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은지

위은지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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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히어로콘텐츠와 같은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기획을 맡고 있습니다. 지면에 비해 제약이 적은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 독자들에게 기사를 더 효과적이고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wizi@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검찰-법원판결44%
사회일반23%
정치일반10%
사건·범죄7%
사법7%
우주/천체3%
정당3%
기타3%
  • ‘뇌물수수’ 혐의 서울시교육감 전 비서실장 1심 징역 6년

    특정 학교에 공사시설 예산을 몰아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전 비서실장인 조현우 씨(55)가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뇌물,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게 징역 6년 및 벌금 8000만 원, 추징금 1억76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씨가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12월 학교 급식시설 공사를 맡은 건설업체 대표 정모 씨(54)의 청탁을 받고 서울 시내 학교 두 곳에 특별교부금 22억 원이 배정되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사례금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조 씨가 교육감 비서실장으로 재직하기 전인 2013년 10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정보통신업체 두 곳으로부터 국회도서관 등 정부 기관의 공사 수주를 청탁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합계 1억1650만 원을 수수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조 씨는 교육감 비서실장으로서 각종 행정사무를 공정하게 처리할 책무를 저버렸다. 특히 건설업자 정 씨에게 뇌물을 받기 전후에 학교 관계자를 소개해주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결심 공판에서 조 씨에게 징역 9년과 벌금 1억2000만 원, 추징금 2억2100만 원을 구형했다.위은지기자 wizi@donga.com}

    • 20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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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충원 1호 의사자’ 두 가족 올해도 나란히 참배

    6일 현충일을 맞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을 찾은 고 채종민 씨 가족과 이정건(가명) 씨 가족이 처음으로 ‘가족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모였다. 채 씨는 2006년 해수욕장에 빠진 이 씨의 막내딸을 구한 뒤 숨졌고 2007년 의사상자 묘역에 처음으로 안장됐다(본보 6일자 2면 참조). 이후 매년 현충일이면 두 가족은 함께 채 씨의 묘소를 찾는다. 채 씨의 막냇동생 채염 씨(왼쪽에서 네 번째)와 둘째 형 채종오 씨(오른쪽)가 이 씨 가족과 나란히 서 있다.  대전=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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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충원 안장 1호 의사자’ 故 채종민 씨 가족 대전에서 재회

    현충일인 6일 오전 9시경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의 한 묘비 앞에 두 가족이 모였다. ‘현충원 안장 1호 의사자’인 고 채종민 씨 묘비 앞. 채 씨 유족과 이정건(가명·51) 씨 가족이다. 이들 가족이 묘역을 함께 참배한 건 올해로 11년째. 대학생인 두 딸, 부인과 현충원을 찾은 이 씨는 “우리에겐 현충일이 가족모임 하는 날”이라며 웃었다. 숨진 채 씨가 2006년 바다에서 구해냈던 이 씨의 막내딸은 이날 오지 않았다. ▶본보 6월 6일자 A2면 참조. 오랜만에 만난 친족처럼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던 두 가족이 채 씨 이야기를 꺼냈다. 둘째 형 종오 씨는 “종민이가 의사자로 선정되는 정건 형님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타지 사람이 진도 아이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을 진도군에 알리고, 채 씨를 의사자로 선정해달라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민 서명을 받은 것도 이 씨였다. 이 씨는 “진도군청을 참 많이 왔다 갔다 했다”며 웃었다. 채 씨가 현충원에 묻히게 된 건 어머니의 선택이었다. 채 씨가 의사자가 되자 서울현충원 납골당에 안치될 수도 있었지만 어머니는 “땅을 쓰다듬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며 이곳 현충원을 택했다. 아들이 묻힌 땅이라도 만지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이후 서너 달 안장 심사를 거쳐 2007년 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에 안치됐다. 채 씨가 묻힌 국립대전현충원은 채 씨의 아버지와도 인연이 있다. 종오 씨(49)는 “아버지가 현충원에 오실 때마다 ‘현충탑 근처의 나무를 내가 심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전했다. 조경업을 하던 채 씨 아버지는 1985년 현충원 완공 당시 나무를 검수한 후 직접 심었다. 32년 전 심은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매년 가족을 맞이하고 있다. 이 씨는 “기사에 ‘벌꿀’ 이야기가 안 들어간 게 아쉬웠다”고 운을 뗐다. 노년에 장성군 자택에서 양봉을 하던 채 씨 아버지는 이 씨가 집을 들를 때마다 벌꿀 한 말(12병)을 챙겨주셨다고 한다. 이어 채 씨 아버지가 좋아했던 김 씨의 ‘알타리 김치’가 화제에 올랐다. 종오 씨는 “형수님이 보내준 알타리 김치는 늘 아버지가 혼자 다 드실 정도였다”고 했다. 채 씨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아들과 통화할 때 이 씨 가족과 친형제처럼 지낼 것을 당부했다. 두 가족이 오랜만에 재회한 대전에는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형님 진도에도 비가 많이 오겠죠?” 식당에서 창 밖을 바라보던 종오 씨가 이 씨에게 말을 건넸다. “많이 와야지. 가뭄이 심했는데 이제 모내기 할 수 있겠네.” 이 씨가 대답했다. 종오 씨는 “다음에 아이들 데리고 진도에 놀러가겠다”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대전=위은지기자 wizi@donga.com위은지기자 wizi@donga.com}

    • 20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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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가족 현충원 동반참배 11년… “의롭게 숨진 종민이의 선물”

    2006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 의사상자 묘역이 조성됐다. ‘초인종 의인’으로 잘 알려진 안치범 씨 등 48명이 잠들어 있다. 2003년 동료를 구하려다 사망한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전재규 연구원도 이곳에 묻혔다. 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에 가장 먼저 안장된 이는 채종민 씨다. 매년 현충일이면 두 가족이 채 씨의 묘소를 찾는다. 채 씨의 유족과 이정건(가명·51) 씨 가족이다. 2006년 7월 27일 서울에서 버스 정비사로 일하던 채 씨(당시 35세)는 조카들과 전남 진도로 여행을 떠났다. 일행은 한 해수욕장에 차량을 세우고 물놀이를 즐겼다. 마침 이날 이 씨의 부인 김은정(가명·50) 씨도 세 딸과 해수욕장을 찾았다. 김 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막내딸 이모 양(당시 8세)이 탄 튜브가 강한 조류를 타고 떠내려갔다. 김 씨의 비명을 들은 채 씨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 양은 가까스로 구조됐다. 하지만 채 씨는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졌다. 같은 해 10월 정부는 채 씨를 의사자로 선정했다. 그리고 이듬해 4월 26일 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으로 이장됐다. “우리 아들의 명이 거기까지니 너무 죄책감 갖지 마라. 나에게 아들이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고 한 달 후 홀로 진도를 찾은 채 씨 어머니는 이 씨 부부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했다. 그러고는 이 씨 부부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숨진 채 씨는 3남 2녀 중 셋째 아들이었다. 김 씨는 “채 씨 부모님은 원망의 말씀을 한마디도 하시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채 씨 부모는 이 씨 부부가 건넨 아들의 장례비용도 돌려줬다. 두 부부는 돈이 든 봉투를 가운데 놓고 눈물을 흘렸다. 얼마 뒤 같은 해 추석. 진도에 살던 이 씨 가족은 전남 장성군 채 씨의 집을 찾았다. 채 씨의 부모와 남매들은 이 씨 가족을 따뜻하게 맞았다. 이후 명절이면 이 씨 부부는 채 씨 집을 찾아 아들과 며느리 노릇을 했다. 또 직접 농사지은 햅쌀과 봄동을 매년 채 씨 집에 보냈다. 이 씨의 자녀들을 손녀처럼 여기던 채 씨 부모는 “공부 열심히 하라”며 학용품과 책가방을 선물했다. 이 씨 부부는 채 씨의 부모를 아버지 어머니로 불렀다. 채 씨 어머니는 2011년, 채 씨 아버지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채 씨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1년 반 동안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이 씨 부부는 한 달에 두세 번은 시간을 내어 병원을 다녀갔다. 김 씨는 “아버지가 유난히 제 김치를 좋아하셨다. 병원에 계실 때 반찬을 이것저것 싸가도 늘 김치만 놓고 가라고 말하셨다”고 회상했다. 채 씨 어머니는 임종 전 자녀들에게 “이 씨와 친형제처럼 지내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언 이후 두 가족은 더욱 가까워졌다. 채 씨의 여동생은 이 씨를 친오빠처럼 여기며 집안의 대소사까지 의논할 정도다. 채 씨의 큰형 채종채 씨(52)는 “이 씨 가족과 혈육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채 씨 가족을 만난 후 이 씨 부부도 ‘베푸는 삶’을 살게 됐다. 김 씨는 “우리가 받은 도움을 주변 이웃들에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간 날 때마다 동네 봉사활동을 다닌다는 이 씨 부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4개월간 집과 진도체육관을 오가며 봉사활동을 했다. 채 씨 부모는 떠났지만 두 가족은 지금도 명절과 현충일이면 대전현충원에서 만난다. 6일에도 어김없이 만나기로 했다. 채 씨의 둘째 형 채종오 씨(49)는 “그동안 자주 만나면서 사진 한 장 같이 찍은 게 없었는데 이번에는 함께 사진도 찍어볼까 한다”며 웃었다. 김 씨는 “나이가 더 들어 거동이 힘들어지기 전까지 계속 현충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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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 채용비리’ 한양대병원 고위 관계자들에 벌금형

    간호사 채용 과정에 개입한 전현직 대학병원 고위 관계자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양우진 판사는 한양대 서울의료원 신규 간호사 공채 모집에 특정인을 합격시켜 달라고 청탁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당시 의료원장 박모 씨(67)와 심장내과 소속 교수 김모 씨(65)에게 각각 500만 원과 2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당시 의료원 인사지원팀장 박모 씨(50)에게는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2013년 하반기 신규 간호사 공채 모집 당시 박 전 의료원장은 지인으로부터 강모 씨 채용 부탁을 받고 박 전 팀장에게 청탁한 혐의다. 지원자격이 2014년 2월 졸업예정자로 제한돼 2010년도 졸업생인 강 씨의 지원이 어렵게 되자 박 전 팀장은 공고안을 변경해 2010년도부터 2013년도 사이 졸업자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강 씨의 성적이 모자라 서류합격이 어렵게 되자 ‘자기소개서 우수자 전형’을 신설해 강 씨를 서류합격시킨 뒤 면접위원들에게도 강 씨의 면접 점수를 높게 주도록 유도했다. 김 교수도 박 전 팀장에게 ‘전 교육부 차관의 조카’라는 문구가 적힌 메모지를 건네며 정모 씨 채용 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팀장은 ‘자기소개서 우수자 전형’을 이용해 정 씨를 합격시켰다. 양 판사는 “피고인들이 초범이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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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전히 일에 치인 무기계약직… ‘구의역 비극’은 진행형

    “3분 안에 먼지 제거를 끝내야 하는데 ‘혹시라도 통제가 안 된다면…’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불안합니다.” 28일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 순환 9-4번 승강장 앞. 검은 양복을 입고 이곳을 찾은 서울메트로 선릉PSD(플랫폼스크린도어) 소속 임선재 씨(34)가 말했다. 임 씨는 지난해 9월 안전업무직으로 입사했다. 임 씨가 말한 스크린도어의 장애물 검지 센서 이물질 청소는 지난해 같은 날 바로 이곳에서 사고로 숨진 김모 씨(당시 19세)의 마지막 작업이었다. 임 씨는 “작업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종합관제실이나 승무원이 한눈이라도 팔면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도 있다”며 “위급할 때 정비요원이 승강장으로 피신할 수 있는 비상문도 일부 역에만 도입됐다”고 말했다.○ 1년 지났지만 위험은 여전하다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씨가 열차에 치여 숨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이날로 1주년이 됐다. 사고 이후 서울시 등이 내놓은 안전 대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년 만에야 나온 검찰의 수사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직영 체제로 전환하고 PSD 담당 안전업무직을 기존 146명에서 206명으로 늘렸다. 121개 역을 담당하는 관리소도 2곳에서 4곳으로 늘렸다. 2인 1조 근무 수칙도 정착됐다. 그러나 인력 부족 등으로 직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17명 안팎이 하루 15시간 동안 30개 역사를 관리한다. 그러다 보니 이상이 생겨 출동하는 데 20∼30분씩 걸리는 등 과부하가 걸린다는 얘기다. 현장에서는 관리소를 2개 더 늘리고 인원도 40명은 더 충원해야 문제가 해소된다고 말한다. 안전업무직 직원 처우도 문제다. 안전업무직은 서울메트로 소속이지만 무기(無期)계약직이어서 정규직과는 급여 기준 등이 다르다. 노조 관계자는 “4조 2교대를 시범 운영 중인 정규직과 달리 안전업무직은 3조 2교대”라며 “처우에서도 차별이 있는 사실상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뒤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이 내놓은 권고사항 이행 여부를 두고 서울시와 조사단의 평가도 엇갈린다. 17일 조사단이 내놓은 평가 및 의견서에 따르면 서울시가 이행한 권고사항은 58개 중 6개. 그러나 서울시는 36개를 완료했다고 주장한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 ‘늑장 논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성상헌)는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 서울메트로 사장인 이모 씨(53), 은성PSD 대표 이모 씨(63)를 비롯한 9명과 서울메트로, 은성PSD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각각 5, 6개월씩이나 걸리는 등 늑장 수사 논란도 일었다. 경찰이 사고현장 분석과 합동수사 등에 5개월을 쓴 데다 지난해 11월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피의자 14명 소환조사와 법리 검토에 6개월이 걸렸다. 수사 결과 발표가 사고 1주년에 맞춰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 관련 업체가 많아 사실관계 확인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았다”며 “발표 시점을 일부러 조정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구의역 9-4번 승강장 앞에는 김 씨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김 씨가 수리하던 스크린도어에는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제목의 투명 게시판이 설치됐다. 게시판은 추모 글이 적힌 접착식 메모지로 가득했고 바닥에는 국화가 놓였다. 사고 당시 김 씨의 가방에 있던 컵라면을 상기하듯 컵라면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기도 했다. 1년 전 은성PSD 소속으로 김 씨와 함께 일했던 박창수 씨(29)는 이날 생일(29일) 하루 전 숨진 김 씨를 위해 초 2개가 꽂힌 케이크를 바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 정치인도 찾았다. 그러나 ‘위험의 외주화’ 문제 해결과 관련된 법안이 10여 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1년간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위은지 wizi@donga.com·권기범 기자}

    •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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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업체서 ‘뒷돈 받은 혐의’ 경찰 조사 서울시 공무원, 숨진 채 발견

    버스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 잠적한 서울시 공무원이 경기 광명시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오전 11시 15분경 경기 광명시 도덕산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공모 전 팀장(51)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공 씨는 2012년과 2014년 경기도의 한 버스업체 대표로부터 “여의도로 가는 노선을 증차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모두 1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9일 경찰에서 대질조사를 받던 공 씨는 갑자기 자리를 뜬 후 잠적했다. 이튿날 공 씨 가족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버스 불법 개조 혐의로 서울시내 운수업체를 수사하다 업체의 ‘선물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공 씨의 거래 내용을 확보해 조사한 결과 경기도의 버스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공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버스업체 대표에게 돈을 빌린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공 씨의 뇌물수수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하겠지만 버스 불법 개조 수사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위은지기자 wizi@donga.com}

    • 20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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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취 20대男, 시속 100km 달리는 택시 운전대 꺽고 “납치당했다” 거짓말까지

    “아들이 납치당했다가 탈출했어요” 6일 오전 3시 54분경 경찰 112센터에 한 여성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여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택시기사에게 납치당해 끌려가다 탈출한 뒤 피신했다는 아들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출동한 경찰은 가족과 함께 조 씨의 행방을 추적했다. 약 1시간 뒤 서울 성동구 수도박물관 앞에서 조 씨가 발견됐다. 그는 심하게 취한 상태였다. 경찰은 음주 해프닝으로 여기고 조 씨를 귀가시켰다. 납치 소동의 진실은 뒤늦게 밝혀졌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112신고 직전인 6일 오전 3시 30분경 조 씨는 강변북로를 달리던 택시에 타고 있었다. 만취한 조 씨는 조수석에 앉은 채 갑자기 택시기사에게 “죽여 버릴 거야”, “거짓말 하는 놈들은 다 죽어야 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급기야 시속 100㎞로 달리는 택시의 운전대를 잡고 오른쪽으로 꺽었다. 경기 구리시 방면으로 향하던 택시는 난간을 들이받고 풀숲으로 추락했다. 에어백 덕분에 부상을 피한 조 씨는 택시에서 내려 300m가량 떨어진 수도박물관 근처로 도망쳤다. 그러나 택시기사 이모 씨(54)는 목과 허리 등을 다쳐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특히 택시는 앞부분이 크게 파손됐다. 경찰은 사고 조사를 위해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하다가 15일 택시 승객이 허위 납치 신고의 당사자인 걸 확인했다. 조 씨는 경찰에서 “택시기사가 납치하려 해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택시 블랙박스에 녹음된 자신의 욕설을 들은 뒤 “술에 취해 착각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의 혐의로 조 씨를 구속했다.}

    •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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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어 굽지 말란 것보단 낫죠… 장사 망친 미세먼지 날려주길”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94μg(매우 나쁨)까지 치솟은 7일 오전 남대문시장. 평소 일요일이면 손님이 몰리기 시작할 때다. 하지만 이날 시장 골목을 다니는 손님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손님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한 손님이 액세서리 가게 앞에 진열된 가죽 열쇠고리를 집어 들었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표면에 손가락 자국이 남는 걸 본 손님은 바로 물건을 내려놓고 근처 상가로 들어갔다. 수산물을 파는 남모 씨(61·여)는 장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생선 진열용 나무 좌판은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남 씨는 “평소에는 생물이나 냉동 등 좌판용 생선을 따로 준비한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수족관에 넣을 활어만 갖고 와 판매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일상이 된 미세먼지의 ‘공습’이 전통시장 풍경마저 바꿔놓고 있다. 중장년 상인들은 마스크도 없이 장사에 나서지만 미세먼지가 덮치는 날이면 손님 발길은 뚝 끊긴다. 1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 시장 입구에서 과일 점포를 운영하는 장모 씨(63)에게 먼지떨이는 ‘필수’다. 장 씨는 “원래 시장에 흙먼지가 많아 수박 표면에 뽀얀 먼지가 많이 쌓인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하루에 수십 번씩 먼지를 털고 과일 표면을 수시로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김모 씨(62·여)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씨는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예보를 들으면 판매할 반찬을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준비한다”며 “손님이 아예 없으니까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진이 서울의 전통시장 3곳 상인 30명에게 물어본 결과 26명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손님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손님이 70% 이상 급감한다고 말한 사람도 2명이나 됐다. 전통시장 상인 중 마스크를 낀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먹거리를 파는 상인이 마스크를 쓸 경우 손님들이 꺼릴 것이라는 걱정 탓이다. 남대문시장 상인 박모 씨(65·여)는 “마스크를 쓰면 손님들과 대화하기도 불편해 목 안이 답답해도 마스크를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새 학기가 됐지만 야외활동을 거의 못 하고 있는 학교 현장의 사정도 비슷하다. 경기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나모 군(12)도 2주 이상 학교 체육활동을 전혀 못 했다. 나 군은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을 때도 학교에서 운동을 못 하게 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서울의 10개 초등학교를 조사한 결과 올 3∼5월 한 학급의 체육수업을 야외수업으로 25% 이상 진행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미세먼지 수치가 정상이면 야외 체육수업을 50% 이상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적 ‘셧다운’(가동 중단)을 비롯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자 상인이나 학생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곽모 씨(76·여)는 “지난 정부의 ‘고등어구이 금지 정책’보다는 좋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가 생활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정책을 밝히는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의 오해를 샀던 것을 비꼰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 이모 씨(27)는 “야외 운동을 시키고 싶어도 못 시키는 입장이었으니 정부 대책이 단기적으로라도 성공해서 아이들이 다시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되는 중국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남대문시장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구모 씨(63)는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대부분인데 괜히 화력발전소를 닫았다가 ‘전기대란’만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노점상 정근호 씨(54)는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극히 일부 아니냐”며 “차량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위은지 wizi@donga.com·구특교 기자}

    •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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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널린 남녀공용화장실, 캄캄한 원룸촌… 공포는 변한 게 없다

    14일 오후 7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의 한 3층 건물. 층마다 다양한 식당과 술집이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남녀 공용 화장실은 항상 만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로 앞 소변기에는 한 30대 남성이 서 있었다. 남성 전용칸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성 전용칸에서도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러나 남성들이 모두 나간 뒤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화장실이 조용해지고 20∼30초가량 지나자 조용히 문이 열렸다. 20대 여성이었다. 여성은 화장실을 서성이는 기자를 의심스럽게 쳐다본 뒤 치마를 휘날리며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17일로 1년이 된다. 조현병을 앓던 김모 씨(35)가 서울 서초구의 한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 A 씨(당시 23세)를 살해한 이 사건으로 여성 안전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본보 여기자 3명은 14일 오후 서울의 공용 화장실, 주택가 여성안심귀갓길, 대학가 원룸촌을 돌아봤다. 여전히 안심보다는 불안에 가까운 곳이 훨씬 많았다.○ 강남역 주변 화장실 10곳 중 4곳은 ‘공용’ 이날 오후 6시경 서초구의 한 대형 상가건물 1층 화장실 앞에서 마주친 이모 씨(25·여)는 남자친구의 손을 꼭 붙잡은 채였다. 이 씨가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남자친구는 그 앞을 경계하듯 떠나지 않았다. 이 씨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 뒤로는 화장실이 제일 무섭다”며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 갈 때는 무조건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간다”고 말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서울 서초구와 인근 강남구 일대에는 여전히 공용 화장실이 많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부터 9호선 신논현역 사이에 자리 잡은 3∼5층 상가 건물 50곳의 화장실을 확인했다. 19곳의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었다. 이 중 15곳은 화장실 출입구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일부 공용 화장실에는 사건 후 비상벨 등을 설치한 곳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 손을 쓰지 않은 곳도 있었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3층짜리 주점 건물은 수년 전부터 공용 화장실을 운영했지만 비상벨이나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 구에서 화장실을 분리형으로 바꾸라는 권고를 담은 공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건물 2층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B 씨(40)는 “화장실을 개조하려면 수백만 원은 들 것”이라며 “굳이 나서서 개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안심 못할 안심귀갓길 오후 10시 30분경 서울 강북구 도봉로의 ‘여성안심귀갓길’을 돌아보던 기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250-07-가’라는 똑같은 위치번호를 가진 112신고 위치 게시판이 150m 간격으로 2개 있었다. 신고자의 위치 파악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경찰이 모든 귀갓길에 설치한 이 게시판은 위치별로 ‘가∼하’ 순의 일련번호가 부여돼 있어야 정상이다. 알고 보니 두 번째 게시판 부착 위치는 원래대로라면 ‘250-07-다’ 게시판이 부착돼야 할 자리였다. 심야 시간대에 귀가하는 여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여성안심귀갓길’은 서울에 500여 곳이 있다. 경찰은 이곳을 집중 순찰지역으로 선정하고 신고 또는 안전에 유용하도록 여러 장치를 해뒀다. 그러나 비상벨이나 바닥 표지 등이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강북구의 다른 안심귀갓길을 찾았다. 경찰서 홈페이지에 경찰과 바로 통화할 수 있는 비상벨이 있다고 안내된 지점에 도착했지만 벨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둘러본 뒤에야 근처 설비업체가 쳐놓은 비닐 가림막에 반쯤 가려진 비상벨을 찾았다. 바닥에 도색된 ‘여성안심귀갓길’ 표지는 대부분 지워져 ‘성안…갓’이라는 글자만 겨우 보였다. 주민 양모 씨(68·여)는 기자에게 “이 길이 안심귀갓길이었냐”고 되물었다.○ 가로등 불빛 오락가락하는 원룸촌 오후 10시 반경 찾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 후문 근처 원룸촌을 지나는 길 100m에는 단 4개의 가로등만 설치돼 있었다. 그나마도 그중 하나는 10초마다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그나마도 원룸 건물 기둥 뒤편은 사각지대였다. 기자가 길을 걷는 사이 건물 틈이나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을 뒤늦게 발견하곤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근처에 사는 박모 씨(22·여)는 “그나마 안전한 기숙사에서 살다 이곳으로 나오니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 원룸촌을 지나던 정모 씨(22·여)는 기자의 인기척을 느끼자 화들짝 놀랐다. 정 씨는 “최근에 원룸 입구에서 남자친구가 전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기사를 본 뒤로 더 무서움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안전 관련 분야에 대한 정책 우선순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안전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지 않는다면 예산을 아무리 많이 쓰더라도 부족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안전 예산은 보험’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위은지 wizi@donga.com·김하경·김단비 기자}

    •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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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망친다던 특수학교, 이젠 자랑거리라 하네요”

    “동네를 죽일 줄 알았던 학교가 오히려 자랑거리가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죠.” 10일 서울 강남구 일원로 밀알학교에서 만난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60)는 험난했던 학교 건립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발달장애아동을 위해 설립한 밀알학교는 유치부, 초·중·고등부, 전공과 등의 교육 과정을 갖춘 특수학교다. 올해로 개교 20년을 맞았다. 현재 재학생은 206명. 밀알학교의 시작은 짧은 기도였다. 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가 교회에서 “제 숨이 끊어지기 전에 제 아이를 먼저 데려가 주세요”라는 기도를 했는데, 이를 당시 목사인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75)이 우연히 들었다. 홍 목사는 안타까운 마음에 ‘장애아동을 돌볼 수 있는 특수학교를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1994년 서울시교육청에 학교설립계획서를 제출했다. 재단은 학부모들이 학생을 데리고 등하교하기 편하도록 서울 강남구 일원역 근처의 초등학교 터를 어렵사리 매입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셌다. 정 상임대표는 “표면적으로는 ‘계획대로 초등학교를 지어라’라고 요구했지만 ‘다른 걱정’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주민 100여 명이 몰려와 공사장 입구를 바리케이드로 봉쇄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공사장에 건설 장비가 들어올 기미가 보이면 바로 주민들이 나타나 몸으로 막았다. 정 상임대표 등이 나서서 “특수학교가 들어서도 주민 피해는 없다”고 계속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소송을 거쳐야 했다. 1996년 2월 법원이 밀알학교의 손을 들어줬다. 학교는 1997년 준공돼 문을 열었다. 개교 후에도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은 여전했다. 정 상임대표는 “주민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학교 건물을 최대한 아름답게 지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학교 건물은 1998년 대한민국 건축가상을 받기도 했다. 2001년 문을 연 별관 ‘밀알아트센터’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 미술관, 음악당이 있다. 개방된 학교 공간을 오가면서 주민들의 편견도 사라져 갔다. 정 상임대표는 “특수학교가 들어온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아직도 그런 편견을 가진 분이 너무 많다”고 했다. 올해 교육부는 특수학교 주변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20년간 학교가 배출한 졸업생은 고등부 기준 293명에 달한다. 정 상임대표는 “입학할 땐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의젓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뿌듯했다”고 말했다. 4년 전 학교를 졸업한 양모 씨(24)는 취업난에도 의류계열 대기업에 들어갔다. 요즘도 종종 학교를 찾아 후배들을 격려한다. 지난 15년간 서울에 새로 생긴 특수학교는 없다. 2002년 개교한 종로구 경운학교가 마지막이다. 특히 발달장애아동을 위한 정서장애 특수학교는 전국에 7곳뿐이다. 정 상임대표는 “약자는 정부가 보호해 주지 않으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가 없다”며 “새 정부가 장애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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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땅엔 ‘직훈족’도 있습니다

    《 지난해 인천 문일여고를 졸업한 민지애 씨(19·삽화)는 졸업생 중 유일하게 한국폴리텍대(컴퓨터응용기계설계과)에 입학했다. 중위권 성적의 민 씨가 4년제 대학을 포기하고 전문대에 입학한 이유는 단 하나, ‘취업’ 때문이다. 언니(24)의 영향이 컸다. 언니도 폴리텍대를 졸업하고 반도체 회사에 들어가 4년째 일하고 있다. 폴리텍대에서 열심히 기술을 배운 결과 정규직에 연봉은 3000만 원이 넘는다. 언니의 ‘성공’을 본 가족도 전문대를 가겠다는 둘째의 선택을 막지 않았다. 폴리텍대 학생들은 자신들을 ‘고4’라고 부른다. 고3 못지않은 학습량 탓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수업과 실습이 쉼 없이 이어진다. 그래야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쉬는 날까지 보강을 듣다보면 일주일이 훌쩍 간다. 특히 문과 출신인 민 씨는 동기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한다. 친구들이 즐기는 캠퍼스의 낭만은 포기한지 오래다.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먼저 취업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민 씨도 걱정이 많다. 업종 특성상 여성을 잘 뽑지 않고, 경력을 선호한다. 작은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중견기업으로 옮겨가야 한다. 문제는 큰 회사일수록 비정규직을 선호한다는 점. 여성 전문대생의 고민과 비정규직에 대한 두려움까지.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민 씨는 진작 ‘어른’이 돼버렸다. “이 땅에 ‘직훈족’(전문대나 직업전문학교에서 직업훈련을 받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도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고용 안정’은 물론이고요!”특별취재팀 angryboard@donga.com 》 “이제 조용히 합시다. 휴대전화는 끄든지 집어넣으세요.” 강의실에는 적막감만 흘렀다. 숨죽이고 집중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강의에 집중했다. ‘회전명령’ 같은 어려운 말과 낯선 기호에 정신이 혼미해졌고, 졸음까지 밀려 왔다. 기자는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 한국폴리텍대의 컴퓨터응용기계설계 전공 수업인 3차원(3D) 모델링 수업을 ‘직훈족’(전문대나 직업전문학교에서 직업훈련을 받는 청년들) 36명과 함께 들었다. 직훈족의 고난과 어려움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인문계를 전공한 기자가 이공계 기술 수업을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민지애 씨(19·여)는 달랐다. 민 씨도 인문계 고교의 문과 출신이지만 수업시간 내내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쉬는 시간에도 도면을 그리느라 컴퓨터 앞을 뜨지 않았다. 민 씨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 앉아 도면을 그려 나갔다. “어차피 (도면을) 완성해야 집에 가거든요. 쉬는 시간에도 계속해야죠 뭐.” 기자가 “분위기가 고등학교 같다”고 묻자 민 씨는 “그래서 저희 별명이 ‘고4’다”라며 웃었다. 오후 1시부터 내내 이어진 수업은 6시가 돼서야 끝났다. 청년의 특권이라는 캠퍼스의 낭만은 이들에게 사치였다. 이곳은 캠퍼스가 아니라 전쟁터였다.○ 직훈족도 청년이다 “노동법도 법인데 왜 그렇게 안 지키는 건지 모르겠어요.” 민 씨보다 두 살 많은 동기 박수진 씨(21·여)가 대뜸 말했다. 인문계 고교 졸업 후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다. 월급 30만 원을 약속받았지만 6개월 동안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말로만 듣던 ‘열정 페이’였다. 고용노동부에 전화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내용증명을 보냈더니 받아야 할 월급의 50%만 돌아왔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도 1년 일했다. 단골들도 고졸 직원은 함부로 대했다. 원래 꿈이었던 쇼핑호스트직을 알아봤지만 고졸자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올해 폴리텍대에 들어왔다. 취업률이 좋다는 기계설계 전공을 택한 것도 오로지 취업 때문이다. 전문대생(약 70만 명)과 국비지원 훈련생(약 16만 명)을 합치면 국내 직훈족은 86만 명에 이른다. 직훈족 중 민, 박 씨처럼 고용부 소속 국립대학으로 취업률이 80%를 웃도는 폴리텍대에 다니거나 국비지원 훈련을 받는 학생들은 그래도 사정이 좋은 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능력중심사회’ 정책이 강하게 추진되면서 전문대와 직업훈련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대폭 늘어났다. 인문계와 고졸자 훈련이 확대되고 있어 별다른 기술이 없고 스펙이 부족하다면 국비지원 훈련을 받고 취업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민 씨의 언니도 폴리텍대를 나와 연봉 3000만 원의 정규직으로 4년째 일하고 있다. 하지만 천차만별인 직업훈련은 잘 골라야 한다. 지방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김모 씨(26)는 취업을 유예하고, 컴퓨터프로그래밍 직업전문학교를 다녔다. 국비 지원이라 무료였고 취업도 잘된다고 했다. 수업은 상당히 어려웠다. 석 달이 지나자 수강생은 반 토막이 났다. 어렵다고 호소해도 더 가르쳐 주는 건 없었다. 학교 측은 공짜 수업이니 만족하고 다니라는 식의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 청년 상대 장사하는 사설 직업교육 국비지원 훈련이 이공계 기술훈련에 집중되다 보니 사설 직업학교로 몰려 피해를 보는 청년도 적지 않다. 항공사 승무원 학원과 아나운서 학원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올해 2월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장모 씨(26·여)는 140만 원 정도를 한 번에 내면 붙을 때까지 다닐 수 있다는 승무원 학원을 다녔다. 처음에는 담임이 붙어서 시간표부터 공채 일정까지 챙겨줬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자 담임에게 문자로 질문해도 답이 잘 오지 않았다. 담임도 수시로 바뀌었다. 뒤늦게 알고 보니 석 달째부터는 그만둬도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약관에 명시를 해뒀던 것. 수업 시간에는 화장법 면접법 등을 배웠지만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석 달 만에 그만뒀고, 환불도 받지 못했다. 이런 직훈족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학력별 임금 격차와 사회적 대우다. 상당수의 전문대생과 고졸 훈련생들은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해 저임금에 시달린다. 김진모 서울대 교수(산업인력개발학)는 “중학교 단계에서 진로 지도가 이뤄져서 대학을 가지 않는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바로 직업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왜곡을 개선해 임금 격차 등을 줄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 angryboard@donga.com과 통해 사연 제보받습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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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힐링 밥상으로 취업난 청년들 위로”

    서울 성동구에 오래된 연립주택과 건물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 끝에는 ‘소녀방앗간’이란 식당이 있다. 식당 문을 열자 앳된 얼굴의 사장이 반겨준다. 고소한 들기름으로 반찬을 갓 만들어내는 사람은 이 식당 대표 김민영 씨(26·여)다.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19세 때부터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지쳐 있던 시절. 몸과 마음을 달래려 김 대표는 어느 날 훌쩍 배낭을 메고 지인이 알려준 경북 청송에 내려갔다. 2014년 여름의 일이다. 그곳에서 만난 시골 어르신들은 취업난과 각박한 도시 생활에 상처받은 청년에게 거리낌 없이 소박한 한 끼 식사를 만들어 줬다. 어르신들이 손수 담근 된장·고추장, 투박하지만 속을 따뜻하게 채우는 국과 반찬들은 김 대표에게 ‘위로의 한 끼’였다. 당시 어르신들의 청정 농산물은 마땅한 유통 판로를 찾지 못해 창고에서 상해가고 있었다. 김 대표는 어르신들에게 “서울에서 제값 받고 팔아 보겠다”며 갖가지 농산물을 들고 상경했다. 무작정 시장 한가운데 좌판을 깔고 농산물을 팔았다. 하지만 손님들은 좌판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심기일전해 2014년 11월 연 식당이 ‘소녀방앗간’이다. 가게 한쪽엔 청송 어르신들의 이름을 따서 식재료를 팔고, 다른 한쪽에선 식재료로 만든 한 끼 식사를 팔았다. ‘방위순 할머니 간장으로 맛을 낸 산나물밥’ 등이 그것이다. 자신처럼 상처받은 청년들을 위해 한 끼 식사를 만들어 팔겠다는 결심이 메뉴 하나하나에 배어 있다. 생전 요리 한 번 배워 본 적 없는 김 대표는 어르신들에게 조리법을 배워 그럴싸한 시골밥상을 만들어 낸다. 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로 맛을 낸 제육볶음, 매실청으로 버무린 장아찌, 겨울 햇살에 말린 시래깃국 등 시골 할머니가 해줄 법한 반찬과 국이다. 이렇게 만든 한 끼 식사는 6000∼8000원 선이다. 어르신들에게 이윤을 더 많이 되돌려주는 대신 본인이 챙기는 이윤은 낮췄다. 김 대표의 시골 밥상은 입소문을 탔고, 위로가 필요한 2030세대들이 소녀방앗간을 찾았다. 2년 만에 서울에만 7개 지점을 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다. 창업 이유가 푸대접받던 어르신들의 농산물이 제값 받도록 하자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돈을 벌 생각이면 이 식당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지난해 10월 경북 청송에서 40여 명 어르신이 버스를 전세 내 이곳을 찾기도 했다. “시골 노인들이 좋아하는 농산물이 서울 청년들에게 인기 있다”는 말을 믿기 어려운 순박한 어르신들이었다. 어르신들은 “우리를 신경써줘서 고맙다”며 김 대표의 손을 꼭 잡았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시골 생산자와 도시 창업가의 상생을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시골 어르신들은 무능하고 시대에 뒤처진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한 생활의 지혜로 현대인들을 위로할 힘을 갖고 계신다. 이분들이 지은 밥으로 지친 청년들을 위로할 것”이라고 말했다.위은지 wizi@donga.com·김단비 기자}

    •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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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고송 제작-역할극시키는 취업면접… 족집게 과외 찾아 삼만리

    타고난 음치인 박모 씨(29)는 입사 면접 과제를 보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1박 2일로 진행된 국내 모 금융회사 면접의 마지막 날 주어진 과제는 새로운 로고송을 만들어 30초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것. 박 씨는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분석해 심층면접만 준비했는데 엉뚱하게 노래를 만들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연세대 재학생 오모 씨(25·여)도 최근 황당한 면접을 치렀다. 당시 면접 과제가 주어진 시간은 밤 12시경. 과제 제출 마감은 다음 날 오전 7시였다. 사실상 잠을 자지 말라는 뜻이었다. 아이돌그룹을 뽑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상케 했다. 오 씨는 “전날 하루 종일 면접 일정이 진행된 탓에 오전 2시가 넘자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자는 사람을 탈락시키기 위한 면접 같았다”라고 말했다.○ 역할극부터 프레젠테이션까지… ‘첩첩산중’ 면접 올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한창이다. 스펙 쌓기 경쟁에서 이겨 서류와 필기전형을 통과한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마지막 고비인 면접을 준비한다. 최근 기업들은 실무 면접, 임원 면접 같은 고전적 방식을 벗어난 이색 면접을 도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색적이라는 이름 아래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해한 면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영상을 만들게 한 뒤 누리꾼 인기투표를 실시하는 온라인 오디션부터 역할극 면접까지 각양각색이다. 얼마 전 대기업 면접을 치른 채모 씨(27·여)는 “한동안 면접 준비를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면접장에 들어선 채 씨 앞에는 자신을 성희롱하는 상사 및 고객에게 대처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른바 ‘역할극 면접’. 채 씨는 “가상 상황이지만 지원자를 어쩔 수 없을 때까지 몰고 가 결국 두 손 들게 만든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 졸업생 한모 씨(29)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금까지 17곳 넘는 기업에서 면접을 봤다. 스파게티 면 쌓기 등 기상천외한 미션이 주어진 1박 2일 합숙 면접부터 사회 이슈를 다루는 토론 면접, 정답이 없는 창의성 면접, 난처한 근무 상황을 가정한 역할극 면접 등 당혹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기업들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극심한 취업난에 고스펙을 갖춘 취준생이 몰리면서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고르려면 차별화된 선발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원에 과외까지… 돈 있는 취준생만 유리? 문제는 예측 불가능한 면접 전형이 등장하면서 취준생들이 ‘면접 사교육’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강의당 수강료가 30만 원이 넘는 서울 강남의 유명 면접학원에는 기업들의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후 수강 신청이 이어지면서 추가 강의까지 개설됐다. 면접 과외도 등장했다. 프레젠테이션(PT) 면접이 늘어나자 전현직 대기업 직원들로부터 받는 비밀 수업이다. 사내 분위기와 면접관 성향까지 알 수 있어 부르는 게 값이다. 본보 기자가 서울 주요 대학의 취준생 20명에게 물으니 절반이 넘는 12명이 채용 시즌에 평균 22만 원을 면접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또 지방에서는 서울로 ‘원정 과외’를 오고 형편이 어려운 취준생은 일반 면접만 진행하는 중소기업으로 지원 눈높이를 낮추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대신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면접 프로그램 활용을 당부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취업프로그램과 면접 학원의 강사진이 똑같은 경우가 많고 모두 기업이 제공하는 면접 가이드북을 이용하기 때문에 강의 내용도 비슷할 것”이라며 “까다로운 면접 전형을 미끼로 취준생을 유혹하는 사교육 시장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위은지 기자}

    •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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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잘하고 있는 거야… 힘내자”

    ‘인생 살면서 노량진만큼 치열한 곳은 못 본 것 같네요. 노력에 다들 보답 받으시길.’ 취재팀이 7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설치한 ‘청년 앵그리보드’에 누군가 이렇게 썼다. 청년 앵그리보드의 주제는 ‘취업 때문에 웅크린 자신에게 하고 싶은 위로의 말’이었다. 취업 준비로 지친 청년들은 ‘잘하고 있어’ ‘걱정 마’ ‘고생한다’는 말로 자신을 위로했다. 자신을 향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한 취업준비생은 ‘할 수 있다. 힘내자. 난 강하다’고 적어 넣었다. ‘너는 최고야’ ‘힘내자’ ‘파이팅’ 같은 글도 많았다.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조모 씨(27·여)는 “아침에 눈을 뜬 뒤 잠들 때까지 공부만 해야 하는 생활이 힘들지만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버틸 만하다”며 웃었다. 취재팀이 만난 청년들은 힘든 취업 준비 과정을 이겨내는 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변과의 공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친 나머지 ‘나 혼자만 이런 거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무능하다는 생각에 이런 감정을 숨기고 고립되기 쉬운데 그럴수록 같은 처지의 친구를 통해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가족은 공감과 위로를 해주는 것이 좋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본인이 어려움을 표현하지 못할 때는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애진 jaj@donga.com·위은지 기자}

    • 20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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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창문에 차량용 필터 붙이는 주부들

    ‘삐삐삑, 삐삐삑.’ 12일 오후 아파트 놀이터에서 뛰놀던 딸아이(5)를 보던 이미옥 씨(35·여)의 핸드백에서 갑자기 요란한 알람이 울렸다. 이 씨가 가방에서 꺼낸 건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 20만 원짜리다. 이 씨는 “정부의 미세먼지 예보는 늘 몇 시간 늦는 데다 지역 편차도 심해 직접 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들에게도 같은 측정기를 사줬다. 이 씨는 서둘러 딸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이어 집이 아닌 자동차 정비업체로 향했다. 자동차 에어컨에 부착하는 필터를 사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용 목적이 달랐다. 승용차가 아니라 거실과 각 방 창문 방충망에 붙이기 위해서다. 이 차량용 필터가 초미세먼지까지 막아준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이 씨 가족은 90만 원가량을 들여 미세먼지를 차단해주는 고가 방충망을 거실과 각 방에 설치했다. 부담이 컸지만 원인 모를 인후통과 발열로 입·퇴원을 반복하는 딸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4평(약 13m²) 크기의 딸 방에선 공기청정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100만 원이 넘는 북유럽산 공기청정기였다. 국내 미세먼지 상황이 평범한 일상뿐 아니라 가정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2일 동아일보가 미세먼지해결 시민본부와 함께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서울 경기 지역 10가구를 확인한 결과 3월 한 달 동안 미세먼지 때문에 지출한 비용이 평균 75만 원이었다. 150만 원을 넘게 쓴 가구도 있었다. 올들어 3월까지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을 기록한 날은 14일이었다. 지출은 공기청정기 구입 등이 전부가 아니다. 실외 활동을 못 하자 키즈카페를 이용하고 환기를 못 해 의류 건조기를 사는 가구도 있었다. 눈이나 호흡기 질환 탓에 병원을 자주 찾아 의료비 지출도 확연히 늘었다. 정모 씨(44)는 “한 달 마스크 구입비만 10만 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모 씨(35·여)는 “아이들은 밖에서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해 울상이지만 건강 탓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태아 건강에도 부정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잇따르자 “아예 낳지 않겠다”며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올 2월 스톡홀름환경연구소 등은 2010년 태어난 조기 출산아 270만∼340만 명이 미세먼지로 일찍 태어났다고 분석했다. 9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질병에 취약하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임신 기간 동안 마스크를 써야 하고 태어난 내 아이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차라리 당분간 아이를 갖지 않을 생각이다”라는 글에 공감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신동천 교수는 “미세먼지는 앞으로 출산율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생활환경 수준에 따라 미세먼지 대응이 극단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이른바 ‘더스트 디바이드(미세먼지 대응격차) 현상도 심각하다. 이날 서울의 한 노인정에서 만난 어르신 5명은 미세먼지를 막을 수 없는 독감용 마스크를 일주일째 사용하고 있었다. 수시로 손님을 만나는 직업군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택배기사 최모 씨(35)는 “마스크를 쓰고 물건을 배달하면 회사로 손님들의 항의가 접수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일부 계층에 마스크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김단비 kubee08@donga.com·위은지 기자}

    •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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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도 끼니도 영화도… 폭 50cm 책상서 해결하는 ‘취업 고행’

    ‘봐야 할 것은 정확하게. 어렵게 안 나온다.’ 옆에 앉은 최금옥(가명) 씨는 식사 시간에도 자리를 지켰다. 독서대에는 마음을 다잡게 하는 이런 문구의 메모지가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그는 오후 10시가 돼서야 자리를 떴다. 기자가 독서실에 머문 사흘 동안 그는 앉은 자리에서 김밥이나 간식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울 뿐 식당에 가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공시생’(공무원 시험 응시생)과 취업준비생들이 의지를 다지던 3월 말. 기자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독서실에서 사흘간 ‘독서실 원시인’으로 살았다. 취업을 위해 독서실에 정착한 청년들이 왜 ‘원시인’으로 불리는지 알고 싶었다. ▽원시인과 만나다=첫날 오전 7시 50분. 노량진역 4번 출구. 처음부터 실패다. 꽃무늬 블라우스에 카디건을 걸친 기자는 ‘외계인’이었다. 원시인들은 한결같이 검은색 패딩점퍼에 두꺼운 후드티를 겹쳐 입고 고무줄 바지 아래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적막을 마주하다=“소리에 민감한 분들이 있어요. 조심해 주세요.” 독서실 총무는 4번 책상으로 안내하며 이렇게 당부했다. 칸막이 책상 30개가 빼곡히 들어찬 독서실에서 허용된 공간은 폭 50cm의 책상뿐. 가방 지퍼 소리가 이렇게 큰 줄 미처 몰랐다. ‘파도 소리’가 나는 ‘백색소음기(집중력을 높여주는 소리를 내는 장치)’가 유일하게 허가된 소리였다. 50cm 내에서 규율을 지켜가며 버텨야 했다. 영어 단어장을 펼쳤다. 5분 만에 졸음이 밀려왔다. ▽원시인이 되다=둘째 날. 기모 후드티에 검정 고무줄 바지를 입고, 패딩점퍼를 하나 더 걸쳤다. 50cm가 익숙해졌다. 암기 속도도 빨라졌다. 틈틈이 노는 것도 가능했다. 스탠드를 끄면 노트북(인터넷 강의 시청용)은 영화 스크린이 됐다. 놀아도 독서실이 편했다. 가족의 눈치와 부러운 친구들이 있는 집과 학교보다는. ▽원시인 경제특구=노량진에서는 3000∼4000원이면 한 끼를 때울 수 있고, 아메리카노는 1000원이면 충분했다. 편의점에서 3900원짜리 불고기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래도 지출 수준은 해마다 치솟는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박모 씨(29)는 고시원비 25만 원, 독서실비 15만 원, 학원 수업료 24만 원에 교재비와 생활비까지 매달 100만 원을 쓴다고 했다. ▽원시인 확장의 ‘범인’=공시생들의 쉼터, 사육신공원을 산책했다. 3년간 다니던 민간기업을 그만두고 지난해부터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 씨(34)를 만났다. “사기업은 오래 다니기 어렵더라고요. 무엇보다 경쟁과 야근에서 벗어나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공시생은 25만7000명(지난해 기준)으로 5년 전보다 38.9%나 증가했다. 전체 청년 취업준비생은 62만8000명이다. 만약 이 씨가 다녔던 민간기업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했다면, 그는 원시인이 될 필요가 없었다. 중소기업의 임금이 높아진다면, 박 씨가 매달 100만 원을 써가며 7급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진 않았을 것이다. 휴게실에서 만난 최휘웅 씨(31·경찰 시험 준비)도 “요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오는 ‘공딩족’과 40대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과 대기업 일자리를 얻으려면 1∼2% 확률을 뚫어야 한다. 결국 대다수가 가는 일자리는 비정규직이거나 월급이 적고, 연간 2113시간을 일해야 하는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그것이 바로 원시인 세계를 확장시키는 ‘범인’ 아닐까. ▽인류로 진화하고 싶다=마지막 날 저녁은 고시식당에서 먹었다. ‘혼밥’이 참 편해졌다.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데도 원시인들과 묘한 동지애가 생겼다. 원시인들은 여가와 취미도 독서실에서 한 방에 해결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인 존재였다. 하나의 목표에 모든 리듬을 맞추고 가장 효율적인 공간에서 ‘진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인류가 되려는 그들의 진화를 우리 사회와, 노동시장이 막고 있었던 건 아닐까. “도대체 뭘 위해 이걸 하나 무기력해질 때가 있어요. 그래도 독서실에 머물러야 해요. 원시인으로 공부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마음도 제일 편하거든요.” 마지막 날 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모 씨(25·공인회계사 준비 중)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60만 명의 취업준비생이 독서실과 고시원, 도서관에서 원시인으로 살아간다. 그것이 ‘정규직 인류’로 진화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고 유일한 길이라고 믿기에.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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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생 살해 소녀의 엽기행각… “시신 일부 SNS친구에 줬다”

    지난달 인천의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잔혹하게 살해한 여고 자퇴생(17)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18세 여성에게 훼손한 시신의 일부를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2월 알게 된 이들은 고어물(gore物·사람을 잔혹하게 죽이고 시신을 훼손하는 영상이나 사진) 채팅 애플리케이션(앱)과 트위터를 통해 엽기적 살인 관련 얘기를 나누고 사진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2월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한 A 양(무직)을 사체 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양은 지난달 29일 인천 연수구의 공원에서 초등생을 유괴해 살해한 B 양과 같은 날 오후 5시 45분경 서울 모처에서 만나 시신 일부가 든 갈색 종이봉투를 건네받아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속된 B 양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A 양이 좋아할 것 같아 시신 일부를 선물로 줬다”는 진술을 받고 주소지를 추적해 10일 A 양을 붙잡았다. A 양은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 만났을 뿐 B 양이 범행을 저질렀는지 몰랐다. 봉투에 시신이 들어 있는 줄도 몰랐고 집 근처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물인 줄 알았다고 하면서 내용물을 확인도 하지 않고 버렸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조현병을 앓은 것으로 알려진 B 양이 A 양에게 선물이라며 건네기 전까지 약 3시간 동안 이들은 시신 일부가 든 봉투를 손에 들고 군것질을 하며 돌아다녔다. 이들은 2월부터 ‘고어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테마 채팅 앱과 트위터에 만든 별도의 계정에서 가상의 엽기적 범행을 모의하거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잔혹한 영상, 사진을 돌려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계정은 범행이 알려진 뒤 삭제됐다. 경찰은 트위터 미국 본사에 이 계정의 대화방에서 이들이 주고받은 내용, 이들 말고 다른 사람들도 참여했는지 등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A 양은 채팅 앱 내용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 양이 범행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크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다만 A 양이 B 양의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은 B 양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디지털포렌식(디지털 데이터 같은 정보를 과학적으로 수집 및 분석하는 것)으로 분석해 범행 이전에 휴대전화로 숨진 초등생의 학교 하교 시간을 검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사실을 밝혀냈다. ‘살인’과 ‘엽기’라는 단어를 자주 검색한 사실도 확인했다. 평소 자주 본 동영상이나 책에 시신을 훼손하거나 현장의 증거를 없애는 방법 등의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한편 숨진 초등생에 대한 주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초등생이 유괴된 공원 한쪽의 작은 추모 공간에는 꽃다발, 곰돌이 인형, 초콜릿 젤리 같은 간식이 놓여졌다. 벤치 옆 기둥에는 ‘일찍 아기 천사가 된 우리 친구에게 한마디 써 주세요’라는 제목의 임시 게시판이 마련됐다. 게시판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천국 가서도 잘 지내야 돼!’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해’ 등의 글을 적은 포스트잇이 빼곡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묵념하는 시민도 있었다. 10일 오후 한 남성은 추모 공간 앞에 서서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린 뒤 성호를 긋기도 했다.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위은지 기자}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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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중 나온 친박에 “아이고, 왜 오셨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을 향해 출발했다가 집으로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21시간 51분. 만 하루를 거의 채우고 귀가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오히려 집을 나설 때보다 밝았다. 21일 오전 9시 15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서 에쿠스 리무진 차량을 타고 검찰로 향한 박 전 대통령은 22일 오전 7시 6분 같은 차량을 이용해 돌아왔다. 서울중앙지검을 떠난 차량은 올림픽대로를 거쳐 출발 12분 만에 자택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의 눈은 다소 부어 있었다. 밤샘 조사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에는 치아가 보일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날 사저를 떠날 때 입을 꾹 다문 것과 상반된 표정이었다. “만족스럽게 조사받은 것 같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날 새벽부터 사저 앞에서 자유한국당 최경환 윤상현 의원과 서청원 의원의 부인이 박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윤 의원은 21일 오후 8시경부터 사저 근처에 승용차를 주차시켜 놓고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동 친박’으로 불리는 세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퇴거 당일에도 사저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차량에서 내리면서 이들에게 “아이고 왜 오셨느냐. 안 오셔도 되는데… 고생하시게 (뭐하러 오셨느냐)”라고 말했다. 두 의원은 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서 의원 부인과 가볍게 악수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해 “혐의를 인정했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귀가 시간이 서너 시간 늦어지면서 전날 사저 앞에 모인 지지자 중 일부는 밤을 새웠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차량이 자택 앞 골목에 들어서자 “사랑합니다” 등이 적힌 팻말과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일부는 흐느껴 울었다. 박 전 대통령은 뒷좌석에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친박(친박근혜) 단체인 박사모 회원들은 21시간 넘게 이어진 조사에 분노했다. 박사모 인터넷 카페에는 새벽 내내 “아직도 귀가 안 하셨느냐”는 글이 계속 올라왔다. “전직 대통령을 가혹 수사했다” “백첩반상을 차려줘도 모자란데 겨우 죽을 먹이고 밤샘 조사를 했다” 같은 성토도 눈에 띄었다.최지선 aurinko@donga.com·위은지 기자}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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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前대통령 사저 靑경호원, 실탄장전 권총 분실했다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에서 근무하던 경호원이 소지했던 권총을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1일 경찰과 청와대 경호실 등에 따르면 경호원 A 씨는 16일 오후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200m가량 떨어진 한 건물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잠시 후 A 씨는 볼일을 보기 위해 식당 화장실을 찾았고 이때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집을 풀어 변기 뒤편에 놓았다. 그러나 A 씨는 이를 챙기지 않고 그대로 화장실을 나와 식당을 떠났다. 화장실에서 권총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건물 경비원 B 씨. 처음 총을 발견한 시간은 오후 2시경이었다. B 씨는 가죽으로 된 권총집을 보고 드릴 같은 공구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본 뒤 권총인 걸 확인하고 깜짝 놀라 근처에 있던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총기를 건넸다. B 씨는 “총에 실탄이 들어 있는 것도 확인했다”며 “20, 30분 뒤 경찰이 현장에 와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B 씨에 따르면 오후 3시경 한 남성이 와서 권총의 소재를 물었다. B 씨의 설명 후에는 전달받은 경찰이 누구인지 물었다. 이 남성은 약 10분 뒤 다시 찾아와 “권총을 찾았다. 고맙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진 않았다. 경호실 관계자는 “해당 경호원이 사실을 알아챈 직후 보고했으며 해당 식당에 총을 둔 사실을 알고 먼저 찾으러 간 것”이라며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했다.권기범 kaki@donga.com·위은지 기자}

    •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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