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이상환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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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상환 기자입니다.

payback@donga.com

취재분야

2024-03-24~2024-04-23
사회일반81%
사건·범죄13%
금융3%
인사일반3%
  • ‘교제폭력 피해자도 보호조치’ 법안 2년째 낮잠

    서울 금천구에서 데이트 폭력(교제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김모 씨(33·수감 중)가 자신을 신고한 전 연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교제 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발의된 법안들이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 없이 2년 넘게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교제 중이거나 교제했던 상대가 저지른 폭력을 가정 폭력으로 규정하고, 접근 금지 등 피해자 보호제도를 적용하는 내용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두 차례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2021년 3월,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이 같은 해 1월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박 원내대표가 낸 법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됐고, 권 의원이 낸 개정안은 2021년 3월 상임위에서 한 차례 논의된 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현행법상 연락 금지나 접근 금지 등 긴급임시조치를 취하려면 사실혼 관계이거나 부부여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교제 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 정보를 알고 있고, 피해자가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정 폭력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교제 폭력을 줄이기 위해 가중 처벌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가정폭력처벌법 적용 대상을 교제 폭력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후속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법을 위해선 교제 폭력의 개념과 대상, 유형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반 폭력과 달리 데이트 폭력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법 규정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연인 사이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행법 하에서도 일선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들이 보복 위험성을 파악하고 가해자에게 경고했거나 신변 경호 강화 또는 보호시설 연계 등의 조치를 취했을 경우 피해자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스토킹처벌법 적용을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 개정이 만능 해결책이 될 순 없다”며 “일선 경찰이 ‘피해자가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스마트워치 지급 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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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조치 법안 2년째 방치

    서울 금천구에서 데이트 폭력(교제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김모 씨(33·수감 중)가 자신을 신고한 전 연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교제 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발의된 법안들이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 없이 2년 넘게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교제 중이거나 교제했던 상대가 저지른 폭력을 가정폭력으로 규정하고,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제도를 적용하는 내용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두 차례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2021년 3월,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이 같은 해 1월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박 원내대표가 낸 법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됐고, 권 의원이 낸 개정안은 2021년 3월 상임위에서 한 차례 논의 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현행법상 연락 금지나 접근금지 등 긴급임시조치를 취하려면 사실혼 관계이거나 부부여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교제 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 정보를 알고 있고, 피해자가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정 폭력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교제 폭력을 줄이기 위해 가중처벌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가정폭력처벌법 적용 대상을 교제 폭력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후속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법을 위해선 교제 폭력의 개념과 대상, 유형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반 폭력과 달리 데이트 폭력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법 규정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연인 사이를 어떻게 정의할 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행 법에서도 일선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들이 보복 위험성을 파악하고 가해자에게 경고했거나 신변 경호 강화 또는 보호시설 연계 등의 조치를 취했을 경우 피해자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스토킹처벌법 적용을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 개정이 만능 해결책이 될 순 없다”며 “일선 경찰이 ‘피해자가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스마트워치 지급 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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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천 前연인 보복살해’ 30대男 구속… “납치된 피해자 100분간 살아 있었다”

    데이트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1시간여 만에 전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남성이 28일 구속됐다. 피해자는 납치 후에도 약 1시간 40분 동안 살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경찰의 소극적 대처가 참극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26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된 김모 씨(33)는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나를) 신고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김 씨에게 애초 적용했던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사형·무기징역 또는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반 살인죄(최소 5년 이상)보다 형량이 무겁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약 1년 동안 연인 관계였던 A 씨(47)가 21일 이별을 통보하자 A 씨 집 근처를 수차례 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오전 4시경에는 PC방에 있던 A 씨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여러 차례 팔을 잡아당기자 A 씨는 오전 5시 37분경 김 씨를 데이트 폭력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은 김 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한 뒤 오전 6시 11분경 귀가시켰다. 이에 김 씨는 서울 금천구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 있던 A 씨 차량 뒤에 숨어 있다가 오전 7시 17분경 A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범행 현장에는 목격자가 2명 있었는데 범행을 목격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김 씨는 “여자친구가 다쳐서 병원에 가려고 차에 태우고 있다”,“임신부다” 등으로 둘러댔다고 한다. 김 씨는 A 씨를 렌터카에 태워 경기 파주시로 갔는데 A 씨는 납치당한 후에도 약 1시간 40분 동안 살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김 씨를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했지만 단순 연인 간 다툼으로 판단해 접근금지 조치 등 별도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스토킹 범죄나 가정폭력, 아동학대의 경우 경찰의 판단에 따라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상대로 위험성 판단 조사를 했지만 고도의 (보복) 위험성이 나타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문항 28개에 대한 피해자의 답변을 통해 보복 위험성을 5단계로 평가한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선 “소극적인 대처로 피해를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법은 28일 오후 김 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씨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만나 “평생 속죄하고 살겠다”고 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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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트 폭력’ 의혹 조사 받고 연인 살해한 30대 구속

    데이트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1시간여 만에 전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남성이 28일 구속됐다. 피해자는 납치 후에도 약 1시간 40분 동안 살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경찰의 소극적 대처가 참극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28일 서울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26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된 김모 씨(33)는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나를) 신고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김 씨에게 애초 적용했던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사형·무기징역 또는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반 살인죄(최소 5년 이상)보다 형량이 무겁다.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약 1년 동안 연인 관계였던 A 씨(47)가 21일 이별을 통보하자 A 씨 집 근처를 수차례  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오전 4시경에는 PC방에 있던 A 씨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여러 차례 팔을 잡아당기자 A 씨는 오전 5시 37분경 김 씨를 데이트 폭력 혐의로 신고했다.경찰은 김 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한 뒤 오전 6시 11분경 귀가시켰다. 이에 김 씨는 서울 금천구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 있던 A 씨 차량 뒤에 숨어 있다가 오전 7시 17분경 A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범행 현장에는 목격자가 2명 있었는데 범행을 목격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김 씨는 “여자친구가 다쳐서 병원에 가려고 차에 태우고 있다”,“임신부다” 등으로 둘러댔다고 한다. 김 씨는 A 씨를 렌터카에 태워 경기 파주시로 갔는데 A 씨는 납치당한 후에도 약 1시간 40분 동안 살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A 씨가 김 씨를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했지만 단순 연인 간 다툼으로 판단해 접근금지 조치 등 별도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스토킹 범죄나 가정폭력, 아동학대의 경우 경찰의 판단에 따라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경찰 관계자는 “A 씨를 상대로 위험성 판단 조사를 했지만 고도의 (보복) 위험성이 나타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문항 28개에 대한 피해자의 답변을 통해 보복 위험성을 5단계로 평가한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선 “소극적인 대처로 피해를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서울남부지법은 28일 오후 김 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씨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만나 “평생 속죄하고 살겠다”고 했다.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손준영기자 hand@donga.com}

    • 202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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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6년 만에 불법 집회 해산 훈련 진행

    경찰이 6년 만에 불법 집회·시위 해산 및 검거 훈련을 경찰청 차원에서 합동으로 실시했다. 25일 경찰청은 이날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불법 집회 엄정 대응을 위한 ‘불법 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의 불법 집회 해산 훈련은 각 시도 경찰청 차원에서만 진행됐다. 경찰청 차원의 합동 훈련이 실시되는 건 2017년 3월 이후 6년 2개월 만이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가 도심 한복판에서 1박 2일 노숙 집회를 열어 시민 불편이 이어지자 정부와 여당은 출퇴근 시간대 도심 집회를 허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마련했다. 경찰도 불법 집회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신속하게 합동 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훈련에는 전국 경찰 기동대 131개 중대 1만2000여 명이 참가하기로 했다. 경찰은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해산명령을 한 뒤 저항할 경우 검거하는 훈련을 실시한다. 특히 집회를 즉각 해산하는 훈련 뿐만 아니라 1차 해산 안내 , 2차 장비 압수 등 단계적으로 불법 집회 시위를 해산하는 과정도 훈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과도한 방송장비를 사용해 소음 규정을 위반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도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은 해산 훈련과 함께 효과적인 불법 집회 해산을 위한 대응 매뉴얼 개선 작업도 착수했다. 다만 정치권 등에서 거론되는 살수차 재도입 방안 등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당장 재도입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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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서훈-박지원 前국정원장, 자격 없는 측근 부당채용 의혹”

    경찰은 24일 박지원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재임 당시 자신의 측근들을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에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 전 원장은 인사규칙을 바꾸며 측근 채용에 개입한 혐의를, 박 전 원장은 연구 경력이 전무한 측근을 고위 연구직에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졌던 인사와 관련해 자체 감사를 실시하던 중 두 전직 국정원장의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를 포착하고 올 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규칙 바꾸고, 자격 없는 측근 채용”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의 자택 및 국정원 비서실장실, 기획조정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다만 국정원장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며 “국정원은 내부 보안 규정 때문에 자발적 자료 제출에 한계가 있어 동의하에 채용 관련 서류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조모 씨를 전략연 실장직에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조 씨는 친문(친문재인) 성향 단체인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서 기획팀장을 지내고 노무현재단 등에서 활동한 인사로 외교안보나 정보 분야 공직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서 전 원장이 국정원 간부들이 주로 임명됐던 전략연 고위직에 조 씨를 채용하기 위해 내부 인사규칙을 변경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조 씨는 전략연 부원장까지 오르며 5년간 일하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략연을 떠났다. 조 씨는 전략연 부원장 재임 중 심야에 여성을 불러들여 사무실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조 씨가 2020년 10월∼2021년 12월 임대 목적의 전략연 소유 사무실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전략연에 1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조 씨의 횡령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은 23일 기각됐다. 전략연 관계자는 “조 씨가 연구위원들의 초과근무수당이나 연구용역에 따른 간접비용 등을 전용했다는 의혹도 있다”며 “전략연 원장이 해외 출장을 갈 때 조 씨가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을 수행 연구원에게 ‘보좌할 때 쓰라’며 건넸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8월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이었던 측근 강모 씨와 박모 씨를 서류심사와 면접 등 정상적 채용 절차 없이 각각 수석연구위원, 책임연구위원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박사급 학위자들이 최소 10∼15년의 연구 경력을 가져야 채용되는 고위 연구직이지만 두 사람 모두 박사 학위가 없고 외교안보 경력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전 원장 측은 “(측근들은) 박사 학위 등이 필요 없는 일반 연구직에 적법한 채용 절차를 밟아 입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 전 원장 측 변호인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국정원 싱크탱크 전략연, 외부 감시는 미흡 전략연은 외교안보 분야를 연구, 분석하며 전략 및 정책 개발을 담당하는 국정원의 싱크탱크다.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직제상 산하 기관은 아니지만 자문 역할을 수행하며 국정원으로부터 운영 자금 일부를 지원받는다. 전략연은 특성상 보안을 강조하다 보니 외부 감시가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정원 입김에 취약하다 보니 이번 같은 부정 채용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전략연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인사 청탁이 빈번하게 들어오고 ‘낙하산의 장’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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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과-피부과 가려고… 학원 다니는 의대생

    “재활의학과에 가려면 학원 수업을 들어야 할 것 같아서 왔어요.” 4년 전 대구의 한 의대를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로 군 복무를 마친 A 씨는 대구의 집에서 고속철도(KTX)를 타고 서울 강남구 소재 의대생 전문 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재활의학과 경쟁률이 높은데 내신 성적이 낮아 고민하던 중 지인 소개로 학원을 알게 됐다”며 “한 번 올 때마다 왕복 5시간 정도 걸리지만 연말 전공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재활의학과를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선 “환자를 돌보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기 전공 위해 ‘고액 과외’까지 의대생 사이에서 최근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일부 전공에 대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해당 분야 전문의가 되기 위해 학원에 다니거나 고액 과외를 받는 의대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가 되려면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졸업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한 후 인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턴 과정에서 여러 전공을 경험한 뒤 전공의 시험을 보는데 경쟁률이 높을 경우 의대(의전원) 내신, 국가고시 성적, 전공의 시험 점수 등을 합산해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특히 내신과 국가고시 성적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원을 찾는 의대생 중 상당수는 국가고시 내에서 비중이 높은 일명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과목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국가고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내과 수업의 경우 학원 수업 정원(50명)을 넘겨 수업을 못 듣는 지원자도 생긴다. 지방에는 의대생 전문 학원이 없다 보니 주말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의대생들이 모여든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 본과에 재학 중인 B 씨는 “토요일 오전 10시 수업을 듣기 위해 오전 7시에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다”고 했다. 수업비도 만만치 않다. 의대생 전문 A학원의 경우 수강비가 시간당 3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주말 6시간 수업을 들으면 하루에만 18만 원을 내야 한다. 학원 시간 등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 웃돈을 내고 과외도 받는다. 개인과외의 경우 강사에 따라 편차가 큰데 시간당 20만 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A학원 관계자는 “맞춤형 수업을 통해 빠르게 성적을 올리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과외를 연결해준다”고 밝혔다. ● ‘내외산소’ 대신 ‘피안성’ 학원에서는 ‘내외산소’ 과목 수업이 인기 있지만 전공을 택할 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택하는 인턴들은 많지 않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전공은 피부과·안과·성형외과인데 의대생 사이에선 앞글자를 따서 일명 ‘피안성’으로 통한다.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이 뒤를 잇는다. 올 상반기(1∼6월) 전공의를 뽑는 전국 모든 병원에서 선발 인원 대비 지원자 비율을 뜻하는 지원 경쟁률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의 경우 모두 160%안팎이다. 8명이 지원하면 3명은 탈락한다는 의미다. 반면 핵의학과의 지원경쟁률은 14%, 소아청소년과는 16%에 불과했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는 “밤낮 없이 응급 수술을 해야 하는 소아청소년과나 흉부외과의 경우 몸이 힘들고 처우도 좋지 않아 인기가 적다”며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할 의대생을 늘릴 수 있는 지원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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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아인 ‘마약 5종 투약혐의’ 구속영장

    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사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9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유아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프로포폴, 대마, 케타민, 졸피뎀, 코카인 등 마약류 5종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아인이 16일 경찰에서 21시간 동안 2차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대마를 제외한 프로포폴 등 나머지 4종의 마약류에 대해서는 투약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유아인의 지인으로 그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대 출신 작가 A 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사람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진술이 엇갈리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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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남국, 매매 코인 최소 41종… 15종이 P2E 관련

    가상화폐 대량 보유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매매했던 코인이 최소 41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게임사와 관련된 코인이 16개(39%)였다. 1개를 제외하면 나머지 15개는 돈 버는 게임(P2E) 관련 코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전문가들은 투자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17일 동아일보가 가상화폐 전문가와 함께 김 의원 입장문에 공개된 클립 지갑 등 가상화폐 개인지갑을 역추적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김 의원이 거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인은 총 41개로 나타났다. 김 의원이 보유했던 게임 관련 코인 16개 중에선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만든 위믹스나 넷마블의 마브렉스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코인도 다수 있었다. 일본 게임사 자회사가 내놓은 무이(MOOI)를 비롯해 돈 버는 게임(P2E)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메가(MEGA),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게임 개발사가 토큰으로 사용하는 포보스(PBOS) 등이었다. 게임 관련 코인 중 현재까지 김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코인 중 메콩코인과 젬허브, 보물은 현재 시세 기준으로 각각 3100만 원, 2200만 원, 270만 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시점을 두고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콩코인의 경우 김 의원이 2022년 2월 16일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후 사흘 만에 153% 폭등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당시에는 코인이 상장하면 급등했다. 상장 직전에 사들였다는 건 내부 정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김 의원이 보유했던 코인 중에는 노래방 관련 코인 썸씽(SSX) 등도 있었다. 다만 김 의원이 코인 1개를 여러 차례 사고판 것으로 나타나 시세차익을 얼마나 거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마브렉스 199회, 젬허브는 139회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미공개 정보를 얻을 생각도, 기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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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남국, 매매 코인 총 41개…16개가 게임 관련

    가상화폐 대량 보유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매매했던 코인이 모두 41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게임사와 관련된 코인이 16개(39%)였다. 1개를 제외하면 나머지 15개는 돈 버는 게임(P2E) 관련 코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전문가들은 투자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17일 동아일보가 가상화폐 전문가와 함께 김 의원 입장문에 공개된 클립 지갑 등 가상화폐 개인지갑을 역추적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김 의원이 거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인은 총 41개로 나타났다.김 의원이 보유했던 게임 관련 코인 16개 중에선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만든 위믹스나 넷마블의 마브렉스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코인도 다수 있었다. 일본 게임사 자회사가 내놓은 무이(MOOI)를 비롯해 돈 버는 게임(P2E)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메가(MEGA),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게임 개발사가 토큰으로 사용하는 포보스(PBOS) 등이었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김 의원이 P2E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게임업계 로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게임 관련 코인 중 현재까지 김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코인 중 메콩코인과 젬허브, 보물은 현재 시세 기준으로 각각 각각 3100만 원, 2200만 원, 270만 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투자 시점을 두고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콩코인의 경우 김 의원이 2022년 2월 16일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후 사흘 만에 153% 폭등했다. 지난해 3월 발행된 마브렉스는 김 의원이 지난해 4월 21일부터 같은 해 5월 거래소 상장 당일까지 1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당시에는 코인이 상장하면 급등했다. 상장 직전에 사들였다는 건 내부 정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이 밖에도 김 의원이 보유했던 코인 중에는 노래방 관련 코인 썸씽(SSX) 등도 있었다. 다만 김 의원이 코인 1개를 여러 차례 사고판 것으로 나타나 시세차익을 얼마나 거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마브렉스는 199회, 젬허브는 139회, 보물은 33회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참여한 관계자는 “정확한 시세 차익을 파악하려면 가상화폐 거래소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업비트, 빗썸 등 거래소에서 압수수색한 김 의원의 전자지갑 세부 거래 내역을 분석해 내부정보 제공 의혹이나 게임업계와 관련된 입법 로비가 있었는지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미공개 정보를 얻을 생각도. 기회도 없었다”며 위법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의원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손꼽히는 ‘큰 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원회가 반기마다 발표하는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거래소에서 10억 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국민은 900명으로 전체(627만명)의 0.02%에 불과했다. 김 의원이 보유한 가상자산의 현재 가치는 9억1000만 원 수준이며, 가격이 최고점까지 치솟았을 때의 평가 가치는 약 100억 원에 달했다. 사실상 김 의원이 가상자산 업계에서 상위 0.02%에 속하는 고액 투자자였다는 얘기다.김 의원은 14일 탈당을 결정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코인 매각 권유를 사실상 거절했다. 검찰 수사에서 김 의원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가상자산에 투자해온 점이 확인되면, 의원직 사퇴에 대한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공직자, 국회의원 등에 대한 가상자산 거래 현황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손준영기자 hand@donga.com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강우석기자 wskang@donga.com}

    •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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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 30대女 숨진채 발견… 보증보험 가입 안돼 3억 대부분 날릴 위기

    서울 양천구에서 ‘빌라왕’ 김모 씨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올해만 4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의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피해 여성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보증금 3억 원을 대부분 날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11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의 한 빌라 2층에 사는 이모 씨(31)가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락이 안 돼 찾아간 이 씨의 아버지(63)가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 유서 등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과 전세사기 피해자단체 등에 따르면 이 씨는 전세사기로 2021년 6월 계약 당시 대출까지 받아 건넨 전세보증금 3억 원 중 대부분을 날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씨는 계약 당시 김 씨로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공인중개사도 “김 씨가 임대사업자라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며 신청서까지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씨는 최근 집주인이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 일대에 주택 1139채를 소유한 채 지난해 10월 사망한 빌라왕(당시 42세)이란 사실과, 약속과 달리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김 씨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다른 피해자는 “이 씨처럼 당연히 보증보험에 가입됐는 줄 알고 있다가 피해를 본 주민이 많다”고 했다. 김 씨에게 피해를 본 세입자 중 HUG 보증보험 가입자는 614명으로 절반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씨의 집은 지난해 12월 세무 당국에 압류당한 상태였다. 체납 세금 때문에 압류된 집의 경우 경매에 낙찰되더라도 낙찰자가 가져갈 돈이 없어 법원에서 경매를 진행하지 않는다.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2억4000만 원을 빌렸던 이 씨는 다음 달 계약 만료를 앞두고 최근 은행에 대출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 노원구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 씨의 아버지는 “전세보증금 문제로 딸이 변호사와 계속 상담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또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오전에는 음식점에서, 오후에는 방송국 조연출로 일하며 ‘투잡’을 뛰던 성실한 딸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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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당 현수막, 금지된 스쿨존에 버젓이…‘2m위 설치’도 안지켜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면서 걸을 때가 적지 않은데 현수막을 이렇게 걸어놓으니 위험하네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사거리 앞 횡단보도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 씨(29)는 “현수막이 너무 낮게 걸려 사고가 걱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종각역 사거리 횡단보도 인근 전신주에는 약 1m 높이의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보행자가 지나는 길목에 있어 무심코 걷다가 부딪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행정안전부는 8일부터 보행자 통행 장소인 경우 2m 이상 높이로 걸게 하는 등 강화된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정당 현수막을 걸 수 있게 되면서 현수막이 난립해 안전사고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8, 9일 서울 종로·강남·서초구 일대를 돌아본 결과 아직 거리 곳곳에 가이드라인을 어긴 현수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쿨존에 버젓이 걸린 정당 현수막 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횡단보도에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야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행안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는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다.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닌다는 이모 씨(38)는 “현수막 내용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아이가 누군가를 비판하는 내용을 따라하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다니는 곳에는 정당 현수막을 걸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가이드라인은 보행자 통행 장소나 교차로 주변에 현수막을 설치할 경우 2m 이상 높이에 설치하게 했다.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 보행자 신호등 옆에는 높이 2m 이하로 설치된 현수막이 다수 보였다.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역 인근 교차로에서 만난 유모 씨(71)는 “현수막이 횡단보도 바로 옆에 내 어깨 높이로 걸려 있다 보니 정면이 아니면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신호가 바뀐 걸 뒤늦게 보고 허겁지겁 건널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가이드라인은 가로등 사이에 현수막을 3개 이상 달지 못하게 했지만 현수막이 4개 이상 설치된 곳도 여전히 많았다.● 행안부·지자체 엇박자에 단속 어려워상황이 이런데 행안부와 지자체 측은 가이드라인 이행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 행안부 측은 “이달 초 가이드라인을 각 지자체에 안내했다. 지자체가 판단해 통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현수막을 철거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단속 책임을 지자체에 돌렸다. 또 “국회에서 만든 정당 현수막 규제 완화 조항이 유효한 만큼 그 안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일단 내용을 정당, 지자체 등에 알리며 자정작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가이드라인이 모호하고 권고사항에 불과해 이에 따라 단속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행자 통행 장소가 어딘지 등 기준이 모호하다”며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이고 철거나 과태료 부과를 위해선 옥외광고물법상 ‘통행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 해당해야 하는데 이 역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고 했다. 행안부가 옥외광고물법 또는 시행령에 가이드라인 내용을 반영해야 실효성 있는 단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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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정 비웃는 정당 현수막… “낮게 걸려 길 건너다 부딪힐라”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면서 걸을 때가 적지 않은데 현수막을 이렇게 걸어놓으니 위험하네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사거리 앞 횡단보도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 씨(29)는 “현수막이 너무 낮게 걸려 사고가 걱정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종각역 사거리 횡단보도 인근 전신주에는 약 1m 높이의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보행자가 지나는 길목에 있어 무심코 걷다가 부딪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행정안전부는 8일부터 보행자 통행 장소인 경우 2m 이상 높이로 걸게 하는 등 강화된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정당 현수막을 걸 수 있게 되면서 현수막이 난립해 안전사고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8, 9일 서울 종로·강남·서초구 일대를 돌아본 결과 아직 거리 곳곳에 가이드라인을 어긴 현수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쿨존에 버젓이 걸린 정당 현수막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횡단보도에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야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행안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는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다.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닌다는 이모 씨(38)는 “현수막 내용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아이가 누군가를 비판하는 내용을 따라하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다니는 곳에는 정당 현수막을 걸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또 가이드라인은 보행자 통행 장소나 교차로 주변에 현수막을 설치할 경우 2m 이상 높이에 설치하게 했다.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 보행자 신호등 옆에는 높이 2m 이하로 설치된 현수막이 다수 보였다.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역 인근 교차로에서 만난 유모 씨(71)는 “현수막이 횡단보도 바로 옆에 내 어깨 높이로 걸려 있다 보니 정면이 아니면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신호가 바뀐 걸 뒤늦게 보고 허겁지겁 건널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가이드라인은 가로등 사이에 현수막을 3개 이상 달지 못하게 했지만 현수막 4개 이상이 설치된 곳도 여전히 많았다.● 행안부·지자체 엇박자에 단속 어려워상황이 이런데 행안부와 지자체 측은 가이드라인 이행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행안부 측은 “이달 초 가이드라인을 각 지자체에 안내했다. 지자체가 판단해 통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현수막을 철거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단속 책임을 지자체에 돌렸다. 또 “국회에서 만든 정당 현수막 규제 완화 조항이 유효한 만큼 그 안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일단 내용을 정당, 지자체 등에 알리며 자정작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하지만 지자체들은 가이드라인이 모호하고 권고사항에 불과해 이에 따라 단속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행자 통행장소가 어딘지 등 기준이 모호하다”며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이고 철거나 과태료 부과를 위해선 옥외광고물법상 ‘통행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 해당해야 하는데 이 역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고 했다. 행안부가 옥외광고물법 또는 시행령에 가이드라인 내용을 반영해야 실효성 있는 단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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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례신도시 2400가구 2시간 정전… 새벽시간 끊겨 인명 피해 등 없어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아파트 단지 일대에서 8일 오전 240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송파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57분경 송파구 송파꿈에그린위례 24단지, 송파더센트레, 위례아이파크, 송파와이즈더샵, 위례중앙푸르지오 1·2단지 등 총 6개 단지 아파트 52개 동의 전기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겼다. 처음 4분가량 정전된 후 잠시 복구됐다가 오전 4시 58분경 다시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출동한 소방 당국은 순차적으로 복구를 진행해 처음 정전된 지 2시간 12분 만인 오전 6시 9분경 모든 단지에서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 다만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오전 9시 25분경 모든 복구가 완료됐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날 대규모 정전은 아파트 단지 내 한 상가의 전원 개폐기에서 불꽃이 발생한 이후 각 아파트의 전기 차단기가 작동되면서 발생했다. 다행히 정전이 새벽 시간대에 일어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다만 한 아파트에서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주민 1명이 신고 후 30분 만에 구조됐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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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5일, 우리에겐 ‘어른이날’”… 부모에 용돈 받고 부부끼리 선물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저는 어린이 아닌가요.”직장인 박상용 씨(29)는 5일 “어린이날 기념으로 부모님께 용돈 20만 원을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이날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이 어린이날 선물로 여행 경비를 지원해 줬다고 한다. 박 씨는 “매년 5월 5일 용돈을 받고 있다”며 “어버이날엔 동생과 함께 돈을 모아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로 용돈도 드리는데 조삼모사 같기도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5월 5일 어린이날을 ‘어른이(어른+어린이)날’로 부르며 부모에게 용돈이나 선물을 받는 20, 30대가 늘어나고 있다. 성인이 됐지만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나 자녀 없는 맞벌이 부부 ‘딩크족’ 등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어린이날 신풍속도가 생겨난 것이다. 딩크족인 김모 씨(37) 부부도 이날 집 근처에 사는 부모님 댁에 들렀다 용돈으로 2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결혼 7년차지만 아이가 없다 보니 여전히 우리 부부를 아이처럼 보시는 것 같다”고 했다. 젊은 부부나 연인들은 어른이날을 기념해 서로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올 3월 결혼한 직장인 황모 씨(31)는 전날 퇴근길 백화점에 들러 아내에게 선물할 꽃다발과 가방을 샀다. 황 씨는 “아내가 최근 일이 바빠 힘들어하는 것 같아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며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어린이날을 부부 기념일로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스스로 선물을 주기도 한다. 직장인 최모 씨(27)는 “3년 전부터 어린이날이면 나만을 위한 선물을 사왔는데 올해는 립스틱을 샀다”며 “어른을 위한 기념일이 없어서 1년간 고생한 나를 스스로 토닥이는 의미”라고 했다. ‘어른이’를 겨냥한 마케팅도 늘고 있다. 토스는 올해 ‘어른이날 선물’ 기프티콘 행사 코너를 준비했고, 하이마트 등 가전제품업체는 ‘닌텐도 스위치’ 등 어른이 좋아하는 게임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어른이 붙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전문가들은 성인이 어른이날을 즐기는 문화는 경제적 독립과 출산 등이 늦어지면서 생긴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나라에는 성인이 된 후에도 독립을 하지 않는 캥거루족이 많은 편이라 부모들이 함께 사는 자녀를 여전히 어린이로 인식하고 용돈을 주는 문화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산이 늦어지고, 딩크족이 늘어나면서 공휴일인 어린이날을 부부끼리 기념하는 문화가 생겨났다”며 “저출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이런 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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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주가조작일당, 투자자 몰래 계좌 만들어 멋대로 매매”… 피해 키워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 대한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뒤늦은 대응이 이번 사태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4월 초·중순 작전 세력이 일부 종목의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띄우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 전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8개 종목의 문제점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SG증권발 폭락 사태 관련 인지 시점에 대해 “제가 들은 건 아주 최근”이라고 지난달 27일 말했다. 금융위는 제보를 받은 직후부터 수사에 나섰지만 작전 세력에 대한 압수수색은 4월 말에야 진행됐다. 8개 종목의 주가는 24일부터 폭락했는데, 제보 시점과 비교하면 2주가량 뒤다. 그사이 당국의 움직임을 눈치챈 주가조작 세력들이 물량 처분에 나서 주가 폭락 사태가 빚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폭락세를 거듭한 8개 종목의 28일 기준 시가총액은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1일 대비 7조8492억 원 급감했다. 금융위의 본격 대처 여부에 따라 폭락 직전에 들어갔던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통상 금융위는 중대한 사안의 경우 금융감독원과 공동 조사를 벌인 뒤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 그러나 금융위는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금감원과 자료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보 직후부터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서울남부지검 등과 공조해 빠르게 수사해 왔다”며 “24일 관련자를 출국 금지시키고 27일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 이를 보여준다”고 해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수사를 이어가면서 연관된 기업 대주주의 사전 인지 여부와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 등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작전 세력이 장기간 주가를 띄운 이번 사건에서는 매수, 매도가를 정해서 사고팔며 주가를 높이는 통정거래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주가 폭락 이전에 주식을 대거 매도하거나 공매도에 나서면서 ‘누가 이익을 취했는지’를 보는 것 역시 주요한 수사 대상인 것이다. 실제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은 주가 폭락 직전에 일부 주식을 처분했다. 선광의 경우 평소 10주 미만이었던 공매도 물량이 폭락 직전인 19일 4만 주 이상 나오는 등 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났다.‘SG증권發 주가폭락’ 파문 확산“회장님 상속주식 찾아 투자” 유인임창정 투자설명회서 “번 돈 다 투자”피해자 100명 “9일 사기죄 고소”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배후에서 주가조작을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일당이 투자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체크카드를 만든 후 자체 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를 모두 넘긴 탓에 “체크카드와 계좌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 “개인정보 이용해 마음대로 계좌 개설” 피해자 A 씨는 2019년 지인을 통해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H투자컨설팅 업체를 알게 됐다. 그는 “업체 관계자가 ‘저평가된 주식을 검토해 안전하게 투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해 3000만 원을 처음 맡겼다”고 말했다. A 씨는 “매주 수익률을 보내줬지만 어떤 종목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며 “투자 종목을 물어보니 ‘회장님들이 상속하는 주식을 잘 찾아 투자 중이다. 소문나면 안 된다. 종목을 알려 하지 말라’고만 했다”고 설명했다. 초반에 수익이 나자 H투자컨설팅 업체 측은 절반을 수수료로 챙기고 “지금 투자하면 더 큰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남은 수익에 돈을 보태 재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 측은 A 씨가 넘긴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추가로 차액거래결제(CFD) 계좌를 만들고 임의로 거래를 반복했다. A 씨는 “가족 명의까지 동원해 재투자를 반복한 끝에 3년 만에 총 50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했다. H투자컨설팅 업체에 투자해 약 30억 원의 피해를 봤다는 피해자 B 씨도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주민등록번호 등을 물어봤는데 이를 이용해 마음대로 계좌를 만들어 고지 없이 거래를 반복했다”고 했다.● “체크카드 받아 회식비 등으로 사용” H투자컨설팅 업체는 “수수료 정산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체크카드를 만들게 한 후 회식비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A 씨는 “지난해 10월경 수수료 정산에 필요하다며 계좌를 만들라고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체크카드를 만들어 넘기라고 했다”며 “이후 서울 건국대 앞의 한 마라탕 집에서 체크카드로 수백만 원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2021년 12월부터 수수료 대신이라며 일당 중 한 명인 프로골퍼 안모 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골프아카데미 회원권을 네 번에 걸쳐 구입하도록 했는데 한 번에 1억 원씩, 총 4억, 5억 원가량을 송금했다. 이 골프 아카데미의 평생회원권 보증금은 최대 6억 원에 달했는데 금융당국은 일당이 보증금으로 받은 돈을 현금화해 유용했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이 외에도 업체가 지정한 갤러리, 피부 미용 업체 등에도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송금하도록 했다.● “CJ 포함 9개 업체 투자해 큰 손실” H투자컨설팅 업체 라덕연 대표는 30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투자 종목 등을 밝히지 않고 회사에 일임하게 한 건 잘못했다. 벌을 주신다면 달게 받겠다”고 했다. 이어 “회원권이나 그림은 수익에 대한 답례로 받은 것”이라며 “CJ를 포함해 총 9개 종목에 투자했는데 저도 큰 손실을 입었다. 이득을 본 기업 오너와 대주주 거래 내역과 자금 출처 등을 추적하면 주가조작 진범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해당 세력에 30억 원을 맡겼다가 손해를 봤다고 밝힌 가수 임창정 씨(사진)가 라 대표 측 투자설명회와 파티 등에 여러 차례 참석해 ‘번 돈을 다 투자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라 대표는 이에 대해 “임 씨가 투자설명회 등에 종종 방문하고 투자 관련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라 대표를 비롯해 주가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일당을 상대로 9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대건 관계자는 “업무상 배임죄와 사기죄로 고소할 예정”이라며 “참여한 피해자는 100여 명, 손실액은 1000억 원에 달한다”고 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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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전세사기 특별법’ 발의… 피해자 경매자금 전액 대출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2년 한시 특별법을 통해 거주 주택의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면서 경매 자금 전액을 4억 원 한도에서 저리로 대출해 주고 취득·등록세와 재산세도 감면한다. 정부는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이날 국회에 발의됐다. 특별법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낙찰 대금은 전액 연 1∼3%대로 대출받도록 지원한다. 낙찰받은 주택에 대한 취득세를 200만 원까지, 재산세도 3년간 최대 50%까지 면제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6개 요건 모두 갖춰야 지원… “까다롭고 모호” ‘전세사기 특별법’ 들여다보니 피해 인정땐 우선매수권-임대 거주집주인 체납액 개별 주택으로 나눠… 생계비 등 최대 402만원 긴급복지심사만 최장 75일… 피해구제 지연, 사기 판단기준 불분명 혼선 우려 27일 정부가 공개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방안은 피해자의 주거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의 경·공매 절차에 특례를 부여해 주택 매입을 지원하고 거주만 원할 경우엔 공공이 매입해 계속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사적 계약의 피해를 정부가 직접 보상해줄 수는 없지만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정부가 일부 떠안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이 까다롭고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아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 피해자 사이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거나 정부 심의를 거치며 구제가 지연되는 등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최장 75일 심의해 피해자 결정… 피해자 요건 6가지 충족해야 이날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에 따르면 전세사기를 당한 사람은 각 시도에 지원을 신청하면 시도가 기본 요건을 조사(최장 30일)하고, 국토교통부 내에 설치되는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가 이를 심의(최장 45일)해서 결정된다. 신청부터 결정까지 최장 75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자로 인정되면 경매(공매 포함) 진행 유예 또는 정지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유예 기간엔 살던 집에서 쫓겨날 걱정이 없어지는 셈이다. 이후 피해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낙찰받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 우선매수권을 넘길 수 있다. 매수권을 행사하면 우선매수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해 살던 집을 낙찰받는다.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못 받지만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다른 입찰자가 최고가를 써내 낙찰받을 경우 법원은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물어 피해자가 같은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다. 유찰이 계속되면 그만큼 할인된 가격에 집을 매입해 향후 집값이 오를 때 팔아 전세금을 보전받을 수도 있다. 공공에 우선매수권을 넘기면 공공이 주택을 매입(낙찰)해 임대주택으로 피해자에게 빌려준다. 피해자는 소득·자산요건과 관계없이 최대 20년간 시세의 30∼50%에 거주할 수 있다. 집주인의 세금 체납액이 많아 경매가 힘든 경우를 막기 위해 ‘조세채권(세금징수 권리) 안분’도 시행한다. 이는 집주인의 전체 세금 체납액을 보유한 개별 주택 단위로 나눠서 부과하는 방식. 주택 100채를 보유한 집주인이 세금을 10억 원 체납했을 경우 현재는 100채의 주택에 모두 조세채권이 10억 원 적용된다. 경매로 세금 체납액 10억 원이 회수될 때까지 세입자가 사실상 경매 신청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조세채권 안분으로 해당 주택의 낙찰액에서 1000만 원씩만 국가가 가져가 세입자는 경매로 보증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정부는 재난·재해 등 위기 상황에 지원하는 긴급복지 지원제도도 적용한다. 1인 가구 기준으로 생계비(월 62만 원), 의료비(300만 원 이내), 주거비(월 40만 원) 등 최대 402만 원을 지원한다. ● 모호한 피해자 인정 요건, 대책 실효성 지적도 전문가들은 피해자 인정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모호하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항력이 있으면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는 요건은 세입자마다 상황이 달라 심의를 받아봐야 지원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린생활시설이나 업무용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경우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대항력은 갖췄지만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을 전세사기 사건으로 판단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이날 정부가 제시한 판단 근거는 경찰 수사 개시 외에 없다. 다수의 피해자가 어느 정도인지, 보증금 상당액이 어떤 수준인지도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피해자가 소수라면 지원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피해 주택이 서민 임차주택이어야 한다는 요건의 경우 정부는 큰 예외가 없다면 보증금 3억 원, 전용면적 85㎡ 이하로 하되, 심의위에서 유연하게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무자본 갭투자’ 같은 일반적인 보증금 미반환 사고도 지원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 조모 씨(46)는 “보증금 6400만 원을 날릴 뻔하다가 최우선 변제금 2200만 원을 돌려받았다”며 “보증금 ‘상당액’을 못 받을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데, 이런 경우 지원 대상인지 아닌지 안내가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대책위원회(대책위) 관계자는 “대가족인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상대적으로 넓은 집에 살 수 있는데, 그 이유만으로 지원을 못 받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 계획대로 5월 초 특별법 통과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5월 본회의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 특별법 처리를 주장하지만 당정은 반대 입장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자금력이 부족한 피해자들이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추가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주택을 매입하려 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추상적인 조건들로 지원 대상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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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주는 어른 있다”첩보 수사… 조폭 등 131명 적발

    2020년 당시 17세였던 A 양은 한 마약사범이 “같이 마약할 생각 없느냐”며 공짜로 건넨 필로폰을 투약한 뒤 마약 중독자가 됐다. 이듬해 경찰에 체포되자 후회하며 “필로폰을 끊겠다”고 약속했지만 금단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2개월 후 다시 마약을 투약하다가 체포돼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양은 같은 해 지인에게 한 차례 마약을 판매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A 양 등 미성년자 15명을 포함해 2021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적발한 마약사범 131명을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 중 39명은 판매자였고 92명은 매수·투약자였다. 경찰은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주는 어른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년 동안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적발된 미성년자 15명은 지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알게 된 성인 등을 통해 마약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중독돼 반복적으로 투약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체포된 미성년자 중에는 최대 2년 동안 마약을 반복 투약한 경우도 있었다. 2021년 16세였던 B 양(18)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후 “필로폰을 투약한 뒤 시간이 지나면 우울해져 다시 투약 충동이 생겼다. 마약 제공자들이 나쁜 사람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미성년자에게 필로폰을 건네거나 함께 투약한 성인은 17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미성년자인 줄 알면서도 필로폰을 팔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며 함께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마약사범 131명 중 조직폭력배 A 씨(32) 등 마약을 판매한 39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18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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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도 증시처럼 매수자 정보 공시해 사기 예방을 [기자의 눈/이상환]

    “오피스텔 60채를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인 줄 알았다면 전세 계약을 안 했을 겁니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 일당에게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A 씨는 2년 전 계약 당시를 돌이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 낙찰자가 나타나면 보증금을 모두 날리고 거리로 나앉을 처지가 됐다. 그는 2021년 2월 전세보증금 1억 원을 내고 미추홀구 한 오피스텔에 입주했다. 당시 근저당이 설정된 걸 보고 계약을 망설였지만, 공인중개사가 “같은 오피스텔 여럿이 평균 2억4000만 원에 팔렸다. 지금은 더 올라 채권최고액(1억6500만 원)을 제외해도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득해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오피스텔 60채를 모두 사들인 건 LH 하나였다. 이후에는 한 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이 오피스텔 매입을 담당한 LH 직원은 뒷돈을 받고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제공하는 부동산 실거래가 내역에 매수자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거래가 이뤄진 모든 가구의 등기부등본을 발급하면 매수자를 파악할 수 있지만, 전세계약 전 다른 가구 등기부등본까지 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세사기 일당은 이런 점을 악용했다. 오피스텔과 빌라의 거래가 많지 않은 점을 이용해 일당끼리 비싸게 거래하면서 시세를 부풀리고 전세보증금을 올렸다. 또 선순위 채권이 있어도 안전한 것처럼 설득하며 피해자를 늘렸다. 증시에선 △개인 △외국인 △기관 등 거래자를 구분해 공시하고, 특정 주식을 대량으로 팔거나 살 경우 거래자의 성과 주소까지 공시한다. 자금력을 앞세운 특정인이나 기관이 주가에 개입하는 ‘작전’ 가능성을 차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매수자 정보 공시를 검토해 왔다. 하지만 개인정보 침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어차피 등기부등본을 떼면 누구나 보유자의 이름과 주소를 알 수 있다. 그 정도라도 실거래가 내역에 포함시켜 제공한다면 시세 조작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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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성년자에게 마약 주는 어른있다” 제보…조폭 등 131명 적발

    2020년 당시 17세였던 A 양은 한 마약사범이 “같이 마약할 생각 없느냐”며 공짜로 건넨 필로폰을 투약한 뒤 마약 중독자가 됐다. 이듬해 경찰에 체포되자 후회하며 “필로폰을 끊겠다”고 약속했지만 금단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2개월 후 다시 마약을 투약하다 체포돼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양은 같은 해 지인에게 한 차례 마약을 판매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A 양 등 미성년자 15명을 포함해 2021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적발한 마약사범 131명을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 중 39명은 판매자였고 92명은 매수·투약자였다. 경찰은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주는 어른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년 동안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적발된 미성년자 15명은 지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알게 된 성인 등을 통해 마약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중독돼 반복적으로 투약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체포된 미성년자 중에는 최대 2년 동안 마약을 반복 투약한 경우도 있었다. 2021년 16세였던 B 양(18)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후 “필로폰을 투약한 뒤 시간이 지나면 우울해져 다시 투약 충동이 생겼다. 마약 제공자들이 나쁜 사람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미성년자에게 필로폰을 건네거나 함께 투약한 성인은 17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미성년자인 줄 알면서도 필로폰을 팔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며 함께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상으로 준 경우 중독시켜서 같이 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에게 필로폰을 공급·투약한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경찰은 마약사범 131명 중 조직폭력배 A 씨(32) 등 마약을 판매한 39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18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또 판매자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필로폰, 합성대마, LSD, 대마 등 마약류 총 1.5kg(약 20억 원 상당)와 범죄수익금 1000만 원을 압수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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