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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비평과 지역감정, 강남좌파, 안철수 현상 등에 대해 종횡무진 글쓰기로 주목을 받아온 강준만 교수(전북대). 하여간 발 빠르다. 그는 갑을관계의 출발을 뿌리 깊은 관존민비(官尊民卑)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은 브로커와 선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사건들을 다뤘다. 낯익은 내용이 많지만 선물을 중심으로 갑을관계를 들춰본 장은 흥미롭다. 그의 해법은 무엇일까. 인터넷과 손잡은 ‘을의 반란’ 사례를 제시한다. 하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야구로 치면 빠른 발로 살아나갔지만 득점에는 실패한 듯하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최연소 아빠스(abbas)가 탄생했다. 울릉도 출신 최초의 아빠스이기도 하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22일 박현동 신부(43)가 신임 수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아빠스는 베네딕도회 규칙서를 따르는 수도회 수장에 대한 칭호이자 직함. 동방 수도원에서 수도자들이 지도자이자 영적 스승을 ‘아빠(abba)’라고 부른 데서 유래됐다. 왜관수도원에 따르면 전임 이형우 아빠스(67)가 4월 사임함에 따라 6, 7일 새 수도원장 선출 투표를 실시해 박 신부를 제5대 아빠스로 선출했다. 임기는 종신직으로 결정됐다. 천주교주교회의는 “40대 초반의 아빠스가 선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박 아빠스는 울릉도 출신으로 국내 최고위 성직자가 됐다. 울릉도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뒤 대구고와 경북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왜관수도원에 입회해 2001년 종신서원했으며 그해 10월 사제품을 받았다. 2006년 로마로 유학해 교황청립 라테라노대에서 교회론을 전공하고 교황청 시성성 시복시성 청원인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박 아빠스는 선출된 직후 “하느님께서 오늘 부족한 이 종을 놀라게 하셨다”면서 “형제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수도원이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모든 분들이 함께 ‘새로운 노래’를 부르며 주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수도원은 전했다. 박 아빠스를 위한 축복식은 다음 달 20일 왜관수도원 대성당에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열린다. 박 아빠스의 사목표어는 ‘주님께 새로운 노래를’로 잠정 결정됐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제9본사인 대구 동화사는 최근 몇 년간 종단 안팎의 이슈 메이커가 됐다. 2012년 한 탈북자가 “동화사 대웅전에 금괴 40kg이 묻혀 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동화사는 때 아닌 ‘금괴 소동’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원(講院) 율원(律院) 선원(禪院)을 갖춘 총림(叢林)으로 지정됐고 최근 조실이던 종정 진제 스님을 방장으로 추대하는 경사를 맞았다. 주지 성문 스님은 동화사 주지 출신인 서의현 전 총무원장(77)의 사면을 주장해 파란이 일기도 했다. 멸빈(滅빈·영원히 승단에서 추방) 당한 서 전 총무원장의 사면은 종단의 ‘금기’였다. 21일 동화사가 주최하는 약사여래(藥師如來)에 관한 학술대회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성문 스님의 얘기를 들었다. ―동화사 금괴는 잘 있나. “하하, 잘 모르겠다.” ―정말 대웅전 지하에 있는 건가. “글쎄? 한동안 어디 가나 금괴 얘기를 묻는 통에 피곤했다. 금괴가 있다고 주장한 분이 (금괴가) 사라질 수 있다며 절 뒤에 한동안 텐트를 치고 살았다. 그래서 스님들이 조를 짜서 그분과 함께 경비를 서기도 했다.” ―발굴은 안 하나. “그분이 금괴를 찾으면 절에 일부를 시주하겠다고 했지만 그런 합의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대웅전의 안전 문제도 있고, 발굴 뒤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금 얘기라 기분 나쁜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총림 지정과 방장 스님 추대, 동화사에 좋은 일이 많다. “신도 수가 많은 경북에 총림이 하나도 없었다. 동화사 규모로 보면 총림 지정이 늦은 감도 있다. 방장 스님을 모셔 앞으로 절집의 체계가 제대로 갖춰질 것으로 생각한다.” ―약사여래 신앙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데…. “약사여래는 치유와 통합의 상징으로 중생의 병을 고쳐준다고 여겨지는 부처님이다. 대표적 약사여래불이 바로 동화사 통일약사여래대불과 팔공산 갓바위다.” ―굳이 학술대회까지…? “2011년 종정 스님을 모시고 미국 컬럼비아대를 방문해 그곳 학자들과 얘기하다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약사여래 신앙은 동아시아 불교전통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연구 성과가 없다.” 29, 30일 동화사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는 버나드 포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해 국내외 학자 17명이 참석한다. 성문 스님은 “포 교수가 ‘금괴 잘 있느냐’고 묻더라. 동화사 금괴에 대한 관심이 국제적인 수준이다”며 웃었다. ―의현 전 총무원장을 이제는 용서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났고 잘잘못을 떠나 징계 과정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법규위원회 차원이 아니라 종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년간 참회했고 나이도 많이 드셨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비무장지대(DMZ)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주한 외국여성들의 ‘아리랑’ 합창이 울려 퍼진다. 국제평화축제 조직위원회(상임대표 백도웅 목사)는 25, 26일 강원 고성군 일대에서 ‘DMZ 60년, 세계평화 생태탐방 축제’를 연다. 이 행사는 6·25전쟁 정전 60년을 기념해 한반도 평화와 DMZ 생태계 복원을 촉구하기 위해 기획됐다. 주한 외교사절과 외국기업 임직원 부인들로 구성된 서울국제여성협회(SIWA) 회원 40여 명은 25일 오후 2시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아리랑’ ‘고향의 봄’ ‘그리운 금강산’ 등을 부르는 음악 공연을 개최한다. 이들은 DMZ 철책 근무를 서는 장병 200여 명에게 밥차 봉사를 통해 음식도 제공한다.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했던 테리 하트먼 SIWA 회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념은 달라도 남북의 젊은 병사들은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모두 똑같이 소중한 아들”이라며 “우리의 합창과 작은 노력이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한 터키대사의 부인 굴덴 사리바스 씨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어머니들의 간절한 바람이 세계인의 마음에도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등 각 종단 지도자들도 25일 한반도 평화선언문을 발표한다. 이들은 미리 배포한 선언문에서 “남북의 지도자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특정 종교의 상징물이라는 이유로 설치가 거부됐던 경주 감은사지 3층 석탑 모양의 전통 등(燈)이 16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밀레니엄홀에 설치돼 23일까지 불을 밝히게 됐다. 조계종에 따르면 최홍열 인천국제공항공사 본부장이 16일 오후 조계사를 찾아 그간의 과정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힌 뒤 전통 등 설치를 허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따라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전통 등 2개를 설치해 불을 밝혔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이 17일 전국 사찰 2만여 곳에서 봉행됐다. 이날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법요식에는 스님과 불교 신도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과 원로회의 의장 밀운 스님,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종단 대표자와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등 이웃 종교 대표도 자리했다. 진제 스님은 법어에서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려면 일체중생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아끼는 한편 일상 속에서 ‘참 나’를 찾아야 한다”며 “참선을 생활화해 인류의 정신문화를 선도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일등국가, 일등국민이 되자”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봉축사에서 “농민이 논밭에서 호미와 괭이를 잡는 세상을, 빈민과 노동자가 거리에 나앉는 일이 없는 세상을, 청년들이 냉혹한 삶의 전쟁터에서 불안에 떠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에 국정 지도자, 지식인, 종교인 모두가 힘을 모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신 읽은 봉축 메시지에서 “부처님은 왕자의 지위와 세속의 권력을 버리고 고행과 구도의 길을 걸어 온 인류에 행복한 삶을 열어주셨다”면서 “저와 정부도 자타불이(自他不二)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갈등을 치유하고 상생의 길을 열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요식에는 불심(佛心)을 의식한 듯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박원순 서울시장,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인 남은혜 명창(사진)이 18일 오후 3시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공주아리랑보존회 주관으로 ‘아리랑 한마당’ 공연을 갖는다. 아리랑 연구가 김연갑 씨의 진행으로 충청 민요인 공주아리랑을 비롯해 정선아리랑 북간도아리랑 등 다양한 가락을 들려준다. 02-3704-3110■서울재즈페스티벌이 17, 1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다. 해외 뮤지션으로 램지 루이스, 일렉트릭밴드, 데이미언 라이스, 미카 등이 출연하고, 국내 가수로는 10cm, 스윗소로우 등이 나온다. 02-563-0595}

“나마계고춘 흑우와사수(癩馬繫枯椿 黑牛臥死水). 병든 말이 말라비틀어진 담쟁이덩굴에 묶여 있고, 검은 소가 썩은 물 속에 누워 있어. 요즘 우리 정치와 종교가 그 꼴이야.” 설악산 신흥사의 큰 어른인 조실(祖室)이자 시인, 문화예술계의 후원자로 널리 알려진 오현 스님(81·사진). 부처님오신날(17일)을 앞두고 14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난 스님은 원나라 청무 선사의 말을 빌려 “원래 무기력한 상태를 가리키지. 그렇지만 요즘 헛된 권력이나 힘을 좇는 자들에게도 꼭 들어맞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스님과의 약속은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밥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메모도 할 수 없어 귀만 쫑긋 세우고 들은 스님의 ‘즉석 법문’은 불교계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휘감으며 거침없이 흘렀다. ―곧 부처님오신날입니다. 그 의미는 무엇입니까. “간단하지. 스님과 불자들 모두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날이지. 부모는 부모 노릇을, 스승과 제자는 그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 함께 반성하는 날이지. 이렇게 보면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모두 함께 뒤를 돌아보면 되지.” ―요즘 종교인들이 더 욕을 많이 먹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 종교인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현실은 그들 스스로 물질화되고 외형적인 성공만을 추구하기 때문이야. 먹을 게 없으면 깨끗해져. 가난한 집 제사는 우애 있게 지내도 부잣집 제사는 싸움 나잖아.” ―지난해 동안거 해제 법문에서는 ‘절집에 부처가 없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이지. 부처님 삶도 그렇잖아. 평생 먼지 나고 시끄러운 중생 곁에 계셨잖아. 그런데 어떻게 깨달음이 공기 좋은 절집, 산속에 있겠어.(웃음)” ―한동안 법문을 안 하셨는데요. “내가 (법상에) 올라가면 꼭 ‘사고’가 나서. 입바른 소리를 해서 그렇지. 이렇게 저렇게 두루뭉술하게 덕담 하고 경전 구절도 읊으면 되는데 그걸 못 해. 억지로 말하기도 싫고 재미없어서 안 하게 됐어.” 스님 주변에는 유난히 사람이 많이 모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한화갑 박지원 손학규 김진선 주호영 등 정치인은 물론이고 고은 신경림 신달자 오세영 시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등등. 좌우라는 이념도 상관없고, 분야도 다양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종교는 기독교(개신교)이지만 오현 스님을 존경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 “아버지 보고 배운 朴대통령… 너무 과거에 사로잡혀 있어” ▼―사람이 모이는 이유가 뭡니까. “글쎄, 모르겠어. 그 얘긴 하지 말자. 솔직히 요즘 좀 사람이 싫어졌어. 허허.” ―공들여 운영해 온 만해마을을 얼마 전 동국대에 통째로 기부하셨는데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좀 알려져 만해마을과 만해축전이 돈이 되는 것 같았어. 어디가 제일 운영을 잘할까 생각하다 그래도 학교가 낫겠다 싶어 기부했어. 절집에 돈이 꼬이면 안 돼. 나 죽은 뒤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섭섭해하는 상좌(제자)도 있겠습니다. “없어. 섭섭해하면 그게 중인가.” ―최근 윤창중 씨 (성추행 의혹) 사건이 언론의 주요 뉴스입니다. “내가 정치를 잘은 모르지만 (윤창중은) 재주는 있지만 살아 온 게 심했어. 독한 말로 남을 짓밟으면서 성공해 진실성이 없어 보였어. 임제록에 ‘금가루가 귀하긴 해도 눈에 들어가면 독이 된다’고 했어. 분수에 맞는 처신을 해야지. 토정 선생도 이런 말을 했어. ‘능히 벼슬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안 하는 것이 천금이다.’ 최하는 능력이 안 되는데 억지로 하는 거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중인 나도 스마트폰도 쓰고, 세상 바뀐 걸 알고 있어. 이때다 싶으면 벌써 저만치 가고 있는 게 요즘 세상이야. 그런데 박 대통령은 아직 아버지 밑에서 보고 배운 과거에 너무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 대통령이 스스로 앞장서 변해야 세상 사람들이 편해지는데….” ―정치판은 어떻습니까. “사촌이 논 사도 배 아파하지 마라, 이런 마음이면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돼. 내 허물은 안 보거나 줄이고, 남의 허물은 작은 것도 찾아서 키우니 맨날 싸움질이지.” ―불교가 어렵다는 이가 많습니다. “그거 아나? 부처님 법문은 우리 속담에 다 있어. 내가 보기에 팔만대장경을 몇 마디로 요약하면 ‘남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하지 마라’ ‘사람 차별하지 마라’ 이거 아니겠나. 얼마나 훌륭한 말이야. 이렇게 살면 세상 잘 돌아간다. 경전 밤낮 달달 외워서 얻어지는 게 깨달음이라면 천지에 깨달은 자들이야. 그럼 세상이 이 꼴이겠나?” ―나이든 스님 뵐 때마다 궁금했는데, 그냥 묻겠습니다. 스님은 깨달으셨나요. “나는 가짜 중이야. 개인적으로는 도(道)도 깨달음도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얘기하면 몇 놈 죽자고 달려들 거다. 잘 써라. 서부영화 보면 카우보이가 황금을 평생 찾다 결국 못 찾고 죽잖아. 깨달음이란 게 그런 것 아닐까. 내게 이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좋은 날은 죽는 날이야.” ―부처님이 바라는 세상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습니까. “남편을, 아내를, 직장 상사를, 동료를 부처님이다 이렇게 여기면 되지. 꼭 절에 가서 절하고 보시하고 이래야 하는 게 아니야.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을 부처님으로 생각하고 공들이고 눈물 나지 않게 하면 되는 거지. 이게 사람들이 태어난 목적 아니겠나. 이걸 잊으면 안 돼. 또 경전은 여행을 위한 일종의 안내서나 가이드북이야. 깨달음 자체와 경전 자구에 집착하면 사람이 구속돼.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야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난 윤회라는 게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윤회를 받는다고 생각해. 그러니 살아 있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중요한 거지. 일일일야 만사만생(一日一夜 萬死萬生), 하루 사이에 만 번 죽고 만 번 사니,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겠어.”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정주영 책 한번 봐라. 정주영이 도망가니까 아버지가 쫓아가 잡았는데도 그 뜻을 꺾지 못하잖아. 그때 정주영이 ‘예’ 하고 아버지 뜻대로 살았으면 나중에 천하의 정주영이 됐겠나. 부처도 처자식 버리고 가출하잖아. 봐라, 김 기자야, 아들이 네 뜻대로 살면 잘해 봐야 잘난 기자밖에 더 하겠나.(웃음)” 그러면서 스님은 말을 보탰다. “30여 년 전 내가 미국 구경 갔다 돈 떨어져 식당에서 접시를 닦았어. 근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다니는 여학생이 우연히 부자인 아버지와 마주치는 것을 봤어. 짧은 영어로 ‘부자인데 왜 딸을 안 돕느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그 아버지가 ‘사람은 돈 버는 재미로 사는데, 그걸 뺏으면 딸은 어떻게 사느냐’는 거지. 그리고 자기 돈은 학교나 교회, 단체에 기부하면 된다고 하더라. 귀한 자식이면 세상 공부를 시키면서 기다려야지.” 스님은 만난 지 2시간 반가량이 지나서야 “나도 한때 인터뷰나 대중 법문을 좋아할 때도 있었어. 근데 20년 전에 ‘졸업’했다”면서도 마지못한 듯 “그래,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자”고 말했다. 사람들은 스님에게 와서 한결같이 길을 묻고, 다시 길을 떠난다. 3시간의 짧은 만남은 그 이유를 알려줬다. 스님과 오랜 인연을 맺어 온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의 말이다. “스님이야 솔직하고 거침이 없는, 이른바 ‘중물’이 제대로 들었죠. 어느 때는 법(法·말)으로 돕고, 명분이 있다면 주머니를 탈탈 털어 도우니 사람이 안 모일 수 없죠.”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부처님오신날(17일)을 앞둔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때 아닌 항의의 목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즘 도심을 밝히고 있는 전통등(燈) 설치를 둘러싼 조계종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갈등 때문이다. 스님과 신도 200여 명은 이날 국제청사 3층에서 ‘종교편향 각성 촉구 법회’를 열었다. 이들은 “1300여 년 전통의 연등회 전통등 설치를 거부한 것은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기회를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고, 전통문화와 불교에 대한 종교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은 거리 연등이 아니라 석탑이나 동자승 형태의 대형 전통등을 여객터미널 밀레니엄 홀에 설치할 수 있느냐다. 연등회 보존위원회는 4월 중요무형문화재 122호인 ‘연등회’가 세계적인 전통등 축제인 만큼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 국보 제112호인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전통 한지로 제작한 전통등을 설치할 것을 공사에 요청한 바 있다. 이에 공사 측은 전통등 설치는 공항 운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규정상 허용할 수 없고, 여객터미널 바깥 지역에 설치할 경우 협조하겠다”고 답변했다. 공사 홍보팀은 “이번에 전통등을 설치하면 다른 종교단체의 요청도 받아들여야 한다”며 “조계종이 주장하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입주 업체들이 홍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계종은 “2010년 같은 장소에서 전통등을 전시한 전례가 있고 종단에 앞서 문화재보호재단이 전통등 설치를 요청했다”며 “트리 점등식 행사에 공사 사장이 참석한 적도 있어 명백한 종교 편향”이라고 밝혔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축사(畜舍)를 고쳐 교회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보기 딱했어요.”(서울女) “유학 가면 뭐 합니까. 좋은 남편 만나 결혼하는 게 최고죠.”(충청男) “농사야 (그러리라) 예측했는데, 공사를 10년 넘게 할 줄이야….”(서울女) “그때는 한 3년 공사하면 끝날 줄 알았죠.”(충청男) 자동차로 충남 천안군 목천 나들목을 빠져나와 10여 분 가자 어사 박문수의 묘가 있다는 야트막한 은석산이 나왔다. 2km 남짓 이어지는 벚꽃 터널 옆으로 병천천이 졸졸 흐른다. 반대편 야산으로 방향을 틀자 ‘단비교회’ 표지석이 나왔다. 기와를 색색으로 물들인 2층 한옥교회다. 교회라는데, 십자가도 없다. 1992년 8월 9일로 돌아가자. 서울 여자와 충청 남자는 이 ‘교회 같지 않은 교회’에서 무슨 일을 시작한 걸까. 그날 교회라기보다는 축사에 가까웠던 교회에서 창립 예배가 열렸다. 참석자는 당시 스물일곱 동갑내기 정훈영 목사(48)와 여자 동창생, 그리고 서울에서 온 동창생의 친구 이애경 씨였다. 미술 유학을 꿈꾸던 이 씨는 첫 예배 뒤 이 교회를 이따금 찾았다. 그냥 두면 ‘사람 하나 잡겠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아니면 누추하지만 가슴을 가득 채우는 마음의 평안 때문인지 모를 일이었다. 1993년 11월 13일 이 교회에서 정 목사와 이 씨가 결혼했다. 지금도 논과 밭 합쳐 1만6500여 m²의 농사를 짓고 있지만 남편은 목사라기보다는 농부에 가까웠다. 이 씨 역시 도시의 고상한 ‘목사 사모님’보다는 농사일 거들고, 새참 나르는 촌부가 됐다. 부부가 시골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축사 교회가 들어서 있던 땅 주인이 땅을 매물로 내놔 교회도 허물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그때 정 목사가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아니, 그때까지는 어느 정도일 줄 알 수 없었다. 빚을 내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땅을 사들인 뒤 2002년 교회 기초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건축은 몇 개월에 뚝딱 한 채 짓는 그런 식이 아니었다. 황토 다루는 일과 목수 일을 손수 배운 정 목사가 어쩌다 여윳돈 생기면 서까래 하나 세우고, 농사 잘되면 지붕 얹는 식이었다. 충청도 고집의 소걸음(牛步)이었다. “교회가 농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죠. 정신뿐 아니라 모양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니 결론은 한옥교회였어요.”(정 목사) “상의는 했다지만 사실 통보였죠. 나무값에 인건비는? 이런저런 계산이 없어요.”(이 씨) 공사 시작한 지 9년 만인 2011년 10월 입당 예배를 가졌다. 100여 평 한옥에 알록달록 가을단풍 닮은 기와를 얹었다. 그사이 예배는 비닐하우스, 살림은 세 아이와 컨테이너에서 해결했다. 4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낸 이 씨 시어머니도 가족의 간병을 받다 세상을 떴다. 단비교회의 공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다락방 창틀과 미장, 한쪽 공간을 지역 주민을 위한 도서관으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얼마 전 출간한 책 ‘단비교회 이야기’ 표지에 실린 지붕은 철 이른 단풍처럼 고왔다. 이들에게 짧지 않은 20여 년은 어떤 의미일까. “집은 사람을 닮는다고 하죠. 교회는 우리 부부뿐 아니라 동네사람 모두 함께 짓고 있는 겁니다. 이 공간이 자연과 어우러진 회복의 단비가 되기를 바랍니다.”(정 목사) “목회자에 일꾼, 농사꾼까지 세 사람과 결혼한 셈이죠, 호호.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돌아가도 느린 사람은 못 이기는 것 같아요.”(이 씨)천안=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천도교가 3·1운동 때 큰일 했다며 얘기하는 것, 이제 그만둬야 합니다. 우리 할머니 ‘미아리 국밥집’이 최고라면서도 스테이크 먹기 바빠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는데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총부에서 만난 박남수 천도교 교령(70)은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대뜸 “교조들과 국민들께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천도교를 대표하는 제55대 교령에 오른 그의 취임사에는 “주변에서 천도교 걱정하는 뜻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도 들어 있었다. 1860년 수운 최제우가 창도한 동학은 1905년 3대 교조 의암 손병희에 의해 천도교로 개칭됐다. 박 교령의 인터뷰는 취임 후 처음이다. ―주변의 걱정은 무엇인가. “천도교가 과거 위상을 못 찾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느냐. 천도교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 ―어떻게 천도교를 이끌 생각인가. “취임식에서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먼저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했는데 옛날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수운-해월(최시형)-의암의 가르침과 기본 정신은 유지하되 시대에 맞는 규범과 제도를 갖추자는 것이다. 계절이 바뀌었는데 옷을 못 갈아입으면 세상에 뒤처질 뿐이다.” ―소통과 미래도 얘기했다. “그렇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 이러면 으뜸이라는 ‘마루 종(宗)’을 쓸 자격이 없다.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미래라는 화두는 희망과 삶의 진정한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돼야 한다. 가수 싸이를 비롯한 한류가 대표적인 한국문화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관용과 공존 같은 우리 종교의 정신문화야말로 세계에 알려야 할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미안한 얘기지만 동학은 알아도 천도교는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께서 생전에 ‘모두가 내 탓이오’라고 했다. 천도교에도 모든 것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향아설(向我設)이 있다. 모든 길흉화복과 문제가 나의 내부로부터 나온 것이다.” ―천도교의 핵심은 무엇인가. “인내천(人乃天·사람이 곧 하늘이다)과 사인여천(事人如天·사람을 하늘처럼 섬긴다). 이보다 훌륭한 진리가 있겠나. 종교학자 누구도 천도교의 교리가 부족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는 거침이 없고 솔직했다. 선대의 훌륭한 가르침을 제대로 전파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 이렇게 덧붙였다. “물고기와 물의 관계를 보자. 물고기가 스스로 숨을 쉬기 때문에 사는 것일까? 물이 없다면 물고기가 살 수 있나? 그렇다면 생명은 물고기에만 있는 게 아니라 물과 함께 있는 것이다. 바로 한울님의 기운이 있기에 모든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다.” ―역사 속의 천도교는 큰 역할을 해왔다. “천도교는 조선 후기에는 일제와 맞서고,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에 앞장서며 순교가 아니라 순국을 해 왔다. 갑오년(1894년)과 3·1운동 때 약 3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때 남에 100만, 북에 200만 명의 교도가 있었지만 일제의 탄압과 분단, 서구화로 교세가 급격히 약화됐다.” ―지금 교세는 어떤가. “20만, 30만 명을 얘기하지만 열성적인 교도는 10만 정도로 본다. 때가 있다. 해월이 이름을 최경상(崔慶翔)에서 최시형(崔時亨)으로 바꾼 것은 어떤 변화든 때(時)와 짝을 이뤄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통일된 한국에서 무엇을 갖고 살아가겠나. 서양종교? 아니다. 북한 김일성대학에서는 천도교를 민족종교로 교육하고 있다. 어린아이처럼 겸손하게 미래를 준비하면 다시 천도교의 길이 열릴 것이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사진)은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17일)을 앞두고 1일 법어를 발표했다. 스님은 법어에서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려면 일체중생들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아끼는 한편 일상 속에서 ‘참 나’를 찾아야 한다”며 “참선을 생활화해 인류의 정신문화를 선도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일등국가, 일등국민이 되자”고 말했다. 대한불교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도 이날 “당신은 그대로 세상의 주인공이니 물질과 명예에 그 자리를 양보하지 말라”며 “가야 할 길이 열렸으니 주저하지 말고 용기 있게 나아가라”고 밝혔다.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은 “인류가 하나의 자유공동체로 살아가는 무위자연의 세상을 이루고자 했던 부처님 뜻을 받들어 그릇된 욕망을 모두 버리고 타인과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대한불교진각종의 최고 어른인 총인(總印) 성초 정사는 “첨단 과학기술이 미증유의 세상을 열어가고 물질문명이 베푸는 풍요의 세상에서 오늘도 깊은 시름 소리는 끝이 없지만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청량제로 맑게 녹여 가자”고 밝혔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혜민, 정목, 마가, 법륜 스님 등 불교계를 대표하는 ‘힐링’의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는 부처님오신날(17일)을 맞아 27∼30일 오전 11시 대웅전 앞 특설무대에서 ‘힐링 멘토들과 함께하는 행복여행’이란 행사를 개최한다. 첫 주자는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잘 알려진 혜민 스님. 내면의 상처를 딛고 참다운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28일에는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의 저자이자 명상 및 마음공부를 주제로 한 인터넷방송 ‘유나’ 진행자인 정목 스님이 법석에 올라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마음공부법을 소개한다. 29일에는 사단법인 자비명상 대표이자 한국마음치유협회장인 마가 스님이 불교수행법이 접목된 마음수행을 주제로 법문을 한다. 마지막 30일에는 지난해 ‘즉문즉설’ 300회 강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이 법석에 올라 지혜롭게 사는 법을 들려준다.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힐링 열풍의 원인과 과제를 점검하는 세미나도 27일 오후 2시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다. 명상상담연구원장인 인경 스님은 불교명상을 활용한 심리치료 사례를 발표한다. 02-735-2183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국내 주요 종단과 단체가 참여하는 ‘2013 이웃종교화합주간’ 행사가 9일부터 시작된다. 이날 서울 중구 퇴계로 세종호텔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는 이오은 세계종교인평화회의(WCRP) 공동의장 등이 종교 간 대화와 평화를 주제로 발표한다. 6월 27일에는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종교인 대동한마당이 열린다. ‘이웃종교 스테이’는 7월 5일부터 9월 1일까지 각 종단의 성지 또는 종교시설에서 2박 3일 동안 머물면서 다른 종교를 체험하게 된다. 참가자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홈페이지에서 추첨으로 선발된다.}

“아기 젖 떼는 느낌이었죠. 젖 뗄 때 엄마가 아이를 그냥 밀쳐내고 싶어 그러는 게 아니라 불안하면서도 아이를 위해 그러는 거 아닙니까.” 박조준 목사(79)는 2003년 자신이 개척한 갈보리교회(경기 성남시 분당구) 담임목사 직에서 물러날 때의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이·취임식 다음 날인 그해 1월 6일 그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에 앞서 몇 개월 전 그는 당시 개신교 풍토에서는 드물게 조기 은퇴를 전격 선언했고, 이필재 목사가 후임 목사로 결정됐다. 그 과정이 너무 빨라 신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를) 버리고 가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지도력개발원을 통해 목회자 교육에 주력하다 최근 귀국한 박 목사를 22일 만났다. 그는 부인이 향수병에 걸렸을 때 한 해 한두 차례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여러 차례 갈보리교회의 요청이 있었지만 축도를 한 것을 빼면 일절 설교도 하지 않았다. ‘귀양 아닌 귀양’ 10년이었다. “한국에서는 묘하게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관계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랑 비슷해요. 갈등과 오해로 고통 받는 교회가 너무 많아요. 은퇴를 결정하면서 후임 목사와 교회 안정을 위해 하루라도 일찍 떠났고, 그 뒤에도 제 그림자를 지우려고 했죠.” 박 목사는 10년 만인 6월 2일 갈보리교회에서 두 차례 설교한다. 자신도 약속을 지켰고, 이 목사도 은퇴하기 때문에 이제는 부담이 없기 때문이란다. 2002년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뒤 11년 만에 만난 그는 세월 탓인지 흰머리가 많이 늘고, 귀도 어두워졌다고 했다. 하지만 개신교 현실에 대한 그의 비판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박 목사는 1973년 38세 때 한경직 목사의 뒤를 이어 개신교 장자(長子)교회로 불리는 영락교회 담임목사가 되면서 개신교의 미래를 대표할 목회자로 손꼽혔던 인물이다. 진보적인 사회적 발언과 열정적인 설교로 각광받던 그의 목회 인생은 1984년 외화밀반출 사건으로 큰 굴곡을 맞았다. “1979년 제가 차지철 대통령경호실장 장례예배를 집전했어요. 그의 어머니가 영락교회 권사였죠. 차 실장 권유로 경호실 근무하던 전두환 씨를 위해 기도해 준 적도 있고…. 그 후 전두환 정권 때 대통령 미국 순방에 동행해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설교해 달라는 요청을 계속 거절하다 1984년 사건이 터진 거죠.” 지나온 목회 인생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 성격에 영락교회에서 말뚝을 박을 수는 없었어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경험하면서 ‘못된 정부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가진 한경직 목사님과도 생각이 달랐어요. 영락교회는 물론이고 개신교단의 감투 자리들은 탐나지 않았어요.” 그는 초교파교회로 신앙과 평신도 중심의 새 교회를 만들자는 꿈이 담긴 갈보리교회를 개척한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의 영구 귀국으로 갈보리교회가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후임 목사는 교회 내 청빙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며 “남은 생은 후배 목회자들의 교육을 위해 바치겠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일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세습과 성장주의 풍토가 바뀌지 않는다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목사가 심부름꾼이지 왕이 아니지 않습니까. 몇몇 목사는 보디가드도 있던데 이게 말이 됩니까? 큰 교회에서 목회하지 않는 목사는 실패자라는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하나님나라 가면 ‘당신, 큰 교회 하다 왔느냐’고 물을 것 같습니까?”● 박조준 목사는―서울대 문리대 졸업―미국 프린스턴신학교 대학원 졸업―1973년 서울 영락교회 담임목사―1985년 갈보리교회 창립―2003년 갈보리교회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남―현 세계지도력개발원(Global Christian Leadership Institute) 원장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6)의 ‘젠틀맨’이 24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빌보드 핫 100’ 5위에 올랐다. 지난주 12위로 차트에 처음 진입해 7계단 상승한 순위다. 지난해 7월 15일 발매된 ‘강남스타일’이 톱 5에 진입하는 데 74일 걸린 것에 비교하면 빠른 속도다. ‘빌보드 핫 100’ 1위는 지난주에 이어 핑크의 ‘저스트 기브 미 어 리즌(Just Give Me a Reason)’이 차지했다. 25일 오전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 싸이는 현지에서 본격적으로 신곡 홍보에 나선다. 그는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젠틀맨’ 반응이 좋다. 긴 호흡으로 현지 프로모션을 진행해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이날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던 ‘젠틀맨’ 뮤직비디오와 관련해 심의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재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S 관계자는 “심의 규정에는 전체 위원 7명 중 과반수가 참석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17일 심의 과정에서 3명만 참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며 “참석한 3명 모두 부적격 판정에 동의했지만 심의 과정에 문제가 있던 점을 인정하고 재심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참선 수행법이 결코 절집 스님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꿀이 달고 소금이 짠 것을 안다면 누구나 닦을 수 있고 반드시 닦아야 할 수행법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사진)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간화선(看話禪·화두 위주의 참선 수행) 대법회’에서 “세계는 종교와 국가를 초월해 21세기 인류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갈 정신문화로 간화선을 주목하고 있다”며 간화선의 정통성과 우수성을 거듭 강조했다. 진제 스님이 서울에서 법문한 것은 지난해 종정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날 법회에는 조계종 스님과 불교 신도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스님은 “간화선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붓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그 수행으로 가섭존자에게 전해졌다”며 “요즘 들어 부처님께서 근기(根氣·기질)에 맞춰 가르치는 데 불과했던 관법(觀法·여기서는 간화선을 뺀 호흡 위주의 위파사나 등 다른 수행법)이 선원 내에도 유포된다고 하니 안타깝다”고 했다. 경허, 혜월, 운봉, 향곡 스님으로 이어지는 선의 맥을 잇고 있는 진제 스님은 자신의 수행 일화를 들려주면서 “생활 속에서 참선을 행하면 진정한 평화와 평등이 찾아오기 때문에 서로를 지배하는 일도, 서로에게 총칼을 겨눌 일도 없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북핵 문제로 인한 남북한 공존의 위기에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제 스님에 이어 25일 혜국 스님, 26일 월탄 스님, 27일 대원 스님, 28일 무여 스님, 29일 설정 스님, 30일 현기 스님, 5월 1일 도문 스님, 5월 2일 고우 스님이 같은 장소에서 오전 10시 반에 법문을 한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3월 서강대 이사장에서 퇴임한 예수회 유시찬 신부(59)의 세례명은 ‘보나벤투라(Bonaventura)’다. 보나벤투라(1221∼1274)는 이탈리아 신학자이자 교황을 배출한 프란치스코회 총원장으로 수도회 정비에 힘쓴 가톨릭 성인. 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에세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최근 출간한 유 신부를 19일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의 한 기도처에서 만났다. 그는 세례명의 라틴어 의미가 “Good things will come(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이라고 했다. 공교롭다. 그가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에세이를 낸 것이나 세례명의 뜻, 그의 삶이 겹쳐져서다. 일찍이 법관의 꿈을 꾼 그는 부산고와 서울대 신문학과, 고려대 법대 대학원을 나왔다. 수차례의 고시 낙방 끝에 호구지책으로 법원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도 고시 공부를 계속했다. “신부가 되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공부는 잘했고, 법이 적성에 맞으니 법관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유 신부의 어머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였고, 그 역시 군에서 제대할 무렵 접한 개신교 신앙에 끌려 1980년대 초반 당시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에게서 세례까지 받았다. 그는 “제가 계속 교회 다녔으면 고려대에 소망교회, 영남 출신의 완벽한 ‘고소영’”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운명이란 게 있을까? 1987년 강릉법원 산하 동해등기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여직원이 근무 시간에 책에 빠져 있는 게 못마땅해 잔소리를 하며 책을 낚아챘다. 잠시 뒤 자리에 앉아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들쳐보다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해인 수녀님의 두 번째 시집 ‘내 혼에 불을 놓아’였어요. 저는 술 담배에 찌들어 새카만 상태의 영혼인데 그 책에서 흠이 하나도 없는 하얀 영혼을 발견했어요. 운명? 어쨌든 저는 가톨릭이 알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낀 겁니다.” 그는 인근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고 예비 수도자 모임을 거쳐 1990년 예수회에 입회했다. 일본 유학을 포함해 7년의 신학 공부 뒤 43세 때인 1997년 사제품을 받았다. 어머니는 4남 1녀 중 장남이 신부가 된 뒤에도 끝내 마음을 열지 않았다. “어머니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해요. 저와 나머지 자식 넷을 안 바꾼다고 했어요. 또 ‘내는 뭐꼬, 30년 넘게 불교 믿다 아들 따라 교회 갔다 다시 성당에 나가는데, 이제는 아예 신부가 된다?’고요. 허허.” 어머니는 노년에 아들이 인연이 많던 병원에서 극진한 간호를 받았다. 그제야 “신부 아들 덕 좀 본다”며 웃음 짓다 세상을 떴다. 너무 출발이 늦은 것은 아니었을까? “인생이란 시간표에서 너무 늦은 것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돈과 학벌 같은 겉으로 드러난 게 아니라 자신에게 정말 행복과 평화를 줄 ‘마음의 스펙’을 쌓는 겁니다.” 늦깎이로 돌고 돌아 길을 찾은 유 신부의 글은 한껏 열려 있다. “사랑이란 한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걸고 스스로의 진면목을 찾아가는 마음공부이며 수행입니다. … ‘중용’에 도문학(道問學)과 존덕성(尊德性)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존덕성은 마음공부를, 도문학은 지식공부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책에는 가톨릭뿐 아니라 불교적 표현, 그가 동양고전 독서를 통해 체화한 노장사상과 성리학 이론까지 등장한다. 이래도 될까? “예수와 부처, 공자가 한자리에 모였으면 어땠을 것 같아요? 고수(高手)들이라 유머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을 거예요. 나무 위를 보면 가지와 줄기, 꽃, 열매로 달라 보이고 서로 다르다고 고함치지만 아래를 보면 한 뿌리입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베트남 출신의 수행가이자 시인,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87)이 5월 1일 한국을 찾는다. 1995, 2003년에 이은 세 번째 방한이며 태국과 홍콩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다. 1926년 베트남 관료 집안에서 태어난 틱낫한 스님은 우연히 사진 속에서 한 수행자의 평화로운 모습을 본 뒤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16세 때인 1942년 승려가 됐다. 이후 베트남 최대의 불교연구센터인 인꽝 불교연구원을 설립했고,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했다. 스님은 베트남전쟁 당시 반전 평화운동과 1976, 77년 해상난민 구제활동을 펼쳐 자비를 실천하는 참여불교의 주창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1982년 프랑스 보르도 근교에 승속(僧俗)은 물론이고 종교와 국적, 성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수행하는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세웠다. 스님은 ‘귀향’ ‘화’ ‘부디 나를 참이름으로 불러다오’ 등 100여 권을 출간했으며 지난해에는 첫 번째 소설 ‘행자’를 발표했다. 스님은 15일의 방한 기간 중 힐링과 상생, 행복을 주제로 한 집중 명상수행을 지도하고 대중 강연도 진행한다. 5월 2일 기자회견에 이어 5월 3∼7일 강원 오대산 월정사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법문과 함께 플럼 빌리지의 대표적인 수행프로그램인 5가지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지도한다. 8, 9일 경기 김포시 중앙승가대에서 승가를 위한 1박 2일 명상 프로그램, 12일 서울 동국대 실내체육관에서 ‘마음챙김 수행의 날’ 행사를 지도한다. 강연은 10일 부산 범어사에서 ‘평화는 가능하다’, 1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멈춤 그리고 치유’라는 주제로 열린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이 통역을 맡는다. 무료로 개방된 범어사 강연을 뺀 나머지 행사들은 유료이며, 대부분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 www.tnhkorea2013.org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망(亡) 까마귀, 까치, 꿩, 참새…고양이, 개, 쥐…나무들, 풀들, 꽃들, 물고기들….’ 21일 오전 11시 강원 강릉시 연곡면 현덕사에서 이색적인 천도재(薦度齋)가 열린다. 천도재는 원래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는 의식이지만 이곳의 천도재는 동식물을 위한 것이다. 현덕사는 2000년 국내 사찰로는 최초로 동식물 천도재를 시작해 올해 13회째를 맞고 있다. 주지 현종 스님은 “부처님 법(法)에 따르면 사람은 물론이고 모든 생명이 똑같이 소중하다”며 “사람들 때문에 죄 없는 동식물이 수없이 죽어가고 있다. 불쌍한 동식물들을 위로하기 위해 1년에 한 번 재를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찰의 천도재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해 30여 건의 동물 천도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스님이 서울대공원 동물들을 위한 천도재를 연 적도 있다. 이번 천도재에서는 떡과 과일 등 보통 공양물뿐만 아니라 동식물 위패, 평소 동물들이 좋아했던 음식과 장난감도 마련된다. 현종 스님은 “동물들과 인연을 나눴던 주인들이 천도재를 부탁하면서 사진과 함께 가슴 뭉클한 사연들도 보내준다”며 “천도재 뒤 마음이 편안해져 힐링이 됐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덕사를 관할하는 본사(本寺)인 송광사 주지 무상 스님의 법문, 혼들을 위로하는 심진 스님 초청 음악회, 살풀이, 학춤 등도 이어진다. 현덕사는 천도재뿐만 아니라 1999년 창건 이후 줄곧 환경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찰을 지향하고 있다. 이 사찰은 템플스테이 지정 사찰로 바리스타 체험과 동해 요트 체험, 소금강 트레킹, 탁본 뜨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033-661-5878, www.hyundeoksa.or.kr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