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이상환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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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상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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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2~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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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 새해 첫 거래일 사상 최고가… 반도체 투톱, 동반 신고가

    새해 첫 거래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반도체 수출에 실적 호조 기대감이 커진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신고가 기록을 썼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여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등락이 엇갈렸다. 반도체에 치우친 양극화 회복이 실물 경제뿐만 아니라 증시에서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끌고, 소비재 밀며 사상 최고가 달성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7%(95.46) 오른 4,309.63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4,300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코스피는 장중 4,313.55까지 상승하며 장중 고점 신기록도 세웠다. 전 거래일보다 2.17%(20.10) 상승한 코스닥은 945.57로 마감했다. 새해 첫 거래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가장 최근에는 동학개미 열풍이 불며 국내 주식 ‘사자’ 분위기가 강했던 2021년 1월 4일(2,994.45)이다. 반도체가 이날 증시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7.17% 상승한 12만8500원으로 마감했다. 2024년 11월 15일(+7.21%)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SK하이닉스(+3.99%), 삼성전자 우선주(+5.83%) 등도 크게 상승했다. 시총 기준 삼성전자는 837조7015억 원, SK하이닉스는 492조8576억 원으로 덩치가 커졌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일본 시총 1위 도요타자동차(53조79억 엔·약 489조 원)를 제치는 이색 기록도 세웠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1734억 달러·약 250조3896억 원)이 역대 최대액을 경신한 것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는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8일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장비 기업 주가로도 훈풍이 확산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재 기업 주가도 상승했다. 특히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인들이 이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졌다. 하이브(+4.85%), JYP엔터(+6.75%), 아모레퍼시픽(+6.19%) 등의 주가가 상승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외국인 매수세가 상승을 주도했다. 코스피에선 외국인이 7127억 원 순매수하고 개인은 4766억 원, 기관은 2730억 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13억 원, 899억 원씩 순매수하고 개인은 2150억 원 순매도했다.● 하락 종목 多, 고환율 등 리스크 여전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하락 종목이 더 많은 탓에 온도 차가 컸다. 이날 코스피에서 하락한 종목이 523개로 상승한 종목(374개)보다 많았다. 실물 경기뿐만 아니라 증시에서도 치우침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수출이 좋아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 하지만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실물 경제, 환율, 증시가 모두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도 리스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8원 오른 1441.8원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 순매수에 나섰지만 1440원대로 반등한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은 미국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다시 오를 수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 우려로 외국인 투자 심리가 위축돼 주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도 상승 마감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1.33% 상승 마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중국 공장에 미국산 장비 반입을 허가받은 TSMC 주가가 2% 넘게 올랐다. 홍콩 항셍지수도 2.76% 상승했다. 이날 일본과 중국 증시는 휴장이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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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첫날부터 코스피 4300선 돌파…삼전·하닉 신고가

    새해 첫 거래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반도체 수출에 실적 호조 기대감이 커진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신고가 기록을 썼다.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여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등락이 엇갈렸다. 반도체에 치우친 양극화 회복이 실물 경제뿐만 아니라 증시에서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끌고, 소비재 밀며 사상 최고가 달성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7%(95.46) 오른 4,309.63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4,300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코스피는 장중 4,313.55까지 상승하며 장중 고점 신기록도 세웠다. 전 거래일보다 2.17%(20.10) 상승한 코스닥은 945.57로 마감했다. 새해 첫 거래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가장 최근에는 동학개미 열풍이 불며 국내 주식 ‘사자’ 분위기가 강했던 2021년 1월 4일(2,994.45)이다.반도체가 이날 증시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7.17% 상승한 12만8500원으로 마감했다. 2024년 11월 15일(+7.21%)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SK하이닉스(+3.99%), 삼성전자 우선주(+5.83%) 등도 크게 상승했다. 시총 기준 삼성전자는 837조7015억 원, SK하이닉스는 492조8576억 원으로 덩치가 커졌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일본 시총 1위 도요타자동차(약 487조4500억 원)를 제치는 이색 기록도 세웠다.인공지능(AI) 열풍으로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1734억 달러·약 250조3896억 원)이 역대 최대액을 경신한 것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는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8일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장비 기업 주가로도 훈풍이 확산했다”고 말했다.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재 기업 주가도 상승했다. 특히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인들이 이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졌다. 하이브(+4.85%), JYP엔터(+6.75%), 아모레퍼시픽(+6.19%) 등의 주가가 상승했다.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외국인 매수세가 상승을 주도했다. 코스피에선 외국인이 7127억 원 순매수하고 개인은 4766억 원, 기관은 2730억 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13억 원, 899억 원씩 순매수하고 개인은 2150억 원 순매도했다.● 하락 종목 多, 고환율 등 리스크 여전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하락 종목이 더 많은 탓에 온도 차가 컸다. 이날 코스피에서 하락한 종목이 523개로 상승한 종목(374개)보다 많았다. 실물 경기뿐만 아니라 증시에서도 치우침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수출이 좋아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 하지만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실물 경제, 환율, 증시가 모두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고환율도 리스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8원 오른 1441.8원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 순매수에 나섰지만 1440원대로 반등한 것이다.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은 미국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다시 오를 수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 우려로 외국인 투자 심리가 위축돼 주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한편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도 상승 마감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1.33% 상승 마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중국 공장에 미국산 장비 반입을 허가받은 TSMC 주가가 2% 넘게 올랐다. 홍콩 항셍지수도 2.76% 상승했다. 이날 일본과 중국 증시는 휴장이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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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 24조 첫 돌파…역대 최대

    월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처음으로 24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할인 행사 등으로 음식 서비스 거래가 늘고, 음·식료품과 여행·교통 서비스 이용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4조161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8% 증가했다. 2017년 1월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월간 거래액이 24조 원을 넘어선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3조495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7%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무료 배달’ 등 마케팅이 꾸준히 이어졌고, 정부 공공 배달앱을 통한 민생 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늘어난 데는 음‧식료품(10.1%)과 여행 및 교통 서비스(8.5%)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와 자동차용품 거래액은 1년 전보다 35.0% 늘어났다.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운영하는 테슬라의 신형 모델 판매와 중고차 거래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반면, 쇼핑몰별 프로모션 행사가 줄어들면서 가전·전자(―4.9%) 등 일부 품목에서는 거래액이 감소했다. 온라인 쇼핑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1년 전보다 7.9% 증가한 18조5941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쇼핑 이용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체 온라인 쇼핑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77.0%에 달했다. 특히 음식 서비스의 경우 모바일 거래 비중이 98.9%로 대부분의 결제가 모바일을 통해 이뤄졌다.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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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유 11%-수입소고기 8% 올라… 고환율 영향 본격화 올해 더 걱정

    새해 벽두부터 먹거리 가격, 기름값 등이 들썩이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말 고공 행진한 원-달러 환율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외식 물가 등으로 확산하면 올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1% 올라 2020년(0.5%)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월별 흐름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물가가 1년 전보다 2.3% 오르는 등 4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돌았다. 물가 고공 행진은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킨다. 월급이 소폭 올라도 물가가 더 많이 올라 실질 소득이 깎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먹거리 중심 장바구니 물가 상승3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같은 달보다 4.1% 올라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에는 국내 농산물 생산량 감소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사과(19.6%), 귤(15.1%) 등 과일이 많이 올랐다. 지난해 가을비가 많이 내려 작황이 부진했던 영향 때문이다. 쌀(18.2%)은 재배면적 축소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올랐다. 고환율로 수입 물가가 올라 전체 먹거리 물가가 뛰었다. 고등어(11.1%), 바나나(6.1%), 망고(7.2%), 커피(7.8%) 등 수입 비중이 높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환율 영향이 빠르게 반영되는 석유류 물가는 지난해 2월(6.3%)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6.1%)으로 올랐다. 대표적 서민 연료인 경유가 1년 전보다 10.8% 올라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휘발유도 5.7% 올랐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국제 유가는 내렸는데 환율 상승으로 석유류 수입 가격이 오른 데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율을 축소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이지만 소비자의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만 떼어 작성한 생활물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물가 상승률은 2.7%였다. 김용 한은 부총재보는 “생활물가가 2% 후반대로 여전히 높은 만큼 환율이 물가에 미칠 영향, 겨울철 농축수산물 가격 추이 등에 유의하면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 고환율로 물가 상승”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 수준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전체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도 물가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품목별로 다른데 석유류나 신선식품이 빨리 오른 뒤 점차 가공품까지 천천히 오르게 된다”며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도 “원자재나 먹거리는 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올해도 고환율로 유가나 식료품 등 수입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 위주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먹거리 등 생활물가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월 소비자물가는 2.3% 상승해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서민 생활 밀접 품목인 먹거리와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요금 감면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3월까지 전기요금은 월 최대 1만6000원, 도시가스 요금은 월 최대 14만8000원까지 깎아준다.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쓰는 에너지바우처 수급 20만 가구에는 평균 14만7000원을 추가 지급한다. 취약계층 대상 연탄 소비쿠폰도 47만2000원어치 지원한다. 수도권 기준 월 최대 6만2000원 초과 대중교통비를 환급해 주는 ‘모두의 카드’도 도입한다. 설 명절 기간에는 농축수산물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202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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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 1, 2학년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청년미래적금 뜬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학부모는 자녀 예체능 학원비에 대해서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다자녀가구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는 자녀당 20만 원으로 확대된다. 아울러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은 소득의 9%에서 9.5%로 0.5%포인트 오른다. 시간당 최저임금도 1만320원으로 오르게 된다. 2026년 달라지는 제도를 분야별로 정리했다.》[세금·금융·부동산]보육수당 1인당 20만원 비과세주말부부 모두 월세 세액공제▽보육수당 비과세 한도 확대=1일부터 월 20만 원인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가 자녀 1인당 20만 원으로 확대된다. 보육수당은 6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에게 회사가 지급하는 수당이다. 기존에는 근로자 1인에 월 20만 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줬으나, 올해부터는 자녀 수가 많으면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준다는 뜻이다. 자녀 수에 제한도 없다. ▽자녀 교육비 지원 확대=1일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자녀의 예체능 학원비가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는 미취학 자녀 대상으로만 학원비 지출액 15% 세액공제 혜택을 줬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예체능 학원비에 대해서도 혜택이 주어진다. 태권도·미술·음악 학원비 등이 공제 대상에 포함됐고, 공제 한도는 300만 원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올해부터 고배당 상장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실시된다. 고배당 기업에서 받는 배당소득은 종합소득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다. 배당 성향이 25% 이상이면서, 배당액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기업들이 대상이다. ▽청년미래적금 신설=올 6월 신설되는 청년미래적금은 만기를 3년으로 설정해 결혼·주거 등 자금 수요가 높은 청년의 장기 가입 부담을 경감했다. 정부 기여금 지원 비율은 일반형이 납입액의 6%, 우대형은 납입액의 12%로 높게 설정됐다. 이 적금은 월 납부 한도가 50만 원인 자유적립식 비과세 적금 상품이다. 원금 1800만 원을 최대로 납입하면 만기에 2000만 원 이상 목돈을 받을 수 있다. ▽중도상환 수수료 개편 방안 상호금융권까지 확대=1일부터 상호금융권도 중도상환 수수료가 인하된다. 상호금융권에서도 중도상환 수수료에 자금 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 비용, 대출 관련 행정·모집 비용 등 실비용 외 다른 비용을 부과할 수 없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인하돼 소비자들이 유리한 대출로 갈아타거나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별 중도상환 수수료율은 농·수협·산림조합중앙회 홈페이지에 1일부터 공시된다. ▽무주택 주말부부 월세 세액공제=올해부터 무주택 부부 월세 세액공제 규모가 확대된다. 직장 등을 이유로 서로 다른 시군구에 거주하는 월세 세입자 부부라면 기존 세대주 1인만 받을 수 있었던 월세 세액공제를 부부 모두 받을 수 있게 된다. 지원 대상은 총급여 8000만 원 이하 무주택 근로자다. 공제 한도는 부부 합산 연 1000만 원까지다.[사법·행정·국방·문화]양육의무 저버린 부모 상속권 박탈인구감소지역 여행비 50% 환급▽‘구하라법’ 본격 시행=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 상속권을 박탈하는 상속권 상실선고 제도가 이달부터 시행된다. 자녀를 방치한 부모나 조부모를 상대로 유족이 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직접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가정법원은 부양 의무 위반 경위와 가족 관계 등을 꼼꼼히 따져 상속 자격 박탈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운전면허증 갱신 기간 변경=1일부터 운전면허 갱신 기간이 면허자의 생일 앞뒤 6개월로 변경된다. 올해 갱신 대상자인데 생일이 8월 15일이라면, 2월 16일부터 내년 2월 15일 사이에 갱신해야 한다. 다만 올해 처음 갱신한다면 1월 1일부터 생일 이후 6개월까지로 갱신 기간이 확대된다. ▽여권 발급 수수료 인상=3월부터 모든 여권 종류에 대한 발급 수수료가 2000원씩 오른다. 유효기간 10년짜리 복수여권 58면은 4만 원, 26면은 3만7000원으로, 유효기간 5년짜리 복수여권 58면은 3만5000원, 26면은 3만2000원으로 변경된다. 유효기간 1년 이내 단수여권과 긴급여권, 여행증명서 발급 수수료도 2000원씩 인상된다. 정부는 20년 만의 수수료 인상으로 2021년 차세대 전자여권 도입에 따라 상승한 여권 발급 비용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사진에 ‘워터마크’ 도입=22일부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시행된다. AI 기본법에 따라 생성형 AI를 개발하거나 이용하는 사업자는 AI로 생성된 사진, 영상, 음성 콘텐츠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워터마크를 넣어야 한다. 비가시적 워터마크를 넣을 때는 영상이나 음성 앞에 AI로 생성됐음을 알리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3월부터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 사업자에게 단체교섭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 원청 사업자가 하청 근로자의 근무시간이나 교대근무 등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돼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또 기업이 근로자를 정리해고하면 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정리해고는 파업 대상이 아니었다. ▽인구감소지역 여행경비 지원 제도=올해부터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을 여행하는 관광객은 여행 경비의 50%를 지역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로 환급받을 수 있다. 식사, 숙박 등 관광 관련 업종에서 쓴 돈을 환급액 기준 1인 최대 10만 원(단체는 최대 20만 원)까지 돌려준다. 사업 대상 지방자치단체(여행 목적지)가 상·하반기 약 10개씩 선정될 예정이다. 이때 각 지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국민연금 내는 돈 9.5%로 인상… 매년 올라 2033년엔 13%[복지·고용·교육·환경]무상교육-보육비 4세까지 확대최저임금 시간당 1만320원▽국민연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인상=1일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이 9%에서 9.5%로 인상된다. 보험료율은 매년 0.5%포인트씩 인상돼 2033년에는 13%까지 오른다.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올해 41.5%에서 43%로 인상된다. 노령연금 감액 제도도 개선돼 6월부터는 월 소득 509만 원 미만 수급자는 연금이 깎이지 않는다. ▽통합돌봄 전국 시행=3월부터 질병,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와 장애인 등에게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 요양병원 등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살던 곳에서 의료·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삶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다. 시군구별로 재택의료, 방문간호 등 의료 서비스와 가사·이동·식사 등을 통합 지원한다. ▽유아 무상교육·보육비 4세까지 확대=5세를 대상으로 지원하던 무상교육·보육비가 3월부터 4세도 받는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4, 5세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기존에 부담하던 비용을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공립유치원 2만 원, 사립유치원 11만 원, 어린이집 7만 원 등이다. 이에 해당하는 학부모는 별도로 신청하지 않고 납부하던 금액에서 차감받는 방식으로 지원받는다. ▽최저임금 시간당 1만320원=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20원으로 오른다. 2025년(1만30원) 대비 2.9% 올랐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8만2560원이다. 주 40시간 근무하면 월 215만6880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201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결정됐다. 다만 수습 기간이라면 10%를 감액할 수 있다. ▽전기차 화재 최대 100억 원 보장 보험 출시=3월부터 충전이나 주차 중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제3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최대 100억 원까지 보장되는 ‘무공해차 안심보험’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화재를 우려해 차량 보급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공해차 안심보험은 신차를 출고한 뒤 최대 3년까지 가입할 수 있다. ▽폭염중대경보, 열대야주의보 신설=기상청은 기후재난에 대비해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를 신설하고 이를 6월부터 도입한다. 폭염중대경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인 상황이 하루 또는 이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열대야주의보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발령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실시=1일부터 일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매달 15만 원씩 기본소득이 지급된다.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된 10개 군에서 30일 이상 거주한 주민들이 지원 대상이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은 △경기 연천군 △강원 정선군 △충북 옥천군 △충남 청양군 △전북 순창·장수군 △전남 곡성·신안군 △경북 영양군 △경남 남해군 등이다.정리=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편집국 종합}

    • 202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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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바구니 물가’ 4분기 2.7%…작황 부진한 과일이 급등

    먹거리 가격, 기름값 등이 들썩이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말 고공 행진한 원-달러 환율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외식 물가 등으로 확산하면 새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1% 올라 2020년(0.5%)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월별 흐름을 살펴보면 이번달 물가가 1년 전보다 2.3% 오르는 등 4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돌았다. 물가 고공 행진은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킨다. 월급이 소폭 올라도 물가가 더 많이 올라 실질 소득이 깎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먹거리 중심 장바구니 물가 상승3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이번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같은 달보다 4.1% 올라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에는 국내 농산물 생산량 감소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사과(19.6%), 귤(15.1%) 등 과일이 많이 올랐다. 올해 가을비가 많이 내려 작황이 부진했던 영향 때문이다. 쌀(18.2%)은 재배면적 축소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올랐다. 고환율로 수입 물가가 올라 전체 먹거리 물가가 뛰었다. 고등어(11.1%), 바나나(6.1%), 망고(7.2%), 커피(7.8%) 등 수입 비중이 높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환율 영향이 빠르게 반영되는 석유류 물가는 올해 2월(6.3%)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6.1%)으로 올랐다. 대표적 서민 연료인 경유가 1년 전보다 10.8% 올라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휘발유도 5.7% 올랐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국제 유가는 내렸는데 환율 상승으로 석유류 수입 가격이 오른 데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율을 축소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이지만 소비자의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만 떼어 작성한 생활물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올해 4분기(10~12월) 물가 상승률은 2.7%였다. 김용 한은 부총재보는 “생활물가가 2% 후반대로 여전히 높은 만큼 환율이 물가에 미칠 영향, 겨울철 농축수산물 가격 추이 등에 유의하면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 고환율로 물가 상승”한은은 내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 수준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전체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품목별로 다른데 석유류나 신선식품이 빨리 오른 뒤 점차 가공품까지 천천히 오르게 된다”며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도 “원자재나 먹거리는 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내년에도 고환율로 유가나 식료품 등 수입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 위주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정부는 먹거리 등 생활물가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월 소비자물가는 2.3% 상승해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서민 생활 밀접 품목인 먹거리와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정부는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요금 감면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3월까지 전기요금은 월 최대 1만6000원, 도시가스 요금은 월 최대 14만8000원까지 깎아준다.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쓰는 에너지바우처 수급 20만 가구에는 평균 14만7000원을 추가 지급한다. 취약계층 대상 연탄 소비쿠폰도 47만2000원어치 지원한다. 수도권 기준 월 최대 6만2000원 초과 대중교통비를 환급해 주는 ‘모두의 카드’도 도입한다. 설 명절 기간에는 농축수산물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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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훈 “내란, 민주주의 파괴 불법행위” 공개 사과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의 현금성 지원 확대 등 확장재정 기조를 비판한 데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에 대해 정치·정책적 논란이 여전해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 이 후보자는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집회에 참석했던 과거에 대해 공개 사과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단절과 청산, 그리고 통합’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1년 전 엄동설한에 내란 극복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정치에 몸담으며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다”며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직무 수행 의지도 강조했다. 그는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두고 과거의 실수를 덮은 채 나아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말이 아닌 행동과 결과로 사과의 무게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과는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과거 행적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후보자 지명 논란을 염두에 둔 듯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대결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통합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권한을 가진다고 사회를 다 파랗게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가시밭길’ 인사청문회 이 후보자는 현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다”면서도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정책적 견해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이 후보자는 경제학자로서 나랏빚을 늘리는 방식의 재정 확대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 왔다. 확장재정이 기조인 현 정부와는 정반대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9월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급증시킨 국가부채를 3년 만에 줄였다”며 “전 세계가 기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라고 언급했다. 과거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발언도 많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만 원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주장하자 “포퓰리즘의 대표적 행태”라고 문제 삼았다. 소비쿠폰 승수효과(재정 지출이 연쇄적인 소비·투자로 확대되는 효과)와 관련해서도 “퍼주기식 팽창 재정과 통화정책이 오늘날의 고물가를 초래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내란 옹호 이력과 현 정부 재정 기조와의 적합성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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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울 3호기’ 가동 허가… 李정부 신규원전 첫 승인

    울산 울주군 새울 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착공 9년 만에 가동을 허가받았다. 이르면 내년 8월부터 가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30일 회의를 열어 준공을 앞둔 ‘새울 3호기 운영 허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2016년 착공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운영 허가를 받은 것이다. 국내에서 신규 원전 가동이 허가된 건 2023년 9월 신한울 2호기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20년 8월 세울 3호기 운영 허가를 신청했다. 원안위는 안전성 심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이달 19일 새울 3호기 운영 허가에 대한 첫 심의를 했다. 이후 두 차례 심의 만에 새울 3호기가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안전기준 등을 충족한 것을 확인하고 운영 허가를 의결했다. 표결에선 재적 위원 6명 중 5명이 찬성했다. 과거 원안위 주요 의사결정이 세 차례 정도 회의를 거쳐 이뤄진 사례가 많아 새울 3호기 운영 허가 여부도 내년에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예상과 달리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전력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안전성에 이상이 없으면 굳이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새울 3호기에 연료를 장전하고 약 8개월의 시운전을 거친 뒤 내년 8월 가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울 3호기 가동으로 한빛 1호기 등 노후 원전들로 인해 생기는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탄소중립과 바람직한 에너지믹스’를 주제로 1차 대국민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론화 작업의 일환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토론회에서 “인류 사회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한 만큼, 석탄발전소와 가스발전소도 궁극적으로는 에너지원에서 퇴출시키고 탄소 발생을 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결합하는 에너지원 대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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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정정책 답변 피한 이혜훈…’퍼주기 재정’ 비판 소신 뒤집을까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의 현금성 지원 확대 등 확장재정 기조를 비판한 데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에 대해 정치·정책적 논란이 여전해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이 후보자는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집회에 참석했던 과거에 대해 공개 사과한 것이다.이 후보자는 이날 ‘단절과 청산, 그리고 통합’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1년 전 엄동설한에 내란 극복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 정치에 몸담으며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다”며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덧붙였다.직무 수행 의지도 강조했다. 그는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두고 과거의 실수를 덮은 채 나아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말이 아닌 행동과 결과로 사과의 무게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이번 사과는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과거 행적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후보자 지명 논란을 염두에 둔 듯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대결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통합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권한을 가진다고 사회를 다 파랗게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가시밭길’ 인사청문회이 후보자는 현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다”면서도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정책적 견해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셈이다.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이 후보자는 경제학자로서 나랏빚을 늘리는 방식의 재정 확대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 왔다. 확장재정이 기조인 현 정부와는 정 반대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9월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급증시킨 국가부채를 3년 만에 줄였다”며 “전 세계가 기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라고 언급했다.과거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발언도 많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만 원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주장하자 “포퓰리즘의 대표적 행태”라고 문제 삼았다. 소비쿠폰 승수효과(재정 지출이 연쇄적인 소비·투자로 확대되는 효과)와 관련해서도 “퍼주기식 팽창 재정과 통화정책이 오늘날의 고물가를 초래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내란 옹호 이력과 현 정부 재정 기조와의 적합성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후보자가 내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처럼 재정 정책에 대해서도 충분히 조정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국민의힘 시절 발언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요구되는 역할 사이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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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울 3호기 이르면 내년 8월 가동…2년3개월만에 신규원전 허가

    울산 울주군 새울 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착공 9년 만에 가동을 허가받았다. 이르면 내년 8월부터 가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30일 회의를 열어 준공을 앞둔 ‘새울 3호기 운영 허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2016년 착공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운영 허가를 받은 것이다. 국내에서 신규 원전 가동이 허가된 건 2023년 9월 신한울 2호기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20년 8월 세울 3호기 운영 허가를 신청했다. 원안위는 안전성 심사결과 등을 토대로 이달 19일 새울 3호기 운영 허가에 대한 첫 심의를 했다. 이후 두 차례 심의 만에 새울 3호기가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안전기준 등을 충족한 것을 확인하고 운영 허가를 의결했다. 표결에선 재적 위원 6명 중 5명이 찬성했다.과거 원안위 주요 의사결정이 세 차례 정도 회의를 거쳐 이뤄진 사례가 많아 새울 3호기 운영 허가 여부도 내년에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예상과 달리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전력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안전성에 이상이 없으면 굳이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새울 3호기에 연료를 장전하고 약 8개월의 시운전을 거친 뒤 내년 8월 가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것으로 보고 있다. 새울 3호기 가동으로 한빛 1호기 등 노후 원전들로 인해 생기는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한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탄소중립과 바람직한 에너지믹스’를 주제로 1차 대국민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론화 작업의 일환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토론회에서 “인류 사회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한 만큼, 석탄발전소와 가스발전소도 궁극적으로는 에너지원에서 퇴출시키고 탄소 발생을 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결합하는 에너지원 대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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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훈 “韓경제 회색코뿔소 상황, 민생-성장 투자”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우리 경제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명 논란을 의식한 듯 이재명 정부와 관련한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29일 이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처음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가 단기적으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 상태”라고 진단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고물가와 고환율 이중고가 민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내 경제 상황을 “어느 날 불쑥 튀어나와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드는 ‘블랙스완’이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고 오랫동안 많은 경보가 있었음에도 무시하고 방관했을 때 치명적인 위협에 빠지게 되는 ‘회색코뿔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회색코뿔소는 파급력이 크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뜻한다. 잠재된 경제 리스크들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경제의 구조적 이슈로 △인구 위기 △기후 위기 △극심한 양극화 △산업과 기술의 대격변 △지방 소멸 등 5가지를 꼽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게 하고, 그 투자가 또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략적 선순환을 기획처가 만들어내겠다”며 “더 멀리 길게 보는, 기동력 있고 민첩한 기획처, 권한을 나누고 참여는 늘리는 예산처, 그 운용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예산처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다”면서도 “그 이야기만 따로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답을 피했다. 기자들의 추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집무실로 들어갔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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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노인 통장-도장 내미니… 제3자도 2분만에 150만원 인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화면에 ‘백오십만 원’이라고 적어주세요.”23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은행 창구. 기자가 치매 노인 박선자(92·가명) 씨의 통장과 도장을 내밀고 현금 인출을 요청하자 직원이 이같이 답했다. 디지털 패드에 박 씨의 이름을 적자 띠지로 묶인 현금 뭉치가 곧장 기자의 손에 쥐어졌다. 신분증이 필요 없냐고 묻자 직원은 “(예금주의) 도장이 있으니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치매 노인과 무관한 제3자가 타인의 자산을 탈취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분 40초였다.취재팀은 22, 23일 이틀간 치매 노인 가족의 동의를 받아 서울과 경기의 은행 5곳에서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했다. 대상은 2022년 치매 진단과 함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박 씨의 통장이었다. 그 결과 5곳 모두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다. 172조 원에 달하는 ‘치매 머니’를 노린 사냥이 잇따르지만, 정작 최전방인 은행 창구는 허술한 본인 확인 절차 앞에 뻥 뚫려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분 만에 뚫린 은행… “ATM 쓰세요” 안내까지예금주와 동행하지 않고도 돈을 찾는 방법은 간단했다. 통장과 도장을 내고, 은행 직원에게 현금을 뽑아 달라고 요구한다. 이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비밀번호와 이름만 입력하면 끝이었다. 예금주와의 관계를 묻거나 신분증을 요구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창구 인출보다 쉬운 방법을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한 은행 지점 직원은 “대기 시간이 길어 죄송하다”며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면 바로 현금을 뽑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박 씨 명의로 통장을 새로 개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지만, 노인이 직접 와야 한다”면서도 “모시고 와서, 확인이라 대답만 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인지 능력이 무너진 노인을 은행에 앉혀 놓기만 하면 사냥꾼이 마음대로 계좌를 주무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치매 환자였던 고 강대용 씨(73)의 ‘고향 친구’도 지난해 3월 이런 식으로 강 씨 명의 통장을 만들어 재산을 가로챘다.박 씨도 이처럼 허술한 은행의 현금 인출 시스템으로 인해 조카에게 돈을 뺏긴 피해자다. 치매 진단을 받은 2022년부터 조카인 김모 씨가 박 씨의 통장을 관리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수십만 원대 현금을 뽑아 사용했다. 나중에는 박 씨를 직접 은행 창구로 데려가 3000만 원의 예금을 한꺼번에 인출하기도 했다. 박 씨의 며느리 윤모 씨(56)는 “은행에서 이렇게 쉽게 돈을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라며 “우리 어머님 같은 치매 노인에 대해선 보호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작동 않는 범죄 예방책은행권이 범죄 방어 체계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사냥’을 막는 데 큰돈을 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주요 은행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이체 보류 등 임시 조치를 한 사례는 최근 3년간 21만1380건에 달했다. 지난해 의심거래보고(STR) 건수도 108만 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하지만 이런 감시망은 ‘창구의 도장’ 앞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은행이 인공지능(AI)을 동원해 비대면 이체를 실시간 감시하는 동안, 정작 대면 창구에 나타난 사냥꾼은 낡은 약관의 비호를 받으며 유유히 현금을 챙겼다. 예금거래기본약관상 도장과 비밀번호가 일치하면 은행의 책임은 면제되기 때문이다.은행연합회와 금감원은 2023년 4월 치매 환자처럼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치료비 등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예금주의 가족이 치료비 목적으로 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땐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는 위임장 등을 요구하기로 했는데, 취재팀이 둘러본 은행 5곳에서 이 절차를 지킨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감도장이 있으면 위임장 없이도 돈을 내주는 관행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꾼 대다수는 피해자의 곁을 지키며 언제든 통장과 도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이들이다. 실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2020년부터 5년간 조사한 치매 노인 대상 경제적 학대 판정서 379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아들딸 등 가족(52.0%)이었다. 요양원·요양병원 등 시설 종사자(31.9%)와 이웃 등 지인(11.9%)이 그 뒤를 이었다. 379건 중 126건은 치매 노인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연금 등을 몰래 빼돌리는 ‘기생형’이었다. 하지만 은행의 허술한 현금 인출 구조로 인해 이를 막지 못하는 셈이다.● “치매 진단 정보 공유하고, 특별 확인 절차 둬야”전문가들은 치매 노인의 자산권을 지키기 위해선 의료와 금융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등급 판정을 받고 장기요양인정서가 나온 치매 환자라면 해당 은행이 해당 정보를 공유받고 계좌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제3자가 대신 예금을 찾을 때 인감이 있어도 대리인 위임장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치매가 의심되는 고령층에겐 특별한 확인 절차를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연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선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연락처를 은행에서 미리 파악한다”며 “고령층 등에서 의심 거래가 발생할 때 이 연락처를 통해 통장 주인과의 관계를 확인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 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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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노인 통장-도장 내밀자…신분증 확인도 없이 150만원 내줬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화면에 ‘백오십만 원’이라고 적어주세요.”23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은행 창구. 기자가 치매 노인 박선자(92·가명) 씨의 통장과 도장을 내밀고 현금 인출을 요청하자 직원이 이같이 답했다. 디지털 패드에 박 씨의 이름을 적자 띠지로 묶인 현금 뭉치가 곧장 기자의 손에 쥐어졌다. 신분증이 필요 없느냐고 묻자 직원은 “(예금주의) 도장이 있으니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치매 노인과 무관한 제3자가 타인의 자산을 탈취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분 40초였다.취재팀은 22, 23일 이틀간 치매 노인 가족의 동의를 받아 서울과 경기의 은행 5곳에서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했다. 대상은 2022년 치매 진단과 함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박 씨의 통장이었다. 그 결과 5곳 모두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다. 172조 원에 달하는 ‘치매 머니’를 노린 사냥이 잇따르지만, 정작 최전방인 은행 창구는 허술한 본인 확인 절차 앞에 뻥 뚫려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분 만에 뚫린 은행… “ATM 쓰세요” 안내까지예금주와 동행하지 않고도 돈을 찾는 방법은 간단했다. 통장과 도장을 내고, 은행 직원에게 현금을 뽑아 달라고 요구한다. 이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비밀번호와 이름만 입력하면 끝이었다. 예금주와의 관계를 묻거나 신분증을 요구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오히려 창구 인출보다 쉬운 방법을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한 은행 지점 직원은 “대기 시간이 길어 죄송하다”며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면 바로 현금을 뽑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박 씨 명의로 통장을 새로 개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지만, 노인이 직접 와야 한다”면서도 “모시고 와서, 확인이라 대답만 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인지 능력이 무너진 노인을 은행에 앉혀 놓기만 하면 사냥꾼이 마음대로 계좌를 주무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치매 환자였던 고 강대용 씨(73)의 ‘고향 친구’도 지난해 3월 이런 식으로 강 씨 명의 통장을 만들어 재산을 가로챘다.박 씨도 이처럼 허술한 은행의 현금 인출 시스템으로 인해 조카에게 돈을 뺏긴 피해자다. 치매 진단을 받은 2022년부터 조카인 김모 씨가 박 씨의 통장을 관리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수십만 원대 현금을 뽑아 사용했다. 나중에는 박 씨를 직접 은행 창구로 데려가 3000만 원의 예금을 한꺼번에 인출하기도 했다. 박 씨의 며느리 윤모 씨(56)는 “은행에서 이렇게 쉽게 돈을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라며 “우리 어머님 같은 치매 노인에 대해선 보호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작동 않는 범죄 예방책은행권이 범죄 방어 체계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사냥’을 막는 데 큰돈을 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주요 은행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이체 보류 등 임시 조치를 한 사례는 최근 3년간 21만1380건에 달했다. 지난해 의심거래보고(STR) 건수도 108만 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하지만 이런 감시망은 ‘창구의 도장’ 앞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은행이 인공지능(AI)을 동원해 비대면 이체를 실시간 감시하는 동안, 정작 대면 창구에 나타난 사냥꾼은 낡은 약관의 비호를 받으며 유유히 현금을 챙겼다. 예금거래기본약관상 도장과 비밀번호가 일치하면 은행의 책임은 면제되기 때문이다.은행연합회와 금감원은 2023년 4월 치매 환자처럼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치료비 등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예금주의 가족이 치료비 목적으로 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땐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는 위임장 등을 요구하기로 했는데, 취재팀이 둘러본 은행 5곳에서 이 절차를 지킨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감도장이 있으면 위임장 없이도 돈을 내주는 관행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꾼 대다수는 피해자의 곁을 지키며 언제든 통장과 도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이들이다. 실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2020년부터 5년간 조사한 치매 노인 대상 경제적 학대 판정서 379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아들딸 등 가족(52.0%)이었다. 요양원·요양병원 등 시설 종사자(31.9%)와 이웃 등 지인(11.9%)이 그 뒤를 이었다. 379건 중 126건은 치매 노인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연금 등을 몰래 빼돌리는 ‘기생형’이었다. 하지만 은행의 허술한 현금 인출 구조로 인해 이를 막지 못하는 셈이다.● “치매 진단 정보 공유하고, 특별 확인 절차 둬야”전문가들은 치매 노인의 자산권을 지키기 위해선 의료와 금융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등급 판정을 받고 장기요양인정서가 나온 치매 환자라면 해당 은행이 해당 정보를 공유받고 계좌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제3자가 대신 예금을 찾을 때 인감이 있어도 대리인 위임장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치매가 의심되는 고령층에겐 특별한 확인 절차를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연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선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연락처를 은행에서 미리 파악한다”며 “고령층 등에서 의심 거래가 발생할 때 이 연락처를 통해 통장 주인과의 관계를 확인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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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세 대신 계약하고 진단서 수시로 보고… 月 20만원 받고 공공후견인 누가 하겠나”

    “월 20만 원 받고 진단서 발급부터 임대차 계약까지 도맡아야 합니다.” 지난해 서울 금천구에서 8개월간 한 치매 환자의 공공후견인으로 활동한 이모 씨(75)는 현장 상황을 이같이 털어놨다. 이 씨는 금융기관에서 수십 년간 근무해 은행 실무와 관련 법령에 해박한 전문가다. 하지만 국가가 설계한 ‘공공후견’의 틀 안에서 그가 마주한 현실은 전문가의 식견만으로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이었다. 이 씨의 일과는 자원봉사자의 영역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주 2회 이상 환자를 방문해 안부를 묻는 일상 돌봄은 시작일 뿐이다. 정작 고난도는 ‘재산 관리’ 업무에서 발생했다. 매번 은행을 찾아 잔액 증명서를 떼고, 병원을 돌며 진단서를 발급받아 그 내역을 수시로 법원과 센터에 보고해야 했다. 환자가 거주할 집을 새로 구하는 과정에서는 임대인과 복잡한 계약 관계를 대리하며 전문적인 법률 지식까지 동원해야 했다. 이처럼 과중한 법적 책임과 행정 부담은 후견 제도가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막는 고질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저소득층 홀몸노인을 돕는 공공후견의 경우 후견인이 짊어지는 업무의 무게와 법적 위험은 상당하지만 보상은 자원봉사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금융기관 근무 경력이 있어 망정이지, 일반인이 교육만 받고 하기엔 법적 보호 장치가 너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해관계가 얽히는 상황이 발생해도 후견인이 법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소송이나 계약 분쟁 발생 시 실무 대응은 후견인이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독박 후견’의 구조이기도 하다. 후견 신청부터 승인까지 4개월 넘게 걸리는 느린 속도도 ‘치매 머니 사냥꾼’에게 틈을 주는 요인이다. 이 씨에 따르면 공공후견인이 법원에서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는 서류 검토와 인적 사항 확인 등을 거쳐야 해 보통 4개월이 넘게 걸린다. 사냥꾼이 치매 노인의 신분증을 손에 넣고 자산을 빼돌리는 데 며칠이면 충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의 방패는 너무 늦게 도착하는 셈이다. 배광열 후견전문변호사(법무법인 온율)는 “후견인이 정해지기 전 미리 치매 환자의 돈을 다른 통장 등으로 빼돌리는 방법으로 자산을 가로채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꼽았다. 열악한 처우는 인력난을 부추긴다. 현재 공공후견인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는 월 20만 원이다. 한 명의 환자를 더 맡아도 추가 지원금은 10만 원에 불과하다.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무상 봉사’에 가까운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활동 가능한 공공후견 인력은 949명으로, 제도가 확대되기 위해선 추가 인력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에서 활동한 또 다른 공공후견인은 “재정이 빈약한 취약계층만 공공후견 대상이라는 것도 문제”라며 “최근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재산이 많아 사냥꾼의 표적이 되기 쉬운 일반 치매 노인들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후견인 외에 일반 후견인들의 경우 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매년 법원에 치매 노인의 재산과 사용 명세를 보고해야 하는데, 어디에 지출했는지 영수증까지 일일이 첨부해야 한다. 이런 문제로 인해 한국에서 후견인은 대부분 가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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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당자 없어요” 후견 상담은 뒷전… ‘반쪽’ 된 치매안심센터

    “담당자가 출장 중이네요. 나중에 전화로 문의해 주세요.” 19일 오후 3시 반, 서울 은평구 치매안심센터. 취재팀이 치매 환자 가족을 가장해 센터 직원에게 “공공후견인 신청 상담을 받고 싶다”고 말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평일 낮이었지만 현장엔 후견 상담을 도와줄 전담 직원이 없었다. 보건소 건물 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있는 이곳에는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만, 일부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치매 환자와 가족들은 상담조차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구조였다. 취재팀이 둘러본 다른 치매안심센터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부 센터는 상담받을 창구조차 없었고, 음악 프로그램 등보다 뒷전으로 밀린 경우도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노인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공공후견 제도’를 지원한다고 홍보해 왔으나, 그 결실인 수혜자 수는 올해 11월 기준 전국을 통틀어 730명에 그치고 있다. 100만 명에 이르는 치매 인구 중 국가의 후견 지원을 받은 비율이 0.1%에도 못 미친 셈이다.● 후견 지원 ‘뒷전’, 치매안심센터치매 환자를 통합 지원해야 할 치매안심센터가 인력, 시간, 전문성 부족으로 ‘치매 머니 사냥’을 막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전국 256곳 치매안심센터 직원 4967명 중 72.9%(3621명)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다. 센터의 기능 자체가 환자를 ‘발굴’하고 ‘진단’하는 의료적 처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센터가 지원하는 업무도 저소득층이나 홀몸노인을 위한 공공후견에 한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 머니 사냥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판단력이 온전할 때 미리 후견인을 지정하는 ‘임의후견’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센터 현장에서 이를 지원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치매가 발병한 뒤 법원이 관리자를 정해 주는 ‘법정후견’ 역시 센터의 업무 범주 밖에 놓여 있다.이는 지원기구를 설치하고 임의후견을 지원하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2016년 ‘성년후견제도 이용 촉진법’을 제정하고 총리실 산하에 전담 기구인 ‘성년후견이용촉진회의’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전국 지자체 70%에 후견지원센터를 세웠고, 센터를 통해 후견 관련 상담부터 서류 작성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건강할 때 미리 후견인을 정해 둔 노인이 12만 명이 넘고, 실제로 후견이 개시된 사례가 1만4229명에 이른다. 임의후견 개시 사례가 32명에 그친 한국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독일과 영국에선 전담 부처인 후견청을 설치하고, 치매 환자의 후견인 선임을 돕고 있다.● 70%가 필수 인력 미달… “서류 취합에만 수개월” 전문가들은 치매 머니 사냥에 대응하기 위해 치매안심센터의 기능을 자산 보호 영역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고질적인 인력난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치매안심센터 중 68.8%(176곳)가 법정 필수 인력조차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관리법 시행 규칙에 따라 센터는 사회복지사 1급, 간호사, 작업치료사, 임상심리사를 각각 1명 이상 둬야 하지만, 열악한 채용 여건 탓에 공석이 수두룩하다. 특히 치매 노인의 삶 전반을 케어하는 사회복지사 비중은 전체 직원의 14.4%(718명)에 불과하다. 의료 지원에만 치우친 인력 구조 탓에 법률 및 후견 지원을 담당할 전문성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이러한 행정 공백은 저조한 실적으로 증명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9월 공공치매후견사업이 시작된 이후 지난해 4월까지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후견심판청구를 5차례도 하지 않은 센터가 전체의 88%(226곳)에 달했다. 단 한 번도 청구 실적이 없는 곳도 36%(92곳)나 됐다. 한 지역센터 관계자는 “전담 변호사는 전국에 4명뿐이고 센터 내부엔 전문 인력이 없다 보니, 서류를 취합해 서울의 중앙치매센터로 보내 검토받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며 “그사이 노인의 자산이 사냥당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치매안심센터가 치매 환자의 후견 업무를 통합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에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환자를 ‘스크리닝’하는 의료 기능에 충실했다”며 “현실적으로 새로운 후견 전담 기관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만큼, 치매 환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기관인 치매안심센터를 활용해 후견 제도를 홍보하고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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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안심센터 256곳, 노래 교실은 있는데 후견 상담은 손놓아

    19일 오후 2시경, 서울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 내부에선 재활을 위한 ‘노래교실’이 한창이었다. 벽에 걸린 시간표에는 스트레칭과 신체 운동 등 증상 악화를 늦추기 위한 프로그램이 빼곡했다. 그러나 정작 환자의 자산을 보호할 ‘후견 상담’ 창구는 센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노인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공공후견 제도를 안심센터에서 지원한다고 홍보해 왔지만, 현장은 사실상 ‘재활병원’의 기능에만 치우쳐 있었다. 23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환자는 2023년 기준 57만 명을 넘어섰지만, 후견 업무를 전담하는 법률 전문가는 전국을 통틀어 단 4명(중앙 2명, 경기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노인의 자산 관리와 법적 권리를 대신해 줄 후견인을 지정하려면 법원에 ‘후견심판청구’를 해야 하는데, 이 복잡한 법적 절차를 대리할 변호사가 전국 센터 중 서울과 경기 등 두 곳에만 상주하는 셈이다. 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린 ‘치매 머니 사냥’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지만 치매안심센터는 전문 인력 부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센터의 경우 서류를 취합해 서울의 중앙센터로 보내는 과정에만 수개월이 소요되는 등 범죄 피해를 본 노인을 적기에 구제하지 못하는 ‘행정 병목’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박인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네마다 후견지원센터를 두고 후견 업무를 ‘원스톱’ 지원하는 일본처럼 우리 치매안심센터도 후견 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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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이상환]‘치매 머니 사냥’, 컨트롤타워 만들어 대응해야

    올 8월부터 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리는 ‘치매 머니 사냥’을 추적하면서, 치매 노인과 가족 36명을 만났다. 취재 초기에 세운 가설은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의 곁에서 돈을 빼돌리는 ‘나쁜 후견인’이 많을 거란 의심이었다. 후견인은 치매 노인을 위해 재산을 관리하고 법적 사무를 대리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들이 재산을 노리는 사례를 찾으려 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겪은 일본에선 2016년경 ‘후견인에 의한 약탈’이라는 문제가 사회적 비극으로 떠오른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훨씬 참담했다. 차라리 비위를 저지를 후견인이라도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후견인이 있다는 건 최소한 그 노인이 법원의 감시망 안에는 들어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피해 노인 중 후견인을 선임해 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 경우는 전무했다. 그들은 모두 사법망의 사각지대에 철저히 방치된 채 사냥꾼의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었다.컨트롤타워 없이 책임 떠넘기는 국가기관들 후견제도가 도입된 지 12년이 흘렀지만, 당사자와 가족에겐 여전히 철저히 외면받는 제도다. 정신이 온전할 때 미래의 돌보미를 미리 정해두는 ‘임의후견’은 최선의 예방책으로 꼽히지만, 실제 제도를 이용한 이들은 2023년 기준 단 32명뿐이다. 서민이 이용하기엔 너무 비싸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고장 난 시스템을 고칠 ‘컨트롤타워’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후견인 선임과 감독은 법원이, 노인 돌봄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법원은 후견인의 부정행위를 잡아내는 사후적 감시자 역할에 집중할 뿐, 제도를 복지 서비스로 확대하는 기능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돌봄’에 대해선 전문성이 없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노인, 아동, 장애인 관련 부서가 후견 업무를 쪼개서 관리한다. 그렇다 보니 정책의 통일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도를 확대할 방안을 묻는 질문에 “후견은 법원의 몫”이라며 선을 긋는 부처까지 있었다. 사냥을 당한 뒤에야 개입하는 경찰조차 치매 노인 대상 범죄 건수가 얼마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후견의 대안인 신탁 제도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도 뒷짐만 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 5월 치매 머니 규모를 추정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책을 실행할 강제력 없는 ‘조정자’ 역할에만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전담기관 만든 日-獨 참고해야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의 파고를 넘은 선진국은 일찍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후견 제도를 확대했다. 우리나라처럼 부처 간 칸막이로 고통받던 일본은 2016년 ‘성년후견제도 이용 촉진법’을 제정하고 총리실 산하에 전담 기구인 ‘성년후견이용촉진회의’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전국 지자체 70%에 후견지원센터를 세웠고, 센터를 통해 후견 관련 상담부터 서류 작성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건강할 때 후견인을 정해 두겠다고 신청한 이들이 한국에서 229명에 그칠 때, 12만 명을 넘어섰다. 독일과 영국은 ‘후견청’이라는 전담 기구를 만들어 후견인 선발부터 교육, 감독을 맡았다. 그 결과 독일에선 임의후견을 이용하는 노인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 치매 노인 100만 명 시대, 그들이 보유한 자산은 올해 기준 17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 흐름 속에서 치매 노인과 자산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 거대한 치매 머니를 지킬 방패인 후견 제도는 고장 난 채 멈춰 있다. 해외 사례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 국가가 응답할 차례다. 컨트롤타워를 지정하고, 외면받은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이상환 히어로콘텐츠팀장 payback@donga.com}

    •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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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동네마다 치매 후견지원센터… 가족도 목돈 못 건드린다[히어로콘텐츠/헌트④-下]

    지난달 6일, 일본 도쿄에서 차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사이타마현 한노(飯能)시의 솜포요양원. 로비에 들어서자 따스한 노란 조명 아래 백발의 미와 요시오 씨(78)가 나무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27년 지기이자 법무사인 다카하시 히로시 씨가 자리했다. 긴장한 표정의 미와 씨가 입을 열었다.“저한테…. 재산이 있나요?”● ‘나다운 삶’ 위해… 12만 명이 임의 후견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 떨어져 홀로 사는 그는 2년 전 치매로 진단된 후 증상이 계속 나빠져 최근에는 재산이 있다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상태였다. 한국이었다면 ‘치매 머니 사냥꾼’이 군침을 흘릴 표적이 됐을 것이다.하지만 이날의 풍경은 약탈이 아닌 보호의 현장이었다. 과거 부동산업자로 일했던 미와 씨는 건강했던 4년 전 다카하시 씨를 후견인으로 정해 뒀다. 이날은 후견 활동을 공식적으로 개시하기 위해 본인 의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다카하시 씨는 미와 씨가 직접 서명했던 계약서를 꺼내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혹시 내가 치매에 걸려도 살던 곳을 떠나지 않겠다. 내 재산은 요양비로 우선 쓰고, 남은 돈은 지역 발전을 위해 쓰고 싶다.” 서류에서 눈을 뗀 다카하시 씨가 미와 씨와 눈을 맞췄다. “이 약속대로 저희가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겠습니다.” 미와 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안심 되네요.”일본에는 미와 씨처럼 건강할 때 미리 후견인을 정해 둔 노인이 12만 명이 넘고, 실제로 후견이 개시된 사례가 1만4229명에 이른다. 후견 신청자가 229명, 개시 사례가 32명에 그친 한국과는 다르다. 수혜 대상엔 기초생활수급자도 있다. 소외 계층도 미리 준비된 시스템을 통해 ‘나다운 삶’과 재산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동네마다 ‘후견지원센터’, 문턱 낮춘 해결사일본이 이처럼 탄탄한 방어막을 갖추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같은 날 오전 한노시의 ‘사회복지협의회’를 찾았다. 한국의 행정복지센터와 비슷한데, 이곳에선 각 지방자치단체의 후견 업무를 한다. 한노시는 인구 8만 명의 소도시지만, 이곳 1층에는 ‘중핵기관’(후견지원센터)이라는 나무 팻말이 걸린 사무실이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사무실에선 사노 시게루 씨(68)가 센터 직원과 상담 중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양성한 ‘시민후견인’이다. 은퇴 후 간호사 경험을 살려 이웃 치매 노인의 후견인으로 활동하는 그는, 이날도 자신이 맡은 80대 치매 노인의 병원비 납부 문제를 상의하러 들렀다.나미키 카즈히로 한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은 “한국에서는 친족이 아닌 후견인을 구하려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수백만 원을 내야 한다고 들었지만, 일본은 다르다”고 했다. 일본은 2016년 ‘성년후견제도 이용촉진법’을 제정하고, 전국 지자체의 약 70%에 후견지원센터를 설치했다.이곳에서는 상담부터 서류 작성, 후견인 매칭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기댈 곳 없는 치매 노인에게는 사노 씨 같은 시민 후견인을 연결해 준다. 사노 씨는 “한 달에 한 번 치매 노인의 병원비를 정산하고, 정기적으로 면회를 가 말벗이 되어 드린다”며 “이웃을 지킨다는 책임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시민 후견인의 시급은 1600엔(약 1만5000원)으로, 도쿄의 최저시급 1226엔(1만1600원)보다 높다. 후견인 지정 절차도 효율적이다. 한국에선 신청부터 선임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리지만 일본은 대체로 2개월이면 된다.후견인이 지정되기 전에도 보호망은 작동한다. 한노시는 판단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나 아직 법정 후견이 필요할 정도는 아닌 노인을 위해 ‘안심 서포트’ 제도를 운용 중이다. 누가 빼돌리지 못하게 연금이나 수당을 직접 노인에게 전달한다. 저소득층의 경우 후견인의 활동을 관리하는 감독인 비용도 국가가 대신 내준다. 일본도 아직은 사후 조치인 법정후견을 이용하는 노인이 많지만, 임의후견 활성화를 위해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가족 약탈’의 교훈… 전문가와 신탁이 만든 ‘철벽’일본이라고 처음부터 완벽했던 건 아니다. 도쿄 신주쿠구에 있는 ‘성년후견센터 리걸서포트’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일본도 2000년대 초 뼈아픈 성장통을 겪었다”고 입을 모았다. 2016년엔 친족 후견인에 의한 횡령 피해액이 연간 56억 엔(약 520억 원)에 달했다. 자녀가 후견인이 된 뒤 부모 돈을 유흥비로 탕진하거나, 빚을 갚는 데 써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이에 일본 법원은 칼을 빼 들었다. ‘돈’과 ‘돌봄’을 분리하는 대수술을 감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변호사·법무사 등 전문가가 후견인을 맡는 비율은 과거 10%에서 현재 80% 수준으로 상승했다.또 일본은 치매 노인이 큰돈을 신탁은행에 맡겨 두도록 ‘후견제도지원신탁’ 제도를 운영한다. 법원이 친족 후견인에게 신상 보호 권한과 그에 필요한 2000만~3000만 원 정도의 유동성 자금만 맡기고, 상대적으로 큰 자산은 금융기관이 관리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방식이다. 후견인이 부동산 판 돈 같은 목돈을 찾으려면 반드시 가정법원이 허가해야 한다. 도쿄변호사회 소속 아카누마 야스히로 성년후견전문 변호사는 “이 시스템을 도입한 후 횡령 피해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최고재판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맡긴 후견제도지원신탁 금액만 3845억 엔(약 3조6600억 원)에 달했다.최근에는 재산 관리는 전문 후견인이나 신탁은행이, 병원 동행이나 요양원 선택은 가족이 맡는 ‘역할 분담’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탁금을 운용하다가 생긴 손실은 전액 금융사가 책임지도록 했다. 치매에 걸리기 전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자산 관리를 위탁하는 ‘가족신탁’도 활성화돼 있다. 다만, 일본은 연금 운용기관 등이 재산을 맡아주는 공공신탁은 운영하고 있지 않다.● 고액 인출하면 은행 직원이 신고일본에선 경제적 학대 조짐이 보이면 지자체가 강력한 권한을 갖고 개입한다. 학대 징후가 보여도 조사관이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인 한국과는 달랐다. 가족이 없는 경우는 물론이고, 가족이 있어도 학대가 의심되면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법원에 후견인을 신청한다. 이 비율이 전체의 30%에 달한다.금융 시스템 역시 촘촘하다. 일본 금융기관은 지자체와 협력해 치매 의심 고객의 거래 패턴을 모니터링한다. 평소와 달리 고액을 찾거나 낯선 인물이 동행해 돈을 찾으려 하면 즉시 지자체에 신고한다. 공무원은 즉각 개입해 사실관계를 확인한다.일본 성년후견법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아라이 마코토 주오대 교수는 “치매 노인의 자산이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후견 제도와 신탁을 결합해 자산은 안전하게 묶어두고, 돌봄에는 유연하게 쓰이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헌트: 치매 머니 사냥’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취재: 전혜진 박경민 최효정 기자▽프로젝트 기획: 김재희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박초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임선영 인턴QR코드를 스캔하면 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의 실태를 디지털로 구현한 ‘헌트: 치매머니 사냥’()으로 연결됩니다.도쿄=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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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발병전 스스로 후견인 지정, 한국 229명 vs 일본 12만명[히어로콘텐츠/헌트④-上]

    12만 명 vs 229명.치매로 기억을 잃기 전, 내 자산을 지켜줄 ‘후견인’을 미리 지정한 일본과 한국 노인의 숫자다. 치매 노인 인구는 각각 471만 명과 97만 명으로 4.9배인데, 건강할 때 후견인을 정하는 ‘임의후견’ 이용자는 5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극명한 격차 사이로 한국 치매 노인이 평생 모은 돈은 증발하고 있다.고향 친구에게 속아 땅 800평을 빼앗기고 세상을 떠난 강대용 씨(76) 곁에는 그를 지켜줄 시스템이 전무했다. 반면, 지난달 6일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만난 미와 요시오 씨(78)는 4년 전 자신이 직접 고용한 후견인 덕분에 치매 발병 후에도 재산을 지키며 평온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한국도 12년 전, 임의후견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신청자는 229명, 실제 이용자는 32명뿐. 사실상 잊힌 제도나 다름없다. 대다수는 치매 발병 후 재산을 두고 가족 간 멱살잡이가 벌어진 뒤에야 법원이 개입하는 ‘법정후견’이라는 사후약방문에 매달린다. 그나마 이조차 이용하는 치매 환자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이유는 명확하다. 복잡한 절차와 높은 비용 때문이다. 수백만 원의 선임 비용과 수십 건에 달하는 제출 서류도 부담인데, 후견인을 감시할 감독인 비용까지 치매 노인이 내야 한다.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는 조기 검진 업무에 허덕여 재산 보호에는 손을 놓았다. 돈을 맡아 보호해 주는 민간 은행의 신탁 상품이 있지만, 이 역시 최소 가입 금액이 수천만 원에 달해 저소득층은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일본은 달랐다. 돈과 돌봄을 분리해 약탈을 원천 봉쇄했다. 예금과 부동산 등 큰 자산은 전문 후견인이나 신탁 상품에 맡겨 묶어두고, 서민에게는 복지사가 저렴한 비용으로 통장을 맡아 관리해 주는 ‘안심 서비스’를 제공해 사각지대를 없앴다. 동네마다 후견지원센터를 두고 모든 절차를 ‘원스톱’ 지원한다. 가족이 없거나 가난한 노인을 위해선 이웃이 시민 후견인으로 나선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파수꾼’을 자처하며 가족의 짐을 덜어줘서 가족은 횡령의 유혹 없이 환자의 돌봄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임의후견 신청자가 약 12만 명, 이용자는 2만 명에 달한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치매 노인과 가족 36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학대 판정서 379건을 전수 분석한 결론은 하나다. ‘치매 머니 사냥’은 개인의 불행이 아닌 시스템의 방조 탓이다. 154조 원에 달하는 한국의 치매 머니를 지키려면,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한다.韓, 후견인 신청 서류만 최소 15종… 법률비용 수백만원재산 보고 등 후견인 부담 과중신탁상품 최소 가입액 수천만원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서 후견-신탁 등 재산관리 필요“수수료 낮춘 공공신탁 도입을”믿었던 고향 친구에게 평생 모은 땅을 뺏기고 세상을 떠난 강대용 씨(73). 2년 전, 아들 강성식 씨(46)에게는 비극을 막을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아버지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자 성식 씨가 후견인이 되기로 결심한 것. 하지만 법원에 제출할 서류 목록을 받아 든 성식 씨는 아연실색했다. 아버지의 모든 금융 거래 명세와 치매 판정서는 물론이고, 13분짜리 후견인 교육 영상을 시청했다는 확인서 등 15종이 넘는 서류를 요구한 것. 생업을 뒤로하고 산더미 같은 서류에 매달릴 수 없어 도움을 청한 법률사무소에서는 “500만 원은 주셔야 한다”고 했다. 성식 씨는 결국 후견인 신청을 포기했다.● ‘건강할 때 미리 후견’, 고작 229명치매 노인의 재산을 지키는 후견 제도는 크게 두 가지다. 건강할 때 미리 믿을 만한 자녀나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정해 두는 ‘임의후견’(예방)과, 이미 치매가 발병해 판단력이 떨어진 뒤 법원이 관리자를 정해 주는 ‘법정후견’(사후 처방)이다. 만약 대용 씨가 미리 후견인을 정했다면, 고향 친구가 돈을 빼돌리는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모든 금융 거래가 후견인을 거치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이 중 임의후견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강할 때의 뜻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3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임의후견 신청자는 229명뿐이고, 후견이 개시된 사례는 32명에 불과하다. 100만 명에 육박하는 치매 환자 규모를 생각하면 사실상 없는 제도나 다름없다.이유는 간단하다. 비싸고 불편해서다. 일단 후견인 공증과 등기를 위한 변호사 법률 비용만 수백만 원이 든다. 어렵사리 절차를 마쳐도 치매가 발병하면 또다시 후견인을 감시할 ‘감독인’을 선임해야 하는데, 그 보수도 오롯이 치매 노인의 재산에서 나간다. 제철웅 한국후견협회 부회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한국은 ‘부정행위 방지’에만 초점을 맞춰 이중 삼중의 고비용 구조를 만들어 놓은 탓에, 서민은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치매안심센터 256곳, ‘재산 보호’는 남 일선진국과 비교하면 이런 단점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독일에선 공증 등 법적 절차 없이 지방자치단체에 후견인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신청서는 동네 문구점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국가가 직접 후견인의 활동을 관리해 일탈을 방지한다.후견인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점도 문제다. 매년 법원에 치매 노인의 재산과 사용 명세를 보고해야 하는데, 어디에 지출했는지 영수증까지 일일이 첨부해야 한다.이를 돕는 기관도 없다. 전국 256곳에 달하는 ‘치매안심센터’는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증상을 관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안심센터가 저소득층과 홀몸노인을 위해 공공후견인 지정을 돕는다고 홍보하지만, 수혜자가 올 11월 기준 누적 730명에 불과하다. 독일과 일본 등에 후견 신청뿐 아니라 후견인의 활동을 돕는 전담 기관이 있는 것과 대조된다.치매에 걸린 후 뒤늦게 지정하는 법정후견의 가장 큰 문제는 ‘정신이 온전할 때 고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 치매 발병 전후로 돌봐주던 가족이나 이웃이 후견인을 자처하는데, 이들이 도리어 ‘사냥꾼’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신탁도 문턱 높아… “국가·은행이 금고지기 돼야”가족도 믿을 수 없고, 후견 비용도 부담스러운 치매 노인을 위해 신탁 상품의 문턱이라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치매 노인의 재산을 위탁받아 관리하면서 병원비나 요양비 등 필요한 곳에만 자금을 집행하는 서비스인데, 최소 가입액이 수천만 원에 이르고 수수료도 비싸다. 적은 재산이라도 저렴한 수수료로 맡길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국가가 수수료를 지원하는 방식도 필요하다.재산과 돌봄이 연결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가족이 없는 치매 노인은 신탁 상품에 가입했어도 운용사가 요양시설 입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홀몸 치매 노인만이라도 신탁 제도와 돌봄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궁극적으로는 ‘공공신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기관이 신탁 기관이 돼주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정부 지원으로 세운 비영리 법인이 저렴한 수수료로 신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신탁을 통해 치매 노인의 자산을 안전하게 묶어두고, 이를 돌봄 서비스 비용으로만 지출되도록 연결한다면 치매 환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매 노인 거래 땐 은행 직원에게 알려야”제도 밖에서는 ‘정보의 단절’이 약탈을 부추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치매 등급 판정 정보’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 공유되지 않는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목 아래, 치매라는 질병 정보가 금융 시스템과 단절된 것이다.이 틈을 타 사냥꾼들은 활개 친다. 은행 창구 직원은 통장의 주인이 중증 치매 환자인지 알 길이 없다. 대용 씨의 신분증과 도장을 든 ‘고향 친구’가 혼자 은행을 찾았을 때 직원은 의심 없이 돈을 내줬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데도 방치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돈이 빠져나간 뒤 학대 정황을 포착했을 때 이를 입증할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학대 조사관이 현장에 나가도, 가해자로 의심되는 가족이나 요양보호사가 “생활비로 썼다”며 통장 내역 공개를 거부하면 강제할 권한이 없다.경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친족상도례(가족 간 재산 범죄는 처벌 면제)’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수사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족 간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며 반려되기 일쑤다. 한 학대 조사관은 “계좌를 열어볼 권한조차 없어 사실상 맨손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헌트: 치매 머니 사냥’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취재: 전혜진 박경민 최효정 기자▽프로젝트 기획: 김재희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박초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임선영 인턴QR코드를 스캔하면 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의 실태를 디지털로 구현한 ‘헌트: 치매머니 사냥’()으로 연결됩니다.도쿄=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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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원 321곳 중 85곳 “치매발병후 기초수급자 전락 사례 있어”[히어로콘텐츠/헌트③-下]

    전국의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2023년 말 기준 5917곳. 이곳에 머무는 치매 환자는 약 31만3250명이다. 전체 치매 환자 10명 중 3명이 집을 떠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셈이다. 우리요양원 7층의 연순과 옥분, 명자는 그중 셋일 뿐이다.이들처럼 새어 나가는 기억과 재산을 붙잡지 못하고 있는 ‘치매 머니 사냥’의 피해자는 전국 요양시설에 얼마나 퍼져 있을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10월 31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와 함께 전국 요양원 321곳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벌였다.그 결과, 곳곳에서 치매 노인이 자산을 뺏기고 방치되는 징후가 뚜렷했다. 설문에 응답한 시설 중 54곳(16.8%)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금융 범죄 피해를 본 치매 노인 사례를 직접 목격했거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징후도 뚜렷했다. “입소 이후 노인의 자산이 급격히 감소한 경우가 있다”고 답한 곳은 33곳(10.3%)이었다. 멀쩡하던 노인이 치매 발병 후 빈털터리가 되어 “기초생활 수급자로 전락했다”는 응답도 85곳(26.5%)에 달했다. 시설 입소 노인 약 10명 중 3명은 치매가 온 뒤 평생 모은 재산을 잃고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치매 노인의 ‘금융 주권’은 사실상 박탈 상태였다. 입소 노인이 자기 재산을 직접 관리한다고 응답한 시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반면 320곳은 “배우자나 자녀 등 보호자가 전적으로 관리한다”고 답했다. 법적 안전망인 후견 제도를 이용하는 노인이 있다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가족에게 통장을 맡긴 대가는 가혹했다. 117곳(36.4%)은 “재산을 가져간 보호자가 시설 비용조차 제대로 내지 않아 체납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돈은 가족이 쓰고, 빚은 노인이 지는 구조다.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고립’이다. 208곳(64.8%)이 “특정 가족에게 입원 사실을 알리지 말라거나 면회를 막아 달라는 식의 ‘사생활 보호 조치’를 요청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요양원 관계자는 “재산 분쟁 중인 자녀가 부모를 독점하려고 면회를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보호자 권한이 막강해 요양원이 개입하거나 신고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헌트: 치매 머니 사냥’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취재: 전혜진 박경민 최효정 기자▽프로젝트 기획: 김재희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박초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임선영 인턴QR코드를 스캔하면 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의 실태를 디지털로 구현한 ‘헌트: 치매머니 사냥’()으로 연결됩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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