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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향후 5년간 후원하기로 했다. LG는 1일(현지 시간) 저녁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LG-구겐하임 글로벌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LG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현대미술 분야의 혁신적인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LG 브랜드의 창의적인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뉴욕을 비롯해 스페인 빌바오,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등 세계 곳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전 세계 구겐하임 미술관의 티켓과 안내 책자, 홈페이지 등에 LG 브랜드가 노출된다. 뉴욕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구겐하임 미술관은 천장에서부터 달팽이처럼 나선형으로 연결된 구조로 유명하다. 이번 파트너십에 따라 LG는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신설하고, 매년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혁신적인 작품 활동을 벌이는 예술가를 선정해 10만 달러(약 1억2500만 원)를 수여한다. 이 상은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과 함께 저명한 미술관장과 큐레이터 등으로 구성된 국제 위원회가 심사한다. LG전자는 매년 가을 구겐하임과 함께 ‘올해의 신예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이들이 올레드 TV 등을 활용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뉴욕의 ‘젊은 예술 후원자 협회(YCC)’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여는 파티를 후원하고, 파티장 곳곳에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인다. 이날 파트너십 행사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YCC 파티에서 발표됐다. 행사에는 리처드 암스트롱 구겐하임 미술관장, 나오미 벡위스 구겐하임 수석큐레이터, 윤태봉 LG전자 북미지역대표 겸 미국법인장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 및 파티 참가자들은 로비에 설치된 LG디스플레이의 55인치 투명 OLED 화면 9대로 홀로그램을 구현한 대형 포토월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러시아산 원유가 해상 환적 등으로 원산지를 세탁해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뚫고 세계 곳곳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특히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쿼드’ 동맹을 맺고 있는 인도의 주요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휘발유, 경유와 혼합해 밀수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제재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만 해도 하루 3만 배럴 정도였지만 침공 후 하루 80만 배럴로 약 27배 급증했다. 특히 에너지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지난달에만 러시아의 침공 이전보다 7배 많은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여 러시아산 원유 구매의 첨병에 섰다. 릴라이언스가 세탁한 러시아산 원유가 미국으로 수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릴라이언스는 4월 21일 휘발유 성분 ‘알킬레이트’를 유조선에 싣고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인도 시카항을 출발해 5월 22일 미 뉴욕에서 짐을 내렸다. 미 세관당국이 휘발유, 경유 등에는 명확한 원산지 표시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려 러시아산 원유를 미 시장에 팔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이 국제 사회 제재를 피하기 위해 즐겨 쓰는 선박 환적 수법도 동원됐다. 지난주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남태평양 팔라우 소속 유조선 ‘젠1호’는 서아프리카 해상에서 중남미 파나마 소속 유조선 ‘로런2호’와 접촉했다. 이후 로런2호는 지브롤터를 거쳐 중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선박이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를 끄고 항해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일 최신 공격용 드론 ‘그레이이글’, 핵심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이 가능한 다연장유도로켓(HIMARS), 재블린 미사일, 야포, 헬리콥터 등 7억 달러(약 9100억 원)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계획을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조지 플로이드! 조지 플로이드!” “정의를 원한다. 지금 당장.”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 광장에는 피켓과 확성기, 드럼 같은 시위 도구를 든 시민 수십 명이 모여들었다. 시위대엔 흑인이 많았지만 백인과 아시아계도 눈에 띄었다. 2년 전 백인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경찰 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다. 일부 흑인 참가자는 ‘날 쏘지 마세요. 나는 흑인이에요’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현장에서 만난 중년 남성 마커스 곤살베스는 자신을 유럽계 피가 절반 섞인 흑인이라고 소개하면서 “나는 절반만 흑인이지만 내 아이들은 나보다 피부색이 더 검다. 내 아들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경찰들은 항상 젊은 흑인들만 때려잡는다”며 “얼마 전에도 경찰이 (과잉 단속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내 아들을 다치게 할 뻔했다. 우리 아들은 어릴 때부터 경찰한테 당했다”고 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흑인 남성 테럴 하퍼도 “2년 전 경찰이 플로이드를 죽였을 때와 비교해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경찰의 잔인함 때문에 아직도 많은 흑인이 죽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상에서 차례로 발언을 이어간 시위 참여자들은 플로이드의 동생 테런스 플로이드를 현장에서 화상통화로 연결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시위대 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취재진이나 구경꾼들을 제외하면 순수 시위대는 많아야 40∼50명에 불과해 보였다. 1주기이던 지난해 5월과 비교해 관심이 크게 시들해졌다. 당시 뉴욕에서는 이곳보다 훨씬 넓은 광장에서 더 많은 시민이 집회를 열었고 도심 행진도 이어졌다. 뉴욕만의 풍경은 아니다. 미국에서 한때 들불처럼 번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2년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어느새 뇌리서 멀어진 BLM BLM 운동은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이 조지 플로이드(당시 46세)를 과잉 진압해 숨지게 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쇼빈은 담배가게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플로이드를 체포하면서 그의 목을 무릎으로 9분 29초 동안 짓눌렀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호소하고 “어머니”를 외치기도 했지만 쇼빈은 계속 목을 눌렀다. 의식을 잃은 플로이드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이 과정을 10대 흑인 소녀가 휴대전화 영상으로 고스란히 담았다. 이 영상은 온라인에 퍼졌고 미 전역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와 폭동이 이어졌다. 주요 도시 거리와 건물 벽에는 ‘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와 플로이드의 모습이 일제히 그려졌고, 흑인 싱어송라이터는 플로이드가 외친 ‘숨쉴 수 없다(I Can‘t Breathe)’라는 곡을 불러 그래미상을 받기도 했다. 거대한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던 BLM은 이제 사람들 뇌리에서 빠르게 잊혀지는 처지가 됐다. 플로이드 사망 2주기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후 뉴욕 브루클린 남부 커나시에 그려진 대형 플로이드 벽화 앞을 행인들은 별 관심도 보이지 않고 지나가기에만 바빴다. 잠시 멈춰 서서 벽화를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도 없었다. 같은 시간 맨해튼 5번가 트럼프타워 앞 도로에 그려진 ‘BLM’ 마크 역시 상당 부분 페인트칠이 벗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브루클린 풀턴가에 적힌 거대한 BLM 구호는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 이 도로를 보행자를 위해 영구 개방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얼마 되지 않아 차량으로 채워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밖에도 캘리포니아 팰로앨토, 캔자스시티, 샬럿 같은 주요 도시에 ‘새겨진’ BLM 구호는 지금 모두 없어져 버렸다. BLM 뉴욕지부 공동창립자 호크 뉴섬은 CBS 방송에 “플로이드 사망 1년 뒤 정치인들은 우리를 잊었다”며 “사람들도 거리에 범죄가 증가하자 다시 경찰에 우호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5일 유니언스퀘어에서 만난 백인 여성 벳시도 “2년 전만 해도 많이 기대했고 여론의 관심도 높았지만 지금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경찰은 흑인에게 여전히 잔인” 미국에서 만난 흑인들은 BLM 운동이 이렇게 허탈하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흑인에 대한 경찰의 차별 대우와 과잉 진압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네소타 주정부 인권국 보고서에 따르면 2년 전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경찰이 여전히 유색인종에게 공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하고 있으며 당국은 해당 경찰관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플로이드 사건 당시 당국은 경찰권 행사를 더 강력히 통제하는 등 개혁 의지를 밝혔지만 지금까지 바뀐 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용의자나 관계자를 숨지게 하는 행위는 오히려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 집계 결과 미국 경찰은 지난해 총기 등을 사용해 시민 1055명을 숨지게 했다. 이는 플로이드 사건이 터진 2020년의 1021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흑인이 백인보다 경찰 손에 죽을 확률이 2.9배나 높았고 경찰 살인의 1%만이 기소로 이어졌다는 비영리단체 연구 결과도 있다. 흑인의 불안감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WP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설문조사에서 흑인 4명 중 3명(75%)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물리적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플로이드 사건 이후 (흑인에 대한) 경찰의 대우가 나아졌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가 41%로 가장 많았고 ‘많이 좋아졌다’는 응답은 약 20%에 그쳤다. 지난달 14일에는 뉴욕주 버펄로 흑인 주거 지역 슈퍼마켓에 들어간 백인 우월주의자 청년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살해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흑인 인권 변호사 벤 크럼프는 트위터에 “2년이 지났지만 흑인은 ‘아직 숨을 쉴 수가 없다’. 우리는 싸움을 멈출 수 없고 우리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날 일을 기억해야 한다” BLM 운동이 힘을 잃고 표류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전문가들은 ‘경찰 예산 삭감’이라는 과격한 구호를 든다. 가뜩이나 범죄가 많은 미국에서 경찰력을 줄이게 되면 치안이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시민들이 더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BLM은 같은 사회적 소수자인 아시아계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면이 있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에 시달리는 이들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경찰의 힘을 빼자는 흑인들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BLM 운동이 미국 역사에서 소수자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저항으로 기억돼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5일 플로이드가 사망했던 미니애폴리스 현장에서는 ‘조지 플로이드 광장’ 명명식이 열렸다. 현장을 찾은 시민 라리사는 WP에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앞으로 꼭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욕 시민운동가이자 교수인 프랭크 리언 로버츠는 NYT에 “이 운동은 시들해지는 것이 아니다”며 “언젠가 경찰의 또 다른 악랄한 폭력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사람들 가슴에 불을 지펴 똑같은 얘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지난해 인플레이션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CNN방송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의 경로에 대해 당시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국의 물가상승세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서 경제가 회복함에 따라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해 왔다. 옐런 장관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올리고 공급망 병목 현상을 일으킬 예기치 못한 큰 충격이 경제에 닥쳤다”면서 “이는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대처에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나옴에 따라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14, 1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난달에 이어 0.5%포인트 금리 인상(빅스텝)을 단행할 것이 유력하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이례적으로 면담하고 인플레이션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나의 계획은 단순한 과제에서 시작한다”며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최우선적인 관심사라면서 “연준은 나와 같이 인플레이션 대처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8%대로 치솟은 미국 소비자물가로 고민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31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만나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2018년 파월 의장을 연준 수장으로 발탁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내내 파월 의장에게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압박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거리를 뒀다. 두 사람이 이례적으로 회동할 정도로 미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도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게 현재 우리의 최우선 경제 과제라는 연준의 평가에 동의한다”며 “이런 경제 불확실성의 시기에 가계가 물가를 더 감당할 수 있도록 모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물가 상승 억제 의지를 다짐했다. WSJ는 대통령의 기고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연준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이 잇단 총격 참사로 충격에 빠진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있는 공화당과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총기 소유 권리를 계속 옹호해온 공화당도 최근 정치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어서 총기 규제가 진전을 볼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의 총격 참사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번 메모리얼데이 연휴에는 10건이 넘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화당과 총기 규제 협상을 묻는 질문에 “상황이 너무 나빠져서 모든 사람이 더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되고 있다고 본다. 최소한 그것이 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화당 당내 1인자로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과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텍사스주)을 가리켜 “매코널 의원은 합리적인 공화당원이라고 생각한다. 코닌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매코널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총기 규제 법안과 관련해 민주당과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보라고 코닌 의원에게 권고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은 (이 문제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될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가 계속 이렇게 갈 수 없다는 점을 그들 측면에서도 인정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취할 수 있는 행정 조치를 할 수 있고 계속 그럴 것이지만, 무기를 불법화하거나 신원 조회 규정을 바꿀 수가 없다”면서 의회의 도움 없이는 총기 규제를 도입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의회에는 총기 판매시 신원 조회 기간을 늘리는 등의 규제 법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60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확히 50대 50으로 양분하고 있어서 공화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상원에서 양당 의원들은 소그룹으로 모여 일부 규제안의 초당적 합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검토 중인 법률 중에는 위험인물에 대한 총기 압수 법안(red flag law) 등이 포함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성능 무기는 자기 보호나 사냥 측면에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며 공격용 무기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또 “수정헌법 2조는 절대적인 게 아니다. 수정헌법 2조가 통과됐을 때 우리는 기관포를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총기 소유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는 1791년 도입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헌법을 존중하더라도 시대에 따라 해석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내에서 총기난사는 거의 매일 같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유밸디의 총격 참사 이후에도 최소 14건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61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비영리단체인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총기난사(mass shooting)는 한 사건에서 4명 이상이 총을 맞아 사망 또는 부상을 입는 경우를 뜻한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총기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이든 하라!(do something!)” 29일 미국 남부 텍사스주 유밸디 성당. 5일 전 인근 롭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로 어린이 19명, 교사 2명 등 총 21명이 숨진 가운데 이날 추모 미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부부를 향해 일부 군중이 소리친 말이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그렇게 하겠다(I will)”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는 이날 희생자 유가족을 면담하고 추모 공간에 헌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유밸디 방문 사실을 올리며 “당신들과 함께 슬퍼하고 기도한다. 이 고통을 행동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썼다. 번번이 야당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에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어떻게든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화당은 수정헌법 2조에 무기 소유를 보장하는 권리가 있다며 규제 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참사 당시 유밸디 경찰의 늑장 대응 여부에 관한 조사에도 돌입했다. 당시 총격범 살바도르 라모스(18)가 교실에 난입해 소총 등을 난사할 때 어린 학생들이 911에 응급 신고 전화를 8번이나 했음에도 경찰은 교실에 진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1시간가량 복도에 머물러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참사 현장을 이번 달에만 벌써 두 번 찾았다. 그는 앞서 17일에도 북부 뉴욕주 버펄로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3일 전 이곳 흑인 밀집 지역의 슈퍼마켓에서 백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흑인 10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에는 남동부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를 찾아 아시아계 6명을 포함해 총 8명이 숨진 총기 난사 현장을 둘러보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듭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미 곳곳에서는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중부 오클라호마주 태프트의 한 축제장에서는 26세 남성이 주변 사람과 언쟁을 벌이다 총을 난사했다. 이로 인해 39세 여성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하루 전 남동부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해 6명이 부상을 입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코로나發 최악 구인난 美, 산업로봇 주문 40% 급증 미국 텍사스주의 기계장비 업체 아테나 매뉴팩처링은 최근 1년 반 사이 주문량이 급증하는데도 구인난이 계속되자 용접 연마 로봇 등 산업용 로봇 7대를 도입했다. 사람이 하면 3시간이 소요되던 용접 연마 작업을 로봇에게 맡겼더니 30분이면 작업이 완료됐다. 존 뉴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봇은 사람보다 힘이 센 데다 작업을 멈추고 휴식하는 일도 없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는 미국 기업들이 로봇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로봇 업계 연합체인 선진자동화협회(A3)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산업용 로봇 주문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증했다. 임금 인상과 노동력 부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근로자들의 잦은 결근이 로봇에 대한 수요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미국 제조업체의 인구 대비 로봇 도입률은 한국, 일본, 독일 등 다른 산업 강국보다 낮았다. 상대적으로 인력이 풍부하고 임금 인상률도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분야도 제한적이어서 단순 반복 업무가 많은 자동차 제조 공장에 산업용 로봇이 집중 배치됐다. 하지만 최근 로봇 사용 업종이 식품 생산과 소비재, 제약 등으로 다양해졌다. 구인난 등으로 산업 전반에 로봇 수요가 늘어난 데다 기술 고도화로 로봇이 더 복잡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로봇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16년 전체의 71%를 차지하던 자동차 업계의 로봇 주문 비중은 지난해 42%로 급감했다. 일본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화낙의 미국법인 대표 마이클 치코는 “기업들은 자동화가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로봇 사용법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트렌드가 결국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공장 자동화는 수년 안에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구인난은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자동화가 가속화되면 많은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고 지적했다.내일 상하이 봉쇄 푸는 中, 감세-보조금 56조 ‘돈폭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월 28일부터 경제수도 겸 2대 도시 상하이를 두 달 넘게 봉쇄해 온 중국이 다음 달 1일부터 봉쇄를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봉쇄 중 큰 타격을 입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감세, 소비 촉진 등 50개에 달하는 각종 정책도 시행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봉쇄로 큰 타격을 받았던 세계 공급망 교란 상황이 완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등에 따르면 우칭(吳淸) 상하이시 부시장은 29일 ‘경제회복 가속화를 위한 행동방안’을 발표하며 “기업의 업무 재개와 생산을 위한 부당한 제한을 폐지하겠다. 기업 활동을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국이 봉쇄 중 특정 기업에만 생산 및 운영을 허용했던 소위 ‘화이트리스트’가 사라진다. 더 이상 조업 재개에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공공장소 출입 및 대중교통 이용 시 제출해야 하는 코로나19 음성 증명서 시한 역시 기존 48시간 이내에서 72시간 이내로 완화한다. 봉쇄 조치로 타격이 컸던 요식업, 관광, 항공, 운송 분야의 각종 세금도 대대적으로 경감해주기로 했다. 영세 자영업자의 사회보험료 납부를 유예하고 전기·수도·가스 요금 등을 3개월간 면제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고용지원금도 지급한다. 소비 촉진을 위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1만 위안(약 186만 원)을 현금으로 보조한다. 집값을 낮추기 위해 억제해 왔던 부동산 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주택 매매 과정에서의 각종 번거로운 절차 또한 대폭 간소화할 방침이다. 문화, 관광, 스포츠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현금성 쿠폰을 지급해 소비를 유도하기로 했다. 경제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은 이번 조치로 약 3000억 위안(약 56조 원)의 직접 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하이 당국의 이번 조치는 25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경제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다 동원하라”고 지시한 뒤 나왔다. 테슬라, 애플 등 상하이에 본사를 둔 세계적 대기업의 조업 활성화로 공급망 병목 현상 또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이든 하라!” 시민 100여 명은 29일(현지 시간) 어린이 19명 등 21명이 숨진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격 참사 추모 미사에 참석한 뒤 유밸디 성당을 나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소리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이날 희생자 유가족들을 면담하고 추모 공간에 헌화하며 머리를 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방문 사실을 올리며 “당신들과 함께 슬퍼하고 기도한다. 우리는 이 고통을 행동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썼다. 번번이 상원에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총기 규제 강화를 어떻게든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뉴욕주 버펄로시 흑인 거주지역 슈퍼마켓에서 백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흑인 10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을 때도 사흘 뒤 현장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이날 미 중부 오클라호마주 한 축제장에서 유밸디 초등학교 총격 참사 5일 만에 또다시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메모리얼데이 주말을 맞아 야외에서 열린 행사장에서 26세 남성이 주변 사람과 언쟁을 벌이다 총을 쏴 39세 여성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이 남성은 경찰에 체포됐다. 미 연방정부는 총격 참사 당시 유밸디 경찰 대응이 적절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미 법무부는 경찰 대응이 인명 피해를 키운 것은 아닌지 조사에 착수해 추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당일 총격범 살바도르 라모스(18)가 교실에 난입해 소총 등을 난사할 때 아이들이 911 신고 전화를 8번이나 했지만 교실 진입 시도도 하지 않고 1시간가량 복도에 머물렀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한국 미국 일본 3개국 외교장관이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다음 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 억지를 위한 한미, 미일 간 군사훈련을 강조하면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진전” 의지를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은 27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에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무산에 유감을 표시했다. 중국이 안보리에서 “미국이 전쟁의 불길을 한반도에 퍼뜨리려 하면 결단에 나설 것”이라며 군사 대응을 시사한 데 이어 한미일 대 북-중-러의 한반도 신(新)냉전 구도가 본격화된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은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현안 가운데 하나다. 한미일은 다음 달 국방장관, 외교부 차관, 북핵수석대표 회동 등 밀착 행보를 이어간다. 다음 달 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전망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이 회동할 가능성도 나온다. ○ 中 “전쟁 불길” 위협 다음 날 한미일 “안보협력”한미일 3국 장관은 성명에서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에 대응해 한미, 미일 훈련을 실시했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및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 한미,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특히 “3국 간 안보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미국은 확장억제를 포함해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앞서 2월 5년 만에 공동성명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별도 회담 없이 이례적으로 바로 공동성명을 발표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의지를 더욱 강조했다. 3국 장관은 “13개 안보리 이사국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노골적이고 반복적인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응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다. “한미일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도 했다. 미국 국방부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때 한미일이 잇따라 군사 대응을 취한 것을 강조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한미, 미일 합동 훈련에 대해 “이는 건강하고 강력하며 생기 있는 동맹의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아주 빨리 함께 훈련했고 이는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며 “이는 좋은 동맹 관리와 다른 나라 군대에 대한 사전 지식과 익숙함, 지속적인 훈련과 작전 덕분에 이뤄진 것”이라며 “이는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다음 달 3일에는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가 서울에서 만난다. 다음 달 둘째 주 한미일 외교부 차관 협의를 검토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다음 달 10∼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여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 유엔, 내달 중-러에 대북 제재 반대 이유 설명 요구유엔은 다음 달 8일 본회의를 열고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문제를 논의한다. 유엔은 지난달 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평일 기준 열흘 안에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총회를 소집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8일 총회는 이 결의안에 따라 열리는 첫 총회다.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결의안을 반대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미 재무부는 안보리 제재가 실패하자 27일 제재 대상에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은행 2곳)도 포함시켰다. 중국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2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우리는 결코 공갈과 협박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28일(현지 시간) “대북 제재로 압박을 강화하는 정책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반박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24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이 범인을 제압할 생각은 않고 복도에서 시간만 허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친구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거듭 신고했지만 이를 총기 난사가 아닌 인질극으로 오판했다는 것이다.○ “친구들 죽어간다” 절규에도 1시간 방치텍사스 주정부가 28일 공개한 범행 일지에 따르면 24일 오전 11시 반경 AR-15 소총을 들고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 온 총격범 살바도르 라모스(18)는 내부가 서로 통하는 4학년 111호와 112호 교실로 난입해 100여 발을 쏴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 35분경 학교 내부로 처음 진입했고 지원팀이 속속 도착해 낮 12시 3분에는 경찰관 19명이 범행 현장인 교실 앞 복도에 있었다. 교실에서 총성이 이어졌지만 이들은 교실로 진입하지 않았다. 교실에 있던 여학생의 911 신고가 처음 접수된 때가 12시 3분이었다. 이 학생은 이후 10여 분간 세 차례나 더 911에 “학생들이 죽었다. 학생 8, 9명만 살아 있다”고 알렸다. 12시 19분에도 111호의 또 다른 학생이 신고하는 등 학생들의 911 신고가 최소 8차례 이어졌다. 하지만 복도의 경찰들은 교실로 들어가기를 꺼렸다. 출동한 연방정부 국경순찰대원들이 문을 따고 들어가 라모스를 사살한 시간은 12시 50분이었다. 라모스가 교실에 진입한 지 약 1시간 20분, 학생들의 911 신고가 접수된 지 약 50분 뒤였다. 학교를 1차적으로 지켜야 할 학교 담당 경찰도 범행 당시 자리를 비웠다. 어린이 19명을 비롯해 21명이 희생된 사건에서 경찰 대응은 총체적인 실패였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스티브 매크로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 대응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친구 피 묻히고 죽은 척한 학생도사건 당시 참혹한 상황도 더 드러나고 있다. 생존 학생 미아 서릴로(11)는 CNN에 “교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라모스가 교실로 쳐들어왔다”고 말했다. 라모스는 교사에게 “굿나이트(안녕)”라고 말한 뒤 총을 쐈다. 라모스는 총을 난사한 뒤 내부 통로를 따라 옆 교실로 가서 총격을 이어갔다. 다 쏜 뒤에는 슬픈 음악을 크게 틀었다고 한다. 미아는 총격범이 다시 자기 교실로 돌아올까 봐 옆에 쓰러져 숨진 급우의 피를 자신의 몸에 바르고 죽은 것처럼 누워 있었다. 미국이 충격에 휩싸였지만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전미총기협회(NRA)는 27일 총기 참사가 일어난 초등학교에서 약 400km 떨어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연례 포럼을 강행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악의 존재는 시민을 무장시켜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날 행사장 앞에는 시위대 500여 명이 모여 “(총기 희생자가) 당신 자식일 수도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NRA를 규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24일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은 모두 4학년 같은 반 교실에서 참변을 당했다. 범인이 총을 쏘는 동안 아이들은 좁은 교실에 갇혀 도망가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은 것이다. 크리스 올리바레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대변인은 25일 CNN방송에 “범행 현장은 학생 25∼30명에 교사 2명이 있는 작은 교실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갈 곳 없이 교실 안에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 이 교실에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을 살해한 이 지역 고등학생 살바도르 라모스(18)는 교실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다가 사살됐다. 총격으로 숨진 에이머리 조 가르사(10)의 아빠 앙헬 씨는 사건 당일 페이스북에 “7시간 동안 아이를 찾았지만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글을 올렸다가 다음 날 “내 딸을 찾았다. 내 작은 사랑은 지금 저 높은 곳에서 천사들과 함께 날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순간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당신의 가족을 안아주고,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당부했다. 희생 학생인 렉시 루비오의 부모는 “아이에게 학교 끝나면 데리러 온다고,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그게 작별인사가 될 줄은 몰랐다”고 CNN에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학교에선 올 들어 137회의 총격 사건이 발생해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총기 사고가 거의 하루에 한 건씩 발생한 셈이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살인범 살바도르 라모스(18)는 18세 생일이 되자마자 총기 판매점에서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했다. 미국 총기규제법과 텍사스 주법에 따르면 18세가 되면 총기 구입이 허용된다. 25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라모스는 자신의 18번째 생일(5월 16일) 다음 날인 17일과 20일에 돌격용 소총을 한 정씩 구매했다. 18일에는 총알 375발도 샀다. 라모스는 한 친구에게 총기와 총알을 찍은 사진을 전송하면서 ‘난 이제 매우 달라 보인다. 너는 나를 못 알아볼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 프로필에 “아이들이 실제로 겁을 먹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건 당일에는 범행 예고를 여러 차례 했다. 25일 뉴욕타임스(NYT)와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의 브리핑에 따르면 라모스는 24일 범행 30분 전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독일의 15세 여성에게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뒤 라모스는 ‘나는 할머니 머리를 쐈다’고 보냈고 이어 ‘나는 초등학교에 가서 총을 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실제로 그는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채 유밸디의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 들어가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을 살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는 “18세 남성이 상점에 들어가 살상용으로 판매되는 무기를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0.75∼1.0%)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big step)을 두어 번 더 단행할 뜻을 밝혔다. 연준은 25일(현지 시간) 공개한 이달 3,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통해 “대부분의 참석자는 50bp(0.5%포인트) 금리 인상이 다음 두어 차례의 회의에서 적절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당시 FOMC에서 8%대로 치솟은 미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2000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6, 7월 FOMC에서도 이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연준은 또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참가자들은 “경제 전망 및 위험에 따라 긴축적인 통화 정책 스탠스가 적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위축시키지도, 부양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로 월가에서는 미 중립금리를 2.5∼2.75% 정도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의사록이 일각에서 제기됐던 0.75%포인트 금리 인상, 즉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에 대한 우려를 낮췄다는 이유로 이날 뉴욕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특히 통화 정책에 민감한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1.51% 올랐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24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는 모두 4학년 같은 반 교실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이 무차별 사격하는 동안 학생들은 도망갈 곳도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 올리바레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대변인은 25일 CNN에 “이(교실)는 학생 25~30명에 교사 두 명이 있는 작은 교실이었다. 많은 아이들은 교실에 함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이 지역 고등학생 살바도르 라모스(18)가 이 교실에 총을 마구 쏴 학생 19명, 교사 2명이 희생됐다. 라모스는 이 교실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사살됐다. 희생된 자녀를 애타게 부르는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도 공개됐다. 사건 당일 페이스북에 “7시간 동안 아이를 찾았지만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글을 올린, 희생자 애머리 조(10)의 아빠 에인절 가자 씨는 이날 “여러분의 기도와 도움에 감사하다. 내 딸을 찾았다. 내 작은 사랑은 지금 저 높은 곳에서 천사들과 함께 날고 있다”고 올렸다. 그는 “한순간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당신의 가족을 안아줘라.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당부했다. 유명인사들은 총기 난사에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유밸디 출신 영화배우 매슈 매커너히는 성명을 내고 “자유가 우리에게 준 권리를 책임지는 것에 실패하고 있다”며 “모든 미국인은 오랫동안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진정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그 문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인 라모스는 18세 생일(5월 16일)이 되자마자 총기 판매점에서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 주법은 18세가 되면 총기 구입을 허용한다. 라모스는 17일과 20일에 돌격용 소총을 한 정씩 샀다. 18일에는 총알 375발도 샀다. 그는 한 친구에게 소총과 총알을 찍은 사진을 보내 ‘난 이제 매우 달라 보인다. 너는 나를 못 알아볼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프로필에 “아이들이 실제로 겁을 먹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범행 당일에는 짧지만 섬뜩한 범행 예고를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뉴욕타임스(NYT)와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브리핑에 따르면 라모스는 전날 범행 30분 전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독일의 15세 소녀에게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라모스는 ‘나는 할머니 머리를 쐈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마지막으로 ‘나는 초등학교에 가서 총을 쏠 것이다’라고 전송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총기 규제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세가 상점에 들어가서 전쟁용으로 설계되고 살상용으로 판매되는 무기를 살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잘못됐다”며 “총기 규제가 수정헌법 2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무기 소지 권리를 인정한 수정헌법 2조를 내세워 총기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며칠 뒤에 텍사스주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학교에서는 올 들어서만 137회 총격 사건이 발생해 역대 최다를 기록 중이다. 총기 사건(사고)가 거의 하루 한 건 꼴로 발생한 셈이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텍사스주의 초등학교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최소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범인은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18세 남성으로 범행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24일(현지 시간)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살바도르 라모스는 텍사스주의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앞까지 차를 몰고 가 교내로 진입한 뒤 한 4학년 교실에 있던 학생들을 향해 소총과 권총을 쐈다. 총격으로 학생 19명과 4학년 담당 여교사 등 성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 전원이 한 교실에서 나왔다. 다른 학생 여러 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1만5000여 명이 사는 유밸디는 멕시코 접경지대에 있다. 주민 대부분이 히스패닉 계열이다. 라모스는 경찰이 출동하자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하다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며 단독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인은 범행 전 소총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주변에 “이제 막 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실상 참극을 예고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이번 참사는 2012년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피해가 난 초등학교 총격 사건이다. 이달 14일 뉴욕주 버펄로 흑인 주거지역의 한 슈퍼마켓에서 18세 백인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 같은 참극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은 총기규제법상 18세 이상이면 총을 구매할 수 있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는 총기 소지 권리가 광범위하게 보장된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7일 전미총기협회(NRA) 후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백악관 연설에서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영혼의 한 조각을 영원히 빼앗기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대학살과 함께 살려고 하는가. 이 문제에 맞설 용기를 주는 우리 사회의 중추는 어디 있는가”라며 의회에 총기규제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했다. 초등생 19명 포함 최소 21명 숨져, 교실 곳곳 피로 흥건… 현장 참혹일부 학생 깨진 창으로 간신히 탈출… 범인, 어눌한 말투 때문에 놀림 받아총기 살 수 있는 18세 되자 참극벌여, 방탄복 입고 경찰과 대치… 사살돼 24일 오전 11시 반경(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에 있는 롭 초등학교 앞 도랑에 회색 포드 트럭 한 대가 멈춰 섰다. 인근 장례식장에서 일하던 직원 두 명이 트럭 운전석에 있던 살바도르 라모스(18)에게 “차를 빼도록 도와주겠다”며 다가갔다. 그러자 라모스는 갑자기 권총을 꺼내 이들에게 난사했다. 그는 이 초등학교에 오기 전 자신의 할머니(66·중태)를 총으로 쏜 뒤 집을 나선 참이었다.○ “10세 조카, 교실 곳곳 튄 피 보고 충격”라모스는 학교 옆문을 통해 진입해 교실 복도를 돌아다녔다. 이날 학생들은 3일 뒤 시작되는 방학을 앞두고 ‘자유롭고 멋진 날(footloose and fancy day)’을 맞아 예쁜 옷을 차려입고 등교한 상태였다. 라모스는 학생들을 향해 소총과 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고 교실 바닥은 순식간에 피로 흥건해졌다. 일부 학생들은 깨진 유리창 틈으로 기어 나와 탈출했다. 목격자들은 뉴욕타임스(NYT) 등에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이 학교 학생인 10세 조카를 둔 에리카 에스카미야 씨(26)에 따르면 조카가 쉬는 시간 후 교실로 돌아오던 중 한 남자가 소리치고 욕하는 것을 들었으며, 곧 총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그러자 교사가 아이들을 교실 안으로 황급히 밀어 넣고 전등을 모두 끈 뒤 창문을 종이로 가려 화를 면했다. 그는 “조카가 대피하면서 교실 안 모든 곳에 피가 튀어 있는 것을 보고 심장마비가 온 것 같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에 사는 로먼 버두스코 씨는 “갑자기 학교에서 공사장 못 박는 기계 소리 같은 게 들려왔고, 곧 경찰이 학교로 몰려갔다”고 했다. 데릭 소텔로 씨(26)는 “총소리를 들은 학부모들이 학교 밖으로 몰려들자 범인이 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쳤다”고 전했다. 방탄복까지 챙겨 입은 라모스는 바리케이드 뒤에 숨어 경찰과 대치하다 범행 시작 약 45분 만에 사살됐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느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딸의 사망을 확인한 한 부모는 페이스북에 ‘비가 내리는 걸 보니 네가 하늘에 도착했나 보다. 아가야, 영원히 사랑한다’는 글을 올렸다.○ 사흘 전 총기 사진 올리며 범행 예고 라모스는 미국 총기규제법상 총기 구매가 가능한 하한 연령인 18세가 되자마자 참극을 벌였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그는 중학교 시절 어눌한 말투 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에는 거의 안 가고 햄버거 체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해당 햄버거 가게 매니저는 CNN방송에 “라모스는 조용했고 다른 종업원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일하고 월급만 받아 갔다”고 말했다. 라모스의 지인들은 라모스가 최근 재미 삼아 칼로 얼굴을 긁고, 행인들에게 비비탄 총을 쏘거나 차량에 달걀을 던지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뉴욕포스트에 밝혔다. 그는 마약을 하는 친모와 갈등을 빚다 몇 달 전부터 할머니 집에서 지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총격 사흘 전 소총 두 자루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범행을 예고했다. 사건 당일 오전 5시 43분경에는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이제 막 하려고 한다(I am about to)”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여성이 “뭘 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한 시간 안에 말해주겠다. 그 대신 반드시 답장해야 한다”고 답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일곱 살 때 미국에 이민 와서 학교에 한국 음식 가져가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43)은 24일(현지 시간) 뉴욕주 주도(州都) 올버니 주의회에서 열린 ‘김치의 날’ 제정 기념행사에서 이렇게 어릴 적 기억을 끄집어냈다. 김 의원은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다. 김 의원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학교에서 (내 도시락) 김치 냄새가 나면 친구들에게 놀림당했고 창피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김치가 얼마나 건강한 식품인지 다들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9년 뉴욕주가 3·1절을 ‘유관순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발의해 이를 뉴욕주 상·하원이 채택하는 등 뉴욕주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힘써 왔다. 김치의 날은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한국에서 제정된 법정 기념일(11월 22일)이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주에 이어 올 2월 뉴욕주가 제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뉴욕주 결의안은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을 명시하고 김장문화와 김치 효능을 소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당시 결의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온라인으로 처리돼 이날에서야 주의회에서 관련 행사가 치러졌다. 이날 행사는 ‘아시안-아메리칸 헤리티지 달’인 5월에 맞춰 뉴욕주 의원들을 비롯한 여론 주도층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최했다. 행사장에는 김치 홍보부스가 설치됐고 김치를 이용한 샐러드, 햄버거, 전을 비롯한 다양한 요리를 시식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장에는 뉴욕 주의회 지도부와 정병화 뉴욕총영사, 김춘진 aT 사장,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 등이 나와 축하와 응원을 보냈다. 김 사장은 “세계 경제 수도인 뉴욕에서 제정된 김치의 날은 김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도 미국에 김치를 더 많이 수출하겠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텍사스주의 초등학교에서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최소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범인은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18세 남성으로 범행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24일(현지 시간) CNN방송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살바도르 라모스는 텍사스주의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앞까지 차를 몰고 가 교내로 진입한 뒤 교실을 돌며 학생들을 겨냥해 소총과 권총을 쐈다. 이 총격으로 2, 3, 4학년 학생 19명과 4학년 담당 여교사 등 성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른 학생 여러 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1만5000여 명이 사는 유밸디는 멕시코 접경 지대에 있고, 주민 대부분이 히스패닉 계열로 저소득층이 많다. 라모스는 경찰이 출동하자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하다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며 단독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인은 범행 전 소총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주변에 “이제 막 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실상 참극을 예고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이번 참사는 2012년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피해가 난 초등학교 총격 사건이다. 이달 14일 뉴욕주 버펄로 흑인 주거 지역의 한 슈퍼마켓에서 18세 백인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 같은 참극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은 총기규제법상 18세 이상이면 총을 구매할 수 있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는 총기소지 권리가 광범위하게 보장된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7일 전미총기협회(NRA) 후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백악관 연설에서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영혼의 한 조각을 영원히 빼앗기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대학살과 함께 살려고 하는가. 이 문제에 맞설 용기를 주는 우리 사회의 중추는 어디 있는가”라면서 의회에 총기규제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올해 2월의 어느 밤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 서배나의 특급 호텔. 2019년 1월부터 재임 중인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59·공화)와 보좌진이 몇 시간째 회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미국에 건설할 전기차 공장의 후보지 실사 방문을 하루 앞둔 이날 후보지 브라이언카운티 인근에 있는 이 호텔에서 초조하게 대기했다. 당시 조지아는 테네시,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과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보좌진 중 한 명은 지나치게 긴장해 켐프 주지사가 직접 진정시켜야 했다. 조지아 현지 매체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은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조지아주가 전방위적 노력을 들였다는 후일담을 23일 보도했다. 켐프 주지사는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고 팻 윌슨 주 경제개발장관은 한국을 10차례나 찾아 현대차를 설득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 중이던 21일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브라이언카운티에 연 3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비밀 협상조지아주와 현대차의 협상은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기밀 유출을 우려해 기업명을 대다수 주정부 직원에게도 노출하지 않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했다. 특히 부지 자체가 외딴곳에 위치해 소문이 날 위험이 적었고 주정부가 해당 부지를 매입한 것도 비밀 협상을 하는 데 용이했다. 사유지 수용 등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 없어 양측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2월 정 회장이 전세기로 공장 부지를 방문했을 때였다. 켐프 주지사와 공무원들은 유치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평가에도 자만하지 않았다. 차분히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정 회장의 선택을 기다렸다. 켐프 주지사는 정 회장과 오랜 인연이 있다. 그는 2019년 한국 방문 당시 하루를 투자해 기아를 방문했고 당시 총괄수석부회장이었던 정 회장과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정 회장이 2020년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곧바로 축하 편지를 보냈다. 윌슨 장관 또한 현대차 관계자가 서배나를 찾을 때마다 동행했다. 모든 질문에 능숙히 답하면서 현대차의 환심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대차는 4월 투자의향서를 조지아주에 제출하며 사실상 부지 선정을 마무리했다. 당시 켐프 주지사와 보좌진은 크게 환호했다. 트레이 킬패트릭 주지사 비서실장은 아예 ‘대박(boom)’이라고 외쳤다.○ 해외 기업 유치에 올인해외 기업을 유치해 주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조지아주 공무원들의 열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2019년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유치할 때도 조지아 주정부는 SK 측 제안에 새벽에도 번개같이 일처리를 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이번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서도 세제 혜택 등 다른 주들이 공통으로 내놓는 인센티브 외에 공무원들의 기업 친화적인 태도를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는 2006년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약 200km 떨어진 웨스트포인트에 기아 공장을 유치했다. 그러나 이후 최근까지 해외 기업 유치에 몇 차례 고배를 마셨다. 특히 2015년 스웨덴 볼보 공장을 인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빼앗기는 바람에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주 정치권도 초당적 노력에 가세했다. 모두 집권 민주당 소속인 조지아주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 또한 현대차 유치에 공을 들였다. 오소프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정 회장을 만났다. 두 의원은 21일 현대차의 발표 직후 “현대차의 수십억 달러 투자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조지아주의 명성을 높일 것”이라며 환영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 스테이블코인으로 불리는 테라USD 등을 겨냥해 “피라미드 사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영역에서 큰 혼란이 생겼다. 스테이블코인이 자산으로 뒷받침되면 (달러 대비 가치가) 1대 1로 안정적이지만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데도 20%의 수익을 약속한다면 피라미드 구조”라고 지적했다. 피라미드는 산산조각이 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미 CNBC방송은 그의 발언이 루나와 테라USD의 붕괴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