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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플라시도 도밍고(75)의 음악 인생을 아우른 앨범 ‘더 베스트 오브 플라시도 도밍고’(사진)가 최근 나왔다. CD 4장에 77곡을 담은 이 앨범은 21일 그의 75번째 생일을 기념해 만든 것. 도밍고는 60년 가까운 음악 인생 중 오페라에서 150여 개의 역할을 소화했다. 이 앨범은 그중 유명한 역할과 관련한 곡들을 주로 모은 것이다. 그는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카바라도시 역을 가장 많이 맡았지만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의 주인공 오텔로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줬다. 그는 오텔로 역만 200번 이상 연기했다.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도 성공적으로 소화한 작품이다. 앨범은 베르디의 ‘리골레토’ ‘아이다’ ‘라 트라비아타’를 비롯해 푸치니의 ‘라 보엠’ ‘투란도트’ 등 유명 오페라는 물론이고 ‘예스터데이’ ‘퍼햅스 러브’ 등 대중음악까지 그가 불렀던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아울렀다.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라틴어 등 다양한 언어로 부른 아리아와 듀엣곡을 담아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도 음미할 수 있다. 소니 측은 “가수와 지휘자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도밍고의 전성기 시절이 집약돼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병헌(46·사진)이 한국인 배우로는 처음으로 2월 28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다고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가 24일 밝혔다. 어느 부문이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09년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그는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도 출연했다. 그의 또 다른 출연작인 ‘미스컨덕트’와 ‘황야의 7인’ 리메이크작은 다음 달과 9월 미국에서 각각 개봉될 예정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신영복 교수는 병상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서화집 ‘처음처럼’ 개정 신판을 만드는 작업도 직접 챙기며 기존 책에서 글과 그림이 맞지 않았던 부분을 일일이 수정했다. 생명의 모래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담담히 작업을 이어간 신 교수는, 어떤 태도로 죽음을 맞이할지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여러분 죽을 준비 했나요’(이매진)는 응급구조사, 의사, 호스피스, 사형수 등 죽음에 가까이 서 본 64명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다’(세움과비움)는 마지막 순간의 장소로 집을 택한 11명의 이야기를 통해 존엄한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두 책은 말한다. 죽음은 주위에 늘 존재하고 나도 예외일 수 없다고. 그러니 삶에 더 집중하라고.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분명한 건 지금 현재뿐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기적임을 안다는 건 깊은 고통을 겪었음을 의미한다. 보스턴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73)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의 권위자로, 트라우마가 인간을 얼마나 잔인하게 삼켜버리는지 30여 년간의 진료 경험을 통해 낱낱이 보여준다. 그가 트라우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보스턴 보훈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톰을 만나면서부터다. 톰은 정찰을 나갔다 기관총 공격으로 동료들이 순식간에 숨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발이 허공에 붕 뜬 채 논에 얼굴을 박고 있는 이는 유일한 진짜 친구 알렉스였다. 변호사로 성공했지만 톰은 베트남 밀림을 연상시키는 무성한 나무, 불꽃놀이만 봐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분노에 휩싸였다. 9·11테러, 전쟁, 교통사고뿐 아니라 성장기에 받은 고통은 고스란히 각인돼 정신을 분열시키고 신체 감각까지 무너뜨린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은 남자의 몸이 닿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또 다른 여성은 다리의 감각을 못 느낀다. 그는 미소 띤 엄마에게서 “너는 실수로 건네준 남의 아이 같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신부에게 성추행당했던 남성은 여자친구가 장난스럽게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자기도 모르게 “죽여버리겠다”며 악을 쓴다. 트라우마가 삶의 시계를 고통의 순간에 멈춰버리게 만든 것이다. 과거에 갇힌 이들이 ‘현재를 온전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 저자는 오랜 시간 환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원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많은 의사들이 병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에만 주목해 약을 처방하는 것과 달랐다. 폭력적이거나 과잉행동장애를 지닌 아이, 비만, 거식증, 일중독에 빠진 어른에게서도 트라우마를 찾아낸다. 약물치료는 기본이고 서구 의학계에서 터부시되는 지압, 명상, 요가는 물론 일본 무술 가라테까지 활용하는 저자의 노력은 사람을 치료하는 이의 자세에 대한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저자의 개인사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른 아침 조용히 계단을 내려와 성경을 읽던 아버지는 종종 느닷없이 분노를 폭발해 가족들을 기겁하게 했다.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다 포로수용소에 끌려간 아픔이 있었다. 저자 역시 트라우마 클리닉이 갑자기 폐쇄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철저한 무력감이 어떤 건지 실감한다. 이 글은 단순한 임상 보고에 그치지 않는다.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트라우마로 신음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음을 구조적으로 짚어낸다. 치료비 지원 예산을 늘리기보다 어린이가 그늘 없이 자랄 수 있는 가정과 학교,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불안한 어른은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없다. 사회 안전망이 탄탄한 노르웨이의 범죄 발생률이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의료비용은 절반에 그치는 현실은 이를 증명한다. 안타깝고도 적나라하게 묘사된 환자들의 인생사는 행동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어처구니없는 사고들로 수시로 집단 트라우마에 빠지고, 끔찍한 학대 속에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눈여겨봐야 할 책이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는 건 우리의 몫이다. 원제는 ‘The body keeps the score’.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책 골라주는 여자’ 셋이 모였다. 충북 괴산군에서 ‘숲 속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백창화 대표(51), 박정남 교보문고 상품지원단 구매팀 과장(37), 오서현 고양시 일산 한양문고 과장(31)은 주제에 맞춰 책을 소개하는 북 큐레이터. 장르를 망라해 책을 제안하는 ‘북 큐레이션’은 국내에서는 걸음마 단계지만 일본에서는 뿌리를 내렸다. 1400여 개 매장을 가진 일본 쓰타야 서점은 주제에 맞는 책들을 모아 배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인 이들은 ‘책’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폭풍 수다를 쏟아냈다. 일산 한양문고 마두점장인 오 과장은 서점에 책을 들여놓는 ‘입고 작업’을 손수 챙긴다고 말했다. “보통 막내 직원이 하는 일이지만 저는 꼭 같이 해요. 들어오는 모든 책을 직접 보지 않으면 감이 떨어지거든요.”(오 과장) 박 과장은 항상 책 두 권을 갖고 다닌다. 그는 “가볍게 쓱쓱 읽히는 책은 아침용, 묵직하게 집중해야 하는 책은 저녁용”이라며 “숄더백마다 끈이 다 늘어져 있다”며 웃었다. 도서관 사서로 10년간 일하다 2014년 남편(김병록 씨)과 함께 작은 책방을 차린 백 대표는 “시골에 있다 보니 책 검색의 달인이 됐다”고 말했다. “책을 직접 못 보니까 답답해서 차로 1시간 걸리는 청주의 큰 서점에도 수시로 가요. 한 달에 50∼60권쯤 읽어요. 우리 서점은 가족이 힐링하러 많이 오기 때문에 자연, 여행, 가족을 소재로 한 에세이를 많이 배치해요.”(백 대표) 이들은 책을 볼 때 표지와 저자, 출판사는 기본이고 목차를 특히 꼼꼼하게 살핀다. “편집자의 고뇌가 응축돼 있는 목차에는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박 과장) 좋은 책을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읽은 이의 추천. “대만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지미 리아오의 그림책 ‘별이 빛나는 밤’을 지인이 추천했는데, 금세 우리 책방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대만판 ‘소나기’인 이 책은 그림이 환상적으로 예쁜 데다 어른에게는 10대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청소년은 공감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어요.”(백 대표) 사회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 과장은 각 분야 전문가들과 자주 연락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오 과장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가 매년 펴내는 ‘트렌드 코리아’ 집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새로 나온 책을 살펴보면 트렌드가 보인다. 요리책이 홍수를 이루다 최근 집을 다룬 책이 늘어난 건 대중의 관심이 요리에서 집으로 옮겨갔다는 걸 의미한다. 음악평론가 강헌이 쓴 ‘명리’와 같은 역학 책이 인기를 끄는 건 불안감이 커지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역학 책 옆에 운명을 다룬 인문학 책, 풍수지리 인테리어, 유전자를 분석한 과학책을 같이 둬요. 운명을 개척하는 책도 살짝 곁들이고요.”(오 과장) 이들은 사람들이 책을 ‘갖고 놀게’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쉽게 읽히면서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 어딘가에 있다고 확신해요. 삶을 변화시키는 책을 만나게 해 주고 싶어요.”(백 대표) “힘들어 미칠 것 같을 때 책을 찾는 분들이 있어요. 절박한 이들에게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오 과장)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책 골라주는 여자’ 셋이 모였다. 충북 괴산군에서 ‘숲 속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백창화 대표(51), 박정남 교보문고 상품지원단 구매팀 과장(37), 오서현 일산 한양문고 과장(31)은 주제에 맞춰 책을 소개하는 북 큐레이터. 장르를 망라해 책을 제안하는 ‘북 큐레이션’은 국내에서는 걸음마 단계지만 일본에서는 뿌리를 내렸다. 1400여개 매장을 가진 일본 쓰타야 서점은 주제에 맞는 책들을 모아 배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인 이들은 ‘책’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폭풍 수다를 쏟아냈다. 일산 마두점장인 오 과장은 서점에 책을 들여 놓는 ‘입고 작업’을 손수 챙긴다고 말했다. “보통 막내 직원이 하는 일이지만 저는 꼭 같이 해요. 들어오는 모든 책을 직접 보지 않으면 감이 떨어지거든요.”(오 과장) 박 과장은 항상 책 두 권을 갖고 다닌다. 그는 “가볍게 쓱쓱 읽히는 책은 아침용, 묵직하게 집중해야 하는 책은 저녁용”이라며 “숄더백마다 끈이 다 늘어져 있다”며 웃었다. 도서관 사서로 10년간 일하다 2014년 남편(김병록 씨)과 함께 작은 책방을 차린 백 대표는 “시골에 있다보니 책 검색의 달인이 됐다”고 말했다. “책을 직접 못 보니까 답답해서 차로 1시간 걸리는 청주의 큰 서점에도 수시로 가요. 한 달에 50~60권쯤 읽어요. 우리 서점은 가족이 힐링하러 많이 오기 때문에 자연, 여행, 가족을 소재로 한 에세이를 많이 배치해요.”(백 대표) 이들은 책을 볼 때 표지와 저자, 출판사는 기본이고 목차를 특히 꼼꼼하게 살핀다. “편집자의 고뇌가 응축돼 있는 목차에는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박 과장) 좋은 책을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읽은 이의 추천. “대만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지미 리아오의 그림책 ‘별이 빛나는 밤’을 지인이 추천했는데, 금세 우리 책방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대만판 ‘소나기’인 이 책은 그림이 환상적으로 예쁜데다 어른에게는 10대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청소년은 공감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어요.”(백 대표) 사회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 과장은 각 분야 전문가들과 자주 연락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오 과장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가 매년 펴내는 ‘트렌드 코리아’ 집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새로 나온 책을 살펴보면 트렌드가 보인다. 요리책이 홍수를 이루다 최근 집을 다룬 책이 늘어난 건 대중의 관심이 요리에서 집으로 옮겨갔다는 걸 의미한다. 음악평론가 강헌이 쓴 ‘명리’와 같은 역학 책이 인기를 끄는 건 불안감이 커지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역학 책 옆에 운명을 다룬 인문학 책, 풍수지리 인테리어, 유전자를 분석한 과학책을 같이 둬요. 운명을 개척하는 책도 살짝 곁들이고요.”(오 과장) 이들은 사람들이 책을 ‘갖고 놀게’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쉽게 읽히면서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 어딘가에 있다고 확신해요. 삶을 변화시키는 책을 만나게 해 주고 싶어요.”(백 대표) “힘들어 미칠 것 같을 때 책을 찾는 분들이 있어요. 절박한 이들에게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오 과장)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독일에서 최근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 재출간돼 순식간에 초판(4000부)이 매진되며 화제를 모은 가운데 국내에서도 ‘나의 투쟁’(동서문화사)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19일 동서문화사에 따르면 2014년 발간돼 월평균 500권가량 팔리던 이 책은 두 달 전부터 주문이 쇄도해 지난해 11월 초 찍은 1만 부가 다 팔려 이달 초 1만 부를 추가로 인쇄했다. 두 달 사이 2만 부를 찍은 것. 출간 1년이 넘은 책의 판매가 20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1925년 나온 ‘나의 투쟁’은 히틀러의 생애와 유대인에 대한 혐오감, 전체주의 수행 계획, 세계 정복 야망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이달 8일 독일에서 두 권으로 나온 책에는 히틀러 사상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담은 주석이 방대하게 실렸다. 동서문화사의 책도 독일 정치 칼럼니스트와 히틀러 전문가가 쓴 비판적인 글과 함께 미국 국립공문서보관소에 있던 히틀러의 미편집 원고를 추가로 실었다. 고정일 동서문화사 대표는 “기업에서 300∼500권씩 사겠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독서동호회에서도 100∼200권씩 구매하고 있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다음 달 1만 부를 더 찍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교보문고가 이 책의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남성이 80.6%로 압도적이다. 연령별로는 40대 (27.5%)가 가장 많고 30대(22.7%) 20대(22.1%) 50대(17.2%) 순이다. 해외에서 화제가 되면서 공부하기 위해 책을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고 대표는 “방향은 잘못됐지만 히틀러가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게 한 능력이 탁월했던 만큼, 임직원이 일체감을 이뤄 성과를 내고 싶은 기업들이 연구 차원에서 읽어 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히틀러의 전모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독일 재출간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투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히틀러는 전쟁과 학살이라는 대재앙을 초래했지만 강력한 독일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강했던 인물”이라며 “사회가 분열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등 답답한 현실에서 강력한 국가를 갈망하는 욕구가 표출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극우 성향이 활발해지는 사회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에서 금서였던 ‘나의 투쟁’은 바이에른 주 정부가 판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히틀러가 사망한 지 70년이 지나 올해부터 저작권이 소멸됐다. 독일의 재출간본은 선주문만 1만5000부에 달했고 초판이 순식간에 동나면서 정가 59유로(약 7만8000원)인 책이 독일 아마존의 중고 책 코너에서 385유로(약 50만5000원)부터 거래되고 있다. 독일 재출간본을 들여오려는 국내 출판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돈을 내고 책을 사는 것은 매우 적극적인 행동인데 반인륜적 인물이 쓴 책을 찾는 것은 ‘일베’를 포함해 최근 몇 년간 극우 성향이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독일에서 최근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 재출간돼 순식간에 초판(4000부)이 매진되며 화제를 모은 가운데 국내에서도 ‘나의 투쟁’(동서문화사)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19일 동서문화사에 따르면 2014년 발간돼 월 평균 500권 가량 팔리던 이 책은 두 달 전부터 주문이 쇄도해 지난해 11월 초 1만 부를 찍었고, 다 팔려 이달 초 1만 부를 추가로 인쇄했다. 두 달 사이 2만 부를 찍은 것. 출간 1년이 넘은 책의 판매가 20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1925년 나온 ‘나의 투쟁’은 히틀러의 생애와 유대인에 대한 혐오감, 전체주의 수행 계획, 세계 정복 야망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이달 8일 독일에서 두 권으로 나온 책에는 히틀러 사상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 담은 주석이 방대하게 실렸다. 동서문화사의 책도 독일 정치 칼럼니스트와 히틀러 전문가가 쓴 비판적인 글과 함께 미국 국립공문서보관소에 있던 히틀러의 미편집 원고를 추가로 실었다. 고정일 동서문화사 대표는 “기업에서 300~500권씩 사겠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독서동호회에서도 100~200권씩 구매하고 있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다음 달 1만 부를 더 찍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교보문고가 이 책의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남성이 80.6%로 압도적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 (27.5%)가 가장 많았고 30대(22.7%) 20대(22.1%) 50대(17.2%) 순이었다. 해외에서 화제가 되면서 공부하기 위해 책을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고 대표는 “방향은 잘못됐지만 히틀러가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게 한 능력이 탁월했던 만큼, 임직원이 일체감을 이뤄 성과를 내고 싶은 기업들이 연구 차원에서 읽어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히틀러의 전모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독일 재출간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투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히틀러는 전쟁과 학살이라는 대재앙을 초래했지만 강력한 독일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강했던 인물”이라며 “사회가 분열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등 답답한 현실에서 강력한 국가를 갈망하는 욕구가 표출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극우 성향이 활발해지는 사회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에서 금서였던 ‘나의 투쟁’은 바이에른 주정부가 판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히틀러가 사망한 지 70년이 지나 올해부터 저작권이 소멸됐다. 독일의 재출간본은 선주문만 1만 5000부에 달했고 초판이 순식간에 동나면서 정가 59유로(약 7만8000원)인 책이 독일 아마존의 중고 책 코너에서 385유로(약 50만8000원)부터 거래되고 있다. 독일 재출간본을 들여오려는 국내 출판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돈을 내고 책을 사는 것은 매우 적극적인 행동인데 반인륜적 인물이 쓴 책을 찾는 것은 ‘일베’를 포함해 최근 몇 년 간 극우 성향이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생전에 모은 그림과 글을 정리해 다시 내는 ‘처음처럼’에 새로 실리는 내용이 공개됐다. 2007년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한 서화집 ‘처음처럼’을 대폭 바꿔 돌베개 출판사가 내는 새 책은 고인이 생전에 직접 작업한 마지막 책이 됐다. 책은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새 책은 신 교수의 사상을 대표하는 두 단어인 ‘처음처럼’으로 시작해 ‘석과불식(碩果不食·과일나무에 달린 가장 큰 과일은 따먹지 않고 종자로 쓰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고인이 고른 그림과 글이 대거 추가됐다. 고인은 기존 책과 언론사 및 포털사이트 등에 기고했던 글 가운데 200여 편을 골랐고 출판사가 이를 다시 추렸다. 고인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린 에피소드도 일부 재수록됐다. 분량은 232쪽에서 280여 쪽으로 늘어나고 구성도 3부에서 4부로 확대된다. 새롭게 추가된 글에는 한국 사회의 여러 모순을 짚어내고 성찰하게 만드는 내용이 많다. 노인 목수가 지붕을 먼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집 짓는 순서대로 주춧돌, 기둥, 들보 등을 차례로 그리는 데 충격을 받는 ‘집 그리는 순서’, 동생들의 끼니를 위해 피를 팔기 전 찬물을 들이켠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재소자의 이야기인 ‘물 탄 피’ 등이 담겼다. ‘그림자 추월’에서 신 교수는 말한다. “경쟁과 속도는 좌절로 이어집니다. 그림자를 추월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세월호’를 통해서는 이렇게 강조한다. “세월호가 왜 넘어졌어요? 아래쪽에 평형수가 없어서 넘어졌어요. (중략) 세월호 이후 강한 국가 기강을 만들고 국정과 국격을 개혁하겠다고 하는데, 전부 상층을 바꾸겠다는 얘깁니다. 그거 안 됩니다. 평형수로 하부를 가득 채워서 중심을 채워야 합니다.” 책은 바뀌었지만 ‘사람이 마지막 희망이고, 사람이 처음과 끝이다’라는 고인의 정신은 그대로 담겨 있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했다. 출판사는 책의 출간과 함께 추모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별세 이후 그의 저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신 교수가 새로 쓴 글과 그림을 대폭 추가해 다음 달 나오는 서화집 ‘처음처럼’을 비롯해 미출간 원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온라인 기준으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담론’ ‘강의’가 17일 국내 도서 종합 일별 베스트셀러 순위 1, 2, 3위를 차례로 차지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도 ‘감옥…’과 ‘담론’이 같은 기준으로 1, 2위에 각각 올랐다. ‘더불어 숲’ ‘나무야 나무야’도 두 서점에서 모두 10위 이내에 진입했다. 예스24에 따르면 신 교수의 저서는 타계 소식이 알려진 뒤 15∼17일 사흘간 모두 2546권이 팔렸다. 12∼14일 사흘 동안 190권이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1240%나 뛴 것이다. ‘감옥…’은 898권이 판매됐고 ‘담론’은 808권, ‘강의’는 228권이 팔렸다. 예스24는 ‘시대의 지성, 신영복을 기리며’ 기획전을 마련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가 그의 책만 따로 모아 설치한 판매대에는 17일 ‘변방을 찾아서’ ‘더불어 숲’ ‘강의’ ‘신영복’을 합쳐 모두 10여 권만 남아 있을 정도로 책이 모두 팔렸다. 교보문고 측은 “책을 찾는 손님이 16일 줄지어 찾아와 보유 물량이 하루 만에 동났다”고 말했다. 그의 책을 대부분 낸 돌베개 출판사는 주요 서적을 각각 5000권씩 추가로 인쇄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서화집 ‘처음처럼’이 개정 신판으로 다시 출간된다. 그가 새로 그린 그림과 글이 대폭 추가돼 책 내용은 3분의 1가량 바뀔 예정이다. 분량도 232쪽에서 280여 쪽으로 늘어난다. 신 교수가 별세 전 틈틈이 쓴 원고도 새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공부를 화두로 사색하고 강의했던 기록을 담은 ‘공부란 무엇인가’(가제)를 비롯해, 수감 시절을 되돌아보며 그 의미를 짚어낸 에세이집이 출간될 것으로 알려졌다. ‘감옥…’이 감옥에서 가족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엮어 낸 책이라면 새로 쓴 원고에는 그가 늘 ‘대학 시절’이라고 얘기했던 감옥 시절에 대한 소회가 담겨 있다. 이경아 돌베개 인문고전팀장은 “교수님은 병상에서도 노트북을 가까이 두고 몸 상태가 조금만 괜찮아지면 글쓰기를 계속했다. ‘도와드릴까요’라고 여쭤 보면 ‘이건 내야 꼭 해야 하는 작업이야’라며 홀로 집필에 몰두하셨다”고 말했다. 돌베개는 유가족과 논의해 새 책의 출간 시기와 형태를 정할 계획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무언가에 홀린 듯 어디론가 떠나본 적이 있는가. 성공회 신자이자 스스로를 아마추어 역사지리학자라고 말하는 영국인 저자는 14세기에 쓰인 이븐 바투타(1304∼1368)의 ‘여행기’에 매료돼 그 발자취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아랍의 유명 여행가인 이븐 바투타는 1325년 고국 모로코를 떠나 이집트 시리아 오만 터키를 거쳐 탄자니아 인도 중국 등을 29년간 누빈 뒤 ‘여행기’를 썼다. 오로지 두 발과 말, 노새, 뗏목에 의지한 이바(이븐 바투타의 애칭)의 여정은 40여 개국 12만 km에 이른다. 마르코 폴로가 탐험했다고 주장하는 거리의 세 배다. 이바는 해적을 만나고 배가 난파해 가까스로 탈출하는가 하면 설익은 얌(마의 일종)을 먹고 죽을 뻔하기도 했다. 저자는 ‘여행기’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다 읽으면 어쩌나 걱정할 정도로 완전히 빠져들었다. 이 책은 이바의 여정 중 이슬람 지역을 저자가 주유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바가 하루 묵었던 수도원을 찾아 헤매고 그가 걸었던 거리, 모스크, 병원까지 샅샅이 뒤진다. 수도원은 잔해만 발견하고 병원은 쇠락해 있다. 이바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기에 14세기와 21세기 아랍의 모습이 정교하게 교차된다. 아랍의 풍속, 정서, 먹을거리, 거리풍경 등이 날것 그대로 세밀화처럼 펼쳐진다.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바를 반겼던 이들처럼 안전한 여행을 기도하며 등을 두드려주는 모로코 남성을 만난다. 프랑스 여성과 사랑에 빠진 시리아 호텔 직원은 연애편지를 번역해 달라고 부탁한다. 700년 역사를 지닌 이집트 카이로 병원의 원장은 “꾸란의 구절 ‘너희는 약간의 지식을 얻었을 뿐이다’를 기억하려 애쓴다”고 겸허히 말한다. 2001년 출간돼 이번에 한국에 소개된 이 책은 평화로부터 멀어져 가는 아랍의 현실을 또렷이 부각시킨다. 14세기, 왕들은 전쟁 대신 아들딸을 결혼시키며 평화를 유지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바가 그처럼 넓은 지역을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평화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기 전 여행했던 저자는 시리아 이집트 터키를 누볐다. 이때도 룩소르에서 과격단체가 외국인 관광객 60명과 이집트인 8명을 죽이는 등 불안한 기운이 스멀스멀 번지고 있었다. 지금 여행의 인프라는 발달했지만 국경의 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 시리아는 갈 수 없는 곳이 됐고, 이집트와 터키는 폭탄 테러로 얼룩지고 있다. 예멘에 살고 있는 저자는 말한다. “이븐 바투타의 시대, 여행은 느렸지만 국경은 열려 있었습니다. 아마 사람들의 마음도 그랬겠죠.” 500쪽이 넘는 글을 꼼꼼하게 파악하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전설과 역사 이야기가 수시로 등장하고 문학 음악 등 여러 분야를 종횡무진하는 데다 때로 저자의 상상이 더해져 내용이 쉽게 입력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여행기로 여기고 책을 펼친다면 당황할 수 있다. 거친 코스와 빡빡한 일정을 내밀고는 자신 있으면 한번 따라와 보라며 씩 웃는 괴짜 여행 안내자를 만난 기분이다. 우리에게 낯선 아랍의 학자와 사상가, 술탄 등을 비롯해 음식, 옷, 지역을 상세히 설명한 각주를 책 뒤에 몰아넣어 읽는 흐름을 자주 끊기게 만든 점은 아쉽다. 여행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사진 대신 삽화를 넣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저자의 여정은 BBC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원제는 ‘Travels with a tangerine’.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제목에 ‘나’가 들어간 책이 자주 보인다. 이번 주도 새 책 더미에서 ‘나를 믿는 용기’(고코로야 진노스케), ‘나는 별일 없이 늙고 싶다’(다비드 구트만)를 발견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이를 위한 조언이 담긴 책들. 팍팍한 일상에 지치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힌 이들이 많다는 걸 책 표지도 소리 없이 말하고 있다. ‘나를 믿는…’을 쓴 일본인 심리상담사는 갓난아기의 마음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때는 그저 주는 우유 잘 받아먹고 잘 자기만 해도 사랑받았다. 뭔가 해내지 못해도 존재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는 걸 기억하면 자신감이 생긴단다. ‘나는 별일 없이…’는 버릴 줄 알아야 중년 이후 삶이 풍요롭다고 강조한다. 갖지 못할 것에 집착하지 말고 내려놓는 순간 더 많은 걸 얻게 된다. 읽을 때는 ‘그렇지, 그렇지’ 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실천은 결국 ‘나’의 몫이지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서른 살 아들과 예순 살 엄마가 300일간 세계일주를 떠났다. 엄마의 환갑잔치 대신 시작한 배낭여행. 여행이 끝난 후 엄마는 말한다. “세계여행 별거 아니네!” 이 배낭여행의 얘기를 담은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와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는 일반인이 쓴 여행 에세이 가운데 베스트셀러 1, 2위(2011∼2015년 누적·예스24 기준)를 기록 중이다. 2013년 출간됐는데도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으며 두 권 합쳐 12만 부가 팔렸다. 연말연시에는 새해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아 여행 에세이가 집중적으로 판매된다. 교보문고와 예스24에 따르면 인기 여행 에세이로는 태원준 씨가 쓴 ‘엄마…’ 시리즈를 비롯해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린 마틴 지음·글담),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오소희 지음·북하우스) 등이 꼽힌다. 이들 책은 가족이 색다른 방식으로 여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즐겁지…’는 미국인 노부부가 70세가 되던 해 모든 것을 처분하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터키 등 세계 곳곳에서 일정 기간 살며 쓴 여행 에세이다. ‘바람이…’는 세 돌 된 아들과 터키 여행을 떠난 엄마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가족이 미니버스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등 세계를 누빈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 여행’(빼빼가족 지음·북로그컴퍼니)도 인기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혼자 여행한 경우도 눈길을 끈다. 13개국에서 만난 13명의 남자 이야기를 담은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김얀 지음·달)과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집한 후원자 200여 명의 좌우명과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아프리카를 60여 일간 여행한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안시내 지음·상상출판)이 있다. 일반인이 여행 에세이를 내기 위해 출판사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출판사에는 매일 한 건, 많게는 하루에 10건 이상 글이 쏟아져 들어온다. 김지향 달 출판사 편집장은 “한 해 400편가량 원고가 들어오는데 여행 에세이가 70%가량을 차지한다”며 “이 가운데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는 1, 2권 정도”라고 말했다. 2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책으로 ‘빛’을 보기 위해서는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 유철상 상상출판 대표는 “글 솜씨는 기본이고 차별화된 방식으로 여행하거나 다른 이들이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급속한 시장 침체로 출판계는 어느 때보다 추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꽁꽁 언 땅 밑에서도 새싹은 돋아날 힘을 모으는 법. 올해 잇달아 출간되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얼어붙은 출판계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스트셀러, 지각 변동 올까 혜민 스님이 다음 달 초 새 에세이집(제목 미정·수오서재)을 선보인다. 혜민 스님이 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2012년 31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47주째 판매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4, 5월경 속편인 ‘미움받을 용기2’(가제)를 같은 출판사에서 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30여 년간 작가로 살아온 삶을 솔직하게 풀어낸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현대문학)도 2, 3월경 출간된다. 다음 달 나오는 ‘아, 김수환’(김영사)은 김수환 추기경의 알려지지 않은 발자취를 담은 전기다. ‘7년의 밤’, ‘28’ 등의 소설로 탄탄한 독자층이 있는 정유정은 신작으로 1인칭 사이코패스 스릴러 ‘종의 기원’(은행나무)을 5월경 발표한다. 신도시의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지는 가운데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악의를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이다. 작가 김숨이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 복원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 소설 ‘L의 운동화’(민음사)도 3월경 만날 수 있다. 김경욱의 장편소설 ‘개와 늑대의 시간’(문학과지성사)은 1982년 90명의 사상자를 낸 ‘우범곤 순경 총기 난사 사건’을 통해 그 시대를 반추한다. 편혜영의 장편소설 ‘홀’(문학과지성사)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자가 장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윤대녕은 11년 만의 신작 ‘피에로들의 집’(문학동네)을 다음 달 출간하고, 하성란도 신작 장편(제목 미정·창비)을 3월쯤 낼 예정이다.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장강명은 올해도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북한을 배경으로 한 장편 스릴러(제목 미정·위즈덤하우스)를 6, 7월경 내고 문학공모전에 대한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한국의 공채 제도를 짚어보는 논픽션도 하반기에 발표한다.○ 반가운 이름, 그들이 온다 알랭 드 보통이 20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 ‘사랑의 과정’(가제·은행나무)은 결혼한 부부의 사랑을 다룬 작품. 6월쯤 출간될 예정이다. 정치 음모 살인이 뒤얽힌 세계를 음산하게 그린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소설 ‘창간 준비호’(열린책들)도 6월경 만날 수 있다. ‘통섭’, ‘인간 본성에 대하여’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의 ‘개미’(글항아리)는 9월경 나온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그동안 추적했던 수많은 사회의 유형을 한 권으로 압축한 ‘컴페어링 휴먼 소사이어티즈’(김영사)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유명한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새 소설 ‘히트맨 안데르스와 그 모든 것의 의미’(열린책들)가 10월경 출간될 예정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한국 문학이 대중의 관심을 얻으며 침체됐던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올해는 총선이 있는 만큼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심층 분석한 책들도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축복과 격려가 연중 어느 때보다 많이 오가는 한 주였다. 마음이 느껴지는 말 한마디는 기운이 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등을 가만히 토닥여 주는 책들이 눈에 띈다. 낮은 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수녀 스태니슬라우스 케네디가 쓴 ‘영혼의 정원’은 시와 명언 등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명상을 담았다. 이해인 수녀가 조카 이진 씨와 함께 번역했다. ‘그저 단순하게 감탄하며 살라’는 작가 앨리스 워커의 말에 수녀는 ‘감탄은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고 묵상한다.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안광복)은 철학자의 인생론을 통해 고민을 풀 실마리를 찾아보라고 권한다. 라캉은 ‘욕망도 연습해야 는다’고 했다. 남에게 휘둘리지 말고 내 욕망을 발휘하는 훈련을 하면 조금은 덜 힘들어질 수 있단다. 삶이 녹록지 않을 때 위로가 되는 책 한 권을 발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행운의 신호라고 여기는 건 어떨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두렵지만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의식 있는 존재,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아왔습니다. 그 사실 자체가 내게는 크나큰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 지난해 2월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며 올리버 색스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2005년 눈에 생긴 암(흑색종)이 간으로 전이됐다고 했다. 숙연함이 몰려왔다. 생의 끝자락에서 이렇게 말하는 이는 얼마나 충만한 삶을 산 것일까. 그해 4월 자서전 ‘온 더 무브’가 출간됐고, 넉 달 후 그는 82세로 눈을 감았다.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는 신경 장애 환자들의 사연을 담은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깨어남’ ‘편두통’ 등을 펴내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그의 책은 신경병 환자가 단순히 정신병자가 아니라 감각 이상으로 그들만 보고 느끼는 또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임을 깨닫게 만들었다. 그는 정신과 신경을 분리해 치료하던 당시 관행을 깨고 환자의 인생에 집중하며 두 분야를 연결해 치료하는 데 앞장섰다. 이 책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독자를 빨아들이는 글쓰기 능력, 그리고 숨 가쁠 정도로 꽉 찬 그의 삶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보여준다. 유대인 의사 부부의 네 아들 중 막내인 그는 상처와 소외로 자주 움츠러들었다. 10대 때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차갑게 내뱉는다.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그는 사랑하는 이에게서 버림받고, 마약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형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은 평생 죄책감으로 그를 짓눌렀다. 아파 본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더 예민해지고 이해하려 애쓰게 된다. 그가 환자를 기계적인 치료 대상이 아니라 역사를 가진 인간으로 대하는 모습은, 시간이 흐른 후 면도날 같았던 어머니의 말을 정신분열증과 동성애로 두 아들을 잃을지 모른다는 탄식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결을 같이한다. 왕성한 호기심은 그를 숱한 분야의 모험으로 이끌었다. 화학, 생물학, 해부학 등을 탐구하고 모터사이클, 스쿠버 다이빙, 역도, 여행, 음악에 심취했다. 1000권이 넘는 일기를 쓰고 수영을 하다가도 문장이 떠오르면 뛰쳐나와 기록할 정도로 메모광이었다. 책장은 빠르게 넘어간다. 의학계의 거장이기에 앞서 한 인간인 그를 마주할 수 있다. 모터사이클을 위협하던 차를 쫓아갔다 10대임을 알고는 맥이 빠져 돌아서고,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이 무리하게 역기를 들어올리는 치기 어린 청년이 있었다. 의도야 어찌됐든 환자를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게 세상에 드러낸 것을 미안해하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사람은 의학계에서 진지하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시무룩해한다. 수두에 걸린 줄도 모르고 자신이 세계 최초의 급성피부경화증 환자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는 모습에는 웃음이 터진다. 그의 팬이라면 여러 책이 탄생했던 ‘산고의 과정’을 속속들이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책을 접해 보지 않은 이에게는 그가 낳은 ‘자식’들을 만나보고 싶게 만든다. 시인 친구가 쓴 동명의 시에서 따온 제목처럼 그는 평생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죽음의 문턱에서 그가 그토록 여유롭고 따스하게 삶을 관조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2015년 ‘올해의 명저’로, 아마존은 2015년 5월 ‘이달의 책’으로 선정했다.:: 올리버 색스(1933∼2015) ::△영국 런던 출생△옥스퍼드대 퀸스칼리지 의학 학위△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신경과 레지던트△미국 베스에이브러햄병원 신경과 전문의△미국 알베르트아인슈타인의과대, 뉴욕대, 컬럼비아대 교수△록펠러대 ‘루이스 토머스 상’ 수상△영국 커맨더 훈장 수훈:: 저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뮤지코필리아△환각△마음의 눈△올리버 색스의 오악사카 저널△색맹의 섬△목소리를 보았네△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깨어남△편두통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3일 막을 올린 뮤지컬 ‘원스’는 뮤지컬 하면 흔히 떠오르는 공식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영화 ‘비긴 어게인’의 감독 존 카니가 앞서 만든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화려한 의상이나 무대, 오케스트라도 없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선술집을 배경으로 평상복을 입은 배우들이 기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 16개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춤추고 노래한다. 이 작품은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 던 한 남자와 그에게 위로를 건네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버무려 담백하게 승부한다. 그래서 음악의 힘이 절대적이다. 》5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원스’의 음향 감독 클라이브 굿윈(53)을 만났다. 영국 출신인 그는 ‘원스’로 2012년 토니상을 받았고, 세계적인 록 밴드 라디오헤드를 비롯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작업했다. ―한국 배우들의 연주 실력을 평가해 달라. “만족스럽다. 지구 반대편의 음악을 굉장히 잘 연주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악기를 연주하지 않았던 배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를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이 작품의 음향 작업이 매우 까다롭다고 하던데…. “보통 뮤지컬에서 사용하는 음향 효과 채널은 40개를 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원스’는 86개의 채널을 사용한다. 이 가운데 70개는 무선마이크 채널이다. 악기별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위치를 찾아 관객 눈에 보이지 않게 무선 마이크를 다는 작업은 복잡했지만 흥미로웠다. 피아노에는 4개의 마이크가 있지만 전혀 안 보인다.” ―배우 마이크는 어떻게 처리했나. “소리가 잘 담기면서도 보이지 않는 위치에 마이크를 달기 위해 배우 개개인의 특성을 연구했다. 머리숱이 적은 배우는 수염 속에 마이크를 넣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배우는 마이크를 고정시키는 테이프를 더 단단히 붙였다.” ―마이크가 보이지 않는 게 왜 중요한가. “‘원스’는 관객이 스스로를 더블린 선술집에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관객도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야 하니까. 또 음악을 통한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음악을 연주하는 현장에 있는 듯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아내는 게 이번 작업의 핵심이었다.” ―뮤지컬, 록은 물론이고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고 있다. “한 사람이 마이크 하나를 두고 강의하든,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든 소리를 증폭시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즐긴다. 마이크 스피커 콘솔 장비는 장르에 상관없이 거의 똑같다. 그게 붓이자 조각칼이다. 난 음향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음향 감독이 된 계기는…. “15세 때 친구들과 연 디스코 파티에서 음향을 담당하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부모님이 음향으로는 밥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해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좋은 소리에 압도되고 빨려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음악을 들으면 연주하는 악기가 무엇 무엇인지 자동으로 분석하게 된다.(웃음)” 윤도현 이창희 전미도 박지연 출연. 2015년 3월 29일까지, 6만∼12만 원, 1544-155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사회적 지위, 재산 등이 모두 사라져버린 채 스스로를 마주한다면 자신을 무어라 규정하겠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의 연극 ‘리차드 2세’가 18일 무대에 오른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폭정을 휘둘렀던 리차드 2세는 사촌인 볼링브루크에게 왕좌를 뺏긴다. 왕이 아닌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리차드 2세는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찾게 된다. 김수현(리차드 2세), 윤정섭(볼링브루크) 오영수(볼링브루크 아버지) 등이 출연하고 루마니아의 펠릭스 알렉사가 연출을 맡았다. 김수현은 “드라마틱한 사건 위주가 아닌 인물 내면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며 “폭군이기는 했지만 자유롭고 철학적인 한 인간으로서 리차드 2세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렉사 연출가는 김수현에게 “리차드 2세가 어떤 인물인지 한 번에 표현해 낸다면 그것은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로 다층적인 캐릭터다. 연출가는 사건의 배경을 국적과 시대를 알 수 없는 어느 곳으로 설정했다. 리차드 2세가 살았던 당시 그대로를 고증해 내는 게 아니라 총도 등장하는 현대적인 무대로 풀어낸 것. 벌거벗겨진 채 쫓겨난 리차드 2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원작에 없는 어린 리차드 2세를 등장시켜 어른이 된 현재의 모습과 대비시킴으로써 내면의 순수함과 본질적인 자신의 모습을 그려냈다. 18∼2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1688-5966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3일 막을 올린 뮤지컬 '원스'는 뮤지컬하면 떠올리게 하는 공식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영화 '비긴 어게인'의 감독 존 카니가 앞서 만든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화려한 의상이나 오케스트라도 없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선술집을 배경으로 평상복을 입은 배우들이 기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 16개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춤추고 노래한다. 이 작품은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던 한 남자와 그에게 위로를 건네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버무려 담백하게 승부한다. 그래서 음악의 힘이 절대적이다. 5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원스'의 음향 감독 클라이브 굿윈(53)을 만났다. 영국 출신인 그는 '원스'로 2012년 토니상을 받았고, 세계적인 록 밴드 라디오헤드를 비롯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작업했다. -한국 배우들의 연주 실력을 평가해 달라. "만족스럽다. 지구 반대편의 음악을 굉장히 잘 연주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악기를 연주하지 않았던 배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를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이 작품의 음향 작업이 매우 까다롭다고 하던데. "보통 뮤지컬에서 사용하는 음향 효과 채널은 40개를 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원스'는 86개의 채널을 사용한다. 이 가운데 70개는 무선마이크 채널이다. 악기별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위치를 찾아 관객 눈에 보이지 않게 무선 마이크를 다는 작업은 복잡했지만 흥미로웠다. 피아노에는 4개의 마이크가 있지만 전혀 안 보인다." -배우 마이크는 어떻게 처리했나. "소리가 잘 담기면서도 보이지 않는 위치에 마이크를 달기 위해 배우 개개인의 특성을 연구했다. 머리카락이 없는 배우는 수염 속에 마이크를 넣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배우는 땀에 마이크 고정 테이프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더 단단히 고정시켰다." -마이크가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한가. "'원스'는 관객이 스스로를 더블린 선술집에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관객도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야 하니까. 또 음악을 통한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음악을 연주하는 현장에 있는 듯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아내는 게 이번 작업의 핵심이었다." -뮤지컬, 록은 물론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고 있다. "한 사람이 마이크 하나를 두고 강의하는 것이든 오케스트라 연주든 소리를 증폭시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즐긴다. 마이크 스피커 콘솔 장비는 장르에 상관없이 거의 똑같다. 그게 붓이자 조각하는 칼이다. 난 음향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음향 감독이 된 계기는? "15세 때 친구들과 연 디스코 파티에서 음향을 담당하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부모님이 음향으로는 밥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해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좋은 소리에 압도되고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음악을 들으면 연주하는 악기가 무엇 무엇인지 자동으로 분석하게 된다.(웃음)" 윤도현 이창희 전미도 박지연 출연. 2015년 3월 29일까지, 6만~12만 원, 1544-155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말에 잘 어울리는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위대한 유산’이 무대에 오른다. 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시작하는 연극 ‘위대한 유산’에는 핍 역을 맡은 김석훈을 비롯해 오광록(매그위치) 길해연(해비셤) 조희봉(재거스) 등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이브에 탈출한 죄수에게 선행을 베푼 시골 소년 핍이 이후 큰 보답을 받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물질에 대한 집착,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 사랑에 대한 갈망 등을 통해 인간과 인생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최용훈 연출은 “원작은 사실적인 묘사가 많은 건조한 작품이지만 이번 무대는 영국적인 냉랭함보다는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해 인간에 대한 따뜻함과 희망을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김석훈은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선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로 시골 청년의 순박한 모습과 세련된 신사의 모습을 둘 다 선명하게 잘 표현해 낼 것이라고 생각돼 캐스팅했다는 것이 최 연출의 말이다. 오광록 길해연 조희봉 등은 개성 강한 연기로 무대에 힘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각색을 맡은 김은성 작가는 “디킨스가 던졌던 ‘우리가 지켜야 할 위대한 유산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음미하며 작업했다”고 했다. 28일까지. 2만∼5만 원. 1644-200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