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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홍명보 감독(사진)이 이끈 대표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잘 모르고 억측에 근거한 비난도 적지 않다. ‘홍명보호’에 대한 오해를 3가지로 정리해 본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3일 “월드컵 부진이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홍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허 부회장은 “성적에 따라 감독만 바꿔선 한국 축구 발전은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홍 감독. 그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국 축구도 살 수 있다.○ 박주영과의 의리?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내용이다. “벤치를 지키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는 취임 당시 일성과 달리 홍 감독은 소속팀 경기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 박주영을 선발하기로 결정하고 대표팀 소집 전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박주영이 훈련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이 고려대 출신이라 후배를 챙기기 위해 뽑은 것 아니냐”는 ‘학맥 논란’부터 홍 감독과 박주영의 ‘지나치게 끈끈한’ 관계를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홍 감독은 박주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박주영이 프랑스 AS모나코에서 잘나갈 때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와일드카드로 선발해 쓰면서 ‘박주영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선후배들의 가교 역할을 잘했고, 늘 솔선수범했다. 무엇보다 런던 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처럼 결정적일 때 ‘한 방’도 터뜨려줬다.○ 해외파만 우대? 전 세계 32개국이 참가하는 ‘축구 제전’ 월드컵에 참가하는 감독으로서 선수 23명을 선발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의 건장한 선수들과 겨뤄야 하는 월드컵이다. 십중팔구 외국 선수들과 경기를 많이 해본 선수들을 선택할 것이다. 홍 감독도 그랬다. ‘유럽파’가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홍 감독이 청소년과 올림픽 사령탑을 할 때 활약했던 ‘홍명보의 아이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는 비난도 설득력이 없다. 올림픽에서 활약한 선수들 중 여러 명이 유럽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이후 소속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홍명보는 ‘축구정치’의 산물? 홍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대표팀 코치가 됐고, 이어 ‘전략가’ 핌 베어벡 감독 밑에서도 대표팀 코치를 했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감독으로 출전했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땄다. 협회의 난맥상은 있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허정무 감독이 사퇴하며 우여곡절 끝에 사령탑에 오른 ‘축구 야당’ 출신 조광래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 조중연 전 축구협회 회장의 설득으로 사령탑에 오른 최강희 감독의 시한부 사퇴 등이 복잡하게 얽혔다. 홍 감독이 ‘조 회장’ 라인으로 비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허 부회장이 늘 “홍명보는 한국 축구의 귀중한 자산이다. 잘 보호해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듯 대부분의 축구인은 ‘홍명보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오늘 같은 자신감을 가지면 알제리도 문제없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러시아전을 지켜본 뒤 “선수들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희망을 던져줬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같이 당당하게 경기하면 알제리와 벨기에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축구 전문가들이 꼽은 러시아전 무승부의 효과는 ‘자신감 회복’이었다. 23일 알제리와의 2차전에 대해선 다양한 주문이 이어졌다. 최 감독은 “이근호가 선제골을 넣을 땐 (홍)명보 형의 운발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평소 홍명보 감독에 대해 ‘운(運)을 타고났다’는 말을 자주 했다. 국가대표 선수 시절부터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잘 피해 나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점을 말한 것이다. 최 감독은 “러시아의 이고리 아킨페예프 골키퍼가 세계적이라고 하는데 이날 이근호의 슈팅을 놓치는 실수를 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지만 참 타이밍이 환상적이었다. 홍 감독의 운이 아닌가 한다”며 웃었다. 최 감독은 알제리와의 2차전에 대해선 인내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는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봤듯 알제리는 강팀을 만나면 수비지향적이 된다. 알제리는 한국에 대한 경계를 높일 것이다. 1패를 안았고 한국은 무승부로 승점 1을 챙겼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수비를 강화한 뒤 역습을 노릴 것이다. 그래서 성급하게 덤비기보다는 차분하게 플레이하며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승이 급한 알제리로선 어느 순간부터는 골을 넣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때를 노려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소피안 페굴리 등 뛰어난 공격수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역습할 때도 반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이 우리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압박을 했는데 러시아는 뒤로 처져 수비 위주 경기를 펼쳤다. 후반에 실점한 뒤부터 공격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알제리전은 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 알제리나 모두 1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모험을 할 순 없으니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러시아 경기에선 손흥민과 이청용의 사이드 돌파가 위력적이지 않았다. 알제리전에선 사이드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많이 나와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러시아전은 사실상 우리가 주도했다. 정말 좋았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찾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평가전 때와는 다른 선수들의 몸놀림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좋은 움직임을 보이다 보니 러시아가 그다지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러시아전에서는 치밀하지 못한 수비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알제리전에서는 특히 문전에서 수비수들이 조심해야 할 것이다”고 수비 안정을 주문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홍 감독의 이근호 교체 타이밍이 절묘했다. 러시아가 체력적인 문제로 후반에 뒷공간이 생길 거라고 예측했고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인 이근호를 투입했다. 이근호는 골로 보답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벨기에를 상대로 알제리가 상당히 수비적인 형태를 보였지만 우리와 할 때는 분명 이기려고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우리도 수비 안정이 중요하지만 러시아전 때보다는 조금 더 공격적인 전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승점을 확보하고 16강에 가려면 러시아와 경기할 때보다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을 끌어올려 압박해야 한다. 상대 진영부터 압박해 공을 뺏은 뒤 빠르게 역습하는 전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야! 우리 선수들 잘 뛰던데….” 18일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를 지켜본 대부분 팬들의 반응이다. 태극전사들이 브라질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치른 튀니지, 가나와의 평가전 때 보여줬던 무기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평가전만을 떠올리면 러시아에 완패할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홍명보 감독은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 본선에서 최상의 전력을 내는 게 목표”라고 줄곧 말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의 컨디션 조절 프로그램이다. 스포츠 과학을 활용해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주기화 원리’(일정 주기에 따라 훈련 강도를 높였다 낮췄다 하며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과학적 방법)가 있다. 인체는 강하게 몰아치다 강도를 낮추면 컨디션이 초과 회복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한 컨디션 조절법이 ‘주기화 원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창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파워프로그램’을 실시한 뒤 폴란드와의 1차전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내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다. 이 프로그램 전문가가 이케다 코치다. 이케다 코치는 일본 최고의 체력관리 전문가다. 이케다 코치는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때 처음으로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당시 홍 감독은 이케다 코치를 영입하기 위해 세 번이나 일본을 방문했다. 이후 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 코치로도 발탁된 이케다 코치는 한국의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케다 코치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도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훈련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아이고 상’으로 불릴 정도였다. 일본식 존칭으로 ‘세이고 상’으로 부르던 것에서 따서 붙인 별명이었다. 이케다 코치는 가나 등과의 평가전 일정에 관계없이 훈련 프로그램을 이어나갔다. 선수 개인차에 따른 프로그램도 적용했다. 러시아전을 앞두고는 조금씩 훈련 강도를 낮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날 태극전사들이 펄펄 난 이유다. 알제리, 벨기에전을 앞둔 대표팀의 컨디션 회복이 관건으로 떠오르며 이케다 코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됐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아니! 저는 아르헨티나가 스리백(3명의 수비수를 쓰는 전술)을 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16일 열린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F조 첫 경기를 본 뒤 당황했다고 했다. 세계적인 강호로 우승까지 넘보는 아르헨티나가 축구계에서 퇴물 취급을 받던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온 탓이다. 포백 전술의 경우 양 측면 수비수들이 역습에 자주 가담한다.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이 적은 스리백은 상대적으로 수비지향적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스리백은 ‘수비지향적이다’는 과거의 통설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등장한 전술의 새로운 트렌드를 알아봤다.○ “아르헨티나가 스리백 쓸 줄은 정말 몰랐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화려함은 사라지고 실리를 지향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을 제외하고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 등 강팀들이 스리백으로 수비를 강화하고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패싱 축구인 ‘티키타카’를 깨기 위해 스리백을 썼다.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둬 사실상 5명이 수비를 하는 포메이션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과거와 달리 3명의 수비수를 미드필드 쪽으로 전진시켜 스페인을 압박하는 공격지향적인 스리백이다. 미드필더나 수비수가 볼을 차단하면 곧바로 볼을 앞으로 찔러 역습에 나선다”고 덧붙였다. 이때 수비수가 앞으로 나가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 쪽으로 내려서서 상대 반격에 대비한다. 네덜란드는 이 전술로 14일 B조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5-1로 완파하고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에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여의치 않자 후반에 포백으로 바꿨다. A조의 멕시코, D조의 코스타리카도 스리백으로 각각 카메룬과 우루과이를 무너뜨렸다.○ 헐거워진 압박, 그리고 3명의 공격수 황 감독은 “전반적으로 전방 및 중원 압박이 줄었다. 현지의 날씨가 덥고 습도도 높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먼저 수비에 치중해 안정을 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선 무더위 때문에 경기 중 물을 마시는 ‘쿨링 브레이크’를 부분 도입했다. 출전 팀들이 이런 환경에 맞게 압박보다는 전체적인 균형감을 찾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 압박이 느슨해졌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은 “과거엔 스페인의 패싱플레이를 저지하려고 달려들다가 망가졌는데 이번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 뒤 차단해 역습하는 플레이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은 “스피드가 빨라지고 정확도가 높은 공인구 브라주카의 영향도 있지만 네덜란드와 독일 등 강팀들이 3명의 공격수를 기용하는 스리톱을 쓴 것도 골이 많이 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한국 축구의 운명을 가를 일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첫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 1차전 승리 팀들의 16강 진출 확률이 가장 높았다. 1차전에서 이기면 선수들의 자신감도 끌어올릴 수 있어 이후 경기 전망도 밝혀 준다. 프로 사령탑과 해설위원 등 선배들이 태극전사에게 주는 ‘필승전략’을 들어봤다. 》 ▼ “긴장 풀고 마음껏 즐겨라” 황선홍 포항 감독 ▼우리 땐 선수들이 유럽에서 뛴 경험이 거의 없어 월드컵에 나가서 쓸데없이 긴장하는 바람에 경기를 망친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마인츠) 등 대표팀 주전 대부분의 선수가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다. 러시아 선수들이 리그에서 함께 뛰는 유럽 선수들과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긴장하거나 주눅 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월드컵이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라고 지나치게 크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 순간 몸과 마음은 굳는다. 러시아도 똑같이 부담감이 있다. 누가 더 평상시같이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월드컵을 즐겨라. ▼ “후회없는 투혼 발휘할 때” 최용수 서울 감독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곤 부담감과 불안감, 조바심이 났던 기억이 있다. 막상 경기를 치르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한국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이다. 최근 평가전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 심리적으로 위축된 데다 첫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클 텐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과거를 떠올려보면 이마가 터져 피가 나도 투혼을 발휘해 뛰었을 때 국민들도 감동받았다. 젖 먹던 힘까지 꺼내 ‘우리 팀이 살아야 내가 산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꼭 러시아를 꺾기 바란다. 월드컵은 선택받은 사람만 나갈 수 있다. 이 좋은 기회를 날리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 “先수비-後역습에 길 있다” 박경훈 제주 감독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트레이너가 최근 훈련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봐 러시아전에 맞춰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고 생각된다. 우리 몸은 강하게 몰아치다가 훈련량을 줄이면 컨디션이 상승하게 돼 있다. 체력이 올라왔다면 우린 먼저 수비를 강화한 뒤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써야 한다. 최근 세계적인 축구의 트렌드가 수비 강화다. 빈틈없는 수비조직력이 러시아 격파의 선제조건이다. 그동안 평가전에서 흔들렸던 수비를 다소 안정시켰다고 보면 초반부터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우리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최소한 비겨야 한다. ▼ “초반 실수만 안하면 승산” 김대길 KBSN 해설위원 ▼관건은 체력과 자신감 회복이다. 마지막 가나와의 평가전 때 보여줬던 무기력에서 탈피해야만 한다. 러시아가 한 수, 두 수 위의 팀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체력이 정상으로 올라오고 자신감만 잃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다. 이번 월드컵에선 그동안 사라졌던 스리백(3명이 서는 수비라인)이 다시 등장하는 등 전술적인 다양성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활용했던 4-2-3-1 포메이션을 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흔들렸던 수비라인이 잘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전술을 활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초반에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승산은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나이를 잊었다는 평가를 받는 ‘중원 사령관’ 안드레아 피를로(35·유벤투스)와 ‘악동’ 마리오 발로텔리(24·AC 밀란)가 ‘죽음의 D조’에서 이탈리아를 구했다. 일본 열도는 ‘드록신(神)’ 디디에 드로그바(36·갈라타사라이)의 활약에 슬픔에 빠졌다.○ ‘중원 사령관’ 피를로-‘악동’ 발로텔리 콤비 피를로와 발로텔리의 나이 차는 11세. 세대 차를 넘어 침착하고 묵묵히 플레이를 하는 피를로와 다소 건방진 듯 다혈질인 발로텔리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하지만 15일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마조니아 경기장에서 열린 D조 1차전에서 ‘종주국’ 잉글랜드를 무너뜨리는 데 있어서는 환상의 콤비를 이뤘다. 긴 머리와 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피를로는 중원에서 정확한 패스와 재치 있는 플레이로 잉글랜드의 조직력을 무너뜨렸다. 이날 전반 35분 터진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유벤투스)의 선제골은 피를로의 플레이에서 나왔다. 오른쪽에서 마르코 베라티(파리 생제르맹)가 볼을 밀어주자 수비수 한 명을 달고 움직이던 피를로가 공을 그대로 다리 사이로 흘려보냈다. 피를로의 움직임에 집중하던 잉글랜드 수비진 사이에 틈이 벌어졌고 그 사이로 마르키시오가 슈팅해 골네트를 가른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 리포트에 따르면 피를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112차례의 패스를 시도하고 103차례 연결해 92%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사실상 잉글랜드는 피를로의 칼날 패스에 무너진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정상에 올려놓은 주역이었던 피를로는 후배들을 위해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 발로텔리는 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안토니오 칸드레바(라치오)가 올린 크로스를 골 지역 왼쪽을 파고들며 머리로 받아 넣었다. 수비수 게리 케이힐(첼시)을 따돌리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압권이었다. 과격한 행동으로 구단에 거액의 벌금을 내고 여성 교도소가 궁금하다며 차를 타고 난입하는 등 경기장 안팎에서 기행을 일삼아 ‘악동’으로 불리던 발로텔리가 이탈리아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대회 직전 벨기에 출신 여자친구에게 청혼한 발로텔리는 “첫 월드컵 무대에서 골을 기록해 정말 행복하다. 이 승리를 내 미래의 아내에게 바친다”며 활짝 웃었다. AP통신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병기(兵器)’가 잉글랜드를 무너뜨렸다고 전했다. 한편 이탈리아가 잉글랜드를 꺾고, 조 최약체로 평가되는 코스타리카가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우루과이를 3-1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D조는 혼전 양상을 띠었다.○ 드록신 존재감에 무너진 열도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넘어 원정 대회 최고 성적을 노리던 일본은 교체 출장한 드로그바의 무서운 존재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은 이날 헤시피의 페르남부쿠 경기장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전반 16분 혼다 게이스케(AC 밀란)의 선제골로 앞서 갔다. 그렇지만 사타구니 부상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던 드로그바가 후반 17분 교체 출전하면서 분위기는 물론이고 결과까지 달라졌다. 드로그바에게 상대 수비수들의 견제가 집중되는 사이 코트디부아르는 후반 19분 윌프리드 보니(스완지 시티)에 이어 21분 제르비뉴(AS 로마)까지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일본으로선 드로그바 등장 4분 만에 2골을 헌납했다. 스포츠닛폰 등 일본 언론들은 “드로그바에게 신경을 쓰는 사이 다른 선수들에게 당하고 말았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드로그바는 4년 전 남아공 대회를 앞두고 가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오른팔 척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정작 월드컵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는데 이번 월드컵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당시의 빚을 갚았다. 이날 승리로 코트디부아르는 사상 첫 16강 진출이 유력해진 반면 월드컵 본선에서 아프리카 팀에 첫 패배를 당한 일본은 16강으로 가는 길이 험난해졌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브라질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개최국 브라질을 포함해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등 남미의 강호,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과 독일,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유럽의 전통 명문들이 저마다 정상을 넘보고 있다. 월드컵 역사에서 4강까지는 의외의 팀들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이 그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땐 크로아티아, 1994년 미국 월드컵 땐 불가리아가 4강에 올랐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신은 월드컵을 단 8개국에만 허락했다. 지금까지 19회 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전 세계 200여 개국 가운데 브라질이 5회로 최다 우승을 차지했고 그 뒤를 이탈리아(4회), 독일(3회), 아르헨티나, 우루과이(각 2회), 잉글랜드, 프랑스, 스페인이 따르고 있다. 강팀만이 월드컵을 넘볼 수 있었다. 개최 대륙에서 우승팀이 나온다는 월드컵 전통도 쉽게 깨지지 않고 있다. 1994년 미국, 2002년 한일, 2010년 남아공까지 포함하면 개최 국가는 크게 ‘유럽 vs 비유럽’으로 나눠볼 수 있다. 지금까지 유럽이 월드컵을 개최하면 유럽 국가가, 남미 등 비유럽 국가가 월드컵을 열면 남미 국가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예외는 두 번,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뿐이다. 월드컵은 개최국의 이점이 극명한 대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개최국이 조별 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는 2010년 남아공 대회 딱 한 번밖에 없었다. 개최국 우승도 많다. 우루과이(1930년)와 이탈리아(1934년), 서독(1954년), 잉글랜드(1966년), 아르헨티나(1978년), 프랑스(1998년)가 모두 자국에서 우승했다. 이런 역사적 전통 때문에 브라질이 월드컵 트로피를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은 월드컵 사상 가장 위대한 팀이다. 브라질은 1930년 1회 우루과이 대회 때부터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에 참가한 유일한 국가다. 브라질은 1958년과 1962년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1970년 다시 정상에 오르며 초대 우승컵인 쥘리메컵을 영원히 소유한 국가가 됐다. 당시 브라질엔 축구 황제 펠레가 있었다. 브라질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골잡이 호마리우를 앞세워 최초로 4회 우승의 위업을 세웠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호나우두가 골 폭풍을 몰아치며 다섯 번째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4회 우승의 이탈리아 등 유럽팀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탈리아는 ‘카테나치오’로 유명한 수비축구를, 지난 대회 챔피언 스페인은 특유의 패스축구를 앞세워 정상에 도전한다. ‘전차군단’ 독일은 전통의 파워에 스페인식 기술축구를 가미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우승을 넘본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0-4 완패. 브라질로 향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행보가 불안하다.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3일 앞두고 10일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프리카 강호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해결하지 못했다.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은 고사하고 16강에도 못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졸전이었다. 축구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지낸 최강희 전북 감독과 박경훈 제주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 김대길 KBSN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 월드컵은 분위기 싸움… 반전 계기로대표팀 내부 관계자가 아니라 뭐라 말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외부에서 보는 것은 피상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드러난 현상은 전체적으로 수비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월드컵은 분위기 싸움인데 너무 골을 많이 내줘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된다. 박주호와 홍정호를 투입하는 등 수비수를 3명이나 바꾼 것은 홍명보 감독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을 전반적으로 테스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패배에 연연하기보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행인 것은 선수들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튀니지전보다는 좋아졌다는 것이다. 단시일에 능력을 향상시킬 순 없지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면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선에선 다를 것” 자신감 가져라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반응이 늦었다. 체력적으로 완벽하지 않다는 얘기다. 4골이나 내준 것은 선수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게 자신감이다. 본선에서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절대 상대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계속 졌다. 패하다 보면 서로 신뢰와 믿음이 깨지게 된다. 오늘 컨디션이 나빴던 게 의도적으로 훈련을 많이 한 오버트레이닝의 결과라면 남은 시간 동안 컨디션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 목표로 하는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많이 한 뒤 조정기(훈련 강도를 낮춰 몸을 회복시키는 시기)를 거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분위기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 홍명보 감독을 믿고 힘 실어줘야내가 쭉 지켜보며 훈련시킨 팀이 아니라 할 말이 없다.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믿고 기다려야 한다. 다만, 지금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월드컵이란 큰 대회는 특수성이 있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홍명보 감독이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다고 했으니 믿어줘야 한다. 비판하기보다는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홍 감독은 선수 때부터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했으니 팀을 잘 추슬러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믿는다.○ 너무 무기력… 러와 1차전에 집중을러시아와의 1차전을 고작 8일 남겨둔 가운데 너무 무기력했다. 경기 내용이 콤팩트하지 못했고 압박도 허술했다. 전술 완성도도 떨어졌다. 경기에서 골은 내줄 수도 있다. 그런데 반격할 때 파워가 떨어졌다. 이런 상태라면 러시아와 벨기에를 상대하기 힘들다. 지금쯤이면 전체 팀 컨디션이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하는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남은 기간 어떻게 끌어올릴지 걱정된다. 체력은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힘들다. 현재로선 선수들이 낙담하지 않도록 막는 게 최선이다. 패배를 잊고 러시아와의 1차전에 집중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러시아를 잡으면 최근의 무기력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구상 최고의 축구 제전이 다가옴에 따라 누구보다 가슴이 뛰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축구 전쟁’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그 성적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사령관들이다. 본선 진출 32개국엔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명장들이 즐비하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활약 못지않게 그들의 지략 대결도 팬들의 관심사다. 이번 대회에서는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66)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개최국으로 홈그라운드 이점을 가진 브라질이 역대 최다 우승 신기록을 갈아 치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콜라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역대 최다인 5번째 우승컵을 안긴 주인공. 정상에 오른 뒤 브라질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진해서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이후 포르투갈 감독을 맡아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2004에서 준우승, 2006년 독일 월드컵 4강을 이끌며 지도력을 과시했다. 이후 첼시(잉글랜드)와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 팔메이라스(브라질)를 지도했고 브라질축구협회의 부름을 받아 다시 ‘삼바 축구’ 지휘봉을 잡았다. 브라질협회는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을 내자 2012년 11월 마누 메네지스 감독을 경질하고 ‘백전노장’에게 러브 콜을 보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그는 지난해 ‘미니 월드컵’인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우승 청부사’의 귀환을 전 세계에 알렸다. 스콜라리 감독의 아성을 위협할 인물로는 스페인을 메이저 2개 대회 챔피언으로 이끈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64)이 꼽힌다. 유로2008에서 우승을 일군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이 도입한 짧은 패스를 앞세운 ‘티키타카’(쉴 새 없이 랠리를 거듭하는 스페인의 패스축구를 표현하는 말)를 계승해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2012에서 최고봉에 올랐다. 헬무트 쇤(독일·유로1972와 1974년 월드컵 우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유로와 월드컵 우승컵을 모두 거머쥔 감독이다. 이번에 우승하면 개인적으론 메이저 대회 3개 연속, 스페인으로선 4개 메이저 대회 연속 정상에 서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델보스케 감독의 지휘 속에 스페인은 2011년 9월부터 FIFA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브라질에 0-3으로 지는 등 최근 다소 흔들리는 모습에서 탈출하는 게 델보스케 감독의 숙제다. H조에서 한국과 만나는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68)도 주목받고 있다. H조에서 가장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AC 밀란, AS 로마(이상 이탈리아) 등 유럽의 명문 클럽을 정상에 올려놓았고 잉글랜드 대표팀도 지휘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이끌 당시 32개 출전국 감독 중 가장 많은 연봉(990만 달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럽예선에서 포르투갈을 제치고 러시아를 F조 1위로 이끌며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켜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 밖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FC바르셀로나), 독일 분데스리가(바이에른 뮌헨),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아약스·알크마르)에서 정규리그 우승만 7번 한 루이스 판 할 네덜란드 감독(63), 잉글랜드의 자존심 로이 호지슨 감독(67), ‘전차군단’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 미국 감독(50) 등도 전술적 반란을 꿈꾸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 사람 요즘 참 바쁘다. 지방선거가 열린 4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전문지, 각종 방송에서 온 전화로 신문이나 방송에 낼 ‘희귀 자료 없냐’는 질문과 만나 달라는 요청이다. 6일엔 모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5시간 넘게 녹화까지 했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월드컵 때만 되면 반복되는 현상이다. ‘축구자료 수집가’ 이재형 베스트일레븐 이사(53)는 이렇게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도 또 다른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한국과 브라질이 수교한 지 55주년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한·브 축구 외교 53주년인지는 잘 모른다. 1961년 프로축구팀 마르레이라 팀이 처음 방한하면서 한국과 브라질의 축구 외교가 시작됐다. 이런 스토리를 브라질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마르레이라 이후 1970년 플라멩구, 1972년 산투스가 방한했고, 브라질 대표팀은 1997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1999년과 2013년까지 ‘삼바축구 대표’는 3차례 방한했다. 이 이사는 “브라질 대표팀과 클럽 팀이 방한했을 때 만든 포스터와 팸플릿, 사진 등 50여 점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전적으로 이 이사 개인이 혼자 하는 것이다. 당초 기업의 후원을 받아 크게 열 계획이었으나 여의치 않아 평소 가깝게 지내던 상파울루축구협회 관계자와 함께 상파울루 시내에서 조그맣게 연다. 브라질 축구영웅 펠레(74)가 산투스 시절 입었던 유니폼 등 브라질 관련 축구 물품도 있다. 국내 일정상 현지 시간 17일 브라질에 들어가는 바람에 그날부터 한국과 벨기에의 H조 3차전이 열리는 26일까지 10일간 열 계획이다. “월드컵이란 큰 행사로 브라질과 한국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월드컵에 집중하느라 한국과 브라질의 외교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양국이 축구로 어떤 외교를 펼쳐 왔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서울 성북초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이 이사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뺑뺑이(추첨)로 축구팀이 없는 홍익중에 입학하면서 가슴에 ‘한(恨)’을 품고 살았다. 인근 경신중 축구팀 훈련과 경기를 지켜보는 게 낙이었다. 우표 등 각종 축구 관련 기념품을 모으는 것도 그때 생긴 취미였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해 회사를 다니면서도 축구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94년 축구전문잡지 ‘월간축구(현 베스트일레븐)’의 기자 모집공고를 보고 찾아가면서 인생은 바뀌었다. 현장을 돌며 더 많은 자료를 모을 수 있었다. 1996년 2002 한일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자료 수집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월드컵 개최 기념으로 1997년 아크리스백화점에서 소장하고 있던 축구자료를 전시했다.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기념품 수준의 것밖에 없어 안타까웠다. ‘유물’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계기가 됐다.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 때 안정환의 골든 볼, 스페인과의 8강 승부차기 때 마지막 키커 홍명보가 찬 공을 각각 에콰도르와 이집트까지 날아가서 찾아왔다. 42개국을 돌아다니며 4만여 점을 모았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자료 구입비와 여행비에 썼다. 30년 넘게 약 20억 원을 썼는데도 아깝지 않다. 이번에도 사재를 털어 떠나지만 새신랑이 신혼여행 가듯 행복하기만 하단다. 참고로 그는 아직 솔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 H조 두 번째 상대 알제리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알제리는 5일 스위스 스타드 드 제네바에서 열린 루마니아와의 평가전에서 나빌 벤탈렙(토트넘)의 선제골과 힐랄 수다니(디나모 자그레브)의 결승골로 2-1로 이겼다. 알제리는 1일 아르메니아를 3-1로 꺾은 데 이어 스위스 전지훈련에서 2연승이고 최근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에서는 4연승을 달렸다. 알제리는 좌우 측면을 활용한 공격력이 돋보였다. 알제리의 벤탈렙은 전반 22분 압델무엔 자부(클럽 아프리칸)가 왼쪽 측면을 돌파해 수비수를 제치고 올려준 볼을 상대 골키퍼가 주춤하며 놓치는 사이에 골로 연결했다. 알제리는 1-1이던 후반 22분 사피르 타이데르(인터 밀란)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돌파해 낮은 크로스를 깔아주자 수다니가 쇄도하면서 왼발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알제리는 수비 집중력에선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29분 루마니아의 알렉산드루 킵치우가 중원에서 2 대 1 패스로 파고드는 것을 수비라인이 놓쳤고 골키퍼 라이스 음볼리(CSKA 소피아)가 너무 일찍 앞으로 나와서 막으려다 킵치우의 페인트에 말려 골을 허용했다. 한편 한국으로선 알제리 팬 변수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제리 팬들은 이날 첫 골이 터지자 불을 피워 연기를 냈고 물병도 투척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수백 명이 경기장으로 난입하기까지 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결정된 카타르가 선정 대가로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세계 축구계를 강타하면서 개최국 재선정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당시 경쟁 국가였던 한국 일본 미국 호주 가운데 호주마저 뇌물 의혹이 불거져 재선정에 돌입한다면 한미일 3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짐 보이스 FIFA 부회장은 1일 영국 BBC에 “(카타르의) 비리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집행위원회에 전달된다면 재투표에 힘을 보탤 것”이라며 “뉴욕 변호사 출신인 마이클 가르시아 수석조사관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가르시아 조사관은 2일 오만에서 의혹을 부인하는 카타르축구연맹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그레그 다이크 영국축구협회장은 “이는 매우 심각한 의혹으로 반드시 새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무함마드 빈 함맘 전 FIFA 집행위원 겸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최소 4명의 아프리카 출신 FIFA 집행위원과 아프리카 약 30개국 축구협회장,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 등에게 카타르의 유치를 지지하는 대가로 500만 달러(약 51억 원)가 넘는 뇌물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함맘 전 회장은 BBC에 “이는 뇌물이 아니라 관행상 선물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2011년 뇌물 의혹으로 FIFA에서 영구 제명됐다가 2012년 재판에서 승소한 직후 FIFA로부터 2차 영구제명 조치를 당했다. 500만 달러 중 41만5000달러는 오세아니아축구연맹을 이끌던 레날드 테마리 회장의 뇌물 수수로 인한 투표권 박탈 관련 소송비용으로 들어갔다. 테마리 회장은 당시 호주를 지지해 호주도 뇌물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 카타르의 선정 과정에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까지 검은돈의 흐름을 추적하기도 했지만 FIFA가 움직이지 않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입금 명세서와 e메일 등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언론에 공개되면서 뇌물 의혹은 최고조를 맞고 있다. 데이비드 갤럽 호주 축구협회장은 호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제기된 의혹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카타르가 개최 자격을 박탈당한다면 다시 월드컵 유치를 신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도 최근 “카타르를 대신해 월드컵을 치를 의사가 있다”고 밝히는 등 당시 카타르와 경쟁했던 한미일 3국이 재선정 때 다시 의욕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기헌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최종적으로 재투표를 한다는 결정이 나오면 그때 협회가 어떻게 준비할지 밝히겠다”고 말했다.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양종구 기자}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에 0-1로 패한 뒤 최종 전지훈련지 미국 마이애미로 떠난 한국에 대해 ‘역대 최약체’ ‘3패 유력’ 등 비관적인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회는 시작도 안 했고 대표팀은 전력을 한창 끌어올리는 중이다. 홍명보 감독도 “이제 80% 정도 완성됐다”고 했다. 여전히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에 대한 희망은 있다는 얘기다. 스포츠심리학 전문가 김병준 인하대 교수(48·사진)로부터 한국의 심리적 필승 전략을 들어봤다. 김 교수는 2007년 FC 서울 심리 자문역을 시작으로 GS 칼텍스 배구단, 대우증권 탁구단 등 단체 및 개인 심리 상담 경험이 많아 이론과 실전 지식이 풍부하다.○ 자책(自責)하지 마라 김 교수는 “큰 대회를 앞두고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비난과 자책이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아무리 심리적으로 강해도 비난을 받으면 위축되고 자책감에 빠질 수 있다. 당연히 경기력에도 영향을 준다.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중앙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의 실수로 골을 내줘 0-1로 졌는데 현재로선 홍정호의 기를 살려주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11명 중 1명이라도 자책감에 빠지게 되면 조직력이 무너져 경기 자체를 망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중 실수는 언제나 나오는 법이니 서로 ‘괜찮아’라고 용기를 북돋으며 실수한 선수가 자책감에 빠지지 않도록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셰놀 귀네슈 감독의 요청으로 서울 선수들 상담을 했는데 재능 많은 젊은 선수들이 화합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인들이 욕심을 부리고 다른 선수들은 비난을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언제나 동료 플레이에 ‘잘했어’라고 서로 용기를 주라고 했더니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울은 전력을 정비해 2010년 K리그 정상에 올랐다. 실수를 했어도 ‘괜찮아’, 슈팅이 벗어났을 때도 ‘잘했어’라고 하는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 신뢰와 믿음을 줘 조직력이 탄탄해졌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자책하게 만들어라 2006년 7월 10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연장 후반 5분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일명 ‘지단 박치기 사건’. 이 박치기로 지단은 퇴장당했고 우승컵은 이탈리아의 품에 안겼다. 추후 밝혀진 박치기의 진상은 마테라치가 경기 중 지단의 여동생을 욕했고 이에 지단이 흥분하면서 나타난 행동이었다. 이 사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겠다는 ‘윈 어글리(Win Ugly·추하게 이기다)’의 전형이 됐다. 김 교수는 “상대 선수에게는 실수를 유발해 자책감에 빠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책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선수가 자책감에 빠지는 순간 그 경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윈 어글리까지는 아니지만 상대를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하는 플레이는 현대 스포츠에서 꼭 필요한 전략이다”라고 조언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와 가장 궁합이 맞는 태극전사로 손흥민(22·레버쿠젠)이 꼽혔다. 월드컵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각국 선수들의 브라주카에 대한 적응이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손흥민의 플레이가 볼의 특성에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송주호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운동역학·사진)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에 비해 브라주카는 안정성이 돋보인다. 힘보다는 정확하고 세밀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 적합하다. 페널티지역 내에서 슈팅이 정확한 손흥민에게 맞는 공”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주카를 만든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디다스는 “공격수가 마음먹은 방향으로 공을 보내기 더 쉽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브라주카는 공 표면의 조각(패널)이 6개로 역대 공인구 중 가장 적다. 이에 따라 다른 공보다 더 완벽한 구(球)에 가깝다는 것이 아디다스 측의 설명이다. 송 박사는 “패널 수는 적어졌지만 바람개비 형태로 이어진 이음매는 더 길어졌다. 구에 가까워지면 공의 흔들림이 많아지는데 이음매가 더 길어진 데다 표면 돌기도 많이 만들어 안정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공기역학 상 실밥이 있는 공을 던지는 게 표면이 매끄러운 공을 던지는 것보다 정확한 것과 같은 이치다. 브라주카는 2년 반 동안 10여 개국 30개 팀, 600여 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온도와 습도는 물론이고 기압차에서도 변화가 없도록 테스트할 정도로 안정성을 높였다. 자불라니는 가벼운 데다 구에 가까워 심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보여 ‘마구(魔球)’로 불렸다. 그래서 자불라니는 무회전으로 강하게 차는 선수들에게 유리했다. 송 박사는 “브라주카는 자불라니와 달라 긴 거리에서 무회전으로 강하게 차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보다 짧은 거리에서 정확하게 차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에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는 손흥민에게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 손웅정 씨(48)에게서 어려서부터 기본기에 충실한 슈팅을 배웠다. 특히 페널티지역을 파고들며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날리는 슈팅도 정확도가 높다. 28일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선 아직 브라주카에 적응이 안 된 듯 전반 29분 수비수를 맞고 나온 단 한 차례의 슈팅밖에 하지 못했지만 적응이 되면 찬스 때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다는 게 송 박사의 설명이다. 손흥민은 세밀한 데다 골키퍼들이 “가장 슛발이 좋다”고 할 정도로 파워까지 갖추고 있어 브라주카로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손흥민은 “공은 다 똑같다. 특별히 (다르다고) 느낀 것은 없다. 새로 나온 공이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라주카는 손으로 잡는 그립감도 키워 골키퍼에게도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브라주카가 세밀한 기술축구를 구사하는 스페인과 개최국 브라질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무서운 벨기에, 현란한 루카쿠▼21세 신예… 양발 사용 해트트릭… 룩셈부르크전 5대1 완승 이끌어브라질 월드컵 H조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만날 벨기에의 ‘젊은 피’ 로멜루 루카쿠(21·에버턴·사진)의 위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루카쿠는 27일 열린 룩셈부르크와의 평가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벨기에의 5-1 대승을 주도했다. 루카쿠는 전반 3분 미드필드에서 마루안 펠라이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패스한 볼을 받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골키퍼를 살짝 제치고 왼발로 골을 넣고 20분 뒤 문전 혼전 속에서 몸에 맞고 공중으로 뜬 볼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다시 골네트를 갈랐다. 후반 9분에는 페널티 지역 왼쪽 외곽에서 볼을 잡아 드리블로 돌파한 후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왼발로 골을 마무리했다. 룩셈부르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2위로 벨기에(12위)에 한참 떨어진 팀이었지만 루카쿠의 거침없는 플레이는 위협적이었다. 191cm, 94kg의 육중한 체구에도 순발력과 볼 컨트롤이 좋았다. 페널티지역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도 기회를 포착하면 순식간에 파고들어 슈팅을 날렸다. 원래는 왼발잡이인데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사용했다. 루카쿠는 최근 막을 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15골로 득점 9위에 오른 골잡이다. 사상 첫 원정 8강을 노리는 ‘홍명보호’로선 루카쿠를 막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단한 러시아, 칼날 아직 무뎌▼슬로바키아전 포백 수비 안정… 교체 출전 케르자코프 결승골홍명보호의 브라질 월드컵 본선 첫 상대 러시아가 슬로바키아와의 평가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전반적으로 수비는 안정됐지만 공격은 그다지 위력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68)이 이끄는 러시아는 2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30분 교체 멤버로 들어간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제니트)가 후반 37분 터뜨린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승리했다. 러시아는 알렉산드르 코코린(디나모 모스크바)을 전방에 세웠고, 알렉산드르 사메도프(로코모티브 모스크바)와 알란 자고예프(CSKA 모스크바), 올레크 샤토프(제니트)를 2선에 배치했다. 포백으로는 바실리 베레주츠키,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이상 CSKA 모스크바), 안드레이 예셴코(안지), 드미트리 콤바로프(스파르타크 모스크바)가 섰다. 러시아는 볼 점유율을 높이며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펼쳤다. 카펠로 감독은 경기 후 “수비는 만족이지만 공격은 불만”이라고 말했다. 카펠로 감독은 “공격에서는 더 향상돼야 할 부분이 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며 “지난주에 강도 높은 훈련을 했기에 이번 경기에서 컨디션이 절정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의 신예 명장으로 떠오른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46)과 최용수 FC 서울 감독(41)이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대학은 다르지만 1987학번 동기인 황 감독과 홍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앞두고 막내로 대표팀에 합류해 한방을 쓰면서부터 ‘절친’으로 지내고 있다. 최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홍 감독과 역시 한방을 쓰며 큰 교훈을 얻어 ‘평생의 은인’으로 삼고 있다. 이 3인방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합작하기도 했다. 황 감독과 최 감독이 대표팀에서 지내던 때를 회상하며 각각 친구와 선배에게 진솔한 응원의 편지를 썼다. 친구 명보에게. 너를 대표팀에서 만난 지도 벌써 24년이 넘었구나. 이탈리아 월드컵을 앞두고 막내로 태극마크를 달고 한방을 쓰면서 미래를 꿈꾸던 시절이 새삼 그립다. 볼 심부름 등을 하며 대선배들 틈 속에서 몰래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지. 태극마크는 우리에게 자부심이면서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겼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좋았지만 졌을 때 쏟아지는 비난에 가슴에 멍이 수만 번 들어야 했지. 공격수인 나는 결정적인 찬스를 못 살렸을 때, 수비수인 너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을 때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가로 짊어져야 할 우리의 운명이었지. 며칠 후 브라질로 떠나는 명보 너를 볼 때 한편으로 너무 큰 짐을 어깨에 지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다른 때와 달리 국가 전체가 대표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너로서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슬픔에 잠긴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던져줘야 하기에 역대 그 어떤 월드컵 때보다 심적인 부담감이 클 것이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단 이상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명보 너이기에 믿는다. 넌 항상 위기에 강했다. 선수 때도 그랬고 지도자로서도 그랬다. 대표선수로 오래 활약했고 훌륭한 감독 밑에서 잘 배웠다. 무엇보다 넌 늘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회에 나갈 때마다 힘든 상황이 닥쳐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그때마나 넌 잘 이겨냈다.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획득도 너의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상황은 쉽지 않다. 우리가 상대할 H조의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모두 강팀이다. 장밋빛 전망보다 다소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월드컵에 나갈 때마다 그랬다. 이런 안 좋은 평가 속에서도 2002년 ‘4강 신화’를 이뤘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도 이뤘다. 명보 너에게 이번 월드컵은 또 하나의 도전이다. 그동안 보여줬듯 소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면 충분히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난 너를 믿는다.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 명보 형! 형의 이름만 불러도 든든합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기억하세요? 당시 멕시코와의 조별 리그 1차전에서 1-3으로 질 때 전 벤치만 지켰죠. 저도 그랬고 모든 사람이 저의 출전을 기대하고 있었죠. 그래서 여론도 좋지 않았고 ‘최용수, 왜 안 뛰었느냐’를 놓고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죠. 저도 흥분해 불만을 표출하려 할 때였습니다. 같은 방을 썼던 형이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축구판에서 오래가지 못한다. 네가 불만을 표출하면 여론은 더 걷잡을 수 없을 것이고 한국 축구는 완전히 무너진다”고 했어요. 그래서 전 기자회견에서 “전혀 불만이 없다. 선수의 출전 여부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라고 말했고 여론은 잠잠해졌지요. 전 그때를 잊지 못합니다. 제가 그때 불만을 표출했으면 어땠을까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형의 그 냉철한 충고를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형은 잘나가는 후배보다 늘 음지에 있는 선수들을 챙겼어요. 그래서 선수들이 많이 따랐죠. 또 24년간 한국 축구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겸손했어요. 선후배들이 형을 신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과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형을 끝까지 믿고 따랐던 것을 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 형을 믿습니다. 최상의 전력을 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이번 대표선수들도 형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 늘 형의 ‘운(運)발’은 타고났다고 말합니다.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형이 잘 피해 가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운이라는 게 그냥 오는 것인가요?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선수들과 신뢰로 뭉쳐 함께하니까 오는 것이지요.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One for all, All for one).’ 형이 올림픽 때 내건 슬로건 잊을 수 없습니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 만고의 진리인 것 같습니다. 형, 지금 나라가 참 힘든 상황입니다. 형의 그 ‘운발’로 대한민국이 다시 웃길 기대합니다. 감히 후배로서 형에게 조언한다면 첫 상대 러시아는 꼭 잡아야 합니다. 물론 잘 알고 계시겠지만. F F―최용수 FC 서울 감독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슬픔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길….” 20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역대 국내파 월드컵 감독들이 거의 다 모였다. 김정남(1986년 멕시코) 이회택(1990년 이탈리아) 김호(1994년 미국) 차범근(1998년 프랑스) 허정무(2010년 남아공) 그리고 브라질 월드컵 예선 때 사령탑을 맡았던 조광래 감독. 선배들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홍명보 감독을 응원하는 자리였다. 김호 감독은 “(세월호 여파로) 지금 나라가 어렵고 힘들다. 다시 정신무장을 잘해 국민을 기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차범근 감독도 “홍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 한국 축구에 새로운 희망을 줬다. 브라질에서도 다시 한 번 국민들을 웃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뤘던 허정무 감독은 “현 대표팀은 홍 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한 선수들이 주축이다. 이게 희망적이다. 팀 전체가 유쾌한 자신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조광래 감독도 “홍 감독은 선수 때도 늘 자신감에 찼었다. 더 강한 자신감을 갖고 미드필드에서 볼 점유율을 높이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역대로 미드필드 점유율이 높은 팀의 성적이 좋았다”고 조언했다. 이회택 감독은 “홍 감독은 좋은 운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다. 런던 올림픽에서도 고비가 많았지만 동메달을 따냈다”고 말했다. 한편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전북 현대)은 21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랑스 올랭피크 리옹과의 친선경기 관계로 참석하지 못했다. 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 축구의 요람으로 걸어 들어오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4년 전 아픔은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하나를 얘기했다. “도움이 되겠다.” 브라질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고참 곽태휘(33·알힐랄·사진)가 16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들어왔다. 8일 본선 최종 엔트리 23명에 뽑혔지만 소속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14일(현지 시간)까지 치러야 하는 바람에 12일부터 시작된 훈련에 합류하지 못했다. 알힐랄을 8강에 올려놓고 온 곽태휘는 “파주에 오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고 말문을 열며 활짝 웃었다. 그는 “지금 이 미소가 그때 그 기분이었다”며 최종 엔트리에 들었을 때의 기쁨을 설명했다. 곽태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에 울어야 했다. 오스트리아 최종 전지훈련 중 치러진 벨라루스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4주 진단을 받은 것이다. 결국 동료들이 남아공행 비행기에 오를 때 그는 목발을 짚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4년 전 아픔을 겪은 뒤 다시 목표를 정해 여기까지 왔다. 개인적으로 첫 월드컵 출전인데 그 목표를 이뤄 기쁘다.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하겠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중앙수비수인 곽태휘는 역대 최연소(평균 25세) 대표팀을 ‘맏형’으로서 이끌어야 한다. 대표팀 구성이 곽태휘를 제외하고는 서른 살을 넘은 선수가 없어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 탓이다. 곽태휘는 “어린 후배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감독님과 다양한 얘기를 했다”며 “선배이자 형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겠다. 축구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박주호-이명주 등 예비엔트리 포함돼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은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본선 진출 32개국의 예비 명단 30명 씩을 공개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8일 최종 23명을 발표하면서 예비 명단 7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의 7명은 골키퍼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과 수비수 김기희(25·전북), 박주호(27·마인츠), 미드필더 장현수(23·광저우 푸리), 김민우(24·사간 도스), 이명주(24·포항), 남태희(23·레퀴야)다.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울산 현대가 43일 만에 승리하며 긴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울산은 11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김용태와 안진범, 한상운의 릴레이 골을 앞세워 3-0 완승을 거뒀다. 3월 29일 FC 서울에 2-1 승리를 거둔 뒤 무려 4무 2패만에 얻은 값진 승리다. 울산은 승점 19로 수원 삼성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 5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조민국 울산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호에 승선해 12일 소집되는 ‘진격의 거인’ 김신욱을 배려 차원에서 벤치에 앉히고도 승리를 잡았다. 김신욱은 후반 43분 한상운 대신 그라운드에 들어가 추가시간까지 약 5분을 뛰었다. 한편 10일 열린 경기에서는 이명주(포항 스틸러스·사진)가 전남 드래곤즈와의 안방경기에서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명주는 3월 15일 부산 경기부터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5골 9도움)를 올려 마니치(1997년·부산)와 에닝요(2008년·대구) 등이 보유한 종전 최다 9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기록을 갈아 치웠다. 포항은 3-1로 이기고 승점 25로 이날 인천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긴 전북 현대(승점 21)를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지켰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 안도하기도 했어요.” 휴대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예상 밖으로 덤덤했다. 4년 전의 악몽 탓에 밤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8일 TV로 생중계되는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할 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공격수 부문에서 구자철(마인츠05) 다음으로 ‘이근호’를 호명한 뒤 졸았던 마음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흥분할 법도 했지만 아주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근호(29·상주 상무)가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됐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본선을 앞두고 마지막 떠난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지에서 ‘탈락’의 아픔을 겪고 유니폼을 휴지통에 던지고 왔던 4년 전의 기억을 이제야 떨치게 된 것이다. 이근호는 당시 월드컵 예선에서 펄펄 날아 본선 티켓 획득에 큰 기여를 했고 본선에서도 활약이 기대됐지만 막판 컨디션 저하로 슬럼프에 빠지면서 결국 허정무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4년 전 기억을 안 떠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계속 최종 엔트리 발표에 신경이 쓰였다. 월드컵 출전은 오랫동안 바랐던 일이다. 너무 기쁘다.” 경북 문경의 상주팀에서 훈련 중인 이근호는 홍 감독이 자신을 선택해준 것을 ‘소중한 기회’라고 표현했다. 그는 “진짜 준비 많이 했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아픈 경험을 겪었기 때문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 월드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근호는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이 끝난 뒤 왼쪽 무릎이 부어올라 마음을 졸여야 했다. 수술 얘기까지 나왔지만 다행히 휴식과 재활로 완치할 수 있었다. 박항서 상주 감독의 배려도 무릎을 빨리 낫게 했다. 박 감독은 “이근호의 월드컵에 대한 열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급적 K리그에 출전시키지 않고 쉬게 했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필드플레이어로 선발된 국내파 3명에 이근호가 끼었다니 상주 구단으로서도 영광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근호가 군인정신이 철저하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잘할 것”이라며 씩 웃었다. 6월 병장으로 진급하는 상병 이근호는 지난해부터 ‘군인 선수’로 빛나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득점왕(15골)을 차지하며 팀을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시켰다. 그는 “입대 전에는 운동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상무의 시설과 시스템이 아주 좋아 훈련을 잘할 수 있었다. 또 축구를 하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며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후배들에게 상무 입대를 권유하고 있다. 인천만수북초등학교와 부평중고를 나온 이근호는 인천 유나이티드(2005년)로 프로에 데뷔했고, 대구 FC를 거쳐 2012년 울산 현대에 둥지를 틀며 K리그 최고 공격수 대열에 섰다. 당시 리그에서 8골을 터뜨렸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해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그해 AFC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