서 407억3300만 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의사 1명당 평균 연봉은 기존 1억2000만 원에서 1억4400만 원으로 올라간다. 의사 연봉은 2012년 이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의사 인건비를 올린 데는 외상센터 의료진의 ‘울분’이 한몫했다. 외상센터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건강보험이나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삭감당하면 그 비용의 상당액을 의료진 성과급에서 공제해왔다(본보 11월 27일자 A4면). 응급환자를 신속히 치료하기 위한 닥터헬기(응급환자 전용 헬기) 예산도 10억8500만 원 늘어났다. 닥터헬기는 도서 및 산간지역 등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고립된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됐다. 현재 6대가 있는데, 복지부는 내년 하반기 소형 헬기 1대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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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순병 혼자 걸어 화장실도 다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오청성 씨(25)가 곧 군병원으로 이송돼 귀순 경위 등을 조사받는다. 오 씨가 입원한 아주대병원과 정부 소식통은 5일 “오 씨가 혼자 걸어서 화장실에 가고, 말도 많이 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조만간 오 씨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 본격적인 중앙합동신문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 씨는 지난달 13일 총상을 입고 두 차례 대수술을 받았지만 18일 의식을 차렸고, 현재는 두부나 된장국 등 부드러운 음식으로 식사할 정도로 상태가 나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의료진은 오 씨가 귀순 전부터 앓았던 B형 간염과 두 차례 대수술의 후유증 탓에 간수치가 높은 점을 감안해 상태를 더 지켜보자는 의견을 낸 상태다. 귀순 과정에서 생사를 오가는 극단의 공포를 겪은 그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일 가능성을 우려해 심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4일경 오 씨를 면담해 전원 시점을 논의하려던 국군수도병원 의료진은 방문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 씨의 신변 안전과 발언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길 때도 주치의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은 일부러 오 씨의 곁에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모를 테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부 소식통은 “오 씨가 무리 없이 여러 가지 말을 하고 있는데, 혹시 의료진에게 북한 내부 정보 등 보안에 위배되는 말을 할 경우엔 정보 당국자들이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해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오 씨가 군병원으로 옮겨가더라도 필요 시 해당 병원을 직접 방문해 계속 진료할 뜻을 정보당국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미국 CNN이 4일(현지 시간) 방송한 인터뷰에서 “오 씨가 처음엔 깨진 항아리처럼 피를 많이 흘렸다. 살아난 게 기적”이라고 말했다. 또 오 씨가 처음 의식을 회복한 뒤 “여기가 정말 남한이냐”고 물어 “(입원실에 걸린 태극기를 가리키며) 남한이다. 북한에서 저런 걸 본 적 있느냐”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자유를 위해 목숨 걸고 도피한 그가 자랑스럽다. 그의 용기는 보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CNN이 이날 함께 공개한 동영상에는 오 씨가 미군 헬기에 실려 아주대병원에 처음 이송됐을 때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오 씨가 2차 수술(지난달 15일)을 마친 뒤 해당 영상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오 씨를 이송한 미군 헬기의 내부를 가리키며 “이 헬기는 최신식이 아니다. 내부에 달린 의료장비도 포터블(붙였다 뗄 수 있는 간이형)”이라며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 닥터헬기(응급환자 전용 헬기)는 최신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야간에는 출동하지 못하는 문제 등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조건희 becom@donga.com·손효주·조은아 기자}

    •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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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 체크]지금까지 복어집에 전문조리사가 없었다고?

    평소 복국을 즐겨 먹는 회사원 심모 씨(42)는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에 따르면 복어 음식점은 2019년 12월부터 반드시 복어 독을 전문적으로 제거하는 국가공인 자격을 갖춘 복어조리사를 고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무자격자도 복어 독을 제거했다는 얘기다. 사실 지금은 한식이든 중식이든 ‘자격증을 가진 조리사’면 누구나 복어 요리를 할 수 있다. 복어의 난소와 간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이 들어있다. 독성이 청산나트륨의 1000배에 달한다. 생물에서 나오는 독 중 가장 강력하다. 0.5mg만 섭취해도 구토,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숨질 수 있다. 복어를 안전하게 먹으려면 독이 남지 않게 생식선과 핏물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1984년부터 국가공인 복어조리사 자격을 따로 관리한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복어조리사 자격시험에 5688명이 응시해 1345명(23.6%)만 합격했다. 복어조리사 자격시험을 만들어놓고도 정부는 복어 음식점에 복어조리사 고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법제처가 “‘복어 음식점이 고용해야 하는 조리사’는 복어조리사로 해석하는 게 옳다”는 결론을 내리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랴부랴 실태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전국 복어음식점 773곳 중 복어조리사를 두지 않은 곳은 161곳(20.8%)이었다. 이번 개정 시행령이 시행된 이후에도 독을 이미 제거한 복어를 납품받아 조리하는 음식점은 복어조리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업계에선 복어 납품업체에서도 복어조리사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제독 처리를 하는 일이 많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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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누는 행복 동참… 꼬리문 ‘후원 영웅’

    “후원하는 아이가 ‘저도 커서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말할 때 가장 기뻐요.” 20년간 소년소녀가장 200여 명의 자립을 도운 ‘기부 대모’ 김정실 프라움악기박물관장(62)의 사연(본보 10월 16일자 A16면)이 알려지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으로 후원 문의가 밀려들었다. 김수관 조선대 치과대학병원장(53)도 그중 한 명이다. 기존에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후원해온 김 원장은 본보 보도를 접한 뒤 고액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 가입을 신청했다. 동아일보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저소득 아이들 영웅을 찾아’ 시리즈(10월 16일∼11월 20일)를 통해 소개한 후원자 6명의 사연이 전국 각지의 또 다른 영웅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김 원장처럼 그린노블클럽에 새로 가입한 사람이 두 달 새 16명으로 늘었다고 4일 밝혔다. 그린노블클럽은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내 1억 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 ‘기부 천사들’의 모임이다. 지난달 28일 부부가 나란히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한 강동화 제스코마트 회장(52)과 현영미 씨(47)의 사연은 한때 ‘분유도둑’이 될 뻔했다가 슈퍼마켓 주인의 배려로 어려운 시기를 견딘 남미화 작가(36·여)의 이야기(본보 10월 30일자 A12면)와 겹친다. 2001년부터 제주도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강 회장은 배가 고파 과자를 훔치려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수도 없이 타일러왔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또래처럼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2006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지금까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1억 원 이상을 후원해 ‘명예의 전당’에 오른 데 이어 최근 또다시 2억 원을 추가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부모의 선행을 보고 자란 맏딸 현주 씨(22)는 요즘 한부모가정 아이들을 지도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정영식 범한산업㈜ 대표(58)는 “‘남을 배려하는 삶’이라는 좌우명을 실천하다 보니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하게 됐을 뿐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했다. “돈이 풍족하면 나누는 게 당연하다”며 “제 기부가 대단한 것처럼 기사를 쓰지 말라”고 당부한 최신묵 ㈜가이아 대표(66·본보 11월 6일자 A16면)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그린노블클럽 회원인 김영후 메디신월드약국 대표(58)는 2012년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베풂의 삶이 일상화돼 있다. 이태호 ㈜정진뉴어반 대표(54)와 아내 김용비 씨(53)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뛰놀 수 있도록 경기 김포시 생태공원에 숲 가꾸기를 지원하고 있다. 후원의 뜻을 마음에 품은 채 세상을 떠난 영웅도 있다. 경기도 지역의 A 씨(84·무직)는 알뜰살뜰 모아온 5700만 원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기부한 데 이어 남은 재산도 기부하겠다는 뜻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밝혀왔다. 하지만 A 씨는 최근 그린노블클럽 후원 약정식을 얼마 남기지 않고 숨을 거뒀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1억 원 이상 후원 약정 그린노블클럽 참여자△ 김정실 프라움악기박물관장(62·여·경기) △ 손종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후원회장(66·경남) △ 남미화 작가(36·여·광주) △ 최신묵 ㈜가이아 대표(66·대전) △ 추신수 미국프로야구(MLB)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35) △ 고봉민 ㈜케이비엠(고봉민김밥) 감사(38·여·부산) △ 최윤자 씨(63·여·경남) △ 정영식 범한산업㈜ 대표(58·경남) △ 김수관 조선대 치과대학병원장(53·광주) △ 김영후 메디신월드약국 대표(58·경기) △ 이경옥 대주D&C 회장(55·경기) △ 류모 씨(69·서울) △ 김용비 씨(53·여·경기)-이태호 ㈜정진뉴어반 대표(54) 부부 △ 강동화 제스코마트 회장(52·제주)-현영미 씨(47·여) 부부자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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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빨리 온 독감… 초중교 3곳 역학조사

    최근 강원, 충북, 세종의 초중교 3곳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선다. 겨울방학이 시작하기까지 한 달이나 남은 초중고교에서 독감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가 개별 학교의 독감 유행 경위를 직접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넷째 주(19∼25일) 강원 A초교와 충북 B중학교 등 일부 학교에서 독감 의심환자가 한 학년에 5명 이상 발생한 것으로 신고돼 7일 역학조사관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같은 기간 교육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통해 집계한 전국 초중고교생 10만 명당 독감 의심환자가 평균 8.7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A초교 등 3곳의 독감 의심환자 발생률은 다른 지역의 200배 이상인 셈이다. 2013년 독감 표본감시 체계가 정비된 이래 의심환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셋째 주(11∼17일)엔 학생 10만 명당 독감 의심환자가 2000여 명이었다. 역학조사관들은 A초교 등에서 도는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이 일치하는지, 수련회나 캠프 등 바이러스가 퍼질 만한 계기가 있었는지 분석해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정부가 올겨울 처음으로 초중고교 내 독감 환자를 지역별로 따로 집계해 감시하는 이유는 어린이집과 학교 내 환자를 신속히 관리하는 게 유행 억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넷째 주 전국 표본 감시 의원 200곳을 찾은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7.7명으로, 올겨울 유행 기준(6.6명)을 약간 웃돌았다. 당국은 이에 따라 이달 1일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초등생(7∼12세) 중 독감 의심환자 비율은 15.1명, 중고교생(13∼18세)은 13.8명으로 19∼49세 성인(7.6명)이나 65세 이상 노인(2.1명)보다 훨씬 높았다. 당국은 특정 학교에 환자가 몰리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의심환자 비율이 높은 충북 등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독감 환자는 초중고교 방학이 시작되는 12월 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줄이려면 환자를 격리하는 게 최선이다.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등 독감 의심 증상이 나타난 날로부터 5일이 지났더라도 열이 내린 뒤 추가로 48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아이를 학교나 학원에 보내야 한다. 아직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병·의원을 찾는 게 좋다. 항체 형성에 2∼4주가 걸리지만 청소년은 예방접종을 하면 독감을 70∼90% 확률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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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여성도 평생 2명도 안 낳는다

    “둘만 낳아 잘 기르시라요.” 몇 해 전 탈북한 A 씨(36)가 ‘결혼을 앞둔 북한 청년들이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이라고 꼽은 말이다. 40년 전 한국 정부가 내건 표어와 판박이다. 북한 노동당이 대놓고 산아 억제 정책을 펴지는 않지만, 열악한 보건의료 및 경제 현실 탓에 실제 가임기 부부 사이에선 “아이를 적게 낳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남북한은 젊은 부부가 평생 자녀를 2명도 낳지 않는 ‘저출산의 덫’에 나란히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발간한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26명으로 추산됐다. 조사 대상 224개국 중 219위다. 한국보다 출산율이 낮은 6곳 중 대만(1.13명)을 제외한 싱가포르(0.83명), 마카오(0.95명), 홍콩(1.1명), 푸에르토리코(1.22명) 등 5곳은 전부 인구가 1000만 명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사실상 전 세계 꼴찌나 다름없다. 미국 1.87명, 중국 1.6명, 일본 1.41명 등이었다. 특이한 점은 북한의 합계출산율이 1.95명이라는 사실이다. 2명 선이 깨졌다. 유엔이 2015년 내놓은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80년 2.8명, 1990년 2.25명, 2010년 2명 등으로 점차 낮아졌지만 2명 선을 유지해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북한과 똑같이 1700달러(약 185만 원)인 아프리카 남수단(5.07명), 시에라리온(4.73명), 기니비사우(4.09명), 감비아(3.52명) 등이 전부 합계출산율 3명 이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 인구는 현재 2501만 명에서 2037년 2653만 명으로 늘었다가 2055년 26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 2031년 5296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2055년 4743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055년 합계출산율은 한국 1.38명, 북한 1.95명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의 가임기 남녀가 어릴 적 ‘고난의 행군’을 겪은 이른바 ‘장마당(시장의 북한말) 세대’라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1990년대 중반 영유아 예방접종 등 보건의료 체계가 무너지자 영아사망률(출생아 1000명당 0세 사망자 수)이 1985년 27.4명에서 1990년 42.1명, 1995년 57.8명으로 치솟았다. 2000년대 초 한국과의 보건의료 협력이 늘면서 영아사망률이 20명 안팎으로 줄긴 했지만, 젊은 세대는 자녀를 여러 명 낳기 두려워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탈북자 B 씨(42)는 “북한 지도층은 자녀에게 과외 등 사교육을 시키기 위해, 하층민은 어려운 형편 탓에 아이를 덜 낳게 됐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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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달간 7명이 합법적 존엄사 선택

    이달 초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60대 여성 환자 A 씨의 숨이 가빠졌다. 다발성 골수종(혈액암)과 폐렴이 겹쳐 인공호흡기를 단 채 혈액 투석을 하고 있었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A 씨는 평소 가족에게 “임종이 다가오면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의료는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의료진이 의식을 잃은 A 씨에게 임종기 판단을 내리자 가족은 인공호흡기를 떼는 데 동의했다. 스스로 숨을 쉴 수 없는 A 씨는 몇 분 후 영면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 연명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A 씨처럼 연명의료결정법상 절차를 밟아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포기한 환자가 총 7명이라고 28일 밝혔다. 이 중 스스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연명의료를 포기한 환자는 2명뿐이었고 나머지 5명 중 4명은 A 씨처럼 가족이 환자의 평소 의중을 대신 증언하는 방식을 취했다. 1명은 연명의료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낸 적이 없어 가족 전원이 연명의료 포기에 대신 동의했다. 사망자 7명 중 이미 받고 있던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A 씨가 유일하다. 나머지 6명은 새로운 연명의료를 받지 않는 ‘유보’ 결정을 내렸다. 새 법은 중단과 유보의 무게가 같다고 보고 있지만, 실제 환자와 가족은 이미 부착한 인공호흡기나 혈액투석기 떼는 것을 더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상담을 받은 말기·임종기 환자는 44명이었지만 실제로 제출한 사람은 11명이었다. 연명의료를 받다가 숨지는 환자는 하루 평균 1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연명의료결정법이 내년 2월 4일 전면 시행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많은 말기·임종기 환자가 스스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쓰는 데 거부감을 느끼고 있거나 새 제도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의미다. 건강한 사람도 작성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총 2197건 접수됐다. 서울(681명)과 경기(608명), 충청(343명), 대전(137명)을 제외한 시도는 작성자가 거의 없었다. 접수 기관이 서울, 대전, 충남에 총 5곳뿐이기 때문이다. 전체 작성자 중 여성(1515명)이 남성(682명)보다 배 이상 많았고, 연령별로는 70대(748명), 60대(570명), 50대(383명) 순이었다. 복지부는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한 새 법의 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내년 1월부터 TV와 라디오, 지하철 광고를 비롯한 대대적인 홍보 사업을 할 예정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접수 기관이 부족한 광주, 제주, 울산 등의 거주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2월부터는 지역 보건소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도 의향서를 접수한다. 하지만 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입원 환자가 연명의료를 포기하려면 병원은 종교인·법조인·윤리학자 등 외부인사를 포함한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복지부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적잖은 요양병원은 외부인사는커녕 의사 부족에 시달린다. 지난해 요양병원에서 임종기를 맞은 환자가 5만9852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만 명의 노인이 ‘존엄하게 죽을 권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미라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요양병원 등 중소병원은 ‘공용윤리위원회’와 협약해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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