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동

유재동 부장

동아일보 경제부

구독 1

추천

미국 뉴욕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모두 전해드립니다.

jarrett@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칼럼56%
금융13%
미국/북미10%
경제일반3%
사설/칼럼3%
국제정세3%
국제인물3%
국제일반3%
유럽/EU3%
국제경제3%
  • 젤렌스키 “러, 유엔 안보리서 몰아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유엔에서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실태를 상세히 공개하면서 러시아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러시아가 자국의 침략 행위에 대한 (안보리) 결정을 막을 수 없도록 상임이사국에서 몰아내야 한다.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다른 대안이 없으면 여러분들(유엔)은 모두 해체하는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계속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유엔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인 집단학살을 극단주의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에 비유했다. 그는 “(국민들이) 수류탄 폭발로 아파트와 집에서 살해당했고 러시아군은 순전히 재미로 차 안에 있던 민간인들을 탱크로 깔아뭉갰다”며 “이런 행동은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 같은 테러리스트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 명령을 내린 사람과 이 명령을 수행해 우리 국민을 살해한 모든 이들을 뉘른베르크 법정과 유사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뉘른베르크 법정은 194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나치 전범들에 대한 재판을 열었던 곳이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개혁에 대한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것에 느끼는 좌절감을 우리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살 참상’ 80초 영상에 안보리 탄식-한숨 젤렌스키, 안보리 화상연설러, 학살 계속 부인… 中은 러 두둔 5일(현지 시간)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실에서는 약 80초 분량의 동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 있는 부차와 이르핀, 마리우폴 등지에서 러시아군에 참혹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의 시신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아이 울음소리 등이 배경으로 깔린 이 영상이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종료되자 안보리 회의실에는 탄식과 한숨이 교차하며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영상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준비한 것이다. 국방색 셔츠 차림에 턱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로 연설을 시작한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었다. 여성들은 그들의 자녀가 보는 앞에서 성폭행당하고 살해당했다”며 유엔에 실효성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유엔 헌장 1조(침략 및 파괴 행위 진압)도 지키지 못하는 유엔이 무슨 존재 의미가 있는가. 문을 닫으려고 하는 것인가. 국제법의 시대는 끝났나”라며 “그게 아니라면 여러분은 즉각 행동해야 한다. 안보리가 보장하는 안보는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유엔 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최소 1480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2195명이 다쳤다고 보고했다. 지난달 17일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날 영상과 연설에도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러시아군이 부차를 장악했을 때 단 한 명의 민간인도 폭력을 당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부차 영상은 끔찍하다”면서도 “성급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 검증이 필요하다”고 러시아를 두둔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4-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자녀 앞 성폭행-살해” 참혹 영상에 안보리 회의장 탄식-한숨

    5일(현지 시간)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실에서는 약 80초 분량의 동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 있는 부차와 이르핀, 마리우폴 등지에서 러시아군에 참혹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의 시신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는 불에 타거나 뒤에 손이 묶인 채 길거리에 버려진 어린이 등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시신 사진이 여러 장 담겨 있었다. 아이 울음소리 등이 배경으로 깔린 이 영상이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종료되자 안보리 회의실에는 탄식과 한숨이 교차하며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영상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준비한 것이다. 국방색 셔츠 차림에 덥수룩한 턱수염을 한 채 연설을 시작한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었다. 여성들은 그들의 자녀가 보는 앞에서 성폭행 당하고 살해당했다“며 유엔에 실효성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유엔 헌장 1조(침략·파괴 행위 진압)도 지키지 못하는 유엔이 무슨 존재 의미가 있는가. 문을 닫으려고 하는 것인가. 국제법의 시대는 끝났나”라며 “그게 아니라면 여러분은 즉각 행동해야 한다. 안보리가 보장하는 안보는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유엔 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최소 1480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2195명이 다쳤다고 보고했다. 지난달 17일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날 영상과 연설에도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군이 부차를 장악했을 때 단 한 명의 민간인도 폭력을 당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부차 영상은 끔찍하다”면서도 “성급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 검증이 필요하다”고 러시아를 두둔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4-06
    • 좋아요
    • 코멘트
  • 젤렌스키 “러, IS와 동급…안보리서 퇴출시켜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에서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실태를 상세히 공개하면서 러시아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러시아가 자국 침략에 대한 (안보리) 결정을 막을 수 없도록 상임이사국에서 몰아내야 한다.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다른 대안이 없으면 여러분들(유엔)은 모두 해체하는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계속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유엔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인 집단학살을 극단주의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에 비유했다. 그는 “(국민들이) 수류탄 폭발로 아파트와 집에서 살해당했고 러시아군은 순전히 재미로 차 안에 있던 민간인들을 탱크로 깔아 뭉겠다”며 “이런 행동은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 같은 테러리스트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 명령을 내린 사람과 이 명령을 수행해 우리 국민을 살해한 모든 이들을 뉘른베르크 법정과 유사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뉘른베르크 법정은 194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나치 전범들에 대한 재판을 열었던 곳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개혁에 대한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것에 느끼는 좌절감을 우리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에 전쟁 범죄 책임을 묻는 데서 유엔을 통하지 않고 다른 국제기관을 통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4-06
    • 좋아요
    • 코멘트
  • 매파로 변한 연준 비둘기파…“긴축 강화”에 증시 출렁

    미국 중앙은행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통화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이 나왔다. 이에 증시는 또 충격을 받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에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는 “이르면 다음달에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5일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행사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체계적으로 통화 긴축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일련의 금리인상을 하고 이르면 5월 회의 때 대차대조표 축소에 빠르게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 경기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그동안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풀어 왔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연준이 매입한 자산은 무려 9조 달러에 이른다. 연준은 앞으로 보유 자산 규모를 줄여 나가면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 과정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흡수되면서 시장이 느끼는 긴축의 강도가 더 세질 수 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이날 연준의 직전 긴축 시기였던 2017~2019년에 비해 보유자산 축소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2019년 연준은 매월 500억 달러 규모의 보유 채권을 시장에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흡수해왔는데 이번 양적긴축 때는 그 규모가 당시의 두 배인 매월 1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더 높아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향후 물가 지표에 따라 FOMC는 더 강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의 발언이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브레이너드 이사가 연준 내에서 가장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인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마저 긴축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향후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더 매파적인 성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그 영향으로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역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한 행사에서 “현재 인플레이션은 일자리가 없는 것만큼 해롭다”면서 “여러분이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내일 물가가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4-06
    • 좋아요
    • 코멘트
  • 美 “러, 유엔 인권이사회서 몰아내자”… 돈줄 막아 국가부도 유도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집단학살한 러시아를 상대로 국제사회가 일제히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박탈을 추진하고 미 은행을 통한 러시아 국채의 달러이자 상환을 불허해 러시아의 국가 부도를 부추기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철강, 사치품, 항공유 수출입 금지 등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논의에 들어갔다고 CNBC방송이 전했다. 또 유럽 각국은 4일(현지 시간)부터 이틀간 최소 148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4일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참여는 웃음거리이자 잘못된 일”이라며 “유엔 총회가 러시아를 몰아내기 위해 투표를 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 안에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이사회 이사국의 자격을 박탈하려면 193개 유엔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129개국)이 찬성해야 한다. 러시아가 침공 후 줄곧 전쟁 범죄를 저지르며 전 세계의 공분을 산 만큼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독일은 수도 베를린의 러시아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40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장관은 이날 러시아대사관 구성원의 상당수를 ‘외교기피 인물’(페르소나 논그라타)로 지정하고 이들이 독일 사회의 자유와 화합에 반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또한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며 “우리의 안보와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해 왔다”고 가세했다. 리투아니아는 자국 주재 러시아대사를 추방하고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를 격하하겠다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 중 처음으로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러시아를 규탄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 정부의 거래은행인 미 JP모건의 계좌를 통해 지불된 러시아 국채의 달러이자 결제를 승인하지 않았다. 재무부 측은 이날부터 미 금융권에서 러시아 정부 계좌에서 이뤄지는 달러 부채에 대한 상환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4-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러 인권이사회 자격 박탈 추진… 獨, 러 외교관 40명 추방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집단학살한 러시아를 상대로 국제 사회가 일제히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박탈을 추진하고 미 은행을 통한 러시아 국채의 달러 이자 상환을 불허해 러시아의 국가 부도를 부추기기로 했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 외교관을 속속 추방하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4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참여는 웃음거리이자 잘못된 일”이라며 “유엔 총회가 러시아를 몰아내기 위해 투표를 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 안에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이사회 이사국의 자격을 박탈하려면 193개 유엔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129개국)이 찬성해야 한다. 러시아가 침공 후 줄곧 전쟁 범죄를 저지르며 전 세계의 공분을 산만큼 인권이사회 이사국 박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은 수도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40명의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했다. 안나레나 베어보크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대사관 구성원의 상당수를 ‘외교기피 인물’(페르소나 논그라타)로 지정하고 이들이 독일 사회의 자유와 화합에 반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또한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며 “우리의 안보와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해 왔다”고 가세했다. 리투아니아는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추방하고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를 격하하겠다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 중 처음으로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러시아를 규탄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 정부의 거래은행인 미 JP모건의 계좌를 통해 지불된 러시아 국채의 달러 이자 결제를 승인하지 않았다. 재무부 측은 이날부터 미 금융권에서 러시아 정부 계좌에서 이뤄지는 달러 부채에 대한 상환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민간인 집단학살이 조작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인권이사회 축출 시도에 반발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이날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조작이라는 점을 입증할 많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사회 축출 시도를 두고 “유엔 역사에 전례가 없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4-05
    • 좋아요
    • 코멘트
  • [특파원칼럼/유재동]나치가 싫다고 베토벤을 버릴 건가

    뉴욕 브루클린 남부에 ‘리틀 오데사’라고 불리는 마을이 있다. 20세기 초부터 구소련과 동유럽계 이민자들이 자리 잡은 곳으로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이름을 딴 별칭이다. 이 동네 식료품점 ‘테이스트 오브 러시아’는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바실리 대성당을 묘사한 간판이 유명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명물이 사라지고 ‘인터내셔널 푸드’라는 다소 밋밋한 상호가 대신 내걸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일부 시민들이 “가게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위협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업주는 “푸틴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오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붉은 차양과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맨해튼 레스토랑 ‘러시안 티 룸’. 약 100년 전 러시아 제국의 발레단원이 차렸지만 이후 여러 손바뀜을 거쳐 지금은 미국의 한 금융회사가 소유하고 있고 크렘린궁과도 아무 관련이 없다. 하지만 이름에 ‘러시아’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이 식당은 뉴요커들에게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손님이 줄어든 것 정도는 다행인 축에 속한다. 우크라이나계가 운영하는 한 러시아 식당은 요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 러시아”라는 식의 욕설, 협박 전화를 받고 있다. 온라인에서 ‘별점 테러’를 받거나 가게 유리창이 깨지는 공격을 당하는 곳도 있다. 문화계에서도 ‘루소포비아’(러시아 혐오)가 퍼지고 있다. 지난달 뉴욕 카네기홀에서는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친(親)푸틴 음악가들을 대신해 유럽에 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급히 날아와 공연했다. 푸틴의 열렬한 지지자로 사실상 그와 ‘운명 공동체’인 이들을 무대에서 끌어내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였다. 그런데 ‘선을 넘는’ 일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영국의 오케스트라는 차이콥스키의 곡을 연주하지 않기로 했고 유럽 최대 음악 축제는 러시아인의 참가를 막았다. 이탈리아의 한 대학도 도스토옙스키 작품에 대한 수업을 중단하고 말았다. 전쟁 반대를 이유로 러시아의 모든 것을 싸잡아 배척하는 태도도 문제지만, 평소 푸틴과 별 관련이 없는 이들에게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는 것 역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아무리 평화를 향한 신념이 있어도 나라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 푸틴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려면, 이들에겐 조국과 가족을 버릴 각오가 필요할 수 있다. 최근 뉴욕에서 만난 작곡가 진은숙은 “푸틴과는 관련이 없는데도 러시아 국적, 음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대에 세우면 안 된다는 주장들이 있다”면서 “이런 것도 파시즘이다. 나치 때문에 베토벤 연주를 안 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전쟁이나 테러에 책임이 있는 자와, 그들과 뿌리나 국적이 같을 뿐인 사람들을 제대로 가리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일본계 시민들을 모두 잠재적 스파이로 간주해 수용소에 잡아 가뒀고, 9·11테러가 터졌을 때는 미국에 사는 무슬림이 혐오 대상이 됐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물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지만, 자기 의사에 반해 전장에 투입되고 증오의 표적이 된 러시아 군인, 국민들도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전쟁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최고 권력층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을 희생시키며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이 모순된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무엇이 진정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될지를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4-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비축유, 6개월간 매일 100만배럴 방출”… 유가 7% 급락

    러시아산 에너지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산유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향후 6개월간 매일 100만 배럴씩 총 1억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SPR·Strategic Petroleum Reserves)를 풀기로 했다. 고유가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리며 전쟁을 지속하려는 러시아를 압박하고 40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미 소비자물가 급등세 또한 진정시키려는 의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려면 반드시 루블화로 결제하라. 아니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며 에너지를 무기화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독일 등 서방 주요국은 즉각 “계약 위반”이라며 계속 미 달러화나 유로화로 지불하겠다고 맞섰다.○ 최대 규모 방출로 유가 안정-푸틴 자금줄 차단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비축유 방출을 발표하며 “푸틴의 전쟁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미 에너지 업계에 강도 높은 증산 계획 또한 주문했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긴급회의를 열고 국제사회의 비축유 방출 동참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올해 2월에 이어 이번까지 최근 4개월간 세 차례 비축유 방출을 발표했다. 특히 1억8000만 배럴의 이번 방출 규모는 사상 최대로 꼽힌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1991년 걸프전 때 1730만 배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당시 2080만 배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사망으로 원유 공급망이 무너졌을 때 3064만 배럴의 방출을 각각 지시했다. 역대급 방출 계획으로 치솟던 국제 유가는 일단 하락했다. 지난달 31일 미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7% 하락한 배럴당 100.28달러에 마쳤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최대 반도체 생산 업체 미크론 등 러시아 21개 기관 및 개인 13명도 추가 제재했다.○ 푸틴 “러 가스는 반드시 루블 결제” vs 유럽 “협박 말라”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연설에서 “비우호적 국가가 4월 1일부터 러시아 천연가스를 사려면 러시아 은행에서 루블화 계좌를 열어야 한다. 이 조건에 동의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정한 ‘비우호국’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회원국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강경책의 배경으로 루블화 급락이 꼽힌다. 루블 가치는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달러당 75루블대였으나 침공 직후 110루블대로 치솟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1일 현재 83루블대를 기록하고 있으나 서방의 초강경 제재가 이어지고 있어 다시 루블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푸틴 정권이 루블 가치를 지지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주요국이 스스로 제재를 위반하는 상황에 놓이도록 하기 위해 특단의 카드를 꺼냈다는 의미다. 지난해 천연가스 수입의 55%를 러시아산으로 충당한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 조건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계속 유로화나 달러화로 결제하겠다”고 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 역시 “받아들일 수 없는 계약 위반이자 협박”이라고 가세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 또한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한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끊을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北핵실험 재개 조짐 포착…풍계리 갱도 굴착 움직임”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조만간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려는 조짐을 포착했으며, 북한이 수주 안에 탄도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미 CNN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동맹국의 정보당국이 북한의 지하 갱도 굴착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을 파악했으며 이는 핵실험 재개를 위해 중요한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5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굴착 및 건설 활동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의 다음 탄도미사일 실험이 수주 안에 일어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이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 또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은 최근 많은 도발을 해왔고 이 상황을 매우 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국제사회의 추가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한국, 일본, 전 세계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계속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 최근 대북 제재를 언급하며 “제재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 또한 최근 상업용 위성 이미지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북한 서해 위성발사대 근처의 새 자재와 차량이 포착되는 등 움직임이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본건물 앞에 가려진 채 있었던 자재들이 계속 이동하다가 지난달 31일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자재는 본 건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로켓 총조립 관련 시설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선 및 확충 지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38노스는 지난달 26부터 31일까지 여러 대의 차량이 VIP 참관시설 근처에 와서 주차했다고도 밝혔다. 이런 유형의 활동은 위성 발사 전 VIP 참관자를 위한 시설 점검 및 준비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4-01
    • 좋아요
    • 코멘트
  • 美, 러 항공·해운·전자업 추가 제재…최대 반도체 기업 포함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항공, 해운 및 전자 분야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보도자료에서 “이들 분야는 러시아의 경제적 갈망과 장기적 기술 발전, 국방 산업의 기반에 중요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앞으로 이들 분야에서 개인이나 단체, 기업에 대해 필요할 경우 신속한 제재에 나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러시아에 대한 주된 제재 분야는 기술, 금융, 국방 분야에 한정돼 있었다. 미국 재무부는 또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고 국방·정보기관들을 지원한 21개 기관과 13명의 개인을 새로운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날 신규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의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 미크론이 포함돼 있다. 미크론은 러시아 초소형전자부품 수출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가 결제 카드 시스템에 사용되는 반도체도 생산한다. 또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러시아가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들도 제재 대상에 들어갔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면서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모든 각도에서 푸틴의 ‘전쟁 기계’에 대한 제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상무부도 러시아와 벨라루스 기업들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선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무부가 수일 내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방, 항공, 해운 분야 120개 기업을 제재 명단에 올릴 것”이라며 “명단에 포함되면 이들 기업은 미국 첨단 기술을 별도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베딩필드 국장은 “작년 이맘 때와 비교했을 때 우리 수출 통제가 가해지는 아이템의 대러 수출은 금액 기준 99% 감소했다”며 “앞으로 러시아는 항공기나 탱크 부품 등이 점점 줄어들면서 제재의 힘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날 하루에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향후 6개월 동안 계속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전쟁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고 있다”며 “우리가 기름값을 낮추고 싶다면 더 많은 원유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 내 원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석유 시추권을 따고 연방정부의 부지를 임대했지만 원유를 충분히 생산하지 않는 기업에는 과태료를 물려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4-01
    • 좋아요
    • 코멘트
  • 美브로드웨이 서는 루나… “K팝 땀-눈물 보여줄것”

    “K팝 ‘아이돌’이 돈을 잘 벌고 즐거운 직업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올해 11월 20일부터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서클인더스퀘어시어터’에서 공연될 뮤지컬 ‘K팝(KPOP)’의 주연을 맡은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의 루나(박선영·29·사진)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소재 한국문화원에서 ‘K팝’ 제작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루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로 서기까지 16년이 걸렸다. K팝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영광”이라면서 “K팝 아이돌에 가려진 이면성, 아이돌이나 한 그룹이 탄생하기까지 걸리는 노력과 시련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맘마미아’ ‘인 더 하이츠’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 인지도를 높인 그는 신인의 각오로 ‘K팝’ 오디션에 지원해 주연 ‘무이’ 역할을 따냈다. ‘K팝’은 한국에서 K팝 슈퍼스타들이 길러지는 과정, 이들이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노력 등을 담은 뮤지컬이다. 인종차별을 딛고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과 화려한 무대에 가려진 스타의 고초 등도 주요 소재다. 극본은 한국계 극작가 제이슨 김이 썼고, 역시 한국계인 헬렌 박이 공동 작곡가로 참여했다. 한국계 미국인이 각본, 작곡 등 핵심 부분을 담당한 작품이 세계 뮤지컬계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이례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4-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브로드웨이 무대 서는 루나 “한국인의 강인함-열정 보여주고파”

    “K팝 ‘아이돌’이 돈을 잘 벌고 즐거운 직업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올해 11월 20일부터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서클인더스퀘어시어터’에서 공연될 뮤지컬 ‘K팝’(KPOP)의 주연을 맡은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의 루나(박선영·29)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소재 한국문화원에서 ‘K팝’ 제작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루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로 서기까지 16년이 걸렸다. K팝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영광”이라면서 “K팝 아이돌에 가려진 이면성, 아이돌이나 한 그룹이 탄생하기까지 걸리는 노력과 시련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맘마미아’, ‘인 더 하이츠’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 인지도를 높인 그는 신인의 각오로 ‘K팝’ 오디션에 지원해 주연 ‘무이’ 역할을 따냈다. 그는 “이 뮤지컬을 통해 예술을 꿈꾸는 젊은 사람들에게 ‘삶을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한국인의 강인함과 끈기, 제가 아이돌 가수로 16년 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열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K팝’은 한국에서 K팝 슈퍼스타들이 길러지는 과정, 이들이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노력 등을 담은 뮤지컬이다. 인종차별을 딛고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과, 화려한 무대에 가려진 스타의 고초 등도 주요 소재다. 극본은 한국계 극작가 제이슨 김이 썼고, 역시 한국계인 헬렌 박이 공동 작곡가로 참여했다. 한국계 미국인이 각본, 작곡 등 핵심 부분을 담당한 작품이 세계 뮤지컬계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이례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2017년 가을 브로드웨이 외곽 소극장인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처음 선보였고 당시 연일 매진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브로드웨이 정식 무대에 진출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3-31
    • 좋아요
    • 코멘트
  • 美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경기침체 신호” vs “과도한 우려”

    미국 금융시장에서 경기 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장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진짜로 침체가 올지에 대한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침체를 예상하는 쪽은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 방침을 밝히면서 성장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올라가는 ‘경착륙’이 불가피해졌다고 본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계속 호조를 보일 것이며 주식시장도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과한 우려라는 반론도 있다.○ 2년 반 만에 2-10년물 금리 역전2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채권시장에서 한때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2.398%를 기록해 10년 만기 국채 금리(2.396%)를 추월했다.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 것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일종의 경제전쟁을 벌인 2019년 9월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하루 전인 28일에도 5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2.56%를 기록해 30년 만기 국채 금리(2.55%)를 넘어섰다. 5년물과 10년물의 역전 역시 2006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와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전통적으로 장단기 금리차를 대표해 왔다. 일반적으로 장기 금리는 단기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예금을 오래 맡기면 이자를 많이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뒤집히면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경제 전망을 안 좋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종종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된다. 스테퍼니 로스 JP모건 세계자산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70년 이후 일곱 번의 경기 침체 전에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의 역전이 발생했다”며 “역전 후 평균 17개월이 지나면 침체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2006년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가 역전된 후 2년 만에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분명한 침체 신호” vs “우려 과도”월가와 미 경제학계에서는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실업률을 봤을 때 향후 24개월 안에 침체에 접어들 확률이 매우 높다”고 예상했다. 벤 에먼스 메들리글로벌자문 이사 역시 “장단기 금리 역전 없이 침체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며 역전 후 경기 침체가 발생하기까지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 노동시장과 가계의 자금 여력이 튼튼하다는 점에서 경기침체 위험이 특별히 높아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역전 때는 장기 금리 하락으로 인해 장단기 금리차가 줄었지만 지금은 연준의 금리 인상 영향을 강하게 받는 단기 금리의 상승이 역전을 주도하고 있어 과거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연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3개월물과 18개월물 채권의 금리 격차는 2.29%포인트로 상당히 벌어져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3-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첼시 구단주, 러-우크라 협상 참여뒤 독극물 증세… 수시간 눈멀어”

    비공식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 참여한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측 일부 인사가 협상 직후 심각한 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를 겪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양국 협상을 방해하려는 러시아 강경파의 소행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보도 내용을 대체로 부인해 사실 여부는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WSJ에 따르면 이달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평화협상 직후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루스템 우메로우, 다른 우크라이나 협상단원 한 명이 눈이 충혈되고 눈물을 흘리며 얼굴과 손 피부가 벗겨지는 등의 증세를 보였다. 아브라모비치는 몇 시간 동안 눈이 멀었고 음식 섭취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은 이후 건강 상태가 개선됐으며 생명에도 지장이 없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키이우 협상 즈음 아브라모비치와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아브라모비치가 참석한 협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벌어지는 공식 휴전협상과는 별도로 진행됐다. 아브라모비치는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양측 간 5차 휴전협상 장소 뒤편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건 배경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일부 소식통은 양국 평화협상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 강경론자들이 비밀리에 꾸민 일이라고 주장한다. 연방보안국(FSB)을 비롯한 러시아 정보당국은 오래전부터 반(反)체제 인사나 적국 정치인을 상대로 독극물 테러를 자행해 왔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2004년 우크라이나 친서방 정치인 빅토르 유셴코, 2018년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군 고위 인사 세르게이 스크리팔 등을 독살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조사한 서방 전문가들은 이들 증상이 생화학무기나 전자기 방사선 공격에 의한 것인지 결론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 탐사보도 전문기관 벨링캣의 크리스토 그로제프 수석 조사관은 “살해보다는 경고 의도로 보인다”며 외부 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협상단 일정 때문에 이들의 증상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독일의 한 포렌식 팀도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서 독극물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각국 정부도 독극물 테러설에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들 사고는 독살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중독 당사자로 알려진 우메로우 의원도 “미확인 정보를 신뢰하지 말아 달라”면서 사실상 부인했다. 다만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국영방송에 출연해 “모두가 뉴스와 선정적인 것에 목말라 있다”면서도 “러시아와 협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급적이면 (어느 물체든) 표면도 만지지 말라고 한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아브라모비치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양국 평화협상에 적극 관여해 왔고, 우크라이나 민간인 탈출을 돕는 등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섰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에 대한 제재를 자제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하기도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3-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미스 폭행, 오스카 시상식 가장 추악한 순간”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시상자인 희극인 크리스 록(57)을 폭행한 남우주연상 수상자 윌 스미스(54)에 대한 미 사회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스미스가 수상 소감은 물론 인스타그램 성명을 통해서도 사과했지만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며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AMPAS는 폭력 발생 다음 날인 28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아카데미는 스미스의 행동을 규탄한다. 내규와 캘리포니아 주법(州法) 등에 의거해 추가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스미스가 성추문에 연루된 영화인들처럼 아카데미 회원 자격을 박탈당하는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명 인사의 비판도 잇따랐다. 영화 ‘악마의 씨’ 등으로 유명한 배우 미아 패로(77)는 “오스카의 가장 추악한 순간”이라며 록의 발언은 단순히 농담이었고 희극인인 록이 원래 하는 일이라고 록을 두둔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을 연출한 감독 롭 라이너(75) 또한 스미스가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들먹이면서 폭행을 정당화하려 했다며 “스미스는 록에게 깊이 사과해야 한다. 그의 행동은 어떠한 변명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 프로농구(NBA)의 간판스타 스테픈 커리(34)는 “시상식을 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도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다”며 ‘악마는 네가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 찾아온다’는 격언을 명심하자고 했다. 아카데미 이사회의 흑인 이사인 로저 윌리엄스는 “이 사건이 흑인이 대한 고정관념을 더 강화할 것”이라며 “그래서 내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준다”고 우려했다. 톱스타인 스미스가 전 세계로 생방송되는 자리에서 폭력을 쓰는 바람에 흑인은 폭력적이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의미다. 소셜미디어에도 스미스의 폭력을 패러디한 게시물이 넘쳐나고 있다. 스미스는 27일 록이 탈모 진단을 받고 삭발한 부인 제이다 핑킷 스미스를 언급하며 농담하자 격분해 록의 뺨을 때렸다. 그의 거듭된 사과에도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스미스가 시상식 후 파티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2012년 영화 홍보차 찾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리포터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3-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시간 실명”…평화협상 참여 러 재벌, 독극물 테러 당했나

    비공식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 참여한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측 일부 인사가 협상 직후 심각한 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를 겪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양국 협상을 방해하려는 러시아 강경파 소행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보도를 대체로 부인해 사실 여부는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WSJ에 따르면 이달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평화협상 직후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루스템 우메로프, 다른 우크라이나 협상단원 한 명이 눈이 충혈되고 눈물을 흘리며 얼굴과 손 피부가 벗겨지는 등의 증세를 보였다. 아브라모비치는 몇 시간 동안 눈이 멀었고 음식 섭취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은 이후 건강 상태가 개선됐으며 생명에도 지장이 없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아브라모비치와 만난 적이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아브라모비치가 참여한 협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벌어지는 공식 휴전협상과는 별도로 진행됐다. 사건 배경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일부 소식통은 양국 평화협상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 강경론자들이 비밀리에 꾸민 일이라고 주장한다. 국가보안위원회(KGB)를 비롯한 러시아 정보당국은 오래 전부터 반(反)체제 인사나 적국 정치인을 상대로 독극물 테러를 자행해왔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2004년 우크라이나 친서방 정치인 빅토르 유셴코, 2018년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군 고위 인사 세르게이 스크리팔 등을 독살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조사한 서방 전문가들은 이들 증상이 생화학무기나 전자기 방사선 공격에 의한 것인지 결론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 탐사보도전문기관 벨링캣의 크리스토 그로체프 수석 조사관은 “살해보다는 경고 의도로 보인다”며 외부 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협상단 일정 때문에 이들의 증상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벨링캣은 러시아 야권 정치인이자 현재 러시아에서 수감 중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2020년 신경작용제 중독 사건을 조사했다. 독일의 한 포렌식 팀도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서 독극물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각국 정부도 독극물 테러설에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들 사고는 독살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중독 당사자로 알려진 우메로프 의원도 “미확인 정보를 신뢰하지 말아 달라”면서 사실상 부인했다. 다만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국영방송에 출연해 “모두가 뉴스와 선정적인 것에 목말라 있다”면서도 “러시아와 협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급적이면 (어느 물체든) 표면도 만지지 말라고 한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아브라모비치는 영국과 유럽연합(EU)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양국 평화협상에 적극 관여해왔고, 우크라이나 민간인 탈출을 돕는 등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섰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에 대한 제재를 자제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3-29
    • 좋아요
    • 코멘트
  • 아찔한 우회전… 횡단보도 앞에선 멈춰주세요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 오거리. 흰색 승용차가 시속 50km 이상으로 진입하더니 우회전을 시도했다. 앞에 남성 2명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결국 보행자까지 불과 2∼3m를 남겨두고서야 ‘끽’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다. 하마터면 인명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현행법상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무조건 차량을 멈춰야 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횡단보도 사고가 빈번한 서울 시내 사거리 등 10곳을 점검한 결과 우회전 차량 10대 중 3대가 횡단하는 보행자를 보고도 차를 멈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12일부터는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된다. 횡단보도에선 통행을 기다리는 대기자만 있어도 차량을 일단 세워야 한다. 신호등이 없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선 사람이 없어도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법규조차 안 지켜지는 상황에서 새 규정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라는 전문가들이 상당수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보행자보다 운전자 중심의 교통체계가 작동되고 있다”고 했다. 차량 ‘거친 우회전’에 깜짝… 보행자 벌벌 떠는 횡단보도 보행자 아랑곳 않는 우회전 빈번… 우회전 사망사고 59% 횡단중 발생“녹색불에도 보행자가 눈치 보게돼”… 7월부턴 ‘대기자’ 있으면 멈춰야적색신호땐 대응 규칙도 곧 마련… “보행자 중심으로 인식 전환 절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진입하더니 우회전하면서 곧장 횡단보도로 진입했다. 횡단보도 주변에는 10여 명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운전자는 개의치 않았다. 마침 녹색등이 켜지고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지만 차량은 오히려 속도를 높여 횡단보도를 통과했다. 사거리에는 ‘우회전 시 일단 멈춤’ 권고 표지가 있었다. 반대편에서도 사람들이 건너오고 있었지만 차량의 브레이크등은 끝내 켜지지 않았다. 보행신호가 켜진 걸 보고 건너려다가 멈칫하고 차량이 지나길 기다린 한 남성은 “차가 멈추지 않을 것 같아 발을 떼기가 무서웠다”고 말했다.○ 횡단 보행자 보면서도 버젓이 주행올해 7월 12일부터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기존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만 차량이 정지하면 됐지만 앞으론 횡단보도에 진입하지 않고 ‘통행을 하려는 때’에도 차량을 멈춰야 한다. ‘대기자’가 인도에 서 있어도 일단 차량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횡단보도 사고가 빈번한 서울 종로 성북 강남 동대문 일대 사거리 등 현장 10곳을 둘러보니 ‘보행자 횡단 시 정지’라는 현행 법 규정도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았다. 15일 찾은 중랑구 화랑대역 교차로의 경우 우회전하면 바로 신호 없는 횡단보도가 나온다. 30분 동안 지켜봤는데 보행자가 길을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는 상황에서 차를 멈춘 우회전 차량은 40대 중 단 1대에 불과했다.○ 우회전 사상자 4년간 1만3362명전문가들은 차량이 우회전할 때 사고 위험이 특히 높다고 입을 모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교통사고 보행 사상자 중 우회전 교통사고로 발생한 비율은 2018년 9.6%에서 2020년 10.4%로 증가 추세다. 최근 3년간(2018∼2020년) 우회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는 212명, 부상자는 1만3150명에 달했다. 사망자 절반 이상(59.4%)은 도로 횡단 중 사고를 당했다. 특히 횡단보도 사망자는 94명으로 횡단보도 밖 사망자와 3배 가까이나 됐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양정훈 도로교통공단 사고조사연구원은 “우회전 시 차량이 보도 측에 인접하여 회전하는데 자동차 구조상 사각지대가 발생해 보행자를 인식하기 어렵다”며 “특히 화물차 버스 등 대형 차량의 경우 회전 반경이 크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대형 차량으로 인한 아찔한 순간이 적잖게 목격됐다. 16일 찾은 성북구 하월곡동 종암 사거리에선 보행신호에 한 여성이 길을 건넜는데 흰색 트럭이 그대로 우회전해 횡단보도로 진입했다. 여성은 놀라 그 자리에서 멈췄고 뒤늦게 트럭이 급정거했다. 평소 이곳을 자주 통행한다는 장모 씨(37)는 “이 도로는 항상 무섭다”며 “녹색 신호에도 오히려 보행자들이 눈치를 보며 건너야 한다”고 했다.○ 보행자 중심으로 인식 전환을경찰청은 개정 도로교통법상 ‘통행을 하려는 때’라는 문구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조만간 정할 방침이다.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에서 인도에 대기자가 있고 보행신호가 적색일 때 일시정지를 의무화할지 등 상세한 내용이 조만간 정해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을 계기로 ‘운전자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인식 전환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이미 1950년대에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선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행자 보호 의무가 운전자에게 있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잘 보호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법 개정을 시작으로 보행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꾼다면 사고 감소 등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美, 교차로 우회전때 ‘일단 정지후 보행자 확인’이 기본 교차로서 직진車-보행자에 우선권… 전방 빨간불땐 우회전 금지한 곳도‘방향 반대’ 日, 좌회전 규정 엄격… ‘직진 신호때만 천천히’ 습관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주재원으로 파견 나온 A 씨는 미국 입국 직후 운전을 하다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교차로에서 차를 멈추지 않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린 것이 화근이었다. 슬금슬금 우회전을 하려는데 오른편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멈춰 서더니 정색을 하고 ‘뭐 하는 거냐’고 소리쳤다. 보행자와 스치지도 않았지만 마치 큰 사고를 낸 것처럼 질책을 당했다. A 씨는 그 후 미국에서 어디를 가도 일단 교차로에서는 정지하고 주위를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미국은 각 주마다 교통 규칙이 다르다. 우회전할 때 지켜야 할 규칙도 조금씩 다른 데, 대체적으로 보면 한국보다 교차로 우회전에 제약이 많은 편이다. 뉴욕주의 경우 교차로에서 직진 신호가 빨간불이고 따로 우회전 신호가 없을 때는, 일단 차를 교차로에서 멈추고 왼쪽에서 오는 차량 및 횡단보도 보행자에게 우선권을 양보한 뒤에야 천천히 우회전을 할 수 있다. 만일 ‘NO TURN ON RED’(빨간불에 회전 금지)라는 표지판이 있다면 반드시 파란불에만 우회전이 가능하다. 특히 차량 통행이 많은 뉴욕시 안에선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전방 빨간불에서 우회전하면 안 된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전방 빨간불에 우회전하려면 일단 오른쪽 차선에 붙은 뒤 교차로에서 반드시 정지해야 한다. 보행자나 자전거, 다른 차량들이 모두 지나간 뒤에야 천천히 우회전을 할 수 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의 경우 ‘STOP’(정지) 표지판에 따라 무조건 일단 정지해야 한다. 가장 먼저 교차로에 도착해 정지한 차량에게 우선권이 있다. STOP 표지판 앞 정지는 미국 어디서나 지켜야 하고, 운전자 사이에서도 체화돼 있다. 일본은 한국 미국과 주행 방향이 반대라 한국의 우회전은 일본에선 좌회전에 해당한다. 일본에선 직진 신호가 들어와야 좌회전을 할 수 있고, 빨간불일 때는 좌회전을 하면 안 된다. 일본 도로교통법 34조는 ‘좌회전 시 미리 도로 왼쪽 끝에 붙어서 가능한 한 도로 왼쪽 끝을 따라 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좌회전할 때 운전자들이 보행자를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것도 한국과의 차이다. 10일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동안 도쿄 주오구 쓰키지의 교차로에서 차량의 좌회전 상황을 점검해봤다. 차량 153대가 좌회전을 했는데, 모든 차량이 왼쪽 끝 차선으로 이동해 차례대로 좌회전을 했다. 왼쪽 끝이 아닌 차선에서 급하게 좌회전을 하거나, 차량 두 대가 동시에 좌회전을 한 경우는 없었다. 횡단보도에 한 발짝이라도 내디딘 사람이 있으면 차량 대부분은 일단 정지했고,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벗어난 다음에야 움직였다.특별취재팀▽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이기욱(사회부) 기자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lovesong@donga.com특별취재팀}

    • 2022-03-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中-러 반대에… 안보리 ‘北 ICBM 도발’ 규탄성명 무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응해 5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공개회의를 열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 제재는 물론 규탄 언론성명 채택조차 무산됐다. 중-러의 거부권 행사로 북한 도발,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제 현안에 안보리가 힘을 못 쓰는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안보리는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문제 논의를 위한 공개회의와 비공개회의를 잇달아 열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미국은 대북 제재를 업데이트하고 강화해야 한다”면서 안보리가 2017년 채택한 2397호 대북 제재 결의안을 언급했다. 이 결의안은 북한이 ICBM을 또다시 발사하면 ‘트리거(방아쇠)’ 조항에 따라 현재 각각 연 400만 배럴, 50만 배럴로 설정된 대북 원유 및 정제유 공급량 상한선을 더 줄일 수 있게 규정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당시 안보리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한다고 결정했다”면서 “지금 정확히 그 일이 벌어졌고, 이에 따라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조현 한국 대사도 “한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석한 15개 안보리 이사국(상임 5개국) 중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감싸고돌았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당사국들은 제재 조항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대신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제재 강화를 반대했다. 러시아 대표도 “제재 강화는 북한 주민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3-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이든 “독재자 푸틴, 권좌에 계속 남을 수 없어”… 퇴진 촉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퇴진이나 축출 촉구를 시사하는 초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러시아는 바이든 대통령을 “바이든 씨”라고 부르며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는 또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접경 폴란드를 방문한 26일(현지 시간)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6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최전선이다. ○ 바이든 “러, 민주주의 숨통 졸라” 이날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사람(푸틴)은 권좌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로 칭하며 “자유세계가 러시아의 침략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연설 맨 마지막에 나왔다. 다만 미 백악관 측은 발언 직후 “준비된 원고에 없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인접국에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었지 러시아 정권 교체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7일 “러시아 정권 교체 전략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가 자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숨통을 조르고 있다”며 “우리는 민주주의와 독재, 자유와 억압, 법치와 폭력적 통치 간 거대한 싸움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다른 회원국이 자동 개입한다’는 나토 헌장 5조를 거론하며 회원국 간의 집단방위 약속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푸틴은 나토를 분열시키고 동유럽을 서방과 분리시킬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미군이 개입해 전투에 나설 의사는 없음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과 만난 뒤 ‘난민들을 지켜볼 때 푸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는 학살자(butcher)”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우크라이나 ‘2+2’ 외교·국방장관 회의에도 참석해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상황 등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1989년 발생한 중국 톈안먼 사태에 비유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80km 떨어진 폴란드 미군부대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대(對)러시아 저항 의지를 높이 사면서 이를 ‘30세 여성이 탱크 앞에서 소총을 들고 서 있는 것’에 비유했다. 이어 “톈안먼 광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얘기한다면, 이는 그 사건의 제곱”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솔직히 그는 전범”이라고도 했다. 나흘 일정으로 유럽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잇달아 참석했다.○ 러, 폴란드 코앞 미사일 폭격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푸틴 대통령 축출 시사 발언에 대해 “이는 바이든 씨(Mr. Biden)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러시아연방 국민의 선택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또 러시아군은 26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 계속 폭격을 퍼부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바르샤바 연설 직전에 로켓 네 발이 르비우 외곽에 떨어졌다.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는 로켓들이 연료 저장시설과 군사시설을 타격하면서 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르비우가 러시아 군의 주요 공습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외신은 전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3-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이든 “푸틴, 권좌에 남을 수 없어” 축출 시사…러, 폴란드 코앞 폭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퇴진이나 축출 촉구를 시사하는 초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러시아는 바이든 대통령을 “바이든 씨”라고 부르며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는 또 바이든 우크라이나 접경 폴란드를 방문한 26일(현지 시간)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60㎞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최전선이다. ●바이든, 푸틴 축출 시사 발언 이날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사람(푸틴)은 권좌에 계속 남아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로 칭하며 “자유세계가 러시아의 침략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연설 맨 마지막에 나왔다. 다만 미 백악관 측은 발언 직후 “준비된 원고에 없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인접국에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었지 러시아 정권 교체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나토의 영토에 1인치도 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말라”며 그럴 경우 나토 회원국이 힘을 합쳐 방어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다른 회원국이 자동 개입한다’는 나토 헌장 5조를 거론하며 회원국 간의 집단방위 약속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이 조항을 신성한 약속으로 간주한다”며 “회원국들은 절대적으로 단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푸틴은 나토를 분열시키고 동유럽을 서방과 분리시킬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은 러시아 군과 대립하기 위해 유럽에 머무는 게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에 미군이 개입해 전투에 나설 의사는 없음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피난민들과 만난 뒤 ‘난민들을 지켜볼 때 푸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는 학살자(butcher)”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우크라이나 ‘2+2’ 외교·국방 장관 회담에도 참석해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상황 등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1989년 발생한 중국 톈안먼 사태에 비유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80km 떨어진 폴란드 미군부대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대(對)러시아 저항 의지를 높이 사면서 이를 ‘30세 여성이 탱크 앞에서 소총을 들고 서 있는 것’에 비유했다. 이어 “톈안먼 광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얘기한다면, 이는 그 사건의 제곱”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솔직히 그는 전범”이라고도 했다. 나흘 일정으로 유럽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잇달아 참석했다.●러, 폴란드 코앞 미사일 폭격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푸틴 대통령 축출 시사 발언에 대해 “이는 바이든 씨(Mr. Biden)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러시아연방 국민의 선택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또 러시아군은 26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 계속 폭격을 퍼부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바르샤바 연설 직전에 로켓 네 발이 르비우 외곽에 떨어졌다.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는 로켓들이 연료 저장시설과 군사시설을 타격하면서 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르비우가 러시아 군의 주요 공습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외신은 전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3-27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