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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고교에서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상피제’가 실시된다. 대전시교육청은 3월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학업성적 관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고교 상피제를 적용했다고 27일 밝혔다. 고교 상피제는 교원과 그 자녀가 같은 고교에 함께 다닐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지난해 숙명여고에서 교무무장인 아버지가 딸을 위해 시험지를 유출한 사건으로 학부모의 불신이 확산돼 도입 여론이 일었다. 시 교육청은 인사 권한이 없는 사립 고교에 대해서는 상피가 필요한 경우 교사를 법인 내 다른 학교로 전보를 하도록 적극 권고했다. 앞서 올해 고입 배정 때도 학생이 고교를 자유롭게 선택하되, 원서에 부모의 재직학교를 기재해 배정 단계에서 상피가 이뤄지도록 했다. 시 교육청은 부득이 한 사정으로 상피가 어려울 경우 최소한 교사인 부모가 자녀가 재학 중인 학년의 시험문제에 대한 출제, 검토, 인쇄, 채점 등 평가 관리 업무를 담당하지 않도록 ‘교내상피제’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관내 모든 고교의 평가관리실 등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평가 서류를 관리하는 캐비닛의 잠금장치를 강화해 예방 효과를 높이도록 했다. 이해용 시 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엄정하고 공정한 학업성적 관리가 이뤄지도록 각종 제도적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학생 평가에 대한 교원의 윤리와 책무 의식도 높여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26일 충남 공주보에서 열릴 예정이던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금강 공주보 처리를 위한 민관협의체 회의’가 농민단체를 비롯한 민간위원 전원의 참석 거부로 무산됐다. 이날 오전 10시 회의장에는 전체 위원 24명 중 민간위원 전원(12명)을 포함해 23명이 찾았다. 하지만 민간위원 윤응진 우성면 평목리 이장이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이미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한 상태에서 협의체 회의를 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윤 이장에 이어 민간위원들 모두 “공주보 해체 철회”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회의장 밖에서는 공주시민 500여 명이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로 구성된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공주보 해체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최창석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 공동대표는 “현 정권이 ‘이명박 정권에서 4대강 보 건설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하지만 이번 환경부의 보 해체 결정 역시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주시민들이 환경부의 결정에 대해 졸속이라거나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는 이 지역 ‘금강 물막이의 흑역사’를 보면 확연해진다. 공주는 농업용수 확보 외에도 백제 유적인 공산성의 경관 유지와 상수원 확보, 수상스포츠 발전 등 다양한 목적의 금강 활용 수요가 있었다. 시는 상수원 확보를 위해 1990년 공주대교(길이 480m) 밑에 높이 3m의 돌보를 만들었다. 이어 2001년 지금의 공주보 상류 지점에 농업용수 확보와 공산성 경관 유지 등을 위한 러버댐 건설을 추진해 116억 원의 예산까지 확보했으나 환경단체와 하류 시군의 반대로 무산됐다. 시는 2008년 금강교 인근 하류인 백제큰다리 밑에 26억여 원을 들여 길이 284m, 높이 3m의 돌보를 건설했다. 이 돌보는 백제큰다리 교각 세굴 방지와 주변 농업용수 확보, 공산성 경관 유지, 백제문화제 개최 시 부교 및 유등 설치에 필요한 수심 확보 등을 위한 것이었다. 공주대교 돌보는 2009년부터 상수원이 대청댐으로 대체되면서 용도 폐기됐다. 백제큰다리 돌보는 공주보 건설로 수량이 충분해져 필요가 없어졌다. 두 돌보는 2010년 4대강 사업을 위한 준설로 교각 주변만 제외하고 모두 철거됐다. 하지만 이번에 환경부 계획대로 공주보가 해체되면 기존의 다양한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농업용수 확보는 관정 추가 설치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공산성 경관 유지와 백제문화제 및 구석기축제를 위한 수심 확보 등을 위해 시는 두 돌보의 재건 건의를 검토하고 있다. 공산성은 2015년 송산리고분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공주의 대표적인 백제 유적이다. 시는 지난해 9월 백제문화제를 치르기 위해 정부에 요청해 완전 개방했던 공주보를 46일 동안 다시 닫아 수심을 확보했다. 두 돌보의 재건에는 40억여 원(각각 20억여 원)이 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23일 오후 충남 천안에서 가장 번화하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신부동 야우리광장. 여고생과 여대생 14명이 가수 이승기의 ‘스마일 보이’에 맞춰 춤을 추며 관객을 모았다. 그런 뒤 태극기 그리기, 100년 전 유관순 열사에게 편지쓰기, 유 열사 서훈 등급 상향 캠페인 등의 활동을 벌였다. 이 여고생과 여대생 등 10대, 20대 여성들은 충남도와 이화여고, 동아일보가 2001년 공동 제정한 유관순상 가운데 횃불상을 받은 ‘21세기 유관순’들이다. 세 기관은 애국애족 정신을 시대에 맞게 구현한 여성 개인과 단체를 선발해 유관순상을, 또 열사 나이의 모범적인 여고 1년생 10여 명에게 유관순횃불상을 주고 있다. 수상자 가운데 74명이 유관순 횃불모임을 결성해 매년 3·1절을 전후해 ‘유관순을 잊지 말자’라는 취지의 행사를 열어오고 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 열사의 만세 운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유관순 횃불모임 플래시몹’ 행사를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다. 9일 대구 동서로중앙무대, 16일 전주 기전여고에서 행사를 벌였고, 내달 1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행사를 치른 뒤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횃불모임은 온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FIRE YOU SOON’에 플래시몹 행사 내용을 탑재하고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개하고 있다. 그 한편에는 ‘내 손톱이 빠져 나가고/ 내 귀나 코가 잘리고/…그 고통은 이길 수 있으나/나라를 잃어버린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다’는 유 열사의 결연한 메시지를 소개했다. 이 모임은 또 유 열사 캐릭터를 활용해 배지 같은 기념품을 제작하고 퀴즈 게임을 진행하며 유 열사 유적지에 대한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도 제작하고 있다. 2014년 유관순 횃불상 수상자로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김지원 씨(국민대 경영정보학과)는 “저희처럼 유 열사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이어받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그의 정신이 21세기에 맞는 시대정신으로 재해석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횃불상 수상자들은 상금(150만 원)을 전액 기부하는 사례가 많았다. 횃불모임에 참여한 2017년 수상자 공주영명고 임경민 양은 공주기독교사회복지관에, 북일고 강인주 양은 푸른솔지역아동센터에, 2018년 수상자인 호서고 표진 양은 발전기금으로 학교에 기탁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금강, 영산강 보) 모니터링 기간이 짧아서 아쉽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모니터링을) 더 오래 했으면 좋았겠지만….”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홍종호 공동위원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홍 위원장은 “모든 보를 1년 이상 개방해 모니터링할 수 있었다면 가장 좋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보를 해체하면 자연지표가 보 설치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전제하에 계산한 것이기에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강 영산강 5개 보에 대한 모니터링은 2017년 6월부터 시차를 두고 시작돼 최근까지 1년 9개월가량 이뤄졌다. 모니터링 기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조사·평가기획위 산하에 4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에서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22일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공주보(금강)는 상부에 설치된 교량만 남기고 철거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또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5개 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됐다.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개 중 3개를 해체하고 2개는 상시 개방해야 한다는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발표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 철거로 인한 지역경제 타격과 농업용수 부족, 수질 악화 등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해당 지역을 넘어 정치권까지 확대된 모양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를 완전히 개방한 이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모니터링을 해야 강의 정확한 수질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완전 개방을 해야 보가 없을 때와 유사한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제보와 죽산보는 보를 완전히 개방한 일수가 각각 16일과 115일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백제보의 경우 수질을 판단하기엔 자료가 충분하지 않고, 죽산보는 완전 개방으로 오히려 수질이 악화된 만큼 더 장기간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환경을 위해 금강, 영산강 보 5곳 모두를 해체해야 한다는 강경 주장을 내놓았으나, 경제성을 우선해 판단해야 한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보 3개 해체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민관 협의 시작 vs 주민 반발 4대강 조사·평가단은 26일부터 지역별로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어 쟁점 사항을 논의하는 등 보 해체와 상시 개방을 위한 후속 절차에 들어간다. 26일엔 공주보와 세종보, 27일엔 승촌보와 죽산보, 28일 백제보 민관협의체 회의가 진행된다. 하지만 보 해체가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주보는 그동안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 ‘백제문화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매년 9월 공주보에 유등과 부표를 설치해 관광객을 유치했다. 공주보 윗부분의 공도교를 남기고 해체할 경우 안전성도 문제다. 아직까지 어떤 방식으로 해체할지에 대한 검토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공주 시민들은 26일 민관협의체 회의가 열리는 공주보 사무소 앞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기로 했다. 공주지역 1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원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주민 뜻이 관철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죽산보 해체도 지역 명물 역할을 하는 ‘나주 황포돛배’ 운영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 죽산보가 해체되면 수위가 낮아져 배를 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죽산보는 개방 이후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돼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다른 보들도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해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를 끌어올리거나 양수장을 이용하는 일 등에 차질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환경부는 24일 언론 설명자료를 통해 “보를 해체하는 게 수질을 높이고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기획위 제안을 옹호하고 나섰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끔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 여야 정면 충돌, 7월까지 논란 지속 정치권에서는 보 해체를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자유한국당은 주말 내내 “이성 잃은 보수 흔적 지우기”라며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철거 여부를 확정하기로 한 7월까지 국민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26일부터 전문가 초청토론회를 통해 보 철거 결정의 문제점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여권은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국민 세금을 투입한 대표적 혈세 낭비 범죄”라며 “이번 결정은 국민 소통을 바탕으로 4대강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한 집단지성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토론회와 심포지엄 등을 통해 보 처리 착수 시기와 기간, 공법, 해체할 경우 물 이용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7월 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7월 이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보 처리 방안이 확정되면 예비타당성 조사 등 관련 절차를 거쳐 해체에 들어간다.강은지 kej09@donga.com / 공주=지명훈 / 홍정수 기자}

유관순 열사를 수양딸로 삼아 근대 교육을 받게 하고 잔 다르크의 기상을 일깨워준 사애리시(史愛理施·본명 앨리스 샤프·1871∼1972·사진) 선교사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개신교 단체들은 동상을 건립하고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그의 전기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캐나다 출신인 사애리시 선교사는 1900년 미국 감리회 한국선교연합회 소속으로 한국에 와서 선교 활동을 벌였다.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 로버트 샤프 선교사와 함께 충남 공주에 선교 기지를 세우고 충청지역 선교를 책임졌다. 이 과정에서 공주 영명중·고등학교의 전신인 명설학교(명선여학교) 등 20여 개 교육기관을 세웠다. 한국 최초의 여성 목사 전밀라, 여성 경찰서장 노마리아를 가르쳐 공주지역 ‘근대 여성 교육의 어머니’로 불렸다. 한국선교유적연구원 측은 사애리시 선교사의 ‘최고의 순간’으로 유관순 열사와의 만남을 꼽는다. 그는 1910년을 전후해 충남 천안시 병천면 매봉교회(당시 지령리교회)에서 8세 남짓한 유 열사를 처음 만났다. 어린 유 열사의 두터운 신앙심과 주일학교에서 드러난 리더십에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유 열사를 수양딸 삼은 뒤 1914년 공주로 데려와 같이 살다가 1916년 자신이 교사로 일했던 서울 이화학당에 교비생(학교 경비로 공부하는 학생)으로 편입시켰다. 사애리시 선교사의 업적은 동아일보도 기록으로 남겼다. 본보는 1938년 9월 5일자로 ‘66세 백발 노구로 조선 부인 의복을 입고 감개무량한 은퇴식 답사를 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은퇴를 앞둔 그의 선교 기념비 제막식을 다룬 내용이었다. 1932년 4월 23일자에는 그가 선교 여행을 하다 실족해 다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1939년 은퇴해 미국으로 돌아간 사애리시 선교사는 말년을 로스앤젤레스 선교사 양로원에서 지내다 1972년 101세로 영면했다. 유품은 트랜지스터라디오 한 대. 그의 100세 생일에는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나중에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축하 서한을 보냈다. 그는 “한국에서의 39년은 무척 만족스럽고 즐거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그를 기리는 한미 양국의 개신교인들은 최근 ‘앨리스 샤프 선교사 기념사업회’를 만들고 성금 3억5000만 원을 모금해 ‘유관순 열사와 사애리시 선교사 부부 동상’과 사애리시 비석 등을 제작했다. 동상은 높이 180cm의 전신상이다. 동상과 비석은 다음 달 1일 공주 영명고에서 제막한다. 서만철 한국선교유적연구회장(전 공주대 총장)은 “이날 미국의 교민 49명이 제막식 등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그의 선교 행로를 답사한다”며 “사애리시 선교사 기념사업은 올해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유 열사와의 역사적인 인연을 비롯해 사애리시 선교사의 한국 선교 39년사를 담은 ‘선교사 史愛理施(사애리시) 전기’가 출간된다.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유관순 열사를 수양딸 삼아 근대 교육을 받게 하고 잔다르크의 기상을 일깨워준 사애리시(史愛理施·본명 앨리스 샤프·1871~1972) 선교사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개신교 단체들은 동상을 건립하고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그의 전기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캐나다 출신인 사애리시 선교사는 1900년 미국 감리회 한국선교연합회 소속으로 한국에 와서 선교 활동을 벌였다.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 로버트 샤프 선교사와 함께 충남 공주에 선교기지를 세우고 충청지역 선교를 책임졌다. 이 과정에서 공주 영명중·고등학교의 전신인 명설학교(명선여학교) 등 20여 개 교육기관을 세웠다. 한국 최초의 여성 목사 전밀라, 여성 경찰서장 노마리아를 가르쳐 공주 지역 ‘근대 여성 교육의 어머니’로 불렸다. 사애리시 선교사의 최고의 순간으로는 유관순 열사와의 만남이 꼽힌다. 그는 1910년을 전후해 충남 천안시 병천면 매봉교회(당시 지령리교회)에서 8세 남짓한 유 열사를 처음 만났다. 어린 유 열사의 두터운 신앙심과 주일학교에서 드러난 리더십에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유 열사를 수양딸 삼은 뒤 1914년 공주로 데려와 같이 살다가 1916년 자신이 교사로 일했던 서울 이화학당에 교비생(학교 경비로 공부하는 학생)으로 편입시켰다. 곧 발간될 ‘선교사 史愛理施 전기’를 쓴 임연철 서울 서초문화예술회관 관장은 “유 열사는 사애리시 선교사를 통해 기독교 서적은 물론 ‘잔다르크 전기’(‘애국부인전’·장지연 역)를 접했다. 그가 없었다면 유 열사가 존재할 수 있었을지 질문해봐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사애리시 선교사의 업적은 동아일보도 기록으로 남겼다. 본보는 1938년 9월 5일자로 ‘66세 백발 노구로 조선 부인 의복을 입고 감개무량한 은퇴식 답사를 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은퇴를 앞둔 그의 선교기념비 제막식을 다룬 내용이었다. 1932년 4월 23일자에는 그가 선교 여행을 하다 실족해 다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1939년 은퇴해 미국으로 돌아간 사애리시 선교사는 말년을 로스앤젤레스 선교사 양로원에서 지내다 1972년 101세로 영면했다. 유품은 트랜지스터라디오 한 대. 그의 100세 생일에는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나중에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축하 서한을 보냈다. 그는 “한국에서의 39년은 무척 만족스럽고 즐거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그를 기리는 한미 양국의 개신교인들은 최근 ‘앨리스 샤프 선교사 기념사업회’를 만들고 성금 3억 5000만 원을 모금해 ‘유관순 열사와 사애리시 선교사 부부 동상’과 사애리시 비석 등을 제작했다. 동상과 비석은 다음 달 1일 공주 영명고에서 제막한다. 서만철 한국선교유적연구회장(전 공주대 총장)은 “이날 미국의 교민 49명이 제막식 등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그의 선교 행로를 답사한다”며 “사애리시 선교사 기념사업은 올해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금강과 영산강 보에 대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제안에 유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원칙적으로는 찬성했다. 하지만 충남 공주에서는 지역민들이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해 적극 반대에 나서 지자체와는 확연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방침에 대해 “국가 파괴 행위”라고 반발하며 즉각 ‘보해체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공주시는 22일 공주보 부분 해체 방침에 대한 입장문에서 보완 대책을 촉구했지만 대체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시는 “시에서 건의한 공도교(보 위의 도로)를 유지하고 백제문화제 등 지역 문화행사, 지하수 문제 등에 대한 우려 해소 방안을 지역과 함께 마련하기로 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주지역 1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주보 철거 반대투쟁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를 항의 방문해 부분 해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투쟁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공주보는 공주와 인근 예당저수지(예산) 농업용수의 젖줄이고 공주지역 금강 남북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인 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공산성 등을 아름답게 하는 경관자원이다. 공주보 해체 철거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투쟁위 관계자는 “농민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보 철거로 강바닥이 드러나 도심 경관이 훼손되고 축제 개최가 어려워지는 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보 완전 해체 방침을 전해 들은 이춘희 세종시장은 “보를 철거하면 수질이 개선되고 생태계가 복원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금강 수위가 낮아지므로 신도심 호수공원과 제천, 방축천 등에 대한 물 공급 대책을 마련한 뒤 해체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는 백제보 상시 개방 방안에 대해 “금강 수생생태계를 포함한 환경문제를 보면 보 철거나 상시 개방에 공감한다. 하지만 백제보 인근 지역의 많은 농경지와 시설하우스가 백제보를 이용해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만큼 국비 지원을 통한 농업용수의 안정적인 공급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죽산보 해체 결정에 대해 전남 나주시 다시면 농민 임종기 씨(80)는 “보가 생기고 홍수 걱정이 사라졌는데 앞으로 장마철이 걱정”이라고 했다. 600년 전통의 영산포 홍어의 거리 상인들은 “보 설치 이후 영산강 수위가 높아져 크게 늘었던 황토돛배 관광객이 최근 보 개방으로 줄었는데 철거를 하면 더욱 문제”라고 걱정했다. 환경단체들은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제안을 환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금강, 영산강 보 해체 발표는 자연성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이번 발표를 ‘물은 흘러야 한다는 상식의 회복’으로 평가한다”며 “4대강 보의 경제성이 없음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주=지명훈 mhjee@donga.com / 나주=이형주 기자}
협력사 비정규직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12년간 36명의 근로자가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 당국이 특별근로감독 등 조치를 취했지만 사고는 되풀이되고 있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21일 컨베이어벨트에서 전날 정비 작업을 하다 숨진 협력사 소속 이모 씨(50)의 작업조 동료, 현장소장, 협력사 대표를 불러 사고 경위 등을 조사했다. 공장의 작업 매뉴얼과 작업일지 등도 제출받아 안전수칙 준수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전날 오후 볼트를 가지러 상층부 공구창고에 갔다 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공구창고에서 올 때 통상 다니지 않는 길로 돌아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컨베이어벨트 타워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동료들의 진술과 사고 흔적 등으로만 조사해야 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측은 “현장에 분진이 많고 어두워 (길을) 분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안전장구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안전 매뉴얼은 잘 지켰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까지 당진공장에서 일어난 산업재해로 36명이 숨졌고 이 중 적어도 28명이 하청업체 근로자였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은 사고 현장의 일부 컨베이어벨트 라인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고 다음 주 정기 근로감독을 벌인다. 노동청은 이 공장에서 각종 사고로 11명이 숨진 2013년에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안전규정 등 위반 사례 1123건을 적발했다. 이날 당진종합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씨의 빈소에서 1년 전 결혼한 베트남 출신 아내는 남편의 영정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당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협력사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졌다.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에서 비정규직 김용균 씨가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진 뒤 두 달여 만에 비슷한 사고가 또 난 것이다. 20일 오후 5시 반경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선원료 이동용 컨베이어벨트 타워에서 협력사인 K사 직원 이모 씨(50)가 벨트에 낀 채 발견됐다. 이 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현장상황을 파악한 뒤 5시 40분경 당진소방서에 신고했다. 이 씨는 K사에서 1년 정도 일해 온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현대제철 측에 따르면 이 씨는 동료 3명과 함께 작업조를 이뤄 부두에서 철광석을 원료 저장 창고로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컨베이어벨트를 세워 놓고 부품 교체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1.5m 폭의 컨베이어벨트가 여러 줄 설치된 이 작업장에서 이 씨는 공구를 가지러 작업현장을 떠났다가 5m가량 떨어진 곳에서 가동 중이던 컨베이어벨트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 씨가 정비에 필요한 공구를 가지러 갔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동료들이 찾아 나섰다가 발견했다”며 “이 씨가 사고 현장을 지나다가 실족한 것인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 씨 유족에게 연락하고 당진종합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렸다. 김용균 씨 사망사고로 ‘위험의 외주화’ 해소가 생산현장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 측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홀로 작업하거나 작업장이 어두워 손전등을 밝혀야 하는 환경은 아니었다. 최대한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씨의 작업조 동료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당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한국시단에 등단한 중국인, 70대 중반의 래퍼 할아버지….’ 교육 수확의 계절인 이 즈음의 대학 졸업식장은 눈길을 끄는 사연들이 줄을 잇는다. 21일 열리는 배재대 학위수여식에서는 국내 최장수 문학단체인 ‘호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중국인 유학생이 공로상을 받는다. 배재대 한국어문학과 박사과정을 마친 왕리췬(王立群·32) 씨가 주인공이다. 중국 산시성 출신인 왕 씨는 지난해 호서문학 여름호에 자작시 5편을 출품해 이 가운데 ‘잠’과 ‘환자’ 2편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이 작가가 중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을 정도로 우리 입과 정서에 닿는 작품들이었다. 왕 씨는 “마음이 시켜서 쓴 글 몇 줄이 큰 상으로 돌아올 줄 몰랐다”며 “한국에서 보낸 10여 년 동안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08년 한국어문학과로 편입한 뒤 한국 현대문학의 바다에 풍덩 빠졌다. 이화여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중국 웨이난사범대 교수로 임용돼 한국어를 가르쳤지만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갈증은 깊어만 갔다. 2016년 배재대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이유다. 왕 씨는 졸업식을 마친 뒤 중국으로 돌아가 다시 후학 양성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 열린 한남대 학위수여식에서는 광복 한 해 전에 태어난 임원철 씨(75)가 ‘총장공로상’은 받으면서 도시부동산학과를 졸업했다. 17세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건축자재 생산 일을 하다 65세에 평생교육 시설인 대전 예지중고교에 입학해 공부한 뒤 2015년 대학에 들어왔다. 손주 나이의 학우들과 어울리기 위해 그는 젊은이들의 음악인 랩을 즐겨 들으며 불렀고 랩 동아리(토네이도)에도 들어가 활동했다. 그 덕분에 각종 TV 방송에도 출연해 화제의 인물이 됐다. 임 씨는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시간에 학우들이 쫓기며 시험지에 써내려가는 딱딱딱! 펜 소리는 제겐 희망의 연주곡처럼 들렸다”고 할 정도로 학교생활을 즐겼다. 재학 기간 매달 5만 원씩의 장학금을 꼬박꼬박 내놓기도 했다. 다음 도전 목표는 전국을 일주하며 자유여행을 하는 것이라는 그는 “세상은 도전하는 무대 같다. 부딪쳐 보며 성공할 때 희열을 느낀다. 여생을 보다 즐겁게 더 부딪쳐 보겠다”고 말했다. 15일 상지대 학위수여식에서는 경영학과를 79세로 졸업한 장일남 씨를 비롯해 9명이 만학도상을 받았다. 장 씨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성적을 줄곧 유지해 주변의 귀감이 됐다. 지명훈 mhjee@donga.com·이인모 기자}

건양대 의대 박사과정의 전성각 씨(31·사진)가 세계적인 저널에 우수 논문을 대거 발표해 화제다. 건양대는 전 씨가 최근 2년 동안 제1저자와 교신저자로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에 논문 10편을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하버드대 의대 연수 기간에 공동 연구를 통해 만든 결과물을 저명 학술지인 ‘Aging cell’에 발표하기도 했다. 6월에는 ‘비타민D 결합 단백질이 운반된 PLGA 나노입자가 5XFAD 마우스의 알츠하이머병 병변을 억제한다’는 제목의 논문을 유명 저널인 ‘나노의학’에 게재할 예정이다. 그가 논문 연구를 통해 발견한 세 가지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 물질은 실제 특허와 기술 이전으로 이어졌다. 전 씨는 현재 3개의 국책과제에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에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전 씨는 건양대 화공생명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 바이오비임상 대학원(독성평가학과)에서 석사를 마친 뒤 박사과정에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기전을 규명하고 치료 물질을 탐색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나노 입자부터 천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 물질들을 발굴하는 것도 관심사다. 전 씨는 방학 때에는 10여 명의 학부생을 인턴 연구원으로 받아 지도하면서 같이 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전 씨는 “기초 실험과 문헌 조사로 만든 가설들이 지도교수님의 도움으로 구체화되면서 논문 성과로 이어졌다”며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정복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내년 21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이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대전 서구 배재대 국제교류관에서 열린 목요언론인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지만 총선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힌 건 처음이다. 그는 이날 대전을 비롯해 세종과 충남 내포신도시(홍성-예산), 천안 등 4곳을 돌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전 총리는 “출마 지역으로 대전(서을)과 세종, 홍성-예산, 천안(갑) 등 4곳 가운데 한 곳을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 그는 “21대 총선이 끝나고 나면 전체적으로 대권 구도가 보일 것인데, 충청에서도 저를 포함해 정치 후배들이 대권 후보가 될 수 있다”며 “‘충청대망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충청권을 홀대해 섭섭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고향 좀 생각해야 한다”며 충청권 결집을 노렸다. 이 전 총리가 중앙 정치무대에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현재 몇몇 인물이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나 크게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에서 3년은 긴 세월이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 대통령 등장 이후로 (사회에) 너무나 이념적 성향이 강해졌는데 그것이 현재 정치적 혼돈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진단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공주보 철거비로 유지 보수하라.’ ‘공주∼우성 간 주요 교통로인 공주보 철거 반대한다.’ 17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공주보 주변에는 이런 플래카드가 여러 장 보였다. 정부가 이달 중으로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공주지역 주민들이 보 철거 반대 운동에 나섰다. 아직 정부의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철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주시이통장협의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382개 이통이 행동을 함께하기로 결정했고 이날부터 보 철거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20일을 전후해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대거 참여하는 공주보철거반대추진위원회를 공식 결성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공주보 철거를 반대하는 이유는 농업용수 부족, 교통환경 악화, 공주 도시경관 악화 등 크게 세 가지다. 협의회에 따르면 공주보 상류지역인 신관동과 우성면 농민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농가의 경우 보 개방 이후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하우스에 애써 심은 파가 말라 죽었다. 또 지하수 부족을 우려해 아예 처음부터 파를 심지 못한 농가도 있다. 농민들은 사비를 들여 관정을 새로 파거나 기존의 소형 관정을 중대형으로 바꾸고 있다. 윤응진 우성면 이장단협의회 총무는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 담수했다가 보를 개방하자 강바닥 수위가 너무 낮아 주변 농지의 지하수 고갈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농민들이 처음에는 지하수 고갈을 개별적인 문제로 파악했다가 보 개방에 따른 문제로 인식하면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주보 철거는 심각한 교통 문제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웅진동과 우성면을 연결하는 보 위의 280m 왕복 2차로 도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도로 이용 차량은 평일 5000대, 주말 3000∼3500대로 추산된다. 보가 철거되면 3km가량을 돌아 백제큰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주민들은 “보의 도로를 활용해 공주와 청양, 예산을 오가는 출퇴근 차량이 많아 극심한 교통대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보를 철거하면 관광도시의 면모가 훼손될 것이란 걱정도 크다. 이미 보 개방으로 금강이 바닥을 보이면서 공산성 주변을 중심으로 경관이 나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년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등 백제역사 유적의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주민들이 이에 따라 ‘물 없는 유네스코 관광도시는 코미디’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로 했다. 하지만 보 철거 문제에 대한 시의 대응은 다소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지난달 보 철거 문제를 다루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면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 등을 포함시키지 않아 반발을 샀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14일 발생한 한화 대전공장 폭발 사고는 대기업 신입사원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폭발 사고로 숨진 직원 3명 가운데 품질부서에 다니던 A 씨(24)는 15일 대덕대 졸업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 공장에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사원으로 입사했고, 지난달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꿈에 그리던 대기업 정규직 사원이 된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숨져 졸업식에는 참석할 수 없었다. 가족들도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의 한 장례식장을 지켜야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졸업식에 참석한 A 씨의 친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참사 소식을 들었다며 슬픔을 전했다. 한 친구는 “폭발 사고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이 우리 과 친구라는 글이 올라와 깜짝 놀랐다. 오늘 함께 졸업식을 하며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적었다. 대덕대 관계자는 “A 씨는 조용하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했다. 리더십도 강해 학생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았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A 씨의 졸업장과 앨범 등을 학부모를 만나 곧 전달할 계획이다. 생산부서의 B(24), C 씨(32) 등의 유족은 장례식장에서 오열했다. 갑작스러운 비보를 듣고 달려온 친척들은 눈물을 쏟거나 사업장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한 회사 측에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15일 한화 대전공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에는 지중해마을이 있다. 하얀 지중해풍 건물과 파란 돔 지붕 등으로 눈에 확 띄는 집과 상가들이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킨다. 디스플레이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돼 거주지를 떠나는 주민들이 이곳에 이주하기로 결정되자 택지 조성 단계에서부터 산토리니 건축양식을 구상한 결과다. 지중해를 여행하는 듯한 분위기가 전국에 알려지며 지중해마을은 관광지로 인기를 모으게 됐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주민들은 특색 있는 외관을 채울 콘텐츠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이 소식을 들은 선문대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 사업단(LINC+사업단)이 팔을 걷어붙였다. 사업단은 지중해마을 주민회 및 상생협동조합과 힘을 합쳐 ‘선문 부엉이영화제’를 기획했다. 부엉이영화제는 지난해 두 번 열려 성황을 이루며 지중해마을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떠올랐다. 사업단의 지역밀착형 기획이 빚어낸 성과다. 사업단은 실무형·창의융합형 교육 정착, 산업선도형 운영체계 구축, 지역밀착형 산업협력 강화, 글로벌 산학협력 확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무형·창의융합형 교육을 위해 상명대 코리아텍 한서대와 공동으로 글로벌 창의융합 전공을 신설했다. 프랑스 로렌대와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3차원(3D) 분야 소프트웨어 일류기업인 다쏘시스템과 3D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지원시스템 사용 협약을 체결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와 학생들의 프로젝트들은 주민의 환경의식을 높여 지역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역밀착형 협력 강화의 대표 사례다. 멸종위기의 북극곰과 고래가 그려진 공공용 종량제 쓰레기봉투 디자인도 그중 하나다. 북극곰과 고래 디자인은 아산시가 활용하고 있고 각종 국내외 광고제에서 입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다. 글로벌 산학 협력을 위해 43개국, 각 분야 리더 49명을 글로벌 부총장으로 위촉하고 글로벌산학협력거점사무소를 프랑스와 베트남 등 8개국에 뒀다. 부총장들과 거점사무소는 선문대 학생과 가족기업 등의 해외 진출 및 현장실습, 캡스톤디자인 교육, 창업 등을 돕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진흥브레이크는 글로벌부총장과 거점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베트남 글로벌 마케팅 프로젝트를 통해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울트라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2년간 사업단의 맞춤형 기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동남아 기업과 6만 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윤기용 LINC+사업단장은 “지역대학은 지역기업과 협력해 지역 발전을 이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창의융합 인재를 양성하고 산학(産學)이 공생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의 주민 기업 대학이 끊임없이 혁신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KAIST는 한국의 산업 및 공업기술 발전과 직결돼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한국은 모든 개발도상국에 자극을 주고 희망과 기대가 한데 뭉친 귀감이 될 것이다.’ KAIST 설립 타당성을 조사한 프레더릭 터먼 미국 스탠퍼드대 부총장이 1970년 12월 내놓은 소위 ‘터먼 보고서(KAIST 설립 조사보고서)’의 일부다. 실리콘밸리 조성에도 기여한 그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의뢰로 내한해 현장 조사를 마친 뒤 2000년 무렵의 KAIST와 한국 위상을 이렇게 전망한 것이다. 시기가 다소 늦춰지긴 했지만 터먼 박사의 반세기 전 예측은 12일(현지 시간) 케냐에서 예언처럼 펼쳐졌다. KAIST는 이날 케냐 수도 나이로비 인근의 콘자기술혁신도시에서 케냐 정부 관계자들과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을 위한 컨설팅 첫 회의를 가졌다. 이로써 KAIST는 교육과 연구, 혁신 모델 등 과학기술 분야 고등교육 서비스를 통째로 이식하는 턴키방식 수출의 첫 역사를 썼다. 회의에는 신성철 총장과 박희경 연구부총장, 프로젝트 총괄담당인 김학성 교수 등 KAIST 인사와 최영한 주케냐 한국 대사, 건축 분야를 담당하는 유태원 선진엔지니어링 부사장, 이건섭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전무 등이 참석했다. 케냐 측에서는 카마우 투게 재무부 차관과 콜레트 수다 교육부 수석차관 겸 대학교육연구국 차관, 제롬 오치엥 정보통신기술혁신부 차관, 존 타누이 콘자기술혁신도시개발청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방문단에는 KAIST 설립의 주역인 정근모 이 대학 석좌교수(전 과학기술처 장관·현 케냐정부 고문)가 동행했다. 그는 1969년 뉴욕 공대 교수 시절 존 해나 미국 국제개발처장을 만나 KAIST 설립의 당위성을 역설해 터먼 조사단의 방문을 이끌어냈다. 당시 국제개발처에서 600만 달러의 차관을 받아 KAIST를 건립한 한국 정부는 이번에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비용 전액(9500만 달러·약 1070억 원)을 국내 차관(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제공한다. KAIST는 터먼 보고서 예측대로 과학기술 동력으로 근대화를 앞당기는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떠올라 2030년 중진국 진입을 목표로 잡은 케냐 정부의 러브콜을 받았다. 케냐 정부는 콘자기술혁신도시를 ‘아프리카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기로 하고 그 핵심 사업인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을 KAIST에 맡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공적개발원조(ODA)의 방향을 과학기술 경험과 역량을 개도국에 집중 전수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온 터였다. 케냐 과학기술원은 2022년 200명의 신입생으로 개교할 예정이다. KAIST는 앞으로 3년간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기계, 전기 및 전자, 정보통신기술(ICT), 화학, 토목, 농업생명 등 6개 공학 분야 학과와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공통 기초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해 준다. 또 교육과 실험 및 일반 기자재를 공급하고 산학협력을 포함한 대학 경영계획 분야의 컨설팅도 수행한다. 신 총장은 13일 나이로비대에서 아미나 모하메드 케냐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KAIST, 빠른 국가발전의 핵심 엔진이 되다’ 특강에서 “KAIST가 반세기 만에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선도대학으로 도약해 성공적인 발전모델을 전수하게 됐다”며 “케냐 과학기술원이 첨단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성장해 우리의 ODA 차관사업이 성공 사례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KAIST는 이번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 지원으로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등 중동 및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의 고등교육 서비스 수출 요청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KAIST는 1990년 개교한 일본과학기술원(JAIST)과 1991년 문을 연 홍콩과기대 및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데 이어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도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특허청은 올해 2200억 원 규모의 지식재산(IP) 투자펀드를 조성해 우수특허를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고 11일 밝혔다. 공공부문에서 1100억 원(모태펀드 600억 원, 성장사다리펀드 500억 원)을 출자하고, 민간에서 같은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펀드 조성 재원을 마련한다. 올해 조성되는 펀드는 특허 사업화(1250억 원), IP 창출·보호(500억 원), IP 유동화(300억 원), IP 기반 스타트업 육성(120억 원) 등 4개 분야다. 특허사업화 펀드는 한국성장금융과 공동으로 조성하는 기술금융 펀드로, 우수특허 보유기업과 IP 수익화 프로젝트(IP 출원지원, 해외 IP 수익화 등)에 투자한다. IP 창출·보호 펀드는 투자받은 기업이 투자금의 일부를 반드시 특허 출원·매입·분쟁대응·보호 컨설팅 등에 사용해 IP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IP 유동화 펀드는 IP 직접투자를 기반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펀드다. IP 기반 스타트업 육성 펀드는 IP 기반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한다. IP 창출·보호 펀드와 IP 기반 스타트업 육성 펀드는 한국벤처투자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출자사업 공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특허사업화 펀드와 IP 유동화 펀드는 4월에 공고될 예정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도는 양승조 충남지사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 격상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 지사는 “유관순 열사는 이화학당 학생으로 서울 만세운동에 참여하고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투옥돼 옥중에서 순국했다”며 “1962년 상훈법에 따라 건국훈장 3등급인 독립장에 추서되었으나 이는 현저하게 낮은 평가로서 서훈 등급이 반드시 상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 지사는 “상훈법 개정 또는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서훈은 격상돼야 하며, 법 개정이 없어도 서훈 조정이 가능할 경우 유관순 열사의 서훈이 격상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청권 4개 시도가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인 아시아경기 공동 유치에 나섰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은 7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만나 2030년 열리는 제21회 아시아경기 유치를 위해 ‘2030 아시아경기 충청권 공동 유치 업무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이 단체장들은 2030 아시아경기가 충청권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중심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560만 충청인의 역량과 염원을 모아 적극적인 유치전을 벌이기로 했다. 또 2030 아시아경기 유치에 성공할 경우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 남북 단일팀 구성 등 남북한 스포츠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4개 시도는 앞으로 공동 유치 합의 결정을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 전달하고, 시도별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용역을 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말경 용역 결과가 나오면 문체부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유치 의향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030 아시아경기는 정부가 추진 중인 ‘2032 서울-평양 올림픽’의 사전 대회 성격이어서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홍보의 장이 됨과 동시에 충청권 스포츠 인프라 확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충청권 4개 시도 단체장은 이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 추가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도 함께 촉구했다. 단체장들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위한 충청권 공동선언문’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 추가 지정 충청권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4개 시도는 먼저 공동선언문을 통해 “그동안 석탄화력발전은 국가경제 발전을 견인해 왔으나 이로 인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은 국민에게 큰 고통과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며 “특히 지속적인 환경오염은 우리 삶의 공간마저 위협하며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개 시도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와 친환경 연료로 전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수명 연장 성능 개선 사업 즉각 중단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와 분산·분권형 전원 확대 △시민 참여형 에너지 산업과 에너지 문화 형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공동건의문을 통해서는 “2004년 참여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충청권에 건설된다는 이유로 충남도와 대전시를 혁신도시 대상지에서 제외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해 왔다”며 “이는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통한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근본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의 혁신도시 중심 지역성장 거점 육성 정책도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우 straw825@donga.com·지명훈·이기진 기자}
충남 천안의 다가구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일가족 4명 중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7일 오전 6시 37분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다가구주택 3층에서 불이 나 A 씨(72)와 아내(66), 딸(40)이 숨지고 아들(36)은 중상을 입었다. 다가구주택 주인인 A 씨 부부는 거실에서, 딸은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발코니에 있던 아들은 소방관들이 구조했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26분 만에 꺼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차 현장감식 결과 불이 현관 앞과 안방문 앞, 거실 등 3곳 이상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거실과 현관 등에서 발견한 2L들이 플라스틱 생수병 7개 가운데 두 개에는 인화성 물질이 들어있었고 나머지 5개는 비어 있었다. 바닥에는 인화성 물질을 뿌린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있었고 주방 싱크대에서는 라이터가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런 사실로 미뤄 방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정밀 현장감식을 하는 한편 유일한 생존자인 아들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