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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길진균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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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칼럼97%
대통령3%
  • 과소 대표된 2030세대… 비례대표 50% 청년에게[광화문에서/길진균]

    “과감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386도 예외는 아니다.”(초선 A 의원) “세대교체는 공감하지만 40대는 젊고, 50대는 늙었다는 식으로 무 자르듯 얘기하면 안 된다.”(3선 B 의원) 몇몇 의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갑론을박이 오갔다. 요즘 여의도의 주요 화두는 단연 내년 총선 공천, 그중에서도 세대교체다. 범위와 방법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부딪치곤 한다. 의원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더 젊어져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별 이견을 들어보지 못했다. 현재 20대 국회의원 296명 중에 20대 의원은 한 명도 없다. 30대 의원이 3명 있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36)은 최근 주미 대사로 부임한 이수혁 전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경우다. 50대는 139명, 60대는 117명이다. 70대 이상도 17명이나 된다. 국회의원은 각각의 지역과 계층, 연령 등을 대변한다. 우리나라 국회는 2030세대가 상대적으로 과소 대표된 것이 틀림없다. 정치권엔 경력을 쌓은 인물이 상대적으로 많다지만 우리 국회가 늘 고령층 위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27세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71년 44세의 나이로 “빈사 상태에 빠진 민주주의를 회생시키자”며 40대 기수론을 외쳤다. 같은 40대인 김대중(DJ), 이철승 의원이 가세하면서 40대 기수론은 대세가 됐다.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아직 젖비린내가 난다)’ 소리를 들었지만 YS와 DJ는 기존 정치판의 낡은 껍데기를 깨고 당의 새로운 중심이 됐다. 강삼재 전 의원은 30대에 내리 3선을 했고, 386 의원들 상당수도 2030 때 국회에 입성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해외에선 2030에 정치를 시작해 40대에 대권에 도전하는 ‘젊은 리더십’이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정치 현실에선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그런 리더십을 볼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청년 정치인이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각 당은 청년들과의 대화, 청년 정책간담회 개최, 20대의 총선기획단 참여 등 여러 명분으로 청년을 ‘소환’하고, 이를 2030의 정치 참여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늙은 정당의 사진 모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정치가 젊어져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기후, 환경, 성 평등 등 급변하는 국내외의 이슈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2030 전문가들, 구습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정치는 정치 개혁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기업 및 로비스트의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미국 뉴욕의 30세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44세 앤드루 양 같은 정치인들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 한두 명의 구색 맞추기식 영입이 아니라 수십 명의 2030세대 의원들이 함께 국회에서 바람을 일으킨다면 가능한 일이다. 국민 의견을 수렴해 대표자를 정하는 건 정당의 몫이다. 내년 4·15총선은 2000년에 태어난 21세기의 청년이 첫 투표를 하는 선거다. 새 정치를 위해서는 가끔 파격이 필요하다. 각 당이 비례대표 의원을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50%씩 할당하면서 세대 기준을 신설해 2030세대에게 50%를 할당하는 것은 어떨까.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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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자리 정책 잘못” 60.1% “남북관계 개선” 51.8%

    9일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가 제1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일자리 창출’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은 잘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했다’는 응답이 60.1%로 ‘잘했다’는 응답(34.8%)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이는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여권의 주요 지지층인 20, 30대도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일자리 이슈에 민감한 20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잘못했다고 답한 경우가 61.0%로,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71.8%)을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30대 역시 잘못했다는 응답이 55.6%로 잘했다(39.1%)는 응답보다 많았다. 정부가 ‘일자리 최우선’을 외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 23조 원 등 정권 출범 후 61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절반이 넘는 국민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잘못한 국정 분야는 ‘경제 성장’이 63.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일자리 창출’, ‘국민 통합’(59.2%), ‘적폐 청산’(46.8%) 등의 순이었다. ‘남북관계 개선’은 잘못했다(46.0%)는 답변보다 많은 51.8%가 잘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정책 중에서는 부동산 정책(17.8%)이 정부가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꼽혔고 최저임금 인상(17.6%), 주52시간 근무제 도입(11.8%) 등이 뒤를 이었다. 잘한 정책으로는 복지 확대(18.2%), 최저임금 인상(12.4%), 주52시간 근무제 도입(11.8%) 등이 꼽혔다.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가능성’에 대해 응답자의 78.1%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능하다는 응답은 19.5%였다. 현 정부 출범 후 한미관계 변화에 대해서는 개선됐다는 응답이 25.5%였고 나빠졌다는 대답은 38.4%였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갈등 이슈가 여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에서 386 정치인 등을 대체할 정치 신인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은 80.5%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각각 79.8%, 79.9%가 세대교체에 찬성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물갈이 요구가 어느 때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치권의 의원 정수 확대론에 대해선 응답자의 62.2%가 오히려 ‘현행(300명)보다 줄이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서는 10.7%만 동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이 각각 49.8%와 48.7%로, 오차범위 이내였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번 조사는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번호걸기(RDD)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가중값 산출과 적용은 성, 연령, 지역별 가중치(셀가중, 2019년 9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를 부여했다. 응답률은 10.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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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최악 ‘조국’ 국감, 공무원들은 기뻐했다[광화문에서/길진균]

    국정감사가 며칠 남았지만 총평을 미리 말해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최악의 흉작이다. 아무리 여야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에 올인했다고 해도, 적어도 입법부가 행정부의 불필요한 예산 집행이나 방만한 업무를 걸러내는 국정감사 본연의 역할을 생각하면 올해 국감은 최악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 국정감사는 한 해 농사나 다름없다. 특히 야당이 그렇다. 각 부처 및 산하 기관이 쉬쉬하는 잘못된 정책과 문제점을 찾아내 주요 이슈로 만들고 대안을 내놓으면 능력 있는 국회의원, 열심히 일한 정치인으로 인정받는다. 다음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보좌진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한 방’ 터뜨린 보좌진은 그 이름이 여의도에서 회자되고, 자연스럽게 몸값이 올라간다. 내년 시즌엔 더 높은 직급과 연봉 등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다른 의원실로 영입되기도 한다.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보좌관은 웬만한 초선 의원 이상의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감이 시작되는 10월이면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은 전쟁의 서막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곤 했다. 의원과 보좌진은 추석 연휴를 반납한 채 사무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각 부처 및 산하기관이 제출한 공개·비공개 자료를 분석하고 정책 질의서를 만든다. 언론에서 ‘특종’이나 ‘단독’이라고 보도하는 국정감사 기사는 대부분 이런 생산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올해는 이렇다 할 ‘한 방’ 없이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올해 각 의원과 보좌진이 국감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예년과 비슷한 과정이 반복됐다. 실제 각 의원실에서 내놓는 보도자료나 질의서 속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 내용이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 연구 중도 중단으로 세금 2030억 원 사라져”(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 “말고기 절반 약물 투여 은퇴경주마”(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 지난 주말 이틀 동안 e메일로 들어온 수십 건의 보도자료 중 극히 일부다. 평소라면 각 언론에서 주요 뉴스나 기획 보도로 다뤄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다. ‘조국 정국’에 묻혔을 뿐이다. 수개월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자료와 제안들은 이제 의원실 컴퓨터 속에 방치될 운명이다. 반면 각 부처 공무원들은 “올해는 조 전 장관님 덕분에 어느 해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국감을 치렀다”며 기뻐하고 있다. 한 부처 국회담당 공무원은 “올해처럼 국감 기간 동안 주말에 쉬어 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 했다. 여야의 정치 게임이 정치의 전부는 아니다. 입법부가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면 행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 각 당은 국감이 끝나면 의정활동 평가를 위해 각 의원실이 배포한 국감 자료, 언론 보도 등을 취합한다. 이렇게 모은 자료들은 해마다 평가 자료로 활용된 뒤 폐기되기를 반복돼 왔다. 국감 자료를 기반으로 당 차원의 더욱 정교한 정책 자료집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입법안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 내년엔 총선, 이듬해엔 대선이 치러진다. 여든 야든 신뢰할 수 있는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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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틀대는 험지 출마론 ‘죽어야 사는’ 정치인[광화문에서/길진균]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을 총선 후보로 영입했다. 후보 경쟁력, 여론조사 등을 면밀히 분석해 영입인사별 맞춤형 출마 지역구를 구상했다. 언론에 수차례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영입인사 A는 자유한국당 소속 유력 정치인이 차지하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구 출마가 유력했다. 하지만 그는 고향 지역구를 선택했다. 또 다른 유명 영입인사 B도 당이 서울 강남에 도전해볼 것을 제안하자 “생각이 다르다”며 수도권의 다른 지역구를 고집했다.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중진 의원들도 공천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당신은 어디에 나가도 될 사람’이라고 한다. 험지, 자갈밭. 여의도에선 당선 확률이 낮은 지역구를 뜻한다. 반대로 꽃밭, 텃밭, 문전옥답이라는 말도 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한 지역구다. 텃밭이라고 꽃길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선이 쉬운 만큼 인정받기 어렵고, 정치적 성장도 더디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구’는 당 지도부가 언제든 후보를 바꿀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지역구에서 세 번 이상 당선된 의원이 김덕룡 전 의원(서초을) 한 명뿐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출마를 앞둔 정치인의 최우선 과제는 당선이다. 텃밭에 자리 잡길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텃밭에 있는 각 당 중진 의원들이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 지지층이 흔들리고 그렇다고 한국당 지지층도 크게 늘지 않으면서 이도 저도 다 싫다는, 이른바 무당파 비중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총선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어느 때보다 강한 인적 쇄신, 즉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각 당의 판단이다. 민주당의 경우 4선 이상 중진, 전·현직 당 대표, 1980년대 운동권 출신 상당수가 자천타천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 역시 중진들을 향해 영남의 텃밭을 버리고 험지인 서울·수도권으로 출마하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험지 출마는 정치적 사지로 뛰어드는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살아남는다면 그만큼 큰 정치적 보상이 뒤따른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전남 순천에서 당선된 뒤 최초의 호남 출신 새누리당 대표가 됐고, 대구 당선 이후 ‘지역주의 극복’ ‘통합’의 상징으로 떠오른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이 됐다. 민주당과 한국당 어느 쪽에서 더 많은 ‘제2의 김부겸’ ‘제2의 이정현’이 나오느냐는 것은 21대 총선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험지는 정치인 개인에겐 정치적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전장(戰場)이고, 각 당엔 승부처다. 유권자는 험지에서 살아남은 정치인을 통해 국민 통합 같은 정치적 콘텐츠를 기대할 수도 있다. 여의도에서 회자되는 말 중에 ‘죽어야 사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는 게 있다. 등 떠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먼저 결심할 때 통하는 얘기일 것이다. 얼마나 많은 중진들이 험지의 길로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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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블랙홀’ 50일… 국정시계도 멈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개각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명한 뒤 대한민국이 ‘조국 블랙홀’에 빠진 지 27일로 50일째를 맞게 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도 아닌 장관급 인사의 거취를 놓고 한국 사회가 이렇게 장기간 흔들린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조 장관의 각종 불법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 이슈로 시작해 지금은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주요 분야로 확산되며 한국 전반을 총체적 마비 상태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 상황을 조정하고 풀어야 할 국회는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물러설 수 없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조국 지키기’에 매몰된 청와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정면충돌로 그야말로 ‘정치 실종’ 상태인 것. 26일 시작되는 올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은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나는 장면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져야 할 집권세력이 조국 사수에 올인하면서 주요 국가적 이슈는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한일 갈등, 한미 동맹 균열, 미중 무역전쟁 등 주요 이슈는 물론이고 성장률과 수출 설비투자 소비 물가 등에서 빨간불이 켜진 경제 상황도 조국 사태에 가려 정상적인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실상 한국 경제가 실물경기의 위기에 진입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각종 민생 법안들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탄력적 적용을 위한 근로기준법, 일본 경제 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육성 특별법과 국가연구개발혁신 특별법, 규제 개혁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준법과 빅데이터 3법 등은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재계에선 “경제는 버려진 자식”이라는 절규가 이어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권태신 상근부회장은 25일 전경련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국내 10대 그룹 중 9곳의 영업이익이 줄었다. 기업이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2019년 9월 한국 사회를 ‘조국 블랙홀’이라는 수렁에서 꺼내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조 장관의 거취를 놓고 집권세력, 특히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 장관의 사퇴를 미루면 대한민국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식으로 더욱 사분오열되고, 결국 복원력(resilience)을 잃어 정상화되는 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도 성향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문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대로 최단 시일 안에 결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길진균 leon@donga.com·강성휘 / 세종=최혜령 기자}

    •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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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물갈이… 힘받는 ‘세대교체론’

    21대 총선을 7개월 앞둔 정치권의 인적 교체, 즉 물갈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혐오가 커진 유권자들이 잇따라 무당파로 이탈하는 상황에서 역대 어느 총선보다 ‘세대교체’에 준하는 물갈이를 통해서만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 물갈이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의 총선 불출마가 그동안 조국 사태로 잠복해 있는 물갈이 수요를 본격적으로 깨웠다. 친문 핵심으로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했던 김수현 전 대통령정책실장도 18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이날 한 매체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총선 불출마설을 보도하자 민주당은 대변인 성명을 내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대상이 달라질 뿐 중진 용퇴론과 험지 출마론은 물론이고 당의 허리인 ‘586’ 의원들도 물갈이 흐름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 신인 파격 우대’를 골자로 한 공천 룰을 확정한 이해찬 대표는 본인 스스로 불출마 선언을 통해 쇄신 공천의 명분과 수단을 확보한 상태. 여권을 중심으로 역대 총선보다 물갈이론이 한두 달 빨리 나오는 것은 조국 사태를 어떤 식으로든 매듭짓고 총선 모드로 정국을 전환시키겠다는 여권 핵심들의 계산도 작용했다. 자유한국당은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물갈이 이슈는 아직 수면 아래에 있는 상황. 황교안 대표가 ‘반조국 연대’를 구심점으로 보수 연합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누구를 배제하는 물갈이를 거론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야당 역시 인적 쇄신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길진균 leon@donga.com·최우열 기자}

    •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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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덤’에 사로잡힌 민주당 “나도 친문” 외치는 의원들[광화문에서/길진균]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발언으로 혼쭐이 났다. “젊은이의 상처가 걸린 반대쪽으로 제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조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발언 직후부터 “자유한국당으로 가라”는 항의 전화가 사무실로 쏟아졌고, 금 의원 개인 휴대전화에는 다음 날 새벽까지 3만 건에 가까운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최근 방송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오버하지 말라”고 했다가 1만 건이 넘는 항의성 문자 폭탄을 받았다. “청년들의 마음을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인데 일부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은 ‘배신자’ ‘탈당하라’ 등 거센 항의를 퍼부었다. 금 의원과 박 의원의 경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요즘 민주당에선 당 지도부 또는 친문 주류와 다른 의견을 내면 “그 입 다물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쏟아진다. 특히 친문 출신이 아닌 경우에는 그 수위가 더욱 높아진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한다’ ‘개××’ 같은 욕설과 폭언이 넘치고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가족까지 표적으로 삼는다. 같은 당 일부 의원들은 동료에 대한 고언(苦言)인지, 또는 청와대와 지지층을 향한 구애인지 알 수 없는 톤으로 “○○○ 의원 발언은 잘못됐다. 문재인 정부와 당의 단일대오를 깨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간혹 고심 가득 찬 쓴소리를 내던 중진 의원들은 거의 입을 닫았다. 개인적 의견을 물어도 “난처해. 물어보지 마” 하면서 손을 내젓기만 한다. 친문과 ‘친문이 되고 싶은’ 의원들만 목소리를 높이는 민주당의 지금 모습이다. 민주당은 원래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 세력의 연합 정당이었다. 세력 연합은 때로 분열의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그런데 이 같은 균형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거치면서 친문 쪽으로 무게추가 확 기울며 깨지기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는 70, 80대가 됐고, 그 명맥을 이은 호남 정치인들이 대부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으로 당적을 옮겼다. 김근태 전 의장을 따르던 586들은 친문 지원 세력을 자임하면서 자기 세력화할 기회를 놓치거나 동력을 잃었다. 이제 연합의 흔적은 민주당 공식 행사에서 가끔 들리는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 화해 정신을 계승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개혁 의지를 이으며, 김근태 의장의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기는…” 같은 축하문(祝賀文) 수준의 모두 발언에서나 찾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구축된 여권의 친문 일극(一極) 체제와 ‘정치 팬덤’의 결합은 전례 없는 수준의 편 가르기로 나타나고 있다. 자기편이면 무슨 죄를 지어도 용서하고, 다른 얘기를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왕따를 시킨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터넷 댓글에, 최근엔 유튜브 방송들까지 가세했다. 씨줄 날줄로 얽힌 이 그물망에 한번 걸려들면 누구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 합리적 이성적 판단을 강조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잦아들게 된 이유다. 하지만 여당의 정치는 일부 민주당 지지층과 ‘팬덤’만의 영역이 아니다. 독선이 쌓일수록 당내에서 이기고, 당 밖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이 과거 정권들이 알려준 교훈이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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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정부 대책 마련한다는 與 ‘야당 패싱’ 하며 불안감 키워[광화문에서/길진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요즘처럼 자주 만나 회의하는 것을 최근 잘 보지 못한 것 같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당정청 회의는 물론이고 당정 및 산업계 긴급 정책간담회, 토론회 등을 풀가동하고 있다. 회의가 열릴 때마다 굵직굵직한 대책이 쏟아진다. 위기 상황에서 정권 핵심들의 속도감 있는 움직임은 국민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덜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특히 한일 갈등이 본격화된 뒤 더 그런 듯하다. “내년도 본예산에 소재 부품 개발 관련 예산을 ‘최소 1조 원+α’ 규모로 반영한다.”(4일 당정청 회의) “해외 인수합병(M&A) 법인세 세액 공제, 해외 전문인력 소득세 세액 감면 등을 추진한다.”(13일 당정청 회의) 등의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각종 대책기구를 연이어 출범시키고 있다. 한일 갈등과 관련해선 당정청 상황 점검 및 대책위,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 한일경제전예산입법지원단 등 당내에 벌써 4개의 관련 기구를 꾸렸다. 여야 5당과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정협의회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여당 핵심 인사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민주당 또는 당정청 역할론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해찬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2분 남짓 걸린 짧은 모두발언에서 ‘당정청’ 또는 민주당을 뜻하는 ‘당’이라는 단어를 7차례나 사용했다. 반면 야당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야도 정쟁을 중단하고 하나로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차례 짧게 언급했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정책간담회에서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국익이라는 큰 원칙 앞에 ‘원 팀’으로 비상하게 대응해야 할 때”라며 당정청과 산업계, 재계의 일치단결을 강조했지만 야당은 없었다. 그런데 당정청이 모여서 단결을 다짐하고, 대책을 발표하면 그대로 실현되나. 그동안 당정청이 내놓은 많은 대책의 뼈대는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 즉 기술자립을 위한 예산 확대와 관련 세제 법령 개정 추진 ‘계획’이다. 예산 확대와 법 개정, 어느 한 가지도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현실화가 불가능하다. 4월 25일 국회로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은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99일 만인 이달 2일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음 달 시작될 정기국회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는 이미 전운에 휩싸였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으로 야당은 독이 잔뜩 올라 있다. 정기국회는 원래 야당이 당정청을 공격하는 시기다. 최근 여당 핵심들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위기감 고조만 있을 뿐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협치 등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대화와 설득은 제쳐 두고 여론을 앞세운 전략을 세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가뜩이나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행보 하나하나가 모두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여전하다. 당정청은 이제라도 구호를 넘어 각종 대책의 현실화를 위해 야당을 어떻게 설득하고 정치권의 협치를 이끌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법을 보여 줄 때가 됐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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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갈이 향한 이해찬 잰걸음 세대교체 혹은 親文 공천[광화문에서/길진균]

    “결국 인적쇄신, 세대교체밖에 더 있겠어? YS도 그랬고….” 2020년 치러질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1996년 15대 총선을 거론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우선 대통령 집권 4년 차에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이 같다. 무엇보다 총선을 관통하는 이슈가 비슷하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앞세웠던 김영삼(YS) 정부는 집권 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개혁의 피로감이 만연했다. 여권에 위기감이 팽배했다. 다른 점도 있다. 1996년엔 YS라는 승부사가 있었다. 총선 1년 전부터 진영과 계파를 떠나 이길 수 있는 인물을 샅샅이 뒤진 YS는 민중당 출신 이재오 김문수 등을 공천했다. 자신에게 각을 세운 이회창을 영입해 당의 간판인 선거대책위원회 의장으로 내세웠다. 새 인물과 세대교체로 ‘정권심판론’을 돌파했고, 수도권 압승으로 원내 1당을 지켰다. 민주당에선 당시 신한국당 공천을 ‘롤 모델’ 삼아 비상한 각오로 공천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그렇다고 여권이 손을 놓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현 여권의 공천 작업은 이해찬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각종 이슈에 가려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그는 올 초부터 물갈이 공천을 위한 사전 포석을 차곡차곡 진행했다. 최근엔 ‘당 대표 중심 공천’을 위한 기반을 사실상 완성했다. 1일 민주당 중앙위를 통과한 새 공천 룰은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신인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상향식’을 강조해 당 대표의 전략공천도 최소화했다. 하지만 뜯어보면 당 대표의 권한이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다. 현역 감점과 신인 가점이 동시에 적용되면 경쟁 후보 간 출발점이 최대 45%까지 벌어질 수 있다. 공천심사위원회가 가점과 감점 폭을 결정하지만 그 내용은 공개 대상도 아니다. 이 대표는 “공심위가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심위는 이 대표가 주도적으로 꾸린다. 이 대표는 또 당 전략기획위원장에 이례적으로 자신과 가까운 원외 여론조사 전문가를 임명했다. 당 공심위에 후보 경쟁력 여론조사 데이터를 제출하는 핵심 당직이다. 중립 성향의 현역 의원이 맡던 자리다. 여기에 이 대표는 얼마 전 인재영입위원장까지 직접 맡기로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예전엔 계파 안배 시늉이라도 냈는데 이번엔 영입과 퇴출을 위한 당내 기구와 절차를 이 대표가 모두 장악했다”며 “이미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이 대표가 ‘양보론’을 펴는 순간 여러 중진이 급속도로 퇴진론에 휩싸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물갈이는 이미 현실화된 미래다.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 4년 차를 맞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대적 물갈이에 나섰다. 야권 분열이라는 정치적 환경 속에 180석 이상을 목표로 잡았던 새누리당은 ‘진박 공천’ 논란 속에 스스로 무너졌다. 이미 40명 안팎의 문재인 청와대 출신 참모들이 내년 총선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이 대표가 국민이 원하는 새 인물 영입으로 진정한 세대교체를 이끌지, 또 한 번의 ‘친문 공천’에 머무를지 지켜볼 일이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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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정권초 ‘왕의 남자’… 권력서 멀어진뒤 잇단 불운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62·사진)이 16일 오후 4시 25분경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반경 북한산 자락길에서 자신의 운전사가 운전하는 차에서 내려 산 쪽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3시 42분경 정 전 의원의 부인은 그가 남긴 유서를 자택에서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 전 의원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드론과 구조견을 투입해 정 전 의원을 발견했다. 발견했을 때 정 전 의원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정 전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종이 한 장에 자필로 “가족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장례는 크게 치르지 마라. 조용하게 치러 달라. 어머니 옆에 화장해서 묻어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에게는 “여보 사랑해”라고 유서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는 한때나마 ‘왕의 남자’였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2000년 총선부터 정치권의 문을 두드린 그는 이상득 이재오 전 의원과 함께 2008년 이명박(MB)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었다. MB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짜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그는 권력의 정점에 서는 듯했다. 주변에 따르는 후배도 많아 ‘의원님’보다는 주로 ‘두언이 형’으로 불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 전 의원은 2008년 MB 정부 출범 직후 이상득 전 의원과 정권의 2인자 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밀려 정부 조각 작업에서 막판 배제되기도 했다. 결국 같은 해 4월 치러진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 파동을 일으켰고 자신이 만든 권력의 정점에서 급속히 멀어져갔다.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MB 저격수’를 자처한 그는 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았고, 2013년 1월부터 10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그는 2014년 11월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정치적 재기를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 낙선 후 우울증이 그를 덮쳤다. 지난해 그는 재혼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마포구에 일식집을 냈다. 그는 당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먹고살려고 하는 것이다”라며 새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직 정권 실세가 발레 파킹을 해준다’는 소문에 그의 일식집은 잠시나마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거의 매일 1개 이상의 라디오와 TV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 정 전 의원을 지켜봐 온 지인들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아침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고, 15일에는 아내와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일식집을 찾았다고 한다. MB는 이재오 전 의원을 통해 한때 최측근에서 정적(政敵)으로 돌아선 정 전 의원 빈소에 조문 메시지를 보낼 계획이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9시.길진균 leon@donga.com·김재희 기자}

    •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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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보 사랑해” 마지막 인사 남기고…정두언 전 의원 사망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62)이 16일 오후 4시 25분경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반경 북한산 자락길에서 자신의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에서 내려 산 쪽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3시 42분경 정 전 의원의 부인은 그가 남긴 유서를 자택에서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 전 의원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드론과 구조견을 투입해 정 전 의원을 발견했다. 발견했을 때 정 전 의원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정 전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종이 한 장에 자필로 ‘가족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장례는 크게 치르지 마라. 조용하게 치러달라. 어머니 옆에 화장해서 묻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에게는 ‘여보 사랑해’라고 유서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는 한때나마 ‘왕의 남자’였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2000년 총선부터 정치권의 문을 두드린 그는 이상득 이재오 전 의원과 함께 2008년 이명박(MB)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었다. MB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짜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그는 권력의 정점에 서는 듯했다. 주변에 따르는 후배도 많아 ‘의원님’보다는 주로 ‘두언이 형’으로 불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 전 의원은 2008년 MB 정부 출범 직후 이상득 전 의원과 정권의 2인자 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밀려 정부 조각 작업에서 막판 배제되기도 했다. 결국 같은 해 4월 치러진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 파동을 일으켰고 자신이 만든 권력의 정점에서 급속히 멀어져갔다.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MB 저격수’를 자처한 그는 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았고, 2013년 1월부터 10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그는 2014년 11월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정치적 재기를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 낙선 후 우울증이 그를 덮쳤다. 지난해 그는 재혼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마포구에 일식집을 냈다. 그는 당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먹고살려고 하는 것이다”라며 새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직 정권 실세가 발레 파킹을 해준다’는 소문에 그의 일식집은 잠시나마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거의 매일 1개 이상 라디오와 TV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 정 전 의원을 지켜봐 온 지인들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아침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고, 15일에는 아내와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일식집을 찾았다고 한다. MB는 이재오 전 의원을 통해 한때 최측근에서 정적(政敵)으로 돌아선 정 전 의원 빈소에 조문메시지를 보낼 계획이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9시. 길진균기자 leon@donga.com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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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법과 원칙’ 언급할까 선거 앞두고 떨고 있는 與野[광화문에서/길진균]

    “법과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겠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그중에서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등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에서 흔히 듣는 답변이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자주 등장한다. 답변하기 난처한 질문이면 후보자들은 어김없이 이같이 답한다. 법적·정치적 논란을 살짝 피하면서도 욕먹지 않을 수 있는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남발되기도 한다. 새로운 답변을 잔뜩 기대하던 언론이나 여야 청문위원, 청문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맥 빠지는 표현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오늘 열리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모범답안’이 이전과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전처럼 ‘법과 원칙’을 언급할까?” “100명 가까운 의원들의 정치적 목숨이 걸려 있는데?”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최근 나누는 화두 중 하나다. 이번 청문회엔 민감한 이슈가 많다. 국정농단 사법농단 과거사 관련 수사,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답변 하나하나가 정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상당수 의원의 관심은 세간의 관심과 다르다. 사법개혁 논쟁은 필연적으로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첫 폭력 사태로 현역 의원 109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59명,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 등이다. 청문회를 맡은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포함됐다. 한국당은 여상규 법사위원장 등 법사위원 7명 전원이 피고발인이다. 민주당도 송기헌 간사 등 4명이, 바른미래당은 오신환 원내대표가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2012년 여야는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 폭력에 대해서는 형법상 폭행죄 또는 공무집행방해죄보다 높은 형량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벌금 5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 집행유예 이상 형이 확정되면 10년까지 국회의원 등 모든 공직선거에 나갈 수 없다. 정치적 고려 없이 이번 사건을 법조문대로만 판단할 경우 기소가 불가피하고, 법원은 유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여러 법조인들의 관측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연루된 의원들은 윤 후보자 입만 바라보고 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할지, 아니면 “국회의 결정을 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식의 답변이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의 검증 대상인 검찰총장 후보자의 입에 의원들의 정치 생명이 달려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결국 여야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정치권이 여야 간에 벌어진 일을 검찰로 가져가 스스로를 옭아매고 결국 정치 실종을 불러오는 ‘자해’를 하는 셈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요즘 의원들에게 ‘자모인모(自侮人侮·내가 나를 업신여겨 함부로 대하니, 남도 나를 업신여긴다)’라는 격언을 많이 인용한다. 듣는 의원들은 언짢을 수 있겠지만 항변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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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친문 진박 타령 조짐… ‘인증’ ‘감별’은 공멸이다[광화문에서/길진균]

    2012년 총선은 제도권 정치에서 ‘친노(친노무현)의 부활’을 공식화한 선거였다.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에게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절대반지였다. 대표 경력에 ‘노무현’이 있고 없고는 민주당 지지층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의 지지율 차이를 보였다. 경선 당락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컸다. 후보들은 앞다퉈 ‘노무현’을 대표 경력에 넣었다. 수많은 관련 경력이 등장했다. 노무현 청와대 비서관·행정관은 물론이고, 노무현재단 ○○위원 등을 앞세운 후보가 줄을 이었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은 속이 끓었지만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노무현재단 △△지역위원회 ○○위원 등 임명권자가 애매한 후보들까지 쏟아지자 당은 혼란에 빠졌다. 출마자들끼리 ‘친노 인증’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2016년 총선 전 새누리당의 ‘진박 감별’ 논란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논쟁 끝에 당은 정부와 재단이 공식 임명장을 수여한 직위만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자 ‘노무현재단 평생회원’을 내세운 후보가 등장했다. 평생회원 자격은 일정액 이상을 노무현재단에 기부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었다. 공식 임명장도 있었다. 당은 이를 경력으로 인정했다. 총선 6개월 전까지 ‘1당은 물론 과반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민주당은 2012년 총선에서 패배했다. 예전 소동이 다시 떠오른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다시 ‘인증’ ‘감별’ 논쟁이 불거질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40명 안팎의 현 청와대 출신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이 내년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인지도가 있는 몇몇을 제외한 신진 정치인들에게 문재인 청와대라는 ‘친문 인증’은 포기하기 힘든 카드다. 당내 경쟁자들은 “김대중 노무현 청와대 출신도 있다. 같은 민주당 정부다. 누구의 청와대라고 분류하는 것은 당내 계파 갈등만 키울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내년 총선 룰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 총선공천제도기획단은 경력에 특정인 이름을 넣는 것을 허용할지에 대한 결정을 보류했다. 연말 또는 내년 초 꾸려질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지만 갈등은 예고된 상황이다. 보수진영도 마찬가지다. 핵심 친박(친박근혜)인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신공화당 창당을 선언했다. 내년 총선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와는 별개로 TK(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박근혜 마케팅’은 이미 시작됐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내년 총선 전 풀려난다면 그의 ‘의중’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설령 박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더라도 친박 진영은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자택 문턱을 넘는 후보 대 넘지 못한 후보 등으로 ‘감별’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패권과 계파의 힘에 기대려 하는 정치인과 이를 활용하려는 권력은 늘 있게 마련이다. ‘계파 챙기기’와 ‘줄 세우기’는 현실 정치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반복돼왔다. 하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계파 정치와 세 불리기 정치는 민심의 역풍이라는 치명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진박 감별’은 박근혜 정부의 몰락으로 이어졌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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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 국정원장, 與 총선책사와의 ‘비공개 4시간’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현직 국정원장이 집권여당 싱크탱크 책임자와 따로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야권은 서 원장이 내년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전략 수립을 총괄할 양 원장을 만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국회 정보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국정원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매체 ‘더팩트’는 “서 원장과 양 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정식집에서 4시간 이상 독대했다”며 두 사람이 식당에서 나와 인사를 나누는 영상을 27일 공개했다. 서 원장은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마친 후 이날 오후 10시 45분경 식당을 나와 양 원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어깨를 토닥였다. 양 원장은 90도로 인사하며 서 원장을 배웅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둘의 만남이) 만약 총선과 관련됐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서 원장은 양 원장을 왜 만났고 어떤 논의를 했는지 밝히고, 민감하고 부적절한 논란을 빚은 것을 사과하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과거 국정원의 총선 개입이 떠오르는 그림이다. 즉시 국회 정보위를 개최해 사실관계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국정원장은 애초 오해를 사지 않는 신중한 행동을 보였어야 한다.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이날 2차례에 걸쳐 입장문을 내고 “그날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한 사적인 모임”이라며 “민감한 얘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식사비 15만 원은 현금으로 내가 냈다. 남들 눈을 피해 (국정원장과) 비밀회동을 하려고 했으면 강남의 식당에서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서 원장은 이날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개최한 학술대회 축사차 방문한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지만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서 원장과 양 원장은 여권의 핵심 실세들의 모임인 ‘재수회(再修會)’를 통해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후 ‘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란 뜻으로 결성된 재수회는 문 대통령을 막후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조윤제 주미 대사, 민주당 박광온 의원,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이 주요 멤버다.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홍정수 기자}

    •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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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길진균]잇따른 설익은 정책 발표… 靑, 정책실명제 도입해야

    “지금 바이오산업이 중요한 것을 누가 모르나. 어떻게 규제를 풀지가 핵심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한 지 얼마 뒤 이런 말이 나왔다. 대통령이 나서 정부 연구개발비를 연 4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100만 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업계에 큰 호재인 듯했다. 하지만 관련 회사들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한 공무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심지어 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발표된 현실성 떨어지는 공약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라며 말을 흐렸다. 한국의 공공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규모 면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보건·의료 데이터만 해도 6조 건이 넘는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이 같은 의료 빅데이터의 활용은 꽉 막혀 있다. 질병 예방을 위한 유전자 검사만 해도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전면 또는 폭넓게 허용되고 있지만 한국은 의료계의 반대에 막혀 시범사업 시행만 수년째 반복하고 있다. 최근 몇 개 정부를 거치면서 ‘규제혁신’ 없는 바이오산업 발전 전략은 희망고문에 가까운 공약(空約)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전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상을 왜 지금 내놓는지, 누가 주도한 작품인지 명쾌한 설명이 없다. 하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논란도 비슷하다. 정치권 주변에서 말하는 ‘문재인 정부의 미스터리’ 목록에 하나가 더 추가된 것 아닌가 싶다. 예전엔 이런 문제가 그리 도드라지지 않았다. 경제정책은 기획재정부가, 산업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보건정책은 보건복지부가 했다. 해당 부처 장관이 정책의 주체로 명확히 드러났다. 잘했으면 칭찬을 받고, 실패하면 책임을 졌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장관들은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듯하다. 대통령정책실장이 ‘관료들이 말을 안 들어서 일이 안 된다’고 푸념하고 맞장구치는 것을 보면 청와대 참모들이 정책의 수립과 수행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짐작이 간다. 문 대통령은 2일 “과거 어느 정부보다 야당 대표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참모진의 보고가 있었을 것이다. 이 역시 논란만 키웠다. 발언 시점(재임 722일)까지 문 대통령은 30번에 걸쳐 야당 대표들을 만났다. 평균 24일에 한 번꼴이다. 전체 재임 기간 야당 대표들을 36번 만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해 상당히 잦은 횟수다. 하지만 이는 국가적 행사를 포함해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이 ‘한자리’에 있었던 경우를 모두 더한 것이다. 현안 논의를 위해 야당 대표들과 만난 여야 회동만 세어 보면 문 대통령의 ‘소통’은 9번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박 전 대통령 4번, 이명박 전 대통령 9번, 노무현 전 대통령 13번이다. ‘과거 어느 정부보다…’라고 자랑할 일은 아니었다.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일이 잦아지면 불신의 화살은 대통령을 직접 향하게 된다. 총체적 평가는 대통령이 받겠지만, 이쯤 되면 수석이든 비서관이든 자기 보고나 정책에 ‘이름표’를 달고 책임을 져야 한다.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을 피할 생각이 없다면, 참모들에게도 정책실명제를 적용할 때가 된 듯하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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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총리 “총선 역할 생각안해… 심부름 시키면 따라야”

    “대체로 뭔가를 해결하는, 안정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에 대한 (국민들의) 목마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낙연 국무총리(사진)는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리는 “(강원) 산불 때 (내가 현장에) 가자마자 볍씨를 공급해주겠다, 혈압 약을 오늘 중에 드리겠다 등 매우 세세한 대응을 하는 걸 놀랍게 보신 게 아닐까 싶다”며 “그런 종류의 정부의 자세, 리더십을 과거에 덜 보셨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마음의 준비도 그렇게 단단히 돼 있지 않다”고 했다. ‘총선 역할론’에는 “정부와 여당에 속한 사람이니 (총선 정국에서)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한다”며 “제 역할을 제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요구할 생각도, 기획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2년의 평가에 대해 “협치의 부족은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라며 “정치권에서 상대를 ‘청산 대상’으로 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매우 사려 깊지 못한 태도다. 여당도 좀 더 신중해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도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국가적 문제가 있으면 함께 자리해주시는 게 어떨까 하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는 “행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몹시 위험한 것”이라며 “그분에 대해 깊게 알지도 못한다”며 언급을 자제했다.길진균 leon@donga.com·강성휘 기자}

    •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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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총리,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 달리는 이유’ 질문에 …

    “대체로 뭔가를 해결하는, 안정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에 대한 (국민들의) 목마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초 강원 지역 산불 재난 당시 대응을 예로 들었다. 이 총리는 “산불 때 (내가 현장에) 가자마자 볍씨를 공급해주겠다, 혈압 약을 오늘 중에 드리겠다 등 매우 세세한 대응을 하는 걸 놀랍게 보신 게 아닐까 싶다”며 “그런 종류의 정부의 자세, 리더십을 과거에 덜 보셨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마음의 준비도 그렇게 단단히 돼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총선 역할론’에는 “정부와 여당에 속한 사람이니 (총선 정국에서)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한다”며 “제 역할을 제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요구할 생각도, 기획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2년의 평가에 대해 “협치의 부족은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라면서도 “정부·여당의 노력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야당도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국가적 문제가 있으면 함께 자리해주시는 게 어떨까 하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는 “행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몹시 위험한 것”이라며 “그분에 대해 깊게 알지도 못한다”며 언급을 자제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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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길진균]문재인 정부 골든타임인데 靑 참모 마음은 지역구에

    “오늘을 기점으로 총선 체제에 돌입하겠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4선 이상 중진과의 오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21대 총선 주요 공천 룰을 확정했다. 각 언론은 정치권이 총선 모드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21대 총선은 내년 4월 15일 치러진다. 아직 1년 가까이 남았다. 보통 사람들에게 ‘총선 정국’ ‘총선 모드’ 등은 마치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릴 터다. 하지만 정치권의 시계는 다르다. 각 지역구 밑바닥은 이미 전쟁터다. 20대 총선 때 얘기다. 동갑내기 정치지망생 A와 B가 있었다. A와 B는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할 기회를 잡았다. 대선이 끝난 뒤 A와 B는 행정관으로 나란히 청와대로 들어갔다. A는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봄철 청와대를 나와 지역구 바닥을 훑기 시작했다. B는 좀처럼 청와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B는 총선을 6개월가량 남겨둔 가을, 가까스로 지역구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6개월 차이가 낳은 결과는 컸다. A는 이듬해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 본선까지 내리 통과, 국회에 입성했다. 경선에서 낙마한 B는 여전히 정치지망생으로 남아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당내 경선을 치르는 정치 신인에게 청와대 출신 등 ‘경력’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이해찬 대표는 최근 “전략공천은 없다”고 밝혔다. 모두가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당내 중진들을 향한 ‘인위적 물갈이는 없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하지만 ‘특별 대우’를 내심 기대했던 청와대 출신 출마 대기자들은 속내가 편치 않을 것이다. 신인들은 경선에서 표를 줄 ‘내 당원’을 새로, 많이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상당수 당원을 확보하고 있는 현역 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을 상대하려면 더욱 그렇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내년 경선에서 투표권을 가지는 권리당원의 기준을 7월 31일까지 가입, 6개월 이상 당비를 내는 당원으로 확정했다. 앞으로 3개월이 경선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됐다. 각 지역구에선 누가 더 많은 당원을 가입시키느냐를 두고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최근 신규 당원이 1만2000명 이상 늘었다고 한다. 전남 순천은 2, 3개월간 당원이 5000명 이상 급증했고, 여수을 2000여 명, 여수갑 1000여 명 등 당원 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출마 대기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21대 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청와대 전·현직 인사는 40명가량 된다. 상당수가 청와대를 나와 총선 준비에 매진하고 있지만 10명 안팎의 수석비서관, 비서관, 행정관 등은 아직 근무 중이다. 내년 총선에 실패하면 2022년 지방선거, 2024년 총선 때나 돼야 다시 기회를 엿볼 수 있다. 현 정부 임기 이후다. 지역구로 자꾸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골든타임이기도 하다. 집권 2년을 넘어 3년 차에 접어들면 공직사회를 이끄는 동력이 크게 떨어진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참모들로는 한계가 있다. 참모를 교체하든, 참모들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든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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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길진균]“우리는 다르다” 인식이 “불법은 아니다” 불렀다

    지난달 28일, 매일 열리는 현안점검회의지만 이날 청와대는 평소와 달리 더욱 긴박했다. 이날 오전 각 신문에 보도된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이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각 수석실 비서관, 선임행정관 등 핵심 인사들이 속속 회의실로 입장했다. 김 대변인도 자리를 잡았다. 모두 그의 입을 쳐다봤다. 김 대변인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불법은 없었습니다.” 35억 원대 주식 투자를 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나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항변은 “불법은 아니지 않으냐”다. 이해찬 대표는 “법적으로는 문제없는 것”이라고 일축했고,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위법성이 없다”를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공직자가 주식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 없다. 몇억 원 이상 하면 안 된다는 기준도 없다. 기준도 없고 법도 없는데 단순히 주식 거래액이 많다고 부적격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야당 시절 민주당의 모토는 늘 보수세력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정부는 출범부터 “우리는 다르다”를 외쳤다. 지난 정부에서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던 만큼 이들의 목소리는 상당수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치명적인 오류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우리는 다르다”는 주장으로 같은 편의 지지를 받고 나아가 대중의 피를 끓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럴듯한 ‘말’과 다른 그들의 행동은 이제 보통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쌓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의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든지 “정치, 정책은 ‘결과책임(Erfolgshaftung)’을 져야 한다”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의 글 등이 대표적이다. 유전자까지 내세우며 “우리는 다르다”를 외쳤던 김 전 대변인은 16억여 원을 빌려 25억 원 상당의 건물을 샀다.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반복되는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독일 학술용어를 동원해 ‘Erfolgshaftung’을 강조했던 조 수석은 ‘민정수석 책임론’만 나오면 침묵한다. 보통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킬 감정적 반응엔 애초부터 둔감했던 건지, 아니면 도덕적 정치적으로 비판받을 행동을 해도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예외다”라는 건지 의아할 정도다. 수없이 듣는 여권 관계자들의 이에 대한 항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청와대와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패배 뒤 쓴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에 등장하는 한 구절을 먼저 되새겼으면 한다.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정호 조동호 전 장관 후보자의 낙마 이후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미선 후보자 논란이 터졌다. “우리는 다르다”는 인식에 사로잡힌 인사 시스템으론 제2, 제3의 ‘이미선 논란’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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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 놓치면 미래 일자리 사라져”

    스타트업의 규제 이민은 일자리 창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하고 있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는 “이제까지 스타트업 기업들은 한국에서 일군 성공을 기반으로 한 해외 진출을 지향했지만 최근 들어 규제를 피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는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타트업은 해당 국가의 혁신 성장을 도울 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규제 합리화 작업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끌고 이를 고용 창출로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과거 30년간 기존 기업들의 일자리는 매년 100만 개씩 줄었지만 스타트업이 매년 3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전체 고용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스타트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한국에서도 커지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액이 역대 최대(약 3조4000억 원)를 기록한 지난해 벤처투자 기업 1072개사가 고용한 인원은 4만1199명이었다. 특히 고용증가율은 20.1%를 기록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고용증가율(1.6%대)을 훨씬 상회한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앞으로 더 늘어나면 고용 창출 효과는 뚝 떨어질 수 있다. 4차 산업의 핵심인 정보기술융합 사업은 공장 같은 물리적 장비를 투자할 필요가 적어 해외 진출의 장벽이 낮은 편이다. 특히 자동 통역 기술로 한국 기업의 걸림돌로 꼽히던 언어장벽이 낮아졌다. 곽 특임교수는 “근무환경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가세하면서 스타트업계 인력들이 해외로 나가면 산업생태계뿐만 아니라 인력생태계까지 무너지는 것”이라며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유근형(정치부) 배석준(산업1부) 염희진(산업2부) 김준일(경제부) 임보미(국제부) 한우신(사회부) 최예나(정책사회부) 김기윤 기자(문화부)}

    • 201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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