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진균

길진균 기획위원

동아일보 출판국 주간동아팀

구독 13

추천

안녕하세요. 길진균 기획위원입니다.

leon@donga.com

취재분야

2025-06-29~2025-07-29
칼럼67%
정치일반13%
선거10%
정당7%
대통령3%
  • “규제담당, 책임질 일 많다”… 오래 안 맡기는게 암묵적 인사관행

    2016년 2월 11일→2016년 6월 9일→2017년 8월 4일→2018년 8월 23일→2019년 2월 26일. 유전체(게놈) 분석 기업인 메디젠휴먼케어 신동직 대표가 정부를 쫓아다니며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동안 담당인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의 인사이동이 있던 날이다. 불과 3년 만에 6명의 과장을 거쳤다. 가장 짧은 담당 과장은 4개월, 가장 긴 경우는 1년 19일이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복지부는 2016년 7월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DTC·Direct-to-Consumer)를 처음 허용했다. DTC는 비의료기관에서 질병 예방과 관련해 의료기관의 의뢰 없이 유전자 검사를 직접 하는 것. 영국 캐나다 일본은 DTC를 전면 허용하고 있고 미국도 허용 범위가 넓어 한국의 대표적 규제 산업으로 꼽힌다. ○ 잦은 담당 과장 교체 속 논의는 무한 되돌이표 복지부는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2016년 7월 12가지 항목만 검사 대상에 포함시켰고 그 대신 DTC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고 소비자의 불만도 생기지 않으면 2018년 6월부터 ‘네거티브 규제에 가깝게’ 그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2년 동안 담당 과장은 3명이 바뀌었다. 그때마다 논의 내용은 되돌이표를 그렸다. 약속했던 2018년 6월이 다가오자 복지부는 같은 해 4월 DTC 규제 완화 공청회를 열었다. 반대 의견이 거셌다. 규제 완화에 상대적으로 전향적이었던 담당 과장은 이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121가지로 확대가 예상되던 유전자 검사 대상 항목은 ‘시범사업’을 조건으로 57개로 축소됐다. 2년 동안 헛심만 쓰다 다시 시범사업으로 돌아온 셈이다. 생명윤리정책과장을 거친 한 복지부 공무원은 “생명윤리정책과가 예전에는 큰 이슈가 없고 조용히 지낼 수 있는 과였는데 규제 개혁의 핵심 부서가 된 이후부터 기피 과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그 자리에 가면 기를 쓰고 나오려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해외연수를 신청해서 빠져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담당 부서의 무책임한 무한 논의에 지친 신 대표는 결국 규제가 없는 캐나다에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신 대표는 “토론토투자청에서 연구소 2년 무상임대와 설립자금 대출을 약속했다”며 “캐나다의 조건은 우리(캐나다) 스타트업과 함께 일해서 시장을 일궈 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만난 규제 담당 공무원은 8년째 같은 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며 “유독 우리나라만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민원 많은 규제 담당 과장 기피 현상도 공무원 임용령에 따르면 중앙부처 과장급(3, 4급)의 필수 보직 기간은 2년으로 규정돼 있다. 잦은 인사이동에 따른 전문성 저하를 막기 위해서다. 책임감을 갖고 긴 안목에서 정책을 추진하라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필수 보직 기간 규정은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일선 부처에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각 부처에 필수 보직 기간을 가급적 준수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대다수 부처가 민원과 책임질 일이 많은 자리를 한 사람에게 오랫동안 맡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산업 분야의 규제 이슈일수록 담당자의 의지와 책임감이 중요하지만 공직사회의 ‘잦은 이동’에서 신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폐차 견적 비교 서비스 업체인 조인스오토는 지난달 6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샌드박스 본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으로 2년간 현행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규제를 풀기 어렵기 때문에 우회로를 이용하게 해준 것. 그러나 정작 이 ‘기존 규제’를 풀어야 할 담당인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2015년 8월 신설) 과장은 신설 이후 3년 반 만에 세 번이나 바뀌었다. 담당자가 전문성을 쌓기는커녕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규제 완화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새 수장으로 임명된 이후 1월 대대적인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2월 과장급에 대한 대규모 인사가 났고 공유경제 담당 과인 서비스경제과장도 교체됐으며 기존 과장은 불과 1년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 숙박공유 서비스 업체 대표 A 씨는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논의해 오던 기재부 서비스경제과의 과장과 사무관이 어느 날 갑자기 모두 바뀌어 너무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동안 했던 논의는 ‘스톱’ 상태다. 그는 “새 담당자와 다시 얘기를 시작하려니 막막하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 ▽팀장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유근형(정치부) 배석준(산업1부) 염희진(산업2부) 김준일(경제부) 임보미(국제부) 한우신(사회부) 최예나(정책사회부) 김기윤 기자(문화부)}

    • 2019-04-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규제조정회의 참석하는 공무원들… 양보는 패배라고 주입받고 오는듯”

    대통령이 규제 혁신을 외쳐도 바뀌지 않는 이유는 공무원이 안 바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규제를 없애려면 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것. 박근혜 정부에서 ‘손톱 밑 가시’ 규제 개혁을 총괄했던 강영철 전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대학 규제를 해결하는 건 간단하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을 없애면 되는데 조직을 축소시키는 거니 공무원이 규제 완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재임 중 규제조정회의를 100차례 이상 진행했다. 그때마다 공무원이 규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강 전 실장은 “부처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과장을 보낼 때 ‘양보하고 오면 패배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자기 것을 지키려고 하니 합리적인 토론이 안 됐다”고 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어 빠르게 변하는데 한국 공무원들은 과거와 같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김태유 전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공무원이 저마다 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어떤 것을 규제해야 하고, 풀어줘도 될지를 더 잘 알 수 있다”며 “지금의 보직순환근무 체제를 직무군 제도로 바꾸어 공무원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과감하게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간 기업 수준이 40, 50년 전보다 빨리 변한 것에 비하면 정부 수준은 너무 느리다”며 “공공기관은 그만 늘리고 웬만한 건 민간으로 넘기면서 민간 인사를 대거 공무원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이 규제를 없애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공무원이 나서서 규제를 완화하면 나중에 인사 문제 등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규제를 혁파한 공무원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유근형(정치부) 배석준(산업1부) 염희진(산업2부) 김준일(경제부) 임보미(국제부) 한우신(사회부) 최예나(정책사회부) 김기윤 기자(문화부)}

    • 2019-04-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학은 지역사회의 중심… 경제 잣대로 지방대 평가해선 안돼”

    문재인 정부가 지난달 국비와 지방재정 등 24조1000억 원이 투입되는 전국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조치를 결정하면서 국가균형발전 이슈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지금부터라도 낙후된 지역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송재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만나 국가균형발전의 의미와 방법, 지방의 각 대학을 지역 발전에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이번에 결정된 문재인 정부 예타 면제 사업의 특징을 어떻게 보나. ▽송 위원장=예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경제성이다. 한국처럼 수도권 집중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수도권에서만 경제적 타당성이 나온다. 수익성이 없다고 지역을 외면할 수는 없다. 발전이 늦은 지역도 엄연히 대한민국이다. 그곳에 사는 분들도 균등한 생활의 향상을 보장받아야 할 국민이다. ‘지역의 합(合)이 국가’라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 지나친 수도권 집중도를 완화한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최 지사=지역 입장에선 왜곡을 바로잡는 측면도 있다. 강원도의 경우 제2경춘국도 건설을 위한 9000억 원 규모 사업을 예타 면제받았다. 지금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민자도로다. 폭이 좁아 가변차로도 없고 터널도 작아 많이 막힌다. 통행요금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이를 이용해 서울을 오가는 춘천 시민들은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과거의 정책을 바꾸는 작업을 지자체장으로서 지지한다. ―과거 정부에서도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했지만 쉽지 않았다. 구체적인 현실화 해법이 있나. ▽송=재정분권을 현실화하면 된다. 예를 들면 강원도가 갖고 있는 역량을 펼칠 수 있게 중앙정부가 지역에 예산을 포괄적으로 주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의 30∼40%까지 지자체에 넘겨 발전의 토대를 알아서 쌓으라는 취지다. 지역의 역량이 낮지 않지만 못 미더울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약을 체결하면 된다. 예산을 잘 쓰면 더 주고 못 쓰면 별도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나눠주는 고민도 해야 한다. 정부 구조개혁이 전제된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어려운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시대적 요청이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다. ▽최=사업이 결정되면 빨리 착공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때 공약으로 나온 지자체 사업 가운데 이번 정부 와서야 된 것도 있다. 정부가 바뀌면 또 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재정분권 현실화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지자체장이 중앙정부로부터 많은 예산을 따오면 인정받는다. 정작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돈이 허투루 쓰일 수밖에 없다. 예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모두 지역으로 내려야 한다. 강원도는 시군구에 예산을 주고 각자 책임을 지게 한다. 분권도 절실하다. 일자리 정책을 예로 들어보겠다. 모든 부처가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 지방으로 내려보낸다. 중앙정부에서 강원도로 내려온 일자리 정책이 195가지였다. 너무 많고 복잡해 도지사인 나도 전부는 모른다. 덩어리를 내려보내서 지역이 판단해서 적절하게 쓸 수 있게 하고 추후에 중앙정부가 감독하는 식으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역 활성화도 좋지만 주요 사업이 사회간접자본(SOC)에만 집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지방도시의 경제력은 수도권과의 교통 거리에서 나왔다. 도로 철도 등 건설을 통해 수도권과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 지역 경제의 원천이고 핵심이었다. 그래서 모든 지방정부가 여기에 목숨을 걸어 왔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결핍이 해소되면 SOC가 아닌 인재 양성 등 다른 소프트웨어 발전 사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송=한국은 결코 SOC 과잉 공급 국가가 아니다. 경부 축에만 물동량의 75%가 집중돼 있다. 강릉∼목포 등을 잇는 동서 축은 SOC가 매우 부족하다.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송=균형발전위는 어느 정부가 와도 제도에 따라 균형발전을 해낼 수 있는 흔들림 없는 정체성 설립이 중요하다. 균형발전을 위해 어떤 컨트롤타워가 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추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최=각 지자체도 중앙정부처럼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하는 게 필요하다. 도에서 시군으로 일을 내려보내려면 저항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여권 만드는 일을 시군뿐 아니라 도에서도 한다. 권한을 내려놓자고 설득하고 있다. 더디지만 공무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에 익숙해져야 국민들이 편안하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거점대학을 활용한 지역 인재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최=대학은 지역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의 중심이다. 획일적인 대학 평가 기준에 따라 대학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문제다.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성으로만 대학을 평가해선 안 된다. ―구체적 해법이 있나. ▽최=지역 인재 역량을 키우기 위해 강원도는 ‘열린 군대’ 제도를 도입해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원대 안에 혁신센터를 만들어 학교와 기업, 군인을 연결시켰다. 역량 있는 군인들을 학교에서 교육해 기업의 지원을 받아 창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금은 80명이 대상이지만 전방과 동해안 전선 등 군부대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군인들을 교육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협조만 해준다면 가능하다. 원주 혁신도시의 경우 강릉원주대, 상지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한라대가 있어 지적 역량이 충분하다. 강원대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혁신도시에 들어와 있는 공기업과 대학의 역량을 강화하려고 한다. ▽송=지역 발전의 3대 축이 행정, 산업, 대학이다. 세 축이 협력해야 지역발전이 될 수 있다. 대학은 지역에 필요한 특허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 등을 많이 갖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 대학에 직접 R&D 예산을 줘야 하는데 중앙부처가 예산을 주다 보니 지역과 상관관계가 덜한 역량이 쌓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공급자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균형위는 거점 국립대들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소통하고 있다. 대학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쌓도록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강원대와 삼척시가 추진 중인 도계 대학도시를 주목한다.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도계를 대학도시로 만든다면 지역 회생에 보탬이 될 것이다. 이동수업 허용 등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대학도시의 성공은 학령인구 감소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지역 대학들과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지역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지역 거점대를 살리려면 정부, 국회 차원의 지원이나 노력도 필요할 텐데…. ▽송=교육부도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 원주에만 5개의 대학이 있다. 이들 대학 총장이 먼저 모여야 한다. 총장들이 모여서 협의체를 구성하고 강원도 원주를 위해 대학이 기여할 것, 강원도로부터 지원받을 것 등을 구분해 강원도지사에게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 기반 기업들도 포함시키는 등 ‘마당’이 마련되면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지역의 국회의원들과도 협력체계가 구성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국회다. 교육부의 획일적 잣대로 함부로 지역 대학 문을 닫지 못하게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국회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최=이른바 총장협의체가 구성돼 요청이 오면 바로 응하겠다. 그런데 교육부의 대학 평가 방침이 바뀌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예를 들어 대학의 창업 역량은 평가 요소에 반영돼 있지 않다. 지역 사회와 얼마만큼 협력하는지, 지역 거점 기업과의 협력 체계는 공고한지 등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지역 인재 역량을 지역 안에서 키울 수 없다. [약력]○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제주(59) △제주제일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경기대 관광경영학과(석·박사)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국정기획자문위 정치행정분과위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 ○ 최문순 강원도지사△강원 춘천(63) △춘천고 △강원대 영어교육과 △서울대 영문학 석사 △MBC 보도국 기자 △MBC 대표이사 △18대 국회의원 △민선 5·6기 강원도지사 진행=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정리=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2019-0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당 “기간 1년은 돼야” 국회통과 험로 예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19일 합의로 큰 산은 넘었지만 주 52시간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까지는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국회에 주어진 시간은 처벌이 유예되는 다음 달 31일까지 한 달 남짓이다. 하지만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할 국회는 여야의 사생결단식 대치로 개점휴업 상태다. 일단 여야 모두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보완책으로 단위기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적용 기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6개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년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경사노위의 합의 직후 “경사노위에서 합의됐기 때문에 여야 간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합의를 존중해서 빠른 시일 내에 (관련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소속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은 “경사노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그건 참고사항”이라며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 의원들은 적용 기간을 1년으로 하는 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라며 “경사노위가 합의했다고 해서 국회가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환노위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최고야 기자}

    • 2019-0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개혁 잘 해냈다” 대통령 칭찬받은 국정원

    “국정원은 40명 정도 구속되고, 실형까지 선고받는 조직 내부의 아픔을 겪으면서 (개혁을) 잘 해내셨다. 서훈 원장님, 정해구 위원장님 감사드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국정원이 정치 정보 내려놓고 정치에 관여 안 한다는 것이 정말 혁명적인 일인데 아주 잘 해내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며 이례적으로 국정원에 대한 칭찬을 수차례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검찰, 경찰 모두 자체 개혁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치하를 이어갔는데 국정원에 대해서는 한층 각별했다.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이 각 부처에 파견된 ‘국내정보 담당관(IO·Intelligence Officer)’들을 철수시키고, 국내정보 부서를 폐지하는 등 관련법 개정 없이 자발적으로 개혁을 이뤄낸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도 “국정원의 경우 정치 관여를 근절하고 해외·대북 정보에 전념하자 국제사회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과 경찰도 개혁하는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국정원 칭찬이 법 개정을 이유로 수사권 조정 등 개혁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검찰과 경찰에 대한 경고로 들렸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19-02-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해찬 “한국당, 대선 불복 망동”… 나경원 “민주당, 헌법 불복”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 구속을 둘러싼 여야의 막가파식 공방이 점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김 지사 구속 이후 이 사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서울 용산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떻게 대선 불복이라는 망동을 하나. 엄중히 경고한다”며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과거 ‘버럭 총리’로 통했던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 취임 이후 공식석상에서 감정 표현을 자제하려 했지만 이날은 한국당을 겨냥해 ‘버럭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 대표는 “탄핵당한 사람의 세력들이 감히 촛불 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 불복으로 대하느냐”며 “저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대통령을 겨냥한) 어제의 행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언급한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을 향해서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을, 감히 법사위원장이란 사람이 말하는 걸 보면서 통탄을 금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한국당은 ‘재판 불복’을 넘어선 ‘헌법 불복’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을 향해 “지금 사법부가 권위와 독립을 정권 발밑에 바치고자 한다면 바로 탄핵해야 할 대상은 대법원장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 지사로부터 (드루킹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 말씀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다만 “대선 불복 프레임이 아니라 우리는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선 불복’에 따른 역풍을 신경 쓰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흘 만에 가진 브리핑에서 김 지사 문제에 대해 “답변할 위치가 아니다”고 했다. 내부 기류에 대해서도 “그 내용을 공유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결에 아쉬움이 있지만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길진균 leon@donga.com·최고야·한상준 기자}

    • 2019-02-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법부 몰아치는 與… 대선 정당성 겨눈 野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공모 혐의로 법정 구속된 후 더불어민주당이 ‘사법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면서 설 연휴를 앞둔 정국이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집권 여당은 사법부를 적폐 세력으로 몰고, 제1야당은 문 대통령의 정통성을 문제 삼으면서 서로 뒤엉킨 사생결단식 대치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김 지사 구속에 대처하기 위해 ‘사법농단 세력·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본격 가동하며 재판부를 재차 비난했다. 대책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최고위원은 31일 당 유튜브 채널 ‘씀’에서 “(사법부) 재판에 대해서도 행정부나 입법부가 문제 제기할 수 있게 돼 있다. 삼권분립은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가 서로 견제해 균형을 이루는 것이 헌법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정 대변인도 “사법부 판단이 문제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관계없는 국민의 권리”라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이번 판결에 대해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전 대법원장) 적폐사단의 조직적 저항이다. 촛불로 이뤄낸 탄핵과 대선 결과를 부정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구속된 김 지사는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옥중 편지에서 “유죄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진실을 향한 긴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며 판결의 부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재판 불복’을 ‘반(反)헌법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집권당이 ‘적폐 판사의 보복 재판’이라는 식으로 공격하고 법관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그 자체가 헌정 질서를 흔드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관련 의혹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정조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대통령은 김 지사의 댓글조작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답하라”고 말했다.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여야 간 전면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을 논의하려던 2월 임시국회 등 주요 정치 일정도 올스톱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관의 과거 근무 경력을 이유로 특정 법관을 비난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정쟁으로 법치국가의 원칙이 훼손돼선 안 된다. 여야의 냉정한 대응을 바란다”고 촉구했다.길진균 leon@donga.com·최우열 기자}

    • 2019-0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에서/길진균]“우리는 다르다” 외치더니… “너희도 했잖아” 오류 빠진 與

    “국회의원 전원 이해충돌 조사하자.”(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자유한국당 이군현 노철래 의원 ‘재판 청탁’ 의혹도 밝혀야 한다.”(민주당 이해식 대변인) 민주당이 최근 터지는 각종 악재에 대처하는 방법은 ‘너희도 했잖아’ 프레임이다. 의혹이 터지면 일단 부인한다. 여론이 악화되면 “당사자 해명을 들어 보겠다”며 침묵한다.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한국당도 했지 않느냐”고 나온다.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과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민주당은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17일 이군현 노철래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한국당도 유사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으름장을 놨다. 손 의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침묵하던 민주당은 한국당 송언석 장제원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이 터지자 수세에서 공세로 급격히 전환하면서 한국당의 과거를 거론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한국당에 ‘엄정한 조사’를 요구했다. 표 의원은 “이익충돌 여부 전수조사를 요청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가족과 함께 경북 김천의 김천역 인근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송 의원은 해당 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 의원은 교육부 지정 ‘역량강화대학’ 사업에 예산 확충을 요구했는데, 가족이 운영하는 동서대가 후보 대학에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사안 자체의 시시비비를 따진 뒤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한국당의 비슷한 사례를 찾아 이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프레임 전환에만 몰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문제도 알고 보면 비슷한 방식이다. 민주당은 조 위원이 2017년 대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명선거특보로 활동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한나라당 출신을 중앙선관위원으로 임명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고 물고 늘어졌다. 정당과 선거 주무기관의 건강한 긴장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간 데 없고 “한국당도 이전에 그랬다”며 피장파장이니까 없던 일로 하자는 식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전략은 지난해 말부터 부쩍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선 한국당 의원들이 태양광사업의 졸속 추진 의혹을 제기해 수세에 몰리자 민주당 의원들은 “농어촌공사가 이전 두 정부 때도 41건의 태양광사업을 했다”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의 흐름을 좇아보면 “민주당이 집권했으니 좋아질 것이다”에서 “보수정권이 쌓아놓은 적폐가 문제다”를 거쳐 이제는 “한국당도 그랬다”는 식으로 집권여당의 해명이 변하고 있다. 이는 청산의 대상으로 여겼던 보수야당과 어느덧 닮아가고 있는 집권여당의 현주소를 스스로 자인하는 단면이다. 24, 25일 1박 2일 동안 경기 고양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한 지역위원장이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를 앞에 두고 “우리가 한국당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나. 지금 국민 눈에는 한국당과 민주당이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제 무슨 일이 터지면 상대 당의 비슷한 논란과 의혹을 찾아내는 것이 거대 양당 모두에 매뉴얼화된 듯하다. 이 같은 ‘피장파장’식 때우기는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키울 뿐이다. 그리고 아무리 야당을 물고 늘어진들, 이런 식의 자해적 싸움에서 더 큰 손해를 보는 것은 국정운영의 책임이 있는 여당일 수밖에 없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에서/길진균]공룡이 된 인사수석실… 허울만 남은 책임장관

    “장관은 사실 큰 의미 없어.” 2017년 가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정치권 출신 A 씨가 ○○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그는 장관과도 막역했다. 사석에서 만난 그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관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인사수석실에서 먼저 OK가 떨어져야 장관이 절차에 따라 추천하고 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흔히 청와대 인사수석으로 불리는 자리가 있다. 대다수 국민은 물론이고 여러 정치권 인사도 인사수석을 원래부터 청와대에 있던 자리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어지간한 자리는 ‘청와대의 뜻’으로 결정되는 현실이 만들어 낸 착시 현상이다. 인사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처음 생겼다.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 세력을 교체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전까지 민정수석이 독점한 인사에 대한 추천·검증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인사수석은 주류 사회 교체의 첨병 역할을 수행했다. 장관의 인사권은 위축됐고 각 부처는 물론 공기업, 정부 투자기관 및 출연기관 중간 간부 인사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의 입김은 더욱 거세졌다. 이명박(MB) 정부 초기 실세였던 정두언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직후 MB에게 이 같은 문제점을 설명하며 인사수석실 폐지를 건의했다. MB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MB는 “인사수석을 없애면 이 사회 곳곳에 침투한 좌파세력들은 어떻게 척결하느냐”는 취지로 답했다. MB는 인사수석을 없애는 대신 대통령실장(현 비서실장) 직속으로 인사비서관을 두었다. 그러나 인사비서관의 역할과 영향력은 이전 정부 인사수석과 별 차이가 없었다. 현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한 대표적 비판 중 하나는 “청와대만 보인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각 부처 인사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을 일일이 챙기면서 장관의 존재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서 일하는 인사수석비서관실의 행정관은 대통령의 철학과 지침에 대해 추천권자인 육군참모총장과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은 압권이었다.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사수석실 행정관은 참모총장과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강변한 건 지나쳤다. 청와대가 장관 총장 청장 등 각 부처 인사권자를 희화화시키면 그들의 부처 장악력은 현격히 떨어진다. 이들이 바지사장으로 전락하면 관료들은 청와대 눈치만 살피게 되고, 복지부동이 퍼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책임총리 또는 책임장관은 껍데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청와대 정부’는 짧은 임기 안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대통령으로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청와대 정부’일 수만은 없다. 박근혜 정부 3년 차인 2015년 2월,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를 찾은 이완구 총리에게 “지금은 당 대표인 저도 장관의 이름을 다 못 외울 정도로 (장관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위기에 몰리자 당도, 정부도 함께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 3년 차다. 개각설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국회로 돌아가고 관료 또는 전문가 출신 장관이 배치될 것이다. 내각의 존재감이 더욱 희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장관이 정책의 주체로 소신을 갖고 일하려면 최소한의 인사권은 필수다. 차관 등 고위직 인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국·과장 또는 산하 단체 인사권 정도는 과감하게 각 부처 장관에게 넘겨야 한다. 장관이 사명감을 갖고 휘하 공무원과 신나게 일하도록 해야 규제혁신도, 개혁도 가능하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1-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낙연 총리 삼성 공장 찾고, 여당은 재계 호소 경청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지난해 반도체 수출 1267억 달러 달성은 누가 뭐래도 삼성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4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 총수를 단독으로 만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아 경제 활력을 키워드로 제시한 가운데 정부가 새해부터 대기업과의 접촉면을 동시다발적으로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의 위용이 다시 한번 발휘됐다”며 “단일 부품으로 1000억 달러 이상을 한 해 수출하는 것은 어떤 선진국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이 기록이 사상 최초의 6000억 달러 수출에 기여했고, 수출액수 세계 6위 국가가 되는 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방문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5세대(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이 있는 곳으로 3일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이 총리는 “보통 어딜 가면 제가 격려를 해드리러 간다고 보겠지만 사실은 격려를 받고 싶다”면서 “‘반도체에 대해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5G 통신 장비에 대해선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는 격려를 받고 싶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기대만큼 주문도 있고 세계인들 또한 가장 많이 주목하는 삼성이니까 그런 내외의 기대와 주목에 상응하게 잘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방명록에 ‘반도체에서 그런 것처럼 5G에서도 三星(삼성)이 先導(선도)하기를 바란다’고 적은 뒤 이 부회장 등 삼성 고위관계자들과 40여 분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은 “일자리나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때로는 부담감도 느끼지만 국내 대표 기업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도전하면 5G나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성장산업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해야만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상생의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 미래 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이 총리는 ‘삼성에 투자나 일자리 관련 당부를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부러 부탁드린 것은 아니다. 전혀 제 입에선 부담될 만한 말씀은 안 드렸는데 이 부회장께서 먼저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다가 한 기자가 애플의 아이폰을 들고 있자 “(삼성이 만든 휴대전화인) 갤럭시였으면 한마디 했을 텐데”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간담회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부회장, 이인용 고문, 노희찬 사장 등 삼성전자 임원진이 참석했고, 정부에서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등이 함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4대 경제단체장과 만나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각 기업의 협조를 당부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더 잘사는 대한민국을 위한 민주당-경제단체장 신년간담회’를 열고 기업인들을 만났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해 신속한 규제 완화 등을 주문했다. 홍 원내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시행령까지 마련돼 규제 완화, 규제 혁신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 규제 혁신과 관련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조정·조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기업들이 자유롭게 일을 벌이고, 시장에서 자발적인 성장이 나오게끔 유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기업의 기를 살리는 데 여당이 앞장서 달라”며 “최저임금도 업종별 연령별 지역별 구분적 도입 등 종합적인 개편이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박효목 기자}

    • 2019-01-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민은 “최저임금 정책 최악” 정부는 인상 폭 늘리기 강행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했다’는 의견이 60.4%로 ‘잘했다’는 의견(30.8%)에 비해 두 배 가까이로 많았다. 이는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2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잘못한 경제정책으로는 최저임금이 32.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일자리 정책(16.9%),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12.8%),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8.7%), 부동산 정책(7.8%) 등의 순이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정책을 시장의 요구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68.5%에 달했다. 22.5%는 ‘원래 계획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등이 이슈인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41.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부가 아닌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29.4%),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23.9%)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정부여당은 야당과 기업의 요구와는 달리 2월까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단위시간 확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해 12월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약정휴일과 약정수당만 산입에서 제외키로 한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1일부터 적용되는 시행령은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 주휴수당과 주휴시간을 모두 포함한다. 사업주는 이달 말 월급부터 174만5150원(올해 최저시급 8350원×209시간) 이상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최저임금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 정부는 일부 대기업까지 최저임금을 위반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6월까지 처벌을 면제하기로 했다. 소상공인회는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나 영세·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여당의 현실 인식은 달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그 성과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수출과 소득지표를 들어 “지표상 경제 체질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길진균 leon@donga.com·유성열·황성호 기자}

    • 2019-01-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횡설e설] 아버지 부시의 ‘Mission complete’(임무 완료)

    197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지미 카터 후보가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포드 행정부의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조지 H.W. 부시의 마지막 임무는 동갑내기인 새 대통령에게 안보 현안을 보고하는 것이었다. 한 정보국원이 1980년대 중반 미국에 닥칠 위협을 브리핑하자 카터는 미소를 지으며 제지했다. “그 점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 때는 조지가 대통령이 될 것이고, 조지가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카터의 말처럼 부시 전 대통령은 1989년 미·소 정상회담, 1991년 전략무기 감축협정 등을 이끌어 냉전의 종식에 기여했다. 걸프전 승리도 이끌었다. 그의 국장(國葬)이 치러진 5일 워싱턴 국립대성당. 장례식을 집전한 성공회 러셀 레벤슨 신부는 이렇게 추도했다. “대통령 각하, 임무 완료(Mission complete). 잘 하셨습니다. 영원의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삶은 영원히 계속될 겁니다. 아멘.” ▷그의 장례식은 미국을 하나로 모았다. 관례대로 연방정부는 업무를 일시 정지했고 학교도 문을 닫았다. 뉴욕증시와 나스닥도 애도와 존경을 표하는 의미로 휴장했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아들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라이벌이었던 95세의 밥 돌 전 상원의원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거수경례로 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전직 대통령들을 멀리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만큼은 화합의 자리에 함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살아있는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모인 건 역사상 5번 정도 밖에 없다”고 전했다. ▷세계 최강의 핵항공모함으로 꼽히는 조지 H.W. 부시함(CVN-77)은 그의 이름을 땄다. 미 해군의 상징인 니미츠급 최신예 항모에 미 해군 조종사 출신의 전쟁영웅의 이름이 주어진 것이다. ‘증세 반대’ 공약 번복과 그 유명한 클린턴의 선거구호 ‘문제는 경제다,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에 밀려 재선에 실패했지만 그는 늘 국가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선택했다. 아버지 부시가 ’재선에 실패한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그래픽=채한솔 디지털뉴스팀 인턴}

    • 2018-12-07
    • 좋아요
    • 코멘트
  • [횡설수설/길진균]기로에 선 마크롱

    마리안은 자유 평등 박애가 표상하는 프랑스적 가치를 의인화한 여성이다. 화가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선 오른손에 삼색기, 왼손에 총을 든 모습으로 그려졌다. 파리의 상징인 개선문 벽면에 있는 마리안 상(像)이 ‘노란 조끼’ 시위대에 의해 1일 파괴된 사건은 그동안 프랑스인들의 사상적 기저로 통했던 톨레랑스(관용) 정신의 퇴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유류세 인상이 뇌관이 됐지만 ‘노란 조끼’ 시위는 개혁의 혜택을 아직까지 체감하지 못한 ‘잊혀진 중산층’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비용 저효율로 상징되는 ‘프랑스병(病)’ 치유를 앞세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후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개혁정책을 추진했고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부자와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부유세를 폐지하고,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노동법도 개정했다. 내년엔 연금 혜택을 축소하는 연금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부분 정책이 그렇듯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실업률은 9%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유권자의 고른 지지를 받았던 마크롱은 어느새 ‘부자들의 대통령’으로 몰렸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4일 사설에서 “(마크롱의) 오만함과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위기를 고착화했다”고 했다. 유럽 언론들은 프랑스의 고질적인 복지 편중과 개혁 부재를 바꿔보려는 마크롱의 방향은 옳지만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3일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80세 여성이 얼굴에 최루탄을 맞아 숨지는 등 ‘노란 조끼’ 시위로 인한 사망자는 4명에 이르렀다. 20%대로 떨어진 마크롱의 지지율은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유류세 인상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지만 마크롱은 국가의 미래를 보고 가겠다는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한 용기 있는 정치인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실패한 이상주의자로 남을까. 마크롱의 임기는 2022년 5월까지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18-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횡설수설/길진균]8년 도망 다닌 前 교육감

    법조계엔 ‘1도 2부 3빽’ 또는 ‘1도(逃) 2부(否) 3배(背)’라는 말이 있다. 수사기관이 부르면 우선 달아나고, 잡히면 부인하고, 그래도 안 되면 ‘빽’을 쓰라는, 권위주의 시대부터 유행한 말이다. 그래도 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일반 형사범처럼 ‘1도’를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주는 의외였다. 검찰에서 “그렇게 많이 가진 사람이 잡범들이나 하는 수법을 택할 줄 몰랐다”며 허탈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피 생활도 70여 일 만에 막을 내렸지만.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71)도 특이한 경우다. 골프장 사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3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던 그는 검찰에 출석하기로 한 2010년 9월 12일 종적을 감췄다. 전날 변호인을 통해 “내일 아침 자진 출두하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친동생이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최규성 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인 데다 최 전 교육감도 각계각층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워서다. 해외도피설에 사망설까지 돌았다. ▷전국의 기소중지자(속칭 수배자)는 모두 13만7000여 명. 고소 고발을 당했거나 범죄 혐의가 있지만 소재 불명으로 사실상 수사가 중지된 사람을 말한다. 큰 범죄가 아닌 이상 이들을 계속 추적하진 않지만 경찰은 “해외로 나가지 않은 이상 전담팀을 꾸려 추적하면 대부분 잡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먹고 자려면 돈이 필요하다. 본인 명의의 전화나 카드를 쓰면 즉각 위치가 들통나기 때문이다. ▷최 전 교육감은 인천 연수구에 있는 24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제3자 명의로 된 휴대전화와 체크카드를 사용했다. 조력자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친인척과 교육계 인사들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거주지 근처 식당에서 붙잡힌 최 전 교육감은 수사관들이 “최규호 씨 맞느냐”고 묻자 순순히 “네”라고 시인하고 체포에 응했다. 오래 도망 다닌 수배자들은 검거 후 “차라리 속이 후련하다”며 죄를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최 전 교육감도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다고 한다. 죄 짓고 살기는 힘들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18-1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횡설e설] 고문국가 중국

    “병원에 옮겨졌을 때 그의 생식기 기능은 완전히 쇠퇴됐고, 시신은 온통 멍이었다. 발톱 사이에 대나무 꼬챙이로 치른 흔적이 남아있었다.” 미 국무부가 5월 발표한 ‘국제종교자유보고서(2017)’에 담은 중국 내 구치소에서 숨진 파룬궁 수련자 양위융 씨 사례다. 2012년 3월 중국에서 구금됐다 추방 형식으로 귀국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는 “전기고문과 일주일간 ‘잠 안재우기’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다(동영상 참조). 그는 한달 여 동안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의자에서 잠을 잤다. ▷1988년 중국 인민대표대회는 ‘유엔고문방지협약’을 비준했다.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이 정식명칭이다. 대외적으로 중국에서도 고문이 금지됐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에선 고문이 공공연하게 자행된다. 미 국무부의 ‘국가별 인권보고서(2017)’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구타와 강간, 강제 약물복용, 전기충격 등의 방법으로 반체제 인사 등을 지속적으로 고문한다. 파룬궁 수련자들에 대한 고문 보고 사례는 더욱 빈번하다. ▷홍콩 킴벌리호텔을 소유한 홍콩 부호이자 관영 중국중앙TV의 유명 사회자 류팡페이의 남편인 라우헤이윙(중국명 류시융)이 지난해 3월 중국에서 고문을 받고 숨진 사실이 1년 반 만에 드러났다. 홍콩 싱다오(星島)일보에 따르면 부검 결과 당시 60세이던 라우헤이윙은 질식사했으며 갈비뼈 등 7곳에 골절상도 입은 상태였다. 9월 톈진시 법원에서 고문을 한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라우헤이윙이가 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중국과 북한 같은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에선 고문이 보편적이다. 중국은 공안 검찰 법원을 모두 공산당 산하 중앙정치법률위원회가 지휘한다. 우리로 치면 경찰 검찰 법원이 한 부에 같이 있는 것이다. 서로 견제 또는 감시할 일이 없다. 사법체계는 공산당의 통치 수단으로 활용되곤 한다. 유엔 고문금지위윈회는 30년 동안 중국의 약속 이행 상황을 5차례 심의했지만 중국공산당은 조사단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국제 인권기구의 호소도 묵살하고 있다. 중국의 고문은 세계의 아픔이 됐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18-11-01
    • 좋아요
    • 코멘트
  • [횡설수설/길진균]北의 무례한 언사

    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단 협의에서 남측 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예정된 시간보다 2, 3분 늦게 나타났다. 북측 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대뜸 “단장부터 앞장서야지 말이야”라며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고장 난 시계 때문”이라는 조 장관의 해명에 리 위원장은 “자동차라는 게 자기 운전수를 닮는 것처럼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을 닮아서…”라며 대놓고 면박을 줬다.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외교 현장에서 북측 인사들이 툭툭 던지는 도발적이고 무례한 언어는 서방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5월 ‘리비아식 핵 포기’를 언급한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해 ‘얼뜨기’라고 비난했다. CNN 등 외신들은 이를 전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리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평양정상회담에 동행한 우리 측 기업 총수들과 함께 식사하면서도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핀잔을 줬다고 한다. 남북 경협 속도가 기대보다 느린 데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해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리선권이 평소 농담을 즐기는 사람이다. 발언이 무례해 보여도 정황상 기분 나쁘게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냉면 소화가 잘 됐을지 궁금하다. 유명한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 때도 북측 박영수 단장은 남측 송영대 대표에게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다. 송 선생 당신도 살아남지 못해!”라고 협상 상대의 목숨까지 운운했다. 협박과 공갈을 협상 전술로 쓰는 북한의 행태는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내놓은 ‘우리 당의 언어정책’에 따르면 “말과 글은 사람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며 혁명과 건설의 힘 있는 무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니 “문재인 대통령의 혓바닥을 응징하겠다” “늙다리 미치광이 트럼프를 지옥의 기름 가마에 처넣어야 한다” 등 노동신문이 쓰는 언어는 욕만 섞지 않았을 따름이지 선동을 넘어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대개는 궁지에 몰릴수록 과격해지고 말을 함부로 한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18-10-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횡설수설/길진균]南北 정상 첫 오픈카 퍼레이드

    2000년 6월 3일.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흘 앞두고 극비리에 방북한 임동원 국가정보원장은 평북 신의주 특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김정일은 “(김대중 대통령을) 과거 장쩌민 중국 총서기나 어떤 외국 정상보다 더 성대하게 최고로 모시겠다”고 했다. 북측은 무개차(오픈카) 퍼레이드까지 제안했다. 하지만 남측은 경호 문제로 거부했다. ‘적지(敵地)’의 심장부에 대통령이 처음 가는 행사였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 경호실은 “대통령이 위험에 처하면 한 명도 살아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정신 교육을 실시했다. ▷김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김정일이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임 전 원장은 “그 순간, 그(김정일)가 말한 것처럼 ‘최고의 환영 행사’가 거행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회고했다. 오픈카는 아니었지만, 캐딜락 리무진을 함께 탄 두 정상은 수십만 평양시민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등의 방북 때도 김정일은 공항 영접에 나섰지만 승용차에 동승한 적은 없었다. 김정일은 “이렇게 환영 인파가 많은데 무개차를 타고 갔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북 때 드디어 오픈카 퍼레이드가 열렸다. 북한은 1960∼1980년대 메르세데스벤츠사가 생산한 ‘풀만 리무진 랜돌렛’을 제공했다. 정부 수반 등을 위해 제작됐다는 최고급 승용차였다. 하지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동승했다. 2001년 9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때 이뤄진 카퍼레이드도 그랬다. ▷남북한 정상이 함께한 첫 번째 평양 오픈카 퍼레이드가 어제 성사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은둔형’으로 불렸던 아버지보다 한층 세련된 모습이었다. 그는 부인과 함께 공항에 나타나 문 대통령에게 서양식으로 뺨을 세 번 맞추는 인사를 했다. 차량도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로 바뀌었다. 북한은 이 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김정은의 개방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터다. 하지만 세계가 보고 싶은 것은 김정은의 깜짝 이벤트가 아닌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이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18-09-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횡설수설/길진균]박원순의 ‘아니면 말고’ 개발 계획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스로를 ‘소셜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아이디어를 무기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의 많은 아이디어는 참여연대,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의 설립과 활동으로 이어졌다. 시장이 된 이후에도 그는 틈틈이 수첩에 쓴 아이디어를 회의 때 거론하며 정책화를 주문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같은 정책도 이런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쉴 새 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박 시장의 스타일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는 부담이었다. 재래시장을 둘러본 뒤엔 태양광 설치, 전선 지중화, 야시장 운영 등을 주문했다. 박 시장의 말 한마디로 관련 부서는 초주검이 됐다고 한다. 시 공무원들은 수첩을 펴고 깨알 지시를 하는 박 시장을 ‘박 주사’ ‘박 계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 박 시장도 유난히 대규모 건설계획에 대해서만은 부정적이었다.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의 청계천 사업과 ‘한강 르네상스’ 등에 대한 반작용이었는지, 자신의 브랜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장’을 내세웠다. 대규모 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사람을 ‘토건족’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3선을 전후해서 변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더 이상 ‘수첩’은 없다”며 깨알 행정의 변화를 다짐하더니 웬걸,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계획과 경전철 4개 노선 신설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들고나왔다. 갑자기 안 하던 ‘토건족’ 행보를 보이니, 정가에서 2022년을 겨냥한 대선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 것도 당연하다. ▷박 시장은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내놓은 지 7주 만인 26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계획을 전면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아니면 말고’식 행보지만, 그 사이 서울 부동산 시장은 춤을 췄다. 아이디어를 즉흥적으로 정책화하려는 박 시장의 스타일은 시민운동가 때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1000만 메가시티 서울의 수장으로선 부적합하다. 서울역∼용산역 철도 지하화와 2조8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경전철 건설 등은 중앙정부와의 사전 협의와 조율 없이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 시장의 즉흥 행정이 낳은 대형 사고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18-08-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횡설수설/길진균]‘그들이 집으로 올 때까지’

    미국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의 모토는 ‘그들이 집으로 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다. 미군은 단 한 명의 실종자 또는 전사자를 찾기 위해 세계 어느 곳이든 찾아간다. 2008년 5월 JPAC(DPAA의 전신) 수중탐사팀이 1950년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의 유해를 찾으려 당산철교 일대 한강 바닥을 샅샅이 훑던 모습은 한국사회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적진에 포로로 잡혔던 미군의 “언젠가는 조국이 나를 찾으러 올 것으로 믿었다”는 신뢰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유해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는 과정도 존엄, 그 자체다. 관이 비행기에 들고 날 때마다 공항 하역 직원은 손을, 조종사는 모자를 가슴에 얹는다. 2009년 10월 29일 오전 4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 활주로에 서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장병 18구의 운구가 모두 끝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거수경례 자세를 유지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일 하와이로 날아가 북한이 인도한 6·25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를 맞이했다. 펜스 부통령은 참전 미군들을 영웅으로 부르면서 “어떤 이들은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들이 절대 잊혀진 적이 없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C-17 수송기가 미군 유해를 싣고 원산을 이륙한 직후 백악관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5300명의 미군을 찾기 위한 발굴 작업이 재개되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의 한 대목이다. 시인은 1950년 피란 중 야산에서 국군 전사자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시를 지었다. 납북 국군포로와 실종자 7만3985명 중 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된 2000년부터 수습된 시신은 1만2000여 구(북한군 등 포함)다. 여전히 수만 명의 국군이 이 땅 어딘가에 비목(碑木) 하나 없이 65년 넘게 묻혀 있을 것이다.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영웅’에 대한 미국의 예우에서 배워야 한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18-08-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횡설수설/길진균]노회찬의 비극

    “삼겹살도 50년 동안 같은 불판에 구워 먹으면 고기가 새까맣게 타 버린다. 이제는 판을 갈아야 한다.” 정치판의 기득권을 깨야 한다는 메시지를 불판 교체에 빗댔다. 2004년 17대 총선 정국,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의 이 말은 최고 히트작이었다. 민노당은 비례대표 득표율 13%라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역구 2석과 비례 8석을 확보했다. 당선 예상권 밖인 비례대표 8번 후보였던 노 사무총장도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그는 여의도에서 진보정치의 대중화를 이끄는 기수가 됐다. ▷학창 시절 그는 첼리스트를 꿈꿨다. 경기고 시절,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들 앞에서 종종 첼로를 연주했다. 유신 시절 ‘박정희 타도’ 유인물을 제작하고 시위를 벌이던 그는 경찰의 감시를 받는 고등학생이 됐다. 고려대 진학 후엔 용접 자격증을 따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노 의원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살려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지만 그는 민노당 내에서 줄곧 당내 친북주의 청산을 주장해 주사파 계열과 결별했다. ▷노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드루킹 진영으로부터 받은 금품이 원인이 됐다. 그는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며 “죄송하다”고 유서에 적었다. 지지자들에게 줄 충격과 당이 입을 피해 등에 대한 압박과 절망감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등 여의도의 특권·기득권 폐지를 주창해온 그의 죽음은 깨끗한 정치를 열망해온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노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특검 수사는 어제 그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료됐다. 노 의원 사건은 특검 수사의 본류도 아니었다. 훨씬 크고 무거운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도 태연하게 버티는 여의도 정치인이 수두룩한데,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는지 안타깝다. 노 의원 사건은 비극적이지만 그렇다고 드루킹 수사가 흔들려서도 안 될 것이다. 그의 죽음이 비리와 부정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정치권 풍토에 경종을 울린다.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18-07-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