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삼성전자가 미국 워싱턴 내셔널 몰에 있는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 공원의 유지 및 보수를 위해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후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9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미국 의회에서 민주당 찰스 랭걸, 하비어 베세라 연방 하원의원, 6·25전쟁 참전용사기념재단 이사장인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단 측에 후원금 전달식을 열었다. 6·25전쟁 참전용사기념재단은 후원금에서 나오는 은행 이자 등 금융 수익으로 기념 공원 내 참전용사 동상, 기념비 등을 보수하고 유지할 계획이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랭걸 의원은 이날 전달식에서 “전우들의 희생을 한국인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웨버 이사장은 “이번 후원으로 오랫동안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념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삼성전자 북미법인 대외협력팀장인 김원경 전무는 “미국 내 6·25전쟁 참전용사 가족에 대한 지원도 이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지지율 회복에 몸부림치고 있는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이 5일 협상이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비판하고 나서 내년 미 대선 정국에서 무역협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장관은 7일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TPP에 대해 “오늘 현재 내가 그 협정에 관해 아는 내용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14일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첫 민주당 경선 주자 토론회를 앞두고 자신을 맹추격 중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돌풍을 차단하기 위해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 등 진보진영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내던 시절(2009∼2012년)에는 TPP를 ‘골드 스탠더드’라고 치켜세우다가 최근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TPP 협상이 노동자 보호와 더 높은 임금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기를 원한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는 또 “지금까지 TPP 협상에 대해 최대한 들을 만큼 들었다”고 말한 뒤 “특히 환율 조작 문제가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고, 협정에 참여한 아시아 국가들이 연관된 환율 조작으로 미국의 일자리를 잃은 점에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역협정이 충족시켜야 할 기준 중 하나는 ‘미국의 좋은 일자리와 임금 인상, 국가안보 증진’인데 TPP는 이를 충족하지 않는다”며 “제약회사들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고 환자들과 소비자들은 적게 가져가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한미 FTA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이전 조지 W 부시 정권으로부터)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물려받았고, 나는 다른 내각 구성원들과 함께 더 좋은 협정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면서도 “이제 돌이켜보면 시장 접근이나 수출 증대 등에 관해 우리가 얻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다음 날인 6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부터 시작했다. 전날 타결 직후 성명을 내고 “중국이 국제 경제 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며 TPP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 강화를 위한 포석임을 천명한 그는 다소 복잡한 내용들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직접 설명했다. 그는 “참가국들이 환율 조작을 어떻게 측정하고 뭐가 환율 조작인지에 대한 원칙을 만들었다”고 소개하는 대목에서 내용이 다소 어려워지자 예를 들어가며 “베트남이 갑자기 미국의 노동 기준을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우리(미국)에 의해 베트남은 처음으로 아동노동이나 강제노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곧이어 농무부를 방문해 농업계 리더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TPP가 미국의 노동자, 사업가, 농부, 목장주들에게 좋은 일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협정문에 서명하지 않겠다”며 TPP 타결로 불안해하는 일부 농업 분야 종사자들 달래기에 나섰다. 다음 날인 7일 오후에는 백악관에서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근로자들과의 대화’ 행사를 갖고 TPP가 미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인터넷을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된다. 이런 오바마 대통령의 ‘TPP 홍보’를 위한 광폭 행보가 유독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 정부가 TPP 타결 후 보여준 모습 때문이다. 타결 전부터 일각에서 “우리도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2013년 ‘관심 표명’ 의사를 밝힌 후 아무 반응이 없다가 막상 TPP가 타결되자 서두르는 모습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청회 등을 거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국민들은 왜 그동안 정부가 결정을 미뤘는지, 왜 갑자기 참여하겠다는 것인지, 손익은 무엇인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우리는 TPP 12개국 중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이행했거나 협정 이행 대기 중이고 TPP 규범이 FTA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우리 입장에서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말 그런 건지 설명이 듣고 싶다. 한미 간 국정 운영의 방식과 문화가 다른 만큼 주요 어젠다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수준을 수평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TPP가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상징이자, 한국의 경제 영토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인데도 최소한의 대국민 소통 없이 TPP 문제를 너무 쉽게 다루는 듯해서 아쉽다. 이승헌·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최근 유세장에서 춤까지 추며 지지율 회복에 몸부림쳤던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번엔 코미디 연기까지 도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미 NBC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깜짝 출연했다. 그는 3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 발(Val)이라는 이름의 바텐더로 출연해 여성 코미디언인 케이트 매키넌과 정치적 조크를 주고받으며 적지 않은 웃음을 안겼다. 클린턴 전 장관의 역할을 맡은 매키넌이 술집에 들어서자 클린턴 전 장관은 술을 따라준 뒤 “오늘 무슨 일 때문에 왔느냐”고 물었고, 이에 매키넌은 “지난 22년간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머리 좀 식히러 왔다”고 말했다. 1993년 남편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으로 시작된 오랜 정치 역정을 가리킨 것이다. 이어 매키넌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첫째, 나는 할머니이고 둘째, 이 녹색 지구를 신뢰하는 한 인간”이라며 클린턴 전 장관이 자주 사용하는 어법을 따라했다. ‘평범한 할머니 대선 주자’라는 클린턴 전 장관의 이미지 메이킹을 비꼰 것. 이에 클린턴 전 장관은 “말하는 걸 보니 당신은 정치인이군”이라고 반응해 객석의 폭소를 자아냈다. 클린턴 전 장관 연기의 하이라이트는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흉내 낸 장면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의 다소 투박한 어투를 따라하며 “그 사람은 ‘너희 모두는 실패자들’이라고 말하는 사람 아니냐. 그가 공화당 프라이머리 경선을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꼬집어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NBC 방송은 트럼프가 히스패닉 비하 발언 등 막말을 쏟아내자 최근까지 트럼프를 비판해 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클린턴 전 장관이 다소 어색하고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유머감각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4일 발표된 NBC-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주자 중 여전히 불안한 1위를 기록했다. 아이오와 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33% 지지를 받아, 28%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5%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과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묶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에서 회담을 시작한 각국 경제장관들은 6일 동안의 마라톤협상 끝에 5일 오전 9시 20분경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회담 종료를 선언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세계 교역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경제 블록이 탄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타결 직후 성명을 내고 “TPP 협상 타결로 미국이 주도하는 태평양 세력이 글로벌 경제질서를 새로 쓰고 미국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글로벌 경제질서를 쓰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TPP 협상 타결은 아태 지역의 대단한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의약품 특허 보호 기간 문제는 최대 관계국인 미국과 호주가 8년에서 원칙적인 타협을 이뤘다. 일본의 주요 관심사인 자동차부품 원산지 조달 비율 역시 45∼50% 선에서 가닥을 잡았다.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 낙농제품 수출국들의 시장 개방 확대 요구도 개별 국가 간 협상으로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 측 협상대표인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회담이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고 선언한 뒤 “각국이 국내 비준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TPP 협상 타결로 일본 등이 미국에서 관세 혜택을 받게 되면서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기계 등 주력 산업에서 일본이 관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까지 높아지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수출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은 2013년 말 ‘관심 표명’을 한 후 지금까지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뒤늦게 합류하려 해도 미국, 일본 등이 이미 짜놓은 판을 수용하는 불리한 상황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공청회, 국회 보고 등을 거쳐 (가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이승헌 특파원 /김재영 기자}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는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과의 ‘건설적인 협조(constructive cooperation)’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김 대표는 1일(현지 시간) 미 보스턴 하버드대 산하 한국학연구소가 재단법인 김구재단과 함께 이 대학에서 주최한 ‘전직 주한 미국대사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5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공개 경고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핵 불용 방침을 천명한 미중 정상회담 후 미 정부 고위관계자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며 북한의 도발을 경고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 “아무리 북한이 중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해도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은 중국의 이익과 상충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차원에서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단언하기 어렵지만 중국이 서서히 역할에 나설 것이며 러시아도 북핵 해결을 위해 모종의 역할에 나선 것으로 미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北 이수용 “위성 발사는 자주권” ▼유엔총회서 미사일 도발 강행 시사… 성김 “美-中, 北도발에 협력”중국 외교부가 정상회담 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시 주석의 북한 관련 발언을 삭제한 것을 두고 중국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업무 처리 과정에서 중국 정부 나름의 내부 사정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 주석이 이미 공개적으로 한 발언인 만큼 인터넷 삭제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시 주석의 북핵 관련 발언이 중국 내부적으로는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취한 조치로 미 정부도 크게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핵이 주요 이슈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함께 공조할 글로벌 이슈 등 다른 현안들도 있지만 북핵만큼 다급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베이징 열병식 참석 후 워싱턴 일각에서 한국 외교가 중국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중이 건설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미국의 이해에 결코 반한다고 볼 수 없다. 태평양 세력으로서 미국의 건설적인 이해 증진에도 좋은 일”이라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과 방한해 조태용 외교부 1차관 등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할 예정이다. 한편 북한 이수용 외무상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평화적 우주 개발은 국제법에 따라 주어진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이며, 핵 시험(실험)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에 대처한 자위적 조치”라며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전후한 도발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이 외무상은 총회 기조연설에서 “평화적 위성 발사를 문제시하는 부당한 행위에 대해선 모든 자위적 조치들로 끝까지 강경 대응하여 존엄을 수호하는 것이 공화당 정부의 확고부동한 결심이고 입장”이라고 말했다.보스턴=이승헌 ddr@donga.com /뉴욕=부형권 특파원}
25일(현지 시간) 오후 3시경.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마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점심을 먹고 전용차량에 올랐다. 이날 오후 7시 백악관에서 열릴 국빈만찬을 불과 4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그가 향한 곳은 백악관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버지니아 주 알링턴의 포트마이어 기지. 미군 내 최고위직인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의 전역식과 조지프 던퍼드 신임 의장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전역식 시작을 알리는 장내 방송이 나오자 뎀프시 의장의 장남인 크리스 뎀프시 육군 대위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목이 멘 채 37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는 아버지의 전역명령서를 읽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연단에 섰다. 옆엔 뎀프시 의장과 부인 디니 여사를 비롯해 아들딸과 9명의 손자 손녀까지 있었다. 뎀프시 여사는 갓 돌이 지난 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뎀프시 의장을 애칭 ‘마티’로 부르며 감성적이면서도 진중한 목소리로 그가 군에 입문한 과정부터 소개했다. “1970년, 당시 뉴욕에 살던 고교생 마티(뎀프시 의장의 애칭) 집에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로부터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 하지만 마티는 웨스트포인트에 갈지 마음을 못 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머니 세라 여사는 그런 마티에게 ‘한번 도전해보렴’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미군이 탄생할 수 있게 도와준 어머니에게 감사드린다.” 엄숙했던 행사장에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말을 이었다. “마티가 조국에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고교 시절 애인이자 지금의 부인인 디니는 격려와 배려로 군인 배우자의 표상이 됐다. 크리스, 메이건 등 아들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이 됐다. 미국인들을 대표해 뎀프시 가족이 보여준 국가에 대한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뎀프시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말에 웃다가도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합참의장으로서 그의 업적과 열정을 회고했다. 그는 “내가 마티를 2011년 9월 합참의장에 임명한 것은 그가 보여준 군의 비전, 신뢰 때문이었다”고 말한 뒤 “마티, 당신은 나에게 언제나 에두르지 않고 정직하게 조언했다. 당신 덕에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마치고,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떠나는 합참의장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까지 공개하며 ‘멘 인 유니폼(제복 입은 사람들)’의 가치를 새삼 일깨웠다. “마티는 의장 취임 후 국방부에 있는 집무실 책상에 빈 시가 상자를 하나 두었다. 그 안엔 마티가 (2003년) 기갑부대 사단장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을 당시 그 휘하에서 전사한 132명의 미군 이름과 사진, 미처 이루지 못한 그들의 삶이 하나하나 적힌 카드가 있다. 그 상자 겉면에는 ‘(전사자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자(make it matter)’라는 문구가 있다. 마티는 각종 회의 때도 132장의 카드 중 3장을 꺼내 항상 품에 지니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신을 내 임기 중 상당 시간 곁에 둘 수 있어 감사했고, 이제 전역하는 마티 당신을 내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당신이 보여준 헌신에 국가는 최고의 감사를 표한다”고 맺었다. 가족 앞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은 뎀프시 의장은 “백악관 회의 때 종종 군인으로서 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를 허용해 준 오바마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그는 IS 격퇴전을 치르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에도 지상군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개진해왔다. 뎀프시 의장은 “조국의 제복(cloth of our nation)을 입을 수 있었던 것은 생애 최고의 영광이었다”고 말한 뒤 “부디 조국을 위해 먼저 간 전우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다시 한번 군에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답사를 마치고 오바마 대통령,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등과 악수한 뒤 울먹이며 환호하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행사장엔 그의 전역을 아쉬워하는 군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날 전역식에 참석했던 군 관계자는 기자에게 “미군이 여전히 세계 최강인 것은 첨단 무기뿐만 아니라 이렇게 ‘제복 입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헌신과 노력을 제대로 평가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5일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이슈 등 양국 간 민감한 현안에 대해 기탄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동안 몇 차례 만남에서 두 정상은 날선 대화를 자제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정상회담은 의제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갖춰 워싱턴과 베이징 정가에선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이견이 덜한 이슈부터 합의점을 찾아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애정을 갖고 있는 기후변화 이슈에서 공감대가 확인됐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 후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현재 7개 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2017년부터 전역에서 시행키로 했다. 양국 간 첨예한 이슈로 부상한 사이버 해킹에 대해서는 두 정상이 서로의 이견을 확인한 채 추가 논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중국이 미 연방 공무원들의 개인 신상 정보 등을 해킹했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시애틀 방문 시 “중국은 해킹에 관여하거나 지원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정면 반박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 산하 외교학원 쑤하오(蘇浩)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해킹이 이뤄진 것은 대부분 개인이나 기업 차원으로 중국도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선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이 중국 주도의 사이버 해킹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추가 사태 방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관측이 많다. 남중국해 영유권 논란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수전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1일 “미국은 국제법상 보장하는 어느 항로든 다닐 수 있다”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방미 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남중국해 주변 기지에서 건설 및 시설관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해 미국의 반발과는 무관하게 남중국해에서의 세력 확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중국은 최근 첨단 공대공 미사일인 PL-15의 시험 발사에 성공해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 F-35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미중이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중에도 ‘장외에서의 기 싸움’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 과학전문지 ‘파퓰러 사이언스’는 23일 자에서 중국이 15일 최신예 미사일 PL-15를 발사해 목표물인 무인기를 격추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가 발행하는 찬카오샤오시(參考消息)가 25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PL-15는 중국 공대공 미사일 연구원이 제작한 것으로 사거리 100km인 기존의 PL-12 미사일과 비교해 사거리가 150∼200km로 대폭 늘어났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24일 오후 7시 반경(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버뉴 길거리. 2박 3일간의 시애틀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전세기 편으로 워싱턴에 도착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수행원들과 함께 길을 건너고 있었다. 행선지는 시 주석의 숙소이자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의 비공식 실무 접촉이 열릴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 이번이 다섯 번째 회담인 두 사람의 모습은 적어도 겉보기에는 오래된 친구 사이처럼 허물없어 보였다. 모두 넥타이를 풀어헤친 노타이 차림이었고,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은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어로 ‘니하오(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가 “지난해 11월 베이징(北京)의 잉타이(瀛臺)에서 두 정상이 달빛 아래 산책을 하는 분위기가 워싱턴의 가을밤에 그대로 재현됐다”고 전했을 정도였다. 이튿날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이날 저녁식사를 곁들인 비공식 만남에 미국 측에서는 조 바이든 부통령,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 인사를 중심으로 한 극소수만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날 만찬에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현 국제사회 질서의 참여자이자 동시에 수혜자”라며 “중국이 현 체제를 개혁하고 개선하는 것은 ‘다른 살림을 차리려는 것은 아니다((령,영)起爐조)’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밝힌 미중 간 ‘신형대국관계’가 다른 체제를 추구하는 게 아니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양국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은 모두 개방, 투명, 포용을 주창하고 있으며 이에 참여한 국가들의 발전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적 굴기는 환영한다”며 “안정되고 번영된 중국은 중국인은 물론이고 미국과 국제사회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이 세계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5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의 가장 큰 방인 ‘이스트룸’에서 열리는 공식 국빈 만찬은 중국적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 특히 중국의 전통 명절인 중추절(27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중국 전통음식인 ‘웨빙(月餠)’을 비롯해 식탁보와 꽃 장식, 메뉴판 색깔까지 중국적 색채를 가미하려 했다. 중국 런민(人民)일보가 공개한 국빈 만찬 메뉴판에 따르면 이날 테이블에 오를 술은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인 사오싱주(紹興酒·소홍주). 오바마 대통령은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도 아베 총리의 고향에서 생산된 사케로 건배를 한 바 있다. 식사 메뉴로는 애피타이저로 검은 송로버섯을 곁들인 야생버섯수프를 비롯해 미국 메인 주에서 잡힌 바닷가재와 중국 음식인 시금치, 표고버섯, 부추로 감싼 쌀국수 롤이 오른다. 이어 메인 요리로 미 콜로라도산 양고기 허릿살구이, 디저트로는 양귀비 씨로 만든 빵과 리즈로 만든 셔벗이 준비된다. 백악관 수석요리사 크리스테타 커머퍼드 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메인 주 바닷가재가 살이 제대로 차올라 요즘이야말로 제철”이라고 말했다. 콜로라도산 양고기와 메인 바닷가재는 미국이 자랑하는 음식들이다. 아열대 과일 리즈는 중국에서 ‘과일의 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특히 당나라 현종의 비인 양귀비가 좋아해 윈난(雲南) 성에서 당시 수도인 장안까지 공급하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만찬은 커머퍼드 씨와 함께 중국계 미국인 요리사인 애니타 로 씨가 준비했다. 백악관 측은 만찬음식의 테마를 “중국 뉘앙스로 곁들인 미국 요리”라고 설명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만찬장 뒤편에는 초대형 장미가 동서 양쪽에서 시작해 가운데서 하나로 모아지는 모양새를 만드는데, 이는 미중 간의 화합과 협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미중 관계자 수백 명이 참석할 이번 만찬에는 2009년 그래미상을 받은 유명 리듬앤드블루스(R&B) 가수인 니요가 특별공연을 펼칠 예정이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무시한 행동에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중 양국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어서 향후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두 정상은 25일(현지 시간) 오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논의했다고 복수의 워싱턴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다만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자”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인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이슈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확인하고 추가적인 갈등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기후변화 이슈와 관련해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본격 도입해 2017년부터 중국 전역에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회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식 인사말에서 “양국이 협력하더라도 서로의 차이점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미국은 언제나 근본적인 진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중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사이버 해킹 의혹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그리고 중국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시 주석은 즉답을 피한 채 “우리는 상대의 이익과 관심을 존중하며 서로의 다름과 견해차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이 주장해 온 신형대국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시 주석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과의 업무 만찬에서 “중국은 우리의 주권과 안전, 발전의 이익을 굳게 지킬 것이며 신형대국관계 구축은 (계속 발전할) 생명력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적 굴기를 환영한다”며 “대국 교체기에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3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행선지로 가는 차량 안에서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22년 전인 1993년 푸젠(福建) 성 푸저우(福州) 당 서기 시절 방문했던 시애틀 인근 타코마 시의 링컨고등학교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시 주석은 푸저우 서기 시절 타코마 시와 자매결연을 맺었고 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났던 추억이 있다. 노타이 차림으로 학교 운동장에 들어섰을 때 미식축구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시 주석을 알아본 선수들은 악수를 청하며 준비한 운동복 상의를 꺼냈다. 뒤에는 시 주석의 영어 성인 ‘XI’와 함께 1번이 크게 적혀 있었다. 시 주석은 선수들이 건넨 미식축구 공을 덥석 잡더니 “22년 전 시애틀을 방문했을 때 미식축구 경기를 본 적이 있다”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교실을 둘러본 뒤 학교 대강당에서 학생 300여 명을 만났다. 학생들은 동행한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가수 시절 히트곡인 ‘희망의 들판에 서서’를 중국어로 불렀고, 재즈 거장 루이 암스토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도 연주했다. 시 주석은 중국어로 ‘니하오’라고 인사한 학생들에게 “지금 이 시기에 미래의 기초를 닦기 바란다”며 덕담을 건넨 뒤 “내년에 이 학교 학생 100명을 중국에 초대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열광하는 학생들에게 “중국에 와야 중국을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나중엔 중국과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선물로 중국 관련 책과 ‘핑퐁외교’로 미중 수교를 가능케 한 탁구공, 탁구대 등을 건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23일(현지 시간) 오전 8시 반경,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웨스틴 호텔 대회의실에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비롯해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애플의 팀 쿡, 월트디즈니의 밥 아이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제너럴모터스의 메리 바라,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등이었다. 중국 기업으로는 완샹, 텅쉰, 하이얼, 바이두 경영진이 참석했다. 행사의 사회는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이 맡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하는 백악관 행사에서도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글로벌 경제 거물들이 방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련한 ‘미중 경제인 원탁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부터 시 주석 숙소 내 회의실을 찾은 것. 그만큼 중국의 ‘경제 굴기’에 대한 미 경제계의 지대한 관심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인사말에서 중국 최대 인터넷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를 홍보하려는 듯 “(동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의) 알리바바가 ‘열려라 참깨’라고 외치면 열렸다 다시 안 닫히는 것처럼 중국의 대외 개방도 점차 커질 것이다. 개방 없는 진보는 없다”며 중국 경제가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서구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해 너무 허술하다는 여론을 반영해서인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버핏 회장 등이 시 주석에게 “미국 기업이 자유롭게 중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하자 시 주석은 한술 더 떠 “(오히려) 미 정부가 민간 업체들이 첨단기술 물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데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경제 통계까지 인용해 가며 중국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큰손’임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진출한 6만5000여 개 미국 기업이 총 760억 달러(약 90조7000억 원) 상당의 투자를 하고 있다”며 “역시 미국 44개 주에 진출한 1600여 개 중국 기업은 미국에서 8만여 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봄 개장할 중국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에 대해서는 “2000년대 말 다른 관리들은 중국 문화에 더 기반을 둔 (다른) 프로젝트를 밀고 있었지만 나는 다양한 문화에 바탕을 둔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찬성표를 던졌다”고 했다. 이어 시 주석은 보잉사를 찾아 ‘큰 강에 물이 있어야 작은 개울에도 물이 넘친다(大河有水小河滿)’는 중국 속담을 인용하며 “중미 양국 관계가 좋아야 중미 기업 간 합작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737기종 등 여객기 300대 구매 약속을 재확인했다. 데니스 뮬런버그 보잉사 CEO는 “중국에 보잉사 조립 공장을 짓겠다”고 화답한 뒤 시 주석이 방미 때 타고 온 보잉 747기와 동일한 기종에서 떼어낸 창틀로 시 주석 부부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이어 시 주석은 MS 본사에서 열린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에 참석해 “안전한 사이버 공간을 만들기 위해 미중이 협력해야 하며 각 나라의 현실에 맞게 국내 인터넷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엔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비롯해 IBM 인텔 시스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중국계 부인을 둔 저커버그는 시 주석과 1분여간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시 주석과 만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MS 측으로부터 ‘류린하이(柳林海)’호 모형을 선물로 받았다. 이 배는 1979년 1월 미중 수교 후 그해 3월 25일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4월 18일 시애틀에 도착한 배로 당시 수십 년 동안 지속됐던 미중 간 항해 중단에 마침표를 찍어 미중 수교의 상징이 됐다. 시 주석은 칭화(淸華)대와 워싱턴대가 함께 세운 ‘글로벌 창신교류학원’에 수삼나무 묘목을 기증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비즈니스 굴기’ 행보는 25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경협 증진을 극대화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의식한 듯 회담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친척을 만나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시 주석은 이날 시애틀 일대를 자신의 안방인 양 동서남북으로 분주히 오가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지 언론은 시 주석의 동선을 ‘회오리바람(whirlwind)’이라고 평했을 정도. 시 주석은 이날 하루 동안 시애틀(토론회)→에버렛(보잉사)→시애틀(오찬)→레드먼드(MS사)→타코마(링컨고교)→시애틀(중국 교포 만찬)로 200여 km를 이동했는데 경호 및 수행 차량 30여 대가 따라붙으면서 시애틀 일대는 교통 정체가 반복됐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방문 이틀째인 23일(현지 시간) “중국은 외부 세계에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개방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광폭 경제 행보를 이어갔다. 시 주석은 이날 미 워싱턴 주 시애틀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미중 경제인 원탁 토론회 인사말에서 “개혁 없이는 경제 발전을 위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없고 개방 없이는 진보도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중국이 자국 내 기업 편향적인 정책을 펴면서 서방 기업들이 여전히 많은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는 미국 등 일각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비롯해 제프 베저스(아마존), 팀 쿡(애플)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해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의 ‘경제 굴기’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시 주석은 중국 기업들이 앞으로 10년간 세계시장에 1조2500억 달러(약 1530조 원)를 투자할 것이며 미국에서도 수십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애틀 방문을 마친 시 주석은 24일 워싱턴으로 이동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업무 만찬을 한 뒤 25일 오전 백악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워낙 유명해 중국인들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22일 오후 워싱턴 주 시애틀의 웨스틴 호텔 연회장. 취임 후 역사적인 첫 미국 국빈방문 첫날 미중상공회의소 주최 만찬장 연단에 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여유 가득한 미소를 짓더니 이렇게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과 박수를 유도했다. 시 주석은 또 “현재 중국 공산당이 단합해 부정부패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 나오는 것과 같은 권력 다툼은 없다”고 말해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시 주석 스스로 ‘광팬’이라고 밝힌 바 있는 미국의 유명 정치 드라마다. 시 주석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오전 도착 때 맸던 푸른색 넥타이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연상케 하는 붉은색 넥타이로 바꿔 맨 그는 만찬 내내 미국을 향해 할 말은 하면서도 이해와 협력은 강화하자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했다. 중요한 대목에서 중국의 고전 명구를 대거 인용하며 화려한 언변을 구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미중 간에 상대방의 전략적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때는 한비자에 나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세 사람이 모이면 호랑이도 거짓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와 남이 도끼를 훔쳐간 것으로 공연히 의심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중국의 고사성어를 소개했다. 이어 “색안경을 끼고 상대방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투키디데스 함정’은 세상에 없는 것이지만 대국 간에 전략적으로 오판할 경우 자신을 스스로 여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도 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아테네와 스파르타 전쟁을 두고 ‘패권국과 신흥 강국이 싸우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한 내용으로 최근의 미중관계를 이야기할 때 종종 거론된다. 이날 연설의 초점은 예상대로 ‘국제질서 재편’과 ‘미중 신형 대국관계’ 구축에 집중됐다. 시 주석은 “중국인은 2000년 전 이미 ‘나라가 강해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한다(國雖大 好戰必亡)’는 진리를 알았다”며 “중국은 역대로 적극적인 방어군사 전략을 신봉해왔다.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 신형 대국관계 구축과 관련해서는 ‘흔들림 없는 협력공영 추진’ ‘효과적인 갈등 해소’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웃이 내 도끼를 훔쳐갔다고 의심해서는 안 되고, 색안경을 끼고 상대를 관찰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 언론의 자유 등을 공격하는 상황을 직접 겨냥했다. 중국의 안정된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할 때는 ‘봉황열반 욕화중생’(鳳凰涅槃, 浴火重生·봉황이 죽었다가 부활하고, 불 속에 뛰어들어 새 삶을 얻다)이란 표현도 썼다. 이어 ‘해와 달은 빛이 다르며 밤과 낮은 각자 의미가 있다’는 중국 속담을 거론하면서 ‘취동화이’(聚同化異·공통점은 취하고 차이점은 바꾼다)와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를 추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 작가들을 대거 인용하며 문학적 소양도 과시했다. 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팬이며 헤밍웨이처럼 쿠바 아바나의 술집을 찾아가 모히토 칵테일(럼에 레몬이나 라임 주스를 첨가한 술)을 마신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를 인용할 때에는 ‘옳은 일을 하는 데에는 시기에 구애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시 주석은 자신의 중국산 스마트폰을 슬쩍 내비치며 중국의 기술력도 과시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팬클럽이 운영하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계정에는 이날 만찬장 테이블에 놓인 시 주석의 이름표 옆에 중국 통신회사 ZTE가 최근 발매한 액슨 스마트폰이 있는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 이날 만찬에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 등 미국 측 정·관·재계 인사만 600여 명이 참석해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중국 최대 여객기 임대회사인 공상은행이 100% 출자한 공은조임(工銀租賃)은 이날 30대의 보잉 737-800기 구매 합의서에 서명했다. ‘시 주석이 미국에 안긴 첫 선물’이라는 평을 들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도착해 취임 후 첫 미국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시 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25일)은 세계 정세를 주도하는 주요 2개국(G2) 정상의 만남으로 국제사회 주요 이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은 취임 후 지금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4번 했으며 국빈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은 처음이다.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은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공언한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북핵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 확실시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 방미 전날인 21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조지워싱턴대에서 한 연설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미중은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에 영향을 끼치는 ‘지렛목(fulcrum of influence)’인 만큼 이번 회담은 북한이 핵 보유와 경제 발전 중 어느 한쪽을 분명히 선택하도록 하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기존의 대북 원칙론을 넘어 북한이 핵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 노선’을 포기할 만큼의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내놓으라는 공개 압박이어서 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워싱턴에선 북한 도발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고조되고, 북-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중국의 역할 확대를 이끌어낼 좋은 기회라는 관측이 많다. 그레그 브래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북한의 도발에 실망하고 있는 것 같다. 한미중 3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공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시 주석도 더 명확하게 북한의 핵 도발에 경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북핵과 더불어 양국 간 주요 현안도 이번 회담에서 의제에 대거 올릴 태세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연설에서 북핵 외에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영유권 △중국 내 인권 탄압 △중국의 국내 기업 편향적 경제 정책 △종교 자유 등을 주요 의제로 설정했다. 특히 중국의 사이버 해킹 의혹은 이번 회담에서 가장 심도 깊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보좌관은 “미국의 우려를 전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사소한 불만(mild irritation)’이 아니라 미국 경제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자 양국 관계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도 라이스 보좌관은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선 어디든 자유롭게 항해하고 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까지 “남중국해 문제는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라며 한 치도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 중국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문을 싣고 “외국 제품에 대한 과도한 규제,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하 등 최근 중국 경제 정책들은 시장 주도의 경제 체제를 만들겠다고 한 중국의 약속에 의심이 들게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양국 교역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착 상태인 양자투자협정(BIT) 등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회담이 긴장 일변도로만 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기후변화 등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고속철, 발전소 등 양국 간에 진행되고 있는 경협 분야 이슈가 워낙 많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2일 “시 주석 방미 기간에 미중 양국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협약을 포함해 40개 이상의 합의와 협정을 도출해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시 주석도 22일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의 이익이 점점 더 서로 얽히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과 손잡고 세계 현안과 지역 관심사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를 원한다”며 양국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10월부터 시작되는 2016회계연도에 최소 1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을 방문 중인 케리 장관은 20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내년 회계연도에 최소 1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포함해 난민 수용 규모를 8만5000명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케리 장관은 “2017회계연도에는 전체 난민 수용 규모를 1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의 언급은 최근 시리아 난민들이 대거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미국도 더 많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미국의 연간 난민 수용 한도는 7만 명 수준이다. 하지만 케리 장관의 발표 후 공화당 일각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척 그래슬리, 밥 굿래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조직들이 난민을 가장해 미국에 들어올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1년 이라크 난민으로 미국 켄터키 주에 들어와 살던 두 주민이 알고 보니 테러조직 ‘알카에다’ 요원으로 드러난 바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공언했는데, 중국이 문제 해결에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인지를 입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 내 ‘키신저 미중연구소’의 로버트 데일리 소장(사진)은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5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이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 중 한 명인 데일리 소장은 이 연구소를 지난해부터 이끌고 있다. 연구소는 ‘핑퐁외교’로 중국을 개방으로 이끈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이름을 딴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 시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평화통일을 중국 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워싱턴 일각의 우려가 많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얼마나 논의될 것으로 보나. “한중 관계 강화는 미국의 이익과 무조건 배치된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한중 관계의 진전이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미국엔 가장 중요한 동아시아 이슈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중 관계 확대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북핵 문제가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북한에 대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지 검증할 수 있는 1차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 측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한번 보여 달라(show me)’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북한이 갖는 전략적 이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주기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지만 중국이 정치 외교적 위험과 비용을 감수하면서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사이버 해킹에 대한 제재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멍젠주(孟建柱) 중국 공산당 정법위원회 서기가 이달 워싱턴을 방문한 것은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중국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제재 시점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근 미 정부 내 기류는 미중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시 주석 방미 후 제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안다.” ―미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긴장 상태여서 양자 관계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이 국빈방문인데도 워싱턴이 아니라 시애틀을 첫 방문지로 택한 것은 아무래도 미중 간 날카로운 분위기를 가라앉힌 뒤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 중국은 신형 대국관계 등 자신들이 꿈꾸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국제사회에 제대로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모두 만만치 않은 과제다.” ―도널드 트럼프 등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무역 역조 등을 거론하며 중국을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인들 사이에서 중국의 굴기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인가. “일부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중국 공격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건설적 비판과 무조건적 때리기(bashing)는 다른 것이다. 이런 언행의 배경에는 ‘세계 최강대국 지위가 언젠가는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미국인들의 공포심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도 미 대선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한미 양국은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평안북도 동창리 기지에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방문해 북핵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현지 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재 북한 발표 등을 분석한 결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발사 장소는 평북 동창리라는 곳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확장공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통상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뒤 유엔이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하면 그것을 빌미로 다시 핵실험을 하는 패턴을 갖고 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한다는 법은 없지만 현재로서는 위성 발사를 가장한 장거리미사일 시험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북한 압력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시사한 데 대해서는 중국도 분명히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며 “중국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는지는 우리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지만 중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상당히 분명한 어조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장수 주중대사는 18일 중국 베이징(北京) 주중대사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증축 공사가 끝난 평북 동창리 시설로는 사거리 1만50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발사할 수 있다”며 “북한은 언제든 발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구체적인 징후를 갖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북한은 ‘결심만 서면 발사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해왔고 이번에도 비슷한 말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사는 “북한이 이번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 ICBM이 실전 사용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김 대사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면 중국이 유엔 차원의 제재에는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 정부는 일본 국회의 안보법안 통과로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진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이 지역과 국제적인 안전 보장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며 “안보법안 심의 과정이 일본 국내 문제이긴 하지만 4월 미일 정부가 개정한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정신에도 합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시어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이날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보고서를 통해 안보법제 통과에 대해 “미일 협력 범위가 평시의 해양 감시에서 폭넓은 우발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정도까지 확대됐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인 미일 군사협력을 위한 또 하나의 제도적 기틀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비판 일색이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8일 “법안 통과의 배경에 중국의 굴기(굴起·떨쳐 일어남)가 미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우려를 일으킨 것이 깔려 있다”며 “이번 법안 통과와 미일방위지침 개정 등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미일 동맹이 중국을 억누르려 시도하면 말이 필요 없고 군사력을 강화해 일본을 넘어서는 등 실질적인 행동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집단자위권법안 통과가 중-일 간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신문은 이어 “이번 법안은 일본이 전후 제체를 벗어나려는 긴 장정(長征)의 일부분으로 일본이 공격 능력이 강대해진 군사력을 갖게 되면 아베는 ‘일본 군사부흥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관영통신 중국신원왕(新聞網)은 “일본의 집단자위권법안 통과로 아시아 지역 형세가 더욱 불안해졌다”며 “미국이 일본 군사력 강화를 적극 지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일단 일본이 강대해지면 통제를 벗어나 심지어 ‘제2차 진주만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최근 “일본은 주변국의 정의의 목소리를 듣고 역사의 교훈을 깨달아 평화 발전의 길을 가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트럼프는 주춤했고, 피오리나는 급상승했다.’ 16일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2차 토론회 성적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날 오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기념 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는 지지율을 기준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포함된 메이저 주자 11명과 린지 그레이엄 등 군소 주자 4명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됐다. 3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의 중심은 지지율 1위로 앞서 나가는 트럼프였다. 나머지 주자 10명이 트럼프를 집중 공격해 트럼프는 ‘1 대 10’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예봉을 요리조리 피하려고 애썼지만 외교 등 주요 정책에서 빈약한 지식과 식견을 드러내 ‘트럼프 돌풍’의 한계를 스스로 보여줬다. 반면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는 트럼프를 상대로 ‘싸움닭’ 기질을 발휘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토론회의 첫 공식 질문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핵무기 발사권을 가질 자격이 있느냐’였다. 최근 트럼프로부터 “저 얼굴을 봐라. 누가 투표를 하고 싶겠느냐”는 인신공격을 당한 피오리나는 “트럼프는 훌륭한 엔터테이너”라고 평가 절하한 뒤 “유권자들이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비난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나는 기업인으로서 성공했고 이를 국가 운영에도 적용할 것”이라며 “내 성격은 (핵무기 발사 여부를 판단할 만큼) 매우 차분하고 괜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달 6일 폭스뉴스가 주최한 1차 공화당 토론회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날 토론회가 트럼프의 ‘얼굴 비하 발언’ 등 정쟁 이슈 외에도 이민개혁, 동성결혼, 러시아 및 중동 문제 등 트럼프가 다소 취약한 정책 이슈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 트럼프는 러시아에 대해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다”며 일반론을 폈고, 자신이 불을 지핀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우겠다”는 기존 주장 외에 별다른 게 없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김정은을 겨냥해 “북한의 미치광이가 거의 2주마다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역시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반면 피오리나는 날 선 메시지와 순발력으로 토론회를 장악했다. 트럼프의 ‘얼굴 비하 발언’에 대해선 “트럼프가 한 말을 미국 모든 여성은 분명히 들었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 트럼프는 이에 “피오리나의 얼굴은 아름답다”며 사실상 사과했다. 또 피오리나는 자신을 포함해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워싱턴 아웃사이더’들이 대선 레이스에서 선전하는 데 대해 “워싱턴 내부에서 고장 난 시스템을 고치지 못하니까 외부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라고 똑 부러지게 대답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트럼프 돌풍에 치이고 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번 토론회에서도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했다. 부시는 트럼프가 “나는 이라크전에 반대했다. 당신 형(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잘못해서 버락 오바마 정권이 탄생했다”고 공격하자 “형 때문에 그나마 우리가 안전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맞받아친 게 거의 유일하게 박수를 받은 장면이었다. 트럼프에 이어 지지율 2위를 유지해 온 벤 카슨 전 신경외과 의사도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CNN은 토론회 후 “최대 승자는 피오리나, 패자는 트럼프”라며 “트럼프가 특유의 에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도 사실상 ‘트럼프 토론회’로 진행된 만큼 트럼프의 독주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