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임우선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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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우선 기자입니다.

imsu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6~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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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정유라’ 700여명…체육특기자 학사관리 부실 대거 적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논란을 계기로 교육부가 국내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모든 대학에서 대규모 학사관리 부실사례가 적발됐다. 지난 10년 간 체대를 거쳐 간 체육특기생 가운데 3회 이상 학사경고를 받고도 제적되지 않은 인원이 4개 대학 400여명에 달했고, 현재 재학 중인 체육특기생 가운데 위반 행위를 한 학생도 3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연루된 교수는 450명 규모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26일부터 올해 2월23일까지 진행된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체육특기생 재학생 규모가 100명 이상인 17개 대학에 대해 실시됐다. 17개 대학은 △한국체육대 △용인대 △경희대 △조선대 △고려대(안암) △단국대(천안) △중앙대 △연세대 △원광대 △동아대 △명지대 △성균관대 △계명대 △경남대 △한양대 △동의대 △영남대 (이상 2016년 체육특기생 재학 규모 순) 등이었다. 조사시작 시점인 지난해 기준 이들 17개 대학의 체육특기생 재학생 규모는 4200여명이지만 이 가운데 졸업을 앞둔 4학년은 적발돼도 처벌이 힘들다는 이유로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사 결과 17개 대학 모두에서 체육특기생 학사관리 위반이 적발됐다. 교육부는 “위반 인원이 많고 적음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대학에서 위반 행위가 발견됐다”며 “17개 대학의 교수 및 강사 448명, 학생 332명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교수 77명, 학생 175명은 2종류 이상의 위반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위반 행위 종류를 △프로 입단자 출석·성적 부여 △시험·과제물 대리 응시 △장기 입원 및 재활자 출석·성적 △부실한 출석·학점 부여 △학사경고 누적자 미제적 등 5개 분야로 구분해 발표했다. 먼저 프로 입단으로 학기 중 수업과 시험 참여를 못한 체육특기생에게 학칙을 어겨가며 출석인정 및 학점 취득을 하게 해줬다는 이유로 9개 대학의 학생 57명 및 교수 370명이 적발됐다. 교육부는 “법령과 학칙에 따라 관련 학생의 해당 학기 학점 취소를 대학에 요구할 것”이라며 “관련 교수 및 강사에 대해서도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징계나 주의·경고 조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육특기생을 위해 시험 응시 및 과제물 제출을 대신해준 5개 대학 교수 5명과 학생 8명도 적발됐다. 교육부는 이들이 학칙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공문서 및 사문서를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일부 체육특기생은 병원 진료 사실 확인서의 진료기간, 입원일수 등을 사실과 다르게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징계 및 학점 취소 외에도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기 입원 및 재활로 학교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이런 학생에게 출석과 성적을 부여한 사례는 6개 대학의 학생 25명, 교수 98명에서 발견됐다. 또 출석일수 미달 등 부실 출결을 눈감아 주고 이런 체육특기생에게 출석 및 학점을 부여한 사례는 13개 대학 학생 417명, 교수 52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학사 경고가 3차례 이상 누적됐는데도 이런 학생이 제적 처리 되지 않고 버젓이 졸업을 한 사례가 고려대(236명) 연세대(123명) 한양대(27명) 성균관대(8명) 등 4개 대학에서 발견됐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이런 식으로 394명이 졸업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졸업생의 경우 취소 처분이 어렵기 때문에 위반 건수 등 기준으로 해당 대학에 ‘기관경고’ 및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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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수능 영어 첫 절대평가… 수학이 합격 가를듯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제가 도입되면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불수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어 영역의 변별력이 낮아지는 만큼 대입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영역의 난이도를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게 유지할 것이란 게 불수능 전망의 근거다. 교육부는 “전체적으로 예년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좀 늘어날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된다는 점이다. 이창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문항 수, 배점, 문항 유형 등 시험 체제의 변화는 없고 점수 체제만 변하는 것”이라며 “작년까지는 상대평가라 상위 4%대의 학생만 1등급을 받았지만 올해는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 모두 1등급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능 난이도 등 영어 절대평가의 파급효과다. 종전처럼 영어 1등급 비율을 4%로 유지하기 위해 영어 영역 난도를 높이지는 않을지, 아니면 영어의 변별력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수학 등 다른 영역이 크게 중요해지는 건 아닌지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높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올해 수능을 전체적으로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출제할 예정”이라며 “교육방송(EBS)과 수능 출제의 연계도 전년과 같이 70%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단 올해 6월과 9월 두 차례의 모의평가를 실시해 수험생의 반응을 보고 영어 영역 난이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절대평가 체제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영어 난도를 높였다가 자칫 1등급 비율이 크게 줄면 평가원에 큰 부담이 된다”며 “여러 변수가 있지만 예년보다 영어가 어려워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영어 영역 절대평가로 수시 전형의 수능 최저 충족 인원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정시에서는 수학 및 언어, 탐구영역이, 수시에서는 대학별 고사가 합격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평가원은 지난해부터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 영역은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필수화 취지에 따라 한국사 영역 미응시자는 수능 성적 전체가 무효 처리되고 성적통지표도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수능에서 오류 문항이 2개나 발생한 것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평가원은 “교수급 인사 8명으로 ‘검토지원단’을 구성해 출제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정답뿐 아니라 오답의 근거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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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수능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한국사 미응시하면 성적 무효 처리

    오는 11월16일에 치러질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의 주요내용이 28일 발표됐다. 가장 큰 변화는 ‘영어영역 절대평가제 도입’이다. 이 평가방식의 변화가 영어영역 난이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또 대입 경쟁에 어떤 파급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2015년 10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에 따라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이창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문항수, 배점, 문항유형 등 시험체제의 변화는 없고 점수체제의 변화만 있는 것”이라며 “작년까지는 상대평가 4%대의 학생들만 1등급을 받았지만 올해는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들은 모두다 1등급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난이도다. 종전처럼 1등급 비율을 4%로 맞추기 위해 영어영역 난이도가 높아질지, 혹은 난이도 조절 실패로 등급 변별력이 낮아져 1등급이 폭증하고 이에 따라 수학 등 다른 영역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질지 여러 가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평가원은 올해 6월과 9월 두 차례의 모의평가 실시를 통해 수험생들의 반응을 보고 영어영역 난이도를 안정적으로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신익현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기존 수능의 (난이도)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며 “다만 1등급 비율은 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입시전문 기관들은 대체로 영어의 변별력이 낮아짐에 따라 수학 및 대학별고사의 변별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영어영역 절대평가로 수시전형의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 인원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며 “인문, 자연 모두 2과목에서 수능 최저등급합 4가 나오는 것이 전년에 비해 1만 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국어, 수학, 탐구영역의 변별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임 대표이사는 “그 중에서도 특히 정시에서 수학 변별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며 “영어 동일점수대를 기준으로 보면 국어, 수학, 탐구 중 수학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시에서는 논술, 적성, 면접 등 대학별 고사 비중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유웨이중앙교육은 상위권 대학의 정시 모집은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의 성적으로 합격이 판가름 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어가 절대평가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쉽게 나오리라고 예단해선 안 된다”며 “특히 상위권은 EBS 교재 외에서 출제되는 30%가 변별력을 가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 “수험생들이 EBS 영어교재의 한글 해석본을 암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EBS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는 문항 유형을 제한하기로 한 방침이 계속 유지된다”며 “이에 따라 낯선 지문이 늘어날 수도 있고 6월 모의평가에서 새로운 유형의 문항이 나올 수도 있어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전체적으로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출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BS 수능 교재·강의와 수능 출제의 연계도 전년과 같이 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으로 70% 수준을 유지한다. 지난해부터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 영역은 변별이 아닌 우리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하고 수험 부담이 최소화하도록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필수화 취지에 따라 한국사 영역 미응시자는 수능 성적 전체가 무효 처리되고 성적통지표도 제공되지 않음으로 유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평가원은 지난 수능에서 2개의 오류 문항이 발생하는 사태가 빚어진 만큼, 출제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수능 출제 오류 개선 보완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994학년도 첫 수능 시행 이후 오류가 발생한 문항을 분석하고 △현행 수능 출제·검토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며 △검토위원장 직속의 검토지원단을 구성해 검토진의 검토 과정 전반 및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오류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수능 출제경험이 다수인 8명 정도의 교수급 인사들로 검토지원단을 꾸려 수능 문제 출제 초기단계부터 출제 오류 가능성을 잡아내도록 할 방침이다. 신 대학정책관은 “지난 수능에서 발생한 2개의 오류문항은 모두 출제 초기에 확정적으로 ‘이 문항은 문제가 날 가능성이 없다’고 분류됐던 것인데 오류가 발생했다”며 “검토위원과 출제위원의 전체적인 검토 과정을 리뷰하고 다시 재점검하는 시스템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검토지원단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평가원은 올해부터는 응시수수료 면제 대상을 차상위 계층으로 넓혀 수험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예정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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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창업 마중물, 160억 펀드 만든다

    대학생이 대출 등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학창업펀드가 조성된다. 교육부는 27일 대학생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160억 원 규모의 대학창업펀드를 새로 만드는 내용을 담은 ‘대학발 창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술혁신형 창업프로그램과 창업을 독려하는 학사제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학 창업 실적을 교원 재임용 평가에 반영하고, 기술 중심 창업이 기대되는 KAIST 등 과학기술원 총장 임용 시에는 성과계약서에 ‘창업활성화’를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창업이 성공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고용 및 경제가치 창출의 큰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대학과 학생들에게 정부 주도의 창업 드라이브를 거는 것을 마뜩잖아 하는 분위기다. 서울 시내 한 대학의 취업 및 창업 담당자는 “대학생 창업의 성공률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창업을 독려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용 절벽 상황을 창업 수치로 무마하려는 것이고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년째 대학가 창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창업의 질적 수준은 높지 않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지난해 국내 대학의 창업 현황을 보면 250개 국내 대학에서 창업된 기업 수는 총 782개로 학생 959명이 참여했다. 이 기업들에는 약 65억 원의 교비와 365억 원의 정부지원금 등 총 430억 원이 지원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기업들의 매출은 83억 원 수준에 그쳤다.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 투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완전히 실패한 투자”라며 “길어야 3, 4년의 학부 생활을 한 대학생 아마추어들에게 창업을 하라며 돈을 주는 것 자체가 실패하라고 주는 돈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학가 창업이 모럴해저드에 빠져 취업을 위한 또 하나의 스펙 쌓기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풍부한 도전 기회를 주려다 보니 질적 관리엔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안정만 추구하는 대학생들의 취·창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창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대학에서만이라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한 창업에 도전했으면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질 높은 실패’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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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160억 규모 ‘대학창업펀드’ 조성한다…작년 지원금 430억, 매출은 83억

    정부가 대학가의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며 160억 원 규모의 대학창업펀드를 도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학발 창업 활성화 방안’을 27일 발표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학 창업은 높은 청년실업률과 열악한 대졸자 취업상황을 극복할 대안”이라며 “이를 위해 창업 중심으로 교육과정과 학사제도를 만들고 대학의 창업자금지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대학생이 대출 등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올해 160억 원 규모의 대학창업펀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또 기술혁신형 창업프로그램과 창업을 독려하는 학사제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학 창업 실적을 교원 재임용 평가에 반영하고, 기술중심 창업이 기대되는 KAIST 등 과학기술원 총장 임용 시에는 성과계약서에 ‘창업활성화’를 주요항목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자금지원 및 창업 프로그램 강화라는 ‘당근’과 인사 압박 및 학사제도 개편 요구라는 ‘채찍’을 동시에 담은 셈이다. 대학들은 창업이 성공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고용 및 경제가치 창출의 큰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창업 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과제가 대학에 요구되는 현실에 적잖은 부담감을 토로했다. 서울 시내 한 대학의 취·창업 담당자는 “현실적으로 대학생 창업의 성공률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창업을 독려하기가 쉽지 않다”며 “창업 의지와 아이템이 있는 학생이 창업을 해야지, 반대의 경우 고용 절벽 상황을 창업 수치로 무마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아 무책임한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대학발 창업의 질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도 문제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지난해 국내 대학의 창업 현황을 보면 250개 국내 대학에서 창업된 기업 수는 총 782개로 학생 959명이 창업에 참여했다. 이들 기업에는 약 65억 원의 교비와 365억 원의 정부지원금 등 총 430억 원이 지원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특허청 등에서 대학창업과 관련해 추진한 정부사업은 15개 사업 1921억 원 규모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대학 창업 기업의 매출액은 83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 기업의 세계였다면 살아남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국내 벤처캐피탈(VC)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투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완전히 실패한 투자”라며 “길어야 3, 4년의 학부생활을 한 대학생 아마추어들에게 창업을 하라며 돈만 주는 것 자체가 실패하라고 주는 돈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학가 창업이 취업을 위한 또 하나의 스펙 쌓기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정한 대학발 창업 성공과 성공 사례 확산을 통한 창업 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대학 창업의 질적 수준을 제고해야 하지만 정부 정책은 양적 증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 대학 창업을 위한 정책도 여러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제각각 추진됐다. 교육부(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대학창업교육 5개년 계획) 외에도 중기청(창업선도대학 사업), 미래부(I-Corps) 등에서 대학 창업 관련 사업을 추진해 정책 수요자인 대학생들 입장에선 복잡하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반면, 창업 도전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일대일 컨설팅 제공이나 사업운용 및 자금운용 현황 등에 대한 주기적 관리감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풍부한 도전기회를 주려했고 질적 관리엔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비록 실패를 했어도 그를 통해 좋은 경험을 쌓도록 ‘질 높은 실패’에 대한 교육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발 창업 확충을 위해 올해 신규 확보된 예산은 135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어 창업 실무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현장밀착형 창업교육을 위해 인터넷 창업교육 사이트(온라인 창업교육 플랫폼)를 운영하고 학교기업도 더 많이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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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구, 미적분 가르쳐줄 선배님” 돈 주고 학점과외 받는 대학생들

    ‘이번 학기 동안 공강 시간 활용해 물리학 과외해주실 선배님 찾습니다. 주 1회 기준 10만 원 드릴게요.’ ‘외국 항공사 취업 노하우 과외해주실 선배님 계신가요. 10만 원 드립니다.’ 2017학년도 신학기 개강을 맞은 대학가에 이 같은 ‘대대(大大)과외’ 바람이 불고 있다. 고학점 스펙을 쌓고 미리 면접 등 취업 준비에 대비하기 위해 선배 대학생에게 값을 치르고 과외를 받는 후배 대학생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취업난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절박해진 대학생의 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과 함께 대학에 와서까지 사교육을 찾는 ‘사교육 세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서울 시내 유명 A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자신에게 과외해줄 선배를 찾는다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한 대학생은 “문과 출신으로 공대에 왔는데 이번 학기 동안 미적분학을 가르쳐줄 선배를 찾는다”며 “과외비로는 1주일에 2번 2시간씩 20만 원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운동역학을 배우고 있는데 벡터랑 물리가 어렵다”며 “중간고사 전까지 과외해줄 벗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명문대로 꼽히는 B대 게시판에도 과외 선배를 찾는 광고가 속속 올라왔다. 통계학을 가르쳐줄 동문을 찾는다는 한 학생은 2시간씩 8회 수업에 50만 원을 제시했다. 또 다른 학생은 “열역학을 가르쳐줄 분을 찾는다”며 “시간 낭비 없이 제대로 설명하는 분이라면 시간당 10만 원 혹은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각박해진 대학가 풍토를 드러낸 현상이라는 해석도 많다. 대학가의 멋이 살아있던 과거에는 선후배 간 학업 도움이나 취업 조언이 자연스러운 ‘관계’ 속에서 이뤄졌지만 선후배 모두가 심적, 물리적 여유도 없는 최근에는 관계 맺기 자체가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공대생 이모 씨는 “1980년대 대학생들이야 놀고먹어도 취업이 됐다지만 지금은 취업을 하려면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는 기본”이라며 “온갖 스펙 준비에 시간이 없고 학생 간 경쟁이 심해 부탁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서울대 상경계 및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점관리 특별반이 생긴 것도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한다. 일각에선 대학가의 ‘대대과외’ 현상이 사교육 세대의 병폐와 최근 대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를 보여준다고 본다. 한 대학교수는 “최근 학생들은 정규 교육이나 자기 혼자만의 공부 외에 사교육에 늘 의존했던 관성이 있다”며 “최근 중고등학교의 교육 난도가 낮아지다 보니 대학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일부 대학은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의 학업 애로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양대 공대는 공대생이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공학수학’ 과목을 운영하면서 A학점 이상 받은 선배들이 다음 학기 수강생들의 멘토가 돼 후배들을 가르치게 하고 있다. 후배들은 원할 경우 3, 4명 그룹과외 형태로 이전 학기 우수 선배로부터 모르는 부분을 배울 수 있다. 선배에게는 봉사시간이 인정된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대학생이 되면 심신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 지금 대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취업난이라는 또 다른 난관과 마주한다”며 “대학에 왔어도 취업을 못 하면 언제든 절대빈곤 상태로 추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대학가를 무한경쟁 구도로 몰고 있다”고 분석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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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대사 부인 “한중, 힘들수록 민간 교류해야”

    ‘駐韓 中國 大使館 婦女會 西京大學校 訪問 歡迎(주한 중국대사관 부녀회의 서경대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17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 곳곳에 중국어로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오후 2시 30분, 따스한 봄바람 사이로 손님들을 태운 빨간색 대형 리무진 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주한 중국대사관 부녀회원들을 태운 버스였다. 버스 문이 열리자 추궈훙(邱國洪·60) 주한 중국대사의 부인인 리산(李珊·59) 여사가 활짝 웃는 얼굴로 먼저 내렸다. 이어 덩충(鄧경) 중국총영사 및 여성 서기관들을 비롯해 국방무관 부인 등 20∼50대 중국 여성 26명이 뒤를 이었다. 이들의 서경대 방문은 최근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시작을 전후로 중국인 관광객 방한 중단, 한국산 화장품 수입 불허 등 각종 제재를 쏟아내면서 중국과 한국 간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주목됐다. 학교 측은 중국의 외교 귀빈들을 정성스레 맞았다. 실용음악과 학생들은 밴드 연주에 맞춰 이적의 ‘같이 걸을까’와 ‘태양의 후예’ OST로 잘 알려진 거미의 ‘You Are My Everything’ 등을 열창했다. 방문단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주한 중국대사관 부녀회는 한중 수교 후 서울에 중국대사관이 생겼을 때부터 있었던 조직으로 양국 간 문화 및 민간 외교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한중 수교 25주년과 3월 8일 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추진된 것”이라며 “서경대는 뷰티 분야에서 중국인 여성 유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부녀절은 밸런타인데이 이상으로 인기 있는 기념일로 여성을 위한 각종 이벤트 및 선물 주고받기가 이어진다. 리 여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는 여성들이 하늘의 반을 떠받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중국대사관 직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야말로 대사관의 ‘부드러운 힘’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방문단은 이어 서경대의 자랑인 뷰티아트센터로 이동해 미용예술대학 교수 및 강사진들로부터 일대일 K뷰티 메이크업을 받았다. 화장과 헤어 손질이 거듭될 때마다 변해가는 모습에 부녀회원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리 여사는 “눈이 작은 편인데 아이라인 그리는 법을 알려 달라”며 눈썹 그리는 법, 피부색을 밝게 하는 화장법을 직접 배우기도 했다. 부녀회원들은 메이크업을 마친 리 여사에게 “퍄오량(漂亮·예쁘다)”이라고 환호했다. 리 여사는 웃으며 “한국 여성이 출근 전 밥은 안 먹어도 화장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알겠다”며 “일본에서도 (남편이 재직해) 있었는데 그때는 일본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한국의 미용기술이 정말 최고인 것 같다”고 극찬했다. 이어 “K팝과 K뷰티 등 한국 문화의 매력을 더욱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분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한 관계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며 “지난해만 해도 굉장히 관계가 좋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어떻게든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양국 민간이 교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 ‘이사 갈 수 없는(지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 나라”라고 강조했다. 방문단은 이날 3시간 30분 동안 K뷰티 체험에 이어 실용음악학과 뮤지컬학과 수업을 참관하고 전통 무대공연 의상을 입어보는 등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현재 서경대에는 267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있다. 2014년 9월 57명이던 학생 수는 3년 만에 3배로 늘었다. 올해 1학기에만 91명의 신입생이 들어왔다. 구자억 서경대 인성교양대학장은 “학교와 학생 분위기는 사드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여러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민간 외교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역을 맡은 미용예술대학 4학년 정가혜 씨(23)는 “중국대사관 관계자들이 직접 와서 문화 교류를 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조금씩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노지원 zone@donga.com·임우선 기자}

    • 2017-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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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해진 답만 찾는 ‘속도전式 평가’로는 창의력 못 키워”

    지난 두 달간 수학 교육이 붕괴된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이 예외 없이 동의한 것이 있다. “수학 수업을 지금처럼 해서는 절대 안 되며,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자신감을 살리려면 당장 평가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평가 개혁이란 단순히 ‘시험이나 수능 문제를 쉽게 하느냐, 어렵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째 관행처럼 굳어진 ‘50분 동안 25문제 풀기’와 같은 속도전 중심의 평가를 과연 알파고 시대에도 계속할 것인지, 또 사고 과정을 전혀 보지 않고 최종 답만 따지는 객관식 평가를 여전히 최적의 평가라 볼 수 있는지 등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옥기 성균관대 수학교육과 명예교수는 “교육부가 과정 중심 평가를 한다지만 우리처럼 1시간에 30문제씩 푸는 시험 환경에선 토론식 수업도, 진정한 수행평가도 될 수 없다”며 “수행평가를 잘하기로 유명한 영국은 중간 수준의 난이도 문제 하나에 20분을 주고, 한 시간 동안 두세 개만 풀게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수학 문제란 ‘주어진 조건 외에는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인데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국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거리를 구하라’라는 문제를 낼 때 △달린 속도 △들른 휴게소 횟수까지 준 뒤 거리를 구하게 한다. 공식을 통해 빠르게 문제를 풀어야 하고 답은 1개만 존재한다. 그러나 과정 중심 평가가 발달한 나라에선 같은 문제라도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다. 서울과 부산 간 거리를 구하라는 문제라도 풀이법은 학생 각자가 찾는다. 인터넷을 검색하든, 지도상 거리를 자로 재 축척을 활용하든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교사는 바로 이런 사고와 토론의 ‘과정’을 평가한다. 강 교수는 “외국이나 우리나 이름은 같은 ‘수행평가’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수업은 기초 수준으로 하고 시험에는 선행 문제 등 고난도 문제를 섞어 ‘억울한 서열화’를 만들고 수포자를 낳는 ‘반칙 평가’는 일종의 ‘신문고’ 같은 걸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교육청이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데도 제대로 하지 않는 만큼, 강한 압박수단을 만들어야만 원리와 사고 중심의 수학 수업을 정착시키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거의 모든 교사는 자신의 학창 시절은 물론 교사가 된 뒤에도 속도전 위주의 객관식 평가만 경험한다. 이 때문에 기존 수업 방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양질의 공교육을 위해 강도 높은 교사 재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학교 선생님은 학원 선생님보다 훨씬 못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이를 뒤집을 강력한 재교육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야만 과정 중심 평가도, 부분 점수를 인정하는 주관식 문제 출제도 가능하다”며 “교사에 대한 외부의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점수를 바꿔 달라는 민원만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친화적인 수학 교육을 위해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써 온 수학 용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소인수분해’ ‘법선벡터’ 등 일본어를 그대로 번역해 처음 들으면 그 뜻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수학 용어가 너무 많다. 이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대생 이상훈 씨는 “학창 시절 수학 공부를 할 때 개념 이해보다 용어 이해가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만큼, 수학 교육에 그에 부합하는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도 많다. 국내 수학 교육과정을 만드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이환철 수학교육개발실장은 “호주에만 가도 일반 교실에 학생용 컴퓨터가 두 대씩 있고 수업하다 궁금한 것은 학생 스스로 찾는다”며 “국내 교육당국은 새로운 것 들이기를 극히 꺼리는 탓에 20년 넘게 교사용 컴퓨터와 TV, OHP 기기가 전부”라고 꼬집었다. 국내 학생들은 연산속도를 높이기 위해 취학 전부터 연산학원을 다니며 무한 문제풀이를 한다. 수업 시간이나 시험에선 계산기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 실장은 “수학 교육과정은 25년 전부터 수학 시간에 계산기를 써도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 ‘허락’이 떨어진 게 한참 전인데 아직도 계산 위주의 수학 평가가 이뤄지는 건 사회적으로 생각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각 학교의 교과협의회에서 결정만 하면 시험 시간에도 계산기를 쓸 수 있다”며 “학교와 교사가 민원 등을 우려해 쓰지 않다 보니 사문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부산대 수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논문을 쓰는 수학자들과 교류해 봐도 계산 속도와 수학 능력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논리적 사고, 새로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노지원 기자}

    •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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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피아드 1세대 53명중 22명 교수로… 이공계 발전 이끌어

    학교의 수학 수업이 무너지고 고급 수학교육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돼버린 지금, 국내 전문가들은 인재의 감소로 인한 국가의 산업 및 이공계 경쟁력 하락을 우려한다. 동아일보는 국내 수학 인재의 성장 변천을 알아보기 위해 대한수학회로부터 역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출전자 전원의 진학·진로 현황을 단독 입수해 전수 분석했다. 이 자료에는 우리나라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처음 출전한 1988년부터 2016년까지 29년간 한국 대표로 대회에 출전한 국내 수학 영재 139명(복수 출전자 32명 포함하면 174명)의 △출신고·학년 △메달 기록 △진학 대학·학과 △현재 근황이 담겨 있다. 분석 결과 한국의 수학 영재는 대부분 국내외 이공계 대학에 진학해 교수나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해당 분야의 발전을 이끌거나 후진을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39명 중 81.3%가 이공계로 진학해 기초 학문을 전공하고 있었다. 12.2%(17명)는 의학계, 2.2%(3명)는 법대로 진로를 잡았다.○ 81.3% 이공계 진학…지방, 일반고 출신 급감 또 직업을 가질 나이로 성장한 1세대(1988∼1998년) 출전자 53명을 조사한 결과 22명이 서울대, KAIST, 시카고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등 국내외 명문대 교수가 돼 이공계를 선도하고 있었다. 8명은 국내외 기업에 입사해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었다. 한국은 올림피아드에서 29년간 △금메달 65개 △은메달 66개 △동메달 27개 △명예상 2개 등 총 160개의 메달을 따며 선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출전자 구성을 보면 과거에는 과학고 외에 일반고 출신이 다수 있었던 것과 달리 최근 8년간은 일반고 출신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출신도 ‘전멸’이라고 할 만큼 사라졌다. 전체 출전자 174명 중 143명(82.2%)은 과학고 재학생이었다. 15.5%에 해당하는 27명은 일반고, 2.3%에 해당하는 4명은 민족사관고 재학생이었다. 1980년대만 해도 일반고 파워가 강했다. 처음 참가했던 1988년에는 일반고 남학생 3명과 과학고 남학생 3명이 출전해 동메달 3개를 땄다. 동메달 3개가 모두 일반고 학생에서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1990년에는 일반고 학생이 4명을 차지해 반이 넘었을 정도로 일반고가 선전했다. 그러나 과학고의 대표 선발 비율은 갈수록 높아져 1996년에는 처음으로 출전자 전원이 과학고 학생으로 구성됐다. 최근 8년간은 일반고 출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22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팀을 이끌어온 인하대 수학과 송용진 교수는 “더 심각한 건 서울 집중 현상”이라며 “한국수학올림피아드를 치러 보면 예전에는 상위 100등 중 지방 학생이 절반은 됐는데 지금은 3, 4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부산 대전 등 큰 도시에 수학 영재들이 20, 30명씩 있어 서로 자극이 되고 발전이 됐지만 지금은 아무리 잘해도 지방에선 ‘혼자’ 공부하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 22명 국내외 명문대 교수 돼…美 금융계 7명 출전자들의 진학 추이를 보면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출전자 전원이 서울대나 KAIST의 이공계 학과로 갔지만 1995년(출전 연도 기준)부터 법대 의대 진학자가 등장했다. 1999년 처음으로 미국 프린스턴대 진학자가 나왔고 이후 해외 대학 진학 현상이 가속화했다. 2003년에는 처음으로 출전자 중 반이 넘는 4명이 스탠퍼드대, 시카고대,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등 미국 명문대로 진학했다. 29년간 참가자 중 유일하게 3년 연속(2012∼2014) 출전해 3년 내내 금상을 받은 당시 서울과학고 김동률 학생은 미국 하버드대 수학과를 선택했다. 수학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기초학문에 대한 장학금 지원이 많고 연구 환경도 좋다”며 “국내에 비해 수학 인재가 활용되는 분야가 다양한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 최고의 수학 영재들은 어떤 사람이 됐을까. 수학올림피아드 1세대 출전자 53명 가운데 서울대, KAIST 등 국내 대학 교수가 16명이었다. 1988년 처음 출전해 동메달을 딴 당시 광주 광덕고 3학년 김영훈 학생은 현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같이 출전한 대전과학고 2학년 류호진 학생은 현재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부교수가 됐다. 6명은 해외 유명 대학의 교수가 됐다. 1988년 출전한 대전과학고 2학년 추요한 학생은 현재 미국 시카고대 MBA 조교수다. 1992년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당시 서울과학고 2학년 박지웅 학생은 미국 코넬대 화학과 부교수를 거쳐 최근 시카고대 교수가 됐다. 1994년 고교 1학년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출전한 서울과학고 신석우 학생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과 조교수를 거쳐 UC버클리 부교수가 됐다. ○ “수학 재능은 타고나는 게 커, 인재 발굴해야” 미국 금융계로 진출한 이들도 7명에 달했다. 올림피아드 관계자는 “월가 등에서 수학적 분석 수요가 커지면서 이 분야로 진출해 100만 달러 연봉을 받는 친구가 여럿 생겼다”고 전했다. 이 밖에 국내 기업 연구원 6명, 구글 본사와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등 미국 기업의 연구원이 2명이었다. 김명환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남다른 수학적 사고력을 가진 이런 아이들이야말로 과학과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라며 “영재로 불리는 아이들의 수학적 재능은 타고나는 게 크다. 소외된 환경 탓에 발굴되지 못한 아이들을 찾고, 이 인재들이 활약할 다양한 분야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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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운 수업 어려운 시험… “1m 슈팅연습뒤 10m서 볼 던지라는 격”

    교육당국은 ‘7차 교육과정’이 만들어진 1997년부터 현재까지 20년간 ‘쉬운 수학’ 기조를 유지해왔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범위를 줄이고 난도를 낮추면 학생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교육을 잡고 학교 수업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봤던 것이다. 이에 따라 교과서 제작과 수업 방식 등 학교 수학교육의 헌법 격인 ‘교육과정’은 개정 때마다 계속해서 ‘가벼워’졌다. 교육당국은 교육과정 연구진에게 ‘수학교육 내용을 이전보다 20%씩 줄이라’는 방침을 내렸다. 어려운 단원이 삭제됐고, 단원별 응용·심화 부분이 사라져 수학 수업 수준은 꾸준히 쉬워졌다. 그러나 현장인 학교 교실에서 ‘수학 붕괴’는 날로 심해졌다. 수학 학원을 다니는 학생의 발길은 줄지 않고 오히려 그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그렇게 수학 사교육을 받는데도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는 늘고 있다.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연습은 골대 1m 앞에서, 시험은 10m에서” 최근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전국 교육특구 18곳의 중학교 2016년 1학기 말 수학 시험지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학교 중 해당 학년 교육과정에서 전혀 가르치지 않은 개념을 수학 시험 문제에 출제한 사례가 10번 중 9번꼴에 달했다. 선행문제가 포함된 시험도 77.1%였다. 이는 2014년 9월부터 시행된 선행교육규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평가다. 하지만 이 같은 ‘반칙 평가’를 감독할 교육부와 교육청은 손을 놓고 있다. 사걱세 수학분과 최수일 대표는 “각 교육청이 매년 전수조사 해 교육부에 보고하지만 학교와 교사 감싸기에 급급하다 보니 점검 기준을 느슨하게 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고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2015학년도 당시 교육부에 보고된 선행출제 기준 위반 중학교는 전국에서 단 한 곳에 불과했다. 교육과정 개편 작업에 참가했던 한 수학계 관계자는 “원래 평가 위반을 고발할 수 있는 일종의 국민신문고를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민원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돼 무산됐다”며 “교육당국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게 민원”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학 교육과정 개정에 여러 차례 참여한 수학교육계의 원로 강옥기 성균관대 수학교육과 명예교수는 “문제는 평가”라며 “바뀐 교육과정에 맞춰야 하는 평가가 선발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제멋대로여서 현장에서 그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학교 교육은 쉬워졌는데 평가 시험은 여전히 어렵다 보니 학생들은 오히려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됐고, 그 경쟁에 질린 아이들이 중도에 수학에서 손을 놓게 됐다는 뜻이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마치 농구 수업을 할 때 평소에는 골대 1m 앞에서 슈팅 연습을 하라고 해 놓고 시험 볼 때는 10m 밖에서 하라고 하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교육부 “학교 수업만으로 만점 가능” 수학 평가의 문제는 학교 시험뿐 아니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제기된다. 19년 동안 수능 수학을 가르쳐 온 대치동 수학강사 이창무 씨는 “지금의 수능 수학 문제는 난이도 조절이 이상하고 노력한 만큼 점수가 나오는 체계가 아니라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수능 문제가 30개면 레벨1부터 레벨30까지 고르게 분포해야 정확한 평가가 되는데 지금은 1∼4레벨이 20개 정도 나오고 갑자기 15레벨, 20레벨, 30레벨이 튀어나온다”고 말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킬러 문항’이다. 그는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출제하는 건 비인간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7년간 수능에서 킬러 문항은 ‘번호까지 정해져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형화된 패턴을 보였다. 주로 21번, 29번, 30번 문제로, 특히 30번은 상위권 학생들조차 앞 문제를 빨리 풀고 1시간 가까이 매달려도 쉽게 못 푸는 난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문제를 내는데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은 문제를 낼 리가 있느냐”며 “지금의 수능은 학교 교육만으로 만점을 맞을 수 있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30년 넘게 입시분석을 해온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전국에 그 말을 믿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기초를 바탕으로 응용하는 게 실력이라지만 지금 시험 수준이 학원없이 되냐”고 반문했다.○ 새 교육과정 ‘과정중심평가’ 잘될까 쉬운 수업과 어려운 평가, 수능 때문에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교육부는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새로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정중심평가’를 강화해 학교 수학교육을 살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생 참여 중심의 교수학습 방법을 제시하고 △평가 방법 및 유의사항도 신설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과정중심평가가 무엇인지는 학생도 교사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다. 구체적인 롤모델이 없는 과정중심평가가 수학 붕괴 현장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의 한 고교 수학교사 김모 씨는 “과정중심평가라는 게 말은 참 좋지만 현실은 학생이 수업시간에 자는지를 체크해 수행평가에 반영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새 방식으로 수업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해당 수업을 진행할 교사 연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새로운 2015 교육과정 교사 연수는 전국 교사의 1∼3%에게만 이뤄졌다. 중학교 전체 수학교사(1만2038명)의 2.8%인 340명만 연수를 받았다. 시도별로 20명 수준이다. 고등학교는 더 적다. 전체 1만6633명인 고교 수학교사 가운데 1.5%인 250명만 연수를 받았다. 교육부는 “예산 때문에 수가 적지만 연수 받은 교사가 현장에 돌아가 ‘전파연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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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의 붕괴

    ‘교육강국 대한민국’의 신화가 스러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교육의 힘에 세계가 주목하고, 한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1위를 차지해 다른 나라의 탐구 대상이 됐던 우리나라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발표된 PISA 2015의 결과는 역대 최악이다.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전 영역이 역대 최저점으로 떨어졌는데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학의 추락이다. 지난 3년간 OECD 국가들이 평균 4점 하락할 때 한국은 30점이 급락했다. 상위수준 비율은 역대 최소, 하위수준 비율은 최대다. 이 같은 ‘수학 붕괴’에 교육현장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인다. 수학 수업이 진행되는 일반고 교실에서 열에 아홉이 자거나 딴짓을 하는 풍경은 이미 일상이다.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에서까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수학 붕괴의 근본 원인으로 “학교 교육과 생각하는 힘만으로는 결코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없는 왜곡된 평가구조”를 꼽았다. 교육 당국은 지난 10년간 사교육을 잡고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수학 교육과정과 학교 수업 수준을 하향화했다. 그러나 학교 시험과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 그 결과 사교육 없이 학교 교육만 받은 학생은 오히려 점수를 얻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5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가구의 평균 수학 사교육 참여율은 42.5%로, 소득이 늘수록 참여율이 늘어났으며 소득 간 참여율 격차가 최대 4.3배에 이르렀다. 김명환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지금의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은 완전히 사교육을 받는 금수저만을 위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을 지낸 김정한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한국의 교육은 ‘말기 암’에 걸렸다”며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한 게 아니라 나라가 교육을 포기한 것”이라고 개탄했다.임우선 imsun@donga.com·노지원 기자}

    • 201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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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유형 암기’로 변질된 수학… 요령 주입하는 학원만 북적

    서울의 일반고 수학 교사인 김모 씨는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한다. 교실 문을 열면 곧이어 펼쳐질 갑갑한 풍경을 이겨내기 위해서다.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수업을 해도 집중하는 학생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 “애들이 수업을 안 들어요. 강남 강북 어디나 마찬가지죠. 상위권 아이들은 선행학습을 해서 안 듣고, 하위권 아이들은 기초학습 능력이 부족해 못 알아듣고요. 중위권 아이들에게 맞춰 수업을 하지만 어차피 이 아이들은 수학 점수를 요구하는 인(in)서울 대학은 못 가기 때문에 수학에 의욕이 없어요.” 강남 지역의 또 다른 일반고 수학 교사 구모 씨도 비슷하다. 그는 “한 반에 3분의 1 정도는 자는데 그나마 이과라 나은 편”이라며 “문과는 훨씬 더 심각하다. 절반 이상이 이미 중학교 때부터 수학을 포기한 아이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구 교사는 “어차피 맞춤형 수업을 못해주니 그냥 자게 둔다. 그게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공회전 학교 수업, 살기 위해 학원행 수학은 허공을 향해 수업하는 교사와 ‘시간 죽이기’를 해야 하는 아이들만 괴로운 것이 아니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마저 “수학이 재미없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불수능’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 영역에서 단 1개만 틀린 송모 군은 교육열 높은 서울 목동에서 손꼽히는 수학 수재다. 지난 수능에서 100분의 시간이 주어진 수리 영역 30문항 중 28문항을 30분 만에 풀었다. 하지만 송 군은 “내가 고득점을 받은 건 원리 이해나 응용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평소 문제 유형 파악과 빠른 계산 연습을 숱하게 많이 했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보는 순간 어떤 공식으로 푸는 유형인지 바로 알아야 고득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식 수학 평가의 특징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빠르게’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답을 구하는 것만 중요하며 대부분 풀이 과정은 채점하지도, 부분 점수를 인정하지도 않는다. 학교 시험에선 교육과정을 벗어나거나 선행학습이 요구되는 고난도 문제가 한두 개씩 꼭 등장한다. 학생 간 ‘서열’을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 격차가 학원 및 학력 격차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요령’과 ‘유형 파악’이지만 학교에서는 이런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고득점을 얻기 위해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국내 중고교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지난해 발표된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42.5%가 자녀에게 수학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사교육 참여율은 해당 가정의 경제 소득과 비례한다.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일 때 수학 사교육 참여율은 13.2%인데 소득이 100만 원씩 늘어날 때마다 수학 사교육 참여율은 23.4%, 33.8%, 42.0%, 48.0%, 51.5%, 54.4%로 계속 늘어났다. 월 소득이 700만 원 이상일 때 참여율은 56.4%로,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정보다 4.3배나 높았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정모 양은 수학학원만 일주일에 3개를 다닌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준다는 사고력 수학학원과 계산 요령을 훈련시켜주는 연산학원, 문장형 문제 습득 등 교과 대비 선행학습을 도와주는 학원이 그것이다. 학부모 이모 씨는 “대치동에서 주 3회 수학은 평범한 수준”이라며 “특히 연산수학은 유치원 때부터 필수다. 아이가 싫어해도 효과가 좋아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남지역 학부모 김모 씨는 “최근 이공계가 대세인 데다 올해부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가 돼 수학 사교육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이 더 높다”며 “과거 영어 대 수학의 학원 비율이 3 대 2였다면 이제는 영어를 하나 줄이고 수학을 하나 더 늘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교 교사 김모 씨는 “현장에서 보면 경제 격차와 사교육 여부가 수학 평가 결과와 정확히 연결된다”며 “가끔 중위권 아이들 중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보이는데 현실적으로 시험에선 이 아이들이 2, 3년씩 선행학습을 한 아이의 점수를 뛰어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입시의 성패 역시 학원에 의지한다. 서울 지역 명문 공대에 다니는 이모 씨는 경기 구리 지역 일반고 출신. 그는 “내 인생의 수학 선생님은 인강 강사인 S 선생님”이라며 “S 선생님이 없었다면 난 절대 대학에 못 갔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학교 선생님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학교 수업만 들어서는 수능이든 학교 시험이든 절대 고득점을 얻을 수 없다”면서 “학교 선생님들께 수능을 보라고 하면 만점 맞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수학 교육, 수학도 교육도 아니다” 학교 수업은 원리와 기본 개념을 지향하지만 평가는 응용과 고난도를 추구하는 엇박자 속에 학원에 갈 경제력이 되지 않거나, 속도전 중심의 문제풀이 평가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결국 수학 자체를 포기하고 만다. 이용훈 부산대 수학과 교수는 “한국의 수학 평가는 계산과 속도가 핵심인데 이건 엄밀히 말해 수학이 아니다”라며 “부부가 다 수학 교수인데도 우리 애가 고등학교에 가더니 수학을 포기하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정한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수학은 암기 과목이 되기 시작하면 외울 게 너무 많은 학문”이라며 “문제 유형과 공식을 외워 푸는 주입식 교육과 평가가 이뤄질 때 가장 힘들어지는 학문이 수학이고 그래서 모든 과목 중 가장 먼저 수포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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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 줄어든 고교생, 몸무게는 늘었다

    제대로 못 먹고, 제대로 못 잔다. 운동도 못 한다. 키는 멈췄고 몸무게는 조금 늘었다. 눈이 몹시 나쁘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평균 신체건강 상태다. 특히 여고생에게 비만과 키 같은 체격과 운동 및 수면 부족 등 각종 문제가 많았다. 교육부는 22일 ‘2016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765개 표본 학교 학생 8만2883명의 신체 발달 상황 및 건강조사 결과와 초등학교 1, 4학년, 중학교 및 고교 1학년 학생 2만7671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국내 고등학생의 키는 남녀 모두 정체 상태로 10년 전보다 오히려 작아졌다. 고3 남학생의 평균 키는 3년째 173.5cm로 2006년 174.0cm보다 줄었다. 고3 여학생 역시 평균 키가 3년째 160.9cm로, 2006년 161.1cm보다 작아졌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경제 발달로 오랜 기간 영양 섭취가 좋았던 만큼 이제는 유전적 한계 때문에 성장 정체가 왔다고 볼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입시 등으로 잠과 운동이 부족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남녀 초등학생과 남자 중학생의 키는 꾸준히 커져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의 키는 152.1cm, 여학생의 키는 152.3cm를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각각 1.3cm, 2.1cm씩 커진 것이다. 중3 남학생의 평균 키는 170cm로 10년 전보다 1.3cm 커졌다. 체중은 전 연령대에서 증가세였다. 남학생의 평균 몸무게는 초등학교 6학년이 48.2kg, 중3이 63.7kg, 고3이 70kg이었다. 여학생은 초6이 45.5kg, 중3이 54.4kg, 고3이 57.2kg으로 집계됐다. 전체 학생의 비만율은 16.5%로, 9년 전인 2007년(11.6%)에 비해 4.9%포인트 증가했다. 비만율의 경우 눈에 띄는 점은 초중고교 모두에서 도시보다 농어촌 학생들의 비만율이 높았다는 것. 초등학교로 갈수록 도농 간 비만율 격차가 컸다. 비만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농어촌 지역에 사는 여고생들로, 21.8%에 달해 전체 평균보다 5.3%포인트나 높았다. 한편 식습관과 운동, 수면 습관 등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황이 열악해지고 있었다. ‘아침 결식률’은 초중고로 올라갈수록 4.2%→12.6%→16.8%로,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64.4%→76.1%→77.9%로 증가했다. 반면 우유와 채소, 과일 섭취율은 고등학교로 갈수록 크게 줄었다. ‘주 3회 이상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의 격렬한 운동을 한다’는 학생은 초중고로 갈수록 57.7%→35.8%→24.4%로 크게 줄었다. 특히 여고생은 운동 부족이 매우 심각해 ‘주 3회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한다’는 대답이 12.3%에 그쳤다. 남고생(35.6%)의 3분의 1 정도였다. 여고생은 수면 부족도 심했다. ‘6시간 미만으로 잔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 53%에 달해 남고생(35.6%)보다 훨씬 많았다. 이 밖에 ‘하루 2시간 이상 인터넷과 게임을 한다’는 응답은 남중생(37.3%)에게서 가장 높았고 ‘음란물이나 성인사이트에서 채팅한다’는 응답은 남고생(9.3%)이 가장 높아 10명 중 1명이 성인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상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난 것은 시력 이상(맨눈으로 0.7 이하)이다. 시력 이상 학생은 전체의 55.7%로, 초1은 25.7%, 초4는 47.6%, 중1은 67.8%, 고1은 74.1%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청소년은 학업량이 워낙 많고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많아 눈이 혹사되는 과정에서 시력 저하가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윤종 기자}

    •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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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대로 못 먹고, 못 자는 대한민국의 고3…키 멈추고 운동부족 심각

    제대로 못 먹고, 제대로 못 잔다. 운동도 못한다. 키는 멈췄고 몸무게는 조금 늘었다. 눈이 몹시 나쁘고 충치도 적잖이 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의 평균적인 신체건강 상태다. 교육부는 22일 ‘2016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당국이 국내 초중고생들의 신체발달 상황과 건강생활, 주요 질환을 알아보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조사다. 올해는 전국 765개 표본학교 학생 8만2883명의 신체발달상황·건강조사 결과와 초등학교 1·4학년, 중·고교 1학년 학생 2만7671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국내 고등학생의 키는 남녀모두 정체상태로, 10년 전 보다 오히려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3 남학생의 평균 키는 3년째 173.5㎝로 2006년 174.0㎝보다 줄었다. 고3 여학생 역시 평균 키가 3년째 160.9㎝로, 2006년 161.1㎝보다 줄어들었다. 다만, 남녀 초등학생과 남자 중학생의 키는 꾸준히 커져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의 키는 152.1㎝, 여학생의 키는 152.3㎝를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각각 1.3㎝, 2.1㎝ 씩 커진 것이다. 중3 남학생의 평균 키는 170㎝로 10년 전 보다 1.3㎝ 커졌다. 체중은 전 연령대에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남학생의 평균 몸무게는 초등학교 6학년이 48.2㎏, 중3이 63.7㎏ 고3이 70㎏이었다. 여학생은 초6이 45.5㎏, 중3이 54.4㎏, 고3이 57.2㎏로 집계됐다. 전체 학생의 비만율은 16.5%로 9년 전인 2007년(11.6%)에 비해 4.9%포인트 증가했다. 비만율에서 눈에 띄는 점은 도시보다 농어촌 학생들의 비만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초중고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초등학교로 갈수록 도농 간 비만율 격차가 컸다. 비만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농어촌 지역에 사는 여고생들로, 비만율이 21.8%에 달해 전체 평균보다 5.3%포인트나 높았다. 한편, 학생들의 식습관과 운동·수면습관 등을 조사한 결과 학년이 올라갈수록 건강생활 수준이 크게 열악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아침 결식률’을 보면 초중고 단위로 올라갈수록 결식률이 4.2%→12.6%→16.8%로 높아졌다.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 역시 초중고로 갈수록 64.4%→76.1%→77.9%로 증가했다. 반면, 우유와 채소, 과일 섭취율은 고등학교로 갈수록 크게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운동부족도 심각했다. ‘주 3회 이상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의 격렬한 운동을 한다’고 답한 학생은 초등학생은 57.7%였지만 중학생(35.8%), 고등학생(24.4%)으로 갈수록 크게 줄었다. 특히 여고생의 운동 부족이 매우 심각해 남고생은 35.6%가 주3일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한다고 답했지만, 여고생은 12.3%만이 그렇다고 답해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여고생은 수면부족도 심했다. ‘6시간 미만으로 잔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 53%에 달해 남고생(35.6%)보다 18%가량 높았다. 이 밖에 ‘하루 2시간 이상 인터넷과 게임을 한다’는 응답은 중학교 남학생(37.3%)에서 가장 높았고 ‘음란물이나 성인사이트에서 채팅한다’는 응답은 고등학교 남학생(9.3%)에서 가장 높아 10명 중 1명이 음란물이나 성인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건강검진 상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난 것은 시력이상(나안으로 0.7 이하)과 충치였다. 시력 이상 학생은 전체의 55.7%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25.7% 수준이었지만 초4는 47.6%, 중1은 67.8%, 고1은 74.1%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충치를 가진 학생은 전체의 23.8%로 나타났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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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랏돈 받아 외제차 굴리고 명품 쇼핑한 유치원장

    자라나는 영유아들의 교육과 보육을 위해 정부·학부모가 지불한 돈이 유치원·어린이집 운영자들의 개인 주머니로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 자금을 유용해 명품 백을 사고 외제차를 굴리는가 하면 자녀의 연기학원비와 자신 및 남편의 해외여행 경비로 쓰는 등 일부 유치원의 자금 운용에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런 관행을 바로잡지 않고 수년간 문제를 방치한 정부가 더 큰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21일 교육부(유치원 관할), 보건복지부(어린이집 관할)와 함께 유치원 55곳과 어린이집 40곳의 재정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5만1447곳에 달하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 가운데 9개 대도시의 규모가 큰 시설 95곳(0.18%)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91곳에서 609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사실상 거의 모든 곳이 자금 운용 위반행위를 한 것으로, 액수는 205억 원에 달했다. 가장 문제인 곳은 ‘사립유치원’이었다. 전체 부당 사용액 205억 원 가운데 유치원이 182억 원을 차지했다. 교육부는 “대부분의 국공립유치원, 어린이집은 정부의 재무회계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그러나 사립유치원들은 이 같은 재무관리시스템이 없어 기관 운영비를 개인 쌈짓돈처럼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자금 빼돌리기 수법은 상상을 초월했다. 전체 원생 1500명 규모의 대형 유치원 3곳을 운영하는 설립자 A 씨는 유치원 자금을 이용해 자신의 외제 차 3대의 보험금을 내는가 하면 5800만 원 상당의 도자기 등을 산 뒤 “학부모 선물용으로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유치원 내에 어학원이 있는 것처럼 꾸민 뒤 유치원 통장에서 어학원 통장으로 20억 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유용한 돈이 2년 반 동안 39억3000만 원에 달했다. 또 다른 유치원 원장 B 씨는 유치원 자금 11억1000만 원을 빼돌렸다. 두 아들의 대학등록금과 연기학원 수업료 등 3900만 원을 원비에서 지출했고 노래방 등에서 874회에 걸쳐 개인카드를 쓰고 경비 처리했다. ‘교직원 선물 구입’ 명목으로 루이뷔통에서 가방과 지갑 등을 샀는데 그런 돈이 2년간 5000만 원에 달했다. 2개의 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 C 씨는 총 6억 원의 유치원 자금을 남용했다. 그는 남편의 캐나다 여행경비 880만 원과 현지에서 구입한 156만 원짜리 블루베리 건강식품까지 ‘교재비’로 처리했다. C 씨는 남편이 운영하는 교재·교구업체에 교구 구입 명목으로 3억1000만 원을 보냈지만 그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정도가 심각한 8곳을 수사 의뢰했다”며 “유치원의 재무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9월부터 세입·세출 항목을 세분화해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회계 관리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원 급여를 공시하게 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유아 교육·보육을 위한 정부 지원금이 연간 12조 원 넘게 집행되고 있고 0.18%의 기관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5억 원 규모의 자금 유용이 적발된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책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 이모 씨는 “이런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사립유치원의 반발로 바뀌지 않은 것”이라며 “장기 대책만 말하는 정부가 과연 상황을 개선할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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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원 자금으로 차 사고 해외여행·자녀 학비까지…비리 천태만상

    #사례1. 국내에서 A유치원, B유치원, C유치원 등 총 1500명 규모의 유치원 3곳을 운영하는 설립자 E씨는 지난 2년6개월 동안 유치원 자금 39억3000만 원을 부당 사용했다가 최근 이뤄진 부패척결 정부합동조사에서 덜미를 잡혔다. 조사에서 드러난 E씨의 자금 빼돌리기 수법은 다양했다. E씨는 자신의 외제차 3대 보험금 1400만 원을 유치원 경비로 납부했고,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830만 원도 경비 처리했다. 5800만 원 상당의 도자기 등을 산 뒤 “학부모 선물용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유치원 시설에 별도의 어학원이 있는 것처럼 등록한 뒤 유치원 아이들의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유치원 돈을 어학원 계좌로 20억 원 넘게 송금했다. E씨는 또 다른 신도시에도 새로운 D유치원을 세우는 중이었다. #사례2. F유치원 설립자이자 원장인 G씨는 총 11억1000만 원의 유치원 자금을 빼돌렸다. 두 아들의 대학등록금 및 연기학원 수업료 등 3900만 원을 유치원 원비에서 지출했고, 노래방 등에서 874회에 달하는 개인카드를 쓰고 유치원 경비로 처리했다. 루이뷔통에서 가방과 지갑 등을 사고 ‘교직원 선물 구입’ 명목으로 경비처리 했는데 이런 돈이 2년 간 5000만 원에 달했다. 개인차를 구입한 후 할부금과 보험료, 과태료까지 유치원 돈으로 처리했다. #사례3. 유치원 2곳을 운영하는 설립자 H씨는 총 6억 원의 유치원 자금을 남용했다. H씨는 교육대표자 정책 최고위과정에서 운영하는 7박9일간의 미국 연수비를 자신의 유치원 양쪽에서 이중으로 청구해 챙겼다.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각종 물품구입 영수증도 복사해 다른 유치원에도 이중으로 회계처리 함으로써 4000만 원 상당의 예산을 이중으로 집행했다. 그는 남편이 운영하는 교재·교구업체에 교구 구입 명목으로 3억1000만 원을 지급하는가 하면, 남편의 캐나다 여행경비 880만 원을 유치원 경비로 처리하고 남편이 현지에서 구입한 156만 원짜리 블루베리 건강식품까지 유치원 교구구입비로 계산했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21일 유치원 관할부처인 교육부 및 어린이집 관할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함께 유치원 55곳과 어린이집 40곳 등 총 95곳(전체의 0.18%)의 재정운영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그 결과 91곳에서 609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사실상 거의 모든 곳이 자금운용 위반행위를 한 것으로, 액수로 따지면 총 205억 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어린이집보다는 유치원이, 공립보다는 사립이 자금 투명성에 큰 허점을 보였다. 전체 부당사용액 205억 원 가운데 유치원이 182억 원을 차지했다. 교육부는 “대부분의 국공립 유치원, 어린이집은 정부의 재무회계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미미한 회계처리 실수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었다”며 “그러나 사학에 해당하는 사립 유치원들은 이 같은 재무관리시스템이 없어 기관 운영비를 개인 쌈짓돈처럼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운영 규모가 커 위반 가능성이 높은 곳들 위주로 조사한 것이라고 해도 12조 원이 넘는 정부지원금을 받는 유아교육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한 설립자가 여러 개의 유치원을 운영하거나 가족 구성원들이 유치원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가족기업형’에서 비리가 다수 드러났다.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비용 영수증을 복사해 다른 유치원에서 이중 회계처리하고, 친인척 회사와 거래하며 금액을 부풀려 부당거래를 한 경우도 있었다. 실제 근무하지도 않는 가족을 직원으로 올려 월급을 지급한 사례도 많았다. 조사 과정에서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복사와 오리기, 풀칠 등으로 서류 조작을 한 경우도 있었다. J유치원은 원장 개인의 보험료로 쓴 돈 300만 원을 교재비로 처리했다가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은행 이체처리 결과 건별 상세조회의 거래내용란의 ‘보험료’를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별도의 종이에 ‘교재비’라고 타이핑 친 뒤 그 글자를 오려서 지운 자리에 붙였다. 붙인 자국을 은폐하기 위해 해당 자료를 복사해 증빙자료로 첨부했지만 결국 탄로가 났다. 정부는 “정도가 심각한 8곳을 수사의뢰했다”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재무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세입·세출 항목을 세분화해 오는 9월부터 모든 사립 유치원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금 유용이 적발될 경우 정부보조금 재정지원을 배제하고, 이미 지급된 지원금도 환수할 수 있게 관련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는 지급된 이미 지원금은 국고로 환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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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 1, 2학년 한글교육 27→ 60시간 늘린다

    3월부터 초등 1·2학년은 한글과 수학 기초교육을 강화한 새로운 교과서로 수업을 하게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새 교과서는 이전 책 대비 학습 분량이 20%가량 줄었고 난도가 낮아진 게 특징이다. 교육부는 19일 새롭게 바뀐 초등 1·2학년 교과서 내용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학습 분량은 줄이고 학생 참여 활동 등 놀이식 활동은 늘려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도록 했다”며 “과목별 페이지 수도 68∼102쪽씩 줄어 이전보다 책도 훨씬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먼저 국어는 한글 교육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기존에 27시간에 불과했던 1·2학년의 한글 교육 시간을 60여 시간으로 늘리고 연필 쥐는 법부터 자음, 모음, 글자의 짜임, 받침이 없는 글자, 받침이 있는 글자, 겹받침 글자의 순서로 한글을 가르칠 예정이다. 겹받침같이 어려운 내용은 2학년까지 배우도록 했다. 교육부는 “받아쓰기처럼 기계적 방법으로 한글을 암기하기보다는 놀이식 활동으로 수업을 구성했다”며 “특히 1학년 1학기에는 수학 등 모든 교과서의 글자 노출을 최소화하고, 듣기·말하기 중심으로 한글을 몰라도 수업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수학은 수와 기초 연산의 원리를 탐구하는 내용을 늘리고 문항 예시의 난도를 쉽게 했다. 그간 초등 수학의 어려움으로 지적돼 온 스토리텔링 비중도 절반 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다. 기존의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은 주제 중심 수업으로 개편돼 △학교·봄 △가족·여름 △마을·가을 △나라·겨울 등 8개 중심 교재로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교육 강화를 위해 새롭게 마련된 ‘안전한 생활’ 과목은 매주 1시간씩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이론 교육보다 안전체험 활동 중심으로 운영된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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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국정교과서 마녀사냥… 연구학교 철회는 없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경북 경산의 문명고 김태동 교장이 “마녀사냥 때문에 물러설 생각은 없다”며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를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일 문명고를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로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김 교장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정 교과서 반대는 내용이 다 나빠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슈 때문이라고 본다”며 “지금의 상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학교를 향한 마녀사냥 때문에 연구학교를 철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당초 국정 교과서 사용을 고려한 건 검정이냐 국정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이 혼란이 없도록) 한 가지 책으로 한 가지 역사 사실을 가르치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국정 교과서를 놓고 논란이 많아 ‘안 하는 게 맞나’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내용의 옳고 그름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이런 일이 일어난 만큼 ‘그렇다면 비교 연구를 해보자’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학교의 목적이 그런 것 아니냐”며 “인터넷상에 논란이 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국정과 검정을 비교해 볼 요량”이라고 밝혔다. 김 교장은 연구학교 신청 과정에서 반대 교사의 의견을 묵살했다는 지적에 대해 “도교육청에서 교사 동의조건이 필요 없다는 공문이 왔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연구학교 신청을 하려면 교원의 80%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조사해보니 73%였다”며 “그래서 철회하려 했는데 교원 동의조건이 필요 없다기에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교과서 신청으로 학내외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선 “처음엔 이렇게 마녀사냥이 될 줄은 몰랐는데 우리가 유일한 신청 학교가 되다보니 마치 우리가 나쁜 것처럼 돼 버렸다”며 “부담이 되지만 그래도 그런 것 때문에 물러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위하는 학생들에게 ‘23일까지 기다려보자’고 한 것은 국정 교과서 금지법이 국회에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회가 (회기인) 23일 안에 금지법을 통과시키면 국정 교과서를 법적으로 못 쓰기 때문에 기다려보자고 한 것이지 그때까지 연구학교 신청을 재고해보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문명고 학생회는 18일부터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지지해 달라는 서명운동을 펼쳐 19일까지 6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0일 오전부터 다시 문명고 앞에서 국정 교과서 사용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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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식 “학교 국정교과서 선택 방해 전교조에 법적조치”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일부 교육청과 시민단체가 학교의 교과서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개별 학교의 국정 역사 교과서 선택 자율권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및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연구학교 신청을 검토한 울산의 한 중학교를 찾아가 압력을 행사한 것을 의식한 행보다. 이날 이 부총리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발표장에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및 이창재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과 함께 섰다. 이 부총리는 “국정 교과서 신청 움직임이 (일부 교육청 등의) 방해 활동에 의해 상당히 위축됐다고 본다”며 “위법 부당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형사 처벌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행자부 장관 및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과 함께 발표 연단에 선 것은 국정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를 압박하는 진보 진영의 움직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7-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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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 초등생, 일찍 일어나는 습관 기르고 용변 보는 법 연습을

    《2017학년도 초등학교 1학년들의 입학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예비 학부모들로서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서 잘할 수 있을까’ 기대와 함께 걱정도 드는 시기다. 많은 경우 예비 학부모들은 아이가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한글, 숫자 등 ‘학업’을 걱정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업 준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생활 준비’라고 말한다. 남은 한 달 동안 관심을 가져야 할 준비 항목을 알아봤다.》 기상 시간은 오전 7시 반 초등학교의 등교시간은 오전 8시 40분까지다. 학교에 늦지 않게 준비하려면 7시에서 7시 30분 즈음에는 일어나야 한다. 만약 아직도 이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는 아이가 있다면 입학 전까지 기상 시간을 매일 10∼20분씩 당겨 입학 즈음에는 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게 좋다.정리정돈 습관화 학교에 입학하면 책과 준비물, 알림장 등 챙길 것이 많아진다. 초1 아이들에게는 가방을 제대로 챙기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 미리 책가방을 구입해 책을 넣는 자리와 필통을 넣는 자리, 선생님이 보내주는 통신문을 넣을 자리 등 가방의 제자리를 미리 정해주면 아이 스스로 물건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된다. 학교 교실에 있는 개인 사물함을 제대로 정리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정리정돈을 힘들어하거나 자신이 둔 물건을 잘 못 찾는 아이라면 반복적으로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등·하굣길 익히기 입학 전 학교 가는 길, 또 집에 오는 길을 아이와 부모가 함께 오가며 학교 가는 길을 친숙하게 만들어주면 좋다. 등·하굣길에 찻길이나 위험한 시설물이 있다면 해당 지점을 지날 때 조심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반복해 지도해줘야 한다. 오가는 길에 있는 큰 건물 등을 인지시켜 아이가 길 찾기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면 좋다.용변처리법 가르치기 초1 학생들은 40분 수업을 하고 10분간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이 때 아이들이 화장실에 가서 줄을 서 용변을 해결해야 하는 만큼, 갓 입학한 아이들로서는 화장실에 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 있다. 화장실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아 용변을 참다가 수업 도중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급한 경우 언제든 손을 들고 선생님께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얘기할 수 있도록 집에서 알려주는 게 좋다. 대소변을 본 후 스스로 뒤처리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연습해야 하고, 쉽게 옷을 내리고 올릴 수 있도록 편안한 옷을 입혀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양변기 생활만 해본 경우가 많지만 일부 학교에는 여전히 재래식 변기가 있는 만큼 사용법을 몰라 거꾸로 앉거나 발이 빠지지 않도록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다.급식 적응하기 학교에 가면 1∼6학년이 같은 메뉴의 급식을 먹기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매운 음식이 나올 수 있다. 매운 음식을 먹지 않는 아이라면 음식을 남기거나 편식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금씩 매운 음식을 맛보는 연습을 하면 좋다. 급식으로 나오는 우유나 요구르트 등을 스스로 먹으려면 우유팩 입구를 벌릴 줄 알아야 하고 요구르트 뚜껑도 딸 줄 알아야 한다. 손가락 위치를 잡아주는 유아용 젓가락만 쓸 줄 아는 아이의 경우, 학교에서 나오는 성인용 젓가락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일반 젓가락을 써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점심시간은 1시간이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식사를 마친 후 점심시간을 활용해 놀이를 하는 만큼, 30분 안에 식사를 마치는 연습도 필요하다.학교에 대한 인식 아이에게 학교는 즐거운 곳이고 기대되는 곳이며 선생님은 믿고 따를 수 있는 분이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아이가 편안하게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 학부모가 지나치게 적응을 걱정하거나 교사를 불신하면 그 감정이 아이에게 전이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밝게 인사하고 고운 말을 쓰는 아이는 친구들뿐 아니라 선생님에게도 좋은 인상을 준다. 평소 짓궂은 표현이나 욕을 사용하는 아이라면 학교에서 그런 말을 쓰지 않도록 엄격하게 가르쳐야 한다.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 20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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