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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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6-05-14~2026-06-13
문화 일반69%
문학/출판16%
인사일반6%
연극3%
인터넷/PC통신3%
기타3%
  • 방송인 유재석 돌파감염

    방송인 유재석(49·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소속사 안테나가 13일 밝혔다. 안테나는 “올해 9월 2차 접종을 완료한 유재석이 11일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 통보를 받았다. 1차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13일 2차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재석은 예정된 스케줄을 모두 취소했다. 유재석은 현재 MBC ‘놀면 뭐하니?’,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SBS ‘런닝맨’ 등에 출연 중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촬영하기 어렵게 됐다. 유재석은 연말 방송사 연예대상을 비롯해 각종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차질을 빚게 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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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바도르 달리’ 마력이 달리 보인다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문제적 아티스트다. 생전 “세상은 나를 우러러볼 것”이라며 거침없는 행보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고, 실제 매우 유명했기에 사후에도 위작 시도가 많았다. 2004년 핀란드 헬싱키박물관에서 달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념전시는 작품 대부분이 모조품으로 확인돼 전시가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and Reality’는 국내 처음으로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 협업해 유화, 삽화, 영화, 애니메이션 14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달리 작품의 주요 소장처인 스페인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 미국 플로리다 미술관,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된다. 달리 재단의 몬트세 오거, 후안 세비아노 디렉터는 “1000점의 유화로 구성된 달리의 회화 전작 도록은 재단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돼 있다. 조형 작품도 기록하고 있다. 우선 그래픽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디지털 목록을 발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작품을 보면 의외의 면에 놀라게 된다. 깔끔한 채색과 정밀한 소묘, 완벽한 원근법 때문이다. 달리는 비사실적 대상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달리는 이 화법을 ‘편집광적 비판’이라 이름 붙였다. 환각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그래서 달리 그림에는 익숙함과 생경함이 공존한다. ‘유령 마차’(1933년)는 달리의 고향 스페인의 엠포르다 대지가 배경이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풍경은 마차 왼쪽에 어렴풋이 그려진 해골, 건물처럼 보이는 마차 운전자 등 수수께끼 같은 사물들로 인해 긴장감을 자아낸다. 의외의 장소에 놓인 왜곡된 사물. 달리 그림의 특징이다. 그는 개미, 목발, 줄넘기하는 여자, 신발, 사이프러스 나무 등을 반복해 사용했다. 달리는 죽은 박쥐 위를 기어 다니던 개미 떼를 보곤 “시간을 먹는 위대한 존재”라 생각했다. 개미에게서 죽음과 부패를 본 달리는 개미핥기를 키울 정도로 개미를 무서워했다. 그는 목발에서 “엄청난 권력과 엄숙함”을, 줄넘기하는 여자에게서 “어린 시절 순수함”을 느꼈다. 학교 창밖으로 종일 바라보던 사이프러스 나무는 죽음과 고독을 의미했다. 어린 시절 나폴레옹이 되길 꿈꿨던 달리의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1945년)에서는 목발이,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 폭탄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네로의 코 주위의 탈물질화’(1947년)에서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다. 죽은 형의 이름을 물려받은 달리의 내면은 불안감과 호기심으로 차 있었다. “이 전시는 달리 머릿속으로의 여행”이라는 설명처럼 전시장 곳곳에는 달리에게 자극이 된 대상을 볼 수 있다. 달리의 뮤즈인 아내 갈라(1894∼1982)와 밀레의 ‘만종’을 재해석해 그린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달리는 ‘만종’을 두고 “몇 년이나 나를 쫓아다니며 모호한 위기감을 유발시켰다”고 했다. 감자 바구니가 관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만종’을 X선 촬영한 결과 감자 바구니 아래에 관으로 추정되는 작은 나무 상자 밑그림이 발견됐다고 한다. 모래 사막 속 아내와 ‘만종’에 등장하는 두 인물을 그려넣은 ‘슈거 스핑크스’(1933년)는 ‘만종’을 새롭게 해석해 그린 작품 중 하나다.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1974년)에서도 보듯 갈라는 수많은 작품 속 모델이었다. 달리는 작품에 사인할 때 갈라의 공헌을 표하며 ‘갈라 살바도르 달리’라고 남기기도 했다. 사망 1년 전인 1988년, 병원에 실려 간 달리가 처음 요청한 건 TV였다.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뉴스를 보겠다는 것.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던 달리. 그는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영화·연극 연출가로 폭넓게 활동했다. 도발적인 언행은 시대를 앞선 그의 예술이 있기에 또 하나의 마력이 된다. 내년 3월 20일까지. 2만 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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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DP 찾아온 ‘문제적 아티스트’ 달리의 ‘진짜’ 작품…익숙함·생경함 공존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분명 문제적 아티스트다. 생전 “세상은 나를 우러러볼 것”이라며 거침없는 행보로 대중을 들썩이게 했고, 실제로 매우 유명했기에 사후에도 위작 시도와 논란이 많았다. 실제 2004년에는 핀란드 헬싱키박물관에서 달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전시를 열었는데, 대부분 모조품이라 중단된 바 있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and Reality’가 유의미한 건 앞선 사건들 때문이다. 이 전시는 국내 최초로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 협업해 유화, 삽화, 영화, 애니메이션 140여 점의 원작이 시기별로 선보여진다. 달리 작품의 주요 소장처인 스페인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 미국 플로리다 미술관,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된다. 달리 재단의 몬트세 오거, 후안 세비아노 디렉터는 “진품 여부를 확인하는 연장선상에서 현재 1000점의 유화가 포함된 달리의 회화 전작 도록은 재단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돼있다”며 “회화뿐 아니라 3차원 조형작품을 정리해 기록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그보다 앞서 달리의 그래픽 작품들을 모아볼 수 있는 디지털 목록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품을 보다가 놀라는 지점은 깔끔한 채색과 정밀한 소묘, 완벽한 원근법이다. 달리의 작품이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건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달리는 비사실적 대상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달리는 이 화법을 ‘편집광적 비판’이라 이름 붙였다.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환각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달리 그림에는 익숙함과 생경함이 공존한다. 출품작 ‘유령 마차’(1933년)는 달리의 고향 스페인의 엠포르다 대지를 배경으로 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풍경은 마차 좌측에 어렴풋이 그려진 해골, 건물처럼 보이는 마차 운전자 등 수수께끼 같은 사물들로 인해 긴장감을 띠게 된다.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나 의외의 장소에 놓인 왜곡된 사물. 달리 그림의 상징적인 사물은 잘 알려진 ‘녹아내린 시계’만은 아니다. 그는 개미, 목발, 줄넘기하는 여자, 신발, 사이프러스 나무 등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달리는 죽은 박쥐 위를 기어 다니던 개미떼를 보곤 “시간을 먹는 위대한 존재”라 생각했다. 개미에게서 죽음과 부패를 본 달리는 개미핥기를 키울 정도로 개미를 무서워했다고 한다. 그는 목발에서 “엄청난 권력과 엄숙함”을, 줄넘기하는 여자에게서 “어린시절 순수함”을 느꼈다. 에로티시즘의 상징으로 신발을 사용했으며, 학교 창밖으로 종일 바라보던 사이프러스 나무는 죽음과 고독을 의미했다 관람객이 작품을 보며 느끼는 불안감과 호기심은 달리 본인의 내면이기도 했다. “이 전시는 달리 머릿속으로의 여행”이라는 재단 측 설명처럼 곳곳에는 달리에게 자극이 된 대상들이 소개된다. 달리의 뮤즈인 아내 갈라(1894~1982)와 밀레의 ‘만종’이 대표적이다. 달리는 만종을 두고 “몇 년이나 나를 쫓아다니며 모호한 위기감을 유발시켰다”고 했다. 감자바구니가 관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죽은 형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달리는 무의식적으로 공포를 느낀 것이다. 그는 이후 만종을 재해석한 그림들을 제작하는데 ‘슈거 스핑크스’(1933년)도 그중 하나다. 이는 달리 작품에 갈라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초기작이기도 하다. 달리는 작품에 사인할 때 갈라의 공헌을 표하며 ‘갈라 살바도르 달리’라고 남기기도 했다. 사망 1년 전인 1988년, 병원에 실려 간 달리가 처음 요청한 것은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뉴스를 볼 수 있도록 TV를 갖다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달리. 그는 한계를 두지 않고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영화·연극 연출가로서도 광범위하게 활동했다. 오만할 정도로 도발적인 언행은 시대를 앞선 그의 예술이 있기에 또 하나의 마력이 된다. 내년 3월 20일까지.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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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CTV, 범죄 아닌 ‘이야기’를 담아내다

    백남준(1932∼2006)을 세상에 알린 작품은 1974년 독일에서 선보인 ‘TV부처’다. 불상 앞에 TV가 있고 TV 뒤에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화면에 부처의 모습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마치 부처가 TV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상념에 빠진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관람객과 평론가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다. 이후에도 이 작품은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TV와 전통을 상징하는 불상 간의 소통을 시도하며 새로운 자기 인식 방법에 대한 담론을 제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보상자로 지탄받던 TV는 백남준의 손을 거쳐 예술 매개로 탈바꿈됐다. 그로부터 약 50년이 흐른 올해, 낯선 방법으로 미디어를 활용한 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펼쳐졌다.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캠프, 미디어의 약속 이후’는 TV와 라디오, 인터넷 등 미디어가 우리 삶을 빈틈없이 차지하고 있는 오늘날 각 매체의 다른 기능성을 모색한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2020년 수상작가인 ‘캠프(CAMP)’는 인도 뭄바이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협업 스튜디오다. 국제예술상은 백남준아트센터가 2009년부터 백남준의 실험정신을 계승한 작가에게 수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신작 ‘카메라의 라이브 안무’는 감시매체가 아닌 예술매체로서의 CCTV를 조명한다. 캠프는 구도심과 도시 재생이 공존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을지로의 대림상가를 골라 올해 10월 건물 옥상에 무인 작동 CCTV를 세웠다. 1시간마다 움직임의 범위가 설정된 카메라는 그간 잘 비춰지지 않았던 도시의 주변 이야기를 담아낸다. 전시실과 웹사이트에서는 전시 기간 동안 실시간으로 영상이 재생된다. 2008년, 이들은 아일랜드공화국군(IRA) 테러 이후 CCTV를 대거 설치한 영국 맨체스터 쇼핑몰 등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 아트센터에서 만난 작가들은 “관객들은 CCTV를 통해 범죄 현장이나 사건을 목격하길 기다린다. 하지만 영상을 영화처럼 보면 CCTV가 지나가는 강아지나 이웃이 키우는 채소 등 친밀한 장면을 훨씬 더 많이 찍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 미적인 발견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관성에서 벗어나 미디어 매체를 활용했다는 말이다. 전시장에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캠프의 주요 작품들을 8개 대형 스크린에 펼쳐놓은 ‘무빙 파노라마’, 소수만 접근 가능했던 백남준 아카이브 자료를 온라인에 오픈해 아카이브가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파일럿 프로젝트 ‘비디오 아카이브에 대한 제안’도 있다. 세 파트로 나누어진 전시는 조촐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의미가 묵직하다. 이미 우리의 환경이 돼버린 미디어의 생경한 모습을 보며 기술에는 하나의 용도만 있진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들은 “미디어 인프라 위에서 개인들이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행동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27일까지. 무료.용인=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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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예술-지식 집대성한 네덜란드 최고 명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에 필수불가결의 존재는 지도였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을 확인하면 된다지만, 17세기 여행의 민족 네덜란드인에게 지도는 귀중했을 것이다. 네덜란드인들은 지도를 들여다보며 여행의 이미지를 그리고 꿈과 미래를 생각했다. 그렇기에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지역이 그려진 지도가 9∼12권의 책으로 총망라된 ‘아틀라스 마이오르’(대세계지도·1662∼1672년)는 당대 최고의 가치를 지닌 아이템이었다. 책은 이 지도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히 추적한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였다. 세계 최초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로 상징되는 해상무역 덕분이었다. 동시에 이 시기 네덜란드는 지식의 개방성을 장려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 프랑스와 함께 유럽 사상의 3대 중심지였던 네덜란드에서는 인쇄, 도서 산업도 유례없는 성장을 구가했다. 이러한 두 조건 덕택에 네덜란드인은 지리학에 대한 관심, 더 나아가 지도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이에 지리학자 오르텔리우스는 1570년 최초의 근대적 지도책 ‘세계의 무대’를 만들어 판매한다. 그전까지 지도는 두루마리 형태로 말려 있는 데다 무거워서 사용하기 불편했다. 오르텔리우스는 학자들이 만든 지도를 수집해 각 지도에 관한 설명을 달아 책으로 만들어냈다. 무역으로 부를 쌓아 신흥 지배계급이 된 이들 사이에선 개인 도서관을 만드는 게 유행이 됐고, 도서관에 화려한 지도책을 갖추는 게 문화가 됐다. 이에 지도책이 폭발적으로 제작됐는데, 그중에서도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최고가였다. 네덜란드 지도책 제작의 명가 블라외 가문이 만든 이 지도책에는 당시 가장 트렌디한 이론이었던 지동설을 포함한 천문학적 이미지들이 아름답게 표현돼 있었다. 당시 유럽 전역에서는 한 세기 전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가 제기한 지동설이 핫이슈였다. 네덜란드에서는 1633년 지동설을 지지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로마 종교재판 이후 지동설 논쟁이 한층 뜨거웠다. 이런 배경 속에서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물질적·지적 풍요로움을 표상하는 상품으로 정착했다. 흑백과 채색 판본 두 가지로 제작돼 라틴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으로 출간됐는데, 채색본의 경우 현재 가치로 약 2만 유로(약 2700만 원)의 고가였다. 그림도 극도로 사치스럽고 화려했다. 이 지도책의 특징은 당대 네덜란드의 예술 흐름을 잘 보여준다는 점이다. 제1권의 삽화를 보면 인물이 여러 겹의 주름으로 풍성하게 표현된 의상을 입고 있으며 그 위로는 아기 천사들이 있다. 이는 고전주의 회화의 전형적 소재로, 네덜란드가 그리스·로마 철학과 미술에 관심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또 지도에 많이 쓰인 빨강, 파랑, 노랑은 당시 일상복의 대표 색이었다. 사회 전반을 담아내고 있는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단순히 길을 찾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인들의 성공과 권위, 자긍심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미술사가인 저자는 아틀라스 마이오르를 보고 ‘황금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예술품’이라 칭한다. 지도책의 색채와 상징, 채색 등을 곱씹으면 그 예술적 가치가 새삼 경이롭게 다가올 것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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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서 최고로, 탐험가 정신으로 콘텐츠 개척… 오리지널의 힘, 세계가 인정

    《채널A가 1일로 개국 10주년을 맞았다. 채널A는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 따듯한 웃음과 감동,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한결같은 자세로 달려왔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창의적으로 구축해온 오리지널 콘텐츠, 현장에 발을 딛고 길어낸 불편부당한 뉴스는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사랑에 힘입어 채널A는 슬로건인 ‘꿈을 담는 캔버스’에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탁월한 콘텐츠를 더 많이 그려나갈 예정이다.》채널A는 예능, 교양, 드라마 등 각종 장르에서 탐험가 정신을 발휘해 콘텐츠를 개척해왔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포착함으로써 채널A만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을 축적해온 것.○ ‘최초 시도’로 선도해온 방송 트렌드 채널A의 인기 프로그램에는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유독 많다. 2011년 개국과 함께 시작한 종합편성채널 최장수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국내 첫 ‘탈북 예능’이다. 탈북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북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2013년 여러 종목의 전직 국가대표와 현역 선수들이 대결한 ‘불멸의 국가대표’는 국내 ‘스포엔터테인먼트’의 시초다. 2015년 시작한 첫 반려동물 관찰 예능 ‘개밥 주는 남자’는 확산되는 반려문화를 빠르게 포착해 연예인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리얼리티 예능에 처음으로 ‘동거’를 입힌 ‘하트시그널’ 시리즈는 2017년부터 대한민국에 ‘썸’ 열풍을 일으켰다. 모든 시즌이 TV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연애 리얼리티의 새 지평을 열었다. 첫 낚시 예능 ‘도시어부’는 중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낚시를 국민 레저로 탈바꿈시켰다. 낚시의 특성상 ‘침묵 예능이 가능하겠느냐’는 방송가의 의구심도 있었지만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착상은 이후 또 다른 히트작 ‘아이콘택트’의 ‘토크보다 강한 침묵’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문법을 개척해 나간다는 호평을 받았다. 올 상반기(1∼6월)를 뜨겁게 달군 첫 군대 예능 ‘강철부대’는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6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세계로 뻗어가는 오리지널의 힘채널A의 콘텐츠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등을 통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트시그널’은 중국 미국 일본 등에 판권과 방영권 등을 판매했고, 유럽 오세아니아 등에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한 플랫폼사가 포맷을 구입해 만든 중국판 하트시그널은 시즌4까지 나올 만큼 오리지널 IP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육아 비법을 전하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 이어 현대인의 힐링 프로그램으로 진화한 ‘오은영의 금쪽상담소’까지, 오은영 박사를 중심으로 한 ‘금쪽 시리즈’는 넷플릭스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해 채널A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올린 ‘거짓말의 거짓말’, 지난달 29일 첫선을 보인 드라마 ‘쇼윈도: 여왕의 집’ 역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각국에 선판매가 이뤄졌다. ○ 계속 이어지는 탁월한 콘텐츠채널A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는 계속 이어진다. 당장 내년 상반기에 기대작을 연이어 선보인다. 2월 방영 예정인 ‘강철부대2’는 지난 시즌에 선전했던 부대원뿐만 아니라 또 다른 특수부대원들도 도전장을 내밀어 더욱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4월 론칭할 K뮤직 오디션 ‘청춘스타’는 ‘하트시그널’ 제작진이 만드는 또 하나의 청춘 유니버스. 피땀 나는 경쟁과 눈물 나는 연대를 통해 뮤지션들이 청춘스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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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업공간이 곧 작품… 원본 없는 ‘伊런 전시’

    유명 예술가의 이름을 보고 전시장을 찾았는데 정작 원화(原畵)가 별로 없어 실망한 경험이 있는 관람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19년 ‘야수파 걸작전’이나 올해 ‘아트 오브 뱅크시’ 전시는 복제본이 다수 포함돼 관람객으로부터 아쉬움을 샀다. 양질의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원본 출품 여부는 중요한 조건이다. 하지만 그럴듯한 원본이 없음에도 작가들의 예술관을 잘 표현한 전시도 있다.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지난달 8일 열린 ‘토일렛페이퍼: 더스튜디오’ 전시는 ‘이미지의 순환’이라는 작가들의 목표를 잘 보여준다. 전시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 잡은 사진잡지 토일렛페이퍼의 본사 스튜디오를 재현했다. 올 9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 이후 처음 대중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공간을 통째로 재현한 데는 이유가 있다. 토일렛페이퍼는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61)과 사진작가 피에르파올로 페라리(50)가 2010년 창간한 잡지다. 이번 전시도 두 작가가 주도했다. 잡지 토일렛페이퍼는 ‘쉽게 쓰고 버리는 화장지처럼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잡지’를 콘셉트로, 글이나 광고 없이 이미지만으로 구성됐다. 전시를 담당한 김현경 큐레이터는 “토일렛페이퍼는 삶의 환경 속으로 예술을 다양하게 재활용하는 작업을 시도해 왔다. 작업 공간을 보여주는 건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드러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화려하다 못해 과하게 느껴지는 색상과 무늬로 가득하다. 이탈리아 실제 스튜디오의 입구, 거실, 주방, 정원, 복도 등이 재현된 공간 벽면에는 잡지에서 선보인 작품 사진들이 인화돼 있다. 빨간 립스틱을 든 남성들, 살아 있는 개구리를 넣은 햄버거, 한쪽 날개가 가위로 잘릴 위험에 처한 카나리아 등…. 강렬한 원색과 파격적인 소재가 눈길을 잡아끈다. 전시장 한편에는 실제 스튜디오 내부를 담은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원스튜디오에서 가져온 컵, 거울, 의자, 소파 등 500여 점의 오브제들도 곳곳에 놓여 있다. 카텔란의 예술 활동을 살펴보면 이번 전시 철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는 2019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바젤에서 페로탕 갤러리 벽면에 바나나를 붙인 작품 ‘코미디언’을 선보였다. 작품은 약 1억5000만 원에 팔렸는데, 전시 마지막 날 한 행위예술가가 바나나를 먹어버렸다. 잠시 후 전시 관계자가 그 자리에 새로운 바나나를 붙였다. 작품은, 중요한 건 바나나가 아니라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그 자체로는 예술적 가치가 없는 대상이 작가의 손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과정을 풍자한 것으로 평가된다. 토일렛페이퍼 작품은 인쇄나 복사와 뗄 수 없는 사진이기에 회화 등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 원본의 가치가 덜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는 일상용품과 예술품의 경계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2월 6일까지. 4000∼5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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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맨스인지, 불륜인지 혼란 주고싶어요”

    《“주변에서 ‘이번에 들어가는 드라마는 어떤 작품이냐’고 물으면 전 ‘막장 드라마야∼’라고 말해요.”최근 만난 채널A 드라마 ‘쇼윈도: 여왕의 집’ 주연 송윤아(48)는 거리낌이 없었다. “막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진 않지만 사실 엄연히 따지면 막장 아닌 드라마가 몇이나 있나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29일 처음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미스터리 치정 멜로 장르다. 능력 있는 남편과 함께 화목한 가정의 엄마로 살아온 한선주(송윤아)가 남편 신명섭(이성재)의 불륜 대상인 윤미라(전소민)의 사랑을 응원하다 상대가 자신의 남편인 걸 알게 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배신당한 한선주의 곁에는 동생 한정원(황찬성)이 남아 그를 지킨다. 같은 자리에 있던 이성재(51), 전소민(35), 황찬성(31)은 ‘현실적인 내용’이라고도 했다. 이성재는 “일상과는 조금 거리가 먼 사랑 이야기가 있다면, 이 작품은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아이돌 2PM의 멤버이자 연기자인 황찬성은 “멤버들에게 ‘불륜 드라마’라고 말해주면 토끼 눈이 되는데, 세세히 이야기해주면 리액션이 다채로워지더라”고 했다. 극은 중견배우인 송윤아와 이성재가 중심이 된다. 둘은 사회복지재단의 이사장이자 세계적 패션그룹 라헨의 장녀인 한선주, 라헨을 키운 유능한 남편 신명섭을 연기한다. 이들은 1997년 드라마 ‘지평선 너머’ 이후 2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이성재는 “송윤아 씨가 출연한다고 해서 수락했다. 이제까지 두 번 이상 호흡을 맞춘 배우가 없었다. 서먹한 사이보다도 친한 사이에서 연기하는 게 개인적으로 시너지가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이들과 전소민, 황찬성의 케미도 시청 포인트다. 한선주는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여동생이 죽은 아픈 가정사를 갖고 있는데, 한선주의 아버지가 첫 불륜 후 데려온 이복동생이 한정원이다. 올 1월 군 전역 후 첫 작품으로 이 드라마를 선택한 황찬성은 “‘내가 이 장르에서 잘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것도 도전이었다”고 했다. 윤미라는 한선주 모친의 인정을 받기 위해 라헨을 키우는 데 공들여야 했던 신명섭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인물이다. 이성재는 “시청자들에게 이게 로맨스물인지 불륜물인지 혼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전소민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사랑스럽고 밝은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졌다. 그는 “최대한 시청자들을 많이 놀라게 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어 “대개 내연녀는 섹슈얼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비쳤지만 윤미라는 생각보다 평범하다. 물론 독한 성격이 있지만 이는 자기방어적인 기제다. 이런 현실적인 면모 때문에 나를 선택한 것 아닐까 싶다”고 했다. 드라마 안에는 전소민과 송윤아가 만들어낸 워맨스, 완벽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 하는 송윤아의 이성재를 향한 사랑, 누나만을 바라보며 희생하는 황찬성의 사랑 등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다. “자신을 버릴 때 손해 보는 느낌이 없다면 그건 사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송윤아와 이성재의 말처럼 드라마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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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김환기와 피카소의 차이는?

    우리나라 미술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 원에 낙찰된 수화 김환기의 두 폭짜리 점화 ‘우주 5-IV-71 #200’(1971년)이다. 해외 작가와 비교해 보자.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은 경매 최고가가 2000억 원에 달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는 5000억 원 낙찰로 세계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국은 피카소가 태어난 스페인보다 경제대국이며, 다빈치의 나라 이탈리아와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갖고 있다. 문화는 경제의 거울이라고들 하는데,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 이는 세계 미술계 구조의 영향이 크다. 비서구 국가들에 근대화는 곧 서구화였다. 자국의 전통미술은 낡은 것으로 치부됐다. 자연스레 비서구 국가들의 미술사는 상당 부분 서구 미술사조를 순차적으로 도입한 역사로 기술됐다. 이러한 문화의 일원화 현상은 시장으로도 이어진다. 오늘날 세계 미술계에서 서구의 주요 미술관과 큐레이터들은 일종의 인증기관을 담당하고 메이저 갤러리와 경매회사는 작품을 유통시킨다. 서구 미술계는 시장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작가의 예술성, 갤러리의 작품 관리, 컬렉터의 기반이 모두 안정적인 구조다. 반면 주변국의 미술시장은 지역의 미술 생태계 자체가 아직 불안정하다. 세계화로 인해 서구 유명 작가들의 수억 원대 작품에 더해 수천만 원대의 판화까지 가세하면서 비서구 미술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으로 구매력과 화랑의 규모 등 한국 미술시장의 기초체력은 향상됐다. 그럼에도 한국 미술품, 특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 한국 미술의 성장성을 보고 서구 메이저 화랑들이 국내에 지점을 냈지만 한국 작가 발굴이 아닌 소속 작가 작품 판매가 우선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술품 경매가가 뉴스가 되는 이때, 책은 자본주의와 함께 걸어온 미술의 역사를 톺아보며 한국 미술의 질적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짚는다. 경제학과 미술사를 모두 공부한 저자는 우리 미술사를 한국의 독자적인 성취의 역사로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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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생아의 눈으로 본 세상, 그 모호함

    전시장 문을 열면 흰 덩어리 2개가 붙어서 빙글빙글 돈다. 한 행성의 3D 버전 같기도 한데, 군데군데 숫자 팻말이 있다. 뒤에 놓인 세 개의 나무 막대는 서로 닿을 듯 닿지 않으며 사방으로 허우적댄다. 작품 ‘모르는 마을’(2021년)이다. 답답함이 몰려오는 이 전시 ‘Maybe it‘s like that’. 제목마저 갑갑하다. ‘모르는 마을’을 만들게 된 계기는 아이였다. 서울 종로구 OCI미술관에서 만난 양정욱 작가(39)는 최근 아이가 태어났다며 입을 뗐다. “돌도 안 된 아이에게 뭔가를 설명하려 해도 명쾌하게 해설할 수 없고, 알아듣지도 못하죠. 그런데 이게 전시의 목적인 것 같아요. 우리가 새로운 작품을 보는 건 기존 언어로 정의되지 않는 무언가를 보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서니까요.” 이를 듣고 나면 ‘모르는 마을’의 흰 덩어리는 자세히 설명하길 포기하고 핵심만 짚어준 상황으로, 막대기는 절묘하게 엇갈리는 생각들로 각각 보인다. 기존에 작품마다 문장형 제목을 붙이고 나무를 주 재료로 써왔던 그는 이번엔 제목을 짧게 정하고 나무 사용도 최소화했다. 양 작가는 “10년 가까이 활동하다 보니 대중이 좋아하는 걸 안다고 생각했다. 한데 아이가 태어나자 내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첫 아이라 키우는 과정에서 수시로 ‘이게 맞나?’ 하는 의문이 생겼고, 그게 활력이 됐다. 그 느낌을 작업에 소환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전시장에는 보물찾기 같은 작품도 있다. ‘일시적인 약도’는 2층 전시장 난간에 나무 조각, 실, 철사 등으로 지도를 표현한 것으로, 얼핏 보면 쓰레기를 흩어 놓은 것 같다. 이 작품은 양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됐다.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아 막대로 땅에 그림을 그려가며 목적지를 설명한다. 작가가 인근을 한 바퀴 돌고 왔더니 둘은 사라졌다. 사정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그 그림은 쓸모없는 것이지만, 작가는 설명의 흔적임을 안다. ‘일시적인 약도’의 재료도 작업을 하고 남은 것들이다.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는 그는 항상 ‘나는 충분히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나?’ 되뇐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배도 고파 보고, 버스도 타는 등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뒹굴어야 작품이 보인다고 한다. “제가 다루는 주제는 누구나 한 번은 보거나 접하게 될 수 있어요. 그게 예술이 해야 하는 일 같아요. 누군가는 한 번 겪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요.” 12월 18일까지.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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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작가 3인, 전통 회화가 지닌 평면성에 도전장

    ‘여성 작가 3인의 예술 활동.’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IMA Picks 2021’의 주제는 얼핏 진부해 보이지만 의미가 있다. 미술계에서 여전히 여성 서사의 역사는 짧기 때문이다. 세계 유명 미술관들은 여성 화가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는 17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화가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첫 회고전을 열었고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은 2017년 더 많은 여성 예술가를 조명하겠다고 밝혔다. ‘IMA Picks 2021’은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미술관은 지금 주목할 작가로 세 여성 작가 윤석남(82) 홍승혜(62·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학과 교수) 이은새(34)를 꼽았다. 윤율리 일민미술관 선임큐레이터는 “세 작가는 회화에 기반을 두면서도 전통 회화가 지닌 평면성에 도전장을 내미는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시작한 IMA Picks는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 3명을 조명하는 전시다. 격년으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못하고 올해 개최됐다. 이은새는 형체가 일그러진 회화를 선보인다. 기존에 작가는 술에 취한 여성 등 여러 모습의 여성을 그렸다. 그러나 그는 ‘나 역시 여성을 이미지의 소재로 재생산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이에 이번 전시에서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재현하지 않은 추상화를 선보였다. 그가 처음으로 철판 조각에 작업을 한 작품 ‘리핑’ 시리즈(2021년)는 잘려진 쇠의 테두리와 평면 위에 그어진 금이 모두 회화적 선처럼 보인다. 철판의 두툼한 옆면에는 유화 물감을 칠했다. ‘미니’는 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곡선을 그렸고 철판 옆면은 노란색, 파란색으로 채색했다. 작가가 “극단적 그리기”라 표현한 이 시리즈는 조각임에도 회화처럼 보인다. 홍승혜의 작품은 회화라는 걸 떠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 서정적인 유화를 그리던 그는 1997년 백지 평면 작업에 답답함을 느꼈다. 눈을 돌린 건 컴퓨터의 픽셀이었다. 기하학적 도형으로 표현한 설치 작품 ‘공중무도회’(2021년)는 2차원 평면과 3차원 공간을 넘나들며 유희를 선사한다. 작품의 공간성에 대한 고민은 그의 퍼포먼스 작품 ‘연습’(2021년)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매주 토요일 오후 1∼5시, 퍼포머 5명은 시작 시간은 물론이고 러닝 타임도 정하지 않고 전시장 중앙에 놓인 무대와 전시 공간을 돌아다닌다. 무대 안과 밖의 경계를 지운 것. 첫 퍼포먼스이기에 제목 또한 ‘연습’이다. 작가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용기는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할 때 생긴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여성인 자신의 존재를 회화로 탐구하는 윤석남은 삶의 의미를 되묻다 마흔이 넘어 미술에 입문했다. 서양화를 그리다 조선 화가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을 접한 뒤 한국화에 기반한 여성 초상화를 그렸다. ‘소리 없이 외치다’(1992∼2009년)처럼 캔버스가 아닌 나무틀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전시장 초입에는 ‘식탁’(1987년) 같은 초기작 서양화와 ‘고카츠 레이코 초상’(2021년)이 나란히 놓여 있다. 초상의 주인공은 윤 작가의 활동에 도움을 준 일본인 큐레이터다. 1982년 첫 개인전에 출품한 어머니의 초상부터 2000년대 이후의 미공개 드로잉 등을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세대의 작가들이지만 전시장 밖을 나갈 때쯤이면 이들의 나이는 중요치 않아진다. “젊은 작가들과 함께 전시할 수 있어 ‘잘 늙어왔구나’ 생각한다. 그림이란 것은 내가 모르는 너와 내가 통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는 윤석남의 말처럼. 내년 2월 6일까지. 5000∼7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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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탄소년단, 히트곡 ‘버터’로 美버라이어티 ‘올해의 음반’ 수상

    방탄소년단(BTS·사진)이 히트곡 ‘버터’로 미국 유명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의 ‘올해의 음반’ 수상자로 선정됐다. 21일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BTS는 버라이어티가 19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1 히트메이커’ 중 올해의 음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히트메이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노래를 제작한 가수와 작곡가, 제작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버라이어티는 “멤버 RM을 비롯해 작사, 작곡에 참여한 이들이 완벽한 히트작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BTS가 히트메이커에 선정된 건 두 번째. 앞서 2019년 ‘올해의 그룹’에 뽑혀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히트메이커를 수상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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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과 가상, 무너진 경계… 정체성을 묻다

    올 3월부터 10월까지 미국 휘트니미술관 웹사이트에는 특별한 작품이 전시됐다. 하루 중 일출과 일몰에 맞춰 가상의 황금 거울이 나왔다. 거울 속에선 비디오가 재생됐다. 작가가 사는 곳이라고 했는데, 가상의 3차원(3D) 아파트였다. 작가의 이름은 ‘라터보 아베돈’. 출생지는 온라인. 즉 아바타다. 혹자는 아베돈이 작가의 ‘부캐’(제2의 캐릭터)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10여 년간 아베돈을 운용해 오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모른다. 아베돈은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전 ‘프로필을 설정하세요’에 영상 작품 ‘그 누구도 아닌 나’(2019년)를 출품했는데, 서지은 큐레이터는 “국제전을 준비하면 작가 여권 등 서류가 오가게 되는데 작가가 미술관 측에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아베돈은 아바타가 곧 정체성이라 주장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가상 아바타로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입이 얼마나 힘든지 등을 보여주며 가상 정체성의 권리를 논한다. 그에게 정체성이란 더 이상 현실의 경험과 신체에만 근거하는 게 아니다. 아베돈뿐 아니다. 온라인 상시 접속이 가능한 시대에 많은 이들은 각각의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하고 편집한다. 이런 면에서 국내외 작가 9명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프로필을 설정하세요’는 온·오프라인 존재의 가치가 공존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에서 주목받은 작가 루양도 마찬가지다. 그는 ‘도쿠’라는 아바타로 환생했다. 도쿠는 작가의 신체를 3D 스캔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성별은 없다. 작가는 인도네시아 전통 무용수의 표정이나 일본 현대무용가의 몸짓 등을 섞어 다양한 사람들의 정체성을 하나로 합치기도 했다. 이런 도쿠의 탄생 과정을 담은 영상 작품 ‘도쿠쇼 도쿠시 헬로 월드’(2021년)는 온라인 세계 속 정체성의 무한함을 보여준다. 전시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온라인 환경 내 우려되는 지점도 함께 조명한다. 안가영의 ‘KIN거운 생활: 온라인’(2020∼2021년)은 가상공간 속 무차별적 복제 문제나 기술 낙오자 등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작가는 성인 포르노물 배우로 오용된 아바타, 무단 복제당한 아바타, 게임 속 신체에 부적응한 아바타가 연대하는 역할극을 만들었다. 몰리 소다는 자신의 브이로그, 메이크업 영상, 스트리밍 영상, 사진을 모아놓은 작품 ‘미 앤드 마이 걸스’(2021년)를 통해 자신의 사적 모습을 관객과 공유하고, 온라인을 부유하는 자기 정체성은 과연 ‘오롯한 나’인지 질문한다. 전시는 27일까지. 3000∼4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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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미나 ‘아파트, 도시로 열다’ 개최

    세미나 ‘아파트, 도시로 열다’가 서울 중구 문화역 서울284에서 12일 열렸다. 이 세미나는 11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지는 ‘2021 대한민국건축문화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발표자로 나선 이정형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와 이은경 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아파트 단지 내 공유 공간 활성화를 통한 공동체 회복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대규모 아파트가 ‘단지’를 형성하면서 주변의 기성시가지와 단절돼 폐쇄적인 공간이 된다. 이런 식의 아파트 단지 개발은 지역주민이 다니던 길을 사라지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방음벽으로 둘러싸여 단절된 가로경관, 열린 커뮤니티시설 부재를 단지 설계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공공임대주택, 협동주택을 사례로 들며 “발코니 등 접점공간과 참여형 커뮤니티 같은 주체적 공간이 많은 주거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로 참석한 우의정 메타건축 대표는 “과거 지형, 터, 길은 원주민들의 기억과 삶을 반영하기 때문에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 물리적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긴 쉽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변형하면 도시에 불균형이 생긴다”고 말했다. 올해 대한민국건축문화제는 ‘아파트, 도시를 걷다’를 주제로 정해 건축문화제로는 처음 아파트에 주목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형태인 아파트가 만들고 있는 도시의 현실을 읽고, 국내외 건축가를 통해 바라본 아파트와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행사에는 올 한 해 진행된 주요 건축상 수상 경향을 토대로 한국 건축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전시도 포함됐다. ‘대한민국건축대전 국제일반공모전’, ‘젊은 건축가전’ 등 7개의 주제전은 건축가와 작가들이 협업해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발전시킬 방안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아파트의 미래’에 대해 11일 강연했다. 최두호 토문건축 대표는 ‘아파트를 말하다’를 주제로 17일 강연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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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 청년 박수근, 인상주의 화풍에 꽂혔다

    1961년 박수근은 일본에서 열린 국제자유미술전에 ‘나무’를 출품했다. 그런데 작품을 도둑맞았다고 연락이 왔다. 부인 김복순은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지만 박수근은 만류한다. “돈은 없고 그림은 탐이 나서 가져갔을 텐데, 작품이 도난당한다는 것은 영광”이라며. 그리고 이듬해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자유미술전을 위해 ‘나무와 두 여인’을 다시 제작한다. 이 일화는 박수근의 성품을 잘 보여준다. 자신이 가난했기에 남의 가난을 알았던 화가. 답답할 정도로 선한 화가. 한데 그는 마냥 불운하고 여린 화가였을까. 11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막한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은 박수근(1914∼1965)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후 처음 선보이는 박수근 개인전으로,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과 유족 연구자 소장자의 협조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이기도 하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모두 163점으로 역대 최다인 데다 이 가운데 유화 7점과 삽화 12점은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박수근의 초기작과 수집품이 포함된 전시 1부는 그의 주체적인 면면을 보여준다. 박수근은 부친의 사업 실패로 보통학교 졸업 후 독학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12세 무렵 책에서 본 밀레의 ‘만종’에 감동한 박수근은 직접 ‘밀레 화집’을 만들었다.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서양화가의 화집도 수집했다. ‘철쭉’(1933년), ‘겨울 풍경’(1934년) 등 초기작을 보면 인상주의 화풍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삽화나 표지화도 그렸다. 펜화, 판화, 프로타주(물감을 화면에 비벼 문지르는 채색법) 등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도 그를 대변하는 단순성, 흑백 대비와 같은 회화 양식을 다듬어갔다. 결실을 맺은 건 1953년부터 1963년까지다. 박수근이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살던 10년간이다. 1940년 평양에서 결혼한 박수근은 6·25전쟁이 터지자 남한으로 내려왔고, 2년 뒤인 1952년에야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는 미군 영내매점(PX)에서 초상화가로 일하며 돈을 모아 1953년 창신동 집을 마련한다. 195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집’(1953년)으로 특선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주요 전람회에 참여하며 주목받는다. 이 기간을 아우르는 전시 2부와 3부에서는 그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집’, ‘길가에서’(1954년), ‘쉬고 있는 여인’(1959년), ‘소와 유동’(1962년), ‘악’(1963년), ‘할아버지와 손자’(1964년)는 전람회 출품작이라 크기가 큰 데다 구도가 매우 안정적이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노인들의 대화’(1962년) ‘소녀’(1950년대 후반)는 그가 창신동 집 앞에서 볼 법한 풍경을 유추할 수 있다. 이 무렵 한국에 체류하던 외국인들도 박수근에게 관심을 보였다. ‘노인들의 대화’는 당시 미국 미시간대 교수인 조지프 리가 1962년 대학원생들과 함께 방한했을 때 구입한 것이다. 외국인에게 인기를 얻은 그는 미국 개인전을 추진했지만 급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돼 1965년 타계한다. 4부에 전시된 후기작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회백색뿐 아니라 1950년대 중반부터 파스텔 톤을 과감히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김예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박수근의 그림에는 4∼22겹의 물감이 겹쳐져 있어 자세히 보면 그림 안에 굴곡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내년 3월 1일까지.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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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한국적인 화가’ 박수근의 진면목…국립현대미술관서 첫 개인전

    1961년 박수근은 일본에서 열린 ‘국제자유미술전’에 ‘나무’를 출품했다. 그런데 작품을 누군가 훔쳐가 없어졌다고 연락이 왔다. 부인 김복순은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지만 박수근은 이를 만류한다. “그림을 가져간 사람이 돈은 없고 작품은 탐이 나서 가져갔을 텐데, 작품이 도둑을 당한다는 것은 영광”이라고 말하며. 그리고 이듬해 한국에서 다시 열린 국제자유미술전을 위해 ‘나무와 두 여인’을 다시 제작한다. 이 일화는 박수근의 성품을 잘 보여준다. 자신이 가난했기에 남의 가난을 알았던 화가. 답답할 정도로 선한 화가. 이런 수식어를 떼어놓고 박수근을 생각할 순 없다. 하지만 그가 마냥 불운하고 여린 화가였을까. 11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막한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은 박수근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이래 처음 선보이는 박수근 개인전으로,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과 유족, 연구자, 소장자의 협조로 만들어진 대규모 회고전이기도 하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163점이 출품돼 역대 최다인데다 이중 유화 7점과 삽화 12점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박수근의 초기작과 수집품이 포함된 전시 1부는 그의 주체적인 면면을 보여준다. 박수근은 밀레를 동경했다. 12살 무렵 책에서 본 밀레의 ‘만종’에 감동한 박수근은 직접 ‘밀레 화집’을 만들었다. 박수근은 부친의 사업 실패로 보통학교 졸업 후 독학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그때 참고자료가 됐던 건 관광엽서였다. 빨래하는 여성, 담뱃대를 문 노인 등이 그려진 엽서는 이후 박수근 그림의 주요 소재가 된다. ‘가장 한국적인 화가’라고 알려졌으나 박수근은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서양화가들의 화집을 수집했다. ‘철쭉’(1933년) ‘겨울 풍경’(1934년) 등 초기작을 보면 인상주의 화풍을 시도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생계를 이어가야했던 그는 삽화나 표지화 작업도 했다. 펜화, 판화, 프로타주(물감을 화면에 비벼 문지르는 채색법) 등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그를 대표하는 단순성, 흑백 대비와 같은 회화 양식을 점차 다듬어갔다. 결실을 맺은 건 1953년부터 1963년까지다. 박수근이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살던 10년간이다. 1940년 평양에서 결혼을 한 박수근은 6·25전쟁이 터지자 남한으로 내려왔고, 2년 뒤인 1952년에야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는 생계를 위해 미군 PX에서 초상화가로 일하며 돈을 모아 1953년 창신동 집을 구한다. 195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집’(1953년)이 특선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린 그는 주요 전람회에 참여하며 차츰 주목받는다. 이 기간을 아우르는 전시 2부와 3부에서는 그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집’(1953년) ‘길가에서’(1954년) ‘쉬고 있는 여인’(1959년), ‘소와 유동’(1962년), ‘악’(1963년), ‘할아버지와 손자’(1964년)는 전람회 출품작이어서 크기가 큰 데다 구도가 매우 안정적이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노인들의 대화’(1962년) ‘소녀’(1950년대 후반)는 그가 창신동 집 앞에서 볼 법한 풍경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무렵 한국에 체류하던 외국인들도 박수근에게 관심을 보였다. ‘노인들의 대화’는 당시 미국 미시간대 교수인 조지프 리가 1962년 대학원생들과 함께 방한했을 때 구입한 것이다. 외국인에게 인기를 얻은 그는 미국 개인전을 추진했지만 급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돼 1965년 타계한다. 4부 후기작까지 찬찬히 살피다보면 박수근이 쓴 색상도 볼 수 있다. 그는 1950년대 중반부터 파스텔톤의 색감을 과감히 사용하기도 한다. 김예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박수근의 그림에는 4~22겹의 물감이 겹쳐져있어 자세히 보면 그림 안에 굴곡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51년의 짧은 생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박수근은 온 힘을 다해 작품을 그렸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내년 3월 1일까지.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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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과 역사가 겹겹이 쌓인 풍경…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친다

    “내 그림에서 소리가 느껴지나요?” 대구 수성구 대구미술관에서 5일 만난 강요배 작가(69)는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의 개인전 ‘강요배: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가 열리고 있는 미술관 도처에는 바람이 가득했다. 그림 안에는 바람이 불었고, 그로 인해 파도가, 때론 비가 내렸다. 한바탕 수라장이 지나간 고요한 모습을 담을 때도 있었다. 강요배는 자연을 그린다. 한때 인물그림, 걸개그림, 역사주제화 등을 다뤘지만 1992년 서울에서 고향 제주로 귀향한 뒤에는 대개 풍경과 풍광을 화폭에 담아 왔다. 그가 제주의 그림에 담고자 한 건 자연에 겹겹이 쌓여온 시간성과 역사성이었다. 그렇기에 구체적이고 세밀한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에 와닿은 풍경을 추상적으로 풀어내 왔다. 대구 출신 서양화가 이인성(1912∼1950)을 기리며 대구시가 제정한 ‘이인성 미술상’의 지난해 수상자인 그는 수상자전인 이번 전시에서도 대자연과 역사를 소재로 한 대형 회화, 영상, 설치 등 40여 점을 내놨다. 1년간 전시를 준비하면서 마련한 대작이자 대표작 ‘수풍교향’(2021년)은 가로 16m로, 파도와 숲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화폭을 가득 채운다. 작가는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작업실 앞 개천의 소리를 담아 영상작품 ‘소리풍경’을 만들고 회화 작품 옆에 전시했다. “영상 없이도 제 그림이 바람, 음악, 리듬을 다 담았어야 하는데 말이에요”하면서.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장면을 그린 ‘우레비’(2017년) 앞에 서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며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는 듯하다. ‘‘장미’의 아침놀’(2021년)은 하늘을 덮은 어둠이 걷히면서 밝은 빛이 번지는 풍경을 그렸다. 아침놀의 쨍한 붉은색을 통해 자연의 숭고함을 표현했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기에 한 번에 볼 수 없잖아요. 그걸 공간 속에서 봐야 합니다. 시간 없는 풍경, 자연은 없어요.” 그의 말은 자연이 캔버스 안에 갇히지 않고, 역사의 면면을 담은 채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강요배의 이름을 알린 건 역사화다. 그는 1989년 현기영의 제주 해녀를 다룬 소설 ‘바람 타는 섬’ 삽화를 그리면서 제주를 공부했고, 이후 4·3사건 연작을 전시했다.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민중을 담은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도 이어진다. 작가는 미군정기인 1946년 식량 배급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대구 10·1 사건, 1950년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 보도연맹 회원들을 처형한 경산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을 모티브로 한 신작을 선보였다. ‘어느 가을날’(2021년)은 배고픈 어린아이를 업고 거리로 나온 10·1사건 속 여인들을 그렸다. 이는 이인성의 ‘가을 어느 날’(1934년)을 오마주한 작품이기도 하다. 강요배는 특정 사조에 속하길 거부했다. 그는 “다들 역사화가, 민중화가라며 시대의 감옥 속에 날 가두려 한다. 나는 예술가일 뿐이다. 캔버스에 그리는 건 내 자아를 흔적처럼 남기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약 50년 동안의 화업을 돌이키며 “이제 윤곽선 정도는 알아냈다”고 했다. “미술관이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작품 세계를 펼쳐보니 흐리지만 나의 한계, 그러면서도 ‘나는 이런 존재구나’ 하는 가능성을 동시에 발견했습니다. 거친 윤곽선 정도는 찾아냈으니 이제 고원에서 야산으로 하산하듯 조심조심 내려오면 될 것 같습니다.” 전시는 내년 1월 9일까지. 무료.대구=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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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가 느껴지나요?” 그의 그림엔 바람이 불고 파도 치며, 때론 비가 내린다

    “내 그림에서 소리가 느껴지나요?” 대구 수성구 대구미술관에서 5일 만난 강요배 작가(69)는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의 개인전 ‘강요배: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가 열리고 있는 미술관 도처에는 바람이 가득했다. 그림 안에는 바람이 불었고, 그로 인해 때론 파도가, 또 때론 비가 내렸다. 한바탕 수라장이 지나간 고요의 모습을 띨 때도 있었다. 강요배는 자연을 그린다. 인물그림, 걸개그림, 역사주제화 등 여러 주제를 다뤄왔지만, 1992년 서울에서 자신의 고향 제주로 귀향한 뒤에는 대개 풍경과 풍광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가 제주의 그림에 담고자 한 건 자연에 겹겹이 쌓여온 시간성과 역사성이었다. 그렇기에 구체적이고 세밀한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에 와 닿은 풍경을 추상적으로 풀어내왔다. 대구 출신 서양화가 이인성(1912~1950)을 기리며 대구시가 제정한 ‘이인성 미술상’의 지난해 수상자인 그는 수상자전인 이번 전시에서도 대자연과 역사를 소재로 한 대형 회화, 영상, 설치 등 40여 점을 내놨다. 1년간 전시를 준비하면서 마련한 대작이자 대표작 ‘수풍교향’(2021년)은 가로 16m로, 전시 공간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다. 작가는 제주 한림읍에 있는 작업실 앞 개천의 소리를 담아 영상작품 ‘소리풍경’을 만들고 회화 작품 옆에 전시했다. “영상 없이도 제 그림이 바람, 음악, 리듬을 다 담았어야 하는데 말이에요”하면서. “시간은 공간 속에 숨겨있어요.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기에 한 번에 볼 수 없잖아요. 그걸 공간 속에서 봐야 합니다. 시간 없는 풍경, 자연은 없어요.” 강 작가의 말은 자연이 캔버스 안에 갇히지 않고, 역사의 면면을 담은 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사실 강요배의 이름을 알린 건 자연을 그려오기 전 내놓은 역사화다. 그는 1989년 현기영의 제주 해녀를 다룬 소설 ‘바람 타는 섬’ 삽화를 그리면서 제주를 공부했고, 이후 4·3사건 연작을 전시했다. 근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은 민중을 담은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도 이어진다. 작가는 미군정기인 1946년 식량 배급을 요구하며 대구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대구 10·1 사건, 1950년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 보도연맹 회원들을 처형한 경산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을 모티브로 한 신작을 마련했다. 예컨대 ‘어느 가을날’(2021년)은 배가 곯아 당장이라도 죽겠다 싶어 어린 아이를 업고 거리로 나온 10·1 사건 속 여인들을 그렸다. 이는 이인성의 ‘가을 어느 날’(1934년)을 오마주한 작품이기도 하다. 강요배와 역사는 뗄 수 없어 보이나, 작가는 특정 사조에 속하길 거부했다. 그는 “다들 역사화가, 민중화가라며 시대의 감옥 속에 날 가두려 한다. 나는 예술가일 뿐이다. 캔버스에 그리는 건 내 자아를 흔적처럼 남기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약 50년 동안의 화업을 돌이키며 “이제 윤곽선 정도는 알아냈다”고 했다. “미술관이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작품 세계를 펼쳐보니 흐리지만 나의 한계, 그러면서도 ‘나는 이런 존재구나’하는 가능성을 동시에 발견했습니다. 거친 윤곽선 정도는 찾아냈으니 이제 고원에서 야산으로 하산하듯 조심조심 내려오면 될 것 같습니다.”전시는 내년 1월 9일까지. 무료.대구=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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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호스피스에서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

    2016년 4월 일본 오사카시 공원 한쪽에 2층짜리 목조건물이 들어섰다. 이름은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 여느 성인 호스피스와는 조금 다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악기, 그림책이 가득한 레저시설 같다. 너무 일찍 환자가 되어버린 아이들을 위해 건립한 일본 최초의 어린이 호스피스. 이곳에는 소아암과 난치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호스피스를 짓기까지 분투한 사람들을 만나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이 호스피스를 설립한 백혈병 전문의 하라 준이치와 신생아의료 최전선에 있던 다타라 료헤이라는 두 의사를 중심으로 서술했다. 이들이 의료현장에서 본 건 필사적으로 치료에 저항하는 아이와 지친 부모들이었다. 한 부모는 “아들이 원망에 찬 눈으로 ‘엄마는 병원 편이지? 배신자!’라고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며 속상해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완치가 아닌 ‘남은 시간을 충실히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들은 수녀, 간호사, 어린 환자 및 가족 등과 함께 ‘어린이 호스피스 프로젝트’ 단체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정치인, 기업가의 도움을 받아 호스피스를 설립했다. 책에 나오는 이들은 단순히 시설 하나를 완성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의료현장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병원 놀이 전문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병원에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을 만난다. 수술을 앞둔 아이와 탐험하듯 수술실을 함께 다니면서 미리 두려움을 덜어주는 식이다. 아이들에게 이들과의 만남은 성장의 거름이 됐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개관 3년째에 호스피스 입주자 사키와 나눈 대화를 전했다. 사키는 병동의 보육교사를 보며 똑같이 되고 싶다고 했다. 사키에게 호스피스에서의 투병 생활은 단순히 버티는 것을 넘어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이다. 책은 병원의 좁은 침대가 아닌 호스피스에서 만남과 이별, 슬픔과 즐거움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짧더라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날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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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처럼 흐릿하게… 수묵선에 담아낸 도심의 군상

    지지직거리는 TV. 오류가 난 듯 여러 개의 가로선이 이미지를 뭉갠다. 그 속으로 마스크를 쓴 채 몸을 맞부딪치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민재영 작가(53)의 그림들은 방금 막 꺼낸 기억 속 한순간 같다. 옛날 같기도, 지금 같기도 한 이들 그림의 탄생은 “나는 전통의 재료로 지금의 풍경을 그린다”는 그의 한마디로 정리된다. 동양화를 전공한 민 작가는 1990년대부터 수묵과 아크릴을 섞는 등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분을 뭉뚱그리는 시도를 했다. 그러다 2003년부터 선을 가로로 겹쳐 그리는 ‘가로선의 중첩’이라는 자신만의 표현법을 만들었다.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민재영: 생활의 발견’은 그의 회화, 드로잉 등 65점을 통해 20년가량의 작업 변천을 한곳에서 보여준다. 작업의 시작은 바닥에 한지를 놓고 일정 간격으로 수묵 가로획을 긋는 것이다. 그 다음 모델을 섭외해 찍은 연출 사진이나 신문에 보도된 사진을 보고 목탄으로 밑그림을 그린다. 짧은 가로선으로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을 계속 중첩시킨다. 마지막에는 먹으로 음영을 준다. 번짐과 흐릿함의 표현법을 구상해낸 이유에 대해 그는 “구체적이고 선명한 환기보다는 기억 속 이미지처럼 잔상이 남는 게 좋다”고 했다. 그가 다루는 소재는 대개 도심 속 일상을 살아가는 군상이다. 많은 작품이 군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관점으로 그려졌다. 정수리나 등같이 스스로 볼 수 없는 부분은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생활 속 이미지를 그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일상에서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가 좋아하는 작가는 생활상 기록의 정수를 보여준 박수근,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국의 세실리 브라운, 그림에서 서사가 느껴지는 독일의 다니엘 리히터다. 그가 그리는 작품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민 작가는 “표현의 영역을 더 넓혀가고 싶다”고 했다. 28일까지. 2000∼5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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