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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거점 국립대의 역량 강화와 활용이 필수적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실에서 열린 ‘지역균형 뉴딜 성공을 위한 대학과 행정 역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거점 국립대를 대표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송석언 제주대 총장(거점 국립대 협의회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K뉴딜의 핵심인 지역균형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학이 곧 성장 동력이라는 인식과 함께 규제 철폐와 과감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지역의 혁신은 지역 국립대학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확실히 지역주민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대학이 성장 동력임을 천명한 것”이라며 “입법을 통해 대학의 역할을 극대화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학들의 혁신 노력과 함께 지방자지단체장들이 대학을 바라보는 인식을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절차를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진행했다.―지역균형 뉴딜에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서 위원장=지방 분권과 지역 균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한국의 성장 동력은 결국 지역 발전에서 나온다. 지역 대학이 뿌리가 돼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에서 취업 후 터전을 잡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지역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김동원 총장=매년 발표되는 국가경쟁력과 대학경쟁력 순위를 보면 대학이 늘 뒤에 있다. 대학의 역할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해외에선 낙후된 지역을 대학이 중심이 돼 일으킨 사례가 많다. 독일은 통일 후 동서독 지역격차 문제가 심각했다. 그 때 세운 전략이 9개 주요 대학(TU9)을 거점으로 지역 발전을 도모한 것이었다. 옛 동독 지역의 드레스덴대에는 국가연구소 10여 곳이 설립됐고, 최근엔 가장 주목받는 대학으로 성장했다. ―지방의 거점 국립대들조차 학령인구 급감, 학생 수도권 유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 총장=거점 국립대의 위기는 곧 지방의 위기다. 국립대에 적용되는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재정 지원, 교육·연구 인력 충원 등과 관련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학교에 연구소를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건물을 학교에 기부채납하도록 돼 있어서다. 학교가 땅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건물을 세우면 ‘윈윈 효과’가 있는데 법이 가로막고 있다. ▽김헌영 총장=대학 밖 건물에서 수업을 못 하도록 하는 이동수업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지방대가 서울에서 강의해 학생 모으는 것을 막으려고 만든 규제다. 최소한 같은 광역지자체 안에서는 이동수업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도내 대학들이 공동캠퍼스 등을 운영해 다양한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다. 강원대와 삼척시가 4년 전부터 추진 중인 도계 대학도시가 지체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이동수업 규제 때문이다.―정부가 10월에 발표한 75조 원 규모의 지역균형 뉴딜 사업에 대학의 역할이 빠져 있어 아쉽다는 지적들이 많다. ▽김헌영 총장=대학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지역균형 뉴딜을 포함한 K뉴딜에 대응하기 어렵다. 거점 국립대는 각 지역의 성장과 관련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이 역량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끄집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지역균형 뉴딜 성공의 열쇠는 대학의 활용에 달려 있다. 아울러 지역균형 뉴딜이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단순 경쟁시키면 낙후된 지역은 더 소외받을 가능성이 높다.―지역 대학 육성의 핵심은 재정 지원 확대다. 가장 시급한 부문을 꼽자면… ▽김동원 총장=지방재정법은 지자체가 국가시설에 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대학이 국비 예산을 따왔을 때 매칭 펀드 조성만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대학 내 제대로 된 연구소 운영도 힘들다. 한 해 수십억 원의 운영비가 필요한데, 거의 대학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가 나올 수 없다. 대학이 연구거점이 되는 해외에선 지자체와 대학이 법인 형태의 연구소를 만든다. 대학은 20대의 젊은 두뇌가 끊이지 않고 공급되는 곳이다. 재정 투입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야 이 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송 총장=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공무원들이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단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지자체가 대학을 지원할 때 포괄적 지원을 금지하는 것도 아쉽다. 목적사업 안에서만 예산을 쓸 수 있다. 대학에 재정 활용의 재량권을 주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서 위원장=지방자치법이 통과되면서 재정 집행권이 지역으로 많이 분산됐다. 그런 돈이 대학과 함께 지역 균형을 이끌어내는 마중물로 쓰여야 한다. 중앙 정부나 각 지자체에서 예산 활용을 적극적으로 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겠다.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 동료 의원들과 입법으로 뒷받침하겠다. 2016년 발의한 뒤 폐기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도 재발의해서 대학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RIS)은 지역균형 발전의 원동력이 될 사업이다. 교육부는 사업 확대를 원하지만 예산부처에선 사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김동원 총장=낙후된 지역일수록 필요한 사업이다. 올해 첫 선정된 3개 지역(광주-전남, 충북, 경남) 외 기회의 문을 더 넓혀야 한다. 이미 선정된 지역만 10년간 지원을 유지하고 추가 선정을 안 한다면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김헌영 총장=RIS는 대학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역 내에서도 작은 대학들은 규모를 줄이는 대신 강점이 있는 분야로 특성화시키고, 대학끼리 연계해 공통 수업을 개발할 수 있다. ▽서 위원장=영국은 2013년부터 지역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을 돕는 대학기업촉진지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RIS를 통해 대학의 혁신을 지역의 혁신으로 이어가야 한다. 정부가 대학과 지역을 연계한 창의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가 나도록 노력하겠다.―거점 국립대가 발전하려면 총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예산 활용과 인사권에 제약이 많아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송 총장=대학의 자율을 많이 얘기하지만 총장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정년퇴임하는 교수가 있으면 다른 과 교수 채용을 위해 잠시 비워 둘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학 평가에 교원 충원율이 반영되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할당된 교원 정원을 융통성 있게 활용하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줘야 한다. ▽김헌영 총장=예산도 마찬가지다. 국립대 교원의 인건비는 당연히 정부 몫이다. 그런데 지금은 등록금의 일부를 떼 인건비로 쓴다. 그만큼 수업에 들어가는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등록금으로 급여를 주는 교원만이라도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면 교육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 ―지역 인재 30%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는 ‘지역인재 할당 의무제’를 지키는 공공기관을 찾기 힘들다. 어떤 개선점이 필요할까. ▽김동원 총장=현재 30% 할당제로는 한계가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 인재에게도 정원의 20%를 추가로 할당해야 한다. 가령 전북의 국민연금공단에 강원 학생이, 강원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북 학생도 들어갈 수 있게끔 문이 열려야 한다. ▽김헌영 총장=30%라는 기준도 맹점이 있다. 전문직과 경력직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을 제외하고 나니 실제 채용 가능 인원은 정원의 1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공공기관은 책임감을 갖고 지역 인재를 우대해야 한다. 대학도 그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지역 거점 대학 중심으로 지역균형 뉴딜 전략을 짜야 한다. ▽서 위원장=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을 늘리고 공무원 지방 할당제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역차별 논란이 없는 지역인재 할당제가 되도록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함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정리=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 7년째 가사도우미로 일해 온 송모 씨(59·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일하는 집이 8곳에서 5곳으로 줄었다. 고객들이 감염을 우려해 외부인 출입을 꺼리거나, 지출을 줄이려고 서비스 이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몇 달째 손에 쥔 돈은 월 100만 원을 넘지 못했다. 신용불량자인 삼십대 아들까지 돌봐야 하는 송 씨는 생계가 막막하다. 송 씨는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생활비도 모자라는 판에 병원에 다닐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2. 가사도우미 허모 씨(55)는 최근 고객의 요청으로 원목 식탁을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허리를 굽히기 힘들만큼 통증이 심하지만 꾹 참고 일을 나간다. 신용카드로 돌려 막고 있는 빚을 갚으려면 하루도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서비스이용을 중단하는 가정도 늘었다. 허씨는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집에서 1시간 반 걸리는 곳도 마다않고 다닌다.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많이 받은 업종 가운데 하나가 가사서비스 분야다. 대면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일자리가 급감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는다. 가사서비스 종사자의 주 연령층이 50대 이상 여성(93%)으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데 익숙지 않아서다. 자영업자나 청년일자리 문제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사서비스를 주요 직업군이나 산업 분야로 여기지 않는 사회적 인식도 한 몫 했다. ● 코로나19로 수입 43% 감소 올 6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가사근로자 29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이들의 월 평균 수입은 112만 원에서 64만 원으로 약 43% 급감했다. 74%는 방문 가정이 줄었다고 답했다. 가사서비스 플랫폼인 행복한돌봄 사회적협동조합 안창숙 이사장은 “자녀들이 등교를 안 하고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가사서비스 이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고용 취약계층에 지급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가사근로자에겐 큰 도움이 안 됐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지난달 회원 113명에게 물었더니 12명(10.6%)만 지원금을 받았다고 답했다. 미지급자 중 31.3%는 소득 감소 기준에 미달이었고, 22.9%는 소득 감소를 증명하지 못했다. 가사근로자들은 급여를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6.7%는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 몰라 신청조자 하지 못했다. 가사근로자는 정부 대책 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4일 재가 돌봄서비스 노동자와 방과 후 강사 등 9만여 명에게 50만 원을 지원하는 ‘필수노동자 보호·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서도 가사근로자는 제외됐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가사근로자는 비공식 통계로 약 40만 명에 이른다”며 “중장년 여성 비중이 높은 가사근로자의 고용 안전망이 흔들리면 여성의 노후 빈곤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집안일은 ‘노동’ 아니다”…67년 전 인식 그대로 엄밀히 따지면 한국에서 가사서비스 종사자는 법적 근로자가 아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11조(적용범위)에 ‘가사 사용인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후 이 조항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집에서 하는 일은 ‘노동’으로 보지 않는 사고가 6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가사근로자들은 4대 보험에 가입이 안 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다쳐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 가사근로자의 약 53%는 국민연금 미가입자다.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 한 장 없이 일하다보니 처우도 열악하다. 휴게 시간도 불명확해 근무 시간 내내 일을 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연차 휴가 등 기본적인 근로자의 권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내에서 가사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8대 국회부터 관련법은 꾸준히 발의돼 왔다. 가사근로자를 사회보험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등을 적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는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협약’을 채택했고, 정부도 이에 발맞춰 2017년 직접 법안을 발의하는 등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관련법은 아직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근로시간이나 최저임금 등 굵직한 이슈에 밀려 해당 상임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에서 늘 후순위로 밀린 탓이다. 가사근로자 지원법은 경영계에서도 통과를 바라는, 노사간 이견이 없는 분야다. 가사서비스 관련 벤처 등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사서비스 시장 규모는 연간 약 8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 해외에선 가사근로자 ‘노동권’ 인정이 대세 해외에서는 가사서비스를 산업과 복지 측면에서 중요한 분야로 여긴다. 일본과 홍콩은 노동관계법에 가사근로자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2010년 가사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특별법을 제정했다. 오바마 정부는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시장을 활성화시켰다. 유럽은 대개 정부 주도로 가사서비스 시장을 관리한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가사서비스 바우처를 발급하고 이용금액의 30~50%를 세액공제 해준다. 기업이 바우처를 구입해 직원 복지를 위해 제공할 수도 있다. 1973년 4월 2일 동아일보에 게재된 ‘가정부도 직업인’ 기사. 본문에는 “서울시 120만여 가구 중 입주가정부를 두고 있는 집이 24만6000가구가 넘는다”고 돼 있다. 가사근로자의 수요 증가 및 이들의 전문성, 처우 등 당시에도 사회적 이슈였다. 동아일보 DB가사근로자는 과거 ‘식모’, ‘파출부’ 등으로 불렸다. 1966년 YWCA가 직업교육을 하면서 하나의 직업군으로 육성됐다. 강제력은 없었지만 당시 YWCA 자료에는 △하루 8시간 노동 △연 1주일 휴가 △연 200% 상여금 및 퇴직금 등 시대를 앞서간 근로 조건들이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들의 처우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앞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이 늘어나면 가사서비스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은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인구 고령화로 가정 돌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가사서비스는 아이 돌봄, 노인 돌봄 등과 결합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제도가 정비돼 가사근로자들이 직업인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974년 출시돼 반세기 가까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온 오리온 초코파이가 현지 입맛에 특화된 제품으로 해외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초코파이 글로벌 매출은 4000억 원을 넘어 14%(이하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나라별로 선호하는 맛과 식감, 색깔 등을 고려해 만든 다양한 신제품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오리온에 따르면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전 세계 60여 국가에서 판매 중인 초코파이는 18개 종류다. 초코파이는 40년 가까이 오리지널 맛 한 가지만 판매하던 전통을 깨고 각국의 문화, 식습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신제품을 개발했다. 오리온 측은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파이로드’를 개척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러시아다. 러시아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9가지의 초코파이가 판매되고 있다. 현지인에게 친숙한 잼을 사용한 제품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베리로 잼을 만들어 먹는 것을 즐기는 러시아 국민의 식습관에 착안해 지난해부터 라즈베리, 체리, 망고, 애플시나몬, 크랜베리 초코파이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러시아의 올 1∼11월 누적매출은 32% 증가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신제품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오리온은 2022년까지 러시아 트베리 지역에 새 공장을 건설해 현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생산량 10억 개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식감에 큰 변화를 준 ‘찰 초코파이’와 화이트초콜릿을 함유한 ‘화이트딸기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까지 올해 누적 매출은 15% 올랐다. 2016년에는 차를 즐기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춘 ‘초코파이 마차’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인 바 있다. 진한 초콜릿 맛을 선호하는 베트남에선 2017년 출시한 ‘초코파이 다크’가 주력 제품이다. 봄 한정판으로 출시한 ‘초코파이 복숭아’도 젊은층에서 큰 인기를 끌어 현재 뗏(Tet·베트남 설 명절) 시즌 선물용으로 판매 중이다. 베트남의 연간 초코파이 판매량은 약 6억 개. 현지에선 제사상에도 오를 만큼 인기가 많다. 한국에서도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매출은 9% 이상 올랐다. 2017년부터 출시한 봄 한정판 제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소비자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찰 초코파이’는 떡을 첨가해 식감을 크게 바꿨다.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 올 8월 선보인 노란 빛깔의 바나나 화이트 크림을 두른 ‘초코파이 바나나’는 10, 20대의 인기 디저트로 각광받고 있다. SNS에는 “겉과 속이 모두 완벽한 바나나 파이다”, “정말 어렵게 구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맛은 물론이고 식감과 모양까지 국가별로 다양한 변신을 시도한 것이 초코파이가 47년 동안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온 이유”라며 “지속적인 혁신으로 초코파이 브랜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12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의 강력범죄자에 대한 출소 후 관리 체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2년의 형기를 마치면서 법적 처벌은 끝났지만 조두순을 포함한 강력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범죄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 사후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2018년 기준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률은 64.9%로 일반 범죄자(44.9%)보다 훨씬 높다. 조두순은 정신질환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심각한 반사회적인 성향과 성도착증 증세를 보였다. 조두순은 2017년부터 2년 동안 심리치료를, 출소 전엔 150시간의 집중 치료를 받았다. 출소하더라도 앞으로 7년 동안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전담 보호관찰관의 1대1 밀착감시를 받아야만 한다. 문제는 조두순만큼 관심과 관리를 받지 못하는 다른 출소자들이다. 전문가들은 치료감호나 보호관찰 종료 후 사회로 복귀하는 정신질환 범죄자들의 상당수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우려한다. 재범 가능성을 크게 낮추지 못한 채 사회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법무부(관리대상자·범죄자)와 보건복지부(정신질환자)가 ‘핑퐁게임’을 하며 관리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 매년 정신질환 강력범죄 600여 건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정신질환 범죄자는 7763명으로 전년(7244명) 대비 7.2% 늘었다. 살인, 성폭력, 강도 등을 포함한 강력범죄자는 600명이고, 이 중 성범죄자는 384명에 달했다. 수치만 보고 정신질환자를 범죄 고위험군으로 낙인찍을 순 없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51%로, 전체 인구 범죄율 1.43%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강력 범죄만 따져도 정신질환자는 0.055%, 전체는 0.294%로 6배가량 차이가 난다. 통계만 보면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은 훨씬 낮다는 의미다. 문제는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재범을 막는 시스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중대 범죄를 저질렀거나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정신질환 범죄자는 치료감호소에 수용되거나 출소 후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 치료감호소를 나온 뒤에는 지역 정신건강보건센터(이하 정신센터)에 등록하고, 상담과 진료, 사회복귀 훈련을 받을 수 있다. 올 8월 법무부는 치료감호 없이 보호관찰 명령만 받은 출소자도 정신센터 등록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의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정신센터 등록은 강제 조항이 아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정신센터 등록대상 범죄자 658명 중 320명(48.6%)만 등록했을 뿐이다. 절반 이상은 별다른 조치 없이 사회로 복귀했다. 이상민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료감호나 보호관찰이 종료됐을 때 재범 위험이 얼마나 줄었는지 더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현재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 지역 정신센터로는 관리 역부족 정신센터에 등록된 이후도 문제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정신센터는 241곳. 조현병부터 우울증, 중독, 자살 위험군까지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관리한다. 사례관리 담당자 1인당 보통 60~100명을 맡는다. 기존 대상자를 관리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정신질환 범죄자까지 맡는 건 과도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치료감호나 보호관찰을 받을 정도면 사후관리가 필수인 강력범죄자일 가능성이 높다. 센터 직원 90% 이상이 여성인데, 성범죄 전과자를 개별상담하거나 자택을 방문하는 일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유라 수원시 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은 “센터 직원들이 성범죄에까지 전문가일 수는 없다”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출소자까지 센터에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호관찰 대상자 관리가 힘들어 직장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한 정신센터 관계자는 “사례관리자가 지나친 관심을 보이거나 센터에 갑자기 찾아오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여 센터를 관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의 한 정신센터에서는 보호관찰 대상자가 일반 사례관리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전준희 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장은 “중독, 자살 등 새로운 정신건강 이슈가 생길 때마다 지역 정신센터가 업무를 떠맡는데, 범죄자 관리는 직원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호관찰소와 정신센터 사이에 강력범죄 재발이 우려되는 출소자를 관리하는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걸음마 수준 ‘치료 사법’ 해외에서는 정신질환 범죄자를 정부와 사법기관, 지역사회가 함께 적극 관리한다. 인력과 시설을 더 투입해서라도 추가 범죄를 막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20~30년 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이른바 ‘치료 사법(Therapeutic jurisprudence)’이다.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법무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 ‘외국의 정신질환범죄자 관리 및 의료복지체계’에서는 미국 뉴욕주의 사례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처벌할 때부터 지역사회 적응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1997년 플로리다주에서 시작돼 전국 350여 곳으로 확대된 ‘정신보건법원’이다. 유죄를 인정한 정신질환자를 석방한 뒤 지역 정신보건기관에서 치료하는 제도다. 판사가 정신질환의 호전 여부, 재범 가능성 등을 판단해 사건을 종료하거나 프로그램 연장을 결정한다. 주로 경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최근에는 더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신청을 받고 있다. 법 집행이 끝난 뒤엔 지역사회 보건기관이 사후 관리를 맡는다. 정신건강 및 약물남용 상담, 구직훈련 등을 받을 수 있다. 기관 직원 1명당 담당하는 일반 정신질환자가 30명가량인데, 정신질환 범죄자의 경우 직원 1명이 10명을 맡아 더 집중적으로 관리한다.한국은 치료 사법의 역사도 짧고 인력과 시설도 부족하다. 현재 운영 중인 곳은 공주치료감호소와 부곡법무병원이 전부다. 지난해 말 기준 수용자는 1012명. 범죄 유형별로는 살인이 336명(33.2%)으로 가장 많았고, 성폭력 184명(18.2%), 폭력 140명(13.8%), 방화 74명(7.3%) 등이다. 문제는 치료감호소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의 의사 정원은 15명이지만 현원은 8.5명(전문의는 1명, 전문의가 아닌 의사는 0.5명으로 계산)에 불과하다. 정신과 의사 1명이 담당하는 수용자는 121명에 이른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엔 법원이 각종 중독이나 정신질환, 치매 등을 앓는 범죄자를 격리시키는 대신 치료를 병행하도록 판결을 내리는 사례도 적잖다. 하지만 ‘범죄자에게 지나치게 온정을 베푸는 것 아니냐’는 반대 여론이 커 적극적인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형기를 마친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이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치료를 위해 세금을 쓰고,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더 큰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의미다. 안성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아닌 이상 다수의 정신질환 범죄자들은 결국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며 “이들을 격리시키는 것뿐 아니라 재범 가능성을 낮춰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도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상상마당 부산의 5층 청년창업 지원 공간에는 오래된 검정고무신 한 켤레가 전시돼 있다. 신발 산업의 메카인 부산의 보생고무산업에서 만든 제품이다. 보생고무산업은 1960년대 ‘타이야표(타이어표) 고무신’으로 유명했던 회사다. 검정고무신을 전시해둔 건 상상마당 부산의 위치가 보생고무산업 본사가 있던 자리이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로 국가 주축 산업을 일궜던 선배 기업인들의 창업가 정신을 잊지 말자는 뜻도 담고 있다. 신발과 부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960년대 주요 신발 회사 8곳 중 6곳이 부산에 모여 있었다. 1962년 미국에 장화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효자 노릇을 했다. 고무신에 이어 운동화까지 히트를 치면서 부산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1990년 부산 신발 기업의 수출 규모는 약 43억 달러(약 4조6633억 원)로 정점을 찍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의존했던 신발 산업은 이후 부침을 겪었다. 자체 브랜드의 경쟁력이 문제였다. 비록 예전만큼 주목받지는 못해도 부산의 신발 제작 노하우와 기술력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상상마당 부산 2층에 위치한 신발 편집숍 ‘파도블(PADOBLE)’은 인지도가 떨어져 판로 확보가 어려운 부산의 중소 신발 기업들에 고객과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파도블에는 부산의 중소 신발 브랜드 20곳이 입점해 있다. 단순히 신발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고객이 각자의 개성에 따라 신발을 디자인할 수도 있다. 즉석에서 작가들이 맞춤형 신발을 제작해주는 서비스다. 자신의 신발을 직접 디자인해 보는 ‘원 데이 클래스’도 운영된다. 이상민 KT&G 상상마당 파트장은 “상상마당 부산은 기획 단계부터 지역과의 상생을 고려해 공간을 구성했다”며 “지역 산업, 관객, 소비자와 함께하는 공간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부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김병준 씨(22)는 3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은 김 씨가 세상과 소통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로 그리는 대다수 발달장애인 작가들과 달리 김 씨의 작품은 역사, 시사 등 사회적 이슈가 주요 소재다. 지난달 말 부산 중구 ‘KT&G 상상마당 부산’ 전시관에서 만난 김 씨는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이나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등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은 장애인들은 문화 네트워크가 부족해 관객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전시 기회는 더 줄어들었다. KT&G 복지재단이 올 11월부터 주최한 장애인 작가 전시회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이런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작가들이 관객과 소통하고 사회 참여 기회를 넓히는 무대다. 작가 선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를 우대하고, 선정된 작가들에게는 창작지원금(300만 원)을 지급한다. KT&G가 제작하는 내년도 달력에도 출품작들이 실린다. ○ 청년창업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허브’ 올 9월 개관한 ‘상상마당 부산’은 지역의 문화·예술·창업 허브 역할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 홍대, 강원 춘천 등에 이은 5번째 공간이다. 지상 13층, 연면적 2만 m² 크기로 현재 운영 중인 상상마당 중 최대 규모다. 부산의 최대 상권 중 하나인 서면에 자리하고 있다. 개관 후 두 달여 만에 7만 명이 방문할 만큼 2030 세대들의 호응은 뜨겁다. 기존의 상상마당이 전시, 공연 등 문화예술공간 위주였다면, 상상마당 부산은 청년창업가와 1인 미디어 제작자, 소상공인 지원을 통해 지역과의 상생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곳이 6층의 청년창업 지원 공간이다. 물류 플랫폼, 지역 콘텐츠 제작 등 각양각색의 스타트업 7곳이 둥지를 틀었다. 언뜻 보면 일반 공유 오피스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단순히 사무실을 빌려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투자자 연결, 법무 지원 등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역할도 한다. 입주 두 달 만에 투자 유치금은 약 50억 원에 이른다. 입주사 지원을 총괄하는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의 강민석 수석심사역은 “지역에서도 규모 있는 스타트업을 키워 내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사들의 만족도도 높다. 소규모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초기에는 사무 공간을 찾는 게 어렵지 않고, 비용 부담도 적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면 임차료 등 유지비 부담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은 상황이 다르다. 물류 스타트업 샌디의 염상준 공동대표는 “공유 오피스의 절반 이하 가격에 사무실을 쓸 수 있는 데다 투자자 소개도 받을 수 있어 굳이 서울로 이전하지 않아도 될 만큼 환경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 문화 허브에서 지역 상생 거점으로 2층 디자인 스퀘어는 부산을 소재로 하는 상품이나 지역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곳이다. 기존 상점과 달리 제작자와의 상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판매가 부진한 제품에 대해선 기성 디자이너 등과 협업해 고객의 외면을 받은 이유, 개선점 등을 알려주는 식이다. 지역 디자인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고 성장하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한 1인 미디어 제작자들을 위한 스튜디오도 마련돼 있다. 촬영과 편집, 실시간 방송까지 가능하다. 1층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지역 독립서점 등과 연계해 계절별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5개의 회의실은 각종 모임이나 스터디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전국 상상마당의 연간 방문객은 지난해 기준 연간 180만 명에 이른다. 지역 상권이 성장하는 효과도 뒤따랐다. 백복인 KT&G 사장은 “상상마당 부산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지역 청년들과 소통하는 허브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부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달 26일 자택에서 직접 혈압을 잰 이모 씨(93)는 수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수축기 혈압이 209mmHg까지 올라 정상범위(120mmHg)를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다.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던 이 씨는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여겨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수치가 이 씨가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을 통해 보건소 담당 직원에게 자동으로 전달됐다. 전날 측정값(170mmHg)도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담당 간호사는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곧바로 내원하도록 안내했다. 3일 동안 약 처방을 받은 뒤에야 이 씨의 혈압은 평소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 씨가 이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보건복지부가 지난달부터 시작한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 덕분이다. 기존의 65세 이상 노인 대상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전환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자택 방문에 제약이 생긴 점을 고려했다. 혈압 혈당 활동량 체중 등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전국 24개 보건소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이 씨가 거주하는 경기 평택시 평택보건소에서도 현재 100명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 코로나가 불 지핀 ‘비대면 의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 현장의 바뀐 풍경 중 하나는 이 같은 ‘비대면 의료’의 활성화다. 비대면 의료는 원격수술 및 모니터링 등을 포함한 ‘원격의료’와 인공지능(AI) 등 질병 예방을 위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뜻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현행 의료법상 국내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으로 진단이나 처방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의료진 간 협진만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원격의료의 빗장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올 2월 전화 상담과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병원 내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화 상담은 총 103만9571건, 진료비 청구액은 약 130억 원에 이른다. 올 2월 대구경북 지역 무증상·경증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개설된 생활치료센터에서도 원격의료가 도입됐다. 환자의 체온, 혈압 등 생체 신호가 주요 병원으로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서울대병원도 경북 생활치료센터에 모니터를 설치해 원격 화상진료를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강원도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 병원은 지난해 1곳에서 올해 8곳으로 늘었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의료기기의 발달로 병원에서만 할 수 있었던 검사가 자택에서도 가능해졌다”며 “고령 환자와 만성질환자 증가로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 원격의료 규제 완화 추세 원격의료를 먼저 도입한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의료 서비스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올 4월부터 온라인과 전화를 통한 복약 지도가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첫 진료 때는 의사와 꼭 만나야 했지만, 현재는 초진부터 원격의료가 가능하다. 미국은 의료인이 부족한 지역에서만 원격의료 보험(메디케어)을 적용하던 것을 모든 지역으로 확대했다. 급여 대상 항목도 80여 개를 추가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원격의료 도입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00년 첫 시범사업 시작 후에도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반발로 도입은 번번이 무산됐다. 오진 가능성이 우려되고, 상급 병원에 환자가 쏠려 동네 병의원이 고사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오히려 규제가 강화돼 서비스가 중단된 경우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11년부터 해외 원격 화상진료를 해 왔지만 2017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원격진료에 제약이 없던 해외 환자에 대해서도 규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도 원격의료 도입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사업부 교수는 “비디오 가게가 망하고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는 시대가 됐듯이, 원격의료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며 “다만 1차 의료기관을 위한 대책 마련과 의료 사고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등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특허 출원부터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발표, 연간 10억 원의 비용 절감까지. 대학의 석박사급 연구 인력과 기업이 머리를 맞대 이뤄낸 성과들이다. 기업이 실제 현장 노하우와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제공하자 학생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현장에 바로 적용될 만한 기술을 선보였다. 혁신 동력이 부족한 기업엔 자극이, 학생들은 그간 배운 이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해 보는 기회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제1회 산학 프로젝트 챌린지’에서 선정된 20개 수상 팀을 발표했다. 전국 190개 기업과 54개 대학의 대학원생들이 총 215개 프로젝트를 출품했다. 100개 팀이 본선에 올라 시제품 제작과 애로기술 해결, 특허 출원 여부 등을 심사해 최종 20개 팀을 선발했다. 장관상을 받은 포스텍(포항공대) 알바트로스 팀은 ‘프로세스 마이닝’ 기술을 적용해 포스코 후판 제품 공정의 부하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프로세스 마이닝은 기업 정보 시스템에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해 프로세스를 단축시키거나 문제점을 찾아내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다. 포스코 측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 계획을 최적화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프로젝트를 이끈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석사 2년 차 박신념 씨(27)는 “직접 현장을 방문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우리가 만든 AI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실생활에 밀접한 기술들도 눈길을 끌었다. 인하대 A.Eye 팀은 기업의 주변인식 시스템과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행동만으로 차량 트렁크를 자동으로 열리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 렌즈의 왜곡을 보정하는 기술을 개발해 SCI급 논문을 발표했다. 충남대 CNU On·Fire팀은 선박화재 진압을 도울 수 있는 자율형 초동진압 소화체계를 개발해 특허까지 출원했다. 산학협력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성과도 있었다. 명지대 대기만성 팀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체임버 안의 공정상태를 직접 진단하는 기기를 개발했다. 김재환 씨(전자공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3년)는 “기업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며 “팀원의 취업뿐 아니라 해외 학술지 논문 게재 등 실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산학협력은 실험실과 기업, 이론과 현장의 괴리를 메우는 기회가 된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병영 한밭대 교수는 “기업과 대학의 교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혁신 인재를 키우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위즈코어의 황규순 이사는 “타성에 젖은 기업들은 관행을 바꾸기가 어려운데, 학생들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1995년부터 신산업 및 주력산업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산업혁신 인재성장 지원산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는 34개 산업 분야 대학원생 3000여 명을 지원했다. 산업부 강경성 산업정책실장은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미래 신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혁신 인재 발굴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사법부가 현대의학의 상식마저 무시했다.”(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 “10년 전 판결보다도 인식이 후퇴했다.”(배금자 변호사·국내 첫 담배소송 대리인)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0일 패소하자 보건의료계에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의학적으로 이견이 없는 흡연과 암 발생의 연관성마저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고, 그 피해의 책임도 본인에게 있다’는 인식도 여전했다. 물론 의학적 판단과 사법부의 판결은 다를 수 있다. 흡연과 암 발병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더라도 제조사의 배상 책임은 여러 사실관계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담배회사의 책임을 단 1%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1심이 끝났을 뿐이지만 향후 담배회사의 책임을 덜어주는 면죄부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국내 첫 흡연 피해 소송은 1999년 시작됐다. 그해 9월 한 폐암 환자가 개인소송을, 12월엔 폐암 환자 6명이 집단소송을 냈다. 소송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 흡연 피해를 보상받은 사례는 없다. 2014년 대법원이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번 소송은 흡연 피해자 개인이 아니라 건보공단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보험급여 지출 약 533억 원을 손해배상하라”며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2014년 낸 소송이다. 폐암(소세포암·편평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이 발병해 2003∼2013년 건보공단이 진료비를 부담한 가입자 3465명이 대상이다. 하루 한 갑 이상씩 20년 이상 담배를 피운 흡연자들만 추렸다. 재판의 쟁점 중 하나는 ‘건보공단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느냐’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험급여 지출은) 공단이 감수해야 할 불이익이고, 담배회사의 행위와 보험급여 지출 사이에 인과관계 인정이 어렵다”며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대체로 존중하는 편이다. 물론 주 정부가 나서 소송을 내고 배상 합의까지 이뤄낸 미국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일종의 구상권처럼 흡연 피해자들을 대리해 건보공단이 나섰을 때, 재판부가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암 발병 인과관계 인정 안 돼 “후퇴한 판결” 이번 판결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은 흡연과 암 발병의 인과관계조차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판결문은 “개인의 생활습관,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 요인들에 의한 발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른 요인들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도 원고에게 있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흡연과 암 발병의 연관성을 얼마나 더 증명해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정금지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 ‘흡연이 우리나라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하루 30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8.9배 높았다. 이는 일반인 27만여 명의 1994∼2013년 흡연 이력과 통계청의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다. 이번 재판에서 인용된 연구에서는 흡연자의 폐암 사망 가능성이 더 크고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재판부는 폐암을 조직 형태에 따라 구분해 위험도를 살폈다. 판결문에는 “비흡연자 대비 흡연자의 상대위험도가 소세포암은 21.7배, 편평세포암 11.7배, 후두암 5.4배, 선암은 2.1배”라고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결국 담배가 암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은 받아들이면서도,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재판부가 의학적 관점을 무시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30년 이상 흡연해 폐암에 걸렸을 때 담배가 폐암 발생에 미치는 위험도를 의학계에서는 90% 이상으로 판단한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역학건강증진학과 교수는 “역학적으로 질병의 원인을 단 한 가지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판결은 흡연 이외엔 다른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아야 인과관계를 인정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재판 대상이었던 흡연자들이 걸린 암은 이미 사법부가 흡연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바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11년 서울고법은 집단소송 환자 중 4명에 대해 “흡연과 발병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 등이다. 항소심에서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한 비소세포암과 폐포세포암 환자 2명이 상고해 2014년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건보공단은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과관계를 인정받은 암에 걸린 환자들만 추려 소송을 냈다. ○ 담배회사 제조·표기 결함엔 ‘면죄부’ 판결문 내용을 종합하면 “암 발병의 책임은 담배회사보다 흡연자에게 더 크다”로 귀결된다. 흡연 소송의 오랜 쟁점 중 하나는 담배회사의 ‘제조물 책임’이다. 담배의 유해성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할 책임이 제조사에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유해성을 알고서도 위험을 줄일 노력을 해왔는지, 오히려 각종 물질을 첨가해 중독성을 높였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그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했는가도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재판부는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줬다. 재판부는 “담배 소비자는 안정감 등 니코틴의 약리 효과를 위해 흡연을 하는데 니코틴을 제거하면 효과를 얻을 수 없다”며 “흡연자가 중독되지 않을 정도의 니코틴 수준을 설정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또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를 담뱃갑에 표시했다”며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흡연이 암 발병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원고 측에 돌렸다. 전문가들은 이는 제조물 책임 소송이나 환경 피해 소송에서 피해자의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최근의 경향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배금자 변호사는 “제품의 어떤 결함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는지는 제조사나 전문가가 아니라면 알 수 없다”며 “흡연자 개인에게 인과관계를 입증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 해외선 천문학적 배상금 판결 한국보다 흡연 소송의 역사가 긴 해외는 어떨까. 미국은 1954년 흡연 피해자의 첫 소송이 있은 뒤 1998년 첫 배상을 받아내기까지 40년 이상이 걸렸다. 그 사이 진행된 소송만 800여 건에 이른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알고서도 흡연을 지속했다면 보상의 책임도 없다’는 담배회사의 논리를 뒤집지 못했다. 다윗(흡연 피해자)과 골리앗(담배회사)의 싸움에서 흐름이 바뀐 건 주 정부가 나서면서부터다. 1994년 미시시피주를 시작으로 1997년에는 50개 주가 흡연 피해 소송에 동참했다. 개인은 흡연 피해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주 정부가 나서자 내부고발자가 나타났다. 담배회사들이 니코틴의 중독성을 알고서도 은폐했다는 고발이 잇따른 것이다. 담배회사에 대한 분노가 들끓으면서 여론도 바뀌기 시작했다. 담배의 유해성을 숨긴 제조사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결국 담배회사들은 향후 25년 동안 2460억 달러(약 272조 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하고 소송을 끝냈다. 그 대신 주 정부는 다시는 흡연 피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1998년 캐나다 퀘벡주에서 제기된 소송은 2015년 17년 만에 156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캐나다 집단소송은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소송과 상당히 유사하다. 오히려 흡연자들의 조건은 암 발병과의 연관성을 인정받기에 한국보다 불리했다. 캐나다는 △12갑년(1년 동안 하루 담배 한 갑 이상을 흡연했을 때) 이상 흡연 △폐암 전체, 인후암 중 편평세포암, 폐기종 진단 환자들이 배상을 받았다. ○ “단 10%의 책임이라도 물어야” 담배 소송에서 보건단체나 의료계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배상이 아니다. 담배라는 기호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흡연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져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담배 유해성분 정보가 가장 베일에 싸인 국가 중 하나다. 전 세계 67개 나라가 담배 함유 성분을 정부에 제출하고, 51개 나라는 국민에게도 공개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의무가 없다. 담배회사의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담배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흡연 피해의 책임까지 면죄부를 주는 것은 특혜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사법부가 흡연 피해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을 물을 때 이런 배경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다음 달 11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심에선 완패했지만, 소송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항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백유진 대한금연학회장은 “흡연은 중독의 문제이고, 이는 개인의 의지로 끊을 수 없다는 것은 오래된 정의”라며 “담배회사가 가향 물질로 중독성을 높이고, 함유 성분을 공개하지 않아 유해성을 은폐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담배회사의 책임을 단 10%라도 인정하는 진일보한 판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n@donga.com}

입양아와 미혼모 지원 사업 등을 하는 동방사회복지회는 2014년 코피노(Kopino·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돌봄 사업을 시작하려다 제동이 걸렸다. 코피노를 위한 어린이집을 세우려고 했지만, 해외에서 이뤄지는 교육사업은 사회복지법인의 사업 범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방사회복지회의 등록 기관인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에서도 “정관상 어쩔 수 없다. 따로 법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현행법상 비영리 공익법인은 사업별 주무 부처에서 설립 허가와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 문화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복지사업은 복지부 산하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동방사회복지회는 결국 2017년 외교부의 허가를 받아 해외사업을 위한 별도의 사단법인을 만든 후에야 본격적인 코피노 지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사업 분야가 다양한 비영리 공익법인들은 이처럼 활동 범위를 넓힐 때마다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야 한다. 관리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현기 동방사회복지회 평택복지타운 대표는 “비영리 공익법인의 활동 범위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반면 관련법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서 “지원 대상을 넓히거나 모금액을 사용할 때마다 제약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 법무부 산하 공익위, ‘옥상옥’ 우려 비영리 공익법인과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익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처별로 쪼개진 비영리 공익법인 관리를 일원화해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부처별 중복 회계보고 등 행정적 비효율을 막는 효과도 있다. 문재인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시민공익위원회’(가칭) 설치를 내세웠다. 정부 출범 후에도 지지부진하던 공익위원회 출범은 지난달 법무부가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대체로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개정안이 공익법인의 공정성,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효율적인 운영이나 지원을 위한 기구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익위원회를 법무부 소관으로 두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법인들은 법무부 개정안이 옥상옥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설립 허가와 취소는 여전히 주무 부처가 맡고, 관리 감독 및 지원은 공익위원회가 맡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익위원회에도 ‘인정 및 인정 취소’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공익법인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 공익법인 대표는 “정부 국정과제 중 공익위원회 설치는 ‘반부패 개혁’ 범주에 있었다”며 “지난 정부 때 K스포츠·미르재단 사건을 겪으면서 특혜성 공익법인 설립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익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정치적 독립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은 위원장과 상임위원 외에 대통령이 지명하는 고위 공무원 2명, 국회가 추천하는 민간위원 7명 등 11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국회 추천 중 여당 몫을 고려하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더 커진 것이다. ○영국 “등록은 쉽게, 관리는 깐깐하게” 전문가들이 제안한 공익위원회는 공익법인의 설립부터 사후 관리까지 일원화한 ‘컨트롤타워’ 형태다.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입법·사법·행정부 중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조직이다.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공인회계사)는 “독립된 기구가 아니라면 최소한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며 “법무부 산하의 공익위원회는 오히려 공익법인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의 공익활동을 장려해온 국가들은 독립적인 비영리단체 관리 기구를 두는 곳이 적지 않다. 1858년 설립된 영국의 자선사업감독위원회(Charity Commission)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약 17만 개 단체를 관리한다. 허가제가 아니라 법인 등록이 쉬운 대신에 관리 감독이 깐깐하다. 비리 조사나 은행 계좌 동결 등 준(準)사법기관의 역할도 갖는다. 호주도 2012년 ‘호주 자선 및 비영리 위원회(ACNC)’를 설립해 비영리 부문을 활성화하고 있다. 2018년 기준 국세청 의무공시 대상 공익법인은 9663개, 총 자산 규모는 256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관리 감독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역할에 제약을 받거나 회계 부정 등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사건도 반복되고 있다. 이일하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은 “국내 비영리 공익법인들은 주무 부처별로 관리 감독과 기부금 행정처리 기준이 모두 달라 비효율적”이라며 “민간의 공익활동을 장려하고, 합리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공익위원회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면서, 입에서 풍기는 냄새로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입 주위 근육 운동 감소로 인해 구강 내 자정 작용이 줄어들면 입안 세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꼼꼼한 칫솔질과 함께 껌 씹기가 입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껌을 씹어 침 분비가 활성화되면 세균을 줄일 수 있다. 롯데 자일리톨껌은 애플민트향과 쿨링향 등이 함유돼 있어 입안을 상쾌하게 해준다. 또 재석회화 효능이 있는 해초 추출물인 후노란, 인산칼슘 등이 들어 있어 치아 관리에 도움이 된다. ‘자일리톨 프로텍트’에는 프로폴리스 과립이, ‘자일리톨 화이트’에는 화이트젠이 함유돼 있다. 올해 선보인 ‘녹여먹는 자일리톨’은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즐길 수 있는 청량 캔디 형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자일리톨이 함유된 천연 당분껌을 씹으면 충치균 감소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자일리톨 함량이 감미료 중량 대비 50% 이상이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성욱 씨(가명·21)는 올 5월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경기 의정부시의 3평 남짓한 원룸이 그의 첫 보금자리다. 또래에게 독립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성욱 씨에겐 남다르다. 그는 ‘경계선 지능’ 청년이다. 지능지수(IQ) 85 이상은 정상, 70 이하는 지적장애로 분류된다. 경계선 지능은 IQ가 71~84 사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그야말로 경계인이다. 홀로 일상생활은 어렵지만 장애인이 받는 돌봄이나 복지 혜택을 기대할 수 없는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지난달 말 찾아간 김 씨의 방은 말끔했다. 책상 위엔 좋아하는 로봇 피규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매일 청소도 잊지 않는다. 혼자 사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재밌다”며 웃어 보였다. “스무 살 때까지는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이젠 집도 있고 식비 걱정을 안 해도 되니 좋아요.” 그는 석 달 전부터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와플 가게에서 주 4일씩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월 60만 원 남짓을 벌어 생활비로 쓰고 저축도 한다. 자립의 첫 발을 떼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다른 경계선 지능 아동들이 그렇듯 학교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성욱 씨를 아버지는 외면했다. 어머니는 배움이 느린 김 씨에게 지쳐 폭언을 하거나, 때로는 손찌검도 했다. 집을 나온 그는 가족과 연락을 끊고 청소년 쉼터 세 곳을 2년 간 전전했다. 김 씨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는 박현동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장은 가출이 아니라 ‘탈출’이라고 했다. “자녀가 경계선 지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아요. ‘왜 이것도 못하느냐’며 체벌을 하거나 심하면 학대로 이어지죠.” 부모의 포기나 가정불화로 보호시설에 머물다가 퇴소하는 20대 초반 경계선 지능 청년은 매년 300~4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김 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아름다운재단과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 이 올해 시작한 ‘청소년 주거복지 지원사업’ 대상(5명)으로 선정돼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받고 있다. 생계비와 심리 상담도 받는다. 학교나 가정에서 아무도 알려 준 적 없는 금융 교육도 받고 있다. 주거 지원이 끝나 ‘진짜 자립’을 해야 할 때를 대비해 보증금도 모으는 중이다. ● 인구 12~15%는 ‘느린 학습자’ 경계선 지능은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흔하게 볼 수 있다. 미국(2010년)은 전체 학생 집단의 약 14%, 영국(2011년)은 12.3%가 경계선 지능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스라엘에선 2013년 징집 대상 16~17세 청소년 약 50만 명을 조사한 결과 15.3%가 경계선 지능 판정을 받았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도 학령기 아동 중 약 80만 명이 경계선 지능으로 추산된다. 30명인 한 학급에서 서너 명은 여기에 속한다는 의미다. 이들의 첫 번째 고비는 학교에서 찾아온다. 경계선 지능은 ‘느린 학습자’로 불린다. 일반 학생들보다 배움이 느려 더 많은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 어렵게 하나를 배워도 응용이 어렵다. 경쟁이 치열한 일반 학교에선 적응을 못하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고, 장애 아동 위주인 특수학교는 자리가 부족하거나 이들에게 맞는 교육 과정이 마땅치 않다.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한 아이들은 상태가 더 악화되기도 한다. 경계선 지능 청년 지원 프로젝트 ‘더딤(The DIM·The Do It Myself)’에서 활동 중인 서미연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과장은 “맞춤형 지원이 있으면 정상 지능 범주로 발전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부모에게 방치되거나 학대받는 아이들은 인지 기능이 장애 수준으로 퇴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최근엔 스마트폰을 통해 비대면 관계에 빠져드는 청소년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은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 중에도 경계선 지능 청년이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본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 게임 아이템을 사고팔거나 캐릭터를 갖고 놀면서 가족이나 친구에게 못 받는 관심을 대리 충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과정에서 사기 피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스무살이 최대 고비…선제적 지원이 사회적 비용 낮춰 성인이 되면 학교라는 보호막마저 사라진다. 진학과 취업 등 선택지가 다양한 또래들과 달리, 경계선 지능 청년들의 스무 살은 막막하다. 취업 시장에서 이들은 가장 후순위다. 비장애인에게는 업무 능력에서 밀리고, 고용 할당제가 있는 장애인처럼 최소한의 일자리를 보장받지도 못한다. 김남열 씨의 아들(25)은 IQ 83으로 정상 기준에 살짝 못 미친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기는 녹록치 않았다.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도 2, 3일을 버티지 못했다. 단순 반복 작업은 그럭저럭 해내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서다. 김 씨는 “실패 경험이 계속 쌓이다 보니 더 자신감을 잃게 됐다. 경계선 지능 아이들이 일반인과 같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모의 돌봄을 기대할 수 있는 아이들에 비해 아동보호시설에서 퇴소하는 청소년의 일자리 문제는 더 시급하다. 지난해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아동양육시설 퇴소 후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퇴소 예정 아동의 7%가 경계선 지능 판정을 받았고, 15%는 경계선 지능으로 의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종사자들의 49.1%가 취업이라고 답했고, 원활한 대인관계(20.4%), 주거(12.2%)가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자립 의지가 있는 경계선 지능 청년들에게 사회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일본은 경계선 지능 학생을 장애 아동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이 특별보호 대상에 포함시켜 직업 교육 등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가 발달한 유럽 선진국들은 경계선 지능을 복지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눈높이 직업 교육을 통해 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정책의 우선 목표다. 경계선 지능 청소년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게 이들이 반사회적 성향을 띄거나 노숙인이나 공적 부조 대상이 되는 것을 막는 길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독일의 카리타스 돈보스코 직업교육훈련소는 경계선 지능을 포함한 경증 장애를 가진 16~25세 청소년을 위한 교육 기관이다. 교사 55명이 600여 명의 학생을 돌보는데, 경계선 지능 청소년이 약 20%를 차지한다. 청소, 자동차정비, 요리 등 18가지의 직업군을 실습 위주로 교육한다. 비장애인이 2, 3년 걸리는 교육을 3, 4년에 걸쳐 가르친다. ● “심리적 차상위계층… 인간다운 생활할 권리 보장해야” 국내에는 경계선 지능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없고 관심도 낮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실제 규모에 비해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장애 아동만큼 도움이 시급해 보이지도 않고, 비행 청소년처럼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지도 않으니 정부나 사회가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것. 관련법도 이른바 ‘느린 학습자 지원법’으로 불리는 초·중등교육법 28조가 전부다. 성인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대책은 찾기 힘들다. 경계선 지능 청년을 오래 관찰해 온 전문가들은 이를 ‘역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에서 이들만 유독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현동 관장은 “경계선 지능 아이들은 ‘심리·정서적 차상위계층’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났을 수도, 후천적으로 퇴행했을 수도 있지만 이들 역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계선 지능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역할은 각 지역 복지관이나 부모 모임 등을 통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프로그램이 체계화될 수 있도록 입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전국 아동보호시설의 약 86%는 경계선 지능 아동에 특화된 프로그램이 없다. 서해정 부연구위원은 “IQ가 70이면 장애인으로 등록돼 각종 지원을 받는데 71부터는 혜택을 못 받는다. 장애인 등록이 안 되더라도 교육이나 일자리 측면에서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계선 지능 청년들은 성공의 경험을 쌓는 것이, 보호자들은 이들의 자립 가능성을 믿는 것 중요하다. 배승민 교수는 “지적장애 3급도 훈련만 되면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경계선 지능은 자립이 어렵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환경기업의 수출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해외 환경시장 진출 포럼 및 상담회’를 개최한다. 국내 환경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환경 산업이 유망한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다. 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환경 분야 수출액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26.7% 증가했지만 2015∼2018년엔 연평균 0.18%씩 줄었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에는 한일 무역분쟁과 올해 코로나19 등 교역을 위축시키는 돌발 변수도 잇따랐다. 실제로 환경산업기술원이 올 8, 9월 국내 관련 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81.3%가 ‘수출액 감소 피해가 있다’고 답했다. 해당 기업의 34%는 전년 대비 수출액이 30% 이상 줄었다. 수출이 50% 이상 감소한 기업도 18.7%에 달했다. 중국은 환경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인 동시에 주요 수출국이다. 2018년 기준 전체 환경 분야 수출액(약 8조2005억 원)에서 중국의 비중은 18.2%로 가장 높았다. 올해 중국 환경시장 규모는 약 34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2024년까지 국내 환경기업 50곳 진출을 목표로 세웠다. 박재현 환경산업기술원 중국사무소장은 “코로나19 이후 환경 위생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의료 폐기물 등 위험물 처리 분야가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전략적 요충지다. 올해 환경 산업 규모(추정치)는 약 95억 달러(약 10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인도네시아는 수자원이 풍부하지만 하수 처리 기술이 부족해 먹는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억7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고질적인 대기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포럼에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친환경 정책과 현지 진출 전략이 소개될 예정이다. 또 전문가들에게 해외 진출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알아야 할 법률과 관세 문제 등에 대해 일대일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포럼은 19일 오후 2시부터 4시 반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유튜브에서 기술원 채널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유제철 환경산업기술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내 기업들의 해외 환경 시장 진출을 위해 온·오프라인 컨설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식자재 유통기업 풀무원 푸드머스와 함께 농산물우수관리(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인증 농산물의 유통 활성화를 위해 2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만2000여 개 어린이집에서 ‘GAP 급식주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농관원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2017년부터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GAP는 농장부터 식탁까지 농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생산 수확 유통의 각 단계에서 농약이나 유해 미생물 등이 농산물을 오염시키는 것을 차단하는 제도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10만8000여 개 농가가 11만9000ha(약 1190km²)에서 GAP 인증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인증 품목은 2006년 첫 시행 당시 45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266개로 확대됐다. 올해는 GAP 인증을 받은 단감 한 상자를 구매하면 한 상자를 추가 증정하는 ‘1+1’ 이벤트도 열린다. 어린이집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GAP 인증 농산물의 안전성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농관원 관계자는 “이 행사를 계기로 안전하고 위생적인 관리로 생산된 GAP 인증 농산물의 소비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503명.’ 지난해 국내에서 과로로 숨진 노동자 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현실과 괴리가 큰 숫자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는 훨씬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는 과로사 통계가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과로사가 의학적으로 규정된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 중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경우에만 과로사로 판단하는 것도 차이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는 과로와 사망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데서 비롯됐다.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 원인이 고혈압 등 기저질환인지, 과도한 업무부담 때문인지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의 산업재해 승인율은 40%(2019년 기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택배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과로사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올 들어서만 택배노동자 15명이 과로로 숨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택배 분류 작업까지 떠맡아 하루 14시간씩 근무해야 하는 열악한 업무 환경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망한 근로자 대다수는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자가 아니었다.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이들이 모두 산재로 인정받을지는 불투명하다. 택배노동자를 포함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수근로자)는 보험료 부담 등을 이유로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하는 경우가 적잖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기준 택배노동자의 산재 가입률은 약 36%에 불과했다. ○ ‘업무시간’에 치우친 과로사 판정 2018년 7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한국도 ‘과로 사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과로사는 오히려 증가 추세다.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는 2016년 300명에서 지난해 503명으로 67.7% 급증했다. 이 기간 산재 승인율이 26%에서 39.1%로 높아진 영향도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신청 건수도 29.5% 늘었다. 과로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과로사의 산재 승인율이 높아진 것은 2018년부터 정부가 과로사 인정 기준을 완화한 게 컸다. ‘만성 과로’의 경우 기존에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일 평균 60시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이 크다고 봤다. 개정된 고시에서는 기준 시간(52시간)을 추가하고,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조건을 추가했다. 또 과로 시간을 산출할 때 야간근무는 주간근무 시간의 30%를 가산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산재 보상에서 제외되는 억울한 죽음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과로사 판단 기준이 업무 시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업무 강도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인색하다는 점이다. 이를 이용해 적잖은 기업들이 “근무 시간이 이렇게 짧은데 어떻게 과로사일 수 있냐”며 사망 원인을 근로자의 기저질환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양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고용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뇌심혈관계 질환 산재 신청자 중 주당 40∼52시간 근무자(발병 전 12주 기준) 승인율은 22.6%에 그쳤다. 주 52∼60시간일 때는 65%, 60∼80시간일 때는 약 90%가 산재로 인정됐다. 김인아 한양대 의대 작업의학교실 교수는 “근로 시간이 짧다고 반드시 노동 강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택배노동자처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업무 부담을 과로로 인정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과로사 입증 책임은 유족에게 근무 시간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산재 인정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회사 밖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보험설계사나 영업사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해진 시간 없이 고객을 만나지만 이를 근무 시간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최근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업무와 집안일 사이의 경계가 애매해진 것도 향후 과로사 산재 인정 과정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 52시간을 맞추려 회사에서는 퇴근하고, 업무를 집에서 처리하는 직장인도 산재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출퇴근 기록만으로는 과로 인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2018년∼2019년 6월 직군별 과로사 산재 승인율은 사무직이 22.9%로 서비스(44.0%), 단순노무(41.6%) 등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법무법인 마중 김용준 변호사는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근무 시간 관리가 허술하다”며 “이를 공개할 의무도 없다 보니 과로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당사자가 죽고 나면 과로를 입증할 의무는 유족의 몫이다. 문제는 입증할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무 기록이 저장된 컴퓨터를 회사에 반납했거나, 휴대전화도 보관하지 않았을 땐 과로를 증명할 자료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노무법인 소명 박영일 노무사는 “회사에 증거 제출을 요구해도 분실이나 자료 손상을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증거 부족으로 산재 신청을 포기하는 유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업무 부담’ 판단 기준 세분화돼야 과로사가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사건의 70%가량은 전체 합의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표결로 결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기준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업무 형태와 근로 계약이 복잡해지면서 과로 유발 요인이 다양해졌는데, 이런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질병판정위원회는 산재가 아니라고 판단한 과로사를 유족이 소송을 통해 뒤집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7년 과로로 숨진 택시운전사 A 씨에 대해 질병판정위원회는 오랜 기간 야간근무를 했기에 업무 부담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있어 과로가 직접적인 사인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야간운전은 주간보다 피로감이 크고, 원고의 업무 형태가 질환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전국 6개 질병판정위원회의 과로사 산재 승인율 편차가 큰 것도 문제다.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과로사 산재 승인율은 서울이 47.9%로 가장 높았고, 광주는 34.9%로 차이가 컸다. 질병판정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노무사는 “근로복지공단 안에서도 지역별, 성별 승인율 차이가 큰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업무 시간뿐 아니라 업무 강도나 스트레스를 사망의 원인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질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업무 부담 가중 요인으로 인정받는 경우는 △휴일 부족 △유해한 작업 환경(한랭, 온도 변화, 소음 등) △근무 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이다. 이 기준에만 맞추다 보니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업무 환경은 과로 조건으로 평가하지 않는 경향도 나타난다. 유해 환경 기준을 확대해 폭염이나 미세먼지 발생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인아 교수는 “각 직종의 업무 특성에 맞춰 과로 평가 기준을 세분해야 한다”며 “택시운전사는 1시간 미만의 식사 시간을 근로업무 시간에 포함하고, 현재 5시간 이상으로 된 시차 기준도 3, 4시간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과로사 방지법’ 탄력 받을까 과로사는 동아시아 일부 국가에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영어권에는 이에 해당하는 단어 자체가 없다. 기껏해야 ‘워커홀릭(일중독자)’ 정도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일한다는 것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중요시하는 서구권에서는 익숙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2년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과로사를 뜻하는 일본어 ‘가로시(karoshi·過勞死)’가 등재되기도 했다. 과로사뿐 아니라 ‘과로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일본은 최근 과로사 방지법을 도입해 근로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근로 시간을 줄이는 노력뿐 아니라 노동권 교육 등도 포함하고 있다. 한국도 여당을 중심으로 과로사 방지법 제정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에 내몰린 택배노동자 등 특수근로자의 적정 업무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영계 등에선 “근로 시간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어 과로사 방지법 도입까지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과로사의 산재 승인율을 높이는 것만큼 과로사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 시간은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주당 48시간 이상 근로자’는 45%로 터키(57%)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연합(EU) 내 28개국과 미국, 중국 등 41개국을 비교한 결과다. ‘아파도 일한다’가 아니라 ‘아프면 쉰다’가 새로운 근로 기준이 되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아파서 쉬어도 최소한의 생계가 유지돼야 과로사까지 내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유급휴가를 확대하고, 상병수당을 도입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n@donga.com}

세계 최대 아동후원 비정부기구(NGO)인 ‘월드비전’ 한국 지부는 한동안 기부금 사용 내역을 궁금해하는 후원자들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올 5월 불거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부실회계 논란 이후 기부금의 투명한 집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문의 중에는 국세청에 공시한 자료와 기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부금 수입 및 지출 내용이 다르다는 항의도 적지 않았다. ○ 같은 살림인데 보고 내용은 제각각 이는 기부금 모금 단체의 공시 기준과 항목이 보고를 받는 기관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기부금 단체들은 설립허가를 받은 소관 부처에 단체 운영 현황을 보고해야 하고, 국세청에는 이와 별도로 기부금 모금액 활용 실적 등을 제출한다. 국세청에 제출하는 자료도 정부 보조금을 포함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뉜다. 예컨대 비영리 공익법인 A가 구청에 제출하는 ‘세입세출 보고서’에는 세입 항목에 이월금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국세청에 내는 ‘공익법인 결산공시’에는 이월금이 포함되지 않는다.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는 정부 보조금이 빠진다. 운영비도 마찬가지다. 자치구에는 실제 집행 내역이 그대로 기재되지만, 국세청 제출 자료는 감가상각비를 고려해 비용이 많이 잡힌다. 이처럼 받은 돈과 쓴 돈이 공시마다 다른 것을 확인한 후원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부금 사용이 불투명하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생긴다. 이는 시민들이 기부를 주저하거나 중단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기부한 적이 있는 국민은 2011년 36.4%에서 지난해 25.6%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기부단체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은 2017년 8.9%에서 지난해 14.9%로 급증했다. 단체들도 같은 살림살이를 각기 다른 양식으로 보고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보겸 월드비전 재무팀장은 “총금액에 대한 기준과 세부 항목이 통일되지 않다 보니 사업비나 인건비가 제출하는 보고서마다 다르게 공시된다”며 “결국 기부 단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해외에선 결산 공시 및 기부단체 관리 일원화 전문가들은 기부금 단체의 결산 공시가 이처럼 제각기인 이유를 ‘부처 간 칸막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비영리법인은 승인과 감독 주무기관이 부처별로 나뉘어 있다. 각 부처가 원하는 양식대로 운영 상태를 보고받으려 하다 보니 이 같은 혼란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호윤 공익법인 전문 회계사는 “주식회사의 경우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재무 상태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며 “기부 단체에 대해서도 2017년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만들었지만, 주무 부처에선 아직까지 옛 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외에서는 기부 단체들이 통일된 양식으로 보고하는 경우가 일반화돼 있다. 미국은 비영리법인부터 지정기부금단체까지 국세청(IRS)이 총괄하는데, 같은 공시 양식(Form 990)을 활용한다. 기부금 단체의 실적 등 공시 내용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공익법인을 평가하고 정보를 공개하는 가이드스타, 채러티내비게이터 등이 공시 자료를 가공해 후원자들에게 알기 쉽게 공개하고 있다. 영국은 자선사업감독위원회(Charity Commission)라는 독립기구가 기부금 단체 등록부터 결산보고, 지정 취소 등 사후 관리를 전담한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기부금 관련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는 기부금품 모집관리는 행정안전부, 기부금단체 지정은 기획재정부, 결산 보고 등 감독은 국세청과 설립허가 주무부처로 나뉘어 있어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다. 단체 성격에 따라 보건복지부 등 예산을 받는 부처의 감독도 받는다. 공시 시스템을 통일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배원기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까운 일본 역시 부처별로 보고받던 것을 30여 년 전에 하나로 통일했다”며 “기부 단체 결산 보고의 목적은 정부가 아닌 국민에게 기부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알린다는 것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민법 915조에 명시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징계권의 한 구절이다. 이 조항은 자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선 ‘사랑의 매’를 들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받아들여져 왔다. 아동보호 기관 등에서 “체벌에 관대한 문화가 아동학대의 시작”이라며 삭제를 요구해 온 조항이기도 하다. 이달 13일 국무회의에서 이 징계권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큰 이변이 없다면 민법 제정 62년 만에 부모의 징계권은 사라진다. 체벌 금지를 명문화 한 세계 61번째 국가가 되는 것이다. 아시아에선 몽골, 네팔, 일본에 이어 4번째다. 하지만 징계권을 없앤다고 하루아침에 체벌이 사라질까. 전문가들은 체벌을 없애는 첫 발을 떼었을 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사랑의 매’를 옹호하는 부모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익숙한 훈육 방식을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체벌을 금지한 뒤에도 가정 내 체벌이 크게 줄어들지 않은 나라도 있다. ● 체벌 근절, 입법화 이후가 더 중요눈여겨봐야 할 사례는 세계 최초로 체벌을 금지한 스웨덴이다. 1979년 스웨덴 의회는 아동 체벌금지를 명문화한 ‘어린이와 부모법(Children and Parents Code)’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259표, 반대 6표, 기권 3표. 금지된 것은 매를 들거나 손찌검을 하는 신체적인 체벌만이 아니었다. 폭언이나 위협 등 정서적 학대로 여겨지는 행위도 포함됐다. 이를 어기면 최대 10년의 징역형 등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했다. 법 개정의 효과는 컸다. 체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모의 비율은 1960년대 50%대에서 2010년대엔 10% 아래로 떨어졌다. 실제 체벌을 하는 가정도 1960년대 90%대에서 1970년대 약 50%, 법 시행 직후인 1980년대는 30%대로 감소했다. 2010년대 조사에선 10% 초반까지 급감했다. 이는 스웨덴 정부가 법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의 인식 변화에 적극 나선 덕분이다. 스웨덴 정부와 국제 아동권리보호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2014년 펴 낸 ‘체벌 폐지 후 35년’ 보고서를 보면 당시 TV와 인쇄물 등 이용 가능한 모든 홍보 수단이 동원됐다. 아침 식탁에 오르는 우유팩에는 법 개정의 목적을 알리는 만화가 실릴 정도였다. 독일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홍보 책자도 발행돼 체벌 금지 필요성을 널리 알렸다. 법으로 체벌을 금지했어도 효과가 적었던 나라도 있다. 오스트리아(1989년)와 독일(2000년)도 비교적 일찍 체벌을 금지한 나라다. 하지만 체벌의 위험성을 알리는 등 부모에 대한 홍보와 교육은 스웨덴만큼 적극적이지 않았다. 2009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얼굴을 가볍게 때리는 체벌 경험은 스웨덴이 14%였던 반면, 오스트리아는 50%, 독일은 약 43%로 높게 나타났다. 체벌 금지 입법만큼이나 그 필요성과 체벌 없이 아이를 기르는 법을 부모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스웨덴의 높은 복지 수준이 체벌 금지가 정착되는데 도움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2016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스웨덴의 강력한 아동학대 금지정책’ 보고서는 △최대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 △18세 미만까지 지원되는 아동수당 △아동 양육 가정에 지급되는 주택보조금 등 긍정적인 육아 환경이 아동 체벌을 줄인 것으로 분석했다. 아동 학대 방지의 책임이 부모뿐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 모든 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 자녀 정신건강 해치는 ‘사랑의 매’하지만 부모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더라도 체벌은 근절되지 않는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안 때리고, 그 반대라서 체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체벌의 가장 큰 원인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과 ‘수평적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의 훈육 방법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자녀와의 경험을 소개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어느 날 “학교가 재미없다”며 무단으로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와 싸워서 혼난 게 서러웠고, 학교에서 시시하게 캐스터네츠 치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혼자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의 돌출 행동에 화가 났지만 유 교수는 딸을 혼내는 대신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OO이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거구나. 훌륭한 사람이 되겠어. 아빠도 회사에 가서 친구들과 지내지. 그런데 모든 친구들과 잘 지낼 수는 없겠지. 학교에선 마음이 안 맞는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도 배우는 거란다.” 유 교수는 “아이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수평적 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체벌은 훈육 효과가 있다는 고정관념도 바뀌어야 한다.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설문조사에서 ‘죽고 싶은 생각을 한다’고 답한 아동의 비율은 체벌 경험이 있는 아동(15.3%)이 체벌 경험이 없는 아동(7.7%)의 두 배 가까이 많았다. 2016년 미국 텍사스대 엘리자베스 거쇼프 교수가 체벌 효과를 분석한 1961~2013년의 111건을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다. 유의미한 연구 79건 중 78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체벌을 받았을 때 인지 능력과 자존감이 낮아지고, 반사회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 “감정 격해졌을 땐 열까지 세어 보자” 체벌을 금지시킨 뒤에는 이런 질문이 남는다. “그럼 아이가 혼날 만할 잘못을 저질렀을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조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부모의 70% 이상은 자녀 훈육을 위해선 체벌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체벌을 일찌감치 금지시킨 나라에서 강조하는 것이 ‘긍정적 훈육(positive parenting)’이다. 당장 아이의 행동을 교정시키려는 단기적 목표가 아니라 장기적 목표, 즉 ‘아이가 어떤 성인이 되기를 바라는지’에 집중하는 훈육이다.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 때 필요한 게 부모의 인내와 절제다. 긍정적 훈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백지은 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감정이 격해졌을 때 아이를 나무라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이는 훈육이 아니라 아이에 대한 감정적 대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신 크게 심호흡을 하거나 세수를 하면서 화를 다스리는 것이 좋다. 잠시 밖으로 나가거나,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숫자 열까지 세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모의 감정적 대응이나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있어 정답은 없다. 다만 ‘때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는 많은 나라들이 공감하고 있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부모가 되면 아이는 당연히 기를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부모가 되는 것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전면허를 딸 때 안전교육을 받는 것처럼 출생신고 등 일정 시점에 체벌 없이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의무교육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12월 3일)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험생들의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수험생들의 면역력 관리 등이 훨씬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수면, 운동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이 적절한 영양분 섭취다. 특히 홍삼은 피로 및 기억력 개선,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커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건강기능식품이다. 국내외 연구에서 홍삼을 꾸준히 섭취했을 때 업무수행능력과 기억력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의 인지 능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홍삼에 포함된 진세노사이드가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뇌에 흡수되는 것을 도와 뇌기능을 활성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물질이 생성되는 것도 억제한다. ‘정관장 아이패스’는 이런 효과에 특화된 제품이다. 아이패스는 청소년 건강관리에 중점을 둔 정관장의 청소년 전문 브랜드다. 아이패스는 정관장의 121년 노하우가 담겼다. 6년근 홍삼을 주 원료로 각 연령에 필요한 성분을 첨가해 청소년 맞춤형으로 탄생한 건강기능 식품이다. KGC인삼공사에 따르면 올해 9월 한 달간 고등학생들이 주로 섭취하는 ‘정관장 아이패스 H’의 매출이 1∼8월 평균대비 63% 증가했다. 이 제품은 국내산 6년근 홍삼을 주원료로 황기, 당귀, 칼슘 등의 부원료가 함유돼 있다. 학업 스트레스로 지친 학생들의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수능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판매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관장 아이패스는 연령대별로 필요한 영양 성분을 고려해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11∼13세 성장기 자녀의 기초 건강을 위한 ‘아이패스 J’는 황기, 당귀, 블루베리 농축액 등 부원료를 첨가했다. 체력과 면역력 증진이 필요한 14∼16세 청소년을 위한 ‘아이패스 M’은 칼슘과 효모 추출물 등을 더했다. 공부에 지쳐 피로 해소가 필요한 수험생을 위한 ‘아이패스 H’에는 귀리와 현미 등을 첨가했다. 드링크형 제품인 ‘아이패스 파워’도 있다. 인삼공사는 수능 시험을 앞둔 고등학생들의 건강 유지를 위한 ‘정관장 아이패스 H 100일세트’ 에디션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수능날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를 담은 제품으로, 아이패스 H를 100일치로 재구성한 기획세트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결혼 5년차 정모 씨(37)는 최근 남편이 ‘불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환에서 정자가 생기지 않는 ‘비 폐쇄성 무정자증’이었다. 하지만 출산을 포기할 순 없었다.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 부부는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누구의 정자를 받느냐를 놓고 두 사람의 의견이 달랐다. 정 씨는 “남편은 형의 정자를 받고 싶어 하지만 아이가 커서 그 사실을 알게 될까 선뜻 내키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여자를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남성 난임 최근 5년 간 47% 증가 정 씨처럼 남성 난임으로 고민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난임 치료를 받는 환자는 수년째 연간 약 20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중 남성 난임 환자만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남성 난임 진료 인원은 2015년 5만3980명에서 지난해 7만9251명으로 46.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 환자는 16만2083명에서 14만5492명으로 1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남성 난임 환자 증가의 원인으로 스트레스와 비만, 환경호르몬, 만혼 등을 꼽는다. 문두건 고대구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난임의 원인이 남성에게만 있는 경우가 약 30%, 남녀 모두에게 있는 경우가 20% 정도로 난임 부부의 절반가량은 남성에게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남성 난임 환자 중 정자가 없어 기증을 받아야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의료계는 무정자증 환자 비율을 10~15% 정도로 본다. 무정자증은 정자가 생산 되지만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않는 패쇄성과 생산이 안 되는 비 폐쇄성으로 나뉜다. 후자가 약 60%를 차지한다. 지난해 남성 난임 진료 환자 수에 대입하면 4755~7133명을 정자 기증이 필요한 경우로 추산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정자를 기증받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적다. 박남철 부산대의대 비뇨의학교실 교수(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 난임 환자 중 인공수정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약 12%. 2015년 기준 비배우자의 정자를 사용한 체외수정 시술은 740건이었다. 이는 한국 특유의 강한 혈연주의 영향이 크다. 무정자증이라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 시술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 정자 구하기 갈수록 어려워져 전문가와 난임 부부들은 정자 기증과 관련한 시스템과 규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생식세포 이용 규정을 담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은 난자 기증에 대해서만 명시돼 있다. 정자 기증은 관련 학회나 의료기관에서 제정한 윤리지침을 따른다. 이는 자율규제라 강제성이 없는데다, 기증자 조건이나 시술 횟수 등 세부 지침도 제각각이다. 정자 기증자를 구하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정자 기증자와 난임 부부를 이어주던 ‘정자은행’은 한 때 10곳 이상이었지만, 최근엔 5곳 정도만 운영 중이다. 국내 최초로 정자은행을 운영했고, 현재도 가장 규모가 큰 부산대병원의 올해 정자 기증자는 지난달까지 53명이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비뇨기과 교수는 “예전엔 의대생 등 대학생의 정자 기증이 그나마 있었는데, 최근엔 이마저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선 난임 해결과 남성의 가임력 보존, 저출산 해소 등을 위해 정자 기증이 활발하다. 미국은 한 해 3만 명 이상이 정자 기증으로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는 2010~11년 공여 정자를 통해 1만3048건의 시술이 진행됐다. 남편의 동의가 필수라 부부에게만 정자를 기증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미혼 여성도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스웨덴에선 기증자의 절반가량이 미혼모나 레즈비언 커플에게 기증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자 기증과 관련 규정도 구체적이다. 스페인은 공여 횟수를 6건의 임신까지로 제한하고, 영국은 출생아 기준으로 10명까지 가능하다. 일본과 중국은 5명이다. 기증자의 나이도 미국, 독일 등은 40세 미만, 중국은 45세 미만을 권장하는 등 가이드라인이 명확하다. ● ‘공공정자은행 설립’ 논의는 제자리걸음 출산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여 난임 부부의 고충을 덜기 위해선 공공정자은행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공공정자은행이 없는 유일한 국가다. 정부는 2015년 체계적인 정자 기증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공공정자은행 설립을 논의했지만,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정자은행을 보유한 덴마크의 크리오스사가 한국에 100억 원을 투자해 정자은행 설립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정자 거래가 상업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우려해서다. 실제로 미국에선 정자 기증자에게 최대 1500달러(약 172만 원)의 금전적 보상이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정자의 상업적 거래나 불법 매매를 막기 위해 공공정자은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자 기증자의 조건과 최소한의 보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공여 정자의 질 관리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다. 박남철 교수는 “일반적인 기형아 출산율은 약 4%인데 반해, 공여 정자를 통한 출산은 1%로 낮아진다”며 “공공정자은행을 통해 남성 난임 치료를 활성화하면 저출산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의사의 수술실 내 불법 행위를 근절할 ‘최후의 보루’일까, 환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을 높이는 ‘과잉 입법’일까.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환자와 의사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환자들은 유령수술(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의사나 무자격자가 수술을 대신하는 행위)과 성희롱 등 인권 침해를 막으려면 CCTV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올 7월 한 여론조사에서 일반 성인의 73.8%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했다. 반면 의료계는 “일부 의사의 일탈을 근거로 감시장치를 두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고 반박한다.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환자의 민감한 부위가 찍힌 CCTV 영상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수술 시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위험한 수술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커져 결국 환자에게 손해라는 주장이다. 2018년 경기도의사회의 설문에선 78%가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는 아직까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나라가 없다. 그럼에도 국민의 상당수는 설치를 원하고 있다. 최근 편도 수술 사고로 여섯 살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가 “의료사고 진상 규명을 위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 달라”고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 이상의 공감을 얻었다. 정부는 지난달 답변에서 “숙고 과정에 있다”며 입법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 CCTV 설치하니 67%가 촬영 동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이른바 ‘권대희법’으로 불린다. 2016년 고 권대희 씨(당시 25세)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 출혈로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집도의는 여러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실이 CCTV에 찍혔다. 권 씨는 3500cc나 되는 피를 쏟았지만 처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CCTV가 없었다면 사망 원인은 묻힐 뻔했다. 법정에서 병원 측은 출혈량이 1000cc 안팎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CTV를 통해 흡인통에 들어가는 피의 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권 씨의 어머니 이나금 씨(59)는 이 영상을 500번 이상 돌려봤다. 법정 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소된 의사들은 여전히 메스를 잡고 있고, 병원도 그대로 운영 중이다. 이 씨는 “CCTV가 있어도 발뺌을 하는데, 그마저 없다면 환자들은 의료사고의 책임 소재를 규명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수술실 사고가 잇따르고 환자의 불안감이 커지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곳도 늘었다. 경기도의료원은 2018년 10월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부터 6개 공공병원에서 CCTV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5월부터 올 8월까지 이뤄진 수술 3853건 중 환자가 촬영에 동의한 비율은 약 67%(2569건)이다. 전북에서도 도내 공공 의료기관 3곳에 수술실 CCTV가 설치됐다.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환자가 원할 경우 대기실에서 수술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곳도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수술실 CCTV 설치율은 낮은 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조사에 응한 1722곳 기준)의 수술실 CCTV 설치율은 14.1%로 나타났다. 추가 설치 의향을 가진 곳도 15%에 불과했다. ○ CCTV 있으면 수술 성과 떨어지나 “의료인은 감시 없이 자유롭게 일할 때 최고의 성과를 내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연구소는 “수술실 CCTV 설치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의료인과 환자 간의 신뢰 붕괴를 가져온다”고 했다. 그러나 반론을 제기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성형외과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이대성 원장은 “CCTV가 있어도 수술 결과가 달라질 게 없다”며 “오히려 환자들이 수술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을 때 의료진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유령수술을 의심하는 환자에게 수술실 CCTV를 보여준 적도 있다. 다만 CCTV 영상 유출 가능성은 찬성 측에서도 우려하는 부작용이다. 그러나 환자단체 등에선 영상 유출이 두려워 불법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환자의 민감한 부위가 노출될 때는 녹화하지 않고, 수술포로 덮은 뒤부터 수술 부위 중심으로 촬영하는 방법도 있다. 외국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진 않았지만 환자 권리 보호는 강화하는 추세다. 보건의료 전문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박호균 변호사는 “영국은 중환자실과 투석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한다”며 “수술실처럼 환자가 스스로 권리 침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환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령수술 못 하게 될까 봐 두려운 것” 의사의 70% 이상이 수술실 CCTV 설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일까. 의료시스템을 현 상태로 유지한 채 질문한다면 진심에 가깝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30년 차 외과의는 “과도한 진료 및 수술 부담을 줄여주면 의사들의 80% 이상은 CCTV 설치를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의사들이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만연한 유령수술을 더 이상 못하게 되는 게 두려워서다. 병원들은 대체로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박리다매 구조로 이윤을 얻는데, 수술도 그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대리수술도 횡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이 외과의는 “수술실 사고로 문제가 된 성형, 정형외과뿐 아니라 대형 병원에서도 대리수술은 심심찮게 일어난다”며 “한 의사가 여러 수술을 돌아가며 집도하도록 만드는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실제 수술실에서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의료진이나 비의료인에 의한 수술실 의료행위는 만연해 있다. 간호사가 진료보조인력(PA)으로 수술 및 처치를 대신하는 경우도 흔하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이 전국 16개 국립대병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PA 간호사는 2015년 592명에서 지난해 972명으로 64% 급증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전국 PA 간호사 규모를 약 1만 명으로 추산한다. 의료기관의 약 69%가 PA 간호사를 운영 중이다. 이들이 간단한 수술을 집도하거나, 약물 투입 등 각종 처치나 검사까지 의사의 역할을 대신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응급실이나 진료실 등에는 의료진의 안전 등을 이유로 CCTV가 거의 설치돼 있다”며 “수술실 CCTV만 반대하는 건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을 숨기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수술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 의사들이 펄쩍 뛸 만큼 금기시돼 온 건지도 살펴봐야 한다. 병원들은 수술을 생중계하는 등 학술 목적이나 홍보를 위해선 수술 영상을 적극 이용해 왔다. 수술 과정을 세밀하게 기록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캐나다 토론토의 성 미카엘 병원은 수술실에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의료진 간 대화뿐 아니라 수술 기구의 움직임, 환자의 혈압 등 생체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다. 항공기 블랙박스가 모든 운항 정보를 기록하는 것과 유사하다. 사고가 났을 때 원인을 밝힐 수 있고, 복기를 통해 수술실 상황을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 CCTV보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적다.○ 유령수술 처벌 강화 시급 환자들의 수술실 CCTV 설치 요구가 높은 것은 의료사고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받기 어려운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 의료기록을 갖고 있는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원인 규명이 쉽지 않아 CCTV 영상이라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의료행위 중 벌어지는 사고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고, CCTV가 모든 증거를 잡아낼 수도 없다”며 “배상제도를 강화해 환자들의 불만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실 CCTV는 찬성하는 측에서도 ‘필요악’으로 본다. 의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 침해 논란도 있다. 그럼에도 CCTV 설치 찬성 여론이 높은 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2013∼2018년 무면허 의료행위 적발 건수는 112건에 이른다. 그러나 이 중 7건(6.3%)만 의사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졌고, 105건은 자격 정지에 그쳤다.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실태를 폭로해 온 김선웅 원장은 “CCTV 설치도 중요하지만 불법을 저지른 의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지만, 한국처럼 유령수술 의사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나라도 없다”고 비판했다. 수술실 CCTV 논란은 의사 직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을 보여준다. 이일학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장은 “직업인을 CCTV로 감시하는 건 지양해야 하지만 환자들의 불신은 결국 의사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잘못된 관행이나 위법 행위를 바로잡으려는 자정 작용이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