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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티(seventy·70세)라고요? 전 세븐틴(seventeen·17세)입니다. 하하.” 세계적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사진)는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내내 유머를 건넸다. 간담회 중 휴대전화 벨이 울리자 “여자에게 전화가 왔나요? 남자에게 전화가 왔나요?”라며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꿀 정도였다. 행사장에 걸린 ‘마지막 월드 투어’라는 문구가 어색해 보일 정도로 그는 고령임에도 내내 힘 있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갖는 그는 이번이 3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2014년 당시 두 차례 공연이 예정됐지만 둘째 날 감기에 걸려 공연을 취소했다.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유감이다. 지금까지 몸이 아파 공연을 취소한 것은 3, 4차례에 불과하다. 다시 한 번 한국에서 공연을 할 기회를 얻어 감사하다”고 했다. 카레라스는 지난해 초부터 세계를 돌며 47년 음악 인생을 정리하는 월드 투어를 진행 중이다.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은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는 “친구인 플라시도 도밍고가 ‘신이 나에게 노래할 정도로 목소리를 남겨주는 한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나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젠가 은퇴할 시기가 올 것이다. 하지만 은퇴가 다시는 무대에 서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백혈병 환자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는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987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힘든 투병 생활을 했던 그는 기적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고 1년 만에 복귀 무대를 가졌다. 이후 자신과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 ‘호세 카레라스 백혈병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재단을 위해 연 20회 이상 자선 공연을 펼치고 있다. 1976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모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그는 “어느 곡 하나 뺄 것 없이 나에게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추억이 깃든 곡들이다. 특히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인 내가 무척 좋아하는 그리그의 ‘그대를 사랑해’를 모국어인 카탈루냐어로 부를 수 있어 의미가 더 깊다”고 밝혔다. 유독 그는 축구와 인연이 깊다. 1990년 로마 월드컵 결승전 전야제 때 루치아노 파바로티, 도밍고와 함께 ‘스리 테너’로 노래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는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있는 FC 바르셀로나의 열성적인 팬이기도 하다. 그는 “FC 바르셀로나를 응원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언어를 지지한다는 것과 같다. 나에게는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스포츠 단체다”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친 뒤 그는 기자 앞으로 다가와 한마디를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FC 바르셀로나가 세계 최고입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진짜 ‘알’배기 제철 주꾸미. 가을 낙지, 겨울 문어라고 한다. 이들의 ‘사촌’인 주꾸미는 체급이 훨씬 작고 다리도 짧지만 봄에는 그들을 제치고 극진히 대우받는다. 시기상 별미가 될 수밖에 없다. 주꾸미는 생태적 특성으로 추위를 기피해 날이 풀릴 때를 기다려 산란한다.보통 3월 중순∼4월 중순 사이가 산란 직전의 상태로 알이 몸통 가득 차 있다. 모양은 둥글고 몸통을 눌러 보면 단단하다. 몸통을 열어 보면 알이 가득 모여 있는 것이 마치 ‘찐 밥’ 모양 같다. 일본에서도 주꾸미가 밥을 머금고 있는 문어 모양과 비슷해 ‘반초(飯소)’라는 별명을 지어 줬다. 맛은 구수하고 달달하다. 모성애가 가장 충만할 시기인 이때 주꾸미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맛만큼 영양도 훌륭하다. 피로 해소에 좋고 체내에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타우린이 풍부해 현대인을 위한 보약으로도 불린다. 알을 낳아 여위고 볼품없어지면 맛도 영양도 떨어진다. 이맘때를 놓치지 말자. 올해는 제때 가정에서나 외식 메뉴로 꼭 주꾸미를 즐겨 보자.》 핫 플레이스 5제철을 맞은 물 만난 주꾸미를 놓칠 수 없다. 알배기 주꾸미 맛을 볼 수 있거나 주꾸미 하나로 명성을 이어온 노포(老鋪)와 신흥 맛집을 소개한다.○ 서울다이닝 프렌치와 이탈리아 조리법을 기반으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21세기 서울의 맛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고기를 먹은 뒤 꼭 밥을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에서 착안한 ‘주꾸미 파에야’도 그중 하나다. 정통 스페인 파에야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모양은 낯설지만 맛은 굉장히 익숙하다. 밥을 비벼 먹고, 볶아 먹는 한국적 정서를 셰프의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밥알은 푹 익히지도, 그렇다고 설익지도 않은 중간 정도다. 미나리, 파프리카, 허브 파우더를 넣어 맛을 낸 뒤 볶은 주꾸미를 올렸다.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매콤한 특유의 향과 불맛이 느껴진다.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주꾸미의 쫄깃한 식감과 어울려 전체적으로 맛이 조화롭다. 코스 중 메인으로 제공되는 요리이기에 취향에 맞게 애피타이저를 선택하면 된다.서울 중구 동호로 272 웰콤시티 2층, 02-6325-6321, 런치 코스 2만5000원부터. 디너 코스 7만7000원.○ 고흥쭈꾸미 용두동 주꾸미 골목에 위치한 주꾸미 철판볶음집. 인근 집들과 비교했을 때 덜 맵고 당도가 있다. 다른 집에서 매운맛을 중화시킬 목적으로 나오는 카레 소스가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그 대신 떡 사리와 홍합탕이 무한 리필이다. 주꾸미가 익었다 싶으면 삶은 콩나물, 깻잎을 찢어 올려 버무려 먹으면 된다. 주꾸미만 먹기 아쉽다면 사리로 추가할 수 있는 삼겹살을 주문하는 것도 좋다. 포장 판매도 가능하다.서울 동대문구 무학로 36길 14, 02-922-8435, 주꾸미 1인분 1만 원, 삼겹살 6000원. 계란찜 5000원.○ 플로라 우미 쭈꾸미 요리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인 조우현 셰프가 문을 연 공간으로 주꾸미와 이탈리아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퓨전 맛집이다. 큰 규모로 한식 공간인 ‘우미 쭈꾸미’와 이탈리아 음식 공간인 ‘플로라’로 나뉘어 있다. 한식 공간에서도 양식 요리를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코스 요리로 불쭈꾸미, 갈릭불고기를 기본으로 피자, 파스타, 샐러드를 취향과 가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꽃요리 전문가이기도 한 조 셰프는 이탈리아 음식에 꽃을 장식해 선보인다.서울 강남구 삼성로 534, 02-732-7009, 갈릭불고기&불쭈꾸미 정식 1인분 8000원.○ 서산회관 충남 서천군 마량항 일대에서 주꾸미 원조 집으로 유명한 곳. 생주꾸미가 들어간 샤부샤부, 철판볶음이 주메뉴다. 양념에 무쳐진 살아있는 주꾸미가 접시째 나온다. 불판에서 몸부림을 치는 주꾸미를 보자면 잔인하다는 생각에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되나’라고 말하던 사람도 잘 익은 주꾸미 한 점에 금세 천진난만해진다. 양념을 세게 하지 않아도 본연의 간기와 참맛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다. 양념게장, 새끼주꾸미무침, 간자미 등 기본 밑반찬도 소홀하지 않다.충남 서천군 서면 서인로 318, 041-951-7677, 주꾸미 철판볶음(소) 4만 원. 주꾸미 샤부샤부(중) 5만 원.○ 남해꽃게탕 상호는 꽃게탕 식당인데 오히려 주꾸미가 더 유명하다. 왜 주꾸미는 빨간 고추장 양념으로만 구워먹을까 의문이 든 사람들은 이 집에서 소금구이 주꾸미를 만나볼 수 있다. 반반씩 시키면 하얀 꽃, 빨간 꽃이 핀 듯 직화 불판 위에서 통통한 모양으로 소담스럽게 뭉쳐진 주꾸미를 만날 수 있다. 주꾸미와 꽃게는 국내산이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맛은 만족스럽다.울산 남구 돋질로 302번길 17, 052-276-0576. 주꾸미 소금·양념구이 각 1만 원. ※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www.facebook.com/dongailboculture), 다이어리알(www.diaryr.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몸통-다리 분리 뒤 이물질 제거… 소금물에 꼼꼼하게 헹구면 ‘끝’●주꾸미 손질법주꾸미는 알고 보면 누구나 쉽게 손질할 수 있다. 서울다이닝 김진래 셰프의 도움을 받아 손질법을 알아본다. 죽은 주꾸미나 살아있는 주꾸미의 손질법은 같다. 다만 냉동 주꾸미는 얼려 있는 상태에서 손질하면 부서질 염려가 있어 하루 정도 냉장실에서 해동해 사용한다. 가위를 이용해 몸통과 다리를 분리한 뒤 먹물, 내장, 이빨을 제거하고 밀가루로 빡빡 비벼 이물질과 점액질을 제거한다. 소금물에 빨판이 깨끗해질 때까지 꼼꼼하게 헹구면 손질 끝이다. 손이나 칼보다는 가위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섬세하게 자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헹굴 때는 특유의 간기가 날아가지 않게 약한 소금물로 씻는 것을 추천한다. 회로 먹을 때에는 손질된 주꾸미에 갖은 채소와 양념으로 무쳐도 맛있다. 튀김요리의 경우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겉을 코팅한 뒤 사용한다. 살아있는 주꾸미의 탱탱한 식감과 다를 바 없으나 수분이 날아가 튀김재료로 쓰기 좋고 미세하게 남아있는 점액질이 사라져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선도가 떨어지거나 제철이 지난 주꾸미를 사용할 경우 비린 맛이 강해진다. 이때는 화이트와인이나 청주를 넣은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비린 맛을 잡은 후 요리하면 좋다.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초간단 주꾸미 손질과 데치기 동영상(https://youtu.be/8v4PY0GwTts)}

프리랜서와 직장인. 서로의 장단점이 확연히 갈립니다. 클래식 연주자의 세계도 크게는 프리랜서와 직장인으로 나뉩니다. 바로 솔리스트(독주자)와 오케스트라 단원입니다. 우선 많은 예비 음악인들이 ‘독주자’를 희망합니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은 드뭅니다. 많은 예비 음악인들이 무대에서 홀로 빛나는 독주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독주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독주자가 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국제 콩쿠르 입상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해 김선욱·손열음·문지영,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임지영 등이 그런 경우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입상자가 드물어 입상만 해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연주자들의 뛰어난 실력 덕분에 한 해에도 입상자들이 많이 나옵니다. 콩쿠르에 관해서는 연주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렬하게 갈리지만 이름을 알리는데 더없는 관문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콩쿠르 입상과 국내 외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느냐는 별개입니다. 콩쿠르 특전으로 무대에 오를 기회를 잡는다 해도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 못한다면 몇 년 안에 사라지기도 합니다. 최근 베토벤 소나타 앨범을 낸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전문 독주자로서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콩쿠르 우승을 하고도 사라지는 연주자들이 많아요. 매년 수많은 연주자들이 나오는데 꾸준히 살아남느냐가 연주인들의 화두가 아닌가 싶어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거죠. 불확실성의 연속에서 잘 이겨내야만 해요. 공연이 2~3년 후까지 약속되어 있을 수 있지만 4~5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예측을 할 수 없어요.” 독주자로 악기 선택도 중요합니다. 바이올린, 피아노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악기는 독주자도 많습니다. 다만 경쟁은 아주 치열합니다. 클라리넷, 비올라, 트럼펫 등은 앞의 두 악기보다는 희소하지만 독주자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시장 자체도 작습니다. 독일 주립 브라운슈바이크 오케스트라 수석 비올리스트인 김사라는 “비올라로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독주자는 5~6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낮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개념인 오케스트라 단원은 독주자보다 그나마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외국처럼 종신 단원제가 없는 오케스트라에서는 매년 테스트를 거치기도 합니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입단은 그 기회조차 잡기 힘듭니다. 지난해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입단한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의 이야기입니다. “원하는 오케스트라에서 자리가 나야 오디션이라도 볼 기회라도 생깁니다. 어떤 자리는 20년 넘게 오디션 공고가 나지 않을 때도 있어요.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는 어느 정도의 경력이 쌓인 연주자에게만 오디션을 볼 수 있는 초청장을 보냅니다.” 단원으로서의 활동은 꽤 빡빡합니다.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다 솔로로 전향한 플루티스트 최나경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토로했습니다. “유명한 오케스트라일수록 일정이 빡빡해요. 1년 치 일정이 책으로 나와요. 하루에 2~3개의 공연도 할 때가 있어요. 오전과 오후 리허설 음악이 다를 때도 많고, 집에 가면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밤새 연습해야 해요. 1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에요.” 확연히 다른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단원. 그들만의 고충과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한가지는 확실합니다. 클래식 음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라는 겁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잠깐의 미국 뉴욕 여행이 인생을 바꾸었다. 현대무용수 김천웅(22·한국예술종합학교)은 3월 1일 세계 최고의 현대무용단 중 하나인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에 입단한다. 한국인 최초다. 이 무용단은 1964년 유대인 예술 후원자 바체바 드 로스차일드가 세계적인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을 예술고문으로 세우고 창단했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와 더불어 세계 2대 현대무용단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26일 현지에 머물고 있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운이 좋았다”는 게 그의 첫 말이다. 그는 2015년 1월 여행 중 뉴욕에 머물던 학교 친구를 만나 바체바 무용단의 인텐시브 코스 정보를 얻었다. 바체바 무용단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망설임 없이 일주일짜리 코스를 수강했다. “코스가 끝난 뒤 바체바 무용단의 부예술감독이 저를 불렀어요. 제게 견습생으로 바체바 앙상블에서 활동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어요.” 이 앙상블은 17∼22세의 젊은 무용수들이 속한 바체바 무용단의 2부 성격이다. 매년 400∼500명의 무용수가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좋은 기회였지만 그는 ‘노’라고 대답했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보수도 못 받는 견습생으로 출발하기는 싫었다. e메일 주소만 건네주고 귀국했다. “어느 날 공연 동영상을 보내달라고 메일이 왔어요. 동영상을 보내고 며칠 뒤 이스라엘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견습생이 아니라 앙상블 정단원으로 활동하라고요. 알고 보니 현장 오디션 없이 앙상블에 들어간 무용수는 거의 없었다더군요.” 앙상블에서 활동하던 그는 2년 만에 무용단에 입단하게 됐다. 운이라고 말하지만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앙상블에선 3년 이상 활동할 수 없어요. 1년에 한두 명만 무용단으로 승격하죠. 올해는 저를 포함해 두 명만 무용단에 입단해요.” 그는 5세 때 발레를 시작해 초등학교 2학년 때 현대무용으로 장르를 바꾼 드문 케이스다. 보통은 중고교 이후 현대무용으로 진로를 바꾼다. 어렸을 적 시작한 덕분에 그는 다양한 현대무용을 섭렵했다. “여러 가지 현대무용을 많이 해본 경험을 무용단에서 좋게 봐준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하는 태도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는 세계를 무대로 춤을 춘다는 사실에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바체바 무용단은 내년 한국 공연도 기획 중이다. “세계적인 무용수들과 어울리면서 정말 재미있게 춤을 추고 싶어요. 춤은 즐겁게 춰야 하는 것이니까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연주자들은 직접 악기를 조율할 때가 많지만 예외가 하나 있다. ‘악기의 제왕’으로 불리는 피아노는 전문 조율사가 존재한다. 피아노를 소유한 공연장에는 전담 조율사가 있다. 조율사는 공연장의 피아노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보수하고 피아니스트의 개성과 특징에 맞게 피아노를 조율한다. 무대 뒤 조율사의 세계를 서울 예술의전당 전담 조율사인 이종열 씨(79), 금호아트홀 전담 조율사 정재봉 갤러리피아노 대표(61), 롯데콘서트홀 전담 조율사인 김용래 씨(43)에게 들어봤다. △전공은 제각각=조율사들이 처음부터 이 길을 걷지는 않았다. 이 조율사는 피아노를 배웠고, 정 조율사와 김 조율사는 각각 바이올린과 성악을 전공했다. 세 사람 모두 손기술이 뛰어났고 조율에 관심이 많아 조율사를 선택했다. 이 조율사는 “조율사는 피아노를 연주할 줄은 알아야 한다.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부터 포르티시모(매우 세게)까지 연주하면서 손의 감각을 느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절대음감은 필수?=조율사에게 모든 음을 구별하는 절대음감은 필요가 없다. 다만 상대음감이 필요하다. 정 조율사는 “4옥타브 라를 기준음으로 해서 기계 등을 이용해 주파수를 표준(440Hz)으로 맞춘다. 그 음을 기준으로 상대음감을 활용해 어울리는 음들과 옥타브를 맞춘다”고 밝혔다. △까다로운 연주자=이 조율사는 “폴란드 출신 크리스티안 치머만은 2003년 내한공연 때 피아노 건반과 액션(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현을 때리게 하는 장치) 부분을 두 세트 가져와 조립해서 연주했다. 건반 중 하나는 건드리지도 못하게 했다”고 회고했다. 김 조율사는 “2012년 피에르로랑 에마르는 연주곡을 조율사가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곡을 공부하라고 요구했다”면서 “1월 조성진 연주회 때는 본인의 요청으로 첫날과 둘째 날 피아노를 바꿔 연주했다. 프로그램이 달라 자신이 원하는 소리가 달랐다”고 덧붙였다. △새 피아노 선호=예술의전당, 금호아트홀, 롯데콘서트홀 모두 독일 스타인웨이사의 피아노를 사용한다. 유독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피아노가 있는데 바로 새 피아노다. 정 조율사에 따르면 “새 피아노일수록 힘 있고 깔끔한 소리가 나오고, 건반도 잘 움직이기 때문”이다. △더 좋은 소리=조율사는 피아노와 피아니스트, 관객 사이에서 ‘중매’를 서는 것과 같다. 김 조율사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좋은 소리’는 80% 비슷하다. 나머지 20%까지 채우는 것이 조율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연주자들은 직접 악기를 조율할 때가 많지만 예외가 하나 있다. ‘악기의 제왕’으로 불리는 피아노는 전문 조율사가 존재한다. 피아노를 소유한 공연장에는 전담 조율사가 있다. 조율사는 공연장의 피아노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보수하고 피아니스트의 개성과 특징에 맞게 피아노를 조율한다. 무대 뒤 조율사의 세계를 서울 예술의전당 전담 조율사인 이종열 씨(79), 금호아트홀 전담 조율사 정재봉 갤러리피아노 대표(61), 롯데콘서트홀 전담 조율사인 김용래 씨(43)에게 들어봤다. △전공은 제각각=조율사들이 처음부터 이 길을 걷지는 않았다. 이 조율사는 피아노를 배웠고, 정 조율사와 김 조율사는 각각 바이올린과 성악을 전공했다. 세 사람 모두 손기술이 뛰어났고 조율에 관심이 많아 조율사를 선택했다. 이 조율사는 “조율사는 피아노를 연주할 줄은 알아야 한다.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부터 포르티시모(매우 세게)까지 연주하면서 손의 감각을 느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절대음감은 필수?=조율사에게 모든 음을 구별하는 절대음감은 필요가 없다. 다만 상대음감이 필요하다. 정 조율사는 “4옥타브 라를 기준음으로 해서 기계 등을 이용해 주파수를 표준(440Hz)으로 맞춘다. 그 음을 기준으로 상대음감을 활용해 어울리는 음들과 옥타브를 맞춘다”고 밝혔다. △까다로운 연주자=이 조율사는 “폴란드 출신 크리스티안 치머만은 2003년 내한공연 때 피아노 건반과 액션(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현을 때리게 하는 장치) 부분을 두 세트 가져와 조립해서 연주했다. 건반 중 하나는 건드리지도 못하게 했다”고 회고했다. 김 조율사는 “2012년 피에르 로망 에마르는 연주곡을 조율사가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곡을 공부하라고 요구했다”면서 “1월 조성진 연주회 때는 본인의 요청으로 첫날과 둘째 날 피아노를 바꿔 연주했다. 프로그램이 달라 자신이 원하는 소리가 달랐다”고 덧붙였다. △새 피아노 선호=예술의전당, 금호아트홀, 롯데콘서트홀 모두 독일 스타인웨인사의 피아노를 사용한다. 유독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피아노가 있는데 바로 새 피아노다. 정 조율사에 따르면 “새 피아노일수록 힘 있고 깔끔한 소리가 나오고, 건반도 잘 움직이기 때문”이다. △더 좋은 소리=조율사는 피아노와 피아니스트, 관객 사이에서 ‘중매’를 서는 것과 같다. 김 조율사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좋은 소리’는 80% 비슷하다. 나머지 20%까지 채우는 것이 조율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애피타이저 23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클래식 아코디언 연주자 전유정의 공연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공연장을 대거 찾은 것입니다. 보통 40~50대가 많은 클래식 공연장에 60대 이상의 관객이 많이 찾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금호아트홀 관계자는 “이날 신문에서 전유정의 기사가 나가자 문의 전화가 쇄도했어요. 공연 전까지 약 100통에 가까운 전화가 왔어요. 대부분 나이가 드신 분들로 보기 드문 현상이죠”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아코디언’이라는 악기가 주는 향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이날 전유정은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사계’를 연주했는데요. 문득 한 스포츠 선수가 떠오르더군요. #메인 요리 최근 한 선수의 은퇴 기사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바로 리듬체조의 손연재입니다. 손연재는 1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끝나서 너무 행복했고, 끝내기 위해 달려왔다. 그래도 울컥한다. 아쉬움이 남아서가 아니다.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피아졸라의 음악을 듣고 손연재가 떠오른 이유는 손연재의 마지막 공식 대회였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그가 리본 부문에서 사용한 음악이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였기 때문입니다. 손연재를 처음 기자로서 만난 것은 2008년 겨울이었습니다. 손연재는 당시 15살 중학생이었습니다. 최연소로 리듬체조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혔고, ‘피겨 여왕’ 김연아와 당시에는 같은 소속사와 계약을 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때가 손연재의 첫 언론 인터뷰였습니다. 리듬체조계에서는 ‘얼짱’에 실력도 좋아 유명했습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선수 임에도 불구하고 팬 카페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당시 동아일보가 찍은 사진은 손연재의 프로필 사진으로 잠깐 쓰이기도 했습니다. 손연재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당차게 자신의 꿈을 밝혔습니다. “김연아 언니가 피겨스케이팅에서 한 것처럼 저도 리듬체조를 인기 종목으로 바꾸고 싶어요. 열심히,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사람들에게 리듬체조를 알리고 싶어요.” 약 6년간 손연재를 취재하면서 주위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손연재 본인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이 많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며, 훈련만큼은 악바리처럼 하고, 절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손연재는 선수 생활 동안 수많은 ‘악플’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다독인 것은 손연재였습니다. 본인이 가장 많이 힘들었을테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고 합니다.(물론 이런 이야기도 악플이 달릴 가능성이 높겠지요.) 은퇴가 갑작스러운 것처럼 비쳐지지만 손연재는 올림픽 전부터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2013년 손연재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다니던 한 전직 선수는 어느 날 손연재와 오랫동안 은퇴 후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코치활동이나 대학원 진학에 많은 무게를 두었다고 합니다. 2008년 손연재가 꿈꿨던 것을 전부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올림픽 메달을 끝내 목에 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손연재의 활약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리듬체조를 알게 된 것은 그의 노력이 컸습니다. 손연재의 앞으로가 사실 더 기대되기도 합니다. 물론 성적이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인생이 말입니다. “끝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하고 그 어떤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믿는 방법을 배웠다. 은은하지만 단단한 사람이, 화려하지 않아도 꽉 찬 사람이, 이제는 나를 위해서 하고 싶은 것들, 해보고 싶었던 것들, 전부 다 하면서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도 믿겠습니다. #디저트 사실 피아졸라의 음악을 들을 때 또 한 명의 선수가 생각났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입니다. 김연아도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선보인 프리스케이팅 음악이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였습니다. 3년이 지났어도 ‘아디오스’가 믿어지지 않네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하루를 살 수 있을까? 우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가능하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만 사용해도 일처리는 물론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 하루 ‘묵언(默言) 수행’이 언뜻 가능해 보이지만 난관이 하나 있다. 바로 음식 주문이다. 메뉴판을 가리키는 것만으로는 주문이 쉽지 않다. 건방지다는 등 불필요하게 오해받을 수 있다. 다행히 최근 햄버거, 초밥 전문점을 중심으로 주문 키오스크(무인 정보 시스템)가 확산되고 있다. 커다란 화면에서 손가락만 움직이면 된다. 앞으로 많은 식당과 커피 전문점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문득, 쓸데없는 걱정 하나.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처럼 들어가는 재료를 고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화면에는 크림 양, 우유·시럽·요거트 종류, 물 온도, 얼음 유무, 알레르기 유무 등 복잡한 선택 항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주문에만 몇 분이 걸릴 수도 있다. 말이 그리워지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충분히 그립지만….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알렉산더 매퀸, 메종 마르지엘라, 캘빈 클라인….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브랜드. 현재 그 디자이너가 이끌고 있지는 않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진화시키며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여성 브랜드의 하나인 ‘구호’는 정구호 패션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1997년 시작했다. 정 디자이너는 2013년 구호를 떠났다. 위기에 몰렸던 구호지만 현재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그가 떠나기 전보다 매출은 2배 정도 늘었고, 지난해 미국 뉴욕까지 진출했다. 국내에서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디자이너가 떠난 뒤 살아남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4년 전부터 이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구호 디자인실의 김현정 수석디자이너(43). 2000년 구호에 입사해 18년째 이 브랜드와 성장해 왔다. 17일 서울 용산구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정 디자이너가 떠났을 때 큰 충격을 받았죠. 10년 넘게 여름에는 비, 겨울에는 눈을 피할 수 있었던 ‘큰 나무’가 사라졌으니까요. 주변에 걱정 어린 시선도 많았죠.” 브랜드 구호의 특징은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디자인의 ‘미니멀리즘’이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 불어닥친 미니멀라이프와 잘 맞아떨어진다. 그는 “디자인에서 미니멀을 추구하다 보니 제 삶도 언제부터인가 단순해졌다”라며 “집에 가구 등 갖춘 것은 많지 않다”고 했다. 구호는 30대 강남 젊은 엄마들이 많이 입는 옷으로 잘 알려져 왔다. 고객의 충성도도 높아 10년 전 구매했던 고객이 지금도 꾸준히 찾고 있다. “지금의 고객층도 좋지만 신규 고객을 꾸준히 발굴해서 파이를 키워야만 해요. 20대가 40대가 돼도 라이프스타일만 같고, 체형이 변하지 않는 한 취향은 잘 바뀌지 않거든요. 계속 젊은 고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조금 더 젊고, 여성다운 느낌을 가미하려고 해요.” 올해 봄여름 컬렉션은 아직 매장에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벌써부터 올 가을·겨울 상품 품평회를 열고, 내년 봄·여름 상품 준비를 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시즌을 살고 있다 보니 정신이 없어요. 1, 2년 앞을 내다보며 살아야 하니 가끔은 내가 생각한 방향이 틀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매번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재미는 있어요.” 가장 보람된 순간을 말해 달라고 하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속물적인 디자이너인지 모르겠지만 판매율이 높아 재주문이 들어오면 기분이 좋아져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연 프레젠테이션 뒤 한 미국 백화점에서 독점 판매 제의를 들었을 때 쾌감이 느껴지더군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국내에서도 클래식 아코디언 연주자는 정말 드물어요. 국내에는 클래식 아코디언의 정규 교육 과정조차 없어요. 팝송이나 뽕짝 음악 연주자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지요.” 전유정 씨(26)는 현재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 유일의 클래식 아코디언 연주자다. 역사가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아코디언 악기의 특성 탓에 수많은 선입견과 편견을 이겨내 온 그가 23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클래식 아코디언 독주회를 연다. 그의 음악인생은 ‘시트콤’ 같다. 20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아코디언을 배우게 된 계기부터 풀어놓았다. “중3 때 아버지가 요들 클럽 활동을 하는데 아코디언 연주자가 없다며 피아노를 해본 제게 연주해 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아코디언을 곧바로 연주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께서 러시아에서 본격적으로 배워보라고 제안했어요.” 고교 1학년 때 러시아에서 1년 정도만 공부해 보려 했던 그는 첫 수업에서 생각이 달라졌다. “러시아에서 유명한 아코디언 연주자의 공연을 봤는데, 어린 마음에 ‘내가 저 사람보다는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아코디언에 인생을 걸기로 했다. 5년짜리 계획표를 짜서 부모님에게 보여줬다. 첫해 러시아 국내 콩쿠르 입상부터 독주회 개최, 국제 콩쿠르 입상, 국제 콩쿠르 1등, 오케스트라 협연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함께 공부했던 언니들이 제 계획표를 보더니 ‘콩쿠르 출전 자체도 힘들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루에 16시간씩 연습에 매달렸어요.” 그는 이후 11개월 만에 란치아노 국제 콩쿠르 2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독주회를 열었고, 2010년 클라바 콩쿠르와 2011년 발티도네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했다. 2011년엔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했다. “4년 만에 목표를 다 이뤘죠. 협연 때 러시아 교수님의 눈에 들어 그네신국립음대로 편입도 했어요.” 2014년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상 귀국해야만 했다. “제 사정을 들은 한 교수님은 끼고 있던 반지를 빼서 주기도 했어요. 다행히 학과장과 교수님들의 추천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됐죠. 저도 관광 가이드 생활과 통역 일을 병행했어요.” 오른쪽에 45개의 건반과 왼쪽에 120개의 버튼이 달린 아코디언은 무게만 15∼18kg에 이른다. 가격도 4000만∼8000만 원이나 된다. “10년 전 아코디언을 등에 메고 눈길을 걷다 넘어졌는데 악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엉덩이로 넘어졌어요. 그때 꼬리뼈를 많이 다쳐 지금도 허리와 팔이 좋지 않아요.” 그는 “앞으로 국내에서 클래식 아코디언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석 3만 원. 02-6303-1977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또 베토벤이냐고 묻는다면… 네, 그렇네요.”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이 최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을 수록한 앨범을 발매했다. 3월 18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베토벤의 작품으로 리사이틀도 갖는다. 21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왜 베토벤’일 수밖에 없는지를 밝혔다. “지난 10년간 베토벤의 작품을 많이 연주했어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하나의 겹을 쌓았다고 생각해요. 저만의 베토벤에 대한 철학이 이제 하나의 챕터가 생긴 셈이죠.”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 최연소, 첫 아시아 출신 우승자인 그는 유독 베토벤 작품에 천착해 왔다. 2009년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2012∼2013년 8회에 걸친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2013년 피아노 협주곡 5번 앨범 발매, 2016년 디아벨리 변주곡 완주 등 베토벤만을 연주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베토벤과 자주 함께 악보 위를 걸었다. “음반 판매점에 가면 수십 수백 명의 연주자가 녹음한 베토벤 음반이 있어요. 텍스트는 하나인데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죠. 많은 음반과 해석이 있는데 저는 어떤 저만의 해석과 차별화로 갈지 고민을 많이 했죠. 결국 저만의 언어로 베토벤을 번역했죠.” 그는 어렸을 때는 ‘천재’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최근에는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는 그런 단어를 듣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신동과 거장 이런 단어는 제가 들어도 낯 뜨거워요. 저는 이제 더 이상 영재도 거장도 아닌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매일 꾸준히 할 수밖에 없고,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열심히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현재 그에게는 ‘꾸준히 살아남자’가 화두다. 신입사원으로 음악이란 세계에 발을 디뎌 이제 10년 차 사원으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동양인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다 보면 많은 차별과 편견을 극복해야 해요. 물론 불평만 한다면 자기 손해일 뿐이죠. 또 향후 2, 3년의 연주 일정은 잡혀 있지만 4년 이후는 몰라요. 콩쿠르 우승 뒤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연주해온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죠.”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그는 일반적인 직장인의 삶도 부러워했다. 주말이 있고, 퇴근이 있는 삶 말이다. “매일 서너 시간씩 연습해요. 휴가도 못 가요.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불안해서요. 지난해 하와이로 휴가차 놀러 갔는데 하와이 음대에 연락해서 연습실을 구해 연습했어요. 저에게 연습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과 같은 일상이죠. 좋지도 싫지도 않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음악가는… 글쎄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클라리넷의 여제’ 자비네 마이어(58·사진)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9년 만에 호흡을 맞춘다. 서울시향은 24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자비네 마이어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만 출신의 떠오르는 신예 지휘자인 좡둥제(莊東杰·36)가 지휘봉을 잡는다. 현역 클라리네티스트로는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 마이어는 최고의 협연자이자 실내악 연주자,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독일 출신인 마이어는 오케스트라 음악가로 시작해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단원으로 활동했다. 실내악 활동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오빠 볼프강 마이어, 남편이자 클라리넷 주자인 라이너 벨레와 1983년 삼중주단 ‘트리오 디 클라로네’를 결성해 지금까지 5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지휘자 좡둥제는 2015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 말코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최근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MDR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에서 객원 지휘자로 활동했고, 베를린 필하모닉의 12첼리스트와도 공연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스트라빈스키의 ‘불새’(1919년 버전), 메시앙의 ‘미소’ 등도 연주된다. 1만∼7만 원. 1588-1210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또 베토벤이냐고 묻는다면…네, 그렇네요.”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이 최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을 수록한 앨범을 발매했다. 3월 18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베토벤의 작품으로 리사이틀도 갖는다. 21일 서울 문호아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왜 베토벤’일 수 밖에 없는지를 밝혔다. “지난 10년간 베토벤의 작품을 많이 연주했어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하나의 겹을 쌓았다고 생각해요. 저만의 베토벤에 대한 철학이 이제 하나의 챕터가 생긴 셈이죠.”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 최연소, 첫 아시아 출신 우승자인 그는 유독 베토벤 작품에 천착해왔다. 2009년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2012~2013년 8회에 걸친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2013년 피아노 협주곡 5번 앨범 발매, 2016년 디아벨리 변주곡 완주 등 베토벤만을 연주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베토벤과 자주 함께 악보 위를 걸었다. “음반 판매점에 가면 수십 수백 명의 연주자들이 녹음한 베토벤 음반이 있어요. 텍스트는 하나인데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죠. 많은 음반과 해석이 있는데 저는 어떤 저만의 해석과 차별화로 갈지 고민을 많이 했죠. 결국 저만의 언어로 베토벤을 번역했죠.” 그는 어렸을 때는 ‘천재’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최근에는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는 그런 단어를 듣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신동과 거장 이런 단어는 제가 들어도 낯 뜨거워요. 저는 이제 더 이상 영재도, 거장도 아닌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매일 꾸준히 할 수 밖에 없고, 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열심히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현재 그에게 ‘꾸준히 살아남자’가 화두다. 신입사원으로 음악이란 세계에 발을 디뎌 이제 10년 차 사원으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동양인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차별과 편견을 극복해야 해요. 물론 불평만 한다면 자기 손해일 뿐이죠. 또 향후 2~3년의 연주 일정은 잡혀 있지만 4년 이후는 몰라요. 콩쿠르 우승 뒤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연주해온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죠.”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그는 일반적인 직장인의 삶도 부러워했다. 주말이 있고, 퇴근이 있는 삶을 말이다. “매일 3~4시간씩 연습해요. 휴가도 못가요.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불안해서요. 지난해 하와이로 휴가차 놀러갔는데 하와이 음대에 연락해서 연습실을 구해 연습했어요. 저에게 연습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과 같은 일상이죠. 좋지도 싫지도 않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음악가는…. 글쎄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영국의 다양한 현대 문화예술이 한국을 찾아온다. ‘2017-20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한국 내 영국의 해’ 행사가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열린다. 공연, 전시, 영화, 건축, 문학, 과학 등 총 30여 개 행사가 서울, 부산, 대전, 전북 전주, 경남 통영 등 전국 각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캐런 브래들리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에서 엄선한 영국 최고의 문화예술 작품을 한국에 선보인다”며 “한국과 영국 예술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창의 활동 개발을 돕겠다”고 말했다. 영국은 2012년 중국, 브라질과 ‘상호교류의 해’를 처음 시작한 이후로 여러 국가의 예술가와 예술 지원기관의 협력을 지원하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 영국 내 한국의 해 행사는 영국에서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문화예술을 ‘창의 산업’이라고 표현한 마틴 프라이어 주한 영국문화원장은 “영국에는 25만 개의 창의 산업 관련 기업들이 있고, 190만 명을 고용하고 198억 파운드(약 28조2000억 원)에 달하는 서비스를 수출하고 있다”며 “한국도 한류의 창의력과 상업적 성공, 관객 동원력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영국의 현대성을 보여주는 최신 트렌드를 보여줄 계획이다. 프라이어 원장은 “19개월간의 사전조사를 통해 한국인 대부분이 영국의 문화유산에 대해 잘 알지만, 현대의 예술적 성과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국의 최신 현대 예술을 보여주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한국 내 영국의 해’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오페라 ‘골든드래건’(3월 경남 통영), 웨인 맥그리거의 ‘아토모스’(5월 서울 LG아트센터), 영국문화원 소장품 기획전(9월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셰필드: 인터시티 아트 프로젝트(10월 부산 영도 깡깡이예술마을) 등이 예정돼 있다. 한편 영국대사관은 현대카드와 함께 양국의 스타트업들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현대카드의 ‘스튜디오 블랙’에서는 스튜디오 블랙에 입주한 한국 스타트업과, 영국에서 방문한 스타트업들이 서로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장이 열렸다. 스튜디오 블랙은 현대카드가 스타트업을 위해 지난달 3일 문을 연 공유 오피스다. 이날 행사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브래들리 장관 등이 참석해 한국과 영국의 기술 및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영국은 디지털, 핀테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영국의 소호 워크스 쇼어디치라는 공유 오피스가 스튜디오 블랙에도 많은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김재희 기자 }

최근 오페라는 ‘듣는 것’에서 ‘보는 종합예술’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45)는 노래는 물론이고 청순한 외모에 영화배우 뺨치는 드라마틱한 연기력으로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 ‘제2의 안나 네트렙코’로 불리는 대형 소프라노가 등장했다. 최근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데카’를 통해 데뷔 앨범 ‘아이다’를 발매한 아이다 가리풀리나(30)가 그 주인공이다. 그와 국내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가리풀리나는 2013년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창설한 국제 오페라 콩쿠르인 ‘오페렐리아’에서 우승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도밍고는 당시 그를 향해 “오늘날 가장 주목해야 하는 오페라 디바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오페렐리아 콩쿠르는 하룻밤 만에 제 모든 것을 바꿔 놓았어요. 데카에서 연락이 왔고, 빈국립오페라극장에서 계약 제의가 왔죠.” 지난해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플로렌스’에서 오페라 디바 역인 ‘릴리 폰스’로 등장하며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영화감독이 릴리 폰스를 닮은 외모에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도 꽤 어려운 ‘종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소프라노를 찾았어요. 제안이 들어와 좋다고 대답했죠.” 러시아 카잔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성가대 지휘자인 어머니의 권유로 성악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제 이름이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떠올리게 하는데 장차 제가 성악가가 될 것이라고 부모님이 아셨던 것 같아요. ‘아이다’는 아라비아어로 ‘선물’이란 뜻이래요.” 3년 전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평화음악회’에서 처음으로 국내 팬 앞에 섰다. 당시 한복을 입고 ‘그리운 금강산’, ‘밀양 아리랑’을 한국어로 완전히 외워 불렀다. “처음 불러본 한국 전통 노래가 정말 좋았어요. 한복을 입은 것은 기획사의 아이디어였는데 저를 위해 특별히 맞춰줬어요. 러시아로 돌아갈 때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그 옷도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최근 많은 오페라극장과 연출가들이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도 자신의 외모가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달 그가 주역으로 나선 빈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로미오와 줄리엣’은 전 세계로 중계됐다. “외모는 노래 실력만큼이나 중요해요. 수만 명의 관객과 카메라가 지켜보는 큰 무대에서 공연할 때는 아름답게 보여야 하니까요.” 17일 체코 프라하에서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가진 그는 3월부터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빈 등에서 열리는 오페라에 출연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앞으로 항상 가수이자 여자로서 행복해지고 싶고, 제 노래로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요. 물론 기회가 생긴다면 한국에서도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순남 선생은 한국 가곡의 정체성을 확립시킨 작곡가입니다.” 작곡가 김순남(1917∼1983)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인 ‘비운의 천재 작곡가 김순남을 노래하다’가 2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한국가곡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이번 음악회에는 팝페라 가수 카이의 진행으로 김순남의 외동딸인 방송인 김세원(72)의 인터뷰 및 영상과 함께 공희상 강지현의 피아노와 장구 길석근, 대금 김규환의 반주로 김순남의 가곡 13곡을 모두 들려준다. 소프라노 강은현 장은진, 테너 김승직, 바리톤 나건용이 무대에 오른다. 1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국가곡연구소 최영식 소장(65·사진)은 “1920년대에 국내에 소개된 가곡은 1940년대까지 서양 가곡의 형식을 모방한 형태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순남은 한국 고유의 민족음악을 확립하고자 독자적인 창작어법을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의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노 협주곡 작곡가인 김순남은 1948년 월북했다. 러시아로 유학을 가며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남로당 숙청 바람이 불어 사상 검토를 받다 모든 공직을 잃었고, 1983년 투병 끝에 사망했다. 그는 1988년 월북, 납북 음악인의 작품에 대한 규제 해제를 계기로 재조명받았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김순남이 작곡한 ‘진달래꽃’ ‘바다’ ‘산유화’ 등 13곡이 모두 무대에 오른다. 최 소장은 “13곡 안에는 무려 세 가지 스타일의 가곡이 존재한다. 민요풍의 가곡, 사실적인 가곡, 현대기법으로 작곡한 가곡 등의 스타일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현대무용음악 ‘스파르타쿠스’를 작곡한 아람 하탸투랸(하차투리안)과 쇼스타코비치가 칭송했던 김순남은 특히 우리 시의 억양을 음악에 잘 살려냈다. 최 소장은 “초기 가곡은 서양음악의 형식을 가져오다 보니 시의 언어를 살리지 못했고, 반주도 단순했다. 하지만 김순남은 우리나라의 전통음악 요소를 도입해 우리 가곡의 매력을 살렸다”고 말했다. 9년 전 설립된 한국가곡연구소는 앞서 작곡가 홍난파, 박태준, 현제명, 채동선, 이흥렬, 김세형, 김성태, 조두남, 김동진 등을 재조명했다. 최 소장은 “한국 가곡의 이론적인 연구와 역사 등 문헌 정리는 물론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외국인을 위한 가곡집을 내는 등 한국 가곡의 해외 보급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2013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때 외국인 콩쿠르 참가자를 위한 한국어 딕션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왜 예술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빛을 발하는지 이해가 되는 자리였습니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거장 엘리소 비르살라제(75)가 16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첫 국내 독주회를 가졌습니다. 일단 비르살라제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1915~1997),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 등과 함께 피아노를 상징하는 인물로 통합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여류 피아니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죠. 러시아 정부로부터 최고예술상을 수상했고,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통 후계자라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거물급 러시아 피아니스트에다가 국내 첫 내한공연이다 보니 클래식계에서 일찍부터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금호아트홀 390여석은 일찌감치 매진이 됐습니다. 금호아트홀 관계자는 “금호아트홀이 생긴 이후 정말 드물게 웨이팅리스트(대기 명단)가 만들어질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고 말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티켓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습니다. 거의 피아니스트 조성진급 인기였습니다. 이날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백혜선, 김태형, 박종화가 찾는 등 클래식 관계자들이 대거 비르살라제의 공연을 보러 왔습니다. 그만큼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비르살라제는 별다른 동작 없이 바로 피아노 앞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뒤 바로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이날 레퍼토리는 슈만의 아라베스크와 환상소곡집,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3번,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리스트의 헌정과 스페인 랩소디였습니다. 피아노를 치는 동작은 소박하다 할 정도로 거의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많은 연주자들이 피아노를 치면서 몸을 앞뒤로 왔다 갔다 하거나 의자에서 번쩍 일어나는 등의 격한 움직임이 많은데 비르살라제는 상체는 거의 그대로 있고, 팔과 함께 손목, 손가락만 피아노 위에서 춤을 췄습니다. 놀라운 것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타건이었습니다. 프로코피예프 작품 연주 때 눈을 감고 들어봤습니다. 마치 20대 남성 피아니스트가 연주하고 있는 듯 힘찬 연주가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앙코르를 세 곡 들려줬지만 앙코르는 생각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본 프로그램의 여운이 강력하게 남았습니다. 6개의 작품 모두 여운이 진하게 남아 앙코르는 거의 본 식사 뒤에 마시는 간단한 커피로 여겨졌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커피 또한 깔끔한 맛을 자랑했음은 물론입니다. 공연을 곱씹어보면서 드는 여러 생각들의 종착역은 한 곳이었습니다. “왜 이제야 온 것입니까? 또 와주세요.”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이처럼 호불호가 갈린 연주자가 또 있을까. 피아니스트 임현정(사진)이 4일 국내에서 세 번째 리사이틀을 가졌다. 우선 임현정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13세 때 프랑스 유학을 떠나 16세 때 불교 승려로 출가를 꿈꿨다. 2009년 연주 동영상이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빌보드 클래식과 아이튠스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다. 임현정의 남다른 개성은 공연 때마다 화제다. 빠른 연주 속도에 음악적 해석도 독특하다.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은 과도한 자신만의 해석으로 음악을 망친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일부 관객은 임현정의 발걸음을 뒤쫓기에 호흡이 가쁠 정도였다. 반면 대중적 인기는 높다. 임현정은 공연장에서 많은 함성과 기립박수를 받았다. 사인회 때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예술에서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개성이 사라진 예술은 지루하고 따분할 뿐이다. 또 관객이 없다면 예술은 존재하기 힘들다. 그 점에서 호불호가 갈리든 임현정은 개성, 관객 둘 다 갖고 있는 셈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독일 쾰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 앙코르가 시작되기 전 지휘자 프랑수아그자비에 로트가 메모지를 들고 지휘대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밤입니다. 앙코르를 준비했습니다.” 해외에서 온 유명 지휘자가 어설픈 한국말로 인사하자 관객은 그 어느 때보다 열광했다. 최근 클래식 공연이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벤트로 관객의 ‘눈’까지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방한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도 뛰어난 연주뿐만 아니라 독특한 이벤트로 화제를 모았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4악장 연주 도중 남성 단원들이 악기 연주 대신 노래를 한 것. 앙코르 때는 여성 단원들이 합창으로 드보르자크의 ‘모라비아 듀엣’을 불렀다. 두 번째 앙코르 때는 모든 단원들이 악기를 내려놓고 일어나 ‘아리랑’을 합창했다.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한 관계자는 “공연 당일 지휘자 이반 피셰르가 갑자기 아리랑 악보를 요구해 합창단에서 빌려왔다”고 말했다.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지난해 12월 무대도 예상 밖의 이벤트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공연이다. 하이든의 교향곡 ‘군대’ 마지막 악장에서 무대가 아닌 객석 1층 출입문이 열리더니 길거리 악단을 떠올리게 하는 타악기 연주자 네 명이 등장했다. 이들은 ‘We ♥ KOREA’라는 글자가 새겨진 큰북을 앞세워 군악대처럼 행진해 관객 2000여 명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클래식 팬들은 지난해 10월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의 공연도 잊지 못한다. 피셔는 앙코르 연주 도중 헝가리 무곡 제5번에서 피아니스트로 변신했다. 피아노 연주자 옆에 나란히 앉아 흥겨운 연주를 펼쳐 보였다. 클라리넷 연주자인 안드레아스 오텐자머도 리사이틀에서 앙코르로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서울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에서는 지휘자 정명훈이 앙코르 연주 때 객석에서 관객처럼 앉아 연주를 지켜보는 깜짝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최근 경향에 대해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젊은 관객을 잡기 위해 공연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많은 음악인들이 다채로운 이벤트를 여는 추세다. 관객의 호응도 좋다”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공유 맨투맨 구할 수 있나요?” 최근 인터넷 구매대행 카페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문의다. ‘공유 맨투맨’은 최근 드라마 ‘도깨비’에서 배우 공유가 입고 나온 스웨트 셔츠. 스웨덴 브랜드인 아크네(ACNE) 제품으로 웃는 얼굴의 ‘스마일 페이스’ 패치가 특징이다. 드라마의 힘은 대단했다. 이 셔츠는 순식간에 품절됐다. 색상만 달리해서 나온 올 봄·여름 제품도 이미 매진됐다.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구매 전쟁이 벌어졌다. 한 유럽 쇼핑몰에서 인터넷 라이브채팅으로 문의했더니 “한국에서 유독 주문이 많다. 한국에 무슨 일 있나”라고 반문했다. 국내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한 번 입었다고 하면 ‘누구누구 옷’이라고 해서 크게 유행한다. 디자인을 베낀 제품도 금세 나타난다. 그만큼 길거리에서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칠 가능성도 높다. 한 국내 디자이너는 “교복문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같은 옷을 입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의미다. 옷은 입는 사람의 개성을 표현한다고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개성보다는 유행이 우세하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